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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룡왕 아르셀라 - 1부 ← 고화질 다운로드    토렌트로 검색하기
16-08-24 23:18 512회 0건
The legend of sex dragon Aercella

1. 퀴러스의 네 제자

대륙 역사상 가장 강한 마법사를 꼽자면 역시 어둠계곡의 퀴러스를 들 수 있었다. 인간의 몸으로 10서클에 달하는 무지막지한 경지를 이룩한 이 늙은 괴물은 100년전 전 대륙을 상대로 전쟁을 일으킨 화려한 경력을 갖고 있었다. 퀴러스는 자신의 제자들과 스스로 창조한 마법생명체를 이용하여 전쟁을 수행해 나갔는데, 전세가 많이 기울어 승리가 힘들어 보이자 마계에서 옛 마왕을 소환하는 강수를 두었다. 하지만 마왕이 인간주제에 감히 잘 자고 있던 자신을 호출한 댓가로 퀴러스의 군대만 무차별로 부신 후 돌아가버려, 결국 대륙 정벌의 뜻을 버려야 했다.
그 이후 퀴러스는 어둠계곡 지하에 위치한 자신의 던전에 틀어박혀 기괴한 연구에 몰두하며 여생을 보낸다. 한때 세계 정복 전쟁까지 일으킨 거인의 말년 치고는 꽤나 초라하게 보였지만 정작 자신은 나름 만족하는 듯 보였다.

세월이 흘러 인간의 몸으로 무려 300년이 넘는 세월을 살아온 늙은 괴물도 결국 생을 마감하게 된다. 마법의 힘으로 생을 더 지속할 수도 있었지만 사는데 너무 지쳐서 스스로 죽음을 택한 것이다. 무의미한 전쟁으로 과거 대륙을 피로 물들여온 전적이 있는 그의 죽음은 응당 모든 이들이 기뻐할 만한 일이었다. 하지만 그중에서도 특히 그의 죽음을 기뻐한 사람은 바로 그의 제자들이었다. 그들은 퀴러스의 장례가 끝나고 질펀한 술잔치를 벌이며 그 지긋지긋한 영감이 드디어 죽었다며 기뻐했다.

"하하. 정말이지 아직도 믿기지가 않아요. 그 영감탱이 천년 만년 살줄 알았더니만 크크"

대접 가득한 럼주를 한번에 비워내며 호탕한 웃음을 터뜰리는 이 미청년은 퀴러스의 넷째 제자 아르셀라였다. 그는 이제 고작 100년 정도 산 드래곤이었지만 퀴러스의 밑에서 무려 70년간 갖은 고생을 다 겪어야 했다.

"그러게 호홋. 참 잘죽었지 뭐."

회색 피부의 매력적인 다크엘프 르나가 환히 웃으며 맞장구 쳤다. 그녀는 퀴러스의 손에 자신의 마을이 모두 몰살당하는 끔찍한 일을 겪어야 했다. 어찌보면 그녀가 네 제자들중 가장 퀴러스에 대한 원한이 깊을지도 몰랐다.

"크큭 이제 우린 자유군. 앞으로 뭘 하고 살까나.."

오우거를 베이스로 한 키메라이자 둘째 제자인 거구의 모크나도 못내 기쁨을 감추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평소 표정의 변화가 거의 없는 그였지만 염원하던 스승의 죽음에도 태연하게 있을수는 없었던 것이다. 벌써 그는 다섯통의 럼주를 비우고 또 한통을 따고 있었다.

"사형은 뭐 생각해 놓은 거라도 있나요?"

르나의 물음에 모크나는 머리를 긁적였다.

"잘 모르겠어. 사실 나는 그 늙은이보다 내가 먼저 죽을거라고 생각했거든. 일단은 내 고향으로 돌아갈 생각이야."

"그래도 돌아갈 곳이라도 있으니 다행이네요."

갑자기 르나가 침울한 표정을 지었다. 이미 그녀의 마을은 퀴러스의 손에 불타버린 것이다. 그녀는 일찌기 스승이 죽고 나면 모든걸 다 벗어버리고 신성교단에 몸을 의탁할 의사를 공공연히 표해왔었다.

"저 전 괜찮아요 사형. 것보다 아르? 너는 어때? 갈 곳이라도 정해 놨니?"

모크나가 르나의 어깨에 손을 짚어 그녀를 위로하자 르나는 애써 태연한 기색으로 대충 아르셀라에게 화제를 돌렸다. 그녀는 자신 때문에 좋은 술판 분위기가 가라앉는걸 원치 않았다.

"저요? 흐흐. 비밀입니다."

아르셀라의 잘생긴 얼굴이 음흉한 미소로 일그러졌다. 르나는 순간 소름이 쫙 돋았다.

"비밀이라니? 그러지 말고 말해봐."

"싫어요."

"너 누나한테 혼날래?"

르나가 주먹을 들어보이며 아르셀라를 위협했지만 요지부동이었다. 도통 입을 열 생각을 하지 않는다.

"흥 맘대로 해. 큰오빠는 어떻게 할 거에요?"

결국 르나도 두손 들었다. 대신 그녀는 지금껏 아무 말도 안하고 조용히 술만 마시고 있던 첫째 사형 트라듀스를 바라봤다.

"난 상아탑에 갈 생각이다. 마법연구를 더 해야 하니."

"어휴. 그동안 질리도록 연구만 했으면서 또 한다구요? 전 이제 마나시험관만 봐도 경기가 도는데.. 좀 쉬는게 어때요?"

"마도의 길은 끝이 없는 법이지. 아르셀라. 너도 갈 곳 없으면 나와 함께 가는게 어떠냐."

"하하 노 농담이시죠.. 그 짓을 또 하라구요?"

트라듀스의 제안에 아르셀라가 기겁을 했다. 이제 연구라면 끔찍하다. 대체 저 하프엘프 노친네의 머리속엔 뭐가 든 건지..

몇차례 술잔이 돌고, 술이 약한 르나가 먼저 뻗어버렸다. 르나가 잠이 들자 모크나가 은근한 어조로 아르셀라에게 질문을 던졌다.

"이봐. 그 비밀이란게 대체 뭐야? 넌 대체 뭘 할 생각이냐?"

"어허~ 비밀이라고 했잖아요."

"그러지 말고 말 해 보라구. 어차피 르나는 자고 있는데 남자들 끼리 못할 말이 어디있어?"
옆에서 트라듀스도 살짝 거들었다.


"나도 듣고싶군. 막내 녀석이 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건지.. 뭐 보나마나 놀 궁리나 잔뜩 하고 있겠지만."

"놀 궁리라뇨? 저를 뭘로 보시는 겁니까? 제가 고작 그정도 그릇을 가진 사람으로 보입니까?"
아르셀라는 짐짓 언성을 높여 보였다. 그리고 잠시 후 엄숙한 표정으로 예의 그 비밀이란걸 발표하는 것이었다.


"저는 모든 남자들의 꿈에 도전해 보려 합니다. 뭐 고향에 돌아가 농사나 지으려는 둘째형님이나 시시한 마법연구나 계속하려는 첫째 형님과는 비할 수 없는 웅대한 야망이죠."

"뭐 임마? 이녀석이 간이 배 밖으로 튀어 나왔군"

모크나가 씨익 웃으며 건방진 막내의 목을 움켜 쥐었다.

"캑캑 노 놓으세요. 농담이라니까요."

"흐흐 농담이고 뭐고간에. 제대로 불지 못해? 대체 그 꿈인지 야망인지의 정체가 뭐냐구."

모크나의 손에서 해방된 아르셀라는 잠시 숨을 고르더니 곧 엄청난 헛소리를 지껄이기 시작했다.

"저는 하렘왕이 되고자 합니다. 세상의 모든 아리따운 처자들은 다 저의 것입니다."

모크나가 기도 안찬다는 듯 한마디 던졌다.

"네놈이 드디어 미쳤구나. 발정난 드래곤이 망상으로 머리가 돌았어."

"제 꿈을 망상 쯤으로 매도하지 마십시오! 저는 진지하단 말입니다."

"임마. 네가 미쳤지 그럼 정상이냐? 르나가 그 말 들었으면 벌써 넌 죽었어."

르나는 여자라서 그런지, 같은 여자를 괴롭히는걸 무척 싫어했다. 특히 아르셀라가 여성형 실험체에게 건들거리는 꼴은 죽어도 못보는 그녀였다. 아르셀라의 소위 계획이란걸 알게 되면 그를 반을 쪼개놓으려 할게 뻔했다.

"하하 그러니까 르나누님한텐 말을 안했죠. 형님들. 비밀 지켜주십쇼."

"비밀이고 뭐고간에.. 대체 어쩌려고 그러는건데? 뭔가 계획이라도 세워 놨냐?"

모크나의 물음에 아르셀라는 트라듀스쪽을 바라봤다.

"첫째형님. 상아탑 갈때 이 던전 그냥 놓고 갈꺼죠?."

"연구자료 몇개는 가져갈 생각이다만.."

"그럼 그것만 가져가고 던전은 저 주십쇼. 여기서 마법생명체나 언데드, 마족.. 흐흐 그러니까 서큐버스 누님 같은걸 잔뜩 뽑아 그걸 바탕으로 전쟁을 하려구요. 일단 나라를 세우고 할렘왕의 후궁이 될만한 자격이 있는 여자들을 손에 넣을 생각입니다."

퀴러스의 던전은 과거 그가 대륙전쟁을 일으키던 당시의 시설을 고스란히 유지하고 있었다. 일단 마력만 공급하면 꽤 많은 양의 병사들을 양성해 낼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아르셀라는 트라듀스 다음으로 강대한 마력을 지녔기 때문에 그의 말은 충분히 신빙성이 있는 일이었다.

"이자식. 또 전쟁을 일으키겠다고? 100년전 스승님 때문에 나랑 트라형님이 얼마나 고생한줄 알아? 넌 그때 태어나지도 않았지? 하여간 난 반대다 이놈아."

"어휴 둘째형님도 참. 어차피 오우거 여자는 건드리지도 않아요."

"여자가 문제가 아니라. 이놈아.. 형님. 뭐라고 말좀 해보십쇼. 이자식 용자들한테 다굴당해 맞아 죽을게 뻔한데."

트라듀스는 무언가를 곰곰히 생각하는 듯 보였다. 그리고 잠시 시간이 흐른후 그가 내놓은 답변은 무척 놀라운 것이었다.

"나는 찬성이다."

"에엑?"

"오오 첫째형님!"

모크나는 경악에 찬 얼굴로, 아르셀라는 환희에 찬 얼굴로 트라듀스를 바라본다. 설마 트라듀스가 이 말도안돼는 망상에 찬동해올 줄이야.

"재미있지 않겠는가? 전쟁이 일어나면 마법사들의 힘을 얻기 위해 각국에서 너도나도 상아탑에 지원을 해올테니 내 연구도 좀더 수월하게 될 테고.."

"허.. 말도 안돼요."

"또 이녀석이 과연 어디까지 가는지 한번 보고 싶기도 하고. 흐흐 잘해봐라."

"네 형님!"

아르셀라는 만면에 희색을 띈 채 크게 고개를 끄덕였다. 모크나는 뭐라고 한마디 하려다가 곳 체념한 듯 고개를 푹 숙였다.

"음.. 내가 큰 도움은 못주겠고, 마침 만들어 놓은 데스나이트를 주마. 꽤 쓸만할 거다."

"헉. 데스나이트를요? 그 좋은걸 주신다니!"

데스나이트는 흑마법의 결정체라고 할수있는 최고수준의 언데드였다. 마스터급 기사와 맞먹는 검술과 불사에 가까운 내구도를 지닌 최강의 몬스터. 대륙에서 데스나이트를 만들 수 있는 존재는 소수의 에인션트 급 드래곤을 제외하면 트라듀스와 퀴러스뿐이었다.

"임마. 나는 국물도 없어. 나중에 나한테 도와달라고 징징대기만 해봐라. 턱뼈를 부셔놓을테니"

"하하 둘째형님도 참.. 걱정마세요. 조용히 살고있는 형님 번거롭게 하지는 않을게요."

"크흠."

모크나는 딱딱한 얼굴로 고개를 훽 돌렸다. 모크나는 험상은 외모와는 달리 마음이 약했기에 말은 이렇게 해도 아르셀라가 위기에 처하면 만사 제쳐놓고 달려갈게 뻔했다. 그들 넷은 괴팍한 스승 밑에서 다 같이 고생을 해서인지 서로 꽤 정이 깊은 편이었다.

다시 몇순배 술이 돌자 이번엔 아르셀라도 형편없이 취해버렸다. 두 형님이 그의 계획을 인정해줘서 기분이 좋아진 것이다. 그는 탁자위에 올라가 혀꼬부라진 목소리로 자신의 야망을 주절거리기 시작했다.

"헤헤 형님들~ 저는 수많은 미녀를 할렘에 넣게 되겠지만, 그중에 두명은 꼭 손에 넣을 겁니다. 사실 이게 제가 평생 꿈꿔온 목표기도 하지요 흐흐~"

"흥. 인간의 암컷따위 관심 없다."

"암컷이라뇨~ 인간의 여성이야말로 모든 종족들 중에서도 최고의 미를 지닌 완벽한 존재죠. 그중에서도 대륙 최고의 미녀로 명성이 높은 두명이 있습니다."

"그게 대체 누군데?"

모크나의 물음에 아르셀라가 우쭐거리며 손가락을 번쩍 들어올렸다.

"하나는 모르테스 왕국의 루스네 공주죠. 그 미모는 아침햇살처럼 부드럽고 찬란하며~ 목소리는 천상의 하모니~"

"그건 또 누구야. 어차피 암컷이지. 흥. 또 하나는 누구냐."

"에에 형님은 그것도 몰라요? 이래서 오우거란 쯧쯧.. 디엘 교단의 성녀 아카시아죠. 아아 성녀님. 그 고결하고 성스러운 입술로 제 물건을 흐흐~ 할짝 할짝~ 크하하하핫"

"어휴 저 미친놈. 형님. 저런놈은 후두려 패서라도 정신을 고쳐 놔야 합니다.. 에 형님?"

모크나는 트라듀스가 약간 난처한 표정을 짓고있는걸 발견하고 의아해 했다. 트라듀스는 잠들어 있는 르나쪽을 힐끗 바라보며 고개를 갸웃거리는 것이었다.

"무슨 일입니까?"

모크나의 조심스러운 물음에 트라듀스는 살짝 한숨을 내쉬었다.

"르나가 디엘 교단에 귀의한다고 하지 않았느냐. 음.. 속세를 벗어나고 싶다던가 뭐라나 하면서.."

"그랬죠."

"그런데 그곳이 바로 아카시아 성녀가 몸담고 있는 곳이지. 저놈이 손에 넣겠다고 주절대는 여자 말이다."

"헉 그렇다면.."

트라듀스는 고개를 끄덕였다.

"자칫하면 르나와 아르셀라가 대립하게 될 지도 모르겠구나. 이거 참 난처하군."

모크나는 가슴이 답답해졌다. 그에게는 아르셀라나 르나나 똑같이 소중한 동생들이었다. 만약 둘이 싸우게 되면 누구 편을 들어야 할 것인가?

"뭐 당장 걱정할 일은 아니지만.. 그렇게 될 수도 있다는 거지."

"어떻게 할까요? 교단만은 손을 대지 말라고 당부를 해 놓을까요?"

트라듀스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래서는 재미가 없지. 흐흐. 뭐 어떻게든 되지 않겠나?"

"휴우.."

모크나는 가슴이 답답해 지는걸 느꼈다. 트라듀스는 마법에 미친 자들이 응당 그렇듯 상당히 어긋난 성격을 가지고 있다. 두 동생이 싸울지도 모르는데 그런 무책임한 발언이라니.

"너도 너무 걱정 말아라. 누가 이기든 서로 죽이지는 않을 것이다. 흐흐 하지만 어떻게 될지는 예상해 볼 수 있지."

"어떻게 되는데요?"

"아르셀라가 이기면 르나도 그녀석의 하렘에 들어가겠지. 르나도 사실 아르셀라를 마음에 두고 있으니까, 뭐 서로에게 불행한 결말은 아니지."

모크나도 르나가 표현은 안하지만 은근히 아르셀라를 좋아한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다. 하지만, 원치않게 하렘에 들어가는게 되는것이 과연 행복한 일일까?

"르나가 이기면요?"

트라듀스는 음흉한 얼굴로 천천히 입을 열었다.

"녀석은 고자가 되고 말 것이다."

고자라니.. 아니 르나의 성격에 그러고도 남는다. 자신의 동생이니 차마 죽이지는 못하겠고 대신 다시는 이런 일을 반복하지 못하도록 확실한 조치를 취하겠지.

[휴 아르셀라야. 그냥 포기 하거라.]

고자가 된다면, 차라리 죽느니만 못한 일이다. 특히 세상에 아름다운 여자는 다 갖고야 말겠다는 저 미친 드래곤에게는.. 모크나는 자신의 동생들이 걱정되어 술맛이 영 씁쓰름 했다.

2. 몽마와의 계약
맨 처음 던전을 나간건 다크엘프 르나였다. 그녀는 눈물이 그렁한 얼굴로 자신의 사숙들과 작별인사를 나눴다.


"정말 고마웠어요. 트라듀스 사형. 모크나 사형. 오라버니들이 없었더면 저는 아마 견디지 못했을 거에요."

"허허 낯부끄럽게.. 걱정말고 어서 가보기나 하거라."

모크나가 머리를 글쩍거리며 르나의 머리를 살짝 쓰다듬었다. 결국 르나는 격정을 이기지 못하고 모크나의 품에 와락 얼굴을 묻었다.

"으아앙 오라버니.. 고마워요. 정말 고마워요. 흐윽.. 건강하셔야 해요."

"헛 헛. 이거 참.."

덩치가 산만한 오우거가 난처한 기색으로 트라듀스를 돌아보았다. 트라듀스는 그저 씨익 웃고 있을 뿐이다.

"참. 그런데 아르셀라는 어디갔어요? 누나가 떠난다는데 이녀석은 왜 코빼기도 안보이는 건가요?"

"아 그놈?"

어제 아르셀라는 술이 떡이되도록 퍼마시고 한낮이 다되도록 골아떨어져 있었다. 사실 드래곤이 술에 취한다는것은 상상하기 힘든 일이었지만 아르셀라의 나이가 드래곤으로 따져 봤을 때는 거의 유아나 다름없다는 걸 감안하면 있을 수 없는 일도 아니었다.

"어디 있는 거에요? 그녀석때문에 가지도 못하고 기다리고 있잖아요."

"그.."

모크나는 차마 그녀석이 술에 취해 골아 떨어져 있다는 말을 할 수 없었다. 그가 난처한 기색으로 머리만 긁고 있자 트라듀스가 대신 답을 주었다.

"아직 자고 있을 거다. 어제 술을 좀 많이 마셨거든."

"네엣? 미 믿을 수 없어요. 제가 떠나는 마당에 잠이나 자고 있다고요?"

르나의 눈물 그렁한 눈이 곧 분노로 무섭게 불타올랐다. 르나는 솔직히 말해 아르셀라가 작별의 슬픔을 견디지 못해 일부러 나오지 않는 줄 알았다.

"용서 못해 그녀석!! 오라버니. 그 멍청한 드래곤은 대체 어디 있죠?"

"자기 방에 있겠지 뭐."

르나는 트라듀스의 말을 다 듣지도 않고 던전 안으로 뛰쳐들어갔다. 남겨진 두 사형은 서로를 바라보며 어색하게 웃어 보였다.

"야 아르! 문 열어!!"

아르셀라의 방에 도착한 르나는 분노에 찬 목소리로 문을 쾅쾅 두드렸다. 하지만 굳게 닫힌 문 안쪽에선 아무런 기척도 드껴지지 않는다.

"흥. 문까지 잠구고 쳐 자고 있다 이거지?"

르나는 잠시 숨을 고르더니 곧 엄청난 주문을 캐스팅해 갔다.

"익스플로전!!"

콰아아앙

순간 엄청난 폭발음과 함께 문이 산산조각 나버렸다.

[시작映?]

던전 안쪽에서 들려오는 굉음에 모크나는 쓰게 웃었다. 부디 아르셀라의 명복을 빈다.

"아 아르셀라 너?"

문을 부순 장본인 르나는 방 안에 구겨져 있는 한 청년을 발견하고 기도 안찬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 소란이 있었는데도 이놈은 아직도 잠에서 도통 깨어날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안 일어나 이녀석!"

르나는 끓어오르는 분노를 억제하지 못하고 아르셀라의 등을 강하게 걷어찼다.

"커헉!"

아르셀라는 등짝에 다급한 충격을 받고 피를 토하며 한쪽에 널부러졌다.

[헉 너무 세게찼나?]

르나는 아르셀라가 피까지 토하자 순간 움찔했다. 혹 크리티컬이 터져 어디가 잘못된건 아니겠지?

"음냐 음냐.."

하지만 르나의 걱정은 고작 1초만에 헛된 것이 되고 말았다. 아르셀라는 피가 터져나온 입가를 살짝 핥고 다시금 편안하게 숨을 고르는 것이었다.

"이 이게?"

화를 넘어서 황당하기 까지 하다. 드래곤이라는 족속들은 죄다 이런 놈들인 것인가? 르나는 아르셀라의 목덜미를 움켜쥐고 강하게 흔들어 대었다.

"일어나! 내 말이 말같지 않아? 너 누나한테 죽어볼래?"

아르셀라의 긴 흑발이 이리저리 형편없이 나부낀다. 꽤 오랜 시간을 흔들어 대자 간신히 아르셀라의 눈꺼풀이 움직여왔다.

"으음?"

아르셀라는 몽롱한 눈으로 자신의 눈 앞에 있는 한 다크엘프 여성을 ?어보았다. 누구지? 꽤 낯이 익은데..

"으음.."

생각해 내는게 귀찮다. 또 생각해 내면 왠지 불길한 일이 일어날 것 같기도 하고. 아르셀라는 대신 모양좋게 흔들리는 풍만한 가슴을 향해 시선을 내렸다.

"헤헤~ 여자다. 젖가슴. 좋아~"

아르셀라는 바보처럼 실실 웃으며 르나의 가슴으로 손을 가져갔다. 여자의 가슴은 언제 만져도 기분이 좋다. 이대로 시간이 멈췄으면 좋겠다.

"아.."

시간이 멈췄으면 좋겠다는 아르셀라의 바램은 금방 실현되었다. 르나의 주먹이 아르셀라의 머리통을 무지막지하게 후려쳐 의식이 날아가 버렸기 때문이다. 아르셀라는 자신이 언제 기절했는지도 모를 것이다.

"이 바보가!!"

르나는 더 이상 화를 낼 기력도 없었다. 어느새 그녀의 눈에는 구슬같은 눈물이 맺혀있었다.

"내가 왜 교단에 들어가는지 알아? 흐윽.. 바로 너 때문이라구."

완전히 뻗어버린 아르셀라를 앞에 두고 르나는 담아두고 또 담아뒀단 말을 고백하기 시작했다.

"네가 내 마음을 알아주지 않으니까. 떠날 수 밖에 없잖아. 넌 여자만 밝히고. 흑흑. 왜 나만을 바라봐 줄 수는 없는거야?"

걸음마도 잘 하지 못하던 어린 해츨링을 지극 정성으로 돌바준게 바로 르나였다. 어린 사제에게 품은 모성과도 같은 감정은 곧 그가 성장함에 따라 자연스럽게 연정으로 변해갔고, 그동안 몇차례나 아르셀라에게 은근히 자신의 마음을 드러냈지만 무심한 아르셀라는 그녀를 결코 여자로 봐 주지 않았다.

"후회하게 될 꺼야. 나같은 여자 잡지 못한걸, 평생 후회하라고! 이 멍청한 도마뱀아."

르나는 눈물을 흩뿌리며 매섭게 몸을 돌렸다. 이제 끝이다. 교단에 들어가면 다신 이녀석과 볼 날이 없을 것이다.
던전 입구로 나오자 두 사형은 아직도 자신을 기다리고 있었다. 눈물을 감추려고 고개를 숙인 그녀에게 모크나가 먼저 말을 건넸다.


"끝났느냐?"

"네.. 흑. 제 방식으로 그냥 작별인사를 했어요."

"그걸로 괜찮겠나?"

"...."

르나는 눈물로 얼룩진 얼굴에 애써 미소를 띄었다. 그녀는 간단히 둘에게 작별 인사를 하고 조용히 물러났다.

[건강하거라.]

엘프 특유의 빠른 발걸음으로 르나는 금새 작은 점이 되어갔다. 모크나는 멀찌기 그녀를 바라보며 그녀의 안녕을 기원했다.

"가버렸군요."

르나가 완전히 모습을 감춘 후 방 안에 널부러져 있던 아르셀라가 어느새 모습을 드러냈다. 트라듀스는 씨익 웃으며 그에게 말을 건냈다.

"잡지 않는 거냐?"

"...."

그동안 애써 모른척 해왔지만 아르셀라라고 해서 르나의 마음을 모를 리가 없었다. 단지 그는, 그녀의 마음을 받아줄 수가 없었다.

"저만한 여자도 흔치 않아."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저에게는 너무 과분하군요."

모크나의 말에 아르셀라는 제법 진지한 어조로 자신이 르나를 잡을 수 없는 이유를 고백했다.

"저는 널리 많은 여성을 보듬어야 하는 하렘왕이 될 사람입니다. 한 여자에게 얽매이는건, 할 수 없었습니다."

"흐흐흐. 말은 잘하는구나."

옆에서 듣고있던 트라듀스가 한마디 했다. 그러나 첫째사형의 핀잔에도 아르셀라는 담대한 모습이었다.

"가슴아프지만 헤어져야 합니다. 언젠가 인연이 닿으면 다시 볼 수도 있겠지요."

"...."

아르셀라의 말을 끝으로 한동안 정적이 감돌았다. 셋은 말없이 저물어 가는 석양을 언제까지나 바라보고 있을 따름이었다.

[이걸로 정말 이별이군]

르나도 가버렸다. 그리고 자신들도 모두 뿔뿔이 흩어져 각자의 길을 가게 될 것이다. 100년 가까이 함께해온 정든 사형제들의 이별에 가슴 한 구석이 저려오는걸 느꼈다.

"이봐 아르셀라."

정적 끝에 트라듀스가 먼처 침묵을 깼다.

"네 형님."

"성공하지 못하면 가만 두지 않겠다."

"아.."

아르셀라는 트라듀스의 뜻을 이해했다. 자신은 이미 꿈을 이루기 위해 르나의 가슴에 깊은 상처를 남긴 것이다. 그런 주제에 실패까지 한다면 면목이 서지 않는다.

"반드시 하렘왕이 되고야 말겠습니다!"

한 남자의 비장한 결의가 모크나를 감동시켰다. 웬지 병신같지만.. 남자로서 멋있었다. 트라듀스도 예의 그 썩소를 지으며 일이 재미있어 지겠군 이라는 생각을 해보는 것이었다.


그로부터 며칠 후..

퀴러스의 제자들 중 이제 그의 던전에 남은이는 오직 아르셀라가 유일했다. 그는 던전 가운데에 위치한 넓은 광장에 정좌하고 신중한 모습으로 의식을 진행하고 있었다.

"어둠보다 깊은 곳에 위치한 심연속의 몽마여. 나의 부름에 답하여 그 모습을 드러내라."

왕이 되는건 혼자의 힘으로는 할 수 없다. 역사를 살펴봐도 나라를 세운 왕의 뒤에는 우수한 신하들의 조력이 있지 않은가.

현재 그에게는 쓸만한 부하가 하나도 없었다. 던전에서 양산해낸 병사들은 지능이 떨어져 부관으로 써먹을 수가 없다. 이래서는 하렘왕은 고사하고 앞으로 생산해 낼 병사들을 지휘하는것도 꽤나 힘겨운 일이었다.

[뭐 없으면 고용하면 되는거지.]

흑마법사 퀴러스의 제자답게 아르셀라가 생각한 방법은 바로 마족과의 계약이었다. 자신의 피를 조건으로 악마의 힘을 빌리는 것이다. 우수한 마족들을 부관으로 삼으면 수월하게 병력을 운용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나와라 서큐버스!!"

순간 아르셀라의 앞에 그려진 마법진이 찬란하게 빛나며 복잡한 문양을 그려내기 시작했다. 그리고 잠시 후..

[성공이군]

마법진 위에 모습을 들어낸 하얀 인영을 확인한 아르셀라의 입가에 엉큼한 썩소가 감돌았다. 부관으로 삼을 마족을 몽마 서큐버스로 정한건 어디까지나 아르셀라 자신의 취향이 심하게 반영된 결과였다.

"우냥~"

"꾸 꿀꺽"

마법진 위에 누운 실오라기 걸치지 않은 나체의 여성이 살짝 몸을 비틀자 아르셀라의 입에 절로 군침이 돌았다. 퀴러스가 살아있을때는 여러 격무에 치여, 그리고 르나의 집요한 방해 때문에 여자를 제대로 맛볼 틈이 없었다. 이렇게 느긋하게 여자의 벗은 몸을 관찰하는것은 그로서도 처음이었다. 윤기나는 긴 보라색 머리카락과 새빨간 입술, 군살하나 없는 매력적인 복부와 늘씬한 허벅지.. 역시 남성의 정기를 고갈시키기 위해 태어난 생명체 답다.

"헉 헉.. 빠 빨리 일어나라. 주인님이 지금 네 앞에서 기다리고 있잖느냐."

소환된 서큐버스가 좀처럼 잠을 깰 기미를 보이지 않자 아르셀라는 애가 탔다. 빨리 계약을 마치고 일단 시식부터 해야 하는데 이 섹시한 몽마 누님은 왜 잠만 자고 있는 것인가. 문득 그의 머리속에 미인은 잠꾸러기라는 향간의 속설이 스쳐갔다.

[젠장 일단 먹고 볼까?]

허리야 돋아난 깜찍한 한 쌍의 검은 날개를 제외하면 기본적으로 서큐버스의 신체는 인간의 여성체와 다를 게 없었다. 아르셀라는 흥분된 낯으로 자고있는 몽마의 몸을 슬금슬금 더듬어 갔다.

[부 부드러워~]

몽마의 피부는 마치 우윳결처럼 곱고 부드러웠다. 아르셀라의 손이 몽마의 크고 모양좋은 젖가슴을 주물럭 거리다가 잘록한 허리를 지나 여체의 궁극적 신비를 향해 천천히 내려갔다.

[헉 헉 미치겠다.]
서큐버스의 몸은 그 자체로도 남성을 마성에 빠뜨리는 기이한 매력이 있었다. 결국 아르셀라는 참지 못하고 여체의 삼각지대를 발정난 개처럼 할짝이기 시작했다.


쩝 쩝

맛있다. 여자의 몸이란 이토록 맛있는 것이다. 여성 특유의 체취와 요염한 페로몬이 아르셀라의 이성을 반쯤 날아가게 강요하고 있었다.

"뭐해요?"

"쩝 쩝 에에?"

고개를 들자 서큐버스가 말똥 말똥한 눈으로 자신을 내려보고 있었다. 아르셀라는 순간 당황하여 할 말을 잊었다.

"아 그 그게.."

"아직 계약도 맺기 전인데 이러시면 곤란해요. 추가징수 들어갑니다."

서큐버스는 극히 사무적인 태도로 몸을 일으켰다. 아르셀라는 뭐라 할 말이 없어 머리만 긁적이고 있을 따름이었다.


"이름 아르셀라. 종족 드래곤. 나이 104세. 성별 남. 저를 불러내신 분 맞으신가요?"


"그 그래."

"풋 대가리에 피도 안마른 녀석이 벌써부터 서큐버스 소환인가요? 정말 엉큼하시군요."

서큐버스는 입을 가리고 살짝 그를 비웃었다. 순간 아르셀라의 머리에 열이 확 뻗친다.

"뭐 뭐야?! 나는 네년의 주인이 될 사람이다. 좀 더 예의를 갖추란 말이다!!"

"네네. 죄송합니다."

아르셀라의 분노에 서큐버스는 맥빠지게도 금새 고개를 조아리며 물러서는 것이었다. 그녀는 자신의 잠시 허리춤을 더듬더니 어디선가 하얀 양피지 종이를 꺼냈다.

"여기 계약서에요. 읽어보시고 서명하면 되요."

"흠 흠"

아르셀라는 근엄한 표정으로 계약서를 천천히 읽어나갔다.



계약자 - 아르셀라

피계약자 - 리노. 서큐버스.

계약 내용 - 리노는 아르셀라를 주인으로 모신다.

계약 조건 - 아르셀라는 매달 리노에게 마력 10vf를 공급한다.(수동징수) 또한 리노가 현계에 존속하기 위한 조건으로 혈액 2.4vf가 아르셀라의 몸에서 매주 자동으로 빠져나간다.

그 외 - 매 100년마다 계약의 갱신이 가능하다. 갱신기간 외 계약 파기시 아르셀라는 리노에게 혈액 240vf와 마력1000vf를 위약금으로 지불한다.(일시불)
리노가 계약을 파기할 때에는 아르셀라에게 다른 동료를 추천해 준다.(서큐버스) 추천된 동료는 첫 1년간 무료로 아르셀라에게 봉사해야 한다.



"으음.."

한번 계약을 맺으면 돌이킬 수 없다. 아르셀라는 계약 내용을 꼼꼼히 살펴보며 손익계산을 고민했다.

[계약 조건은 나름 괜찮은데 위약금이 끔찍하군. 혈액 240이면 출혈 과다로 죽을지도 모르고, 마력 1000vf? 내 마력을 다 끌어 모아도 900 좀 넘는데 1000을 어떻게 지불하나?]

아르셀라가 고민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자 서큐버스 리노가 설명을 덧붙였다.

"아르셀라님이 우리측과 처음 거래인 것을 감안해서 파격적인 조건으로 해 드렸습니다. 참, 마력은 성 관계로 보급해 주시면 감사하겠어요."

순간 아르셀라의 귀가 번쩍 뜨였다.

"뭐? 마력을 성관계로?"

"한번 성관계 후 질내사정을 하실 때마다 마력 0.5vf정도가 제 몸에 축적됩니다."

[커 커헉]

이건 생각지도 못한 보너스였다. 역시 서큐버스를 불러내길 잘했다! 아르셀라는 더 생각할 필요도 없이 계약서에 서명했다.

"호호 역시 화통하시네요. 앞으로 잘 부탁 드립니다 주인님~"

"헐헐. 나도 잘 부탁한다. 리노양."

아르셀라는 고개를 꾸벅 숙여보이는 리노를 흐뭇하게 바라봤다. 정확히 말하면 잘 빠진 리노의 몸매를. 벌써부터 그의 머리속엔 리노와의 침실에서의 꿈결같은 시간이 펼쳐지는 것이었다.

[아앙 주인님. 거긴 안돼요~]

[흐흐 좋으면서 뭘 그래? 이 음란한 암캐가.]

대부분의 경우 아르셀라의 망상은 끔찍한 고통과 함께 참담한 현실로 되돌려지는 결말을 나아왔다. 과거 퀴러스의 제자시절, 아르셀라가 입을 헤벌레 벌리고 망상을 할때마다 르나가 그의 머리통을 호되게 갈기며 한마디씩 던졌기 때문이다. 그 암담했던 시절, 아르셀라에게는 마음껏 망상을 할 자유조차 허락되지 않았다.

"주인님?"

"으 응?"

하지만 이제는 아니다. 그를 괴롭히던 르나는 이미 이곳에 없다. 이젠 얼마든지 자신의 뜻대로 망상을 실현해 볼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눈 앞에는 얼굴을 물음표를 띄운 귀여운 서큐버스 한마리가..

"헉 헉 헉! 일단 마력부터 줄게! 괘 괜찮지?"

"아하하 주인님도 참~ 전 이제 주인님의 종이에요. 어디까지나 주인님 좋으실 대로 하면 되는 거에요."

더이상의 인내를 기대하는건 무리였다. 아르셀라는 한마리 야수가 되어 리노를 향해 돌진해 갔다.

"주인님~ 너무 급해요. 좀 천천히.."

아르셀라는 여자경험이 많지 않았으므로 자제심이란게 별로 없었다. 앞뒤 가리지 않고 자신의 물건을 리노의 균열에 밀어 붙이자 맞닿은 부분에서 뻑뻑한 저항이 느껴졌다.

"으으 왜 안들어가?"

"젖지도 않았잖아요. 우웅.. 여자를 배려하지 않는 주인님은 싫어요~"

리노는 마치 보채는 아이를 달래듯 아르셀라의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아르셀라는 웬지 부끄러운 마음이 들었다.

[흠 나답지 않게 너무 급했군. 이래서는 영 애송이 같잖아.]

정신 바짝 차려야 한다. 지금 자신이 상대하고 있는 여자는 만만한 상대가 아닌 것이다. 남자의 정기를 빨아먹는 몽마 서큐버스. 자칫하면 명색이 주인님 이면서 낭패한 꼴을 당할지도 모른다.

아르셀라는 정신을 가다듬고 리노의 입구 주변을 페니스로 문질거렸다. 손으로는 리노의 젖가슴을 애무해 그녀의 성감을 자극한다.

"하응~ 주인님~ 기분좋아요."

역시 서큐버스라 그런지 느끼는 것도 빨랐다. 리노의 몸을 애무한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그녀의 균열은 벌써부터 음란한 꿀을 흘리고 있었다.

"헤헤 이제 獰楮? 들어오셔도 되요."

[아직은 아냐]

지금 이대로 넣어버리면 서큐버스보다 먼저 가버릴 지도 모른다. 어느정도 전희를 통해 서큐버스의 기력을 빼놓아야 하는 것이다. 아르셀라는 신중한 모습으로 리노의 몸 여기저기를 애무해갔다.

"아으~"

아르셀라의 손길에 자극당한 리노가 요염한 교성을 흘렸다. 우윳결 같은 피부가 보기좋게 물들어 복숭아 색이 되었다. 슬슬 때가 된 것인가?

"흐흐 이제 넣겠다."

"어서 주세요 주인님. 제 질에 주인님의 그 큰 자지를 넣어 주라구요~"

"오냐. 간다!"

아르셀라는 리노의 질에 자신의 물건을 조준하고 단숨에 관철했다. 쯔즈즉 하는 음란한 소리와 함께 드래곤 페니스가 서큐버스의 좁은 자궁 입구를 강하게 압박해 간다.

"꺄아아아앙~"

리노의 입에서 다급한 교성이 터져나왔다. 아르셀라의 거대한 물건은 남성의 정기를 빼먹는 음란한 몽마에게도 약간 부담스러웠던 것이다.

"너무커요 주인님. 조금만 천천히.."

"뭐? 천천히라고? 크흐흐 그럼 더 세게 해주지."

아르셀라의 입가에 짖궂은 미소가 감돈다. 그는 앙탈부리는 여자를 괴롭히는걸 좋아했기 때문에 리노의 부탁을 들어줄 리 없었다.

질퍽 질퍽

"아 아앙~ 으 으흣"

리노는 비명을 지르며 아르셀라의 등을 꼭 끌어안았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아르셀라의 움직임이 둔해질리는 없고, 오히려 아르셀라는 더욱 강하게 리노를 밀어붙여 그녀의 혼을 빼놓았다.

"아우 너무해요! 그렇게 세게 하시면 제가 주인님보다 먼저 가버린다구요!"

"흐흐 바라는 바다. 걱정말고 내 밑에서 마음껏 가버리라구!"

리노는 쾌락을 이기지 못하고 머리를 마구 내저었다.

"하앗~ 윽~ 아 안돼요! 전 주인님한테 봉사하는 입장인데 먼저 가버리면 면목이 없습니다."

"괜찮아 괜찮아. 나는 하렘왕이 될 사내다. 네가 아무리 서큐버스라지만 내 정력을 감당해 내기는 힘든 일이지. 네가 먼저 가는걸 너그러이 용서해 주마"

"우왕 주인님~ 너무 믿음직 스러워요. 그럼 전 걱정말고 주인님에게 몸을 맡길게요. 보내주세요~ 천국으로 절 보내주세요~~"

서큐버스가 아르셀라의 허리를 양 다리로 꽉 죄어왔다. 동시에 그녀의 질벽이 아르셀라의 물건을 무지막지하게 압박해 온다.

[헉 뭐 뭐야]

이건.. 참을수가 없다. 리노의 질은 마치 의지를 가진 생명체처럼 자신의 물건을 능수능란하게 조여오고 있었다. 아르셀라로서는 처음 느끼는 환상적인 쾌락이었다.

"어 어어어어어?!"

정신을 차릴 틈도 없이 아르셀라의 물건에서 그만 정액이 세어버렸다. 그리고 한번 새어버린 정액은 결코 멈추는 일 없이 꿀럭거리며 서큐버스의 자궁을 차곡차곡 채워갔다.

"에에? 설마 싸버리신 거에요?"

리노가 황홀경에 찬 얼굴로 아르셀라를 올려보았다. 확실히 그녀의 얼굴은 쾌락에 젖어있기는 했지만, 소위말하는 절정에 달한 표정은 결코 아니었다.

"잉 너무해요~ 저를 먼저 보내주신다고 했으면서 저보다 먼저 가버리면 어떻게 해요~ 헤헤. 그래도 정액 품질은 1등급 이네요."

[윽 빌어먹을!]

아르셀라는 자존심에 큰 상처를 받았다. 그렇게 큰소리를 탕탕 쳤는데 이런 비참한 꼴을 보이고야 말다니..

"젠장. 한번 더해!!"

아르셀라는 벌겋게 달아오른 얼굴로 리노의 몸을 거칠게 뒤집었다. 리노는 네발달린 짐승처럼 낮게 엎드려 아르셀라의 앞에 섹시한 엉덩이를 들어올렸다.

"호호 좋아요 주인님. 이번엔 확실히 절 보내주세야 해요~"

"큭.."

문답 무용이다. 아르셀라는 정액이 질질 흘러내리는 리노의 균열에 완전 회복한 자신의 물건을 거칠게 쑤셨다. 이 당돌한년
에게 주인님의 무서움을 뼛속 깊숙히 새겨줄 요량이었다.

"하아~ 주인님이 또 가득. 절 채워주세요. 주인님의 밀크로 절 엉망으로 만들어 주세요~"

서큐버스의 음란한 교성과 남자의 거친 신음소리가 던전 가득히 울려퍼진다. 바야흐로 2차전이 시작된 것이다. 참고로 위대한 하렘왕이 될 남자 아르셀라는 그날 열차례에 걸쳐 모든 정기를 빼앗긴 후에야 간신히 리노를 한번 가게할 수 있었다..

3. 하렘왕 출정식

며칠 후..

어둠계곡 외곽에 위치한 넓은 광장. 아르셀라는 자신이 만들어낸 수천마리의 군세를 앞에두고 연단에 서 있었다. 바야흐로 할렘왕의 첫 출정식이 거행되는 것이다.

"제군들! 나 아르셀라는 남자의 꿈을 이루기 위한 위대한 여정을 시작하고자 한다!"

아르셀라의 군대는 대부분이 지능이 떨어지는 키메라와 골렘, 지하고블린 따위였으므로 사실 그가 연설을 한다고 해서 이해할만한 놈들은 아니었다. 그래도 아르셀라는 비장감마저 감도는 어조로 자신의 비전을 늘어놓는 것이었다.

"나는 왕이 되고자 한다. 단순한 왕이 아니다. 세상에 군림하며 모든 여자들을 정복할 세글자, 할렘왕!이 되는 것이다!"

"와아~ 아르셀라님 멋져요!"

연단 뒷쪽에서 부관 리노가 박수를 치며 환호성을 보냈다.
정확히 말하자면 리노만 호응을 했다. 멍청한 마법 생명체들은 머리를 글쩍이며 딴청만 피울 따름이었다.

[크윽 이것들이..]

아르셀라의 비장한 얼굴이 곧 못마땅한 표정으로 변해갔다. 이 타이밍은 박수가 나올 타이밍인데 맞장구 쳐주는 이는 리노 하나가 아닌가? 지능이 떨어지는 군대들은 그렇다 쳐도 일부러 초청해 온 마을 사람들은..

"아니 근데 네놈들은 뭐하는 거야?!"

결국 아르셀라는 참지 못하고 광장 앞쪽에 자리잡은 귀빈석을 향해 호통을 쳤다. 그 곳에는 평균연령 80살의 노인들이 꾸벅 꾸벅 졸고 있었다.

"에엥? 무슨 말 했수?"

제일 오른쪽에 앉아있던 한 할머니가 귀를 긁적이며 되물어 온다. 아르셀라는 화를 억누르고 천천히 그들이 해야 할 행동을 지시했다.

"제가 방금 큰 뜻을 발표했는데 여러분은 그 태도가 멉니까? 박수치고 환호해야 하는 것 아닙니까?"

"으응?"

할머니는 말 뜻을 이해하지 못한 듯 고개를 갸우뚱 거렸다. 다른 노인들도 그건 마찬가지였다.

[아 빌어먹을..]

바람잡이로 노인들을 데려온게 큰 오산이었다. 이러서는 영 출정식 분위기가 나질 않는다.

"내 말 잘 들으십쇼. 제 뒤에 있는 리노 아가씨가 박수를 치면 박수를 치고 환호성을 지르면 같이 환호성을 지르시오."

"응 응 알것어~ 저 헐벗은 처자 하는데로 따라하면 되는거지?"

"헐헐 근데 밥은 언제 주는겨?"

"난 과자좀 달라구. 손주녀석 갖다줘야혀."

"...."

아르셀라는 속이 쓰렸다. 이 노인들은 70년전 처음 폴리모프를 배워 아이의 모습으로 마을에 놀러갔을때, 아르셀라와 놀아 줬던 애들인 것이다. 물론 스승 퀴러스에게 들켜 다신 마을에 갈 수는 없었지만, 그때의 추억은 남다른 감상으로 아르셀라에게 남아 있었다. 그래서 특별히 자신의 출정식에 초대(라기보단 납치)했는데 이 실망스런 반응은 대체 뭐란 말인가.

[왜 이렇게 일이 꼬이는 거지?]

대체 되는 일이 없다. 병사를 만들어 내는것도 던전 시설이 노후화 되어 생각보다 쉽지 않았고(원래 아르셀라의 계획대로라면 지금 모인 인원의 세배는 더 생산했어야 했다.) 부관이 될 서큐버스도 몇명 더 고용해야 했는데 빌어먹을 리노년이 너무 음란해서 그 생각도 포기해야 했다.(서큐버스를 더 늘리면 아르셀라의 정력이 남아나질 않는다.) 이런 형편에 출정식마저 이따구로 돌아가니 정말 끕끕해 지는 것이다.

[후우.. 대충 연설이나 끝마치자.]

들어주는 이는 리노 말고는 없었지만, 그래도 일단 시작한 이상 끝을 맺어야 했다. 아르셀라는 침울한 얼굴로 연설문을 계속 읽어내려갔다. 그의 목소리에서 좀전과 같은 힘은 느껴지지 않았다.

"나는 모르테스 왕국의 루스네 공주를 손에 넣을 것이다. 그리고 디엘 교단의 아카시아 성녀도 마찬가지로 내 것으로 만들 것이다. 대륙에서 가장 미녀로 이름높은 두명을 가져야만 비로소 할렘왕이라 할 수 있지 않겠는가? 제군들도 내 높은 야망에 동참해 주길 바란다. 이상."

"와아 아르셀라님 최고! 멋져요 할렘왕!"

노인들은 다시금 꾸벅 꾸벅 골아 떨어졌고.. 결국 박수를 쳐 주는 이는 리노 하나였다. 원래 할 말은 더 있었지만 아르셀라는 대충 이정도로 연설을 끝맺었다. 그리고 터덜 터덜 연단을 내려오려는데..

"아하하하 가소롭구나. 감히 루스네 공주님께 어따대고 그런 망발을 하느n!!"

"엣?"

아르셀라의 병사들 사이에서 웬 어린 소녀의 새된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르셀라는 당황하여 목소리의 주인공을 찾기위해 이리저리 시선을 돌렸다.

"어딜 보고 있는거야? 여기다 여기! 머리만 또라인 줄 알았는데 눈도 형편없이 나쁘군"

소녀는 아르셀라가 좀처럼 자신을 찾지 못하자 마구 손을 흔들어 자신을 어필했다. 그제서야 아르셀라는 소녀의 정체를 확인할 수 있었다.

[저건 또 뭐야?]

마법병사들 사이에서 검은 드레스를 입은 은발의 소녀가 접혀진 양산을 휘휘 돌리며 이쪽을 노려보고 있었다. 열 네살이나 되었을까? 멀리서 보기에도 꽤나 예쁘게 생겼지만.. 그보다 저 애는 누구지?

"어이 꼬마야. 여기서 뭘 하고 있는 거냐?"

"내가 할 말이다. 너야말로 대체 뭘 하고 있는거야?"

꽤나 당돌한 아이였다. 아르셀라는 뭐라고 대답해야 하나 잠시 고민끝에 일단 그녀의 물음에 답해줬다.

"나는 하렘왕이 되기 위한 위대한 정복전쟁을 일으키기에 앞서 출정식을 하고 있는 것이다. 여기는 너같은 애가 올 장소가 아니야."

"칫 웃기는군. 하렘왕이 뭐가 어쩌고 어째? 야! 너 돌았냐?"

"아니 근데 이년이 어따대고 반말이야?"

"흥 미친놈에게 차려줄 예의따윈 없다."

"...."

완전히 제정신이 아니다. 아르셀라는 저 애가 틀림없이 미쳤다고 생각했다. 수많은 마법 병사들이 둘러싼 가운데에서 그 주인을 도발하다니, 미친건가 아니면 어려서 철이 없는 건가?

"네가 아직 세상을 모르는 모양인데, 괜히 까불다가 큰 코 다치는 수가 있다. 후우.. 오늘은 역사적인 기념일이니 한번은 봐준다. 괜히 오빠 화나게 하지말고 어서 집에 돌아가렴~"

"오빠 좋아하네. 네 놈은 정신이 이상한 변태 아저씨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냐! 이런 오합지졸이나 잔뜩 뽑아놓고 전쟁을 일으킬 궁리나 하다니 기도 안찬다."

"오 오합지졸?"

아르셀라는 자신이 만들어낸 군대에 나름 자부심을 갖고 있었기 때문에 이런식의 모욕은 그의 심기를 매우 불편하게 했다.

"전쟁은 뭐 그렇다 쳐도, 감히 루스네 언니를 그런식으로 말한 건 도저히 참을수가 없다! 내 웬만해서 그냥 구경만 하고 가려고 했는데 안되겠어."

도저히 참을수가 없는건 오히려 이쪽이었다. 소녀의 당돌한 헛소리에 아르셀라의 그리 깊지 않은 인내심이 결국 바닥을 보이고야 말았다.

"하.. 이 미친년좀 보게? 오냐. 죽고싶다고 용을 쓰는데 마다할 필요는 없지. 오늘이 네 제삿... 어어엇?!!"

콰아아앙

순간 소녀의 주위에서 하얀 빛이 터져나왔다. 굉음과 함께 소녀 주변의 지반이 뭉게져 나간다. 아르셀라는 대체 정신을 차릴수가 없었다.

[뭐야? 무슨일이지?]

잠시 후 빛과 연기가 사라지고 그 가운데서 검은 소녀의 모습이 점차 모습을 드러냈다. 그녀는 당당한 자세로 아르셀라를 향해 양산을 겨누고 있었다.

"역시 오합지졸이 맞잖아. 잠시 기합을 넣은 것 정도로.. 헤헤 흔적도 없이 날아가 버렸네? 이정도라면 다 정리하는데 세시간도 안걸리겠어."

[커컥..]

그제서야 아르셀라는 사태를 어느정도 파악할 수 있었다. 소녀를 중심으로 주위 30m 안에 빽빽히 들어서 있던 마법골렘들이 완전히 맛이 간 몰골로 처참히 널부러져 버린 것이다. 애써 만들어낸 병사들이 허무하게 부서진 것도 가슴이 쓰라렸지만 그보단 정체를 알 수 없는 소녀의 강함이 그를 불안하게 했다.

"아르셀라님.."

리노도 아르셀라와 마찬가지 심정인지 약간 겁에 질린 표정으로 그의 옆에 찰싹 붙어오는 것이었다. 반면 노인 방청객들은 무언가 또 재미있는 공연이 시작映립?하고 흥미롭게 소녀와 아르셀라를 주시하고 있었다.

"너 너는 누구냐?"

"알아서 뭐하게?"

콰아앙

또 날아갔다. 소녀가 양산을 휘두른 전방 10m안에 멀쩡한 마법 병사는 단 한기도 없었다.

"제 젠장!"

긴급 상황 발생이다. 아르셀라의 중요한 출정식은 갑자기 나타난 정체불명의 미소녀에 의해 난장판이 되고 말았다. 아르셀라는 어떻게 상황을 수습해야 할지 감이 잘 오지 않았다.

콰아아앙

하지만 아르셀라가 고민하는 사이 다수의 병사들이 소녀의 손에 또 희생되고 말았다. 더 이상 지체할 수는 없다. 아르셀라는 급히 마법을 캐스팅 해서 소녀에게 퍼붓기 시작했다.

"플레임 버스터!"

화르르륵

아르셀라의 손에서 엄청난 크기의 불덩이가 생성되어 소녀를 향해 쏟아져 내려간다. 금방이라도 저 무지막지한 불길이 소녀를 태워버릴 것만 같은 절체절명의 순간이었다.

"어라?"

하지만 소녀는 이런 위기상황에도 느긋한 기색으로 천천히 아르셀라를 향해 걸어오는 것이었다. 소녀는 심지어 최소한의 방어동작조차 취하지 않았다.

"야 위험해!"

보다 못한 아르셀라가 큰 소리로 그녀에게 위험을 일깨웠다. 당연히 막거나 피할 줄 알았는데 이 반응은 뭐란 말인가? 첫 출정식 부터 사람을 죽이면, 그것도 어린 여자아이를 죽이면 재수가 없다.

하지만 아르셀라의 외침에도 소녀는 태연자악했다. 그리고 잠시후..

화르르르

[아 안타깝군.]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이것도 저 소녀의 운명인 것을.. 가슴아파 해서는 안된다. 하렘왕이 되는데에 다소의 희생은 피할 수 없는 것이다.

"컥 뭐야?!"

그렇지만 아르셀라의 애도는 곧 경악으로 뒤바꼈다. 분명 재만 남았어야 할 마법의 직격지점에 멀쩡히 서있는 소녀의 모습을 발견한 것이다. 정말 놀라운 건 소녀의 주변은 화염마법에 의해 완전히 타버렸다는 것이다. 쉽게말해 마법이 소녀의 몸만 비껴갔다?

"좀 더 센거 해봐. 이건 간지럽지도 않은걸? 쿡쿡."

"이 요망한 것! 어디죽어봐라!"

아르셀라는 스멀 스멀 밀려드는 불안감을 지워버리기 위해 소녀를 향해 마법을 난사했다. 하지만 6서클의 라이트닝, 7서클의 아이스 팽, 심저어 8서클의 무시무시한 화염계 마법 헬 파이어도 소녀의 옷깃 하나 다치게 하지 못했다.

[마법 면역..]

아르셀라의 머리에 과거 스승에게 들은 한 단어가 스쳐갔다. 퀴러스가 마법사에게 가장 위험한 존재중 하나로 꼽은게 바로 마법면역체였다.

[극히 낮은 확률로 자연계에는 마법이라는 이치에 절대적으로 면역된 생명체가 태어나기도 한다. 그것은 길가의 잡초가 될수도 있고 토끼나 사슴같은 초식동물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일단 인간에게 위협이 되는 짐승, 즉 사자 이상의 존재에게 마법면역체가 발현되고 그것이 우리의 적이 된다면 대단히 위험한 것이다. 이들에게는 절대로 마법이 통하지 않는다. 최악의 경우를 가정하자면, 물론 그럴일은 없겠지만 마스터급 이상의 검사가 마법 면역체를 달고나오면 그건 모든 마법사에게 악몽과도 같은 최악의 적이 된다고 볼 수 있지.]

"말도안되! 설마 마법 면역체라구?! 왜 하필 저런 녀석이 나타난 거야?"

소녀의 작은 몸이 점점 연단에 선 자신에게 가까워 오자 아르셀라는 극도의 공포에 사로잡혔다. 스승이 말한 그 최악의 적이 바로 눈앞에 나타난 것이다. 마법이 전혀 통하지 않는다. 대체 어디서 저런 괴물이 나타난 것인가? 자신의 헛된 꿈을 벌주기 위해 신이 내려보낸 사자인가?

"주 주인님 진정하세요."

"너라면 이 상황에 진정 하겠냐?"

최악이다. 마법이 통하지 않는 저 어린 괴물을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아르셀라는 저 소녀를 막을 방도를 찾기 위해 필사적으로 머리를 굴려댔다. 생각을 하자. 생각을 해야 한다.



[정말이지 어쩌다 이런 일에 휘말린 걸까?]


아르셀라의 헛된 야망을 쳐부수기 위해 자리를 박차고 나온 이 은발의 소녀, 세이키 아스모데는 속으로 자신의 처지를 한탄했다. 그녀는 단순히 루스네의 부탁으로 어둠계곡에 금포도를 따러 왔을 뿐이었다. 중간에 마법병사들이 많이 모여있는 걸 발견하고 잠깐 구경하던 중인데 왜 쓸데없이 소란을 일으켜야 하는가?

[저 변태아저씨의 더러운 입에서 루스네 이야기만 안나왔다면 그냥 넘어갔을텐데 흥]

루스네. 자신과 계약을 맺은 인간 소녀의 이름이다. 그리고 둘도없이 소중한 언니이자 친구.. 그녀에게 해를 끼치는 자는 절대 용서할 수 없다.

"각오하시지 이 정신병자야! 이제 넌 죽었어!"

세이키의 양산이 아르셀라의 코앞까지 다가왔다. 아르셀라는 어쩔 줄 모르고 식은땀만 흘리고 있을 뿐이었다.

"자 잠깐만요. 이러지마세요. 대화로 해결할 수도 있잖아요! 왜 폭력을 휘두르고 그러세요?"

아르셀라가 반쯤 넋이 나가 떨고만 있자 리노가 급히 그녀의 앞을 막아섰다.

"흥! 정신병자와 나눌 대화 따위는 없다구. 어서 비켜. 너도 혼나고 싶은거야?"

"네 맞아요. 주인님은 정신병자에요. 하지만 저는 정신병자가 아니니 저랑은 대화를 할 수 있잖아요."

"그 그런가?"

리노의 말에 세이키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러고 보니 리노의 몸에서 친근한 마족의 냄새가 난다.

"일단 통성명이나 하죠. 저는 아르셀라님과 계약을 맺은 서큐버스 리노라고 해요."

"너도 마족이었구나? 난 세이키 아스모데. 모르테스 왕국의 루스네 공주와 계약을 맺었지. 그러니까 저 변태아저씨의 망언은 참을수가 없는거야!"

[아스모데?]

서큐버스들은 마족의 갈래로 분류되기는 하지만 엄밀하게 말해 마계와는 그다지 상관이 없었다. 그녀들은 인간들의 정신계에 주로 기거하는 몽마인 것이다. 따라서 진성 마족들에 관한 지식은 거의 없는 편이었다.

하지만 그런 서큐버스 리노라도 아스모데라는 이름은 모를 수가 없었다. 아스모데라면 틀림없이 마계의 일곱 군주중 하나가 아닌가? 그 성을 이었다면 이 아이는 아스모데의 혈육인 것인가?

"호호 설마 아스모데님의 자녀이신가요? 인간세에는 어쩐일로 오셨는지.."

리노의 말을 듣고 세이키의 예쁜 얼굴이 살짝 흐려졌다. 아무 죄 없이 마계에서 추방당한 3년전 자신의 아픈 과거가 떠올랐기 때문이다.

"흐 흥. 알아서 뭐하게. 그것보다 빨리 비키란 말야."

"저는 주인을 지켜야 할 의무가 있기 때문에 그럴수는 없습니다. 세이키님도 루스네님을 위해서라면 저와 같이 행동할 것이잖아요."

"그건 네 사정이지."

세이키는 냉랭한 어조로 말을 잘랐다. 그녀의 몸에서 무시무시한 투기가 피어오른다.

"부디 자비를 베풀어 주세요. 정신이 이상한 사람에게 어떻게 죄를 물을 수 있겠나요?"

"그런거 몰라! 어서 비켜!"

"제발 봐주세여~ 우린 다 같은 마족이잖아요."

"죽이지는 않을테니까 비키란 말야. 네 얼굴을 봐서 저 방정맞은 입을 찢어놓는 정도로 봐주겠어."

그녀들이 옥신각신 하는 사이 얼이 빠져 있던 아르셀라가 서서히 제정신으로 돌아왔다. 그의 시야에 자신을 위해 저 무서운 은색 소녀를 막아선 리노의 가녀린 등이 들어왔다.

[...이게 무슨 꼴인가]

용서할 수 없다. 저 세이키인가 하는 소녀를 용서할 수 없는게 아니라, 자신의 나약함을 용서할 수 없었다.

[이러고도 하렘왕이 되겠다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단 말인가?]

이건 아니다. 하렘왕은 고작 그런 나약한 존재가 아니다. 모든 여자를 포용할 대범함과 강인함을 지닌, 모든 남자의 이상이 바로 하렘왕인 것이다. 이렇게 떨고만 있다면, 결코 하렘왕은 될 수 없다!!

"크아아아아!!!!"

아르셀라의 입에서 천지를 뒤흔드는 용의 분노가 터져나왔다. 좌중을 압도하는 엄청난 박력과 투기가 아르셀라의 몸을 중심으로 폭풍처럼 휘몰아 친다.

"꺄악?!"

"에구머니.."

용의 분노. 땅을 딛고 살아가는 지상의 생명체라면 그 누구도 드래곤에 대한 본능적인 두려움을 버릴 수가 없다. 드래곤이야 말로 신에 가까운 지성과 마력을 가진 최강의 몬스터가 아니던가? 아르셀라가 발출한 "드래곤 피어"는 바로 이 본능적인 두려움을 극대화 시켜 모두의 넋을 빼놓았다.

가장 강하게 영향을 받은건 아르셀라의 가까이에 있던 서큐버스 리노였다. 그녀는 외마디 비명을 마지막으로 그대로 혼절해 버렸다. 광장에 모여있던 다른 생명체들도 예외는 아니어서 노인방청객들도 다 정신을 잃었고 마법 병사들 중 어느정도 지성을 가진 지하고블린들도 바닥에 무릎을 꿇고 켁켁대며 두려움에 떨고 있었다. 이곳에서 유일하게 제정신을 유지하고 있는 존재는 오직 한사람 뿐이었다.
4. 세이키의 위기

Lord of the sex dragon, aercella

"이제 좀 해볼맘이 생긴거야?"

세이키는 양산을 꼭 붙잡고 아르셀라를 매섭게 노려봤다. 좀 전 리노와 옥신각신할때 보여줬던 산만한 분위기는 완전히 사라져 있었다. 그녀의 주변에선 한 자루의 명검과도 같은 날카롭게 절제된 투기가 용의 분노에 대항해 강하게 일렁였다.

"너에게 하렘왕의 공포를 뼈저리게 새겨 주마! 잠시 후면 네년은 내 밑에 깔려 쾌락과 참회의 뜨거운 눈물을 흘리게 될 것이다."

"흥. 얼마든지 해보시지. 밑에 깔려 쾌락과 참회의 눈물을 흘리는건 내가 아니라 바로 너라구!"

만약 세이키가 아르셀라의 말을 제대로 이해했다면 이런 대답은 하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그녀는 아르셀라의 질나쁜 음담을 이해하기에는 너무 순수했다. 그녀는 나름 아르셀라의 말을 되받아 친다고 생각했지만 실은 아르셀라의 말에 놀아난 꼴이 되고 말았다.

"흐흐 기승위도 괜찮긴 하지. 가라 데스나이트!"
"
에에?"

순간 공중에서 검은 그림자가 세이키를 향해 덥쳐들었다. 세이키는 기승위라는 말에 대한 의미를 생각하느라 자칫하면 그림자의 공격을 피하지 못할 뻔 했다.

"너어! 비겁하게 부하 뒤에 숨을 셈이냐?"

세이키는 화가 났다. 자신과 진검승부라도 볼 마냥 큰소리 치던 아르셀라가 아주 뻔뻔스럽게 자신의 부하를 내세운 것이다. 하지만 아르셀라는 태연한 기색이었다.

"왕은 그토록 가볍게 움직여서는 안된다. 너같이 건방진 꼬마애를 상대하는 일에 궂이 나설 필요는 없지. 너정도는 내 부하로도 충분하다."

"뭐야? 무서우면 무섭다고 정직하게 말하라구.. 히익!"

세이키가 있던 바닥에 거대한 검상이 새겨진다. 세이키는 이번에도 간발의 차로 공격을 피해내고 멀찌기 후퇴해 숨을 골랐다.

[저것은.. 만만한 상대가 아냐.]

아르셀라가 불러낸 데스나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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