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와 다르지 않게 밥을 먹고 나가야할 성호가 의자에 앉아 가만히 있자 엄마는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
"성호야 왜 그러니? 무슨 일 있는거야?"
"저기..엄마.."
"왜 그러는데..말해보렴.."
"학교에서 엄마 오래요.."
"학교? 무슨 일 있는거야?"
"그게...휴..."
성호는 차마 무슨 일이 있는지 입 밖으로 뱉을 수가 없었다. 너무나 억울하기도 했지만.. 엄마가 나의
말에 너무 실망할 것 같아서... 그런 성호를 보고 눈치를 챈 엄마는 더 이상 성호에게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그래..알았어..우리 아들..있다 그럼 보자 언제까지 가면 되니?"
"점심 시간 마치고 오세요.."
"그래..가서 연락할께 얼른 학교가렴 늦겠다"
"네에...다녀올께요.."
성호는 축 쳐진 어깨를 하고 힘없이 걸어나갔다. 버스정류장으로 걸어가며 계속 바보같은 생각만이 들었다.
"나처럼 바보같은 아이가 있을까...멍청이..바보..맨날 당하고...바보같아.."
성호의 눈에는 또 다시 눈물이 고여있었다.
"안 울꺼야..울면 안돼..난 어린애가 아니니까..그래 괜찮아.."
억지로 마음을 추스리며 평소와 다름없이 버스에 올라탄 성호는 앞에서부터 뒤로 천천히 가며 그녀가 탔나
둘러보았지만 오늘도 역시 그녀는 보이지 않았다.
"휴..오늘도군..나보다 더 일찍 타는건가...보고싶은데.."
안 그래도 어제일로 아침부터 계속 우울하던 성호의 기분은 그녀를 오늘도 보지 못하자 더욱 우울해졌다.
하지만 계속 우울해하고 있을 수는 없었기에 겨우 마음을 다 잡고 힘을 내서 교실 안으로 들어갔다. 성호가
들어가자 민규는 성호에게 다가가 어깨를 툭 쳤다.
"야~ 엄마 오라고 했냐?ㅋㅋㅋ"
"어어.."
"어이구~ 엄마가 우리 마마보이 걱정이 많겠어~ㅋㅋ 안 그러냐?ㅋㅋㅋㅋㅋ"
"그렇지~!! 아직 기저귀도 하고 다니는 거 아냐?"
"아니야.."
"확인해보자~ 확인해보자고!"
"왜..왜 이래"
아침부터 민규패거리는 또 다시 성호를 괴롭히기 시작했다. 민규의 꼬봉인 두 녀석은 성호의 양 쪽 팔을
붙잡고 민규는 성호의 바지를 벗기기 시작했다.
"하지마..하지마!!"
"이 새끼가 누구한테 소리를 질러!"
민규는 성호의 배에다가 주먹을 꽂았다. 그러자 힘이 빠진 성호가 축 늘어져버렸다.
"ㅋㅋ 이제 조용하고 좋네~"
민규는 벨트를 다 풀고나서 성호의 바지와 팬티를 동시에 내려버렸다.
"이야~ 새끼 시커멓게 털 졸라 많네~"
"민규야 우리도 좀 보자~ 오~~ 기저귀는 안 찼네~ㅋㅋㅋ"
"그러네~ 기저귀는 없네~ 자지는 제법 크고~ㅋㅋ"
"하지마..그만해..흐흑.."
"아놔~ 사내새끼가 울기는~ 재수없게~ 퉤!"
민규는 성호의 어깨에 침을 뱉어버리곤 패거리와 함께 사라져갔다.
박민규...그 악몽같은 놈을 처음 만난건 중학교1학년때였다. 같은 반이었던 녀석은 1학년때부터
지독히도 성호를 괴롭혀댔다. 그리고 1년간의 지독한 괴롭힘에 벗어나서 2학년때 조금 숨통이 트일무렵
3학년이 되어서 다시 같은 반이 되었다. 정말 지독한 인연..아니 악연이었다... 성호는 그렇게 중학교시절
2년동안 티비에서 말하는 왕따가 되어 지독히도 괴롭힘을 당했다. 그리고 겨우 그 기억들을 잊고
고등학생이 되면 괜찮겠지했는데...또 다시 그 놈을 만난 것이다.. 이제 이런 일들이 너무 익숙해져
비참하지도..억울하지도 않았지만..정말 이런 생활에서 벗어나고 싶었다. 정말...
왕따란 항상 그렇듯 민규에게 성호가 그런 일을 당하면 도와주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선생님에게 말하는
사람도 없고.. 아니 차라리 그런 성호를 보며 바보같다고 비웃고, 욕하지 않는 것도 감사할 정도였다.
성호는 얼른 일어나 눈물을 닦고, 옷을 추스리며 화장실로 가서 민규가 교복에 뱉은 침을 닦았다.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보자 어찌나 바보같은지...거울을 깨버리고 싶었다. 그럴 용기도 없는 놈이지만..
자리에 돌아오자 1교시 수업이 시작되었고..그만 멈췄으면 싶은 시간이 너무나 빨리 흘러가고 있었다.
성호는 오전수업이 한 시간 한 시간 끝날때마다 너무 불안했다. 조금 있으면 엄마가 올 시간이기에..
"아..그냥 여기서 멈췄으면..아니면 엄마가 일이 있어서 안 왔으면..."
하지만 그건 성호의 바람일뿐.. 성호가 점심을 먹고 화장실에 갈 무렵 엄마에게서 전화가 왔다.
"엄마.."
"어 성호야..밥 다 먹었니? 교무실 앞인데.."
"네..먹었어요..내려갈께요.."
성호는 잔뜩 시무룩한 얼굴로 교무실 앞으로 터덜터덜 걸어갔다. 교무실 앞에는 너무나 예쁘고
사랑스러운 엄마가 서 있었다. 바보같은 나와는 다른 너무 예쁜 우리 엄마...
엄마는 성호의 어깨를 포근히 감싸쥐어주고는 성호의 손을 잡고 교무실 안으로 들어갔다. 그러자
불안하던 성호의 마음은 갑자기 왠지 모르게 따뜻해진 느낌이 들었다. 너무나 편안한 느낌..
성호는 엄마와 함께 국사선생님 앞으로 갔다. 하루가 지나서 그런건지..선생님이 성호를 바라보는
눈빛은 많이 누그러져 있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그냥 넘어갈 일은 아니었다. 선생님은 성호와 엄마가
앉자마자 이야기를 시작했다. 차마 듣기스런 억울한 이야기...
잠깐의 선생님의 이야기가 끝이나고..엄마는 계속 죄송하다는 말만 반복했다..이번만 용서해달라고..
너무나 억울했다..난 잘못한게 하나도 없는데..성호는 눈물이 왈칵 쏟아져나올것 같았지만..그러면 더욱더
바보같을거 같아 이를 악물어 간신히 눈물이 날려는걸 참았다. 그리고 두 분의 대화가 끝이 나고 성호는
선생님께 죄송하다는 말과 함께 엄마의 손을 잡고 밖으로 나왔다. 엄마는 성호에게 잠시 이야기를 하자며
운동장의 벤치로 데려갔다.
"성호야..여기 앉으렴.."
"네에...죄송해요..이런 일로.."
"성호야...정말 니가 그런거니.."
"그...그게...흐흑..."
성호는 결국 참았던 눈물이 터지고 말았다. 혼낼줄 알았는데..너무나 따뜻한 엄마의 말을 듣자 눈물이
터져나와 한없이 성호의 뺨을 타고 흘렀다.
"그래...그래..우리 성호가 그럴 아이가 아니지.."
"죄송해요..엄마..흐흑..제가 바보같아서...흐흐흑.."
"아니야..우리 성호가 왜 바보같아...이 학교에도 성호 괴롭히는 아이가 있니..."
"그게...민규가..."
"휴...그 아이가 또 같은 학교인거구나.."
"네에..."
"성호야..전학갈까?"
"그게...아뇨..싫어요.."
"왜? 힘들지 않어..그냥 전학가도 아무도 너에게 뭐라고 하지 않어..바보같다고 생각해서
그런거라면 괜찮아.."
"그게 아니에요..그냥 제가 이겨내볼께요.."
"그럴 수 있겠니..중학교 때도.."
"그땐 어렸잖아요..이젠 저도 고등학생이에요..잘 할 수 있어요.."
"그렇다면 다행이지만.."
"믿어주세요...이제 이렇게 바보같이 울 지도 않을께요.."
"그래...니 생각이 그러면 그렇게 하려무나.."
"네에...엄마.."
"그럼 엄마는 그만 가볼께..우리 아들 있다 봐요.."
"네에..엄마 운전 조심해서 들어가요.."
엄마는 운동장을 가로질러 성호는 한참을 엄마의 모습이 사라질 때까지 운동장을 바라봤다. 엄마의
모습이 완전히 사라지고 성호는 자리에 털석 주저앉아 머리를 감싸쥐었다.
"전학을 갈껄 그랬나..내가 왜 그런 바보같은 대답을 한 거지..뭘 잘 할 수 있다고.."
정말 전학이 가고싶다는 생각이 간절히 들었다. 그래서 엄마의 입에서 그런 말이 나왔을 때 너무나
기뻤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떠오르는 한 사람의 얼굴이 있었다. 내 맘 속의 천사같은 사람은 엄마
하나라고 생각하던 성호에게 다가온 또 하나의 천사...이수빈..그녀의 얼굴이 떠올랐다. 다른 곳으로
전학을 가면 수빈이를 볼 수 없다는 생각에 도저히 전학을 간다는 말이 나오지 않았던 것이다.
"어떻게 해야되지..어떻게..흐흑..모르겠어.."
항상 이런 상황이면 눈물이 흐르곤 했다. 바보같이..남자답지 않게..왜 이리 약한건지... 아까 그렇게
울고도 아직 눈물이 남은건지 성호의 눈에선 계속해서 눈물이 흘러나왔다. 그 때 갑자기 뒤에서 누군가
성호의 어깨를 잡았다. 성호는 민규인가 싶어 깜짝 놀라 뒤를 돌아봤다.
"왜 그리 울어요.."
이럴수가....그녀였다...이수빈..그렇게 보고싶었던 그녀가 나의 뒤에 서 있을 줄이야..
"네? 네..저 그게.."
성호는 수빈이 앞에서 울고 있는 바보같은 모습을 보였다는 생각에 서둘러 소매로 눈을 쓱쓱 닦아
눈물자국을 없앴다.
"눈 아프게 왜 그래요...여기 손수건이요.."
수빈이는 성호의 손을 펴 손수건을 손에 쥐어주었다. 순간 성호는 온 몸에 짜릿한 전기가 통하는걸 느꼈다.
"아...아..고마워요.."
"네에..뭘요..어! 종쳤다~ 있다가봐요"
성호는 순간 입에서 아쉬움의 탄식이 흘러나왔다. 몇 주만에 겨우 보는 얼굴인데 하필 그 순간에
수업종이 치냐는 말이다!! 멍하게 있다 성호는 갑자기 번뜩 손수건을 돌려줘야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기요!! 손수건요~"
"있다 돌려줘요~ 저 1학년 4반이에요~~"
수빈이는 그 말과 함께 저만치 사라지고 있었다.
"1학년 4반...4반...전 9반이에요..."
멍하게 수빈이가 사라진 곳을 보고 있던 성호의 눈에 갑자기 불꽃이 번쩍 튀었다.
"야~ 임마!! 뭐해 너? 수업 안 들어가냐?"
체육 선생님이 몽둥이로 머리를 때린 것이었다.
"네?네네~ 들어갈게요"
멍하게 서 있다 체육선생님에게 한 대 맞고서야 교실로 들어간 성호는 들어가자마자 뒤로 나가서
벌을 서야했다. 조금만 늦어도 화를 내는 깐깐한 수학선생님시간이었기때문이다. 그런데 성호가
10분이나 늦었으니..화를 안 내는게 이상한 일이었다. 하지만 성호는 벌을 서는 것 따위는 안중에도
없었다. 꿈에도 그리던 그녀를 보고, 좀 있으면 다시 볼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정말 기분이
날아갈 것만 같았다. 여기가 교실이 아니라면 껑충껑충 뛸 지도 모를 성호였다.
하지만 머피의 법칙인지..오전에는 그리 가지 말라던 시간이 그리 빨리가더니..오후가 되자 빨리 좀
가라는 시간은 지독히도 천천히 흘러 성호는 기다리던 시간이 지루해 미칠 것만 같았다. 그리고 길고 힘든
오후수업이 끝나고 담임선생님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성호는 가방을 들고 총알처럼 튀어나갔다. 혹시나
4반은 수업이 먼저 끝나고 갔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기때문이다. 다행히 4반에 들어가자 담임선생님의
말씀이 아직 끝나지 않은 상태였고, 성호는 안도의 한숨을 쉬며 그녀가 나오기를 기다렸다. 그리고 기다리던
그녀가 학생들 사이로 빠져나오는게 보였다. 성호를 알아본 수빈이는 성호를 보며 미소를 지었다.
"기다리고 있었네요~"
"네..좀 빨리 마쳐서.."
"같은 1학년이에요??"
"네~ 이름표 색깔 같은데.."
"아아~~ 그랬구나~ 난 유심히 안 봐서 몰랐네요..헤헷.."
"네..뭐 그럴수도 있죠"
"그럼 일단 내려가요~ 계속 교실 앞에 서 있을꺼에요?"
"네? 아~ 네 내려가요.."
성호는 넋을 잃고 수빈이를 보다 수빈이의 말에 가까스로 정신을 차리고 수빈이를 따라 내려갔다.
"근데 우리 반 말 하면 안되나? 같은 학년이면~"
"어~ 그렇게 해~"
"이름이 성호네~ 난 수빈이~"
"어~ 알고 있어~"
"알고있다고?? 어떻게 알어??"
순간 성호는 마땅히 대답할 말이 생각나 한참을 망설였다. 왠지 그 때 버스의 그 남자 그러면 그걸
아직도 기억하냐며 스토커 취급을 할 꺼 같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운이 좋은건지 성호가 멍하니 있는동안
수빈이는 혼자서 대답을 하고 있었다.
"아~~ 아까 이름 봤구나? 그치?"
"어어~ 그랬어~"
"기억력 좋네~ 그걸 그새 기억했어?"
"어어~ 고마워서..손수건도 주고..아~ 손수건은 빨아서 줄께"
"안 그래도 되는데~"
"아냐..빨아서 줄께 이제 반도 아는데"
"그럼 그렇게 해주든지~ 근데 너 어디로 가서 버스 타?"
"나 106번타고 가는데"
"그래?? 나랑 같네?"
당연한 일이었다. 다만 성호는 기억하고, 수빈이는 기억못할뿐..그런데 이런 저런 얘기를 하다보니
성호와 수빈이는 같은 버스에 사는 곳도 같은 아파트였다. 다만 동만 다를뿐..
"우와~ 그럼 우리 같은 아파트 식구네~ 앞으로 친하게 지내~ 히힛~"
"어~ 그러자~ 신기하다..같은 아파트였구나~"
"그러게~ 앞으로 같이 등하교해도 되겠네"
성호는 수빈이의 그 말에 모든 걸 다 가진듯 너무나 행복했다.
"와우!!! 이제 그럼 수빈이 매일 보는거야!! 너무 좋아!! 미칠 것 같다구~"
성호는 감정을 잘 못 숨기는 편이었기에 이미 성호의 입엔 함박웃음이 걸려있었다.
"뭐야?? 왜 그렇게 좋아해?? 나랑 등교한다니까 그렇게 좋아?ㅋㅋ 나도 동네친구 생겨서 좋긴한데
너무 좋아하신다~"
"어어..그게 친구가 아직 많이 없어서"
"하긴~ 그건 나도 그래~ 앞으로 친하게 지내자~"
"그래~ 알았어"
성호와 수빈이는 버스를 타고가며, 가족이야기며 학교이야기며 처음 만난 사이인데도 스스럼없이
오만가지 이야기를 해댔다. 버스에서 내려 아파트 입구에 도착하자 성호는 조금 더 같이 있고 싶은데
헤어져야 한다는 생각에 몹시 아쉬웠다. 하지만 못내 그런 말을 입 밖으로 낼 수는 없었다.
"더 얘기 하고 싶은데~ 아쉽당..나 학원 가야 해서"
"어어~ 그럼 얼른가~ 내일 봐"
"그래~ 아까 저장한 폰 번호로 내일 아침에 연락할께~ 안 그래도 맨날 학교 늦는다고 엄마한테
혼나는데 잘됐다~ 히힛~ 있다봐~"
수빈이는 성호가 가지 않고 멍하게 있자 아파트에 들어가다 몇 번씩 성호를 보며 미소를 지었다. 왠지
너무 착해서..바보같기도 하고..왠지 지켜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기때문이다. 그에 반면 성호는
수빈이가 돌아보며 미소를 지을때마다 심장이 터질것만 같았다. 그냥 있어도 예쁜 수빈이가 저렇게
웃을때마다 더욱 더 예뻐보였기때문이다. 수빈이가 사라질때까지 멍하게 서 있던 성호는 수빈이가
완전히 사라지고서야 천천히 걸어들어갔다. 집에 도착해 문을 열고 들어가자 엄마는 환한 미소로
성호를 맞이했다.
"우리 아들~ 수고 많이 했어~ 근데 무슨 기분 좋은 일있어?? 표정이 좋네"
"네??아~ 네..하핫..그냥 기분 좋게 살아야죠~ 그쵸? 엄마~"
"그래~ 그거야 맞지..하튼 성호가 기분좋다니까 엄마도 기분 좋네~ 얼른 씻고 밥먹으렴"
"네에~ 그럴께요.."
천사..수빈이...성호의 마음 속에 또 다른 천사가 생긴 날이었다.
ps. 자유게시판에 글을 하나 올렸습니다. 여러분들의 의견을 듣고자 작성한 글이니 보시고 번거럽더라도 많은
의견 달아주세요~^^ 오늘도 글 보시고 나갈 때 추천, 댓글 아시죠??ㅎㅎ 제게 많은 힘을 주세요~~^^
"성호야 왜 그러니? 무슨 일 있는거야?"
"저기..엄마.."
"왜 그러는데..말해보렴.."
"학교에서 엄마 오래요.."
"학교? 무슨 일 있는거야?"
"그게...휴..."
성호는 차마 무슨 일이 있는지 입 밖으로 뱉을 수가 없었다. 너무나 억울하기도 했지만.. 엄마가 나의
말에 너무 실망할 것 같아서... 그런 성호를 보고 눈치를 챈 엄마는 더 이상 성호에게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그래..알았어..우리 아들..있다 그럼 보자 언제까지 가면 되니?"
"점심 시간 마치고 오세요.."
"그래..가서 연락할께 얼른 학교가렴 늦겠다"
"네에...다녀올께요.."
성호는 축 쳐진 어깨를 하고 힘없이 걸어나갔다. 버스정류장으로 걸어가며 계속 바보같은 생각만이 들었다.
"나처럼 바보같은 아이가 있을까...멍청이..바보..맨날 당하고...바보같아.."
성호의 눈에는 또 다시 눈물이 고여있었다.
"안 울꺼야..울면 안돼..난 어린애가 아니니까..그래 괜찮아.."
억지로 마음을 추스리며 평소와 다름없이 버스에 올라탄 성호는 앞에서부터 뒤로 천천히 가며 그녀가 탔나
둘러보았지만 오늘도 역시 그녀는 보이지 않았다.
"휴..오늘도군..나보다 더 일찍 타는건가...보고싶은데.."
안 그래도 어제일로 아침부터 계속 우울하던 성호의 기분은 그녀를 오늘도 보지 못하자 더욱 우울해졌다.
하지만 계속 우울해하고 있을 수는 없었기에 겨우 마음을 다 잡고 힘을 내서 교실 안으로 들어갔다. 성호가
들어가자 민규는 성호에게 다가가 어깨를 툭 쳤다.
"야~ 엄마 오라고 했냐?ㅋㅋㅋ"
"어어.."
"어이구~ 엄마가 우리 마마보이 걱정이 많겠어~ㅋㅋ 안 그러냐?ㅋㅋㅋㅋㅋ"
"그렇지~!! 아직 기저귀도 하고 다니는 거 아냐?"
"아니야.."
"확인해보자~ 확인해보자고!"
"왜..왜 이래"
아침부터 민규패거리는 또 다시 성호를 괴롭히기 시작했다. 민규의 꼬봉인 두 녀석은 성호의 양 쪽 팔을
붙잡고 민규는 성호의 바지를 벗기기 시작했다.
"하지마..하지마!!"
"이 새끼가 누구한테 소리를 질러!"
민규는 성호의 배에다가 주먹을 꽂았다. 그러자 힘이 빠진 성호가 축 늘어져버렸다.
"ㅋㅋ 이제 조용하고 좋네~"
민규는 벨트를 다 풀고나서 성호의 바지와 팬티를 동시에 내려버렸다.
"이야~ 새끼 시커멓게 털 졸라 많네~"
"민규야 우리도 좀 보자~ 오~~ 기저귀는 안 찼네~ㅋㅋㅋ"
"그러네~ 기저귀는 없네~ 자지는 제법 크고~ㅋㅋ"
"하지마..그만해..흐흑.."
"아놔~ 사내새끼가 울기는~ 재수없게~ 퉤!"
민규는 성호의 어깨에 침을 뱉어버리곤 패거리와 함께 사라져갔다.
박민규...그 악몽같은 놈을 처음 만난건 중학교1학년때였다. 같은 반이었던 녀석은 1학년때부터
지독히도 성호를 괴롭혀댔다. 그리고 1년간의 지독한 괴롭힘에 벗어나서 2학년때 조금 숨통이 트일무렵
3학년이 되어서 다시 같은 반이 되었다. 정말 지독한 인연..아니 악연이었다... 성호는 그렇게 중학교시절
2년동안 티비에서 말하는 왕따가 되어 지독히도 괴롭힘을 당했다. 그리고 겨우 그 기억들을 잊고
고등학생이 되면 괜찮겠지했는데...또 다시 그 놈을 만난 것이다.. 이제 이런 일들이 너무 익숙해져
비참하지도..억울하지도 않았지만..정말 이런 생활에서 벗어나고 싶었다. 정말...
왕따란 항상 그렇듯 민규에게 성호가 그런 일을 당하면 도와주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선생님에게 말하는
사람도 없고.. 아니 차라리 그런 성호를 보며 바보같다고 비웃고, 욕하지 않는 것도 감사할 정도였다.
성호는 얼른 일어나 눈물을 닦고, 옷을 추스리며 화장실로 가서 민규가 교복에 뱉은 침을 닦았다.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보자 어찌나 바보같은지...거울을 깨버리고 싶었다. 그럴 용기도 없는 놈이지만..
자리에 돌아오자 1교시 수업이 시작되었고..그만 멈췄으면 싶은 시간이 너무나 빨리 흘러가고 있었다.
성호는 오전수업이 한 시간 한 시간 끝날때마다 너무 불안했다. 조금 있으면 엄마가 올 시간이기에..
"아..그냥 여기서 멈췄으면..아니면 엄마가 일이 있어서 안 왔으면..."
하지만 그건 성호의 바람일뿐.. 성호가 점심을 먹고 화장실에 갈 무렵 엄마에게서 전화가 왔다.
"엄마.."
"어 성호야..밥 다 먹었니? 교무실 앞인데.."
"네..먹었어요..내려갈께요.."
성호는 잔뜩 시무룩한 얼굴로 교무실 앞으로 터덜터덜 걸어갔다. 교무실 앞에는 너무나 예쁘고
사랑스러운 엄마가 서 있었다. 바보같은 나와는 다른 너무 예쁜 우리 엄마...
엄마는 성호의 어깨를 포근히 감싸쥐어주고는 성호의 손을 잡고 교무실 안으로 들어갔다. 그러자
불안하던 성호의 마음은 갑자기 왠지 모르게 따뜻해진 느낌이 들었다. 너무나 편안한 느낌..
성호는 엄마와 함께 국사선생님 앞으로 갔다. 하루가 지나서 그런건지..선생님이 성호를 바라보는
눈빛은 많이 누그러져 있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그냥 넘어갈 일은 아니었다. 선생님은 성호와 엄마가
앉자마자 이야기를 시작했다. 차마 듣기스런 억울한 이야기...
잠깐의 선생님의 이야기가 끝이나고..엄마는 계속 죄송하다는 말만 반복했다..이번만 용서해달라고..
너무나 억울했다..난 잘못한게 하나도 없는데..성호는 눈물이 왈칵 쏟아져나올것 같았지만..그러면 더욱더
바보같을거 같아 이를 악물어 간신히 눈물이 날려는걸 참았다. 그리고 두 분의 대화가 끝이 나고 성호는
선생님께 죄송하다는 말과 함께 엄마의 손을 잡고 밖으로 나왔다. 엄마는 성호에게 잠시 이야기를 하자며
운동장의 벤치로 데려갔다.
"성호야..여기 앉으렴.."
"네에...죄송해요..이런 일로.."
"성호야...정말 니가 그런거니.."
"그...그게...흐흑..."
성호는 결국 참았던 눈물이 터지고 말았다. 혼낼줄 알았는데..너무나 따뜻한 엄마의 말을 듣자 눈물이
터져나와 한없이 성호의 뺨을 타고 흘렀다.
"그래...그래..우리 성호가 그럴 아이가 아니지.."
"죄송해요..엄마..흐흑..제가 바보같아서...흐흐흑.."
"아니야..우리 성호가 왜 바보같아...이 학교에도 성호 괴롭히는 아이가 있니..."
"그게...민규가..."
"휴...그 아이가 또 같은 학교인거구나.."
"네에..."
"성호야..전학갈까?"
"그게...아뇨..싫어요.."
"왜? 힘들지 않어..그냥 전학가도 아무도 너에게 뭐라고 하지 않어..바보같다고 생각해서
그런거라면 괜찮아.."
"그게 아니에요..그냥 제가 이겨내볼께요.."
"그럴 수 있겠니..중학교 때도.."
"그땐 어렸잖아요..이젠 저도 고등학생이에요..잘 할 수 있어요.."
"그렇다면 다행이지만.."
"믿어주세요...이제 이렇게 바보같이 울 지도 않을께요.."
"그래...니 생각이 그러면 그렇게 하려무나.."
"네에...엄마.."
"그럼 엄마는 그만 가볼께..우리 아들 있다 봐요.."
"네에..엄마 운전 조심해서 들어가요.."
엄마는 운동장을 가로질러 성호는 한참을 엄마의 모습이 사라질 때까지 운동장을 바라봤다. 엄마의
모습이 완전히 사라지고 성호는 자리에 털석 주저앉아 머리를 감싸쥐었다.
"전학을 갈껄 그랬나..내가 왜 그런 바보같은 대답을 한 거지..뭘 잘 할 수 있다고.."
정말 전학이 가고싶다는 생각이 간절히 들었다. 그래서 엄마의 입에서 그런 말이 나왔을 때 너무나
기뻤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떠오르는 한 사람의 얼굴이 있었다. 내 맘 속의 천사같은 사람은 엄마
하나라고 생각하던 성호에게 다가온 또 하나의 천사...이수빈..그녀의 얼굴이 떠올랐다. 다른 곳으로
전학을 가면 수빈이를 볼 수 없다는 생각에 도저히 전학을 간다는 말이 나오지 않았던 것이다.
"어떻게 해야되지..어떻게..흐흑..모르겠어.."
항상 이런 상황이면 눈물이 흐르곤 했다. 바보같이..남자답지 않게..왜 이리 약한건지... 아까 그렇게
울고도 아직 눈물이 남은건지 성호의 눈에선 계속해서 눈물이 흘러나왔다. 그 때 갑자기 뒤에서 누군가
성호의 어깨를 잡았다. 성호는 민규인가 싶어 깜짝 놀라 뒤를 돌아봤다.
"왜 그리 울어요.."
이럴수가....그녀였다...이수빈..그렇게 보고싶었던 그녀가 나의 뒤에 서 있을 줄이야..
"네? 네..저 그게.."
성호는 수빈이 앞에서 울고 있는 바보같은 모습을 보였다는 생각에 서둘러 소매로 눈을 쓱쓱 닦아
눈물자국을 없앴다.
"눈 아프게 왜 그래요...여기 손수건이요.."
수빈이는 성호의 손을 펴 손수건을 손에 쥐어주었다. 순간 성호는 온 몸에 짜릿한 전기가 통하는걸 느꼈다.
"아...아..고마워요.."
"네에..뭘요..어! 종쳤다~ 있다가봐요"
성호는 순간 입에서 아쉬움의 탄식이 흘러나왔다. 몇 주만에 겨우 보는 얼굴인데 하필 그 순간에
수업종이 치냐는 말이다!! 멍하게 있다 성호는 갑자기 번뜩 손수건을 돌려줘야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기요!! 손수건요~"
"있다 돌려줘요~ 저 1학년 4반이에요~~"
수빈이는 그 말과 함께 저만치 사라지고 있었다.
"1학년 4반...4반...전 9반이에요..."
멍하게 수빈이가 사라진 곳을 보고 있던 성호의 눈에 갑자기 불꽃이 번쩍 튀었다.
"야~ 임마!! 뭐해 너? 수업 안 들어가냐?"
체육 선생님이 몽둥이로 머리를 때린 것이었다.
"네?네네~ 들어갈게요"
멍하게 서 있다 체육선생님에게 한 대 맞고서야 교실로 들어간 성호는 들어가자마자 뒤로 나가서
벌을 서야했다. 조금만 늦어도 화를 내는 깐깐한 수학선생님시간이었기때문이다. 그런데 성호가
10분이나 늦었으니..화를 안 내는게 이상한 일이었다. 하지만 성호는 벌을 서는 것 따위는 안중에도
없었다. 꿈에도 그리던 그녀를 보고, 좀 있으면 다시 볼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정말 기분이
날아갈 것만 같았다. 여기가 교실이 아니라면 껑충껑충 뛸 지도 모를 성호였다.
하지만 머피의 법칙인지..오전에는 그리 가지 말라던 시간이 그리 빨리가더니..오후가 되자 빨리 좀
가라는 시간은 지독히도 천천히 흘러 성호는 기다리던 시간이 지루해 미칠 것만 같았다. 그리고 길고 힘든
오후수업이 끝나고 담임선생님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성호는 가방을 들고 총알처럼 튀어나갔다. 혹시나
4반은 수업이 먼저 끝나고 갔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기때문이다. 다행히 4반에 들어가자 담임선생님의
말씀이 아직 끝나지 않은 상태였고, 성호는 안도의 한숨을 쉬며 그녀가 나오기를 기다렸다. 그리고 기다리던
그녀가 학생들 사이로 빠져나오는게 보였다. 성호를 알아본 수빈이는 성호를 보며 미소를 지었다.
"기다리고 있었네요~"
"네..좀 빨리 마쳐서.."
"같은 1학년이에요??"
"네~ 이름표 색깔 같은데.."
"아아~~ 그랬구나~ 난 유심히 안 봐서 몰랐네요..헤헷.."
"네..뭐 그럴수도 있죠"
"그럼 일단 내려가요~ 계속 교실 앞에 서 있을꺼에요?"
"네? 아~ 네 내려가요.."
성호는 넋을 잃고 수빈이를 보다 수빈이의 말에 가까스로 정신을 차리고 수빈이를 따라 내려갔다.
"근데 우리 반 말 하면 안되나? 같은 학년이면~"
"어~ 그렇게 해~"
"이름이 성호네~ 난 수빈이~"
"어~ 알고 있어~"
"알고있다고?? 어떻게 알어??"
순간 성호는 마땅히 대답할 말이 생각나 한참을 망설였다. 왠지 그 때 버스의 그 남자 그러면 그걸
아직도 기억하냐며 스토커 취급을 할 꺼 같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운이 좋은건지 성호가 멍하니 있는동안
수빈이는 혼자서 대답을 하고 있었다.
"아~~ 아까 이름 봤구나? 그치?"
"어어~ 그랬어~"
"기억력 좋네~ 그걸 그새 기억했어?"
"어어~ 고마워서..손수건도 주고..아~ 손수건은 빨아서 줄께"
"안 그래도 되는데~"
"아냐..빨아서 줄께 이제 반도 아는데"
"그럼 그렇게 해주든지~ 근데 너 어디로 가서 버스 타?"
"나 106번타고 가는데"
"그래?? 나랑 같네?"
당연한 일이었다. 다만 성호는 기억하고, 수빈이는 기억못할뿐..그런데 이런 저런 얘기를 하다보니
성호와 수빈이는 같은 버스에 사는 곳도 같은 아파트였다. 다만 동만 다를뿐..
"우와~ 그럼 우리 같은 아파트 식구네~ 앞으로 친하게 지내~ 히힛~"
"어~ 그러자~ 신기하다..같은 아파트였구나~"
"그러게~ 앞으로 같이 등하교해도 되겠네"
성호는 수빈이의 그 말에 모든 걸 다 가진듯 너무나 행복했다.
"와우!!! 이제 그럼 수빈이 매일 보는거야!! 너무 좋아!! 미칠 것 같다구~"
성호는 감정을 잘 못 숨기는 편이었기에 이미 성호의 입엔 함박웃음이 걸려있었다.
"뭐야?? 왜 그렇게 좋아해?? 나랑 등교한다니까 그렇게 좋아?ㅋㅋ 나도 동네친구 생겨서 좋긴한데
너무 좋아하신다~"
"어어..그게 친구가 아직 많이 없어서"
"하긴~ 그건 나도 그래~ 앞으로 친하게 지내자~"
"그래~ 알았어"
성호와 수빈이는 버스를 타고가며, 가족이야기며 학교이야기며 처음 만난 사이인데도 스스럼없이
오만가지 이야기를 해댔다. 버스에서 내려 아파트 입구에 도착하자 성호는 조금 더 같이 있고 싶은데
헤어져야 한다는 생각에 몹시 아쉬웠다. 하지만 못내 그런 말을 입 밖으로 낼 수는 없었다.
"더 얘기 하고 싶은데~ 아쉽당..나 학원 가야 해서"
"어어~ 그럼 얼른가~ 내일 봐"
"그래~ 아까 저장한 폰 번호로 내일 아침에 연락할께~ 안 그래도 맨날 학교 늦는다고 엄마한테
혼나는데 잘됐다~ 히힛~ 있다봐~"
수빈이는 성호가 가지 않고 멍하게 있자 아파트에 들어가다 몇 번씩 성호를 보며 미소를 지었다. 왠지
너무 착해서..바보같기도 하고..왠지 지켜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기때문이다. 그에 반면 성호는
수빈이가 돌아보며 미소를 지을때마다 심장이 터질것만 같았다. 그냥 있어도 예쁜 수빈이가 저렇게
웃을때마다 더욱 더 예뻐보였기때문이다. 수빈이가 사라질때까지 멍하게 서 있던 성호는 수빈이가
완전히 사라지고서야 천천히 걸어들어갔다. 집에 도착해 문을 열고 들어가자 엄마는 환한 미소로
성호를 맞이했다.
"우리 아들~ 수고 많이 했어~ 근데 무슨 기분 좋은 일있어?? 표정이 좋네"
"네??아~ 네..하핫..그냥 기분 좋게 살아야죠~ 그쵸? 엄마~"
"그래~ 그거야 맞지..하튼 성호가 기분좋다니까 엄마도 기분 좋네~ 얼른 씻고 밥먹으렴"
"네에~ 그럴께요.."
천사..수빈이...성호의 마음 속에 또 다른 천사가 생긴 날이었다.
ps. 자유게시판에 글을 하나 올렸습니다. 여러분들의 의견을 듣고자 작성한 글이니 보시고 번거럽더라도 많은
의견 달아주세요~^^ 오늘도 글 보시고 나갈 때 추천, 댓글 아시죠??ㅎㅎ 제게 많은 힘을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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