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일몽(千日夢) - 41부-
“아빠 아~ 우 히 히 히~”
차가 다가 오는데도 겁 없이 뛰어드는 예린이,
재식이 차를 멈추자 얼른 반대편으로 올라탄다.
“야~ 이 녀석 그러다가 다치면 어떡하려고 그래… 하 하 하~”
“우 히 힛!! 설마 아빠가 날 치게 하겠어? 히 히~ 내가 얼마나 기다렸다구…”
티 없이 맑은 예린이의 얼굴은 오늘따라 더욱 이쁘게 보인다.
재식은 예린이를 보고 있노라면 마치 천사와 같이 있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오시느라고 힘드셨죠? 피곤 하실텐데…들어가셔서 좀 쉬세요~”
거실에서 처음으로 보는 30대의 여인과 이야기를 나누던 예린이 엄마가
예린이의 손을 잡고 들어오는 재식을 보더니 반갑게 맞아 준다.
재식은 목례를 하듯이 가볍게 고개를 숙이면서
예린이와 함께 2층 방을 향해 계단을 올랐다.
“누구야? 엄마랑 같이 있는 분은?”
“몰랐어? 우리 고몬데…. 아직 한번도 못 본거야?”
재식은 예린이의 집으로 처음 왔을 때
예린이와 수린이를 통해 들은 적이 있었던 고모를 오늘에야 처음으로 본 것이다.
방으로 들어오자 재식은 푹신한 소파에 몸을 깊이 묻으며 앉으니
예린이도 재식의 무릎 위에 안기듯이 매달린다.
“몇 살이야?”
“누가? 고모 말이야? 으 흥~~ 아빠 관심 있구나…우 헤 헤~”
“아..아냐~ 과..관심은 무슨 관심…그냥 물어 본 거지…”
긴 머리에 우아하게 퍼머까지 한 예린이의 고모,
재식은 은근슬쩍 물어 보려다가 예린이에게 속 마음을 들킨 것 같아
손을 내 저으며 아니라고 발뺌을 한다.
“피이~ 관심이 있으면서… 히 히~ 우리 고모는 서른 네살이야~”
서른 네살이라, 얼핏 보기에는 그냥 20대 후반으로 보였다.
그리 길지않은 머리에 퍼머를 하였고
우유처럼 하얀 피부를 가진 그녀는 어느 남자가 보더라도 반해버릴 정도였다.
"아 빠 아!!!!"
한동안 깊은 생각에 빠져있었던 재식은 예린이가 부르는 소리에 정신이 번쩍들었다.
"으...으 응~~ 왜..왜?"
"치잇! 내가 그렇게 불렀는데...대답도 않하구..."
"예린이가 날 불렀었어? 어 휴~ 미..미 안해~그...근데 왜?"
재식은 미안했던지 예린이를 살며시 끌어 안으며 슬그머니 웃어주었다.
"아빠~ 오늘 우리 고모를 한번 찾아가 봐~ 후 후"
예린이의 얼굴은 장난끼가 있는 것 같기도 하고 또 한편으로는 진지한 모습도 보이는 것 같다.
"그런데... 고모를 찾아 가라니? 그게 무슨???"
그러나 재식은 고모를 찾아 가라는 말에 관심을 보이며
반짝 거리는 예린이의 눈을 뚫어지게 쳐다 보았다.
"으응~ 우리 고모가 아빠에 대해서 얼마나 궁금해 했었는데.... 후 후~"
뭐야... 좋은게 아니고 나에 대해서 궁금해 하다니...
얼굴이나 보려면 오늘처럼 그냥 거실에 나와 있으면 볼 수 있을 것 아닌가?
쌍둥이들이나 수아처럼 자신에게 바싹 달아 붙을줄 알았던 재식의 실망은 여간 큰 것이 아니었다.
"그렇다면 찾아 갈 것도 없네 뭐~ 조금전에 거실에서 봤으니..."
재식은 허탈한 마음에 예린이에게 푸념처럼 투덜거렸다.
"아니~그 말이 아니구... 우리 고모는 아빠가 올 때마다 계속 봤었다구..."
"뭐...뭐??? 나..나를?? 그..근데 나는 왜 못 봤지?"
잠시 실망을 느꼈던 재식은 가슴이 두근 거리기 시작했다.
"고모의 방이 지금 이 방앞 왼쪽에 있는 방이거든... 후 후~!"
같은 2층을 썼으며 그것도 방 앞에 있다니...
그렇다면 지민이나 지현이, 그리고 수아와의 관계를 가질때 어쩌면 들었을 수도 있지 않은가?
게다가 수린이의 비명은 또 어떻하였는가?
어쩌면 예린이 고모는 자신을 경멸할 지도 모른다.
"예...예 린 아~ 고..고 모 가... 나.를~~"
"푸훗!! 왠 일이야? 아빠가 말을 다 더듬고.... 키킥..."
예린이는 재식을 보며 재미있다는 듯이 킥킥대며 웃는다.
"사실은~ 우리 고모가 아빠에게 관심이 무지 많아... 후 훗..."
드디어 예린이의 입을 통해 나온 기다렸던 한마디,
재식은 그 말을 듣는 순간 온몸에 전율이 느껴지는 것을 알 수가 있었다.
"아빠~ 고모가 좋아도 아빠는 예린이가 더 좋지 그치?"
"물론~~ 아빠는 예린이 때문에 여기에 오는 건데... 하 하 하~"
사실 재식의 말이 빈 말은 아니었지만
지금 현 상태에서 예린이 고모가 차지하는 비중이란 엄청나다.
고모를 한번 만나라, 고모가 자신을 훔쳐보며 관심도 많다.
그런데 어떻게 만나야 할까?
선을 보는 것도 아닌데 예린이에게 만나자고 말해 달라고 하려니 쑥스럽고
한번도 마주 대한 적이 없는데 방으로 불쑥 찾아 갈 수도 없지 않은가?
"아빠 오늘도 목욕 시켜 줄꺼야? 언니도 아빠가 목욕 시켜주면 좋다는데...히힛!!"
"안돼!! 이젠 예린이나 수린이의 목욕은 안 시켜 줄꺼야~"
예린이는 필시 그래 라고 대답이 나올 줄 알았는데
뜻밖의 말을 듣자 입을 딱 벌린 채 재식을 쳐다 보았다.
"왜 에? 이젠 아무렇지도 않다면서.... "
"그래도 안돼!! 어느 아빠가 다 큰 딸들의 목욕을 시켜 준대..?"
예린이는 입술을 삐죽 거리면서 금새 시무룩 해 졌지만
이제 딸이라고 생각한 재식은 언젠가 한번은 겪어야만 할 일이기에 그냥 외면해 버린다.
"그럼 뭐 해 줄꺼야?"
재식이가 아무 말이 없자 예린이는 고개를 살짝 숙인 채 재식의 눈치를 살핀다.
"그런 것 말고~ 아빠로서 할 수 있는 모든거...."
"알 았 어~ 훌쩍..."
예린이가 우는 것 같지는 않았지만 코를 훌쩍거린다.
마음 같아서는 저렇게 천사 같은 예린이에게 모든 것을 다 해 주고 싶었으며
보드라운 예린이의 몸을 껴 안고 자고 싶었지만
불과 10년도 되지않아 예린이가 훌쩍 커버리고 나면
철없는 아이의 몸을 짓밝아 놓은 것에 대해 자신을 원망할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예린이와 재식은 별 말도 없이 조용한 가운데 시간이 흘렀다.
저녁을 먹은 후,
재식은 혼자 2층 계단을 올라왔다.
자신에게 원망스러운 눈초리와 어색한 분위기로 보아
틀림없이 예린이는 그냥 자기 방으로 들어가 버릴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방으로 들어 온 재식은 소파에 앉아 담배에 불을 붙여 한숨을 쉬듯이 길게 연기를 내 뿜었다.
"아 빠 아~ 헤 헤 헤~"
방문이 배시시 열리면서 언제나처럼 밝은 예린이의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오우~ 우리 딸~ 밥 다 먹었어? 하 하~"
"으응~ 케켁!! 아휴~ 담배 냄새~ 아빠 빨리 꺼...켁...켁!!"
예린이는 조금 전의 모습이 아니었다.
그리고 재식이 입에 물고 있던 담배를 뺏아 잿털이에 집어 넣더니 두껑을 닫아버린다.
"왜...또 목욕 시켜 달라는 소리 하려구?"
"피이~ 아냐...이젠 안 그럴꺼야~ 대신 나 오늘 아빠 옆에서 자도 되지? 응?"
방긋이 웃으며 재식의 무릎위로 안겨오는 예린이,
재식은 그런 예린이가 귀여울 따름이다.
"물론이지..... 아빠도 예린이와 자고 싶었는데...후 후~"
"정말? 우 히 히 히~ 울 아빠 최고다...히 히 힛!! 아빠~ 나 씻고 나올께..."
예린이는 더이상 조르지 않고 욕실로 들어가 버렸다.
늦은 밤,
곁에 누운 예린이는 천사 같은 얼굴로 쌔근쌔근 꿈나라로 빠져 들었다.
재식은 쉽사리 잠을 이루지 못한다.
낮에 거실에서 봤던 예린이의 얼굴이 아른거리고
또 예린이를 통해 들어 온 말들이 귓가에 맴돌았다.
"후우~ 내가 왜 이러지? 지금 내게서 여자에 대한 아쉬움이란 전혀 없지 않은가? 휴우~"
이혼을 한 후로 하루도 거르지 않고 따라다니는 여자들,
언제든지 말만 하면 품을 수 있는게 여자인데
잠을 방해 하면서 영상처럼 떠 올려지는 그 얼굴,
한동안 깊은 생각에 빠져있던 재식은 무엇을 하려는지
침대에서 벌떡 일어나 밖으로 나가 아무 생각없이 계단을 내려갔다.
그리고 아까 예린이가 일러 준 방 앞에 서성그리고 서 있다.
예린이 고모의 방이다.
"후 우 욱~~~ "
재식은 깊은 한숨을 내 쉬더니 방문의 손잡이를 살며시 돌렸다.
방안은 붉은 수면등이 켜져 있었고
화려하진 않았지만 고급 스러운 장식들이 잘 정리되어 있었다.
그리고 잠자리 날개처럼 하늘거리는 천으로 둘러 쌓인 침대가 보이는데
재식의 마음을 그렇게 졸이던 예린이의 고모가 그 침대 위에서 잠들어 있다.
재식은 발소리를 죽여가며 그 침대 가까이 다가갔다.
편안한 모습으로 잠들어 있는 예린이의 고모,
붉은 수면등은 그녀의 모습을 더욱 우아하게 비춰주고 있었다.
- 다음편에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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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아~ 우 히 히 히~”
차가 다가 오는데도 겁 없이 뛰어드는 예린이,
재식이 차를 멈추자 얼른 반대편으로 올라탄다.
“야~ 이 녀석 그러다가 다치면 어떡하려고 그래… 하 하 하~”
“우 히 힛!! 설마 아빠가 날 치게 하겠어? 히 히~ 내가 얼마나 기다렸다구…”
티 없이 맑은 예린이의 얼굴은 오늘따라 더욱 이쁘게 보인다.
재식은 예린이를 보고 있노라면 마치 천사와 같이 있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오시느라고 힘드셨죠? 피곤 하실텐데…들어가셔서 좀 쉬세요~”
거실에서 처음으로 보는 30대의 여인과 이야기를 나누던 예린이 엄마가
예린이의 손을 잡고 들어오는 재식을 보더니 반갑게 맞아 준다.
재식은 목례를 하듯이 가볍게 고개를 숙이면서
예린이와 함께 2층 방을 향해 계단을 올랐다.
“누구야? 엄마랑 같이 있는 분은?”
“몰랐어? 우리 고몬데…. 아직 한번도 못 본거야?”
재식은 예린이의 집으로 처음 왔을 때
예린이와 수린이를 통해 들은 적이 있었던 고모를 오늘에야 처음으로 본 것이다.
방으로 들어오자 재식은 푹신한 소파에 몸을 깊이 묻으며 앉으니
예린이도 재식의 무릎 위에 안기듯이 매달린다.
“몇 살이야?”
“누가? 고모 말이야? 으 흥~~ 아빠 관심 있구나…우 헤 헤~”
“아..아냐~ 과..관심은 무슨 관심…그냥 물어 본 거지…”
긴 머리에 우아하게 퍼머까지 한 예린이의 고모,
재식은 은근슬쩍 물어 보려다가 예린이에게 속 마음을 들킨 것 같아
손을 내 저으며 아니라고 발뺌을 한다.
“피이~ 관심이 있으면서… 히 히~ 우리 고모는 서른 네살이야~”
서른 네살이라, 얼핏 보기에는 그냥 20대 후반으로 보였다.
그리 길지않은 머리에 퍼머를 하였고
우유처럼 하얀 피부를 가진 그녀는 어느 남자가 보더라도 반해버릴 정도였다.
"아 빠 아!!!!"
한동안 깊은 생각에 빠져있었던 재식은 예린이가 부르는 소리에 정신이 번쩍들었다.
"으...으 응~~ 왜..왜?"
"치잇! 내가 그렇게 불렀는데...대답도 않하구..."
"예린이가 날 불렀었어? 어 휴~ 미..미 안해~그...근데 왜?"
재식은 미안했던지 예린이를 살며시 끌어 안으며 슬그머니 웃어주었다.
"아빠~ 오늘 우리 고모를 한번 찾아가 봐~ 후 후"
예린이의 얼굴은 장난끼가 있는 것 같기도 하고 또 한편으로는 진지한 모습도 보이는 것 같다.
"그런데... 고모를 찾아 가라니? 그게 무슨???"
그러나 재식은 고모를 찾아 가라는 말에 관심을 보이며
반짝 거리는 예린이의 눈을 뚫어지게 쳐다 보았다.
"으응~ 우리 고모가 아빠에 대해서 얼마나 궁금해 했었는데.... 후 후~"
뭐야... 좋은게 아니고 나에 대해서 궁금해 하다니...
얼굴이나 보려면 오늘처럼 그냥 거실에 나와 있으면 볼 수 있을 것 아닌가?
쌍둥이들이나 수아처럼 자신에게 바싹 달아 붙을줄 알았던 재식의 실망은 여간 큰 것이 아니었다.
"그렇다면 찾아 갈 것도 없네 뭐~ 조금전에 거실에서 봤으니..."
재식은 허탈한 마음에 예린이에게 푸념처럼 투덜거렸다.
"아니~그 말이 아니구... 우리 고모는 아빠가 올 때마다 계속 봤었다구..."
"뭐...뭐??? 나..나를?? 그..근데 나는 왜 못 봤지?"
잠시 실망을 느꼈던 재식은 가슴이 두근 거리기 시작했다.
"고모의 방이 지금 이 방앞 왼쪽에 있는 방이거든... 후 후~!"
같은 2층을 썼으며 그것도 방 앞에 있다니...
그렇다면 지민이나 지현이, 그리고 수아와의 관계를 가질때 어쩌면 들었을 수도 있지 않은가?
게다가 수린이의 비명은 또 어떻하였는가?
어쩌면 예린이 고모는 자신을 경멸할 지도 모른다.
"예...예 린 아~ 고..고 모 가... 나.를~~"
"푸훗!! 왠 일이야? 아빠가 말을 다 더듬고.... 키킥..."
예린이는 재식을 보며 재미있다는 듯이 킥킥대며 웃는다.
"사실은~ 우리 고모가 아빠에게 관심이 무지 많아... 후 훗..."
드디어 예린이의 입을 통해 나온 기다렸던 한마디,
재식은 그 말을 듣는 순간 온몸에 전율이 느껴지는 것을 알 수가 있었다.
"아빠~ 고모가 좋아도 아빠는 예린이가 더 좋지 그치?"
"물론~~ 아빠는 예린이 때문에 여기에 오는 건데... 하 하 하~"
사실 재식의 말이 빈 말은 아니었지만
지금 현 상태에서 예린이 고모가 차지하는 비중이란 엄청나다.
고모를 한번 만나라, 고모가 자신을 훔쳐보며 관심도 많다.
그런데 어떻게 만나야 할까?
선을 보는 것도 아닌데 예린이에게 만나자고 말해 달라고 하려니 쑥스럽고
한번도 마주 대한 적이 없는데 방으로 불쑥 찾아 갈 수도 없지 않은가?
"아빠 오늘도 목욕 시켜 줄꺼야? 언니도 아빠가 목욕 시켜주면 좋다는데...히힛!!"
"안돼!! 이젠 예린이나 수린이의 목욕은 안 시켜 줄꺼야~"
예린이는 필시 그래 라고 대답이 나올 줄 알았는데
뜻밖의 말을 듣자 입을 딱 벌린 채 재식을 쳐다 보았다.
"왜 에? 이젠 아무렇지도 않다면서.... "
"그래도 안돼!! 어느 아빠가 다 큰 딸들의 목욕을 시켜 준대..?"
예린이는 입술을 삐죽 거리면서 금새 시무룩 해 졌지만
이제 딸이라고 생각한 재식은 언젠가 한번은 겪어야만 할 일이기에 그냥 외면해 버린다.
"그럼 뭐 해 줄꺼야?"
재식이가 아무 말이 없자 예린이는 고개를 살짝 숙인 채 재식의 눈치를 살핀다.
"그런 것 말고~ 아빠로서 할 수 있는 모든거...."
"알 았 어~ 훌쩍..."
예린이가 우는 것 같지는 않았지만 코를 훌쩍거린다.
마음 같아서는 저렇게 천사 같은 예린이에게 모든 것을 다 해 주고 싶었으며
보드라운 예린이의 몸을 껴 안고 자고 싶었지만
불과 10년도 되지않아 예린이가 훌쩍 커버리고 나면
철없는 아이의 몸을 짓밝아 놓은 것에 대해 자신을 원망할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예린이와 재식은 별 말도 없이 조용한 가운데 시간이 흘렀다.
저녁을 먹은 후,
재식은 혼자 2층 계단을 올라왔다.
자신에게 원망스러운 눈초리와 어색한 분위기로 보아
틀림없이 예린이는 그냥 자기 방으로 들어가 버릴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방으로 들어 온 재식은 소파에 앉아 담배에 불을 붙여 한숨을 쉬듯이 길게 연기를 내 뿜었다.
"아 빠 아~ 헤 헤 헤~"
방문이 배시시 열리면서 언제나처럼 밝은 예린이의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오우~ 우리 딸~ 밥 다 먹었어? 하 하~"
"으응~ 케켁!! 아휴~ 담배 냄새~ 아빠 빨리 꺼...켁...켁!!"
예린이는 조금 전의 모습이 아니었다.
그리고 재식이 입에 물고 있던 담배를 뺏아 잿털이에 집어 넣더니 두껑을 닫아버린다.
"왜...또 목욕 시켜 달라는 소리 하려구?"
"피이~ 아냐...이젠 안 그럴꺼야~ 대신 나 오늘 아빠 옆에서 자도 되지? 응?"
방긋이 웃으며 재식의 무릎위로 안겨오는 예린이,
재식은 그런 예린이가 귀여울 따름이다.
"물론이지..... 아빠도 예린이와 자고 싶었는데...후 후~"
"정말? 우 히 히 히~ 울 아빠 최고다...히 히 힛!! 아빠~ 나 씻고 나올께..."
예린이는 더이상 조르지 않고 욕실로 들어가 버렸다.
늦은 밤,
곁에 누운 예린이는 천사 같은 얼굴로 쌔근쌔근 꿈나라로 빠져 들었다.
재식은 쉽사리 잠을 이루지 못한다.
낮에 거실에서 봤던 예린이의 얼굴이 아른거리고
또 예린이를 통해 들어 온 말들이 귓가에 맴돌았다.
"후우~ 내가 왜 이러지? 지금 내게서 여자에 대한 아쉬움이란 전혀 없지 않은가? 휴우~"
이혼을 한 후로 하루도 거르지 않고 따라다니는 여자들,
언제든지 말만 하면 품을 수 있는게 여자인데
잠을 방해 하면서 영상처럼 떠 올려지는 그 얼굴,
한동안 깊은 생각에 빠져있던 재식은 무엇을 하려는지
침대에서 벌떡 일어나 밖으로 나가 아무 생각없이 계단을 내려갔다.
그리고 아까 예린이가 일러 준 방 앞에 서성그리고 서 있다.
예린이 고모의 방이다.
"후 우 욱~~~ "
재식은 깊은 한숨을 내 쉬더니 방문의 손잡이를 살며시 돌렸다.
방안은 붉은 수면등이 켜져 있었고
화려하진 않았지만 고급 스러운 장식들이 잘 정리되어 있었다.
그리고 잠자리 날개처럼 하늘거리는 천으로 둘러 쌓인 침대가 보이는데
재식의 마음을 그렇게 졸이던 예린이의 고모가 그 침대 위에서 잠들어 있다.
재식은 발소리를 죽여가며 그 침대 가까이 다가갔다.
편안한 모습으로 잠들어 있는 예린이의 고모,
붉은 수면등은 그녀의 모습을 더욱 우아하게 비춰주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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