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아 하아 하아.."
"크르르르"
싸움이 벌어지는 장소는 넓은 대전이었다. 그 곳에선 은발의 한 소녀가 양산을 든 채 소녀의 6배는 되보이는 거대한 오우거와 단신으로 상대 하고 있었다.
"세 세이키.."
뒤쪽에서 불안에 떨며 전투를 관망하고 있는 여자는 루스네 왕비였다. 그녀는 몸을 피해야 한다는 신하들의 간곡한 청을 마다하고 끝까지 세이키와 괴물의 전투를 바라보고 있었다.
"크르를 어서 아르셀라를 내 놓아라! 그렇지 않으면 너희들은 죽게 될 것이다."
"흐 흥! 말도안되는 소리. 주인님은 이미 이 장소에 없어!"
세이키는 파랗게 질린 얼굴로 강하게 소리쳤다. 그녀는 저 괴물같은 오우거와 싸우느라 이미 지칠대로 지쳐 있었다.
[으으 왜 저리 끔찍하게 생긴 모습인지.. 저 몸에 내 양산을 찔러 넣으면 피가 튀기고 끔찍한 체액이 흘러나오겠지.]
물론 세이키는 흉측한 오우거의 외모 때문에 제대로 된 실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었다. 예전부터 그녀는 무섭게 생긴 생물과는 잘 싸우지를 못했다.
[언니 빨리 도망가! 그래야 나도 도망가지ㅠㅠ]
세이키가 지금 내빼지 못하고 있는 이유는 뒤에서 그들을 지켜보고 있는 루스네 때문이었다. 그녀만 아니었다면 진즉에 내뺐을 것을..
"이봐! 동작그만! 지금 뭣들 하고 있는거야?"
오우거와 소녀의 정체를 확인한 아르셀라가 깜짝 놀라 큰 소리로 그들을 제지했다. 갑자기 등장한 흑발의 미청년에 오우거와 세이키가 동시에 동작을 멈췄다.
"아르셀라!"
"주 주인님? 어떻게 여기에.."
아르셀라는 급히 둘 사이로 끼어들어 싸움을 뜯어 말렸다.
"어휴 형님도 참. 미리 연락이라도 주고 오시지 이게 무슨 꼴입니까? 세이키 너 형님께 이 무슨 무례냐. 어서 그 양산 집어넣지 못해?"
"에에에? 하 하지만.."
세이키는 일이 대체 어떻게 돌아가는지 전혀 알 수가 없었다. 저 괴물이 어떻게 주인님의 형님인 건가? 혹시 뭔가 잘못된 것은 아닐까?
"크하하 아르야. 이거 참 반갑구나!"
오우거는 갑자기 큰 소리로 웃으며 아르셀라의 몸을 으스러져라 껴안았다. 아르셀라는 오우거의 괴력에 온 몸이 비명을 질러 왔지만 애써 태연한 척 하며 오우거를 마주 안았다.
"으.. 혀 형님 정말 오랜만입니다. 일단 조 좀 놓고 얘기하시죠."
"흠 흠"
그제서야 오우거는 아르셀라를 품에서 놔 주었다. 아르셀라는 휘청거리며 황당한 표정을 짓고있는 루스네에게 시선을 돌렸다.
"어이 마누라. 어서 술과 안주를 준비하도록. 이분은 내 형님이시다."
"아 그.."
[마누라라니?]
"어허 어서 내오지 못할까?"
"알겠어요 서방님."
루스네는 아르셀라의 성화에 못이겨 대전 뒤쪽으로 후다닥 나갔다. 대체 일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전혀 알 수가 없다.
"세이키 인사해라. 내 형님 모크나시다. 뭘 그렇게 긴장하고 있는거야?"
"아.. 안녕하세여.."
세이키는 쭈뼛거리며 살짝 고개를 숙여 보였다. 모크나라고 한 그 오우거는 씨익 웃으며 세이키의 인사를 받았다.
"저 애는 누구지? 실력이 무척 대단하더군."
"뭐 그렇기는 하죠. 제 셋째, 아니 넷째부인입니다."
"에에~ 내가 왜 넷째야?"
아르셀라의 말에 세이키는 울컥했다. 리노, 루스네, 그리고 또 다른 여자가 있다는 건가?
"허허허 정말 능력도 좋구나. 하지만 이건 좀 범죄가 아니니.. 뭐 취향이니 내가 뭐라 할 말은 아니지만."
"하하 취향이니 존중해 주시죠.. 가 아니라 저 애가 겉으로는 어려보여도 나이는 먹을만큼 먹었습니다! 저를 범죄자로 모시다니 이거 참 섭섭합니다."
"그러냐 하하하!"
모크나는 호탕하게 웃으며 아르셀라의 어깨를 탁 쳤다. 잠시 후 루스네가 술상을 내오자 자연스럽게 두 남자의 술판이 벌어졌다.
"형님 고향으로 내려가셨다던데 농사는 잘 되십니까?"
"껄껄껄 홍수가 나서 논이 다 쓸려가 버렸다. 하긴 내 주제에 무슨 농사냐.. 요즘은 산짐승을 사냥해서 그럭저럭 먹고 산다. 그나저나 너는 어때? 허허 정말로 왕이 되었구나. 이거 참 대단한데?"
"하하하! 이정도야 뭐 기본이죠. 거기다 아름다운 미녀들도 제 하렘이 넣었습니다. 저쪽에 다소곳이 서있는 절세미인은 바로 제 아내 루스네 공주입니다. 이봐 머해? 이리 와서 형님께 인사드려!"
루스네는 저 오우거가 아르셀라의 형님이라는 것을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었지만 애써 얼굴에 미소를 띄우며 모크나에게 예를 표했다.
"아르셀 왕국의 왕비, 루스네 모르.. 아니 루스네 아르세나입니다."
"오오. 그 대륙 최고의 미녀라는! 이거 참 듣던대로 아름다우시군."
"..."
오우거한테 칭찬받아봐야 전혀 기쁘지 않다. 그보다 루스네는 모크나와 아르셀라의 관계를 알고 싶었다.
"저 그런데.. 서방님과는 무슨 관계시죠?"
"나와 아르는 동문이요. 같은 스승 밑에서 마법을 배웠지."
"같은 스승?"
동문이라, 어쨌든 친 형제는 아니라는 말이군. 루스네는 자신이 했던 끔찍한 상상이 사실이 아니란게 다행스럽게 생각되었다. 혹시 아르셀라의 정체가 오우거인데 마법을 써서 인간의 탈을 쓰고 있다는..
"뭐 그다지 자랑스런 스승은 아니라서 말이지, 퀴러스 라고 하는 분인데."
"퀴러스요?"
100년전 전 대륙에 침략전쟁을 일으켰다는 무시무시한 흑마법사. 마왕소환에 실패한 후 마력이 다해 죽었다고 알고 있었는데..
"하하 그분 이야기는 좀 하지 말죠. 그시절만 생각하면 온 몸에 오한이 돋아서.."
"끄응.."
모크나와 아르셀라는 약속이라도 한 듯 말을 거두고 괜시리 술만 퍼마셨다. 한동안 넓은 대전에 정적이 감돈다.
"그 그런데. 형님은 여기 어쩐 일이십니까."
한참 시간이 흐른 후 아르셀라가 어색한 침묵을 깨기 위해 애써 화제를 올렸다. 그러자 모크나의 안색이 더욱 흐려졌다.
"그게 말이다. 실은.. 큰형님의 부탁을 받아서."
"트라듀스 형님요? 무슨 부탁인데요?"
"후우 듣고 놀라지나 말거라. 얼마전 형님이 큰 부상을 입고 내 거처에 찾아오셨다. 몇달은 꼼짝도 못하고 요양해야 하는 중상이었다."
트라듀스가 부상이라니.. 순간 아르셀라는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저 대화나누시는 중 죄송하지만, 혹시 트라듀스님이라 함은 상아탑의 수석 마법사이신 그분을 말씀하시는 건가요?"
모크나는 담담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소. 10서클을 바라보는 현 대륙 최강의 마법사지."
루스네는 깜짝 놀랐다. 대체 퀴러스의 제자들은 전부 괴물이란 말인가?
"그 바늘로 찔러도 피한방울 나오지 않을것 같은 분이 어떻게 부상을 당할수가 있죠?"
모크나는 한숨과 함께 얼마전 일어났던 일을 설명해갔다. 디엘 교단에 귀의한 르나가 행방불명 된 일. 트라듀스가 르나를 구하러 교단에 잠입한 일. 그리고 그곳에서 만난 "그녀"의 존재..
"말도안돼.. 거짓말이죠?"
아르셀라는 자신의 귀를 도저히 믿을 수가 없었다. 하지만 모크나는 고개를 끄덕여 자신의 말에 한점의 거짓도 없음을 증명했다. 모크나는 결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그..럴리가. 아카시아 성녀가 그런.. 그녀는 제 셋째부인이란 말입니다! 무언가 잘못되었겠지요."
"앗 주인님! 아카시아인가 뭔가 하는 여자가 내 앞에 끼어든 파렴치한 새치기범이었구나! 대체 왜 그년이 셋째부인이야?!"
한쪽에서 안주나 집어먹으며 혼자 놀고있던 세이키가 아르셀라의 이 발언에 격렬한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아무도 그녀를 상대해 주는 이가 없자 세이키는 다시 시무룩한 얼굴로 말린 과일에 손을 뻗었다.
"후우 사실이다. 그녀는 트라듀스 형님을 한손으로만 격퇴했으며 8서클의 마법사인 르나에게 정신지배라는 고차원의 마법을 시전한 무서운 마녀다. 형님 말씀으로는.. 그녀가 드래곤일 것이라 하더군."
"드 드래곤이요?! 드래곤이 실존하는 존재였습니까?"
아르셀라는 깜짝 놀랐다. 그는 지난 100년동안 드래곤이란 존재를 단 한번도 본 적이 없다. 수천년의 시간을 살며 방대한 지식과 신에 가까운 힘을 축적하는 위대한 마법생물.. 전설속에나 나오는 그것이 바로 드래곤인 것이다. 만약 아카시아가 트라듀르를 격퇴한게 확실하다면 그녀의 정체가 용이라도 되지 않는다면 설명이 되지 않는다.
"응? 무슨 소리 하는거야? 너도 드래곤이면서. 뭐 개체수는 적다고 하지만 대륙을 샅샅이 뒤지면 용들이 다섯마리 이상은 나올 것이다."
"그렇다곤 해도.."
"..."
"...."
아르셀라로부터 약간 거리를 두고 다소곳하게 앉아있던 그의 부인, 루스네왕비는 그녀가 들은 충격적인 사실을 정리하기 위해 한동안 고개를 숙이고 생각에 골몰해 있었다. 용이라고? 아르셀라가? 자신의 남편이자 모르테스의 왕인 저 남자가 인간이 아니라고?
"꺄아아악!!"
받아들이기 힘든 사실에 큰 충격을 받은 루스네는 비명을 지르며 그자리에 혼절하고 말았다. 자신은 인간이 아닌 존재에게 순결을 잃고.. 매일 밤 인간이 아닌 존재에게 능욕당했으며, 심지어 그의.. 까지
"어 언니? 왜그래!"
세이키가 깜짝 놀라 그녀를 부축지만 이미 루스네는 의식을 잃은 후였다. 아르셀라는 루스네가 갑자기 기절하자 무척 당황했지만 세이키에게 그녀를 방으로 옮기라고 지시한 후 다시 모크나를 향해 시선을 돌렸다. 지금은 그녀에게 신경쓸 겨를이 없다.
"후우.. 드래곤이라니. 그럼 저보다 강하겠군요. 아니 트라듀스 형님을 이겼다니 당연한 건가?"
"그렇겠지."
"잠깐.. 그렇다면 형님이 제 성에 온이유는, 르나 누님을 구하러 가기 위해 저의 조력을 얻기 위함입니까?"
아르셀라는 모크나가 자신과 함께 르나를 구하러 갈것을 부탁하기 위해 왕궁에 온 것으로 생각했다. 그리고 그의 생각은 반쯤 들어맞았다.
"아니. 네가 교단에 갈 필요는 없다. 내가 너와 전선에 같이 가면 되니까."
"네? 형님이 왜.."
모크나는 침착한 어조로 아르셀라가 들으면 기절할만할 사실을 털어놓았다.
"제국의 군대에 교단에서 파견한 신관이 성녀 아카시아라더군. 즉 모르테스를 침략해 오는 적이 바로 아카시아라는거다. 그러니 내가 너와 함께 전장에 가서 아카시아를.."
"마 마말도안돼! 아카시아가 쳐들어 온다구요? 트라듀스 형님을 한손으로 이긴 그 미친 괴물 드래곤을 내가 상대해야 한다고?!"
"응? 당연한거 아니냐. 너 혼자서는 힘들테니 내가 도와주겠다. 우리가 아카시아를 격퇴하면 자연히 르나를 구할 수 있을 것이다."
"...."
아르셀라의 심장이 쿵쾅거리며 비명을 질러댄다. 모크나의 말이 얼마나 말이 안되는 것이냐면, 쉽게말해 자신과 모크나가 힘을 합쳐도 트라듀스를 이길 수 없다. 그리고 트라듀스는 아카시아가 한손으로 싸워 간단히 이겼다. 그러면
아카시아>>>트라듀스>>>아르셀라 모크나
이런 간단한 공식이 성립되지 않는가? 여기서 트라듀스를 빼면
아카시아>>>>>>아르셀라 모크나
"형님. 제정신입니까? 우리가 힘을 합쳐도 트라듀스 형님을 못이길 텐데 그 트라듀스 형님을 이긴 아카시아를 상대하자고요?"
"임마! 그럼 르나를 저리 놔두란 말이냐?"
"그건 그렇지만.."
확실히 자신의 사저를 그냥 아카시아의 손에 놔 둘수는 없었다. 자칫 그녀가 잘못되기라도 한다면 아르셀라는 자신을 결코 용서할 수 없을 것이다. 그녀가 교단에 귀의한건 자신의 책임이 무척 컸기 때문이다.
"하지만 역시 좀 더 생각을 해봐야 합니다. 저는 사실 혼자서 제국의 군대를 막을 생각이었기 때문에 아르셀에는 변변한 군사들도 없거든요."
"어차피 전쟁의 양상은 아카시아와 우리 둘의 대결로 좁혀질 것이다. 이미 군사의 숫자는 의미가 없어."
"크윽.."
아르셀라는 피가 나도록 입술을 깨물었다. 허접한 제국의 군대만 막으면 되는 줄 알았더니.. 이건 너무하다.
"형님. 다시 생각해 봐야 합니다. 우리 둘만으로는 절대 그런 무시무시한 마녀를 이길 수 없습니다. 트라듀스형님이 회복되기를 기다려 셋이서 협공해야 합니다."
"이봐. 큰형님이 회복하려면 거의 6개월은 넘게 기다려야한다. 그동안 르나가 무슨일을 당하면 어쩌려고 그러냐? 더군다나 정신지배마법은 부작용이 무척 큰 걸로 알고있다. 한시라도 바삐 르나를 구해야해."
"하지만 너무 위험합니다. 자칫 우리마저 아카시아에게 패하면 모든건 끝장이 아닙니까?"
"어차피 제국의 군대를 막으러 갈 거잖아. 여기서 도망치면 애써 손에 넣은 너의 나라가 제국의 군화발에 짓밟히게 된다."
"그건 그렇지만.. 큭. 이길 수가 없다구요!"
자꾸 아르셀라가 약한 소리를 하자 모크나의 눈썹이 크게 일그러병?
"네가 도망치려고 하면, 이 자리에서 내가 너를 박살내겠다!"
"윽.."
모크나의 전신에서 무시무시한 살기가 뿜어져 나온다. 아르셀라는 그 지독한 살기에 숨조차 제대로 쉴 수 없었다.
"잠깐! 주인님을 해치려는 사람은 제가 용서 못해요!"
마침 타이밍 좋게 돌아온 세이키가 주인의 위기를 보고 둘 사이에 끼어들었다. 세이키는 모크나의 살기에 별로 영향을 받지 않은 듯 그 못지않은 투기를 내뿜으며 똑바로 모크나를 노려보고 있었다.
모크나는 그녀에게 잠시 시선을 준 후 자신의 살기를 거두었다.
"마침 잘 映립? 너의 넷째부인까지 같이 가면 승산은 충분하다. 저 아이는 나 못지않게 강하더구나. 거기다 놀랍게도 절대마법면역체 인 듯 하고. 여러 실험을 거쳐 피부를 강화한 나조차 100% 마법면역이 아닌데 말이지."
"윽 세이키가 뭐가 강해요."
"최소한 겁에 질려 싸우지도 않고 빌빌되는 너보다는 낫지. 너 남자 맞냐? 저 조그만 꼬마애 치마폭에 싸여 징징대기나 하니.."
"..."
모크나의 말은 아르셀라의 자존심을 아프게 건들어 놓았다. 결국 아르셀라는 아카시아와 맞서 싸우자는 모크나의 말에 동의할 수 밖에 없었다.
[제길 형님은 몰라. 세이키가 합류해도, 결과는 변하지 않는다. 우리는 진다고!]
사실 아르셀라가 아카시아를 두려워 하는 이유는 그녀가 10서클의 마법사라느니, 트라듀스를 한손으로 물리쳤다느니 하는 모크나의 말 때문이 아니었다. 중요한건, 아카시아가 드래곤이란 사실을 알게 된 순간 용의 본능이 발한 다급한 경고였다. 그녀는 위험하다. 특히 아르셀라는 아무리 해도 절대 그녀를 이길 수 없다. 그런 확신같은 예감이 가슴속에 떠오른 것이다.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이미 화살은 활시위를 떠난 후였다. 이제 전력을 다해 아카시아를 물리치는 수 밖에 없었다.
[흐흐 그래. 이기면 혹시 그녀를 사로잡을 수 있을지도 모르지. 흐흐 그러면 그녀를 조교해서 내 하렘에 넣는거야. 흐흐 참 기쁘다. 대륙 최고의 미녀 둘이 내 하렘에 있네.. 흐흐ㅠ]
아르셀라는 애써 자신의 마음을 가다듬어 보았지만, 자포자기 그 이상의 효과를 거둘수는 없었다. 이제 나는.. 망했다.
*완결이 가까워 오니 h신이 줄어드네요.. 그래도 앞으로 몇번 더 나올 예정입니다.
등장인물 소개 2
트라듀스 다슈타인
하프엘프 204살. 퀴러스의 모든 진전을 이은 수제자. 마법은 9서클의 마스터. 네 제자중 제일 강한 큰형입니다. 그 스승이 그랬던 것처럼 괴팍하고 음흉한 성격이지만 자신의 사제들을 알게 모르게 꽤나 아낍니다. 현 대륙 최강의 마법사. 물론 드래곤들은 빼고요.
모크나
오우거 키메라 187살. 퀴러스의 실험체였으나 오우거 치고 높은 지성과 마법에 대한 재능이 있어 그의 제자가 됩니다. 여러 생체 실험을 거쳐 산을 부수는 엄청난 괴력과 마법에 대한 높은 저항력, 높은 재생능력을 갖췄습니다. 마법은 5서클 정도. 소드 마스터를 뛰어넘는 강력한 체술을 지녔기에 근접전에서 모크나와 대적이 가능한 이는 전 대륙을 통틀어도 둘이나 셋 정도 입니다. 그중 한명이 세이키구요.
르나 세네일
다크엘프 112살. 암갈색 머리카락에 회색 피부. 균형잡힌 아름다운 몸매를 갖춘 미녀. 퀴러스의 네 제자중 셋째이자 그의 손녀. 하지만 르나 자신은 그녀가 퀴러스의 핏줄이라는 사실을 모르죠. 마법은 8서클 정도, 네 제자중 제일 약합니다. 자신의 사제 아르셀라를 속으로 아주 좋아하지만 결국 그에게 차인 아픈 과거를 갖고 있습니다.
퀴러스 레밀턴
인간. 향년 311세. 10서클의 마법을 마스터한 전무후무한 천재 마법사. 전성기의 퀴러스는 아카시아와 싸워도 대등할 정도의 힘을 지녔습니다. 하지만 이미 죽었으니 앞으로 등장할 일은 없겠네요.
16. 세이키의 마음
서방님이 다시 전장에 나가는데 루스네는 방 안에 틀어박혀 나와보지도 않았다. 혹 세이키를 데려간다는 그의 결정에 크게 상심한 것일까? 아르셀라는 부인의 배웅도 받지 못하고 쓸쓸히 궁성을 나갈 수 밖에 없었다.
"...."
"아우웅 주인님. 나 목말라. 수박먹고싶어."
옆에서 세이키가 아르셀라의 속도 모르고 자꾸 칭얼댄다.
"꼬마야. 여기는 전장이다. 그런 귀한 과일은 없단다."
모크나가 아르셀라 대신 세이키를 타일렀다. 하지만 세이키는 막무가내였다.
"그럼 나 돌아갈래. 왕궁에는 과일 많단 말이야."
"허허 네가 가면 아카시아 성녀를 어떻게 막냐"
"주인님이랑 오우거아저씨가 막으면 되잖아. 칫 그런게 뭐 대수인가?"
"...."
아르셀라는 아무 말이 없었다. 그는 지금 아카시아에게 패하여 모든것을 잃고 말 것이라는 불길한 예감에 사로잡혀 있었다.
국경의 성에 도착한 아르셀라는 대충 병사들을 정비하고 홀로 성벽위에 올라갔다. 아르셀라의 눈에 저 멀리 제국의 군대가 진을 치고 있는 모습이 보인다. 아마 내일이나 모래쯤 적들과 첫 교전을 벌이게 될 것이다.
"후우.. 정말 미치겠군."
저 제국의 병사들 사이에 틀림없이 그 마녀 아카시아가 있을 것이다. 이렇게 멀리 떨어져 있는데도 느낄 수 있다. 그녀는 불길하다. 자신과의 상성은 최악이라는 직감이 든다. 본능이 그녀와의 전투를 거부하고 있다. 이렇게 두려운 그녀를 한때 하렘에 넣으려고 의기양양하게 큰소리를 쳤다는 사실이 믿어지지 않는다.
[왜 이러지? 제길. 싸우지 전에 이렇게 겁에 질려 있으면.. 막상 아카시아를 대면했을때 어떻게 싸우려고.]
아르셀라는 아무리 해도 아카시아 대한 공포를 억누를 수가 없었다. 아카시아.. 아카시아..
포옥
"아.."
아르셀라의 등에 부드러운 소녀의 몸이 살짝 달라붙었다. 그녀는 뒤에서 아르셀라를 꼭 껴안고 연인들 사이에서나 있을법한 상냥한 어조로 말을 걸어왔다.
"헤헷 주인님 여기서 뭐하고 있어~ 밤바람이 찬데 감기걸리면 어쩌려구~"
"세이키? 네 네가 웬일이냐."
"난 여기 오면 안돼? 주인님이 오늘 영 불안해 하는것 같길래 걱정되서 와봤어."
"...."
아르셀라는 아무말도 할 수 없었다. 그가 아카시아를 두려워 하는건 사실이었지만 그걸 입밖에 꺼내는건 자존심이 허락치 않았다. 자신의 여자 앞에서는 강한모습만을 보여주고 싶은게 남자의 마음인 것이다.
"주인님. 예전에 내 검술사범이 해준 말이 있어. 다른 적과 싸울때, 사실은 적이랑 싸우는 것이 아니래."
"그게 무슨말이냐?"
세이키는 상큼하게 웃으며 아르셀라의 앞쪽으로 빙글 돌아왔다.
"적이랑 싸우는 게 아니라, 바로 자신과의 싸움이라는 거야. 모든 싸움이 다 그렇데. 예전에는 선생님의 말을 잘 이해하지 못했는데, 요즘들어 그 말이 정답이구나 하는걸 느껴."
"그 그래?"
아르셀라는 세이키가 무슨 말을 하는지 알 수 없었다. 설마 자신이 아카시아에게 쫄아있다는걸 알고서 충고하려는 건가?
"중요한건 적이 얼마나 강하느냐, 혹은 약하느냐.. 이런게 아니라는 거야. 결국 적이라는 존재는 나라는 매개체를 통해 받아들이는 것이거든. 적이랑 직접 싸우는게 아니라, 내 마음속에 이미지된 적의 형상과 싸우는 거야. 그러니까 중요한건, 나 자신이라는 거야. 내가 마음을 굳게 먹으면, 헤헤 어떤 적이라도 두렵지 않아."
"...."
세이키는 어려운 말을 장황하게 늘어놨지만 사실 마법사인 아르셀라가 검사의 마인드를 이해하는건 힘든 것이었다. 그래도, 그녀의 충고는 나름 도움이 되었다.
[나 자신과 싸운다라..]
사실 그말대로다. 싸우기도 전에 겁을 먹으면 이미 진것이 아닌가. 내가 마음을 굳게 먹으면 질 싸움도 이길 수 있고, 마음을 약하게 먹으면 이길 싸움도 지게된다.
"주인님. 너무 걱정하지마. 아카시아인가 뭔가 하는 아줌마가 세다고는 하지만 주인님 곁에는 세이키가 있잖아~ 세이키가 주인님을 지켜줄 테니까. 무서워 할 필요 없어."
역시 세이키는 알고 있었던 것이다. 정곡을 찔린 아르셀라의 얼굴이 부끄러움으로 붉게 달아올랐다.
"윽.. 내가 아카시아를 두려워 하는 줄 아냐?"
"에? 아니었어?"
"당연히 아니지! 조그만애가 주인님을 우습게 보는거냐? 이거.. 벌이 필요하겠는데?"
"버 벌?"
당황한 세이키를 앞에두고 아르셀라는 음흉한 미소를 지으며 천천히 그녀에게 다가갔다. 세이키가 겁에 질려 살짝 뒷걸음질 치는 찰라, 아르셀라는 그녀의 가냘픈 몸을 꼭 끌어안았다.
[아앙..]
"...."
아르셀라의 품에 안긴 은발의 소녀가 몽롱한 눈으로 자신의 주인님을 올려보고 있었다. 별빛에 비친 그녀의 얼굴은 너무 예쁘고, 사랑스럽고.. 또..
"세이키."
아르셀라는 세이키의 작고 귀여운 입술에 가만히 자신의 입술을 포개왔다. 세이키는 갑작스런 아르셀라의 키스에 당황했을 텐데도 곧 능숙하게 혀를 감아 서로의 타액을 나누는 것이었다. 조그만 혀가 꼼지락 거리는 느낌이 그렇게 귀여울 수 없다.
한참 후 서로의 입술이 떨어지자 세이키는 가쁜 숨을 고르며 곱게 미소지었다.
"하압.. 휴우. 이 이게 벌이야? 주인님도 참~ 이건 벌이 아니라 상이잖아."
"흐흐 제대로된 벌은 아직 시작도 하지 않았어. 내 방에 가서 먼저 기다려라. 단 옷은 다 벗고 있어야 한다."
"아우 웃.. 주인님도 참~"
세이키의 양 볼이 복숭아빛으로 보기좋게 물들어 간다. 그녀는 부끄러움에 몸을 꼬며 어쩔 줄 몰라했지만, 아르셀라의 말을 싫어하는 기색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
"그 그럼.. 먼저 가있을게. 빨리 와야되! 기다리는건 싫단 말이야."
잠시 후 홍당무처럼 변해버린 세이키가 도망치듯 성 아래로 내려갔다. 남겨진 아르셀라는 쓸쓸한 눈으로 밤하늘을 올려보는 것이었다.
[미안하다 세이키.]
아무래도 자신의 가슴속에 자리잡은 확신같은 예감을 떨쳐버릴 수가 없다. 자신은 진다. 세이키를 지킬 수 없다. 루스네를, 리노를, 이 왕국을 지킬 수가 없다.. 이러면 안된다고 생각하면서도, 그녀 말대로 자기 자신에게 져서는 안된다고 생각하면서도.. 또..
"하읍 쩝 쪼옥.."
아르셀라의 방에는 한 어린 소녀와 젊은 청년이 서로를 부드럽게 끌어안고 진한 키스를 나누는 중이었다. 흑발의 미청년 아르셀라는 소녀의 작은 가슴을 정성스럽게 애무하며 몇번이고 소녀의 앵두같은 입술을 탐했다.
"으응.."
은발의 소녀 세이키는 아르셀라의 능숙한 애무와 격렬한 키스에 반쯤 녹아버린 모습으로 멍하니 그를 올려보고 있었다. 아르셀라는 그런 그녀를 안아올려 침대로 이끌었다.
"주인님 나 몸이 이상해~"
"후후 원래 다 그런걸 새삼스럽게 뭘 그래?"
아르셀라는 세이키의 소담한 가슴을 한 손으로 슥삭슥삭 쓸어 보이며 다른 한손으로는 슬그머니 세이키의 하복부를 쓰다듬기 시작했다. 미끈한 그녀의 배를 지나 그 밑에 자리잡은 비밀의 화원으로.. 단 세이키는 아직 성장중이라 그런지 수풀이 별로 없었다.
"아응. 거 거기는.."
아르셀라의 손가락이 세이키의 여린 균열을 파고들자 그녀의 입에서 가녀린 교성이 새어나왔다. 아르셀라는 그녀가 어떤 반응을 보이던 개의치 않고 더욱 집요하게 그녀를 괴롭혀 달아오르게 만들었다.
"하앗 주인님. 치사해~ 이잉. 그렇게 격렬하게 하면 아 읏.."
"혹 가버릴거 같으면 사양할 것 없으니 걱정 말거라. 네가 가버리는 귀여운 얼굴을 보고 싶구나."
"으 시 싫어! 주인님은 아무렇지도 않은데 나 혼자 가버리긴 싫다구!"
세이키는 머리를 도리도리 내저으며 갑자기 아르셀라의 손에서 몸을 피했다. 아르셀라가 다시 그녀를 붙잡아 괴롭히려고 하자 그녀가 재빨리 몸을 숙여 선수를 친다.
"어 잠깐 뭐하는거야?"
"헤헤 나만 기분좋게 될 수는 없지. 주인님도 기분좋게 봉사해주려구."
세이키는 아르셀라의 다리사이에 꿇어앉아 그의 물건을 홀린듯 응시하고 있었다. 언제봐도 늠름하고 크다. 그녀는 아르셀라의 성난 물건을 부드럽게 어루만지더니 이내 자신의 조그만 입술을 그의 귀두에 살짝 가져다 대었다.
날름 날름 쩝쩝
"크윽.."
처음 입으로 할때는 완전 초보였는데 그동안 리노를 보고 많이 배웠는지 이제 제법 능숙하게 물건을 빨고 있었다. 혀로 밑둥을 핥다가 다시 한껏 머금고 쪽쪽 조이는 맛은 이미 그녀가 상당한 경지에 올랐다는 사실을 증명하고 있었다.
"하압 주인님~ 쩝 기분좋아?"
"으 응. 최고다."
아르셀라가 빈말로 이런 칭찬을 한 것은 아니었다. 세이키는 남자가 느끼는 곳을 제법 잘 찾아내어 적절하게 자극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녀가 무릎을 꿇고 열심히 봉사하는 모습이 기특하게 느껴져, 아르셀라는 그녀의 은발을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히히 기쁘다. 더 힘내야지~"
"..."
칭찬을 받은 세이키가 신이 나서 열심히 아르셀라의 물건을 빨아댔다. 아르셀라는 잠시 물건에서 느껴지는 세이키의 혀를 음미하고 있다가 살짝 허리를 뺐다.
"쩝 에에? 꺅~"
갑자기 아르셀라의 물건이 자신의 입술에서 도망쳐 가자 세이키는 양 볼을 부풀리고 항의하듯 아르셀라를 올려보았다. 아르셀라는 그런 세이키의 겨드랑에 손을 넣어 자신의 무릎 위에 올려 놓았다.
"그렇게 기분좋게 하면 싸버릴거 같아서 말이지."
"하지만 세이키는 이제 주인님의 밀크도 먹을 줄 아는걸? 입에다 싸줘도 괜찮았는데.."
"흐흐 하지만 나는 네 안에다 싸고 싶어서. 단 한방울도 낭비없이 네 자궁에 채워주고 싶다."
"아우.."
아르셀라의 음란한 말에 부끄러웠는지 세이키는 고개를 푹 숙였다. 그런 그녀를 뒤에서 살짝 끌어안으며 아르셀라는 자신의 물건을 그녀의 작은 균열에 슬그머니 조준하는 것이었다.
"..."
자신의 가장 중요한 곳에 느껴지는 주인님의 촉감에 세이키는 입을 다물었다. 그녀는 잔뜩 긴장한 채 자신의 안에 들어올 주인님을 기다리고 있었다.
"넣을게."
끄덕
무언의 승낙에 아르셀라는 세이키의 안에 자신의 물건을 단숨에 밀어넣었다. 이미 아르셀라의 물건을 핥느라 꽤 젖어있던 세이키의 좁은 비처는 아르셀라의 물건을 뻑적하게 조이면서도 힘겹게 그를 자신의 안에 완전히 받아들였다.
"아아앙 주 주인님!!"
자신의 좁은 질을 파고든 아르셀라의 느낌에 세이키는 비명을 지르며 아르셀라의 머리를 꽉 끌어안았다. 아르셀라는 그런 세이키의 귀를 잘근잘근 깨물며 은근한 어조로 속삭이는 것이었다.
"세이키도 참 음란한 아이잖아. 단순히 넣었을 뿐인데 이렇게 꽉 물어오다니. 흐흐 그렇게 내 물건이 갖고 싶었나?"
"으앙 나 음란하지 않아요! 힝"
"호오 그럼 이대로 가만 있어도 되나?"
아르셀라는 세이키의 몸을 끌어안고 서로의 성기를 결합한 채 정말로 아무 동작도 하지 않았다. 세이키는 주인님의 꽉 찬 자신의 그곳이 자꾸 근질근질해서 참을 수가 없었다.
"흑 제발 심술부리지 마요 주인님. 그러지 말고 빨리.."
"빨리 뭐?"
"빠 빨리 움직여 달라구요! 세이키 음란한 아이 맞아요. 그러니까 아저씨의 그.. 자 자지를. 어서 주세요 네?"
[헉..]
세이키의 대담한 요구에 아르셀라는 깜짝 놀랐다. 이 반응으로 미루어 보아 세이키는 완전히 자신의 여자로 조교가 완료된 것이다. 처음으로 자신에게 조교된 여자가 생겼다는 것에 아르셀라는 무척 감동했다.
"크흑 세이키. 넌 나의 여자지?"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당연하죠. 전 주인님의 노예잖아요. 부디 이 음란한 암캐를 찔러 주세요! 흑 더이상 참을 수 없어요. 주인님이 너무 갖고싶은걸요?"
[아..]
노예라는 말을 듣자 아르셀라의 감동어린 얼굴이 순식간에 창백하게 질려갔다. 그렇다. 세이키와 자신은 노예 계약을 맺은 것이다.
"에 주인님 왜그래?"
갑작스런 아르셀라의 변화를 감지한 세이키가 이상한 듯 물어온다. 아르셀라는 그런 세이키를 으스러져라 꼭 껴안았다.
"아니야. 아무것도. 넌 내 여자니까. 그러니까.."
노예든 뭐든 상관없었다. 누가 뭐래도 세이키는 지금 자신의 품에 안겨있는 것이다. 그녀는 자신의 여자다. 아무것도 잘못된 것은 없다.
"움직일게 세이키."
가슴속에 떠오른 불안감을 지우기 위해 아르셀라는 허리를 움직여 세이키의 작은 몸을 마구 공격해 갔다. 거친 아르셀라의 행위에도 세이키는 무척 느끼는지 입에서 달뜬 신음소리가 세어나왔다.
"아항 주 주인님이 내 안에 가득~ 하아 하아 너무 격렬해요!"
"세이키.. 세이키!"
아르셀라는 품에 안긴 은발 소녀의 이름을 부르짖으며 더욱 강하게 그녀를 밀어 붙였다. 그녀를 느끼고 싶다. 이 여자가 정말로 나만의 것이라는 사실을 확인받고 싶다.
"아흑 주인님. 저 저는.."
격렬한 아르셀라의 움직임에 세이키가 울음까지 터뜨렸다. 격정을 이기지 못한 것이다. 그녀는 거친 풍랑위의 작은 배처럼 아르셀라의 위에서 이리저리 흔들리며 그와 동작을 마춰주기 위해 필사적이었다.
쫄깃 쫄깃
세이키의 좁은 질벽이 아르셀라를 꾹꾹 조여와 그의 사정감을 북돕는다. 하지만 아르셀라는 쉽게 사정할 생각이 없었다. 가능한 오래 그녀와 이어져 있고 싶다. 오늘이 지나면 자신은..
"흐아앙 주인님! 나 가버릴 것 같아. 흑 부탁이야. 제발 같이 가 주세요. 혼자는 싫어!"
"큭. 세이키.."
아르셀라는 세이키의 작은 엉덩이를 꼭 붙잡고 더욱더 자신의 안으로 끌어 들였다. 아직은 아니다. 조금만 더 같이.. 조금만 더.
"꺄아아앙~ 흑 저는.. 흐그읏"
결국 세이키가 먼저 가버리고 말았다. 그녀는 아르셀라의 머리를 꼭 끌어안고 부들부들 떨며 환희에 젖은 눈물을 방울방울 떨어뜨렸다.
"흑 너무해요. 나 먼저 가버리고 말았잖아. 하읍. ?"
아르셀라는 자신의 입술로 세이키의 입을 막았다. 키스를 좋아하는 세이키는 가버린 직후임에도 애써 힘을 내어 아르셀라의 혀를 받아들였다.
쪽 쪼옥.. 쩝
"주인님. 저 또 이상해져요. 으응.. 가슴 만지면 안되요. 크리쨩 빙글빙글 돌리면 안되요!"
자신의 성감대를 집요하게 애무하는 아르셀라의 손길에 세이키의 몸이 다시금 뜨거워 지기 시작했다. 아르셀라의 능숙한 손은 세이키의 가녀린 균열 위쪽 돌기를 비틀기도 하고, 그녀의 소담한 가슴에 자리잡은 유두를 간지럽 히기도 하며 그녀를 어쩔 줄 모르게 만들었다.
"부탁이에요. 이번에는 같이 가 주는 거죠? 밖에다 내면 싫어! 주인님을 끝까지 느끼고 싶으니.. 아흣 아 안에다.."
다시한번 몸이 달아오르자 세이키는 자신의 질을 꼭꼭 조이며 다시한번 주인님의 정액을 보챘다. 그녀는 아르셀라가 밖에다 내는걸 극도로 싫어했다. 딱히 임신이나 그런걸 생각하는 건 아니었지만, 주인님의 따뜻함을 끝까지 느끼고 싶었던 것이다.
"나도 이제 한계야. 세이키. 날 끝까지 받아줄래?"
"네! 주인님 제발 주세요. 주인님의 뜨거운 밀크를.. 세이키의 안에 가득 따라주세요!!"
더 이상은 참을수가 없었다. 세이키가 너무 귀여워서, 이젠 아무리 해도 인내가 안된다. 아르셀라는 그녀를 꽉 끌어안고 마지막 순간 그녀의 어린 자궁 입구에 자신의 물건을 강하게 밀어붙였다.
"아아아아!!"
"크으윽!"
결국 세이키의 안에서 아르셀라의 욕망이 활화산처럼 백탁을 터뜨렸다. 그녀의 어리고 작은 자궁에 넘치도록 자신의 정액을 퍼부어 주는 것이다. 워낙 양이 많아서인지 세이키의 도자기같은 하얀 복부가 살짝 부풀어 오른 듯한 느낌도 든다.
"하아 하아 하아.."
"헉 헉.."
두차례에 걸친 지독한 절정을 거친 세이키는 이제 손끝하나 움직일 기력이 없었다. 그녀는 아르셀라의 넓은 가슴에 완전히 몸을 기댄채 애써 호흡을 가다듬고 있었다. 그녀가 숨을 내쉴 때마다 작고 모양좋은 그녀의 가슴이 살그머니 오르락 내리락 한다.
"후우.. 괜찮느냐?"
"네.."
어느정도 진정이 되자 세이키는 아르셀라를 꼭 끌어안으며 그의 입술에 살짝 입을 맞췄다. 그들은 그대로 서로를 껴안은채 침상에 누워 서로의 체온을 나눴다.
"주인님. 좋아해요. 세이키는 주인님을 만나게 되어 얼마나 기쁜지 모르겠어요."
"...."
세이키의 말을 듣자 좀 전에 느낀 불안감이 다시금 스멀스멀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 세이키는 정말 자신을 좋아하는 걸까?
"정말이니?"
"그럼요~ 전 주인님이 세상에서 제일 좋은걸요. 예전에는 루스네 언니랑 주인님 사이에서 고민했겠지만.. 헤헤 역시 전 남자가 더 좋아요."
"후훗.."
아르셀라는 서글프게 미소지으며 세이키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아르셀라의 손길이 기분 좋은지, 세이키는 갸르릉 거리며 살그머니 눈을 감는 것이었다.
"음.. 주인님. 정말 좋아."
"..."
이건 확실히 말할 수 있다. 아르셀라 자신은 세이키를 좋아했다. 이제 그녀가 곁에 없으면 한시도 견딜 수 없는 것이다. 그녀의 부드러운 볼이 좋았고, 빛나는 은발이 좋았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자신같은 나쁜 놈도 부드럽게 감싸주는 그녀의 따뜻한 마음이 좋았다.
세이키도 자신을 좋아한다고 했다. 하지만 그녀의 마음은, 안타깝게도 올바른 방식이 아니었다. 억지로 맺은 노예계약, 여자의 기쁨을 몸에 새기는 아르셀라의 조교.. 리노가 가르쳐준 여자가 남자에게 의존하게 만드는 법.. 이 모든것의 복합적인 결과가 바로 세이키의 거짓된 사랑인 것이다. 그녀는 자신같은 놈을 좋아해서는 안된다.. 그래서는 안된다.
만약 아르셀라가 내일있을 아카시아와의 목숨을 건 일전이 아니었다면 이런 생각을 가질 수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내일이면 자신은 죽을수도 있다고 생각하니, 아르셀라는 자신과 세이키의 관계를 진지하게 생각해 볼 여력을 같게 된 것이다. 그녀는 결코 자신의 노예가 되어서는 안된다. 저 아이는 나따위와는 비교도 안되는 빛나는 존재인 것이다.
"...계약을 파기하겠다."
"음냐 음냐.. 네? 네엣?!!"
아르셀라의 갑작스런 말에 반쯤 꿈속으로 빠져가던 세이키가 깜짝 놀라 눈을 번쩍 떳다. 그녀는 자신이 들은 주인님의 음성이 착각이라고 생각했다.
"말 그대로다. 너는 이제 나의 노예가 아니다."
"어 어어어 어째서!! 거짓말이지?! 주인님 지금 장난하는 거야? 이제 세이키가 싫어진거야?!!"
세이키는 예상대로 격렬한 반응을 보이며 아르셀라의 가슴을 두들겨 대었다. 대체 왜 갑자기 그런 말도안되는 농담을..
"미안하다... 너를 만나기 전의 나는. 아주 나쁜놈이었어. 지금도 나쁜 놈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부끄러움은 안다. 너같은 소녀를 속여 강제로 계약을 맺은 나는.. 그 죄를 어떻게 해도 씻을 수 없어."
"죄라니! 무슨말을 하는거야? 주인님 갑자기 왜그래?"
"크흑.. 미안해 세이키. 내가 잘못했어. 부디 나를 용서해 줄래? 흑 흐으으윽"
"주 주인니?.."
세이키는 아르셀라가 갑자기 눈물을 쏟으며 그녀의 가슴으로 파고돌자 깜짝 놀랐다. 그녀는 자신의 주인님이 눈물을 흘리는 모습을 지금까지 단 한번도 본 적이 없었다.
"흑.. 난 나쁜놈이야. 아마.. 흑 내일 나는 아카시아에게 죽게 될거야. 내가 죽으면. 너는.. 흑 나같은 놈은 잊고 부디 자유롭게 살려무나."
"...."
"루스네에게도 미안하다고 전해다오. 크흑.. 미안. 하지만 너를 만나서 정말 행복했어.. 이건 사실이야. 너처럼 과분한 여자를 잠시나마 곁에 둘 수 있어서.. 흐어어엉"
아르셀라는 마치 작은 아이처럼 세이키의 품에 얼굴을 묻고 서럽게 울어댔다. 일단 감정의 둑이 터지자 눈물을 주체할 수 없었던 것이다. 그는 좋아하는 여자의 품에서 수없이 자신을 책하고, 매도했다. 자신은 최저의 남자다.
"..."
쓱싹 쓱싹
"아.."
머리결에 느껴지는 부드러운 소녀의 손길에 아르셀라의 꽉 매인 가슴이 살그머니 녹아갔다. 세이키는 한없이 자애로운 시선으로 아르셀라를 내려보며 그의 머리를 쓰다듬고 있었다.
"세이키?"
"후후 주인님도 참 착하기도 하지. 마치 아이같아. 세이키보다 더 아이같은걸?"
"그게 무슨.."
"주인님. 내가 왜 마계에서 추방榮쩝?알아?"
"??"
세이키는 웬지 쓸쓸해 보이는 미소를 머금고 자신의 과거를 이야기 하기 시작했다.
"아버지는, 나를 만들고 무척 후회했어. 의도대로 아버지의 강한 힘을 고스란히 이어받기는 했지만 한가지 딱 부족한게 있었거든?"
"부족한 거라니?"
어느새 아르셀라도 눈물을 거두고 세이키의 말에 빠져들어갔다. 그녀가 자신의 과거를 직접 이야기하는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그건 바로 마음.. 나는 마음이 무척 여렸어. 피를 보는것도 두려웠고 타인의 생명을 거두는건 도저히 할 수 없었지. 그건 아버지를 아주 화나게 했어."
"...."
"아버지는 나를 마계에서 추방하며 아무 인간이나 골라잡고 무조건 계약을 맺어야 한다는 명령을 내렸어. 그는 내가 사악한 인간들의 손에 험한 꼴을 겪으며 마음이 강해지길 바랬던 거야. 그리고 나는 아버지의 명을 거절할 수 없었지.."
"무조건 계약이라고?"
세이키는 고개를 끄덕였다.
"응. 어떤 조건도 거부해서는 안되. 그리고 인간세에서 처음 만난건 한 왕국의 공주였어. 그녀와 계약을 맺었는데, 그 공주는 선한 사람이어서 마음아픈 일은 아무것도 할 필요가 없었어."
[루스네..]
아르셀라의 머리속에 자신의 부인의 얼굴이 떠올랐다. 그녀가 세이키의 전 계약자였지.
"나는 그녀와 함께 있으면서 행복했어. 왕궁의 생활은 무척 즐거웠고 그녀는 나를 진심으로 아껴주며 친구로 여겨줬거든. 하지만 나는 그녀와의 행복한 생활 중에서도 언제나 마음 한구석의 죄책감을 저버릴 수가 없었어. 나는 마계에서 추방된 몸이다. 아버지의 명에 따라 내 잘못을 고치고 한시라도 빨리 마계로 돌아가야 되는데.. 이러고 있어도 괜찮은걸까?"
"그렇다면 혹시?"
"그래. 나는 전 계약자와 함께 있으면 나에게 아무런 진전도 없으리라는 걸 깨달았어. 그래서.. 그녀에게는 미안하지만, 나는 다른 계약자를 찾아야 했지. 그리고 그게 바로 주인님이야."
[뭐 뭐라고?]
아르셀라는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그 말인 즉 자신이 세이키를 노예로 선택한게 아니라 세이키가 자신을 주인으로 택한거란 말인가?
"주인님을 처음 본 순간, 나는 주인님이야 말로 내가 계약을 맺어야 할 사악한 인간이라고 생각했어. 저 남자와 계약을 맺고.. 그의 뜻대로 이용당하다 보면 나의 약한 마음을 고칠 수 있겠지. 그리고 그것이 아버지의 뜻이기도 했고."
"마 말도안되! 왜 그런짓을 한거야? 그렇다면 너.."
"맞아. 연극이었어. 미안해 주인님. 본의아니게 주인님을 속이게 된 걸.. . 주인님은 억지로 나를 범하고, 수치스러운 일을 강요했었지.. 이 남자의 노예로 계속 있다보면 자연스럽게 내 마음은 악에 물들것이다. 그렇게 생각했어."
아르셀라는 화가 나서 세이키의 말을 도저히 들어줄 수 없었다. 어째서 그런 자포자기한 마음을 먹은 것인가?
"너! 제정신이야? 악에 물들기 위해서 내 노예가 되었다고? 무슨 그런.."
"그래야만 했는걸. 나는 마족이야. 내 아버지는 마계의 일곱군주중 하나인 아스모데 님이시고. 나는 한시바삐 내 마음을 없에고 아버지의 도구가 되어야 했어. 그러기 위해서는..."
세이키의 말이 무척 슬프게 들렸기에, 아르셀라는 더 이상 그녀를 추궁할 수도 없었다. 그는 힘없이 고개를 떨구며 입을 닫았다.
쓱싹쓱싹
하지만 세이키는 아르셀라를 그냥 놔두지 않았다. 그녀는 아르셀라의 머리를 다시 쓰다듬으며 자신의 품에 부드럽게 끌어안았다.
"무 무슨짓이야?"
"주인님이 너무 좋아서. 후후 정말 어떻게 이렇게 운이 좋을 수 있을까? 내가 마음을 바쳐 사랑할 수 있는 남자가, 하필 나의 주인님이 되다니."
[사랑?]
아르셀라는 순간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세이키가, 자신을 사랑한다고?
"고마워 주인님. 주인님은 세이키가 틀리지 않았다는걸 깨닫게 해 주었어. 주인님은 세이키의 말을 잘 들어줬잖아. 불쌍한 사람들을 살려주고 나쁜 영주들을 혼내주고. 생명을 소중히 여겨주고.."
"뭐 뭐라고?"
"주인님 덕택에 나는 내가 악에 물들 필요가 없다는 사실을 확신하게 된거야. 나쁜게 옳은게 아냐. 착한게 올바른 거지. 착하고 멋진 주인님.. 나처럼 꿈많은 소녀가 주인님한테 빠지는 것도 당연하지 에휴."
"....."
"주인님. 나랑 계약을 파기한다느니 그런 소리 하지마. 그러면 세이키는 너무 슬픈걸. 주인님은 내가 평생 모시기로 마음먹은 하나뿐인 소중한 사람이야. 난 평생 주인님의 노예 세이키로 있고 싶어. 사랑해 주인님."
"...."
아르셀라는 지금 자신의 눈 앞에 천사가 강림했다고 생각했다. 얼굴을 붉히고 작은 목소리로 사랑을 고백하는 은발의 소녀. 그녀의 환한 미소를 대하니 아르세라는 가슴이 벅찰정도로 행복해지는 것이었다.
"세이키.."
"주인님.."
한동안 홀린듯 서로를 바라보던 두 남녀는 자연스럽게 서로의 입술을 겹쳐갔다. 100살 먹은 드래곤 아르셀라는 그날 자신의 첫 사랑을 만났다.
다음날, 아르셀라는 아침 일찍 일어나 성벽에 올라갔다. 이미 적들은 성 근처까지 와 있다.
[그리고 아카시아도.]
여전히 그녀가 두렵다. 하지만 아르셀라는 이제 도망치지 않을 작정이었다. 전력을 다해 그녀를 쓰러뜨린다. 그녀를 쓰러뜨리고 세이키를, 이 왕국을 반드시 지켜낸다. 두려움보다 큰 굳센 다짐이 그의 가슴속에 자리잡고 있었다.
17. 아카시아와의 첫 대면
"....."
엘퍼스 산맥 가장자리에 자리잡은 아름다운 숲, 그곳에는 블랙드래곤 아카시아의 보금자리가 있었다. 칠흑같은 흑발을 길게 늘어뜨린 미녀 아카시아는 자신의 숲 한쪽에 걸터앉아 행복한 한때를 보내는 중이었다.
그녀가 바라보고 있는건 아카시아와 마찬가지로 윤기나는 검은 머리를 가진 한 귀여운 소녀였다. 이제 막 다섯살이나 되었을까? 그 아이는 아카시아가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지도 모르고 바닥에 핀 꽃을 모아 무언가를 열심히 만들고 있었다.
"만들어야지~ 햇님같은 꽃을 모아 공주님의 머리를 장식해 줘야지~ 예쁜 화관 한다발에 예쁜 마음 꿈결처럼.."
소녀가 흥얼거리고 있는 노래는 아카시아가 가르쳐준 노래였다. 과거 음유시인 역할로 유희를 한 경험이 있는 아카시아는 어린 아이가 부를만한 깜찍한 동요를 많이 알고 있었다.
"후후 그러니? 공주님은 어디 있는데?"
"에에엣?"
아카시아의 갑작스런 등장에 소녀는 깜짝 놀라 소리가 난 방향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녀는 곧 따뜻한 미소를 품은 아카시아를 발견하고 환하게 웃어보였다.
"엄마~"
소녀가 아카시아의 품에 쪼르르 달려와 한가득 안겨든다. 아카시아는 소녀의 작은 몸을 꼭 끌어안고 그녀의 볼에 살짝 입을 맞췄다.
"몰래 밖에 나가지 말라고 했지? 밖은 무척 위험하단다."
사실 아카시아는 자신의 레어 근방에 강력한 결계를 쳐놓았기 때문에 그녀의 딸이 위험에 처할 일은 절대 없었다. 하지만 아카시아는 딸아이가 조금만 자신의 시야에서 벗어나도 불안한 것이었다. 그것이 어미의 마음이다.
"하지만.. 집에 있는건 심심하단 말이야."
"후후 심심하면 엄마랑 놀면 되지~"
"그 그렇지만.."
소녀는 만들다 만 화관을 꼼지락대며 말을 제대로 잇지 못했다. 아카시아는 딸의 태도를 보고 그녀의 생각을 훤히 들여다 봤다.
"그 화관은 뭐니? 후후 누구 주려고?"
"아 그게.."
"괜찮으니 말해보렴~"
답은 뻔했다. 어차피 이 레어에 사는 사람은 아카시아와 그녀의 딸 뿐이었으므로 소녀가 화관을 선물할 사람도 당연히 아카시아뿐이었던 것이다.
"이잉.. 엄마 줄려고 했는데. 아직 다 못만들었어. 엄마 미워! 흑흑 비밀로 하려고 했는데."
"호호호 우리 딸아이 기특하기도 하지."
아카시아는 조그맣게 훌쩍이는 소녀가 귀여워 죽을 것 같았다. 그녀는 소녀를 가슴에 껴안고 몇 번이고 소녀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아직 다 못만들었으면 엄마랑 같이 만들자. 엄마도 우리 꼬마 공주님 머리에 화관을 씌워주고 싶은걸?"
"정말?"
"그럼~ 우리 누가 더 빨리 만드는지 내기할까? 지는사람이 뽀뽀해 주기다."
소녀의 환한 미소가 아카시아의 가슴에 아프게 새겨져 있다. 그 아이가 살아있었다면.. 지금쯤은 서로에게 화관을 씌워줄 수 있었겠지.. 아마 아카시아가 졌을 것이다. 딸 아이의 귀여운 볼에 살짝 입을 맞추면, 입술을 통해 아이의 따뜻한 체온이 전해져 오고..
"....."
아카시아는 눈가에 맺힌 이슬을 살짝 훔치며 조용히 침상에서 몸을 일으켰다. 때로는 꿈이 현실보다 더욱 슬플때가 있다.
"칫.. 한심하군."
자신의 감정은 이미 메말라 버렸다고 생각했는데, 아직도 미련이 남아있다는 것인가? 증오스런 인간들을 멸하기 위해서는 스스로가 냉혈의 악룡이 되어야 한다. 이런 감정은 불필요 하다.
"후우.."
막사를 나가보니 한창 전투준비로 분주하다. 오늘 제국군은 모르테스의 국경을 공격한다. 뭐 인간들 끼리 싸우건 뭘 하건 아카시아가 알 바는 아니지만.
"아 아카시아 대신관님!"
"아아.. 간밤에는 평안하셨는지요."
"오오오."
제국의 군사들에게 아카시아의 존재감은 말 그대로 성녀 그 이상이었다. 아카시아는 군사들에게 숭배와 존경과, 연모와, 충성을 한몸에 받는 여신과도 같은 존재였던 것이다. 그도 그럴것이 아카시아의 아름다운 미모를 한번이라도 견식한 남성이라면 그녀의 포로가 될 수 밖에 없을 터, 하물며 그녀가 자신들을 수호해주는 신의 사자라면..
"여러분도 모두 평안하셨습니까."
아카시아는 애써 얼굴에 미소를 띄우며 병사들에게 인사했다. 아직은 탈을 쓰고 있어야 한다. 교단의 힘은, 제국의 힘은 인간들을 멸하기 위해 꼭 필요하니까..
"여부가 있겠습니까? 성녀님의 얼굴만 봐도 온 몸의 피로가 풀리는 군요."
"성녀님이 저희들과 함께 있는 한, 아무리 괴로운 일이 일어나도 끄떡 없습니다."
[미친놈들]
아카시아는 인간을 싫어했지만 그 중에서도 역겨운 사내놈들은 미치도록 싫었다. 예전엔 왜 저런 천박한 남자라는 족속에게 끌렸었는지 스스로 생각해도 이해가 되지 않는다.
"저기 대신관님. 카드모어 사령관님이 대신관님을 호출하셨습니다."
아카시아가 토할것 같은 기분을 억누르며 병사들을 향해 억지 웃음을 짓고 있는 와중에 전령의 보고가 들어왔다. 그녀는 내심 이 장소를 벗어나게 된걸 기쁘게 생각하며 전령의 뒤를 따라 사령관의 막사로 발을 옮겼다.
"오셨습니까. 대신관님."
자신의 참모들과 작전회의를 하고있던 카드모어는 마침 들어온 아카시아를 향해 정중히 예를 표했다.
"네. 오늘 전투가 있다고 했나요?"
"그렇습니다. 정오 무렵, 모르테스 국경의 에히만 성을 공격할 예정입니다."
"아아 안타깝군요. 또 얼마나 수많은 인명들이 아까운 목숨을 잃게 될 지.. 하지만 모르테스는 이미 신의 뜻을 저버린 국가입니다. 그들을 벌하는건 디엘님의 숭고한 의지를 이은 제국의 피할 수 없는 사명인 것입니다."
"네.."
카드모어는 아카시아의 가식적인 말에 창자가 꼬이는 듯한 기분을 받았다. 전쟁을 일으키라고 부추기는 신이 세상에 어디있단 말인가? 강직한 지휘관형 인물인 카드모어는 신의 이름을 빌려 온갖 사리사욕은 다 챙기는 교단에 그리 호감을 갖고 있지 않았다.
"어쨌든. 성을 공격하면 아군의 피해가 클 것입니다. 부디 후방지원을 확실히 해 주셨으면 합니다."
"염려마십시오. 저를 위시하여 교단에서 파견한 스무명의 사제들은 디엘님의 뜻을 받들어 제국의 영광스런 승리에 일조할 만반의 준비가 다 되어 있습니다."
"그렇다면 고맙겠군요."
카드모어는 아카시아에게 더 세세한건 지시하지 않았다. 아무리 사령관이라고 해도 교단에서 높은 지휘를 가진 아카시아 성녀에게 직접 명령을 내리는 것은 어려운 일이었던 것이다. 사령관은 아카시아에게 독자적인 작전 수행권을 부여했다.
"저는 이만 물러가 보도록 하겠습니다. 우리 자매들과 오늘의 계획을 다시한번 점검해 봐야 하기 때문이죠. 부디 디엘의 축복이 함께하기를."
말은 이렇게 했지만 아카시아는 제국군에 도움을 줄 마음이 전혀 없었다. 뭐 교단에서 파견된 그녀 이외의 신관들은 나름대로 힘을 보태겠지만 그녀 자신은 웬만해서는 전장에 힘을 보태지 않을 예정이었다.
[큭큭 제국놈들이 빌빌대며 제대로 하지 않으면 모르테스와 제국의 쓰레기들을 다 함께 쓸어버리면 되는 것이지. 인간놈들 따위..]
아카시아에게 있어서 어차피 인간들은 다 멸해야 하는 대상이었다. 그녀는 입가에 서늘한 비웃음을 띄우며 사령관의 막사를 나섰다.
"오는구나. 많기도 하군."
모크나는 성 아래 새까맣게 밀려든 적들을 보고 절레절레 고개를 내저었다. 아군과 적군의 병력차는 아무리 생각해도 10배는 되는 것 같다.
"뭐 저나 아카시아의 존재 때문에 어차피 병력의 숫자는 의미가 없죠. 후우.."
"흐음. 그렇긴 하지. 그런데 네 첫째부인은 어디간거냐?"
"자고 있어요. 그 여자는 너무 잠이 많아요."
"흠. 어차피 서큐버스는 아카시아 대신관과의 전투에 별 도움이 안되긴 하지. 하지만 네 넷째부인도 없는데 그 아이는 어디간거냐?"
"넷째가 아니라 셋째에요. 어제 제가 좀 심하게 해서.. 그 애도 자고 있습니다."
"뭐임마? 제정신이냐?"
아카시아와의 결전 전날 그토록 격렬한 정사를 벌이다니? 대체 이길 생각이 있기는 한 걸까?
"바로 싸울거 아니잖아요. 마법 알람 설치해놨으니 싸울때 부르면 즉시 일어나 달려올 겁니다."
"흠 그렇다면 다행이지만."
여기까지 온 마당에 아르셀라를 더 추궁해 봐야 얻을 수 있는건 아무것도 없었다. 일어난 일은 어쩔 수 없고, 지금은 힘을 합해 아카시아를 상대할 궁리를 해야한다.
"뭐 가만히 놔두면 저 병사들이 성문을 열려고 하겠군요. 일단 가볍게 마법을 퍼부어 볼까요?"
"물어볼 것도 없지 않느냐. 당장 저 개미떼같은 놈들을 불태워 버려."
모크나의 말에 아르셀라는 살짝 고개를 끄덕이고 용언마법을 캐스팅 했다. 속으로 단숨에 마법을 계산해 성 밑의 병사들을 향해 시전한다.
[플레임 스트라이크]
어차피 먹히지도 않을 것이다. 아카시아가 간단히 막아내겠지.
화르르륵
"끄아아아악!"
"아아아아악!"
아르셀라가 시전한 7서클의 화염마법 플레임 스트라이크가 성 아래 넓은 범위의 적군을 순식간에 태워버렸다. 아르셀라는 자신의 마법이 먹혀들자 눈이 튀어나오도록 깜짝 놀랐다.
"뭐야 왜?"
틀림없이 막아내리라 생각하고 시전한 마법인데.. 아르셀라는 자신의 손에 제국의 병사들이 타들어가자 죄책감에 가슴이 아려왔다. 죽이려고 마법을 쓴게 아닌데..
"흠 아카시아가 여기 없나? 계속 마법을 써 봐라."
"아뇨 아카시아는 틀림없이 저 병사들 사이에 있습니다. 어쨌든 마법을 퍼부어 보죠."
[아이스 스톰]
휘오오오
아르셀라가 시전한 마법이 이번에도 아무 방해없이 적들의 손발을 얼어붙게 했다. 인명피해를 고려해 살상력이 적은 마법을 사용했지만, 제국병사들의 진격을 차단하는데는 충분하리만큼 강력한 7서클의 마법이었다.
"왜 또 안막았지? 정말 아카시아 없는거 아냐?"
"그러게요.. 근데 아카시아가 있는건 확실해요."
아르셀라는 모크나와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며 마법을 퍼부었다. 아르셀라가 사용한 마법은 살상력이 극히 적은 마법들이었지만 제국병사는 아르셀라의 마법에 속수무책으로 당하기만 할 뿐 전혀 성에 공격을 가하지 못했다.
"뭐야! 왜 파훼를 하지 못하는 거냐? 쓸모없는 것들 같으니."
카드모단은 병사들의 진격이 완전히 차단되자 화가 날대로 나서 제국의 마법사들에게 욕설을 퍼부어댔다.
"저 정말 이상합니다. 적의 마법사가 사용하는 마법은 우리와 완전 체계가 다르기에 전혀 방해마법을 펼칠수가 없습니다. 대체 어떻게 된 일일까요?"
"크윽. 이대로라면.."
전혀 답이 없다. 상대의 마법사는 지치지도 않는 듯, 그것도 마치 장난하듯 살상력이 적은 마법만 계속 뿌려대는 것이다. 어디서 저런 괴물같은 마법사가 모르테스에 나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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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입일 | 2016-08-11 | 접속일 | 2024-11-0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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