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osen of Mar-tul V2
1부 임프로브드 게이트 Improved Gate
story 06 ‘드로우Dro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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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디선가 이름모를 새가 지저귀는 소리가 들린다. 나무가 빽빽하게 우거진 깊은 숲 속을 몇 시간이나 걸었는지 마이어는 이제 짐작도 가지 않는다. 무언가 이 세계로 건너 올 때 처럼 기괴한 괴물이라던가 어떤 사건이라도 일어나는게 아닐까 자신도 모르게 내심 기대(?)했던 그는 시간이 지날수록 끝없이 반복되는 나무와 풀들 외에 보이는게 없자. 주위 경관에는 이미 질려버린지 오래다. 그저 아무 생각없이 걷고 또 걸을뿐.
"클라나."
"응."
"언제쯤 이 숲 빠져나갈 수 있는거야?"
"3일 쯤 지나서 일까나."
"...."
"......"
심드렁한 그녀의 대답에 마이어는 더 할 말이 없다. 프리드라도 조용한 마당에 나서서 쓸데 없는 말로 떠드는 것도 이상하고.
"그린티쓰패스GreenTeethpass라고 해 여긴..... 젤리 Zhelli 라는 거대한 숲의 일부분이야. 여긴. 애초에 타리켈 자체가 숲을 개간하려던 사람들이 숲 끝자락에 모여서 형성된 마을이니까.. 횡橫 으로는 무척 넓은데다가 서쪽은 마이제르의 중심부쪽으로 이어져 있어서 끝이 없어."
바닥에 살짝 끌리는 붉은 로브자락이 더러워질까 무릎 위까지 끌어올린 클라나는 묻지도 않은 설명을 술술하기 시작한다.
"...반면 종 縱 으로는 폭이 비교적 좁으니까 남쪽으로 계속해서 3일쯤이면 벗어나서 샤이닝헬름 여관Shining Helm Inn에 닿을 수 있을거야. 이제 됐어?"
별 관심없이 귀담아 듣고있지 않던 마이어가 눈을 크게 뜨고는 고개를 갸웃한다.
"클라나...?"
"아, ...왜?"
조금 앞서걷던 프리드라 역시도 지루한지 양 손을 깍지끼고는 앞으로 쭉 뻗으며 둘을 바라본다.
"근데 왜 우리 남서쪽으로 점점 치우치는거야...?"
"무슨소리야, 계속 남쪽으로만 가고 있어."
얼토당토않는 소릴 한다는 듯 기분나빠하며 클라나가 그에게 말한다.
"나뭇잎 방향이나 나무에 가려 이따금 보이는 해나.. 아무리 봐도 아닌걸?"
연신 이상하다는 듯 발걸음을 멈추고 주위를 돌아보던 마이어. 하늘을 보아도 이젠 녹색의 거대한 장막과 하늘을 떠받치고 있는 듯한 수천수만개의 나뭇가지 외엔 보이지 않는다.
"프리드라, 노우 디렉션 Know Direction 있어?"
신경쓰지 않고 걸어가던 클라나 역시도 발을 멈추고 프리드라를 바라본다. 기왕이면 제대로 확인해보는게 좋으리라. 프리드라는 그녀가 묻기도 전에 이미 한 손을 휘젓고는 살짝 눈을 감았다 떴다.
"북쪽은 이쪽인데?"
그리고 그녀는 그들이 걸어왔던 방향이 아닌 전혀 엉뚱한 방향을 가리키며 씨익 웃는다. 확실히 일행은 거의 서쪽을 향해 가고 있던 듯 하다.
"쩝.."
방향을 바꿔 다시 걷기 시작하는 셋.
"저기 마이어, 어떻게 알았어?"
땋아내린 양 옆머리를 붙잡고는 마치 컨트롤러를 조종하듯 이리저리 돌리던 프리드라가 고개를 홱 돌리며 말한다.
"군대에서 조금.."
설마하니 몇 년도 더 지난 쓰잘데기 없는 지식이 이런 곳에서 불현듯 생각날 줄은 그도 생각 못하고 있었다. 다만 자꾸 거슬리는 나뭇잎들과 가지 등에 이상하게도 자꾸 시선이 갔기에 싫어도 생각이 났다고나 할까...
"에에?? 군대? 어디 정규군이라던가? 아님 용병?"
방향 탐지 따위에 관해서는 이미 잊어버린 프리드라가 과장되게 놀란 제스쳐를 취하며 마이어를 바라본다. 의외의 이야기에 살짝 흥미가 생겼는지 클라나도 흘깃 곁눈질을 한다.
"아아~ 마이어는 호리우-선 Horiu-Sun 사람이니까 여기하곤 좀 달랐겠네? 몬스터나 적들도 그렇겠고."
상당히 궁금하다는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는 프리드나. 나뭇잎을 가까스로 뚫고 들어온 햇빛이 그녀의 반쯤 드러난 건강한 가슴에 반사되어 마이어는 자연히 그 쪽으로 시선이 간다.
"꿀꺽"
"적이라.... 글쎄.. 난 그 이상한 이름의 동방대륙 사람이 아니야. 거기가.."
"마이어!"
말을 도중에 끊은 클라나가 눈치를 준다. 아마 그에 관해서는 말하지 말라는 사인인듯. 사실 귀찮게 설명하는 것도 일이긴 하기에 그 역시 무언으로 수긍하고는 말을 바꾼다.
"그..... 동방대륙 조금 더 옆에 코리아라고 있어."
"에.. 뭐야 그래봐야 호리우-선 이잖어."
"그렇긴하네. 대륙은 같으니.. 하핫;;"
멋쩍은 듯 웃어넘기는 마이어.
"근데 어떻게 클라나하고 남매인거야?"
"호리우-선에 달라티룬이 갔을 때 첩을 하나 뒀거든."
"....."
"그럼 남매가 아니라 거의 사촌 정도네?"
"막장 드라마에도 아버지가 같은 남매정도밖에 안 나왔는데 할아버지라니... 모르겠네.."
이제와서 생각해보면 클라나와 그의 관계도 그다지 정상적으로 보이진 않는다. 그의 머리로는 촌수로도 계산이 애매하고 쉽사리 판단이 되질 않는다. 그로서는 그다지 상관은 없지만...
마이어는 주의를 환기시키기 위해 쌀쌀한 클라나와 달리 그나마 말을 받아주는 프리드라에게 다시 말을건다.
"사실 달라티룬이 데려온 지 얼마 안되어서 말야, 이 대륙이름은 뭐야?
"글리오든 Glioden."
무표정하게 끼어들어 대답해주는 클라나.
"잉.. 나한테 물어봤다구!"
일부러 보란듯이 가식적으로 귀여운 척을 하는 프리드나. 그러나 그런 모습을 클라나는 흘끔 바라보고는 상대도 하지않고 걸음을 옮길 뿐이다. 오히려 마이어가 그 모습에 저절로 쓴웃음이 지어진다. 그녀는 마이어와 처음 대면했을 때부터 지금까지 왠지 미워 할 수 없는 구석이 있었고 그것은 저런 요소 때문이 아니었을까하는 생각이 든다.
"아 배고파."
"저녁때 쯤 되었으려나..."
시계가 없으니 알 수가 없다. 마이어 역시 프리드라의 불평을 듣고 있자니 허기가 지는것을 느낀다. 거의 하루 종일 숲속을 걷던 다리가 천근만근 무겁고 한 번 생각이 미치자 이제 그만 앉아서 쉬어가기만을 바라게 된다. 어느샌가 서서히 땅거미가 지는 숲속.
"....."
30분쯤을 계속해서 걷던 일행은 굵은 나무들로 둘러쌓인 한적한 공터를 발견한다. 마치 그들을 위해 마련 된 공간인 듯 서너명이 누울만한 공간에 키큰 수풀에 둘러쌓인 곳에 발걸음을 멈춘다.
어느새 사위가 더욱 어두워져 더 이상 진행하기에도 무리가 있다.
"딱이네. 고만 좀 쉬자. 죽겠다."
지쳤다는 듯 근처의 솟아오른 나무뿌리에 주저않는 마이어. 별 말없이 프리드라도 자신의 짐들을 내려놓고 뒤적이기 시작한다.
"마이어, 이것 좀 펴줘."
"헤에.. 텐트인거야?"
마치 비닐처럼 얇고 질긴 재질의 넓은 천 조각이 펼쳐지며 부드러운 풀들이 자라난 바닥에 깔린다. 쉬기로 결정한 이상 일사천리로 쉴 장소를 마련해가는 일행.
"난 지지목하고 땔감 나무 찾아올게."
넓게 펼치던 텐트를 두고는 기둥으로 쓸만한 나무를 찾기위해 마이어는 수풀을 헤치고 공터를 벗어나기 시작한다.
"탁! 탁!"
부싯깃을 두드리며 작은 나뭇가지를 모아 불을 붙이던 클라나가 그를 쳐다보지도 않고 말한다.
"애들처럼 멀리가서 길 잃지마."
"쳇, 알았다구."
여동생이 아닌 누나처럼 행동하는 느낌에 다소 거부감이 든다는 생각을 하며 근처의 마른가지들을 줍기 시작하는 마이어. 그러나 그녀의 걱정처럼 여러 잡념들과 주위에 떨어진 나뭇가지를 줍는데에 골몰해 그는 점점 더 깊은 곳으로 걸어들어가고 있음을 눈치채지 못하고 있다.
한참 후, 클라나의 말 그대로 길을 잃지는 않았지만 상당한 거리를 걸어온 마이어는 양 팔로 한아름, 거의 양 손이 맞닿지 않을 땔감을 안고는 기억을 더듬으며 돌아가는 길을 찾기 시작한다.
"제기랄... 빨리 안가면 한소리 듣겠네.."
폭언과 함께 한심하다는 듯한 클라나의 표정이 예상되자, 마이어는 더욱 잰 걸음으로 길을 찾으며 걸어간다.
"제기랄... 쪽팔려.."
주위를 돌아봐도 보이는 건 계속 나무와 수풀뿐이다. 그냥 적당히 주위만 둘러본다면 어디가 어딘지 구분이 가지 않아 정말로 길을 잃기 십상이라는 생각이 든다. 다행히 한 두군데 조잡한 표시를 해 둔 덕분에 그는 왔던 길 그대로를 되짚어서 느리지만 정확히 돌아갈 수 있었다.
중간쯤 되돌아 왔을 때 마이어는 조금 떨어진 숲의 어둠속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림을 감지한다. 처음에는 소리가 작아 잘못 들었다고 생각했지만 지속적으로 똑똑히 들리기 시작한다. 바람소리나 스치는 나뭇잎소리, 풀벌레 소리라던가와는 다르다.
‘쉬이이이이....’
무언가 타들어가는 소리같기도 하고 한편으론 마치 수도꼭지를 다 잠그지 않아 나는 듯 한 소리.
"뭐지..?"
그냥 소리따위는 무시하고 조금만 더 걷다보면 텐트를 지지할 막대가 없다고 투덜거리는 프리드나와 길잃은 줄 알았다고 비아냥거릴 게 틀림없을 클라나가 있는 공터가 나올 것임에 틀림이 없다. 그럼에도 발걸음이 점점 늦어지는 마이어.
"신경쓰이네..."
이상하게도 계속 가던 길을 가야한다는 생각만이 계속 든다. 이미 시간이 한참 지났고, 혼자서는 위험 할 수도 있다. 계속해서 그런 생각이 드는 마이어는 그 별 것 아닌 일에 호기심을 억누르지 못하고 품에 가득 안고있던 나뭇가지들을 내려놓고는 오히려 소리가 나는 곳으로 가기 시작한다.
"설마 그 이상한 놈들이 벌써 쫓아온건.."
몸이 슬쩍 긴장되며 한층 더 조심해서 이동한다. 바닥의 나뭇가지나 수풀에 스치는 소리는 어쩔 수 없지만 바람소리, 벌레소리 등으로 조심만 한다면 충분히 들키지 않을 것이다.
소리가 들리는 곳으로 조심스레 이동하는데도 소리는 오히려 점점 잦아들더니 들리지 않게 된다. 대충 예상한 지점에 접근했을 텐데도 소리는 전혀 들리지 않는다.
"환청이었나.. 아니면 뭐 귀신이라던가.."
스스로 예상한 결과임에도 생각을 떠올리자 지금 자신이 칠흑같은 어둠만이 존재하는 깊은 숲속에 있다는 사실이 인지되어 으스스한 기분이 되어버린다. 그리고 그 순간 그다지 멀지 않은 나무 아래에 어슴푸레 보이는 은발을 가진 한 시커먼 인영이 쪼그리고 앉아있는게 식별된다.
"?!"
목 뒤부터 척추에 이르기까지 쭈뼛 일어서는 감각이 느껴진다. 몸이 부르르 떨리고 숨을 급격히 들이마신 마이어는 그 자리에 얼어붙는다. 순간적으로 놀란 그는 자동적으로 눈을 대상에게서 떼지 못하고 한참을 응시한다.
“......”
하지만 자세히 보자 검은 빛깔의 피부를 가진 여성이 앉아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런 깊은 숲속에서 사람을 보면 놀라지 않을 리가 없다고 자위하는 마이어.
"십 년 감수했다;;;"
들키지 않을 정도로 조금씩 더 인영을 향해 다가서기 시작하는 마이어는 가까워짐에 따라 그것에 어두운 피부와 은발을 가진 여성임을 알 수 있다.
그의 눈에 제일먼저 들어오는것은 어두운 가운데에서도 제일 눈에 띄는 은발, 그리고 그 아래로 마치 흑진주같은 느낌의 풍만한 엉덩이 사이로 졸졸 흘러나오는 소변이다.
"아.. 볼 일 보는..."
거의 뒤쪽에서 접근하는 바람에 그녀의 옆모습과 뒷모습 외에는 볼 수 없는 마이어는 조금 아쉬운 생각이 들지만 이건 이것대로 상당히 흥분되는 각도이기에 조금 전의 으스스한 기분은 어느새 사라지고 풍만항 엉덩이를 감상하며 하복부를 불룩하게 만들기 시작한다. 그는 손으로 바지위를 더듬어 이미 딱딱딱하게 발기한 자신의 물건을 주물거리며 그녀를 계속해서 바라본다.
"죽이는데...."
클라나와 비교해도 전혀 뒤쳐짐이 없는 완벽한 굴곡의 엉덩이에 시선이 박혀 떨어질 줄을 모른다.
그러나, 그렇게 더 한참을 지켜보고 있어도 일어설 기미가 없다는 걸 이내 알아차린다. 물줄기는 이미 멎었음에도 미동도 없어 이상하다고 생각하는 순간 그녀의 어깨가 조금씩 떨리기 시작하며 주의해서 듣지 않으면 거의 들리지 않는 낮은 흐느낌이 들리는 듯 하다.
"흑...."
"??"
".......어머님.. 마멜카이.."
울음섞인, 게다가 낮은 중얼거림이지만 마이어의 귀에 그녀가 흐느끼는 소리가 정확히 들린다. 육감적인 엉덩이를 그대로 드러낸 시커먼 인영은 그 자세 그대로 뭐가 그리 서러운지 필사적으로 소리를 억누르며 격렬히 흐느끼기 시작한다.
"....."
지켜보던 마이어는 무언가 미안한 감정이 들며 꿈틀꿈틀 용틀임을 해대는 자신의 물건이 서서히 다시 힘을 잃어감을 느낀다. 잠시 그렇게 지켜보고 있으니, 그녀는 별안간 눈물을 거칠게 훔치고는 몸을 추스르며 일어선다.
모양 좋은 엉덩이가 그녀의 바지 속으로 사라지는 것은 안타까웠지만 그는 조용히 그녀를 주시할 뿐이다.
어느새 슬픈 기색은 완전히 사라진, 날카로운 눈매를 가진 미녀가 주위를 조심스레 살핀다. 그녀는 확실히 인간이 아닌 어두운 빛깔의 피부에 뾰족한 귀, 허리까지 내려오는 은발의 머릿결을 가진, 마이어에게는 생소한 외모의 미녀였다.
"온라인 게임의 다크엘프같아.."
솔직한 감상으로 그의 눈에 비친 그녀는 그렇게밖에 보이지 않았다. 여전히 그의 시선을 알아채지 못한 듯 그녀는 다시금 꼼꼼히 눈가를 닦고는 몸을 추스르며 아무렇지도 않은 척 가장하고 있다. 그리고는 그의 시야에서 어둠속으로 사라지기 시작하는 그녀는 작은 어깨가 떨리며 흐느낄때와는 대조적으로 당당한 걸음걸이로 멀어지는 듯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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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이 멍청이는 왜 이렇게 안오는거야!"
클라나가 신경질을 부리며 손에 들고있는 육포를 이빨로 힘껏 잡아 뜯는다. 그녀의 앞에는 자그마한 모닥불이 타고있고 맞은편에는 그런 그녀를 바라보며 웃는 프리드라가 육포를 손에 들고는 비틀어서 끊어내고 있다.
"쳇, 불쬐면서 음식이나 먹고 있는 주제에.."
그런 클라나 옆으로 불쑥 나타난 마이어가 양 팔에 가득 안고 있던 마른 나뭇가지를 아무렇게나 한켠에 내던지고는 그 가운데 일부를 집어 다시 모닥불에 던져넣는다.
"뭐하는데 이렇게 늦어! 텐트도 치다 말았잖아!"
그럼에도 전혀 기세가 줄지 않는 클라나. 그러나 마이어는 신경도 쓰지 않고 그녀의 발치에 놓인 주머니에서 고개를 내밀고 있는 육포 중에 하나를 집어서는 옆에 털썩 주저앉는다.
"생리현상."
"....."
단 한마디에 불만스러운 표정의 클라나는 입을 다문다. 그렇다는데 뭐 할 말이 있으랴..
"뭐, 당사자는 내가 아니긴 했지만..."
왠지 자신이 본 걸 자세히 말하고 싶지 않은 마이어는 얼렁뚱땅 넘기면서 한편으로 넌지시 그녀에 대해 물어본다.
"시커멓고, 귀가 뾰족하고, 은발이면.. 다크엘프라고 부르나?"
"....뭐야? 갑자기 뜬금없이."
여전히 인상을 쓰고있는 클라나가 육포를 뜯으며 무슨 소리냐는 듯 심드렁하게 대꾸한다.
텐트의 기둥역할을 하는 나무를 세우며 묵묵히 잠잘 곳을 만드는 마이어. 군대에서 쓰던 A텐트보다도 간단한 구조이기에, 그리고 전혀 춥지 않은 기온이기에 그의 손으로도 금방 완성이 가능했다.
"헤헷, 그 통속적인 명칭은 뭐야? 웃기는 센스네? 어느 지역인지 그렇게도 부른다고 듣긴 했지만....그럼 밝은 피부의 엘프는 라이트엘프야? 캬캬캇... 그건 이 대륙에선 드로우 Drow 라고 불러 드로우~"
낄낄거리며 우습다는 듯 대답해주는 프리드라. 아마도 동방대륙 호리우-선에서의 명칭이 다크엘프라 부르는 줄 아는 모양이다. 그녀는 바닥에 깔아둔 모포에 반쯤 엎드려서는 마이어를 향해 있다. 그 바람에 바닥에 살짝 눌린 커다란 가슴의 골이 마이어의 눈 앞에 똑똑히 보이는 자세가 되어있기에 자연스레 시선이 간다.
"아니 뭐, 딱히 궁금한건 아니고... 나한테 칼 던진 소인 小人 하며, 괴상한 도마뱀 인간하며, 이쪽 동네는 처음보는게 너무 많거든."
흘낏흘낏 그녀의 가슴을 곁눈질하며 되는데로 그가 지껄인다. 그가 하는 양을 바라보는 클라나는 다소 기분이 나쁜 듯 보이지만 별 말은 않는다.
"그래? 호리우-선은.. 아니 뭐 더 동쪽 동네라고 했지? 암튼... 거긴 어떻길래..?"
육모를 문 채로 숫제 모포위에서 대굴대굴 구르는 프리드라가 반문한다.
"모조리 인간."
"헤에... 재미없는 동네네?"
클라나도 그에 관해서는 처음 듣는지 귀 기울여 듣는 눈치이다.
"뭐, 그래도 탐욕스러운 놈부터 자신의 재산을 베푸는데 쓰는 사람, 종교에 미쳐서 날뛰는 사람 등등 별의 별 유형이 다 있어서 그런걸로 지루하진 않아."
"헤에... 사람들People(1) 이란 어디나 다 똑같구나."
"여기 글리오든에선 지적 생명체가 여러종류야. 인간부터 시작해서 엘프중 가장 보편적인 우드엘프 Wood Elf 라던가, 엘라드린 Eladrin, 좀전에 물어본 드로우 Drow, 드레답같은 드워프 Dwarf, 리싸같은 노움 Gnome, 우리를 공격한 일행중의 드래곤본 Dragonborn 이나 인간의 허리어림정도 크기인 하플링 Halfling 등등.. 셀 수 없어."
옆에 앉아있는 클라나는 무릎을 끌어안으며 그 위에 턱을 괴고는 되는데로 설명해준다.
"이럴 때 보면 예쁜데..."
그런 클라나의 모습을 흘낏 바라본 마이어는 생각한다.
짜증부리지 않을 때의 다소곳한 분위기의 클라나는 확실히 미인소리를 들을만하다. 그녀의 옆모습을 바라보며 마이어가 그렇게 생각하고 있을 때 맞은편에서 프리드라가 거든다.
"으음... 하프오크나 Halforc 티플링 Tielfling , 아시마르 Asimar 도 있구, 거의 볼 기회는 없지만, 데바 Deva 라던가, 워포지드 Warforged, 게나시 Ganasi... 암암. 셀 수 없지. 참고로 어머니도 우드엘프였어."
육포를 쪽쪽 빨면서 이야기하는 프리드라. 새삼스레 뾰족하게 솟은 작은 귀가 눈에 들어온다.
“흐음..”
그녀역시도 마이어가 보기에는 클라나에 뒤지지 않는 미모를 자랑한다. 클라나처럼 마이어에 대해 악감정을 가진것도 아니고 서글서글한 눈매와 시원한 성격..
"흐흥~"
그가 주시하는 것을 알아차리자, 육포를 들고는 배시시 웃으며 혀로 애무하는 흉내를 내는 그녀. 마이어는 자신의 물건을 빨아주던 색정적인 그녀의 모습이 지금과 오버랩되며 다시금 다리사이가 불룩해지는 것을 느낀다.
"아, 변태야! 그거뭐야!"
그리고 곧바로 옆에서 화를 내는 클라나가 무서운 눈으로 자신을 부라린다. 문득, 두명의 미녀사이에 끼인 지금의 상황에 왠지 유쾌해짐을 느끼는 마이어. 여자친구와 헤어지고 취업에도 힘들어하던 며칠 전의 자신을 생각하면 이쪽세계가 오히려 더 살만한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나쁘지않은 기분에 다른 때라면 찔끔했을 클라나의 눈길을 유들유들하게 받아낸다.
"금방 알아채네, 계속 여기만 쳐다보고 있었어? 악!"
그녀가 육포의 일부분을 마이어의 얼굴에 냅다 집어던지고는 일어서서 텐트쪽으로 걸어간다.
"되도않는 망상은 그만하시지! 너따위 하고 두 번다시!!....... 아, 아무튼 먼저 잘 거니까! 불침번 내 차례 되면 깨워! 순서는 마이어! 나! 프리드라!"
스스로 말하면서 스스로 당황하는 클라나는 하던말을 대충 마무리짓고는 거칠게 텐트속에 드러눕는다.
"근데 그거, 셋이 자긴 좀 좁지 않을까?"
그녀가 집어던진 육포마저 우물거리며 마이어가 되묻는다.
"넌 밖에서 자!"
프리드라가 깔고누운 모포를 가리키며 클라나가 또 한번 화를 낸다.
"마이어~ 밖에서 같이 잘까?"
"프리드라!"
정색을 하고 꾸짖는 클라나.
"에에~ 농담이야 농담~ 너무 그러지마 주름생겨."
그렇게 말하면서도 프리드라는 마이어에게 살짝 윙크한다.
"그 빌어먹을 세상보단.. 여기가 나아."
진심으로 생각하는 마이어.
"클라나."
"아, 왜."
"잘자라구."
"...."
착각인지 몰라도 그녀의 얼굴에 홍조가 떠오른듯 보였지만 텐트에 가려져 잘 보이진 않는다. 뭔가 기분좋아보이는 마이어를 보고는 그녀가 고개를 홱 젖히며 돌아눕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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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워어억!!"
피가섞인, 마치 가래끓는 역겨운 소리를 내는 듯한 비명을 지르며 회색 털과 거친 피부로 뒤덮힌 원시인 같은 존재가 바닥으로 쓰러진다.
"크아아악!"
하지만 "그것"을 쓰러뜨린 이의 배 한가운데에 투박한 모양의 오키쉬 폴엑스 Orkish PoleAxe 가 튀어나와있다. 입에서 선혈을 뿜으며 자신이 방금 쓰러뜨린 존재 위로 포개어지는 검은 인영.
‘털썩’
"치잇!"
또다른 인영이 동료를 쓰러뜨린 존재에게 달려든다.
“크웩!”
재빨리 자신의 무기를 뽑아 상대를 맞으려하지만 시체에 걸렸는지 거대한 창살이 몸 한가운데에 단단히 박혀 빠지질 않아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폴엑스를 뽑기위해 다급하게 미친듯이 창대를 흔들어대는 그것의 머리가 허공을 날며 붉은색의 선혈을 전장에 흩뿌린다.
“뭐야! 이 오크 Orc 새끼들은!!”
머리를 쳐 날려버린 검은 피부의 남성이 은발을 휘날리며 적들을 돌아본다. 뾰족하고 긴 귀에 호리호리한 체격, 오크들을 맞아 싸우는 것은 십여명의 드로우들이다. 신경질적으로 외친 드로우 남성은 멀찍이서 싸우는 또다른 드로우를 바라본다. 그 역시도 장시간의 전투로 지쳐 가쁜숨을 몰아쉬고, 몸 여기저기엔 작은 생채기들이 나있다.
“즈엘페인! 뒤!”
“하아앗!!”
“쿠에에엑!”
다급하게 외치는 여성의 목소리에 즈엘페인이라 불리운 드로우가 자기 뒤쪽의 오크의 목덜미를 시미터Scimitar 로 쳐낸다. 긴, 그러면서 역겨운 비명과 함께 천천히 무너지는 또 한 마리의 오크.
"마이어가 훔쳐봤던" 드로우 여성도 일행에 끼어있었다. 그녀는 그 광경을 보며 한숨 돌리고 자신을 향해 짓쳐들어오는 또다른 오크의 공격을 막아낸다. 자신이 애용하던 숏소드는 이미 어딘가로 날아가버렸고 죽은 동료의 레이피어 Rapier 를 사용하느라 손에 익지않은 느낌에 애를 먹고있다.
‘여기서 죽을 수는...’
언더다크에서 구사일생으로 살아나고 겨우 일행과 재회했다. 복수의 희망은 희박하지만 아직 늦진 않았다. 그녀는 이름도 모르는 지상의 숲에서 하찮은 오크들에게 둘러쌓여 생을 마감할 생각이 없었다. 운이좋아 만약 잡힌다해도 오크 소굴로 끌려가 죽을때까지 강간당할 것이 틀림없다. 드로우 일행 모두가 이를 악물고 싸워나가지만 계속해서 쓰러지는 오크들은 겁을 먹고 도망치는 기색이없다. 다만 자신들의 야영지를 급습 했을때 그대로.. 계속해서 꾸역꾸역 끝없이 몰려들 뿐이다.
“으앗!”
‘쾅!’
“죽어라! 드로우!”
육중한 그레이트 액스를 휘두르는 오크가 징그러운 웃음을 지으며 공격을 가한다. 가까스로 왼손에 든 미디엄 실드로 흘려보냈지만 그 무지막지한 힘에 그녀의 팔목이 저릿저릿하다.
“이 역겨운놈이!”
‘콰콱’
힘껏 팔을 뻗어 더러운 이빨이 즐비하게 나 있는 입안에 칼날을 쑤셔넣는 그녀. 기고만장하던 오크 한 마리가 또다시 죽어버렸지만 그 뒤로 연이어 달려오는 다른 오크들이 보인다.
“클리옵! 남은 녀석들은?”
“모르겠습니다. 대충 서너명!”
“제길.. 반도 안남았군.”
드로우 모두에게 초조한 기색이 어린다. 아군은 줄어가는데 쳐들어오는 오크는 끝이 보이지 않는다. 한적한 숲이라 생각했건만 이 숲에 수용도 불가능 할 정도로 많은 오크대군이라니...
“숲을 벗어나면 샤이닝 헬름Shining Helm Inn이라는 여관이 있다! 그 근처에서 사흘뒤에 모인다!”
“예!”
“알겠습니다!”
더 이상 짐이라던가 부상당한 동료라던가를 구할 수가 없다. 그대로 오크들과 싸워간다면 당연히 전멸할 거란 생각에 드로우, 카에르아는 다급하게 소리를 지른 후, 그대로 몸을 돌려 뛰기 시작한다.
“모두.. 제발 살아있어라..”
몇 남지 않은 동료들이 걱정되지만 일단 가장 중요한건 자기 자신이다. 그렇게 자위하며 앞을 막아서는 오크들을 피해 깊은 숲속으로 도망치는 그녀. 그 뒤로 수십마리의 오크가 괴성을 지르며 그녀를 추격한다.
“클리옵! 이쪽!”
즈엘페인이라 불리웠던 남성 드로우가 클리옵을 부른다. 하프 플레이트에 검푸른 숏소드 두 자루가 어둠속에서 춤을 추며 달려드는 오크들을 도륙한다.
“우어억!”
“쳇 귀찮게!”
클리옵과 함께 뛰기 시작하는 즈엘페인.
“캬아아악!!”
멀찍이서 또 한명의 드로우가 도망치다가 등에 도끼가 꽂힌채로 무너지는것이 보이고 그 근처에서도 다른 방향으로 도망치는 드로우가 보인다. 과연 다시 모이기나 할까 싶은 한심한 작태... 그러나 둘의 표정엔 안타까움이나 전력손실로 인해 낙담하는 기색이라던가가 전혀 보이지 않는다.
“카에르아는 도망쳤나?”
“아마도. 오크가 십수마리 따라붙었지만....”
“좀 실력있는 놈들을 데리고 나오는건데! 젠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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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기랄...’
언더다크를 도망칠 때와 같았다. 자신은 언제까지 이렇게 도망만 다니는 신세일까 회의적인 기분이 드는 그녀.
“드로우! 범한다! 임신이다!”
“크케케케케!”
“그년! 이뻤다 내가 따먹는다!”
카에르아는 뒤쪽에서 즐거운 듯 웃으며 여전히 자신을 쫓아오는 오크들이 내뱉는 소리가 들려오는 것을 알고는 더욱 빠르게 뛰어가기 시작한다.
‘치잇! 누가 너희따위에게!’
분한 마음에 모조리 도륙내버리고 싶은 마음뿐이지만 지금 따라오는 놈들만해도 어림잡아 30마리쯤은 되는 듯 싶다. 싸워봐야 헛수고임을 아는 그녀는 분하지만 계속해서 도망치는 수 밖에 없음을 뼈저리게 알고있다. 다행히 재빠른 그녀의 발길을 따라잡지 못하고 점차로 멀어지는 추적자들의 괴성이 점점 작아진다.
‘으앗!’
그러나 안도의 한숨이 아니라 다급한 비명을 가까스로 참는 그녀. 오히려 더욱 깜짝 놀란 그녀가 재빨리 근처의 나무 뒤로 숨는다. 운좋게도 굵은 뿌리가 지면을 뚫고 올라와 있어 몸을 낯추기만해도 비교적 엄폐하기에 용이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는 순간 자신이 뛰어가던 방향을 향해 신경을 곤두세우는 그녀.
“크르륵!“
“퀴이익! 퀴익!”
“크케케케!”
또다른 일단의 오크들이 기괴한 소리를 내가면서 그녀 옆을 바짝 스쳐서 지나간다. 방심한 채 그대로 뛰어갔다면 엉뚱한 오크들에게 잡혀버렸을 것이다. 숨소리마저 멈추고 미동도 않는 그녀의 옆으로 한참이 지나도 발소리가 사라질 줄을 모른다.
‘최소 몇 백은 되겠어!’
제각기 더럽고 원색적인 색상의 조잡한 갑옷을 입은 오크들은 모두 한 방향으로 끊임업이 행진하는 듯 보인다. 그럼에도 행렬의 끝은 보이지를 않고 한참을 숨어있음에도 여전히 역겨운 울음소리들이 들린다.
‘저 놈들도 남쪽으로 가는건가?’
마치 목적성을 가지고 이동하는 듯한 오크무리, 자신들을 습격한 오크들과도 같은 집단임이 분명했다. 그들은 모두 북쪽에서 남쪽으로 계속해서 이동하고 있었고, 공교롭게도 그 사이에 그녀들과 마주친 것이리라.. 애초에 목적은 따로 있으리라고 밖에 생각 할 수 없다.
그녀가 주의를 흩뜨리지 않고 분석하는 동안 오크가 추앙하는 신 게라쉬룸 Gerashirum의 문양을 박아넣은 더러운 깃발을 든 행렬의 마지막 오크가 점차로 그녀에게서 멀어져 간다. 그대로 다시 한참을 경직된 자세로 주위를 살피던 그녀는 장내가 고요해졌다 싶자, 몸의 힘을 빼고 길게 한숨을 내쉰다.
“후....”
온 몸의 긴장이 풀리고 근육이 풀리며 피로가 한꺼번에 쏟아지는 듯 하다. 손이 부서져라 꽉 쥐고 있던 레이피어의 손잡이를 내려놓고는 그대로 누워 나뭇잎과 나뭇가지에 가려진 하늘을 바라본다.
‘이래서... 에라나-루셀레까지 도착이나 가능할까..’
그다지 밝지못한 미래에의 전망이 그녀의 마음을 더욱 무겁게 짓누른다.
“하아...”
다시 깊게 한숨을 내쉬는 순간.
“무슨 소리 들리지 않았어?”
별안간 들리는 낯선 남성의 소리. 그녀는 화들짝 놀라 곁에 놓아둔 레이피어를 강하게 움켜쥐고는 주위를 경계한다.
멀찍이서 인영 셋이 점차 자신에게 다가오는 것이 느껴졌다.
“좀전의 오크들, 근처에 매복이라도 한 거 아닐까..”
걱정스러운 말투로 주위를 둘러보며 프리드라가 자신의 크로스보우로 주위를 경계한다.
“제기랄, 준비된 스펠도 없는데..”
프리드라의 뒤에 바짝 붙어서는 텐트를 지지했던 나무를 무기삼아 들고있는 클라나가 중얼거린다.
마이어 일행 역시 갑작스러운 오크 군대의 등장으로 야영지에서 재빨리 도망쳐 가까운 곳에 숨어있다가 등장하는 순간이었다.
“반지의 제왕에서 나온거랑은 좀 틀리네. 덩치도 좀 작고, 근육질에..”
“응..? 그게 뭐야?”
마이어의 혼잣말에 프리드라는 눈을 동그랗게 뜨며 되묻는다.
“호리우-선에 관련된 혼잣말을 가끔 할 때가 있어. 신경안써도 돼.”
“쳇..”
마이어를 대신해 심드렁하게 대신 대답해주는 클라나를 보며 불만스럽게 혀를 차는 마이어는 순간 몸을 경직시킨다. 앞에서 무언가 어른거리는 것을 얼핏 본 듯해 몸을 긴장시키고는 재빨리 뒤쪽으로 손짓을 한다.
“조용히 해, 거기있어 봐.”
프리드라의 숏소드를 빌려서 제일 앞장서고 있던 마이어가 나지막하게 주의를 준다. 매복할 확률은 적다. 그 오크의 대군이 셋 뿐인 자신들을 제압하려면 그런 귀찮은 전술을 쓰지 않아도 얼마든지 할 수 있다고 생각한 마이어는 조금 대담하게 계속 앞으로 전진한다.
‘제기랄...’
조심스레 전진하는 마이어가 점차 자신쪽으로 접근함에 따라 나무 뒤에 숨어있는 드로우 여성의 초조함은 배가 되어 그녀자신을 짓누른다. 그의 한걸음 한걸음이 답답하게 느리게만 느껴지고 찰나의 시간이 지독히도 오랜 시간같이 느껴진다.
‘곧장 죽이고 뛰는 수 밖에...’
그녀는 조심스레 레이피어를 겨누고는 미동도하지 않고 기다린다. 더 이상은 선택의 여지가 없다. 사정거리 안에 목표가 들어왔다 싶은 순간 일격에 찌를 심산이기에 그녀는 온 몸의 신경을 검의 포인트에 집중시킨다.
이윽고 나무 옆으로 마이어의 옆모습이 나타난다.
“?”
그가 곁눈질을 하며 나무 뒤를 보는 순간, 자신에게 칼끝을 겨누고 있는 드로우 여성과 눈이 마주친다. 어두운 색의 피부와 나무를 간신히 뚫고 들어온 달빛에 은은히 반사되는 은발의 긴 머리카락, 다소 날카로운 인상의 미녀가 자신을 노려보고 있다가 자신에게 달려든다.
‘두근’
순간, 다시금 강하게 느껴지는 심장의 두근거림.
“합!”
낮고 짧은 기합성과 함께 그녀의 손에 들린 레이피어가 마이어의 목덜미를 노리고 찔러들어온다. 평범한 ‘취업준비생’이 공격을 당했다면 목구멍에 곧장 바람구멍이 생기고도 남을 재빠른 공격.
“!!”
“마이어!”
뒤에 서있다가 반사적으로 놀라 외치는 두 여자.
‘챙!’
그러나 마이어는 손에 든 숏소드로 그녀의 검을 쳐내고는 그대로 몸을 회전시키며 그녀의 정강이를 걷어차 넘어뜨린다.
“아악!”
부드러운 풀숲에 쓰러지는 드로우 여성.통증도 참아내며 재빨리 몸을 일으키려고 하는 순간에 눈앞에 자신의 검을 막아냈던 숏소드의 검날이 드리워진다.
“큭!”
그런 마이어에게 다급히 뛰어오는 클라나.
“뭐.. 뭐야! 어떻게 피한거야 그런 공격을!”
놀라움에 물든 그녀가 마이어를 향해 묻다가 그의 칼 끝에 분한듯 쓰러져있는 존재를 보고는 아연해한다.
“드... 드로우?”
달랑 레이피어 한 자루만 들고 있는 지친 기색의 드로우 여성이 클라나를 올려다보고 있다. 선홍빛의 눈망울에 낭패한 기색과 상대에 대한 증오가 그대로 엿보인다.
“D..Doh, Garharjake Kar-erua, niepern kdoth nevieafte Uzanvqualune!!"
“공용어로 말해라 더러운 것!”
경멸스러운 어조로 드로우를 바라보며 클라나가 내뱉듯 말한다.
“....나는 우잔베콸룬의 서열2위 가문 가하작의 삼녀, 카에르아 가하작이다!”
“.....”
그렇게 외치는 그녀를 말없이 바라보는 마이어.
“너희 버러지같은 지상인들의 노리갯감이 될 만큼 천한 존재가 아니다! 죽여라!”
“진짜네? 드로우네?”
이어서 다가온 프리드라가 카에르아를 바라보며 놀랍다는 듯 말한다.
“뭐해? 어서 죽여!”
“에?”
다급하게 클라나가 죽이라고 재촉하는 말을 듣자 그는 멍한 표정이 되어 그녀를 돌아본다.
“죽이라고...? 사람을 죽이라고 하는거야 나한테?”
“아, 드로우가 어떤 존재인지 모르잖아.”
옆에서 거드는 프리드라는 당연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인다. 여전히 동방대륙 사람인걸로 철썩같이 믿고있는 그녀.
“이 종족은 몬스터나 마찬가지야. 사악한 거미여신 라파난Laphanan을 섬기면서 때때로 지상으로 올라와서 보이는데로 사람들-특히 엘프여성-을 도륙해버리고 그걸 훈장삼아 지하세계, 언더다크에서 살아가는 악마들이라고.”
클라나가 주위를 둘러보며 다급하게 말한다. 언제 이 드로우 여성의 동료들이 튀어나와 자신들을 공격 할 지 모르는 일이다.
“아..? 서큐버스 Succubus처럼 타나.. 뭐라는 그런거야?”
“아니 타나’리 Tnar"ri 같은 데몬은 아니고, 그만큼 사악한게 드로우, 엘프야.”
옆에서 프리드라가 거든다.
“난 라파난을 숭배하지 않는다! 이이상 모욕을 주지말고 어서 죽여라!”
이를 악물고 자신을 노려보는 드로우 여성을 보며 마이어는 주저하며 쉽사리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거짓말이야! 뭐해! 언제 오크나 또다른 드로우들이 공격할 지 모른다고!”
현재 위치가 무척이나 불안한 듯 클라나가 재촉한다.
“글리오든에서 드로우가 어떤 존재인지 아직 마이어, 니가 실감을 못해서 그래.”
평상시의 장난스러운 얼굴이나 웃음은 완전히 사라져 진지해진 프리드라가 들고있던 크로스보우를 카에르아의 머리를 향해 겨눈다.
“미안..”
“윽!”
낮은 외마디 신음소리와 함께 눈을 질끈 감는 드로우 여성.
‘팍’
그러나 크로스보우가 발사되는 순간, 마이어가 프리드라의 손을 붙잡아 엉뚱한 곳으로 볼트가 날아가도록 만든다.
“엣!”
“무슨 짓이야 바보야!”
클라나가 마이어를 보며 화를 내지만 그는 아랑곳없이 크로스보우를 든 손을 잡아 아래로 내린다.
“미안 프리드라, 내가 할게.”
“.....너무 무리하는거 아냐?”
장난스러운 표정과 다소 걱정스러운 표정이 섞인듯한 표정으로 프리드라가 되묻는다. 경직된 표정의 마이어는 대답하지 않고 자신을 여전히 올려다보고 있는 드로우 여성을 바라본다.
“.....”
그러나 한참을 그대로 바라보는 마이어. 답답함에 클라나가 무어라 입을 떼려고 하는 순간 마이어가 말한다.
“마멜카이가 전해주라고 한 메시지가 있다. 중요한 거라더군.”
“!!?”
체념과 분노가 얼룩진 드로우 여성의 얼굴에 예상치 못한 물음이 들려오자 놀라움이 스쳐지나간다.
“어떻게...? 너... 너 따위가 입에 올릴 이름이 아니다!”
“마이어..?”
둘을 바라보는 프리드라와 클라나도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처음보는 드로우를 마치 아는 듯한 말투.
“어머니와.. 전부 죽었나? 유감이다.”
“?!”
카에르아의 눈이 순간적으로 크게 치떠진다. 우잔베콸룬을 탈출 할 때 들리는 어머님의 비명소리, 움버헐크 동굴 앞에서 자신을 막아주며 죽어간 마멜카이의 모습이 뇌리에서 다시금 그녀의 슬픈 감정으로써 떠오르며 그녀의 마음을 미친듯이 휘젓는다.
“너... 넌 누구야?”
혼란스러운 표정으로 마이어를 바라보는 그녀. ‘또르르’하고 눈물이 방울져 그녀의 눈에서 흘러내리기 시작하더니 눈이 뿌옇게 되어 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쉴 새 없이 흐르기 시작한다.
“흐흑......”
스스로 왜 눈물이 나는지 알 수가 없었지만 어머님과 마멜카이의 얼굴이 떠오르고 죽어간 자기가문의 수많은 사람들의 얼굴이 머릿속에서 뒤엉킨다.
마치 자신이 겪었던 모든 일을 안다는 듯 버티고 서 있는 인간남성에 의해 억지로 유지하고 있는 평정심이 한꺼번에 무너져내리는 듯한 느낌이 든다. 더 이상 사악한 라파난의 추종자처럼 냉혹한 마음을 가장할 필요는 없다.
“드... 드로우가 울어?”
옆에 멍하니 서서 난생 처음보는 장면에 당황하는 클라나와 프리드라. 사악하기만 한 존재가 슬퍼하는 모습을 보이리라고는 전혀 예상치 못한 그녀들은 어쩔줄을 모른채 마이어를 바라본다.
“놔주면 우리가 위험하겠지?”
“당연하지! 그러다가 드로우들 죄다 끌고와서 우리 학살해버리면!”
드로우라면 당연하다는 듯 클라나가 말한다.
“클라나”
“응?”
“아까 텐트에서 나따위하고 두 번다시 안해!! 라고 했었지?”
“뭐, 뭐야, 그 얘긴 왜 꺼내!”
“이 아인 내가 잡았으니 내 성욕처리용 노예야. 놔주는것도 안되면 데려갈래.”
“에에?”
“뭐!”
마이어의 폭탄발언. 클라나뿐만 아니라 프리드라 역시 상당히 놀란 듯 싶다.
“지금 상황에 무슨소리야? 이 변태야! 그러다 이 드로우 일행이 습격하면! 그렇지 않더라도 너무 위험해!”
얼토당토않은 소리라는 듯 클라나가 화를 내며 반대한다.
“단지 위험하다고 반대하는건 아닌거 같지만... 뭐, 그럼 위험하지 않으면 괜찮다는거지?”
계속해서 어처구니 없는 반응을 보이는 마이어를 바라보며 클라나는 기막혀 한다.
“이 빌어먹을 인간놈! 헛소리 그만 지껄이고 마멜카이와 무슨 관계인지 말해! 무슨 메시지를 전한다는거야!”
울음을 대충 그친 카에르아가 그를 노려보며 소리를 빽 지른다. 복잡한 표정으로 그녀를 지그시 바라보는 마이어.
‘그래..시발 변태라... 별수없지. 변태라도 되어주마.“
평상시의 태도답지 않게 시뻘겋게 얼굴을 붉힌 마이어는 무언가 결심한 듯 결연한 표정으로 칼을 내리고 바지춤을 붙잡는다.
“?!”
“무슨...”
그는 셋이 보는 앞에서 바지를 내려서는 반쯤 발기한 자신의 물건을 꺼낸다. 당황한 클라나는 재빨리 고개를 돌리며 화를 내고, 프리드라는 휘파람을 분다.
“변태야! 무슨짓이야!”
“휘유~”
“카에르아라고 했지? 대답을 듣고 싶으면, 내 육노예가 되라.”
스스로도 정신나간 짓이라 생각하는지 마이어는 복잡한 표정으로 눈물자국이 범벅이 되어있는 카에르아를 내려다보며 거만하게 말했다.
“누가 너따위 더러운 인간에게..!!”
“계속 무작정 행동하긴 힘들텐데..? 마멜카이의 ‘정보’는 필요 없다는건가?”
“.....크윽...”
아픈데를 찔린 듯한 표정의 드로우. 마멜카이의 이름이 나온 순간부터 그녀는 이미 평정심을 잃고 있다. 그리고 그런 그녀를 바라보며 클라나 역시도 혼란에 빠진다.
‘할아버지와 올 때였나? 아니면 전부터...?’
불현듯 마이어의 기습당할 때의 말도 안되는 움직임이 떠오르고, 지금의 드로우와 아무렇지도 않게 하는 대화로 미루어 클라나는 마이어에 대해 자신이 모르는 것이 더 있을거라 예상된다. 다른세계에서 왔어도 그저 머저리로 밖에 보이지 않던 자신의 오빠가 순간 베일에 쌓인 수수께끼의 인물같이 느껴진다.
비록 지금은 바지를 내리고 성기를 드로우에게 들이대는 멍청한 짓을 하고 있지만...
‘이런 치욕스러운 짓을...’
카에르아 가하작은 모계중심사회인 언더다크에서의 생활을 떠올린다. 남자는 그저 번식을 위해 어쩔 수 없이 이용하는 소모품같은 존재이며 여성의 성욕이 생겼을 때 강제로 봉사시키는 보잘것 없는 비천한 것들이었다.
그리고 그런것들의 더러운 물건을 제대로 쳐다본 적도 없었던 그녀는 눈 앞에서 반쯤 고개를 들고 있는-드로우의 그것보다-새하얗고 핑크빛인 자지를 바라보며 안절부절 못하고 있다. 고개를 들고 마이어의 눈을 보지만 그는 이제 재촉도 협박도 하지 않고 그대로 가만 있을 뿐이다.
‘선택의 여지가 없나.....’
지상의 여성 둘이 보는 가운데 녹록치않을 것으로 보이는 사악한 드로우 여성이 어색하게 입을 벌리고는 마이어의 귀두를 조심스레 삼키기 시작한다.
‘쪼옵...‘
어두운 핑크빛인 드로우의 입술이 자두처럼 부풀어 있는 귀두를 베어물고는 이내 입 안으로 자취를 감추도록 만드는 것도 모잘라 기둥까지 계속해서 먹어가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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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사람들 People - 엘프들이 ‘인간’만을 지칭 할 때 쓰는 말로써의 의미
1부 임프로브드 게이트 Improved Gate
story 06 ‘드로우Dro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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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디선가 이름모를 새가 지저귀는 소리가 들린다. 나무가 빽빽하게 우거진 깊은 숲 속을 몇 시간이나 걸었는지 마이어는 이제 짐작도 가지 않는다. 무언가 이 세계로 건너 올 때 처럼 기괴한 괴물이라던가 어떤 사건이라도 일어나는게 아닐까 자신도 모르게 내심 기대(?)했던 그는 시간이 지날수록 끝없이 반복되는 나무와 풀들 외에 보이는게 없자. 주위 경관에는 이미 질려버린지 오래다. 그저 아무 생각없이 걷고 또 걸을뿐.
"클라나."
"응."
"언제쯤 이 숲 빠져나갈 수 있는거야?"
"3일 쯤 지나서 일까나."
"...."
"......"
심드렁한 그녀의 대답에 마이어는 더 할 말이 없다. 프리드라도 조용한 마당에 나서서 쓸데 없는 말로 떠드는 것도 이상하고.
"그린티쓰패스GreenTeethpass라고 해 여긴..... 젤리 Zhelli 라는 거대한 숲의 일부분이야. 여긴. 애초에 타리켈 자체가 숲을 개간하려던 사람들이 숲 끝자락에 모여서 형성된 마을이니까.. 횡橫 으로는 무척 넓은데다가 서쪽은 마이제르의 중심부쪽으로 이어져 있어서 끝이 없어."
바닥에 살짝 끌리는 붉은 로브자락이 더러워질까 무릎 위까지 끌어올린 클라나는 묻지도 않은 설명을 술술하기 시작한다.
"...반면 종 縱 으로는 폭이 비교적 좁으니까 남쪽으로 계속해서 3일쯤이면 벗어나서 샤이닝헬름 여관Shining Helm Inn에 닿을 수 있을거야. 이제 됐어?"
별 관심없이 귀담아 듣고있지 않던 마이어가 눈을 크게 뜨고는 고개를 갸웃한다.
"클라나...?"
"아, ...왜?"
조금 앞서걷던 프리드라 역시도 지루한지 양 손을 깍지끼고는 앞으로 쭉 뻗으며 둘을 바라본다.
"근데 왜 우리 남서쪽으로 점점 치우치는거야...?"
"무슨소리야, 계속 남쪽으로만 가고 있어."
얼토당토않는 소릴 한다는 듯 기분나빠하며 클라나가 그에게 말한다.
"나뭇잎 방향이나 나무에 가려 이따금 보이는 해나.. 아무리 봐도 아닌걸?"
연신 이상하다는 듯 발걸음을 멈추고 주위를 돌아보던 마이어. 하늘을 보아도 이젠 녹색의 거대한 장막과 하늘을 떠받치고 있는 듯한 수천수만개의 나뭇가지 외엔 보이지 않는다.
"프리드라, 노우 디렉션 Know Direction 있어?"
신경쓰지 않고 걸어가던 클라나 역시도 발을 멈추고 프리드라를 바라본다. 기왕이면 제대로 확인해보는게 좋으리라. 프리드라는 그녀가 묻기도 전에 이미 한 손을 휘젓고는 살짝 눈을 감았다 떴다.
"북쪽은 이쪽인데?"
그리고 그녀는 그들이 걸어왔던 방향이 아닌 전혀 엉뚱한 방향을 가리키며 씨익 웃는다. 확실히 일행은 거의 서쪽을 향해 가고 있던 듯 하다.
"쩝.."
방향을 바꿔 다시 걷기 시작하는 셋.
"저기 마이어, 어떻게 알았어?"
땋아내린 양 옆머리를 붙잡고는 마치 컨트롤러를 조종하듯 이리저리 돌리던 프리드라가 고개를 홱 돌리며 말한다.
"군대에서 조금.."
설마하니 몇 년도 더 지난 쓰잘데기 없는 지식이 이런 곳에서 불현듯 생각날 줄은 그도 생각 못하고 있었다. 다만 자꾸 거슬리는 나뭇잎들과 가지 등에 이상하게도 자꾸 시선이 갔기에 싫어도 생각이 났다고나 할까...
"에에?? 군대? 어디 정규군이라던가? 아님 용병?"
방향 탐지 따위에 관해서는 이미 잊어버린 프리드라가 과장되게 놀란 제스쳐를 취하며 마이어를 바라본다. 의외의 이야기에 살짝 흥미가 생겼는지 클라나도 흘깃 곁눈질을 한다.
"아아~ 마이어는 호리우-선 Horiu-Sun 사람이니까 여기하곤 좀 달랐겠네? 몬스터나 적들도 그렇겠고."
상당히 궁금하다는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는 프리드나. 나뭇잎을 가까스로 뚫고 들어온 햇빛이 그녀의 반쯤 드러난 건강한 가슴에 반사되어 마이어는 자연히 그 쪽으로 시선이 간다.
"꿀꺽"
"적이라.... 글쎄.. 난 그 이상한 이름의 동방대륙 사람이 아니야. 거기가.."
"마이어!"
말을 도중에 끊은 클라나가 눈치를 준다. 아마 그에 관해서는 말하지 말라는 사인인듯. 사실 귀찮게 설명하는 것도 일이긴 하기에 그 역시 무언으로 수긍하고는 말을 바꾼다.
"그..... 동방대륙 조금 더 옆에 코리아라고 있어."
"에.. 뭐야 그래봐야 호리우-선 이잖어."
"그렇긴하네. 대륙은 같으니.. 하핫;;"
멋쩍은 듯 웃어넘기는 마이어.
"근데 어떻게 클라나하고 남매인거야?"
"호리우-선에 달라티룬이 갔을 때 첩을 하나 뒀거든."
"....."
"그럼 남매가 아니라 거의 사촌 정도네?"
"막장 드라마에도 아버지가 같은 남매정도밖에 안 나왔는데 할아버지라니... 모르겠네.."
이제와서 생각해보면 클라나와 그의 관계도 그다지 정상적으로 보이진 않는다. 그의 머리로는 촌수로도 계산이 애매하고 쉽사리 판단이 되질 않는다. 그로서는 그다지 상관은 없지만...
마이어는 주의를 환기시키기 위해 쌀쌀한 클라나와 달리 그나마 말을 받아주는 프리드라에게 다시 말을건다.
"사실 달라티룬이 데려온 지 얼마 안되어서 말야, 이 대륙이름은 뭐야?
"글리오든 Glioden."
무표정하게 끼어들어 대답해주는 클라나.
"잉.. 나한테 물어봤다구!"
일부러 보란듯이 가식적으로 귀여운 척을 하는 프리드나. 그러나 그런 모습을 클라나는 흘끔 바라보고는 상대도 하지않고 걸음을 옮길 뿐이다. 오히려 마이어가 그 모습에 저절로 쓴웃음이 지어진다. 그녀는 마이어와 처음 대면했을 때부터 지금까지 왠지 미워 할 수 없는 구석이 있었고 그것은 저런 요소 때문이 아니었을까하는 생각이 든다.
"아 배고파."
"저녁때 쯤 되었으려나..."
시계가 없으니 알 수가 없다. 마이어 역시 프리드라의 불평을 듣고 있자니 허기가 지는것을 느낀다. 거의 하루 종일 숲속을 걷던 다리가 천근만근 무겁고 한 번 생각이 미치자 이제 그만 앉아서 쉬어가기만을 바라게 된다. 어느샌가 서서히 땅거미가 지는 숲속.
"....."
30분쯤을 계속해서 걷던 일행은 굵은 나무들로 둘러쌓인 한적한 공터를 발견한다. 마치 그들을 위해 마련 된 공간인 듯 서너명이 누울만한 공간에 키큰 수풀에 둘러쌓인 곳에 발걸음을 멈춘다.
어느새 사위가 더욱 어두워져 더 이상 진행하기에도 무리가 있다.
"딱이네. 고만 좀 쉬자. 죽겠다."
지쳤다는 듯 근처의 솟아오른 나무뿌리에 주저않는 마이어. 별 말없이 프리드라도 자신의 짐들을 내려놓고 뒤적이기 시작한다.
"마이어, 이것 좀 펴줘."
"헤에.. 텐트인거야?"
마치 비닐처럼 얇고 질긴 재질의 넓은 천 조각이 펼쳐지며 부드러운 풀들이 자라난 바닥에 깔린다. 쉬기로 결정한 이상 일사천리로 쉴 장소를 마련해가는 일행.
"난 지지목하고 땔감 나무 찾아올게."
넓게 펼치던 텐트를 두고는 기둥으로 쓸만한 나무를 찾기위해 마이어는 수풀을 헤치고 공터를 벗어나기 시작한다.
"탁! 탁!"
부싯깃을 두드리며 작은 나뭇가지를 모아 불을 붙이던 클라나가 그를 쳐다보지도 않고 말한다.
"애들처럼 멀리가서 길 잃지마."
"쳇, 알았다구."
여동생이 아닌 누나처럼 행동하는 느낌에 다소 거부감이 든다는 생각을 하며 근처의 마른가지들을 줍기 시작하는 마이어. 그러나 그녀의 걱정처럼 여러 잡념들과 주위에 떨어진 나뭇가지를 줍는데에 골몰해 그는 점점 더 깊은 곳으로 걸어들어가고 있음을 눈치채지 못하고 있다.
한참 후, 클라나의 말 그대로 길을 잃지는 않았지만 상당한 거리를 걸어온 마이어는 양 팔로 한아름, 거의 양 손이 맞닿지 않을 땔감을 안고는 기억을 더듬으며 돌아가는 길을 찾기 시작한다.
"제기랄... 빨리 안가면 한소리 듣겠네.."
폭언과 함께 한심하다는 듯한 클라나의 표정이 예상되자, 마이어는 더욱 잰 걸음으로 길을 찾으며 걸어간다.
"제기랄... 쪽팔려.."
주위를 돌아봐도 보이는 건 계속 나무와 수풀뿐이다. 그냥 적당히 주위만 둘러본다면 어디가 어딘지 구분이 가지 않아 정말로 길을 잃기 십상이라는 생각이 든다. 다행히 한 두군데 조잡한 표시를 해 둔 덕분에 그는 왔던 길 그대로를 되짚어서 느리지만 정확히 돌아갈 수 있었다.
중간쯤 되돌아 왔을 때 마이어는 조금 떨어진 숲의 어둠속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림을 감지한다. 처음에는 소리가 작아 잘못 들었다고 생각했지만 지속적으로 똑똑히 들리기 시작한다. 바람소리나 스치는 나뭇잎소리, 풀벌레 소리라던가와는 다르다.
‘쉬이이이이....’
무언가 타들어가는 소리같기도 하고 한편으론 마치 수도꼭지를 다 잠그지 않아 나는 듯 한 소리.
"뭐지..?"
그냥 소리따위는 무시하고 조금만 더 걷다보면 텐트를 지지할 막대가 없다고 투덜거리는 프리드나와 길잃은 줄 알았다고 비아냥거릴 게 틀림없을 클라나가 있는 공터가 나올 것임에 틀림이 없다. 그럼에도 발걸음이 점점 늦어지는 마이어.
"신경쓰이네..."
이상하게도 계속 가던 길을 가야한다는 생각만이 계속 든다. 이미 시간이 한참 지났고, 혼자서는 위험 할 수도 있다. 계속해서 그런 생각이 드는 마이어는 그 별 것 아닌 일에 호기심을 억누르지 못하고 품에 가득 안고있던 나뭇가지들을 내려놓고는 오히려 소리가 나는 곳으로 가기 시작한다.
"설마 그 이상한 놈들이 벌써 쫓아온건.."
몸이 슬쩍 긴장되며 한층 더 조심해서 이동한다. 바닥의 나뭇가지나 수풀에 스치는 소리는 어쩔 수 없지만 바람소리, 벌레소리 등으로 조심만 한다면 충분히 들키지 않을 것이다.
소리가 들리는 곳으로 조심스레 이동하는데도 소리는 오히려 점점 잦아들더니 들리지 않게 된다. 대충 예상한 지점에 접근했을 텐데도 소리는 전혀 들리지 않는다.
"환청이었나.. 아니면 뭐 귀신이라던가.."
스스로 예상한 결과임에도 생각을 떠올리자 지금 자신이 칠흑같은 어둠만이 존재하는 깊은 숲속에 있다는 사실이 인지되어 으스스한 기분이 되어버린다. 그리고 그 순간 그다지 멀지 않은 나무 아래에 어슴푸레 보이는 은발을 가진 한 시커먼 인영이 쪼그리고 앉아있는게 식별된다.
"?!"
목 뒤부터 척추에 이르기까지 쭈뼛 일어서는 감각이 느껴진다. 몸이 부르르 떨리고 숨을 급격히 들이마신 마이어는 그 자리에 얼어붙는다. 순간적으로 놀란 그는 자동적으로 눈을 대상에게서 떼지 못하고 한참을 응시한다.
“......”
하지만 자세히 보자 검은 빛깔의 피부를 가진 여성이 앉아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런 깊은 숲속에서 사람을 보면 놀라지 않을 리가 없다고 자위하는 마이어.
"십 년 감수했다;;;"
들키지 않을 정도로 조금씩 더 인영을 향해 다가서기 시작하는 마이어는 가까워짐에 따라 그것에 어두운 피부와 은발을 가진 여성임을 알 수 있다.
그의 눈에 제일먼저 들어오는것은 어두운 가운데에서도 제일 눈에 띄는 은발, 그리고 그 아래로 마치 흑진주같은 느낌의 풍만한 엉덩이 사이로 졸졸 흘러나오는 소변이다.
"아.. 볼 일 보는..."
거의 뒤쪽에서 접근하는 바람에 그녀의 옆모습과 뒷모습 외에는 볼 수 없는 마이어는 조금 아쉬운 생각이 들지만 이건 이것대로 상당히 흥분되는 각도이기에 조금 전의 으스스한 기분은 어느새 사라지고 풍만항 엉덩이를 감상하며 하복부를 불룩하게 만들기 시작한다. 그는 손으로 바지위를 더듬어 이미 딱딱딱하게 발기한 자신의 물건을 주물거리며 그녀를 계속해서 바라본다.
"죽이는데...."
클라나와 비교해도 전혀 뒤쳐짐이 없는 완벽한 굴곡의 엉덩이에 시선이 박혀 떨어질 줄을 모른다.
그러나, 그렇게 더 한참을 지켜보고 있어도 일어설 기미가 없다는 걸 이내 알아차린다. 물줄기는 이미 멎었음에도 미동도 없어 이상하다고 생각하는 순간 그녀의 어깨가 조금씩 떨리기 시작하며 주의해서 듣지 않으면 거의 들리지 않는 낮은 흐느낌이 들리는 듯 하다.
"흑...."
"??"
".......어머님.. 마멜카이.."
울음섞인, 게다가 낮은 중얼거림이지만 마이어의 귀에 그녀가 흐느끼는 소리가 정확히 들린다. 육감적인 엉덩이를 그대로 드러낸 시커먼 인영은 그 자세 그대로 뭐가 그리 서러운지 필사적으로 소리를 억누르며 격렬히 흐느끼기 시작한다.
"....."
지켜보던 마이어는 무언가 미안한 감정이 들며 꿈틀꿈틀 용틀임을 해대는 자신의 물건이 서서히 다시 힘을 잃어감을 느낀다. 잠시 그렇게 지켜보고 있으니, 그녀는 별안간 눈물을 거칠게 훔치고는 몸을 추스르며 일어선다.
모양 좋은 엉덩이가 그녀의 바지 속으로 사라지는 것은 안타까웠지만 그는 조용히 그녀를 주시할 뿐이다.
어느새 슬픈 기색은 완전히 사라진, 날카로운 눈매를 가진 미녀가 주위를 조심스레 살핀다. 그녀는 확실히 인간이 아닌 어두운 빛깔의 피부에 뾰족한 귀, 허리까지 내려오는 은발의 머릿결을 가진, 마이어에게는 생소한 외모의 미녀였다.
"온라인 게임의 다크엘프같아.."
솔직한 감상으로 그의 눈에 비친 그녀는 그렇게밖에 보이지 않았다. 여전히 그의 시선을 알아채지 못한 듯 그녀는 다시금 꼼꼼히 눈가를 닦고는 몸을 추스르며 아무렇지도 않은 척 가장하고 있다. 그리고는 그의 시야에서 어둠속으로 사라지기 시작하는 그녀는 작은 어깨가 떨리며 흐느낄때와는 대조적으로 당당한 걸음걸이로 멀어지는 듯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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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이 멍청이는 왜 이렇게 안오는거야!"
클라나가 신경질을 부리며 손에 들고있는 육포를 이빨로 힘껏 잡아 뜯는다. 그녀의 앞에는 자그마한 모닥불이 타고있고 맞은편에는 그런 그녀를 바라보며 웃는 프리드라가 육포를 손에 들고는 비틀어서 끊어내고 있다.
"쳇, 불쬐면서 음식이나 먹고 있는 주제에.."
그런 클라나 옆으로 불쑥 나타난 마이어가 양 팔에 가득 안고 있던 마른 나뭇가지를 아무렇게나 한켠에 내던지고는 그 가운데 일부를 집어 다시 모닥불에 던져넣는다.
"뭐하는데 이렇게 늦어! 텐트도 치다 말았잖아!"
그럼에도 전혀 기세가 줄지 않는 클라나. 그러나 마이어는 신경도 쓰지 않고 그녀의 발치에 놓인 주머니에서 고개를 내밀고 있는 육포 중에 하나를 집어서는 옆에 털썩 주저앉는다.
"생리현상."
"....."
단 한마디에 불만스러운 표정의 클라나는 입을 다문다. 그렇다는데 뭐 할 말이 있으랴..
"뭐, 당사자는 내가 아니긴 했지만..."
왠지 자신이 본 걸 자세히 말하고 싶지 않은 마이어는 얼렁뚱땅 넘기면서 한편으로 넌지시 그녀에 대해 물어본다.
"시커멓고, 귀가 뾰족하고, 은발이면.. 다크엘프라고 부르나?"
"....뭐야? 갑자기 뜬금없이."
여전히 인상을 쓰고있는 클라나가 육포를 뜯으며 무슨 소리냐는 듯 심드렁하게 대꾸한다.
텐트의 기둥역할을 하는 나무를 세우며 묵묵히 잠잘 곳을 만드는 마이어. 군대에서 쓰던 A텐트보다도 간단한 구조이기에, 그리고 전혀 춥지 않은 기온이기에 그의 손으로도 금방 완성이 가능했다.
"헤헷, 그 통속적인 명칭은 뭐야? 웃기는 센스네? 어느 지역인지 그렇게도 부른다고 듣긴 했지만....그럼 밝은 피부의 엘프는 라이트엘프야? 캬캬캇... 그건 이 대륙에선 드로우 Drow 라고 불러 드로우~"
낄낄거리며 우습다는 듯 대답해주는 프리드라. 아마도 동방대륙 호리우-선에서의 명칭이 다크엘프라 부르는 줄 아는 모양이다. 그녀는 바닥에 깔아둔 모포에 반쯤 엎드려서는 마이어를 향해 있다. 그 바람에 바닥에 살짝 눌린 커다란 가슴의 골이 마이어의 눈 앞에 똑똑히 보이는 자세가 되어있기에 자연스레 시선이 간다.
"아니 뭐, 딱히 궁금한건 아니고... 나한테 칼 던진 소인 小人 하며, 괴상한 도마뱀 인간하며, 이쪽 동네는 처음보는게 너무 많거든."
흘낏흘낏 그녀의 가슴을 곁눈질하며 되는데로 그가 지껄인다. 그가 하는 양을 바라보는 클라나는 다소 기분이 나쁜 듯 보이지만 별 말은 않는다.
"그래? 호리우-선은.. 아니 뭐 더 동쪽 동네라고 했지? 암튼... 거긴 어떻길래..?"
육모를 문 채로 숫제 모포위에서 대굴대굴 구르는 프리드라가 반문한다.
"모조리 인간."
"헤에... 재미없는 동네네?"
클라나도 그에 관해서는 처음 듣는지 귀 기울여 듣는 눈치이다.
"뭐, 그래도 탐욕스러운 놈부터 자신의 재산을 베푸는데 쓰는 사람, 종교에 미쳐서 날뛰는 사람 등등 별의 별 유형이 다 있어서 그런걸로 지루하진 않아."
"헤에... 사람들People(1) 이란 어디나 다 똑같구나."
"여기 글리오든에선 지적 생명체가 여러종류야. 인간부터 시작해서 엘프중 가장 보편적인 우드엘프 Wood Elf 라던가, 엘라드린 Eladrin, 좀전에 물어본 드로우 Drow, 드레답같은 드워프 Dwarf, 리싸같은 노움 Gnome, 우리를 공격한 일행중의 드래곤본 Dragonborn 이나 인간의 허리어림정도 크기인 하플링 Halfling 등등.. 셀 수 없어."
옆에 앉아있는 클라나는 무릎을 끌어안으며 그 위에 턱을 괴고는 되는데로 설명해준다.
"이럴 때 보면 예쁜데..."
그런 클라나의 모습을 흘낏 바라본 마이어는 생각한다.
짜증부리지 않을 때의 다소곳한 분위기의 클라나는 확실히 미인소리를 들을만하다. 그녀의 옆모습을 바라보며 마이어가 그렇게 생각하고 있을 때 맞은편에서 프리드라가 거든다.
"으음... 하프오크나 Halforc 티플링 Tielfling , 아시마르 Asimar 도 있구, 거의 볼 기회는 없지만, 데바 Deva 라던가, 워포지드 Warforged, 게나시 Ganasi... 암암. 셀 수 없지. 참고로 어머니도 우드엘프였어."
육포를 쪽쪽 빨면서 이야기하는 프리드라. 새삼스레 뾰족하게 솟은 작은 귀가 눈에 들어온다.
“흐음..”
그녀역시도 마이어가 보기에는 클라나에 뒤지지 않는 미모를 자랑한다. 클라나처럼 마이어에 대해 악감정을 가진것도 아니고 서글서글한 눈매와 시원한 성격..
"흐흥~"
그가 주시하는 것을 알아차리자, 육포를 들고는 배시시 웃으며 혀로 애무하는 흉내를 내는 그녀. 마이어는 자신의 물건을 빨아주던 색정적인 그녀의 모습이 지금과 오버랩되며 다시금 다리사이가 불룩해지는 것을 느낀다.
"아, 변태야! 그거뭐야!"
그리고 곧바로 옆에서 화를 내는 클라나가 무서운 눈으로 자신을 부라린다. 문득, 두명의 미녀사이에 끼인 지금의 상황에 왠지 유쾌해짐을 느끼는 마이어. 여자친구와 헤어지고 취업에도 힘들어하던 며칠 전의 자신을 생각하면 이쪽세계가 오히려 더 살만한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나쁘지않은 기분에 다른 때라면 찔끔했을 클라나의 눈길을 유들유들하게 받아낸다.
"금방 알아채네, 계속 여기만 쳐다보고 있었어? 악!"
그녀가 육포의 일부분을 마이어의 얼굴에 냅다 집어던지고는 일어서서 텐트쪽으로 걸어간다.
"되도않는 망상은 그만하시지! 너따위 하고 두 번다시!!....... 아, 아무튼 먼저 잘 거니까! 불침번 내 차례 되면 깨워! 순서는 마이어! 나! 프리드라!"
스스로 말하면서 스스로 당황하는 클라나는 하던말을 대충 마무리짓고는 거칠게 텐트속에 드러눕는다.
"근데 그거, 셋이 자긴 좀 좁지 않을까?"
그녀가 집어던진 육포마저 우물거리며 마이어가 되묻는다.
"넌 밖에서 자!"
프리드라가 깔고누운 모포를 가리키며 클라나가 또 한번 화를 낸다.
"마이어~ 밖에서 같이 잘까?"
"프리드라!"
정색을 하고 꾸짖는 클라나.
"에에~ 농담이야 농담~ 너무 그러지마 주름생겨."
그렇게 말하면서도 프리드라는 마이어에게 살짝 윙크한다.
"그 빌어먹을 세상보단.. 여기가 나아."
진심으로 생각하는 마이어.
"클라나."
"아, 왜."
"잘자라구."
"...."
착각인지 몰라도 그녀의 얼굴에 홍조가 떠오른듯 보였지만 텐트에 가려져 잘 보이진 않는다. 뭔가 기분좋아보이는 마이어를 보고는 그녀가 고개를 홱 젖히며 돌아눕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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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워어억!!"
피가섞인, 마치 가래끓는 역겨운 소리를 내는 듯한 비명을 지르며 회색 털과 거친 피부로 뒤덮힌 원시인 같은 존재가 바닥으로 쓰러진다.
"크아아악!"
하지만 "그것"을 쓰러뜨린 이의 배 한가운데에 투박한 모양의 오키쉬 폴엑스 Orkish PoleAxe 가 튀어나와있다. 입에서 선혈을 뿜으며 자신이 방금 쓰러뜨린 존재 위로 포개어지는 검은 인영.
‘털썩’
"치잇!"
또다른 인영이 동료를 쓰러뜨린 존재에게 달려든다.
“크웩!”
재빨리 자신의 무기를 뽑아 상대를 맞으려하지만 시체에 걸렸는지 거대한 창살이 몸 한가운데에 단단히 박혀 빠지질 않아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폴엑스를 뽑기위해 다급하게 미친듯이 창대를 흔들어대는 그것의 머리가 허공을 날며 붉은색의 선혈을 전장에 흩뿌린다.
“뭐야! 이 오크 Orc 새끼들은!!”
머리를 쳐 날려버린 검은 피부의 남성이 은발을 휘날리며 적들을 돌아본다. 뾰족하고 긴 귀에 호리호리한 체격, 오크들을 맞아 싸우는 것은 십여명의 드로우들이다. 신경질적으로 외친 드로우 남성은 멀찍이서 싸우는 또다른 드로우를 바라본다. 그 역시도 장시간의 전투로 지쳐 가쁜숨을 몰아쉬고, 몸 여기저기엔 작은 생채기들이 나있다.
“즈엘페인! 뒤!”
“하아앗!!”
“쿠에에엑!”
다급하게 외치는 여성의 목소리에 즈엘페인이라 불리운 드로우가 자기 뒤쪽의 오크의 목덜미를 시미터Scimitar 로 쳐낸다. 긴, 그러면서 역겨운 비명과 함께 천천히 무너지는 또 한 마리의 오크.
"마이어가 훔쳐봤던" 드로우 여성도 일행에 끼어있었다. 그녀는 그 광경을 보며 한숨 돌리고 자신을 향해 짓쳐들어오는 또다른 오크의 공격을 막아낸다. 자신이 애용하던 숏소드는 이미 어딘가로 날아가버렸고 죽은 동료의 레이피어 Rapier 를 사용하느라 손에 익지않은 느낌에 애를 먹고있다.
‘여기서 죽을 수는...’
언더다크에서 구사일생으로 살아나고 겨우 일행과 재회했다. 복수의 희망은 희박하지만 아직 늦진 않았다. 그녀는 이름도 모르는 지상의 숲에서 하찮은 오크들에게 둘러쌓여 생을 마감할 생각이 없었다. 운이좋아 만약 잡힌다해도 오크 소굴로 끌려가 죽을때까지 강간당할 것이 틀림없다. 드로우 일행 모두가 이를 악물고 싸워나가지만 계속해서 쓰러지는 오크들은 겁을 먹고 도망치는 기색이없다. 다만 자신들의 야영지를 급습 했을때 그대로.. 계속해서 꾸역꾸역 끝없이 몰려들 뿐이다.
“으앗!”
‘쾅!’
“죽어라! 드로우!”
육중한 그레이트 액스를 휘두르는 오크가 징그러운 웃음을 지으며 공격을 가한다. 가까스로 왼손에 든 미디엄 실드로 흘려보냈지만 그 무지막지한 힘에 그녀의 팔목이 저릿저릿하다.
“이 역겨운놈이!”
‘콰콱’
힘껏 팔을 뻗어 더러운 이빨이 즐비하게 나 있는 입안에 칼날을 쑤셔넣는 그녀. 기고만장하던 오크 한 마리가 또다시 죽어버렸지만 그 뒤로 연이어 달려오는 다른 오크들이 보인다.
“클리옵! 남은 녀석들은?”
“모르겠습니다. 대충 서너명!”
“제길.. 반도 안남았군.”
드로우 모두에게 초조한 기색이 어린다. 아군은 줄어가는데 쳐들어오는 오크는 끝이 보이지 않는다. 한적한 숲이라 생각했건만 이 숲에 수용도 불가능 할 정도로 많은 오크대군이라니...
“숲을 벗어나면 샤이닝 헬름Shining Helm Inn이라는 여관이 있다! 그 근처에서 사흘뒤에 모인다!”
“예!”
“알겠습니다!”
더 이상 짐이라던가 부상당한 동료라던가를 구할 수가 없다. 그대로 오크들과 싸워간다면 당연히 전멸할 거란 생각에 드로우, 카에르아는 다급하게 소리를 지른 후, 그대로 몸을 돌려 뛰기 시작한다.
“모두.. 제발 살아있어라..”
몇 남지 않은 동료들이 걱정되지만 일단 가장 중요한건 자기 자신이다. 그렇게 자위하며 앞을 막아서는 오크들을 피해 깊은 숲속으로 도망치는 그녀. 그 뒤로 수십마리의 오크가 괴성을 지르며 그녀를 추격한다.
“클리옵! 이쪽!”
즈엘페인이라 불리웠던 남성 드로우가 클리옵을 부른다. 하프 플레이트에 검푸른 숏소드 두 자루가 어둠속에서 춤을 추며 달려드는 오크들을 도륙한다.
“우어억!”
“쳇 귀찮게!”
클리옵과 함께 뛰기 시작하는 즈엘페인.
“캬아아악!!”
멀찍이서 또 한명의 드로우가 도망치다가 등에 도끼가 꽂힌채로 무너지는것이 보이고 그 근처에서도 다른 방향으로 도망치는 드로우가 보인다. 과연 다시 모이기나 할까 싶은 한심한 작태... 그러나 둘의 표정엔 안타까움이나 전력손실로 인해 낙담하는 기색이라던가가 전혀 보이지 않는다.
“카에르아는 도망쳤나?”
“아마도. 오크가 십수마리 따라붙었지만....”
“좀 실력있는 놈들을 데리고 나오는건데! 젠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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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기랄...’
언더다크를 도망칠 때와 같았다. 자신은 언제까지 이렇게 도망만 다니는 신세일까 회의적인 기분이 드는 그녀.
“드로우! 범한다! 임신이다!”
“크케케케케!”
“그년! 이뻤다 내가 따먹는다!”
카에르아는 뒤쪽에서 즐거운 듯 웃으며 여전히 자신을 쫓아오는 오크들이 내뱉는 소리가 들려오는 것을 알고는 더욱 빠르게 뛰어가기 시작한다.
‘치잇! 누가 너희따위에게!’
분한 마음에 모조리 도륙내버리고 싶은 마음뿐이지만 지금 따라오는 놈들만해도 어림잡아 30마리쯤은 되는 듯 싶다. 싸워봐야 헛수고임을 아는 그녀는 분하지만 계속해서 도망치는 수 밖에 없음을 뼈저리게 알고있다. 다행히 재빠른 그녀의 발길을 따라잡지 못하고 점차로 멀어지는 추적자들의 괴성이 점점 작아진다.
‘으앗!’
그러나 안도의 한숨이 아니라 다급한 비명을 가까스로 참는 그녀. 오히려 더욱 깜짝 놀란 그녀가 재빨리 근처의 나무 뒤로 숨는다. 운좋게도 굵은 뿌리가 지면을 뚫고 올라와 있어 몸을 낯추기만해도 비교적 엄폐하기에 용이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는 순간 자신이 뛰어가던 방향을 향해 신경을 곤두세우는 그녀.
“크르륵!“
“퀴이익! 퀴익!”
“크케케케!”
또다른 일단의 오크들이 기괴한 소리를 내가면서 그녀 옆을 바짝 스쳐서 지나간다. 방심한 채 그대로 뛰어갔다면 엉뚱한 오크들에게 잡혀버렸을 것이다. 숨소리마저 멈추고 미동도 않는 그녀의 옆으로 한참이 지나도 발소리가 사라질 줄을 모른다.
‘최소 몇 백은 되겠어!’
제각기 더럽고 원색적인 색상의 조잡한 갑옷을 입은 오크들은 모두 한 방향으로 끊임업이 행진하는 듯 보인다. 그럼에도 행렬의 끝은 보이지를 않고 한참을 숨어있음에도 여전히 역겨운 울음소리들이 들린다.
‘저 놈들도 남쪽으로 가는건가?’
마치 목적성을 가지고 이동하는 듯한 오크무리, 자신들을 습격한 오크들과도 같은 집단임이 분명했다. 그들은 모두 북쪽에서 남쪽으로 계속해서 이동하고 있었고, 공교롭게도 그 사이에 그녀들과 마주친 것이리라.. 애초에 목적은 따로 있으리라고 밖에 생각 할 수 없다.
그녀가 주의를 흩뜨리지 않고 분석하는 동안 오크가 추앙하는 신 게라쉬룸 Gerashirum의 문양을 박아넣은 더러운 깃발을 든 행렬의 마지막 오크가 점차로 그녀에게서 멀어져 간다. 그대로 다시 한참을 경직된 자세로 주위를 살피던 그녀는 장내가 고요해졌다 싶자, 몸의 힘을 빼고 길게 한숨을 내쉰다.
“후....”
온 몸의 긴장이 풀리고 근육이 풀리며 피로가 한꺼번에 쏟아지는 듯 하다. 손이 부서져라 꽉 쥐고 있던 레이피어의 손잡이를 내려놓고는 그대로 누워 나뭇잎과 나뭇가지에 가려진 하늘을 바라본다.
‘이래서... 에라나-루셀레까지 도착이나 가능할까..’
그다지 밝지못한 미래에의 전망이 그녀의 마음을 더욱 무겁게 짓누른다.
“하아...”
다시 깊게 한숨을 내쉬는 순간.
“무슨 소리 들리지 않았어?”
별안간 들리는 낯선 남성의 소리. 그녀는 화들짝 놀라 곁에 놓아둔 레이피어를 강하게 움켜쥐고는 주위를 경계한다.
멀찍이서 인영 셋이 점차 자신에게 다가오는 것이 느껴졌다.
“좀전의 오크들, 근처에 매복이라도 한 거 아닐까..”
걱정스러운 말투로 주위를 둘러보며 프리드라가 자신의 크로스보우로 주위를 경계한다.
“제기랄, 준비된 스펠도 없는데..”
프리드라의 뒤에 바짝 붙어서는 텐트를 지지했던 나무를 무기삼아 들고있는 클라나가 중얼거린다.
마이어 일행 역시 갑작스러운 오크 군대의 등장으로 야영지에서 재빨리 도망쳐 가까운 곳에 숨어있다가 등장하는 순간이었다.
“반지의 제왕에서 나온거랑은 좀 틀리네. 덩치도 좀 작고, 근육질에..”
“응..? 그게 뭐야?”
마이어의 혼잣말에 프리드라는 눈을 동그랗게 뜨며 되묻는다.
“호리우-선에 관련된 혼잣말을 가끔 할 때가 있어. 신경안써도 돼.”
“쳇..”
마이어를 대신해 심드렁하게 대신 대답해주는 클라나를 보며 불만스럽게 혀를 차는 마이어는 순간 몸을 경직시킨다. 앞에서 무언가 어른거리는 것을 얼핏 본 듯해 몸을 긴장시키고는 재빨리 뒤쪽으로 손짓을 한다.
“조용히 해, 거기있어 봐.”
프리드라의 숏소드를 빌려서 제일 앞장서고 있던 마이어가 나지막하게 주의를 준다. 매복할 확률은 적다. 그 오크의 대군이 셋 뿐인 자신들을 제압하려면 그런 귀찮은 전술을 쓰지 않아도 얼마든지 할 수 있다고 생각한 마이어는 조금 대담하게 계속 앞으로 전진한다.
‘제기랄...’
조심스레 전진하는 마이어가 점차 자신쪽으로 접근함에 따라 나무 뒤에 숨어있는 드로우 여성의 초조함은 배가 되어 그녀자신을 짓누른다. 그의 한걸음 한걸음이 답답하게 느리게만 느껴지고 찰나의 시간이 지독히도 오랜 시간같이 느껴진다.
‘곧장 죽이고 뛰는 수 밖에...’
그녀는 조심스레 레이피어를 겨누고는 미동도하지 않고 기다린다. 더 이상은 선택의 여지가 없다. 사정거리 안에 목표가 들어왔다 싶은 순간 일격에 찌를 심산이기에 그녀는 온 몸의 신경을 검의 포인트에 집중시킨다.
이윽고 나무 옆으로 마이어의 옆모습이 나타난다.
“?”
그가 곁눈질을 하며 나무 뒤를 보는 순간, 자신에게 칼끝을 겨누고 있는 드로우 여성과 눈이 마주친다. 어두운 색의 피부와 나무를 간신히 뚫고 들어온 달빛에 은은히 반사되는 은발의 긴 머리카락, 다소 날카로운 인상의 미녀가 자신을 노려보고 있다가 자신에게 달려든다.
‘두근’
순간, 다시금 강하게 느껴지는 심장의 두근거림.
“합!”
낮고 짧은 기합성과 함께 그녀의 손에 들린 레이피어가 마이어의 목덜미를 노리고 찔러들어온다. 평범한 ‘취업준비생’이 공격을 당했다면 목구멍에 곧장 바람구멍이 생기고도 남을 재빠른 공격.
“!!”
“마이어!”
뒤에 서있다가 반사적으로 놀라 외치는 두 여자.
‘챙!’
그러나 마이어는 손에 든 숏소드로 그녀의 검을 쳐내고는 그대로 몸을 회전시키며 그녀의 정강이를 걷어차 넘어뜨린다.
“아악!”
부드러운 풀숲에 쓰러지는 드로우 여성.통증도 참아내며 재빨리 몸을 일으키려고 하는 순간에 눈앞에 자신의 검을 막아냈던 숏소드의 검날이 드리워진다.
“큭!”
그런 마이어에게 다급히 뛰어오는 클라나.
“뭐.. 뭐야! 어떻게 피한거야 그런 공격을!”
놀라움에 물든 그녀가 마이어를 향해 묻다가 그의 칼 끝에 분한듯 쓰러져있는 존재를 보고는 아연해한다.
“드... 드로우?”
달랑 레이피어 한 자루만 들고 있는 지친 기색의 드로우 여성이 클라나를 올려다보고 있다. 선홍빛의 눈망울에 낭패한 기색과 상대에 대한 증오가 그대로 엿보인다.
“D..Doh, Garharjake Kar-erua, niepern kdoth nevieafte Uzanvqualune!!"
“공용어로 말해라 더러운 것!”
경멸스러운 어조로 드로우를 바라보며 클라나가 내뱉듯 말한다.
“....나는 우잔베콸룬의 서열2위 가문 가하작의 삼녀, 카에르아 가하작이다!”
“.....”
그렇게 외치는 그녀를 말없이 바라보는 마이어.
“너희 버러지같은 지상인들의 노리갯감이 될 만큼 천한 존재가 아니다! 죽여라!”
“진짜네? 드로우네?”
이어서 다가온 프리드라가 카에르아를 바라보며 놀랍다는 듯 말한다.
“뭐해? 어서 죽여!”
“에?”
다급하게 클라나가 죽이라고 재촉하는 말을 듣자 그는 멍한 표정이 되어 그녀를 돌아본다.
“죽이라고...? 사람을 죽이라고 하는거야 나한테?”
“아, 드로우가 어떤 존재인지 모르잖아.”
옆에서 거드는 프리드라는 당연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인다. 여전히 동방대륙 사람인걸로 철썩같이 믿고있는 그녀.
“이 종족은 몬스터나 마찬가지야. 사악한 거미여신 라파난Laphanan을 섬기면서 때때로 지상으로 올라와서 보이는데로 사람들-특히 엘프여성-을 도륙해버리고 그걸 훈장삼아 지하세계, 언더다크에서 살아가는 악마들이라고.”
클라나가 주위를 둘러보며 다급하게 말한다. 언제 이 드로우 여성의 동료들이 튀어나와 자신들을 공격 할 지 모르는 일이다.
“아..? 서큐버스 Succubus처럼 타나.. 뭐라는 그런거야?”
“아니 타나’리 Tnar"ri 같은 데몬은 아니고, 그만큼 사악한게 드로우, 엘프야.”
옆에서 프리드라가 거든다.
“난 라파난을 숭배하지 않는다! 이이상 모욕을 주지말고 어서 죽여라!”
이를 악물고 자신을 노려보는 드로우 여성을 보며 마이어는 주저하며 쉽사리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거짓말이야! 뭐해! 언제 오크나 또다른 드로우들이 공격할 지 모른다고!”
현재 위치가 무척이나 불안한 듯 클라나가 재촉한다.
“글리오든에서 드로우가 어떤 존재인지 아직 마이어, 니가 실감을 못해서 그래.”
평상시의 장난스러운 얼굴이나 웃음은 완전히 사라져 진지해진 프리드라가 들고있던 크로스보우를 카에르아의 머리를 향해 겨눈다.
“미안..”
“윽!”
낮은 외마디 신음소리와 함께 눈을 질끈 감는 드로우 여성.
‘팍’
그러나 크로스보우가 발사되는 순간, 마이어가 프리드라의 손을 붙잡아 엉뚱한 곳으로 볼트가 날아가도록 만든다.
“엣!”
“무슨 짓이야 바보야!”
클라나가 마이어를 보며 화를 내지만 그는 아랑곳없이 크로스보우를 든 손을 잡아 아래로 내린다.
“미안 프리드라, 내가 할게.”
“.....너무 무리하는거 아냐?”
장난스러운 표정과 다소 걱정스러운 표정이 섞인듯한 표정으로 프리드라가 되묻는다. 경직된 표정의 마이어는 대답하지 않고 자신을 여전히 올려다보고 있는 드로우 여성을 바라본다.
“.....”
그러나 한참을 그대로 바라보는 마이어. 답답함에 클라나가 무어라 입을 떼려고 하는 순간 마이어가 말한다.
“마멜카이가 전해주라고 한 메시지가 있다. 중요한 거라더군.”
“!!?”
체념과 분노가 얼룩진 드로우 여성의 얼굴에 예상치 못한 물음이 들려오자 놀라움이 스쳐지나간다.
“어떻게...? 너... 너 따위가 입에 올릴 이름이 아니다!”
“마이어..?”
둘을 바라보는 프리드라와 클라나도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처음보는 드로우를 마치 아는 듯한 말투.
“어머니와.. 전부 죽었나? 유감이다.”
“?!”
카에르아의 눈이 순간적으로 크게 치떠진다. 우잔베콸룬을 탈출 할 때 들리는 어머님의 비명소리, 움버헐크 동굴 앞에서 자신을 막아주며 죽어간 마멜카이의 모습이 뇌리에서 다시금 그녀의 슬픈 감정으로써 떠오르며 그녀의 마음을 미친듯이 휘젓는다.
“너... 넌 누구야?”
혼란스러운 표정으로 마이어를 바라보는 그녀. ‘또르르’하고 눈물이 방울져 그녀의 눈에서 흘러내리기 시작하더니 눈이 뿌옇게 되어 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쉴 새 없이 흐르기 시작한다.
“흐흑......”
스스로 왜 눈물이 나는지 알 수가 없었지만 어머님과 마멜카이의 얼굴이 떠오르고 죽어간 자기가문의 수많은 사람들의 얼굴이 머릿속에서 뒤엉킨다.
마치 자신이 겪었던 모든 일을 안다는 듯 버티고 서 있는 인간남성에 의해 억지로 유지하고 있는 평정심이 한꺼번에 무너져내리는 듯한 느낌이 든다. 더 이상 사악한 라파난의 추종자처럼 냉혹한 마음을 가장할 필요는 없다.
“드... 드로우가 울어?”
옆에 멍하니 서서 난생 처음보는 장면에 당황하는 클라나와 프리드라. 사악하기만 한 존재가 슬퍼하는 모습을 보이리라고는 전혀 예상치 못한 그녀들은 어쩔줄을 모른채 마이어를 바라본다.
“놔주면 우리가 위험하겠지?”
“당연하지! 그러다가 드로우들 죄다 끌고와서 우리 학살해버리면!”
드로우라면 당연하다는 듯 클라나가 말한다.
“클라나”
“응?”
“아까 텐트에서 나따위하고 두 번다시 안해!! 라고 했었지?”
“뭐, 뭐야, 그 얘긴 왜 꺼내!”
“이 아인 내가 잡았으니 내 성욕처리용 노예야. 놔주는것도 안되면 데려갈래.”
“에에?”
“뭐!”
마이어의 폭탄발언. 클라나뿐만 아니라 프리드라 역시 상당히 놀란 듯 싶다.
“지금 상황에 무슨소리야? 이 변태야! 그러다 이 드로우 일행이 습격하면! 그렇지 않더라도 너무 위험해!”
얼토당토않은 소리라는 듯 클라나가 화를 내며 반대한다.
“단지 위험하다고 반대하는건 아닌거 같지만... 뭐, 그럼 위험하지 않으면 괜찮다는거지?”
계속해서 어처구니 없는 반응을 보이는 마이어를 바라보며 클라나는 기막혀 한다.
“이 빌어먹을 인간놈! 헛소리 그만 지껄이고 마멜카이와 무슨 관계인지 말해! 무슨 메시지를 전한다는거야!”
울음을 대충 그친 카에르아가 그를 노려보며 소리를 빽 지른다. 복잡한 표정으로 그녀를 지그시 바라보는 마이어.
‘그래..시발 변태라... 별수없지. 변태라도 되어주마.“
평상시의 태도답지 않게 시뻘겋게 얼굴을 붉힌 마이어는 무언가 결심한 듯 결연한 표정으로 칼을 내리고 바지춤을 붙잡는다.
“?!”
“무슨...”
그는 셋이 보는 앞에서 바지를 내려서는 반쯤 발기한 자신의 물건을 꺼낸다. 당황한 클라나는 재빨리 고개를 돌리며 화를 내고, 프리드라는 휘파람을 분다.
“변태야! 무슨짓이야!”
“휘유~”
“카에르아라고 했지? 대답을 듣고 싶으면, 내 육노예가 되라.”
스스로도 정신나간 짓이라 생각하는지 마이어는 복잡한 표정으로 눈물자국이 범벅이 되어있는 카에르아를 내려다보며 거만하게 말했다.
“누가 너따위 더러운 인간에게..!!”
“계속 무작정 행동하긴 힘들텐데..? 마멜카이의 ‘정보’는 필요 없다는건가?”
“.....크윽...”
아픈데를 찔린 듯한 표정의 드로우. 마멜카이의 이름이 나온 순간부터 그녀는 이미 평정심을 잃고 있다. 그리고 그런 그녀를 바라보며 클라나 역시도 혼란에 빠진다.
‘할아버지와 올 때였나? 아니면 전부터...?’
불현듯 마이어의 기습당할 때의 말도 안되는 움직임이 떠오르고, 지금의 드로우와 아무렇지도 않게 하는 대화로 미루어 클라나는 마이어에 대해 자신이 모르는 것이 더 있을거라 예상된다. 다른세계에서 왔어도 그저 머저리로 밖에 보이지 않던 자신의 오빠가 순간 베일에 쌓인 수수께끼의 인물같이 느껴진다.
비록 지금은 바지를 내리고 성기를 드로우에게 들이대는 멍청한 짓을 하고 있지만...
‘이런 치욕스러운 짓을...’
카에르아 가하작은 모계중심사회인 언더다크에서의 생활을 떠올린다. 남자는 그저 번식을 위해 어쩔 수 없이 이용하는 소모품같은 존재이며 여성의 성욕이 생겼을 때 강제로 봉사시키는 보잘것 없는 비천한 것들이었다.
그리고 그런것들의 더러운 물건을 제대로 쳐다본 적도 없었던 그녀는 눈 앞에서 반쯤 고개를 들고 있는-드로우의 그것보다-새하얗고 핑크빛인 자지를 바라보며 안절부절 못하고 있다. 고개를 들고 마이어의 눈을 보지만 그는 이제 재촉도 협박도 하지 않고 그대로 가만 있을 뿐이다.
‘선택의 여지가 없나.....’
지상의 여성 둘이 보는 가운데 녹록치않을 것으로 보이는 사악한 드로우 여성이 어색하게 입을 벌리고는 마이어의 귀두를 조심스레 삼키기 시작한다.
‘쪼옵...‘
어두운 핑크빛인 드로우의 입술이 자두처럼 부풀어 있는 귀두를 베어물고는 이내 입 안으로 자취를 감추도록 만드는 것도 모잘라 기둥까지 계속해서 먹어가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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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사람들 People - 엘프들이 ‘인간’만을 지칭 할 때 쓰는 말로써의 의미
최고관리자
가입일 | 2016-08-11 | 접속일 | 2024-11-0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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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입일 | 2016-08-11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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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명 | 황진이-19금 성인놀이터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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