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나와 같이 길거리를 부유하며 생자들에 대한 원한을 불태우는 중이었다. 내 앞의 맨홀뚜껑에서 귀신 한명이 튀어나왔다.
[어이~ 몽달귀신. 잡신이 榮摸?]
평소 알고지내던 물귀신이 인사한다. 하수구에 빠져 죽은게 한이 榮募?이 물귀신은 하수도 물귀신 영감으로 불린다. 꽤나 오래전에 물귀신이 되었다던데 아직도 한을 못풀었다. 물귀신임에도 불구하고 단 한명도 물에 끌어들여 죽인 적 없기에 살풀이를 할 무당도 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내가 제일 궁금한 점은 왜 물귀신이면서 아무짓도 안하고 허송세월 하느냐는 거다. 자고로 물귀신은 물가에 오거나 물안에 오는 사람들의 무의식에 간섭해서 그들을 물에 빠지게 만드는 것이 일이다. 평범한 부유령이나 지박령은 절대로 못하는 일이지만 물귀신은 지방령중에서도 꽤나 강한 힘을 가지고 있기에 아주 손십게 할 수 있다. 만약 나였다면 맨홀뚜껑을 벗겨서 한 두명씩 잡아족치리라.
어쨋든 나는 하수도 물귀신영감에게 대답하기로 했다.
[그렇수다. 이제 힘을 더 모으면 가위 따위가 아닌 좀더 확실한 복수를 할 수 있게 되겠지. 크크큭]
그렇다! 복수! 나도 이제 복수를 "할 힘을 기를 자격"을 얻게 되었다. 얼핏 보기에는 "뭐 저런걸 가지고 기뻐하냐."라고 말하겠지만 사실 이건 꽤나 대단한 일이다.
부유령이 자신의 한을 잊지 않고 계속해서 쌓아가다보면 원한령이 된다. 그 원한령이 자아를 되찾으면, 그는 잡신이 된다. 그것이 영혼세계의 법칙이다.
나는 조금 특이한 케이스다. 원한령이 되기 전의 원한을 가진 부유령 상태로 있다가 피시방에서 내가 나왔던 뉴스를 캡쳐한 것을 보고 자아를 되찾았다. 그 순간 "자아를 가진 부유령"이라는 애매한 존재가 되었고, 부유령 상태에서 쌓인 한은 자아를 되찮는 순간 급격히 증가해서 원한령이 되었고, "자아를 가진 원한령"이 잡신이 된다는 영혼세계의 법칙이 되어서 잡신이 되었다.
원한령은 물리력을 발할 수 있는 귀신이다. 다만 아무리 한이 깊어봐야 원한령은 손톱만한 종이 한장밖에 들어 올릴 수 없다. 하지만 근처에 있는 사람에게 부의에너지를 전달하고, 자신이 원하는 대상의 무의식에 간섭해 저주할 수 있다.
하지만 잡신은 그런 원한령의 힘을 훨씬 뛰어넘는다. 잡신의 물리력은 한에 따라 다르지만 잡신이 된지 얼마 안 된 나도 동전 하나정도는 들 수 있다. 그런 잡신이 계속해서 한을 쌓으면 사람도 들었다 놓았다 할 수 있게 된다. 그 뿐만 아니다. 잡신의 한이 깊어지고 대상자의 양기(플러스 에너지)가 쇠하게 되면 잡신은 그에게 빙의할 수 있다. 그것이 잡신이 "령"이 아닌 "신"으로 분류되는 까닭이다.
그러니 이제 잡신이 된 나는 나를 죽인 그 빌어먹을 의사놈에게 복수 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허허, 그런가. 나도 물귀신이긴 하지만 사람을 잡아족친다는 게 영 꺼림칙해서 말이지. 뭐 날 맨홀에 밀어 넣은 놈이 나타난다면 전력을 다하겠지만 아무 상관없는 놈들은 안 건드릴겨.]
하수도 물귀신 영감이 대답했다. 그런가, 하긴 같은 영혼이라고 해도 다 성격이 다르니까. 하수도 물귀신 영감은 생전에 착하게 살았나보다.
[그렇수? 뭐 나는 이만 가보겠수다.]
말 통하는 영혼 옆에서 한을 쌓는 건 효율이 않좋다. 나는 장소를 조금 옮기기로 마음먹었다.
[그래, 잘가게. 나는 지나가는 처자들 팬티나 구경하겠네.]
크크크, 내가 보기에 영감이 저승 못가는 건 여자랑 인연이 별로 없어서 그럴것이다. 뭐, 나도 마찬가지지만.
나는 뭘 할까 고민하다가 나를 죽인 의사놈이나 저주하러 가기로 마음먹었다. 아까부터 언급했지만, 나는 나를 죽인 의사놈을 기억하고 있다. 그래서 원한령 시절엔 매일 밤 그의 가슴을 꾹꾹 누르며(그래봐야 종이한장 눌리는 물리력이지만) 가위눌림을 경험시켜주곤 했다. 처음에는 즐거웠다. 녀석은 매일밤 잠을 설쳐서 사회생활도 힘들어졌고, 나에대한 죄책감도 더 커져만 갔을테니까.
한때는 말이다.
하지만 요즘들어 녀석은 내가 누르는 가위를 이용해먹기 시작했다. 뭐였더라? 자각몽이었더라? 내 가위를 역이용해서 그녀석은 자신이 꾸고 싶은 꾸기 시작한 것이다. 본래 망자가 생자에게 가할수 있는 힘은 표면의식이 가장 약해져 있을 때, 그의 무의식에 나에대한 공포를 심어놓은 뒤, 수면마비를 일으키는 것이나 언령을 이용한 저주를 끊임없이 가하는 것 외에는 아무것도 없다. 그것이 이승과 저승, 그 어느곳에도 존재하지 않는 우리와 같은 영혼들의 법칙이다. 그런데 자각몽은 무의식과 표면의식들 동시에 활성화 시키는 방법이다. 표면의식이 활성화 된 상태에선 고위 잡신이 아닌 이상 무의식에 간섭할 수 없다. 심지어 그 고위잡신조차 기가 약한 사람에게나 잠깐 빙의하는 것 뿐이다.
그러니까, 우리는 사실 세상에 대해서 별다른 힘을 쓸 수 없다는 소리다.
간혹 조상의 묘를 잘 써서 성공했다고 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것도 사실 별것 아니다. 조상신이라는 존재는 우리 잡신과 같은 급에 속한다. 장례식을 치르고 난 뒤에는 망자에 대한 별다른 의식을 치르지 않는 서양과 달리, 한국에서는 때맞춰 제사를 지내고, 명절마다 차례를 지낸다. 그것은 강한 사념에너지로, 그 대상인 영혼에게 그대로 전달된다. 그가 저승에 있든 있징않든 상관없이 말이다.
환생? 환생은 한 사람이 그와 깊은 인과관계에 있는 이들에게 잊혀지는 순간에 일어난다. 만약 연고가 없는 사람이 죽으면 그는 저승에 가는 순간 환생하게 되는 것이고,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사람의 경우, 사후에도 저승에서 그에게 전달되는 사념에너지를 받으며 영혼의 힘이 강해지게 된다.
어쨌거나, 힘이 강해진 조상신은 자신의 생전의 가치관에 따라, 자신의 사후처리가 만족스럽다면 자손들에게 언령을 이용한 축복을 계속하거나, 무의식에 간섭해서 좋은 꿈을 꾸게 만든다. 좋은 꿈에 대한 믿음은 "시간의 기록"에 접근하는 법이고 말이다. 그러면 축복을 받은 이는 운수가 트이고, 꿈을 꾸게 된 이는 로또나 복권에 당첨되는 일이 있다. 다 인과의 고리로 통해 있는 것이다.
나도 그런 방법으로 그 의사놈을 저주하고 있지만, 생각만큼 잘 되지는 않는다. 기껏해야 길가다가 발이 걸려 넘어지는 거랑, 남대문 올리는 걸 깜빡하게 해서 망신당하게 하거나 하는 정도? 최근에 남대문이 불탄적 있는데, 거기에 영감을 얻어 담배 불씨를 움직여 의사놈의 남대문에 불을 붙이려다 실패한 기억도 있다. 500원 짜리 동전 하나 들 힘으로는 성냥도 라이터도 켜지 못하니 슬플 뿐이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가 보니 그 의사놈의 집에 도착했다. 의사놈은 정말 모범적일정도로 행복한 가정의 표본을 가지고 있다. 빌어먹을 새끼. 밤에 자기 전에 항상 기도를 하고, 성경을 읽는 개새끼다. 내가 그놈의 성경이랑 기도때문에 한때는 그놈 근처에 갈때마다 정신적인 타격이 너무 컸었다.
성경, 그 빌어먹을 책은 온통 모순투성이로 가득한데다가 별 되도 않는 소리를 지껄여놓은 문체 어려운 동화책에 불과하다. 하지만 빌어먹을 "신앙"이라는 놈이 성경이라는 글자 자체의 언령에 간섭해서 플러스 에너지를 가득 심어 놓은 것이다. 창작당시부터 철학적 논제와 세계의 이해, 고통에서의 해방을 물고 늘어지는 불경과는 다른 원리로 나같은 잡신에게 해를 끼친다. 기도? 기도는 성경을 유령이 기피하는 물건 2호로 만든 원흉이다. 그거라고 몸(?)에 이롭겠는가.
그런데 성경의 강력함은 그게 끝이 아니다.
성경은 성경의 이름으로 죽은 사람의 부의에너지도 함깨 포함하고 있다. 그것은 끊임없이 밀려오는 플러스 에너지의 중심에 꼭꼭 틀어박혀서 압축될대로 압축되어있다. 그것은 부의에너지와 원한령을 끌어모으는 핵이 되어서 그것이 읽혀지는 곳 주변의 망령들을 끌어모은다. 그렇게 해서 만들어진 존재가 "사탄"이다.
사실 사탄이라는 존재는 따로 있었다. 그는 구약성서의 근간을 이루는 유대신화에 등장하는 악마다. 인간이 그에게 보내는 공포와 혐오의 사념이 뭉쳐서 만들어진 사념응집체에 불과했고, 크리스트교가 퍼지기 전까지 그것은 유지되고 있었다.
하지만 중세, 피로 물든 카톨릭의 역사가 성경속의 "괴물"을 만들어 냈고, "괴물"은 성경이 읽혀질때 등장하는 "사탄"을 흡수해버렸다. 가장 불완전한 완벽함(666)을 이루는 그 괴물이야 말로 내가 성경읽는 자를 두려워 하는 가장 큰 이유다.
내가 원한령이었을 때, 의사놈이 읽는 성경구절이 발산하는 플러스에너지에 심각한 데미지를 입었을 때, 그 성경구절의 언령 속에서, 아주 강한 한과 절망의 집합체가 나를 유혹했다. 하나가 되자고.
하마터면 그 유혹에 넘어갈 뻔 했지만, 의사놈의 평화로운 면상을 보는 순간, 내 불쌍한 자지에 대한 불쌍함과, 내 불쌍한 처지에 대한 분노가 새록새록 솟아올랐다. 그리고 그 유혹과 플러스 에너지의 공격을 극복해내고 나는 한층 더 성장할 수 있었지.
그 뒤로는 나도 성경에 별 영향을 받지 않는다. 경축할 일이다.
말이 잠시 딴 길로 샜는데, 어쨌거나 의사놈의 가정은 아주 독실한 크리스챤이며, 몇대조 부터 쭉 크리스챤이었다고 한다. 덕분에 나는 조상신의 방해를 받을 일이 없었으니 어떤 면에선 잘된 일이다.
의사놈의 마누라는 정말 예뻤다. 남의 남자로서의 인생과, 인간으로서의 인생을 한꺼번에 날린놈이 정말 복받은 것이다. 그 뿐만이 아니다. 중학생인 딸은 머리도 좋고 공부도 잘하고 얼굴도 예쁘다. 개새끼.
나는 내 원한에 대한 복수와, 내 남성에 대한 복수. 그리고 내 못다이룬 한을 풀기 위해서라도, 그놈을 괴롭히고, 그놈의 마누라와 딸년을 괴롭히고, 가정을 파탄낼 의무가 있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이 의사놈을 최대한 불행하게 만들고, 기를 최대한 뺄 필요가 있다. 더불어 그가 종교에 실망하도록 만들 필요성도 있다. 그래서 나는 그의 귀에 대고 그의 무의식을 향하여 속삭이는 것이다. "넌 죽일 놈이다. 너는 한 남자의 인생을 망쳤다. 너는 좀더 죄책감을 느끼지 않으면 안된다. 너 같은 놈은 길가다 자빠져 죽어야 한다. 너 같은 놈은 나처럼 고자가 되지 않으면 안된다."등등, 최근에 성과가 있는지 발기가 잘 안되는 모양이다. 하지만 비뇨기과 의사라 그런지 해결책에 너무 밝다. 빌어먹을 새끼.
[너는 개새끼다. 개처럼 왈왈 짖어라. 너는 악마같은 놈이다. 성경책을 찢어버려라. 너는 한 남자의 인생을 망쳐놓고 죄책감도 느끼지 않는 냉혈한이다. 넌 좀더 죄책감을 느껴야 한다. 너같은 놈은 접싯물에 코를 박고 죽어야 하고, 길가는 차에 뛰어들어 죽어야 하며, 높은 고층빌딩에서 떨어져 죽어야 하며, 스스로 목을 메고 죽어야 하고, 손목을 긋고 자살해야 하며, 딸과 마누라를 간살해야 하는 의무를 띄고 있다. 너는……]
나는 언제나 처럼 놈의 귀에 대고 저주의 말을 속삭였다. 지루한 행위이지만, 동시에 나의 한을 더욱더 깊게 만들고 놈의 운을 조금씩 조금씩 빼앗아가는 아주 중요한 행위이다.
그래, 나는 이렇게 일상을 보낸다. 복수라는 달콤한 열매를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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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프롤로그 2개만 올려놨었는데 소라넷 접속이 안 되더라고요. 그래도 최근에 방법을 찾아서 돌아왔습니다.
조아라 노블레스에도 연재하고 있고요, 거기 올리고 한 이틀에서 사흘 정도 뒤에 여기도 올라올 겁니다.
그래도 일단 조아라에 올린 만큼은 다 올리죠.
[어이~ 몽달귀신. 잡신이 榮摸?]
평소 알고지내던 물귀신이 인사한다. 하수구에 빠져 죽은게 한이 榮募?이 물귀신은 하수도 물귀신 영감으로 불린다. 꽤나 오래전에 물귀신이 되었다던데 아직도 한을 못풀었다. 물귀신임에도 불구하고 단 한명도 물에 끌어들여 죽인 적 없기에 살풀이를 할 무당도 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내가 제일 궁금한 점은 왜 물귀신이면서 아무짓도 안하고 허송세월 하느냐는 거다. 자고로 물귀신은 물가에 오거나 물안에 오는 사람들의 무의식에 간섭해서 그들을 물에 빠지게 만드는 것이 일이다. 평범한 부유령이나 지박령은 절대로 못하는 일이지만 물귀신은 지방령중에서도 꽤나 강한 힘을 가지고 있기에 아주 손십게 할 수 있다. 만약 나였다면 맨홀뚜껑을 벗겨서 한 두명씩 잡아족치리라.
어쨋든 나는 하수도 물귀신영감에게 대답하기로 했다.
[그렇수다. 이제 힘을 더 모으면 가위 따위가 아닌 좀더 확실한 복수를 할 수 있게 되겠지. 크크큭]
그렇다! 복수! 나도 이제 복수를 "할 힘을 기를 자격"을 얻게 되었다. 얼핏 보기에는 "뭐 저런걸 가지고 기뻐하냐."라고 말하겠지만 사실 이건 꽤나 대단한 일이다.
부유령이 자신의 한을 잊지 않고 계속해서 쌓아가다보면 원한령이 된다. 그 원한령이 자아를 되찾으면, 그는 잡신이 된다. 그것이 영혼세계의 법칙이다.
나는 조금 특이한 케이스다. 원한령이 되기 전의 원한을 가진 부유령 상태로 있다가 피시방에서 내가 나왔던 뉴스를 캡쳐한 것을 보고 자아를 되찾았다. 그 순간 "자아를 가진 부유령"이라는 애매한 존재가 되었고, 부유령 상태에서 쌓인 한은 자아를 되찮는 순간 급격히 증가해서 원한령이 되었고, "자아를 가진 원한령"이 잡신이 된다는 영혼세계의 법칙이 되어서 잡신이 되었다.
원한령은 물리력을 발할 수 있는 귀신이다. 다만 아무리 한이 깊어봐야 원한령은 손톱만한 종이 한장밖에 들어 올릴 수 없다. 하지만 근처에 있는 사람에게 부의에너지를 전달하고, 자신이 원하는 대상의 무의식에 간섭해 저주할 수 있다.
하지만 잡신은 그런 원한령의 힘을 훨씬 뛰어넘는다. 잡신의 물리력은 한에 따라 다르지만 잡신이 된지 얼마 안 된 나도 동전 하나정도는 들 수 있다. 그런 잡신이 계속해서 한을 쌓으면 사람도 들었다 놓았다 할 수 있게 된다. 그 뿐만 아니다. 잡신의 한이 깊어지고 대상자의 양기(플러스 에너지)가 쇠하게 되면 잡신은 그에게 빙의할 수 있다. 그것이 잡신이 "령"이 아닌 "신"으로 분류되는 까닭이다.
그러니 이제 잡신이 된 나는 나를 죽인 그 빌어먹을 의사놈에게 복수 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허허, 그런가. 나도 물귀신이긴 하지만 사람을 잡아족친다는 게 영 꺼림칙해서 말이지. 뭐 날 맨홀에 밀어 넣은 놈이 나타난다면 전력을 다하겠지만 아무 상관없는 놈들은 안 건드릴겨.]
하수도 물귀신 영감이 대답했다. 그런가, 하긴 같은 영혼이라고 해도 다 성격이 다르니까. 하수도 물귀신 영감은 생전에 착하게 살았나보다.
[그렇수? 뭐 나는 이만 가보겠수다.]
말 통하는 영혼 옆에서 한을 쌓는 건 효율이 않좋다. 나는 장소를 조금 옮기기로 마음먹었다.
[그래, 잘가게. 나는 지나가는 처자들 팬티나 구경하겠네.]
크크크, 내가 보기에 영감이 저승 못가는 건 여자랑 인연이 별로 없어서 그럴것이다. 뭐, 나도 마찬가지지만.
나는 뭘 할까 고민하다가 나를 죽인 의사놈이나 저주하러 가기로 마음먹었다. 아까부터 언급했지만, 나는 나를 죽인 의사놈을 기억하고 있다. 그래서 원한령 시절엔 매일 밤 그의 가슴을 꾹꾹 누르며(그래봐야 종이한장 눌리는 물리력이지만) 가위눌림을 경험시켜주곤 했다. 처음에는 즐거웠다. 녀석은 매일밤 잠을 설쳐서 사회생활도 힘들어졌고, 나에대한 죄책감도 더 커져만 갔을테니까.
한때는 말이다.
하지만 요즘들어 녀석은 내가 누르는 가위를 이용해먹기 시작했다. 뭐였더라? 자각몽이었더라? 내 가위를 역이용해서 그녀석은 자신이 꾸고 싶은 꾸기 시작한 것이다. 본래 망자가 생자에게 가할수 있는 힘은 표면의식이 가장 약해져 있을 때, 그의 무의식에 나에대한 공포를 심어놓은 뒤, 수면마비를 일으키는 것이나 언령을 이용한 저주를 끊임없이 가하는 것 외에는 아무것도 없다. 그것이 이승과 저승, 그 어느곳에도 존재하지 않는 우리와 같은 영혼들의 법칙이다. 그런데 자각몽은 무의식과 표면의식들 동시에 활성화 시키는 방법이다. 표면의식이 활성화 된 상태에선 고위 잡신이 아닌 이상 무의식에 간섭할 수 없다. 심지어 그 고위잡신조차 기가 약한 사람에게나 잠깐 빙의하는 것 뿐이다.
그러니까, 우리는 사실 세상에 대해서 별다른 힘을 쓸 수 없다는 소리다.
간혹 조상의 묘를 잘 써서 성공했다고 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것도 사실 별것 아니다. 조상신이라는 존재는 우리 잡신과 같은 급에 속한다. 장례식을 치르고 난 뒤에는 망자에 대한 별다른 의식을 치르지 않는 서양과 달리, 한국에서는 때맞춰 제사를 지내고, 명절마다 차례를 지낸다. 그것은 강한 사념에너지로, 그 대상인 영혼에게 그대로 전달된다. 그가 저승에 있든 있징않든 상관없이 말이다.
환생? 환생은 한 사람이 그와 깊은 인과관계에 있는 이들에게 잊혀지는 순간에 일어난다. 만약 연고가 없는 사람이 죽으면 그는 저승에 가는 순간 환생하게 되는 것이고,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사람의 경우, 사후에도 저승에서 그에게 전달되는 사념에너지를 받으며 영혼의 힘이 강해지게 된다.
어쨌거나, 힘이 강해진 조상신은 자신의 생전의 가치관에 따라, 자신의 사후처리가 만족스럽다면 자손들에게 언령을 이용한 축복을 계속하거나, 무의식에 간섭해서 좋은 꿈을 꾸게 만든다. 좋은 꿈에 대한 믿음은 "시간의 기록"에 접근하는 법이고 말이다. 그러면 축복을 받은 이는 운수가 트이고, 꿈을 꾸게 된 이는 로또나 복권에 당첨되는 일이 있다. 다 인과의 고리로 통해 있는 것이다.
나도 그런 방법으로 그 의사놈을 저주하고 있지만, 생각만큼 잘 되지는 않는다. 기껏해야 길가다가 발이 걸려 넘어지는 거랑, 남대문 올리는 걸 깜빡하게 해서 망신당하게 하거나 하는 정도? 최근에 남대문이 불탄적 있는데, 거기에 영감을 얻어 담배 불씨를 움직여 의사놈의 남대문에 불을 붙이려다 실패한 기억도 있다. 500원 짜리 동전 하나 들 힘으로는 성냥도 라이터도 켜지 못하니 슬플 뿐이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가 보니 그 의사놈의 집에 도착했다. 의사놈은 정말 모범적일정도로 행복한 가정의 표본을 가지고 있다. 빌어먹을 새끼. 밤에 자기 전에 항상 기도를 하고, 성경을 읽는 개새끼다. 내가 그놈의 성경이랑 기도때문에 한때는 그놈 근처에 갈때마다 정신적인 타격이 너무 컸었다.
성경, 그 빌어먹을 책은 온통 모순투성이로 가득한데다가 별 되도 않는 소리를 지껄여놓은 문체 어려운 동화책에 불과하다. 하지만 빌어먹을 "신앙"이라는 놈이 성경이라는 글자 자체의 언령에 간섭해서 플러스 에너지를 가득 심어 놓은 것이다. 창작당시부터 철학적 논제와 세계의 이해, 고통에서의 해방을 물고 늘어지는 불경과는 다른 원리로 나같은 잡신에게 해를 끼친다. 기도? 기도는 성경을 유령이 기피하는 물건 2호로 만든 원흉이다. 그거라고 몸(?)에 이롭겠는가.
그런데 성경의 강력함은 그게 끝이 아니다.
성경은 성경의 이름으로 죽은 사람의 부의에너지도 함깨 포함하고 있다. 그것은 끊임없이 밀려오는 플러스 에너지의 중심에 꼭꼭 틀어박혀서 압축될대로 압축되어있다. 그것은 부의에너지와 원한령을 끌어모으는 핵이 되어서 그것이 읽혀지는 곳 주변의 망령들을 끌어모은다. 그렇게 해서 만들어진 존재가 "사탄"이다.
사실 사탄이라는 존재는 따로 있었다. 그는 구약성서의 근간을 이루는 유대신화에 등장하는 악마다. 인간이 그에게 보내는 공포와 혐오의 사념이 뭉쳐서 만들어진 사념응집체에 불과했고, 크리스트교가 퍼지기 전까지 그것은 유지되고 있었다.
하지만 중세, 피로 물든 카톨릭의 역사가 성경속의 "괴물"을 만들어 냈고, "괴물"은 성경이 읽혀질때 등장하는 "사탄"을 흡수해버렸다. 가장 불완전한 완벽함(666)을 이루는 그 괴물이야 말로 내가 성경읽는 자를 두려워 하는 가장 큰 이유다.
내가 원한령이었을 때, 의사놈이 읽는 성경구절이 발산하는 플러스에너지에 심각한 데미지를 입었을 때, 그 성경구절의 언령 속에서, 아주 강한 한과 절망의 집합체가 나를 유혹했다. 하나가 되자고.
하마터면 그 유혹에 넘어갈 뻔 했지만, 의사놈의 평화로운 면상을 보는 순간, 내 불쌍한 자지에 대한 불쌍함과, 내 불쌍한 처지에 대한 분노가 새록새록 솟아올랐다. 그리고 그 유혹과 플러스 에너지의 공격을 극복해내고 나는 한층 더 성장할 수 있었지.
그 뒤로는 나도 성경에 별 영향을 받지 않는다. 경축할 일이다.
말이 잠시 딴 길로 샜는데, 어쨌거나 의사놈의 가정은 아주 독실한 크리스챤이며, 몇대조 부터 쭉 크리스챤이었다고 한다. 덕분에 나는 조상신의 방해를 받을 일이 없었으니 어떤 면에선 잘된 일이다.
의사놈의 마누라는 정말 예뻤다. 남의 남자로서의 인생과, 인간으로서의 인생을 한꺼번에 날린놈이 정말 복받은 것이다. 그 뿐만이 아니다. 중학생인 딸은 머리도 좋고 공부도 잘하고 얼굴도 예쁘다. 개새끼.
나는 내 원한에 대한 복수와, 내 남성에 대한 복수. 그리고 내 못다이룬 한을 풀기 위해서라도, 그놈을 괴롭히고, 그놈의 마누라와 딸년을 괴롭히고, 가정을 파탄낼 의무가 있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이 의사놈을 최대한 불행하게 만들고, 기를 최대한 뺄 필요가 있다. 더불어 그가 종교에 실망하도록 만들 필요성도 있다. 그래서 나는 그의 귀에 대고 그의 무의식을 향하여 속삭이는 것이다. "넌 죽일 놈이다. 너는 한 남자의 인생을 망쳤다. 너는 좀더 죄책감을 느끼지 않으면 안된다. 너 같은 놈은 길가다 자빠져 죽어야 한다. 너 같은 놈은 나처럼 고자가 되지 않으면 안된다."등등, 최근에 성과가 있는지 발기가 잘 안되는 모양이다. 하지만 비뇨기과 의사라 그런지 해결책에 너무 밝다. 빌어먹을 새끼.
[너는 개새끼다. 개처럼 왈왈 짖어라. 너는 악마같은 놈이다. 성경책을 찢어버려라. 너는 한 남자의 인생을 망쳐놓고 죄책감도 느끼지 않는 냉혈한이다. 넌 좀더 죄책감을 느껴야 한다. 너같은 놈은 접싯물에 코를 박고 죽어야 하고, 길가는 차에 뛰어들어 죽어야 하며, 높은 고층빌딩에서 떨어져 죽어야 하며, 스스로 목을 메고 죽어야 하고, 손목을 긋고 자살해야 하며, 딸과 마누라를 간살해야 하는 의무를 띄고 있다. 너는……]
나는 언제나 처럼 놈의 귀에 대고 저주의 말을 속삭였다. 지루한 행위이지만, 동시에 나의 한을 더욱더 깊게 만들고 놈의 운을 조금씩 조금씩 빼앗아가는 아주 중요한 행위이다.
그래, 나는 이렇게 일상을 보낸다. 복수라는 달콤한 열매를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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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프롤로그 2개만 올려놨었는데 소라넷 접속이 안 되더라고요. 그래도 최근에 방법을 찾아서 돌아왔습니다.
조아라 노블레스에도 연재하고 있고요, 거기 올리고 한 이틀에서 사흘 정도 뒤에 여기도 올라올 겁니다.
그래도 일단 조아라에 올린 만큼은 다 올리죠.
최고관리자
가입일 | 2016-08-11 | 접속일 | 2024-11-0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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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명 | 황진이-19금 성인놀이터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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