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가다 보니 정말 끝없이 가네요. 스토리는 만들어야 하고, 야설이라는 범주도 만족시켜야 하고.. 머리에 쥐가나네요. 즐거운 상상의 시간되세요.
올림푸스 12 장로; 아테나, 헤파이스토스 (2)
아테네. 역사만도 3500년이 되는 그리스의 수도이다. 수많은 고대의 영웅들과 신들이 사랑했던 도시다. 플라톤의 아카데미가 있었고, 아리스토텔레스의 뤼케이온이 있었던 도시. 예술, 학문, 철학의 중심 도시였던 곳. 민주주의의 고향인 도시. 에칼리오, 파르니타, 펜텔리, 그리고 이메토스 산에 둘러싸인 분지에 자리잡고 있어 샘과, 동굴, 계곡이 많은 도시이다.
아크로폴리스가 맞은편에 보이는 피닉스 언덕에 세 명의 남자와 한 명의 여인이 서있다.
“아테나의 파르테논 신전이 있고, 헤파이스토스의 신전이 근처에 있다. 분명 둘을 함께 만날 수 있을 거야. 아크로폴리스를 중심으로 죽은 자들의 땅 케라미코스, 의회가 열렸던 아고라 오른 쪽 언덕에 있는 헤파이스토스 신전 주변을 둘러보고 흔적을 찾아보도록 하자. 나와 티파니는 아크로폴리스와 파르테논 주변을 돌아볼 테니, 헤르메스와 포세이돈은 아고라와 헤파이스토스 신전 주변을 살펴보고 케라미코스의 헤게소 묘비 앞에서 오후에 만나도록 합시다.”
아크로폴리스는 신들의 땅이다. 아고라는 민회가 열린던 산자들의 땅이다. 케라미코스는 아크로폴리스 북서쪽에 있는, 과거 아테네의 성 외곽 지역에 있는 공동묘지이다. 즉, 죽은 자들의 땅이다. 이 세 곳을 보면 아테네의 신의 땅, 인간의 땅, 죽은 자들의 땅을 다 보게 되는 것이다. 즉, 아테네의 모든 것이 있는 것이다. 헤르메스나 포세이돈을 그렇게 만났던 것처럼, 진은 이 세 곳에서 아테나와 헤파이스토의 흔적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 기대했다.
“아네나는 전쟁의 신이면서 지혜와 순결의 신이지. 옷을 만들고, 무기를 제작하는 기술의 수호신이기도 해. 그러면서 헤라, 아프로디테와 더불어 삼대 미의 여신이기도 하지. 그리스의 많은 고대 영웅들의 조력자로 등장하기도 하지. 그녀는 아버지 제우스에게 가장 총애를 받은 자식이기도 해. 그러면서 헤파이스토스는 그녀에게 한눈에 반해 사랑에 빠졌지, 물론 아테나는 그를 피해 도망 다녔지만 말야. 어쨌든 파르테논 신전은 그녀를 위한 것이고, 3500년이 넘도록 이곳 아크로폴리스의 상징으로 서있지. 나아가 그녀는 아테네의 수호신이야. 만일 아테나를 만나야 한다면 이곳이 가장 적합한 곳이고, 그녀가 있는 곳에는 분명 헤파이스토스의 그림자도 있게 마련이지.”
“굉장히 확신에 찬 추론이군요? 하지만, 언제부터인지 저는 진, 당신의 말이라면 팥으로 메주를 쑨다 해도 믿을 수 있어요. 그러면, 그녀를 어떻게 찾을 거죠?”
“현대의 문화 속에서 그녀가 자신을 숨기고 나를 기다리고 있다면, 아마도 그녀의 평화 시의 그녀의 상징인 직조, 도예, 예술 등과 관련이 있을 것 같아. 이를테면, 장인조합 같은 곳 아닐까? 어쨌든 파르테논으로 가보자.”
어느 때와 마찬가지로, 파르테논 앞에는 많은 여행자들이 보였다. 그런데 오늘은 파르테논 우측의 계단 위에 관광객이 아닌 한 떼의 무리들이 모여 있었다. 아테네시가 파르테논을 보수하는 과정에서 아크로폴리스의 모습을 훼손하고, 심지어는 파르테논의 곳곳에 새로운 재료를 추가하여 모습을 살리려 하고 있었는데, 그것에 대해 아테네 장인조합이 일종의 데모를 하고 있었다. 보이기 위한 문화재 보호가 아니라, 역사의식을 지키는 문화유산 보호를 위한 조용한 데모였지만, 아테네의 수많은 예술가들과 정치인들 일부, 심지어는 세계 여러 나라에서 동참한 예술가들까지 동원이 된 조직이었기에, CNN을 비롯한 메이저 방송국들이 취재를 위해 나와 있을 정도였다. 그런데 특이한 것은 그들 그룹을 리드하고 있는 사람의 모습이었다. 여자인지 남자인지 모르겠지만, 마치 아테나의 모습처럼, 투구와 갑옷을 입고 어깨에는 부엉이를 올려놓고 있는 모습이었다.
‘후후. 역시 찾은 것 같군.’
갑자기 진이 혼자 중얼거리며 데모 군중들 앞으로 간다.
“어디가요, 진? 거기는...”
하지만, 티파니 역시 무엇인가 느낀 듯 진을 얌전히 따른다.
‘역사는 고치는 것이 아니라 존중하는 것이다’
‘역사를 가지고 정치하지 말라’
‘3500년의 역사를 지켜라’
100여명의 시위대가 있었고, 관광객들을 보호한다는 명목하에 경찰들이 시위대를 가로막고 있었다. 제법 오래 이런 상태가 지속된 듯 주변은 많이 어질러져 있었다. 분위기는 험악했다. 시위대 선두에는 투구와 갑옷을 입은 사람이 뭐라 외치고 있었고, 경찰들은 여차하면 그를 체포라도 하려는 듯 긴장 상태였다. 시위대가 갑자기 술렁이며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러자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경찰 쪽에서는 소방호스로 물을 뿌리기 시작했다. 시위대는 갑작스런 고압의 물총에 흩어졌고, 그 짧은 기회에 경찰의 일부는 갑옷 입은 사람에게 달려들었다.
“저런. 진 어떻게 좀...”
티파니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진의 신형이 흐릿하더니 사라졌다. 그리고는 어느 틈에 갑옷 입은 사람을 안고 시위대들이 처음 있던 층계의 윗부분에 사뿐히 내려앉았다. 눈 깜짝할 사이였다. 경찰들도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인지 몰라 어리둥절했고, 갑옷 입은 사람도 경찰들에게 체포되는 줄 알았는데 자기가 갑자기 파르테논 신전 앞에 서 있자 깜짝 놀랐다.
“실례 했습니다, 아가씨.”
“누구신지 모르지만, 고마워요.”
진은 갑옷 입은 사람을 안아드는 순간 가냘픈 몸매와 은은한 향기 때문에 여인인 것을 알았다.
“당신이 기다리던 사람입니다. 제우스.”
“무슨 말을 하는 거예요?”
“그분의 안배를 모르시나요?”
“정말 당신이 제우스...?”
“여기는 무척 바쁜 같군요. 오후에 케라미코스의 헤게소 묘비 앞에서 봅시다. 반가운 사람들을 볼 수 있을 거요. 그럼.”
그날 저녁 신문과 TV에서는 오늘 오전에 있었던 파르테논 신전 앞의 시위가 짧게 보도되었다. 시위대를 이끌던 여인에게 경찰이 폭력을 사용했고, 그 여인은 누군가의 도움으로 폭력의 피해는 입지 않았지만, 그녀에게 폭력을 사용하려 했던 경찰들 5명이 심한 부상을 입고 병원에 입원하게 되었다고...
한편, 상점과 호객꾼들, 관광객들로 붐비는 아고라. 중심가를 약간 벗어난 곳의 한 허름한 상점. 아무런 표시없이 그저 헤파이스토스라는 간판만 하나 덜렁 달려 있다. 당연히 관광객들이나 물건을 사려는 사람들의 그림자도 비치지 않는다. 그런 허름한 상점과 걸맞게 은발의 젊은 아이리쉬 계열의 사내와 약간 투박해 보이는 한 사내가 문앞에 서있다.
“헤파이스토스. 이곳인가 보군. 과연 이런 초라한 상점의 주인이 그런 굉장한 재주가 있는 사람이란 말이야?”
“일단은 부딪혀 봐야죠? 이클라이온의 페가수스도 이보다 낫지는 않았을 텐데...?”
“하긴 그렇군. 들어가 보지.”
헤르메스와 포세이돈이었다. 헤르메스가 풀어놓은 정보 수집가들에 의하면, 가장 의심 갈만한 곳이 이곳이라는 것이다. 몇 대가 이 가게를 운영했는지 모를 정도로 오래된 상점. 과거에는 대장간이었다고 한다. 아테네의 기구들은 모두 이곳에서 나왔다고 할 정도로 유명한 곳이었단다. 지금은 현대 문명에 밀려 뒷 구석으로 밀렸지만, 지금도 아고라 아니 아테네 전체에서 가장 아름다운 도기, 장신구들이 이곳에서 만들어지고 있다고 한다. 이상점에서 나온 금속세공품은 무엇이든지 최고의 물건이란 품평을 받는다고 한다.
“계십니까?”
아무런 대답이 없다. 상점 안은 밖에서 보는 것과는 달리 제법 정리되어 있었고, 먼지 하나 없이 정갈했다. 뒤뜰로 연결되는 문이 열려 있어 들여다보이는 뒤뜰도 제법 넓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누구요?”
갑자기 상점의 구석진 곳에서 한 인물이 휠체어에 앉은 채 나타났다.
“물건 하나를 보아주었으면 해서 왔소이다. 이 반지가 어떤 반지인지 알 수 있겠소이까?”
“나는 감정사가 아니오. 그저 보잘것없는 대장장이이지...”
“이 반지를 주신 분이 이것을 당신이 만들었을 것이라고 하던데...”
“나는 반지 같은 것을 만들지 않소...”
“하지만, 이 반지를 보면 기억날 것이라 하셨오.”
“나는 반지를 만들지 않았는데 어떻게 기억을... 반지?”
“독수리와 번개가 조각된 반지이지요.”
“뭣이! 그 반지를 당신들이 어떻게...”
“보아주시겠소?”
“봅시다.”
헤르메스는 제우스의 반지를 휠체어의 남자에게 내밀었다. 휠체어의 남자는 반지를 받아 들더니 곧 그 손이 떨리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안쪽을 향해 외쳤다.
“키클롭스, 가게 문을 닫고 손님들을 모셔라!”
‘쿵! 쿵!’
돌연 안채에서 정말 거인같은 사내 하나가 나와 상점의 문을 닫고, 안채로 헤르메스와 포세이돈을 모셨다.
안채는 완전 별천지였다. 인공으로 만든 것이 분명한 정원, 호수, 분수, 호수 위의 정자, 주변의 화단들이 예사롭지가 않다. 호수 위 정자. 헤르메스, 포세이돈, 휠체어의 남자가 앉아 있고, 휠체어 뒤에 예의 그 거인이 공손히 서있다.
“당신들은 누구요?”
“저는 헤르메스이고, 이쪽은 포세이돈입니다. 올림푸스의 12 장로.”
“저~~정말, 당신들이 올림푸스의 12 장로란 말이요?”
“그렇습니다. 이제 헤파이스토스를 만날 수 있을까요?”
“당신들 앞에 앉아있는 사람이 헤파이스토스요. 이 친구는 ”
잠시 침묵이 흐르는 사이, 사람이라기에는 좀 불편해 보이는 소년이 안채에서 차를 들고 나왔다.
“이 친구는 나를 돕는 판도라라고 불리우는 로봇이오.”
“로봇이라구. 이렇게 정교한 로봇을...?”
“역시 헤파이스토스군.”
“이들은 나를 돕기도 하지만, 나를 지켜주는 존재들이오. 이미 그림자의 무리들이 나를 찾아왔었오. 곧 제우스가 올 것이라 생각했지.”
“그림자들이 당신에게 벌써 왔단 말이요.”
“그들은 내가 누구인지 정확히 모르고 왔었오. 그저 한번 쑤셔본 것이지. 그러나 키클롭스에게 혼나고, 판도라에게 당해서 이미 이 세상에서 사라졌소. 그러니 그들이 바보가 아닌 이상에야 곧 정식으로 나를 찾아오겠지. 당신들이 먼저 와서 다행이오. 그래 제우스는?”
“함께 갑시다. 오후에 케라미코스에서 만나기로 했소.”
“제우스의 능력을 보셨오?”
“아니, 아직은... 그러나 그는 우리를 쉽게 찾아냈소. 그리고 당신이 있을 곳을 짐작해 우리를 보냈고, 지금은 아마도 아테나를 만나고 있을 것이오.”
“아테나를...? 그녀가 이곳에 있는 것을...?”
“후후. 당신이 아테나 근처에 있을 것이라 했지. 정말 당신이 아테나를 아는군?”
“그랬군... 그러나 그림자와 그의 무리들은 장난이 아니오.”
“알아요. 그래서 우리도 가문 대대로 준비해온 것들이 있소. 그래서 제우스는 당신을 빨리 찾으려는 것이오. 당신의 능력을 아니까?”
“가 봅시다. 이 반지의 주인을 봅시다.”
* 캬. 이번에도 응응응은 못 만났네요. 죄송^^
올림푸스 12 장로; 아테나, 헤파이스토스 (2)
아테네. 역사만도 3500년이 되는 그리스의 수도이다. 수많은 고대의 영웅들과 신들이 사랑했던 도시다. 플라톤의 아카데미가 있었고, 아리스토텔레스의 뤼케이온이 있었던 도시. 예술, 학문, 철학의 중심 도시였던 곳. 민주주의의 고향인 도시. 에칼리오, 파르니타, 펜텔리, 그리고 이메토스 산에 둘러싸인 분지에 자리잡고 있어 샘과, 동굴, 계곡이 많은 도시이다.
아크로폴리스가 맞은편에 보이는 피닉스 언덕에 세 명의 남자와 한 명의 여인이 서있다.
“아테나의 파르테논 신전이 있고, 헤파이스토스의 신전이 근처에 있다. 분명 둘을 함께 만날 수 있을 거야. 아크로폴리스를 중심으로 죽은 자들의 땅 케라미코스, 의회가 열렸던 아고라 오른 쪽 언덕에 있는 헤파이스토스 신전 주변을 둘러보고 흔적을 찾아보도록 하자. 나와 티파니는 아크로폴리스와 파르테논 주변을 돌아볼 테니, 헤르메스와 포세이돈은 아고라와 헤파이스토스 신전 주변을 살펴보고 케라미코스의 헤게소 묘비 앞에서 오후에 만나도록 합시다.”
아크로폴리스는 신들의 땅이다. 아고라는 민회가 열린던 산자들의 땅이다. 케라미코스는 아크로폴리스 북서쪽에 있는, 과거 아테네의 성 외곽 지역에 있는 공동묘지이다. 즉, 죽은 자들의 땅이다. 이 세 곳을 보면 아테네의 신의 땅, 인간의 땅, 죽은 자들의 땅을 다 보게 되는 것이다. 즉, 아테네의 모든 것이 있는 것이다. 헤르메스나 포세이돈을 그렇게 만났던 것처럼, 진은 이 세 곳에서 아테나와 헤파이스토의 흔적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 기대했다.
“아네나는 전쟁의 신이면서 지혜와 순결의 신이지. 옷을 만들고, 무기를 제작하는 기술의 수호신이기도 해. 그러면서 헤라, 아프로디테와 더불어 삼대 미의 여신이기도 하지. 그리스의 많은 고대 영웅들의 조력자로 등장하기도 하지. 그녀는 아버지 제우스에게 가장 총애를 받은 자식이기도 해. 그러면서 헤파이스토스는 그녀에게 한눈에 반해 사랑에 빠졌지, 물론 아테나는 그를 피해 도망 다녔지만 말야. 어쨌든 파르테논 신전은 그녀를 위한 것이고, 3500년이 넘도록 이곳 아크로폴리스의 상징으로 서있지. 나아가 그녀는 아테네의 수호신이야. 만일 아테나를 만나야 한다면 이곳이 가장 적합한 곳이고, 그녀가 있는 곳에는 분명 헤파이스토스의 그림자도 있게 마련이지.”
“굉장히 확신에 찬 추론이군요? 하지만, 언제부터인지 저는 진, 당신의 말이라면 팥으로 메주를 쑨다 해도 믿을 수 있어요. 그러면, 그녀를 어떻게 찾을 거죠?”
“현대의 문화 속에서 그녀가 자신을 숨기고 나를 기다리고 있다면, 아마도 그녀의 평화 시의 그녀의 상징인 직조, 도예, 예술 등과 관련이 있을 것 같아. 이를테면, 장인조합 같은 곳 아닐까? 어쨌든 파르테논으로 가보자.”
어느 때와 마찬가지로, 파르테논 앞에는 많은 여행자들이 보였다. 그런데 오늘은 파르테논 우측의 계단 위에 관광객이 아닌 한 떼의 무리들이 모여 있었다. 아테네시가 파르테논을 보수하는 과정에서 아크로폴리스의 모습을 훼손하고, 심지어는 파르테논의 곳곳에 새로운 재료를 추가하여 모습을 살리려 하고 있었는데, 그것에 대해 아테네 장인조합이 일종의 데모를 하고 있었다. 보이기 위한 문화재 보호가 아니라, 역사의식을 지키는 문화유산 보호를 위한 조용한 데모였지만, 아테네의 수많은 예술가들과 정치인들 일부, 심지어는 세계 여러 나라에서 동참한 예술가들까지 동원이 된 조직이었기에, CNN을 비롯한 메이저 방송국들이 취재를 위해 나와 있을 정도였다. 그런데 특이한 것은 그들 그룹을 리드하고 있는 사람의 모습이었다. 여자인지 남자인지 모르겠지만, 마치 아테나의 모습처럼, 투구와 갑옷을 입고 어깨에는 부엉이를 올려놓고 있는 모습이었다.
‘후후. 역시 찾은 것 같군.’
갑자기 진이 혼자 중얼거리며 데모 군중들 앞으로 간다.
“어디가요, 진? 거기는...”
하지만, 티파니 역시 무엇인가 느낀 듯 진을 얌전히 따른다.
‘역사는 고치는 것이 아니라 존중하는 것이다’
‘역사를 가지고 정치하지 말라’
‘3500년의 역사를 지켜라’
100여명의 시위대가 있었고, 관광객들을 보호한다는 명목하에 경찰들이 시위대를 가로막고 있었다. 제법 오래 이런 상태가 지속된 듯 주변은 많이 어질러져 있었다. 분위기는 험악했다. 시위대 선두에는 투구와 갑옷을 입은 사람이 뭐라 외치고 있었고, 경찰들은 여차하면 그를 체포라도 하려는 듯 긴장 상태였다. 시위대가 갑자기 술렁이며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러자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경찰 쪽에서는 소방호스로 물을 뿌리기 시작했다. 시위대는 갑작스런 고압의 물총에 흩어졌고, 그 짧은 기회에 경찰의 일부는 갑옷 입은 사람에게 달려들었다.
“저런. 진 어떻게 좀...”
티파니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진의 신형이 흐릿하더니 사라졌다. 그리고는 어느 틈에 갑옷 입은 사람을 안고 시위대들이 처음 있던 층계의 윗부분에 사뿐히 내려앉았다. 눈 깜짝할 사이였다. 경찰들도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인지 몰라 어리둥절했고, 갑옷 입은 사람도 경찰들에게 체포되는 줄 알았는데 자기가 갑자기 파르테논 신전 앞에 서 있자 깜짝 놀랐다.
“실례 했습니다, 아가씨.”
“누구신지 모르지만, 고마워요.”
진은 갑옷 입은 사람을 안아드는 순간 가냘픈 몸매와 은은한 향기 때문에 여인인 것을 알았다.
“당신이 기다리던 사람입니다. 제우스.”
“무슨 말을 하는 거예요?”
“그분의 안배를 모르시나요?”
“정말 당신이 제우스...?”
“여기는 무척 바쁜 같군요. 오후에 케라미코스의 헤게소 묘비 앞에서 봅시다. 반가운 사람들을 볼 수 있을 거요. 그럼.”
그날 저녁 신문과 TV에서는 오늘 오전에 있었던 파르테논 신전 앞의 시위가 짧게 보도되었다. 시위대를 이끌던 여인에게 경찰이 폭력을 사용했고, 그 여인은 누군가의 도움으로 폭력의 피해는 입지 않았지만, 그녀에게 폭력을 사용하려 했던 경찰들 5명이 심한 부상을 입고 병원에 입원하게 되었다고...
한편, 상점과 호객꾼들, 관광객들로 붐비는 아고라. 중심가를 약간 벗어난 곳의 한 허름한 상점. 아무런 표시없이 그저 헤파이스토스라는 간판만 하나 덜렁 달려 있다. 당연히 관광객들이나 물건을 사려는 사람들의 그림자도 비치지 않는다. 그런 허름한 상점과 걸맞게 은발의 젊은 아이리쉬 계열의 사내와 약간 투박해 보이는 한 사내가 문앞에 서있다.
“헤파이스토스. 이곳인가 보군. 과연 이런 초라한 상점의 주인이 그런 굉장한 재주가 있는 사람이란 말이야?”
“일단은 부딪혀 봐야죠? 이클라이온의 페가수스도 이보다 낫지는 않았을 텐데...?”
“하긴 그렇군. 들어가 보지.”
헤르메스와 포세이돈이었다. 헤르메스가 풀어놓은 정보 수집가들에 의하면, 가장 의심 갈만한 곳이 이곳이라는 것이다. 몇 대가 이 가게를 운영했는지 모를 정도로 오래된 상점. 과거에는 대장간이었다고 한다. 아테네의 기구들은 모두 이곳에서 나왔다고 할 정도로 유명한 곳이었단다. 지금은 현대 문명에 밀려 뒷 구석으로 밀렸지만, 지금도 아고라 아니 아테네 전체에서 가장 아름다운 도기, 장신구들이 이곳에서 만들어지고 있다고 한다. 이상점에서 나온 금속세공품은 무엇이든지 최고의 물건이란 품평을 받는다고 한다.
“계십니까?”
아무런 대답이 없다. 상점 안은 밖에서 보는 것과는 달리 제법 정리되어 있었고, 먼지 하나 없이 정갈했다. 뒤뜰로 연결되는 문이 열려 있어 들여다보이는 뒤뜰도 제법 넓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누구요?”
갑자기 상점의 구석진 곳에서 한 인물이 휠체어에 앉은 채 나타났다.
“물건 하나를 보아주었으면 해서 왔소이다. 이 반지가 어떤 반지인지 알 수 있겠소이까?”
“나는 감정사가 아니오. 그저 보잘것없는 대장장이이지...”
“이 반지를 주신 분이 이것을 당신이 만들었을 것이라고 하던데...”
“나는 반지 같은 것을 만들지 않소...”
“하지만, 이 반지를 보면 기억날 것이라 하셨오.”
“나는 반지를 만들지 않았는데 어떻게 기억을... 반지?”
“독수리와 번개가 조각된 반지이지요.”
“뭣이! 그 반지를 당신들이 어떻게...”
“보아주시겠소?”
“봅시다.”
헤르메스는 제우스의 반지를 휠체어의 남자에게 내밀었다. 휠체어의 남자는 반지를 받아 들더니 곧 그 손이 떨리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안쪽을 향해 외쳤다.
“키클롭스, 가게 문을 닫고 손님들을 모셔라!”
‘쿵! 쿵!’
돌연 안채에서 정말 거인같은 사내 하나가 나와 상점의 문을 닫고, 안채로 헤르메스와 포세이돈을 모셨다.
안채는 완전 별천지였다. 인공으로 만든 것이 분명한 정원, 호수, 분수, 호수 위의 정자, 주변의 화단들이 예사롭지가 않다. 호수 위 정자. 헤르메스, 포세이돈, 휠체어의 남자가 앉아 있고, 휠체어 뒤에 예의 그 거인이 공손히 서있다.
“당신들은 누구요?”
“저는 헤르메스이고, 이쪽은 포세이돈입니다. 올림푸스의 12 장로.”
“저~~정말, 당신들이 올림푸스의 12 장로란 말이요?”
“그렇습니다. 이제 헤파이스토스를 만날 수 있을까요?”
“당신들 앞에 앉아있는 사람이 헤파이스토스요. 이 친구는 ”
잠시 침묵이 흐르는 사이, 사람이라기에는 좀 불편해 보이는 소년이 안채에서 차를 들고 나왔다.
“이 친구는 나를 돕는 판도라라고 불리우는 로봇이오.”
“로봇이라구. 이렇게 정교한 로봇을...?”
“역시 헤파이스토스군.”
“이들은 나를 돕기도 하지만, 나를 지켜주는 존재들이오. 이미 그림자의 무리들이 나를 찾아왔었오. 곧 제우스가 올 것이라 생각했지.”
“그림자들이 당신에게 벌써 왔단 말이요.”
“그들은 내가 누구인지 정확히 모르고 왔었오. 그저 한번 쑤셔본 것이지. 그러나 키클롭스에게 혼나고, 판도라에게 당해서 이미 이 세상에서 사라졌소. 그러니 그들이 바보가 아닌 이상에야 곧 정식으로 나를 찾아오겠지. 당신들이 먼저 와서 다행이오. 그래 제우스는?”
“함께 갑시다. 오후에 케라미코스에서 만나기로 했소.”
“제우스의 능력을 보셨오?”
“아니, 아직은... 그러나 그는 우리를 쉽게 찾아냈소. 그리고 당신이 있을 곳을 짐작해 우리를 보냈고, 지금은 아마도 아테나를 만나고 있을 것이오.”
“아테나를...? 그녀가 이곳에 있는 것을...?”
“후후. 당신이 아테나 근처에 있을 것이라 했지. 정말 당신이 아테나를 아는군?”
“그랬군... 그러나 그림자와 그의 무리들은 장난이 아니오.”
“알아요. 그래서 우리도 가문 대대로 준비해온 것들이 있소. 그래서 제우스는 당신을 빨리 찾으려는 것이오. 당신의 능력을 아니까?”
“가 봅시다. 이 반지의 주인을 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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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입일 | 2016-08-11 | 접속일 | 2024-11-2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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