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꾸루룩--!!”
“꾸웨엑--!!”
부글부글 끓는 듯한 높고 날카로운 소리는 오크 멱따는 소리다. 돼지 멱따는 소리와 더불어 듣기 싫은 천연의 소리의 투톱을 이루는 바로 그 소리다.
“보셨소? 오크라는 놈은 말요 이렇게 한 번의 공격에 모든 걸 다 건다구. 온몸의 모든 근육을 사용해서 일격필살, 단 한 번의 공격만 있다는 듯이 공격하다보니 이렇게 공격하고 나면 자세가 무너지는거요. 말 그대로 온몸이 빈틈이 되는거지.”
슈칵--!!
츄릇--!!
“꿰에에엑--!!”
“꾸우욱--! 꾸엑--!!”
칸피니스의 바스타드 소드가 다시 허공을 가르며 오크의 목을 베어간다. 가볍게 휘두르는듯한 검격에 돼지머리를 연상케 하는 오크의 머리가 연달아 허공으로 떠오른다.
“하지만 그렇다고 아무 대책없이 공격하는 건 아니오. 이놈들은 원래가 집단생활을 하는 놈들이거든. 그래서 두 마리만 되어도 본능적으로 합격을 할 수 있다구. 봐요. 지금. 한 놈이 공격을 하느라 틈이 드러나니까 다른 오크가 그 자리를 메꾸며 방어해주고 있잖수. 이래서 인간 기사에 비해 한참 떨어지는 힘과 민첩성에도 불구하고 오크가 위험한 몬스터로 분류되는 거요.”
츄르르르릇--!!
촤라락--!!
슈칵--!!
서걱--!!
“꾸에엑...”
“꾸엑...”
“꾸우우욱...”
“꾸웨에에엑...!!”
한 번의 칼부딪힘도 없다. 지나칠 정도의 깨끗한 궤적을 따라 흐르며 검은 오크의 치명적인 급소만을 찾아 잔인하게 헤집고 갈라놓는다. 한 번에 확실한 치명적인 일격을 가하는 솜씨는 보는 것만으로도 소름이 돋을 정도로 냉혹하기까지 하다.
“여러마리의 오크가 합격을 하는 거니까 이놈들의 동작은 보이는 그대로 응용하면 안되요. 사람에 맞게 혼자서 쓸 수 있는 동작으로 적절히 응용해야 하죠. 예를 들면 주근육은 이렇게 앞으로 검격을 뻗으면서도 세근육을 뒤로 당겨두어 한 몸이면서도 두 사람이 움직이는 것처럼 여러 가지 상황에 대처하는 거죠. 이렇게 한 번에 모든 걸 걸고 검격을 퍼붓고서도 미세근육의 인도를 따라 빠르게 몸을 원상태로 돌릴 수 있도록 말이죠. 물론 그러자면 미세근육을 많이 단련해야 해요. 주근육의 움직임에 맞추어 적절한 카운트와 균형을 잡아줄 수 있으려면 주근육만큼은 아니더라도 충분한 힘을 발휘할 수 있도록 준비해두어야 하는 것이죠.”
슈각--!!
서걱--!!
츄르르르르--!!
샤라락--!!
슈칵--!!
“꾸우욱..!!”
“꾸웨엑...!!”
이토록 강하고 깨끗한 검격을 날리면서도 입으로 설명까지 곁들이고 있으니 정말 경이적이라 아니할 수 없다. 무려 삼십여마리에 이르는 오크를 상대로 싸우면서도 자신의 검격은 물론 오크의 동작 하나하나에 대한 일일이 지적해가는 모습은 위태위태해 보이는 만큼이나 절로 감탄이 터져나온다.
“응용하자면 이렇게 되는겁니다. 이렇~~~게!! 검격을 치고서 다시 이렇게 몸을 빼서 공격을 막고 다시 후려치는 거죠. 이해 되나요? 다시 보여드릴까요?”
열심히 떠들고는 있지만 정작 설명을 들어야 할 히리스는 그의 말을 듣고있지 않다.나름대로 친절하게 설명해준다고 하지만 그것도 어느정도 수준이 맞아야 듣거나 말거나 한다. 워낙에 상식을 벗어난 싸움이라 설명은 이해할 엄두도 내지 못하고 그저 멍하니 칸피니스의 검격만을 감상할 뿐이다.
슈칵--!!
카캉--!!
카각--!!
슈각--!!
서걱---!!
“꾸루룩--!!”
“꾸에에엑---!!”
“봤수? 여기서 중요한 건 허리와 등의 미세근육의 움직임이에요. 팔의 미세근육도 정교하게 컨트롤해야하는 건 당연하구요. 그래야 강한 공격을 한 후에도 빠르게 힘을 거두어 자세를 바로할 수 있어요. 이해되죠?”
칸피니스의 수련이라는 것은 이미 가문의 검술을 반복숙달하는 것을 넘어서있다. 몬스터와 싸우며 몬스터의 전투방식을 받아들이고 흉내내서 자신의 검술에 응용하는 새로운 방식으로 또하나의 경지를 개척해가고 있는 것이다. 이것이 흑암의 숲에서 남몰래 하고있는 칸피니스 나름의 수련방식이다.
히리스가 칸피니스의 수련을 처음 보았을 때 무모하게 몬스터들을 향해 달려가는 그의 모습이 걱정스럽고 두렵기만 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 수록 칸피니스가 얼마나 강한가를 알게 되면서 그 걱정과 두려움은 놀라움과 감탄으로 바뀌었다.
“가... 강하구나.”
오크를 만나면 오크를 닮아가고, 코볼트를 만나면 코볼트를 닮아가는 검격은 인간의 상식을 뛰어넘는 궤적을 그리며 인간이 아닌 듯한 위력을 보이고 있다. 귀족가문에서 태어나 기사들의 검격을 보며 자라난 히리스는 그가 보인 검격이 얼마나 대단한 것인가를 어렵지 않게 알아볼 수 있다. 강한 것은 이미 알고 있엇지만 칸피니스는 강해도 너무 강했다.
“너... 너무 강해... 기사단장조차도 저 아이를 이기지 못할거야. 아마 아버지도... 이대로 더 강해진다면 아마 영지의 모든 기사와 병사를 합친 것보다 강해질까?”
물론 그럴리는 없다. 아무리 인간이 강하다 해도 혼자서 수십명의 기사와 수백명의 훈련된 병사를 상대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전설의 마스터가 아닌 이상에는 결국 열 손이 한 손을 이기지 못하는 평범한 진리에 포함될 뿐이다.
“강해지면... 영지의 모든 기사와 병사들을 합친 것보다 강해지면... 모두... 모두 죽일까? 로메르 오라버니와 알스테아 오라버니... 그리고 기사들... 견습기사들까지? 병사들도... 죽이게 될까?”
그녀가 걱정하는 것은 그가 강해지는 것이 아니다. 그가 강해짐으로서 그의 강함에 의해 불어닥칠 피바람을 걱정하는 것이다.
“그는... 그는 다... 모두 다 죽여버릴거야. 한 줌의 미련도, 조금의 동정도 갖지 않은 채 태연히 표정하나 바꾸지 않고 모든 이들을 죽여버릴거야. 살아남는다면... 나랑... 힐레인... 그리고... 여자들일라나?”
장난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을 때조차 그의 눈이 얼마나 잔폭한 광기로 번들거리는가를 히리스는 너무 잘 알고 있다. 가장 가까운 곳에서 가장 가까이 감정을 나누는 사이이기에 모를래야 모를 수 없다. 그 광기가 현실로 나타날 것이라 생각하니 절로 두려움에 몸이 굳어온다.
“여기서 이렇게! 수평으로 검을 휘두를 때는 옆구리와 축이 되는 다리, 그리고 반대쪽 다리의 균형을 이렇게! 이런 식으로 맞추어야 해요. 나아가는 검격에 힘을 실어주면서도 언제든 검을 회수할 수 있도록 미리 근육에게 명령을 내려두는 거죠. 이렇게 하면 혼자서 오크가 무리를 이루어 싸우는 동작을 그대로 재현할 수 있어요. 봐요. 여러 사람이 싸우는 것 같지 않수?”
하지만 그녀를 더욱 절망케 하는 건, 자신을 위해 땀을 뻘뻘 흘리면서 동작을 해보이고, 다시 설명까지 해주는 칸피니스라는 남자를 사랑하고 있는 자신이다. 형제의 죽음에 눈물을 흘리면서도 끝내 그의 광기를 막을 수 없는 무력한 자신에 대한 자각이다. 참혹한 미래만큼이나 무력한 방관자일 수밖에 없는 자신의 처지가 더욱 그녀를 비참하게 만든다.
“봤수? 이렇게... 이렇게... 허리를... 그리고 어깨를 허벅지의 선과... 어?”
한참을 자기세계에 빠져 검술을 시연하며 설명하던 칸피니스는 그제야 우울하게 쭈그려 앉아있는 히리스를 발견한다.
“누님. 누님. 왜그래요? 뭐 안좋은 일 있어요?”
싸우는 도중에 한눈을 파는 것은 오크들이 용납할 리 없다. 일방적으로 학살당하던 주제에 칸피니스의 빈틈을 노리고 기회라는 듯 오크들이 달려든다.
“이것들은 또 왜 이리 귀찮게 굴어.”
지금껏 시간을 끌었던 이유는 히리스에게 자신의 검술을 보여주기 위함이다. 그녀가 바란 일이었고, 그로서도 그녀가 스스로 지킬 수 있는 검술을 지니기를 바랬기에 가르쳐주는 겸 해서 그리했던 것이다. 그녀가 보지 않는다면 쓸데없이 남에게 보여주는 검술을 하느라 시간과 힘을 낭비할 필요 없다.
퍼퍽--! 퍽--!! 슈칵--!! 카각-!! 석--!! 서걱--!!
이번에는 비명을 지를 여유조차 없다. 고통을 느끼기도 전에 칸피니스의 검이 오크들의 목을 하나의 선으로 모두 따버렸기 때문이다.
“귀찮게스리!”
오크들이 모두 바닥에 뒹구는 데 걸린 시간은 눈 한 번 깜빡이는 시간 정도에 불과하다. 검이 처음 뻗어나가고 다시 회수되는 동안 걸린 시간이 오크가 모두 쓰러지는 데 필요한 시간이다. 지금까지의 싸움이 허망해질 정도로 짧고 간결한 결말이다.
“누님! 누님! 왜그래요! 어디 아파요? 어디 안좋아요? 왜그래?”
우울한 마음을 가누지 못한 채 칸피니스를 바라보던 히리스는 칸피니스가 오크를 전멸시키는 장면을 보며 눈을 동그랗게 뜬다. 지금껏 자신에게 보여준 모습도 그 나이또래에서는 견줄 이가 없을 정도로 강한 것이었는데, 자신의 모습에 놀라 다가오며 뿌리는 한 번의 검격은 그조차도 우습게 보일 정도의 위력 아닌가.
“가... 강하구나...”
히리스의 모습에 놀란 정신이라 칸피니스는 히리스가 중얼거리는 내용을 제대로 듣지 못한다. 그저 무언가 웅얼거리는 것처럼 들릴 뿐이다. 그렇지 않아도 걱정스러운 모습인데 알아들을 수 없는 혼잣말을 하고 있으니 칸피니스의 걱정은 더욱 깊어만진다.
“누... 누님! 누님! 히리스 누님! 괜찮은거요? 괜찮아요? 에? 누님! 누님!!”
그토록 강한 녀석이 이리도 울쌍이 되어 당황해 어쩔 줄 몰라하는 것을 보니 자신도 모르게 웃음이 새어나온다. 이런 녀석이다. 칸피니스라는 녀석은. 마음을 준 사람에게는 더없이 다정한, 다정하다못해 여리기까지 한 녀석이다. 그래서, 아마도 그래서 그토록 잔인해질 수도 있는 것이리라.
“괜찮아. 괜찮아. 칸피니스. 나... 난 아무렇지도 않아. 걱정하지 않아도 돼.”
“괜찮다니!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니!! 지금 이게 아무렇지도 않은 모습이란거요?”
“괜찮아. 괜찮다니까... 그렇게 안달하지 않아도 돼.”
괜히 억지로 웃음을 지어보인 것이 저 예민한 아이를 더욱 걱정하게 만든 모양이다. 히리스는 그녀로서는 처음 보는 칸피니스의 평정을 잃은 모급에 조금전의 억지미소가 아닌 진심어린 미소를 짓는다.
“귀엽구나. 칸피니스는...”
“역시 어딘가 문제가 생긴게 분명해. 날더러 귀엽다니. 이렇게 멋진 남자인 내가 귀엽다니!! 누님 얘기해봐요. 어디가 문제인거요? 응. 도대체 왜이래요?”
퍼억--!!
“악!!”
귀여운 것도 정도껏이다. 오버하며 호들갑떠는 칸피니스를 보다 못해 히리스는 칸피니스에게 배운대로 몸의 근육을 조절해 회심의 일격을 먹인다. 조금전 칸피니스가 오크와 싸우면서 보여준 그 자세로 뻗어나간 주먹이 정확히 칸피니스의 콧등에 작렬한다.
“이 누님이 괜찮다고 말하잖아! 괜찮다면 괜찮은 줄 알아.”
“하지만...”
“반항이니?”
“그래도 하지만...”
“어허...!!”
자신에게 틀어박힌 일격이 도움이 되었는지 히리스의 표정이 풀린 것을 보고 칸피니스는 비로소 안도의 표정을 짓는다. 이제는 정말 괜찮은 듯 여겨진 때문이다.
“그래, 무슨 일이오? 무슨 일인데 그렇게 세상 다 산 표정을 짓고 있소?”
여전히 자신을 걱정스러운 듯 바라보며 물어오는 칸피니스의 모습에 히리스는 무언가 가슴에서 울컥하는 것을 느낀다. 그것은 감격이면서 또한 서러움이다. 치밀어오르는 혼돈의 감정에 히리스는 조용히 칸피니스와 눈빛을 맞춘다.
“칸피니스...”
“말해요.”
“칸피니스...”
“뭔가 할 말 있는 거 아뇨? 걱정하지 말고 말해요. 항상 말하잖아요. 미인은 절대정의라고. 누님이 미인인 동안에는 어떤 말이든 들어줄테니까 어서 말해봐요.”
안심하라는 듯 히리스의 앞에 털퍽 주저앉으며 눈빛을 맞춰오는 칸피니스의 모습에 히리스는 비로소 마음을 정리하고 아까부터 마음에 걸려있는 말을 꺼낸다.
“그냥... 네가...”
하지만 쉽게 꺼낼 수 있는 말이 아니다. 히리스는 말하다 말고 숨을 깊이 들이쉬며 마을 다잡는다.
“솔직히 말해줘. 너... 전부 죽일거니?”
“죽이다니? 누굴?”
무슨 말인지 알면서도 칸피니스는 태연히 모르는 척 반문한다. 아무것도 모르는 양 여유로운 미소까지 짓고 있는 칸피니스의 모습에 히리스는 온몸에 소름이 돋을 정도로 짙은 살기를 느낀다.
“가족들. 아버지와 오라버니... 그리고 숙부님들까지...”
“흐흠? 어떨 것 같아?”
여전히 칸피니스의 표정은 장난스럽기만하다. 결코 장난스러울 수 없는 이야기를 하고 있음에도 그의 입가에는 놀리는듯한 미소가 맺혀있다.
“정말... 정말 죽일거니? 정말? 그들은 네...”
“가족이기도 하다고?”
“으... 응...”
여전히 웃고 있는 표정이다. 표정의 변화라고는 없다. 눈빛도 바뀌지 않았다. 그럼에도 히리스는 온몸으로 스물스물 타고오르는 불길한 공포에 움찔 몸서리친다.
“정말 가족일까? 정말 그렇게 생각해요?”
“그... 그건...”
차라리 화를 낸다면 희망이 있다. 격렬하게 비난하고 욕한다면 어찌 달래볼 수도 있다. 하지만 이토록 차갑다면, 이토록 냉정하다면 더 이상 어찌해볼 도리가 없다. 영혼의 깊숙한 곳에서 차갑게 이글거리는 증오는 죽지 않는 이상 헤어나올 수 없는 하나의 숙명이다.
“누님의 진심을 말해봐. 나는 과연 그들과 한가족인걸까?”
“그... 그렇지만...”
당황해하는 히리스를 보며 칸피니스는 싸늘히 웃는다.
“나나 그들이나 서로 가족이라고 생각지 않아. 누님도 알잖수? 프란츠조차도 나를 어머니의 부록으로 여길 뿐 진짜 자식으로 여기고 있지 않아요. 그 자식들은 말할 것도 없고 말야. 안그렇수?”
아버지인 프란츠의 이름을 부르는 모습에서 히리스는 돌이킬 수 없는 간극을 느낀다. 이미되돌리기에는 늦었다. 히리스 한 사람의 노력으로 바꾸기에는 모든 것이 너무 멀리 흘러있다.
“그... 그렇지만...”
“걱정마. 계획은 모두 세워져 있으니까.”
“계획?”
“그래 계획.”
“어떤...?”
히리스의 궁금해하는 표정을 보며 칸피니스는 의기양양한 미소를 짓는다. 자신의 계획이 무척이나 자신있는 듯하다.
“먼저 내가 프란츠의 아들이 아니라고 선언하는거요. 어머니가 어디서 알 수 없는 남자의 씨를 배서 나은 아이라고 말하는거지. 아마 모든 사람들이 좋아할걸? 프란츠야 자존심이 상하기는 하겠지만 마누라 등쌀에 더 이상 시달리지 않아도 되니 최소한 침묵할테고, 나를 가족으로 인정하지 않아도 되니 로메르나 알스테아 등도 기꺼이 받아들이겠지. 기사들이야 말할 나위도 없고. 프란츠의 아들이랍시고 고개를 숙이려니 얼마나 고까웠겠어? 그러니 내가 프란츠의 아들이 아니라고 선언하는 것만으로도 모든게 일사천리란 말요.”
“네... 네 어머니는...? 랄트란님은?”
자기가 먼저 가족임을 포기하겠다는 말에 히리스는 놀라 차마 말을 잇지 못한다. 자신의 동생이 스스로의 뜻에 의해 동생이 아니게 된다하니 당황하지 않을 수 없다.
“어머니야 내가 하는대로 맡겨두실걸요? 어차피 프란츠에 대한 미련따위 없으니까 말야. 나를 프란츠의 아들로 해둔 것은 그게 내게 유리할 것 같았기 때문이잖아. 내가 원한다면 아버지따위야 얼마든지 바꿀 수 있단 말이죠.”
“하... 하지만... 넌... 네 어머니는... 네 어머니는 부정을 저지를만한 사람이 아냐. 나... 난 그걸 잘 알아. 너... 너는 내 동생이야. 어머니는 다르지만 분명 아버지의 아들이라구.”
“누님 마음이야 내가 잘 알지. 나도 누님의 동생이 아니게 되는게 정말 서운해. 정말 아쉬워 미치겠어. 하지만 들어보면 이 계획이 누님에게도 이익이 된다는 걸 알게될거야. 오히려 고마워하게될걸?”
“무... 무슨 소리?”
가족을 죽이겠다는 계획이 자신에게 이익이 된다 하니 의아하기만 하다. 도대체 무엇이 그리 이익이 된다는 것일까?
“그렇게 가족이 아니게 된 다음에 적당히 전쟁을 일으키는거지. 전쟁을 일으키는 대상이야 히리스 누님의 외가인 플로네츠 남작가가 적당할겠지? 그렇지 않아도 은근히 델킨피에르 가문을 집어삼키려고 호시탐탐 노리고 있으니까 말야.”
“프... 플로네츠 남작가? 외할아버지를?”
“그래. 로메르가 얼마나 얼빠진 인간인가는 누님도 잘 알잖수? 그 인간 주위에 누가 있는지도 말유.”
“헬링턴? 테임 토르 헬링턴? 그 자가 왜?”
“나중에 누님의 시녀인 메어리에게 물어봐요. 그녀라면 잘 알거유. 의외로 털털한 구석이 있어서 평민출신 하녀들하고도 잘 지내거든.”
“평민... 하녀들?”
“성안의 일 가운데 걔들이 모르는 건 없을걸? 아무도 신경쓰지 않거든. 평민은 사람이 아니라 여기는 때문인지 옆에서 듣고 있어도 아예 신경도 쓰지 않는다구.”
“그런데 네가 그걸 어떻게 알아?”
의기양양한 표정을 짓고있던 칸피니스의 자세가 히리스의 한 마디에 무너져내린다.
“윽! 그... 그게...”
“메어리가 평민 하녀들이랑 친한지 아닌지 어떻게 아냐구? 그리고 메어리한테서 나조차 듣지 못한 이야기를 듣게 된 것도 수상해. 솔직히 말해봐. 어떤 관계야?”
“그... 그게...”
역시나 예리하다. 어찌 그 말에서 그같은 사실을 유추해낼 수 있는 것일까? 그보다 무서운 건 가족의 죽음을 이야기하는 와중에도 바람을 피운 사실을 찾아낼 수 있는 집중력이다.
“그렇지 않아도 아까 성에서 나설 때 메어리의 표정이 심상치 않았어. 너를 보는 표정에 분명 뭔가 있었다구. 솔직히 말해봐. 그동안 네가 바람피운 게 한두번도 아닌데 새삼 내가 화낼 리 없잖아. 그냥 사실을 알고 싶은 것 뿐이야.”
화낼 리 없다는 말이 더 무섭다. 히리스의 태연한 듯한 웃음의 뒤편에 보이는 어두운 살기를 칸피니스가 느끼지 못할 리 없다.
“하... 하하... 그게 말이지... 그러니까... 그러니까 말야...”
“그래, 말해봐.”
“플로네츠 남작가랑 델킨피에르 자작가 사이에 싸움을 일으키고 그 와중에 전쟁중의 사고로 위장해서 프란츠랑 로메르, 알스테아를 죽이는거야. 내가 그런 거라는 사실을 눈치채지 못하도록.”
“말 돌리지 말고! 메어리랑 언제부터 그런 관계였던거야. 화 안낸다니까!”
“걔들 다 죽고나면 누님이 작위계승서열이 제일 높아지잖수? 그때 내가 플로네츠 남작가에 복수하면서 화려하게 등장하는 거지. 가문의 적인 플로네츠 남작가를 멸한 영웅으로 말야. 그리고서 슬쩍 누님과 결혼발표를 하는거야. 반대야 심하겠지만 그때가서 지들이 뭘 어쩌겠수? 플로네츠 남작가와의 전쟁으로 기사들의 수도 줄고 다른 가문의 계승권자도 없는데. 자칫 제국동남제후령의 대공이 개입하기라도 하면 델킨피에르 자작가는 끝장이라구. 결국 누님의 남편으로서 델킨피에르 자작가를 정식으로 계승하는거지. 그때는 이미 프란츠도 죽고 없으니 괜히 남매네 뭐네 시비걸 일도 없다구.”
“자꾸 말돌리면 진짜 화낸다!!”
“어차피 대귀족가에서는 가문의 재산유출을 막기 위해 이복남매간에 결혼하는 일이 흔치는 않아도 많이 있다구. 내가 프란츠의 아들이라고 알고있는 가신들도 적극적으로 반대하지는 않을걸?”
“야! 화 안낸다니까!”
“그러니까, 이런 식으로 그 떨거지들을 모조리 죽여버리고 누님과 결혼도 하는거지. 말했잖수? 누님을 마스터와 결혼하게 해준다구.”
“결혼은 결혼이고...”
“왜? 결혼인데?”
“나더러 결혼하기 전부터 바람피우는 녀석이랑 결혼하라는 거야? 그것도 부모와 형제의 원수인데? 그리고 무엇보다 메어리랑 언제 어떻게 그런 관계가 됐냐니까?”
누가 칸피니스와 남매간 아니랄까봐 히리스도 이상한 부분에서 쓸데없이 집요하다. 부모와 형제를 죽이는 계획을 이야기할 때에도, 둘 사이의 합법적인 결혼계획을 이야기하는 도중에도 끊임없이 메어리와의 관계를 캐묻는 모습이 어찌보면 엽기적이기까지 하다.
“누님... 그보다 중요한게...”
“결혼이나 오라버니들 죽는거나 결국 나중 일이잖아. 몇 년 뒤에 일어날 지도 모르는 일 가지고 날더러 뭘 어쩌라구? 그건 일단 들어주는 것으로 된 거 아냐. 내가 뭘 어쩌란다고 계획을 포기할 너도 아니고, 내가 너와의 결혼계획을 반대할 리 없다는 것도 알고 있잖아. 그러니 나한테는 지금 당장 일어난 일이 더 중요해! 어서 불어!”
“누님!”
“왜?”
“존경스럽소!”
“뭐가?”
“너무 멋지오!”
“그러니까 진실을 밝히라고!”
“그런데 누님은 아무렇지도 않수? 프란츠랑 로메르, 알스테아 떨거지들을 죽여버린다는데? 그래도 누님한테는 아버지고 형제잖수.”
“흥! 울 아버지 말씀이 출가외인이라더라. 시집가면 남이니까 남편 말이나 잘 들으라나?”
“그 말이 정답이네. 그래서 내 말만 믿고 따르기로 한거요?”
“그러니까 남편이라고 너를 믿고 따르기 위해서라도 나에게 모든 걸 솔직히 밝혀야 한다는 거 아냐! 바른대로 말해. 메어리만이 아닌거지? 로라랑 레이나도 뭔가 기색이 수상했어. 걔들이랑도 뭔가 있는거지? 그렇지?”
질기다. 칸피니스는 더 이상 말돌리기가 의미없음을 느낀다. 결국 정면돌파밖에 남은 방법이 없다. 이대로 밀어붙이는 것이 최선이다.
“알았수. 솔직히 말할게.”
도대체 어쩌다 이런 청문회 분위기까지 왔는지 모르겠다. 처음 검술을 보여준다고 혼자 신나던 것까지 좋았다. 그러다가 히리스가 심각해 하길래 달래주려 다가와서는 가족을 죽이네 결혼하네 심각한 이야기를 한 것까지는 그래도 볼만했다. 그런데 어느새 바가지 긁히는 남편의 모양새가 되어버렸다. 괜히 심각하게 폼잡았던 게 왠지 억울하다.
“그러니까... 어떻게 된거냐면...”
“어머! 뭐야!”
그렇다고 히리스가 원하는대로 모든 걸 이야기하는 건 칸피니스의 성미에 맞지 않는다. 여자와 이야기할 때는 입과 더불어 몸을 사용해야 한다. 아니 이야기는 입으로 하더라도 설득은 몸으로 해야 한다. 그것이 칸피니스의 철학이다.
“뭐... 뭐야... 바닥이 더럽단 말야.”
“훗... 싫다는 소리는 않네?”
“싫다고 하면 중간에 그만둘거야?”
“당연히 아니지!”
항상 느끼는 거지만 귀족들의 옷차림이라는 건 정말 거추장스럽다. 이것저것 껴입는 것도 많은데다 단추도 많아서 한 번 벗기려면 중노동이 필요하다. 그런데 오늘따라 히리스의 옷차림이 수상하다.
“또 왜?”
“어? 속에 아무것도 없는데?”
각오하고 옷을 벗기려는데 정작 드레스 안에 아무것도 없다. 하다못해 코르셋조차도 없다. 말 그대로 알몸에 드레스만 걸친 꼴이다. 등에 달린 12개의 단추만 풀면 그대로 완전한 알몸이 되는 것이다.
“그럼, 너랑 같이 나오는데 그정도 준비도 안할까봐?”
“헷... 누님도 기대하고 있었다는 말이네?”
“웃기는 소리 하지 말고 드레스 더럽히지 않게 조심해. 괜히 드레스 더러워지면 나중에 귀찮아진단 말야.”
“흐흣... 내가 어린애유? 그정도는 다 준비해두고 있다구.”
“그런데... 몬스터 같은 거 안나오려나?”
“괜찮아. 나타나면 죽여버리고 다시 하면 되니까.”
“하지만...”
“흐흐흐... 중간에 멈추는 게 싫은거지?”
“뭐 그렇다기보다는...”
히리스의 드레스를 벗겨서는 한쪽에 세워둔 말안장 위에 올려두고는 자신의 코트를 바닥에 깔아 자리를 만든다. 워낙에 장신의 칸피니스이다보니 그의 코트만으로도 충분히 히리스가 누울만한 공간이 만들어진다.
“흐흠... 언제 봐도 환상적이지 않아? 옷 벗기는 속도나 그 능숙함이라는 것이... 그야말로 하나의 예술이라니까? 봐요. 그 짧은 시간에 옷 다벗기고 이렇게 자리까지 만든 다음에 누님을 가장 좋은 자세로 눕혀놓기까지 했다구. 이대로 시작만 하면 되게 말야. 나 아님 누가 이렇게 할 수 있을 것 같아?”
“자랑이니?”
“응!”
“훗!! 퍽도 자랑스럽겠다.”
“당연히! 하지만 그보다 더 자랑스러운 게 있지.”
“벗겨줄까?”
“그럴래?”
“응.”
알몸으로 누웠던 히리스가 조심스레 몸을 일으켜 칸피니스의 옷을 벗긴다. 옷이라고 해봐야 튜닉과 셔츠, 바지가 전부지만 땀에 젖어있어 벗기는 것이 쉽지는 않다. 몸에 달라붙어있는 옷을 일일이 떼어 벗기려니 어느새 땀이 송긍송글 맺힌다.
“고전중이네?”
“쳇, 내가 언제 남자 옷을 벗겨봤어야지? 이여자 저여자 건드리느라 경험 많은 너와는 다르단 말야.”
“원래 그런 건 타고나는 거라구.”
“흥! 웃기네. 네가 첫경험하던 날을 아직도 기억하는데? 버버버버벅... 버버버버벅... 옷 벗기다가 날 새는 줄 알고 얼마나 조마조마했는지...”
“훗! 그거야 첫경험 분위기 좀 내려고 한 번 해본거고. 일단 누님의 옷 순서는 다 알고 있었잖수?”
“잘났다~ 네가 어련하겠니?”
“칭찬이지?”
“쳇... 아, 다됐다. 엉덩이 들어봐.”
“어어... 이번엔 좀 빠르네?”
“하는만큼 는다고나 할까? 내가 너처럼 열심히 바람피우고 돌아다녔다면 너보다 더 능숙해졌을거야.”
“아직도 그걸로 꽁하고 있는거유?”
“너 분명히 말했다. 사실을 고백한다구.”
“이 상황에서 꼭 그걸 들어야 해?”
“당연히!”
“으휴...”
칸피니스의 옷을 다 벗긴 후 잘 개어 한쪽에 챙겨둔 히리스는 칸피니스의 응석어린 질문에 팔짱을 낀 채 오만하게 칸피니스를 내려다본다. 그녀의 눈빛에서 느껴지는 강한 의지에 칸피니스는 어쩔 수 없다는 듯 고개를 젓는다.
히리스의 표정에 승리의 미소가 떠오른다.
“다른 여자는 안물을게. 그거 일일이 다 듣다간 오늘 밤새야 할 지도 모르니까. 내 주위에 있는 여자들만 얘기해봐.”
“웃... 반칙이야. 거... 거길 잡고 물으면...”
“자아... 이야기해봐.”
“우웃... 웃... 조... 좀더...”
“빨리 얘기하지 않으면 손 놓는다.”
“아... 알았수. 메... 메어리랑... 도나, 레이니, 로라, 도리스...”
“흐흥... 거기에 레이첼, 마사, 라진, 엘리자베스, 모넬라, 캐서린... 맞니?”
“어... 어떻게?”
“내 짐작대로 다 건드렸구나.”
“에?”
“내 주위에 있는 시녀와 하녀들 명단이야. 그냥 허드렛일 하는 하녀가 아니라 나를 전담해서 책임지는 하녀들. 그냥 주욱 읊어본건데 그대로 들어맞았네? 재미있지 않니?”
가늘게 휘어진 히리스의 눈빛에서 살기가 감돈다. 칸피니스의 본능이 위험을 경고하기 시작한다. 하지만 자지가 히리스의 손에 붙잡혀 있으니 도망가기도 여의치 않다. 칸피니스 일생일대의 위기다.
“그냥 이대로 이거 뽑아버릴까?”
“누... 누님 무슨 말씀을 그리 살벌하게... 그... 그건 누님께도 손해라구!!”
“그냥 수절하는 셈 치지, 뭐. 이대로 이거 뽑아버리자.”
“어허... 무슨 말을 그리 살떨리는 말씀을! 그럼 안되죠! 귀족가의 영애께서 어찌 외간남자의 자지를...”
“넌 외간남자가 아니라 내 동생이니까 상관없어.”
“누... 누님...”
“내 주위의 하녀들만은 아니겠지? 내 주위의 하녀들까지 건드릴 정도면 네 주변에 있는 하녀들이나 네 어머니 주위에 배치된 하녀들에게도 손을 뻗혔을 거야. 맞지?”
“어... 아셨수?”
“역시 그렇구나.”
“뭐... 다 잘난 남자의 비애라고나 할까? 참 여러다리 걸치는 것도 아무나 할 짓이 아니더라구요. 하루가 다르게 정력이 말라가는데...”
“역시 뽑아버려야겠다.”
“우훗... 훗... 누... 누님... 자지 애무하는 솜씨가...”
“이대로 확 뽑아버려?”
“누... 누님... 그... 그만...”
“아니면...”
한참을 자지를 애무하던 히리스는 살기어린 눈빛으로 칸피니스를 노려보더니 그대로 고개를 내려 칸피니스의 자지를 물어간다. 갑잡스레 다가온 뜨겁고 촉촉한 느낌에 칸피니스는 숨넘어가는 듯한 쾌감을 느낀다.
“우핫!! 우웃... 깨... 깨물지 마요!”
“우웁... 우움... 움...”
“허헉... 누... 누님 넘 좋아요!”
“우웁... 우움... 우우움... 웁... 우웁...”
“뭐... 뭐라는 거유? 아...안들려!”
“웁...우우움... 움... 웁...”
“안들린다니까!”
퍼억--!!
머리를 누른 채 안들린다며 주절거리는 칸피니스의 사타구니로 히리스의 작은 주먹이 내려꽂힌다. 불알 바로 밑 예민한 부위를 내려치니 작은 여자의 주먹이지만 견딜 수 없는 고통이 밀려온다.
“우악!!”
“손으로 머리를 찍어누르면서 안들린다구? 잔머리만 늘어가지곤...”
“나... 나도 모르게 무의식적으로...”
“말해봐. 메어리는 어떻게 꼬신거야? 너도 알다시피 메어리는 기사의 딸이잖아. 귀족이라구. 더구나 네 입장도 있으니 쉽게 넘어오지는 않았을텐데?”
“그거야 이 몸의 잘남으로...”
“이게...!!”
“어허!!”
다시금 칸피니스를 징계하기위해 날아들던 히리스의 주먹은 칸피니스의 손에 잡혀 막힌다. 칸피니스에게 잡힌 손을 빼기 위해 이리저리 용을 써보지만 흔들리는 젖가슴이 칸피니스의 자지만 키울 뿐이다. 아무래도 검술을 익힌 남자의 손인 것이다.
“다른 여자 이야기는 나중에 하기로 하고... 일단은... 응?”
“뭐... 뭐야? 약속이 다르잖아?”
“약속이야 뭐... 어기라고 있는 것 아니겠수?”
“이게... 빨리 손 안치워?”
“흐흐흐... 싫은데? 그렇게 빨개진 얼굴로 그런 말 하면 설득력 없다구.”
“뭐... 뭐가...”
“누님의 몸은 누님보다 내가 더 잘 알지. 여기... 여기를 이렇게... 하면...”
“아흑!!”
칸피니스의 손길이 그녀의 허벅지 안쪽을 살금살금 간질이자 그녀는 참지 못하고 몸을 움찔인다. 그곳이 그녀의 예민한 성감대인 때문이다. 허벅지 안쪽에서 시작된 칸피니스의 애무는 그녀의 성감대를 찾아 유영을 계속한다.
“여기서 그만두고 메어리 이야기나 계속 해볼까? 어때? 그만둘까?”
“하학... 흐흑.... 하... 이야기하면서... 흑... 해...”
“어허... 고집은... 들어봐야 재미없다니까...”
“흑... 흐흑... 너... 나... 팔았구나... 하학...”
“응? 무슨 소리?”
“하항... 하하항... 나... 나 팔아서... 내 핑계로...”
“무슨 소리일까? 난 모르는데?”
“맞... 우웁... 웁...”
히리스의 말이 정곡을 찌른 때문일까? 칸피니스는 그녀가 하는 말을 먹어삼키기 위해 그녀의 입을 자신의 입으로 덮는다. 아직 나오지 않은 말까지 찾으려는 듯 그의 혀가 그녀의 입안 곳곳을 헤집는다.
“우웁... 웁... 우웁...”
부드럽게, 때로는 격렬하게 자신의 몸 위를 유영하는 칸피니스의 손길에 히리스의 몸이 붉게 물들어간다. 하얀 피부 위로 붉은 홍조가 무늬처럼 떠오른 것이 유난히 매혹작이다. 칸피니스는 그 작은 홍조를 쫓아 섬세하게 그녀의 몸을 매만져간다.
“우웁... 우웁... 웁...”
오크의 피냄새가 채 사라지지 않은 숲으로 페로몬이 듬뿍 담긴 땀냄새가 퍼져나간다. 시큼하면서도 달콤한 사랑의 냄새다. 그 속에서 여전히 히리스의 말은 칸피니스에게 삼켜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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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기작가의 여유라고나 할까? 섹스장면에 연연하지 않고 스토리 진행에 중점을 두도록 하겠습니다. 라는 말로 여전히 본격적인 섹스신이 등장하지 않는 변명을 삼고자 합니다. 원래 제 스타일이 노골적인 묘사보다는 섹스를 연상하는 대화를 쓰는 데 더 재미를 느끼다보니 이번회에도 원래 예정과는 달리 말로 모든 게 끝나버리네요. 그래도 뭐 언젠가는 본격적인 섹스신 묘사가 있겠죠. 언제일까요? 그건 저도 모릅니다.
이번 리메이크의 분위기를 보시면 색마검천황 3부의 분위기와 많이 유사합니다. 실제 한 번에 강한 인상을 주고자 일부러 오버했던 색마검천황 1부에 비해 어느정도 자리가 잡힌 뒤이다보니 조금 더 여유있게 스토리 진행에 비중을 둘 수 있었거든요. 그래서 제가 즐기는 대사중심의 이야기전개를 마음껏 즐길 수 있었습니다. 말장난을 통해 이루어지는 음담패설을 통해 말로 하는 간접섹스를 묘사해보고자 하는 시도를 여유를 가지고 해볼 수 있었습니다. 아시는 분은 아실겁니다. 제 단편 가운데 대사로만 이루어진 것이 있다는 것을요. 그 스타일을 스토리야설 안에 삽입해보고자 하는 겁니다. 그 결과는... 제 생각에는 만족스러운데 읽으시는 분들께서는 어떠실지...
색검마도지성전은 일단은 리메이크입니다. 설정의 공유부분이 있기는 하지만 완전히 일치하지는 않습니다. 예전에 제가 설정했던 것들 가운데 많은 부분이 수정될 것입니다. 그 수정된 대표적인 것들 가운데 하나가 히리스입이다. 히리스의 성격이나 역할 모두 색마검천황의 그것과 사뭇 다릅니다. 어떻게 다른가는 이야기 진행에 따라 밝혀질테니 나중에 보시면 아실겁니다.
리메이크같지 않은 리메이크 버전의 조회수가 참혹의 극을 달립니다. 조회수 4천이라니... 음... 하긴 색마검천황 마지막회 조회수가 6천에 불과하니 당연한 결과라 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도 읽어주시는 분들이 계신 한 연중은 없습니다. 물론 너무 적어지면 의욕상실로 인한 연중이 있을 지 모르지만 지금 수준의 조회수만 나와도 계속 연재할 겁니다. 그점 안심하셔도 좋습니다.
다음회예고>> 본격적인 행위에 들어가려는 칸피니스를 방해하는 갸냘픈 그림자. 뜻하지 않게 3섬의 횡재수가 보이는 것일까? 쓰는 작가도 열받는 칸피니스의 여복이 비로소 색검마도지성전에서도 그 단초를 보인다. 하늘이 무섭지 않은 색마의 본색이다.
국민의 70%가 반대하는 탄핵을 통과시켜놓고도 국민의 뜻이라 하는 세상인데 예고편과 30%만 같아도 예고편과 본편이 일치한다고 할 수 있지 않을까요? 홋홋홋... 나중엔 사사오입 예고편과 본편 일치를 시도해봐야지. 멋진 세상...^^
“꾸웨엑--!!”
부글부글 끓는 듯한 높고 날카로운 소리는 오크 멱따는 소리다. 돼지 멱따는 소리와 더불어 듣기 싫은 천연의 소리의 투톱을 이루는 바로 그 소리다.
“보셨소? 오크라는 놈은 말요 이렇게 한 번의 공격에 모든 걸 다 건다구. 온몸의 모든 근육을 사용해서 일격필살, 단 한 번의 공격만 있다는 듯이 공격하다보니 이렇게 공격하고 나면 자세가 무너지는거요. 말 그대로 온몸이 빈틈이 되는거지.”
슈칵--!!
츄릇--!!
“꿰에에엑--!!”
“꾸우욱--! 꾸엑--!!”
칸피니스의 바스타드 소드가 다시 허공을 가르며 오크의 목을 베어간다. 가볍게 휘두르는듯한 검격에 돼지머리를 연상케 하는 오크의 머리가 연달아 허공으로 떠오른다.
“하지만 그렇다고 아무 대책없이 공격하는 건 아니오. 이놈들은 원래가 집단생활을 하는 놈들이거든. 그래서 두 마리만 되어도 본능적으로 합격을 할 수 있다구. 봐요. 지금. 한 놈이 공격을 하느라 틈이 드러나니까 다른 오크가 그 자리를 메꾸며 방어해주고 있잖수. 이래서 인간 기사에 비해 한참 떨어지는 힘과 민첩성에도 불구하고 오크가 위험한 몬스터로 분류되는 거요.”
츄르르르릇--!!
촤라락--!!
슈칵--!!
서걱--!!
“꾸에엑...”
“꾸엑...”
“꾸우우욱...”
“꾸웨에에엑...!!”
한 번의 칼부딪힘도 없다. 지나칠 정도의 깨끗한 궤적을 따라 흐르며 검은 오크의 치명적인 급소만을 찾아 잔인하게 헤집고 갈라놓는다. 한 번에 확실한 치명적인 일격을 가하는 솜씨는 보는 것만으로도 소름이 돋을 정도로 냉혹하기까지 하다.
“여러마리의 오크가 합격을 하는 거니까 이놈들의 동작은 보이는 그대로 응용하면 안되요. 사람에 맞게 혼자서 쓸 수 있는 동작으로 적절히 응용해야 하죠. 예를 들면 주근육은 이렇게 앞으로 검격을 뻗으면서도 세근육을 뒤로 당겨두어 한 몸이면서도 두 사람이 움직이는 것처럼 여러 가지 상황에 대처하는 거죠. 이렇게 한 번에 모든 걸 걸고 검격을 퍼붓고서도 미세근육의 인도를 따라 빠르게 몸을 원상태로 돌릴 수 있도록 말이죠. 물론 그러자면 미세근육을 많이 단련해야 해요. 주근육의 움직임에 맞추어 적절한 카운트와 균형을 잡아줄 수 있으려면 주근육만큼은 아니더라도 충분한 힘을 발휘할 수 있도록 준비해두어야 하는 것이죠.”
슈각--!!
서걱--!!
츄르르르르--!!
샤라락--!!
슈칵--!!
“꾸우욱..!!”
“꾸웨엑...!!”
이토록 강하고 깨끗한 검격을 날리면서도 입으로 설명까지 곁들이고 있으니 정말 경이적이라 아니할 수 없다. 무려 삼십여마리에 이르는 오크를 상대로 싸우면서도 자신의 검격은 물론 오크의 동작 하나하나에 대한 일일이 지적해가는 모습은 위태위태해 보이는 만큼이나 절로 감탄이 터져나온다.
“응용하자면 이렇게 되는겁니다. 이렇~~~게!! 검격을 치고서 다시 이렇게 몸을 빼서 공격을 막고 다시 후려치는 거죠. 이해 되나요? 다시 보여드릴까요?”
열심히 떠들고는 있지만 정작 설명을 들어야 할 히리스는 그의 말을 듣고있지 않다.나름대로 친절하게 설명해준다고 하지만 그것도 어느정도 수준이 맞아야 듣거나 말거나 한다. 워낙에 상식을 벗어난 싸움이라 설명은 이해할 엄두도 내지 못하고 그저 멍하니 칸피니스의 검격만을 감상할 뿐이다.
슈칵--!!
카캉--!!
카각--!!
슈각--!!
서걱---!!
“꾸루룩--!!”
“꾸에에엑---!!”
“봤수? 여기서 중요한 건 허리와 등의 미세근육의 움직임이에요. 팔의 미세근육도 정교하게 컨트롤해야하는 건 당연하구요. 그래야 강한 공격을 한 후에도 빠르게 힘을 거두어 자세를 바로할 수 있어요. 이해되죠?”
칸피니스의 수련이라는 것은 이미 가문의 검술을 반복숙달하는 것을 넘어서있다. 몬스터와 싸우며 몬스터의 전투방식을 받아들이고 흉내내서 자신의 검술에 응용하는 새로운 방식으로 또하나의 경지를 개척해가고 있는 것이다. 이것이 흑암의 숲에서 남몰래 하고있는 칸피니스 나름의 수련방식이다.
히리스가 칸피니스의 수련을 처음 보았을 때 무모하게 몬스터들을 향해 달려가는 그의 모습이 걱정스럽고 두렵기만 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 수록 칸피니스가 얼마나 강한가를 알게 되면서 그 걱정과 두려움은 놀라움과 감탄으로 바뀌었다.
“가... 강하구나.”
오크를 만나면 오크를 닮아가고, 코볼트를 만나면 코볼트를 닮아가는 검격은 인간의 상식을 뛰어넘는 궤적을 그리며 인간이 아닌 듯한 위력을 보이고 있다. 귀족가문에서 태어나 기사들의 검격을 보며 자라난 히리스는 그가 보인 검격이 얼마나 대단한 것인가를 어렵지 않게 알아볼 수 있다. 강한 것은 이미 알고 있엇지만 칸피니스는 강해도 너무 강했다.
“너... 너무 강해... 기사단장조차도 저 아이를 이기지 못할거야. 아마 아버지도... 이대로 더 강해진다면 아마 영지의 모든 기사와 병사를 합친 것보다 강해질까?”
물론 그럴리는 없다. 아무리 인간이 강하다 해도 혼자서 수십명의 기사와 수백명의 훈련된 병사를 상대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전설의 마스터가 아닌 이상에는 결국 열 손이 한 손을 이기지 못하는 평범한 진리에 포함될 뿐이다.
“강해지면... 영지의 모든 기사와 병사들을 합친 것보다 강해지면... 모두... 모두 죽일까? 로메르 오라버니와 알스테아 오라버니... 그리고 기사들... 견습기사들까지? 병사들도... 죽이게 될까?”
그녀가 걱정하는 것은 그가 강해지는 것이 아니다. 그가 강해짐으로서 그의 강함에 의해 불어닥칠 피바람을 걱정하는 것이다.
“그는... 그는 다... 모두 다 죽여버릴거야. 한 줌의 미련도, 조금의 동정도 갖지 않은 채 태연히 표정하나 바꾸지 않고 모든 이들을 죽여버릴거야. 살아남는다면... 나랑... 힐레인... 그리고... 여자들일라나?”
장난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을 때조차 그의 눈이 얼마나 잔폭한 광기로 번들거리는가를 히리스는 너무 잘 알고 있다. 가장 가까운 곳에서 가장 가까이 감정을 나누는 사이이기에 모를래야 모를 수 없다. 그 광기가 현실로 나타날 것이라 생각하니 절로 두려움에 몸이 굳어온다.
“여기서 이렇게! 수평으로 검을 휘두를 때는 옆구리와 축이 되는 다리, 그리고 반대쪽 다리의 균형을 이렇게! 이런 식으로 맞추어야 해요. 나아가는 검격에 힘을 실어주면서도 언제든 검을 회수할 수 있도록 미리 근육에게 명령을 내려두는 거죠. 이렇게 하면 혼자서 오크가 무리를 이루어 싸우는 동작을 그대로 재현할 수 있어요. 봐요. 여러 사람이 싸우는 것 같지 않수?”
하지만 그녀를 더욱 절망케 하는 건, 자신을 위해 땀을 뻘뻘 흘리면서 동작을 해보이고, 다시 설명까지 해주는 칸피니스라는 남자를 사랑하고 있는 자신이다. 형제의 죽음에 눈물을 흘리면서도 끝내 그의 광기를 막을 수 없는 무력한 자신에 대한 자각이다. 참혹한 미래만큼이나 무력한 방관자일 수밖에 없는 자신의 처지가 더욱 그녀를 비참하게 만든다.
“봤수? 이렇게... 이렇게... 허리를... 그리고 어깨를 허벅지의 선과... 어?”
한참을 자기세계에 빠져 검술을 시연하며 설명하던 칸피니스는 그제야 우울하게 쭈그려 앉아있는 히리스를 발견한다.
“누님. 누님. 왜그래요? 뭐 안좋은 일 있어요?”
싸우는 도중에 한눈을 파는 것은 오크들이 용납할 리 없다. 일방적으로 학살당하던 주제에 칸피니스의 빈틈을 노리고 기회라는 듯 오크들이 달려든다.
“이것들은 또 왜 이리 귀찮게 굴어.”
지금껏 시간을 끌었던 이유는 히리스에게 자신의 검술을 보여주기 위함이다. 그녀가 바란 일이었고, 그로서도 그녀가 스스로 지킬 수 있는 검술을 지니기를 바랬기에 가르쳐주는 겸 해서 그리했던 것이다. 그녀가 보지 않는다면 쓸데없이 남에게 보여주는 검술을 하느라 시간과 힘을 낭비할 필요 없다.
퍼퍽--! 퍽--!! 슈칵--!! 카각-!! 석--!! 서걱--!!
이번에는 비명을 지를 여유조차 없다. 고통을 느끼기도 전에 칸피니스의 검이 오크들의 목을 하나의 선으로 모두 따버렸기 때문이다.
“귀찮게스리!”
오크들이 모두 바닥에 뒹구는 데 걸린 시간은 눈 한 번 깜빡이는 시간 정도에 불과하다. 검이 처음 뻗어나가고 다시 회수되는 동안 걸린 시간이 오크가 모두 쓰러지는 데 필요한 시간이다. 지금까지의 싸움이 허망해질 정도로 짧고 간결한 결말이다.
“누님! 누님! 왜그래요! 어디 아파요? 어디 안좋아요? 왜그래?”
우울한 마음을 가누지 못한 채 칸피니스를 바라보던 히리스는 칸피니스가 오크를 전멸시키는 장면을 보며 눈을 동그랗게 뜬다. 지금껏 자신에게 보여준 모습도 그 나이또래에서는 견줄 이가 없을 정도로 강한 것이었는데, 자신의 모습에 놀라 다가오며 뿌리는 한 번의 검격은 그조차도 우습게 보일 정도의 위력 아닌가.
“가... 강하구나...”
히리스의 모습에 놀란 정신이라 칸피니스는 히리스가 중얼거리는 내용을 제대로 듣지 못한다. 그저 무언가 웅얼거리는 것처럼 들릴 뿐이다. 그렇지 않아도 걱정스러운 모습인데 알아들을 수 없는 혼잣말을 하고 있으니 칸피니스의 걱정은 더욱 깊어만진다.
“누... 누님! 누님! 히리스 누님! 괜찮은거요? 괜찮아요? 에? 누님! 누님!!”
그토록 강한 녀석이 이리도 울쌍이 되어 당황해 어쩔 줄 몰라하는 것을 보니 자신도 모르게 웃음이 새어나온다. 이런 녀석이다. 칸피니스라는 녀석은. 마음을 준 사람에게는 더없이 다정한, 다정하다못해 여리기까지 한 녀석이다. 그래서, 아마도 그래서 그토록 잔인해질 수도 있는 것이리라.
“괜찮아. 괜찮아. 칸피니스. 나... 난 아무렇지도 않아. 걱정하지 않아도 돼.”
“괜찮다니!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니!! 지금 이게 아무렇지도 않은 모습이란거요?”
“괜찮아. 괜찮다니까... 그렇게 안달하지 않아도 돼.”
괜히 억지로 웃음을 지어보인 것이 저 예민한 아이를 더욱 걱정하게 만든 모양이다. 히리스는 그녀로서는 처음 보는 칸피니스의 평정을 잃은 모급에 조금전의 억지미소가 아닌 진심어린 미소를 짓는다.
“귀엽구나. 칸피니스는...”
“역시 어딘가 문제가 생긴게 분명해. 날더러 귀엽다니. 이렇게 멋진 남자인 내가 귀엽다니!! 누님 얘기해봐요. 어디가 문제인거요? 응. 도대체 왜이래요?”
퍼억--!!
“악!!”
귀여운 것도 정도껏이다. 오버하며 호들갑떠는 칸피니스를 보다 못해 히리스는 칸피니스에게 배운대로 몸의 근육을 조절해 회심의 일격을 먹인다. 조금전 칸피니스가 오크와 싸우면서 보여준 그 자세로 뻗어나간 주먹이 정확히 칸피니스의 콧등에 작렬한다.
“이 누님이 괜찮다고 말하잖아! 괜찮다면 괜찮은 줄 알아.”
“하지만...”
“반항이니?”
“그래도 하지만...”
“어허...!!”
자신에게 틀어박힌 일격이 도움이 되었는지 히리스의 표정이 풀린 것을 보고 칸피니스는 비로소 안도의 표정을 짓는다. 이제는 정말 괜찮은 듯 여겨진 때문이다.
“그래, 무슨 일이오? 무슨 일인데 그렇게 세상 다 산 표정을 짓고 있소?”
여전히 자신을 걱정스러운 듯 바라보며 물어오는 칸피니스의 모습에 히리스는 무언가 가슴에서 울컥하는 것을 느낀다. 그것은 감격이면서 또한 서러움이다. 치밀어오르는 혼돈의 감정에 히리스는 조용히 칸피니스와 눈빛을 맞춘다.
“칸피니스...”
“말해요.”
“칸피니스...”
“뭔가 할 말 있는 거 아뇨? 걱정하지 말고 말해요. 항상 말하잖아요. 미인은 절대정의라고. 누님이 미인인 동안에는 어떤 말이든 들어줄테니까 어서 말해봐요.”
안심하라는 듯 히리스의 앞에 털퍽 주저앉으며 눈빛을 맞춰오는 칸피니스의 모습에 히리스는 비로소 마음을 정리하고 아까부터 마음에 걸려있는 말을 꺼낸다.
“그냥... 네가...”
하지만 쉽게 꺼낼 수 있는 말이 아니다. 히리스는 말하다 말고 숨을 깊이 들이쉬며 마을 다잡는다.
“솔직히 말해줘. 너... 전부 죽일거니?”
“죽이다니? 누굴?”
무슨 말인지 알면서도 칸피니스는 태연히 모르는 척 반문한다. 아무것도 모르는 양 여유로운 미소까지 짓고 있는 칸피니스의 모습에 히리스는 온몸에 소름이 돋을 정도로 짙은 살기를 느낀다.
“가족들. 아버지와 오라버니... 그리고 숙부님들까지...”
“흐흠? 어떨 것 같아?”
여전히 칸피니스의 표정은 장난스럽기만하다. 결코 장난스러울 수 없는 이야기를 하고 있음에도 그의 입가에는 놀리는듯한 미소가 맺혀있다.
“정말... 정말 죽일거니? 정말? 그들은 네...”
“가족이기도 하다고?”
“으... 응...”
여전히 웃고 있는 표정이다. 표정의 변화라고는 없다. 눈빛도 바뀌지 않았다. 그럼에도 히리스는 온몸으로 스물스물 타고오르는 불길한 공포에 움찔 몸서리친다.
“정말 가족일까? 정말 그렇게 생각해요?”
“그... 그건...”
차라리 화를 낸다면 희망이 있다. 격렬하게 비난하고 욕한다면 어찌 달래볼 수도 있다. 하지만 이토록 차갑다면, 이토록 냉정하다면 더 이상 어찌해볼 도리가 없다. 영혼의 깊숙한 곳에서 차갑게 이글거리는 증오는 죽지 않는 이상 헤어나올 수 없는 하나의 숙명이다.
“누님의 진심을 말해봐. 나는 과연 그들과 한가족인걸까?”
“그... 그렇지만...”
당황해하는 히리스를 보며 칸피니스는 싸늘히 웃는다.
“나나 그들이나 서로 가족이라고 생각지 않아. 누님도 알잖수? 프란츠조차도 나를 어머니의 부록으로 여길 뿐 진짜 자식으로 여기고 있지 않아요. 그 자식들은 말할 것도 없고 말야. 안그렇수?”
아버지인 프란츠의 이름을 부르는 모습에서 히리스는 돌이킬 수 없는 간극을 느낀다. 이미되돌리기에는 늦었다. 히리스 한 사람의 노력으로 바꾸기에는 모든 것이 너무 멀리 흘러있다.
“그... 그렇지만...”
“걱정마. 계획은 모두 세워져 있으니까.”
“계획?”
“그래 계획.”
“어떤...?”
히리스의 궁금해하는 표정을 보며 칸피니스는 의기양양한 미소를 짓는다. 자신의 계획이 무척이나 자신있는 듯하다.
“먼저 내가 프란츠의 아들이 아니라고 선언하는거요. 어머니가 어디서 알 수 없는 남자의 씨를 배서 나은 아이라고 말하는거지. 아마 모든 사람들이 좋아할걸? 프란츠야 자존심이 상하기는 하겠지만 마누라 등쌀에 더 이상 시달리지 않아도 되니 최소한 침묵할테고, 나를 가족으로 인정하지 않아도 되니 로메르나 알스테아 등도 기꺼이 받아들이겠지. 기사들이야 말할 나위도 없고. 프란츠의 아들이랍시고 고개를 숙이려니 얼마나 고까웠겠어? 그러니 내가 프란츠의 아들이 아니라고 선언하는 것만으로도 모든게 일사천리란 말요.”
“네... 네 어머니는...? 랄트란님은?”
자기가 먼저 가족임을 포기하겠다는 말에 히리스는 놀라 차마 말을 잇지 못한다. 자신의 동생이 스스로의 뜻에 의해 동생이 아니게 된다하니 당황하지 않을 수 없다.
“어머니야 내가 하는대로 맡겨두실걸요? 어차피 프란츠에 대한 미련따위 없으니까 말야. 나를 프란츠의 아들로 해둔 것은 그게 내게 유리할 것 같았기 때문이잖아. 내가 원한다면 아버지따위야 얼마든지 바꿀 수 있단 말이죠.”
“하... 하지만... 넌... 네 어머니는... 네 어머니는 부정을 저지를만한 사람이 아냐. 나... 난 그걸 잘 알아. 너... 너는 내 동생이야. 어머니는 다르지만 분명 아버지의 아들이라구.”
“누님 마음이야 내가 잘 알지. 나도 누님의 동생이 아니게 되는게 정말 서운해. 정말 아쉬워 미치겠어. 하지만 들어보면 이 계획이 누님에게도 이익이 된다는 걸 알게될거야. 오히려 고마워하게될걸?”
“무... 무슨 소리?”
가족을 죽이겠다는 계획이 자신에게 이익이 된다 하니 의아하기만 하다. 도대체 무엇이 그리 이익이 된다는 것일까?
“그렇게 가족이 아니게 된 다음에 적당히 전쟁을 일으키는거지. 전쟁을 일으키는 대상이야 히리스 누님의 외가인 플로네츠 남작가가 적당할겠지? 그렇지 않아도 은근히 델킨피에르 가문을 집어삼키려고 호시탐탐 노리고 있으니까 말야.”
“프... 플로네츠 남작가? 외할아버지를?”
“그래. 로메르가 얼마나 얼빠진 인간인가는 누님도 잘 알잖수? 그 인간 주위에 누가 있는지도 말유.”
“헬링턴? 테임 토르 헬링턴? 그 자가 왜?”
“나중에 누님의 시녀인 메어리에게 물어봐요. 그녀라면 잘 알거유. 의외로 털털한 구석이 있어서 평민출신 하녀들하고도 잘 지내거든.”
“평민... 하녀들?”
“성안의 일 가운데 걔들이 모르는 건 없을걸? 아무도 신경쓰지 않거든. 평민은 사람이 아니라 여기는 때문인지 옆에서 듣고 있어도 아예 신경도 쓰지 않는다구.”
“그런데 네가 그걸 어떻게 알아?”
의기양양한 표정을 짓고있던 칸피니스의 자세가 히리스의 한 마디에 무너져내린다.
“윽! 그... 그게...”
“메어리가 평민 하녀들이랑 친한지 아닌지 어떻게 아냐구? 그리고 메어리한테서 나조차 듣지 못한 이야기를 듣게 된 것도 수상해. 솔직히 말해봐. 어떤 관계야?”
“그... 그게...”
역시나 예리하다. 어찌 그 말에서 그같은 사실을 유추해낼 수 있는 것일까? 그보다 무서운 건 가족의 죽음을 이야기하는 와중에도 바람을 피운 사실을 찾아낼 수 있는 집중력이다.
“그렇지 않아도 아까 성에서 나설 때 메어리의 표정이 심상치 않았어. 너를 보는 표정에 분명 뭔가 있었다구. 솔직히 말해봐. 그동안 네가 바람피운 게 한두번도 아닌데 새삼 내가 화낼 리 없잖아. 그냥 사실을 알고 싶은 것 뿐이야.”
화낼 리 없다는 말이 더 무섭다. 히리스의 태연한 듯한 웃음의 뒤편에 보이는 어두운 살기를 칸피니스가 느끼지 못할 리 없다.
“하... 하하... 그게 말이지... 그러니까... 그러니까 말야...”
“그래, 말해봐.”
“플로네츠 남작가랑 델킨피에르 자작가 사이에 싸움을 일으키고 그 와중에 전쟁중의 사고로 위장해서 프란츠랑 로메르, 알스테아를 죽이는거야. 내가 그런 거라는 사실을 눈치채지 못하도록.”
“말 돌리지 말고! 메어리랑 언제부터 그런 관계였던거야. 화 안낸다니까!”
“걔들 다 죽고나면 누님이 작위계승서열이 제일 높아지잖수? 그때 내가 플로네츠 남작가에 복수하면서 화려하게 등장하는 거지. 가문의 적인 플로네츠 남작가를 멸한 영웅으로 말야. 그리고서 슬쩍 누님과 결혼발표를 하는거야. 반대야 심하겠지만 그때가서 지들이 뭘 어쩌겠수? 플로네츠 남작가와의 전쟁으로 기사들의 수도 줄고 다른 가문의 계승권자도 없는데. 자칫 제국동남제후령의 대공이 개입하기라도 하면 델킨피에르 자작가는 끝장이라구. 결국 누님의 남편으로서 델킨피에르 자작가를 정식으로 계승하는거지. 그때는 이미 프란츠도 죽고 없으니 괜히 남매네 뭐네 시비걸 일도 없다구.”
“자꾸 말돌리면 진짜 화낸다!!”
“어차피 대귀족가에서는 가문의 재산유출을 막기 위해 이복남매간에 결혼하는 일이 흔치는 않아도 많이 있다구. 내가 프란츠의 아들이라고 알고있는 가신들도 적극적으로 반대하지는 않을걸?”
“야! 화 안낸다니까!”
“그러니까, 이런 식으로 그 떨거지들을 모조리 죽여버리고 누님과 결혼도 하는거지. 말했잖수? 누님을 마스터와 결혼하게 해준다구.”
“결혼은 결혼이고...”
“왜? 결혼인데?”
“나더러 결혼하기 전부터 바람피우는 녀석이랑 결혼하라는 거야? 그것도 부모와 형제의 원수인데? 그리고 무엇보다 메어리랑 언제 어떻게 그런 관계가 됐냐니까?”
누가 칸피니스와 남매간 아니랄까봐 히리스도 이상한 부분에서 쓸데없이 집요하다. 부모와 형제를 죽이는 계획을 이야기할 때에도, 둘 사이의 합법적인 결혼계획을 이야기하는 도중에도 끊임없이 메어리와의 관계를 캐묻는 모습이 어찌보면 엽기적이기까지 하다.
“누님... 그보다 중요한게...”
“결혼이나 오라버니들 죽는거나 결국 나중 일이잖아. 몇 년 뒤에 일어날 지도 모르는 일 가지고 날더러 뭘 어쩌라구? 그건 일단 들어주는 것으로 된 거 아냐. 내가 뭘 어쩌란다고 계획을 포기할 너도 아니고, 내가 너와의 결혼계획을 반대할 리 없다는 것도 알고 있잖아. 그러니 나한테는 지금 당장 일어난 일이 더 중요해! 어서 불어!”
“누님!”
“왜?”
“존경스럽소!”
“뭐가?”
“너무 멋지오!”
“그러니까 진실을 밝히라고!”
“그런데 누님은 아무렇지도 않수? 프란츠랑 로메르, 알스테아 떨거지들을 죽여버린다는데? 그래도 누님한테는 아버지고 형제잖수.”
“흥! 울 아버지 말씀이 출가외인이라더라. 시집가면 남이니까 남편 말이나 잘 들으라나?”
“그 말이 정답이네. 그래서 내 말만 믿고 따르기로 한거요?”
“그러니까 남편이라고 너를 믿고 따르기 위해서라도 나에게 모든 걸 솔직히 밝혀야 한다는 거 아냐! 바른대로 말해. 메어리만이 아닌거지? 로라랑 레이나도 뭔가 기색이 수상했어. 걔들이랑도 뭔가 있는거지? 그렇지?”
질기다. 칸피니스는 더 이상 말돌리기가 의미없음을 느낀다. 결국 정면돌파밖에 남은 방법이 없다. 이대로 밀어붙이는 것이 최선이다.
“알았수. 솔직히 말할게.”
도대체 어쩌다 이런 청문회 분위기까지 왔는지 모르겠다. 처음 검술을 보여준다고 혼자 신나던 것까지 좋았다. 그러다가 히리스가 심각해 하길래 달래주려 다가와서는 가족을 죽이네 결혼하네 심각한 이야기를 한 것까지는 그래도 볼만했다. 그런데 어느새 바가지 긁히는 남편의 모양새가 되어버렸다. 괜히 심각하게 폼잡았던 게 왠지 억울하다.
“그러니까... 어떻게 된거냐면...”
“어머! 뭐야!”
그렇다고 히리스가 원하는대로 모든 걸 이야기하는 건 칸피니스의 성미에 맞지 않는다. 여자와 이야기할 때는 입과 더불어 몸을 사용해야 한다. 아니 이야기는 입으로 하더라도 설득은 몸으로 해야 한다. 그것이 칸피니스의 철학이다.
“뭐... 뭐야... 바닥이 더럽단 말야.”
“훗... 싫다는 소리는 않네?”
“싫다고 하면 중간에 그만둘거야?”
“당연히 아니지!”
항상 느끼는 거지만 귀족들의 옷차림이라는 건 정말 거추장스럽다. 이것저것 껴입는 것도 많은데다 단추도 많아서 한 번 벗기려면 중노동이 필요하다. 그런데 오늘따라 히리스의 옷차림이 수상하다.
“또 왜?”
“어? 속에 아무것도 없는데?”
각오하고 옷을 벗기려는데 정작 드레스 안에 아무것도 없다. 하다못해 코르셋조차도 없다. 말 그대로 알몸에 드레스만 걸친 꼴이다. 등에 달린 12개의 단추만 풀면 그대로 완전한 알몸이 되는 것이다.
“그럼, 너랑 같이 나오는데 그정도 준비도 안할까봐?”
“헷... 누님도 기대하고 있었다는 말이네?”
“웃기는 소리 하지 말고 드레스 더럽히지 않게 조심해. 괜히 드레스 더러워지면 나중에 귀찮아진단 말야.”
“흐흣... 내가 어린애유? 그정도는 다 준비해두고 있다구.”
“그런데... 몬스터 같은 거 안나오려나?”
“괜찮아. 나타나면 죽여버리고 다시 하면 되니까.”
“하지만...”
“흐흐흐... 중간에 멈추는 게 싫은거지?”
“뭐 그렇다기보다는...”
히리스의 드레스를 벗겨서는 한쪽에 세워둔 말안장 위에 올려두고는 자신의 코트를 바닥에 깔아 자리를 만든다. 워낙에 장신의 칸피니스이다보니 그의 코트만으로도 충분히 히리스가 누울만한 공간이 만들어진다.
“흐흠... 언제 봐도 환상적이지 않아? 옷 벗기는 속도나 그 능숙함이라는 것이... 그야말로 하나의 예술이라니까? 봐요. 그 짧은 시간에 옷 다벗기고 이렇게 자리까지 만든 다음에 누님을 가장 좋은 자세로 눕혀놓기까지 했다구. 이대로 시작만 하면 되게 말야. 나 아님 누가 이렇게 할 수 있을 것 같아?”
“자랑이니?”
“응!”
“훗!! 퍽도 자랑스럽겠다.”
“당연히! 하지만 그보다 더 자랑스러운 게 있지.”
“벗겨줄까?”
“그럴래?”
“응.”
알몸으로 누웠던 히리스가 조심스레 몸을 일으켜 칸피니스의 옷을 벗긴다. 옷이라고 해봐야 튜닉과 셔츠, 바지가 전부지만 땀에 젖어있어 벗기는 것이 쉽지는 않다. 몸에 달라붙어있는 옷을 일일이 떼어 벗기려니 어느새 땀이 송긍송글 맺힌다.
“고전중이네?”
“쳇, 내가 언제 남자 옷을 벗겨봤어야지? 이여자 저여자 건드리느라 경험 많은 너와는 다르단 말야.”
“원래 그런 건 타고나는 거라구.”
“흥! 웃기네. 네가 첫경험하던 날을 아직도 기억하는데? 버버버버벅... 버버버버벅... 옷 벗기다가 날 새는 줄 알고 얼마나 조마조마했는지...”
“훗! 그거야 첫경험 분위기 좀 내려고 한 번 해본거고. 일단 누님의 옷 순서는 다 알고 있었잖수?”
“잘났다~ 네가 어련하겠니?”
“칭찬이지?”
“쳇... 아, 다됐다. 엉덩이 들어봐.”
“어어... 이번엔 좀 빠르네?”
“하는만큼 는다고나 할까? 내가 너처럼 열심히 바람피우고 돌아다녔다면 너보다 더 능숙해졌을거야.”
“아직도 그걸로 꽁하고 있는거유?”
“너 분명히 말했다. 사실을 고백한다구.”
“이 상황에서 꼭 그걸 들어야 해?”
“당연히!”
“으휴...”
칸피니스의 옷을 다 벗긴 후 잘 개어 한쪽에 챙겨둔 히리스는 칸피니스의 응석어린 질문에 팔짱을 낀 채 오만하게 칸피니스를 내려다본다. 그녀의 눈빛에서 느껴지는 강한 의지에 칸피니스는 어쩔 수 없다는 듯 고개를 젓는다.
히리스의 표정에 승리의 미소가 떠오른다.
“다른 여자는 안물을게. 그거 일일이 다 듣다간 오늘 밤새야 할 지도 모르니까. 내 주위에 있는 여자들만 얘기해봐.”
“웃... 반칙이야. 거... 거길 잡고 물으면...”
“자아... 이야기해봐.”
“우웃... 웃... 조... 좀더...”
“빨리 얘기하지 않으면 손 놓는다.”
“아... 알았수. 메... 메어리랑... 도나, 레이니, 로라, 도리스...”
“흐흥... 거기에 레이첼, 마사, 라진, 엘리자베스, 모넬라, 캐서린... 맞니?”
“어... 어떻게?”
“내 짐작대로 다 건드렸구나.”
“에?”
“내 주위에 있는 시녀와 하녀들 명단이야. 그냥 허드렛일 하는 하녀가 아니라 나를 전담해서 책임지는 하녀들. 그냥 주욱 읊어본건데 그대로 들어맞았네? 재미있지 않니?”
가늘게 휘어진 히리스의 눈빛에서 살기가 감돈다. 칸피니스의 본능이 위험을 경고하기 시작한다. 하지만 자지가 히리스의 손에 붙잡혀 있으니 도망가기도 여의치 않다. 칸피니스 일생일대의 위기다.
“그냥 이대로 이거 뽑아버릴까?”
“누... 누님 무슨 말씀을 그리 살벌하게... 그... 그건 누님께도 손해라구!!”
“그냥 수절하는 셈 치지, 뭐. 이대로 이거 뽑아버리자.”
“어허... 무슨 말을 그리 살떨리는 말씀을! 그럼 안되죠! 귀족가의 영애께서 어찌 외간남자의 자지를...”
“넌 외간남자가 아니라 내 동생이니까 상관없어.”
“누... 누님...”
“내 주위의 하녀들만은 아니겠지? 내 주위의 하녀들까지 건드릴 정도면 네 주변에 있는 하녀들이나 네 어머니 주위에 배치된 하녀들에게도 손을 뻗혔을 거야. 맞지?”
“어... 아셨수?”
“역시 그렇구나.”
“뭐... 다 잘난 남자의 비애라고나 할까? 참 여러다리 걸치는 것도 아무나 할 짓이 아니더라구요. 하루가 다르게 정력이 말라가는데...”
“역시 뽑아버려야겠다.”
“우훗... 훗... 누... 누님... 자지 애무하는 솜씨가...”
“이대로 확 뽑아버려?”
“누... 누님... 그... 그만...”
“아니면...”
한참을 자지를 애무하던 히리스는 살기어린 눈빛으로 칸피니스를 노려보더니 그대로 고개를 내려 칸피니스의 자지를 물어간다. 갑잡스레 다가온 뜨겁고 촉촉한 느낌에 칸피니스는 숨넘어가는 듯한 쾌감을 느낀다.
“우핫!! 우웃... 깨... 깨물지 마요!”
“우웁... 우움... 움...”
“허헉... 누... 누님 넘 좋아요!”
“우웁... 우움... 우우움... 웁... 우웁...”
“뭐... 뭐라는 거유? 아...안들려!”
“웁...우우움... 움... 웁...”
“안들린다니까!”
퍼억--!!
머리를 누른 채 안들린다며 주절거리는 칸피니스의 사타구니로 히리스의 작은 주먹이 내려꽂힌다. 불알 바로 밑 예민한 부위를 내려치니 작은 여자의 주먹이지만 견딜 수 없는 고통이 밀려온다.
“우악!!”
“손으로 머리를 찍어누르면서 안들린다구? 잔머리만 늘어가지곤...”
“나... 나도 모르게 무의식적으로...”
“말해봐. 메어리는 어떻게 꼬신거야? 너도 알다시피 메어리는 기사의 딸이잖아. 귀족이라구. 더구나 네 입장도 있으니 쉽게 넘어오지는 않았을텐데?”
“그거야 이 몸의 잘남으로...”
“이게...!!”
“어허!!”
다시금 칸피니스를 징계하기위해 날아들던 히리스의 주먹은 칸피니스의 손에 잡혀 막힌다. 칸피니스에게 잡힌 손을 빼기 위해 이리저리 용을 써보지만 흔들리는 젖가슴이 칸피니스의 자지만 키울 뿐이다. 아무래도 검술을 익힌 남자의 손인 것이다.
“다른 여자 이야기는 나중에 하기로 하고... 일단은... 응?”
“뭐... 뭐야? 약속이 다르잖아?”
“약속이야 뭐... 어기라고 있는 것 아니겠수?”
“이게... 빨리 손 안치워?”
“흐흐흐... 싫은데? 그렇게 빨개진 얼굴로 그런 말 하면 설득력 없다구.”
“뭐... 뭐가...”
“누님의 몸은 누님보다 내가 더 잘 알지. 여기... 여기를 이렇게... 하면...”
“아흑!!”
칸피니스의 손길이 그녀의 허벅지 안쪽을 살금살금 간질이자 그녀는 참지 못하고 몸을 움찔인다. 그곳이 그녀의 예민한 성감대인 때문이다. 허벅지 안쪽에서 시작된 칸피니스의 애무는 그녀의 성감대를 찾아 유영을 계속한다.
“여기서 그만두고 메어리 이야기나 계속 해볼까? 어때? 그만둘까?”
“하학... 흐흑.... 하... 이야기하면서... 흑... 해...”
“어허... 고집은... 들어봐야 재미없다니까...”
“흑... 흐흑... 너... 나... 팔았구나... 하학...”
“응? 무슨 소리?”
“하항... 하하항... 나... 나 팔아서... 내 핑계로...”
“무슨 소리일까? 난 모르는데?”
“맞... 우웁... 웁...”
히리스의 말이 정곡을 찌른 때문일까? 칸피니스는 그녀가 하는 말을 먹어삼키기 위해 그녀의 입을 자신의 입으로 덮는다. 아직 나오지 않은 말까지 찾으려는 듯 그의 혀가 그녀의 입안 곳곳을 헤집는다.
“우웁... 웁... 우웁...”
부드럽게, 때로는 격렬하게 자신의 몸 위를 유영하는 칸피니스의 손길에 히리스의 몸이 붉게 물들어간다. 하얀 피부 위로 붉은 홍조가 무늬처럼 떠오른 것이 유난히 매혹작이다. 칸피니스는 그 작은 홍조를 쫓아 섬세하게 그녀의 몸을 매만져간다.
“우웁... 우웁... 웁...”
오크의 피냄새가 채 사라지지 않은 숲으로 페로몬이 듬뿍 담긴 땀냄새가 퍼져나간다. 시큼하면서도 달콤한 사랑의 냄새다. 그 속에서 여전히 히리스의 말은 칸피니스에게 삼켜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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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기작가의 여유라고나 할까? 섹스장면에 연연하지 않고 스토리 진행에 중점을 두도록 하겠습니다. 라는 말로 여전히 본격적인 섹스신이 등장하지 않는 변명을 삼고자 합니다. 원래 제 스타일이 노골적인 묘사보다는 섹스를 연상하는 대화를 쓰는 데 더 재미를 느끼다보니 이번회에도 원래 예정과는 달리 말로 모든 게 끝나버리네요. 그래도 뭐 언젠가는 본격적인 섹스신 묘사가 있겠죠. 언제일까요? 그건 저도 모릅니다.
이번 리메이크의 분위기를 보시면 색마검천황 3부의 분위기와 많이 유사합니다. 실제 한 번에 강한 인상을 주고자 일부러 오버했던 색마검천황 1부에 비해 어느정도 자리가 잡힌 뒤이다보니 조금 더 여유있게 스토리 진행에 비중을 둘 수 있었거든요. 그래서 제가 즐기는 대사중심의 이야기전개를 마음껏 즐길 수 있었습니다. 말장난을 통해 이루어지는 음담패설을 통해 말로 하는 간접섹스를 묘사해보고자 하는 시도를 여유를 가지고 해볼 수 있었습니다. 아시는 분은 아실겁니다. 제 단편 가운데 대사로만 이루어진 것이 있다는 것을요. 그 스타일을 스토리야설 안에 삽입해보고자 하는 겁니다. 그 결과는... 제 생각에는 만족스러운데 읽으시는 분들께서는 어떠실지...
색검마도지성전은 일단은 리메이크입니다. 설정의 공유부분이 있기는 하지만 완전히 일치하지는 않습니다. 예전에 제가 설정했던 것들 가운데 많은 부분이 수정될 것입니다. 그 수정된 대표적인 것들 가운데 하나가 히리스입이다. 히리스의 성격이나 역할 모두 색마검천황의 그것과 사뭇 다릅니다. 어떻게 다른가는 이야기 진행에 따라 밝혀질테니 나중에 보시면 아실겁니다.
리메이크같지 않은 리메이크 버전의 조회수가 참혹의 극을 달립니다. 조회수 4천이라니... 음... 하긴 색마검천황 마지막회 조회수가 6천에 불과하니 당연한 결과라 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도 읽어주시는 분들이 계신 한 연중은 없습니다. 물론 너무 적어지면 의욕상실로 인한 연중이 있을 지 모르지만 지금 수준의 조회수만 나와도 계속 연재할 겁니다. 그점 안심하셔도 좋습니다.
다음회예고>> 본격적인 행위에 들어가려는 칸피니스를 방해하는 갸냘픈 그림자. 뜻하지 않게 3섬의 횡재수가 보이는 것일까? 쓰는 작가도 열받는 칸피니스의 여복이 비로소 색검마도지성전에서도 그 단초를 보인다. 하늘이 무섭지 않은 색마의 본색이다.
국민의 70%가 반대하는 탄핵을 통과시켜놓고도 국민의 뜻이라 하는 세상인데 예고편과 30%만 같아도 예고편과 본편이 일치한다고 할 수 있지 않을까요? 홋홋홋... 나중엔 사사오입 예고편과 본편 일치를 시도해봐야지. 멋진 세상...^^
최고관리자
가입일 | 2016-08-11 | 접속일 | 2024-11-2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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