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장 - 악마왕이라고?
내 이름은 진 쿠로사키. 18살.
일본스러운 이름이지만 명백한 한국인이다.
일본 애니메이션 문화를 너무 좋아한 나머지 결혼도 일본여성과 해버린 아버지의 일본사랑 때문에 지어진 이름이지.
유추 할 수 있겠지만 어머니는 순수 일본인. 성형 한번 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상당한 미모를 지닌 소위 상위 3프로에 속하는 미녀.
벌써 40살에 접어들었음에도 불구하고 홍대 같은데 나가면 헌팅을 당하는 걸 보면 대체 당시의 아버지가 어떻게 어머니와 결혼 할 수 있었는지 미스테리다.
뭐? 물어보면 되지 않냐고? 유감스럽지만 아버지는 내가 6살 때에 교통사고로 돌아가셨다.
뭐, 가라앉는 이야기긴 하지만 중요한건 그게 아니지.
다시 본제로 돌아와서 이야기 하자면, 그런 아버지의 애니메이션 사랑의 영향을 받아서인지 나 역시도 일본애니메이션을 좋아하는 편이었다.
당장 내가 거주하는 원룸만 해도 곳곳에 미연시 CD며, 한정판 피규어, 라이트노벨 등등으로 가득 채워져 있으니까.
여기까지에서 나를 페이트 덕후 같은 씹돼지로 생각 할 수 있는데, 그건 오해다.
젊었을 적 아버지의 사진만 봐도 꽤나 잘생긴 편이고, 어머니는 상위권 미인이기 때문에 그 두 사람 사이에서 태어난 나는 내입으로 말하긴 뭐하지만 어디 나가면 쿨한 미소년으로 행세 할 수 있을 정도는 된다.
그 증거로 학교에 다닐 때에는 러브레터도 많이 받았고, 그중엔 육탄돌격을 해오는 애들도 있어서 본의 아니게 육체적 사랑의 즐거움을 알게 되기도 했으니까.
지금은 학교에 다니고 있지 않다. 소위 중졸이란 말이지.
하지만 실패자는 아니다.
나는 단지 아직 자신의 꿈조차 정하지 못한 채 로봇처럼 공부에 열중하는 녀석들과 달리 좀 더 빠르게 꿈으로 한 발짝 다가선 것뿐이니까.
지금 나는 취미를 살려서, 일본 라이트노벨과 미연시 시나리오를 집필하는 일을 하고 있다.
그 중에는 이미 사람들에게 알려진 작품도 있으니 이미 반쯤은 성공했다고 해야겠지? 아마 들어보면 알거다.
하루이의 우울이라던가…
바보와 시험과 서번트라던가…
미연시 쪽으론 금색이라던가.
그 외에도 수많은 작품이 있다.
믿거나 말거나 그것들은 내가 쓴 것들을 본 해당 일본 작가들이 비싼 가격으로 계약을 하고 가져간 것들을 일본어로 옮겨 적은 것뿐이다.
그 증거로 지금도 내 통장엔 다달이 인세의 30프로가 들어오고 있지.
여하건…그래서 난 18살에 벌써 50억 정도의 재산을 축적 할 수 있었고, 그 돈은 점점 커져만 갈테니까 나에게 금전적인 어려움 같은 건 없었다.
뭐, 말하자면 놀고먹어도 된다는 말이지.
나름 행복한 인생이었다.
스스로가 돈만 밝히는 속물은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사실 돈이 있으면 많은걸 손쉽게 얻을 수 있으니까. 하지만 돈이 많다는게 꼭 행복하기만 한 건 아니었다.
배부른 소리라고 할지 모르지만…나 같이 기껏해야 일부 미연시 구입이나, 라이트노벨 같은 데에 돈을 쓰는 녀석에게 돈이 아무리 많아도 별 감흥이 없는데다가 일 자체가 집안에 박혀서 혼자 하는 프리랜서기 때문에 인간관계가 빈약해서 최근엔 외로움도 타고 있는 중인 것이다.
“슬프구만.”
나는 맥 빠진 한숨을 내뱉으며 에어컨 빵빵한 원룸 바닥에 아무렇게나 드러누웠다.
슬쩍 고개를 들어 창 쪽을 바라보니 어느새 붉게 노을을 물들이며 뉘엿뉘엿 저물어가는 하늘이 보였다.
약간은 감성이 메마른 나로써도 마음이 동해서 산책이라도 나갔다올까? 하는 생각도 들지만 지금 당장 이집 밖으로 한 발짝만 내밀어도 후끈한 열기가 얼굴을 덮쳐 올거라는 건, 굳이 확인해보지 않아도 알 수 있으니까 이대로 빈둥거리는 게 낫겠지.
“…….”
나는 누운 채로 힘겹게 손을 뻗어서 목이 편안하게 설계된 과학 베게를 가져와 머리에 밴 채 천장을 주시했다.
지어진지 꽤 오래된 건물이긴 하지만 얼마 전에 리모델링을 해서인지 조금의 때도 타지 않은 새하얀 천장이 펼쳐져있다.
“으음, 조금 졸리네.”
나는 그렇게 의미 없이 천장을 노려보다가 천천히 잠에 빠져들고 말았다.
***
내가 잠에서 깨어난 것은 창밖에 완전히 어두워져 방안도 어둠에 휩싸인 한밤중이었다. 시계를 보니 저녁 10시 24분. 잠든 시간이 5시쯤이었으니까 얼추 4시간 반쯤 잤네.
[띠리링~문자가 도착했습니다.]
익숙한 문자 도착음이 귓가를 간질였다. 그랬다. 한번자면 누가 깨우지 않을시 최대 18시간까지 잘 수 있는 내가 잠에서 깨어난 것은 이 문자 도착음 때문이었다.
프리랜서다보니 언제 일거리가 도착할지 모르고, 문자를 한번 놓치면 손해니까 확인 전까진 계속 울리게 해뒀지.
물론 스팸문자 때문에 귀찮은 점도 있지만…대부분의 스팸문자는 서비스를 이용해 다 차단하고 있으니까.
“어디보자…누구한데 온 거려나?"
나는 요즘 애들한테 어울리지 않게 심플한 폴더식 핸드폰을 열어젖혀 문자 확인창을 열었다.
=============================================
[수신]
000)666-6666 악마계약의 서. 당신을 현실에서 벗…
=============================================
뭐랄까…전화번호부터해서 엄청 수상한 문자로군. 보통 이런 문자는 열어보지도 않지만 호기심이 동한 나는 문자 확인을 눌렸다.
=============================================
문자 확인을 누르셨군요. 관심이 있다는 표시겠죠?
당신에게 알려드리려는 정보는 "악마계약의 서" 관한 것
입니다.
지금 당신은 현재의 삶에 대해 지루함을 느끼고 무언가
일어났으면 하고 있더군요. 해서, 당신에게 해결책을 제시
해드리고자 하오니, 이 말을 믿으신다면 확인 버튼을
눌러주세요.
P.S) 당신의 주소는 이미 알고 있으니 확인버튼을 누르는
즉시, 이틀 내에 집으로 배송됩니다.
=============================================
이건 너무 조잡해서 오히려 신뢰가 가는 스팸광고문잔데?
“흐음….”
평상시 같았으면 이런 스팸문자 따윈 과감히 삭제 해버린 뒤 스팸문자 등록에다가 이 번호를 등록했을 것이었다. 하지만 한 줄의 문장.
-현재의 삶에 대해 지루함을 느끼고 무언가 일어났으면 하고 있더군요. 해서, 당신에게 해결책을 제시해 드리고자 하오니…
라는 부분이 강하게 나를 유혹했다.
그 문장에 쓰여진 내용은 정말로 최근의 내가 느끼는 감정이었으니까. 그래서 나는 핸드폰의 확인버튼을 눌려버리고 말았다.
=============================================
띠링! 주문이 접수되었습니다.
내일 아침에 도착 할 테니, 기다리시길♡
=============================================
“푸핫! 역시 엄청 조잡하잖아."
왠지 속은 느낌이 강하지만 전화서비스의 특성상 사기라고해도 뭐 한 번에 몇 천 만원씩 날라 가진 않을 테고, 속았다곤 해도 이 조잡한 사기서비스 때문에 잠깐이나마 유쾌한 기분이 들었으니까 몇 십 만원정도는 투자해도 상관없으니까.
나는 피식 하고 맥 빠진 웃음을 지은 뒤 다시금 과학베게로 머리를 뉘였다.
언제 일이 들어올지 모르지만, 왠지 지금은 만사가 다 귀찮은 느낌이라 일이와도 하고 싶지 않으니 핸드폰은 꺼두는 게 낫겠지.
나는 누운 채로 핸드폰을 꺼버린 채 아무렇게나 던져 놓은 뒤, 다시금 천천히 꿈나라로 빠져들었다.
***
다음날 아침.
쿵쿵쿵…
둔탁하고도 날카로운 소음이 귓가를 파고든다.
쿵쿵쿵…
연이어 울리는 소음이 귓청을 흔들고, 이어서 심연 속에 가라앉아있는 의식마저 깨우기 시작한다.
쿵쿵쿵…
일정한 리듬으로 계속해서 울리는 소리. 편집적 성향이 느껴질 정도로 집요하게 울려오는 소음에, 나는 어쩔 수 없이 꿈나라에서 빠져 나올 수밖에 없었다.
“끄응…누가…!!”
나는 힘겨운 신음을 내뱉으면서 거실 겸 안방의 너른 공간을 가로질러서 현관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이동하면서 시간을 보니 오전 6시 정각. 뭐가 됬던 간에 찾아오긴 상당히 이른 시간이잖아. 대체 이 시간에 누가 몰상식하게 철문을 두들겨 대는 거냐고!!
“아, 대체 이 시간에 누가!!"
순간 짜증이 확 몰아친 나는 잠이 덜 깬 얼굴을 왈칵 찡그리며 문을 벌컥 열어젖혔다. 그리고 뭔가 짜증을 내뱉으려는 순간!
“진 쿠로사키 님이시죠?"
“음? 네, 아…그래요."
“진님에게 보내어진 소포입니다."
택배원 같은 복장을 한 30대 초반정도의 남자가 자그마한 상자를 내밀어왔다. 나는 얼떨결에 그것을 받아들었고, 사내는…
“그럼 수고하시길."
간단한 인사만을 남긴 채 곧바로 등을 돌려서 사라져버렸다. 너무나도 순식간에 일어난 일에 나는,
“자, 잠깐…뭔가 사인 같은거 해야 하지 않아?"
라는 지적질을 날려봤지만 이미 대상은 눈앞에서 사라진 뒤.
“아….”
새벽 6시 정각에 일어난 사건에 황당함을 감추지 못한 채 나는 손에 들린 상자를 바라보다가 문을 닫고 방안으로 들어왔다.
“그나저나…대체 누가 택배를 보낸 거야?"
택배주소록에는 보낸 이도 받은 이도 적혀있지 않았다. 아까 택배원이 정확히 내 이름을 호명한 걸보면 나한테 온 게 맞긴 할 텐데...
나는 아무 생각 없이 소포를 뜯어냈다. 그러자 소포안쪽에서 노트 정도의 두께를 지닌 검은색 책 한권이 드러났다.
책면이 가죽으로 이루어진데다가 붉은색 실로 알 수 없는 문자들까지 새겨져있는 고풍스러운 책.
“이건…."
나는 책을 집어 들었다. 검은색 바탕과 붉은색 실이 멋지게 조화를 이룬 책의 중앙에는 역시 알 수 없는 문자로 커다랗게 글자가 써져있었다.
영어도 일본어도 중국어도 아닌, 난생 처음 보는 형태의 언어. 하지만 난 어째서인지 그 글귀를 읽을 수가 있었다.
『악마계약의 서』
두근!
순간 누군가 쥐어 짠 것처럼 심장에 강한 진동을 느꼈다. 나는 마치 최면에 걸린 것처럼 검은색의 책을 주시하고 있었다.
오늘 처음 보는 책인데…알 수 없는 글자가 읽힌 다는게 불가사의 할 정도로 생소한 언어가 적혀진 책인데…나는 그 책으로부터 눈을 땔 수가 없었다.
그리고 나는,
두근…두근…
자신의 심장이 박동하는 소리를 들으며, 천천히…악마계약의 서의 첫 페이지를 펼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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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 있는 야설을 추구하고 있습니다.
내 이름은 진 쿠로사키. 18살.
일본스러운 이름이지만 명백한 한국인이다.
일본 애니메이션 문화를 너무 좋아한 나머지 결혼도 일본여성과 해버린 아버지의 일본사랑 때문에 지어진 이름이지.
유추 할 수 있겠지만 어머니는 순수 일본인. 성형 한번 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상당한 미모를 지닌 소위 상위 3프로에 속하는 미녀.
벌써 40살에 접어들었음에도 불구하고 홍대 같은데 나가면 헌팅을 당하는 걸 보면 대체 당시의 아버지가 어떻게 어머니와 결혼 할 수 있었는지 미스테리다.
뭐? 물어보면 되지 않냐고? 유감스럽지만 아버지는 내가 6살 때에 교통사고로 돌아가셨다.
뭐, 가라앉는 이야기긴 하지만 중요한건 그게 아니지.
다시 본제로 돌아와서 이야기 하자면, 그런 아버지의 애니메이션 사랑의 영향을 받아서인지 나 역시도 일본애니메이션을 좋아하는 편이었다.
당장 내가 거주하는 원룸만 해도 곳곳에 미연시 CD며, 한정판 피규어, 라이트노벨 등등으로 가득 채워져 있으니까.
여기까지에서 나를 페이트 덕후 같은 씹돼지로 생각 할 수 있는데, 그건 오해다.
젊었을 적 아버지의 사진만 봐도 꽤나 잘생긴 편이고, 어머니는 상위권 미인이기 때문에 그 두 사람 사이에서 태어난 나는 내입으로 말하긴 뭐하지만 어디 나가면 쿨한 미소년으로 행세 할 수 있을 정도는 된다.
그 증거로 학교에 다닐 때에는 러브레터도 많이 받았고, 그중엔 육탄돌격을 해오는 애들도 있어서 본의 아니게 육체적 사랑의 즐거움을 알게 되기도 했으니까.
지금은 학교에 다니고 있지 않다. 소위 중졸이란 말이지.
하지만 실패자는 아니다.
나는 단지 아직 자신의 꿈조차 정하지 못한 채 로봇처럼 공부에 열중하는 녀석들과 달리 좀 더 빠르게 꿈으로 한 발짝 다가선 것뿐이니까.
지금 나는 취미를 살려서, 일본 라이트노벨과 미연시 시나리오를 집필하는 일을 하고 있다.
그 중에는 이미 사람들에게 알려진 작품도 있으니 이미 반쯤은 성공했다고 해야겠지? 아마 들어보면 알거다.
하루이의 우울이라던가…
바보와 시험과 서번트라던가…
미연시 쪽으론 금색이라던가.
그 외에도 수많은 작품이 있다.
믿거나 말거나 그것들은 내가 쓴 것들을 본 해당 일본 작가들이 비싼 가격으로 계약을 하고 가져간 것들을 일본어로 옮겨 적은 것뿐이다.
그 증거로 지금도 내 통장엔 다달이 인세의 30프로가 들어오고 있지.
여하건…그래서 난 18살에 벌써 50억 정도의 재산을 축적 할 수 있었고, 그 돈은 점점 커져만 갈테니까 나에게 금전적인 어려움 같은 건 없었다.
뭐, 말하자면 놀고먹어도 된다는 말이지.
나름 행복한 인생이었다.
스스로가 돈만 밝히는 속물은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사실 돈이 있으면 많은걸 손쉽게 얻을 수 있으니까. 하지만 돈이 많다는게 꼭 행복하기만 한 건 아니었다.
배부른 소리라고 할지 모르지만…나 같이 기껏해야 일부 미연시 구입이나, 라이트노벨 같은 데에 돈을 쓰는 녀석에게 돈이 아무리 많아도 별 감흥이 없는데다가 일 자체가 집안에 박혀서 혼자 하는 프리랜서기 때문에 인간관계가 빈약해서 최근엔 외로움도 타고 있는 중인 것이다.
“슬프구만.”
나는 맥 빠진 한숨을 내뱉으며 에어컨 빵빵한 원룸 바닥에 아무렇게나 드러누웠다.
슬쩍 고개를 들어 창 쪽을 바라보니 어느새 붉게 노을을 물들이며 뉘엿뉘엿 저물어가는 하늘이 보였다.
약간은 감성이 메마른 나로써도 마음이 동해서 산책이라도 나갔다올까? 하는 생각도 들지만 지금 당장 이집 밖으로 한 발짝만 내밀어도 후끈한 열기가 얼굴을 덮쳐 올거라는 건, 굳이 확인해보지 않아도 알 수 있으니까 이대로 빈둥거리는 게 낫겠지.
“…….”
나는 누운 채로 힘겹게 손을 뻗어서 목이 편안하게 설계된 과학 베게를 가져와 머리에 밴 채 천장을 주시했다.
지어진지 꽤 오래된 건물이긴 하지만 얼마 전에 리모델링을 해서인지 조금의 때도 타지 않은 새하얀 천장이 펼쳐져있다.
“으음, 조금 졸리네.”
나는 그렇게 의미 없이 천장을 노려보다가 천천히 잠에 빠져들고 말았다.
***
내가 잠에서 깨어난 것은 창밖에 완전히 어두워져 방안도 어둠에 휩싸인 한밤중이었다. 시계를 보니 저녁 10시 24분. 잠든 시간이 5시쯤이었으니까 얼추 4시간 반쯤 잤네.
[띠리링~문자가 도착했습니다.]
익숙한 문자 도착음이 귓가를 간질였다. 그랬다. 한번자면 누가 깨우지 않을시 최대 18시간까지 잘 수 있는 내가 잠에서 깨어난 것은 이 문자 도착음 때문이었다.
프리랜서다보니 언제 일거리가 도착할지 모르고, 문자를 한번 놓치면 손해니까 확인 전까진 계속 울리게 해뒀지.
물론 스팸문자 때문에 귀찮은 점도 있지만…대부분의 스팸문자는 서비스를 이용해 다 차단하고 있으니까.
“어디보자…누구한데 온 거려나?"
나는 요즘 애들한테 어울리지 않게 심플한 폴더식 핸드폰을 열어젖혀 문자 확인창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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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신]
000)666-6666 악마계약의 서. 당신을 현실에서 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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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랄까…전화번호부터해서 엄청 수상한 문자로군. 보통 이런 문자는 열어보지도 않지만 호기심이 동한 나는 문자 확인을 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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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자 확인을 누르셨군요. 관심이 있다는 표시겠죠?
당신에게 알려드리려는 정보는 "악마계약의 서" 관한 것
입니다.
지금 당신은 현재의 삶에 대해 지루함을 느끼고 무언가
일어났으면 하고 있더군요. 해서, 당신에게 해결책을 제시
해드리고자 하오니, 이 말을 믿으신다면 확인 버튼을
눌러주세요.
P.S) 당신의 주소는 이미 알고 있으니 확인버튼을 누르는
즉시, 이틀 내에 집으로 배송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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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너무 조잡해서 오히려 신뢰가 가는 스팸광고문잔데?
“흐음….”
평상시 같았으면 이런 스팸문자 따윈 과감히 삭제 해버린 뒤 스팸문자 등록에다가 이 번호를 등록했을 것이었다. 하지만 한 줄의 문장.
-현재의 삶에 대해 지루함을 느끼고 무언가 일어났으면 하고 있더군요. 해서, 당신에게 해결책을 제시해 드리고자 하오니…
라는 부분이 강하게 나를 유혹했다.
그 문장에 쓰여진 내용은 정말로 최근의 내가 느끼는 감정이었으니까. 그래서 나는 핸드폰의 확인버튼을 눌려버리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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띠링! 주문이 접수되었습니다.
내일 아침에 도착 할 테니, 기다리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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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핫! 역시 엄청 조잡하잖아."
왠지 속은 느낌이 강하지만 전화서비스의 특성상 사기라고해도 뭐 한 번에 몇 천 만원씩 날라 가진 않을 테고, 속았다곤 해도 이 조잡한 사기서비스 때문에 잠깐이나마 유쾌한 기분이 들었으니까 몇 십 만원정도는 투자해도 상관없으니까.
나는 피식 하고 맥 빠진 웃음을 지은 뒤 다시금 과학베게로 머리를 뉘였다.
언제 일이 들어올지 모르지만, 왠지 지금은 만사가 다 귀찮은 느낌이라 일이와도 하고 싶지 않으니 핸드폰은 꺼두는 게 낫겠지.
나는 누운 채로 핸드폰을 꺼버린 채 아무렇게나 던져 놓은 뒤, 다시금 천천히 꿈나라로 빠져들었다.
***
다음날 아침.
쿵쿵쿵…
둔탁하고도 날카로운 소음이 귓가를 파고든다.
쿵쿵쿵…
연이어 울리는 소음이 귓청을 흔들고, 이어서 심연 속에 가라앉아있는 의식마저 깨우기 시작한다.
쿵쿵쿵…
일정한 리듬으로 계속해서 울리는 소리. 편집적 성향이 느껴질 정도로 집요하게 울려오는 소음에, 나는 어쩔 수 없이 꿈나라에서 빠져 나올 수밖에 없었다.
“끄응…누가…!!”
나는 힘겨운 신음을 내뱉으면서 거실 겸 안방의 너른 공간을 가로질러서 현관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이동하면서 시간을 보니 오전 6시 정각. 뭐가 됬던 간에 찾아오긴 상당히 이른 시간이잖아. 대체 이 시간에 누가 몰상식하게 철문을 두들겨 대는 거냐고!!
“아, 대체 이 시간에 누가!!"
순간 짜증이 확 몰아친 나는 잠이 덜 깬 얼굴을 왈칵 찡그리며 문을 벌컥 열어젖혔다. 그리고 뭔가 짜증을 내뱉으려는 순간!
“진 쿠로사키 님이시죠?"
“음? 네, 아…그래요."
“진님에게 보내어진 소포입니다."
택배원 같은 복장을 한 30대 초반정도의 남자가 자그마한 상자를 내밀어왔다. 나는 얼떨결에 그것을 받아들었고, 사내는…
“그럼 수고하시길."
간단한 인사만을 남긴 채 곧바로 등을 돌려서 사라져버렸다. 너무나도 순식간에 일어난 일에 나는,
“자, 잠깐…뭔가 사인 같은거 해야 하지 않아?"
라는 지적질을 날려봤지만 이미 대상은 눈앞에서 사라진 뒤.
“아….”
새벽 6시 정각에 일어난 사건에 황당함을 감추지 못한 채 나는 손에 들린 상자를 바라보다가 문을 닫고 방안으로 들어왔다.
“그나저나…대체 누가 택배를 보낸 거야?"
택배주소록에는 보낸 이도 받은 이도 적혀있지 않았다. 아까 택배원이 정확히 내 이름을 호명한 걸보면 나한테 온 게 맞긴 할 텐데...
나는 아무 생각 없이 소포를 뜯어냈다. 그러자 소포안쪽에서 노트 정도의 두께를 지닌 검은색 책 한권이 드러났다.
책면이 가죽으로 이루어진데다가 붉은색 실로 알 수 없는 문자들까지 새겨져있는 고풍스러운 책.
“이건…."
나는 책을 집어 들었다. 검은색 바탕과 붉은색 실이 멋지게 조화를 이룬 책의 중앙에는 역시 알 수 없는 문자로 커다랗게 글자가 써져있었다.
영어도 일본어도 중국어도 아닌, 난생 처음 보는 형태의 언어. 하지만 난 어째서인지 그 글귀를 읽을 수가 있었다.
『악마계약의 서』
두근!
순간 누군가 쥐어 짠 것처럼 심장에 강한 진동을 느꼈다. 나는 마치 최면에 걸린 것처럼 검은색의 책을 주시하고 있었다.
오늘 처음 보는 책인데…알 수 없는 글자가 읽힌 다는게 불가사의 할 정도로 생소한 언어가 적혀진 책인데…나는 그 책으로부터 눈을 땔 수가 없었다.
그리고 나는,
두근…두근…
자신의 심장이 박동하는 소리를 들으며, 천천히…악마계약의 서의 첫 페이지를 펼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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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 있는 야설을 추구하고 있습니다.
최고관리자
가입일 | 2016-08-11 | 접속일 | 2024-11-2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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