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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8-24 09:45 638회 0건
제일고등학교 옥상에 1학년 후배들이 감히 올라올수는 없다. 있다면 그것은 오로지 단 하나. 선배들이 원해서 이루어지는 상견례를 진행하기 위해서일때뿐...


요약하자면 건방진 후배놈이 기어오르기 전에 싹부터 좀 밟아놓고 오붓한(?)대화를 나눠보자는 것이었다.



얼짱 선배와 그의 추종자 5명이 준영이를 데리고 학교 옥상으로 올라 왔는데, 옥상 바닥에 이불과 베개가 깔린채 남학생 셋이서 자고 있었다.



얼짱 선배가 그걸 보고 나더니 침을 찍 내갈긴 후 가까이 다가가서 누워서 자고 있는 세명 중 가장 가까운 학생에게 다가갔다.


퍼억-


말을 해서 깨우는 수고를 생략하고 얼짱 선배는 즉각 행동으로 나갔다. 기분좋게 자다가 등을 강타당한 개같은 경우를 당한 학생이 "윽"하는 신음을 낸 후 재빨리 일어섰다.


"으윽...제길..누구야이씨이~~헉~!! 추남 선배!!"


그 학생의 대답을 들은 준영이 킥 하고 웃었다. 아마 지금 옥상에서 자빠져 자다가 일어난 놈이 저 얼짱놈의 후배쯤 되는 모양인데, 그럼 아마 얼짱놈이 3학년이고 저 후배라는 놈이 2학년이겠지....


하지만 준영이 웃은 이유는 그게 아니었다. 후배놈의 발언으로 보아 저 얼짱놈의 이름이 추남인 모양이었다. 정말 부모가 누군지는 몰라도 기가 막히게 잘 지었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준영이가 웃음을 터뜨리자 얼짱, 아니 이제 드디어 이름이 밝혀진 추남 녀석의 추종자 녀석들 중 두놈이 그 웃음소릴 듣고 눈을 부라렸다.


"어쭈? 웃었어? 이 새끼가...야~!! 추남아. 이자식이 지금 웃었다."


"뭐? 저새끼가...뭐 상관없어. 지금부터 아주 죽여줄 테니까..크흐흐흐~"


추남과 친구들이 말을 주고받는 사이에 추남 놈의 후배가 얼른 친구들 둘을 깨웠다. 부스스 일어난 두놈도 추남을 보더니 재꺽 인사를 했다. 추종자나 후배들이 이쯤 된다면, 이자식 쌍판이 이따위더라도 뭔가 한가닥 하는 놈이리라고 준영은 생각했다.


추남의 후배놈들이 계속 고개를 꺼덕거리면서 죄송해 했다.


"형 죄송합니다. 선배님들도 한명도 안 계시고 해서 잠시..."


2학년쯤부터는 옥상에 올라올 자격이 있었고, 또 3학년들이 아예 없다면 바로 자기들 차지가 될수도, 그리고 설혹 있더라도 허락하에 한자리 비집고 들어갈 수 있었다. 그래서 추남 녀석도 이녀석들이 자빠져 자는것을 목격하고도 크게 화내지 않은 것이고...


"그래, 뭐...그건 됐는데...너희들도 어지간히 꼴통이다. 아직까지 자냐? 수업 끝난지가 언젠데....빨리들 집에 가봐라"


"네, 야. 가자."


추남한테 어이없게 갑자기 등을 맞았던 놈은 이불을 주섬주섬 개어서 구석에다 놓고는 친구 두놈을 데리고 얼른 사라져 버렸다. 분위기를 보아 하니 상견례 분위기였던 것이다.


세놈은 나가면서 준영을 슬쩍 야려주었다. 어차피 1학년일텐데 자신들에게도 한번 차례가 와야 할 놈이므로... 준영은 그 세놈이 야리던 말던 애초에 신경을 끄고 있었고...


찰칵


세놈이 문을 공손히 잠그고 나가자 추남은 사악하게 웃으면서 입을 열었다.


"크헤헤~ 이제 오붓한 대화 시간이란다. 아그야 ~~"


준영도 마주 웃어주고는 대답했다.


"네, 그러네요."


"자...일단 널 어떻게 해줄까? 아침에 니 눈초리 정말 맘에 안들었다. 선배님한테 감히 그따위로 했다니, 계속 찔렸으리라 믿는다. 그 죄송한 마음. 이 형들한테 맞고 좀 속죄해야겠다는 생각이 많이많이 들지 않냐?"


"글쎄요...뭐 그러고 싶긴 하지만..근데 선배님. 궁금한게 하나 있는데 대답을 해주실수 있겠어요? 선배님은 똑똑하실것 같아서 물어보는건데..."


준영의 대답이 궁금해서 추남이 물었다.


"내가 좀 똑똑하긴 똑똑하지. 그래. 궁금한게 뭐냐?"


"선배님 이름 말이에요. 정말 추남인가요? 아~ 참, 성까지 가르쳐 주시면 고맙겠어요. 제 생각엔 나씨가 아닐까 하는데요? 아~ 짐작이 그렇다는 겁니다. 나추남. 어때요? 맞아요? 큭큭~"


선배님 이름으로 시작된 언어가 그렇게 끝을 고하고 있었다. 추남의 얼굴이 더 이상 추잡스럽게 보일수 없을 정도로 일그러졌다. 안 그래도 자기 이름때문에 고생이 많았다.


이름 가지고 뭐라고 하는 놈들은 주먹으로 심정을 토로했기에 그나마 자신의 입지를 굳힐 수 있었다. 근데 감히 이제 막 들어온 1학년 햇병아리새끼가 겁대가리도 없이... 추남은 분노에 몸을 떨었다.


"이..이새끼...너 아주 그냥 세상을 하직하고 싶은가 보구나?"


"그것도 별로에요. 별로인 말만 자주 하시는 거 보니 똑똑하진 않으신가 보군요.아~ 선배님 잘못은 아니겠네요. 착각한 제가 잘못한 거니까...근데 생각해 보니 별로~ 잘못했다는 생각이 깊게 드네요. 추남 선배님?"


마지막에 끝맺는 말이 악센트가 꽤나 강했다. 추남은 성질나서 푸들푸들 떨었고, 친구들은 속으로 친구의 이름을 가지고 늘어지는 후배놈이 웃겼지만 대놓고 웃었다간 친구놈이 어떻게 될지 모르므로 대신 나서 줬다.


준영의 약간 뒤에 늘어서 있던 놈들 중 하나가 성큼 한발 내딛었다.


"야, 그만 나불거리고 일단 나랑 마주 좀 보자. 앞으로 인사 자주 하려면..."


퍼거억~


한발 앞으로 나왔던 놈은 말을 끝맺지 못했다. 번개같이 돌아선 준영이 총알같이 튕겨나가며 때려넣은 한방 때문이었다.


쿠당탕탕~~타앙~


신음소리도 내지 못하고 몇미터를 나가떨어진 놈을 멍한 눈길로 보던 추남과 친구놈들 네놈이 이윽고 퍼뜩 정신을 차리고 눈을 부릅떴다.


"어..어떻게..."


그들은 놀라다 못해 얼굴이 약간 창백해진 놈도 있었다. 계단을 올라오기 전에 보여줬던 준영의 몸놀림은 물론 제법 눈에 띄는 것이었지만, 척 보기에도 별로 살찌지도 않은 놈이 그냥 몸놀림만 좀 잽싼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 보여준 한수는 그들의 상식을 완전히 깨는 수준이었다.


게다가 지금 준영이 한방에 날려버린 자신들의 친구는 몸무게가 80킬로는 족히 나가는 놈이었다. 그놈이 지금 도대체 한방에 몇 미터를 날아간 것이란 말인가? 아무리 기습적으로 준영이 때려넣은 것이라지만 자신들에게 저렇게 해보라고 하면 그들은 자신이 없었다.


당황해서 정신이 없는 네 녀석들을 향해 준영은 맹호처럼 달려들었다.



제일고등학교에서는 그리 멀리 가지 않아도 동산이라던가 공터가 제법 있다. 그 제법 되는 동산의 어느 한 공터를 배경 삼아서 일곱 명의 여자가 있었다.


근데 멀리서 누군가 그들을 보았다면 이상한 생각이 들었을 것이리라. 일곱 명 중에서도 예쁘기가 군계일학인 한명의 여학생은 서서 생글생글 웃고 있고, 나머지 여섯 명은 주저 앉은 채 양 볼을 만지작 거리는 것을 보았다면 누구라도...



"이..이럴 수가..우리 여섯이서 손끝 하나 못 대보고...혹시 이거..귀신에 홀린 거 아냐? 어떻게 이런.."


6인방의 리더는 경악을 넘어 서서 허탈에 가까운 심정을 지금 맛보고 있었다. 그녀의 친구들도 같은 감정을 지금 속에 담고 있을 것이다. 입이 험한 그녀들이 지금 입끝조차 뻥긋하지 않고 씨근거리지도 않는다는 것 자체가 지금 그녀들이 얼마나 놀랐는지의 감정을 대변하는 것이리라..


공터에 안내하겠다고 했을 땐, 친절하게 안내하고 난 후에 혼좀 나고 눈물 좀 뽑겠다는 소리인 줄 알았다. 공터 어쩌고 하면서 생글생글 웃으면서 말할땐 솔직히 말해서 어디가 좀 모자란 애가 아닌가 하고 생각까지 들었다.


하지만 막상 맞붙어 보자 그녀들은 눈앞에 있는 미모의 여학생이 어느 정도의 강자인지 짐작조차 하기 두려웠다. 아니, 맞붙는다 할수도 없었다. 붙어본다는 것도 어느 정도 게임이 되고 치고받는게 있어야 맞붙는다고 할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이건 완전히 일방적이었으니...

여자애는 공터를 안내한 후에 이렇게 말했다.


"그래도 여자애들이니까, 주먹으로 하지는 않을께. 난 그냥 손바닥만 쓸 테니까. 아~ 그리고 빨리 하고 가자. 시간도 많겠다~ 집에 갔다가 옷갈아입고 편의점에나 바로 가려고 하거든."


저게 완전히 우리를 개무시하는군 하는 생각이 든 6명은 빨리 무릎 꿇리고 눈물 좀 뽑아놔야겠다 싶어 재빨리 두명이 다가갔는데, 가까이 다가선 두명은 껌을 바닥에 뱉고 입을 떼면서 교육(?)을 시작하려는 찰나 뭐가 짜자작 하고 왔다갔다 하긴 하는데 당최 눈에 보이는게 있나... 짜랑짜랑한 뺨에 불나는 소리만 사방에 퍼져나갈 뿐이었다.


번갯불에 콩구워지는 속도로 여학생 두명이 땅바닥에 엉덩방아를 찧기도 전에 좀 더 뒤쪽에 있던 한명도 비틀거리기 시작했고, 그건 바로 옆쪽에 있던 여학생도 마찬가지였다.


짜자작~ 짝~ 짜작


어찌 들으면 음악의 반주소리처럼 신나게 울려퍼지는 소리가 퍼지며 순식간에 여학생 다섯명이 엉덩이들을 땅바닥에 갖다 댔다.


"꺄악~"


"아악~~"


땅바닥에 앉고 나서 좀 시간이 지나서야 아픔이 느껴질 정도로 쾌속하게 벌어진 일이었다. 주저앉은 다섯은 넋을 잃은 채 아픈 볼도 만지는 둥 마는 둥 하면서 홀린 눈으로 눈앞의 여학생을 바라보았다.


여학생은 이 시선 저 시선에 아랑곳하지 않고 웃음을 머금은 채로 리더, 아니 정은에게 다가갔다.


짜작~


어느때보다도 뺨따귀 맞는 소리가 크게 두번 퍼지더니 정은이도 쿠당 하고 엉덩방아를 찧었다. 그녀 역시 넋을 놓은 상태였다. 그녀를 보면서 수라가 생긋 웃고 말했다.


"사람이란 존재가 원래 이런거지...열등감이란... 너희들이 먼저 걸어온 싸움이니까 내 잘못은 없다고 봐. 뺨에 멍들진 않을거야. 또 다시 얼굴맞댈때는 친구로 지낼수 있기를 바래. 난 친구가 좋더라구."


그러면서 수라가 멍해 있는 나머지 여학생들을 쓰윽 쓸어보더니 "킥" 하고 한번 웃은 후 등을 돌려 사뿐사뿐 걸음을 떼기 시작했다. 수라는 뒤돌아보지 않고 덧붙였다.


"때린거 미안해~"


서서히 사라져 가는 수라를 보며 정은이는 중얼거렸다.



"멋있어...."




추남은 입이 다물어지지를 않았다. 친구들도 겁을 좀 먹긴 했지만 마냥 멍하니 있지만은 않았다. 필사적으로 손짓 발짓 휘둘렀지만 저놈의 움직임은 귀신같았다. 이번엔 잡았다 싶은 순간 어느 순간 측면을 파고 돌고... 순식간에 그의 친구들 다섯은 박살이 났다.


쿠당


쿠당탕~


요란한 소리를 내면서 길게 몸을 뉘인 다섯을 뒤로 하고 준영이는 추남을 마주 보았다.


"이제 선배만 남았네요?"


추남은 입을 꽉 깨물었다. 중학생 시절 요행이긴 했지만 3:1의 싸움에서 이겨본 전적이 있었다. 물론 눈앞의 괴물같은 1학년놈한텐 얼마나 먹힐지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허무하게 차가운 옥상 바닥에 몸을 뉘이고 싶지는 않았다. 친구놈들처럼은 말이다.


"이...이자식...피라미가 아니었구나..하지만 나도 호락호락하진 않을거야. 간다~!!"


덩치에 걸맞지 않게 재빨리 다가서는 추남을 보면서 준영은 그를 그의 친구들보다 한두수 더 높게 평가해주긴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뿐이었다.....




"아~ 재미있었다. 선배들하고의 상견례도 자주 해봐야겠어. 큭큭~..하지만 그새끼 하나 깨부쉈다고 우쭐거릴 필욘 없겠지. 제일고는 짱이 없는 곳. 여러 파로 갈려 있다고 들었으니... 아까 그자식이 제일고 실력자라면 정말 실망이 이만저만이 아니겠지만...쓰읍...히히~ 그건 그렇고 정말 박터지게 때려줬는데...살아있을라나 몰라?"


준영은 히히덕 거리면서 시원한 바람이 부는 밤길을 누비고 있었다. 얼굴이야 어쨌든 간에 그래도 실력이 가장 나은 그놈은 데리고 노는 재미를 좀 볼수 있었던 것이다.


입학 첫날부터 피라미라고는 하지만 나름대로 몇명의 똘마니 겸 친구(?)들을 데리고 있는 놈을 하나 아작내놨으니 스스로 생각해봐도 그리 나쁘지 않은 입학식 첫날 아닌가 하고 스스로 자문해보면서 길을 걷는 중이었다.


"히히히~ , 기분도 괜찮은데... 편의점 가서 맥주좀 사가지고 놀이터나 가야겄당~"


내내 히히덕거리면서 근처 편의점으로 향하는 준영이었다.



"아아..좀 심하게 때렸나? 음...아냐아냐. 설마하니 멍이야 들겠어? 안든다고 해놨는데 멍들면 내가 다 미안하지. 에헤헷~"


누군가 이 애교성 깃든 말투와 웃음소리를 들었다면, 여자라도 홀리기가 십중칠팔이요 남자라면 십중팔구도 아니고 십중구십일 것이다.


목소리의 주인공은 밤바람이 시원하게 감싸고 있는 놀이터 벤치에서 맥주를 홀짝이는 여학생, 아수라였다.


그녀가 앉은 벤치 의자 옆에는 한국사람들로부터 꾸준히 사랑받는 스넥, 새우깡과 맥주 두캔이 있었다. 한캔은 그녀의 손에 잡혀 있는 것을 보아 맥주캔을 세개나 산것 같았다.


수라는 새우깡 몇개를 집어서 조그마한 입 안에 쏘옥 쑤셔 넣고는 오물 거리다가 맥주캔을 기분좋고 맛있게 음미하면서 느긋하게 홀짝이고 있었다.


"쓰~~읍...캬~~ 좋다. 역시 맥주는 이래서 좋다니깐. 아~ 바람이 점점 시원해지는군. 열이 오른다 올라. 킥킥~~"


바람도 딱 좋게 불지, 맥주는 맛있지, 근처의 야경도 눈을 즐겁게 하지... 무엇 하나 지금 그녀를 불편하게 만드는 요인이 없었다. 싸움을 즐기는 성격인데 첫날 입학식도 즐겁게 치렀고...


앞으로 어떻게 될까 하는 상상도 마냥 즐겁게 만들고....정말 기분좋고 좋은 그때.. 자신처럼 기분좋아 보이는 사내놈 하나가 히히덕 거리면서 놀이터 안에 첫발을 들이밀었다.


"큭큭...여기가 밤에 기분 내는데 최고지.으흐흐흐으?"


약간 미친놈처럼 보인다 싶을정도로 웃겨제끼던 남자, 준영이 먼저 와 있는 손님과 눈이 마주치면서 웃음을 그쳤다.


"음?"


"응?"




둘의 시선이 서로의 눈동자를 향했다.




"......."



"......."


그것이 시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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