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잠깐동안 마주친 시선들이었지만, 수라가 먼저 눈을 떼었다. 그리곤 내리깐 시선은 새우깡을 응시하면서 손은 맥주캔을 좀더 힘을 줘 움켜 쥐고 있었다.
준영이도 수라가 시선을 떼자 얼른 처신했다. 겉으로는...
저벅 저벅..
수라가 앉은 벤치에서 몇걸음 떨어진 벤치에 자리를 잡은 준영은 털썩 하고 시원스럽게 앉은후 바스락거리는 소리를 내면서 봉투 안에 든 내용물을 꺼냈다.
공교롭게도 수라랑 내용물들이 같았다. 새우깡에 같은 회사의 캔맥주. 다만 준영이는 갯수가 하나 더 많은 네개였다는 점이지만... 새우깡은 정말 한국인들에게 사랑 받는 스넥인 것 같다..
까작 까작...
준영이는 새우깡을 대충 씹어대면서 캔맥주를 따 입에 꿀꺼덕 시원하게 넘겨가면서 그 기분을 즐기는 척했지만 실상 눈은 다른 곳을 향하고 있었다. 티 안나게 눈치껏 수라를 흘끔거리는 그의 시선은 은밀하게 진행되는 중이었다.
".....정말 장난이 아니군....너무 예쁘잖아?"
시선이 처음 맞닥뜨렸을 때 그 깊어 보이는 심연의 눈길에 빨려들 것만 같았다. 상대가 먼저 의식하고 눈을 내리깔았을 땐 어찌나 청초해 보이던지 적잖은 충격이었다. 날벼락이 정수리에 꽂혔으면 그런 느낌이었을까?
스스로의 외모를 자랑하는 것은 아니었지만 중학교 시절, 자신의 얼굴생김과 그 싸움실력에 목맨 깻잎머리들이 한둘이 아니었다. 그 중에선 반반했던 여자애들도 추리라면 좀 추릴 수 있었고...그런데 이건....급수가 틀리다.
정말이지 충격 그 자체란 느낌에 그는 사로잡혀 있었다.
"어디 살지? 이 동네? 아니면 다른 데서 잠깐 놀러온? 암튼 대단하군....눈을 뗄수가 없잖아? 인간 김준영 살면서 드디어 만나는가? 크흐흐~~ "
이대로 보낼 수는 없었다. 좀 더 탐색해보겠으...
까작 까작...꿀꺽 꿀꺽...
준영이의 은밀한 시선이 왔다갔다 하는 중에도 수라는 묵묵히 행동했다. 새우깡 입으로 가져가고..조용히 맥주를 마셔 대고...
하지만 수라 역시 아무 생각 없지는 않았다. 준영처럼 외모에만 치중을 한 것은 아니었다는 것이 차이라면 차이였지만...
준영은 자신이 은밀하게 수라를 훑는다고 훑었겠지만, 실상 수라는 더욱 고단수였다. 아마 자신 쪽에서도 준영이를 면밀히 쓸어봤다는 것은 준영도 눈치 채지 못했으리라..
처음 봤을 때 가장 먼저 그의 눈을 보았다. 그 다음은 곧바로 시선을 피하는 척 했지만, 눈 다음으로는 그의 양 어깨, 봉투를 집어든 주먹, 그리고 튼실해 보이는 양 다리 순으로 눈동자를 내려 간 것이다.
그의 눈을 보고 아무런 느낌이 없었다면 놀이터에 사내놈이 들어서건 계집애가 들어서건 관계하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그녀는 그의 눈을 한번 보고는 그를 상세히 한번 훑어 볼 만한 자격이 있다고 느꼈던 것이다. 그리고 내려진 결론이란...
"제법 뭘 좀 아는 놈이네"
표현은 안 했지만 대단한 호기가 치밀었다.
"나이는 나랑 비슷..할듯 한데...제일고이려나? 킥킥....맞다면 좋겠군. 일이야 어떻게 풀리던 저런 녀석이 있다면 재미있어질테니 말이야."
속으로는 다양한 상념에 잠긴 채 수라는 계속 홀짝 홀짝 맥주를 마셔 댔다. 그러다가...
휘이이잉~~
시원한 바람이 불었다. 수라의 앞머리칼을 흐드러지도록 퍼뜨릴만한 기분 좋은 바람이었다.
"시원하군.."
수라는 기분이 정말 좋았다. 마냥 모든 것이 좋다. 지금은.
시원한 바람이 돌고 있는 지금. 인공적인 바람이 아닌 자연이 준 선물에 준영이 역시 기분 좋기는 매한가지였지만 그래도 그는 시선을 수라에게서 떼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더욱 뗄수가 없었다.
눈부시게 흩날려지는 그녀의 앞머리칼, 그리고 기분 좋은 듯 지그시 감긴 작은 눈, 편하게 늘어져 있는 듯한 몸과 늘씬하게 뻗친 다리까지... 그녀는 흰 반팔 티에, 청조끼와 타이트하고도 짧은 반청바지 차림이었다.
청색이 무척이나 잘 어울리는 여자. 대단히 아름다웠지만 무엇보다도 그녀의 하반신에 시선이 가장 많이 가는 것을 의식했다. 자연스러운 굴곡, 시원스럽게 내뻗은 다리가 그를 사로잡았던 것이다. 잘 어울리는 운동화에, 양말이 보이지 않는 것을 보면 발목 양말인것도, 아니면 어쩜 그가 좋아하는 맨발일지도 모르겠다.
"보고 싶군..."
어렸을 때부터 치고 받는 것 외에는 제대로 자라 왔다고 생각하지만 아무래도 이것만은 일반인들하고 취향이 좀 틀린 것 같았다. 왜 여자 발을 보면 자신은 흥분하는 것일까?
수차례 가졌던 의문이지만 아직도 풀리진 않았고, 어쨌거나 준영이는 여자 발이 좋았다. 당장에 중요한 것은 그게 아니다. 그는 보고 싶은 것이다. 옆 벤치에 앉은 저 예쁜 여자의 발을...
잠깐의 바램일 뿐인가 하는 심정이었는데, 바람이 그를 도왔다.
그 여자...아니 여학생이라 생각되는..아니 여학생은 눈을 감은 채 그대로 한쪽 다리로 다른쪽 다리에 신겨진 운동화 뒷부분을 누른채 가볍게 벗겨내었다. 나머지도 번갈아 그리 했고.
"큭....죽이는군..."
원래 심정은 아..예쁘다겠지만 그렇게 좋은 말을 준영이는 할줄 모르고... 정말 예쁜 그녀의 발이 드러났다. 혹시나 했지만 맨발이었다..
그렇게 맨발이 된 채로 그녀는 놀이터 바닥의 고운 모래를 밟은 채 눈을 내리깔고 있었다. 서늘한 모래 바닥이 어지간히 기분이 좋은지 약간 미소짓는 듯도 하다.
어쩌면 너무 예뻐서 그 예쁜 발을 바람이 예쁜 발가락 사이를 돌아다니면서 간지럽히기 때문에 살짝 미소 지으는지도 모를 일이다.
아무튼 그렇게 정신없이 넋놓고 그녀의 늘씬한 종아리와 발을 마냥 바라보고 있느라고 시간 가는 줄도 몰랐다.
어느새 눈을 서서히 치켜세운 그녀. 알고 보니 바람이 그쳐 있었다. 그녀는 다리 한쪽을 자신의 무릎 위에 올리고는 그 흰 손으로 발바닥에 붙은 모래를 가볍게 탁탁 쳐서 털어 냈다. 물론 반대쪽도 그리 했는데, 그 과정에서 준영은 기대하고 고대하던 수라의 발바닥을 볼수 있었다.
"윽...숨넘어가겠군..."
어찌나 두근거리는지 맥주캔을 쥐고 있었던 손이 무의식적으로 가슴으로 향해 강하게 싸잡아 쥐었다.
동그란 뒤꿈치부터 시작해서 올려다본 그 곡선. 여자의 발만이 표현해 낼수 있는 아름다움이다. 예쁘게 살짝 꼼지락 거리는 발가락들까지..이 황홀감을 어떻게 표현할수 있을까. 아마 인간의 언어로는 어찌 해도 표현 불가능할것이다. 그냥 보고 느끼는 수밖에...
탁탁..
오른 발바닥의 모래까지 털어낸 수라는 다시금 운동화를 신고는 살짝 웃었다. 여태껏 느꼈던 그 느낌이 떠올라서..
준영은 그 미소 역시 두근거리는 심경의 눈빛을 담아 바라보았다. 준영이 그러건 말건 수라는 다시 맥주를 마시기 시작했지만...
"이대로 보낼 수는 정말 없겠군. 저 예쁜 발에..각선미. 그리고 완벽한 몸매와 외모. 뭐가 더 필요해?"
그렇게 생각이 정리되기 시작했다. 나이도 보아 하니 자신보다 어렸으면 어렸지 많지는 않을 것이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자신 쪽에서 먼저 여자에게 말붙이는 상황이 연출될 것 같다. 평소엔 항상 그 반대였는데...
"큭큭...그런거야 뭐 아무렴 어때. 내여자만 되면 더 바랄 것이 없갰고만."
애써 자존심을 짓누르고는 입을 떼었다.
"저기...저기요?"
일단 결정하면 추진력이 있는 준영인지라 그렇게 마냥 떨면서 입 열지는 않았다.
하지만 상대는 자신에게 눈길 조차 주질 않았다.
"이런 씨....씹었다 이거지? 그래..귀여우니까 봐준다. 내가 참자 참어.."
"저...이봐요? 아가..씨?"
아가씨라고 할까 말까 했다. 그렇게 말하면 왠지 자신이 나이 먹어 보이는 것 같아..하지만 이봐요 학생? 했다가는 그게 오히려 더 이상한거 같아서 그냥 그렇게 물었다.
홀짝 홀짝...
상대는 여전히 묵묵부답. 맥주만 홀짝일 뿐..
"저...저 좀 보시죠? 나이도 비슷한 것 같은데...같이 맥주나 한잔 할까요? 이쪽에도 안주랑 맥주캔이...."
"나한테 관심 있어요?"
여태껏 쳐다 보지도 않던 상대가 갑자기 자신을 직시하면서 물어댄 말에 준영은 적잖이 당황했다. 하지만 자신이 누군가? 얼른 씨익 웃으면서 대처했다.
"뭐 없다곤 못하겠고...꼭 그런거 따져야겠어요? 그냥 그쪽도 솔로고 안주랑 맥주도 준비되었겠다. 같이 지금의 기분을 즐겨 보자 이거죠."
상대는 귀엽고 예쁜 눈매를 깜박거리더니 갑자기 "풋"하곤 웃음을 터뜨리면서 맥주를 입에 가져다 대고 있었다. 이쯤 되자 여러번 무시 당한 듯한 기분이 드는 준영의 눈썹이 살짝 움직였다.
"저기..좀 심하다고 생각 되지 않아요? 이거 영 완전 무시 당하는 기분이..."
"킥킥킥...뭐 그런건 아니고....일단 당장의 주위 분위기부터 좀 살펴야 하지 않을까요?"
말하고 있는데 여학생이 갑자기 귀엽게 킥킥대면서 늘어놓은 말에 준영은 주위를 슬쩍 살폈다. 아닌게 아니라 놀이터가 살짝 시끄러워질 채비를 하고 있었다.
킬킬거리는 웃음소리와 왁자지껄한 소리가 뒤섞이면서 적잖은 그림자들이 놀이터 입구쪽에서 점점 켜져 가며 들려오고 있었던 것이다.
바람좋고, 경치 좋고, 눈은 즐겁고(옆에 앉은 여자때문에).....좋고 좋고 다 좋은데 세상은 마냥 좋을 수만은 없는 모양이다. 언제나 뭔가가 방해를 물고 늘어진다 종종...
"이런 니기미....도대체 어떤 것들이 이렇게 시끄럽게 들어오는거야?"
짜증짜증을 부리면서 준영은 소음을 만들어내고 있는 주 원인을 향해 눈을 돌렸다.
이 좋은 시간을 방해한 방해물들에 대해 그가 아량을 베풀어야 할 필요는 전혀 없었기에, 그의 시선은 지극히 차가울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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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깐동안 마주친 시선들이었지만, 수라가 먼저 눈을 떼었다. 그리곤 내리깐 시선은 새우깡을 응시하면서 손은 맥주캔을 좀더 힘을 줘 움켜 쥐고 있었다.
준영이도 수라가 시선을 떼자 얼른 처신했다. 겉으로는...
저벅 저벅..
수라가 앉은 벤치에서 몇걸음 떨어진 벤치에 자리를 잡은 준영은 털썩 하고 시원스럽게 앉은후 바스락거리는 소리를 내면서 봉투 안에 든 내용물을 꺼냈다.
공교롭게도 수라랑 내용물들이 같았다. 새우깡에 같은 회사의 캔맥주. 다만 준영이는 갯수가 하나 더 많은 네개였다는 점이지만... 새우깡은 정말 한국인들에게 사랑 받는 스넥인 것 같다..
까작 까작...
준영이는 새우깡을 대충 씹어대면서 캔맥주를 따 입에 꿀꺼덕 시원하게 넘겨가면서 그 기분을 즐기는 척했지만 실상 눈은 다른 곳을 향하고 있었다. 티 안나게 눈치껏 수라를 흘끔거리는 그의 시선은 은밀하게 진행되는 중이었다.
".....정말 장난이 아니군....너무 예쁘잖아?"
시선이 처음 맞닥뜨렸을 때 그 깊어 보이는 심연의 눈길에 빨려들 것만 같았다. 상대가 먼저 의식하고 눈을 내리깔았을 땐 어찌나 청초해 보이던지 적잖은 충격이었다. 날벼락이 정수리에 꽂혔으면 그런 느낌이었을까?
스스로의 외모를 자랑하는 것은 아니었지만 중학교 시절, 자신의 얼굴생김과 그 싸움실력에 목맨 깻잎머리들이 한둘이 아니었다. 그 중에선 반반했던 여자애들도 추리라면 좀 추릴 수 있었고...그런데 이건....급수가 틀리다.
정말이지 충격 그 자체란 느낌에 그는 사로잡혀 있었다.
"어디 살지? 이 동네? 아니면 다른 데서 잠깐 놀러온? 암튼 대단하군....눈을 뗄수가 없잖아? 인간 김준영 살면서 드디어 만나는가? 크흐흐~~ "
이대로 보낼 수는 없었다. 좀 더 탐색해보겠으...
까작 까작...꿀꺽 꿀꺽...
준영이의 은밀한 시선이 왔다갔다 하는 중에도 수라는 묵묵히 행동했다. 새우깡 입으로 가져가고..조용히 맥주를 마셔 대고...
하지만 수라 역시 아무 생각 없지는 않았다. 준영처럼 외모에만 치중을 한 것은 아니었다는 것이 차이라면 차이였지만...
준영은 자신이 은밀하게 수라를 훑는다고 훑었겠지만, 실상 수라는 더욱 고단수였다. 아마 자신 쪽에서도 준영이를 면밀히 쓸어봤다는 것은 준영도 눈치 채지 못했으리라..
처음 봤을 때 가장 먼저 그의 눈을 보았다. 그 다음은 곧바로 시선을 피하는 척 했지만, 눈 다음으로는 그의 양 어깨, 봉투를 집어든 주먹, 그리고 튼실해 보이는 양 다리 순으로 눈동자를 내려 간 것이다.
그의 눈을 보고 아무런 느낌이 없었다면 놀이터에 사내놈이 들어서건 계집애가 들어서건 관계하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그녀는 그의 눈을 한번 보고는 그를 상세히 한번 훑어 볼 만한 자격이 있다고 느꼈던 것이다. 그리고 내려진 결론이란...
"제법 뭘 좀 아는 놈이네"
표현은 안 했지만 대단한 호기가 치밀었다.
"나이는 나랑 비슷..할듯 한데...제일고이려나? 킥킥....맞다면 좋겠군. 일이야 어떻게 풀리던 저런 녀석이 있다면 재미있어질테니 말이야."
속으로는 다양한 상념에 잠긴 채 수라는 계속 홀짝 홀짝 맥주를 마셔 댔다. 그러다가...
휘이이잉~~
시원한 바람이 불었다. 수라의 앞머리칼을 흐드러지도록 퍼뜨릴만한 기분 좋은 바람이었다.
"시원하군.."
수라는 기분이 정말 좋았다. 마냥 모든 것이 좋다. 지금은.
시원한 바람이 돌고 있는 지금. 인공적인 바람이 아닌 자연이 준 선물에 준영이 역시 기분 좋기는 매한가지였지만 그래도 그는 시선을 수라에게서 떼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더욱 뗄수가 없었다.
눈부시게 흩날려지는 그녀의 앞머리칼, 그리고 기분 좋은 듯 지그시 감긴 작은 눈, 편하게 늘어져 있는 듯한 몸과 늘씬하게 뻗친 다리까지... 그녀는 흰 반팔 티에, 청조끼와 타이트하고도 짧은 반청바지 차림이었다.
청색이 무척이나 잘 어울리는 여자. 대단히 아름다웠지만 무엇보다도 그녀의 하반신에 시선이 가장 많이 가는 것을 의식했다. 자연스러운 굴곡, 시원스럽게 내뻗은 다리가 그를 사로잡았던 것이다. 잘 어울리는 운동화에, 양말이 보이지 않는 것을 보면 발목 양말인것도, 아니면 어쩜 그가 좋아하는 맨발일지도 모르겠다.
"보고 싶군..."
어렸을 때부터 치고 받는 것 외에는 제대로 자라 왔다고 생각하지만 아무래도 이것만은 일반인들하고 취향이 좀 틀린 것 같았다. 왜 여자 발을 보면 자신은 흥분하는 것일까?
수차례 가졌던 의문이지만 아직도 풀리진 않았고, 어쨌거나 준영이는 여자 발이 좋았다. 당장에 중요한 것은 그게 아니다. 그는 보고 싶은 것이다. 옆 벤치에 앉은 저 예쁜 여자의 발을...
잠깐의 바램일 뿐인가 하는 심정이었는데, 바람이 그를 도왔다.
그 여자...아니 여학생이라 생각되는..아니 여학생은 눈을 감은 채 그대로 한쪽 다리로 다른쪽 다리에 신겨진 운동화 뒷부분을 누른채 가볍게 벗겨내었다. 나머지도 번갈아 그리 했고.
"큭....죽이는군..."
원래 심정은 아..예쁘다겠지만 그렇게 좋은 말을 준영이는 할줄 모르고... 정말 예쁜 그녀의 발이 드러났다. 혹시나 했지만 맨발이었다..
그렇게 맨발이 된 채로 그녀는 놀이터 바닥의 고운 모래를 밟은 채 눈을 내리깔고 있었다. 서늘한 모래 바닥이 어지간히 기분이 좋은지 약간 미소짓는 듯도 하다.
어쩌면 너무 예뻐서 그 예쁜 발을 바람이 예쁜 발가락 사이를 돌아다니면서 간지럽히기 때문에 살짝 미소 지으는지도 모를 일이다.
아무튼 그렇게 정신없이 넋놓고 그녀의 늘씬한 종아리와 발을 마냥 바라보고 있느라고 시간 가는 줄도 몰랐다.
어느새 눈을 서서히 치켜세운 그녀. 알고 보니 바람이 그쳐 있었다. 그녀는 다리 한쪽을 자신의 무릎 위에 올리고는 그 흰 손으로 발바닥에 붙은 모래를 가볍게 탁탁 쳐서 털어 냈다. 물론 반대쪽도 그리 했는데, 그 과정에서 준영은 기대하고 고대하던 수라의 발바닥을 볼수 있었다.
"윽...숨넘어가겠군..."
어찌나 두근거리는지 맥주캔을 쥐고 있었던 손이 무의식적으로 가슴으로 향해 강하게 싸잡아 쥐었다.
동그란 뒤꿈치부터 시작해서 올려다본 그 곡선. 여자의 발만이 표현해 낼수 있는 아름다움이다. 예쁘게 살짝 꼼지락 거리는 발가락들까지..이 황홀감을 어떻게 표현할수 있을까. 아마 인간의 언어로는 어찌 해도 표현 불가능할것이다. 그냥 보고 느끼는 수밖에...
탁탁..
오른 발바닥의 모래까지 털어낸 수라는 다시금 운동화를 신고는 살짝 웃었다. 여태껏 느꼈던 그 느낌이 떠올라서..
준영은 그 미소 역시 두근거리는 심경의 눈빛을 담아 바라보았다. 준영이 그러건 말건 수라는 다시 맥주를 마시기 시작했지만...
"이대로 보낼 수는 정말 없겠군. 저 예쁜 발에..각선미. 그리고 완벽한 몸매와 외모. 뭐가 더 필요해?"
그렇게 생각이 정리되기 시작했다. 나이도 보아 하니 자신보다 어렸으면 어렸지 많지는 않을 것이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자신 쪽에서 먼저 여자에게 말붙이는 상황이 연출될 것 같다. 평소엔 항상 그 반대였는데...
"큭큭...그런거야 뭐 아무렴 어때. 내여자만 되면 더 바랄 것이 없갰고만."
애써 자존심을 짓누르고는 입을 떼었다.
"저기...저기요?"
일단 결정하면 추진력이 있는 준영인지라 그렇게 마냥 떨면서 입 열지는 않았다.
하지만 상대는 자신에게 눈길 조차 주질 않았다.
"이런 씨....씹었다 이거지? 그래..귀여우니까 봐준다. 내가 참자 참어.."
"저...이봐요? 아가..씨?"
아가씨라고 할까 말까 했다. 그렇게 말하면 왠지 자신이 나이 먹어 보이는 것 같아..하지만 이봐요 학생? 했다가는 그게 오히려 더 이상한거 같아서 그냥 그렇게 물었다.
홀짝 홀짝...
상대는 여전히 묵묵부답. 맥주만 홀짝일 뿐..
"저...저 좀 보시죠? 나이도 비슷한 것 같은데...같이 맥주나 한잔 할까요? 이쪽에도 안주랑 맥주캔이...."
"나한테 관심 있어요?"
여태껏 쳐다 보지도 않던 상대가 갑자기 자신을 직시하면서 물어댄 말에 준영은 적잖이 당황했다. 하지만 자신이 누군가? 얼른 씨익 웃으면서 대처했다.
"뭐 없다곤 못하겠고...꼭 그런거 따져야겠어요? 그냥 그쪽도 솔로고 안주랑 맥주도 준비되었겠다. 같이 지금의 기분을 즐겨 보자 이거죠."
상대는 귀엽고 예쁜 눈매를 깜박거리더니 갑자기 "풋"하곤 웃음을 터뜨리면서 맥주를 입에 가져다 대고 있었다. 이쯤 되자 여러번 무시 당한 듯한 기분이 드는 준영의 눈썹이 살짝 움직였다.
"저기..좀 심하다고 생각 되지 않아요? 이거 영 완전 무시 당하는 기분이..."
"킥킥킥...뭐 그런건 아니고....일단 당장의 주위 분위기부터 좀 살펴야 하지 않을까요?"
말하고 있는데 여학생이 갑자기 귀엽게 킥킥대면서 늘어놓은 말에 준영은 주위를 슬쩍 살폈다. 아닌게 아니라 놀이터가 살짝 시끄러워질 채비를 하고 있었다.
킬킬거리는 웃음소리와 왁자지껄한 소리가 뒤섞이면서 적잖은 그림자들이 놀이터 입구쪽에서 점점 켜져 가며 들려오고 있었던 것이다.
바람좋고, 경치 좋고, 눈은 즐겁고(옆에 앉은 여자때문에).....좋고 좋고 다 좋은데 세상은 마냥 좋을 수만은 없는 모양이다. 언제나 뭔가가 방해를 물고 늘어진다 종종...
"이런 니기미....도대체 어떤 것들이 이렇게 시끄럽게 들어오는거야?"
짜증짜증을 부리면서 준영은 소음을 만들어내고 있는 주 원인을 향해 눈을 돌렸다.
이 좋은 시간을 방해한 방해물들에 대해 그가 아량을 베풀어야 할 필요는 전혀 없었기에, 그의 시선은 지극히 차가울 수밖에 없었다.
최고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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