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우"
그레이는 한바탕 움직임을 마치고 깊은 호흡을 내쉬었다.
레오나드를 따라다니면서 얻는 경험은 머릿속에 남겨진 기술을 이해하는 데 상당한 도움을 주었다. 이제는 짐승을 사냥하는 것보다 몬스터를 상대하는 경우가 많아졌기에 사냥용 단검에서 긴 장검을 무기도 교체하였다.
시엘과 사이가 깊어지면 깊어질수록 그레이의 기운도 뚜렷해지고 강해졌다.
이제는 검을 휘두를 때 몸속의 기운이 그 움직임을 도와주는 것을 자신이 느낄 수 있을 정도이었다. 전에는 불가능했었던 두께의 나무도 검법과 기운을 운용하면 토막 낼 수 있었다.
시엘도 그레이와 관계를 거듭할수록 피부가 고와지고 머리카락에는 윤기가 흘렀다. 거친 하녀의 일을 계속함에도 불구하고 피부는 마치 찬물에 손대지 않는 귀족 소녀처럼 촉촉했다.
시엘에게 생명력과는 다른 묘한 매력이 풍기어나왔다.
"다론, 말 3마리에 여행장비를 갖춰 준비시켜."
레오나드는 하인에게 급히 지시를 내렸다. 다론이라는 이름의 하인은 즉시 마구간으로 뛰어갔다.
영주관 내에서 긴장감이 흘렀다.
기묘한 소문 때문이었다. 비오릭 산맥 아래 작은 마을이 폐허가 되어 발견되었다.
일반적인 야수가 마을을 습격했다면 최소한 한두 명은 도망쳐 나오기 마련이었다.
하지만 이번일은 아무런 생존자가 없었다.
그리고 그 근처 또 다른 마을이 페허가 되어버렸다.
작은 마을을 지나가던 상인이 아니었으면 발견조차 늦을 뻔하였다.
"레오나드, 낌새가 수상하면 바로 뒤로 빠져서 본대를 기다려라."
영주 로그너는 근엄한 표정으로 말했다.
정규기사들이 도착하기 전에 선발대로 정보를 모으려고 먼저 출발하는 레오나드에게 하는 충고이었다.
아무래도 불안했다. 너무 징조가 없었다. 보통 몬스터가 습격하는 사건이 있기 전에는 흔적이 발견되기 마련인데, 이번 습격은 너무 불시에 일어났다.
"유의하겠습니다."
레오나드는 아버지의 걱정을 털어버리겠다는 뜻 씩씩하게 말하고는 길을 나섰다.
"피 냄새가 납니다."
그레이의 예민한 감각에 기묘한 냄새가 걸렸다.
히이이잉-
말들도 기묘함을 느꼈는지 멈칫거렸다.
비오릭 산맥으로 들어섰지만 아직 처음 사고가 발생한 마을은 조금 더 가야 했다.
"이랴"
레오나드는 말을 다독거리며 말에서 내렸다. 주변의 나무에 불안해하는 말의 고비를 묶었다. 앞으로 천천히 걸어나갔다.
"으흡"
아이리는 급히 입을 막았다. 토하지는 않았지만 속이 미식거렸다.
챙-
일행은 모두 검을 뽑아들었다.
작은 마을안에 인기척은 없었다. 사람들의 시체가 늘려져있을 뿐이었다.
"마을 사람 모두 전멸한 것일까요.?"
아이리의 물음에 그레이가 대답했다.
"모르겠군요 다만 죽은 지 얼마 안 된 것 같네요. 온기가 남아있어요."
"야수는 아닙니다. 시체에 살코기가 너무 많이 남아있어요. 배고파서 마을 사람들을 잡은 건 아니라는 이야기입니다."
그레이의 말에 모두 긴장을 늦추지 않았다. 몬스터가 근처에 있다는 이야기이었다.
그레이는 검으로 절반으로 잘린 시체를 뒤졌다.
"시체를 보니 죽은 뒤로 토막 난 것이 아닙니다. 산 채로 토막난 겁니다."
그레이는 귀를 쫑긋거렸다.
그레이의 고개가 한쪽으로 향했다.
"아이이악"
비명소리가 들렸다. 일행은 즉시 뛰어갔다.
카오-
온몸에 진득한 희생자의 피가 묻어 더덕더덕 굳어져 있었다.
성인남자의 2배는 넘을 것 같은 모습, 팔뚝이 인간의 가슴둘레보다 굵었다.
짙은 마기가 온몸에 맴돌았다. 커다란 오우거의 손에는 공포에 질린 여인이 잡혀 있었다.
마치 잠자리를 가지고 노는 아이처럼 살아있는 여인의 팔을 뽑았다.
"아아아악"
비명과 함께 팔이 뜯겨 나간 어깨에서 피가 솟구쳤다. 그런 여인을 머리 위로 들어 올려 음료수를 마시는 것처럼 피를 받아 마셨다.
"제길, 도망친다. "
레오나드의 입에서 신음이 흘러나왔다.
일행은 검을 든 채 뒷걸음치기 시작하였다. 결코 상대할 수 있는 몬스터가 아니었다.
뒷걸음치다가 이내 온몸의 힘을 다해 달리기 시작하였다.
그레이는 도망치는 가운데에서도 기묘함을 느꼈다.
오우거는 피만 마시는 것이 아니었다. 여인에게서 기묘한 기운을 뽑혀 나오더니 오우거의 이마에 박힌 보석으로 흘러들어갔다.
그 기운은 공포와 절망, 어두운 감정으로 뭉쳐진 것처럼 느껴졌다.
오우거는 도망치는 일행을 흘깃 쳐다보더니 아이리를 주시하였다. 손에 들고 있던 점점 식어가는 여인은 관심을 잃은 듯 옆으로 집어던지더니 아이리를 보면서 입맛을 다셨다.
쿵- 쿵-
오우거는 빨랐다.
"아악, 안돼"
오우거가 몇 걸음도 걷기 전에 아이리는 오우거의 손에 잡혔다.
아이리를 쥔 손을 장난치듯 힘을 주기 시작하였다. 비릿한 미소가 오우거의 얼굴에 맴돌았다.
우두두둑-
오우거의 손안에서 뼈가 뭉개지는 소리가 들렸다.
"아아아아악"
"놓아라"
레오나드에게서 분노에 찬 음성이 튀어나왔다.
레오나드는 아이리가 잡히자 그대로 뒤로 돌았다.
온 힘을 다해 아이리를 잡은 오우거의 손을 대검으로 내려쳤다.
칙-
손목에 정통으로 맞고도 가죽만 조금 상했을 뿐이었다. 가렵다는 표정이 오우거의 얼굴에 스쳤다. 아이리를 잡고 있지 않은 손을 들어 레오나드를 쳤다.
"으아아악"
레오나드는 공중에 떠올랐다. 오우거의 손짓 한번에 뒤로 던져졌다.
땅에 떨어진 레오나드의 입에서 피가 흘러내렸다.
"아랫배의 기운을 허리로 돌리고 그 기운으로 온몸을 채운다."
그레이는 머리속에 남겨진 기술를 되새겼다.
천천히 활을 뒤로 당겼다. 기운을 모아 쏘았다.
쑤우우웅-
"쿠오오오"
화살은 손의 가죽 뚫고 들어갔다. 따끔함을 느꼈는 지 아이리를 쥐고 있던 손의 힘이 풀렸다.
쥐어짐이 풀려 아래로 떨어지는 아이리를 레오나드가 받아서 뒤로 달렸다.
구해내는 데는 성공했지만 치명상은 아니었다.
가죽을 뚫고 살에는 손상을 주었지만 그뿐이었다. 손에 밖힌 화살을 뽑아내고는 자신의 상처에 분노하기 시작하였다.
오우거의 큰 다리가 위로 떠올랐다.
그대로 땅으로 내려쳤다.
콰카카캉-
충격파가 사방으로 퍼졌다.
"으악"
그레이는 그대로 쓰려졌다. 레오나드도 마찬가지이었다.
충격에 손가락 하나 꼼짝할 수 없었다. 아이리는 뼈가 상한 고통에 혼절해버렸다.
일행의 눈에 절망이 비쳤다.
천천히 다가오는 오우거는 죽음 그 자체이었다.
크르르-
오우거의 고개가 옆으로 돌아갔다.
"기운이 바뀌었다."
오우거의 기운에 압도당한 상태에서도 어떻게 해서든 기운을 운용하려고 노력하던 그레이이었다. 그에게 오우거의 기운이 변한 것이 감지되었다.
"긴장하고 있다?"
오우거는 일행이 있는 방향이 아닌 다른 방향으로 완전히 돌아섰다. 레오나드 일행에게 등을 보이고 돌아섰다. 레오나드 일행은 완전히 없는 사람 취급하는 것이었다.
오우거의 표정이 굳어졌다.
기묘한 분위기에 오우거가 바라보는 방향으로 모두의 시선이 모였다.
싸락-
한 줄기 봄의 기운이 흘렀다.
진득하고 거북한 기운이 봄의 햇살에 녹는 것처럼 사그러들었다.
훤칠한 키, 고운 금발이 허리까지 찰랑거렸다. 드러난 다리가 햇빛에 빛났다.
급박한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한계를 넘은 아름다움에 주변은 고요해졌다.
무엇보다도 사람보다 긴 귀는 기묘하고 애듯한 매력을 풍기고 있었다.
허리에는 가늘고 긴 레이피어가 매달려있었다.
여자엘프의 차가운 눈빛이 오우거의 무례한 시선과 부딪혔다.
"엘프?"
레오나드의 입에서 단발마의 비명처럼 튀어나왔다.
크르르르륵
오우거의 입에서 경계하는 듯한 울음이 울러 퍼졌다.
레오나드를 상대할 때의 장난치는 분위기가 아니었다. 오우거에게서 필살의 의지가 피어올랐다.
챙-
맑은소리가 울러 퍼졌다.
엘프의 레이피어가 뽑아져 나오면서 만들어내는 소리이었다.
우와악-
산사태처럼 거칠게 오우거가 엘프에게 돌격해 들어갔다. 굵은 나무도 뿌리째 뽑혀나갈 힘을 담아 흉폭하게 두 팔을 휘둘렀다.
단지 조용히 옆으로 한 발짝 움직이었을 뿐이었다.
태산이라도 쓰러트릴 것 같았던 오우거의 공격은 고요한 움직임으로 무의미하게 변했다.
레오나드의 두눈이 부릅떠졌다.
엘프의 레이피어를 감싸는 환한 빛을 본 것이었다. 은은한 빛이 레이피어의 전신을 감싸고 있었다.
검을 가진 자가 추구하는 상위의 기술를 이종족의 검에서 볼 수 있을 줄은 몰랐다.
그레이 역시 당황하였다. 머릿속에 남은 내용에 거론되었던 거짓말처럼 생각하고 있었던 기술이 엘프의 검에서부터 펼쳐졌다.
환한 빛을 머금은 레이피어의 끝이 살짝 떨렸다. 한 번의 움직임에 오우거의 가죽이 잘 익은 복숭아를 자르는 것처럼 갈라졌다.
레오나드가 상처조차 내지 못했던 오우거의 몸이 마치 생크림처럼 뭉개졌다.
한 번의 찌르기는 두개로 갈라졌다.
두개의 갈라짐은 나뭇가지처럼 갈가리 펼쳐졌다.
그 끝에 꽃송이가 피어났다.
엘프가 한번 찌를 때마다 검의 끝에서 수십 송이의 매화가 피어올랐다.
엘프의 눈이 차가워졌다.
그녀의 레이피어가 오우거의 이마의 보석으로 파고들었다.
찡-
기묘한 공명음이 세상을 가득 채웠다.
오우거의 이마의 보석과 함께 오우거의 머리는 세상에서 사라졌다.
레오나드 일행에게는 눈길 한번 주지 않고 나타날 때처럼 고요하게 사라졌다.
마치 환상을 본 것 같았다.
레오나드는 아이리를 응급치료하기 시작했다. 뼈가 상해 위험한 상태이었다.
그레이와 함께 어긋난 뼈를 맞추기 시작하였다. 포션을 입안에 부어넣었다.
신음조차 지르지 못하고 창백해진 채 의식을 잃어버린 아이리를 쳐다보는 일행의 표정은 굳어졌다.
그레이는 한바탕 움직임을 마치고 깊은 호흡을 내쉬었다.
레오나드를 따라다니면서 얻는 경험은 머릿속에 남겨진 기술을 이해하는 데 상당한 도움을 주었다. 이제는 짐승을 사냥하는 것보다 몬스터를 상대하는 경우가 많아졌기에 사냥용 단검에서 긴 장검을 무기도 교체하였다.
시엘과 사이가 깊어지면 깊어질수록 그레이의 기운도 뚜렷해지고 강해졌다.
이제는 검을 휘두를 때 몸속의 기운이 그 움직임을 도와주는 것을 자신이 느낄 수 있을 정도이었다. 전에는 불가능했었던 두께의 나무도 검법과 기운을 운용하면 토막 낼 수 있었다.
시엘도 그레이와 관계를 거듭할수록 피부가 고와지고 머리카락에는 윤기가 흘렀다. 거친 하녀의 일을 계속함에도 불구하고 피부는 마치 찬물에 손대지 않는 귀족 소녀처럼 촉촉했다.
시엘에게 생명력과는 다른 묘한 매력이 풍기어나왔다.
"다론, 말 3마리에 여행장비를 갖춰 준비시켜."
레오나드는 하인에게 급히 지시를 내렸다. 다론이라는 이름의 하인은 즉시 마구간으로 뛰어갔다.
영주관 내에서 긴장감이 흘렀다.
기묘한 소문 때문이었다. 비오릭 산맥 아래 작은 마을이 폐허가 되어 발견되었다.
일반적인 야수가 마을을 습격했다면 최소한 한두 명은 도망쳐 나오기 마련이었다.
하지만 이번일은 아무런 생존자가 없었다.
그리고 그 근처 또 다른 마을이 페허가 되어버렸다.
작은 마을을 지나가던 상인이 아니었으면 발견조차 늦을 뻔하였다.
"레오나드, 낌새가 수상하면 바로 뒤로 빠져서 본대를 기다려라."
영주 로그너는 근엄한 표정으로 말했다.
정규기사들이 도착하기 전에 선발대로 정보를 모으려고 먼저 출발하는 레오나드에게 하는 충고이었다.
아무래도 불안했다. 너무 징조가 없었다. 보통 몬스터가 습격하는 사건이 있기 전에는 흔적이 발견되기 마련인데, 이번 습격은 너무 불시에 일어났다.
"유의하겠습니다."
레오나드는 아버지의 걱정을 털어버리겠다는 뜻 씩씩하게 말하고는 길을 나섰다.
"피 냄새가 납니다."
그레이의 예민한 감각에 기묘한 냄새가 걸렸다.
히이이잉-
말들도 기묘함을 느꼈는지 멈칫거렸다.
비오릭 산맥으로 들어섰지만 아직 처음 사고가 발생한 마을은 조금 더 가야 했다.
"이랴"
레오나드는 말을 다독거리며 말에서 내렸다. 주변의 나무에 불안해하는 말의 고비를 묶었다. 앞으로 천천히 걸어나갔다.
"으흡"
아이리는 급히 입을 막았다. 토하지는 않았지만 속이 미식거렸다.
챙-
일행은 모두 검을 뽑아들었다.
작은 마을안에 인기척은 없었다. 사람들의 시체가 늘려져있을 뿐이었다.
"마을 사람 모두 전멸한 것일까요.?"
아이리의 물음에 그레이가 대답했다.
"모르겠군요 다만 죽은 지 얼마 안 된 것 같네요. 온기가 남아있어요."
"야수는 아닙니다. 시체에 살코기가 너무 많이 남아있어요. 배고파서 마을 사람들을 잡은 건 아니라는 이야기입니다."
그레이의 말에 모두 긴장을 늦추지 않았다. 몬스터가 근처에 있다는 이야기이었다.
그레이는 검으로 절반으로 잘린 시체를 뒤졌다.
"시체를 보니 죽은 뒤로 토막 난 것이 아닙니다. 산 채로 토막난 겁니다."
그레이는 귀를 쫑긋거렸다.
그레이의 고개가 한쪽으로 향했다.
"아이이악"
비명소리가 들렸다. 일행은 즉시 뛰어갔다.
카오-
온몸에 진득한 희생자의 피가 묻어 더덕더덕 굳어져 있었다.
성인남자의 2배는 넘을 것 같은 모습, 팔뚝이 인간의 가슴둘레보다 굵었다.
짙은 마기가 온몸에 맴돌았다. 커다란 오우거의 손에는 공포에 질린 여인이 잡혀 있었다.
마치 잠자리를 가지고 노는 아이처럼 살아있는 여인의 팔을 뽑았다.
"아아아악"
비명과 함께 팔이 뜯겨 나간 어깨에서 피가 솟구쳤다. 그런 여인을 머리 위로 들어 올려 음료수를 마시는 것처럼 피를 받아 마셨다.
"제길, 도망친다. "
레오나드의 입에서 신음이 흘러나왔다.
일행은 검을 든 채 뒷걸음치기 시작하였다. 결코 상대할 수 있는 몬스터가 아니었다.
뒷걸음치다가 이내 온몸의 힘을 다해 달리기 시작하였다.
그레이는 도망치는 가운데에서도 기묘함을 느꼈다.
오우거는 피만 마시는 것이 아니었다. 여인에게서 기묘한 기운을 뽑혀 나오더니 오우거의 이마에 박힌 보석으로 흘러들어갔다.
그 기운은 공포와 절망, 어두운 감정으로 뭉쳐진 것처럼 느껴졌다.
오우거는 도망치는 일행을 흘깃 쳐다보더니 아이리를 주시하였다. 손에 들고 있던 점점 식어가는 여인은 관심을 잃은 듯 옆으로 집어던지더니 아이리를 보면서 입맛을 다셨다.
쿵- 쿵-
오우거는 빨랐다.
"아악, 안돼"
오우거가 몇 걸음도 걷기 전에 아이리는 오우거의 손에 잡혔다.
아이리를 쥔 손을 장난치듯 힘을 주기 시작하였다. 비릿한 미소가 오우거의 얼굴에 맴돌았다.
우두두둑-
오우거의 손안에서 뼈가 뭉개지는 소리가 들렸다.
"아아아아악"
"놓아라"
레오나드에게서 분노에 찬 음성이 튀어나왔다.
레오나드는 아이리가 잡히자 그대로 뒤로 돌았다.
온 힘을 다해 아이리를 잡은 오우거의 손을 대검으로 내려쳤다.
칙-
손목에 정통으로 맞고도 가죽만 조금 상했을 뿐이었다. 가렵다는 표정이 오우거의 얼굴에 스쳤다. 아이리를 잡고 있지 않은 손을 들어 레오나드를 쳤다.
"으아아악"
레오나드는 공중에 떠올랐다. 오우거의 손짓 한번에 뒤로 던져졌다.
땅에 떨어진 레오나드의 입에서 피가 흘러내렸다.
"아랫배의 기운을 허리로 돌리고 그 기운으로 온몸을 채운다."
그레이는 머리속에 남겨진 기술를 되새겼다.
천천히 활을 뒤로 당겼다. 기운을 모아 쏘았다.
쑤우우웅-
"쿠오오오"
화살은 손의 가죽 뚫고 들어갔다. 따끔함을 느꼈는 지 아이리를 쥐고 있던 손의 힘이 풀렸다.
쥐어짐이 풀려 아래로 떨어지는 아이리를 레오나드가 받아서 뒤로 달렸다.
구해내는 데는 성공했지만 치명상은 아니었다.
가죽을 뚫고 살에는 손상을 주었지만 그뿐이었다. 손에 밖힌 화살을 뽑아내고는 자신의 상처에 분노하기 시작하였다.
오우거의 큰 다리가 위로 떠올랐다.
그대로 땅으로 내려쳤다.
콰카카캉-
충격파가 사방으로 퍼졌다.
"으악"
그레이는 그대로 쓰려졌다. 레오나드도 마찬가지이었다.
충격에 손가락 하나 꼼짝할 수 없었다. 아이리는 뼈가 상한 고통에 혼절해버렸다.
일행의 눈에 절망이 비쳤다.
천천히 다가오는 오우거는 죽음 그 자체이었다.
크르르-
오우거의 고개가 옆으로 돌아갔다.
"기운이 바뀌었다."
오우거의 기운에 압도당한 상태에서도 어떻게 해서든 기운을 운용하려고 노력하던 그레이이었다. 그에게 오우거의 기운이 변한 것이 감지되었다.
"긴장하고 있다?"
오우거는 일행이 있는 방향이 아닌 다른 방향으로 완전히 돌아섰다. 레오나드 일행에게 등을 보이고 돌아섰다. 레오나드 일행은 완전히 없는 사람 취급하는 것이었다.
오우거의 표정이 굳어졌다.
기묘한 분위기에 오우거가 바라보는 방향으로 모두의 시선이 모였다.
싸락-
한 줄기 봄의 기운이 흘렀다.
진득하고 거북한 기운이 봄의 햇살에 녹는 것처럼 사그러들었다.
훤칠한 키, 고운 금발이 허리까지 찰랑거렸다. 드러난 다리가 햇빛에 빛났다.
급박한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한계를 넘은 아름다움에 주변은 고요해졌다.
무엇보다도 사람보다 긴 귀는 기묘하고 애듯한 매력을 풍기고 있었다.
허리에는 가늘고 긴 레이피어가 매달려있었다.
여자엘프의 차가운 눈빛이 오우거의 무례한 시선과 부딪혔다.
"엘프?"
레오나드의 입에서 단발마의 비명처럼 튀어나왔다.
크르르르륵
오우거의 입에서 경계하는 듯한 울음이 울러 퍼졌다.
레오나드를 상대할 때의 장난치는 분위기가 아니었다. 오우거에게서 필살의 의지가 피어올랐다.
챙-
맑은소리가 울러 퍼졌다.
엘프의 레이피어가 뽑아져 나오면서 만들어내는 소리이었다.
우와악-
산사태처럼 거칠게 오우거가 엘프에게 돌격해 들어갔다. 굵은 나무도 뿌리째 뽑혀나갈 힘을 담아 흉폭하게 두 팔을 휘둘렀다.
단지 조용히 옆으로 한 발짝 움직이었을 뿐이었다.
태산이라도 쓰러트릴 것 같았던 오우거의 공격은 고요한 움직임으로 무의미하게 변했다.
레오나드의 두눈이 부릅떠졌다.
엘프의 레이피어를 감싸는 환한 빛을 본 것이었다. 은은한 빛이 레이피어의 전신을 감싸고 있었다.
검을 가진 자가 추구하는 상위의 기술를 이종족의 검에서 볼 수 있을 줄은 몰랐다.
그레이 역시 당황하였다. 머릿속에 남은 내용에 거론되었던 거짓말처럼 생각하고 있었던 기술이 엘프의 검에서부터 펼쳐졌다.
환한 빛을 머금은 레이피어의 끝이 살짝 떨렸다. 한 번의 움직임에 오우거의 가죽이 잘 익은 복숭아를 자르는 것처럼 갈라졌다.
레오나드가 상처조차 내지 못했던 오우거의 몸이 마치 생크림처럼 뭉개졌다.
한 번의 찌르기는 두개로 갈라졌다.
두개의 갈라짐은 나뭇가지처럼 갈가리 펼쳐졌다.
그 끝에 꽃송이가 피어났다.
엘프가 한번 찌를 때마다 검의 끝에서 수십 송이의 매화가 피어올랐다.
엘프의 눈이 차가워졌다.
그녀의 레이피어가 오우거의 이마의 보석으로 파고들었다.
찡-
기묘한 공명음이 세상을 가득 채웠다.
오우거의 이마의 보석과 함께 오우거의 머리는 세상에서 사라졌다.
레오나드 일행에게는 눈길 한번 주지 않고 나타날 때처럼 고요하게 사라졌다.
마치 환상을 본 것 같았다.
레오나드는 아이리를 응급치료하기 시작했다. 뼈가 상해 위험한 상태이었다.
그레이와 함께 어긋난 뼈를 맞추기 시작하였다. 포션을 입안에 부어넣었다.
신음조차 지르지 못하고 창백해진 채 의식을 잃어버린 아이리를 쳐다보는 일행의 표정은 굳어졌다.
최고관리자
가입일 | 2016-08-11 | 접속일 | 2024-11-03 |
---|---|---|---|
가입일 | 2016-08-11 | ||
접속일 | 2024-11-03 | ||
서명 | 황진이-19금 성인놀이터 | ||
태그 | |||
황진이-무료한국야동,일본야동,중국야동,성인야설,토렌트,성인야사,애니야동
야동토렌트, 국산야동토렌트, 성인토렌트, 한국야동, 중국야동토렌트, 19금토렌트 |
추천 0 비추천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