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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8-24 09:49 634회 0건
"꽝--------------------"

정신이 몽롱하다.

가슴에 힘을주어 숨을 쉴려고 하지만 좀처럼 막힌 목구멍이 열리질 않는다.

난 그렇게 정신을 잃었다.

얼마쯤 지났을까?

희미한 백열전등이 빠르게 지나가고 내 주위엔 여러명의 사람들이 달라붙어 있다.

"바이탈 올리고--------심박수 확인해봐--------"

내주위에 모인 사람들 대부분이 엄청스리 바쁜 가운데 나 혼자만이 아무렇지도 않은듯 조용히 누워있다.

그리고 다시금 의식을 잃어간다.

마치 꿈을 꾸듯-----엄마 뱃속에서의 안락함과 같은 포근함이 느껴진다.

목구멍으로 뭔가 드러오는 느낌------

포근함을 자꾸 방해하는 외부의 침입이 무작정 두렵다.

이대로 편안히 눈을 감고 싶다---------

영원히-------영원히




희뿌연 안개가 끝없이 펼쳐진다.

주윈 어두웠지만 그 느낌은 싫지가 않다.

터벅터벅------목적지 없는 길을 무작정 걸어간다.

이대로 가면 뭔가 나오리라는 기대감으로 그렇게 무작정 걸어가는 것이다.

한참을 걸었지만 힘이 들지 않다.

오히려 더욱 가뿐해 지는 느낌이랄까?--------

그리고 나타나는 태고적 자연---------

아니 말로 표현하기 힘든 이상향적인 풍경이 펼쳐지고--------

후각으로 느껴지는 향긋한 내음--------

나를 포근히 감싸주는 따사로운 햇살---------그리고 쾌감-----

이곳을 들어서면서부터 느껴지는 쾌감--------

말로 표현하기 힘드리만큼 아주 아주 감미롭고 유쾌한 쾌감-------

절정에 이른후 사정시의 느낌 이상이랄까?--------

그 쾌감이 지속적으로 반복된다.

너무나도 좋다---------영원히 이곳에서 눌러 앉아 있고픈 맘이 굴뚝 같지만

나도 모르게 어디론가 발을 움직인다.

미끄러지듯 날렵하게 날아가는 나의 몸뚱아리-------

잠시 날아갔다는 기분이 들때쯤 어디선가 들려오는 장엄한 목소리-----

"최판돌은 냉큼 무릅을 꿇고 머릴 조아리거라----------"

목소리가 얼마나 장엄한지 저절로 무릅이 꿇려진다.

순식간에 안개가 걷히면서 내앞엔 커다란 원탁에 흰수염을 길게 느려뜨린 노인이 나타난다.

"무엄하다-----어딜 올려다 보느냐?--------"

잠시 쳐다봤을 뿐인데?------------

"신해년 사시생 최판돌 맞는냐?--------"

신해년은 뭐고 사시는 또 뭐야?--------

"이놈이 어느 안전이라고 버벅거리는 것이냐?------얼른 고하지 못할까"

노인네 옆에서 호들갑을 떨고 있는 녀석은 수염이 나질 않았다.

내시인 모양이다-------ㅋㅋ

"이보슈--------형씨-----날 왜 불렀는지부터 말해줘야 되는게 순서 아니유?"

"뭐 형씨?---------이런 싸가지 하고는"

"네놈이 아직 정신을 못차리고 있구나----------"

"네놈의 명이 다해 지금 염라대왕님 앞에 있거늘 겸손해도 시원찮을 판에 뭐가 어째 형씨?-----"

"고만 됐다 내시부사-------일이나 하자-------"

가만히 듣던 흰수염의 노인네가 내시놈을 저지하자 내시는 곧바로 꼬릴 내린다.

그래도 저 염라대왕인가 하는 노인네랑은 말이 통할꺼 같다.

"억울합니다-----염라대왕님--------저 지금 36살이에요----너무 일찍 온거 아닙니까?"

"아주 지랄 옆차길 해라---------네놈의 명이 그것밖에 안되는데 뭘 징징짜고 지랄이야"

"고만 징징대고 36살이면 신해생맞고---네놈 이름이 최판돌 맞아?"

"저한텐 백일 갓 지난 갓난아기가 있읍니다.-----정상참작좀 해 주십시요 염라대왕님--------"

난 계속 무릅을 꿇은체 노인네에게 애원했고,

그렇게 실랑이는 계속됐다.

이윽고----------

"사람의 명은 옥황상제가 정하는법------네 명이 그것밖에 안되는걸 낸들 어쩔것이냐?"

"다시한번 묻겠다 사시생 최판돌 맞느냐?"

"최판돌은 맞는데요 사시는 뭐랍니까?"

"이런 무식하놈-------오전 9시에서 10시 사이에 태어났냐고 쨔샤"

저런 내시놈이 아까부터 신경쓰이게 계속 반말지껄이네?

"전 밤에 태어났읍니다-------눈내리는 정월 초이틀 겨울밤에 태어났읍니다."

"정월 초이틀?----------"

"이봐 내시부사----여긴 섣달 그믐 사시생 최판돌이라고 적혀 있는데--------"

"그럴리가요?-------잠깐만"

내시놈이 염라대왕이 보던 장부를 들고 골똘히 쳐다본다.

"마마-------잠시 저희끼리 미팅좀 하겠읍니다."

내시놈은 곧바로 뒤에 서있던 저승사자들을 불르더니 머릴 맞대고 뭔가 중얼중얼 거린다.

잠시후----------

"에고---마마 뭔가 착오가 생긴것 같읍니다."

"착오?----------너 저번처럼 사람 바꿔 데려온거라면 대가리 박고 고해라---------"

그러자 내시놈이 바로 머릴 쳐 박는 시늉을 한다.

"신해생 최판돌 2명이 똑같이 사고를 내는 바람에 저희 애들이 실수를 한것 같읍니다 마마"

"너 지금 그걸 말이라고 지껄이는 거야--------벌써 몇번째야 엉?"

"송구합니다 마마--------"

"너 내시부사 자리 오른지 몇년째야?"

"햇수로 5억년이 넘었습죠-----네"

"그런데 아직까지 감이 안잡히냐?-----------구조조정 할까?"

"아이고 마마님 한번만-------딱 한번만 봐주십쇼-----다신 절대로 네버 네버 이런 실수는 -----"

"좋아 이번 한번만 눈감아 줄테니깐 최판돌 껀은 너가 잘 알아서 갈무리 해--------"

"슝----------------"

염라대왕은 말이 끝나기 무섭게 사라졌고,

내시부사는 저승사자들을 몇차례 더 호통을 쳐 댄다.

"아 쪽팔려---------너들 땜시로 내가 제명에 못죽어 --------"

"이보슈--------내시양반-------여기서도 꼴까닥 하고 죽습니까?"

"아그야 그냥 한쪽에 찌그려져 있그라 내 지금 너랑 실랑이 할 시간 읍다"

"야야야-----너 내시부사 일루와봐--------지금 성질을 낼 사람이 누군데----어딨다대고?"

"일을 똑바로 처리 못했으면 응당 미안하다고 해야 도리 아냐?---------엉"

"뭐?------야?--------"

내시부사는 기가막힌듯 황당해 하고 있다.

"임마------나이먹었으면 나이값을 한다고 5억년을 똥꾸멍으로 쳐먹었냐 엉---------"

"뭐 임마?--------똥구멍"

"너 지금 잠시 혼동하는가 본데 여긴 저승이야 저승-------난 신이고----너같은 사람이 아니라니깐"

"귀신 씨나리 까먹는 소리 하고 자빠졌네------------"

"다 지버치우고 얼른 이승으로 내려줘--------빨랑"

"못내려줘----------"

"왜?--------"

"탔어-----------"

"뭐가 타?--------"

"네 육신--------"

내시부사의 한마디에 잠시 할말을 잊은체로 멍하니 서있다.

"너 마누라한테 몹쓸짓 한거 아냐?------얼케 남편 죽은지 이틀도 안돼 화장처리 하냐?"

"아니야-------그럴리가----그럴리가 없어"

"없긴 개뿔이 없냐--------네 몸뚱아리 탔다고 해서 나도 지금 막막해 하고 있는 중이야"

"물어내------물어내란 말이야--------"

"그러지 말고 내가 염라마마님한테 잘 말해줄테니깐 여기서 눌러살어----좋찮아"

"야 염라대왕인지 옥황상젠지 얼릉 불러와-----너들 짱 나오라고 하라고--------"

"아주 이게 막가겟다는 심산이야 뭐야?"

"다시한번 말하지만 난 내 육신 찾어 내려갈꺼야 나랑 쇼부칠 생각 말오---------"

"그새끼-----배만 볼록 나온 니 몸뚱이가 뭐가 좋타고?--------"

"좋아------너 몸뚱이 대신 너랑 같이 사고 내고 잡혀올려던 최판돌 몸뚱이로 드러가"

"나도 이게 마지노선이야 양보못해--------"

"시러----시러------난 내 몸뚱이 찾아 갈꺼야"

"싫은게 어딨어-------까라면 까야지--------아무쪼록 남은 인생 차카게 살아라-----엉"

"난 바빠서 그만-------------바이바이"

갑자기 내시부사가 홀연히 사라진다.

그리더니 잠시후---------다시 펑하고 나타나더니

"아주 조건이 좋아--------예전에 너랑은 차원부터가 틀려"

"집안 빵빵하지-------학벌좋지--------마누라 이쁘지-------애인도 몇 되나봐-----"

"어때 구미가 댕기지 않어?"

"너 지금 그러케 책임 회피할려는거 누가 모를줄 알어?"

"그새끼 속고만 살아왔나?"

"어쩔수 없어-----지금 네 몸뚱이는 불타고 없으니깐 대신 다른 최판돌 몸뚱이로 드러가는 수밖에"

"내가 너한테 미안한 생각에 네 정력을 조금 업그레이드 해 놨으니깐--------남은 인생 실컷 즐기다 와"

"인생 뭐있냐------한때 왔다 신나게 즐기다 가면 그게 제일이지----안그래?"

그리곤 다시 홀연히 사라지는 내시부사------------

내시부사가 사라지자마자 난 끝없이 미로속으로 순식간에 빨려드러간다.

한참을 그렇게 터널속을 지나가듯 미로속을 빠져나간다------------

그리고----------





"여------------여보?-----정신이 들어요?"

희미한 백열등 조명이 눈부시다.

잠시 눈을 찡그리며 고갤 돌리자 가습기에서 뿜어져 나오는 연기가 또다시 안면을 자극한다.

"여보-----------여보"

그리고 나를 애타게 부르는 여자---------

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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