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레테 섬 - 미노아 문명 (1)
크노소스 왕궁
크노소스의 왕궁 터가 있던 곳이다. 미노스왕의 궁전이라고도 불린다. 미노아 문명의 산실. 어떤 사람들은 미노스 왕의 미궁이 바로 이것 자체였을 것이라고 할 만큼, 수천 개의 방이 있었던 곳이다. 미노스는 이 수천 개의 방들을 왜 만들었는지??? 미노스 역시 제우스와 관련이 있다. 제우스가 새벽의 여신 이오의 후손인 에우로페의 미모에 반해, 그녀를 크레테로 납치해 정을 통하고 낳은 아들이 미노스다. 크레테는 제우스의 생명의 도피처였고, 사랑의 도피처였고, 죽음의 도피처였던 것이다. 그리고 그 도피처의 연결 고리가 미노스에게 남은 것이다. 미노스는 크노소스에 자신의 미궁을 지었고, 그 미궁은 역사 속에서도 사라진 불가사의로 남겨졌다. 모두가 미궁으로 남은 것이다.
이라클리오 시에서 5-6KM 떨어진 곳이다. 숙소 뫼q픽 호털에서 20분도 안 걸린다. 우리는 시차와 여행의 피로를 핑계로 첫날은 호텔에서 신나게 쉬었다. 풀장과 개인 비치를 넘나들며, 비치와 호텔 방을 넘나들며 신나게 쉬었다. 그리곤 아침 일찍 이곳 크노소스의 궁전 터가 있는 곳으로 온 것이다. 지금은 기둥 몇 개와 벽화 몇 점, 건물의 터들이 몇 개 남은 작은 모습이지만, 현재의 흔적의 구조상 최소 2, 3층의 건물이었을 것이며, 1층에만도 방이 1천개가 넘었다는 사실을 근거로 하면, 당시의 크기를 짐작하고도 남음이 있다. 거대한 회랑이 있고, 정말 미로와 같은 통로들이 있었다. 일종의 수세식 화장실은 물론 발달된 하수도 시설, 거대한 도서실 등의 흔적을 볼 수 있다. 저곳 어딘가에 미노타우르스가 묶여 있었을 것이다. 포세이돈을 섬기지 않았다는 이유로 미노스의 아내가 포세이돈에게 겁탈당하고 낳은 괴물이 미노타우르스다. 얼굴은 소, 몸은 사람인 괴물. 이 괴물이 후에 크레타를 장악하고 그리스 본토의 동남동녀 7명을 매년 제물로 끌어다가 포세이돈에게 바쳤다고 한다. 유물들은 이곳으로 오기 전 들인 이라클리온 박물관에 모두 전시되어 있다. 궁전의 옛 모습을 더 상상하기 위해 궁전이 한눈에 볼 수 있을 크노소스 궁전 뒤쪽 언덕으로 올랐다. 삼면은 황량한 산들로 둘러싸여 있다. 궁전 터가 한눈에 들어오고 멀리 지중해가 한 눈에 들어왔다. 둘러싸고 있는 산들에서 알 수 없는 포스가 느껴지는 것은 그저 단순한 느낌인가?
“어딜까? 레아가 제우스를 숨긴 동굴이? 제우스가 에우로페에게 반하여 그녀를 납치해온 곳이? 제우스의 무덤이? 왠지 이곳 크노소스는 단순히 미노스의 왕궁으로 느껴지지 않아. 만일 제우스의 번개가 이곳을 쳤다면, 저렇게 초토화 되었을 것 같지 않아? 마치 이곳의 산들은 제우스의 상징인 독수리가 저 궁전을 감싸듯이 품고 있어.”
“정말 그런것 같아요. 독수리가 발톱을 뻗었다면 아마도 저 궁전의 중심을 움켜쥐었을 것 같아요.”
“중심? 제우스의 제단이 있던 곳?”
잠시 언덕에서 지중해의 정취를 즐긴 후, 다시 궁전 터 쪽으로 내려갔다. 나도 모르게 나의 발걸음은 제우스의 신전이 자리 잡았던 궁전의 중심부를 향하여 가고 있었다. 이곳 역시도 이미 흔적만 있을 뿐, 아무 것도 없다. 뒤를 돌아 병풍처럼 두르고 있는 산을 보았다. 정말 독수리의 날개 속에 갇힌 기분이다. 마치 산 정상에서 제우스가 그의 상징 독수리에게 무언가 비밀을 실어 이곳으로 보내고 있는 듯 한 느낌이다. 무의식적으로 다시 돌아서는데, 제우스 신전이었을 곳의 한쪽 구석에서 무언가 반짝하는 것이 보였다. 주변에는 사람도 없었고, 사실 이러한 폐허의 흔적에는 관광객도 관심이 없을 곳이다. 헌데 그런 곳의 한쪽 귀퉁이에서 무언가 반짝 한 것이다. 다른 때 같았으면 그냥 무시했을 터인데, 나의 발을 잡아끄는 무엇인가가 있었다.
“잠깐 기다려봐, 티파니.”
“왜?”
나는 티파니의 질문을 뒤로하고 그 반짝인 것이 무엇인지 보기위해 그곳으로 갔다.
“분명 여기 어딘데... 응! 반지?”
굉장히 오랫동안 묻혀있었는지, 청록색의 녹같은 것에 둘러쌓인 반지였다.
“우~ 묵직한데... 독수리? 번개?”
독수리가 번개를 두 발로 움켜진 듯한 모습의 반지였다. 독수리의 눈에 있는 작은 보석 같은 것이 반짝였나보다.
“어머 골동품이라도 주은 거예요? 독수리와 번개로 장식된 반지? 제우스의 상징들이잖아요? 누군가 수비니어로 산 것을 잃어버렸나봐요?”
“하지만, 단순한 수비니어 치고는 묵직한 느낌이...?”
“너무 수수께끼 같은 곳이에요.”
“수수께끼? 그렇군. 이곳은 어쩌면 제우스의 수수께끼일지도 모르겠군. 호텔로 돌아가자. 알아봐야 할 것이 있어.”
뫼벤픽 호텔. 개인 비치는 한낮의 뜨거움이 작렬하고 있었지만, 제법 많은 인파가 각각의 파라솔 밑에서, 혹은 비치에서, 혹은 지중해의 바닷물 속에서 삼삼오오 짝을 지고 있었다. 티파니는 썬텐을 하기 위해 모래사장에 비치 타올을 깔고 누워 있었다. 정말 아름다운 몸매다. 금발이 지중해의 햇빛에 반짝이고 있었고, 햇빛을 반사하는 그녀의 오일 바른 몸은 살아 움직이기라도 하듯이 생동감이 있다. 유두만 살짝 가린 듯 한 작은 천 조각이 금방이라도 터질듯이 부풀어 있었고, 작은 배꼽은 수줍게 복부 한 가운데서 오물거리고 있다. 그 밑으로 정말 손바닥 만한 천 조각이 천고의 비너스를 살짝 가리고 있었다. 온 몸에서 색기가 꾸물거리고 있었다.
‘후후. 저런 여인이 어떻게 나를 좋아하게 되었을까? 그나저나, 제우스가 태어났다고 전해지고, 죽음의 처한 아기 제우스를 레아가 감춘 곳, 모든 꽃을 사랑했던 에우로페에 반해 그녀를 납치하여 제우스가 사랑을 나눈 곳, 죽지도 않는 신중의 신인 제우스의 무덤이 있다는 곳. 그러나 아무도 그곳이 어디인지 모른다. 그러나 제우스의 탄생, 성장, 사랑, 죽음이 모두 이곳과 연결되어 있다. 과거의 모든 것은 사라졌지만, 크노소스만이 남아있다. 그것도 제우스의 상징인 독수리에 둘러싸여... 모두 왠지 모르게 크노소스와 연결되어 있다는 느낌이 강하다.’
진은 테이블 위에 있는 컵을 본다. 낮에 크노소스에서 발견한 골동품 같은 반지를 알코올에 담가 놓았었다. 5시간여 지난 것 같은데, 벌써 묵은 떼가 많이 벗겨졌다.
‘이것은 분명 순금이다. 섬세한 독수리와 번개의 조각! 단순히 수비니어는 아닌 것이 분명하다.’
진은 독수리와 번개의 조각인 반지를 오른 손 약지에 끼웠다.
‘이디로 오라! 이디로 오라! 이디로 오라!’
“이게 무슨 소리야?”
‘이디로 오라! 이디로 오라! 이디로 오라!’
“이디가 뭐야? 누가 말하는 거야? 누구세요?”
‘이디로 오라! 이디로 오라! 이디로 오라!’
“누구냐구? 누구야?”
‘이디로 오라! 이디로 오라! 이디로 오라!’
“이디는 크레테의 가장 높은 산이에요. 마침 이곳 이라클리오에 있어요. 그곳은 왜요?”
언제 들어왔는지 진의 중얼거림에 티파니가 답변을 한다.
“이디 산이라... 갑자기 이 반지를 끼자마자 누군가 나를 부르고 있어... 이디로 오라고 말이야. 그곳이 어디든 가보아야 할 것 같아.”
“이상하군요, 저는 아무 소리도 못 들었는데...”
“나는 ‘이디’라는 산 이름을 처음 들었어. 그런데 그 목소리는 분명 나에게 이디로 오라고 했어.”
“이디는 2400 미터가 넘는 산이에요. 그리고 그렇게 작은 산도 아니고요. 이디 산의 어디로 오라고 했는데요?”
“몰라 이디로 오라고만 했어.”
“그럼, 이미 오늘은 늦었으니 쉬고 내일 일찍 떠나도록 해요. 석양이 내리고 있어요. 너무 아름다운 지중해의 석양을 혼자 볼 수 없어서 당신을 데리러 온 거예요.”
‘후후. 정말 사랑스러운 여인이군. 알게 된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마치 나와 수 십 년 함께 살아온 사람 같아.’
“그래 그렇게 하자. 내일 일은 내일로! 지중해의 석양이 당신보다 아름답지는 않겠지만 말이야.”
“호호호. 너무 아부성 맨트 아니에요?”
“당신은 당신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모르는가보군?”
진은 티파니의 거의 벗은 것과 다름없는 비키니 차림의 허리를 살짝 안아 입술을 맞춘다.
“으음~~~ 석양을 봐야해요~~~”
티파니는 진의 손을 잡아끌고 다시 개인 비치로 향한다.
최고관리자
가입일 | 2016-08-11 | 접속일 | 2024-11-2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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