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타지입니다.. 환타지인데도 이렇게 좋은 반응 주셔서 감사합니다^^. 일찍 퇴근하게 되서 곧바로 종편 올립니다.
잡설은 종편이니 만큼 끝에 넣겠습니다.
그럼 재밌게만 읽어주세요^^:
16.
몸을 웅크리고 있던 혁이가 갑자기 경련을 일으키며 입에 거품을 물기 시작한다.
약의 부작용이라고 하기엔 복용 시간이 많이 지났기에 이런 있을 수 없는 현상에 수철은 당황하게 된다.
자신의 앞에서 숙희가 엉덩이를 흔들고 있다는 것도 잊은 채 바닥에서 뒹굴고 있는 혁이를 쳐다보고만 있다.
보기에도 엄청난 고통을 느끼는 혁이를 보며 사태파악에 나선다. 몸의 변화에 주시하게 된다.
혁이의 몸에 수축이 일어나는 것을 확인 할 수 있었다.. 이미 변신 후의 혁이었기에 있을 수 없는 상황이었다. 더군다나 추가 복용된 약도 없었기에 이 상황을 도저히 이해하지 못하고 있던 수철이었다.
생각을 정리하지 못하고 있던 수철 앞에 또 한차례의 변신이 끝났는지 서서히 몸을 일으키는 혁이다.
혁이도 자신의 변화에 이해를 못하는지 고개를 숙여 자신의 육체를 확인하기 시작했다.
변환이라기 보단 다시 원래의 혁이로 돌아온 듯 보였다. 정확히 말해 약을 처음 먹기 전의 살이쩌 살집이 있었던 혁이의 몸에 볼록 튀어나온 배가 없어지고 몸에 근육만 붙은..
키도 작아져 평소의 키보다 아주 약간 큰 170 후반 정도밖에는 안되어 보인다.
다만 몸이 투명할 만큼 백색으로 변해 있었다. 백색증 환자라고 할 만큼 하얘진 몸으로 인해 단단한 근육이 존재하고 있음에도 상대적으로 왜소해 보인다.
바닥에 깨져 나뒹굴고 있는 유리조각에 혁이의 얼굴이 비춰 보였다. 놀라웠다.
혁이의 모발이 전부 하얗게 변해 있었다. 혁이는 서서히 아직 완전히 깨지지 않은 거울로 걸음을 옮긴다.
금이 가 있는 거울에 비췬 혁이의 모습은 순백색을 이루고 있었다.
"어...어떻게 된 겁니까??"
떨리는 음성의 수철의 목소리를 등 뒤에서 듣게 된 혁이는 고개를 천천히 돌려 자신의 소중한 연인의 허벅지 사이에 흉측한 자지를 끼어 넣고 있는 수철을 바라본다.
방안의 공기가 변하는 듯 느낀 수철은 그대로 굳어졌다.
"글쎄요......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담담하면서도 낮게 깔린 음성으로 오히려 수철의 등에는 소름이 돋았다.
수철은 태어나서 처음으로 이 미지의 생물체에게 두려움을 느끼게 된다. 천천히 몸을 돌려 자신에게 다가오는 혁이를 본 수철은 힘을 주어 숙희를 벽을 향해 집어 던진다.
허를 찌르고 혁이를 공격하려는 행동이었으나. 수철이 거울 앞에 몸을 날려 주먹을 뻗었을 땐.. 이미 혁이는 날아가던 숙희를 안전하게 받아 안고 있었다.
흥분제에 중독되어 몸을 떨며 혁이의 품에 안긴 숙희는 혁이에게도 섹스를 바라는지 모아진 다리를 흔들며 몸을 비비기 시작한다.
"누나.... 미안.."
혁이가 자신의 품에 안긴 숙희를 바라보며 조용히 속삭이듯 얘기를 하곤 뒷목을 잡고 힘을 준다. 숙희의 몸이 스르르 혁이의 품에서 축~쳐지게 된다.
"크크크크크크.. 변하더니 인정사정이 없어지셨군요. 자신이 사랑하는 여인이 방해가 된다고 곧바로 죽이다니.."
".............."
숙희를 안고 천천히 발걸음을 옮긴 혁이는 숙희를 자신을 깔아뭉갰던 침대에 조심히 내려 놓는다..
수철은 침대에 눕혀진 숙희의 가슴이 아주 작게 들썩이는 걸 볼 수 있었다. 숙희를 바라보던 혁이가 고개를 돌려 수철을 쳐다본다.
"지금이라도 저희를 보내 주신다면... 조용히 물러가겠습니다.."
"크크...지금 제 몸에 처음 느껴지는 감정으로 너무나 흥분했는데.. 그냥 보내드릴 순 없습니다.."
"느끼실 텐데요.. 제가 얼마나 위험해졌는 질"
"그러니까 말입니다..그냥 돌려보낼 순 없다는 말이죠.."
"그럼 계속 할까요?"
"야잇!~~~~"
아까와 달리 먼저 수철이 혁이를 향해 어깨를 내밀며 달려간다. 근육량을 체크하며 뒤에 있는 숙희로 인해 피하지 못할 혁이를 몸으로 깔아뭉개는 것이 가장 효과적일 거라는 생각에 주먹이나 발보다 몸 전체를 던지게 된 수철이다.
그러나 이런 생각은 멈춰진 몸으로 인해 좌절되고 만다.. 꿈쩍도 안하고 있는 자신의 육체를 확인한 수철은 고개를 들어 상황을 파악했다.
자신의 육중한 몸을 혁이는 한손으로 지탱하고 있었다. 당장이라도 부러트릴 수 있을 거처럼 생각됐던 혁이의 손은 오히려 엄청난 팔 힘을 뿜어내며 서서히 수철을 바닥에 강제로 무릎 꿇게 한다.
어느새 손으로 바닥을 짚게 된 수철은 놀라며 고개를 들어 혁이를 바라본다.
"다시 인사드리죠.. 전 106번이 아닌..... 한혁이라고 합니다....."
".........."
인사하듯 자신을 내려 보며 말을 하는 혁이에게 할말을 잃게 된 수철은 그대로 자리에 주저앉는다.
더 이상의 반항을 하지 않는다.. 변한 혁이에게 한번도 타격을 받지는 않았지만...이미 엄청난 전투력 차이를 느끼며 고개를 올려다본 혁이의 모습에서 존경이라는 감정까지 생기기 시작했기에 조용히 고개를 숙인 채 양반다리로 바닥에 앉는다.
"잘..생각하셨습니다.. 밖에서 대기하시는 분들에게 물러나라고 해주세요.. 피를 보기 싫습니다.."
".........."
"어쩔 수 없군요..."
혁이가 몸을 돌릴 때 수철의 고함소리가 들렸다.
"전부 대기하라!!!!!"
혁이는 고개를 돌려 다시 수철을 바라본다. 그리곤 이내 몸을 돌려 숙희에게 다가간다. 넝마가 된 침대보로 숙희를 감싸곤 품에 안고 서서히 걸어 나간다.
"106,,,,아니 혁이씨.."
".............예?"
"지금 변화가 마지막이라는 생각은 들지 않으시나요?"
"............."
"제가 느낀 혁이씨의 육체는 이미 한계를 넘어선 최악의 몸부림 같습니다...아마도 이 변화가 끝이 나면 목숨까지도 위험할 수 있다는 걸 모르시나요?"
"아마도...요........"
"그럼 저희한테 치료를 받으세요!.. 약속은 못 드리지만..... 최소한 몇 시간이라도 숙희씨와 마지막을 보내시는 게..숙희씨가 비밀을 지켜주신다면 온전하게 바이오로 보내드리겠습니다."
"죄송합니다.. 마음은 고맙게 받죠.. 하지만 이런 곳에서 누나와 최후를 맞이하긴 싫습니다.."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말을 끝낸 혁이는 다시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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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비에터에서 내려 건물을 빠져나온 혁이는 잠시 당황했다. 자신을 쫓는 듯한 낌새는 느껴지진 않았지만... 어느 병원일거라고 예상했던 건물은 지하에 묻혀있었던 것이다.
엘리베이터로 지상으로 나온 혁이는 반공호 와도 같은 입구를 쳐다보다가 어딘가에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으로 차를 찾아봤지만 아마도 다른 입구가 더 있는 듯 보이질 않았다.
수철의 약속을 믿지 않는 혁이는 아니었지만 다른 사람들까지 믿을 순 없었다.결정적으로 그 우박사라는 사람은 숙희를 대놓고 탐했던 사람이다. 그런 사람이 있는곳에 숙희를 놔둘 순 없었다.
숙희를 안은 채 이 자리를 피하기 위해 길이 아닌 산속으로 몸을 이동해 달리기 시작한다.
본능적으로 자신의 남은 시간이 채 수십분도 안 된다는 것을 알고 있는 혁이는 있는 힘을 다해 숲속을 달리기 시작한다. 한줄기의 하얀 선을 그리며 엄청난 속도로 숲을 헤집고 달려간다....몸이 부서질 듯 아파오며 다리가 점점 무거워 졌지만.. 혁이는 숙희는 최대한 안전한 곳으로 옮겨야 된다는 생각에 있는 힘을 다해 달리고 있다.
자신의 하얀 피부가 어느새 점점 피멍이 들어가는 것도 모른 채...................
숙희가 몸을 떤다..잠시 달리기를 멈춘 혁이는 감싸고 있는 침대보를 다시 완벽하게 감싸 부둥켜 안고 있는 숙희를 내려본다.. 숙희의 얼굴을 자신의 머릿속에 세겨두려는 듯...
"사랑해....누나...."
중엉거리듯 숙희를 쳐다보며 혼잣말을 한 혁이는 그대로 다시 달리기 시작한다. 이미 혁이의 몸은 망신창을 넘어 몸의 모든 근육에서 비명을 지르고 있었다.
그러나 달려야 했다.. 시야가 흐려지기 시작한다..이미 혁이의 육체가 한계를 넘어서 였고, 숙희의 얼굴을 다시 바라 본 후라서 눈물이 나서 그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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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희가 정신을 차렸다. 강제로 팔을 맞췄는지 어깨가 고통스러웠지만 그래도 오른팔이 움직였다. 주위를 두리 번 거린다. 어두운... 도저히 자신이 있는 곳을 짐작하지 못한 채 나무들 사이에서 일어나 천천히 살피기 시작한다.
기억을 되짚어본다.. 수철이 자신에게 약을 주사했고,,,,, 숙희는 서둘러 자신의 몸을 살핀다. 하반신의 중요한 곳에서는 어떠한 느낌도 없었다. 가슴에 다섯 개의 찔린 상처만이 수철과의 기억이 현실이었음을 되새기게 한다.
혁이.....
숙희는 어두운 숲속에서 혁이를 찾기 시작한다. 자신이 이런 외진 곳에 버려져있다는 것은 탈출에 성공한 것이 분명했다. 그렇다면 자신을 버릴 리 없는 혁이가 주위에 있어야 하는데.... 아무리 찾아봐도 모습이 보이질 않는다. 한참을 헤맨다. 자신이 어디를 향해 걸어가는지도 모른 채 산을 헤매고 있던 숙희는 도로를 발견하게 되었다.
새벽에 가까웠는지 점점 날이 밝기 시작한다.
결국 숙희는 혁이를 찾는 것을 포기 했다. 아니 포기한 것이 아니라 우선 회사로 복귀를 해서 빨리 전면적인 수색이 필요하다고 느꼈기에 도로를 따라 걷기 시작했다.
두개의 불빛이 자신을 향해 다가오자 숙희는 손을 뻗어 차를 세운다.
세워진 중형차에서 양복을 말끔히 입고 있던 남자가 숙희를 향해 다가온다.
"괜찮으세요?..어!!..."
남자의 시선에 그제야 숙희가 자신의 복장을 확인하게 된다. 이미 치마는 사라진지 오래였고 재킷사이로 보이는 블라우스마저도 단추가 다 떨어져 나갔기에 그대로 숙희의 가슴이 남자에게 보이고 있었다. 속옷은 애당초 준비되어 있지 않았기에 상의만 그것도 앞섬을 다 풀어헤친 반나체의 형상으로 남자 앞에 서 있는 숙희였다.
힘겹게 블라우스를 여미며 남자에게 말을 한다.
"가. 가까운 시내까지만 태워주세요.."
"무슨 일이세요??"
"아니에요. 아무것도 아니니까.. 시내까지만 태워주세요.."
"예??....우선 차에 타세요...."
서둘러 양복을 벗어 숙희의 하반신을 향해 건넨 남자는 자신의 상의를 치마처럼 둘러맨 숙희를 보곤 부축해서 조수석에 태운다.
"경찰서 부터 가요..무슨 일을 당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안 돼요... 그냥 아무 말 하지 마시고 시내까지만 태워주세요.."
"........................"
"호..혹시 전화기좀 쓸 수 있을까요?"
"여기요.."
숙희는 받아든 전화기로 회사에 전화를 건다.
[바이오라인입니다.]
"0023001번.. 김숙희 확인 부탁드려요.."
[삐~~]
"김숙희입니다.."
[지금 어디십니까?!.]
"201상황에서 겨우 빠져나왔습니다..."
[......... 긴급대책반으로 전화 돌리겠습니다...]
잠시 침묵이 이어졌다. 들고 있던 핸드폰을 힘겨운 듯 가슴으로 옮겨 쥐어 잡는다.
운전을 하고 있는 남자는 당황스러워하고 있다. 이런 시간에 하이킹을 하는 여자를 태우기를 망설이다가. 태우자는 마음을 먹은 후 숙희의 모습을 보곤 미친년이라는 생각을 했었다.
그러나 몸매와 외모는 도저히 미친 여자로 보이질 않았기에 산중에서 강간을 당한 것이라고 조심스럽게 생각하며 여자를 태운 후 경찰서로 직행할 생각이었는데.
심상치 않은 통화내용에 숨죽여 귀 기울이게 된다.
[1레벨 201상황으로 지금부터 녹음을 중단하겠습니다. 김숙희씨 들리시나요?]
"예.."
[지금 위치가 어디시죠?]
"잠시 만요.. 저기 죄송한데요.. 지금 여기가 어디죠?"
"영동고속도로요..조금만 더 가면 용평리조트를 지나요.."
"도로번호 50..아마도 횡계IC를 향하는 거 같습니다."
[옆에 106번 실험체와 같이 있습니까?]
"아니요...106번은 지금 실종상태입니다.."
[알겠습니다. 휴대폰 위치 확인 중이니 다음 휴게소에서 대기하십시오. 1시간 안에 저희 직원들이 도착 할 겁니다.]
"예.."
숙희는 회사로 복귀했다. 회사 차가 도착했다. 헤어질 때 너무 고마움에 남자에게 인사를 여러 번 건네자. 남자는 양복상의를 그대로 남겨둔 채 명함을 한 장 주며 자신도 서울에 살고 있으니 꼭 연락 달라는 말을 남기곤 차를 몰고 가버렸다.
회사로 복귀한 숙희는 서둘러 긴급수색반을 요청했다. 에이전트 앞에 선 숙희는 여전히 옷도 안 갈아입고 양복 상의로 하반신을 가린 채 에이전트의 책상에 양손을 짚고 노려보고 있다.
"왜 안 된다는 거죠?"
"상부의 지시입니다."
"201상황이란 걸 분명히 말했습니다. 지금 당장 찾지 않으면 저체온증으로 인해 소중한 106번의 신체를 잃을 수 있습니다."
"상부의 지시라서 요청은 기각되었습니다."
"지금 말씀하시는 상부를 만나게 해주세요!. 제가 설명..."
갑자기 단일실의 문이 열리고 너무도 익숙한 얼굴이 들어왔다.
"숙희씨. 나오세요.."
"효..효린 실장님..무사하셨군요..USSC에서 약속을 지킬..."
"나오세요!"
단호한 효린실장의 태도에 사태의 심각성을 알게 된 숙희는 조용히 효린을 뒤 따라가게 된다.
실장실에 들어간 둘은 잠시 침묵이 흘렀다.
"실장님. 지금 혁이가 위험해요. 당장 수색 반을 꾸려서 찾지 않는다면..."
"보기 민망하니까. 우선 옷 좀 갈아입으세요."
"예??"
차분한 목소리에 숙희는 자신의 다급함을 몰라주는 효린실장을 향해 노려보기 시작했다.
"다 큰 처녀가 엉덩이를 훤히 내놓고 있는다는게 거북스러워서 그래요.. 우선 이거라도 입으세요."
효린이 가운을 넘겨준다. 그리고 보니 숙희는 남자에게서 받아든 양복 상의로 치마대신 둘러매고 있었기에 앞은 가릴 수 있었진 모르겠으나 엉덩이는 다 까고 있었다.
받아든 가운을 걸치곤 단추를 다 채웠다. 안에 있는 양복 상의로 인해 거북스러운지 숙희는 가운을 젖히고 상의를 벗어 소파위에 올려놓는다.
"실장님.."
"106프로젝트는 중단 됐습니다."
"예?"
"혁이씨는 지금 시간부로 저희 바이오라인과는 이제 관계없는 인물이 됐다는 말입니다."
"그..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말 그대로예요."
"혁이를 그렇게 버리시면 안 되죠!"
"버린 게 아닙니다."
"혁이가 실장님하고 저한테 어떻게 했는데...호..혹시 USSC에게 협박을 당하시는 건가요? 그 나노머신인가 그것 때문에요?"
"..........."
"바이오라인에도 그 정도 기술력은 있잖아요. 치료하고 나서 얼른 혁이를 찾으러 가..."
"진정하세요 숙희씨!!"
".........."
"전 아직 어떤 협박도 받지 않았어요."
"그...그럼요?! 그런데 왜 혁이를 버리시려고 하세요..혀..혁이가....?.....?...."
결국 눈물을 흘리고 만 숙희는 현기증을 일으키며 소파에 손을 짚고 앉게 된다.
"숙희씨 괜찮아요?"
"혁이를.. 찾아야 되요....혀..혁이를.."
그대로 고꾸라지듯 기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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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희가 눈을 떴을 땐 병실 안 이였다.
몸을 어렵게 세우며 주위를 두리 번 거린다. 혹시....아직도 USSC의 지하 벙커가 아닌지 상황을 살피기 위해 고개를 돌려 방안을 둘러 보기 시작한다.
정신이 몽롱하다. 혹시 납치되고 나서 이 모든 게 꿈이었는지.. 아니면 애당초 납치가 아닌 꿈을 꾼 건지..숙희는 현기증을 일으키고 있는 머리를 잡고는 애써 현실을 직시하려 노력해본다.
문이 열리고 효린실장이 들어온다.
"실장님...여기가 어디죠?"
"회사 내 병실입니다."
"제가 왜..?"
"어제 쓰러지시셨어요."
"예?"
"심한 탈수에 누적된 피곤과 스트레스로 몸이 견디질 못하셨어요."
"....혀..혁이는요? 혁이는 찾았나요?"
"진정하시고 누워 계세요..아직 20%도 회복 하지 못하셨으니 많이 어지러우실거에요."
"혁이를 찾아야 되요.."
말라붙었던 눈물이 다시 흐르기 시작한다.
효린을 쳐다보는 숙희의 눈에는 어제의 노여움은 사라지고 애절함만이 담겨 있다.
그런 숙희의 눈빛에 갑자기 효린의 얼굴이 흙빛으로 변하며 한숨을 길게 내쉬곤 다가와 숙희의 손을 잡는다.
"진정하고 들으세요.."
"......."
"오늘 아침에 USSC로 부터 물건이 도착했어요.."
"예?? 물건이요?"
"예. 체 항체와 함께 이게 도착했어요.."
효린이는 가운주머니에 손을 집어넣고는 잠시 망설이다가 물건을 꺼내 숙희에게 건네준다. 시계였다. 자신이 직접 차안에서 혁이에게 건네준 시계다.
액정에 금이 가서 화면은 멈춰 흑색으로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회사의 족쇄였다.
"이..게 왜 여기에..."
"어제 보고하셨던 최초로 의식을 차려 도로까지 도착한 시간과 거리를 계산해서 저희가 뽑은 대략적인 좌표와 거의 비슷한 좌표에서 USSC가 수색 중에 찾았다고 해요.."
"........."
"시계를 강제로 푼 흔적도 없었고, USSC의 연락에서도 혁이씨에 대한 연구는 중단됐다고,..."
"거짓말!! 거짓말 이에요..분명히 혁이를 빼돌리고 시계만 보낸거에요! 효린실장님도 보셨잖아요! USSC가 얼마나 악랄하고 치밀한지. 분명히 혁이를 찾아내서 숨기고는 시계만 감쪽같이 풀어서 저희를 속이는 거예요!"
"효린씨..."
"그럴 리 없어요..혁이가 절 구하고 있는 힘을 다썼을거에요.....분명히 힘이 다해서 어딘가에 쓰러진걸..."
"마지막 변신에 대해서 저도 보고 받았어요."
"예?? 마지막 변신이라뇨?"
효린은 몸을 일으켜 테이블에 올려져 있던 확대된 CCTV사진과 함께 산속사진을 숙희에게 건네준다.
떨리는 손으로 사진을 받아들은 숙희는 맨 위에 있는 사진에서 눈을 때지 못한다.
자신이 깨어났던 숲인 듯한 풍경에 침대보로 보이는 하얀색 천과 그리고 시계가 바닥에 놓여있었다.
"이..이것 봐요. 혁이의 육체에 대한 어떠한 증거도 남지 않았잖아요. 이 사진 한 장으로 혁이가 죽었다는 걸 믿으란 말이에요?"
"뒷장을 보세요..."
효린의 말대로 사진을 넘겨 뒷장을 본다. CCTV의 캡쳐인듯 한 어지럽혀진 방안에 하얀색의 사람이 서 있다. 머리카락까지 하얗게 물들어 있었기에 사람의 형상보다는 꼭 귀신같이 보였다.
사진을 쳐다보던 숙희는 이 사람이 혁이라는걸 알게 되었다. 왜소한 몸매에 얼굴윤각이 분명히 혁이가 맞았다.
"이...이게 뭐죠?"
"기억 안 나시나요?"
"......"
"숙희씨 체혈검사에서 스트리크닌 양성반응이 나왔어요. 아마도 흥분제에 중독된 상태였기에 기억이 나지 않을 수 있을 거에요.."
"그런데 이게 혁이가 맞나요?"
"예.. 데이터베이스에 적용시켜 돌려봤는데. 골격의 형태나 두개골 육각 점에서 89% 일치했어요.. 어떻게 이런 모습으로 변환 됐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마 어떠한 몸속의 화학작용이 몸의 모든 에너지를 끌어 모은 거 같다는 추측밖에는 할 수 없었어요."
"이. 이렇게 변한 혁이가.. 절 구한 거군요... 그럼 김수철이라는 사람을 쉽게 제압하고 그 건물에서 절 도망치고 업고 나올 정도라면 충분히 어딘가에 살아 있을거에요."
"숙희씨..희망을 갖기엔 너무 절망적이에요.."
"예??"
"혁이 씨의 변환은 일종의 자가세포파괴증상이에요..."
"무슨 말이에요?"
"사람은 하루에 쓸 수 있는 에너지양과 함께 세포분열수도 일정해요..그렇기에 노화증상도 일정량의 시간경과에 따라 지속적으로 이뤄지는 거고요.. 미성년의 경우는 세포분열이 괴사보다 훨씬 상회하기에 꾸준히 성장할 수 있는거에요. 반대로 평균 연령을 지난 인간은 괴사가 더 진행되기에 치매나..심장질환등 그런 것들이 유발되는 거고요. 혁이씨의 외소한 몸을 보세요.. 이미 한계를 넘어 자멸하고 있는거 같아요...저희 실험체들이 왜 시한부의 시간을 가지고 있는지 숙희씨도 대충은 알고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혁이는 이제 겨우 열흘도 안됐어요..아무리 급격한 변화를 한다고 해도 평균 100일 전후의 실험체 사망과는 너무 차이가 나잖아요."
"혁이씨가...이차 변환을 할 때마다 자신의 몸이 얼마나 파괴되는지 숙희씨가 알았다면..아마 이 실험자체를 방해했을꺼에.."
"..........."
"거기다가..사진 속 혁이씨의 모습은..약에 의한 증상이 아니에요.."
"예?"
"아직까지 저런 형태의 보고는 들어본 적이 없어요."
"USSC라면 가능할거에요.. 아마 이것도 그쪽의 논간이나 사진 조작이 분명해요..."
"아니요. 이 물건들을 받으면서 협조 요청도 함께 받았어요..만약에 03타입의 실험체가 또 등장한다면....서로의 모든 실험을 중단하고 협력 하에 같이 동행하자는 말을요..
그건 USSC에서도 이런 변화에 대한 관심도와 흥미를 저희한테 비출 만큼 큰 영향력을 가지고 있다는 거죠.."
"제 생각에는 아마 혁이씨 앞에서 숙희씨가 무슨 일을 당했을거에요.."
"예??"
"숙희씨의 손에 의한 가슴의 상처와..입속에 난 상처로 미뤄봤을때....김수철이라는 사람이거나 아니면 제 3의 인물에게 강간시도를 당했을거에요.."
"................"
"흥분제를 맞기 전 상황대로라면 김수철이라는 사람이 맞겠지만.. 그건 중요하지 않아요..혁이씨라면..아마 숙희씨를 구하기 위해서 자신도 모르게 엄청난 전기 자극을 뇌에 전했을거에요..
"그렇다고 이런 변화가 가능한가요?.."
"추측이에요.. 달리 설명할 방법이 없잖아요.."
"그럼.. 순전히 저 때문에 혁이가 죽었단 말이에요??"
효린을 쳐다보는 숙희의 얼굴에 눈물이 흘러 내리기 시작한다. 사람이 정말 슬퍼지면 가슴이 막혀온다는 말이 있다. 숙희도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하고 가슴을 부여잡고 고개를 숙이게 되었다. 자신의 하반신을 덮고 있는 이불에 눈물을 떨어트리며 흐느끼게 된다.
"혁이씨는....지금 행복해하고 있을거에요..숙희씨도 그 건물에서 봤잖아요.. 혁이씨의 모습을요..이미 얼마 남지 않은 생명을 자신이 정말로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서 사용할 수 있었던 혁이씨라서..."
"아니에요!!."
".................................."
"죽으면.... 죽으면 아무것도 아니잖아요..?....?.... 죽은 사람은 아무것도 모르잖아요...아직...아직 사랑한다고....제대로 말도 못했는데....."
"숙희씨...."
"저 같은...나 같은 것 때문에..누가 죽어달라고 부탁했어요? 같이 나가자고..같이 나가서 같이 살자고 그렇게 말을 해놓곤.........."
"숙희씨 진정하세요.. 지금 숙희씨도 위험해요..몸속에 아직도 독이 남아 있고, 몸 상태도 최악이에요.."
"실장님 이건 아니잖아요...이제 겨우 절 사람 만들어놓고..차라리 감정이란 걸 느끼게 만들지 말던가.."
"숙희씨..."
"저도 죽을래요...저도 혁이 따라갈래요.."
발악하듯..흐느낀다.
숙희는 몸을 가누지도 못한 채 침대에서 그대로 일어서려다 떨어졌다. 이성을 잃은 듯 어렵게 비틀거리며 자신의 생명을 앗아갈 만한 것을 찾기 위해 손을 뻗는다.
그런 숙희를 보호하기 위해서 효린은 비상벨을 황급히 누르고 뒤에서 부둥켜 안았다.
효린의 눈에도 눈물이 맺혔다.. 이미 너무도 많은 실험으로 인간을 사람으로 보지 않게 된 효린이였지만..
지금 안고 있는 숙희의 몸에서 전해져오는 뜨거운 감정의 복받침과 떨림이 효린마져 눈물짓게 만들었다.
효린에 의해 자신의 행동을 저지당하자 숙희는 가슴을 찢는 듯한 고통에 발악을 한다..혁이를 정말로 따라 가고 싶은지..몸도 가누지 못하던 방금까지의 숙희가 아니었다.
비상요원이 문을 열고 들어온다.
눈물을 흘리며 효린의 손에 잡혀 실성한 듯 몸부림 치는 숙희를 보곤 놀라 당황했지만 이내 진정제를 효린의 팔에 놓았다.
"아~~?!!! 아니야...놔 줘~~?....엉~엉~~혁아...혁아,,,,?...?................."
약기운에 점차 무거워지는 숙희의 몸을 비상요원과 함께 침대로 어렵게 옮긴다. 그리곤 만약을 대비해 벨트로 숙희의 말을 결박하게 되는 효린이다.
팔을 결박하는데..
숙희의 손안에서 피가 흐른다.. 혁이의 마지막 유품인 시계를 너무 꽉 쥐고 있는지 손안에서 피가 흐르기 시작해 침대보를 적신다.. 효린이 손을 풀어보려 했지만.. 그럴수록 더 놓치면 안 되는 물건을 쥐고 있는 듯 시계를 죄여오는 숙희의 손으로 인해 피가 더 많이 흐르게 된다..
결국 그대로 놔둔 채 병실 불을 끄고 밖으로 나가게 된 효린이다..
약에 취해 의식을 잃은 숙희였지만.. 여전히 눈에선 눈물이 흘러내려 배계를 적시고 있다.....
혼절한 상태에서도 계속 중엉거리 듯 혁이의 이름을 부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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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로부터 한 달이 지났다.
숙희는 지금 바이오 라인의 경비실에서 근무를 한다. 혁이와 헤어진 후 회사에 사표를 제출했지만 당연히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두 번이나 더 자살시도를 한 그녀였지만 효린실장의 특별지시로 실험체와 거의 동등하게 감시를 당했기에 모두 무산으로 끝나버렸다. 그리고 그런 그녀의 무너진 육신으로 인해 더 이상 처리반에 남아있을 순 없었다. 숙희도 바라던 바였다.
시간 날 때마다 혁이가 묵고 있던 원룸을 찾아 혼자 흐느껴 울던 시간도 오늘로서 마지막이다.
효린의 지시로 원룸도 내일이면 다른 사람이 들어온다. 물론 그것 또한 자신을 위한 효린의 선처였기에 한 달이라는 시간을 준비 할 수 있었던 것도 숙희는 알고 있었다.
혁이가 사라지고 나서 변한 건 아무것도 없었다.
인사발령이 나기전 일주일동안 처리반에 있었던 숙희는 자신의 책상 앞에 멍하니 앉아 있기만을 했기에 주위에 바삐 움직이는 직원들을 볼 수 있었다. 기존에 관리하던 실험체를 처리반은 여전히 분주했고, 새로운 실험체가 발견되면 또 들뜬 상태로 배정받을 사람이 누구인지 궁금해 하는 직원들이었다.
실험체의 번호와 신상명세를 들고 다니는 직원들로 인해 숙희는 많은 괴로움을 안은 채 계속 눈물짓게 되었다.
그래서 배정받은 직책이 경비실이었다. 실험체와는 유일하게 회사 내에서 접촉이 없는 경비실의 로비담당이 되었다.
숙희의 미모 또한 배직에 한몫을 했지만 이것도 효린의 배려였다. 회사에 드나드는 일반 사람들과 그나마 일반적인 사람으로 이루어진 보직이라고 생각했던 효린이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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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약이라는 말이 있다.
삼개월이 지난 지금 숙희도 사람들에게 미소를 지을 수 있게 되었다. 숙희가 변하게 된 것은 서럽게 울고 자살까지 시도하면서도..배가 고파서 꼬르륵 소리를 내는 자신을 발견하곤 어이없어 웃은 그날 이후부터다. 죽은 사람은 죽은 사람이고 산사람은 살아야 한다는 말대로..이렇게 괴롭고 슬픈데..몸뚱이는 살고자 노력한다는 생각을 하자..
11명의 동생이 떠올랐다. 자신과 같은 인간이 되지 않기를 바라는 동생들을 생각하게 되자 결국 살자고 마음 먹게 된다.
하지만 아직도 저녁근무가 없는 날은 혼자 방에 누워 눈물지으며 혁이를 그리워 한다..
여느 때처럼 로비를 한바퀴 돌고 있는 숙희다.
"김숙희씨!!!"
자신을 부르는 목소리에 숙희가 고개를 돌린다.
"저 기억나세요?"
처음 보는 얼굴에 멍하니 쳐다보는 숙희를 너무도 반갑다는 듯 손을 내밀어 악수를 청하는 남자의 얼굴엔 미소가 한 가득이다.
"누..누구세요?"
"양복 돌려 받으러 왔습니다."
"예??"
"휴.. 사람 찾는 게 이렇게 어려운지 정말 몰랐습니다. 그때 통화하셨던 전화번호를 검색해도 나오질 않고..바이오라인은 검색해도 무슨 엉뚱한 제약 회사만 나오고.."
"누구세요?"
"참나.. 남의 양복을 산중턱에서 훔쳐가셨으면 돌려주셔야죠!!~"
"아~~~"
"됐고요.. 저녁이나 근사하게 쏘세요.. 그 양복 비싼 거란 말입니다. 거기다가 삼개월동안 눈 빠지게 찾은 수고비까지 덤으로 받아야겠습니다."
"예??"
거리낌 없이 웃는 얼굴에 미소가 참 잘 어울리다는 생각을 하며 숙희는 남자를 빤히 쳐다본다.
"아! 제 소개도 못했네요.. 제 이름은 오혁민 이라고 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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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갈 꺼야?"
"응.. 더 이상 누나한테 신세지기도 그렇고.."
"뭐가 신센데...사랑하는 사이끼리 그런 말 하면 안 되는 거 몰라??!! 근데 어디로 갈 건데.."
"강원도.. 처음 나 발견한 병원부터 갈려고.."
"글쎄.. 우선 가보고 거기서 돌아다니면 나 안다는 사람 한두 명은 나오겠지.."
"가지마.."
"미안 누나..이렇게 살 순 없잖아.."
"뭐가 없어.. 그냥 이대로 살면 되지.."
"아무리 이 동네를 돌아다녀도 날 아는 사람 한명도 없는데..경찰도 이상하게 보고.. 우선 병원에 가보면 무슨 단서라도 나오겠지.."
"이거 가져가.. 내 신용카드야.."
"괜찮아.. 한 달 동안 알바해서 돈도 많구먼.."
"혁아.. 이건 보험이야..응?!!"
"에휴.. 누난 나 기억 잃기 전에 한번 밖에 못 봤다면서 뭘 그렇게 믿냐! 이름도 본명이 아니고...믿을게 어딨다고.."
"알았으니까..꼭 전화 계속해야 돼!! 알았지?!"
"응.. 다녀올게."
"몸 조심하고.. 병원만 갔다가 당장 돌아와!! 아니면 나도 찾아 따라갈 거야!!"
"크크크크..알았어.."
혁이는 미정이의 배웅을 받으며 고속터미널로 향한다. 백발의 특이한 머리카락을 자랑하듯 걸음걸이에 힘이 실려 있었다.
키는 170후반정도의 다부진 몸매로 얼굴이 너무 하얘 백인과도 같은 혼혈인의 느낌을 풍기는 남자는 혁이였다.
이정도면 알아볼 사람이 엄청 많을 거 같은데.. 의식을 차리고 두 달이나 지났는데 백방으로 수소문을 해봐도 도대체 나타나질 안았다. 탈영병일지 모른다는 미정이의 말에 전단지나 언론을 통해 대놓고 알아보진 못했지만.. 그래도 혁이는 노력했다고 생각했지만 결국 자신이 처음 발견 된 강원도의 개인 병원으로 발걸음을 옮기게 되었다.
참 이상했다. 병원에서 처음 깨어났을 때 생각나는 것이라곤 강서세브란스 병원 502호가 다였다니.. 그래도 이것 때문에 수소문을 해서 미정이를 찾을 수 있었으니 그나마 혁이에겐 다행이었다.
의사 말로는 기능성기억상실증인듯 보인다며 해리성일지도 모른다고 설명을 듣게 되었다. 단지 과거를 통째로 기억하지 못하는 것은 지금까지의 조사된 바가 없어서 큰 병원으로 가보라는 말만 듣게 되었다.
의료보험이 없는 혁이였기에 정밀진단을 받기엔 미정에게 너무 큰 부담을 준다는 생각을 하며 언젠가는 기억이 돌아오겠지라는 생각에 한 달 몸을 더 추스리고 한 달은 누나 가계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누나 집에서 신세를 지게 되었다.
주머니에 55만원이나 있었기에 혁이의 자신감은 하늘을 찌를 듯 높기만 했다. 자신의 외모와 "김혁"이라는 단 두 가지만을 가지고 자신을 찾기 위해 강원도로 무작정 떠나게 되었다.
사실......
혁이가 가끔 흥분을 하거나 야한 생각을 할 때마다...미정의 집안에 있는 여자의 눈빛이 변했기에 곤란한 일을 겪기도 했다. 그리고 이제 며칠 있으면 돌아올 군대 간 동생으로 인해 사용하던 방을 내 줘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된 혁이였다. 미정이는 자신의 방에서 같이 생활하면 된다고 했지만....
혁이는 본능적으로 미정이가 자신이 과거를 알지 못하는 게 좋아 보였기 때문에 처음 무리를 떠나는 새처럼 자신을 찾는 여행을 떠나게 되었다.
강원도를 가기위해 고속터미널로 가는 지하철입구에 도착했다.. 미니가....기다리고 있다.
"미니누나...."
"응.. 가는거야?"
"예..."
"어디로??"
"우선 강원도부터요.."
"그렇구나...언제 올거야?"
"글쎄요.."
"언니는??"
"울죠...뭐.."
"진짜 작별이구나...."
"간다니까.. 이제 얼굴 보여주시내요....."
".....몸조심하고............."
인사를 하는데 미니의 얼굴엔 수많은 감정과 아쉬움이 담겨 있는 듯 보였다...혁이도 그 방안에서의 사건 이후로 물어볼것이 너무도 많았지만...그러나 혁이는 더이상의 피해는 민폐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기에 미니를 뒤로하고 그대로 지하철입구를 들어섰다.
자신을 찾기 위한 혁이의 여행은 이렇게 시작 된다.
--끝~--
정말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많은 분이 예상했던 내용이셨겠지만.. 도저히 둘을 죽일 수는 없었고.. 사실 처음부터 죽일 생각도 없었습니다.
로맨스적 절절한 사랑은...소라에 짱짱한 분들의 소설에 많이 등장하니 전 좀 꼬아봤습죠..
생각보다 환타지라는 주제가 어렵내요.. 시즌 2는 혁이가 자아를 찾아가는 것으로 써보려고 합니다. 그 과정에 당연히 여자들의 개입이 불가변하겠지만... 개인적으로 할렘물을 진짜!! 싫어하는데..(이건.. 제 예전의 글을 보셨던 분이라면...아마도 아실겁니다.ㅋㅋ. 여자가 막 돌려지고..거기서 쾌감을 느끼고...그런데도 자아을 유지하는...뭐 그런류를 좋아해서.ㅋ.한남자에 여러여자보다는 한 여자에 여러 남자가....) 번외편을 쓰다보니 혁이로 중심으로 할렘물이 되어버리더군요..
중인공 케릭터 자체를 그렇게 설정해놨으니...이것도 걱정입니다.. 번외편은 사건이 있고 마지막에 혁이가 미정이를 떠나는 두달동안의 얘기를 써놨습니다.
아직 기억상실증에 자신의 능력도 모르는 상황인 번외편의 혁이이기에 환타지적 경향이 거의 없습니다. ㅡㅡ;
이걸 무슨 장르에 올려야 될지...심히 걱정입니다...
잡설은 종편이니 만큼 끝에 넣겠습니다.
그럼 재밌게만 읽어주세요^^:
16.
몸을 웅크리고 있던 혁이가 갑자기 경련을 일으키며 입에 거품을 물기 시작한다.
약의 부작용이라고 하기엔 복용 시간이 많이 지났기에 이런 있을 수 없는 현상에 수철은 당황하게 된다.
자신의 앞에서 숙희가 엉덩이를 흔들고 있다는 것도 잊은 채 바닥에서 뒹굴고 있는 혁이를 쳐다보고만 있다.
보기에도 엄청난 고통을 느끼는 혁이를 보며 사태파악에 나선다. 몸의 변화에 주시하게 된다.
혁이의 몸에 수축이 일어나는 것을 확인 할 수 있었다.. 이미 변신 후의 혁이었기에 있을 수 없는 상황이었다. 더군다나 추가 복용된 약도 없었기에 이 상황을 도저히 이해하지 못하고 있던 수철이었다.
생각을 정리하지 못하고 있던 수철 앞에 또 한차례의 변신이 끝났는지 서서히 몸을 일으키는 혁이다.
혁이도 자신의 변화에 이해를 못하는지 고개를 숙여 자신의 육체를 확인하기 시작했다.
변환이라기 보단 다시 원래의 혁이로 돌아온 듯 보였다. 정확히 말해 약을 처음 먹기 전의 살이쩌 살집이 있었던 혁이의 몸에 볼록 튀어나온 배가 없어지고 몸에 근육만 붙은..
키도 작아져 평소의 키보다 아주 약간 큰 170 후반 정도밖에는 안되어 보인다.
다만 몸이 투명할 만큼 백색으로 변해 있었다. 백색증 환자라고 할 만큼 하얘진 몸으로 인해 단단한 근육이 존재하고 있음에도 상대적으로 왜소해 보인다.
바닥에 깨져 나뒹굴고 있는 유리조각에 혁이의 얼굴이 비춰 보였다. 놀라웠다.
혁이의 모발이 전부 하얗게 변해 있었다. 혁이는 서서히 아직 완전히 깨지지 않은 거울로 걸음을 옮긴다.
금이 가 있는 거울에 비췬 혁이의 모습은 순백색을 이루고 있었다.
"어...어떻게 된 겁니까??"
떨리는 음성의 수철의 목소리를 등 뒤에서 듣게 된 혁이는 고개를 천천히 돌려 자신의 소중한 연인의 허벅지 사이에 흉측한 자지를 끼어 넣고 있는 수철을 바라본다.
방안의 공기가 변하는 듯 느낀 수철은 그대로 굳어졌다.
"글쎄요......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담담하면서도 낮게 깔린 음성으로 오히려 수철의 등에는 소름이 돋았다.
수철은 태어나서 처음으로 이 미지의 생물체에게 두려움을 느끼게 된다. 천천히 몸을 돌려 자신에게 다가오는 혁이를 본 수철은 힘을 주어 숙희를 벽을 향해 집어 던진다.
허를 찌르고 혁이를 공격하려는 행동이었으나. 수철이 거울 앞에 몸을 날려 주먹을 뻗었을 땐.. 이미 혁이는 날아가던 숙희를 안전하게 받아 안고 있었다.
흥분제에 중독되어 몸을 떨며 혁이의 품에 안긴 숙희는 혁이에게도 섹스를 바라는지 모아진 다리를 흔들며 몸을 비비기 시작한다.
"누나.... 미안.."
혁이가 자신의 품에 안긴 숙희를 바라보며 조용히 속삭이듯 얘기를 하곤 뒷목을 잡고 힘을 준다. 숙희의 몸이 스르르 혁이의 품에서 축~쳐지게 된다.
"크크크크크크.. 변하더니 인정사정이 없어지셨군요. 자신이 사랑하는 여인이 방해가 된다고 곧바로 죽이다니.."
".............."
숙희를 안고 천천히 발걸음을 옮긴 혁이는 숙희를 자신을 깔아뭉갰던 침대에 조심히 내려 놓는다..
수철은 침대에 눕혀진 숙희의 가슴이 아주 작게 들썩이는 걸 볼 수 있었다. 숙희를 바라보던 혁이가 고개를 돌려 수철을 쳐다본다.
"지금이라도 저희를 보내 주신다면... 조용히 물러가겠습니다.."
"크크...지금 제 몸에 처음 느껴지는 감정으로 너무나 흥분했는데.. 그냥 보내드릴 순 없습니다.."
"느끼실 텐데요.. 제가 얼마나 위험해졌는 질"
"그러니까 말입니다..그냥 돌려보낼 순 없다는 말이죠.."
"그럼 계속 할까요?"
"야잇!~~~~"
아까와 달리 먼저 수철이 혁이를 향해 어깨를 내밀며 달려간다. 근육량을 체크하며 뒤에 있는 숙희로 인해 피하지 못할 혁이를 몸으로 깔아뭉개는 것이 가장 효과적일 거라는 생각에 주먹이나 발보다 몸 전체를 던지게 된 수철이다.
그러나 이런 생각은 멈춰진 몸으로 인해 좌절되고 만다.. 꿈쩍도 안하고 있는 자신의 육체를 확인한 수철은 고개를 들어 상황을 파악했다.
자신의 육중한 몸을 혁이는 한손으로 지탱하고 있었다. 당장이라도 부러트릴 수 있을 거처럼 생각됐던 혁이의 손은 오히려 엄청난 팔 힘을 뿜어내며 서서히 수철을 바닥에 강제로 무릎 꿇게 한다.
어느새 손으로 바닥을 짚게 된 수철은 놀라며 고개를 들어 혁이를 바라본다.
"다시 인사드리죠.. 전 106번이 아닌..... 한혁이라고 합니다....."
".........."
인사하듯 자신을 내려 보며 말을 하는 혁이에게 할말을 잃게 된 수철은 그대로 자리에 주저앉는다.
더 이상의 반항을 하지 않는다.. 변한 혁이에게 한번도 타격을 받지는 않았지만...이미 엄청난 전투력 차이를 느끼며 고개를 올려다본 혁이의 모습에서 존경이라는 감정까지 생기기 시작했기에 조용히 고개를 숙인 채 양반다리로 바닥에 앉는다.
"잘..생각하셨습니다.. 밖에서 대기하시는 분들에게 물러나라고 해주세요.. 피를 보기 싫습니다.."
".........."
"어쩔 수 없군요..."
혁이가 몸을 돌릴 때 수철의 고함소리가 들렸다.
"전부 대기하라!!!!!"
혁이는 고개를 돌려 다시 수철을 바라본다. 그리곤 이내 몸을 돌려 숙희에게 다가간다. 넝마가 된 침대보로 숙희를 감싸곤 품에 안고 서서히 걸어 나간다.
"106,,,,아니 혁이씨.."
".............예?"
"지금 변화가 마지막이라는 생각은 들지 않으시나요?"
"............."
"제가 느낀 혁이씨의 육체는 이미 한계를 넘어선 최악의 몸부림 같습니다...아마도 이 변화가 끝이 나면 목숨까지도 위험할 수 있다는 걸 모르시나요?"
"아마도...요........"
"그럼 저희한테 치료를 받으세요!.. 약속은 못 드리지만..... 최소한 몇 시간이라도 숙희씨와 마지막을 보내시는 게..숙희씨가 비밀을 지켜주신다면 온전하게 바이오로 보내드리겠습니다."
"죄송합니다.. 마음은 고맙게 받죠.. 하지만 이런 곳에서 누나와 최후를 맞이하긴 싫습니다.."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말을 끝낸 혁이는 다시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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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비에터에서 내려 건물을 빠져나온 혁이는 잠시 당황했다. 자신을 쫓는 듯한 낌새는 느껴지진 않았지만... 어느 병원일거라고 예상했던 건물은 지하에 묻혀있었던 것이다.
엘리베이터로 지상으로 나온 혁이는 반공호 와도 같은 입구를 쳐다보다가 어딘가에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으로 차를 찾아봤지만 아마도 다른 입구가 더 있는 듯 보이질 않았다.
수철의 약속을 믿지 않는 혁이는 아니었지만 다른 사람들까지 믿을 순 없었다.결정적으로 그 우박사라는 사람은 숙희를 대놓고 탐했던 사람이다. 그런 사람이 있는곳에 숙희를 놔둘 순 없었다.
숙희를 안은 채 이 자리를 피하기 위해 길이 아닌 산속으로 몸을 이동해 달리기 시작한다.
본능적으로 자신의 남은 시간이 채 수십분도 안 된다는 것을 알고 있는 혁이는 있는 힘을 다해 숲속을 달리기 시작한다. 한줄기의 하얀 선을 그리며 엄청난 속도로 숲을 헤집고 달려간다....몸이 부서질 듯 아파오며 다리가 점점 무거워 졌지만.. 혁이는 숙희는 최대한 안전한 곳으로 옮겨야 된다는 생각에 있는 힘을 다해 달리고 있다.
자신의 하얀 피부가 어느새 점점 피멍이 들어가는 것도 모른 채...................
숙희가 몸을 떤다..잠시 달리기를 멈춘 혁이는 감싸고 있는 침대보를 다시 완벽하게 감싸 부둥켜 안고 있는 숙희를 내려본다.. 숙희의 얼굴을 자신의 머릿속에 세겨두려는 듯...
"사랑해....누나...."
중엉거리듯 숙희를 쳐다보며 혼잣말을 한 혁이는 그대로 다시 달리기 시작한다. 이미 혁이의 몸은 망신창을 넘어 몸의 모든 근육에서 비명을 지르고 있었다.
그러나 달려야 했다.. 시야가 흐려지기 시작한다..이미 혁이의 육체가 한계를 넘어서 였고, 숙희의 얼굴을 다시 바라 본 후라서 눈물이 나서 그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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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희가 정신을 차렸다. 강제로 팔을 맞췄는지 어깨가 고통스러웠지만 그래도 오른팔이 움직였다. 주위를 두리 번 거린다. 어두운... 도저히 자신이 있는 곳을 짐작하지 못한 채 나무들 사이에서 일어나 천천히 살피기 시작한다.
기억을 되짚어본다.. 수철이 자신에게 약을 주사했고,,,,, 숙희는 서둘러 자신의 몸을 살핀다. 하반신의 중요한 곳에서는 어떠한 느낌도 없었다. 가슴에 다섯 개의 찔린 상처만이 수철과의 기억이 현실이었음을 되새기게 한다.
혁이.....
숙희는 어두운 숲속에서 혁이를 찾기 시작한다. 자신이 이런 외진 곳에 버려져있다는 것은 탈출에 성공한 것이 분명했다. 그렇다면 자신을 버릴 리 없는 혁이가 주위에 있어야 하는데.... 아무리 찾아봐도 모습이 보이질 않는다. 한참을 헤맨다. 자신이 어디를 향해 걸어가는지도 모른 채 산을 헤매고 있던 숙희는 도로를 발견하게 되었다.
새벽에 가까웠는지 점점 날이 밝기 시작한다.
결국 숙희는 혁이를 찾는 것을 포기 했다. 아니 포기한 것이 아니라 우선 회사로 복귀를 해서 빨리 전면적인 수색이 필요하다고 느꼈기에 도로를 따라 걷기 시작했다.
두개의 불빛이 자신을 향해 다가오자 숙희는 손을 뻗어 차를 세운다.
세워진 중형차에서 양복을 말끔히 입고 있던 남자가 숙희를 향해 다가온다.
"괜찮으세요?..어!!..."
남자의 시선에 그제야 숙희가 자신의 복장을 확인하게 된다. 이미 치마는 사라진지 오래였고 재킷사이로 보이는 블라우스마저도 단추가 다 떨어져 나갔기에 그대로 숙희의 가슴이 남자에게 보이고 있었다. 속옷은 애당초 준비되어 있지 않았기에 상의만 그것도 앞섬을 다 풀어헤친 반나체의 형상으로 남자 앞에 서 있는 숙희였다.
힘겹게 블라우스를 여미며 남자에게 말을 한다.
"가. 가까운 시내까지만 태워주세요.."
"무슨 일이세요??"
"아니에요. 아무것도 아니니까.. 시내까지만 태워주세요.."
"예??....우선 차에 타세요...."
서둘러 양복을 벗어 숙희의 하반신을 향해 건넨 남자는 자신의 상의를 치마처럼 둘러맨 숙희를 보곤 부축해서 조수석에 태운다.
"경찰서 부터 가요..무슨 일을 당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안 돼요... 그냥 아무 말 하지 마시고 시내까지만 태워주세요.."
"........................"
"호..혹시 전화기좀 쓸 수 있을까요?"
"여기요.."
숙희는 받아든 전화기로 회사에 전화를 건다.
[바이오라인입니다.]
"0023001번.. 김숙희 확인 부탁드려요.."
[삐~~]
"김숙희입니다.."
[지금 어디십니까?!.]
"201상황에서 겨우 빠져나왔습니다..."
[......... 긴급대책반으로 전화 돌리겠습니다...]
잠시 침묵이 이어졌다. 들고 있던 핸드폰을 힘겨운 듯 가슴으로 옮겨 쥐어 잡는다.
운전을 하고 있는 남자는 당황스러워하고 있다. 이런 시간에 하이킹을 하는 여자를 태우기를 망설이다가. 태우자는 마음을 먹은 후 숙희의 모습을 보곤 미친년이라는 생각을 했었다.
그러나 몸매와 외모는 도저히 미친 여자로 보이질 않았기에 산중에서 강간을 당한 것이라고 조심스럽게 생각하며 여자를 태운 후 경찰서로 직행할 생각이었는데.
심상치 않은 통화내용에 숨죽여 귀 기울이게 된다.
[1레벨 201상황으로 지금부터 녹음을 중단하겠습니다. 김숙희씨 들리시나요?]
"예.."
[지금 위치가 어디시죠?]
"잠시 만요.. 저기 죄송한데요.. 지금 여기가 어디죠?"
"영동고속도로요..조금만 더 가면 용평리조트를 지나요.."
"도로번호 50..아마도 횡계IC를 향하는 거 같습니다."
[옆에 106번 실험체와 같이 있습니까?]
"아니요...106번은 지금 실종상태입니다.."
[알겠습니다. 휴대폰 위치 확인 중이니 다음 휴게소에서 대기하십시오. 1시간 안에 저희 직원들이 도착 할 겁니다.]
"예.."
숙희는 회사로 복귀했다. 회사 차가 도착했다. 헤어질 때 너무 고마움에 남자에게 인사를 여러 번 건네자. 남자는 양복상의를 그대로 남겨둔 채 명함을 한 장 주며 자신도 서울에 살고 있으니 꼭 연락 달라는 말을 남기곤 차를 몰고 가버렸다.
회사로 복귀한 숙희는 서둘러 긴급수색반을 요청했다. 에이전트 앞에 선 숙희는 여전히 옷도 안 갈아입고 양복 상의로 하반신을 가린 채 에이전트의 책상에 양손을 짚고 노려보고 있다.
"왜 안 된다는 거죠?"
"상부의 지시입니다."
"201상황이란 걸 분명히 말했습니다. 지금 당장 찾지 않으면 저체온증으로 인해 소중한 106번의 신체를 잃을 수 있습니다."
"상부의 지시라서 요청은 기각되었습니다."
"지금 말씀하시는 상부를 만나게 해주세요!. 제가 설명..."
갑자기 단일실의 문이 열리고 너무도 익숙한 얼굴이 들어왔다.
"숙희씨. 나오세요.."
"효..효린 실장님..무사하셨군요..USSC에서 약속을 지킬..."
"나오세요!"
단호한 효린실장의 태도에 사태의 심각성을 알게 된 숙희는 조용히 효린을 뒤 따라가게 된다.
실장실에 들어간 둘은 잠시 침묵이 흘렀다.
"실장님. 지금 혁이가 위험해요. 당장 수색 반을 꾸려서 찾지 않는다면..."
"보기 민망하니까. 우선 옷 좀 갈아입으세요."
"예??"
차분한 목소리에 숙희는 자신의 다급함을 몰라주는 효린실장을 향해 노려보기 시작했다.
"다 큰 처녀가 엉덩이를 훤히 내놓고 있는다는게 거북스러워서 그래요.. 우선 이거라도 입으세요."
효린이 가운을 넘겨준다. 그리고 보니 숙희는 남자에게서 받아든 양복 상의로 치마대신 둘러매고 있었기에 앞은 가릴 수 있었진 모르겠으나 엉덩이는 다 까고 있었다.
받아든 가운을 걸치곤 단추를 다 채웠다. 안에 있는 양복 상의로 인해 거북스러운지 숙희는 가운을 젖히고 상의를 벗어 소파위에 올려놓는다.
"실장님.."
"106프로젝트는 중단 됐습니다."
"예?"
"혁이씨는 지금 시간부로 저희 바이오라인과는 이제 관계없는 인물이 됐다는 말입니다."
"그..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말 그대로예요."
"혁이를 그렇게 버리시면 안 되죠!"
"버린 게 아닙니다."
"혁이가 실장님하고 저한테 어떻게 했는데...호..혹시 USSC에게 협박을 당하시는 건가요? 그 나노머신인가 그것 때문에요?"
"..........."
"바이오라인에도 그 정도 기술력은 있잖아요. 치료하고 나서 얼른 혁이를 찾으러 가..."
"진정하세요 숙희씨!!"
".........."
"전 아직 어떤 협박도 받지 않았어요."
"그...그럼요?! 그런데 왜 혁이를 버리시려고 하세요..혀..혁이가....?.....?...."
결국 눈물을 흘리고 만 숙희는 현기증을 일으키며 소파에 손을 짚고 앉게 된다.
"숙희씨 괜찮아요?"
"혁이를.. 찾아야 되요....혀..혁이를.."
그대로 고꾸라지듯 기절한다.
--------
숙희가 눈을 떴을 땐 병실 안 이였다.
몸을 어렵게 세우며 주위를 두리 번 거린다. 혹시....아직도 USSC의 지하 벙커가 아닌지 상황을 살피기 위해 고개를 돌려 방안을 둘러 보기 시작한다.
정신이 몽롱하다. 혹시 납치되고 나서 이 모든 게 꿈이었는지.. 아니면 애당초 납치가 아닌 꿈을 꾼 건지..숙희는 현기증을 일으키고 있는 머리를 잡고는 애써 현실을 직시하려 노력해본다.
문이 열리고 효린실장이 들어온다.
"실장님...여기가 어디죠?"
"회사 내 병실입니다."
"제가 왜..?"
"어제 쓰러지시셨어요."
"예?"
"심한 탈수에 누적된 피곤과 스트레스로 몸이 견디질 못하셨어요."
"....혀..혁이는요? 혁이는 찾았나요?"
"진정하시고 누워 계세요..아직 20%도 회복 하지 못하셨으니 많이 어지러우실거에요."
"혁이를 찾아야 되요.."
말라붙었던 눈물이 다시 흐르기 시작한다.
효린을 쳐다보는 숙희의 눈에는 어제의 노여움은 사라지고 애절함만이 담겨 있다.
그런 숙희의 눈빛에 갑자기 효린의 얼굴이 흙빛으로 변하며 한숨을 길게 내쉬곤 다가와 숙희의 손을 잡는다.
"진정하고 들으세요.."
"......."
"오늘 아침에 USSC로 부터 물건이 도착했어요.."
"예?? 물건이요?"
"예. 체 항체와 함께 이게 도착했어요.."
효린이는 가운주머니에 손을 집어넣고는 잠시 망설이다가 물건을 꺼내 숙희에게 건네준다. 시계였다. 자신이 직접 차안에서 혁이에게 건네준 시계다.
액정에 금이 가서 화면은 멈춰 흑색으로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회사의 족쇄였다.
"이..게 왜 여기에..."
"어제 보고하셨던 최초로 의식을 차려 도로까지 도착한 시간과 거리를 계산해서 저희가 뽑은 대략적인 좌표와 거의 비슷한 좌표에서 USSC가 수색 중에 찾았다고 해요.."
"........."
"시계를 강제로 푼 흔적도 없었고, USSC의 연락에서도 혁이씨에 대한 연구는 중단됐다고,..."
"거짓말!! 거짓말 이에요..분명히 혁이를 빼돌리고 시계만 보낸거에요! 효린실장님도 보셨잖아요! USSC가 얼마나 악랄하고 치밀한지. 분명히 혁이를 찾아내서 숨기고는 시계만 감쪽같이 풀어서 저희를 속이는 거예요!"
"효린씨..."
"그럴 리 없어요..혁이가 절 구하고 있는 힘을 다썼을거에요.....분명히 힘이 다해서 어딘가에 쓰러진걸..."
"마지막 변신에 대해서 저도 보고 받았어요."
"예?? 마지막 변신이라뇨?"
효린은 몸을 일으켜 테이블에 올려져 있던 확대된 CCTV사진과 함께 산속사진을 숙희에게 건네준다.
떨리는 손으로 사진을 받아들은 숙희는 맨 위에 있는 사진에서 눈을 때지 못한다.
자신이 깨어났던 숲인 듯한 풍경에 침대보로 보이는 하얀색 천과 그리고 시계가 바닥에 놓여있었다.
"이..이것 봐요. 혁이의 육체에 대한 어떠한 증거도 남지 않았잖아요. 이 사진 한 장으로 혁이가 죽었다는 걸 믿으란 말이에요?"
"뒷장을 보세요..."
효린의 말대로 사진을 넘겨 뒷장을 본다. CCTV의 캡쳐인듯 한 어지럽혀진 방안에 하얀색의 사람이 서 있다. 머리카락까지 하얗게 물들어 있었기에 사람의 형상보다는 꼭 귀신같이 보였다.
사진을 쳐다보던 숙희는 이 사람이 혁이라는걸 알게 되었다. 왜소한 몸매에 얼굴윤각이 분명히 혁이가 맞았다.
"이...이게 뭐죠?"
"기억 안 나시나요?"
"......"
"숙희씨 체혈검사에서 스트리크닌 양성반응이 나왔어요. 아마도 흥분제에 중독된 상태였기에 기억이 나지 않을 수 있을 거에요.."
"그런데 이게 혁이가 맞나요?"
"예.. 데이터베이스에 적용시켜 돌려봤는데. 골격의 형태나 두개골 육각 점에서 89% 일치했어요.. 어떻게 이런 모습으로 변환 됐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마 어떠한 몸속의 화학작용이 몸의 모든 에너지를 끌어 모은 거 같다는 추측밖에는 할 수 없었어요."
"이. 이렇게 변한 혁이가.. 절 구한 거군요... 그럼 김수철이라는 사람을 쉽게 제압하고 그 건물에서 절 도망치고 업고 나올 정도라면 충분히 어딘가에 살아 있을거에요."
"숙희씨..희망을 갖기엔 너무 절망적이에요.."
"예??"
"혁이 씨의 변환은 일종의 자가세포파괴증상이에요..."
"무슨 말이에요?"
"사람은 하루에 쓸 수 있는 에너지양과 함께 세포분열수도 일정해요..그렇기에 노화증상도 일정량의 시간경과에 따라 지속적으로 이뤄지는 거고요.. 미성년의 경우는 세포분열이 괴사보다 훨씬 상회하기에 꾸준히 성장할 수 있는거에요. 반대로 평균 연령을 지난 인간은 괴사가 더 진행되기에 치매나..심장질환등 그런 것들이 유발되는 거고요. 혁이씨의 외소한 몸을 보세요.. 이미 한계를 넘어 자멸하고 있는거 같아요...저희 실험체들이 왜 시한부의 시간을 가지고 있는지 숙희씨도 대충은 알고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혁이는 이제 겨우 열흘도 안됐어요..아무리 급격한 변화를 한다고 해도 평균 100일 전후의 실험체 사망과는 너무 차이가 나잖아요."
"혁이씨가...이차 변환을 할 때마다 자신의 몸이 얼마나 파괴되는지 숙희씨가 알았다면..아마 이 실험자체를 방해했을꺼에.."
"..........."
"거기다가..사진 속 혁이씨의 모습은..약에 의한 증상이 아니에요.."
"예?"
"아직까지 저런 형태의 보고는 들어본 적이 없어요."
"USSC라면 가능할거에요.. 아마 이것도 그쪽의 논간이나 사진 조작이 분명해요..."
"아니요. 이 물건들을 받으면서 협조 요청도 함께 받았어요..만약에 03타입의 실험체가 또 등장한다면....서로의 모든 실험을 중단하고 협력 하에 같이 동행하자는 말을요..
그건 USSC에서도 이런 변화에 대한 관심도와 흥미를 저희한테 비출 만큼 큰 영향력을 가지고 있다는 거죠.."
"제 생각에는 아마 혁이씨 앞에서 숙희씨가 무슨 일을 당했을거에요.."
"예??"
"숙희씨의 손에 의한 가슴의 상처와..입속에 난 상처로 미뤄봤을때....김수철이라는 사람이거나 아니면 제 3의 인물에게 강간시도를 당했을거에요.."
"................"
"흥분제를 맞기 전 상황대로라면 김수철이라는 사람이 맞겠지만.. 그건 중요하지 않아요..혁이씨라면..아마 숙희씨를 구하기 위해서 자신도 모르게 엄청난 전기 자극을 뇌에 전했을거에요..
"그렇다고 이런 변화가 가능한가요?.."
"추측이에요.. 달리 설명할 방법이 없잖아요.."
"그럼.. 순전히 저 때문에 혁이가 죽었단 말이에요??"
효린을 쳐다보는 숙희의 얼굴에 눈물이 흘러 내리기 시작한다. 사람이 정말 슬퍼지면 가슴이 막혀온다는 말이 있다. 숙희도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하고 가슴을 부여잡고 고개를 숙이게 되었다. 자신의 하반신을 덮고 있는 이불에 눈물을 떨어트리며 흐느끼게 된다.
"혁이씨는....지금 행복해하고 있을거에요..숙희씨도 그 건물에서 봤잖아요.. 혁이씨의 모습을요..이미 얼마 남지 않은 생명을 자신이 정말로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서 사용할 수 있었던 혁이씨라서..."
"아니에요!!."
".................................."
"죽으면.... 죽으면 아무것도 아니잖아요..?....?.... 죽은 사람은 아무것도 모르잖아요...아직...아직 사랑한다고....제대로 말도 못했는데....."
"숙희씨...."
"저 같은...나 같은 것 때문에..누가 죽어달라고 부탁했어요? 같이 나가자고..같이 나가서 같이 살자고 그렇게 말을 해놓곤.........."
"숙희씨 진정하세요.. 지금 숙희씨도 위험해요..몸속에 아직도 독이 남아 있고, 몸 상태도 최악이에요.."
"실장님 이건 아니잖아요...이제 겨우 절 사람 만들어놓고..차라리 감정이란 걸 느끼게 만들지 말던가.."
"숙희씨..."
"저도 죽을래요...저도 혁이 따라갈래요.."
발악하듯..흐느낀다.
숙희는 몸을 가누지도 못한 채 침대에서 그대로 일어서려다 떨어졌다. 이성을 잃은 듯 어렵게 비틀거리며 자신의 생명을 앗아갈 만한 것을 찾기 위해 손을 뻗는다.
그런 숙희를 보호하기 위해서 효린은 비상벨을 황급히 누르고 뒤에서 부둥켜 안았다.
효린의 눈에도 눈물이 맺혔다.. 이미 너무도 많은 실험으로 인간을 사람으로 보지 않게 된 효린이였지만..
지금 안고 있는 숙희의 몸에서 전해져오는 뜨거운 감정의 복받침과 떨림이 효린마져 눈물짓게 만들었다.
효린에 의해 자신의 행동을 저지당하자 숙희는 가슴을 찢는 듯한 고통에 발악을 한다..혁이를 정말로 따라 가고 싶은지..몸도 가누지 못하던 방금까지의 숙희가 아니었다.
비상요원이 문을 열고 들어온다.
눈물을 흘리며 효린의 손에 잡혀 실성한 듯 몸부림 치는 숙희를 보곤 놀라 당황했지만 이내 진정제를 효린의 팔에 놓았다.
"아~~?!!! 아니야...놔 줘~~?....엉~엉~~혁아...혁아,,,,?...?................."
약기운에 점차 무거워지는 숙희의 몸을 비상요원과 함께 침대로 어렵게 옮긴다. 그리곤 만약을 대비해 벨트로 숙희의 말을 결박하게 되는 효린이다.
팔을 결박하는데..
숙희의 손안에서 피가 흐른다.. 혁이의 마지막 유품인 시계를 너무 꽉 쥐고 있는지 손안에서 피가 흐르기 시작해 침대보를 적신다.. 효린이 손을 풀어보려 했지만.. 그럴수록 더 놓치면 안 되는 물건을 쥐고 있는 듯 시계를 죄여오는 숙희의 손으로 인해 피가 더 많이 흐르게 된다..
결국 그대로 놔둔 채 병실 불을 끄고 밖으로 나가게 된 효린이다..
약에 취해 의식을 잃은 숙희였지만.. 여전히 눈에선 눈물이 흘러내려 배계를 적시고 있다.....
혼절한 상태에서도 계속 중엉거리 듯 혁이의 이름을 부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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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로부터 한 달이 지났다.
숙희는 지금 바이오 라인의 경비실에서 근무를 한다. 혁이와 헤어진 후 회사에 사표를 제출했지만 당연히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두 번이나 더 자살시도를 한 그녀였지만 효린실장의 특별지시로 실험체와 거의 동등하게 감시를 당했기에 모두 무산으로 끝나버렸다. 그리고 그런 그녀의 무너진 육신으로 인해 더 이상 처리반에 남아있을 순 없었다. 숙희도 바라던 바였다.
시간 날 때마다 혁이가 묵고 있던 원룸을 찾아 혼자 흐느껴 울던 시간도 오늘로서 마지막이다.
효린의 지시로 원룸도 내일이면 다른 사람이 들어온다. 물론 그것 또한 자신을 위한 효린의 선처였기에 한 달이라는 시간을 준비 할 수 있었던 것도 숙희는 알고 있었다.
혁이가 사라지고 나서 변한 건 아무것도 없었다.
인사발령이 나기전 일주일동안 처리반에 있었던 숙희는 자신의 책상 앞에 멍하니 앉아 있기만을 했기에 주위에 바삐 움직이는 직원들을 볼 수 있었다. 기존에 관리하던 실험체를 처리반은 여전히 분주했고, 새로운 실험체가 발견되면 또 들뜬 상태로 배정받을 사람이 누구인지 궁금해 하는 직원들이었다.
실험체의 번호와 신상명세를 들고 다니는 직원들로 인해 숙희는 많은 괴로움을 안은 채 계속 눈물짓게 되었다.
그래서 배정받은 직책이 경비실이었다. 실험체와는 유일하게 회사 내에서 접촉이 없는 경비실의 로비담당이 되었다.
숙희의 미모 또한 배직에 한몫을 했지만 이것도 효린의 배려였다. 회사에 드나드는 일반 사람들과 그나마 일반적인 사람으로 이루어진 보직이라고 생각했던 효린이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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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약이라는 말이 있다.
삼개월이 지난 지금 숙희도 사람들에게 미소를 지을 수 있게 되었다. 숙희가 변하게 된 것은 서럽게 울고 자살까지 시도하면서도..배가 고파서 꼬르륵 소리를 내는 자신을 발견하곤 어이없어 웃은 그날 이후부터다. 죽은 사람은 죽은 사람이고 산사람은 살아야 한다는 말대로..이렇게 괴롭고 슬픈데..몸뚱이는 살고자 노력한다는 생각을 하자..
11명의 동생이 떠올랐다. 자신과 같은 인간이 되지 않기를 바라는 동생들을 생각하게 되자 결국 살자고 마음 먹게 된다.
하지만 아직도 저녁근무가 없는 날은 혼자 방에 누워 눈물지으며 혁이를 그리워 한다..
여느 때처럼 로비를 한바퀴 돌고 있는 숙희다.
"김숙희씨!!!"
자신을 부르는 목소리에 숙희가 고개를 돌린다.
"저 기억나세요?"
처음 보는 얼굴에 멍하니 쳐다보는 숙희를 너무도 반갑다는 듯 손을 내밀어 악수를 청하는 남자의 얼굴엔 미소가 한 가득이다.
"누..누구세요?"
"양복 돌려 받으러 왔습니다."
"예??"
"휴.. 사람 찾는 게 이렇게 어려운지 정말 몰랐습니다. 그때 통화하셨던 전화번호를 검색해도 나오질 않고..바이오라인은 검색해도 무슨 엉뚱한 제약 회사만 나오고.."
"누구세요?"
"참나.. 남의 양복을 산중턱에서 훔쳐가셨으면 돌려주셔야죠!!~"
"아~~~"
"됐고요.. 저녁이나 근사하게 쏘세요.. 그 양복 비싼 거란 말입니다. 거기다가 삼개월동안 눈 빠지게 찾은 수고비까지 덤으로 받아야겠습니다."
"예??"
거리낌 없이 웃는 얼굴에 미소가 참 잘 어울리다는 생각을 하며 숙희는 남자를 빤히 쳐다본다.
"아! 제 소개도 못했네요.. 제 이름은 오혁민 이라고 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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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갈 꺼야?"
"응.. 더 이상 누나한테 신세지기도 그렇고.."
"뭐가 신센데...사랑하는 사이끼리 그런 말 하면 안 되는 거 몰라??!! 근데 어디로 갈 건데.."
"강원도.. 처음 나 발견한 병원부터 갈려고.."
"글쎄.. 우선 가보고 거기서 돌아다니면 나 안다는 사람 한두 명은 나오겠지.."
"가지마.."
"미안 누나..이렇게 살 순 없잖아.."
"뭐가 없어.. 그냥 이대로 살면 되지.."
"아무리 이 동네를 돌아다녀도 날 아는 사람 한명도 없는데..경찰도 이상하게 보고.. 우선 병원에 가보면 무슨 단서라도 나오겠지.."
"이거 가져가.. 내 신용카드야.."
"괜찮아.. 한 달 동안 알바해서 돈도 많구먼.."
"혁아.. 이건 보험이야..응?!!"
"에휴.. 누난 나 기억 잃기 전에 한번 밖에 못 봤다면서 뭘 그렇게 믿냐! 이름도 본명이 아니고...믿을게 어딨다고.."
"알았으니까..꼭 전화 계속해야 돼!! 알았지?!"
"응.. 다녀올게."
"몸 조심하고.. 병원만 갔다가 당장 돌아와!! 아니면 나도 찾아 따라갈 거야!!"
"크크크크..알았어.."
혁이는 미정이의 배웅을 받으며 고속터미널로 향한다. 백발의 특이한 머리카락을 자랑하듯 걸음걸이에 힘이 실려 있었다.
키는 170후반정도의 다부진 몸매로 얼굴이 너무 하얘 백인과도 같은 혼혈인의 느낌을 풍기는 남자는 혁이였다.
이정도면 알아볼 사람이 엄청 많을 거 같은데.. 의식을 차리고 두 달이나 지났는데 백방으로 수소문을 해봐도 도대체 나타나질 안았다. 탈영병일지 모른다는 미정이의 말에 전단지나 언론을 통해 대놓고 알아보진 못했지만.. 그래도 혁이는 노력했다고 생각했지만 결국 자신이 처음 발견 된 강원도의 개인 병원으로 발걸음을 옮기게 되었다.
참 이상했다. 병원에서 처음 깨어났을 때 생각나는 것이라곤 강서세브란스 병원 502호가 다였다니.. 그래도 이것 때문에 수소문을 해서 미정이를 찾을 수 있었으니 그나마 혁이에겐 다행이었다.
의사 말로는 기능성기억상실증인듯 보인다며 해리성일지도 모른다고 설명을 듣게 되었다. 단지 과거를 통째로 기억하지 못하는 것은 지금까지의 조사된 바가 없어서 큰 병원으로 가보라는 말만 듣게 되었다.
의료보험이 없는 혁이였기에 정밀진단을 받기엔 미정에게 너무 큰 부담을 준다는 생각을 하며 언젠가는 기억이 돌아오겠지라는 생각에 한 달 몸을 더 추스리고 한 달은 누나 가계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누나 집에서 신세를 지게 되었다.
주머니에 55만원이나 있었기에 혁이의 자신감은 하늘을 찌를 듯 높기만 했다. 자신의 외모와 "김혁"이라는 단 두 가지만을 가지고 자신을 찾기 위해 강원도로 무작정 떠나게 되었다.
사실......
혁이가 가끔 흥분을 하거나 야한 생각을 할 때마다...미정의 집안에 있는 여자의 눈빛이 변했기에 곤란한 일을 겪기도 했다. 그리고 이제 며칠 있으면 돌아올 군대 간 동생으로 인해 사용하던 방을 내 줘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된 혁이였다. 미정이는 자신의 방에서 같이 생활하면 된다고 했지만....
혁이는 본능적으로 미정이가 자신이 과거를 알지 못하는 게 좋아 보였기 때문에 처음 무리를 떠나는 새처럼 자신을 찾는 여행을 떠나게 되었다.
강원도를 가기위해 고속터미널로 가는 지하철입구에 도착했다.. 미니가....기다리고 있다.
"미니누나...."
"응.. 가는거야?"
"예..."
"어디로??"
"우선 강원도부터요.."
"그렇구나...언제 올거야?"
"글쎄요.."
"언니는??"
"울죠...뭐.."
"진짜 작별이구나...."
"간다니까.. 이제 얼굴 보여주시내요....."
".....몸조심하고............."
인사를 하는데 미니의 얼굴엔 수많은 감정과 아쉬움이 담겨 있는 듯 보였다...혁이도 그 방안에서의 사건 이후로 물어볼것이 너무도 많았지만...그러나 혁이는 더이상의 피해는 민폐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기에 미니를 뒤로하고 그대로 지하철입구를 들어섰다.
자신을 찾기 위한 혁이의 여행은 이렇게 시작 된다.
--끝~--
정말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많은 분이 예상했던 내용이셨겠지만.. 도저히 둘을 죽일 수는 없었고.. 사실 처음부터 죽일 생각도 없었습니다.
로맨스적 절절한 사랑은...소라에 짱짱한 분들의 소설에 많이 등장하니 전 좀 꼬아봤습죠..
생각보다 환타지라는 주제가 어렵내요.. 시즌 2는 혁이가 자아를 찾아가는 것으로 써보려고 합니다. 그 과정에 당연히 여자들의 개입이 불가변하겠지만... 개인적으로 할렘물을 진짜!! 싫어하는데..(이건.. 제 예전의 글을 보셨던 분이라면...아마도 아실겁니다.ㅋㅋ. 여자가 막 돌려지고..거기서 쾌감을 느끼고...그런데도 자아을 유지하는...뭐 그런류를 좋아해서.ㅋ.한남자에 여러여자보다는 한 여자에 여러 남자가....) 번외편을 쓰다보니 혁이로 중심으로 할렘물이 되어버리더군요..
중인공 케릭터 자체를 그렇게 설정해놨으니...이것도 걱정입니다.. 번외편은 사건이 있고 마지막에 혁이가 미정이를 떠나는 두달동안의 얘기를 써놨습니다.
아직 기억상실증에 자신의 능력도 모르는 상황인 번외편의 혁이이기에 환타지적 경향이 거의 없습니다. ㅡㅡ;
이걸 무슨 장르에 올려야 될지...심히 걱정입니다...
최고관리자
가입일 | 2016-08-11 | 접속일 | 2024-11-2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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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입일 | 2016-08-11 | ||
접속일 | 2024-11-23 | ||
서명 | 황진이-19금 성인놀이터 | ||
태그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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