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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8-24 09:47 661회 0건
"한 시간 전에 지나간 것 같습니다."

그레이는 나뭇가지로 코볼트의 똥을 살펴보면서 말했다. 배설물의 끈적거림과 온도를 보고서 떠나간 시간을 예상한 것이었다.

그 말에 일행에게 긴장감이 흘렀다.
코볼트는 여성을 어깨에 멘 채 천천히 걸어가는 것 같았다. 천천히 걷는 속도로 한 시간 거리라면 언제 마주칠지 모르는 상황이었다.

크레이그가 마법도구를 활성화 시키자 소녀가 끌려간 방향으로 나침판의 지침이 멈추었다. 그레이는 그 방향으로 산새를 살피고 일행을 이끌고 나가기 시작하였다.

"그래도, 그레이 덕분에 편하게 접근하는군요."

아이리의 칭찬에 레오나드는 고개를 끄덕이었다.
전에 추적에 능한 사냥꾼이 없었을 때는 단지 방향만으로 판단하고 전진하였었다. 거리를 추측할 수 없었기에 적을 마주치기 1시간 전인지 10시간 전인지 확신할 수 없어서 계속 긴장을 하면서 걸었어야 했었다.
거기에다가 산너머에 있을 때는 산을 그대로 타고 넘었지만 지금은 산의 지형을 미리 파악해서 조금은 더 편하게 돌아가는 것이었다.

그레이의 걸음이 멈추었다. 손짓으로 일행에게 앞의 수풀을 가리켰다.

"수풀 너머의 동굴입니다."

수풀 사이에 동굴 입구가 가려져 있었다.
레오나드가 진형을 지시하기 시작하였다. 크레이그가 자신의 마법에 놀라지 말라고 미리 주의를 주었다.

"동굴 안에 들어가면 라이트마법을 쓸 것이니 놀라지 마세요. 횃불은 들고 갈 필요 없습니다. 우리는 밝은 곳에서 안으로 들어가고 코볼트는 어두운 동굴 안에 있으니 주변을 밝게 하고 싸우는 것 유리합니다."

라이트 마법이 도움되는 것은 그뿐만 아니었다. 횃불을 주변 바닥에 떨어트려 놓고 어두운 곳에서 싸우는 것이랑 조명이 확보된 상태에서 양손이 자유롭게 싸울 수 있는 상황이랑 큰 차이가 있었다.

허리를 숙인 채 천천히 다가가기 시작하였다.


크르르르-

"아흐..흑 제발 살살..아흐"

동굴로 다가갈수록 소녀의 신음소리와 함께 짐승의 울음이 들려왔다.
기습하기 유리한 상황에 크레이그의 얼굴에 미소가 어렸다.
메이를 데리고 온 코볼트는 아무래도 피곤할 테니 주변 경계가 소홀할 테고 동굴 안에 있던 코볼트들은 새로운 암컷에 신경이 분산되어 있을 것이다.

"라이트"

환한 빛이 사방으로 퍼져 나갔다.
두 마리의 코볼트는 순간적으로 반응하며 침입자를 경계하며 몸을 움직이었지만, 소녀의 속살을 맛보고 있던 코볼트는 반응이 늦었다.

쑤우우웅-

퍽-

메이에게 몸을 집어넣은 채 머뭇거리고 있던 코볼트에게 화살이 날아가 박혔다.

쿠우우우-

코볼트는 분노의 울음을 울리면서 몸을 일으켰다.

"아흑..."

코볼트가 몸을 일으키자, 메이의 중앙에서는 진한 짐승의 액이 밖으로 흘러내렸다. 흘러내린 양을 보니 이 동굴에 와서도 여러 번 받아들인 것 같았다.

"이야아앗"

레오나드가 다른 코볼트를 향해 대검을 돌진해 들어가며 휘둘렀다.

서걱-

코볼트의 팔목이 잘려 나갔다. 분노한 코볼트가 거칠게 남은 손을 휘저었지만 레오나드에 도달하기도 전에 무릎을 꿇었다.
아이리의 솜씨이었다. 레오나드에게 신경이 팔린 동안 몸을 숙인 채 뒤로 접근해 발목의 힘줄에 단검을 휘두른 것이었다.

다른 용병 중에 한 명이 코볼트하나를 상대하고 있는 동안 다른 용병은 용병마법사 크레이그를 엄호하면서 전투를 도왔다.

"원을 그리면서 공격을 흘린다."

그레이는 머릿속의 기술을 되새겼다.
망령이 남겨준 기억에는 여러 가지 종류의 무기를 쓰는 방법이 있었지만 대부분 너무 난해하고 어려웠다. 그리고 몸에 강한 기운이 품고 있어야만 가능한 공격이 많았다. 그레이는 그중에서 작은 힘으로 큰 힘을 감당하는 검법을 떠올렸다.
긴 검으로 쓰는 기술 같았지만 그레이에게 익숙한 것은 사냥용 단검이었다.

케갱-

코볼트의 길고 날카로운 손톱과 그레이의 단검이 부딪혔다. 부딪힌 채로 공격의 선을 비틀었다. 익숙하지 않은 기술이기에 코볼트의 힘을 일부만 흘려보내었지만 코볼트의 몸의 중심은 흔들렸다.

서걱-

짧은 빈틈이었지만, 놓치지 않았다. 코볼트의 옆구리를 긴 상처를 만들면서 뒤로 물러섰다.

"이야아압"

이미 다른 코볼트를 처치한 레오나드의 기합이 울렸다. 정확하고 깔끔한 베어내기가 코볼트에게 쏟아졌다.


"아...아.."

동굴안에 있던 3마리의 코볼트는 모두 물리쳤다. 벌거벗은 몸에 코볼트의 피를 덮어쓴 채 메이를 넋이 나간 듯 아무런 말도 못하였다.

"끝났으니까 안심해."

아이리가 소녀에게 천천히 다가가며 위로하는 듯 말했다.

"잠깐, 끝난 것 아닙니다."

그레이가 다급하게 외쳤다. 검에 묻은 피를 닦아내던 용병도 하던 일을 멈추고 그레이에게 시선을 돌렸다.

"발자국을 보세요. 죽은 놈들이랑 다른 발자국이 있습니다."

다른 발자국보다 큰 발자국이 있었다.

쿠오오오-

일행의 분위기가 다시 긴장감이 흐르자마자 괴성이 들렸다.

"으아악"

한 용병이 등이 찢어진 채 쓰러졌다.
옆에 있던 용병이 바로 반격에 들어갔다. 다친 용병에게 추가공격을 못하도록 막아섰다. 그동안 크레이그는 용병의 몸 잡고 뒤로 물러서서 응급치료를 하기 시작하였다.

"으흠, 돌연변이인가"

레오나드는 의문을 표하면서도 용병을 도와 새롭게 등장한 덩치가 더 큰 코볼트를 공격해 들어갔다.

스석-

어느새 뒤를 노린 아이리의 단검이 코볼트의 허벅지에 긴 선을 그었다.

"아악"

하지만 별 타격을 입지 않은 듯 오히려 반격으로 들어온 발차기에 아이리가 나가떨어졌다.

"라이트"

크레이그의 마법이 변종코볼트 머리맡에서 터졌다.

크르르-

불쾌한 듯 목울음을 날리더니 숨을 들이켜는 코볼트이었다.

카오-

변종코볼트에게서 짧고 강한 울음이 터져 나왔다.
마법사의 라이트마법이 바람에 바스러지는 것처럼 사라졌다.

"호흡으로 마나를 흩트리다니, 마기에 오염되어 강해진 것인가."

"보통 코볼트가 아닙니다. 마기에 오염된 것 같아요."

코볼트의 기운이 사방으로 뿜어져 나왔다. 그레이는 코볼트의 기운에 몸이 노출된 순간 몸이 굳었다.
하지만 몸이 굳자마자 몸속에서 시엘과 나누며 키웠던 기운이 저절로 몸속의 길을 따라 흐르기 시작하였다.
그레이의 어깨가 터질 뜻이 부풀어올랐다. 끝까지 당겨졌다 화살이 시위를 떠났다.

쿠오오오-

그레이의 화살이 코볼트의 눈안으로 파고들었다.
레오나드는 즉시 상처입은 눈의 방향으로 돌았다. 상처입어 보이지 않는 방향에서 일격을 날렸다.

쿠오오오오-

코볼트의 가슴이 갈라지고 피가 뿜어져 나왔다.

전투가 끝나자 용병들은 코볼트 시체로부터 쓸만한 것들을 잘라내기 시작하였다.

"레오나드님 아무래도 마법사길드쪽에 연락을 해보아야 할 것 같습니다."

변종 코볼트의 이빨이랑 피부와 피, 오염의 증거를 챙기면서 크레이그가 말했다.
이 근처에서 마기를 띈 몬스터가 발견이 된 것이 처음이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하도록 해, 그리고 결과를 영주관쪽으로 보내줘."

"휴, 그리고 이 아이는... 영주관으로 데리고 가자"

이미 그녀가 살던 동네에는 안좋은 소문이 가득할 것이다. 그렇다면 집으로 돌려보내는 것이 더 위험했다.
집으로 돌려보내는 것은 쉬운 일이지만 마을사람들은 몬스터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에 강간당한 여자를 보호하기는 커녕 돌로 쳐죽이고 야산에 버리는 일도 있었다.
마음사람들의 입장에서는 그녀에 대한 동정심보다 그녀를 찾아 몬스터가 다시 찾아올지모른다는 두려움이 더 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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