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날 이후로 성호에겐 꿈같은 시간들이 이어졌다. 등하교길에는 항상 수빈이와 같이 있을 수 있었고,
어느정도 친해지자 등하교 시간이외에도 점심시간, 쉬는 시간에도 수빈이와 보내는 시간이 많아졌다.
가끔씩 수빈이의 반에만 찾아오는 성호때문에 수빈이도 성호의 반에 놀러간다고 말했지만 성호가 항상
극구만류하였기때문에 수빈이는 성호의 반 근처에는 갈 수도 없었다. 가끔은 그런 성호가 이해가
안되고 왜 그런가 궁금하기도 했지만, 그 얘기를 꺼낼 때마다 자기 앞에서 한 번도 표정을 찡그리지
않는 성호가 정색을 해서 더 이상 이야기를 꺼낼 수가 없었다. 사실 성호의 입장에선 당연한 일이었다.
자기 반에 찾아왔다가는 민규와 얽힐 가능성이 백퍼센트였기때문이다. 자신은 민규에게 어떤 일을
당하든 상관없었지만, 수빈이가 민규가 얽히는 일은 상상도 하기 싫을정도로 끔찍히 싫었다. 그래서
떼를 써서 올 수도 있는데 자기가 싫다고 하면 더 이상 말을 꺼내지 않는 수빈이가 성호는 참으로 고마웠다.
여전히 학교에서 민규는 성호를 괴롭혔지만, 수빈이때문일까..이제 성호는 전처럼 그렇게 괴롭지 않았다.
아니..이젠 모든 걸 이겨낼 수 있을 거 같았다. 그래서일까..예전보다 괴롭혀도 별 다르게 힘들어
하지 않는 성호가 재미없어서인지 민규의 괴롭히는 횟수나 강도는 전보다 많이 줄어들어갔다.
그러던 어느 날 성호는 항상 지나가는 똑같은 날처럼 수빈이와 같이 하교를 하여 수빈이가 집에
들어가는 모습을 보고 집으로 들어왔다. 과제를 다 하고 티비를 보고 있던 성호에게 전화가 걸려왔다.
"어..수빈이네"
"여보세요"
"어~ 성호야~ 뭐해? 바빠?"
"아니~ 나 그냥 티비보고 있었어~ 무슨 일이야?"
"그래~ 그럼 잠깐 나올 수 있어?"
"어~ 괜찮은데~~ 무슨 일 있는거야??"
"어~ 학원 마치고 나왔는데 밖에 비가와서~~ 나 우산 없는데..집에 전화를 해도 안 받네"
"그래? 알았어~"
성호는 전화를 끊자마자 우산을 챙겨서 재빨리 뛰어나갔다. 혹시나 자기가 늦으면 수빈이가 비를
맞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잠시도 지체할 수가 없었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와 아파트 단지를
나가던 성호의 머릿속에 한 가지 생각이 지나갔다.
"아! 학원 이름;; 이런 바보"
성호는 급히 휴대폰을 꺼내 수빈이에게 전화를 걸었다.
"어~ 벌써 도착했어?"
"아니~ 그게 아니라;; 학원 이름이 뭐였지~ 기억이;;"
"으구~~ㅋㅋ 벌써 까먹었어~ 그럼 아까 물어보지"
"미안해;;하핫.."
"아니~ 미안할 껀 없구 엘리트학원이야"
"아~~ 맞다 맞다~ 빨리 갈께"
성호는 버스를 타고 두 정류장을 지나 내리자마자 황급히 학원으로 뛰어갔다. 잠시라도 기다리게해서
너무 미안한 마음에..
"하아..하아..수빈아"
"어~ 뛰어온거야?? 걸어오지..;; 나 괜찮은데"
"아냐..미안해~ 좀 더 빨리 올 수 있었는데.."
"바보..뭐가 미안해..으휴..넌 너무 착해~ 뭐가 미안하다구.."
"그런가..하핫"
성호는 멋쩍게 웃으며 수빈이와 같이 천천히 걸어갔다.
"저기..성호야"
"으응??"
"빨리 들어가봐야 돼?"
"아니~ 숙제도 다 했고..별로 할 일도 없어서 괜찮은데...왜?"
"그래??그럼 우리 좀 걷자~ 집에까지 걸어가자~ 어때?"
"나야 좋지~~!! 히힛.."
"그래~ 그럼 걸어가는거다~"
수빈이는 성호의 옆에 바짝 붙어 팔짱을 끼고, 성호의 우산 든 손을 같이 잡았다.
"이래야 비 안 맞겠지?"
"어??어어~"
성호에겐 수빈이의 체온과 살결이 느껴지며 숨이 멎을 것만 같았다. 심박수는 미친듯이 뛰기 시작했고,
혹시나 이런 모습이 들킬까봐 노심초사하다 얼굴까지 빨개져버렸다.
"왜 그래??어디 아파?"
"어어?? 아니 왜?"
"얼굴이 갑자기 빨개서~"
"아니야;;하핫~ 더워서..좀 덥네"
"더워? 비와서 시원하지 않나? 그러면 좀 떨어질까?"
"아..아니야~ 괜찮아~"
"그래~ 그럼 이렇게 있자~ 히힛..좋다..성호가 내 남자친구인 느낌?"
"뭐..뭐??!!"
"왜 그렇게 놀라?"
"하하..아니야~"
"왜~~ 내 남자친구 하기 싫냐?"
"어??무슨 소리야;; 안 싫어.."
"ㅋㅋ 놀라긴~ 그럼 너가 남자친구지 여자친구냐~"
"아~~ 장난이었구나.."
"뭐야~~ 그 아쉬운 눈치는...진짜 내 애인 할래?"
"어???!!!"
"어휴~ 울 성호 순진해서 죽겠다;; 놀리지도 못하겠네~ 표정 얼은거 봐;;"
수빈이는 잼있어 죽겠다는 눈빛으로 성호를 쳐다봤다. 성호는 수빈이의 말 한 마디 한 마디에
올라갔다 내려갔다하며 정신이 하나도 없이 멍했다. 방금 도대체 수빈이와 무슨 말을 주고받았는지
기억조차 나지 않았다.
"성호야!!"
넋을 놓고 있던 성호에게 수빈이의 커다란 목소리가 빗소리와 차들이 지나가는 소리를 가르며 크게
들어오며 정신이 번쩍 들었다. 그리고 바로 앞에 서 있는 수빈이를 보며 다시금 심장이 터질듯이 뛰기
시작했다. 빗방울이 묻은 머릿결..창백할만큼 하얀 피부..크고 까만 눈동자가 자신을 정면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매일 보는 얼굴인데 이렇게 매일 새롭고 가슴이 뛸 수 있다니..
성호는 순간 자신도 모르게 수빈이를 끌어안아버렸다.
"서..성호야.."
"그냥 가만히 있어줘...제발.."
"알았어..그럴께.."
수빈이를 안자 성호의 심장은 더 미친듯이 뛰기 시작했고 당장 폭발할 것만 같았다. 그 순간 성호를
따스하게 감싸안는 수빈이의 손길이 느껴졌다.
"괜찮은거야...왜 이리 빨리 뛰어..터질 거 같어..진정해..나 어디 안가..여기 있잖아.."
"으응..그래...으응...흐흐흑.."
"왜..왜 또 울어.."
"모르겠어...그냥...모르겠어..흐흑.."
"그래..울고 싶으면 울어.."
성호도 그 순간 갑자기 왜 그렇게 눈물이 흐르는지 알 수 없었다. 너무 좋기만 한 이 순간에 왜 이리
눈물이 흐르는건지..지금까지 살아온게 너무 힘들어서인지..수빈이의 품이 너무 따뜻해서인지..
한동안 성호는 수빈이를 안은체 눈물이 계속 흘러나왔다.
수빈이는 나중에서야 알았다. 버스 안에서 자신의 발을 밟았다는 성호의 이야기를..자신은 기억조차
하지 못했지만 성호는 분명히 기억하고 있었고, 자신과 친해진 이후에 그 이야기를 해 주었다. 하지만
그래도 수빈이에게 그 기억은 흐릿하게조차 나질 않았다. 왜 그런지 모르겠지만..그래서 수빈이가 기억하는
성호의 첫 모습은 벤치에 앉아 울던 모습이었다. 그것도 아주 서럽게...무슨 이유인지 모르겠지만 정말
너무 서럽게도 우는 모습..도저히 그냥 지나칠 수가 없었다. 애처롭게 떨리는 어깨를 보며 위로해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그 자리에 앉아 성호의 눈물을 닦아주며 위로해주었다. 그게 자신이 기억하는
성호의 첫 모습.. 그 이후로 성호는 수빈이 앞에서 눈물을 보인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 아니..성호는
항상 밝은 모습이었다. 지나칠 정도로..왜 그런지 몰랐지만 수빈이 앞에선 정말 너무 행복한 모습,
즐거운 모습이었다. 처음 만났을 때의 울던 모습이 기억조차 나지 않을만큼 밝은 모습..그런데 지금 성호가
다시 울고 있었다. 그 날 느꼈던 그 느낌 그대로..아주 애처롭게..그런 성호를 보며 수빈이의 마음은
너무나도 아려왔다. 그리고 위로해주고 싶고, 지켜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신 성호가 울지 않게..
늘 자신의 앞에서 보이는 그런 행복한 미소만을 지을 수 있게..
성호는 한참을 울고서야 울음이 점점 잦아들며..떨리던 어깨도 진정되었다.
"이제 다 운거야.."
"으응..미안해 바보같은 모습 보여서.."
"아냐..그럴 수도 있지..남자라고 울지 말라는 법이 있나..그냥 갑자기 그래서 조금 놀랐어.."
"으응...나도 모르겠어..그냥 갑자기 눈물이 나왔어.."
"그래..성호야"
"으응?"
자신을 부르는 수빈이의 얼굴을 보기 위해 고개를 드는 순간 수빈이가 발을 들어 자신의 얼굴에
다가왔고, 순식간에 수빈이의 입술이 성호의 입술에 살짝 데였다가 떨어졌다.
짧지만..강렬한 입맞춤..촉촉하고 따뜻한 느낌..
그 잠시의 순간에 성호의 머릿 속은 멍해져버렸다. 성호는 한동안 수빈이를 멍하게 바라봤다.
그리고 수빈이는 우산에서 나와 성호의 눈 앞에서 멀어져갔다.
"성호야~ 정신 좀 차리구~ 집에 잘 들어가"
"수..수빈이 비 오는데..같이 가!!"
"괜찮아~~ 내일 보자~ 나 먼저 갈께"
"수빈아!!"
"아~ 그리구 성호야~!! 오늘부터 너 내 남자친구다!! 진짜 남자친구~ 애인이라구!!"
"뭐??!!!!"
그 말을 끝으로 수빈이는 성호에게 눈부시게 환한 미소를 지으며 점점 성호의 시야에서 멀어져갔다.
성호는 순간 눈 앞이 하얗게 변하며 귓가에 수빈이의 마지막 말만이 계속 맴돌았다.
"넌 내 남자친구야...내 애인...내가 그럼 수빈이의 남자친구??!!"
ps. 이 작품과 보영이 작품이 완결날때까지 자유게시판에 댓글로 의견받으니까 많은 의견 계속해서 남겨주세요^^
어느정도 친해지자 등하교 시간이외에도 점심시간, 쉬는 시간에도 수빈이와 보내는 시간이 많아졌다.
가끔씩 수빈이의 반에만 찾아오는 성호때문에 수빈이도 성호의 반에 놀러간다고 말했지만 성호가 항상
극구만류하였기때문에 수빈이는 성호의 반 근처에는 갈 수도 없었다. 가끔은 그런 성호가 이해가
안되고 왜 그런가 궁금하기도 했지만, 그 얘기를 꺼낼 때마다 자기 앞에서 한 번도 표정을 찡그리지
않는 성호가 정색을 해서 더 이상 이야기를 꺼낼 수가 없었다. 사실 성호의 입장에선 당연한 일이었다.
자기 반에 찾아왔다가는 민규와 얽힐 가능성이 백퍼센트였기때문이다. 자신은 민규에게 어떤 일을
당하든 상관없었지만, 수빈이가 민규가 얽히는 일은 상상도 하기 싫을정도로 끔찍히 싫었다. 그래서
떼를 써서 올 수도 있는데 자기가 싫다고 하면 더 이상 말을 꺼내지 않는 수빈이가 성호는 참으로 고마웠다.
여전히 학교에서 민규는 성호를 괴롭혔지만, 수빈이때문일까..이제 성호는 전처럼 그렇게 괴롭지 않았다.
아니..이젠 모든 걸 이겨낼 수 있을 거 같았다. 그래서일까..예전보다 괴롭혀도 별 다르게 힘들어
하지 않는 성호가 재미없어서인지 민규의 괴롭히는 횟수나 강도는 전보다 많이 줄어들어갔다.
그러던 어느 날 성호는 항상 지나가는 똑같은 날처럼 수빈이와 같이 하교를 하여 수빈이가 집에
들어가는 모습을 보고 집으로 들어왔다. 과제를 다 하고 티비를 보고 있던 성호에게 전화가 걸려왔다.
"어..수빈이네"
"여보세요"
"어~ 성호야~ 뭐해? 바빠?"
"아니~ 나 그냥 티비보고 있었어~ 무슨 일이야?"
"그래~ 그럼 잠깐 나올 수 있어?"
"어~ 괜찮은데~~ 무슨 일 있는거야??"
"어~ 학원 마치고 나왔는데 밖에 비가와서~~ 나 우산 없는데..집에 전화를 해도 안 받네"
"그래? 알았어~"
성호는 전화를 끊자마자 우산을 챙겨서 재빨리 뛰어나갔다. 혹시나 자기가 늦으면 수빈이가 비를
맞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잠시도 지체할 수가 없었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와 아파트 단지를
나가던 성호의 머릿속에 한 가지 생각이 지나갔다.
"아! 학원 이름;; 이런 바보"
성호는 급히 휴대폰을 꺼내 수빈이에게 전화를 걸었다.
"어~ 벌써 도착했어?"
"아니~ 그게 아니라;; 학원 이름이 뭐였지~ 기억이;;"
"으구~~ㅋㅋ 벌써 까먹었어~ 그럼 아까 물어보지"
"미안해;;하핫.."
"아니~ 미안할 껀 없구 엘리트학원이야"
"아~~ 맞다 맞다~ 빨리 갈께"
성호는 버스를 타고 두 정류장을 지나 내리자마자 황급히 학원으로 뛰어갔다. 잠시라도 기다리게해서
너무 미안한 마음에..
"하아..하아..수빈아"
"어~ 뛰어온거야?? 걸어오지..;; 나 괜찮은데"
"아냐..미안해~ 좀 더 빨리 올 수 있었는데.."
"바보..뭐가 미안해..으휴..넌 너무 착해~ 뭐가 미안하다구.."
"그런가..하핫"
성호는 멋쩍게 웃으며 수빈이와 같이 천천히 걸어갔다.
"저기..성호야"
"으응??"
"빨리 들어가봐야 돼?"
"아니~ 숙제도 다 했고..별로 할 일도 없어서 괜찮은데...왜?"
"그래??그럼 우리 좀 걷자~ 집에까지 걸어가자~ 어때?"
"나야 좋지~~!! 히힛.."
"그래~ 그럼 걸어가는거다~"
수빈이는 성호의 옆에 바짝 붙어 팔짱을 끼고, 성호의 우산 든 손을 같이 잡았다.
"이래야 비 안 맞겠지?"
"어??어어~"
성호에겐 수빈이의 체온과 살결이 느껴지며 숨이 멎을 것만 같았다. 심박수는 미친듯이 뛰기 시작했고,
혹시나 이런 모습이 들킬까봐 노심초사하다 얼굴까지 빨개져버렸다.
"왜 그래??어디 아파?"
"어어?? 아니 왜?"
"얼굴이 갑자기 빨개서~"
"아니야;;하핫~ 더워서..좀 덥네"
"더워? 비와서 시원하지 않나? 그러면 좀 떨어질까?"
"아..아니야~ 괜찮아~"
"그래~ 그럼 이렇게 있자~ 히힛..좋다..성호가 내 남자친구인 느낌?"
"뭐..뭐??!!"
"왜 그렇게 놀라?"
"하하..아니야~"
"왜~~ 내 남자친구 하기 싫냐?"
"어??무슨 소리야;; 안 싫어.."
"ㅋㅋ 놀라긴~ 그럼 너가 남자친구지 여자친구냐~"
"아~~ 장난이었구나.."
"뭐야~~ 그 아쉬운 눈치는...진짜 내 애인 할래?"
"어???!!!"
"어휴~ 울 성호 순진해서 죽겠다;; 놀리지도 못하겠네~ 표정 얼은거 봐;;"
수빈이는 잼있어 죽겠다는 눈빛으로 성호를 쳐다봤다. 성호는 수빈이의 말 한 마디 한 마디에
올라갔다 내려갔다하며 정신이 하나도 없이 멍했다. 방금 도대체 수빈이와 무슨 말을 주고받았는지
기억조차 나지 않았다.
"성호야!!"
넋을 놓고 있던 성호에게 수빈이의 커다란 목소리가 빗소리와 차들이 지나가는 소리를 가르며 크게
들어오며 정신이 번쩍 들었다. 그리고 바로 앞에 서 있는 수빈이를 보며 다시금 심장이 터질듯이 뛰기
시작했다. 빗방울이 묻은 머릿결..창백할만큼 하얀 피부..크고 까만 눈동자가 자신을 정면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매일 보는 얼굴인데 이렇게 매일 새롭고 가슴이 뛸 수 있다니..
성호는 순간 자신도 모르게 수빈이를 끌어안아버렸다.
"서..성호야.."
"그냥 가만히 있어줘...제발.."
"알았어..그럴께.."
수빈이를 안자 성호의 심장은 더 미친듯이 뛰기 시작했고 당장 폭발할 것만 같았다. 그 순간 성호를
따스하게 감싸안는 수빈이의 손길이 느껴졌다.
"괜찮은거야...왜 이리 빨리 뛰어..터질 거 같어..진정해..나 어디 안가..여기 있잖아.."
"으응..그래...으응...흐흐흑.."
"왜..왜 또 울어.."
"모르겠어...그냥...모르겠어..흐흑.."
"그래..울고 싶으면 울어.."
성호도 그 순간 갑자기 왜 그렇게 눈물이 흐르는지 알 수 없었다. 너무 좋기만 한 이 순간에 왜 이리
눈물이 흐르는건지..지금까지 살아온게 너무 힘들어서인지..수빈이의 품이 너무 따뜻해서인지..
한동안 성호는 수빈이를 안은체 눈물이 계속 흘러나왔다.
수빈이는 나중에서야 알았다. 버스 안에서 자신의 발을 밟았다는 성호의 이야기를..자신은 기억조차
하지 못했지만 성호는 분명히 기억하고 있었고, 자신과 친해진 이후에 그 이야기를 해 주었다. 하지만
그래도 수빈이에게 그 기억은 흐릿하게조차 나질 않았다. 왜 그런지 모르겠지만..그래서 수빈이가 기억하는
성호의 첫 모습은 벤치에 앉아 울던 모습이었다. 그것도 아주 서럽게...무슨 이유인지 모르겠지만 정말
너무 서럽게도 우는 모습..도저히 그냥 지나칠 수가 없었다. 애처롭게 떨리는 어깨를 보며 위로해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그 자리에 앉아 성호의 눈물을 닦아주며 위로해주었다. 그게 자신이 기억하는
성호의 첫 모습.. 그 이후로 성호는 수빈이 앞에서 눈물을 보인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 아니..성호는
항상 밝은 모습이었다. 지나칠 정도로..왜 그런지 몰랐지만 수빈이 앞에선 정말 너무 행복한 모습,
즐거운 모습이었다. 처음 만났을 때의 울던 모습이 기억조차 나지 않을만큼 밝은 모습..그런데 지금 성호가
다시 울고 있었다. 그 날 느꼈던 그 느낌 그대로..아주 애처롭게..그런 성호를 보며 수빈이의 마음은
너무나도 아려왔다. 그리고 위로해주고 싶고, 지켜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신 성호가 울지 않게..
늘 자신의 앞에서 보이는 그런 행복한 미소만을 지을 수 있게..
성호는 한참을 울고서야 울음이 점점 잦아들며..떨리던 어깨도 진정되었다.
"이제 다 운거야.."
"으응..미안해 바보같은 모습 보여서.."
"아냐..그럴 수도 있지..남자라고 울지 말라는 법이 있나..그냥 갑자기 그래서 조금 놀랐어.."
"으응...나도 모르겠어..그냥 갑자기 눈물이 나왔어.."
"그래..성호야"
"으응?"
자신을 부르는 수빈이의 얼굴을 보기 위해 고개를 드는 순간 수빈이가 발을 들어 자신의 얼굴에
다가왔고, 순식간에 수빈이의 입술이 성호의 입술에 살짝 데였다가 떨어졌다.
짧지만..강렬한 입맞춤..촉촉하고 따뜻한 느낌..
그 잠시의 순간에 성호의 머릿 속은 멍해져버렸다. 성호는 한동안 수빈이를 멍하게 바라봤다.
그리고 수빈이는 우산에서 나와 성호의 눈 앞에서 멀어져갔다.
"성호야~ 정신 좀 차리구~ 집에 잘 들어가"
"수..수빈이 비 오는데..같이 가!!"
"괜찮아~~ 내일 보자~ 나 먼저 갈께"
"수빈아!!"
"아~ 그리구 성호야~!! 오늘부터 너 내 남자친구다!! 진짜 남자친구~ 애인이라구!!"
"뭐??!!!!"
그 말을 끝으로 수빈이는 성호에게 눈부시게 환한 미소를 지으며 점점 성호의 시야에서 멀어져갔다.
성호는 순간 눈 앞이 하얗게 변하며 귓가에 수빈이의 마지막 말만이 계속 맴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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