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osen of Mar-tul V2
1장 임프로브드 게이트 Improved Gate
story 02 ‘타리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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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층.
제법 넓찍한 로비가 자리 잡고 있고 주인의 취향탓인지 여기도 역시 커다란 책장과 탁자 등이 많이 보인다. 로비임에도 단지 그 뿐으로 넓은 공간에 멋드러진 장식물 하나 없이 필요한 가구들만 갖추어져 있어서인지 방안은 살풍경하다. 다만 한가운데에는 기묘하게 빛나는 희미한 마법진 Circle이 있지만 마이어는 관심이 없기에 알아보지 못하고 주위를 둘러본다. 그 구석으로 작은 문이 살짝 열려있고 클라나가 그 안에서 분주히 왔다갔다 하는게 잠깐씩 보인다.
쌀쌀맞게 말하고 내려오긴 했지만 그녀의 뒷모습은 오랜만에 하는 식사준비에 들떠있었다. 얼핏 보기에도 상당히 경쾌한 발걸음으로 접시등을 날라 테이블에 두지만 그 손길만은 세심하다.
“아깐 기분 나빠보였는데...”
작게 중얼거리며 문 안으로 들어서는 마이어. 간단한 아침식사임에도 불구하고 여러 가지를 한꺼번에 만드느라 그녀는 정신이 없어 보인다.
"오.. 서양식 아침인거야?"
"무슨 소리야? 거기 앉아서 기다려."
"넹."
겉치레가 아닌 베이컨과 빵의 식욕을 돋구는 냄새에 진심으로 감동한 마이어는 한쪽의 나무 테이블에 장난스레 대답하며 대충 앉는다. 튀긴 베이컨과 스크램블 에그, 빵과 버섯, 토마토 등 어느정도 신경써서 준비한 듯 여러 가지 음식이 나온다. 블루베리로 만든 푸딩을 마지막으로 가져온 클라나가 테이블에 마주 앉고는 조심스레 그 위에 벌꿀시럽을 뿌린다.
"...된장찌갠 무리겠지?"
"...응?"
"아냐. 고마워, 잘먹을게."
예상외의 알아듣지 못할 소리를 재차 듣자, 무슨소리를 하느냐는 듯한 표정의 클라나를 보며 그는 별 말없이 빵을 조금 뜯어 먹고는 옆에 놓인 우유잔을 집어든다.
"음..달라티룬의 몫을 내가먹고 있는거네."
"..."
이 빨간머리 아가씨는 아무리 봐도 무뚝뚝하기 그지없다. 음식은 마침 배가 고파 먹고는 있지만 여동생이라 들은 여성의 숨막힐 듯한 아우라 Aura에 조금이라도 어색한 관계를 풀기 위해 말을 붙여본다. 하지만 역시 시큰둥한 반응.... 이라 여겨졌지만 의외로 대답을 해 준다.
"할아버진 그 망할 베이아터 Baator... 꿀꺽.. 나인헬 NineHell 로 자주 가시니까. 거의 혼자먹어."
베이컨을 씹다가 목이 막히는지 물 한 잔을 마시며 클라나는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대답하자, 마이어는 어색한 분위기에 화제를 잘못 꺼냈음을 깨닫는다.
"아.. 그래; 자주 혼자 먹었나보네."
"막 스물이 된 지금까지도 할아버지랑 먹은 식사의 횟수는 손에 꼽을 정도니까.."
슬쩍 어두워진 표정을 알아채지 못하고 마이어는 노릇노릇하게 구운뒤 저며진 버섯에 포크를 향한다.
"..아. 그렇구나, 난 올해로 스물여덟이야."
"...그래서?"
"뭐, 그냥 그렇다고."
제길 지은 죄가 있으니 강하게 나설 수가 없다. 애초부터 오빠대접은 물건너갔으니, 그냥 얌전히 있는게 상책이라는 생각이 드는 마이어. 사실, 여동생이라고 듣긴 했지만 그저 자신에겐 ‘여성’으로만 느껴질 뿐이다.
그 후로 일상적인 대화를 계속 시도하려 했지만 눈 앞의 어떤 보이지 않는 벽에라도 막힌 듯 진전이 없었다. 어머닌 어렸을 적 병으로 돌아가시고, 아버지는 나인헬NineHell-아마도 지옥같은거라고 마이어는 예상했다- 이라는 곳 어딘가에서 바테주 Baatezu들에게 피살되었을 거란 것. 차원의 문에서 언제 피투성이 달라티룬이 튀어나올 지 모르는 일이기에 나갈 수도 없고 친구도 거의 없었다는 것 등등을 무덤덤하게 대답하는 그녀와 더 이상 즐거운 화제를 통해 친해지려는 생각은 일찌감치 접을 수 밖에 없다.
"...그리고 마법적 의식Ritual에 관해서 한동안은 날 도와야해."
"..."
"잘못왔다."
다시 마현이라 불렸던 곳으로 돌아갈 마음이 생기는 듯 싶다. 마이어는 마음속으로 낙담하며 되묻는다.
"난 언제 되돌아 갈 수 있는거야?"
"못갈걸."
"...."
대충 식사를 마친 마이어가 순간 멍한 상태로 굳는다. "뭐, 진심은 아니겠지." 스스로 위안을 삼을 수 밖에.
"다먹었으면 준비해. 근처 마을 가서 사올게 있어."
식기를 치우며 클라나가 그를 쳐다보지도 않고 말한다. 마치 일꾼을 부리는 듯한 당연하다는 말투에 무의식적으로 거부감이 드는 듯하다.
"난 살거 없는데."
"찌릿!"하고 효과음이 들린 것 같다. 클라나가 별 생각없이 말한 마이어를 무서운 눈으로 째려보자, 그는 순간 움찔 하고는 억지 미소를 지으며 마지못해 대답한다.
"음, 이세계 마을은 어떻게 생겼는지 구경이나 할까."
클라나는 식사전에 미리 준비해 두었는지 등에 멜 수 있는 가죽가방 하나와 스크롤Scroll 보관용 가방, 쿼터스태프 등을 가져오고는 앞장서서 걸어가며 마이어에게 말한다.
"의식에 쓸 마법 스크롤 몇 개하고, 간단한 마법용품, 생활용품 정도만 사면 되니까 얼마 걸리진 않을거야."
"마을까진 얼마나 걸리는데?"
몸뚱아리만 이곳으로 온 그가 준비할게 있을 리가 없다. 하릴없이 클라나를 따라 로비로 나가면서 묻지만 그녀는 대답없이 로비 한가운데에 서서는 바닥을 바라본다. 그제서야 바닥의 희미하게 빛나는 마법적 문양을 눈치챈 그가 엉거주춤 옆에 서자 그녀는 나지막하게 중얼거리며 바닥을 향해 한 손으로 가볍게 손짓한다.
"Elparuze Fae Mel Aimed."
"오..."
번쩍이며 빛이 뿜어져나온다던가, 굉음이 들린다던가 하는 아무런 변화 없이 마이어의 시계가 순식간에 바뀌었다. -아무래도 해리포터의 마법과는 많이 다르게 느껴진다.- 나무가 빽빽하게 우거진 어둑어둑한 숲이 눈 앞에 펼쳐져있다. 토할것 같고 어지러웠던 플레인 Plane간의 이동과 달리 순간적이고 편하게 장소가 바뀌자 그는 자신도 모르게 탄성을 내뱉는다.
"할아버지가 만들어놓은 텔레포테이션 서클 Teleportation Circle이야. 위시 Wish 주문으로 개선시켜놨고..."
"뭔지 몰라도.. 할아버진 대단한 마법사구나.."
"뭐, 아크메이지Archmage니까.. 당연하지. 난 아직 1레벨의 마법밖에 못쓰지만.. "
가볍게 대답하는 클라나를 보며 다시 멋쩍은 표정을 하는 마이어. 그러나 그녀는 별 신경을 쓰지 않는다는듯 말을 이어간다.
"여기서부터는 좀 걸어야해. 마을 한가운데로 텔레포트 할 순 없었으니까."
잡목을 헤치고 익숙한 걸음걸이로 클라나가 앞장서자 마이어는 그 뒤를 별 말없이 따라가기 시작한다. 깊은 숲 속의 한가운데에 있는 것은 아니었던 듯, 잠시 그녀를 따라 걷자 탁 트인 도로 한가운데로 나아갈 수 있었다. 어느 마을의 어귀인 듯 저만치 앞에 민가가 하나 둘 보이기 시작하고 오고가는 사람들도 시야에 들어온다.
사실 달라티룬이나 클라나 역시 현대적 복장을 하고 있지는 않았지만 단 두사람이었고, 달라티룬의 ‘건물’ 안에만 있다가 처음으로 바깥세상으로 나오자 확실히 이곳은 그의 세계와 다른 곳이라는것이 실감이 났다. 중세풍의 건물들, 오고가는 이상한 차림의 사람들...
"타리켈 이라는 그냥 시골마을이야. 오고가는 여행자들 덕에 그래도 상당히 북적대고.. 에라나-루셀레 라는 엘프들의 도시하고도 조금 가까워서 거래를 하러 온 그쪽 엘프들도 가끔 보여."
마이어가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마치 중세시대에 온 듯한 풍경을 신기한 듯 감상하자 클라나가 묻지도 않았는데 몇 마디 해준다.
‘쌀쌀맞다고 생각했는데... 은근히 배려해주네..’
여전히 표정은 딱딱하고 마이어 자신은 쳐다보지도 않으며 말했지만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는 퍼뜩.
“응? 엘프?”
반지의 제왕을 재미있게 본 기억이 난 마이어는 반사적으로 되물었다. 레골라스나 아르웬같은 미남미녀가 머리에 그려지지만 들었는지 못들었는지 클라나는 벌써 걸음을 옮겨 저만치 걸어가고 있다.
“쳇..”
뒤따라가며 툴툴거리는 마이어.
허름한 농부로 보이는 사람들도 지나가고, 이것저것 무기와 갑옷을 차려입은 일단의 모험자들로 보이는 이들도 그의 눈앞을 지나간다. 따스한 오후의 햇볕아래로 북적이는 이국의 시골풍경을 보니 마치 외국여행이라도 온 듯 그의 마음은 저절로 들뜨는 기분이 든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그녀를 따라 푸줏간 비슷하게 보이는 곳에서 생고기와 소시지 등을 사고, 그 외에 이것저것 여러 식료품과 간단한 생필품 등을 사러 돌아다니는 사이 텐션이 한껏 올라갔던 마이어의 기분도 시간이 경과함에 따라 늘어지기 시작한다.
"아... 역시 여자랑 쇼핑은..."
왜 혼자서 오지 않고 자신을 구태여 마을까지 끌고 왔는지 이유가 명확해지는 순간이다. 마이어가 떠맡게 된 짐들은 통째로 맡겨져 짐꾼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같이 한참을 돌아다닌 클라나 역시 힘들것이 분명한데도 지친기색하나 없이 다음 가게로 이동한다. 엇비슷하게 생긴 건물 앞에 옷감과 바늘을 형상화한 그림 아래 블루 테일러-BlueTailor-라고 쓰인 팻말이 있는 건물로 들어가는 클라나.
가게 안은 수십벌의 로브-Robe-자락이 천장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빽빽하게 걸려있고 한켠에는 무두질이 되지 않은 레더아머-ReatherArmor-도 몇 벌 보인다. 한쪽 벽면의 장난기 어린 표정의 나이를 알 수 없어보이는 초로(初老)의 남성의 초상이 시선을 끈다.
"딸랑"
문에 부착된 작은 종소리가 울리고, 가게 한켠의 탁자에서 바느질을 하던 머리만 겨우 보이던 여성이 동시에 고개를 든다.
"아~ 클라나~ 이 보잘것 없는 노움-Gnome-의 가게에 또 흙속의 진주같은 아이템을 찾으러 오셨군! 이게 얼마만이야~"
클라나를 보자마자 만면에 화색을 띄우며 바느질하던 옷감을 두고 그녀에게 다가오는 여성. 처음 마이어는 그녀를 보고 멀리있어서 그런가보다 하고 대수롭지 않게 여겼지만 그녀의 키는 확실히 작았다. 약 120cm정도의 키에 제멋대로 자라난 녹갈색의 머리, 검은 눈동자, 살짝 불거진 광대뼈가 인상적인 그녀역시 초상화의 인물과 같이 장난기어린 눈으로 클라나를 맞아주었다.
아마도 가족의 한 사람이었을까.
‘노움Gnome?? 반지의 제왕에 나왔던 난쟁이같은건가?? 들어본 것도 같고.. ’
사실 놀랍지도 않다. 이젠 이 세계가 ‘다른세계’라는 것을 아무렇지도 않게 인정해버리는 마이어.
"리싸, 오랜만이에요. 물건이 많이 늘었네요?"
"아, 그럼그럼, 괜찮은 물품들을 제레-펠룸에서 상당히 들여왔고, 내 비장의 수작업품들도 꽤나 늘었다구. 훗훗훗. 자긴 뒷태가 이뻐서 로브자락에 드러난 섹시한 엉덩이를 보면 도도한 척 하는 엘프녀석들조차 침대에 쓰러뜨리고 싶어 안달이 날걸~ 훗훗훗. 마침 자기 머리칼하고 같은 색의 로브가 있는데 말야...이게 사실 내 마법적 센스와 바느질 실력, 그리고 최고의 엔필레드 클라브의 페어렌지드 실크라는 섬유의 홑실을 ... "
"아..저기 일단은 좀 살펴보고요."
만나자마자 정신없이 입담을 과시하는 리싸의 말을 클라나가 진땀을 흘리며 자른다.
‘엉덩이 이야기는 전적으로 동감.’
뒷켠에 서서 가게를 둘러보던 마이어는 지친몸으로 벽에 몸을 기대다가 클라나의 뒷태를 새삼스레 훑어본다.
"어머, 자기 뒤에 어비스-Abyss-에서 방금 튀어나온 것 같은 표정을 한 다죽어가는 남자는 누구? 꼭 서큐버스한테 정기라도 빨린것 같아~ 이쪽동네사람은 아닌 것 같은데? 어머어머, 그러고보니 검은머리에 검은 눈동자는 드문데? 골격도 이쪽 사람들하고 틀리게 왜소하고.."
쇼핑으로 인해 힘든기색은 사라지고 순식간에 긴장하는 마이어. 다른 플레인-Plane-에서 왔다고 하는 사실을 딱히 숨길 필요는 없지만 왠지 꺼림직한 느낌이 들어 자신도 모르게 표정이 굳어진다. 난감해하는 사이 클라나가 천연덕스럽게 대꾸한다.
"동방대륙 "호리우-선"에서 온 할아버지 손님이에요. 그쪽의 검술을 실드 가디언-Shield Guardian-에 접목시킬 수 없을까 연구중이시거든요."
"아~ 그래요~ 반가워요. 난 클라나가 친언니처럼 따르는 노움, 리싸라고 해요. 이름이..?"
능글맞게 자기소개를 하는 리싸를 보며 클라나는 쓴웃음을 짓는다.
"마...마혀..ㄴ..이 아니라 마이어라고 해요"
당황해서 반사적으로 대답하는 그에게 한번 씩 웃어주고 리싸는 가게 구석에서 엷은 붉은색의 옷을 가져온다. 가죽으로 소매마다 덧대여진 상,하의가 나누어진, 로브라고 부르기는 다소 무리가 있는 모양이었다.
"좀 타이트해야 몸매가 살거든~ 스커트에 옆트임도 좀 주고 어때? 괜찮지 괜찮지?? 약간의 화염저항도 붙어있는 괜찮은 아이템이야. 클라나 오랜만에 왔으니 150gp 정도만 받을게 훗훗훗~"
"하.. 글쎄요."
"아이 그러지말고~ 마법이 걸린거잖아~ 달라티룬은 이런거 만들어줄 시간도 없는 것 같은데.. 좋아! 지금 사면 뒤에 오빠한테 쓸만한 레더아머 하나도 껴줄게!"
자신에게 냉랭하게 대하긴 했지만 마을에 와서부터는 클라나가 다소 명랑해 진 듯 한 느낌에 마이어는 의외라고 생각한다. 결국 사기로 했는지, 한참 이야기를 나누던 클라나는 로브와 갑옷을 역시나 마이어에게 떠넘기고 가게를 나온다.
"우우... 화염저항이란 말에 혹해서 질러버렸어.."
기쁜건지 슬픈건지 모를 표정을 한 클라나가 중얼거리자 마이어가 들고가기에 애매한 갑옷을 대충 걸치며 말했다.
"...저기.. 대체 여긴 화폐단위가 어떻게 되는거야? 지금 좀 과소비 한거 맞지?"
"찌릿"
예의 눈빛공격이 작렬하자, 또다시 움찔하는 마이어. 하지만 클라나는 의외로 순순히 가볍게 한숨을 쉬고는 설명하기 시작한다.
"남쪽 지방인 마프룸은 페니-Penny-, 플로린-Florin-등의 단위로 쓰고 여기 타리켈은 북쪽지방에 가까워서 제레-펠룸의 단위인 피스-Piece-를 써. 엘프도시인 에나라-루셀레 역시도 그렇고.. 1gp-GoldPiece-면 숙련된 전문가의 하루 임금이라구... 저기 지나가는 농부정도면 그 1/10인 하루에 1sp-SiverPiece-정도 벌껄... "
그녀의 손 끝은 멀리 보이는 주점으로 향하는 한 건장한 농부를 향해있다. 다소 놀란 마이어는 리싸를 만나기 전 2cp-CopperPiece-에 밀가루 1파운드를 샀던 것을 기억해낸다.
"아 젠장 리싸도 나 빼고는 좀처럼 손님이 없으니까 비싸게 팔아먹는 것 같단말야."
"된장녀구나.."
"응?"
"아냐. 아무것도."
다소 미심쩍은 표정으로 마이어를 바라보던 그녀가 홱 돌아서서는 다시 걷기 시작한다.
"아, 같이가."
제대로 끈으로 조이지 못한 레더아머가 덜렁거리며 옆구리에서 휘적거린다. 그리고 그에따라 힘겹게 짐을 들고 그녀를 따라가는 그의 동작을 방해한다.
“참, 그 가게의... 리싸씨라고 했나? 인간이 아닌거야? 노움..? 그리고... 좀전에 뭐, 엘프도시?? 엘프도 있어??”
"미러 이미지 Mirror Image, 아케인 아이 Arcane Eye, 멘딩 Mending, 박쥐 털 약간, 맨드레이크 뿌리..."
"응? 뭐?"
묻는 말에는 대답도없이 혼자서 중얼거리며 미간을 좁히는 클라나를 보고 마이어가 의아한 듯 되묻는다.
"쇼핑목록 정도는 외워야해서 그냥. 스펠북의 내용도 아니고 간단하니까. "
계속해서 무언가 골똘히 생각에 잠긴 듯 들리지 않을 정도의 목소리로 혼잣말을 계속 되뇌이는 그녀가 혼잣말을 멈추고 아무 말 없이 길모퉁이 구석진 곳의 한 허름하게 생긴 가게 안으로 들어간다. 허둥대며 조금늦게 따라들어간 마이어에게 문을 열자마자 오래된 종이냄새가 와닿는다. 달라티룬의 건물에서 처음 정신을 차렸을 때의 그 냄새. 역시나 가게안 정경도 비슷하게 되어있다.
알 수 없는 수많은 책들과 스크롤, 뼈나 눈알, 작은 돌멩이, 등등의 물품들이 들어가 있는 시험관 등. 한켠에서 책을 읽고 있던 로브차림을 한 짧은 머리의 늙은 여성이 방금 들어온 마이어를 힐끗 바라보고는 다시 책으로 눈을 돌린다. 노인의 책상 앞에 서있는 클라나는 책상위의 보통보다 납작하게 생긴 해골을 집어들고 이리저리 살펴보고 있다.
"이거, 드워프-Dwarf-두개골이죠? 전에 왔을 땐 못봤는데. 동족인데, 좀 기분나쁘지 않아요??"
"파그림 스컬크러셔라는 사악한 녀석의 머리통이지. 생전에 엄청난 술고래라서 뼈다귀조차도 근처의 수분을 흡수한다더군."
노인은 읽던 책에서 눈도 떼지 않은채로 클라나의 말에 대답해주고 있다.
"헤에.. 신기하네요."
클라나는 원래는 안구가 들어있을 뻥 뚫린 눈구멍을 통해 내부를 살펴보며 건성으로 대답한다.
"한마디로 방습제군.."
그런 생각을 하며 마이어는 가게 내부로 들어서자 클라나가 해골을 내려놓고는 노인에게 말한다.
"저쪽은 마이어라고 해요."
"난 드레답이란 늙은이다."
드레답이라 소개한 노인은 퉁명스러운 통성명 이외엔 마이어에게 그다지 관심을 두지 않고 계속해서 책만 읽고있다. 원래가 그런 성격인지 클라나도 크게 신경쓰지 않는 눈치이기에 그는 우두커니 서서는 눈 앞의 둘을 바라본다.
"일단 필요한건요, 미러 이미지, 아케인 아이, 멘딩 스크롤이구요, 박쥐 털 약간, 맨드레이크 뿌리...에 그리고 엘븐스파인-Elven Spine-숲의 샘물이요."
"캐스터-Caster- 레벨도 낮은 녀석한테 달라티룬이 참 고생시키는군.. 호문쿨루스-Homunculus-라니..."
"아.. 역시 알고 계셨네요. 뭐 별수없죠. 타나"리-Tanar"ri가 쳐들어온다나 머라나.."
다소 놀랐다는 듯이 대답하는 클라나. 그리고 그에 아랑곳없이 노파는 책에서 눈을 떼고 일어나서는 그녀에게 내 줄 물품들을 찾기 위해 스크롤 더미를 뒤적이며 말을 잇는다.
"평범한 재료로만으로 만들어봐야 안될테니 저녀석이구만... 그래, 게이트-Gate-를 막으려면 저녀석의 정.."
"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별안간 다급하게 소리를 지르며 노파의 말을 끊는 클라나를 마이어는 놀란듯이 쳐다본다. 그러나 그를 바라보는 그녀 역시 상당히 여유없는 표정이다. 그녀는 그에게 급히 다가와서는 남은 돈주머니를 건네고 재빨리 말한다.
"이야기가 길어질 것 같네. 아까 농부가 가던 술집 봤지? 거기서 한잔 하면서 기다려. 짐은 여기다 놓고가고."
"??"
피식 웃으며 책에 눈을 돌려버린 노파는 의외로 화내지도 않고 둘의 이야기가 끝나기만을 기다리는 듯 하다. 등까지 떠밀며 가게 밖으로 쫓아내는 클라나를 이상한 눈으로 쳐다보다가 포기하고는 멀찍이 보이는 술집을 향해 간다.
"농부의 일주일분 노동량이네. 다쓰고 요게 남은거라니..."
손 안의 7sp를 살펴보며 중얼거리고는 불스아이-Bull"sEye-라 이름붙여진 술집을 바라본다. 어느새 슬슬 석양도 저물어가는지라 술집안에서 새어나오는 불빛이 선명히 보인다. 문 밖에는 일단의 모험자들로 보이는 이들이 술잔을 들고 나와서까지 떠들고 있었고 떠들썩한 목소리가 들려오는 터라 상당히 흥미가 생긴다. 다만 청바지에 티셔츠, 그 위에 갑옷을 걸친 우스꽝스러운 ‘동양인’이 들어갔다가 모두의 주목을 한꺼번에 받을까 좀 걱정이 되긴 한다.
"..에이 뭐 어때.."
클라나는 술이라도 한 잔 하라고 할 정도로 긴 이야기를 할 듯 한데 마땅히 갈 곳도 없는 마이어는 일단 조심스럽게 문을 열고는 안으로 들어갔다.
"으헤헤헤!!"
"캬캬캬캬캬캬캬"
"휘유~저 바드-Bard-년, 젖탱이 죽이는데!"
들어가자 마자, 한꺼번에 들려오는 떠들썩한 소리. 겉보기와 달리 내부는 생각보다 상당히 넓었고, 마치 마을 안의 모든 사람들이 들어오기라도 한 듯 북새통을 이루고 있었다. 마치 육중한 도마뱀같은 형상을 한 전사부터 옷가게의 리싸와 같은 노움들도 떠들썩하게 놀고 있기에 그들과 비교하면 오히려 평범하다고 생각되는 마이어는 전혀 눈길을 끌지 않고 있다.
오히려 그사실에 실망감이 들 정도로 지나가는 마을주민조차 눈길 한 번 주지 않기에 그는 안도하며 바-Bar-로 다가갔다.
턱수염을 깔끔히 다듬은 인상좋은 중년의 남성이 손님들 한가운데에서 멋들어지게 하프를 연주하는 여성을 구경하며 박수를 치다가 마이어를 알아채고는 먼저 말을 건넨다.
"어이쿠~ 호리우-선에서 건너오셨수? 꽤나 구석진 마을까지 찾아온 사람은 처음 보는구만 그랴! 뭘로 드시겠소?"
‘아... 클라나가 그렇게 둘러댔지..’
마이어는 자신의 출신지를 대충 둘러대던 모습을 기억해내고는 중년남성에게 딱히 부정의 말을 하진 않는다.
"아.. 추천할만한거 있나요?"
"흠! 얼마전에 노스사이드 캐러밴들에게 잔뜩 산 에일-ale-이 요샌 가장 평이 좋지!"
주위의 마을주민 둘이 워낙 시끄럽게 떠들어 거의 들리지 않았지만, 조금 떨어진 곳에서 노래를 부르던 여성은 육중한 갑옷차림의 남성의 무릎에 걸터앉아 여전히 하프를 연주하고 있다. 가슴쪽만을 가리는 레더아머에 타이트한 차림인 그녀가 음란한 몸짓으로 허리를 흔들며 연주하자 구경꾼사이에서 더욱 탄성과 함께 목소리들이 높아져만 간다.
‘오....’
마이어는 자신도 모르게 다른이들과 마찬가지로 찬탄을 금치 못하며 잠시 정신을 빼앗겼다. 그녀역시 모험자 비슷한건지 등뒤엔 크로스보우CrossBow, 허리춤엔 그다지 길어보이지 않는 숏소드ShortSword로 무장한 채였다.
“이봐! 마실거야, 말거야!”
재차 물어보는 눈앞의 남자가 고함을 치자 그제서야 퍼뜩 정신을 차린 마이어는 반사적으로 대답했다.
"그걸로 줘요!"
눈앞의 동방인을 바라보던 주인이 거의 사람 머리만한 잔을 내밀며 그에게 말한다.
"4cp요!"
이 세계의 체감물가는 아직 마이어에게는 제대로 느껴지지 않는다. 액수로봐서 고급인지 저질의 술인지는 알 수 없지만 의외로 괜찮은 목넘김에 만족하며 그는 잔을 들고 구석자리에 가 앉는다. 상당한 미인으로 보이는 여성의 하프 연주를 구경하며 떠들썩한 분위기속에 술 한 잔은 클라나에게 떠밀려 들어오긴 했지만 오길 잘 했다는 생각이 든다.
"이봐! 프리드라! 젖탱이좀 보여줘~"
"그래그래! 난 그 포즈가 꼴리더라구!"
"으핫핫핫핫~!"
십수개의 테이블이 들어서있는, 시골치고는 워낙 넓은 공간이기에 제각기 떠드느라 정신이 없긴 했지만 그래도 꽤 많은 수가 그 ‘프리드라’라고 불린 여성의 노래에 귀를 기울이고 있다. 개중에는 전부터 노래를 들어왔는지 그녀에게 익숙하게 수작을 부리며 즐겁게 술을 마시는 사람들이 꽤 보인다.
‘한국같으면 성추행으로 잡혀가겠다....’
그러나 그녀는 그런 짖궂은 관객들의 요청을 들은채만채로 연갈색으로 땋은 머리를 정돈하며 계속해서 노래를 이어 갈 뿐이다.
....
나는 길거리의 하찮은 브리갠드-Brigand-였어요
그러나 당신을 보는 순간 나는 포기했고 당신을 따라 일어섰어요
나는 당신과 별을 연결해줬고 나쁜 운명은 전부 내가 가져갔어요
나는 도둑이지만 딱하나 당신의 마음은 훔쳐낼 수 없었어요
나의 모든 연결고리는 무참히 끊겼어요
당신의 트롤-Troll-같은 손이 내 다리사이로 들어올 때~
먹이를 찾아 배회하는 와이번-Wyvern-의 별빛바다를 바라보며~
당신의 오거-Orge-같은 것이 내 다리사이로 들어올 때~
솔라-Sola-를 찾아 배회하는 아콘-Archon-들의 별별빛바다를 바라보며~
한명의 우윳빛 소녀는 루비처럼 붉게 물들어가고~
‘야하네.’
술꾼들의 수작뿐만 아니라 노랫말 역시도 잘은 알아들을 수 없었지만 상당하다. ‘노스사이드’ 에일의 상쾌한 목넘김도 느끼지 못하고 마이어 역시 호리호리한 몸매에 어울리지 않는 커다란 가슴을 가진 그녀가 애로틱하게 허리를 흔들며 노래를 이어가는 것을 넋놓고 바라본다. 그는 다리사이가 그 몸짓과 노랫말 때문인지 불룩하게 솟아난 것을 느끼고는 잠시 당황한다. 프리드라는 또다시 한 중년 전사의 갑옷에 안기더니 매혹적으로 그를 바라보며 노래한다. 턱수염을 덥수룩하게 기른 남성은 헤벌쭉 웃으며 한 손으로 그녀의 가슴을 주무르려 손을 가져가며 맥주를 단숨에 들이킨다. 그러나 별안간 그녀는 그의 무릎에서 벌떡 일어나 다른 테이블을 향해 하프를 연주하며 걷는다.
"프리드라~! 돌아와~"
잔뜩 흥분해 들떠있던 그는 아쉬운지 입맛을 쩍쩍 다시며 시끄러운 인파를 헤치고 주인이 앉아 구경하던 바-로 다가가 잡담을 하는 듯 하다. 그 후로도 그녀는 가슴과 엉덩이에 몇 명의 억센 손길을 피하며 여기저기를 오가고 그 때마다 함성과 찬탄, 아쉬움의 소리가 퍼진다.
"와우.. "
자신도 모르게 노래에 흥분해 탄성을 내뱉던 마이어의 눈 앞에 은빛의 하프가 나타난다.
"어라?"
어느새 다가온 프리드나가 도발적인 표정으로 마이어를 내려다 보며 하프의 현을 튕긴다.
...
나는 도둑이지만 딱하나 당신의 마음은 훔쳐낼 수 없었어요
나의 모든 연결고리는 무참히 끊겼어요
당신의 트롤-Troll-같은 손이 내 다리사이로 들어올 때~
마치 마이어와 대화하듯이 똑바로 바라보며 노래를 부르자, 오히려 그가 얼굴이 붉어진다. 벌어진 레더아머 사이의 두 개의 커다란 과실이 마이어의 한 팔에 부벼지고 그녀의 하얀 손이 거미처럼 기어와 그의 다리사이 잔뜩 발기된 물건을 슬쩍 움켜쥔다.
"잌!"
먹이를 찾아 배회하는 퍼플웜-PurpleWorm-의 몸통을 흔들며~
프리드나는 바지 위로 마이어를 붙잡고 위 아래로 천천히 흔들며 끈적이는 목소리를 그의 귓가에 흘려넣는다. 귀 언저리에 닿는 뜨거운 숨의 느낌, 벌써 눈물을 흘리며 괴롭힘 당하는 그의 물건이 스스로 정신을 차릴 수 없도록 만든다. 가까이 다가온 그녀의 땋은 머리칼 사이로 작지만 뾰족한 귀가 눈에 들어온다.
"어이~ 거기 동방인! 프리드나 엉덩일 움켜잡으라고!"
"으하하하하하!!"
"캬캬캬캬캬!"
누군가 마이어를 향해 외쳤지만 곧 시끄러운 웃음소리와 소음에 묻혀 누군지 알 수 없다. 술집 한가운데의 가장 커다란 테이블에 드워프 하나가 웃옷을 벗어 던지고 근육질의 몸을 과시하며 뛰어올라간다. 맥주를 단숨에 비우고 고래고래 드워프어-Dwarvern-로 노래를 부르기 시작한다.
‘드워프구나 저사람은..’
"모라딘의 가호를!"
"빌어먹을 에일에 모라딘의 가호를!!"
순식간에 술꾼들은 테이블 위에서 마이어가 듣기에는 알아들을 수 없는 노래를 따라부르며 드워프 주위를 감싼다. 프리드나의 순서는 이미 지나간 것인지 다들 어느새 신경은 드워프의 꿈틀거리는 근육에만 몰려있다. 한층 더 시끌벅쩍한 소리가 들리자 마이어가 그쪽을 무심코 바라본다. 그리고 그 순간 다리사이의 나긋나긋한 손동작이 사라지고 그녀가 멀어진다.
"그럼 난 이만~"
큰 눈 하나를 감으며 마이어를 향해 깜빡 윙크하는 프리드나. 뒷문 앞에 서서는 웃으며 한 손으로 그에게 보이도록 작은 돈주머니를 흔든다. 그리고는 뒷문을 통해 나가버리는 그녀.
"에엣! 잠깐!"
그제서야 클라나에게 받은 돈이 사라진 걸 깨달은 마이어가 급히 일어서 그녀를 따라간다. 아차 싶은 생각에 당황해 앞 뒤 가릴 것 없이 따라나가자 멀찍이 맞은편의 숲으로 들어가는 그녀가 보인다.
"무기도 없는데.."
달라티룬에게 받은 그 이상한 칼-롱소드LongSword도 그 지옥인지 뭔지-섄딜라브리-Shendilavri-에서 잃어버린 듯 하고 앞서간 프리드나라는 여자는 등뒤에 라이트 크로스보우-LightCrossbow와 숏소드-ShortSword-로 무장하고 있기에 좀 꺼림직하다. 그냥 나갈 수도있는 상황에 보란듯이 자신의 돈을 보여준 것이 못내 마음에 걸렸지만 무서운 눈을 한 클라나를 생각하곤 숲으로 뛰어들어간다. 필시 사실대로 말하면 그 앙칼진 성격에 어찌 될지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아아앙, 거..거기!"
"더 해줘 더 쎄게 해줘!"
클라나를 마치 끔찍한 공포의 여왕이라도 된 듯 별의별 과장까지 공상에 더해져 말도 안되는 상상으로 계속 이어지는 찰나, 이상한 소리가 들려온다. 숲 속으로 들어가면 들어갈 수록 여기저기서 점차 강해지는 신음소리. 다른 사람들에게 들려도 상관없다는 듯 여기저기서 욕망에 헐떡이는 소리들이 들려온다.
"에... "
술집 뒤쪽의 숲은 적당히 취기가 돈 연인들이 최대한 빨리 으슥한 곳을 찾으려 할 때 자주 찾는 밀회 장소였음에 틀림없다. 당황해 주위를 두리번 거리는 마이어 앞에 먼저 들어갔던 프리드나가 풀숲을 헤치고는 나타나 앞에 서서 그를 바라본다. 그리고 혀로 입술을 핥으며 가볍게 손짓한다.
"이봐, 내 돈 아니라고. 돌..."
"참 퍼슨-CharmPerson-."
짤막한 시동어와 간단한 손짓이 그를 향한다.
순간 무언가 보이지 않는 힘이 마이어의 머릿속에서 가볍게 떠돌며 눈 앞의 모든 것을 친숙한 느낌으로 바꿔준다. 아마 그녀는 자신을 이곳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미리 준비하고 있었으리라.
마이어는 위화감에 반항하려 하지만 눈 앞의 프리드나가 자신의 앞섶을 풀고는 커다란 가슴을 꺼내곤 스스로 주무르는 광경에 놀라 순간적으로 긴장을 끈을 놓쳐버린다.
“우와.....”
그녀의 손길을 따라 커다란 살덩이가 음란하게 모양을 바꾸며 그를 유혹하자 금방이라로 달려들어 얼굴을 파묻고 싶은 생각이 든다. 수년을 함께 한 애인이나 아내같은 느낌, 이상하게도 마치 친구 이상으로 친밀한 그녀를 지금까지 왜 경계했나 싶을 정도로 그녀에게 믿음이 쌓인다.
"이리와, 나 좀 도와줘어~"
누가 들어도 가식적인 코막힌 소리를 하는 그녀. 하지만 그는 자연스럽게 그녀의 부탁을 진심으로 들어준다. 마이어의 손을 잡고는 스스로 자신의 가슴에 갖다대는 그녀의 행동에 그는 별 저항없이 두 개의 커다란 과육을 음미하며 그 광경을 바라본다. 그의 손에 의해 하얗고 둥근 그녀의 유방이 이리저리 모양을 바꾸며 탄력을 뽐내고 마이어는 양 손가락으로 끝부분의 분홍색 돌기를 부드럽게 문지르며 긴장된 숨을 내쉰다.
부드럽고 말랑말랑한 그 느낌을 손으로 느끼며 그의 숨이 점차로 거칠어진다.
"음... 좋아. 그렇게.."
그녀역시 그를 마주 바라보며 허리어림에 손을 갖다대고는 타이트한 가죽바지와 팬티를 한꺼번에 무릎 위까지 끌어내린다. 그러자 머리색과 같은 연갈색으로 자라나있는 그녀의 음모가 시원한 밤공기에 노출되고 정신없이 가슴의 첨단을 희롱하던 그의 눈을 잡아끈다.
"난 프리드나라고 해.. 들었지? 당신은?"
그렇게 바지를 내린 상태로 그녀의 양 손이 마이어의 바지춤으로 다가가더니 안으로 쑥 들어온다. 그녀의 가슴을 정신없이 주무르던 그는 손을 떼고 자신의 청바지를 그녀와 같이 반쯤 내려주자 그녀의 손이 기쁜 듯이 마이어의 잔뜩 발기되어 있는 물건을 마사지 해 준다.
"마현."
"마히..연?"
"그냥 마이어라고 불러.."
이상하게도 위화감은 느껴지지 않고 마치 전부터 알아왔던 사이처럼 느껴지는 그녀에게 일말의 의심도 없이 이름을 가르쳐준다. 마이어가 손을 뒤로 돌려서는 그녀의 엉덩이를 감싸쥐자, 방금 술집에서 봤던 나긋나긋한 허리의 움직임을 재현하듯 그녀의 엉덩이가 곡선을 그리며 천천히 흔들린다. 가슴과 다르게 터질듯 탱탱한 감촉. 손만으로는 움켜쥐는게 고작인 뜨겁게 달아올라 있는 엉덩이가 그의 손바닥에 착 달라붙어 탄력을 뽐낸다.
딱딱하게 굳어진 고기막대를 손에 쥔 미녀가 그것을 부드럽게 쓰다듬어주며 그에게 밀착한다. 먹음직스러운 커다란 유방이 그의 가슴에 짓이겨지고 온몸으로 서로의 체온이 느껴진다. 이미 주위의 신음소리들은 마이어의 귓가에 들리지 않을 정도로 프리드나에게 신경이 쏠린다. 어깨에 턱을 올리고는 귓가에 또다시 뜨거운 숨을 불어넣으며 그녀가 마이어에게 음란하게 속삭인다.
"...빨아줄까?"
귓가에 뜨겁고 축축하게 느껴지는 숨결과 함께 음란한 말이 속삭여지자 마이어의 등골이 약한 전기에 관통된듯 찌릿하다. 듣는 순간 그녀의 손에 잡힌 그의 물건이 용틀임을 해 대며 반응하자 그에게 기대고 선 프리드나의 얼굴에 득의양양한 미소가 떠오른다.
"대신 하찮은 마법 스크롤을 좀 가져다 줬으면 하는데... 헤헷.."
1장 임프로브드 게이트 Improved Gate
story 02 ‘타리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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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층.
제법 넓찍한 로비가 자리 잡고 있고 주인의 취향탓인지 여기도 역시 커다란 책장과 탁자 등이 많이 보인다. 로비임에도 단지 그 뿐으로 넓은 공간에 멋드러진 장식물 하나 없이 필요한 가구들만 갖추어져 있어서인지 방안은 살풍경하다. 다만 한가운데에는 기묘하게 빛나는 희미한 마법진 Circle이 있지만 마이어는 관심이 없기에 알아보지 못하고 주위를 둘러본다. 그 구석으로 작은 문이 살짝 열려있고 클라나가 그 안에서 분주히 왔다갔다 하는게 잠깐씩 보인다.
쌀쌀맞게 말하고 내려오긴 했지만 그녀의 뒷모습은 오랜만에 하는 식사준비에 들떠있었다. 얼핏 보기에도 상당히 경쾌한 발걸음으로 접시등을 날라 테이블에 두지만 그 손길만은 세심하다.
“아깐 기분 나빠보였는데...”
작게 중얼거리며 문 안으로 들어서는 마이어. 간단한 아침식사임에도 불구하고 여러 가지를 한꺼번에 만드느라 그녀는 정신이 없어 보인다.
"오.. 서양식 아침인거야?"
"무슨 소리야? 거기 앉아서 기다려."
"넹."
겉치레가 아닌 베이컨과 빵의 식욕을 돋구는 냄새에 진심으로 감동한 마이어는 한쪽의 나무 테이블에 장난스레 대답하며 대충 앉는다. 튀긴 베이컨과 스크램블 에그, 빵과 버섯, 토마토 등 어느정도 신경써서 준비한 듯 여러 가지 음식이 나온다. 블루베리로 만든 푸딩을 마지막으로 가져온 클라나가 테이블에 마주 앉고는 조심스레 그 위에 벌꿀시럽을 뿌린다.
"...된장찌갠 무리겠지?"
"...응?"
"아냐. 고마워, 잘먹을게."
예상외의 알아듣지 못할 소리를 재차 듣자, 무슨소리를 하느냐는 듯한 표정의 클라나를 보며 그는 별 말없이 빵을 조금 뜯어 먹고는 옆에 놓인 우유잔을 집어든다.
"음..달라티룬의 몫을 내가먹고 있는거네."
"..."
이 빨간머리 아가씨는 아무리 봐도 무뚝뚝하기 그지없다. 음식은 마침 배가 고파 먹고는 있지만 여동생이라 들은 여성의 숨막힐 듯한 아우라 Aura에 조금이라도 어색한 관계를 풀기 위해 말을 붙여본다. 하지만 역시 시큰둥한 반응.... 이라 여겨졌지만 의외로 대답을 해 준다.
"할아버진 그 망할 베이아터 Baator... 꿀꺽.. 나인헬 NineHell 로 자주 가시니까. 거의 혼자먹어."
베이컨을 씹다가 목이 막히는지 물 한 잔을 마시며 클라나는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대답하자, 마이어는 어색한 분위기에 화제를 잘못 꺼냈음을 깨닫는다.
"아.. 그래; 자주 혼자 먹었나보네."
"막 스물이 된 지금까지도 할아버지랑 먹은 식사의 횟수는 손에 꼽을 정도니까.."
슬쩍 어두워진 표정을 알아채지 못하고 마이어는 노릇노릇하게 구운뒤 저며진 버섯에 포크를 향한다.
"..아. 그렇구나, 난 올해로 스물여덟이야."
"...그래서?"
"뭐, 그냥 그렇다고."
제길 지은 죄가 있으니 강하게 나설 수가 없다. 애초부터 오빠대접은 물건너갔으니, 그냥 얌전히 있는게 상책이라는 생각이 드는 마이어. 사실, 여동생이라고 듣긴 했지만 그저 자신에겐 ‘여성’으로만 느껴질 뿐이다.
그 후로 일상적인 대화를 계속 시도하려 했지만 눈 앞의 어떤 보이지 않는 벽에라도 막힌 듯 진전이 없었다. 어머닌 어렸을 적 병으로 돌아가시고, 아버지는 나인헬NineHell-아마도 지옥같은거라고 마이어는 예상했다- 이라는 곳 어딘가에서 바테주 Baatezu들에게 피살되었을 거란 것. 차원의 문에서 언제 피투성이 달라티룬이 튀어나올 지 모르는 일이기에 나갈 수도 없고 친구도 거의 없었다는 것 등등을 무덤덤하게 대답하는 그녀와 더 이상 즐거운 화제를 통해 친해지려는 생각은 일찌감치 접을 수 밖에 없다.
"...그리고 마법적 의식Ritual에 관해서 한동안은 날 도와야해."
"..."
"잘못왔다."
다시 마현이라 불렸던 곳으로 돌아갈 마음이 생기는 듯 싶다. 마이어는 마음속으로 낙담하며 되묻는다.
"난 언제 되돌아 갈 수 있는거야?"
"못갈걸."
"...."
대충 식사를 마친 마이어가 순간 멍한 상태로 굳는다. "뭐, 진심은 아니겠지." 스스로 위안을 삼을 수 밖에.
"다먹었으면 준비해. 근처 마을 가서 사올게 있어."
식기를 치우며 클라나가 그를 쳐다보지도 않고 말한다. 마치 일꾼을 부리는 듯한 당연하다는 말투에 무의식적으로 거부감이 드는 듯하다.
"난 살거 없는데."
"찌릿!"하고 효과음이 들린 것 같다. 클라나가 별 생각없이 말한 마이어를 무서운 눈으로 째려보자, 그는 순간 움찔 하고는 억지 미소를 지으며 마지못해 대답한다.
"음, 이세계 마을은 어떻게 생겼는지 구경이나 할까."
클라나는 식사전에 미리 준비해 두었는지 등에 멜 수 있는 가죽가방 하나와 스크롤Scroll 보관용 가방, 쿼터스태프 등을 가져오고는 앞장서서 걸어가며 마이어에게 말한다.
"의식에 쓸 마법 스크롤 몇 개하고, 간단한 마법용품, 생활용품 정도만 사면 되니까 얼마 걸리진 않을거야."
"마을까진 얼마나 걸리는데?"
몸뚱아리만 이곳으로 온 그가 준비할게 있을 리가 없다. 하릴없이 클라나를 따라 로비로 나가면서 묻지만 그녀는 대답없이 로비 한가운데에 서서는 바닥을 바라본다. 그제서야 바닥의 희미하게 빛나는 마법적 문양을 눈치챈 그가 엉거주춤 옆에 서자 그녀는 나지막하게 중얼거리며 바닥을 향해 한 손으로 가볍게 손짓한다.
"Elparuze Fae Mel Aimed."
"오..."
번쩍이며 빛이 뿜어져나온다던가, 굉음이 들린다던가 하는 아무런 변화 없이 마이어의 시계가 순식간에 바뀌었다. -아무래도 해리포터의 마법과는 많이 다르게 느껴진다.- 나무가 빽빽하게 우거진 어둑어둑한 숲이 눈 앞에 펼쳐져있다. 토할것 같고 어지러웠던 플레인 Plane간의 이동과 달리 순간적이고 편하게 장소가 바뀌자 그는 자신도 모르게 탄성을 내뱉는다.
"할아버지가 만들어놓은 텔레포테이션 서클 Teleportation Circle이야. 위시 Wish 주문으로 개선시켜놨고..."
"뭔지 몰라도.. 할아버진 대단한 마법사구나.."
"뭐, 아크메이지Archmage니까.. 당연하지. 난 아직 1레벨의 마법밖에 못쓰지만.. "
가볍게 대답하는 클라나를 보며 다시 멋쩍은 표정을 하는 마이어. 그러나 그녀는 별 신경을 쓰지 않는다는듯 말을 이어간다.
"여기서부터는 좀 걸어야해. 마을 한가운데로 텔레포트 할 순 없었으니까."
잡목을 헤치고 익숙한 걸음걸이로 클라나가 앞장서자 마이어는 그 뒤를 별 말없이 따라가기 시작한다. 깊은 숲 속의 한가운데에 있는 것은 아니었던 듯, 잠시 그녀를 따라 걷자 탁 트인 도로 한가운데로 나아갈 수 있었다. 어느 마을의 어귀인 듯 저만치 앞에 민가가 하나 둘 보이기 시작하고 오고가는 사람들도 시야에 들어온다.
사실 달라티룬이나 클라나 역시 현대적 복장을 하고 있지는 않았지만 단 두사람이었고, 달라티룬의 ‘건물’ 안에만 있다가 처음으로 바깥세상으로 나오자 확실히 이곳은 그의 세계와 다른 곳이라는것이 실감이 났다. 중세풍의 건물들, 오고가는 이상한 차림의 사람들...
"타리켈 이라는 그냥 시골마을이야. 오고가는 여행자들 덕에 그래도 상당히 북적대고.. 에라나-루셀레 라는 엘프들의 도시하고도 조금 가까워서 거래를 하러 온 그쪽 엘프들도 가끔 보여."
마이어가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마치 중세시대에 온 듯한 풍경을 신기한 듯 감상하자 클라나가 묻지도 않았는데 몇 마디 해준다.
‘쌀쌀맞다고 생각했는데... 은근히 배려해주네..’
여전히 표정은 딱딱하고 마이어 자신은 쳐다보지도 않으며 말했지만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는 퍼뜩.
“응? 엘프?”
반지의 제왕을 재미있게 본 기억이 난 마이어는 반사적으로 되물었다. 레골라스나 아르웬같은 미남미녀가 머리에 그려지지만 들었는지 못들었는지 클라나는 벌써 걸음을 옮겨 저만치 걸어가고 있다.
“쳇..”
뒤따라가며 툴툴거리는 마이어.
허름한 농부로 보이는 사람들도 지나가고, 이것저것 무기와 갑옷을 차려입은 일단의 모험자들로 보이는 이들도 그의 눈앞을 지나간다. 따스한 오후의 햇볕아래로 북적이는 이국의 시골풍경을 보니 마치 외국여행이라도 온 듯 그의 마음은 저절로 들뜨는 기분이 든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그녀를 따라 푸줏간 비슷하게 보이는 곳에서 생고기와 소시지 등을 사고, 그 외에 이것저것 여러 식료품과 간단한 생필품 등을 사러 돌아다니는 사이 텐션이 한껏 올라갔던 마이어의 기분도 시간이 경과함에 따라 늘어지기 시작한다.
"아... 역시 여자랑 쇼핑은..."
왜 혼자서 오지 않고 자신을 구태여 마을까지 끌고 왔는지 이유가 명확해지는 순간이다. 마이어가 떠맡게 된 짐들은 통째로 맡겨져 짐꾼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같이 한참을 돌아다닌 클라나 역시 힘들것이 분명한데도 지친기색하나 없이 다음 가게로 이동한다. 엇비슷하게 생긴 건물 앞에 옷감과 바늘을 형상화한 그림 아래 블루 테일러-BlueTailor-라고 쓰인 팻말이 있는 건물로 들어가는 클라나.
가게 안은 수십벌의 로브-Robe-자락이 천장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빽빽하게 걸려있고 한켠에는 무두질이 되지 않은 레더아머-ReatherArmor-도 몇 벌 보인다. 한쪽 벽면의 장난기 어린 표정의 나이를 알 수 없어보이는 초로(初老)의 남성의 초상이 시선을 끈다.
"딸랑"
문에 부착된 작은 종소리가 울리고, 가게 한켠의 탁자에서 바느질을 하던 머리만 겨우 보이던 여성이 동시에 고개를 든다.
"아~ 클라나~ 이 보잘것 없는 노움-Gnome-의 가게에 또 흙속의 진주같은 아이템을 찾으러 오셨군! 이게 얼마만이야~"
클라나를 보자마자 만면에 화색을 띄우며 바느질하던 옷감을 두고 그녀에게 다가오는 여성. 처음 마이어는 그녀를 보고 멀리있어서 그런가보다 하고 대수롭지 않게 여겼지만 그녀의 키는 확실히 작았다. 약 120cm정도의 키에 제멋대로 자라난 녹갈색의 머리, 검은 눈동자, 살짝 불거진 광대뼈가 인상적인 그녀역시 초상화의 인물과 같이 장난기어린 눈으로 클라나를 맞아주었다.
아마도 가족의 한 사람이었을까.
‘노움Gnome?? 반지의 제왕에 나왔던 난쟁이같은건가?? 들어본 것도 같고.. ’
사실 놀랍지도 않다. 이젠 이 세계가 ‘다른세계’라는 것을 아무렇지도 않게 인정해버리는 마이어.
"리싸, 오랜만이에요. 물건이 많이 늘었네요?"
"아, 그럼그럼, 괜찮은 물품들을 제레-펠룸에서 상당히 들여왔고, 내 비장의 수작업품들도 꽤나 늘었다구. 훗훗훗. 자긴 뒷태가 이뻐서 로브자락에 드러난 섹시한 엉덩이를 보면 도도한 척 하는 엘프녀석들조차 침대에 쓰러뜨리고 싶어 안달이 날걸~ 훗훗훗. 마침 자기 머리칼하고 같은 색의 로브가 있는데 말야...이게 사실 내 마법적 센스와 바느질 실력, 그리고 최고의 엔필레드 클라브의 페어렌지드 실크라는 섬유의 홑실을 ... "
"아..저기 일단은 좀 살펴보고요."
만나자마자 정신없이 입담을 과시하는 리싸의 말을 클라나가 진땀을 흘리며 자른다.
‘엉덩이 이야기는 전적으로 동감.’
뒷켠에 서서 가게를 둘러보던 마이어는 지친몸으로 벽에 몸을 기대다가 클라나의 뒷태를 새삼스레 훑어본다.
"어머, 자기 뒤에 어비스-Abyss-에서 방금 튀어나온 것 같은 표정을 한 다죽어가는 남자는 누구? 꼭 서큐버스한테 정기라도 빨린것 같아~ 이쪽동네사람은 아닌 것 같은데? 어머어머, 그러고보니 검은머리에 검은 눈동자는 드문데? 골격도 이쪽 사람들하고 틀리게 왜소하고.."
쇼핑으로 인해 힘든기색은 사라지고 순식간에 긴장하는 마이어. 다른 플레인-Plane-에서 왔다고 하는 사실을 딱히 숨길 필요는 없지만 왠지 꺼림직한 느낌이 들어 자신도 모르게 표정이 굳어진다. 난감해하는 사이 클라나가 천연덕스럽게 대꾸한다.
"동방대륙 "호리우-선"에서 온 할아버지 손님이에요. 그쪽의 검술을 실드 가디언-Shield Guardian-에 접목시킬 수 없을까 연구중이시거든요."
"아~ 그래요~ 반가워요. 난 클라나가 친언니처럼 따르는 노움, 리싸라고 해요. 이름이..?"
능글맞게 자기소개를 하는 리싸를 보며 클라나는 쓴웃음을 짓는다.
"마...마혀..ㄴ..이 아니라 마이어라고 해요"
당황해서 반사적으로 대답하는 그에게 한번 씩 웃어주고 리싸는 가게 구석에서 엷은 붉은색의 옷을 가져온다. 가죽으로 소매마다 덧대여진 상,하의가 나누어진, 로브라고 부르기는 다소 무리가 있는 모양이었다.
"좀 타이트해야 몸매가 살거든~ 스커트에 옆트임도 좀 주고 어때? 괜찮지 괜찮지?? 약간의 화염저항도 붙어있는 괜찮은 아이템이야. 클라나 오랜만에 왔으니 150gp 정도만 받을게 훗훗훗~"
"하.. 글쎄요."
"아이 그러지말고~ 마법이 걸린거잖아~ 달라티룬은 이런거 만들어줄 시간도 없는 것 같은데.. 좋아! 지금 사면 뒤에 오빠한테 쓸만한 레더아머 하나도 껴줄게!"
자신에게 냉랭하게 대하긴 했지만 마을에 와서부터는 클라나가 다소 명랑해 진 듯 한 느낌에 마이어는 의외라고 생각한다. 결국 사기로 했는지, 한참 이야기를 나누던 클라나는 로브와 갑옷을 역시나 마이어에게 떠넘기고 가게를 나온다.
"우우... 화염저항이란 말에 혹해서 질러버렸어.."
기쁜건지 슬픈건지 모를 표정을 한 클라나가 중얼거리자 마이어가 들고가기에 애매한 갑옷을 대충 걸치며 말했다.
"...저기.. 대체 여긴 화폐단위가 어떻게 되는거야? 지금 좀 과소비 한거 맞지?"
"찌릿"
예의 눈빛공격이 작렬하자, 또다시 움찔하는 마이어. 하지만 클라나는 의외로 순순히 가볍게 한숨을 쉬고는 설명하기 시작한다.
"남쪽 지방인 마프룸은 페니-Penny-, 플로린-Florin-등의 단위로 쓰고 여기 타리켈은 북쪽지방에 가까워서 제레-펠룸의 단위인 피스-Piece-를 써. 엘프도시인 에나라-루셀레 역시도 그렇고.. 1gp-GoldPiece-면 숙련된 전문가의 하루 임금이라구... 저기 지나가는 농부정도면 그 1/10인 하루에 1sp-SiverPiece-정도 벌껄... "
그녀의 손 끝은 멀리 보이는 주점으로 향하는 한 건장한 농부를 향해있다. 다소 놀란 마이어는 리싸를 만나기 전 2cp-CopperPiece-에 밀가루 1파운드를 샀던 것을 기억해낸다.
"아 젠장 리싸도 나 빼고는 좀처럼 손님이 없으니까 비싸게 팔아먹는 것 같단말야."
"된장녀구나.."
"응?"
"아냐. 아무것도."
다소 미심쩍은 표정으로 마이어를 바라보던 그녀가 홱 돌아서서는 다시 걷기 시작한다.
"아, 같이가."
제대로 끈으로 조이지 못한 레더아머가 덜렁거리며 옆구리에서 휘적거린다. 그리고 그에따라 힘겹게 짐을 들고 그녀를 따라가는 그의 동작을 방해한다.
“참, 그 가게의... 리싸씨라고 했나? 인간이 아닌거야? 노움..? 그리고... 좀전에 뭐, 엘프도시?? 엘프도 있어??”
"미러 이미지 Mirror Image, 아케인 아이 Arcane Eye, 멘딩 Mending, 박쥐 털 약간, 맨드레이크 뿌리..."
"응? 뭐?"
묻는 말에는 대답도없이 혼자서 중얼거리며 미간을 좁히는 클라나를 보고 마이어가 의아한 듯 되묻는다.
"쇼핑목록 정도는 외워야해서 그냥. 스펠북의 내용도 아니고 간단하니까. "
계속해서 무언가 골똘히 생각에 잠긴 듯 들리지 않을 정도의 목소리로 혼잣말을 계속 되뇌이는 그녀가 혼잣말을 멈추고 아무 말 없이 길모퉁이 구석진 곳의 한 허름하게 생긴 가게 안으로 들어간다. 허둥대며 조금늦게 따라들어간 마이어에게 문을 열자마자 오래된 종이냄새가 와닿는다. 달라티룬의 건물에서 처음 정신을 차렸을 때의 그 냄새. 역시나 가게안 정경도 비슷하게 되어있다.
알 수 없는 수많은 책들과 스크롤, 뼈나 눈알, 작은 돌멩이, 등등의 물품들이 들어가 있는 시험관 등. 한켠에서 책을 읽고 있던 로브차림을 한 짧은 머리의 늙은 여성이 방금 들어온 마이어를 힐끗 바라보고는 다시 책으로 눈을 돌린다. 노인의 책상 앞에 서있는 클라나는 책상위의 보통보다 납작하게 생긴 해골을 집어들고 이리저리 살펴보고 있다.
"이거, 드워프-Dwarf-두개골이죠? 전에 왔을 땐 못봤는데. 동족인데, 좀 기분나쁘지 않아요??"
"파그림 스컬크러셔라는 사악한 녀석의 머리통이지. 생전에 엄청난 술고래라서 뼈다귀조차도 근처의 수분을 흡수한다더군."
노인은 읽던 책에서 눈도 떼지 않은채로 클라나의 말에 대답해주고 있다.
"헤에.. 신기하네요."
클라나는 원래는 안구가 들어있을 뻥 뚫린 눈구멍을 통해 내부를 살펴보며 건성으로 대답한다.
"한마디로 방습제군.."
그런 생각을 하며 마이어는 가게 내부로 들어서자 클라나가 해골을 내려놓고는 노인에게 말한다.
"저쪽은 마이어라고 해요."
"난 드레답이란 늙은이다."
드레답이라 소개한 노인은 퉁명스러운 통성명 이외엔 마이어에게 그다지 관심을 두지 않고 계속해서 책만 읽고있다. 원래가 그런 성격인지 클라나도 크게 신경쓰지 않는 눈치이기에 그는 우두커니 서서는 눈 앞의 둘을 바라본다.
"일단 필요한건요, 미러 이미지, 아케인 아이, 멘딩 스크롤이구요, 박쥐 털 약간, 맨드레이크 뿌리...에 그리고 엘븐스파인-Elven Spine-숲의 샘물이요."
"캐스터-Caster- 레벨도 낮은 녀석한테 달라티룬이 참 고생시키는군.. 호문쿨루스-Homunculus-라니..."
"아.. 역시 알고 계셨네요. 뭐 별수없죠. 타나"리-Tanar"ri가 쳐들어온다나 머라나.."
다소 놀랐다는 듯이 대답하는 클라나. 그리고 그에 아랑곳없이 노파는 책에서 눈을 떼고 일어나서는 그녀에게 내 줄 물품들을 찾기 위해 스크롤 더미를 뒤적이며 말을 잇는다.
"평범한 재료로만으로 만들어봐야 안될테니 저녀석이구만... 그래, 게이트-Gate-를 막으려면 저녀석의 정.."
"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별안간 다급하게 소리를 지르며 노파의 말을 끊는 클라나를 마이어는 놀란듯이 쳐다본다. 그러나 그를 바라보는 그녀 역시 상당히 여유없는 표정이다. 그녀는 그에게 급히 다가와서는 남은 돈주머니를 건네고 재빨리 말한다.
"이야기가 길어질 것 같네. 아까 농부가 가던 술집 봤지? 거기서 한잔 하면서 기다려. 짐은 여기다 놓고가고."
"??"
피식 웃으며 책에 눈을 돌려버린 노파는 의외로 화내지도 않고 둘의 이야기가 끝나기만을 기다리는 듯 하다. 등까지 떠밀며 가게 밖으로 쫓아내는 클라나를 이상한 눈으로 쳐다보다가 포기하고는 멀찍이 보이는 술집을 향해 간다.
"농부의 일주일분 노동량이네. 다쓰고 요게 남은거라니..."
손 안의 7sp를 살펴보며 중얼거리고는 불스아이-Bull"sEye-라 이름붙여진 술집을 바라본다. 어느새 슬슬 석양도 저물어가는지라 술집안에서 새어나오는 불빛이 선명히 보인다. 문 밖에는 일단의 모험자들로 보이는 이들이 술잔을 들고 나와서까지 떠들고 있었고 떠들썩한 목소리가 들려오는 터라 상당히 흥미가 생긴다. 다만 청바지에 티셔츠, 그 위에 갑옷을 걸친 우스꽝스러운 ‘동양인’이 들어갔다가 모두의 주목을 한꺼번에 받을까 좀 걱정이 되긴 한다.
"..에이 뭐 어때.."
클라나는 술이라도 한 잔 하라고 할 정도로 긴 이야기를 할 듯 한데 마땅히 갈 곳도 없는 마이어는 일단 조심스럽게 문을 열고는 안으로 들어갔다.
"으헤헤헤!!"
"캬캬캬캬캬캬캬"
"휘유~저 바드-Bard-년, 젖탱이 죽이는데!"
들어가자 마자, 한꺼번에 들려오는 떠들썩한 소리. 겉보기와 달리 내부는 생각보다 상당히 넓었고, 마치 마을 안의 모든 사람들이 들어오기라도 한 듯 북새통을 이루고 있었다. 마치 육중한 도마뱀같은 형상을 한 전사부터 옷가게의 리싸와 같은 노움들도 떠들썩하게 놀고 있기에 그들과 비교하면 오히려 평범하다고 생각되는 마이어는 전혀 눈길을 끌지 않고 있다.
오히려 그사실에 실망감이 들 정도로 지나가는 마을주민조차 눈길 한 번 주지 않기에 그는 안도하며 바-Bar-로 다가갔다.
턱수염을 깔끔히 다듬은 인상좋은 중년의 남성이 손님들 한가운데에서 멋들어지게 하프를 연주하는 여성을 구경하며 박수를 치다가 마이어를 알아채고는 먼저 말을 건넨다.
"어이쿠~ 호리우-선에서 건너오셨수? 꽤나 구석진 마을까지 찾아온 사람은 처음 보는구만 그랴! 뭘로 드시겠소?"
‘아... 클라나가 그렇게 둘러댔지..’
마이어는 자신의 출신지를 대충 둘러대던 모습을 기억해내고는 중년남성에게 딱히 부정의 말을 하진 않는다.
"아.. 추천할만한거 있나요?"
"흠! 얼마전에 노스사이드 캐러밴들에게 잔뜩 산 에일-ale-이 요샌 가장 평이 좋지!"
주위의 마을주민 둘이 워낙 시끄럽게 떠들어 거의 들리지 않았지만, 조금 떨어진 곳에서 노래를 부르던 여성은 육중한 갑옷차림의 남성의 무릎에 걸터앉아 여전히 하프를 연주하고 있다. 가슴쪽만을 가리는 레더아머에 타이트한 차림인 그녀가 음란한 몸짓으로 허리를 흔들며 연주하자 구경꾼사이에서 더욱 탄성과 함께 목소리들이 높아져만 간다.
‘오....’
마이어는 자신도 모르게 다른이들과 마찬가지로 찬탄을 금치 못하며 잠시 정신을 빼앗겼다. 그녀역시 모험자 비슷한건지 등뒤엔 크로스보우CrossBow, 허리춤엔 그다지 길어보이지 않는 숏소드ShortSword로 무장한 채였다.
“이봐! 마실거야, 말거야!”
재차 물어보는 눈앞의 남자가 고함을 치자 그제서야 퍼뜩 정신을 차린 마이어는 반사적으로 대답했다.
"그걸로 줘요!"
눈앞의 동방인을 바라보던 주인이 거의 사람 머리만한 잔을 내밀며 그에게 말한다.
"4cp요!"
이 세계의 체감물가는 아직 마이어에게는 제대로 느껴지지 않는다. 액수로봐서 고급인지 저질의 술인지는 알 수 없지만 의외로 괜찮은 목넘김에 만족하며 그는 잔을 들고 구석자리에 가 앉는다. 상당한 미인으로 보이는 여성의 하프 연주를 구경하며 떠들썩한 분위기속에 술 한 잔은 클라나에게 떠밀려 들어오긴 했지만 오길 잘 했다는 생각이 든다.
"이봐! 프리드라! 젖탱이좀 보여줘~"
"그래그래! 난 그 포즈가 꼴리더라구!"
"으핫핫핫핫~!"
십수개의 테이블이 들어서있는, 시골치고는 워낙 넓은 공간이기에 제각기 떠드느라 정신이 없긴 했지만 그래도 꽤 많은 수가 그 ‘프리드라’라고 불린 여성의 노래에 귀를 기울이고 있다. 개중에는 전부터 노래를 들어왔는지 그녀에게 익숙하게 수작을 부리며 즐겁게 술을 마시는 사람들이 꽤 보인다.
‘한국같으면 성추행으로 잡혀가겠다....’
그러나 그녀는 그런 짖궂은 관객들의 요청을 들은채만채로 연갈색으로 땋은 머리를 정돈하며 계속해서 노래를 이어 갈 뿐이다.
....
나는 길거리의 하찮은 브리갠드-Brigand-였어요
그러나 당신을 보는 순간 나는 포기했고 당신을 따라 일어섰어요
나는 당신과 별을 연결해줬고 나쁜 운명은 전부 내가 가져갔어요
나는 도둑이지만 딱하나 당신의 마음은 훔쳐낼 수 없었어요
나의 모든 연결고리는 무참히 끊겼어요
당신의 트롤-Troll-같은 손이 내 다리사이로 들어올 때~
먹이를 찾아 배회하는 와이번-Wyvern-의 별빛바다를 바라보며~
당신의 오거-Orge-같은 것이 내 다리사이로 들어올 때~
솔라-Sola-를 찾아 배회하는 아콘-Archon-들의 별별빛바다를 바라보며~
한명의 우윳빛 소녀는 루비처럼 붉게 물들어가고~
‘야하네.’
술꾼들의 수작뿐만 아니라 노랫말 역시도 잘은 알아들을 수 없었지만 상당하다. ‘노스사이드’ 에일의 상쾌한 목넘김도 느끼지 못하고 마이어 역시 호리호리한 몸매에 어울리지 않는 커다란 가슴을 가진 그녀가 애로틱하게 허리를 흔들며 노래를 이어가는 것을 넋놓고 바라본다. 그는 다리사이가 그 몸짓과 노랫말 때문인지 불룩하게 솟아난 것을 느끼고는 잠시 당황한다. 프리드라는 또다시 한 중년 전사의 갑옷에 안기더니 매혹적으로 그를 바라보며 노래한다. 턱수염을 덥수룩하게 기른 남성은 헤벌쭉 웃으며 한 손으로 그녀의 가슴을 주무르려 손을 가져가며 맥주를 단숨에 들이킨다. 그러나 별안간 그녀는 그의 무릎에서 벌떡 일어나 다른 테이블을 향해 하프를 연주하며 걷는다.
"프리드라~! 돌아와~"
잔뜩 흥분해 들떠있던 그는 아쉬운지 입맛을 쩍쩍 다시며 시끄러운 인파를 헤치고 주인이 앉아 구경하던 바-로 다가가 잡담을 하는 듯 하다. 그 후로도 그녀는 가슴과 엉덩이에 몇 명의 억센 손길을 피하며 여기저기를 오가고 그 때마다 함성과 찬탄, 아쉬움의 소리가 퍼진다.
"와우.. "
자신도 모르게 노래에 흥분해 탄성을 내뱉던 마이어의 눈 앞에 은빛의 하프가 나타난다.
"어라?"
어느새 다가온 프리드나가 도발적인 표정으로 마이어를 내려다 보며 하프의 현을 튕긴다.
...
나는 도둑이지만 딱하나 당신의 마음은 훔쳐낼 수 없었어요
나의 모든 연결고리는 무참히 끊겼어요
당신의 트롤-Troll-같은 손이 내 다리사이로 들어올 때~
마치 마이어와 대화하듯이 똑바로 바라보며 노래를 부르자, 오히려 그가 얼굴이 붉어진다. 벌어진 레더아머 사이의 두 개의 커다란 과실이 마이어의 한 팔에 부벼지고 그녀의 하얀 손이 거미처럼 기어와 그의 다리사이 잔뜩 발기된 물건을 슬쩍 움켜쥔다.
"잌!"
먹이를 찾아 배회하는 퍼플웜-PurpleWorm-의 몸통을 흔들며~
프리드나는 바지 위로 마이어를 붙잡고 위 아래로 천천히 흔들며 끈적이는 목소리를 그의 귓가에 흘려넣는다. 귀 언저리에 닿는 뜨거운 숨의 느낌, 벌써 눈물을 흘리며 괴롭힘 당하는 그의 물건이 스스로 정신을 차릴 수 없도록 만든다. 가까이 다가온 그녀의 땋은 머리칼 사이로 작지만 뾰족한 귀가 눈에 들어온다.
"어이~ 거기 동방인! 프리드나 엉덩일 움켜잡으라고!"
"으하하하하하!!"
"캬캬캬캬캬!"
누군가 마이어를 향해 외쳤지만 곧 시끄러운 웃음소리와 소음에 묻혀 누군지 알 수 없다. 술집 한가운데의 가장 커다란 테이블에 드워프 하나가 웃옷을 벗어 던지고 근육질의 몸을 과시하며 뛰어올라간다. 맥주를 단숨에 비우고 고래고래 드워프어-Dwarvern-로 노래를 부르기 시작한다.
‘드워프구나 저사람은..’
"모라딘의 가호를!"
"빌어먹을 에일에 모라딘의 가호를!!"
순식간에 술꾼들은 테이블 위에서 마이어가 듣기에는 알아들을 수 없는 노래를 따라부르며 드워프 주위를 감싼다. 프리드나의 순서는 이미 지나간 것인지 다들 어느새 신경은 드워프의 꿈틀거리는 근육에만 몰려있다. 한층 더 시끌벅쩍한 소리가 들리자 마이어가 그쪽을 무심코 바라본다. 그리고 그 순간 다리사이의 나긋나긋한 손동작이 사라지고 그녀가 멀어진다.
"그럼 난 이만~"
큰 눈 하나를 감으며 마이어를 향해 깜빡 윙크하는 프리드나. 뒷문 앞에 서서는 웃으며 한 손으로 그에게 보이도록 작은 돈주머니를 흔든다. 그리고는 뒷문을 통해 나가버리는 그녀.
"에엣! 잠깐!"
그제서야 클라나에게 받은 돈이 사라진 걸 깨달은 마이어가 급히 일어서 그녀를 따라간다. 아차 싶은 생각에 당황해 앞 뒤 가릴 것 없이 따라나가자 멀찍이 맞은편의 숲으로 들어가는 그녀가 보인다.
"무기도 없는데.."
달라티룬에게 받은 그 이상한 칼-롱소드LongSword도 그 지옥인지 뭔지-섄딜라브리-Shendilavri-에서 잃어버린 듯 하고 앞서간 프리드나라는 여자는 등뒤에 라이트 크로스보우-LightCrossbow와 숏소드-ShortSword-로 무장하고 있기에 좀 꺼림직하다. 그냥 나갈 수도있는 상황에 보란듯이 자신의 돈을 보여준 것이 못내 마음에 걸렸지만 무서운 눈을 한 클라나를 생각하곤 숲으로 뛰어들어간다. 필시 사실대로 말하면 그 앙칼진 성격에 어찌 될지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아아앙, 거..거기!"
"더 해줘 더 쎄게 해줘!"
클라나를 마치 끔찍한 공포의 여왕이라도 된 듯 별의별 과장까지 공상에 더해져 말도 안되는 상상으로 계속 이어지는 찰나, 이상한 소리가 들려온다. 숲 속으로 들어가면 들어갈 수록 여기저기서 점차 강해지는 신음소리. 다른 사람들에게 들려도 상관없다는 듯 여기저기서 욕망에 헐떡이는 소리들이 들려온다.
"에... "
술집 뒤쪽의 숲은 적당히 취기가 돈 연인들이 최대한 빨리 으슥한 곳을 찾으려 할 때 자주 찾는 밀회 장소였음에 틀림없다. 당황해 주위를 두리번 거리는 마이어 앞에 먼저 들어갔던 프리드나가 풀숲을 헤치고는 나타나 앞에 서서 그를 바라본다. 그리고 혀로 입술을 핥으며 가볍게 손짓한다.
"이봐, 내 돈 아니라고. 돌..."
"참 퍼슨-CharmPerson-."
짤막한 시동어와 간단한 손짓이 그를 향한다.
순간 무언가 보이지 않는 힘이 마이어의 머릿속에서 가볍게 떠돌며 눈 앞의 모든 것을 친숙한 느낌으로 바꿔준다. 아마 그녀는 자신을 이곳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미리 준비하고 있었으리라.
마이어는 위화감에 반항하려 하지만 눈 앞의 프리드나가 자신의 앞섶을 풀고는 커다란 가슴을 꺼내곤 스스로 주무르는 광경에 놀라 순간적으로 긴장을 끈을 놓쳐버린다.
“우와.....”
그녀의 손길을 따라 커다란 살덩이가 음란하게 모양을 바꾸며 그를 유혹하자 금방이라로 달려들어 얼굴을 파묻고 싶은 생각이 든다. 수년을 함께 한 애인이나 아내같은 느낌, 이상하게도 마치 친구 이상으로 친밀한 그녀를 지금까지 왜 경계했나 싶을 정도로 그녀에게 믿음이 쌓인다.
"이리와, 나 좀 도와줘어~"
누가 들어도 가식적인 코막힌 소리를 하는 그녀. 하지만 그는 자연스럽게 그녀의 부탁을 진심으로 들어준다. 마이어의 손을 잡고는 스스로 자신의 가슴에 갖다대는 그녀의 행동에 그는 별 저항없이 두 개의 커다란 과육을 음미하며 그 광경을 바라본다. 그의 손에 의해 하얗고 둥근 그녀의 유방이 이리저리 모양을 바꾸며 탄력을 뽐내고 마이어는 양 손가락으로 끝부분의 분홍색 돌기를 부드럽게 문지르며 긴장된 숨을 내쉰다.
부드럽고 말랑말랑한 그 느낌을 손으로 느끼며 그의 숨이 점차로 거칠어진다.
"음... 좋아. 그렇게.."
그녀역시 그를 마주 바라보며 허리어림에 손을 갖다대고는 타이트한 가죽바지와 팬티를 한꺼번에 무릎 위까지 끌어내린다. 그러자 머리색과 같은 연갈색으로 자라나있는 그녀의 음모가 시원한 밤공기에 노출되고 정신없이 가슴의 첨단을 희롱하던 그의 눈을 잡아끈다.
"난 프리드나라고 해.. 들었지? 당신은?"
그렇게 바지를 내린 상태로 그녀의 양 손이 마이어의 바지춤으로 다가가더니 안으로 쑥 들어온다. 그녀의 가슴을 정신없이 주무르던 그는 손을 떼고 자신의 청바지를 그녀와 같이 반쯤 내려주자 그녀의 손이 기쁜 듯이 마이어의 잔뜩 발기되어 있는 물건을 마사지 해 준다.
"마현."
"마히..연?"
"그냥 마이어라고 불러.."
이상하게도 위화감은 느껴지지 않고 마치 전부터 알아왔던 사이처럼 느껴지는 그녀에게 일말의 의심도 없이 이름을 가르쳐준다. 마이어가 손을 뒤로 돌려서는 그녀의 엉덩이를 감싸쥐자, 방금 술집에서 봤던 나긋나긋한 허리의 움직임을 재현하듯 그녀의 엉덩이가 곡선을 그리며 천천히 흔들린다. 가슴과 다르게 터질듯 탱탱한 감촉. 손만으로는 움켜쥐는게 고작인 뜨겁게 달아올라 있는 엉덩이가 그의 손바닥에 착 달라붙어 탄력을 뽐낸다.
딱딱하게 굳어진 고기막대를 손에 쥔 미녀가 그것을 부드럽게 쓰다듬어주며 그에게 밀착한다. 먹음직스러운 커다란 유방이 그의 가슴에 짓이겨지고 온몸으로 서로의 체온이 느껴진다. 이미 주위의 신음소리들은 마이어의 귓가에 들리지 않을 정도로 프리드나에게 신경이 쏠린다. 어깨에 턱을 올리고는 귓가에 또다시 뜨거운 숨을 불어넣으며 그녀가 마이어에게 음란하게 속삭인다.
"...빨아줄까?"
귓가에 뜨겁고 축축하게 느껴지는 숨결과 함께 음란한 말이 속삭여지자 마이어의 등골이 약한 전기에 관통된듯 찌릿하다. 듣는 순간 그녀의 손에 잡힌 그의 물건이 용틀임을 해 대며 반응하자 그에게 기대고 선 프리드나의 얼굴에 득의양양한 미소가 떠오른다.
"대신 하찮은 마법 스크롤을 좀 가져다 줬으면 하는데... 헤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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