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일몽(千日夢) - 32부 -
실로 오랜만에 만난 예린이와 수린이는 재식의 방에서 나갈 생각을 않고
게다가 예린이는 재식의 무릎을 마치 소파인양 떨어질줄 모른다.
그때 갑자기 인터폰이 울리는 것이었다.
"뭐어... 내려 오라구? 그럼 아저씨는? 에이...참!! 알았어..."
"누구야.... 언니 내려오래? 그럼 난 여기 있을래...헤 헤~"
예린이는 오히려 잘됐다며 재식의 목을 더 끌어 안는다.
"아냐... 엄마가...너두 내려오래... "
무슨 일일까? 재식은 한동안 이 집에서 지냈지만
한치의 앞도 내다 볼 수 없을만큼 황당한 일들을 겪었으므로
조금의 변화에도 쉽게 민감한 반응이 일어나는 것이다.
투덜대던 예린이와 수린이가 내려 간지도 한참이 지나자
재식은 편치 않은 마음으로 담배를 한개피 꺼내 물었다.
"후 욱~~~ 으 흠~ 지금쯤 승희는 뭐 하고 있을까? 그리고 승희 엄마는???"
재식은 소파에 등을 기댄채 눈을 감고 가족들을 그리며 연기를 길게 내 뿜었다.
뿌연 담배연기가 사방으로 흩어진다.
"똑..똑..똑!! "
"누구?? 아..아니...사..사 모 니 임~~~"
문이 열리자 예린이 엄마가 활짝 웃는 얼굴로 고개를 가볍게 숙이며 들어왔다.
아까 쫓기던 그 험한 모습은 어디에서도 찾아 볼 수가 없다.
재식은 긴장이 되면서 피우던 담배를 얼른 비벼 끄고 손으로 연기를 날려 버린다.
"아..아니... 그냥 피우셔도 되는데.... 아휴~ 아직도 ..."
"아닙니다.. 여자들은 담배 연기를 싫어 하더라구요...."
예린이 엄마가 소파의 맞은편에 앉자 재식은 긴장이 된다.
"오늘은 너무 고마웠어요...덕분에 이렇게 무사했구요..."
"아하~ 그건 당연한 거죠... 아마 누구라도 그 상황에선 그렇게 했을껍니다.."
예린이 엄마는 잠시 머뭇 거리다가 다시 입을 열었다.
"저어~ 선 생 님... 제가 그렇게 어렵게 느껴지나요?"
"허어~ 아..아 니....그..그게 아니고... "
"좀더 잘 해 드리려고 했는게 선생님에게는 부담이 되셨나 봐요? "
역시 예린이 엄마의 지적은 날카로왔다.
"이번에 만나신 부인은 잘 해 주시나요? 제게는 무척 부러운 분인데..."
"아...네 에~~ 그..그냥 그렇죠...뭐.. 불쌍한 사람이예요... "
잠시 침묵이 흐르더니 예린이 엄마가 탁자위에 있는 담배를 하나 들더니 재식에게 권한다.
"아..아..아니... 바..방금... "
재식은 주저 하면서 받아드니 이번에는 라이터를 켜서 가져오자
어쩔수 없이 담뱃불을 붙혔지만 재식의 마음이 편하질 않다.
"선생님께서 어려워 하시는게 보기에 안 좋네요... 저희집은 모든게 자유라고 했었는데..."
"그...그래도... 지킬것은 지켜야..."
"저어~ 선생님... 제가 우리애들 학교에 안 보내는것 아시죠?"
"예에~ 저..전 그게 도무지 이해가 되질..."
그때 예린이 엄마가 재식의 말을 막으며 엄청난 이야기를 했다.
"사실 전 옥스포드를 졸업했어요... 나름대로 포부도 있었구요..."
"네엣!!! 오..오..옥 스 포 드...???"
재식은 뜻밖의 말에 입을 다물지 못했지만 예린이 엄마는 차분히 말을 이어간다.
"남편과 결혼을 하자 제 머릿속에 든 지식이란 아무것도 아니더라구요... "
"아...네에~ 그렇지만...."
"밤잠을 설쳐가며 머리를 싸 매었던 것도 후회스럽고 공부를 한답시고 미팅 한번 못한 것도 억울했어요..
그래서 전 아이들에게 공부를 강요 하지 않았고 자신이 책임 지는 한도 내에서 마음껏 자유를 누리게 했죠."
"그러다가 애들이 커서 원망을 하지 않을까요?"
재식의 말에 예린이 엄마는 잠시 주춤 하더니 다시 입을 열었다.
"그러니까 지신이 책임 지는 한도 내에서죠... 섹스도 마찬가지 라고 봐요.
선생님이 이 집을 떠나시기 전 수린이를 가지셨죠?
전 몹시 아파 하면서도 그것을 나타내지 않는 수린이를 보면서 가슴은 무척 쓰라렸죠.
하지만 수린이의 행복해 하는 얼굴을 보고 제 결정이 옳았다고 생각했어요."
"사실...저..전 그..그 일로... "
"오늘 수린이의 얼굴을 보셨죠? 선생님이 떠나신 후로 오늘처럼 밝은 얼굴은 한번도 없었어요.
예린이는 더 했죠? 밥도 먹지 않고 울때도 있었구요.그리고...저...역 시..."
예린이 엄마는 더이상 말을 잇지 못하면서 고개를 돌려 버린다.
"이해는 아직 되지 않지만.무슨 말씀인지 대충은 알겠습니다.."
"저어~ 선생님 앞으로는 제 이름을 불러 주시면 안될까요? 제 이름은 윤 미 애 라고 해요."
"허헛...제..제가 어찌...이..이..이름을... 흐 흠~~"
재식은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다.
자신과는 너무나 먼 거리에 있을듯한 사람의 이름을 부르다니...
그리고 막상 이름을 부르려니 말조차 나오지 않고 답답 하기만 하다.
"그건 아직도 저와 우리집을 어렵게 생각 하신다는 뜻이네요... 제 발..."
"아하~ 휴우~~ 아..알 겠 습 니 다... 아후~~ 미..미..미 애 씨 이.. 흐 음~~"
겨우 이름을 부르긴 했지만 재식의 이마에선 땀이 송글송글 맺힌다.
"고맙습니다...정말 고맙습니다.. 처음엔 어렵겠지만 앞으로는 좋아 질 꺼예요.."
예린이 엄마는 얼굴이 살짝 붉어 지더니 자리에서 일어났다.
"정말 고마와요... 식사 시간인데 저랑 같이 내려가요.. "
"어어~ 아휴...시간이 버..벌 써..?? "
" 참!! 애들이 버릇없이 군다면 때리세요...제가 못하는걸 선생님이 대신 좀 해 주시구요..."
재식과 예린이 엄마는 저녁을 먹기위해 같이 방을 나섰다.
그런데 계단을 막 내려 오려고 하자 갑자기 예린이 엄마가 재식에게 팔짱을 끼는 것이다.
"허헛... 저..저... 애..애들이 보 면..."
"후 후~ 어 때 요 ... 뭐어~ 더 좋아 하겠죠..."
1층 거실에서 기다리던 예린이와 수린이는 계단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일제히 눈을 돌렸다.
"어 어 어~ 어..어..엄 마 아~~ 허 어~~"
"눈이 휘둥그래 진 수린이와 예린이는 입만 벌린채 아무말도 못한다.
"어때!! 엄마랑 잘 어울려??? 후 후~ 나도 아저씨가 좋아서 팔짱 한번 껴 봤어... 후 후~"
"히 히~ 꼭 부부 같다... 아..아 니 지~~ 내가 크면 아저씨랑 결혼 할껀데?"
갑자기 입을 삐죽거리는 예린이, 역시 예린이 다운 말이다.
"자아~ 이젠 식사 하러 가자.... 참...오늘은 아무래도 예린이가 아저씨 곁에 자겠지?"
"히 히~ 당연하지...엄마~~ 내가 아저씨를 얼마나 기다렸는데... 히 히 히~~"
예린이는 엄마의 팔짱을 살짝 빼더니 가운데로 들어가 재식의 곁에 바싹 붙어 버리자
한발 놓친 수린이는 공연히 입만 삐죽 거린다.
"참...차는 수리를 해야죠? 미...미...미 애 씨..."
"어어~~ 뭐 야!!! 아저씨가 엄마 이름을??? 와 아~~ 키 키 킥!!"
예린이가 큰소리를 지르자 이름을 불렀던 재식의 얼굴이 괜히 화끈거린다.
"아 네... 벌써 수리는 보냈어요..아마 내일 쯤이면 이번에 주문한 선생님 차와 같이 올꺼예요..."
"아..아 니~~ 내...내 차는... 아..아 이구... 내 차가 아직 거기 있었지? "
재식은 그제서야 고물 승합차가 생각 났다.
"아니...그게 아니고... 선생님 의사도 물어보지 않고 제가 그 차를 폐차 시켰어요..."
"폐...폐차라뇨? 그..그럼 제 차를??"
재식은 도대체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겠다.
"너무 고물이라서 선생님 차는 폐차를 시키고 이번 기회에 다른 차로 바꿨어요..."
"바..바꾸다니요? 아직 탈만 한데... "
"죄송해요...말씀도 안드리고... 하지만 선생님이 그런 차를 타니까...제 맘이 편치 않아서..."
그렇지 않아도 가끔씩 고장을 일으켜 바꿔야 겠다는 생각을 했던 재식이지만
갑자기 폐차를 시켰다는 소리를 듣자 어리둥절 할 뿐이다.
"와 아~ 엄마... 그럼 아저씨 차는 어떤 차야?"
"으응~ 아카디아 라는 것인데... 차암!! 제 맘대로 결정을 해서 죄송해요..."
재식은 입이 딱 벌어졌다.
아카디아... 언젠가 돈을 벌게 되면 꼭 타고 싶었던 차가 아닌가?
"아니... 꽤... 비쌀텐데... 어 휴~~"
"사실 외제차를 살까도 생각 해봤지만 상동에서 사신다기에 사람들의 시선도 있고 해서...좀 낮췄어요..."
거기까지 생각을 하다니....역시 예린이 엄마의 생각은 깊었다.
"아저씨이~ 그 러 엄~ 내일은 우리 놀러가자... 응?"
예린이는 신이 나는지 밥도 먹지 않고 숟가락만 들었다 놓았다 한다.
"아저씨이~ 먼저 방에 가 있어요오~ 예린이는 잠옷으로 같아 입고 금방 올라 갈테니까아~~"
식사를 마치자 예린이는 방으로 들어가면서 계단을 올라가는 재식에게 손을 흔들어 보인다.
식사후의 담배맛은 왜 이리 꿀맛일까?
재식은 담배 연기를 길게 내 뿜으면서 상동에 있는 승희를 떠 올렸다.
"후훗!! 녀석 지금 쯤 저녁은 먹었을까? 이번에 가면 멋진 드라이브를 시켜 줘야지... "
불과 아침에 헤어졌지만 벌써 오랫동안 떨어져 있는것만 같다.
어제만 하더라도 계곡에서의 즐거운 시간을 지냈었는데...
아무리 마음을 편하게 해 주려고 하지만 예린이의 집은 편하질 않다.
역시 송충이는 솔잎을 먹고 살아야 하는가 보다.
침대도 아닌 딱딱한 방에서 얇은 요 하나를 깔아도 마음과 몸이 그렇게 편할수가 없다.
욕실이 없어 부엌에다 물을 받아서 목욕하고
화장실을 갈때도 바깥에 나가 구린 냄새를 맡으면서 볼일을 보지만
그곳이 내 보금자리 처럼 느껴 지는건 왜 일끼?
"아저씨이~ 나 왔어... 히 히~ 예린이 이쁘지? 헤 헤 헤~"
발목 바로 위까지 내려오는 노랗고 하늘거리는 예린이의 잠옷이 정말 예쁘다.
승희에게도 저런 잠옷을 입혀주고 싶다.
"오오~ 역시 예린이는 뭘 입어도 예뻐... 하 하 하~"
"켁..켁... 아저씨이~ 담배 피웠어? 으 으~ 난 담배 냄새 싫은데.... "
"어유~ 그래쪄? 아저씨는 그것도 모르고... 후 후 후~ 미안해..."
켁켁 거리던 예린이가 재식을 뚫어지게 쳐다본다.
무었일까? 그것은 틀림없이 무엇을 요구 할때 바라보는 눈빛이다.
"아저씨이~ 나한테 정말 미안해?"
"으응~ 예린이가 담배 연기를 싫어 하는거 알면서 담배를 폈으니까...미안하지... 후 후~"
" 히 히~ 그럼 나 ... 오늘 목욕 시켜 줘... 헤 헤 헤~"
역시 예린이에겐 그런 뜻이 숨어 있었다.
"뭐..뭐..뭐!! 너..너 ~~ 하이구....이녀석.... 근데 너 엄마가 말 안들으면 때려도 된다고 하던데?"
"정말!! 엄마가 그런말도 했어? 와아~ 엄 마 가??? 히 히~ 좋아 아저씨이~ 그럼 나 때려... "
"뭐 라 고??? 때려 달라니... 어 휴.... 이녀석 이거....휴우~"
"괜 찮 아 아~ 나아~ 아직 한번도 안 맞아 봐서 맞는게 어떤건지 잘 몰라... 빨리 아저씨이~ 때려 봐..."
맞는것이 어떤건지 아직도 잘 모른다는 예린이,
그리고 때려 달라는 예린이를 통해 재식은 천사의 모습을 보고 있는것 같다.
"참...아저씨이~ 내일은 수아 이모가 아저씨랑 같이 있고 싶대는데...?"
재식의 말도 듣지 않은 채 예린이는 목욕을 하려고 벌써 잠옷을 벗으며 흘러가는 말처럼 중얼거린다.
"뭐..뭐... 수..수 아 가??? 그러고 보니 아직 수아의 얼굴도 못 봤네... "
"수아 이모가 아저씨를 되게 좋아 하나봐아~ 맨날 맨날 아저씨 이야기만 하던데..."
얼굴은 그렇게 예쁘면서 불구의 몸이라 사람들과 어울리기를 꺼려 하는 수아,
비록 하룻밤을 보냈지만 재식에게는 결코 잊을수 없는 여자이다.
까만 눈동자에 맺혀있던 수아의 눈물,
발가벗은 수아의 하얀 다리 사이로 선홍색 빛깔의 조갯살에는
투명한 꿀물이 한없이 넘쳐 흘러 시트까지 적셔 버린 수아,
비록 짧은 시간 이었지만 정열적인 밤을 보냈던 그녀다.
한동안 재식은 수아와 함께 뒹굴었던 침대를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
"아저씨이~ 나 목욕 안 시켜 줄꺼야아? 흐 으 응~"
어느새 하늘 거리는 노란 잠옷을 벗어 버린 예린이는
곰돌이 문양이 귀엽게 그려진 앙증맞은 팬티만 입은채 조르듯이 몸을 흔들고 있다.
"어휴~ 이런 애기 같이... 예린이 넌 언제 다 크냐? 그래~ 알았어...그럼 욕조에 물부터 받아 놔.... "
드디어 재식이의 허락이 떨어지자 울상을 짓던 예린이의 얼굴이 활짝 펴 지면서
토실토실한 엉덩이를 달랑 거리며 욕조로 쪼로로 달려간다.
- 다음편에 계속 -
[email protected]
실로 오랜만에 만난 예린이와 수린이는 재식의 방에서 나갈 생각을 않고
게다가 예린이는 재식의 무릎을 마치 소파인양 떨어질줄 모른다.
그때 갑자기 인터폰이 울리는 것이었다.
"뭐어... 내려 오라구? 그럼 아저씨는? 에이...참!! 알았어..."
"누구야.... 언니 내려오래? 그럼 난 여기 있을래...헤 헤~"
예린이는 오히려 잘됐다며 재식의 목을 더 끌어 안는다.
"아냐... 엄마가...너두 내려오래... "
무슨 일일까? 재식은 한동안 이 집에서 지냈지만
한치의 앞도 내다 볼 수 없을만큼 황당한 일들을 겪었으므로
조금의 변화에도 쉽게 민감한 반응이 일어나는 것이다.
투덜대던 예린이와 수린이가 내려 간지도 한참이 지나자
재식은 편치 않은 마음으로 담배를 한개피 꺼내 물었다.
"후 욱~~~ 으 흠~ 지금쯤 승희는 뭐 하고 있을까? 그리고 승희 엄마는???"
재식은 소파에 등을 기댄채 눈을 감고 가족들을 그리며 연기를 길게 내 뿜었다.
뿌연 담배연기가 사방으로 흩어진다.
"똑..똑..똑!! "
"누구?? 아..아니...사..사 모 니 임~~~"
문이 열리자 예린이 엄마가 활짝 웃는 얼굴로 고개를 가볍게 숙이며 들어왔다.
아까 쫓기던 그 험한 모습은 어디에서도 찾아 볼 수가 없다.
재식은 긴장이 되면서 피우던 담배를 얼른 비벼 끄고 손으로 연기를 날려 버린다.
"아..아니... 그냥 피우셔도 되는데.... 아휴~ 아직도 ..."
"아닙니다.. 여자들은 담배 연기를 싫어 하더라구요...."
예린이 엄마가 소파의 맞은편에 앉자 재식은 긴장이 된다.
"오늘은 너무 고마웠어요...덕분에 이렇게 무사했구요..."
"아하~ 그건 당연한 거죠... 아마 누구라도 그 상황에선 그렇게 했을껍니다.."
예린이 엄마는 잠시 머뭇 거리다가 다시 입을 열었다.
"저어~ 선 생 님... 제가 그렇게 어렵게 느껴지나요?"
"허어~ 아..아 니....그..그게 아니고... "
"좀더 잘 해 드리려고 했는게 선생님에게는 부담이 되셨나 봐요? "
역시 예린이 엄마의 지적은 날카로왔다.
"이번에 만나신 부인은 잘 해 주시나요? 제게는 무척 부러운 분인데..."
"아...네 에~~ 그..그냥 그렇죠...뭐.. 불쌍한 사람이예요... "
잠시 침묵이 흐르더니 예린이 엄마가 탁자위에 있는 담배를 하나 들더니 재식에게 권한다.
"아..아..아니... 바..방금... "
재식은 주저 하면서 받아드니 이번에는 라이터를 켜서 가져오자
어쩔수 없이 담뱃불을 붙혔지만 재식의 마음이 편하질 않다.
"선생님께서 어려워 하시는게 보기에 안 좋네요... 저희집은 모든게 자유라고 했었는데..."
"그...그래도... 지킬것은 지켜야..."
"저어~ 선생님... 제가 우리애들 학교에 안 보내는것 아시죠?"
"예에~ 저..전 그게 도무지 이해가 되질..."
그때 예린이 엄마가 재식의 말을 막으며 엄청난 이야기를 했다.
"사실 전 옥스포드를 졸업했어요... 나름대로 포부도 있었구요..."
"네엣!!! 오..오..옥 스 포 드...???"
재식은 뜻밖의 말에 입을 다물지 못했지만 예린이 엄마는 차분히 말을 이어간다.
"남편과 결혼을 하자 제 머릿속에 든 지식이란 아무것도 아니더라구요... "
"아...네에~ 그렇지만...."
"밤잠을 설쳐가며 머리를 싸 매었던 것도 후회스럽고 공부를 한답시고 미팅 한번 못한 것도 억울했어요..
그래서 전 아이들에게 공부를 강요 하지 않았고 자신이 책임 지는 한도 내에서 마음껏 자유를 누리게 했죠."
"그러다가 애들이 커서 원망을 하지 않을까요?"
재식의 말에 예린이 엄마는 잠시 주춤 하더니 다시 입을 열었다.
"그러니까 지신이 책임 지는 한도 내에서죠... 섹스도 마찬가지 라고 봐요.
선생님이 이 집을 떠나시기 전 수린이를 가지셨죠?
전 몹시 아파 하면서도 그것을 나타내지 않는 수린이를 보면서 가슴은 무척 쓰라렸죠.
하지만 수린이의 행복해 하는 얼굴을 보고 제 결정이 옳았다고 생각했어요."
"사실...저..전 그..그 일로... "
"오늘 수린이의 얼굴을 보셨죠? 선생님이 떠나신 후로 오늘처럼 밝은 얼굴은 한번도 없었어요.
예린이는 더 했죠? 밥도 먹지 않고 울때도 있었구요.그리고...저...역 시..."
예린이 엄마는 더이상 말을 잇지 못하면서 고개를 돌려 버린다.
"이해는 아직 되지 않지만.무슨 말씀인지 대충은 알겠습니다.."
"저어~ 선생님 앞으로는 제 이름을 불러 주시면 안될까요? 제 이름은 윤 미 애 라고 해요."
"허헛...제..제가 어찌...이..이..이름을... 흐 흠~~"
재식은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다.
자신과는 너무나 먼 거리에 있을듯한 사람의 이름을 부르다니...
그리고 막상 이름을 부르려니 말조차 나오지 않고 답답 하기만 하다.
"그건 아직도 저와 우리집을 어렵게 생각 하신다는 뜻이네요... 제 발..."
"아하~ 휴우~~ 아..알 겠 습 니 다... 아후~~ 미..미..미 애 씨 이.. 흐 음~~"
겨우 이름을 부르긴 했지만 재식의 이마에선 땀이 송글송글 맺힌다.
"고맙습니다...정말 고맙습니다.. 처음엔 어렵겠지만 앞으로는 좋아 질 꺼예요.."
예린이 엄마는 얼굴이 살짝 붉어 지더니 자리에서 일어났다.
"정말 고마와요... 식사 시간인데 저랑 같이 내려가요.. "
"어어~ 아휴...시간이 버..벌 써..?? "
" 참!! 애들이 버릇없이 군다면 때리세요...제가 못하는걸 선생님이 대신 좀 해 주시구요..."
재식과 예린이 엄마는 저녁을 먹기위해 같이 방을 나섰다.
그런데 계단을 막 내려 오려고 하자 갑자기 예린이 엄마가 재식에게 팔짱을 끼는 것이다.
"허헛... 저..저... 애..애들이 보 면..."
"후 후~ 어 때 요 ... 뭐어~ 더 좋아 하겠죠..."
1층 거실에서 기다리던 예린이와 수린이는 계단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일제히 눈을 돌렸다.
"어 어 어~ 어..어..엄 마 아~~ 허 어~~"
"눈이 휘둥그래 진 수린이와 예린이는 입만 벌린채 아무말도 못한다.
"어때!! 엄마랑 잘 어울려??? 후 후~ 나도 아저씨가 좋아서 팔짱 한번 껴 봤어... 후 후~"
"히 히~ 꼭 부부 같다... 아..아 니 지~~ 내가 크면 아저씨랑 결혼 할껀데?"
갑자기 입을 삐죽거리는 예린이, 역시 예린이 다운 말이다.
"자아~ 이젠 식사 하러 가자.... 참...오늘은 아무래도 예린이가 아저씨 곁에 자겠지?"
"히 히~ 당연하지...엄마~~ 내가 아저씨를 얼마나 기다렸는데... 히 히 히~~"
예린이는 엄마의 팔짱을 살짝 빼더니 가운데로 들어가 재식의 곁에 바싹 붙어 버리자
한발 놓친 수린이는 공연히 입만 삐죽 거린다.
"참...차는 수리를 해야죠? 미...미...미 애 씨..."
"어어~~ 뭐 야!!! 아저씨가 엄마 이름을??? 와 아~~ 키 키 킥!!"
예린이가 큰소리를 지르자 이름을 불렀던 재식의 얼굴이 괜히 화끈거린다.
"아 네... 벌써 수리는 보냈어요..아마 내일 쯤이면 이번에 주문한 선생님 차와 같이 올꺼예요..."
"아..아 니~~ 내...내 차는... 아..아 이구... 내 차가 아직 거기 있었지? "
재식은 그제서야 고물 승합차가 생각 났다.
"아니...그게 아니고... 선생님 의사도 물어보지 않고 제가 그 차를 폐차 시켰어요..."
"폐...폐차라뇨? 그..그럼 제 차를??"
재식은 도대체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겠다.
"너무 고물이라서 선생님 차는 폐차를 시키고 이번 기회에 다른 차로 바꿨어요..."
"바..바꾸다니요? 아직 탈만 한데... "
"죄송해요...말씀도 안드리고... 하지만 선생님이 그런 차를 타니까...제 맘이 편치 않아서..."
그렇지 않아도 가끔씩 고장을 일으켜 바꿔야 겠다는 생각을 했던 재식이지만
갑자기 폐차를 시켰다는 소리를 듣자 어리둥절 할 뿐이다.
"와 아~ 엄마... 그럼 아저씨 차는 어떤 차야?"
"으응~ 아카디아 라는 것인데... 차암!! 제 맘대로 결정을 해서 죄송해요..."
재식은 입이 딱 벌어졌다.
아카디아... 언젠가 돈을 벌게 되면 꼭 타고 싶었던 차가 아닌가?
"아니... 꽤... 비쌀텐데... 어 휴~~"
"사실 외제차를 살까도 생각 해봤지만 상동에서 사신다기에 사람들의 시선도 있고 해서...좀 낮췄어요..."
거기까지 생각을 하다니....역시 예린이 엄마의 생각은 깊었다.
"아저씨이~ 그 러 엄~ 내일은 우리 놀러가자... 응?"
예린이는 신이 나는지 밥도 먹지 않고 숟가락만 들었다 놓았다 한다.
"아저씨이~ 먼저 방에 가 있어요오~ 예린이는 잠옷으로 같아 입고 금방 올라 갈테니까아~~"
식사를 마치자 예린이는 방으로 들어가면서 계단을 올라가는 재식에게 손을 흔들어 보인다.
식사후의 담배맛은 왜 이리 꿀맛일까?
재식은 담배 연기를 길게 내 뿜으면서 상동에 있는 승희를 떠 올렸다.
"후훗!! 녀석 지금 쯤 저녁은 먹었을까? 이번에 가면 멋진 드라이브를 시켜 줘야지... "
불과 아침에 헤어졌지만 벌써 오랫동안 떨어져 있는것만 같다.
어제만 하더라도 계곡에서의 즐거운 시간을 지냈었는데...
아무리 마음을 편하게 해 주려고 하지만 예린이의 집은 편하질 않다.
역시 송충이는 솔잎을 먹고 살아야 하는가 보다.
침대도 아닌 딱딱한 방에서 얇은 요 하나를 깔아도 마음과 몸이 그렇게 편할수가 없다.
욕실이 없어 부엌에다 물을 받아서 목욕하고
화장실을 갈때도 바깥에 나가 구린 냄새를 맡으면서 볼일을 보지만
그곳이 내 보금자리 처럼 느껴 지는건 왜 일끼?
"아저씨이~ 나 왔어... 히 히~ 예린이 이쁘지? 헤 헤 헤~"
발목 바로 위까지 내려오는 노랗고 하늘거리는 예린이의 잠옷이 정말 예쁘다.
승희에게도 저런 잠옷을 입혀주고 싶다.
"오오~ 역시 예린이는 뭘 입어도 예뻐... 하 하 하~"
"켁..켁... 아저씨이~ 담배 피웠어? 으 으~ 난 담배 냄새 싫은데.... "
"어유~ 그래쪄? 아저씨는 그것도 모르고... 후 후 후~ 미안해..."
켁켁 거리던 예린이가 재식을 뚫어지게 쳐다본다.
무었일까? 그것은 틀림없이 무엇을 요구 할때 바라보는 눈빛이다.
"아저씨이~ 나한테 정말 미안해?"
"으응~ 예린이가 담배 연기를 싫어 하는거 알면서 담배를 폈으니까...미안하지... 후 후~"
" 히 히~ 그럼 나 ... 오늘 목욕 시켜 줘... 헤 헤 헤~"
역시 예린이에겐 그런 뜻이 숨어 있었다.
"뭐..뭐..뭐!! 너..너 ~~ 하이구....이녀석.... 근데 너 엄마가 말 안들으면 때려도 된다고 하던데?"
"정말!! 엄마가 그런말도 했어? 와아~ 엄 마 가??? 히 히~ 좋아 아저씨이~ 그럼 나 때려... "
"뭐 라 고??? 때려 달라니... 어 휴.... 이녀석 이거....휴우~"
"괜 찮 아 아~ 나아~ 아직 한번도 안 맞아 봐서 맞는게 어떤건지 잘 몰라... 빨리 아저씨이~ 때려 봐..."
맞는것이 어떤건지 아직도 잘 모른다는 예린이,
그리고 때려 달라는 예린이를 통해 재식은 천사의 모습을 보고 있는것 같다.
"참...아저씨이~ 내일은 수아 이모가 아저씨랑 같이 있고 싶대는데...?"
재식의 말도 듣지 않은 채 예린이는 목욕을 하려고 벌써 잠옷을 벗으며 흘러가는 말처럼 중얼거린다.
"뭐..뭐... 수..수 아 가??? 그러고 보니 아직 수아의 얼굴도 못 봤네... "
"수아 이모가 아저씨를 되게 좋아 하나봐아~ 맨날 맨날 아저씨 이야기만 하던데..."
얼굴은 그렇게 예쁘면서 불구의 몸이라 사람들과 어울리기를 꺼려 하는 수아,
비록 하룻밤을 보냈지만 재식에게는 결코 잊을수 없는 여자이다.
까만 눈동자에 맺혀있던 수아의 눈물,
발가벗은 수아의 하얀 다리 사이로 선홍색 빛깔의 조갯살에는
투명한 꿀물이 한없이 넘쳐 흘러 시트까지 적셔 버린 수아,
비록 짧은 시간 이었지만 정열적인 밤을 보냈던 그녀다.
한동안 재식은 수아와 함께 뒹굴었던 침대를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
"아저씨이~ 나 목욕 안 시켜 줄꺼야아? 흐 으 응~"
어느새 하늘 거리는 노란 잠옷을 벗어 버린 예린이는
곰돌이 문양이 귀엽게 그려진 앙증맞은 팬티만 입은채 조르듯이 몸을 흔들고 있다.
"어휴~ 이런 애기 같이... 예린이 넌 언제 다 크냐? 그래~ 알았어...그럼 욕조에 물부터 받아 놔.... "
드디어 재식이의 허락이 떨어지자 울상을 짓던 예린이의 얼굴이 활짝 펴 지면서
토실토실한 엉덩이를 달랑 거리며 욕조로 쪼로로 달려간다.
- 다음편에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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