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 / 환타지
다섯 마녀의 전설(The Legend of Five Witches) 외전 3부 5장
본 야설은 강간, 윤간, 성고문 수준의 SM 등 비윤리적이고 중범죄에 해당하며 잔인하고 하드코어한 내용을 포함하고 있을 수 있습니다.
이런 취향의 글을 좋아하시지 않는 분은 읽으시지 말 것을 미리 권고 드립니다.
- 외전 3부 - 잊혀진 전설들 (밤비르(흡혈귀) 백작 카를로스 반 피제프편 : 피와 빵) - 5장 -
타퀸 공작의 장례식으로 인해 사흘이 지나가버린 것을..... 피제프 백작가의 장남이자, 21살의 미청년, 켄드릭 반 피제프는 노골적으로 아까와했으나, 사흘뒤에도 백작가의 군대는 "빈 땅"들을 차지하러 출발할 수 없었다.
이번의 문제는..... 그의 아버지인 카를로스 반 피제프 백작이었다.
장례식 다음날, 아침식사후 자신의 방으로 돌아가던 카를로스 백작이 갑자기 심장 발작을 일으키고 말았던 것이다.
"아버님! 아버님!"
"여보!"
장남인 켄드릭과 차남 멘도자, 막내딸 루피나, 그의 부인 세라피나 공주까지..... 가족들 전부가 애타게 불렀으나, 침대에 눕혀진 백작은 의식을 되찾지 못했다.
"황송하오나..... 오늘을 넘기시기 힘들 것 같습니다."
백작가의 의사 록포드가 주름진 늙은 얼굴에 우울한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흐흑, 여보! 아니, 어제까지만 해도 멀쩡하시던 양반이..... 갑자기 이런 법이....."
흐느끼는 세라피나 공주를 장남 켄드릭이 위로했다.
"신들의 뜻은..... 우리가 거스를 수 없는 거죠.
너무 걱정하지 마셔요!
우리 영지는 제가 이어받아, 반드시 잘 운영해 보일 테니까요.
8레벨의 매기아러(마법사)이신 아버님께서 계시면..... 매기아러(마법사)들이 차지했던, 빈 땅을 놓고 싸우는데 크게 도움이 되시련만.....
하필, 이 중요한 때에....."
그날 저녁.....
2층에 있는 백작의 방 창문이 소리도 없이 열리며, 긴 금발머리에 녹색 드레스 차림의 여자 - 캐롤린이 창턱을 넘어 들어왔다.
아무도 없이, 혼자 침대 위에 누워있는 백작의 창백한 얼굴을 보고, 캐롤린의 회색 눈동자들이 놀라움으로 커졌다.
"여... 여보! 왠지, 가슴이 막 떨리고, 불안한 기분이 들어서..... 찾아와 봤더니.....
이게 어떻게 된 거에요? 갑자기..... 여보! 여보! 흐흑, 흐흑흑흑흑!"
캐롤린은 울음을 터뜨리며, 백작의 몸을 흔들었으나..... 백작의 숨소리는 당장이라도 끊어질 것처럼 가냘프고, 약하기만 했다.
몸을 숙여, 침대 위에 누워있는 백작의 넓은 가슴에 얼굴을 파묻은 채로..... 캐롤린은 서럽고, 슬프게 흐느꼈다.
"흐흑, 흐으윽, 흑흑흑! 여보! 이러시면 안돼요!
약속하셨잖아요! 흐윽!
돌아가실 때가 되면, 먼저 저부터 매기아(마법)로 죽여 주시기로.....
저 혼자서..... 쓸쓸하고, 고통스럽게, 또다시 자살하게 만들지 않으시기로..... 흐흑흑흑흑!"
크고, 동그란, 회색의 눈동자들이 사라지면서..... 눈동자 없는 두 눈이 새빨갛게 빛났다.
"죄송해요, 여보! 흑흑!
여보는..... 흐윽! 제가 없이는 살 수 없었다고 말씀하셨었죠?
저 또한..... 마찬가지에요! 흑, 흐흑!
여보 없이는..... 도저히... 흑흑! 살 수 없어요! 흐흑, 흐흐흑!
죄송해요, 여보! 정말 죄송해요! 흐흐흑, 흑, 흐윽, 어엉엉엉!"
이미 시체처럼 얼굴이 창백한 백작의 파랗게 질린 입술을 열고, 새하얗고, 가는 자신의 왼쪽 손목을 그 위로 가져갔다.
작고, 붉은 입술이 열리면서 드러난, 길고 날카로운 두 개의 윗송곳니로 손목을 물어뜯자.....
칼에 베인 것처럼 예리한 상처가 새하얀 손목에 생기면서, 붉은 핏줄기가 백작의 입안으로 흘러 들어갔다.
"움찔! 움찔!"
붉은 피가 입안으로 흘러 들어가자, 백작의 창백한 얼굴이 경련하듯 떨렸으나..... 캐롤린은 자신의 피를 계속 백작의 입안에 흘려 넣었다.
밤비르(흡혈귀)의 놀라운 재생력으로 인해, 자꾸만 상처가 회복되어 피가 멎어 버렸으나, 캐롤린은 계속해서 예리한 송곳니로 자신의 손목을 깊숙히 물어 뜯었다.
한 번, 두 번, 세 번, 네 번, 다섯 번, 여섯 번, 일곱 번, 여덟 번, 아홉 번, 열 번.....
온몸의 피를 다 흘려넣는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계속 붉은 피를 입안에 흘려넣던 중..... 백작의 큰 몸 전체가 갑자기 경련하듯 떨리기 시작했다.
"크으으윽! 크으윽! 으으으으으으윽!"
카를로스 백작은 여전히 의식이 없었으나, 몸을 떨면서 뒤트는 모습이 몹시 괴로와 보였다.
"여보! 여보! 괜찮으시죠?
이 방법이 맞겠죠? 흐흑흑흑!
옛날부터..... 밤비르(흡혈귀)가 되려면, 밤비르의 피를 먹거나, 밤비르에게 물려야 한다고 들었는데.....
이쪽이 더 확실할 것 같아서요! 흐윽, 어엉엉엉엉엉!
제발 살아나 주셔요, 여보! 흐흐흑!
저 혼자 두고 가지 마셔요! 제발! 제발요, 여보! 흐흑흑, 흐윽, 흐흑흑흑흑흑!"
맹수를 연상시키는, 날카로운 두 개의 윗송곳니들이..... 백작의 입술 밖으로 튀어 나왔다.
몸 전체가 심하게 떨리던 경련이 멎으면서, 백작이 두 눈을 번쩍 떴다.
날카로우면서도, 온화한 느낌이었던 갈색의 두 눈동자가..... 맹수처럼 잔인한 느낌의 빛으로 반짝이고 있었다.
"여보! 괜찮으셔요, 여보?"
울면서 흐느끼는 캐롤린을 보자..... 갈색의 눈동자들이 원래의 온화한 빛으로 돌아왔다.
"이런! 캐츄(성)까지 찾아온 거요?
걱정을 끼쳐서 미안하오!
아침에 갑자기 쓰러졌었나 보지만, 지금은 멀쩡하다오!
오히려, 온몸에 힘이 넘치는 기분이군!
응? 방밖에서 사람들이 떠드는 소리까지 환하게 들리는데.....
아프고 나더니, 귀가 갑자기 좋아진 건가?"
"털썩!"
캐롤린의 작고 가냘픈 몸이..... 갑자기 침대 앞 바닥에 엎드렸다.
이마가 바닥에 닿을 정도로 고개를 숙인 채로, 녹색 드레스를 입은 가냘픈 몸이 바들바들 떨고 있었다.
"죄송해요, 여보!
그게..... 아니에요!
들어와 보니..... 당신이 당장에라도 돌아가실 것처럼 보여서..... 흐윽!
그래서..... 그래서..... 흐흑, 흐흑흑흑흑흑!"
"무슨 소리를 하는 거요, 여보?
일어나요!
갑자기 왜 이러는 거요?"
"덜컹!"
문이 열리면서..... 방안에 들어오려던 붉은 머리의 미청년 켄드릭과 백작의 다른 가족들이, 침대 앞에 엎드려 있는 녹색 드레스 차림의 여자를 보고, 깜짝 놀라 문간에 멈춰섰다.
장례복 차림인지..... 모두들 벌써 검은색 일색의 옷차림들이었다.
백작의 침대 앞에 엎드려 있던 금발머리 여자가 천천히 고개를 들어 뒤를 돌아보자.....
켄드릭의 잘생긴 얼굴이 창백하게 변했다.
"캐롤린! 저 밤비르(흡혈귀) 년이 또 나타났구나!"
"채앵!"
켄드릭이, 번개같은 동작으로, 허리 왼쪽에 차고 있던 양날 검을 뽑아 들었다.
하얀 빛의 소드 바인(검기)으로..... 2헥사(약 1미터) 정도 길이의 검날이 날카롭게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멈춰라, 켄드릭!
이 여자는 우릴 해치지 않아!"
침대에서 몸을 일으켜 앉은 카를로스 백작이 다급하게 소리쳤으나.....
켄드릭의 새파란 두 눈동자는 백작이나 캐롤린을 쳐다보고 있지 않았다.
대신, 침대 발치께에 놓여 있는, 전신을 비출 수 있는 큰 거울을..... 놀라서 커진 눈으로, 뚫어지게 바라보고 있었다.
켄드릭의 시선을 따라간 백작의 눈에 들어온 것은..... 아무것도 없는, 빈 침대만 보이고 있는 거울 속의 모습이었다.
침대 위에 앉아 있는 자신의 모습도, 침대 앞에 무릎꿇고 앉아 있는 캐롤린의 모습도.....
마치 없기라도 한 것처럼..... 거울 속에 전혀 비치지 않고 있었다.
백작의 갈색 눈동자들이 놀라움으로 커졌다.
"이... 이게 어떻게 된 거야?
내가....."
믿어지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백작이 오른손으로 자신의 얼굴을 쓰다듬어 보았다.
손에 느껴지는 촉감이, 꿈이 아니라는 걸 알려주고 있었지만..... 여전히 거울에는 자신의 모습이 전혀 비치지 않고 있었다.
심지어는 입고 있는, 붉은 색의 실내 가운 조차도..... 함께, 저주라도 받은 것처럼, 거울에 그 모습이 비치지 않고 있었다.
"흐흑흑흑!
죄송해요, 여보! 흐흑, 흐으윽, 흐흑흑흑흑흑!
저... 저는..... 여보 없이는 살 수 없어서..... 흐윽, 흐흑!
그래서, 그만....."
"여보?
저 걸레같은 천한 년이 뭐라고 떠드는 거야?"
문간에 서 있던 세라피나 공주가 발끈하는 표정으로 앞으로 나섰으나, 켄드릭이 막아섰다.
"가지 마셔요, 어머님!
저 년은..... 밤비르(흡혈귀)에요!
그리고, 아버님도 이미..... 저년 손에 밤비르가 되셨구요!"
"뭐?"
"뭐라고요, 형님?"
"꺄아악!"
켄드릭의 말에 세라피나 공주는 물론, 차남 멘도자와 막내딸 루피나도 경악에 찬 소리들을 질렀다.
켄드릭의 손에 들린 양날 검에서 나오는, 소드 바인(검기)의 하얀 빛이 더욱 강해지기 시작했다.
"죄송해요, 아버님!
아니..... 이제는 아버님이 아니라, 밤비르(흡혈귀) 괴물이지만.....
금방 끝내드릴 게요!"
캐롤린이 슬픈 표정으로 고개를 저었다.
8년의 세월이 흘렀지만.....
붉은 머리에, 새파란 두 눈동자를 가진 미소년에서.....
이제는, 키가 3헥사 7토르(185센치)도 넘어 보이는, 훤칠하고, 잘생긴, 21살의 미청년으로 성장했지만.....
비끄랑 일당 20명과 함께 그녀를 잔혹하게 윤간하고.....
그녀의 조그만 분홍빛 젖꼭지들이 새빨갛게 부어오른 채, 항상 뾰족하게 튀어나와 있도록 "개조"하게 만들고.....
그녀를 발가벗겨 놓은 채, 마치 그녀가 사람이 아니라 장난감이라도 되는 것처럼..... 마음껏 더럽히고, 강간하고, 괴롭히면서.....
수치심으로 흐느끼며, 고통스러워 하는 그녀를 보며..... 재미있다는 듯 웃어댔던.....
켄드릭은.....
여전히, 8년전 그대로..... 오직 자기 자신밖에 모르는, 잔인한 쓰레기였다.
"무슨 짓이냐, 켄드릭! 멈춰라!"
"하아아아아앗!"
카를로스 백작의 다급한 목소리에도 불구하고..... 켄드릭은, 날카로운 기합과 함께, 하얗게 빛나는 양날 검을 휘두르며 돌격해왔다.
캐롤린보다 더 위험한 상대로 보이는 백작부터 먼저 해치우려는 듯.....
켄드릭은..... 부친인 카를로스 백작을 향해, 검을 깊게 찔러 들어왔다.
의심의 여지 없이..... 정말로 죽일 생각이었다.
다급하게 몸을 피하며, 백작은 켄드릭의 손목을 잡아 비틀어서 검을 뺏으려고 했다.
그러나.....
"뚜컥!"
"챙그랑!"
"끄아아아아아아아아악!"
마치 나무로 된 이쑤시개처럼, 켄드릭의 오른 손목이 손쉽게 바깥쪽으로 꺾여서, 부러져 버리면서..... 양날 검이 힘없이 떨어져 바닥에 굴렀다.
왼손으로 오른 손목을 감싸쥔 채, 고통스럽게 바닥에 쓰러져 뒹구는 켄드릭을 내려다보며.....
카를로스 백작이 당황스런 표정으로, 자신의 양손을 내려다 보았다.
밤비르(흡혈귀)가 되면서, 힘이 엄청나게 강해졌다는 걸 미처 깨닫지 못했던 것이다.
"나... 나는.....
내가....."
"정말로..... 밤비르(흡혈귀) 괴물이 돼서, 이제는 아들 손목까지 분질러 버리는 군요."
이제 39살의 나이였지만, 여전히 늘씬하고, 아름답고, 당당한 모습인 세라피나 공주가..... 겁에 질린 표정으로 떨면서도, 앞으로 나섰다.
"아직, 조금이라도 인간성이 남아 있다면.....
저 걸레보다도 더럽고, 비굴한 괴물 년을 당신 손으로 죽이고, 스스로 자결하세요!
아니면..... 거꾸로, 당신 손으로..... 가족들을 전부 죽이고, 저 괴물 년과 함께 붙어서 살 건가요?"
여전히 침대 앞에 무릎꿇은 채로..... 그의 어리고, 귀여운, 금발의 캐롤린은 백작을 올려다 보고 있었다.
동그랗고, 귀여운, 회색의 두 눈동자 가득, 투명한 눈물 방울들이 흘러넘쳐..... 새하얀 양쪽 볼을 타고 바닥에까지 떨어졌다.
카를로스 백작은 알 수 있었다.
지금, 바닥에 떨어져 있는 켄드릭의 검을 집어들어, 목을 친다고 해도..... 캐롤린은 아무 반항없이 순순히 목숨을 내주리라는 것을.....
그리고, 그제야 비로소..... 깨달을 수 있었다.
자신이 죽을 때가 가까와지면, 혼자 남지 않도록, 캐롤린을 먼저 죽여주겠다고 했던, 자신의 약속은..... 처음부터 잘못돼 있었다는 것을.....
마법으로든, 검으로든..... 그는 절대로..... 어리고, 귀엽고, 소중한, 그의 캐롤린을 죽일 수 없었다.
차라리, 백작 자신이 자살하는 거라면 할 수도 있겠지만.....
카를로스 백작의 고개가 힘없이 아래로 쳐졌다.
"미안하오, 세라피나!
나는..... 캐롤린을 죽일 수 없소!
조용한 곳에, 캐롤린과 단 둘이 숨어서..... 다시는 돌아오지 않겠소!
당신은 아무 걱정말고..... 아이들과 함께 살도록 하시오."
세라피나 공주의 새파란 두 눈동자가 불붙듯 험악한 빛으로 빛났다.
"아무 걱정 말라구요?
저 더럽고, 비굴한 하녀 년이 남편을 괴물로 만들어서, 뺏아가는 걸..... 두 눈 빤히 뜨고 보면서요?"
"찌이이이익! 찌지지지직!"
"스르르륵!"
세라피나 공주가..... 입고 있던 검정색의 고급스런 드레스 가슴께를 스스로 잡아 찢으며, 허물을 벗듯 한꺼번에 벗어 버렸다.
"투두둑! 찌이익!"
이어 속옷들까지 찢어 버리며, 내팽개쳐.....
늘씬하면서도, 풍만한 알몸을 스스로 드러낸 세라피나 공주가..... 바닥에 무릎을 꿇으며, 머리가 땅에 닿을 정도로, 캐롤린을 향해 깊숙히 고개를 숙였다.
처녀때와 마찬가지로 허리 가까이까지 길게 기르고 있는, 탐스러운 붉은 머리채가..... 아무렇게나 바닥에 깔리며, 흩어졌다.
고급스런 화장품들과 향유를 바르며, 매일같이 열심히 관리해온 피부는..... 얼굴, 등, 옆구리, 엉덩이, 팔다리, 젖가슴, 허벅지할 것 없이, 드러난 부위 전부가 눈처럼 새하얗고, 탄력 있어 보였고,
크고, 새하얀 엉덩이도..... 거의 쳐지지 않은, 풍만하면서도, 육감적인 모습이었다.
그 아래쪽에는 머리카락과 마찬가지로 붉은 빛의 풍성한 음모와 함께.....
성기의 갈라진 틈이 약간 벌어져, 유혹하듯, 안쪽의 선홍빛 속살을 보여주고 있었다.
평범한 여자들의 2배는 될 정도로 풍만하고, 새하얀, 두 젖가슴들이 바닥에 닿아 눌리며, 모양이 살짝 변형되었다.
39살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알몸으로 엎드려 고개를 숙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세라피나 공주는..... 여전히 아름답고, 섹시하며, 오만하고, 당당해 보였다.
공주의 뒤쪽에 서 있던 차남 멘도자와 막내딸 루피나는 물론.....
부러진 오른 손목을 감싸쥔 채, 똥개처럼 끙끙거리던, 그녀의 장남 켄드릭까지도..... 놀라서 입을 떡 벌린 채로 멍하니, 모친의 갑작스런 행동을 바라보고 있었다.
"재수없는 괴물 년아!
나는..... 공주로 태어나서, 이제껏 단 한번도 누구앞에 무릎을 꿇어본 적이 없다!
이렇게, 창녀처럼 수치스런 발가벗은 꼴로..... 무릎꿇고, 머리숙여 빌테니.....
네년 손으로, 내 남편을 죽이고, 너도 죽어다오!
이미 스무 명이나 사람들을 죽인 너라면..... 어려운 일도 아니잖아!
내 남편을 저주받은 괴물로 만들어서..... 내게서 뺏아가지 마라!
발가벗은 채, 무릎꿇고, 머리를 숙이는 정도로는..... 만족하지 못하겠다면.....
다리를 벌리고 앉아, 내 손으로 바깅(보지)을 벌리고, 혀로 네 년 발을 개처럼 핥으라고 해도.....
개처럼 소리내서 짖으라고 해도.....
아니, 설사 똥을 먹으라고 시키더라도.....
뭐든지..... 네가 원하는 대로 하마!
그렇게 하면..... 내가 처음 시집왔을 때, 네년이 내게 당한 일에 대한 복수는 되는 게 아닌가?"
"흐흑! 흐흑흑흑흑흑, 흐흐흑!"
울음을 터뜨리며, 공주를 향해 돌아 앉은 캐롤린이..... 여전히 무릎꿇고 앉은 채로, 고개를 저었다.
캐롤린의 작고, 붉은 입술이 열렸다.
울음섞인, 떨리는 목소리가..... 하지만, 또렷하게, 방안에 울려 퍼졌다.
"죄송해요, 마님! 흐흑, 흐흐흑!
하지만, 마님께 복수하려고, 이런 일을 한 게 아니어요! 흐윽, 흑!
그리고..... 흐윽!
바라시는 대로, 해드릴 수..... 없어요! 흐흑흑!
제 손으로..... 저 자신을 다치게 하거나... 흐흑! 죽일 수는 있을지 몰라도.....
저는..... 백작님을 죽일 수는 없어요! 흑, 흐흑흑흑!
왜냐하면, 백작님을..... 제 남편 카를로스를..... 흐흑, 흐윽, 흑흑흑흑!
저 자신보다도 더 사랑하니까요! 흐흐흐흑, 흐흑흑흑흑흑흑흑흑!"
고개를 쳐든 세라피나 공주의 새파란 눈동자들이 놀라움과 충격으로 커졌다.
보이지 않는, 심한 매질이나 고문이라도 당하고 있는 것처럼..... 오만하고, 아름다운 얼굴이 고통스럽게 일그러지면서, 부들부들 떨리기 시작했다.
"그랬었군! 그랬었구나!
바보처럼.....
이제야..... 이제야, 알았어!
너도..... 나처럼, 카를로스 반 피제프 백작의 정식 부인이었어!
타퀸 공작..... 그 미친 매기아러(마법사) 영감탱이 짓인가?
대단하구나! 천하고, 더럽고, 비굴한..... 하녀로 굴러먹던, 비열한 괴물 년아!
이보다..... 더 철저하고.....
이보다 더..... 잔인하게 복수하기도 어렵겠다! 흐흑! 흐윽, 흐흑흑흑흑흑흑흑흑흑흑!"
공주의 새파란 두 눈동자에서 뜨거운 눈물이 넘쳐나와, 볼을 타고 흘러 내렸다.
서러운 소리로 흐느껴 우는, 캐롤린과 세라피나 공주를 앞에 두고.....
카를로스 백작은...... 너무나 미안해서, 도저히 고개를 들 수 없을 지경이었다.
두 사람, 아니, 한 사람과 한 밤비르(흡혈귀)..... 둘 모두에게..... 미안하고, 또 미안할 뿐.....
어디서부터..... 무엇부터 잘못돼 버렸는지도..... 알 수 없었다.
그러나, 지금.....
이미 밤비르(흡혈귀)가 돼버린, 그가 선택할 수 있는 길은..... 오직 한가지뿐이었다.
"미안하오, 세라피나!
나는..... 오늘 저녁, 죽은 걸로 생각하고, 잊어 주시오!"
탁자 위에 놓여 있던, 그의 검 "샹 망게러"(피를 먹는 자)를 집어든, 카를로스 백작이 캐롤린의 어깨를 왼손으로 잡았다.
무슨 일을 하려는 건지 깨달은, 세라피나 공주가 다급한 목소리로 외치며, 몸을 일으켜 달려 들었다.
"안돼요, 여보! 가지 말아요! 여보오오오오!"
"이무베아!" (순간 이동)
알몸인 세라피나 공주의 두 손은 헛되이 허공을 휘저었을 뿐이었다.
카를로스 백작과 캐롤린, 두 사람..... 아니 두 밤비르(흡혈귀)의 모습은 어느새 온데간데 없이..... 사라져 버렸다.
“허억! 허어어억! 허억! 허어억!”
텅빈 허공을 두 손으로 계속 휘저으며..... 세라피나 공주가, 도저히 믿을 수 없다는 듯, 멍한 표정을 지었다.
늘씬하고, 풍만한, 공주의 새하얀 알몸이..... 경련하듯 부들부들 떨리기 시작하더니, “풀썩!” 바닥에 무릎을 꿇으며, 힘없이 쓰러졌다.
"가 버렸어! 흐흑, 흐흑흑흑흑!
정말로, 그 하녀 년과 붙어서..... 흐흑흑! 나를 버리고..... 흐흑! 영영 사라져 버렸어!
흐흐흑, 흐흑흑흑흑흑흑흑흑흑!
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세라피나 공주의 고통스런 비명소리가..... "캐츄 데 샹(피의 성)" 안에, 메아리치듯, 길게 울려 퍼졌다.
........................................................................................................................
"죄송해요, 여보! 흐흑흑! 정말로 죄송해요! 흐윽, 훌쩍, 어엉엉엉엉!"
품안에 안긴 채, 어린애처럼 슬프게 흐느껴 우는, 가냘픈 캐롤린의 몸을..... 카를로스 백작은 꼬옥 안아 주었다.
백작 자신도 눈물을 줄줄 흘리고 있었지만, 이미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모두 내 잘못일 뿐..... 당신의 잘못이 아니오!
당신과 세라피나 두 사람 모두에게 너무나 미안해서..... 도저히 얼굴을 들 수가 없구려!"
"흐흐흑! 흐흑흑흑흑흑흑흑흑흑!"
흐느끼는 캐롤린을 품에 꼬옥 안으면서..... 이걸로 모든게 끝났다고 생각했다.
입구가 마법으로 숨겨져 있는..... 캐롤린이 지내던 동굴에서, 단 둘이서 영원히 숨어 살게 될 거라고.....
그러나..... 둘이 동굴 속에 숨어서 지낸지 다섯 달 정도 지난, 어느날 밤.....
시끄러운 고함소리가 사방 여기저기서 울려 퍼졌다.
"카를로스 반 피제프 백작은 "캐츄 데 샹"(피의 성) 앞으로 나오시오!"
"리안 데 일레기아 국왕 폐하께서 기다리고 계시오!"
"아무런 해도 끼치지 않을 것을..... 폐하께서는 약속하셨소!"
.....
수백 명의 사람들이 횃불을 손에 든 채..... "캐츄 데 샹" 근처 여기저기를 몰려 다니면서, 목청껏 소리들을 지르고 있었다.
"폐하께서 부르신다니, 잠깐 다녀오리다!"
카를로스 백작의 말에, 캐롤린이 다급하게 백작의 소매를 붙잡았다.
"안돼요, 여보! 당신을 해치려는 함정이면 어떻게 해요!"
동그랗고, 귀여운, 회색 눈동자들이 겁먹은 채 떨고 있었다.
"걱정마시오!
리안 국왕 폐하와는..... 왕이 되시기 전인, 어렸을 때부터 함께 어울린, 절친한 사이라오.
왕족으로서의 명예와 자존심을 목숨보다도 더 소중하게 생각하는 분이시니..... 함정일 리는 없소.
만약, 위험한 상황이면 즉시 도망치리다!
갑옷을 입고, 방어막 매기아(마법)를 사용하고 나갈 테니..... 큰 위험은 있을 수 없다오."
다섯 달만에, 자신의 성이었던 "캐츄 데 샹"(피의 성) 앞에 나가보니.....
적어도 2,000여 명은 되어 보이는 대규모 군대가 성 앞에 모여 서서, 일제히 치켜든 횃불로, 대낮처럼 환하게 주위를 밝히고 있었다.
긴 칼을 뽑아든 10명의 호위병들을 바로 뒤에 거느린 채, 역시 칼을 뽑아들고 있는 리안 국왕의 앞으로..... 카를로스 백작이 천천히 걸어 나갔다.
호위병들과 리안 국왕 모두..... 은빛으로 빛나는 전신 철판 갑옷 차림이었지만, 투구는 쓰지 않고 있었다.
역시 투구없이 얼굴을 드러낸, 검은 철판 갑옷 차림인 카를로스 백작은.....
약 40헥사(약 20미터)쯤 떨어진 거리까지 다가가서, 왼쪽 무릎을 세운 자세로 공손히 무릎을 꿇으며, 고개를 숙여 예를 표했다.
"폐하! 카를로스 반 피제프, 폐하께 인사 올리옵니다!"
이제는 47살의 나이가 되었지만, 여전히 잘생긴 일레기아 왕국의 국왕 리안 데 일레기아가 반가운 웃음을 지었다.
한편으로는, 안타까운 감정이..... 숨김없이 얼굴에 드러났다.
전왕의 2남 3녀중 첫째 아들로서, 리안 왕자라고 불렸던 젊은 시절과 마찬가지로.....
여전히 모든 감정이 얼굴에 그대로 드러나는..... 왕이었다.
"고개를 들라!
경이 밤비르(흡혈귀)가 돼 버렸다는 말을 들었노라!
사실인가?"
"황공하오나, 사실이옵니다, 폐하!"
씁쓸한 표정으로 대답하는 카를로스 백작에게..... 붉은 머리에, 새파란 눈동자를 가진 리안 국왕이 다시 한번 얼굴 가득 안타까운 표정을 지었다.
"참으로 가슴 아픈 일이로다!
버림받은 고아를 주워서 보살펴준 경의 친절을 원수로 갚은..... 그런 천하고, 못된 하녀 년이 있었다니....."
리안 국왕은 세라피나 공주로부터 지난 사정을 듣고 온 듯 했다.
카를로스 백작으로서는 동의하기 어려운 말이었지만.....
"경의 가족들에 대해서는 아무 걱정할 필요가 없도다.
모두들 건강하게 잘 지내고 있노라.
세라피나는..... 나이가 10살이나 어리고, 요새 부인을 병으로 잃은, 29살의 버넬 반 코윙톤 후작이 아내로 달라고 간청해서.....
세라피나는 싫다고 했지만, 내가 억지로 결혼시켰노라.
39살이면 이제 젊은 나이는 아니지만, 혼자서 사는 것보다는 아무래도 나을 것 같아서.....
경에게는 미안한 얘기지만..... 오빠인 내가 아는 한, 그 애는 남자 없이 혼자서 살 수 있는 애가 아니니....."
리안 국왕은 정말로 미안해하는 표정이었으나.....
카를로스 백작은 그 말을 들으니, 오히려 기분이 한결 편해지는 기분이었다.
키가 3헥사 6토르(약 180센치)에 달하는 세라피나 공주는 아이를 셋이나 낳았고, 이제 나이도 꽤 먹었지만.....
처음 시집왔을 때와 마찬가지로..... 늘씬하고, 아름다운, 당당한 모습이었고.....
유모들을 쓰고, 젖을 물리지 않은 탓에, 조그만 젖꼭지들을 포함해서..... 여전히 처녀같은 느낌의, 아름다운 몸을 유지하고 있었다.
노골적으로 밝히는 편인 성욕을 만족시켜줄 수 있는.....
건강하고, 착한 남자와 함께라면..... 아마 행복하게 잘 살 수 있을 것이었다.
사실, 세라피나 공주는..... 처음 시집왔던 17살때 이미, 처녀는 고사하고, 성경험이 무척 많은 듯한 여자이긴 했지만.....
백작이 아는 한, 22년의 결혼 생활 동안..... 특별히 바람을 피우거나, 그런 쪽으로 문란한 말썽을 피웠던 적은 한번도 없었다.
"결국, 문제는 역시..... 내게 있었단 말인가?"
세라피나 공주에 대한 미안한 감정을 다시 한번 느끼며, 카를로스 백작이 쓴 웃음을 짓는 가운데..... 왕의 말이 계속 이어졌다.
"경의 장남 켄드릭과 다른 아이들에게는..... 경이 정복한 몬스아 왕국의 왕성을 중심으로 한, 넓고, 기름진 영지를 새로 주었노라.
그런 즉, 경은..... 경의 "캐츄 데 샹"(피의 성)으로 다시 돌아가서 살도록 하라!"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얘기에, 카를로스 백작의 갈색 눈동자들이 놀라움으로 커졌다.
"폐하! 크신 은혜에 감사드리옵니다!
하지만, 신은 더 이상 캐츄(성)가 필요하지 않사옵니다."
붉은 머리의 잘생긴 왕이 단호한 표정으로 고개를 저었다.
"이몸의 일등 공신인 경이..... 아무리 밤비르(흡혈귀)가 되었기로서니, 들짐승처럼 숲속에 숨어서 살게 할 수는 없노라.
이미 경의 가족들도 새로운 영지로 옮겨갔으니..... 사양말고, 받아 들이라!
경을 원래 모시던 자들은 경의 자식들을 따라갔지만, 새로운 하인들과 하녀들, 병사들을 보내 주겠노라.
도망치면, 그 가족들을 전부 처형한다고 하면..... 모두들 고분고분하게 경을 섬길 것이로다.
경의 식사거리가 될 자들도.....
죄수들 위주로 해서..... 모자라면, 새로운 정복지의 주민들 위주로 끌어다가 계속 보내주겠노라."
왕자였을 때와 마찬가지로, 변함없이..... 리안 데 일레기아 국왕은 감정이 풍부하고, 따뜻한 마음씨를 가진 자였다.
다만, 그러한 따뜻한 마음씨는..... 오직 자기 주변의 왕족들과 귀족들에게만 미쳤을 뿐.....
리안 국왕에게 있어..... 가축이나 도구에 불과했던 일반 백성들 - "천한 것들"에게까지는 미치지 않았다.
"폐하의 크신 은혜에 몸둘 바를 모르겠나이다!
황공하오나, 신은 매기아러(마법사)이오니..... 하인이나 병사들은 필요치 않사오며, 인간을 식량으로 잡아먹을 필요도 없나이다.
매기아(마법)로 이미 모든 것을 잘 해결하고 있나이다."
카를로스 백작의 말에 잠시 고개를 갸우뚱하던, 리안 국왕이 잘생긴 얼굴에 쓴 웃음을 지었다.
"경이..... 여전히, 천한 것들에 대한 쓸데없는 관심과 애정을 버리지 못했다는 것은, 참으로 어처구니 없는 일이로다!
주워다 키운, 고아출신 하녀 년 때문에..... 이런 지경이 되고서도 버릇을 버리지 못했단 말인가?
하지만, 경의 뜻이 정 그렇다면..... 받아들이겠노라."
"성은이 바다와 같사옵니다!"
왼쪽 무릎을 세운 자세로 무릎꿇은 채, 공손히 고개를 숙이는 백작에게, 왕의 말이 이어졌다.
"이처럼 기쁜, 새 시절에..... 이몸의 가장 믿음직스런 오른팔인 경이 함께 영광을 누리지 못하는 것은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로다!
사악한 매기아러(마법사)들이 이 세계 위스토아를 통치했던..... "사악한 질서"의 시절은 이제 영원히 갔노라!
이제야말로..... "네오 이브라"(새로운 시대)가 시작될 때로다!
이제는 이몸과 귀족들이 원하는 대로..... 100중 60이든 70이든 얼마든지 세금을 거둬서, 전부 우리가 갖고, 얼마든지 군대를 양성할 수 있노라!
이제까지 없었던 대규모 군대를 키워서..... 정의롭고, 새로운 질서를 세울 것이로다!"
공손히 고개를 숙인 채, 수긍하듯 고개를 끄덕였지만..... 카를로스 백작은 느낄 수 있었다.
마법사들이..... 정확히는 주로 파괴의 마법을 연구했던, 다크 매기아러(흑마법사)들이 마법의 놀라운 힘으로 세상을 지배했던..... "사악한 질서"의 시대가 끝난 대신.....
이제 그보다 10배, 아니, 100배, 1,000배는 더 끔찍한..... "지옥같은 무질서"의 "네오 이브라"(새로운 시대)가 다가오고 있었다.
대체로 사악하고, 이기적이긴 했지만, 모든 일을 마법의 힘으로 쉽게 해결했던 마법사들은..... 기본적으로, 백성들에게서 100을 기준으로 40이 넘는 세금을 거둘 필요가 없었다.
사실, 카를로스 백작으로서는..... 그것도 별로 가벼운 세금이라고 생각되진 않았지만.....
그러나, 마법의 힘을 갖지 못한 왕들과 귀족들은 대규모 군대를 키우고, 유지하기 위해서라도..... 세금을 대폭 올리고, 쥐어짜지 않을 수 없을 것이었다.
먹고 살기 급급해진 대부분의 마을들은..... 아마도 치안대를 유지할 여력도 없게 되어, 산적이나, 괴물, 맹수 등 모든 종류의 위험에 무방비상태로 고스란히 노출돼 버릴 것이었다.
설사, 치안대를 유지할 수 있을 정도의 큰 마을들이라 해도, 막아낼 수 있는 규모를 벗어난 공격을 받게 되면..... 이제는 구하러 달려와 줄 마법사들이 어디에도 없었다.
살아남은, 얼마 안되는 마법사들은 탄압을 받을 것이었다.
적어도, 앞으로 수백 년간은..... 제대로 된 마법학교 하나 세워지지 못할 것이었다.
무엇보다 마법사들은..... 1,000년이 넘는 긴 세월 동안 쌓아 올렸던 "매기아(마법)의 정수(핵심)"를 모두 잃어 버렸으니..... 이제 다시는, 예전의 힘을 되찾지 못할 것이었다.
자신이 죽은 뒤 정당한 후계자가 가져가지 않으면, "매기아의 정수"가 전부 파괴되도록 마법을 걸어놓은 마법사는..... 백작의 양아버지 타퀸 공작 혼자만이 아닐 것이었다.
이제 다시는..... 혼자서 몇천 명, 또는 몇만 명을 상대로도 밀리지 않고 싸우거나, 거대한 성을 단독으로 정복할 정도의 대마법사들이 활약했던..... "마그나 매기아"(위대한 마법)의 시대는 돌아오지 않을 것이었다.
"오직 왕들과 귀족들만이..... 기존의 수십 명, 수백 명 대신..... 수천 명, 수만 명, 어쩌면 수십만 명의 군대를 거느린 채.....
황금으로 바닥을 깔고, 포도주로 연못을 만들며..... 흥청망청 부귀영화를 누리리라!
그들간의 탐욕스런, 다툼과 전쟁으로..... 강이 붉게 물들고, 피가 내처럼 땅위를 흐르리라!
혼란과 전란 속에서..... 일반 백성들은, 쥐어짜듯 가혹한 세금에 시달리며..... 아무런 보호를 받지 못하고, 짐승들처럼 비참하게 살해당하고, 죽어가리라!
이러한 절망과 암흑의 시절이 앞으로 수백 년간, 어쩌면 수천 년간..... 끝도 없이 이어지리라!"
다가올 시대에 대한 절망스런 예감에..... 카를로스 백작은 저도 모르게 몸을 떨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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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만을 위한..... 음란하고, 조그만, 금발머리 창녀 캐롤린 반 피제프입니다!
캐롤린의 새하얗고, 귀여운 알몸을..... 오늘도 마음껏 귀여워해 주셔요!
바깅(보지), 항문, 입..... 어디든 마음대로 사용해 주셔요!
입안을 변기로 사용하셔도 좋습니다!"
또다시 다리를 활짝 벌리고, 성기를 양손으로 벌린 음란한 포즈로..... 침대 위에 알몸으로 앉은 금발의 캐롤린이 자신의 소중하고, 부끄러운 곳을 환히 보여주고 있었다.
볼이 빨갛게 달아오른 모습이 몹시 부끄러운 듯 했으나..... 단 둘이 "캐츄 데 샹"(피의 성)에 돌아와 살게 된 이후로, 그의 아내 캐롤린은 예전보다 더 자주 이런 모습을 보여 주곤 했다.
어쩐지 기운이 없어 보이는 그녀의 남편 카를로스 백작을 위로해주고 싶어하는 듯 했다.
부드러운 금발머리를 손으로 쓰다듬어 주면서, 카를로스 백작은..... 캐롤린의 작고, 붉은 입술에 부드럽게 키스해 주었다.
"추우웁!"
다람쥐나 어린 사슴을 연상시키는..... 크고, 귀여운, 회색의 두 눈동자가 조용히 감기며, 달콤한 키스의 감각에 온몸을 맡겼다.
가냘프고, 귀여운, 그의 아내의 새하얀 알몸을..... 카를로스 백작은 꼬옥 품에 안아 주었다.
"아직 어린애였던 당신이..... 목욕 봉사라면서, 처음 입으로 내걸 물었던 때를 기억하오?
당신은 항상 나를..... 깜짝깜짝 놀라게 하는군!"
캐롤린의 볼이 부끄러움으로 더욱 발갛게 달아 올랐다.
사실, "인사말"은..... 그녀가 독창적으로 생각해낸 것이 전혀 아니었다.
게다가, "인사말"을 할 때마다 여전히.....
발가벗겨진 채, 수십 명의 남자들에 윤간당하면서, 울면서 애원했던.....
악몽같은 그 때의 기억들이..... 아직도 낫지 않은, 어쩌면 영원히 낫지 않을 상처를 건드리는 것처럼, 고통스럽게 되살아나고 있었지만.....
빵 한 조각으로 그녀의 모든 것을 샀던, 그녀의 영원한 주인은..... 갈색의 두 눈동자에 애정을 듬뿍 담아, 그녀를 깜찍하고, 귀엽다는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저런 부드러운 시선을 받으며 살 수만 있다면..... 나는 뭐든지 할 거야!
뭐든지....."
속으로 결심을 다지며, 캐롤린은 카를로스 백작의 품속에 파묻히듯..... 부드럽고, 조그만, 새하얀 알몸을 더욱 바짝 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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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500년이 넘는 사랑..... 단, 둘만의 시간이 끝도 없이 이어졌다.
자신들을 간섭하던, 사악한 마법사들이 전부 없어져 버린 것을 기념하여.....
그리고, 내전중 금지된 마법들을 통해 그 일을 해냈다는, 마법사들의 비밀 결사단체의 이름을 따서.....
왕들과 귀족들이 "네오 이브라(새로운 시대)"라는 새로운 명칭의 연도를 사용하게 된지도 500년이 넘어.....
어느덧, 네오 이브라력 508년.....
이 세계 위스토아는 500여 년전, 카를로스 백작이 예상했던 것 이상으로.....
극소수의 왕들과 귀족들을 제외하고는..... 모두에게 생지옥과 같은.....
전쟁과 가난과 절망, 그리고 죽음만이 지배하는, 암흑의 시대를 끝도 없이 이어가고 있었다.
그러는 와중에도..... 수련을 게을리하지 않은 카를로스 백작의 마법실력과 검술실력은 끊임없이 성장하여.....
마법의 최종 레벨인 9레벨에 도달해.....
양아버지 타퀸 공작이 남긴 다쓰 프레이(사령술) 마법의 모든 것을 익히고..... 이제는, 백작 스스로 독자적인 연구 단계에 들어선지 오래였다.
밤비르(흡혈귀)가 되면서, 크게 증가한 속도와 힘이 결합된, 그의 검술은..... 이제 평범한 인간들은 그 움직임을 눈으로 따라잡을 수도 없을 정도의 수준까지 올라갔다.
하지만, 어이없게도, 이런 초월적인 능력을 가장 필요로 할..... 혼란과 전란의 시대에.....
그리고, 이러한 시대를 종결시키기 위해..... 카를로스 백작이 할 수 있는 일은 아무 것도 없었다.
그는..... 사람들의 눈을 피해, 언제까지나 숨어서 지내야 하는 밤비르(흡혈귀)였던 것이다.
그의 성인 "캐츄 데 샹"(피의 성)의 이름은 잊혀져 버려, 더 이상 그 이름을 기억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지만.....
카를로스 백작은 마법을 사용해서, 성 주위를 온통 아무 쓸모없는 가시나무 숲으로 뒤덮어 버렸다.
사람들과의 불필요한 접촉이나 마찰을 피하기 위해서였다.
목재로도 쓸모없고, 열매도 열리지 않는, 드넓은 가시나무 숲속에..... 그것도 밤비르(흡혈귀) 백작이 산다는 성에 일부러 찾아오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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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만을 위한..... 음란하고, 조그만, 금발머리 창녀 캐롤린 반 피제프입니다!
캐롤린의 새하얗고, 귀여운 알몸을..... 오늘도 마음껏 귀여워해 주셔요!
바깅(보지), 항문, 입..... 어디든 마음대로 사용해 주셔요!
입안을 변기로 사용하셔도 좋습니다!"
500살이 넘은..... 그의 어리고, 귀여운, 금발머리 아내 캐롤린이 또다시 알몸으로 다리를 벌린 채 앉아..... 두 손으로 성기를 활짝 벌린, 유혹적이고, 음란한 포즈를 취하고 있었다.
여전히 26살때 외모 그대로..... 전혀, 변하지 않은 모습이었다.
서재의 책상에 앉아, 마법서들을 들여다보며, 펜으로 종이 위에 뭔가를 열심히 적고 있던 카를로스 백작은..... 그런 아내에게 따뜻한 미소를 지었다.
조그맣고, 새하얀, 그의 예쁘고, 가냘픈 아내는..... 그의 목숨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하고, 영원한..... 그의 연인이었다.
입고 있던, 붉은 색의 실내 가운과 바지, 속옷들을 벗은 백작이 다가서자..... 알몸의 캐롤린이 무릎을 꿇으며, 공손한 태도로 백작의 그것을 입에 물었다.
“추웁! 추우웁! 추우우웁! ......”
얼음처럼 차갑지만, 부드러운 입술과 혀를 움직여서, 열심히 자신의 것을 빨고 있는 아내의 탐스러운 금발머리를 귀엽다는 듯 쓰다듬어 주면서..... 카를로스 백작이 말을 꺼냈다.
"여보! 혹시..... 아이를 가져보고 싶은 생각은 없소?"
백작을 기쁘게 하기 위해, 필사적일 정도로 열심히 움직이고 있던 캐롤린의 입술과 혀가 갑자기 움직임을 멈췄다.
"주르르르르르르르....."
자신도 모르게..... 차갑고도, 투명한 눈물이 회색의 두 눈동자 가득 넘쳐, 볼을 타고 흘러 내렸다.
"없냐구요, 나의 주인님?
처음부터 쭉.....
처음 당신을 뵈었던 때부터.....
그리고, 처음 당신께 몸을 바쳤던 때부터......
언제나..... 언제나..... 당신의 아이를 갖고 싶었어요!
하지만, 이제 저도, 당신도..... 밤비르(흡혈귀)가 돼버렸는데.....
500년이 넘은 이제 와서야.....
왜 이제 와서야..... 그런 얘기를 하는 거에요!"
"흐흑! 흐으으윽, 어엉엉엉엉엉, 흐흑흑흑흑흑흑흑흑흑흑! ....."
백작의 것을 입에서 내놓은 캐롤린이 쓰러지듯 바닥에 엎드린 채로..... 흐느껴 울기 시작했다.
정말로 서럽고, 슬프게 흐느껴 우는 캐롤린의 모습을 보고.....
카를로스 백작은 그의 아내가 항상 아이를 갖고 싶어 했었다는 것을, 그제야 깨달을 수 있었다.
첫째 부인 세라피나 공주가 장남 켄드릭을 낳고 몸조리를 하러 친정에 간 사이, 처음 성관계를 가졌던 13살 때 이래.....
26살이 될 때까지, 13년 동안은 남의 눈을 피한 간통이어서..... 아이를 가질 수 없었고.....
그 뒤에는 밤비르(흡혈귀)가 되는 바람에..... 밤비르 아이가 태어나는 것을 막기 위해.....
500년이 넘도록..... 계속, 다루가 뿌리 삶은 물을 먹어왔던 아내였다.
(* 다루가 : 위스토아의 식물중 하나. 인삼과 비슷하게 생긴 뿌리에 피임 효과가 있다)
"내 양아버님 타퀸 공작님 말씀처럼..... 나는 정말 바보, 멍청이로군!"
스스로의 어리석음과 아둔함에 쓴 웃음을 지으며..... 카를로스 백작은, 엎드린 채, 서럽게 흐느끼고 있는 알몸의 아내에게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을 계속했다.
"미안하오, 캐롤린! 정말 미안하오!
내 양아버님 타퀸 공작께서..... 하루에 피가 10번씩이나 다시 차는 매기아(마법)가 걸린, 큰 병을 두 개나 만들어 주셨던 것은......
아마도..... 이런 상황이 될 수도 있다고, 미리 예측하셨기 때문이라고 생각하오.
요컨데, 우리 둘다 밤비르(흡혈귀)가 돼서, 밤비르 아이들을 낳아도 먹을 것이 부족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 말이오.
하지만, 나는 사실....."
카를로스 백작이 깊은 한숨을 쉬었다.
"밤비르 아이들을 낳아도 될지..... 그에 대한 확신이 서질 않았었다오.
하지만, 요즘 들어서, 나는..... 지금은 사라진, 위대한 매기아러(마법사)들이 악과 파괴의 신 다곤과의 계약을 통해서, 매기아(마법)만으로는 불가능한 일들을 종종 해냈다는 점에 관심을 갖게 되었소.
항상, 뭔가 제물을 대가로 바쳐야 하긴 했지만.....
내 매기아(마법) 연구에 따르면, 부모가 모두 밤비르(흡혈귀)라고 해도..... 다곤 신에게 힘을 빌린, 특별한 매기아(마법)를 사용하면, 인간의 아이를 낳을 수 있을 것 같소.
거의 틀림없이....."
여전히 눈물이 글썽글썽한 채로, 고개를 들고 남편의 말을 듣고 있던, 캐롤린의 회색 눈동자들이 희망의 빛으로 반짝였다.
"하지만, 우리 둘다 밤비르(흡혈귀)인데..... 아이들을 어떻게 키우죠?"
"인간들의 세상에서는..... 예나 지금이나, 돈만 있으면 뭐든지 할 수 있소!
우리가 정성껏 교육을 시키고, 잘 키운 뒤에..... 나이가 차면, 돈을 써서 기반을 만들어주고, 인간 세상에 나가서 살게 하는 거요.
지금의 나라면, 사실..... 그럴 필요도 없이, 조그만 영지 하나 정도, 아니, 큰 영지나 조그만 왕국 하나를 아예 뺏어서.....
우리 아이들이 다스리도록 만들어주는 것도 가능하다오.
지금 세상에서..... 이제는 고대 왕국이라고 불리는 듯한, 500여 년전 시절의 "매기아(마법)의 정수"를 알고 있는 자는..... 아마도 나 혼자 뿐일테니 말이오."
엎드려 있던 캐롤린이 새하얀 알몸을 일으켰다.
볼이 발갛게 된 채로, 다리를 벌리고 똑바로 서서, 남편의 손을 다리 사이로 이끌었다.
어서 성기를 애무하고, 정액을 자궁 안에 넣어달라고 조르는 듯한 모습이었다.
어린애처럼, 들뜬 기분과 기쁨을 감추지 못하는 얼굴로 남편을 올려다보며, 캐롤린이 물었다.
"그러면..... 지금 바로 아이를 가질 수도 있나요?"
"그전에..... 다곤 신에게 바칠 제물이 필요하다오.
내가 최소한 몇달간..... 당신과 떨어져 지내면서, 여기 저기 돌아다녀야 할 것 같소."
캐롤린의 귀여운 얼굴에 불안한 감정이 어렸다.
"제물로..... 뭐가 필요하죠?"
그의 아내의 시선을 피하며, 잠시 머뭇거리던 카를로스 백작이 마침내 입을 열었다.
"특별한 매기아(마법)가 걸린 무기로..... 사람 1,000명의 생명을 취하는 것이오.
끔찍하게 들릴 수도 있겠지만..... 지금은 어차피 서로 죽고, 죽이는 전쟁이 멈추지 않는, 전란의 시대라오.
내 애검 "샹 망게러"(피를 먹는 자)에 필요한 매기아(마법)를 건 후, 적당히 전쟁에 끼어들어서, 그 정도 모으는 것은 그다지 어려운....."
울음을 터뜨리는 캐롤린의 모습에, 백작이 놀라서 말을 멈췄다.
"흐흑, 흐흐흑, 흐으윽! 그런 방법은 안돼요! 흐흑흑흑!
아이는 정말 너무나 갖고 싶지만..... 그리고, 밤비르(흡혈귀)가 아닌 아이면 더욱 좋겠지만.....
그런 목적으로..... 사람을 1,000명이나 죽이는 건 안될 말이에요. 흐흑흑흑, 흐흑흑!"
"캐롤린!"
카를로스 백작은 안타까운 목소리로 그의 아내를 불렀지만..... 눈물을 흘리며, 고개를 흔드는 캐롤린의 표정은 단호하기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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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복으로 보이는, 검정 반바지에, 검정색 셔츠를 입은, 젊은 여자가..... 긴 검은 생머리를 늘어뜨린 채, 오만한 표정으로 서 있었다.
은빛테의 안경 속에서, 여자의 두 눈동자가 야수와 같은 느낌으로 새빨갛게 빛나고 있었다.
놀랍게도, 여자의 양손 열 손가락의 손톱들 모두가 4헥사(약 2미터) 길이로 길게 늘어난 채, 역시 새빨간 빛으로 빛을 발하고 있었다.
마치, 인간이 아니라, 악몽 속의 악마나 마신같은 느낌의..... 상상할 수 없을 정도의, 강력한 힘과 오만함이 절로 느껴지는 모습이었다.
복도 한 편에 마주 서 있는 카를로스 반 피제프 백작은..... 가문의 보검이자, 마법검 "샹 망게러"(피를 먹는 자)를 뽑아들고 있었다.
새하얀 빛의 소드 바인(검기)으로, 톱니날의 검날이 빛을 발하고 있었다.
카를로스 백작의 두 눈동자는 사라진 채, 눈동자없는 두 눈이 새빨갛게 빛나고 있었다.
믿기 어려운 일이었지만, 카를로스 백작이 밤비르(흡혈귀)로서의 능력까지 써서..... 검술실력을 발휘해야 할 정도로, 눈앞의 여자는 강했던 것이다.
물론 마법을 포함해서, 백작이 갖고 있는 전력을 다 발휘한 것은 아니었고.....
검은 머리 여자는 제대로 검술을 배우지 못했던 듯, 검술만으로는 백작쪽이 확실히 우위에 있었으나.....
카를로스 백작은 느낄 수 있었다.
정말로 갖고 있는 능력과 힘을 다 발휘하고 있지 않은 것은...... 사실, 백작 자신이라기 보다는, 눈앞에 있는 여자쪽이라는 것을......
"깔깔깔깔깔!"
요사스런 느낌이 들 정도로 날카로운 웃음을 터뜨린, 검은 머리 여자가 카를로스 백작에게 물었다.
"너는..... 500년도 더 살았다고 들었다.
"사악한 질서"의 시대를 직접 봤겠구나.
그 때와 지금중 어느 쪽이 더 낫니?"
예상못한 질문에..... 가볍게 인상을 쓰던 카를로스 백작이 천천히 대답했다.
"누구를 기준으로 하느냐에 따라 다를거요.
500여 년전, 다크 매기아러(흑마법사)들이 지배했던 고대 왕국들의 시대에는.....
절대 다수의 일반 백성들은..... 전쟁이나 괴물들을 걱정하지 않고, 편안하게 살 수 있었소.
하지만, 일반 귀족들이나 왕들은..... 항상 매기아러(마법사)들에게 무시당하며, 수모와 괄시를 받아야 했었소."
"씨이이이이익!"
검은 머리 여자의 입가에 차가운 미소가 어렸다.
"생각했던 대로군.
나와 함께 "사악한 질서"를 부활시키지 않겠니?
너를 지배자들중 한 사람으로 만들어주고, 원하는 건 뭐든지 가질 수 있게 해 주겠다."
카를로스 백작이 천천히 고개를 저으며 대답했다.
"지배자가 되거나..... 특별히 갖고 싶은 것은 없소.
하지만..... "사악한 질서"의 부활은 일반 백성들을 위해서는..... 해볼만한 가치가 있는 일이오.
엄청나게 많은 희생이 따르겠지만.....
지금같은 혼란과 전란의 시대가 끝도 없이 이어지는 것보다는 훨씬 나을 거요.
그러나, 보다시피..... 나는 밤비르(흡혈귀)요.
정말로 이런 나를 부하로 원하시오?"
고개를 끄덕이며, 검은 머리 여자가 다시 한번 차가운 미소를 지었다.
"물론이다!"
카를로스 백작이 다시 한번 천천히 고개를 저으며, 한결 공손해진 말투로 대답했다.
"정말로 "사악한 질서"의 부활을 원하신다면.....
그리고, 그 일에 저를 필요로 하신다면.....
저의 충성을 바치고자 합니다, 퀴인(여왕)이시여!"
왼쪽 무릎을 세운 자세로 무릎을 꿇은 밤비르(흡혈귀) 카를로스 백작이 천천히 고개를 깊숙히 숙였다.
"그대의 충성을 받아들인다, 카를로스 백작!"
차가운 미소와 함께 오른손을 내밀며, 검은 머리 여자 - 클로디아 써어(서재연)가 오만하게 대답했다.
........................................................................................................................
"당신에게 물어보지도 않고, 충성을 맹세해서..... 정말 미안하오, 캐롤린!
하지만, 나는 이 일을 꼭 해보고 싶다오!"
녹색 드레스 차림의 캐롤린이 불안한 표정으로 물었다.
"하지만..... 저 낯선 여자를 믿을 수 있을까요?
세계를 정복하고, "사악한 질서"를 부활시키겠다니..... 공연히, 이용만 당하는 거 아니에요?"
그의 어린 아내를 안심시켜주듯, 부드러운 표정으로 카를로스 백작이 대답했다.
"’퀴인 데 다르키아’(어둠의 여왕)를 자칭하고 계신 저분에게서는..... 엄청난 힘과 기운이 느껴지오.
"사악한 질서"의 시기의 위대한 매기아러(마법사)들에게서도..... 이 정도로 강력한 힘은 단, 한번도 느껴본 적이 없었소.
세계를 정복하는 것도..... 저 정도로 강력한 퀴인(여왕)이시라면, 불가능한 일은 아닐 것이오.
설사 이용당하더라도, 이 혼란과 전란의 시대를 끝낼 수 있다면..... 기꺼이 이용당해 주겠소.
벌써 500년이 넘게..... 죄없는 사람들이 수도 없이, 짐승처럼 죽어가며, 괴로움을 겪고 있소.
나는 비록 밤비르(흡혈귀)지만..... 이러한 무의미한 혼란의 시대는 다소의 희생이 있더라도, 그만 끝내야 한다고 생각하오.
그리고....."
잠시 말을 멈췄던 카를로스 백작이 머뭇거리며, 말을 계속 했다.
"우리가 밤비르(흡혈귀) 아닌, 인간의 아이를 낳는 데 필요한 제물도..... 이 전쟁을 통해서 얻을 수 있을 거요!
물론, 설사 그렇지 못하더라도..... 이 일은 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저도..... 데려가 주셔요, 여보!
몇 년이 걸릴지 모르는데..... 저 혼자, 아무도 없는 "캐츄 데 샹"(피의 성) 안에 남겨두지 마셔요!"
카를로스 백작의 잘생긴 얼굴에 불안한 표정이 어렸다.
"당신이 낮에도 활동할 수 있도록, 당신 옷들에, 햇빛을 막는 매기아(마법)를 걸어주는 정도는..... 지금의 내게는 어렵지 않다오.
내 갑옷처럼, 불편하게 얼굴까지 꼭꼭 가릴 필요도 없소.
하지만, 전쟁터란..... 워낙 위험한 곳이라오!
정말로 괜찮겠소?"
그의, 어리고, 귀여운, 금발머리 아내가 생긋 미소를 지었다.
"물론이죠, 여보!
시아버님께서 주셨던 "티엠포 파레"(시간 정지) 매기아(마법)가 걸려 있는 종이도..... 항상 잘 갖고 있고.....
또, 무엇보다 저도..... 이제, 500살이 넘게 나이를 먹은, 밤비르(흡혈귀)니까요."
다람쥐나 어린 사슴을 연상시키는..... 크고, 귀여운, 회색의 눈동자들이, 순간적으로, 맹수와 같은 잔인한 느낌으로 빛났다.
하지만, 카를로스 백작의 시선이 향했을 때는.....
회색의 두 눈동자는 어느새 다시, 보호본능을 불러 일으키는..... 연약하고, 부드러운 느낌으로 돌아와..... 백작을 올려다 보고 있었다.
애정이 가득 담긴 그 눈빛은..... 한없이 부드럽고, 다정해 보였지만.....
동시에, 그 안에서 타오르고 있는, 놀랄 만큼 뜨거운 정열을 담은 채..... 별빛처럼 아름답게, 반짝이고 있었다.
외전 3부 : 카를로스 반 피제프편 - 끝 -
* 해외 장기 출장이 잡혀 버렸답니다.
올해는 설도 혼자서 미국에서 보내게 될 것 같습니다.
진급년차이기도 해서, 사실 원하던 출장입니다만.....
아마, 3월초에 귀국할 때까지..... 당분간, 연재는 어렵게 될 것 같습니다. ㅡ_ㅡ
죄송스럽기 그지 없습니다만..... 물론, 연중은 없답니다. (--) (__)
참조로 말씀드리면, 본편 10부까지 진행된 본 야설은..... 전체 25부 정도로 예정하고 있으며,
어떤 결말로 가야 할지는..... 고민중이랍니다. ^^;
다섯 마녀의 전설(The Legend of Five Witches) 외전 3부 5장
본 야설은 강간, 윤간, 성고문 수준의 SM 등 비윤리적이고 중범죄에 해당하며 잔인하고 하드코어한 내용을 포함하고 있을 수 있습니다.
이런 취향의 글을 좋아하시지 않는 분은 읽으시지 말 것을 미리 권고 드립니다.
- 외전 3부 - 잊혀진 전설들 (밤비르(흡혈귀) 백작 카를로스 반 피제프편 : 피와 빵) - 5장 -
타퀸 공작의 장례식으로 인해 사흘이 지나가버린 것을..... 피제프 백작가의 장남이자, 21살의 미청년, 켄드릭 반 피제프는 노골적으로 아까와했으나, 사흘뒤에도 백작가의 군대는 "빈 땅"들을 차지하러 출발할 수 없었다.
이번의 문제는..... 그의 아버지인 카를로스 반 피제프 백작이었다.
장례식 다음날, 아침식사후 자신의 방으로 돌아가던 카를로스 백작이 갑자기 심장 발작을 일으키고 말았던 것이다.
"아버님! 아버님!"
"여보!"
장남인 켄드릭과 차남 멘도자, 막내딸 루피나, 그의 부인 세라피나 공주까지..... 가족들 전부가 애타게 불렀으나, 침대에 눕혀진 백작은 의식을 되찾지 못했다.
"황송하오나..... 오늘을 넘기시기 힘들 것 같습니다."
백작가의 의사 록포드가 주름진 늙은 얼굴에 우울한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흐흑, 여보! 아니, 어제까지만 해도 멀쩡하시던 양반이..... 갑자기 이런 법이....."
흐느끼는 세라피나 공주를 장남 켄드릭이 위로했다.
"신들의 뜻은..... 우리가 거스를 수 없는 거죠.
너무 걱정하지 마셔요!
우리 영지는 제가 이어받아, 반드시 잘 운영해 보일 테니까요.
8레벨의 매기아러(마법사)이신 아버님께서 계시면..... 매기아러(마법사)들이 차지했던, 빈 땅을 놓고 싸우는데 크게 도움이 되시련만.....
하필, 이 중요한 때에....."
그날 저녁.....
2층에 있는 백작의 방 창문이 소리도 없이 열리며, 긴 금발머리에 녹색 드레스 차림의 여자 - 캐롤린이 창턱을 넘어 들어왔다.
아무도 없이, 혼자 침대 위에 누워있는 백작의 창백한 얼굴을 보고, 캐롤린의 회색 눈동자들이 놀라움으로 커졌다.
"여... 여보! 왠지, 가슴이 막 떨리고, 불안한 기분이 들어서..... 찾아와 봤더니.....
이게 어떻게 된 거에요? 갑자기..... 여보! 여보! 흐흑, 흐흑흑흑흑!"
캐롤린은 울음을 터뜨리며, 백작의 몸을 흔들었으나..... 백작의 숨소리는 당장이라도 끊어질 것처럼 가냘프고, 약하기만 했다.
몸을 숙여, 침대 위에 누워있는 백작의 넓은 가슴에 얼굴을 파묻은 채로..... 캐롤린은 서럽고, 슬프게 흐느꼈다.
"흐흑, 흐으윽, 흑흑흑! 여보! 이러시면 안돼요!
약속하셨잖아요! 흐윽!
돌아가실 때가 되면, 먼저 저부터 매기아(마법)로 죽여 주시기로.....
저 혼자서..... 쓸쓸하고, 고통스럽게, 또다시 자살하게 만들지 않으시기로..... 흐흑흑흑흑!"
크고, 동그란, 회색의 눈동자들이 사라지면서..... 눈동자 없는 두 눈이 새빨갛게 빛났다.
"죄송해요, 여보! 흑흑!
여보는..... 흐윽! 제가 없이는 살 수 없었다고 말씀하셨었죠?
저 또한..... 마찬가지에요! 흑, 흐흑!
여보 없이는..... 도저히... 흑흑! 살 수 없어요! 흐흑, 흐흐흑!
죄송해요, 여보! 정말 죄송해요! 흐흐흑, 흑, 흐윽, 어엉엉엉!"
이미 시체처럼 얼굴이 창백한 백작의 파랗게 질린 입술을 열고, 새하얗고, 가는 자신의 왼쪽 손목을 그 위로 가져갔다.
작고, 붉은 입술이 열리면서 드러난, 길고 날카로운 두 개의 윗송곳니로 손목을 물어뜯자.....
칼에 베인 것처럼 예리한 상처가 새하얀 손목에 생기면서, 붉은 핏줄기가 백작의 입안으로 흘러 들어갔다.
"움찔! 움찔!"
붉은 피가 입안으로 흘러 들어가자, 백작의 창백한 얼굴이 경련하듯 떨렸으나..... 캐롤린은 자신의 피를 계속 백작의 입안에 흘려 넣었다.
밤비르(흡혈귀)의 놀라운 재생력으로 인해, 자꾸만 상처가 회복되어 피가 멎어 버렸으나, 캐롤린은 계속해서 예리한 송곳니로 자신의 손목을 깊숙히 물어 뜯었다.
한 번, 두 번, 세 번, 네 번, 다섯 번, 여섯 번, 일곱 번, 여덟 번, 아홉 번, 열 번.....
온몸의 피를 다 흘려넣는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계속 붉은 피를 입안에 흘려넣던 중..... 백작의 큰 몸 전체가 갑자기 경련하듯 떨리기 시작했다.
"크으으윽! 크으윽! 으으으으으으윽!"
카를로스 백작은 여전히 의식이 없었으나, 몸을 떨면서 뒤트는 모습이 몹시 괴로와 보였다.
"여보! 여보! 괜찮으시죠?
이 방법이 맞겠죠? 흐흑흑흑!
옛날부터..... 밤비르(흡혈귀)가 되려면, 밤비르의 피를 먹거나, 밤비르에게 물려야 한다고 들었는데.....
이쪽이 더 확실할 것 같아서요! 흐윽, 어엉엉엉엉엉!
제발 살아나 주셔요, 여보! 흐흐흑!
저 혼자 두고 가지 마셔요! 제발! 제발요, 여보! 흐흑흑, 흐윽, 흐흑흑흑흑흑!"
맹수를 연상시키는, 날카로운 두 개의 윗송곳니들이..... 백작의 입술 밖으로 튀어 나왔다.
몸 전체가 심하게 떨리던 경련이 멎으면서, 백작이 두 눈을 번쩍 떴다.
날카로우면서도, 온화한 느낌이었던 갈색의 두 눈동자가..... 맹수처럼 잔인한 느낌의 빛으로 반짝이고 있었다.
"여보! 괜찮으셔요, 여보?"
울면서 흐느끼는 캐롤린을 보자..... 갈색의 눈동자들이 원래의 온화한 빛으로 돌아왔다.
"이런! 캐츄(성)까지 찾아온 거요?
걱정을 끼쳐서 미안하오!
아침에 갑자기 쓰러졌었나 보지만, 지금은 멀쩡하다오!
오히려, 온몸에 힘이 넘치는 기분이군!
응? 방밖에서 사람들이 떠드는 소리까지 환하게 들리는데.....
아프고 나더니, 귀가 갑자기 좋아진 건가?"
"털썩!"
캐롤린의 작고 가냘픈 몸이..... 갑자기 침대 앞 바닥에 엎드렸다.
이마가 바닥에 닿을 정도로 고개를 숙인 채로, 녹색 드레스를 입은 가냘픈 몸이 바들바들 떨고 있었다.
"죄송해요, 여보!
그게..... 아니에요!
들어와 보니..... 당신이 당장에라도 돌아가실 것처럼 보여서..... 흐윽!
그래서..... 그래서..... 흐흑, 흐흑흑흑흑흑!"
"무슨 소리를 하는 거요, 여보?
일어나요!
갑자기 왜 이러는 거요?"
"덜컹!"
문이 열리면서..... 방안에 들어오려던 붉은 머리의 미청년 켄드릭과 백작의 다른 가족들이, 침대 앞에 엎드려 있는 녹색 드레스 차림의 여자를 보고, 깜짝 놀라 문간에 멈춰섰다.
장례복 차림인지..... 모두들 벌써 검은색 일색의 옷차림들이었다.
백작의 침대 앞에 엎드려 있던 금발머리 여자가 천천히 고개를 들어 뒤를 돌아보자.....
켄드릭의 잘생긴 얼굴이 창백하게 변했다.
"캐롤린! 저 밤비르(흡혈귀) 년이 또 나타났구나!"
"채앵!"
켄드릭이, 번개같은 동작으로, 허리 왼쪽에 차고 있던 양날 검을 뽑아 들었다.
하얀 빛의 소드 바인(검기)으로..... 2헥사(약 1미터) 정도 길이의 검날이 날카롭게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멈춰라, 켄드릭!
이 여자는 우릴 해치지 않아!"
침대에서 몸을 일으켜 앉은 카를로스 백작이 다급하게 소리쳤으나.....
켄드릭의 새파란 두 눈동자는 백작이나 캐롤린을 쳐다보고 있지 않았다.
대신, 침대 발치께에 놓여 있는, 전신을 비출 수 있는 큰 거울을..... 놀라서 커진 눈으로, 뚫어지게 바라보고 있었다.
켄드릭의 시선을 따라간 백작의 눈에 들어온 것은..... 아무것도 없는, 빈 침대만 보이고 있는 거울 속의 모습이었다.
침대 위에 앉아 있는 자신의 모습도, 침대 앞에 무릎꿇고 앉아 있는 캐롤린의 모습도.....
마치 없기라도 한 것처럼..... 거울 속에 전혀 비치지 않고 있었다.
백작의 갈색 눈동자들이 놀라움으로 커졌다.
"이... 이게 어떻게 된 거야?
내가....."
믿어지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백작이 오른손으로 자신의 얼굴을 쓰다듬어 보았다.
손에 느껴지는 촉감이, 꿈이 아니라는 걸 알려주고 있었지만..... 여전히 거울에는 자신의 모습이 전혀 비치지 않고 있었다.
심지어는 입고 있는, 붉은 색의 실내 가운 조차도..... 함께, 저주라도 받은 것처럼, 거울에 그 모습이 비치지 않고 있었다.
"흐흑흑흑!
죄송해요, 여보! 흐흑, 흐으윽, 흐흑흑흑흑흑!
저... 저는..... 여보 없이는 살 수 없어서..... 흐윽, 흐흑!
그래서, 그만....."
"여보?
저 걸레같은 천한 년이 뭐라고 떠드는 거야?"
문간에 서 있던 세라피나 공주가 발끈하는 표정으로 앞으로 나섰으나, 켄드릭이 막아섰다.
"가지 마셔요, 어머님!
저 년은..... 밤비르(흡혈귀)에요!
그리고, 아버님도 이미..... 저년 손에 밤비르가 되셨구요!"
"뭐?"
"뭐라고요, 형님?"
"꺄아악!"
켄드릭의 말에 세라피나 공주는 물론, 차남 멘도자와 막내딸 루피나도 경악에 찬 소리들을 질렀다.
켄드릭의 손에 들린 양날 검에서 나오는, 소드 바인(검기)의 하얀 빛이 더욱 강해지기 시작했다.
"죄송해요, 아버님!
아니..... 이제는 아버님이 아니라, 밤비르(흡혈귀) 괴물이지만.....
금방 끝내드릴 게요!"
캐롤린이 슬픈 표정으로 고개를 저었다.
8년의 세월이 흘렀지만.....
붉은 머리에, 새파란 두 눈동자를 가진 미소년에서.....
이제는, 키가 3헥사 7토르(185센치)도 넘어 보이는, 훤칠하고, 잘생긴, 21살의 미청년으로 성장했지만.....
비끄랑 일당 20명과 함께 그녀를 잔혹하게 윤간하고.....
그녀의 조그만 분홍빛 젖꼭지들이 새빨갛게 부어오른 채, 항상 뾰족하게 튀어나와 있도록 "개조"하게 만들고.....
그녀를 발가벗겨 놓은 채, 마치 그녀가 사람이 아니라 장난감이라도 되는 것처럼..... 마음껏 더럽히고, 강간하고, 괴롭히면서.....
수치심으로 흐느끼며, 고통스러워 하는 그녀를 보며..... 재미있다는 듯 웃어댔던.....
켄드릭은.....
여전히, 8년전 그대로..... 오직 자기 자신밖에 모르는, 잔인한 쓰레기였다.
"무슨 짓이냐, 켄드릭! 멈춰라!"
"하아아아아앗!"
카를로스 백작의 다급한 목소리에도 불구하고..... 켄드릭은, 날카로운 기합과 함께, 하얗게 빛나는 양날 검을 휘두르며 돌격해왔다.
캐롤린보다 더 위험한 상대로 보이는 백작부터 먼저 해치우려는 듯.....
켄드릭은..... 부친인 카를로스 백작을 향해, 검을 깊게 찔러 들어왔다.
의심의 여지 없이..... 정말로 죽일 생각이었다.
다급하게 몸을 피하며, 백작은 켄드릭의 손목을 잡아 비틀어서 검을 뺏으려고 했다.
그러나.....
"뚜컥!"
"챙그랑!"
"끄아아아아아아아아악!"
마치 나무로 된 이쑤시개처럼, 켄드릭의 오른 손목이 손쉽게 바깥쪽으로 꺾여서, 부러져 버리면서..... 양날 검이 힘없이 떨어져 바닥에 굴렀다.
왼손으로 오른 손목을 감싸쥔 채, 고통스럽게 바닥에 쓰러져 뒹구는 켄드릭을 내려다보며.....
카를로스 백작이 당황스런 표정으로, 자신의 양손을 내려다 보았다.
밤비르(흡혈귀)가 되면서, 힘이 엄청나게 강해졌다는 걸 미처 깨닫지 못했던 것이다.
"나... 나는.....
내가....."
"정말로..... 밤비르(흡혈귀) 괴물이 돼서, 이제는 아들 손목까지 분질러 버리는 군요."
이제 39살의 나이였지만, 여전히 늘씬하고, 아름답고, 당당한 모습인 세라피나 공주가..... 겁에 질린 표정으로 떨면서도, 앞으로 나섰다.
"아직, 조금이라도 인간성이 남아 있다면.....
저 걸레보다도 더럽고, 비굴한 괴물 년을 당신 손으로 죽이고, 스스로 자결하세요!
아니면..... 거꾸로, 당신 손으로..... 가족들을 전부 죽이고, 저 괴물 년과 함께 붙어서 살 건가요?"
여전히 침대 앞에 무릎꿇은 채로..... 그의 어리고, 귀여운, 금발의 캐롤린은 백작을 올려다 보고 있었다.
동그랗고, 귀여운, 회색의 두 눈동자 가득, 투명한 눈물 방울들이 흘러넘쳐..... 새하얀 양쪽 볼을 타고 바닥에까지 떨어졌다.
카를로스 백작은 알 수 있었다.
지금, 바닥에 떨어져 있는 켄드릭의 검을 집어들어, 목을 친다고 해도..... 캐롤린은 아무 반항없이 순순히 목숨을 내주리라는 것을.....
그리고, 그제야 비로소..... 깨달을 수 있었다.
자신이 죽을 때가 가까와지면, 혼자 남지 않도록, 캐롤린을 먼저 죽여주겠다고 했던, 자신의 약속은..... 처음부터 잘못돼 있었다는 것을.....
마법으로든, 검으로든..... 그는 절대로..... 어리고, 귀엽고, 소중한, 그의 캐롤린을 죽일 수 없었다.
차라리, 백작 자신이 자살하는 거라면 할 수도 있겠지만.....
카를로스 백작의 고개가 힘없이 아래로 쳐졌다.
"미안하오, 세라피나!
나는..... 캐롤린을 죽일 수 없소!
조용한 곳에, 캐롤린과 단 둘이 숨어서..... 다시는 돌아오지 않겠소!
당신은 아무 걱정말고..... 아이들과 함께 살도록 하시오."
세라피나 공주의 새파란 두 눈동자가 불붙듯 험악한 빛으로 빛났다.
"아무 걱정 말라구요?
저 더럽고, 비굴한 하녀 년이 남편을 괴물로 만들어서, 뺏아가는 걸..... 두 눈 빤히 뜨고 보면서요?"
"찌이이이익! 찌지지지직!"
"스르르륵!"
세라피나 공주가..... 입고 있던 검정색의 고급스런 드레스 가슴께를 스스로 잡아 찢으며, 허물을 벗듯 한꺼번에 벗어 버렸다.
"투두둑! 찌이익!"
이어 속옷들까지 찢어 버리며, 내팽개쳐.....
늘씬하면서도, 풍만한 알몸을 스스로 드러낸 세라피나 공주가..... 바닥에 무릎을 꿇으며, 머리가 땅에 닿을 정도로, 캐롤린을 향해 깊숙히 고개를 숙였다.
처녀때와 마찬가지로 허리 가까이까지 길게 기르고 있는, 탐스러운 붉은 머리채가..... 아무렇게나 바닥에 깔리며, 흩어졌다.
고급스런 화장품들과 향유를 바르며, 매일같이 열심히 관리해온 피부는..... 얼굴, 등, 옆구리, 엉덩이, 팔다리, 젖가슴, 허벅지할 것 없이, 드러난 부위 전부가 눈처럼 새하얗고, 탄력 있어 보였고,
크고, 새하얀 엉덩이도..... 거의 쳐지지 않은, 풍만하면서도, 육감적인 모습이었다.
그 아래쪽에는 머리카락과 마찬가지로 붉은 빛의 풍성한 음모와 함께.....
성기의 갈라진 틈이 약간 벌어져, 유혹하듯, 안쪽의 선홍빛 속살을 보여주고 있었다.
평범한 여자들의 2배는 될 정도로 풍만하고, 새하얀, 두 젖가슴들이 바닥에 닿아 눌리며, 모양이 살짝 변형되었다.
39살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알몸으로 엎드려 고개를 숙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세라피나 공주는..... 여전히 아름답고, 섹시하며, 오만하고, 당당해 보였다.
공주의 뒤쪽에 서 있던 차남 멘도자와 막내딸 루피나는 물론.....
부러진 오른 손목을 감싸쥔 채, 똥개처럼 끙끙거리던, 그녀의 장남 켄드릭까지도..... 놀라서 입을 떡 벌린 채로 멍하니, 모친의 갑작스런 행동을 바라보고 있었다.
"재수없는 괴물 년아!
나는..... 공주로 태어나서, 이제껏 단 한번도 누구앞에 무릎을 꿇어본 적이 없다!
이렇게, 창녀처럼 수치스런 발가벗은 꼴로..... 무릎꿇고, 머리숙여 빌테니.....
네년 손으로, 내 남편을 죽이고, 너도 죽어다오!
이미 스무 명이나 사람들을 죽인 너라면..... 어려운 일도 아니잖아!
내 남편을 저주받은 괴물로 만들어서..... 내게서 뺏아가지 마라!
발가벗은 채, 무릎꿇고, 머리를 숙이는 정도로는..... 만족하지 못하겠다면.....
다리를 벌리고 앉아, 내 손으로 바깅(보지)을 벌리고, 혀로 네 년 발을 개처럼 핥으라고 해도.....
개처럼 소리내서 짖으라고 해도.....
아니, 설사 똥을 먹으라고 시키더라도.....
뭐든지..... 네가 원하는 대로 하마!
그렇게 하면..... 내가 처음 시집왔을 때, 네년이 내게 당한 일에 대한 복수는 되는 게 아닌가?"
"흐흑! 흐흑흑흑흑흑, 흐흐흑!"
울음을 터뜨리며, 공주를 향해 돌아 앉은 캐롤린이..... 여전히 무릎꿇고 앉은 채로, 고개를 저었다.
캐롤린의 작고, 붉은 입술이 열렸다.
울음섞인, 떨리는 목소리가..... 하지만, 또렷하게, 방안에 울려 퍼졌다.
"죄송해요, 마님! 흐흑, 흐흐흑!
하지만, 마님께 복수하려고, 이런 일을 한 게 아니어요! 흐윽, 흑!
그리고..... 흐윽!
바라시는 대로, 해드릴 수..... 없어요! 흐흑흑!
제 손으로..... 저 자신을 다치게 하거나... 흐흑! 죽일 수는 있을지 몰라도.....
저는..... 백작님을 죽일 수는 없어요! 흑, 흐흑흑흑!
왜냐하면, 백작님을..... 제 남편 카를로스를..... 흐흑, 흐윽, 흑흑흑흑!
저 자신보다도 더 사랑하니까요! 흐흐흐흑, 흐흑흑흑흑흑흑흑흑!"
고개를 쳐든 세라피나 공주의 새파란 눈동자들이 놀라움과 충격으로 커졌다.
보이지 않는, 심한 매질이나 고문이라도 당하고 있는 것처럼..... 오만하고, 아름다운 얼굴이 고통스럽게 일그러지면서, 부들부들 떨리기 시작했다.
"그랬었군! 그랬었구나!
바보처럼.....
이제야..... 이제야, 알았어!
너도..... 나처럼, 카를로스 반 피제프 백작의 정식 부인이었어!
타퀸 공작..... 그 미친 매기아러(마법사) 영감탱이 짓인가?
대단하구나! 천하고, 더럽고, 비굴한..... 하녀로 굴러먹던, 비열한 괴물 년아!
이보다..... 더 철저하고.....
이보다 더..... 잔인하게 복수하기도 어렵겠다! 흐흑! 흐윽, 흐흑흑흑흑흑흑흑흑흑흑!"
공주의 새파란 두 눈동자에서 뜨거운 눈물이 넘쳐나와, 볼을 타고 흘러 내렸다.
서러운 소리로 흐느껴 우는, 캐롤린과 세라피나 공주를 앞에 두고.....
카를로스 백작은...... 너무나 미안해서, 도저히 고개를 들 수 없을 지경이었다.
두 사람, 아니, 한 사람과 한 밤비르(흡혈귀)..... 둘 모두에게..... 미안하고, 또 미안할 뿐.....
어디서부터..... 무엇부터 잘못돼 버렸는지도..... 알 수 없었다.
그러나, 지금.....
이미 밤비르(흡혈귀)가 돼버린, 그가 선택할 수 있는 길은..... 오직 한가지뿐이었다.
"미안하오, 세라피나!
나는..... 오늘 저녁, 죽은 걸로 생각하고, 잊어 주시오!"
탁자 위에 놓여 있던, 그의 검 "샹 망게러"(피를 먹는 자)를 집어든, 카를로스 백작이 캐롤린의 어깨를 왼손으로 잡았다.
무슨 일을 하려는 건지 깨달은, 세라피나 공주가 다급한 목소리로 외치며, 몸을 일으켜 달려 들었다.
"안돼요, 여보! 가지 말아요! 여보오오오오!"
"이무베아!" (순간 이동)
알몸인 세라피나 공주의 두 손은 헛되이 허공을 휘저었을 뿐이었다.
카를로스 백작과 캐롤린, 두 사람..... 아니 두 밤비르(흡혈귀)의 모습은 어느새 온데간데 없이..... 사라져 버렸다.
“허억! 허어어억! 허억! 허어억!”
텅빈 허공을 두 손으로 계속 휘저으며..... 세라피나 공주가, 도저히 믿을 수 없다는 듯, 멍한 표정을 지었다.
늘씬하고, 풍만한, 공주의 새하얀 알몸이..... 경련하듯 부들부들 떨리기 시작하더니, “풀썩!” 바닥에 무릎을 꿇으며, 힘없이 쓰러졌다.
"가 버렸어! 흐흑, 흐흑흑흑흑!
정말로, 그 하녀 년과 붙어서..... 흐흑흑! 나를 버리고..... 흐흑! 영영 사라져 버렸어!
흐흐흑, 흐흑흑흑흑흑흑흑흑흑!
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세라피나 공주의 고통스런 비명소리가..... "캐츄 데 샹(피의 성)" 안에, 메아리치듯, 길게 울려 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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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송해요, 여보! 흐흑흑! 정말로 죄송해요! 흐윽, 훌쩍, 어엉엉엉엉!"
품안에 안긴 채, 어린애처럼 슬프게 흐느껴 우는, 가냘픈 캐롤린의 몸을..... 카를로스 백작은 꼬옥 안아 주었다.
백작 자신도 눈물을 줄줄 흘리고 있었지만, 이미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모두 내 잘못일 뿐..... 당신의 잘못이 아니오!
당신과 세라피나 두 사람 모두에게 너무나 미안해서..... 도저히 얼굴을 들 수가 없구려!"
"흐흐흑! 흐흑흑흑흑흑흑흑흑흑!"
흐느끼는 캐롤린을 품에 꼬옥 안으면서..... 이걸로 모든게 끝났다고 생각했다.
입구가 마법으로 숨겨져 있는..... 캐롤린이 지내던 동굴에서, 단 둘이서 영원히 숨어 살게 될 거라고.....
그러나..... 둘이 동굴 속에 숨어서 지낸지 다섯 달 정도 지난, 어느날 밤.....
시끄러운 고함소리가 사방 여기저기서 울려 퍼졌다.
"카를로스 반 피제프 백작은 "캐츄 데 샹"(피의 성) 앞으로 나오시오!"
"리안 데 일레기아 국왕 폐하께서 기다리고 계시오!"
"아무런 해도 끼치지 않을 것을..... 폐하께서는 약속하셨소!"
.....
수백 명의 사람들이 횃불을 손에 든 채..... "캐츄 데 샹" 근처 여기저기를 몰려 다니면서, 목청껏 소리들을 지르고 있었다.
"폐하께서 부르신다니, 잠깐 다녀오리다!"
카를로스 백작의 말에, 캐롤린이 다급하게 백작의 소매를 붙잡았다.
"안돼요, 여보! 당신을 해치려는 함정이면 어떻게 해요!"
동그랗고, 귀여운, 회색 눈동자들이 겁먹은 채 떨고 있었다.
"걱정마시오!
리안 국왕 폐하와는..... 왕이 되시기 전인, 어렸을 때부터 함께 어울린, 절친한 사이라오.
왕족으로서의 명예와 자존심을 목숨보다도 더 소중하게 생각하는 분이시니..... 함정일 리는 없소.
만약, 위험한 상황이면 즉시 도망치리다!
갑옷을 입고, 방어막 매기아(마법)를 사용하고 나갈 테니..... 큰 위험은 있을 수 없다오."
다섯 달만에, 자신의 성이었던 "캐츄 데 샹"(피의 성) 앞에 나가보니.....
적어도 2,000여 명은 되어 보이는 대규모 군대가 성 앞에 모여 서서, 일제히 치켜든 횃불로, 대낮처럼 환하게 주위를 밝히고 있었다.
긴 칼을 뽑아든 10명의 호위병들을 바로 뒤에 거느린 채, 역시 칼을 뽑아들고 있는 리안 국왕의 앞으로..... 카를로스 백작이 천천히 걸어 나갔다.
호위병들과 리안 국왕 모두..... 은빛으로 빛나는 전신 철판 갑옷 차림이었지만, 투구는 쓰지 않고 있었다.
역시 투구없이 얼굴을 드러낸, 검은 철판 갑옷 차림인 카를로스 백작은.....
약 40헥사(약 20미터)쯤 떨어진 거리까지 다가가서, 왼쪽 무릎을 세운 자세로 공손히 무릎을 꿇으며, 고개를 숙여 예를 표했다.
"폐하! 카를로스 반 피제프, 폐하께 인사 올리옵니다!"
이제는 47살의 나이가 되었지만, 여전히 잘생긴 일레기아 왕국의 국왕 리안 데 일레기아가 반가운 웃음을 지었다.
한편으로는, 안타까운 감정이..... 숨김없이 얼굴에 드러났다.
전왕의 2남 3녀중 첫째 아들로서, 리안 왕자라고 불렸던 젊은 시절과 마찬가지로.....
여전히 모든 감정이 얼굴에 그대로 드러나는..... 왕이었다.
"고개를 들라!
경이 밤비르(흡혈귀)가 돼 버렸다는 말을 들었노라!
사실인가?"
"황공하오나, 사실이옵니다, 폐하!"
씁쓸한 표정으로 대답하는 카를로스 백작에게..... 붉은 머리에, 새파란 눈동자를 가진 리안 국왕이 다시 한번 얼굴 가득 안타까운 표정을 지었다.
"참으로 가슴 아픈 일이로다!
버림받은 고아를 주워서 보살펴준 경의 친절을 원수로 갚은..... 그런 천하고, 못된 하녀 년이 있었다니....."
리안 국왕은 세라피나 공주로부터 지난 사정을 듣고 온 듯 했다.
카를로스 백작으로서는 동의하기 어려운 말이었지만.....
"경의 가족들에 대해서는 아무 걱정할 필요가 없도다.
모두들 건강하게 잘 지내고 있노라.
세라피나는..... 나이가 10살이나 어리고, 요새 부인을 병으로 잃은, 29살의 버넬 반 코윙톤 후작이 아내로 달라고 간청해서.....
세라피나는 싫다고 했지만, 내가 억지로 결혼시켰노라.
39살이면 이제 젊은 나이는 아니지만, 혼자서 사는 것보다는 아무래도 나을 것 같아서.....
경에게는 미안한 얘기지만..... 오빠인 내가 아는 한, 그 애는 남자 없이 혼자서 살 수 있는 애가 아니니....."
리안 국왕은 정말로 미안해하는 표정이었으나.....
카를로스 백작은 그 말을 들으니, 오히려 기분이 한결 편해지는 기분이었다.
키가 3헥사 6토르(약 180센치)에 달하는 세라피나 공주는 아이를 셋이나 낳았고, 이제 나이도 꽤 먹었지만.....
처음 시집왔을 때와 마찬가지로..... 늘씬하고, 아름다운, 당당한 모습이었고.....
유모들을 쓰고, 젖을 물리지 않은 탓에, 조그만 젖꼭지들을 포함해서..... 여전히 처녀같은 느낌의, 아름다운 몸을 유지하고 있었다.
노골적으로 밝히는 편인 성욕을 만족시켜줄 수 있는.....
건강하고, 착한 남자와 함께라면..... 아마 행복하게 잘 살 수 있을 것이었다.
사실, 세라피나 공주는..... 처음 시집왔던 17살때 이미, 처녀는 고사하고, 성경험이 무척 많은 듯한 여자이긴 했지만.....
백작이 아는 한, 22년의 결혼 생활 동안..... 특별히 바람을 피우거나, 그런 쪽으로 문란한 말썽을 피웠던 적은 한번도 없었다.
"결국, 문제는 역시..... 내게 있었단 말인가?"
세라피나 공주에 대한 미안한 감정을 다시 한번 느끼며, 카를로스 백작이 쓴 웃음을 짓는 가운데..... 왕의 말이 계속 이어졌다.
"경의 장남 켄드릭과 다른 아이들에게는..... 경이 정복한 몬스아 왕국의 왕성을 중심으로 한, 넓고, 기름진 영지를 새로 주었노라.
그런 즉, 경은..... 경의 "캐츄 데 샹"(피의 성)으로 다시 돌아가서 살도록 하라!"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얘기에, 카를로스 백작의 갈색 눈동자들이 놀라움으로 커졌다.
"폐하! 크신 은혜에 감사드리옵니다!
하지만, 신은 더 이상 캐츄(성)가 필요하지 않사옵니다."
붉은 머리의 잘생긴 왕이 단호한 표정으로 고개를 저었다.
"이몸의 일등 공신인 경이..... 아무리 밤비르(흡혈귀)가 되었기로서니, 들짐승처럼 숲속에 숨어서 살게 할 수는 없노라.
이미 경의 가족들도 새로운 영지로 옮겨갔으니..... 사양말고, 받아 들이라!
경을 원래 모시던 자들은 경의 자식들을 따라갔지만, 새로운 하인들과 하녀들, 병사들을 보내 주겠노라.
도망치면, 그 가족들을 전부 처형한다고 하면..... 모두들 고분고분하게 경을 섬길 것이로다.
경의 식사거리가 될 자들도.....
죄수들 위주로 해서..... 모자라면, 새로운 정복지의 주민들 위주로 끌어다가 계속 보내주겠노라."
왕자였을 때와 마찬가지로, 변함없이..... 리안 데 일레기아 국왕은 감정이 풍부하고, 따뜻한 마음씨를 가진 자였다.
다만, 그러한 따뜻한 마음씨는..... 오직 자기 주변의 왕족들과 귀족들에게만 미쳤을 뿐.....
리안 국왕에게 있어..... 가축이나 도구에 불과했던 일반 백성들 - "천한 것들"에게까지는 미치지 않았다.
"폐하의 크신 은혜에 몸둘 바를 모르겠나이다!
황공하오나, 신은 매기아러(마법사)이오니..... 하인이나 병사들은 필요치 않사오며, 인간을 식량으로 잡아먹을 필요도 없나이다.
매기아(마법)로 이미 모든 것을 잘 해결하고 있나이다."
카를로스 백작의 말에 잠시 고개를 갸우뚱하던, 리안 국왕이 잘생긴 얼굴에 쓴 웃음을 지었다.
"경이..... 여전히, 천한 것들에 대한 쓸데없는 관심과 애정을 버리지 못했다는 것은, 참으로 어처구니 없는 일이로다!
주워다 키운, 고아출신 하녀 년 때문에..... 이런 지경이 되고서도 버릇을 버리지 못했단 말인가?
하지만, 경의 뜻이 정 그렇다면..... 받아들이겠노라."
"성은이 바다와 같사옵니다!"
왼쪽 무릎을 세운 자세로 무릎꿇은 채, 공손히 고개를 숙이는 백작에게, 왕의 말이 이어졌다.
"이처럼 기쁜, 새 시절에..... 이몸의 가장 믿음직스런 오른팔인 경이 함께 영광을 누리지 못하는 것은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로다!
사악한 매기아러(마법사)들이 이 세계 위스토아를 통치했던..... "사악한 질서"의 시절은 이제 영원히 갔노라!
이제야말로..... "네오 이브라"(새로운 시대)가 시작될 때로다!
이제는 이몸과 귀족들이 원하는 대로..... 100중 60이든 70이든 얼마든지 세금을 거둬서, 전부 우리가 갖고, 얼마든지 군대를 양성할 수 있노라!
이제까지 없었던 대규모 군대를 키워서..... 정의롭고, 새로운 질서를 세울 것이로다!"
공손히 고개를 숙인 채, 수긍하듯 고개를 끄덕였지만..... 카를로스 백작은 느낄 수 있었다.
마법사들이..... 정확히는 주로 파괴의 마법을 연구했던, 다크 매기아러(흑마법사)들이 마법의 놀라운 힘으로 세상을 지배했던..... "사악한 질서"의 시대가 끝난 대신.....
이제 그보다 10배, 아니, 100배, 1,000배는 더 끔찍한..... "지옥같은 무질서"의 "네오 이브라"(새로운 시대)가 다가오고 있었다.
대체로 사악하고, 이기적이긴 했지만, 모든 일을 마법의 힘으로 쉽게 해결했던 마법사들은..... 기본적으로, 백성들에게서 100을 기준으로 40이 넘는 세금을 거둘 필요가 없었다.
사실, 카를로스 백작으로서는..... 그것도 별로 가벼운 세금이라고 생각되진 않았지만.....
그러나, 마법의 힘을 갖지 못한 왕들과 귀족들은 대규모 군대를 키우고, 유지하기 위해서라도..... 세금을 대폭 올리고, 쥐어짜지 않을 수 없을 것이었다.
먹고 살기 급급해진 대부분의 마을들은..... 아마도 치안대를 유지할 여력도 없게 되어, 산적이나, 괴물, 맹수 등 모든 종류의 위험에 무방비상태로 고스란히 노출돼 버릴 것이었다.
설사, 치안대를 유지할 수 있을 정도의 큰 마을들이라 해도, 막아낼 수 있는 규모를 벗어난 공격을 받게 되면..... 이제는 구하러 달려와 줄 마법사들이 어디에도 없었다.
살아남은, 얼마 안되는 마법사들은 탄압을 받을 것이었다.
적어도, 앞으로 수백 년간은..... 제대로 된 마법학교 하나 세워지지 못할 것이었다.
무엇보다 마법사들은..... 1,000년이 넘는 긴 세월 동안 쌓아 올렸던 "매기아(마법)의 정수(핵심)"를 모두 잃어 버렸으니..... 이제 다시는, 예전의 힘을 되찾지 못할 것이었다.
자신이 죽은 뒤 정당한 후계자가 가져가지 않으면, "매기아의 정수"가 전부 파괴되도록 마법을 걸어놓은 마법사는..... 백작의 양아버지 타퀸 공작 혼자만이 아닐 것이었다.
이제 다시는..... 혼자서 몇천 명, 또는 몇만 명을 상대로도 밀리지 않고 싸우거나, 거대한 성을 단독으로 정복할 정도의 대마법사들이 활약했던..... "마그나 매기아"(위대한 마법)의 시대는 돌아오지 않을 것이었다.
"오직 왕들과 귀족들만이..... 기존의 수십 명, 수백 명 대신..... 수천 명, 수만 명, 어쩌면 수십만 명의 군대를 거느린 채.....
황금으로 바닥을 깔고, 포도주로 연못을 만들며..... 흥청망청 부귀영화를 누리리라!
그들간의 탐욕스런, 다툼과 전쟁으로..... 강이 붉게 물들고, 피가 내처럼 땅위를 흐르리라!
혼란과 전란 속에서..... 일반 백성들은, 쥐어짜듯 가혹한 세금에 시달리며..... 아무런 보호를 받지 못하고, 짐승들처럼 비참하게 살해당하고, 죽어가리라!
이러한 절망과 암흑의 시절이 앞으로 수백 년간, 어쩌면 수천 년간..... 끝도 없이 이어지리라!"
다가올 시대에 대한 절망스런 예감에..... 카를로스 백작은 저도 모르게 몸을 떨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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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만을 위한..... 음란하고, 조그만, 금발머리 창녀 캐롤린 반 피제프입니다!
캐롤린의 새하얗고, 귀여운 알몸을..... 오늘도 마음껏 귀여워해 주셔요!
바깅(보지), 항문, 입..... 어디든 마음대로 사용해 주셔요!
입안을 변기로 사용하셔도 좋습니다!"
또다시 다리를 활짝 벌리고, 성기를 양손으로 벌린 음란한 포즈로..... 침대 위에 알몸으로 앉은 금발의 캐롤린이 자신의 소중하고, 부끄러운 곳을 환히 보여주고 있었다.
볼이 빨갛게 달아오른 모습이 몹시 부끄러운 듯 했으나..... 단 둘이 "캐츄 데 샹"(피의 성)에 돌아와 살게 된 이후로, 그의 아내 캐롤린은 예전보다 더 자주 이런 모습을 보여 주곤 했다.
어쩐지 기운이 없어 보이는 그녀의 남편 카를로스 백작을 위로해주고 싶어하는 듯 했다.
부드러운 금발머리를 손으로 쓰다듬어 주면서, 카를로스 백작은..... 캐롤린의 작고, 붉은 입술에 부드럽게 키스해 주었다.
"추우웁!"
다람쥐나 어린 사슴을 연상시키는..... 크고, 귀여운, 회색의 두 눈동자가 조용히 감기며, 달콤한 키스의 감각에 온몸을 맡겼다.
가냘프고, 귀여운, 그의 아내의 새하얀 알몸을..... 카를로스 백작은 꼬옥 품에 안아 주었다.
"아직 어린애였던 당신이..... 목욕 봉사라면서, 처음 입으로 내걸 물었던 때를 기억하오?
당신은 항상 나를..... 깜짝깜짝 놀라게 하는군!"
캐롤린의 볼이 부끄러움으로 더욱 발갛게 달아 올랐다.
사실, "인사말"은..... 그녀가 독창적으로 생각해낸 것이 전혀 아니었다.
게다가, "인사말"을 할 때마다 여전히.....
발가벗겨진 채, 수십 명의 남자들에 윤간당하면서, 울면서 애원했던.....
악몽같은 그 때의 기억들이..... 아직도 낫지 않은, 어쩌면 영원히 낫지 않을 상처를 건드리는 것처럼, 고통스럽게 되살아나고 있었지만.....
빵 한 조각으로 그녀의 모든 것을 샀던, 그녀의 영원한 주인은..... 갈색의 두 눈동자에 애정을 듬뿍 담아, 그녀를 깜찍하고, 귀엽다는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저런 부드러운 시선을 받으며 살 수만 있다면..... 나는 뭐든지 할 거야!
뭐든지....."
속으로 결심을 다지며, 캐롤린은 카를로스 백작의 품속에 파묻히듯..... 부드럽고, 조그만, 새하얀 알몸을 더욱 바짝 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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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500년이 넘는 사랑..... 단, 둘만의 시간이 끝도 없이 이어졌다.
자신들을 간섭하던, 사악한 마법사들이 전부 없어져 버린 것을 기념하여.....
그리고, 내전중 금지된 마법들을 통해 그 일을 해냈다는, 마법사들의 비밀 결사단체의 이름을 따서.....
왕들과 귀족들이 "네오 이브라(새로운 시대)"라는 새로운 명칭의 연도를 사용하게 된지도 500년이 넘어.....
어느덧, 네오 이브라력 508년.....
이 세계 위스토아는 500여 년전, 카를로스 백작이 예상했던 것 이상으로.....
극소수의 왕들과 귀족들을 제외하고는..... 모두에게 생지옥과 같은.....
전쟁과 가난과 절망, 그리고 죽음만이 지배하는, 암흑의 시대를 끝도 없이 이어가고 있었다.
그러는 와중에도..... 수련을 게을리하지 않은 카를로스 백작의 마법실력과 검술실력은 끊임없이 성장하여.....
마법의 최종 레벨인 9레벨에 도달해.....
양아버지 타퀸 공작이 남긴 다쓰 프레이(사령술) 마법의 모든 것을 익히고..... 이제는, 백작 스스로 독자적인 연구 단계에 들어선지 오래였다.
밤비르(흡혈귀)가 되면서, 크게 증가한 속도와 힘이 결합된, 그의 검술은..... 이제 평범한 인간들은 그 움직임을 눈으로 따라잡을 수도 없을 정도의 수준까지 올라갔다.
하지만, 어이없게도, 이런 초월적인 능력을 가장 필요로 할..... 혼란과 전란의 시대에.....
그리고, 이러한 시대를 종결시키기 위해..... 카를로스 백작이 할 수 있는 일은 아무 것도 없었다.
그는..... 사람들의 눈을 피해, 언제까지나 숨어서 지내야 하는 밤비르(흡혈귀)였던 것이다.
그의 성인 "캐츄 데 샹"(피의 성)의 이름은 잊혀져 버려, 더 이상 그 이름을 기억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지만.....
카를로스 백작은 마법을 사용해서, 성 주위를 온통 아무 쓸모없는 가시나무 숲으로 뒤덮어 버렸다.
사람들과의 불필요한 접촉이나 마찰을 피하기 위해서였다.
목재로도 쓸모없고, 열매도 열리지 않는, 드넓은 가시나무 숲속에..... 그것도 밤비르(흡혈귀) 백작이 산다는 성에 일부러 찾아오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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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만을 위한..... 음란하고, 조그만, 금발머리 창녀 캐롤린 반 피제프입니다!
캐롤린의 새하얗고, 귀여운 알몸을..... 오늘도 마음껏 귀여워해 주셔요!
바깅(보지), 항문, 입..... 어디든 마음대로 사용해 주셔요!
입안을 변기로 사용하셔도 좋습니다!"
500살이 넘은..... 그의 어리고, 귀여운, 금발머리 아내 캐롤린이 또다시 알몸으로 다리를 벌린 채 앉아..... 두 손으로 성기를 활짝 벌린, 유혹적이고, 음란한 포즈를 취하고 있었다.
여전히 26살때 외모 그대로..... 전혀, 변하지 않은 모습이었다.
서재의 책상에 앉아, 마법서들을 들여다보며, 펜으로 종이 위에 뭔가를 열심히 적고 있던 카를로스 백작은..... 그런 아내에게 따뜻한 미소를 지었다.
조그맣고, 새하얀, 그의 예쁘고, 가냘픈 아내는..... 그의 목숨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하고, 영원한..... 그의 연인이었다.
입고 있던, 붉은 색의 실내 가운과 바지, 속옷들을 벗은 백작이 다가서자..... 알몸의 캐롤린이 무릎을 꿇으며, 공손한 태도로 백작의 그것을 입에 물었다.
“추웁! 추우웁! 추우우웁! ......”
얼음처럼 차갑지만, 부드러운 입술과 혀를 움직여서, 열심히 자신의 것을 빨고 있는 아내의 탐스러운 금발머리를 귀엽다는 듯 쓰다듬어 주면서..... 카를로스 백작이 말을 꺼냈다.
"여보! 혹시..... 아이를 가져보고 싶은 생각은 없소?"
백작을 기쁘게 하기 위해, 필사적일 정도로 열심히 움직이고 있던 캐롤린의 입술과 혀가 갑자기 움직임을 멈췄다.
"주르르르르르르르....."
자신도 모르게..... 차갑고도, 투명한 눈물이 회색의 두 눈동자 가득 넘쳐, 볼을 타고 흘러 내렸다.
"없냐구요, 나의 주인님?
처음부터 쭉.....
처음 당신을 뵈었던 때부터.....
그리고, 처음 당신께 몸을 바쳤던 때부터......
언제나..... 언제나..... 당신의 아이를 갖고 싶었어요!
하지만, 이제 저도, 당신도..... 밤비르(흡혈귀)가 돼버렸는데.....
500년이 넘은 이제 와서야.....
왜 이제 와서야..... 그런 얘기를 하는 거에요!"
"흐흑! 흐으으윽, 어엉엉엉엉엉, 흐흑흑흑흑흑흑흑흑흑흑! ....."
백작의 것을 입에서 내놓은 캐롤린이 쓰러지듯 바닥에 엎드린 채로..... 흐느껴 울기 시작했다.
정말로 서럽고, 슬프게 흐느껴 우는 캐롤린의 모습을 보고.....
카를로스 백작은 그의 아내가 항상 아이를 갖고 싶어 했었다는 것을, 그제야 깨달을 수 있었다.
첫째 부인 세라피나 공주가 장남 켄드릭을 낳고 몸조리를 하러 친정에 간 사이, 처음 성관계를 가졌던 13살 때 이래.....
26살이 될 때까지, 13년 동안은 남의 눈을 피한 간통이어서..... 아이를 가질 수 없었고.....
그 뒤에는 밤비르(흡혈귀)가 되는 바람에..... 밤비르 아이가 태어나는 것을 막기 위해.....
500년이 넘도록..... 계속, 다루가 뿌리 삶은 물을 먹어왔던 아내였다.
(* 다루가 : 위스토아의 식물중 하나. 인삼과 비슷하게 생긴 뿌리에 피임 효과가 있다)
"내 양아버님 타퀸 공작님 말씀처럼..... 나는 정말 바보, 멍청이로군!"
스스로의 어리석음과 아둔함에 쓴 웃음을 지으며..... 카를로스 백작은, 엎드린 채, 서럽게 흐느끼고 있는 알몸의 아내에게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을 계속했다.
"미안하오, 캐롤린! 정말 미안하오!
내 양아버님 타퀸 공작께서..... 하루에 피가 10번씩이나 다시 차는 매기아(마법)가 걸린, 큰 병을 두 개나 만들어 주셨던 것은......
아마도..... 이런 상황이 될 수도 있다고, 미리 예측하셨기 때문이라고 생각하오.
요컨데, 우리 둘다 밤비르(흡혈귀)가 돼서, 밤비르 아이들을 낳아도 먹을 것이 부족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 말이오.
하지만, 나는 사실....."
카를로스 백작이 깊은 한숨을 쉬었다.
"밤비르 아이들을 낳아도 될지..... 그에 대한 확신이 서질 않았었다오.
하지만, 요즘 들어서, 나는..... 지금은 사라진, 위대한 매기아러(마법사)들이 악과 파괴의 신 다곤과의 계약을 통해서, 매기아(마법)만으로는 불가능한 일들을 종종 해냈다는 점에 관심을 갖게 되었소.
항상, 뭔가 제물을 대가로 바쳐야 하긴 했지만.....
내 매기아(마법) 연구에 따르면, 부모가 모두 밤비르(흡혈귀)라고 해도..... 다곤 신에게 힘을 빌린, 특별한 매기아(마법)를 사용하면, 인간의 아이를 낳을 수 있을 것 같소.
거의 틀림없이....."
여전히 눈물이 글썽글썽한 채로, 고개를 들고 남편의 말을 듣고 있던, 캐롤린의 회색 눈동자들이 희망의 빛으로 반짝였다.
"하지만, 우리 둘다 밤비르(흡혈귀)인데..... 아이들을 어떻게 키우죠?"
"인간들의 세상에서는..... 예나 지금이나, 돈만 있으면 뭐든지 할 수 있소!
우리가 정성껏 교육을 시키고, 잘 키운 뒤에..... 나이가 차면, 돈을 써서 기반을 만들어주고, 인간 세상에 나가서 살게 하는 거요.
지금의 나라면, 사실..... 그럴 필요도 없이, 조그만 영지 하나 정도, 아니, 큰 영지나 조그만 왕국 하나를 아예 뺏어서.....
우리 아이들이 다스리도록 만들어주는 것도 가능하다오.
지금 세상에서..... 이제는 고대 왕국이라고 불리는 듯한, 500여 년전 시절의 "매기아(마법)의 정수"를 알고 있는 자는..... 아마도 나 혼자 뿐일테니 말이오."
엎드려 있던 캐롤린이 새하얀 알몸을 일으켰다.
볼이 발갛게 된 채로, 다리를 벌리고 똑바로 서서, 남편의 손을 다리 사이로 이끌었다.
어서 성기를 애무하고, 정액을 자궁 안에 넣어달라고 조르는 듯한 모습이었다.
어린애처럼, 들뜬 기분과 기쁨을 감추지 못하는 얼굴로 남편을 올려다보며, 캐롤린이 물었다.
"그러면..... 지금 바로 아이를 가질 수도 있나요?"
"그전에..... 다곤 신에게 바칠 제물이 필요하다오.
내가 최소한 몇달간..... 당신과 떨어져 지내면서, 여기 저기 돌아다녀야 할 것 같소."
캐롤린의 귀여운 얼굴에 불안한 감정이 어렸다.
"제물로..... 뭐가 필요하죠?"
그의 아내의 시선을 피하며, 잠시 머뭇거리던 카를로스 백작이 마침내 입을 열었다.
"특별한 매기아(마법)가 걸린 무기로..... 사람 1,000명의 생명을 취하는 것이오.
끔찍하게 들릴 수도 있겠지만..... 지금은 어차피 서로 죽고, 죽이는 전쟁이 멈추지 않는, 전란의 시대라오.
내 애검 "샹 망게러"(피를 먹는 자)에 필요한 매기아(마법)를 건 후, 적당히 전쟁에 끼어들어서, 그 정도 모으는 것은 그다지 어려운....."
울음을 터뜨리는 캐롤린의 모습에, 백작이 놀라서 말을 멈췄다.
"흐흑, 흐흐흑, 흐으윽! 그런 방법은 안돼요! 흐흑흑흑!
아이는 정말 너무나 갖고 싶지만..... 그리고, 밤비르(흡혈귀)가 아닌 아이면 더욱 좋겠지만.....
그런 목적으로..... 사람을 1,000명이나 죽이는 건 안될 말이에요. 흐흑흑흑, 흐흑흑!"
"캐롤린!"
카를로스 백작은 안타까운 목소리로 그의 아내를 불렀지만..... 눈물을 흘리며, 고개를 흔드는 캐롤린의 표정은 단호하기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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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복으로 보이는, 검정 반바지에, 검정색 셔츠를 입은, 젊은 여자가..... 긴 검은 생머리를 늘어뜨린 채, 오만한 표정으로 서 있었다.
은빛테의 안경 속에서, 여자의 두 눈동자가 야수와 같은 느낌으로 새빨갛게 빛나고 있었다.
놀랍게도, 여자의 양손 열 손가락의 손톱들 모두가 4헥사(약 2미터) 길이로 길게 늘어난 채, 역시 새빨간 빛으로 빛을 발하고 있었다.
마치, 인간이 아니라, 악몽 속의 악마나 마신같은 느낌의..... 상상할 수 없을 정도의, 강력한 힘과 오만함이 절로 느껴지는 모습이었다.
복도 한 편에 마주 서 있는 카를로스 반 피제프 백작은..... 가문의 보검이자, 마법검 "샹 망게러"(피를 먹는 자)를 뽑아들고 있었다.
새하얀 빛의 소드 바인(검기)으로, 톱니날의 검날이 빛을 발하고 있었다.
카를로스 백작의 두 눈동자는 사라진 채, 눈동자없는 두 눈이 새빨갛게 빛나고 있었다.
믿기 어려운 일이었지만, 카를로스 백작이 밤비르(흡혈귀)로서의 능력까지 써서..... 검술실력을 발휘해야 할 정도로, 눈앞의 여자는 강했던 것이다.
물론 마법을 포함해서, 백작이 갖고 있는 전력을 다 발휘한 것은 아니었고.....
검은 머리 여자는 제대로 검술을 배우지 못했던 듯, 검술만으로는 백작쪽이 확실히 우위에 있었으나.....
카를로스 백작은 느낄 수 있었다.
정말로 갖고 있는 능력과 힘을 다 발휘하고 있지 않은 것은...... 사실, 백작 자신이라기 보다는, 눈앞에 있는 여자쪽이라는 것을......
"깔깔깔깔깔!"
요사스런 느낌이 들 정도로 날카로운 웃음을 터뜨린, 검은 머리 여자가 카를로스 백작에게 물었다.
"너는..... 500년도 더 살았다고 들었다.
"사악한 질서"의 시대를 직접 봤겠구나.
그 때와 지금중 어느 쪽이 더 낫니?"
예상못한 질문에..... 가볍게 인상을 쓰던 카를로스 백작이 천천히 대답했다.
"누구를 기준으로 하느냐에 따라 다를거요.
500여 년전, 다크 매기아러(흑마법사)들이 지배했던 고대 왕국들의 시대에는.....
절대 다수의 일반 백성들은..... 전쟁이나 괴물들을 걱정하지 않고, 편안하게 살 수 있었소.
하지만, 일반 귀족들이나 왕들은..... 항상 매기아러(마법사)들에게 무시당하며, 수모와 괄시를 받아야 했었소."
"씨이이이이익!"
검은 머리 여자의 입가에 차가운 미소가 어렸다.
"생각했던 대로군.
나와 함께 "사악한 질서"를 부활시키지 않겠니?
너를 지배자들중 한 사람으로 만들어주고, 원하는 건 뭐든지 가질 수 있게 해 주겠다."
카를로스 백작이 천천히 고개를 저으며 대답했다.
"지배자가 되거나..... 특별히 갖고 싶은 것은 없소.
하지만..... "사악한 질서"의 부활은 일반 백성들을 위해서는..... 해볼만한 가치가 있는 일이오.
엄청나게 많은 희생이 따르겠지만.....
지금같은 혼란과 전란의 시대가 끝도 없이 이어지는 것보다는 훨씬 나을 거요.
그러나, 보다시피..... 나는 밤비르(흡혈귀)요.
정말로 이런 나를 부하로 원하시오?"
고개를 끄덕이며, 검은 머리 여자가 다시 한번 차가운 미소를 지었다.
"물론이다!"
카를로스 백작이 다시 한번 천천히 고개를 저으며, 한결 공손해진 말투로 대답했다.
"정말로 "사악한 질서"의 부활을 원하신다면.....
그리고, 그 일에 저를 필요로 하신다면.....
저의 충성을 바치고자 합니다, 퀴인(여왕)이시여!"
왼쪽 무릎을 세운 자세로 무릎을 꿇은 밤비르(흡혈귀) 카를로스 백작이 천천히 고개를 깊숙히 숙였다.
"그대의 충성을 받아들인다, 카를로스 백작!"
차가운 미소와 함께 오른손을 내밀며, 검은 머리 여자 - 클로디아 써어(서재연)가 오만하게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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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에게 물어보지도 않고, 충성을 맹세해서..... 정말 미안하오, 캐롤린!
하지만, 나는 이 일을 꼭 해보고 싶다오!"
녹색 드레스 차림의 캐롤린이 불안한 표정으로 물었다.
"하지만..... 저 낯선 여자를 믿을 수 있을까요?
세계를 정복하고, "사악한 질서"를 부활시키겠다니..... 공연히, 이용만 당하는 거 아니에요?"
그의 어린 아내를 안심시켜주듯, 부드러운 표정으로 카를로스 백작이 대답했다.
"’퀴인 데 다르키아’(어둠의 여왕)를 자칭하고 계신 저분에게서는..... 엄청난 힘과 기운이 느껴지오.
"사악한 질서"의 시기의 위대한 매기아러(마법사)들에게서도..... 이 정도로 강력한 힘은 단, 한번도 느껴본 적이 없었소.
세계를 정복하는 것도..... 저 정도로 강력한 퀴인(여왕)이시라면, 불가능한 일은 아닐 것이오.
설사 이용당하더라도, 이 혼란과 전란의 시대를 끝낼 수 있다면..... 기꺼이 이용당해 주겠소.
벌써 500년이 넘게..... 죄없는 사람들이 수도 없이, 짐승처럼 죽어가며, 괴로움을 겪고 있소.
나는 비록 밤비르(흡혈귀)지만..... 이러한 무의미한 혼란의 시대는 다소의 희생이 있더라도, 그만 끝내야 한다고 생각하오.
그리고....."
잠시 말을 멈췄던 카를로스 백작이 머뭇거리며, 말을 계속 했다.
"우리가 밤비르(흡혈귀) 아닌, 인간의 아이를 낳는 데 필요한 제물도..... 이 전쟁을 통해서 얻을 수 있을 거요!
물론, 설사 그렇지 못하더라도..... 이 일은 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저도..... 데려가 주셔요, 여보!
몇 년이 걸릴지 모르는데..... 저 혼자, 아무도 없는 "캐츄 데 샹"(피의 성) 안에 남겨두지 마셔요!"
카를로스 백작의 잘생긴 얼굴에 불안한 표정이 어렸다.
"당신이 낮에도 활동할 수 있도록, 당신 옷들에, 햇빛을 막는 매기아(마법)를 걸어주는 정도는..... 지금의 내게는 어렵지 않다오.
내 갑옷처럼, 불편하게 얼굴까지 꼭꼭 가릴 필요도 없소.
하지만, 전쟁터란..... 워낙 위험한 곳이라오!
정말로 괜찮겠소?"
그의, 어리고, 귀여운, 금발머리 아내가 생긋 미소를 지었다.
"물론이죠, 여보!
시아버님께서 주셨던 "티엠포 파레"(시간 정지) 매기아(마법)가 걸려 있는 종이도..... 항상 잘 갖고 있고.....
또, 무엇보다 저도..... 이제, 500살이 넘게 나이를 먹은, 밤비르(흡혈귀)니까요."
다람쥐나 어린 사슴을 연상시키는..... 크고, 귀여운, 회색의 눈동자들이, 순간적으로, 맹수와 같은 잔인한 느낌으로 빛났다.
하지만, 카를로스 백작의 시선이 향했을 때는.....
회색의 두 눈동자는 어느새 다시, 보호본능을 불러 일으키는..... 연약하고, 부드러운 느낌으로 돌아와..... 백작을 올려다 보고 있었다.
애정이 가득 담긴 그 눈빛은..... 한없이 부드럽고, 다정해 보였지만.....
동시에, 그 안에서 타오르고 있는, 놀랄 만큼 뜨거운 정열을 담은 채..... 별빛처럼 아름답게, 반짝이고 있었다.
외전 3부 : 카를로스 반 피제프편 - 끝 -
* 해외 장기 출장이 잡혀 버렸답니다.
올해는 설도 혼자서 미국에서 보내게 될 것 같습니다.
진급년차이기도 해서, 사실 원하던 출장입니다만.....
아마, 3월초에 귀국할 때까지..... 당분간, 연재는 어렵게 될 것 같습니다. ㅡ_ㅡ
죄송스럽기 그지 없습니다만..... 물론, 연중은 없답니다. (--) (__)
참조로 말씀드리면, 본편 10부까지 진행된 본 야설은..... 전체 25부 정도로 예정하고 있으며,
어떤 결말로 가야 할지는..... 고민중이랍니다. ^^;
최고관리자
가입일 | 2016-08-11 | 접속일 | 2024-11-2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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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입일 | 2016-08-11 | ||
접속일 | 2024-11-20 | ||
서명 | 황진이-19금 성인놀이터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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