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키가미라는 만화책이 있다. 국가에서 천명에 하나 꼴로 스무살이 되면 약물을 투입하고, 죽기 하루 전에 그 사실을 알려주고나서의 24시간을 그리는 내용이다. 그 만화책을 처음 봤을 땐 정말로 충격이었다. 죽을 날을 미리 알게 된다면 남아있는 시간동안 어떤 일을 할까를 생각했던 적이 있었다.
결과적으로 그 만화책의 일이 내게도 일어났다. tv에서나 일어날 일이 내게 생겼다. 처음엔 그저 속이 좋지 못한 거라고 생각했다. 하루종일 바쁜 일상을 보내다보니 제대로 챙겨먹지 못했고, 먹을 때 폭식을 하다보니 소화가 잘 되지 않아 소화불량이 일어난거라고 생각했었다. 거기에 자주 과로를 하니 만성피로에 한번씩 뜨끔한 복통까지 생기는 거라고. 시간이 되면 건강검진을 받아야겠다고 생각했었는데, 그게 빌어먹을 췌장암이었다.
진단이 너무 느려져서 이미 전이가 너무 퍼져 수술조차 불가능하다는 말을 들었을 때, 우습게도 내가 받은 느낌은 그랬던거야라는 자책과 회한이었다. 화가 나거나 하지 않았다. 체념의 심정이 너무 빨리 들어서 나 자신조차도 믿을 수가 없었다. 진단을 듣고도 오진을 의심하지도, 생존의 어떤 가능성을 묻지도 않은 채, 얼마쯤 더 살 수 있는 지와 다가올 고통을 줄일 방법을 냉정하게 묻는 나를 의사조차도 이상한 눈으로 바라보던 게 기억이 난다.
난 강력한 진통제만을 처방받은 채로 더는 살기 위한 노력을 하지 않았다. 호스피스 치료도 받지 않았다. 그냥 죽을 날을 기다리고 있었다. 처음 한 달은 좀 바빴다. 그저 하고 싶었던 일을 좀 했다. 난 너무 참고 살아온 편이다. 하고 싶은 것이 많았다. 난 돈 백만원을 찾아서 서울역 광장에서 뿌려보기도 했고, 그 일로 신문기자의 인터뷰도 했었다. 경범죄로 경찰서에 잠깐 가기도 했었는데, 6개월을 살지 못한다는 내 말과 병색이 완연한 내 얼굴에 경찰은 내게 고개를 숙이고 그저 남은 시간을 잘 쓰시라는 덕담과 함께 훈방조치를 내려줬다.
여자도 샀다. 한 번도 그런 생각을 해보지 않았던 것은 아니었던 터라서, 난 두명의 여자를 사서, 한 번에 섹스를 하기도 했다. 연예인과도 자 보고 싶어서 브로커를 알아보기도 했는데, 비용은 투자를 할 생각이 있었는데, 어떤 식으로 브로커를 찾아야 하는 건지를 알지 못해서 실패로 돌아갔다. 그렇게 하고 싶은 것을 하고 살았지만, 조금씩 고통은 심해지고, 복통의 주기도 짧아져서 한 달이 지나자 그렇게 외부로 힘을 방출하는 일에 시간과 체력을 쓸 수 없는 처지가 되었다.
남아 있는 사람을 걱정하지는 않았다. 사람은 어떻게든 살아가게 되어 있는 것이고, 부모님을 모시지 못하는 것은 슬픈 일이지만, 난 죽음을 바로 눈앞에 두고 있어서 다른 사람을 고려할 여유가 없었다. 하루 하루 죽어가고 있는 내게 죽음이 눈 앞 사정권에 바로 들어오게 되었을 때쯤에 난 이상스럽게도 죽음 그 자체에 집중하게 되었다.
베르나르베르베르의 타나토너트를 읽으면서, 사후세계의 삶에 대해 궁금해졌고, 임사체험자들을 찾게 되었고, 곧이어 난 기적의 치료같은 곳에도 조금씩 정보를 모아가고 있었다. 난 기본적으로 기적을 믿지 않았지만, 로또당첨자들처럼 암을 극복하는 사례는 얼마든지 있었다. 개중에는 말도 안될 것 같은 방법으로 기적의 사례가 되는 사람들도 있어서 나도 자연주의 치료나 대체의료에 대해 한 번쯤 내 목숨을 맡겨볼까 하는 생각을 할 정도였다. 현대의학으로 고칠 수 없는 일이라면, 어차피 죽을 것 도박을 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기도 했다.
그러던 중 난 하나의 믿을 수 없는 사진을 발견했다. 선데이 서울류의 싸구려 잡지 가십 기사였는데, 1978년에 인어가 잡혔다는 기사였다. 흑백 사진이지만 사진도 실려 있었는데, 그 사진은 놀랍게도 내가 익히 알던 아래쪽이 물고기 위쪽이 사람이 아니라 아래쪽이 사람, 위쪽이 참치같은 가다랑어 쪽의 생선 모습이었다. 내가 그 기사를 주목한 것은 인어의 고기를 먹으면 불로불사한다는 일본의 전설같은 것을 내가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나는 기사를 읽다가 하나의 중요한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이 기사가 어느 정도는 사실에 근거하고 있다는 것을 말이다.
기사는 꽃게 잡이 어선에서 잡힌 이 인어가 사람과 완전히 같은 피부조직을 가지고 있지는 않지만, 비늘이 가다랑어 종류의 윗쪽에만 있고 아래쪽의 사람부분에는 없으며, 양쪽으로 분리된 다리가 있지만 발가락은 없다는 식으로 정확히 내용을 기술하고 있었고, 근처의 윤락가를 취재하고 있던 기자가 우연히 항구에서 발견해서 사진을 찍긴 했지만, 현지 어부들의 완강한 반대로 그 인어를 확보하지는 못했고, 죽어있는 상태였는지 심한 냄새가 났다는 글이 적혀 있었던 것이다.
이런 내용은 직접 보지 않으면 쓸 수 없는 것이다. 그리고 기사의 말미에는 현지 어부인 장규백이라는 사람의 인터뷰도 실려 있었는데, 그는 인터뷰에서 이런 인어를 잡은 것이 두번째였는데, 첫번째 잡았을 때는 살아있었고, 그것을 가져와서 팔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돌아오는 과정에서 풍랑을 만나서 거의 죽을 뻔 했고, 실제로 배가 가라앉는 바람에 졸지에 선장에서 잡역부로 살아야 했다는 인터뷰를 했던 것이다. 재수없는 물고기라서 가져오지 않으려다가 그냥 버렸다가 혹시 또 큰 일을 당할 것같은 기분이 들어서 제를 해주고 제대로 보내기 위해 버리지 못했다는 말로 인터뷰를 마쳤는데, 좀 흥미가 갔다.
실제로 일본에서는 인어의 고기를 먹으면 죽지 않는다는 말이 공공연하게 믿어지고 있었는데, 실제로 인어라는 건 존재하지 않으니까 그저 전설 비슷하게 여겨지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구미호가 사람의 간을 100개 먹으면 인간으로 다시 태어난다는 식이었지만, 모든 전설에는 그 뒷배경이 있다. 이야기나 소설로만 여겼던 호메로스에서 슐리만은 유적을 발굴해냈다. 과거부터 공공연하게 내려오는 전설에는 어떤 신비함이 깃들어 있는 것이다.
하지만, 더는 자료가 없었고, 구글링을 통해봤지만, 조현민이라는 기자를 찾을 수 없었기 때문에 그냥 신기한 일이다라고 여기고서는 넘길 수밖에는 없었다. 불로불사의 인어고기에 매달리기에는 내 삶은 너무 얼마남지 않았고, 난 너무 이성적이었다.
내가 다시 이 말도 안되는 인어전설에 빠져들게 된 것은 죽음에 대해 검색을 계속하다가 하나의 기록을 찾게 되면서였다. 그것은 한국 기네스기록이었다. 최장수 한국인으로 기록된 사람은 장규현이라는 사람이었는데, 그의 나이가 109세였다. 그런데 그 사람의 주소지가 연평도였던 것이다. 난 이미 장규백이라는 연평도에서 살고 있는 사람을 알고 있었는데, 같은 동네에 사는 사람의 이름이 장규현, 거기에 109세라니. 혹시 그 둘은 형제가 아니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고, 내 궁금증은 연평도에 한 번은 가봐도 좋지 않을까라는 생각으로 귀결되고 있었다. 죽을 때가 되었고, 죽음을 받아들이고 있었지만, 한번 꽥하고 소리라도 질러보고 죽고 싶었다.
결과적으로 그 만화책의 일이 내게도 일어났다. tv에서나 일어날 일이 내게 생겼다. 처음엔 그저 속이 좋지 못한 거라고 생각했다. 하루종일 바쁜 일상을 보내다보니 제대로 챙겨먹지 못했고, 먹을 때 폭식을 하다보니 소화가 잘 되지 않아 소화불량이 일어난거라고 생각했었다. 거기에 자주 과로를 하니 만성피로에 한번씩 뜨끔한 복통까지 생기는 거라고. 시간이 되면 건강검진을 받아야겠다고 생각했었는데, 그게 빌어먹을 췌장암이었다.
진단이 너무 느려져서 이미 전이가 너무 퍼져 수술조차 불가능하다는 말을 들었을 때, 우습게도 내가 받은 느낌은 그랬던거야라는 자책과 회한이었다. 화가 나거나 하지 않았다. 체념의 심정이 너무 빨리 들어서 나 자신조차도 믿을 수가 없었다. 진단을 듣고도 오진을 의심하지도, 생존의 어떤 가능성을 묻지도 않은 채, 얼마쯤 더 살 수 있는 지와 다가올 고통을 줄일 방법을 냉정하게 묻는 나를 의사조차도 이상한 눈으로 바라보던 게 기억이 난다.
난 강력한 진통제만을 처방받은 채로 더는 살기 위한 노력을 하지 않았다. 호스피스 치료도 받지 않았다. 그냥 죽을 날을 기다리고 있었다. 처음 한 달은 좀 바빴다. 그저 하고 싶었던 일을 좀 했다. 난 너무 참고 살아온 편이다. 하고 싶은 것이 많았다. 난 돈 백만원을 찾아서 서울역 광장에서 뿌려보기도 했고, 그 일로 신문기자의 인터뷰도 했었다. 경범죄로 경찰서에 잠깐 가기도 했었는데, 6개월을 살지 못한다는 내 말과 병색이 완연한 내 얼굴에 경찰은 내게 고개를 숙이고 그저 남은 시간을 잘 쓰시라는 덕담과 함께 훈방조치를 내려줬다.
여자도 샀다. 한 번도 그런 생각을 해보지 않았던 것은 아니었던 터라서, 난 두명의 여자를 사서, 한 번에 섹스를 하기도 했다. 연예인과도 자 보고 싶어서 브로커를 알아보기도 했는데, 비용은 투자를 할 생각이 있었는데, 어떤 식으로 브로커를 찾아야 하는 건지를 알지 못해서 실패로 돌아갔다. 그렇게 하고 싶은 것을 하고 살았지만, 조금씩 고통은 심해지고, 복통의 주기도 짧아져서 한 달이 지나자 그렇게 외부로 힘을 방출하는 일에 시간과 체력을 쓸 수 없는 처지가 되었다.
남아 있는 사람을 걱정하지는 않았다. 사람은 어떻게든 살아가게 되어 있는 것이고, 부모님을 모시지 못하는 것은 슬픈 일이지만, 난 죽음을 바로 눈앞에 두고 있어서 다른 사람을 고려할 여유가 없었다. 하루 하루 죽어가고 있는 내게 죽음이 눈 앞 사정권에 바로 들어오게 되었을 때쯤에 난 이상스럽게도 죽음 그 자체에 집중하게 되었다.
베르나르베르베르의 타나토너트를 읽으면서, 사후세계의 삶에 대해 궁금해졌고, 임사체험자들을 찾게 되었고, 곧이어 난 기적의 치료같은 곳에도 조금씩 정보를 모아가고 있었다. 난 기본적으로 기적을 믿지 않았지만, 로또당첨자들처럼 암을 극복하는 사례는 얼마든지 있었다. 개중에는 말도 안될 것 같은 방법으로 기적의 사례가 되는 사람들도 있어서 나도 자연주의 치료나 대체의료에 대해 한 번쯤 내 목숨을 맡겨볼까 하는 생각을 할 정도였다. 현대의학으로 고칠 수 없는 일이라면, 어차피 죽을 것 도박을 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기도 했다.
그러던 중 난 하나의 믿을 수 없는 사진을 발견했다. 선데이 서울류의 싸구려 잡지 가십 기사였는데, 1978년에 인어가 잡혔다는 기사였다. 흑백 사진이지만 사진도 실려 있었는데, 그 사진은 놀랍게도 내가 익히 알던 아래쪽이 물고기 위쪽이 사람이 아니라 아래쪽이 사람, 위쪽이 참치같은 가다랑어 쪽의 생선 모습이었다. 내가 그 기사를 주목한 것은 인어의 고기를 먹으면 불로불사한다는 일본의 전설같은 것을 내가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나는 기사를 읽다가 하나의 중요한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이 기사가 어느 정도는 사실에 근거하고 있다는 것을 말이다.
기사는 꽃게 잡이 어선에서 잡힌 이 인어가 사람과 완전히 같은 피부조직을 가지고 있지는 않지만, 비늘이 가다랑어 종류의 윗쪽에만 있고 아래쪽의 사람부분에는 없으며, 양쪽으로 분리된 다리가 있지만 발가락은 없다는 식으로 정확히 내용을 기술하고 있었고, 근처의 윤락가를 취재하고 있던 기자가 우연히 항구에서 발견해서 사진을 찍긴 했지만, 현지 어부들의 완강한 반대로 그 인어를 확보하지는 못했고, 죽어있는 상태였는지 심한 냄새가 났다는 글이 적혀 있었던 것이다.
이런 내용은 직접 보지 않으면 쓸 수 없는 것이다. 그리고 기사의 말미에는 현지 어부인 장규백이라는 사람의 인터뷰도 실려 있었는데, 그는 인터뷰에서 이런 인어를 잡은 것이 두번째였는데, 첫번째 잡았을 때는 살아있었고, 그것을 가져와서 팔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돌아오는 과정에서 풍랑을 만나서 거의 죽을 뻔 했고, 실제로 배가 가라앉는 바람에 졸지에 선장에서 잡역부로 살아야 했다는 인터뷰를 했던 것이다. 재수없는 물고기라서 가져오지 않으려다가 그냥 버렸다가 혹시 또 큰 일을 당할 것같은 기분이 들어서 제를 해주고 제대로 보내기 위해 버리지 못했다는 말로 인터뷰를 마쳤는데, 좀 흥미가 갔다.
실제로 일본에서는 인어의 고기를 먹으면 죽지 않는다는 말이 공공연하게 믿어지고 있었는데, 실제로 인어라는 건 존재하지 않으니까 그저 전설 비슷하게 여겨지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구미호가 사람의 간을 100개 먹으면 인간으로 다시 태어난다는 식이었지만, 모든 전설에는 그 뒷배경이 있다. 이야기나 소설로만 여겼던 호메로스에서 슐리만은 유적을 발굴해냈다. 과거부터 공공연하게 내려오는 전설에는 어떤 신비함이 깃들어 있는 것이다.
하지만, 더는 자료가 없었고, 구글링을 통해봤지만, 조현민이라는 기자를 찾을 수 없었기 때문에 그냥 신기한 일이다라고 여기고서는 넘길 수밖에는 없었다. 불로불사의 인어고기에 매달리기에는 내 삶은 너무 얼마남지 않았고, 난 너무 이성적이었다.
내가 다시 이 말도 안되는 인어전설에 빠져들게 된 것은 죽음에 대해 검색을 계속하다가 하나의 기록을 찾게 되면서였다. 그것은 한국 기네스기록이었다. 최장수 한국인으로 기록된 사람은 장규현이라는 사람이었는데, 그의 나이가 109세였다. 그런데 그 사람의 주소지가 연평도였던 것이다. 난 이미 장규백이라는 연평도에서 살고 있는 사람을 알고 있었는데, 같은 동네에 사는 사람의 이름이 장규현, 거기에 109세라니. 혹시 그 둘은 형제가 아니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고, 내 궁금증은 연평도에 한 번은 가봐도 좋지 않을까라는 생각으로 귀결되고 있었다. 죽을 때가 되었고, 죽음을 받아들이고 있었지만, 한번 꽥하고 소리라도 질러보고 죽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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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입일 | 2016-08-11 | 접속일 | 2024-11-0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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