휭-
예린의 손목 움직임에 따라 단검이 공기를 가르는 맑은 소음을 만들어 내었다.
그레이가 준 단검이 손에 익숙해지도록 훈련을 하는 것이었다.
성인의 묘인족이라면 전투할 때는 숨겨져 있던 손톱이 튀어나와 적을 가른다. 그 손톱의 단단함은 웬만한 금속 못지않지만 예린에게 전투를 위한 손톱은 아직이었다.
성인이 될 때까지는 단검에 의지할 생각이었다. 예린이 단검으로 훈련하는 동안 그레이는 몇 가지 약초를 들고 와 환약과 가루약을 만들었다.
"이 근처로 오지마."
예린에게 경고를 하고 그레이는 조심스럽게 작업을 시작하였다.
미리안과 고블린에게 쓴 적이 있었던 마비약을 만드는 것이었다.
이전보다 약효를 강하게 만들기는 하지만 과연 오우거가 같은 상급 몬스터에게 효과가 있을지는 의심스러웠다.
하지만 어차피 오우거 같은 몬스터를 잡으려고 만드는 것이 아니었다. 상급몬스터에게는 단 순간만이라도 멈칫거리게 해서 도망갈 시간만을 벌 수 있기를 바라는 것이었다.
가레이든 지역이 가까워졌기에 주변 경계에 만전을 기했다.
당연히 오우거급의 몬스터가 나오면 도망칠 생각이었다. 예린에게도 신호가 있으면 뒤도 돌아보지 말고 도망치라는 이야기를 하였다.
마비약을 혹시라도 새지 않도록 잘 밀봉한 다음 품속에 챙겼다.
"예린, 이거 챙겨 둬."
예린에게 환약으로 된 마비 푸는 약을 주었다.
"혹시 위급한 상황이 되면 내가 하얀 가루를 뿌리고 도망칠거야."
"그럴 때 이 약을 먹도록 해. 마비를 막아주는 약이니까."
산길을 걸어가던 그레이와 예린은 커다란 나무 앞에 멈추어 섰다.
그레이는 손을 펴서 나무 밑동의 긁힌 자국에 가져다 대었다. 그레이의 손보다 3배는 큰 손으로 긁은 자국이었다.
"곰인가."
그레이는 흔적을 더욱 자세히 살피기 시작하였다. 곰의 손톱에 긁힌 나무의 상처가 진득하게 썩어가고 있었다.
"예린 조심해야 해. 마수 같으니까. 혹시 도망치게 되면 이틀 전에 야영했던 곳에서 만난다."
"열 걸음 뒤에서 따라와라. 시선은 내가 보는 곳을 보지 말고 주변을 살펴."
예린의 표정이 긴장감으로 어렸다.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었다.
그레이는 곰의 발자국을 찾으며 추적하기 시작하였다.
그레이는 말없이 팔을 들어 올렸다. 손을 예린 쪽을 향했다. 주먹을 지었다가 폈다. 다가오지 마라는 뜻이었다.
예린의 발걸음이 멈추었다.
그레이는 활을 들어 겨누기 시작하였다.
손을 들어 활시위를 힘껏 잡아당겼다. 이전과는 다른 기묘한 기운이 화살에 어렸다.
슈우우웅-
카오-
야수의 울부짖음이 산울림으로 변해 주변을 가득 채웠다. 작은 언덕이 새롭게 생겨난 것처럼 검붉은 빛의 털덩어리가 일어섰다. 그 곰의 이마에는 아주 작은 결정이 박혀 있었다.
그레이는 다시 화살을 활시위에 걸고 곰의 머리를 겨누어 쏘았다.
첫 번째 화살은 등에 박혔고 두 번째의 화살은 곰의 커다란 손에 막히었다.
검붉은 덩어리가 그레이에게 쇄도해 들어왔다.
그레이는 가슴속에 품속의 주머니에 손을 넣었다가 그냥 손을 뺐다.
일단 마비약은 아낄 생각이었다. 마비약을 쓰지 않고도 해볼 만하지 않을까라는 생각도 있었다.
챙-
검을 들어 자세를 취했다.
카오-
바위도 무너트릴 것 같은 곰의 앞발이 그레이의 머리 위로 쏟아졌다.
그레이는 뒤로 물러나지 않고 곰의 앞발과 허리 사이로 몸을 던져 굴렀다.
쿠르르-
시야에서 사라진 그레이를 찾아 고개를 뒤로 젖히는 곰이었다.
카오오오-
단검이 예린 손목의 움직임을 따라 부드럽게 흘렀다. 살 속 깊숙이 박아 넣을 생각은 없었다. 그러면 단검이 살 속에 먹혀 예린의 힘으로 꺼내기가 힘들 수도 있었다.
곰의 시야가 돌아간 사이에 접근한 예린은 단검으로 곰의 발목 부근을 긁고 지나갔다. 가죽이 갈라지면서 피가 튀자마자 몸을 숙여서 기는 듯한 자세로 곰에게서 멀어졌다.
발목에 따끔함을 느껴 다시 뒤돌아보는 곰이었지만 예린은 이미 멀어졌다.
"이야 합"
둥근 원을 그리면서 그레이의 검이 휘둘러졌다.
카오-
괴성을 지르면서 왼쪽 앞발을 들어 막아 버리고는 오른쪽 앞발을 횡으로 그레이에게 휘둘렀다.
다시 한번 몸을 숙여 옆으로 구르면서 피하는 그레이이었다.
구르는 힘 그대로 몸을 둥글게 회전시켰다.
발끝에 힘을 주어 땅을 찼다.
굳센 기둥처럼 왼발이 땅에 박힌 것처럼 회전축을 잡았다.
발바닥에서 종아리, 종아리에서 허벅지로 격렬한 기운이 그레이의 회전에 힘을 보태기 시작했다.
서걱-
아까처럼 앞발을 들어 막아서는 곰이었다.
그레이의 처음 공격은 가죽에 상처만 조금 내었을 뿐이었지만 이번 공격은 달랐다.
그레이의 검이 지나간 곳에서 하얀 뼈가 보였다.
촤악-
마치 물이 뿜어져 나오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 앞발의 상처에서 피가 분수처럼 쏟아 올랐다.
카오오-
곰의 머리가 다시 뒤로 돌아갔다. 다친 뒷발 발목에 같은 곳을 예린의 단검이 후벼 파고 지나갔다. 곰의 눈에는 이미 멀리 도망치는 예린의 모습만 보였다.
예린이 틈을 만들어준 동안 그레이는 온몸의 기운을 모아 곰에게 다가섰다.
땅을 박차고 튀어나간 그레이의 검 끝이 흐르는 듯 움직였다.
검이 커다란 원을 그렸다.
카오오오오-
곰의 몸이 주저앉는 듯 쓰러졌다.
털석-
그레이는 쓰러져서 경련하는 곰에게 다가갔다. 검을 들어 곰의 심장에 박아넣었다.
"괜찮아?"
붉게 상기된 묘인족 소녀가 천천히 다가왔다. 아직 흥분이 가시지 않은 듯 아직 어깨가 떨리고 있었다.
"괜찮아요."
"그런데 이 곰, 느낌이 이상해요."
예린의 말을 뒤로 하고 그레이는 곰의 머리를 살폈다.
이마에 작은 결정이 있었다. 누가 박아 넣은 것인지 아니면 이마에서 자라난 것인지 알 수 없었다.
오우거에게 박혀 있었던 이마의 보석 같은 결정과는 크기와 색이 비교할 수도 없이 열악해 보이는 곰의 결정이었다.
"오우거에게 달려 있던 보석보다는 작지만 비슷해."
"먹을 수 없을 것 같아요. 나쁜 냄새가 나요."
단검으로 곰을 이리저리 찔러 보던 예린이 말했다.
곰에게 박힌 결정을 뽑을까 고민하는 그레이이었다.
이내 날카로운 돌을 들고 왔다.
"물러서"
그레이는 돌로 곰의 시체에 생긴 검상을 문질렀다. 그레이 자신이 만든 상처뿐만 아니라 예린이 만들어 놓은 상처를 돌로 짓이겼다.
인간의 검에 당한 것이 아니라 다른 야수에게 당한 것처럼 오인하게 하려는 것이었다.
"예린, 몸에 피 냄새를 지우고 주변에 흔적을 흩트려."
그레이와 예린은 흙을 몸에 발라서 냄새를 흩트렸다. 땅에 남은 발자국을 나뭇가지로 쓸어 인간이랑 싸우지 않은 것처럼 꾸몄다.
그리고 조금 멀리 떨어진 곳에 땅에 구멍을 파고 숨었다. 불도 피우지 않고 구멍 속에서 서로 껴안고 잠을 잤다. 3시간마다 곰의 시체에 누가 접근하지 않았는지 보고 왔다.
다른 야생동물들이 곰의 시체로 접근했지만 마기가 남아있기 때문인지 시체를 먹지않고 다른 곳으로 가버렸다.
3일이 지난 후에 몇몇 사람의 발자국이 곰의 시체 주변에 발견되었다.
이마의 결정이 있던 자리에는 날카로운 단검 같은 것에 의한 상처가 남아있었다. 결정은 그들이 들고 간 것 같았다.
그레이는 조심스럽게 뒤를 밟아 추적하기 시작하였다.
예린의 손목 움직임에 따라 단검이 공기를 가르는 맑은 소음을 만들어 내었다.
그레이가 준 단검이 손에 익숙해지도록 훈련을 하는 것이었다.
성인의 묘인족이라면 전투할 때는 숨겨져 있던 손톱이 튀어나와 적을 가른다. 그 손톱의 단단함은 웬만한 금속 못지않지만 예린에게 전투를 위한 손톱은 아직이었다.
성인이 될 때까지는 단검에 의지할 생각이었다. 예린이 단검으로 훈련하는 동안 그레이는 몇 가지 약초를 들고 와 환약과 가루약을 만들었다.
"이 근처로 오지마."
예린에게 경고를 하고 그레이는 조심스럽게 작업을 시작하였다.
미리안과 고블린에게 쓴 적이 있었던 마비약을 만드는 것이었다.
이전보다 약효를 강하게 만들기는 하지만 과연 오우거가 같은 상급 몬스터에게 효과가 있을지는 의심스러웠다.
하지만 어차피 오우거 같은 몬스터를 잡으려고 만드는 것이 아니었다. 상급몬스터에게는 단 순간만이라도 멈칫거리게 해서 도망갈 시간만을 벌 수 있기를 바라는 것이었다.
가레이든 지역이 가까워졌기에 주변 경계에 만전을 기했다.
당연히 오우거급의 몬스터가 나오면 도망칠 생각이었다. 예린에게도 신호가 있으면 뒤도 돌아보지 말고 도망치라는 이야기를 하였다.
마비약을 혹시라도 새지 않도록 잘 밀봉한 다음 품속에 챙겼다.
"예린, 이거 챙겨 둬."
예린에게 환약으로 된 마비 푸는 약을 주었다.
"혹시 위급한 상황이 되면 내가 하얀 가루를 뿌리고 도망칠거야."
"그럴 때 이 약을 먹도록 해. 마비를 막아주는 약이니까."
산길을 걸어가던 그레이와 예린은 커다란 나무 앞에 멈추어 섰다.
그레이는 손을 펴서 나무 밑동의 긁힌 자국에 가져다 대었다. 그레이의 손보다 3배는 큰 손으로 긁은 자국이었다.
"곰인가."
그레이는 흔적을 더욱 자세히 살피기 시작하였다. 곰의 손톱에 긁힌 나무의 상처가 진득하게 썩어가고 있었다.
"예린 조심해야 해. 마수 같으니까. 혹시 도망치게 되면 이틀 전에 야영했던 곳에서 만난다."
"열 걸음 뒤에서 따라와라. 시선은 내가 보는 곳을 보지 말고 주변을 살펴."
예린의 표정이 긴장감으로 어렸다.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었다.
그레이는 곰의 발자국을 찾으며 추적하기 시작하였다.
그레이는 말없이 팔을 들어 올렸다. 손을 예린 쪽을 향했다. 주먹을 지었다가 폈다. 다가오지 마라는 뜻이었다.
예린의 발걸음이 멈추었다.
그레이는 활을 들어 겨누기 시작하였다.
손을 들어 활시위를 힘껏 잡아당겼다. 이전과는 다른 기묘한 기운이 화살에 어렸다.
슈우우웅-
카오-
야수의 울부짖음이 산울림으로 변해 주변을 가득 채웠다. 작은 언덕이 새롭게 생겨난 것처럼 검붉은 빛의 털덩어리가 일어섰다. 그 곰의 이마에는 아주 작은 결정이 박혀 있었다.
그레이는 다시 화살을 활시위에 걸고 곰의 머리를 겨누어 쏘았다.
첫 번째 화살은 등에 박혔고 두 번째의 화살은 곰의 커다란 손에 막히었다.
검붉은 덩어리가 그레이에게 쇄도해 들어왔다.
그레이는 가슴속에 품속의 주머니에 손을 넣었다가 그냥 손을 뺐다.
일단 마비약은 아낄 생각이었다. 마비약을 쓰지 않고도 해볼 만하지 않을까라는 생각도 있었다.
챙-
검을 들어 자세를 취했다.
카오-
바위도 무너트릴 것 같은 곰의 앞발이 그레이의 머리 위로 쏟아졌다.
그레이는 뒤로 물러나지 않고 곰의 앞발과 허리 사이로 몸을 던져 굴렀다.
쿠르르-
시야에서 사라진 그레이를 찾아 고개를 뒤로 젖히는 곰이었다.
카오오오-
단검이 예린 손목의 움직임을 따라 부드럽게 흘렀다. 살 속 깊숙이 박아 넣을 생각은 없었다. 그러면 단검이 살 속에 먹혀 예린의 힘으로 꺼내기가 힘들 수도 있었다.
곰의 시야가 돌아간 사이에 접근한 예린은 단검으로 곰의 발목 부근을 긁고 지나갔다. 가죽이 갈라지면서 피가 튀자마자 몸을 숙여서 기는 듯한 자세로 곰에게서 멀어졌다.
발목에 따끔함을 느껴 다시 뒤돌아보는 곰이었지만 예린은 이미 멀어졌다.
"이야 합"
둥근 원을 그리면서 그레이의 검이 휘둘러졌다.
카오-
괴성을 지르면서 왼쪽 앞발을 들어 막아 버리고는 오른쪽 앞발을 횡으로 그레이에게 휘둘렀다.
다시 한번 몸을 숙여 옆으로 구르면서 피하는 그레이이었다.
구르는 힘 그대로 몸을 둥글게 회전시켰다.
발끝에 힘을 주어 땅을 찼다.
굳센 기둥처럼 왼발이 땅에 박힌 것처럼 회전축을 잡았다.
발바닥에서 종아리, 종아리에서 허벅지로 격렬한 기운이 그레이의 회전에 힘을 보태기 시작했다.
서걱-
아까처럼 앞발을 들어 막아서는 곰이었다.
그레이의 처음 공격은 가죽에 상처만 조금 내었을 뿐이었지만 이번 공격은 달랐다.
그레이의 검이 지나간 곳에서 하얀 뼈가 보였다.
촤악-
마치 물이 뿜어져 나오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 앞발의 상처에서 피가 분수처럼 쏟아 올랐다.
카오오-
곰의 머리가 다시 뒤로 돌아갔다. 다친 뒷발 발목에 같은 곳을 예린의 단검이 후벼 파고 지나갔다. 곰의 눈에는 이미 멀리 도망치는 예린의 모습만 보였다.
예린이 틈을 만들어준 동안 그레이는 온몸의 기운을 모아 곰에게 다가섰다.
땅을 박차고 튀어나간 그레이의 검 끝이 흐르는 듯 움직였다.
검이 커다란 원을 그렸다.
카오오오오-
곰의 몸이 주저앉는 듯 쓰러졌다.
털석-
그레이는 쓰러져서 경련하는 곰에게 다가갔다. 검을 들어 곰의 심장에 박아넣었다.
"괜찮아?"
붉게 상기된 묘인족 소녀가 천천히 다가왔다. 아직 흥분이 가시지 않은 듯 아직 어깨가 떨리고 있었다.
"괜찮아요."
"그런데 이 곰, 느낌이 이상해요."
예린의 말을 뒤로 하고 그레이는 곰의 머리를 살폈다.
이마에 작은 결정이 있었다. 누가 박아 넣은 것인지 아니면 이마에서 자라난 것인지 알 수 없었다.
오우거에게 박혀 있었던 이마의 보석 같은 결정과는 크기와 색이 비교할 수도 없이 열악해 보이는 곰의 결정이었다.
"오우거에게 달려 있던 보석보다는 작지만 비슷해."
"먹을 수 없을 것 같아요. 나쁜 냄새가 나요."
단검으로 곰을 이리저리 찔러 보던 예린이 말했다.
곰에게 박힌 결정을 뽑을까 고민하는 그레이이었다.
이내 날카로운 돌을 들고 왔다.
"물러서"
그레이는 돌로 곰의 시체에 생긴 검상을 문질렀다. 그레이 자신이 만든 상처뿐만 아니라 예린이 만들어 놓은 상처를 돌로 짓이겼다.
인간의 검에 당한 것이 아니라 다른 야수에게 당한 것처럼 오인하게 하려는 것이었다.
"예린, 몸에 피 냄새를 지우고 주변에 흔적을 흩트려."
그레이와 예린은 흙을 몸에 발라서 냄새를 흩트렸다. 땅에 남은 발자국을 나뭇가지로 쓸어 인간이랑 싸우지 않은 것처럼 꾸몄다.
그리고 조금 멀리 떨어진 곳에 땅에 구멍을 파고 숨었다. 불도 피우지 않고 구멍 속에서 서로 껴안고 잠을 잤다. 3시간마다 곰의 시체에 누가 접근하지 않았는지 보고 왔다.
다른 야생동물들이 곰의 시체로 접근했지만 마기가 남아있기 때문인지 시체를 먹지않고 다른 곳으로 가버렸다.
3일이 지난 후에 몇몇 사람의 발자국이 곰의 시체 주변에 발견되었다.
이마의 결정이 있던 자리에는 날카로운 단검 같은 것에 의한 상처가 남아있었다. 결정은 그들이 들고 간 것 같았다.
그레이는 조심스럽게 뒤를 밟아 추적하기 시작하였다.
최고관리자
가입일 | 2016-08-11 | 접속일 | 2024-11-0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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