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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즌 오브 마르툴 v2 - 프롤로그 ← 고화질 다운로드    토렌트로 검색하기
16-08-24 23:14 591회 0건




Chosen of Mar-tul ver.02




-prologue-






“이제 그만 헤어지자”

서글서글하게 생긴 시원한 미모의 20대 여성이 눈앞의 남자를 똑바로 응시하고 있다.

“........”

누구나 한 번 쳐다보면 예쁘다고 생각될 정도의 외모와는 달리 눈에는 한없이 짜증스러운 아우라Aura가 맴도는 듯 했고, 도톰하고 섹시한 입술을 통해서는 어울리지 않는 냉정한 말이 내뱉어졌다.

“이젠 지쳤어. 나 놔줄때도 됐잖아?”

“.................”

“...........”

그녀는 눈 앞의 남자가 고개를 푹 수그리고 아무 반응없이 침묵으로 일관하는데에 더 짜증을 느끼는듯 매정하게 소리친다.

“너의 그런면이 싫다구!”

“...........”

“게다가 가진건 아무것도 없고!”

“....미안하다..”

“날 사랑하긴 하는거야?”

순간 남자는 애처로운 표정으로 급히 고개를 들어 그녀를 주시하지만 그녀는 잠시도 눈을 마주치기 싫다는 듯 몸을 돌려 도도한 걸음걸이로 걸어가버리기 시작한다.

“하아....”

남자는 잡기는 커녕 손조차 뻗지 못하고 그저 안타까운 표정으로 멀어져가는 그녀의 뒷모습을 바라볼 뿐이다. 타이트한 미니스커트에 좌우로 요염하게 흔들리는 탱탱한 엉덩이가 그의 눈을 사로잡지만 이젠 더 이상 자신만의 엉덩이가 아님을 안다. 이윽고 그는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며 반대방향으로 돌아선다.

“후우... 병신새끼.”

스스로를 책망하듯 중얼거리며 눈에서 한가닥의 눈물이 떨어지지만 그는 닦지도 않은채 걸어가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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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우... 오늘도....”

낙심한 듯이 한 남자가 자신의 방안으로 들어서고 있다.
방바닥 전체에는 그가 큰맘먹고 깔아둔 싸구려 카펫이 누렇게 변색되어 그가 발딛는 곳 마다 미세하게 먼지가 날리는 듯 보인다. 여기저기 널려있는 옷가지들, 먹고난 빈그릇으로 굴러다니는 컵라면, 담배꽁초가 가득 담겨있는 종이컵들이만이 그를 맞아준다. 3평 남짓한 방안에 발디딜틈도 별로 없었건만 그는 아무렇게나 정장의 상의를 벗어서 바닥에 던져버리고선 역시 절반이상은 벗어둔 옷가지가 쌓여있는 침대에 몸을 던지듯 눕는다.

마현. 28세, 그다지 크지 않은 키에 변변찮은 대학의 전망 없는 학과를 졸업하고 현재 취업 준비중.
경제 한파로 암울한 그의 인생은 더욱더 꼬여버린 느낌으로 그는 낙심한 표정을 지울 날이 없었다.
한때 정말 사랑했던 여자친구와도 헤어진 지 벌써 반년... 대인관계도 그다지 넓지 않은 현에게 다시 인연이 찾아오는 일은 없었다. 그나마 알던 친구들과도 서서히 멀어지는 상태.

애써 잡념을 지워버리려 머리를 세차게 흔들고는 또렷이 앞을 바라보았다. 면접 자리 몇 군데를 다녀왔던 그는 누운채 목을 심하게 조였던 후줄근한 넥타이를 신경질적으로 풀기 시작했다. 하루 종일 돌아다녀 땀에 절어있고 먼지투성이인 느낌의 불쾌한 몸뚱아리에는 불쾌감과 스트레스만이 쌓여있는 듯 느껴진다.

현은 다시 벌떡 일어나서는 화장실로 향해 대충 샤워를 마쳤다. 대학 때는 그나마 종종 운동이라도 열심히 해서 몸은 좋았지만, 결국 그것도 돈이 있어야 유지할 수 있는 것이다. 예전의 영광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져버렸고, 이제는 마치 중년사내의 그것처럼 푹 퍼진 몸을 내려다보며 가볍게 한숨을 쉬었다.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고는 힘없이 눅눅한 타월을 집어들고 몸을 대충 닦은뒤 다시 침대에 몸을 던지듯 누웠다.
스멀스멀 벌레가 기어오듯이 느껴지는 불쾌한 느낌이 사지에서 느껴진다. 마치 손가락과 손톱 사이마다 바늘을 박은 느낌. 그는 그렇게 느껴지는 불쾌한 감각을 이젠 일상으로 받아들였다.

한심한 낙오자를 질타하는 듯한 양심의 찔림인듯 느껴진다.

“에휴....”

“내일 또 찾아보자.... ”

취업은 계속 실패하고 인생은 점점 나락으로 떨어지는 느낌을 애써 지운다.

‘난 이 세계에 잘못 태어난 느낌이야.... ’

몸뚱아리는 피곤에 절어있음에도 낙심한 정신은 또렷하게 느껴진다. 오지않는 잠을 청하려 눈을 감은 그의 뇌리에 이런 저런 생각이 들었다.
현은 다른 차원이 존재하고 원래 난 그쪽 사람이 아니었을까 하는... 허무맹랑한 상상을 하면서 서서히 잠이든다.

어두운, 그저 시커멓기만 한 공간.

잠들었을때의 현은 그렇게 느낀다. 꿈인지 생시인지 알 수도, 자신의 의식이 깨어있는건지, 지금 무얼 바라보고 있는지도 알 수가 없었다.

....
.............
............................
.

...........헌대 서서히 느껴지는 이질감이 뇌를 지배하기 시작한다.

‘응?’

부드럽고 축축한 느낌.
언제 느꼈는지 모를 오랜만의 그 느낌이 현의 다리사이에서 느껴졌다. 그리고는 눈을 떠 자신의 몸을 바라보았다. 정확히는 몸위의 무언가를.

“허...어?”

예전 여자친구가 있을때의 느낌이었다. 군 전역후 한참 사랑에 불탔을 때 같이 동거하던 그녀. 시도때도없이 섹스를 조르며 그가 잠들어도 멋대로 바지를 벗겨 자지를 빨아댔고, 그 상황에 흥분해 그는 몇 번이나 그녀에게 달려들었다. 마치 과거로 돌아간 듯 자신의 자지에 느껴지는 쾌감과 눈앞의 상대방.
하지만 현재는 달랐다. 상대가 달랐고 문은 분명 잠그고 들어왔다. 말이 안된다. 황망히 바라보는 시선을 느낀건지, 어이없는 현의 신음소리를 들은건지 현의 몸 아래 웅크리고 앉아있는 존재가 그를 바라보았다.

“으..응? 깼어?”

은은한 빛이 서린 백발의 여성이 현의 자지에서 입을 때고는 고개를 들어 그를 바라보았다.

“머..어....누...누구?”

당황한 현을 바라보며 백발의 여자는 배시시 웃으며 손으로 그의 물건을 감싸쥐고는 부드럽게 위 아래로 훑어내렸다.

역시나 눈의 착각이라고는 할 수 없는... 방안이 어슴푸레 밝아질 정도의 광체가 그녀의 몸 전체에서 은은하게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어깨를 넘어 현의 시계를 벗어나 계속 이어진... 백발...? 아니다, 백발은 이럴 수 없다. 그저 노인의 머리카락 같은 느낌이 아니라 마치 은(銀)을 가늘게 늘인 듯한 은발의 머리카락. 현을 똑바로 바라보고 있는 한 쌍의 은청색 동공에 마치 최면이라도 걸릴 겉 같이 빠져들 것만 같다. 인간 같지 않은 이질감과 깊이를 알 수 없는, 한없이 빠져드는 눈. 그리고 그 아래로 오똑하니 솟아있는 콧날에... 부드러울 것 같은 연분홍색 입술. 그리고... 그의 다리사이에 웅크리고 있는 그녀의 백옥같은 나신...
난데없이 나타난 그 존재는 도저히 인간으로 보이지 않을 만큼 아름다웠다. 생명이 불어넣어진 인형같은 외모의 존재는 현에게 잠결에 아직 정신을 못 차린건지, 생시인지 구분이 되지 않을만큼 신비한 존재감이 느껴졌다.

“...누..누구세요?”

그녀는 대답 없이 부드럽게 훑어내리던 그의 육봉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리고 서서히 벌어지는 연분홍색의 입술.

숨이 막힐 만큼 음란한 형상으로 현은 그 입술에 자신의 귀두가 삼켜지는 광경을 눈을 크게 뜨고 지켜보았다.

“하웁”

“으음...”

‘쩝... 쩌업... 쪼옵......’

약한 신음과 함께 그녀는 머리는 앞 뒤로 움직이며 현의 물건을 부드럽게 빨아대기 시작했다. 현은 잠도 달아난 듯 그 모습을 눈이 뚫어져라 바라보았다. 척추부터 서서히 타고 오르는 쾌감의 물결이 뇌에 도달한 듯한 느낌이 들었다.

“허억.”

‘쩝쩝... 쩝.... .... ’

방안에 울려퍼지는 음란한 소리. 은발의 여성은 일부러 소리가 나도록 하며 머리를 더 크게 앞뒤로 움직였다.

‘뭐지...? 도둑..? 귀신..?’

오랜만에 느끼는 낯설지 않은 쾌감속에서도 현은 황망하게 이 상황이 무언지를 파악하려 했다.

“아아...”

은발의 여성은 이젠 한손으로 현의 아래쪽 알주머니를 쥐고 부드럽게 주무르기 시작했다. 그녀의 입속에서 느껴지는 축축하고 따뜻한 혀의 감촉이 그의 육봉 아랫부분을 자극했다.

더 이상 현은 생각하길 계속 할 수 없었고 엄습하는 사정감을 느끼며 은발여성의 머리 양쪽을 저도모르게 붙잡았다.

“싸... 쌀거같아.”

그의 말에 그녀의 은발이 잠시 멈칫했으나 이제는 격렬히 머리를 앞뒤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쩝 쩝 쩝 쩝 쩝 쩝 쩝 .... ’

‘츄룹, 츄웁 춥 춥‘

마치 여성의 보지처럼 단단히 입을 오므리고 은발의 여성은 강하게 현의 육봉을 자극했다.
미쳐버릴 것 같은 부드러운 감각이 그의 물건을 통해 뇌로 전달되었다. 현은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윽..”

‘울컥 울컥 울컥 울컥 울컥’

새하얗게 비워지는 머릿속의 감각과 그녀의 손에 붙잡힌 불알에서 느껴지는 맥박. 현은 그대로 그녀 입속에 사정하기 시작했다. 머리를 뒤로 젖히며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하는 현.

어두침침한 공간에 희미하게 빛나는 은발여성의 목젖이 움직이며 꿀꺽 꿀꺽 하는 소리만이 에로틱하게 울려 퍼졌다. 사정이 끝나도 그녀는 한참을 현의 아랫도리에 매달려 그대로 빨아댔고, 마현은 사정후의 그 자극에 몸을 부르르 떨었다. 그리고 그녀는 조금 후에 입을 천천히 떼었다. 그러자 아직까지 힘을 잃지 않고 꺼덕대며 현의 물건이 그녀에게 고맙다는 듯 인사를 한다.

사정 뒤의 기분좋은 나른함이 현의 온몸을 엄습했고 바보같은 표정을 지으며 그대로 널부러져 버렸다.

기분좋은 그 노곤함을 즐기는 것도 잠시, 은발의 여성이 커다란 젖가슴을 출렁대면서 현의 몸 위로 올라타기 시작했다.

“허억...”

그의 눈에 들어온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그녀의 몸은 마치 극상의 예술품 같았다. 범접못할 기품이 느껴지면서도 천박하고 음란한 창녀같은 그 모습에 자신도 모르게 헛바람을 삼킨다.

현의 눈앞에 펼쳐진 커다란 과육(果肉).
단지 출렁이며 움직였을 뿐인데, 그 움직임 자체도 마치 자신을 유혹하는 듯한 궤적을 그리며 놀리는 듯 하다. 현의 자지가 다시금 사정 전 보다 더 딱딱해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는 참지 못하고 자신의 위에 올라탄 그녀의 가슴에 손을 뻗고 정신없이 주무르기 시작했다. 손에 착착 감기며 이리저리 이지러지는 유방을 정신없이 바라보고 있을 때 그녀는 허리를 슬쩍 띄우고 그의 물건을 자신의 하복부에 서서히 밀어 넣기 시작 했다.

현의 귀두끝에 느껴지는 그녀의 음순... 그의 것을 물어주고는 추잡하면서도 왠지 모르게 기품있게 느껴지는, 서서히 더 깊이 먹어대는 속살의 느낌....... 내부가 현으로 꽉 들어찬것을 알아채고 그녀는 자신의 허리를 부드럽게 돌리며 그가 자신의 질 내부를 마음껏 느낄 수 있도록 도와주기 시작했다. 그의 살몽둥이 전체로 느껴지는 내벽의 축축하면서 탄력있는 살집들이 마치 그의 몸 전체를 감싸주는 듯한 감각을 느꼈다.

그와 동시에 그녀는 부드럽게 내리 깐 눈길로 그를 보며 입을 떼었다.

“자긴... 하... 하아... 이제 돌아가게 될거야. 여정이 힘들겠지만... ”

현의 양 손 끝에 느껴지는 부드럽고 커다란 유방의 감촉, 하복부에 느껴지는 쫄깃한 살덩어리에 그는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은발의 여성은 자신의 가슴을 주물러대는 그의 우악스러운 양 손 위로 자신을 손을 부드럽게 포개쥐었다. 누워있는 현을 바라보며 평온한 인상을 짓는 그녀의 얼굴과 상반신과 달리 그녀의 허리 아래는 마치 별개의 생물처럼 원을 그리며 서서히 격렬히 움직였다. 이리저리 흔들리는 허리가 순식간에 다시 그의 사정을 앞당기기 시작한다.

“흐읍...”

음란하게 휘둘려지던 그녀의 허리가 이제는 앞 뒤로, 위 아래로 운동을 시작한다.

“하앙...기분좋아..”

혀를 내밀며 살풋 웃으며 좋아서 어쩔 줄 모르는 그녀는 격렬히 허리를 놀려대면서도 평온한 얼굴로 마현을 마주보았다.

‘진짜 예쁘다....’

감탄이 서릴만큼 아름다운 얼굴이 자신을 바라보는것에 하복부의 쾌감과는 또다른 행복감이 그의 심장을 때리는 듯 했다. 그리곤 얼마 버티지도 못한채 그대로 재차 육봉이 굉장한 기세로 정액을 싸대기 시작했다.

‘꿈틀 꿈틀 꿈틀 꿈틀 ...... ’

그곳에서 느껴지는 맥박인가, 아니면 심장에서 느껴지는 건가, 뇌가, 온몸이 느끼는건가...

‘모르겠어. 너무 기분좋아........’

“아하아..... 내 보지... 좋아..?”

은발의 여성은 자신의 가슴을 여전히 주물럭거리는 현의 양 손을 더욱 강하게 감싸쥐었다. 그리고 부드러운 눈길로 그의 눈을 응시하며 배시시 웃는다. 현은 수컷의 본능인 양 조금이라도 더 깊숙이 정액을 싸려는 듯 허리를 들썩거리며 깊이 삽입하기 위해 무의식적으로 움직였다. 그녀의 허리를 잡고 강하게 박아대고 싶었지만 양 손에 느껴지는 극상의 부드러운 감촉을 뿌리치기는 불가능한 듯 했다.

“헉.... 헉..... ”

미친 듯이 꿈틀거리며 정액을 토해내던 그의 물건이 서서히 잦아들었다.

그녀의 얼굴을 바라보며 눈이 떨어지질 않는것에 스스로도 어쩔수가 없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그녀의 얼굴이 서서히 뿌옇게 변해갔다. 기분좋은 나른함과 함께.. 아니, 시야가 뿌옇게 흐려져 갔다.

“사랑해.....”

나직하게 머릿속을 울리듯 그녀의 속삭임이 들리지만 대답을 할 수가 없었다.
현은 자신의 사방이 아무것도 없이 새하얗게만 느껴졌다. 그렇지만 그것조차도 인지하지 못한채 시야가 아니라 의식 자체가 흐려져 갔다. 사정과 동시에 사라져가는 그의 의식.

이윽고 그는 눈 앞의 여인을 놓쳐버렸다.





....


“으음...”

눈앞에 한 영감이 서있다.

“헤..?”


당황한 현은 잠이 싹 달아다는 것을 느꼈다.

“당신 뭐야??”

“......”

다소 불만섞인 표정으로 서 있는 초로의 늙은이. 당황한 현은 벌떡 상체를 일으켰고, 그때서야 자신이 알몸으로 잠을 청했다는 사실을 깨달았고 황급히 이불로 아랫도리를 가렸다.

“이런 얼빠진 놈이 쓸모가 있을꼬..”

“....?”

“.......”

“....................”

“......................................”

말없이 서로를 응시 한 채 바라보던 둘. 순간 현은 화들짝 놀란 듯이 외쳤다.

“할아버지!!”

“이 멍청아, 대충 걸치고 일어나기나 해!”

다소 화가난 음색으로 일갈한 노인은 금방이라도 현에게 달려들어 손에 든 몽둥이로 후려 칠 기세였다.

“...에? 지팡이..?”

다시금 얼빠진 소리를 내뱉는 현. 그때서야 어슴푸레한 방안에서 노인의 복장에 관심을 돌리게 되었고 자신의 방에 난입한 그의 복장에 의아한 생각을 가지게 되었다.

검은색의 판사들이나 입을 법한, 시커먼 법의같이 생긴 옷을 발끝까지 걸치고 그 위에는 어울리지 않는 분홍색의 망토를 걸친 노인. 아니, 분홍색이라기엔 너무 기괴하게도 각도에 따라 망토의 색은 시시각각 빛을 반사하듯 각도에 따라 다채롭게 바뀌어간다. 하얗게 센 머리를 뒤로 넘기고 콧수염과 턱수염은 깔끔하게 정리되어 있는 얼굴로 어딘가 낯익은 외모를 가졌지만 지금은 다소 신경질적인 표정으로 현을 쳐다보고 있었다. 그는 한손에 가느다랗고 긴 막대를 들고 있었지만 지팡이로 볼 수 밖에 없는 지팡이 끝의 기괴한 구름과 같은 장식은 마치 살아 움직이는 듯 간헐적으로 꿈틀거리는 느낌이 들었다.

현은 다소 어리둥절한 모습으로 몸을 일으켰고, 아까의 상황보다 더 당황 할 수밖에 없었다. 10년 전 바로 눈앞에서 돌아가신 친할아버지. 눈을 씻고 다시 봐도 그 외모는 죽기 전 바로 자신의 할아버지와 똑같은 모습이었다.

“돌아가신거 아니었어요?”

‘따악!!’

“아욱!”

대뜸 지팡이 끝의 장식으로 현의 머리통을 후려치는 노인. 현은 갑작스런 통증에 머리를 부여잡고 외마디 신음을 내질렀다. 구름 비슷한 형태는 왠지 물렁물렁 해 보이는 장식이었으나 막상 머리를 한 대 맞으니 꽤나 딱딱한 재질인 것 같았다.

“죽긴 누가 죽어! 내가 본신이다!”

“에..?”

“한대 더 맞기 싫으면 당장 옷 입지 못해!”

현은 느릿느릿 일어나 뒤로 돌아서 티셔츠에 청바지를 주섬주섬 입기 시작했다.

“으윽”

그리고 다시 그 노인을 돌아볼 때 방안은 마치 조명을 켠 것처럼 환하게 빛나기 시작한다

“뭐...?”

“예나지금이나 얼빠진 꼬락서니하고는 쯧쯧쯧....”

휘두르던 지팡이를 아래로 힘 있게 내리그은 노인은 다시 현을 바라보며 말했다. 지팡이의 궤적을 따라 마치 종이가 찢겨나가듯 ‘공간’이 찢어저 틈이 한껏 벌어져있다.

“뭐...뭐야 이게!”

공간만이 아니라 현의 입도 벌어져서는 다물어질 줄을 몰랐다. 분명 그것은 그가 바라보고 있는 뒤쪽의 벽지가 찢어진 것이 아닌, 그보다 앞의 허공에 갈라진 균열이었다.

"시길Sigil로 가는 차원문이다. 이곳이 멀티버스Multibus 밖에 있는거라 고생은 많았다만...“

“....이...이게..?? 예? 뭐라구요???”

당황스러워하는 현에게 성큼성큼 다가오며 노인은 말을 이었다.

“얼쩡거리지말고 빨리 들어가!”

“으와악!!”

노인같지 않은 강한 힘에 현은 뒷덜미를 잡혀 ‘균열’으로 내동댕이쳐졌다.

“멍청한 씨앗이군.”
한숨을 쉬며 중얼거린 노인은 곧바로 현을 따라 들어가자 찢기워진 균열은 서서히 그 입을 다물기 시작했다. 수십초쯤이 지나자 감쪽같이 사라졌고 이내 방안은 다시 어둠의 정적이 찾아왔다.

끝도 없는 무위의 공간.

무슨 색인지도, 중력이 있는지 없는지도, 공기가 있어 숨을 쉬고 있는 건지도 분간이 안 가는 괴상한 공간 어딘가에서 현은 몸을 가누지 못하고 있었다.

메스껍다

어렸을 적 외가집에 갈 때마다 곤욕스러웠던 고속버스에서 멀미하던 기억, 머리가 굵어지고는 멀미로 고생한 적은 없었는데 마치 그 악몽이 몇 십배, 몇 백배로 다시 실체를 가지고 자신에게 덮쳐져 오는 듯 했다.

온몸이 뒤틀리고 눈알이 튀어나오고 칠공에서 피가 터져 나올 것만 같은 압력에 현은 주체할 수 없는 메슥거림을 느꼈다. 그러면서도 그는 몸을 비비꼬면서 입으로 터져 나오는 신음을 간신히 참았다.

“으........”

뭐가 뭔지도 분간이 안 되는 공간에서 갑자기 현의 뒷덜미를 잡아채며 누군가가 한심하다는 듯 말했다.

“스펠잼머Spelljammer나 거대우주 햄스터Giant Space Hamster같은거 접하면 너 완전 미쳐버리겠구나??”

“.....”

이해 할 수 없는 혼잣말을 중얼거리며 현을 잡아끌고 어딘가로 향하는-적어도 현은 그렇게 느껴지는-존재는 다름 아닌 방에서 만난 그 노인이었다.

한참 동안인지 잠시동안 인지 시간의 흐름조차 느낄 수 없었지만 마치 백년 천년처럼 느껴지는 그동안 현은 몹시 힘들었고, 그저 한낮 노인으로 보이는 그에게 몸을 맞길 수 밖에 없었다.

잠시 후에 찾아드는 이질감. 현의 몸이 그 형언할 수 없는 거북함 외에 또 다른 이질감을 느끼기 시작했다.

온몸의 솜털이 곤두서고 마치 척추에 전류가 관통되는 듯한, 그러면서도 마치 그의 몸을 끌어당기는 듯한 느낌이 든 현은 전방을 게슴츠레 뜬 초점을 잃은 눈으로 바라보았다.

‘으지직... 지직’

‘지지지직............... 지지직’

소리라고는 할 수 없었다. 하지만 현의 감각은 마치 들리지 않는 듯한 화이트노이즈를 들으면서 그렇게 느꼈다.

마치 무언가 찢어지는 듯 한 느낌이 들고 현과 노인은 다시 빛에 휩싸여갔다. 그리고 또다시 의식의 끈을 놓치는 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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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철썩!...... 철썩!..... 쿵!’

"철썩!.... 쿵! 철썩!‘

‘차착!... 철썩... ’

....


‘철썩!...’


육중한 무언가가 바닥을 때리는 소리가 들렸다. 채찍으로 바닥을 후려치듯 날카로운 소리가 울려퍼지는가 하면, 강하게 바닥을 찧는 소리가 들리기도 했다.

바닥에 쓰러져 있는 현은 고스란히 진동을 머리로 느꼈고 정신을 잃은 와중에도 몹시 고통스러운 듯 눈살이 찌푸려졌다.

‘으으...’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찌푸린 눈을 서서히 떠 가는 현. 흐릿한 시야가 서서히 확보되자 천천히 몸을 일으켜 그 진동과 소리의 근원지를 향해 눈을 들었다. 눈 앞에 커다란 붉은 덩어리가 간헐적으로 끝부분의 길게 뻗은 형태를 바닥에 후려치는 장면이 보였다.

눈을 비비고 일어나는 현은 그 붉은 덩어리 앞에 작은 분홍색 실루엣이 점차 명확히 보이기 시작했다.

검은 옷에 어울리지 않는 분홍색 망토를 걸친 노인의 뒷모습. 할아버지였다.

그리고 다시 할아버지의 앞에 버티고 있는 붉은 덩어리가 명확히 보이기 시작하자 현은 눈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


노인이 올려다 보고 있는 붉은 존재.

사람의 두 배는 됨직한 끔찍한 괴물이 자신의 할아버지 앞에 서 있다. 그 엄청난 위압감이 뿜어져나오는 외모에 현은 입을 벌리고 놀란 듯 바라보았다.

박쥐와 비슷한 날개가 접혀있음에도 괴물의 몸을 한 층 더 압도적으로 보이게 만들었고 마치 갑옷을 입은 듯 한 거대한 비늘로 덮인 그 몸 사이사이에서 간헐적으로 조그맣게 불길이 뿜어져 나왔다. 바닥을 치는 듯 한 소리는 그 괴물의 꼬리가 내는 소리였다. 마치 악마와 같은 인상에 세상 모든것을 경멸하는 듯한 조소를 머금은 입에는 거대한 송곳니가 삐죽이 돋아 있고 그것은 눈앞의 작은 존재와 무언가 대화하듯 쉴세없이 위아래로 움직이고 있었다.

“kKshu, eokane, mid dlod lslief lufdki dkfow khah, kdnak,d,”

“Dkeofo dofofo kelf dfd. difdfj slwopqn a zpzk ppqkflsp wppqlfnxmdd dkfk”

“Krahrahrah!! krazhu! kamen!"

"..... demeforn."


뭐라 형언 할 수 없는 기괴한 발음으로 괴물은 노인에게 말을 하고 있었고, 그 엄청난 위압감 앞에서도 노인은 당당히 그의 말을 받아 무언가 대답하고 있는 듯 했다.

“....할..아버지?”

순간 괴물과 눈이 마주치자, 현은 극도의 공포심에 몸이 떨리는걸 느꼈다. 두 존재는 하던 대화-로 보이는 행위-를 멈추고 그를 바라보았다.

“크르르......”

“.........”

엉거주춤 몸을 일으키려는 모습 그대로 현은 굳어져 버렸고 그저 그 붉은 존재를 바라 볼 수 밖에 없었다.

“저놈인가....크크크크크.”

소름끼치는 듯한 음성으로 현이 알아들을 수 있는 말을 내뱉는 붉은 괴물. 알아들을 수 없는 기괴한 발음보다도 그것은 그의 심장을 더욱 얼어붙게 만들었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눈앞의 노인은 현을 가만히 응시 할 뿐이었다.

“그럼 난 가보도록 하지 크크크큭.”

‘화아아아악!!!!!’

붉은 괴물은 자신의 날개가 거대하게 펴지다가 순간 몸을 감싼다 싶더니 발목 언저리부터 불길이 일며 순식간에 사라져 버렸다.

현의 사고회로는 마치 제 기능을 다 하지 못하는 것 같았다. 생각을 하려 해도 현실이 아닌 마치 꿈 같았고, 그저 몸을 억지로 가누며 일으키는 것이 그가 할 수 있는 전부 였다.

“난 네 할애비가 맞다만.... 달라티룬이라고 불러라. 좀전의 핏핀드에 대해선 묻지 말거라. 설명하자면 꽤 길거든.”

“.....??”

아직도 정신이 없는 현에게 노인이 말했다. 친할아버지는 돌아가셨다. 눈앞의 저 존재는 다른 존재인걸까?

현은 마치 꿈을 꾸는 것처럼 판단기능을 상실 한 것 같았다. 이게 무슨 일인지 그의 상식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이 눈 앞에 펼쳐지고 자신은 그에대해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다.

“할아버지?.. 달라티룬?”

“말해도 아직은 이해 못할거다. 여기는 시길이고, 넌 아마 다신 이곳을 올 일이 없을 것 같구나.”

‘탁탁’

허리춤에 지팡이를 대충 꽂아넣고는 손을 마주쳐 소리를 내며 ‘달라티룬’은 다시 지팡이를 뽑아들며 멀거니 서 있는 현에게 겨누었다.

“슬립Sleep”

시동어가 들리기 무섭게 현의 의식은 다시 저만치 날아가버렸다. 그리고 잃어가는 뇌리에 마치 아주 먼 곳에서 말하듯 들리는 달라티룬의 목소리가 메아리치며 작게 들렸다.

“또 몸부림 치지말고 그냥 자고 있어라.”



..

...........
.........................


........................................................................






‘콰콰콰쾅!!!’

이 세상의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 기괴한 디자인의 거대한 배(船).
이물 쪽에 강한 충격이 가해지자 귀를 찢는 굉음과 함께 마치 옆구리가 폭발하듯 터져나가고 배의 잔해물들이 공중에 흩날린다. 배에 타고 있는 승무원들이 당황하는 기색이 멀리서도 보인다. 그러나 그 충격파의 근원지였던 이쪽의 늙은이 하나는 무언가 나지막하게 중얼거리며 들고있는 지팡이를 이리저리 휘두른다. 그러자 재차 이어지는 커다란 굉음이 울려 퍼졌다.

‘콰콰쾅!’

같은 부분에 또다시 같은 충격이 가해졌는지 더욱 심하게 부유물이 날리고 그 안에 사람의 형체도 하나 섞여 튕겨나가는 것이 보였다.

“으윽!!”

몸으로 느껴지는 강한 충격파에 또다시 찌푸린 인상을 한 채 앞을 바라보는 마현. 시커멓게 생긴 구름 위에 자신과 노인이 함께 ‘타고 있는 것’을 깨닫는 순간 노인이 전방을 향해 손짓을 하는 것이 보였다.

“이..건 또 뭐야!"

또다시 우중충한 색의 기괴한 공간. 그러나 정신을 잃기 전 겪었던 그 공간은 아닌듯 그다지 괴로운 감각이 느껴지진 않는다. 다만 눈앞을 주시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에 절로 입이 벌어지는 마현.

“우와아아아아아아..........”

마현과 좀전의 노인, 그 둘 앞에 전장이 족히 100m는 되어보이는 거대한 배가 천천히 선회하는게 보였다 마현은 그것이 좀전의 굉음의 진원지였다고 판단했다. 옆구리에서 난 거대한 구멍에서는 연신 쉴새없이 연기가 꾸역꾸역 뿜어져 나오고 있었고, 그 샅애로도 허공에 배가 떠있는 그 장관에 마현은 말문이 막힌 듯 감탄사 이외의 어떤 말도 하지못한채로 그것을 감탄스레 바라본다.

“기스양키다Githyanki!! 아무래도 안되겠다! 위험할지도 모르지만 가까운 어비스Abyss의 층에라도 먼저 가있거라!!”

노인은 이어 자신의 허리춤의 주머니에서 검은빛이 감도는 작은 조약돌을 하나 건냈다.. 당황한 상태로 노인이 건네주는 돌을 받아든 그는 왠지 다급한 듯한 이 상황에 설명을 요구하며 묻지도 못하고 망연히 그 노인, 달라티룬을 바라보았다.

‘쾅!!! 콰쾅!!!’

잿빛의 우중충한 공간에 또다시 굉음이 울려퍼졌다. 하지만 마현은 눈앞의 거대한 선박도, 그 앞에서 손짓하나만으로 거대한 선박에 충격파를 날리는 노인도 어쩌지 못한 채 그가 타고 있는 검은 부유물이 노인과 그를 경계로 나뉘어지며 멀어져갔다.

“으으앗!!“

마치 처음부터 허공에 있었다는 듯 마현의 몸뚱아리는 아무것도 없는 허공에 ‘푹’ 빠져들어갔다.


............
...........................



............................................................................................





깊고깊은 어두운 심연 속. 검푸른 피부의 호리호리한 몸매를 한 여성이 급히 뛰어가고 있었다. 어두운 피부와 뾰족한 귀, 날렵한 얼굴형이 그녀가 인간이 아닌 것을 말해주고 있었다. 그렇기에 그녀는 칠흑같은 어둠속을 인프라비전으로 아무렇지도 않게 나아가고 있었다.

그녀는 뛸 때마다 그에 맞춰서 위아래로 출렁이는 커다란 가슴이 이렇게 거추장스럽게 느껴지긴 처음이었다. 허리에 매달고 있는 메이스에서 그녀의 다리를 타고 끈적한 핏덩이를 흘려보낸다. 지상에서 얻은 고급 가죽으로 만든 부츠가 피로 물들어가고 있다. 끈적이는 불쾌감과 다리를 놀리는 것에 다소 지장이 생겨 무척이나 짜증스럽지만 단지 그녀의 머릿속은 한시바삐 이곳을 벗어나는 것에만 관심이 있었다.

한참을 정신없이 달렸지만 그저 끝없는 심연의 공동이 이어질 뿐 그녀가 바라는 목적지는 아직 보이질 않았다.

‘드라이더Drider라도 타고 가고 싶네 젠장...’

되도않는 망상을 하며 한참을 나아가는 그녀의 몸은 피로감이 누적되어있는지 그다지 자연스러운 자세가 아니었다. 하지만 여기서 멈추면 그녀를 기다리고 있는것은 단지 죽음 뿐인것을 본인은 뼈저리게 알기에 다른 선택지가 없었다. 몸은 계속된 전투로 피로감을 호소하지만 그녀의 정신은 몸을 더욱더 혹사시키지 않으면 고깃덩이가 되어 바닥에 뒹구는 신세가 될 것을 잘 알고 있기에 그저 뛰고 또 뛸 뿐이었다.

이윽고 멀리 시커멓게 입을 벌리고 있는 커다란 동굴이 그녀의 시야에 나타났다.

“후....”

크게 심호흡을 하며 그녀는 그곳으로 재빨리 다가갔다.

그 앞에는 무장을 단단히 한 인영 셋이 그녀를 맞이한다. 그들 역시도 하나같이 살짝 푸른빛이 도는 어두운 피부를 가진데다가 인간과 달리 뾰족한 귀가 달려있었다.

“오셨군요. 시간이 없습니다. 빨리...”

“..하아.. 후.. 실버드래곤은?”

가쁜 숨을 내쉬며 그녀의 입에서 영문을 알 수 없는 물음이 튀어나왔다.

“아마도 죽었거나 죽어가고 있을겁니다.”

셋 중 가장 키가 작고 눈매가 날카로운 사내가 침울한 표정을 지으며 대답했다.

“더이상 희망은 없군....”

“......”

“............”


망연히 서 있던 그녀는 다리에 엉겨붙어있는 피와 끈적거리는 뇌수를 대충 닦아내며 말을 이었다.

“이럴 때가 아니야. 빨리 나가자.”

“예, 카에르아 님..”

카에르아 라고 불리운 그녀는 동굴 내부로 뛰어들어갔다.

“움버헐크Umberhulk 수십마리가 이곳에서 발견 된 적도 있습니다. 아무래도 위험할 듯 싶습니다만..”

셋 중 왼쪽 빰이 화상으로 일그러진 여성이 여기저기 찢어진 드로우 클레릭의 특유의 복장을 추스리며 다소 걱정스러운 말투로 그녀에게 말했다.

“칠링데스ChillingDeath 놈들이 근처까지 따라왔을거다. 선택의 여지가 없어.”

"하지만..“

‘파파팍!’

대답을 바라고 한 말은 아니었다. 하지만 살이 꿰뚫리는 익숙한 타격음이 카에르아의 머리 뒤로 들렸다.

“마멜카이??”

‘털썩! 털썩!!’


‘파팍!’

“어서 도망가.... 쿡!”

뒤돌아본 카에르아의 시야엔 볼트가 빼곡히 꽂혀있는 두 명이 쓰러지는 광경이 보였다. 날카로운 인상의 사내와 이름모를 병사복장의 사내. 그리고 바로 이어서 마멜카이라 불리웠던 여성이 또다시 자신에게 날아오는 볼트를 막아주며 말을 끝내기도 전에 벌집이 되어 쓰러졌다.

“치잇!!”

카에르아는 재빨리 동굴 깊숙이 뛰어들어 갈 수 밖에 없었다. 꽉 깨문 입술 사이로 피가 새어나왔지만 그녀는 세 일행들이 죽어버리자 통증조차 느껴지지 않았다.

“가멜리스! 언젠간 꼭 죽여주마!!”

분노에 찬 음성이 동굴 밖으로 퍼져나왔지만 밖에서서 수십발의 볼트를 날린 인영들은 그저 무덤덤히 동굴 입구를 바라 볼 뿐이었다.

그 중 한가운데에 서서 동굴을 바라보는 인영이 뒤를 돌아보았다.
드로우 특유의 풀플레이트를 걸치고 있는 그녀가 손을 내젓자, 크로스 보우를 연사하던 인영들이 일제히 동작을 멈췄다.

맨 뒤에서 오닉스로 장식된 화려한 로브를 입은 애꾸의 남성이 걸어나와 가만히 서있는 그녀에게 말을 건넸다.

“베헤나님, 어쩌시겠습니까? 가하작 놈들이 알아낸 움버헐크 동굴이 저곳입니다만.... ”

한 쪽 눈으로 그녀를 바라보며 비굴하게 고개를 조아리던 그녀는 습관처럼 드로우의 여신 롤쓰의 문양이 새겨진 자신의 안대를 슬쩍 매만졌다. 다소의 마취성분이 있는 룬문자가 안대에서 아주 미약하게 빛이 났고 그의 손을 타고 마법적 힘이 미세하게 전해져갔다.

“할쿠사, 이 더럽고 천박한 새끼야, 내 이름을 함부로 부르지 말라고 했잖아!”

그의 예상대로 그녀는 또다시 폭언을 퍼부으며 화를 냈다.

‘퍼억!’

“케엑!!”

‘우당탕!’

짜증스러운 말투를 하며 베헤나는 애꾸눈의 남성을 힘껏 걷어차버렸다. 아다만틴 재질의 그리브가 할쿠사의 다리를 강타하자 그는 맥없이 나동그라질 수 밖에 없었다. 몸을 가누려 바닥에서 허우적대는 그를 경멸섞인 눈으로 바라보며 베헤나는 말을 이어갔다.

“너따위는 어떻게 되도 상관없으니 칠링데스 애들 끌고가서 저년 목을 꼭 들고와라. 늦으면 그 더러운 눈알 하나도 마저 뽑아내주마.”

“..... 예예, 반드시 들고오겠습니다.”

비굴한 미소를 지으며 그는 재빨리 일어났다. 움버헐크에게 먹일 위험을 감수하거나, 눈앞에서 베헤나라 불리운 여성에게 즉결처분을 받는것 중 전자를 택함이 현명하리라. 여전히 크로스보우를 들고 무표정하게 서 있는 일단의 무리들에게 지시를 내리고는 그들과 동굴 속으로 뛰어들어가자, 처음에 그들이 서 있던 동굴 입구에는 베헤나와 단 두명의 용병만이 남아있었다.

“........”

괜히 그녀의 짜증섞인 폭력을 받아 줄 필요는 없다. 남겨진 칠링데스 두 명은 그렇게 생각하며 여전히 동굴을 응시하고 있는 베헤나의 뒤에 시립해 있을 뿐이었다.

“........나프룬.”

“예.”

“일단 우잔베콸룬Uzarnvequalune으로 돌아간다. 귀환Word of Recall주문 써라.”

“예.”

무표정한 얼굴로 답한 나프룬이라는 사내는 신속히 캐스팅을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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