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흐흐흑.. 흐흑.. " 서수도 엘·사루딘의 중앙궁 회의실. 수십명의 건장한 사내들과 땅바닥에 주저 앉아서 흐느끼는 여인. 그리고 그녀를 호위하듯 뒤에 서있는 거대한 체구의 남자.
이 곳에 모인 모든 자들은 반왕맹의 군사, 테이의 죽음을 애도하고 있었다. 반왕맹을 창궐한 주인공, 간부들은 맹주의 뒤의 테이가 있다는 것을 어렴풋이 알고 있었기에, 그의 죽음은 반왕맹에게 있어 군사의 죽음이라는 의미 보다 훨씬 크게 다가왔다.
" 으음.. 맹주, 고정하시지요. " 애석함을 가득 담고 있는 반왕맹의 카를로스. 그는 이번 전투에서 큰 공을 세워 맹의 서군 총사령관으로 승격했다. 성을 완전히 함락시키고 전사들을 새로 전열한다음에야 알아차린 테이의 죽음.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 모르지만, 구멍이 뚫려버린 성벽에서 발견한 테이의 반지가 매인 주인 없는 손목과, 그의 상징이었던 검고 둔탁한 비도들. 시체를 확인하진 못했지만, 조사 결과 테이가 확실하다는 결론이 내려졌다.
때문에 부랴부랴 치러지게 된 테이의 장례식. 그 곳에서 에실리아는 맹주가 군사를 잃은 것에 슬퍼한다기 보다는 연인의 죽음에 슬퍼하는 모습으로 보였다. 자신의 말에 꿈쩍도 하지 않고 슬퍼하는 맹주를 뒤에 두고, 다른 부대장들과 함께 중앙 회의실을 빠져나왔다.
" 으음, 군사가 돌아가셨으니... 앞으로가 큰 일 이외다. "
" 그러게나 말이오.. 모든 작전은 군사의 머리에서 나온 것인데... "
" 사건에 대한 조사는, 잘 되어가고 있는 것이오? " 천천히 나오던 눈매가 날카로운 노인, 북부 반왕맹의 2인자 레암 키레노스가 다소 거만한 말투로 물었다. 서부의 부대장들은 울컥했지만, 대놓고 반발 할 수는 없었다. 반왕맹의 군사겸, 서부 총사령관 이었던 테이가 사망한 지금, 반왕맹 전체에서 레암은 카를로스에 이어 서열 4위가 된 것이다. 실제로 북부에서의 성과는 서부에 비할 바가 되지 않았지만, 앞으로는 상황이 역전될 수도 있는 것이다.
" 물론입니다.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건지... " 아무도 입을 열지 않고 우물쭈물 거리자, 가장 먼저 회의실을 빠져나온 카를로스가 레암의 말을 받았다. 그를 못마땅하듯이 쳐다보는 레암.
" 흐으음.... 이 상황에서라면... 테이 군사가 없는 시점에서의 맹주라면, 별 가치가 없지 않겠소 ? " 그가 가슴을 펴면서, 주위를 둘러보며 말했다.
" 음. 드디어 얘기를 꺼낸 것인가. " 순간 눈 앞이 아찔해진 카를로스. 실제로 에실리아의 맹주 자리는 테이의 권유로 인한 명예직. 테이가 사망한 이 상황에서 맹주의 권위는 완전히 상실, 나쁘게 말하자면 효용가치가 없는 것이다. 이 문제가 불거지면 반왕맹 전체에서 혼란이 일어날 것이다. 맹주의 자리를 노리는 자들이 수두룩한 시점에서, 에실리아는 벌써 몇시간째 테이의 관 앞에서 울고 있었다.
" 그게 무슨 소리요, 맹주님은... " 카를로스가 정신을 수습하며 말을 꺼내려 했지만, 좌중이 벌써 왁자지껄 소란이 일어나고 있었다.
" 확실히, 에실리아님이 계속 맹주자리에 계시기는 좀.. 그렇지요 ! "
" 맞습니다. 테이 군사님 께서 돌아가신 이 상황에서, 맹주의 자리는 좀더 판별력 있고, 지도록 있는 분께서 하셔야.. "
" 허허, 내가 하고 싶은 얘기를 꼭 집어 하시는 구려. " 한 번 봇물이 터진 화제는 더 이상 수습하기 어려울 정도까지 진행되어 버렸다. 지금 당장 맹주자리를 이양하자는 얘기도 나왔고, 벌써부터 후보들을 거론하는 부대장들도 있었다.
" 큼, 크흠 ! 이, 이보... " 현재 이 자리에서 서열 만으로는 가장 높은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카를로스 였지만, 그의 나이가 그의 직위에 비해서 적다는 점과, 그의 지지 세력이 부족하다는 점에서 그의 말은 큰 힘이 되질 못했다. 점점 흥분하는 사람들, 그 소란 사이로 고음의 가냘픈 목소리가 들렸다.
" .... 확실히.. 테이가 죽은 지금, 저에게는 더 이상 반왕맹의 맹주자리를 맡을 명분이 없지요. "
좌중의 눈이 모두 회의실의 입구로 향했다. 그 곳에서는 창백한 모습의, 눈물을 닦고 있는 에실리아가 있었다. 억울함이 담겨서일까, 입술을 파르르 떨고 있었지만, 곧 그녀의 처지를 수긍했다. 참담해지는 카를로스. 그는 자신이 더 이상 맹주의 편이 되주지 못한다는 생각에 고개를 떨궜다.
" 이 시간부로, 반왕맹의 맹주는 다른 사람이 되어야 하겠지요. 사흘 후 아침 10시경, 새로운 맹주를 선출하겠으니, 모든 분께서는 이 사실을 반왕맹 전체에 알려주시기 바랍니다. "
굳은 의지가 서린 그녀의 눈, 그녀를 끌어내리려 하던 다른 부대장들도 그녀의 눈을 감히 마주치지 못했다. 그러나 레암의 얼굴에는 회심의 미소가 서렸다.
반왕맹의 수뇌부가 모인 자리에서 발표 된 사실, 그로 인해 반왕맹 전체의 전사들이 술렁였다. 첫째는 반왕맹의 군사 테이의 죽음. 그의 죽음은 전 반왕맹의 일원들의 사기를 떨어뜨렸다. 그가 있기에 정규군과도 싸워볼 만 하다고 생각했던 전사들이 대부분이었기에, 이 소문의 파동은 꽤나 컸다. 그리고 두 번째의 공고, 반왕맹주의 교체. 현 반왕맹주는 군사 테이가 억지로 임명시킨 것이였기에, 다들 수긍하는 눈치였다. 그러나 생각있는 조장, 대장 들은 각자 희망이 있는 후보들의 뒤에 줄을 서느라 바빠졌다.
드디어 선거 당일날, 전 반왕맹주 에실리아는 사루딘의 중앙성에서 묵었고, 그 사이에 출현한 유력한 후보들은 세명 정도였다.
가장 유력한 후보는, 역시 북부 반왕맹의 지도자, 론·바탈 이었다. 전직 특급 용병 출신으로 거대 용병단을 이끌고 있던 그는, 서부 반왕맹이 창설되자마자, 합류하면서 용맹을 떨쳤다. 그와 레암이 이끄는 반왕맹도의 수가 꽤나 많았기에 가장 유력시 되는 후보였다.
두 번째는, 서부 반왕맹 제일의 전사, 카를로스 였다. 한결같은 충성과, 날카로운 검으로 테이의 작전을 한번도 실패한적 없는 명장. 그의 세력은 미미했지만, 상당수의 전사들이 그의 용맹과 의리를 칭송했다. 자신은 극구 사양했지만, 에실리아를 따르던 무리들은 그를 적극 지원했다.
마지막의 후보는 루이 라고만 알려진 존재. 그는 부대가 없이 개인적으로 활동하는 존재였으나, 그의 능력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라 했다. 혼자서 수십명을 도륙한다고도 했으나, 상부의 논공에는 별 관심이 없다고 했다. 그와 한번이라도 마주친 자들은 너나 할 것 없이 그의 실력을 최고로 뽑았다. 무엇보다 그를 적극 지원한 것은 이마에 x자의 흉터가 난 제 3조 조장을 비롯한 몇몇 조장급들이었다. 결코 가볍게 볼 수 없는 조장들이 입을 모아 그를 추천하자, 반왕맹의 대부분이 루이라는 자에게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선거 당일 날, 사루딘의 곳곳에서는 평소의 수 배가 넘는 용병들이 자신있게 활보했으며, 인상이 험악한 사내들이 주점을 가득 메우고 있었다. 시민들은 반왕맹이라는 비정규 조직에 대해 수근거렸다. 비록 귀족들의 횡포와 압박에서 벗어날 수는 있었지만, 아무도 자신의 집 앞을 거대한 칼을 메고 돌아다니는 자들을 환영하지는 않았다. 수십 명의 대장, 부대장급, 조장과 부조장들까지 모두 중앙궁에 모이자, 열기와 흉흉함이 성을 가득 메웠다. 암중으로 자신이 선택한 후보가 뽑히기를 바라는 자들이었기에, 같은 맹도 임에도 불구하고 노려보거나 욕을 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물론, 칼부림은 일어나지 않았다.
긴장으로 가득 찬 회의실. 몇몇 후보들과 에실리아, 그리고 엄중하게 뽑힌 추첨관들이 모여서 결과를 확인했다. 그리고 잠시 후, 에실리아는 좌중의 앞에 조용히 나갔다.
" ... 추첨의 결과를 발표하겠습니다. 저 전 반왕맹주 에실리아는 지금 이 자리에서 맹주의 직위에서 물러남을 선포하며, 다음.... 다음 반왕맹주는..... " 루이 "입니다 !! "
" 우와와와와 !!! "
" 뭐, 뭐라고?! "
" 웃기지 마라 !!!! "
" 인정할 수 없다, 네놈들 !! " 금새 성의 내부는 아수라장이 되었다. 급히 뛰어나온 다른 후보들의 제지가 없었더라면 한바탕 살육이 일어났을 분위기였다. 가장 당황한 자는 역시 론·바탈과 레암, 그들은 자신들이 뽑힐 거라 굳게 믿고 있었기에, 얼굴이 붉어져 있었다. 카를로스는 별다른 표정의 변화가 없었으나, 그의 뒤를 지원하던 다른 반왕맹의 원로들이 오히려 더 당황했다. 시종일관 무표정, 냉막한 표정을 일관하고 있던 검은 머리의 장신의 사내, 루이의 눈이 반짝인다. 그의 뒤에서 회심의 미소를 짓고 있는 x자 흉터의 사내, 3조 조장이 서 있었다.
" 흐으음.. 누군가, 우리의 계획을 의도적으로 방해 하구 있다는 건가. "
" 나름대로 신경쓴 계획이었는데.. 자칫하면 물거품이 되버릴 수도 있겠습니다. 내 참.. "
" 반왕맹을 선동해서 소란을 일으키고.. 우리의 시선을 남부에서 멀어지게 하고 있어.. "
" 의도적인 것일까요. 우연일 뿐일까요. "
" 그런 것은 중요하지 않아, 어찌되었든 우리의 계획에 차질이 생기고 있다는 것이 문제지. "
" ... 후후, 제가 나서야 겠군요. "
" 현재 나는 그 쪽에 신경쓸 겨를이 없네. "
" 아하하, 걱정 마십시오. 제가 다.... 깨끗하게 처리를 하겠습니다. 훗. "
죠커와 은사자, 발킴이 예의 그 어두운 공간속에서 만나고, 헤어졌다. 시간과 공간을 초월해서 이어지는 이 공간, 최상위 마족들만이 열수 있다는 무차원 공간이라 불리는 곳이었다.
따스한 햇살과 약간 차가운 바람이 불고 있는 제국 남부의 니쿤 공작의 영지. 성이라고 불러도 무방할 거대한 저택의 집무실에서 시가를 빨고 있는 헤야스 니쿤 공작.
" 흐으음.. 이제야 반왕맹을 움직이기가 조금 쉽겠군. 누군지 몰라도.. 테이를 공개석상에서 뭉개버린 것은 참 잘한 짓이야. "
깨알같은 글씨로 메꿔진 전문을 흡족한 표정으로 읽고 있는 니쿤 공작. 제국의 실세라 불리는 4대 공작 중, 개인적으로는 가장 많은 사병을 다스리고, 와해된 어쎄신 크로스를 어떤 방법인지는 모르지만, 자신의 것으로 소유하고 있는 남부의 늑대. 그자가 현재 제국의 혼란을 야기하는 모든 소동의 주인공인 것이다.
" 이 보고대로라면.. 이 정도의 능력을 가진 자들은.. 역시 "그들" 뿐인건가. 이것 참.. 새삼스럽게 겁나는군, 후후. "
깊히 빨아들인 시가의 향을 한껏 즐기며 내뿜는 니쿤 공작. 온몸이 나른해지는 것을 느꼈다.
콰쾅 !!! 크아아악! 커억!
갑자기 들려오는 소음, 인상을 찌푸린 니쿤 공작은 창문 밖을 내다보았다. 그리고 떠오른 경악. 철통같은 경비로 수천의 군대가 와도 몇일은 버틸 수 있다던 그의 저택의 성문이 조각조각 나서 흩어져 있었고, 수십명의 경비대가 쓰러져 있었다. 선혈이 낭자한 그 곳에서 고고히 서있는 한남자. 푸른색의 머릿결을 한손으로 넘긴 그는 고개를 살짝 들어 정확히 3층 집무실의 창문에 서 있는 니쿤 공작과 눈이 마주쳤다.
찌릿 - . 시가를 떨어뜨린 줄도 모르는 니쿤 공작. 자신을 바라보는 사내의 눈에서 아득한 절망과 공포를 느꼈다.
슈슉. 순간 그 사내가 사라졌다.
" 허억.. 허억.. 새, 생각 이상이로군. " 한숨 돌리는 니쿤 공작. 그의 등뒤로 낮은 소음이 들려온다. 끼이이익...
천천히 고개를 돌리는 니쿤 공작의 망막에 거대한 낫을 어깨에 짊어진 예의 그 사내가 한없이 잔인한 웃음을 짓고 있는 것이 보였다.
" 후후, 안녕하십니까. 공.작.님. "
" ... 으음.. 예의가 없는 친구로구먼. " 후들거리는 다리에 힘을 주고, 집고 있던 창문틀에서 손을 떼고 그를 노려보았다. 의외라는 눈빛인 사내. 꽤나 강한 남자로군. 죠커는 고개를 갸웃 거리면서 방으로 들어왔다. 흠칫 !!
죠커가 방으로 한발을 내딛자 마자 방 전체에 살기가 감돌았다. 우우웅... 날카로운 살기에 못이겨, 방안의 공기가 요동치고 있었다. 묘하게 인상을 찡그린 죠커. 그는 내딛었던 발을 다시 방 밖으로 수습했다. 그러자 깨끗이 사라지는 살기.
" 호오.. 어느 분께서 쥐새끼처럼 이 곳에 숨어 계신건가요? "
" 커, 커험! 말 조심 하게, 자네. 아무리 자네가... " 공작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어깨의 거대한 낫을 문밖에서 크게 휘두르는 죠커. 공작은 어리둥절 했지만, 곧 방안이 뿌옇게 되면서 안개가 모여 누군가의 형체로 뭉쳐지는 것을 보았다. 그 순간 터지는 폭발음. 콰콰광 !! 공작의 자랑인 아름다운 저택의 3층 전체가 폭발해버렸다. 기겁하는 자택 내의 사람들. 불길과 연기 속으로 누군가가 가볍게 뛰어내리는 것을 보았다.
연기에 그을려서 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니쿤 공작과 그를 안고 뛰어내린 붉은 머리가 허리까지 내려와 출렁거리는 아름다운 여자. 그리고 폭발현장에서 잘생긴 얼굴에 인상을 가득 쓰고 그들을 바라보는 죠커.
" 아, 하하.. 어이가 없군요. 도대체 누가... 누가 우리의 계획을 이렇게까지나 파악하고 계실까 했건만.. " 죠커가 말을 끊자, 공작을 바닥에 앉히고 진정시키던 붉은 머리의 여자가 잔뜩 긴장했다.
" 잔뜩 쫄아버려서 꼬리를 내리고 대륙의 끝으로 숨어버린, 도마뱀 새끼가 개입한 거였나. ??.. " 울컥!
" 어이가 없군, 봉신의 서약이 깨어지지도 않았거늘. 어째서 지하세계의 검둥이들이 인간계에서 활보하고 다니는거지? "
" .... 크크크... 크큭... 크하하하하 !! " 허리춤에 손을 올려놓은 죠커가 큰 소리로 웃자 저택 전체가 울렸다. 몇몇 사람들은 귀에서 피를 쏟아내며 주저앉았다. 하지만 공작과 붉은 머리의 여자, 레드 드래곤 루이사 칼론의 주위는 황금빛의 막이 빛나서 피해가 없었다.
" ... 네 놈, 아니 네 년이라고 해야 되는건가, 크?.... 정녕 겁을 상실한 게로군아. " 죠커의 눈이 머리와 같은 은은한 푸른빛을 띄기 시작했다. 슈와아아... 평범한 인간의 눈에는 보이지 않는 거대한 마나의 파동이 그의 주위로 넘실거리고 있었다.
이를 악무는 드래곤, 루이사. 그녀는 실제로 태어난지 2000년이 갓 넘은 웜급이었다. 최고위 마족인 죠커를 상대하기에는 역부족. 종족의 어른들에게 사념파를 보냈지만, 그들이 바로 날아오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그녀의 주위로 붉은 빛의 덩어리 5, 6개가 빙글빙글 돌기 시작했다. 푸앗, 동시에 서 있던 자리에서 사라진 두 존재. 구석에 숨어서 그들을 지켜보던 공작과 사람들은 그들의 행동을 따라잡을 정도로 시력이 좋지 못했다.
순간 허공에서 퍼퍼벙 하며 작은 폭발이 있었다. 다시 모습을 드러낸 두 존재. 저택의 꼭대기에 가볍게 내려앉은 깔끔한 죠커의 모습과는 대조적으로 루이사의 모습은 낭패스러웠다. 몸에 달라붙은 붉은 빛의 타이즈의 곳곳이 찢어져 그녀의 머리색과 대비되어 더욱더 빛나고 있는 백옥같은 살결이 보였다. 하지만 전혀 개의치 않는 그녀. 그녀가 가볍게 손가락을 튕긴다.
딱! 슈우우우.. 콰광 !! 별다른 마법 시동어도 없었지만 죠커가 있던 지붕이 날아가버렸다. 그녀는 망설이지 않고 몸을 날렸다. 콰직! 그녀가 서 있던 곳이 이번에는 완전히 잘려져 버렸다.
" 크크, 도마뱀이 아니라 쥐새끼였던 건가. 숨기도 잘하고∼ 피하는 것도 일품인걸. 크큭. " 평소 깔끔하고 신사적이였던 그의 모습과는 달리, 전신이 푸른 빛으로 빛나고 있는 그의 모습에서는 귀기스러움이 보였다. 그의 키보다 더 큰 3미터에 달하는 거대한 낫을 전혀 무리없이 휘두르는 그는 공포라는 감정이 현신한 듯 했다.
" 프레임 버스트. 파이어 월. 킵 더 스텝. " 허공을 날아다니는 그녀의 입에서 작은 시동어를 중얼 거리자, 죠커의 주위로 거대한 불의 구가 퍽하고 생성되더니 그에게 덥쳐들었다. 그리고 그가 미처 피하기도 전에 그의 주위를 감싸는 불의 벽. 그리고 그가 서 있던 벽돌의 잔해에서 진흙의 손이 튀어나와 그의 발목을 잡는다. 온통 불로 뒤덮힌 죠커. 퍼펑, 콰곽 !!
소름 끼치는 소리가 터져나오고 다들 기대하는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아름다운 나무들이 가득했던 정원은 완전히 폐허가 되어있었고 그 중심에서 타고 있는 대지. 연기가 어느 정도 걷히자 아무런 피해도 입지 않은 죠커가 손바닥으로 얼굴을 부치고 있었다.
" 흐으.. 꽤나 화끈한걸, 난 땀에 젖는걸 별로 좋아하지 않는데 말이야.. 크큭. 우리... 화끈하게 놀아보자구. " 그가 부쳐대던 손바닥을 흔들자 어디서 나왔는지도 모르는 트럼프 카드가 루이사를 향해 날아갔다. 아무런 기새도 느껴지지 않는 네모난 카드들, 그러나 감히 방심하지 못하고 더 높이 날아올랐다. 그러자 카드들이 부풀어 오르며 검은 그림 촉수들이 튀어나왔다. 슈슈슉! 그녀를 향해 빠른 속도로 날아오는 손바닥 모양의 촉수들.
" 크윽, 엡솔루트 베리어 !! " 그녀가 빠른 속도로 땅으로 내려오면서 외치자 황금빛의 막이 그녀 주위로 쳐져있었지만, 촉수들이 그 막에 부딪히자, 잠시 움찔거리며 스파크가 튀엇을 뿐 아무런 지장도 받지 않고 그녀를 잡았다. 그녀의 목을, 그녀의 손목을, 그녀의 허리를, 그녀의 두 다리를, 수십개의 촉수가 그녀가 땅에 떨어지기 직전 묶어버리자 그녀는 도망치지 못하게 되었다.
" 후후후.. 잡.았.다. 키킥. " 천천히 그녀를 향해 다가오는 죠커. 그의 입가의 잔인한 미소를 바라보니 온몸에 소름이 끼치는 루이사. 이 괴상한 물질로부터 벗어나려고 했지만, 더 이상 자신의 몸 주위로 마나가 접근하지 못했다. 숨이 조금씩 막혀왔다.
" 크윽.. 포, 폴리모프.. "
" 크크, 도마뱀으로 돌아가고 싶은건가. 어둠의 철삭이 절대적인 이유는 인위적인 마나의 흐름을 완전히 제어해 버린다는 거지. 크크. "
그녀의 앞에 다가온 죠커. 그가 붉은 혀로 입술을 핥았다.
" 뭐, 이제와서 드래곤을 죽이기는 꺼림칙 하니.. 후후... 어떻게 해줄까나∼ " 평범한 인간과 별로 다를바가 없게된 루이사. 그녀는 호흡이 힘들어지자, 눈앞이 점점 어두워지는 것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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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아.. 정녕 한편 쓰기가 너무 어렵군요.
이 곳에 모인 모든 자들은 반왕맹의 군사, 테이의 죽음을 애도하고 있었다. 반왕맹을 창궐한 주인공, 간부들은 맹주의 뒤의 테이가 있다는 것을 어렴풋이 알고 있었기에, 그의 죽음은 반왕맹에게 있어 군사의 죽음이라는 의미 보다 훨씬 크게 다가왔다.
" 으음.. 맹주, 고정하시지요. " 애석함을 가득 담고 있는 반왕맹의 카를로스. 그는 이번 전투에서 큰 공을 세워 맹의 서군 총사령관으로 승격했다. 성을 완전히 함락시키고 전사들을 새로 전열한다음에야 알아차린 테이의 죽음.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 모르지만, 구멍이 뚫려버린 성벽에서 발견한 테이의 반지가 매인 주인 없는 손목과, 그의 상징이었던 검고 둔탁한 비도들. 시체를 확인하진 못했지만, 조사 결과 테이가 확실하다는 결론이 내려졌다.
때문에 부랴부랴 치러지게 된 테이의 장례식. 그 곳에서 에실리아는 맹주가 군사를 잃은 것에 슬퍼한다기 보다는 연인의 죽음에 슬퍼하는 모습으로 보였다. 자신의 말에 꿈쩍도 하지 않고 슬퍼하는 맹주를 뒤에 두고, 다른 부대장들과 함께 중앙 회의실을 빠져나왔다.
" 으음, 군사가 돌아가셨으니... 앞으로가 큰 일 이외다. "
" 그러게나 말이오.. 모든 작전은 군사의 머리에서 나온 것인데... "
" 사건에 대한 조사는, 잘 되어가고 있는 것이오? " 천천히 나오던 눈매가 날카로운 노인, 북부 반왕맹의 2인자 레암 키레노스가 다소 거만한 말투로 물었다. 서부의 부대장들은 울컥했지만, 대놓고 반발 할 수는 없었다. 반왕맹의 군사겸, 서부 총사령관 이었던 테이가 사망한 지금, 반왕맹 전체에서 레암은 카를로스에 이어 서열 4위가 된 것이다. 실제로 북부에서의 성과는 서부에 비할 바가 되지 않았지만, 앞으로는 상황이 역전될 수도 있는 것이다.
" 물론입니다.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건지... " 아무도 입을 열지 않고 우물쭈물 거리자, 가장 먼저 회의실을 빠져나온 카를로스가 레암의 말을 받았다. 그를 못마땅하듯이 쳐다보는 레암.
" 흐으음.... 이 상황에서라면... 테이 군사가 없는 시점에서의 맹주라면, 별 가치가 없지 않겠소 ? " 그가 가슴을 펴면서, 주위를 둘러보며 말했다.
" 음. 드디어 얘기를 꺼낸 것인가. " 순간 눈 앞이 아찔해진 카를로스. 실제로 에실리아의 맹주 자리는 테이의 권유로 인한 명예직. 테이가 사망한 이 상황에서 맹주의 권위는 완전히 상실, 나쁘게 말하자면 효용가치가 없는 것이다. 이 문제가 불거지면 반왕맹 전체에서 혼란이 일어날 것이다. 맹주의 자리를 노리는 자들이 수두룩한 시점에서, 에실리아는 벌써 몇시간째 테이의 관 앞에서 울고 있었다.
" 그게 무슨 소리요, 맹주님은... " 카를로스가 정신을 수습하며 말을 꺼내려 했지만, 좌중이 벌써 왁자지껄 소란이 일어나고 있었다.
" 확실히, 에실리아님이 계속 맹주자리에 계시기는 좀.. 그렇지요 ! "
" 맞습니다. 테이 군사님 께서 돌아가신 이 상황에서, 맹주의 자리는 좀더 판별력 있고, 지도록 있는 분께서 하셔야.. "
" 허허, 내가 하고 싶은 얘기를 꼭 집어 하시는 구려. " 한 번 봇물이 터진 화제는 더 이상 수습하기 어려울 정도까지 진행되어 버렸다. 지금 당장 맹주자리를 이양하자는 얘기도 나왔고, 벌써부터 후보들을 거론하는 부대장들도 있었다.
" 큼, 크흠 ! 이, 이보... " 현재 이 자리에서 서열 만으로는 가장 높은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카를로스 였지만, 그의 나이가 그의 직위에 비해서 적다는 점과, 그의 지지 세력이 부족하다는 점에서 그의 말은 큰 힘이 되질 못했다. 점점 흥분하는 사람들, 그 소란 사이로 고음의 가냘픈 목소리가 들렸다.
" .... 확실히.. 테이가 죽은 지금, 저에게는 더 이상 반왕맹의 맹주자리를 맡을 명분이 없지요. "
좌중의 눈이 모두 회의실의 입구로 향했다. 그 곳에서는 창백한 모습의, 눈물을 닦고 있는 에실리아가 있었다. 억울함이 담겨서일까, 입술을 파르르 떨고 있었지만, 곧 그녀의 처지를 수긍했다. 참담해지는 카를로스. 그는 자신이 더 이상 맹주의 편이 되주지 못한다는 생각에 고개를 떨궜다.
" 이 시간부로, 반왕맹의 맹주는 다른 사람이 되어야 하겠지요. 사흘 후 아침 10시경, 새로운 맹주를 선출하겠으니, 모든 분께서는 이 사실을 반왕맹 전체에 알려주시기 바랍니다. "
굳은 의지가 서린 그녀의 눈, 그녀를 끌어내리려 하던 다른 부대장들도 그녀의 눈을 감히 마주치지 못했다. 그러나 레암의 얼굴에는 회심의 미소가 서렸다.
반왕맹의 수뇌부가 모인 자리에서 발표 된 사실, 그로 인해 반왕맹 전체의 전사들이 술렁였다. 첫째는 반왕맹의 군사 테이의 죽음. 그의 죽음은 전 반왕맹의 일원들의 사기를 떨어뜨렸다. 그가 있기에 정규군과도 싸워볼 만 하다고 생각했던 전사들이 대부분이었기에, 이 소문의 파동은 꽤나 컸다. 그리고 두 번째의 공고, 반왕맹주의 교체. 현 반왕맹주는 군사 테이가 억지로 임명시킨 것이였기에, 다들 수긍하는 눈치였다. 그러나 생각있는 조장, 대장 들은 각자 희망이 있는 후보들의 뒤에 줄을 서느라 바빠졌다.
드디어 선거 당일날, 전 반왕맹주 에실리아는 사루딘의 중앙성에서 묵었고, 그 사이에 출현한 유력한 후보들은 세명 정도였다.
가장 유력한 후보는, 역시 북부 반왕맹의 지도자, 론·바탈 이었다. 전직 특급 용병 출신으로 거대 용병단을 이끌고 있던 그는, 서부 반왕맹이 창설되자마자, 합류하면서 용맹을 떨쳤다. 그와 레암이 이끄는 반왕맹도의 수가 꽤나 많았기에 가장 유력시 되는 후보였다.
두 번째는, 서부 반왕맹 제일의 전사, 카를로스 였다. 한결같은 충성과, 날카로운 검으로 테이의 작전을 한번도 실패한적 없는 명장. 그의 세력은 미미했지만, 상당수의 전사들이 그의 용맹과 의리를 칭송했다. 자신은 극구 사양했지만, 에실리아를 따르던 무리들은 그를 적극 지원했다.
마지막의 후보는 루이 라고만 알려진 존재. 그는 부대가 없이 개인적으로 활동하는 존재였으나, 그의 능력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라 했다. 혼자서 수십명을 도륙한다고도 했으나, 상부의 논공에는 별 관심이 없다고 했다. 그와 한번이라도 마주친 자들은 너나 할 것 없이 그의 실력을 최고로 뽑았다. 무엇보다 그를 적극 지원한 것은 이마에 x자의 흉터가 난 제 3조 조장을 비롯한 몇몇 조장급들이었다. 결코 가볍게 볼 수 없는 조장들이 입을 모아 그를 추천하자, 반왕맹의 대부분이 루이라는 자에게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선거 당일 날, 사루딘의 곳곳에서는 평소의 수 배가 넘는 용병들이 자신있게 활보했으며, 인상이 험악한 사내들이 주점을 가득 메우고 있었다. 시민들은 반왕맹이라는 비정규 조직에 대해 수근거렸다. 비록 귀족들의 횡포와 압박에서 벗어날 수는 있었지만, 아무도 자신의 집 앞을 거대한 칼을 메고 돌아다니는 자들을 환영하지는 않았다. 수십 명의 대장, 부대장급, 조장과 부조장들까지 모두 중앙궁에 모이자, 열기와 흉흉함이 성을 가득 메웠다. 암중으로 자신이 선택한 후보가 뽑히기를 바라는 자들이었기에, 같은 맹도 임에도 불구하고 노려보거나 욕을 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물론, 칼부림은 일어나지 않았다.
긴장으로 가득 찬 회의실. 몇몇 후보들과 에실리아, 그리고 엄중하게 뽑힌 추첨관들이 모여서 결과를 확인했다. 그리고 잠시 후, 에실리아는 좌중의 앞에 조용히 나갔다.
" ... 추첨의 결과를 발표하겠습니다. 저 전 반왕맹주 에실리아는 지금 이 자리에서 맹주의 직위에서 물러남을 선포하며, 다음.... 다음 반왕맹주는..... " 루이 "입니다 !! "
" 우와와와와 !!! "
" 뭐, 뭐라고?! "
" 웃기지 마라 !!!! "
" 인정할 수 없다, 네놈들 !! " 금새 성의 내부는 아수라장이 되었다. 급히 뛰어나온 다른 후보들의 제지가 없었더라면 한바탕 살육이 일어났을 분위기였다. 가장 당황한 자는 역시 론·바탈과 레암, 그들은 자신들이 뽑힐 거라 굳게 믿고 있었기에, 얼굴이 붉어져 있었다. 카를로스는 별다른 표정의 변화가 없었으나, 그의 뒤를 지원하던 다른 반왕맹의 원로들이 오히려 더 당황했다. 시종일관 무표정, 냉막한 표정을 일관하고 있던 검은 머리의 장신의 사내, 루이의 눈이 반짝인다. 그의 뒤에서 회심의 미소를 짓고 있는 x자 흉터의 사내, 3조 조장이 서 있었다.
" 흐으음.. 누군가, 우리의 계획을 의도적으로 방해 하구 있다는 건가. "
" 나름대로 신경쓴 계획이었는데.. 자칫하면 물거품이 되버릴 수도 있겠습니다. 내 참.. "
" 반왕맹을 선동해서 소란을 일으키고.. 우리의 시선을 남부에서 멀어지게 하고 있어.. "
" 의도적인 것일까요. 우연일 뿐일까요. "
" 그런 것은 중요하지 않아, 어찌되었든 우리의 계획에 차질이 생기고 있다는 것이 문제지. "
" ... 후후, 제가 나서야 겠군요. "
" 현재 나는 그 쪽에 신경쓸 겨를이 없네. "
" 아하하, 걱정 마십시오. 제가 다.... 깨끗하게 처리를 하겠습니다. 훗. "
죠커와 은사자, 발킴이 예의 그 어두운 공간속에서 만나고, 헤어졌다. 시간과 공간을 초월해서 이어지는 이 공간, 최상위 마족들만이 열수 있다는 무차원 공간이라 불리는 곳이었다.
따스한 햇살과 약간 차가운 바람이 불고 있는 제국 남부의 니쿤 공작의 영지. 성이라고 불러도 무방할 거대한 저택의 집무실에서 시가를 빨고 있는 헤야스 니쿤 공작.
" 흐으음.. 이제야 반왕맹을 움직이기가 조금 쉽겠군. 누군지 몰라도.. 테이를 공개석상에서 뭉개버린 것은 참 잘한 짓이야. "
깨알같은 글씨로 메꿔진 전문을 흡족한 표정으로 읽고 있는 니쿤 공작. 제국의 실세라 불리는 4대 공작 중, 개인적으로는 가장 많은 사병을 다스리고, 와해된 어쎄신 크로스를 어떤 방법인지는 모르지만, 자신의 것으로 소유하고 있는 남부의 늑대. 그자가 현재 제국의 혼란을 야기하는 모든 소동의 주인공인 것이다.
" 이 보고대로라면.. 이 정도의 능력을 가진 자들은.. 역시 "그들" 뿐인건가. 이것 참.. 새삼스럽게 겁나는군, 후후. "
깊히 빨아들인 시가의 향을 한껏 즐기며 내뿜는 니쿤 공작. 온몸이 나른해지는 것을 느꼈다.
콰쾅 !!! 크아아악! 커억!
갑자기 들려오는 소음, 인상을 찌푸린 니쿤 공작은 창문 밖을 내다보았다. 그리고 떠오른 경악. 철통같은 경비로 수천의 군대가 와도 몇일은 버틸 수 있다던 그의 저택의 성문이 조각조각 나서 흩어져 있었고, 수십명의 경비대가 쓰러져 있었다. 선혈이 낭자한 그 곳에서 고고히 서있는 한남자. 푸른색의 머릿결을 한손으로 넘긴 그는 고개를 살짝 들어 정확히 3층 집무실의 창문에 서 있는 니쿤 공작과 눈이 마주쳤다.
찌릿 - . 시가를 떨어뜨린 줄도 모르는 니쿤 공작. 자신을 바라보는 사내의 눈에서 아득한 절망과 공포를 느꼈다.
슈슉. 순간 그 사내가 사라졌다.
" 허억.. 허억.. 새, 생각 이상이로군. " 한숨 돌리는 니쿤 공작. 그의 등뒤로 낮은 소음이 들려온다. 끼이이익...
천천히 고개를 돌리는 니쿤 공작의 망막에 거대한 낫을 어깨에 짊어진 예의 그 사내가 한없이 잔인한 웃음을 짓고 있는 것이 보였다.
" 후후, 안녕하십니까. 공.작.님. "
" ... 으음.. 예의가 없는 친구로구먼. " 후들거리는 다리에 힘을 주고, 집고 있던 창문틀에서 손을 떼고 그를 노려보았다. 의외라는 눈빛인 사내. 꽤나 강한 남자로군. 죠커는 고개를 갸웃 거리면서 방으로 들어왔다. 흠칫 !!
죠커가 방으로 한발을 내딛자 마자 방 전체에 살기가 감돌았다. 우우웅... 날카로운 살기에 못이겨, 방안의 공기가 요동치고 있었다. 묘하게 인상을 찡그린 죠커. 그는 내딛었던 발을 다시 방 밖으로 수습했다. 그러자 깨끗이 사라지는 살기.
" 호오.. 어느 분께서 쥐새끼처럼 이 곳에 숨어 계신건가요? "
" 커, 커험! 말 조심 하게, 자네. 아무리 자네가... " 공작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어깨의 거대한 낫을 문밖에서 크게 휘두르는 죠커. 공작은 어리둥절 했지만, 곧 방안이 뿌옇게 되면서 안개가 모여 누군가의 형체로 뭉쳐지는 것을 보았다. 그 순간 터지는 폭발음. 콰콰광 !! 공작의 자랑인 아름다운 저택의 3층 전체가 폭발해버렸다. 기겁하는 자택 내의 사람들. 불길과 연기 속으로 누군가가 가볍게 뛰어내리는 것을 보았다.
연기에 그을려서 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니쿤 공작과 그를 안고 뛰어내린 붉은 머리가 허리까지 내려와 출렁거리는 아름다운 여자. 그리고 폭발현장에서 잘생긴 얼굴에 인상을 가득 쓰고 그들을 바라보는 죠커.
" 아, 하하.. 어이가 없군요. 도대체 누가... 누가 우리의 계획을 이렇게까지나 파악하고 계실까 했건만.. " 죠커가 말을 끊자, 공작을 바닥에 앉히고 진정시키던 붉은 머리의 여자가 잔뜩 긴장했다.
" 잔뜩 쫄아버려서 꼬리를 내리고 대륙의 끝으로 숨어버린, 도마뱀 새끼가 개입한 거였나. ??.. " 울컥!
" 어이가 없군, 봉신의 서약이 깨어지지도 않았거늘. 어째서 지하세계의 검둥이들이 인간계에서 활보하고 다니는거지? "
" .... 크크크... 크큭... 크하하하하 !! " 허리춤에 손을 올려놓은 죠커가 큰 소리로 웃자 저택 전체가 울렸다. 몇몇 사람들은 귀에서 피를 쏟아내며 주저앉았다. 하지만 공작과 붉은 머리의 여자, 레드 드래곤 루이사 칼론의 주위는 황금빛의 막이 빛나서 피해가 없었다.
" ... 네 놈, 아니 네 년이라고 해야 되는건가, 크?.... 정녕 겁을 상실한 게로군아. " 죠커의 눈이 머리와 같은 은은한 푸른빛을 띄기 시작했다. 슈와아아... 평범한 인간의 눈에는 보이지 않는 거대한 마나의 파동이 그의 주위로 넘실거리고 있었다.
이를 악무는 드래곤, 루이사. 그녀는 실제로 태어난지 2000년이 갓 넘은 웜급이었다. 최고위 마족인 죠커를 상대하기에는 역부족. 종족의 어른들에게 사념파를 보냈지만, 그들이 바로 날아오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그녀의 주위로 붉은 빛의 덩어리 5, 6개가 빙글빙글 돌기 시작했다. 푸앗, 동시에 서 있던 자리에서 사라진 두 존재. 구석에 숨어서 그들을 지켜보던 공작과 사람들은 그들의 행동을 따라잡을 정도로 시력이 좋지 못했다.
순간 허공에서 퍼퍼벙 하며 작은 폭발이 있었다. 다시 모습을 드러낸 두 존재. 저택의 꼭대기에 가볍게 내려앉은 깔끔한 죠커의 모습과는 대조적으로 루이사의 모습은 낭패스러웠다. 몸에 달라붙은 붉은 빛의 타이즈의 곳곳이 찢어져 그녀의 머리색과 대비되어 더욱더 빛나고 있는 백옥같은 살결이 보였다. 하지만 전혀 개의치 않는 그녀. 그녀가 가볍게 손가락을 튕긴다.
딱! 슈우우우.. 콰광 !! 별다른 마법 시동어도 없었지만 죠커가 있던 지붕이 날아가버렸다. 그녀는 망설이지 않고 몸을 날렸다. 콰직! 그녀가 서 있던 곳이 이번에는 완전히 잘려져 버렸다.
" 크크, 도마뱀이 아니라 쥐새끼였던 건가. 숨기도 잘하고∼ 피하는 것도 일품인걸. 크큭. " 평소 깔끔하고 신사적이였던 그의 모습과는 달리, 전신이 푸른 빛으로 빛나고 있는 그의 모습에서는 귀기스러움이 보였다. 그의 키보다 더 큰 3미터에 달하는 거대한 낫을 전혀 무리없이 휘두르는 그는 공포라는 감정이 현신한 듯 했다.
" 프레임 버스트. 파이어 월. 킵 더 스텝. " 허공을 날아다니는 그녀의 입에서 작은 시동어를 중얼 거리자, 죠커의 주위로 거대한 불의 구가 퍽하고 생성되더니 그에게 덥쳐들었다. 그리고 그가 미처 피하기도 전에 그의 주위를 감싸는 불의 벽. 그리고 그가 서 있던 벽돌의 잔해에서 진흙의 손이 튀어나와 그의 발목을 잡는다. 온통 불로 뒤덮힌 죠커. 퍼펑, 콰곽 !!
소름 끼치는 소리가 터져나오고 다들 기대하는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아름다운 나무들이 가득했던 정원은 완전히 폐허가 되어있었고 그 중심에서 타고 있는 대지. 연기가 어느 정도 걷히자 아무런 피해도 입지 않은 죠커가 손바닥으로 얼굴을 부치고 있었다.
" 흐으.. 꽤나 화끈한걸, 난 땀에 젖는걸 별로 좋아하지 않는데 말이야.. 크큭. 우리... 화끈하게 놀아보자구. " 그가 부쳐대던 손바닥을 흔들자 어디서 나왔는지도 모르는 트럼프 카드가 루이사를 향해 날아갔다. 아무런 기새도 느껴지지 않는 네모난 카드들, 그러나 감히 방심하지 못하고 더 높이 날아올랐다. 그러자 카드들이 부풀어 오르며 검은 그림 촉수들이 튀어나왔다. 슈슈슉! 그녀를 향해 빠른 속도로 날아오는 손바닥 모양의 촉수들.
" 크윽, 엡솔루트 베리어 !! " 그녀가 빠른 속도로 땅으로 내려오면서 외치자 황금빛의 막이 그녀 주위로 쳐져있었지만, 촉수들이 그 막에 부딪히자, 잠시 움찔거리며 스파크가 튀엇을 뿐 아무런 지장도 받지 않고 그녀를 잡았다. 그녀의 목을, 그녀의 손목을, 그녀의 허리를, 그녀의 두 다리를, 수십개의 촉수가 그녀가 땅에 떨어지기 직전 묶어버리자 그녀는 도망치지 못하게 되었다.
" 후후후.. 잡.았.다. 키킥. " 천천히 그녀를 향해 다가오는 죠커. 그의 입가의 잔인한 미소를 바라보니 온몸에 소름이 끼치는 루이사. 이 괴상한 물질로부터 벗어나려고 했지만, 더 이상 자신의 몸 주위로 마나가 접근하지 못했다. 숨이 조금씩 막혀왔다.
" 크윽.. 포, 폴리모프.. "
" 크크, 도마뱀으로 돌아가고 싶은건가. 어둠의 철삭이 절대적인 이유는 인위적인 마나의 흐름을 완전히 제어해 버린다는 거지. 크크. "
그녀의 앞에 다가온 죠커. 그가 붉은 혀로 입술을 핥았다.
" 뭐, 이제와서 드래곤을 죽이기는 꺼림칙 하니.. 후후... 어떻게 해줄까나∼ " 평범한 인간과 별로 다를바가 없게된 루이사. 그녀는 호흡이 힘들어지자, 눈앞이 점점 어두워지는 것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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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아.. 정녕 한편 쓰기가 너무 어렵군요.
최고관리자
가입일 | 2016-08-11 | 접속일 | 2024-11-0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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