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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8-24 09:49 615회 0건
이블시드 -Evil Seed- 1부 마종발아(魔種發芽) (2)



절벽에 떨어진 마코토와 마이코를 구하기 위해 내려온 구조대원들은 별다른 상처가 없다는 이야기와는 달리 엄청난 양의 피를 흘리고 동굴에 쓰러져 있는 마코토를 보고 놀라서 황급히 응급조치를 하려 했다.

하지만 어째서인지 출혈양에 비해서 그리 큰 상처는 찾을 수 없었다. 넘어지면서 동굴 바닥에 긁혀 생긴 것으로 보이는 작은 상처가 몇개 발견될 뿐이었다. 대단치 않은 상처일 뿐인데 어째서 이렇게 많은 피가 흘러나온 것인지 알 수가 없었다.

아무튼 대량출혈 때문에 마코토는 심한 급성 빈혈과 쇼크 증세를 보이고 있었다. 그들은 황급히 소년을 병원으로 데려갔다.



‘여긴... 어디지....’

마코토의 눈 앞에는 기묘한 공간이 펼쳐져있었다. 방향도, 거리도, 중력도 느껴지지 않는 이상한 곳이었다. 그리고 사방은 끝이 없이 펼쳐진 회색빛 안개. 음습하고 불길한 느낌이 가득했다.

흐윽- 흑- 흐윽- 흑흑-

그때 그의 귀에서 한 소녀의 처연한 흐느낌 소리가 들려왔다. 마코토는 소리가 들리는 방향을 찾아 고개를 돌렸다. 그러자 아주 멀리 사람의 그림자가 하나 보이는 것 같았다. 전혀 움직이지도 않았는데 마코토의 몸은 점점 그곳으로 다가갔다.

‘누, 누구지?’

마코토는 한 소녀가 쇠사슬과 족쇄에 온 몸이 묶여있는 것을 발견했다. 나이는 대략 10살 정도. 아주 귀엽게 생긴 소녀였지만, 연한 보라빛이 도는 창백한 피부에 인간에게는 있을 수 없는 자주색 머리카락.

그리고 이상할 정도로 길고 뾰족한 귀와 이마 한가운데 나있는 작은 진주색 뿔.... 어딘가 인간같지 않은 느낌이었다. 미성숙하기는 했지만 쇠사슬을 제외하면 몸을 가릴 것은 아무것도 걸치지 않은 그 소녀의 몸을 보고 마코토는 약간 얼굴이 붉어졌다.

그 소녀의 모습은 아주 처참했다. 온 몸에는 두꺼운 쇠사슬이 칭칭 감겨있고, 손발에는 족쇄가 채워져 구속된 상태였다. 등에는 마치 박쥐 날개 같은 것이 달려있었는데 거의 반 이상이 뜯겨나가 있었고, 특히 커다란 눈은 눈꺼풀은 촘촘하게 꿰메어져 눈도 뜰 수 없게 만들어져 있었다. 그녀는 꿰메진 눈꺼풀 틈으로 끝없이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흐윽- 흑- 흐윽- 흑흑흑-"
"너는 누구지? 왜 여기 있는 거야?"
"누구시죠...?"

소녀는 마코토가 있는 쪽을 향해 고개를 돌리고 물음을 던졌다. 마치 달콤한 향기가 나는 것 같은 고은 목소리였다.

"나는... 마츠모토 마코토라고 해...."
"나는 이슈탈... 나한테... 가까이 오지 않는게 좋아..."
"어째서....?"
"나는... 악마의 아이니까... 태어날 때부터 그렇게 불렸어... 그리고 신의 사자라는 사람들이 날 이렇게 만들어 버렸어...."

침울한 표정으로 고개를 숙이는 이슈탈이라는 소녀. 마코토는 그녀가 불쌍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특이한 외모 때문에 주위 사람들에게 차별 대우라도 받은 것일까? 천성적으로 상냥한 마음을 가진 소년은 이 가련한 모습의 소녀를 도와주고 싶었다.

"어떻게 그럴수가.... 너무하잖아. 저기, 내가 도와줄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나에게 가까이 오지 말아요.... 불행해질테니까...."
"그럴리가... 괜찮아. 내가 어떻게든 도와줄테니까!"
"정 그렇게 돕고 싶다면.. 나에게 키스를 해줘요."
"키, 키스...?"
"네.... 제 입에... 따듯한 키스를..."

소녀는 입을 오므려서 앞으로 내밀었다. 입술도 자주빛이었다. 립스틱이나 화장품에 의한 것이 아니라, 천연적인 색.... 꿀이 발라진 듯이 유혹적으로 빛나는 그 입술은 마코토의 가슴을 두근거리게 했다.

‘어쩌지... 할수없나...’

잠시 고민하던 소년은 고개를 숙이고 소녀의 입술에 입을 맞추었다. 마코토에게 이것은 첫키스였다. 마이코나 루리와는 아주 친하게 지내기는 했지만 여전히 소꼽친구 같은 사이라서 이성교제라고는 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조금 부끄럽기는 했지만, 소녀의 처참한 모습을 보자 불쌍하다는 생각이 더 강해졌다.

쪽-

소녀의 입술은 너무나도 부드럽고, 달콤한 맛이 났다. 마코토는 살짝 키스를 하고 그만두려 했지만, 소녀는 갑자기 혀를 내밀어 소년의 입술 사이로 집어넣으면서 격렬하게 탐하기 시작했다. 그 기세에 놀라 마코토는 얼떨결에 소녀의 혀가 입 안을 완전히 점령하도록 허락해버리고 말았다.

쪼옥- 쯔읍- 쯔으읍- 쪼오옥-

놀라울 정도로 유연하고 자유자재로 움직이는 소녀의 혀는 마코토의 입안 구석구석을 더듬으며 농락했다. 혀의 표면은 놀라울 정도로 부드러웠으며, 그녀의 침은 자신의 혀를 살살 녹여버릴 듯이 달콤하고 마치 입안의 점막을 통해 흡수되는 듯한 느낌이었다. 키스일 뿐인데도 마코토는 황홀경에 빠져들어 취해버린 듯 했다. 마치 그녀의 혀와 자신의 입이 녹아서 들러붙어버린 것만 같았다.

츠읍- 츠으읍- 쪼오옵- 츠으읍-

갑자기 소녀가 눈을 떳다. 눈꺼풀을 꿰메고 있던 실밥은 마치 오래되어 삭은 것처럼 끊어져버리더니 곧 어디로 사라졌는지 보이지도 않게 되었다. 커다란 아몬드형의 예쁜 눈이었다. 하지만 눈동자도 그녀의 몸이나 머리카락과 마찬가지로 보라색을 띠고 있었다. 키스를 하면서 그 눈을 마주보고 있으니 정신이 온통 빨려들어가는 것처럼 느껴졌다.

꿀꺽- 주르르륵-

소녀는 볼을 홀쭉하게 하여 마코토의 침을 빨아마시더니, 다음에는 자신의 침을 그의 입으로 돌려보냈다. 소년도 그에 답례라도 하려는 듯이 소녀의 침을 받아마셧다. 그것은 달콤하면서도 식도를 달아오르게 하려는 듯이 뜨겁고, 쌉싸름한 자극이 있는 기묘한 맛이었다.

차르르르륵-

이번에는 쇠사슬과 족쇄가 마치 처음부터 잠겨있지도 않았던 것처럼 풀려나갔다. 소녀는 이번에는 팔을 마코토의 등 뒤로 돌려 그를 꼭 끌어안았다. 이제 막 부풀어오르기 시작한 듯한 크기의 작은 가슴이 소년의 몸에 밀착되었다. 어느틈에 그의 몸도 벌써 알몸이 되어 있었다. 피부와 피부가 맞닿는 부드럽고 관능적인 감촉.... 그리고 뜨겁고도 따스한 체온이 소녀에게서 느겨졌다.

"아, 안돼. 그만..."
"어?"

그때 마코토는 갑자기 소녀의 어깨를 붙잡고 확 밀쳐냈다. 이대로 가면 해서는 안될 일을 해버릴 것 같은 불안감이 그가 본능에 따라 행동하는 것을 멈추게 했다. 마이코와 루리, 그리고 엄마와 누나, 여동생처럼 그가 좋아하는 여자들의 얼굴도 떠올랐다. 마코토에게 거부를 당하자 눈 앞의 소녀는 당혹스럽다는 표정으로 물었다.

"왜 그래? 마코토."
"이, 이젠 됐잖아.... 넌 풀려났고...."
"후후후후후후.... 나 이슈탈의 유혹을 이런 꼬맹이가 거부하다니.... 이런 일은 수천년 동안 없었던 일인데..."
"유혹?"

마코토는 순간 어쩐지 그녀에게 속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소녀의 고혹적인 웃음은 어딘가 사람을 불안하게 하는 것이었다.

"다시 한번 소개할께... 내 이름은 이슈탈. 네가 손에 쥐었던 돌에 봉인되어 있던 악마(惡魔)야."
"악마라고?! 하, 하지만.... 넌 악마의 아이라 불렸다고..."
"호호호호호. 그야 당연하지. 내 아버지도 악마고 내 어머니도 악마니까... 내가 악마의 아이라고 불리는건 당연하지 않겠어?"

무언가 큰 실수를 저지른 듯한 충격이 마코토의 머리를 강타했다. 소녀, 아니 여악마 이슈탈은 양 주먹을 꽉 움켜쥐면서 분노에 이글이글 타오르는 목소리로 말했다.

"신의 사도라 자처하는, 천사들이 나를 비릇한 수많은 악마들을 지상으로 추방했지.... 우리는 지상에서 너희 어리석은 인간들을 다스리며 군림했어... 하지만 천사와 악마의 전쟁은 지상으로 까지 전파 되었지.... 천사들에게 복속된 인간들은 우리를 섬기는 인간들을 모두 죽이고 우리도 없애려 했지.... 하지만 우리를 완전히 없애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었지. 우리는 불사신이니까. 그래서 그들은 우리를 봉인한 거야. 나는 수백년 전 스페인에서 그 검은 돌에 봉인되었지... 그 후에 이 머나먼 땅까지 오게 될 줄은 나도 예상치 못했던 일이지만...."
"그, 그럴수가...."
"봉인을 풀어줘서 정말 기뻐. 마코토군. 네 육체가 내 혼을 봉인한 그 돌을 받아들일수 있어서 정말 다행이야. 이제부터는 네 몸에 나도 동거하게 되었으니까 잘 부탁해. 이렇게 아름다운 소녀랑 ‘한 방’도 아니고 ‘한 몸’에 동거하게 되었으니까 정말 기쁘겠지? 호호호호호."
"그만둬! 제발....."

악마의 혼이 몸에 들어오다니.... 마코토는 오래전에 보았던 영화 엑소시스트같은 것이 생각났다. 그런 끔찍한 일이 자신에게도 벌어진단 말인가? 이슈탈은 두려움에 떠는 마코토의 마음을 다 읽어내는 것처럼 피씩 웃으면서 그에게 얼굴을 들이밀었다.

"호호호호. 그런 저급한 악마들처럼 난폭하게는 하지 않을 거야. 나는 너희 인간들이 ‘여신’으로 섬겼을 정도로 품위있는 악마니까. 특히 나는 고통이나 슬픔보다는 ‘쾌락’에서 힘을 얻을수 있으니까.... 이를테면 이렇게 말이야...."

이슈탈은 마코토의 가슴에 손바닥을 대고 엄지손가락으로 소년의 유두를 간지럽히는 듯이 살살 문질러댓다. 마코토는 가슴에서부터 온 몸이 저릿저릿 거리는 듯한 쾌감이 느껴졌다.

"아아... 아아.... 하악.... 그... 그만...."
"우후후후후... 들어온다... 들어온다... 에너지가...."

소년이 그 쾌락을 참아내지 못해 신음소리를 내자, 무참하게 ?겨져 있던 이슈탈의 날개가 조금씩 다시 자라나기 시작했다. 마코토는 정말 큰일나겠다 싶어서 힘껏 그녀의 손아귀에서 도망쳐나오며 소리쳤다.

"그만둬!"
"오호라. 아직 자지에 털도 안난 꼬맹이주제에 성가시게 굴기는...."

이슈탈은 필사적으로 저항하려는 마코토를 보고 귀엽다는 듯이 킥킥 웃어댓다. 마코토는 그녀의 시선이 자신의 사타구니로 향하는 것을 발견하고 부끄러워서 손으로 다리 사이를 가렸다. 사실 나이에 비해서 발육이 부진한 음모도 나지 않고, 귀두를 껍질이 완전히 덮고 있는 자신의 미성숙한 성기에 마코토는 약간 컴플렉스를 가지고 있었다.

"후후후후후. 그렇게 감출 필요 없어. 어차피 너의 몸은 내 것이나 다름 없으니까. 게다가 네 몸은 나의 ‘숙주’로서 아주 적합해. 넌 축복받은 거야. 날 봉인에서 풀어준 댓가로 앞으로 너에게 인간의 상상을 초월하는 쾌락을 줄테니까."
"싫어! 하지마! 필요없어!"

마코토는 천천히 다가오는 이슈탈을 향해 악을 쓰고 소리를 지르며 거부했다. 이슈탈은 살짝 인상을 쓰더니 더 이상 다가오지 않았다.

‘인간 주제에 내 유혹을 거부하다니.... 생각보다 심기가 튼튼한데? 하긴 오랫동안 봉인되어 있어선 내 힘이 약해진 느낌도 있지만... 후후후.... 조금은 공을 들여서 농락해볼 가치가 있는 꼬마로군....’

그녀는 지긋이 눈을 감더니 마코토를 향해 팔을 한번 휘저었다. 그러자 마코토의 몸은 거센 바람에 휘말린 것처럼 급격히 이슈탈에게서 멀어지기 시작했다. 아니, 그것은 마치 아주 높은 곳에서 자유낙하를 하는 듯한 아찔한 느낌이었다.

"으아앗!"
"앙탈도 부리다니 말이야.... 아주 마음에 들었어. 꼬마. 반드시 지배해줄테니까 기다리고 있거라! 너의 영혼에 내가 자리잡고 있다는 것도 잊지말고... 호호호호호호호!"

이슈탈의 고소가 울려퍼지는 동안, 마코토는 까마득히 먼 곳으로 휘날려졌다. 곧 그녀의 모습도 보이지 않게 되버렸다. 그리고 마코토는 다시 의식을 완전히 잃어버렸다.



"으... 으으윽...."

마코토가 다시 정신을 차렸을 때, 눈 앞에는 하얀 천장이 보였다. 공기에서 미약한 약품 냄새를 맡을수 있었다. 눈동자를 살짝 돌려보니 링겔이 금속대에 메달려 있는 것이 보였다. 팔에는 차가운 금속침이 느껴졌다. 병실이었다.

"마코토! 깨어났구나!"
"아... 엄마...."

아름답고 친숙한 자기 엄마, 마츠모토 아키코(松本 英子)의 얼굴이 눈 앞에 나타나자, 마코토는 마음을 놓았다. 그녀는 눈물을 글썽글썽거리면서도, 기품있는 침착함으로 소년의 손을 꼭 잡아 주었다. 모친의 따스한 체온이 마코토를 더욱 안심시켜주었다.

"...여긴 병원이야? 엄마..."
"응. 다쳤었지? 하지만 상처는 크지 않으니까 이제 괜찮을 거야."
"아. 네... 힘이... 없어..."
"피를 너무 흘려서 그래. 하지만 많이 걱정할 정도는 아니야."
"으응...."

소년은 살짝 손바닥 한 가운데를 만져보았지만, 역시 그 돌이 들어간 구멍은 전혀 만져지지 않았다. 아무 상처도 없는 손바닥 뿐.... 역시 모든 일이 환상이나 꿈이었던 것이라고 스스로 대답했다. 마코토는 희미한 미소를 지으며 한숨을 푹 내쉬었다.

하지만 이 사건이 지금으로부터 이어질 끔찍한 비극 연쇄의 시작일줄은... 그 누구도 짐작하지 못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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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화적 고증 문제는 제껴두세요. 아무 생각 없이 설정한 거니까-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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