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글은 현실에서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그저 한편의 꿈이라고 생각하시고 재밌게만 읽어주세요.
늦어서 죄송합니다. 아이디어는 있는데 그걸 표현하는게 힘드내요. 이번편부터는 전문용어가 좀 나옵니다.
당연히 엉터리입니다. 급하게 인터넷을 뒤져서 소설에 짜 맞춘 내용이니 이해하려 하지 마시고 용어의 정의가 틀려도 "ㅋㅋㅋㅋ"라고 넘겨주세요^^:
삼십중반에 적성에도 안맞고 해본적도 없는 무기학,생물학,격투술까지 벼락치기로 공부 하면서 써봤습니다 ㅡㅡ;
근데 장르에 SF가 있는줄 오늘 댓글을 보고 처음 알았습니다ㅜㅜ. 왜 계속 SM으로 본건지..바꿔야 하는건지..
하옇튼 역사소설을 쓰시는분들은 정말 대단하신거 같습니다. 끝으로 해품달이 끝나서 아쉬워하며..
6.
식사를 하는 동안 자신도 모르게 혁이의 눈치를 살피던 숙희는 초조해지기 시작했다. 생각보단 몸을 움직이는 스타일이긴 했지만 사태의 심각성을 모를 만큼 바보는 아니었다.
지금까지 회사로부터 전화가 없다는 것은 혁이의 말에 동조하는 것이라는 것을 깨달게 되었고, 그렇다면 혁이와 자신에 대한 감정에 대한 교류까지도 어느정도 회사가 묵인하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숙희 본인의 의사는 회사에게 중요하지 않았다. 그저 혁이의 감정을 받아줄지 아니면 지금처럼 계속 행동하며 감시자 역을 이행해 갈지에 대해서는 숙희가 결정 할 일이 아니었다.
문득 이번 진급도 그것에 대한 회사의 예비책 일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혁이의 전담 감시자로서 회사와의 중간 역할을 해야 하는 입장에서 레벨2로의 승격은 그만큼의 자유 행동을 허락하는 것이니... 앞으로의 벌어질 일에 대한 결정사항을 보다 빠르게 처리하라는 지시로 받아들이게 된다.
"무슨 생각해요?"
"응??..아..아니.."
앞서 말했지만 머리보단 몸이 먼저인 숙희였기에 복잡한 생각을 하던 중 혁이의 물음에 자신도 모르게 반말로 대화를 하게 된다.
"혹시 회사 때문에 걱정돼서 그런 거예요?"
"아냐.. 밥 먹어...."
"근데.. 좋네요.."
"뭐가?"
"누나가 반말해주니까요.."
"응??.."
문득 혁이의 말에 자신도 놀란다. 실험체에 한번도 해본 적 없는..아니 회사 내에서도 한번도 반말로 상대를 응대한적 없었는데.. 이것도 일종의 혁이에 의한 영향처럼 느껴진다.
"반말로 대해주세요.. 그게 훨씬 편해요."
"죄송합니다...."
"?.."
밥을 다 먹은 혁이는 화장실로 가서 세수를 하기 시작한다. 싱크대 쪽에서 들려오는 설거지 소리를 들으며 마음의 평온을 자신도 모르게 느끼며 콧노래를 하기 시작했다.
그와 반대로 숙희는 마음을 진정시키기 위해 설거지에 몰두했다. 혁이의 변신전 외모는 옛날과 전혀 변하지 않은 상태다. 그러나 처음 만났을 때보다 훨씬 날카로운 눈빛으로 인해 카리스마가 느껴졌고, 정확히 요점만을 말하는 차분한 말투에 자신이 당황했다는 것을 본인도 너무도 잘 알고 있었기에 전혀 변한 것 없는 외모인데도 사람이 달라보였기 때문이다.
설거지를 하는 숙희의 뒷모습을 감상하듯 지나간 혁이는 수건으로 얼굴과 손을 닦으며 다시 숙희의 뒷모습에 빠진다. 설거지를 하며 약간씩 움직여지는 어깨로 인해 나풀거리는 꽃무늬 원피스가 꼭 춤을 추는 것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가녀린 어깨와 잘록한 허리라인이 너무도 보기 좋다.
천천히 숙희의 뒤태를 감상하던 혁이는 숙희의 팔과 다리 여기저기에 흐릿한 상처를 발견하게 된다.
성형수술을 했는지 자세히 보지 않았다면 그냥 지났첬을 정도로 흐려진 상처들은 팔과 다리 뿐만이 아니라 파인 원피스로 인해 등에도 숨어 있었다.
어느새 혁이는 설거지에 정신을 쏟고 있는 숙희의 뒤에 다가와 민소매 원피스의 어깨끈 쪽을 벌려 내리게 되었다. 등이 훤히 보이게 되어 브래지어의 끈이 몸에 딱 붙어있는 모습도 보여지게 되었다.
"?!~"
당황하며 몸을 돌리려던 숙희는 자신의 어깨를 잡고 있는 혁이로 인해 고개만을 돌리게 된다.
"무.뭐 하는거에요?"
"누나..."
"예???"
"이거 왠 상처에요?"
숙희의 노출된 등에는 팔과 다리에 난 상처보다 더 깊고 선명하게 보이는 여러 상처들이 보였다. 수은문신이나 혈액문신처럼 평소에는 잘 안보이다가 흥분하거나 술을 먹었을 때만 보이는 비밀스러운 문신처럼 평소에는 잘 보이지 않을 상처들이 머리를 쓰는 동안 열심히 설거지에 몰두하자 격렬한 운동을 한 후처럼 숙희 자신도 모르게 흐릿하게 비춰진 것이다.
"보..보여요?"
"예...처리반은 원래 다 이런거에요?"
"훈련.. 때문에 그래요..현장에서는 다친 적 한번도 없어요..혁이씨가 상관 안하셔도 되요."
"누나... 도대체 몇 살 때 S구릅에 들어온거에요? 아니... 처리반에 몇 살 때 동원 된 거예요?"
"................."
"아무리 그래도.. 여자 몸에 이렇게 상처를...도대체 무슨 훈련을 시켰길래..."
"저...... 설거지 다했어요.. 저 얼른 회사에.. 회사에 가봐야 되요.."
"누나....."
숙희는 자신을 걱정해주는 혁이가 껄끄러웠다. 고아원에서 자라 상고를 다니며 놀던 친구들과의 껍데기뿐인 우정을 쌓았고, 모자란 학력에도 남들보다 월등한 미모로 뽑힌 S구릅은 숙희가 기대했던 사회의 첫발이라고 하기엔 너무 가혹한 현실로 숙희를 단련시켰기에.. 이런 익숙지 않은 관심에 서툰 그녀였다.
자신은 그저 바이오에 속해있는 도구였다. 그걸 받아들이고 행동했을 때엔 머리가 아픈 적이 한번도 없었다. 그저 시키는 대로 몸을 움직이는 것에 어느새 익숙진 숙희였다.
실험을 빙자해 남자와 관계를 하며 욕구를 풀기도 했고, 여러 실험체들을 자신의 손으로 생을 마감하게 했던 그런 그녀였기에 감정이 점점 차가워져 갔다.감정이 차가워졌다기 보단 인간적인 교류에 단절 되었기에 숙희를 회사의 부품으로 만들어 간 것이다.
이런 미묘한 변화로 혼란스러워 지면 일해 방해가 될 거라는 생각에 숙희는 서둘러 어깨끈을 여미며 혁이의 손으로부터 도망치듯 방을 나오게 되었다.
바로 옆 원룸으로 들어가 잠시 현관문에 기대어 떨리는 가슴을 진정시키고 옷을 갈아입기 위해 원피스를 벗는다.
혁이의 방과는 대조적인.. 가구라고는 달랑 침대가 유일한 자신의 방안에 서있게 된 숙희는 자신의 마음도 이 방처럼 썰렁하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유리창에 반사된 자신의 몸매는 남자들이 원하는..육감적이며 섹시한 몸매인 것만은 확실했다. 그러나 흥분이 가라 앉어 상처도 보이질 않을 텐데... 왠지 모르게 자신의 몸에 무수히 많이 나 있는 상처가 보이는 듯 유리를 뚫어져라 쳐다본다.
자신의 가슴에 손을 얹어본다. 자신도 인간이라는 생각을 해보며 분명히 뛰고 있는 심장을 느껴본다.
숙희는 자신의 양 뺨을 있는 힘껏 손바닥으로 때린다. 이런 일시적인 감정으로 인해 흔들려서는 안 될 숙희였기에 11명의 동생을 생각하며 찬물로 샤워를 한다.
그리곤 전투복과도 같은 검은색 정장을 차려 입고 머리를 틀어올린 후 차로 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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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새 시간이 흘러 편의점에 다음 교대자인 여대생이 들어왔다.
역시 혁이를 무시하고 그대로 창고로 들어가 옷을 갈아입는다. 은근히 기대를 하고 있던 혁이는 여대생의 태도에 조금 실망을 하며 핸드폰을 만지작거리기를 계속 한다.
창고 문이 열리고 나온 여대생이 카운터 앞에서 혁이가 나오길 기다린다.
혁이도 내색하지 않으려 노력하며 카운터의 빗장 문을 열고 밖으로 나온다. 카운터 안쪽으로 들어간 여대생이 창고로 들어가던 혁이를 불러 세운다.
"저...저기요.."
"........"
혁이가 몸을 돌려 여대생을 쳐다본다.
"친구 분 만나셨었죠?"
"예?? 예."
"그분 이름이 어떻게 되요?"
"왜요?"
"그..그냥요.."
"참나..."
혁이는 대답할 가치도 없다는 듯 창고로 몸을 향해 여대생의 말을 무시하고 들어가 버렸다.
앞치마를 벗고 잠바를 입고 있는 혁이는 문을 열고 들어오는 여대생을 볼 수 있었다. 많이 창피한지 얼굴이 빨갛게 변한 여대생은 고개를 숙인 채 혁이에게 다시 질문을 한다.
"그..그분 이름이 뭐에요?"
"왜 그러세요?"
"..................."
"혹시 그 형한테 관심 있어요?"
"아..아니에요.. 그냥 궁금해서..."
"몰라요."
"예??"
"그냥 궁금해서 물어보는 사람한테 형 이름 알려줄 필요 없을 거 같은데요. 그리고 저희가 말 섞던 사인가요?"
"........................."
양손을 잡고 꼼지락대던 여대생의 손이 앞치마를 움켜잡는다. 자신이 먼저 혁이에게 말을 건넸다는 것이 자존심에 큰 상처를 냈는지.. 고개를 숙인 채 손에 힘을 더 준다.
"관심 있는 거라면 모르겠지만... 그 형 모델일 해서 얼굴 팔리는 거 싫어해요."
"모델이요?"
"예."
"아~~"
혁이가 잠바를 입고 여대생의 옆을 스쳐지나가 창고에서 나온다. 손님 한분이 카운터에서 커피를 들고 기다리고 있었다.
혁이는 서둘러 카운터로 들어가 계산을 해주곤 창고에서 나오는 여대생을 노려본다. 물론 큰 잘못은 아니었지만 나오던 여대생은 카운터 안에서 계산을 하는 혁이를 보곤 몸이 굳어진다.
"공과 사를 구분하시죠."
"............."
"그럼 전 퇴근할게요."
카운터에서 나오며 일침을 던진 훈이가 문을 향해 걸어갈 때 이미 애절함이 섞인 여대생의 목소리를 듣게 되었다.
"저..저기 그분 연락처 좀 알 수 없을까요?"
"예??"
"연락처.....좀....."
혁이는 이미 함락된 여대생의 얼굴을 승자처럼 의기양양한 표정으로 쳐다보게 된다. 그리고 다시 돌아 여대생에게 다가간다.
그때 시계에서 경적음이 들려온다.
"삑!~~~!!~~~"
날카로운..지금까지 전혀 들어본 적 없는 알람음에 시계화면을 본 혁이는 전부 먹통이 됐다는 것을 확인 할 수 있었다. 그저 액정 화면만이 남은 시계를 손가락으로 툭툭 치며 확인하고 있는데 편의점 문이 열린다. 검은색 양보에 왁스로 떡을 칠한 머리는 흡사 맨인블랙의 요원들과 같은 모습으로 들어온 남자가 범상치 않은 인물임을 알 수 있었다.
"어서 오세요.."
여대생이 당황하며 인사를 건네곤 카운터로 들어간다. 남자는 인사를 받을 생각은 애초에 없었다는 듯 혁이에게 곧장 다가와선 근엄하게 말을 시작했다.
"한혁씨."
"예?? 무슨 일이시죠?"
"잠깐 창고로 가시죠."
"예."
혁이는 순순히 따라 나선다. 분명 바이오쪽 사람이 아닌 것을 알 수 있었지만 그렇다고 지금 공들여 작업하고 있는 여대생 앞에서 혹시 모를 비밀을 까발릴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자길 해칠 목적 이였다면 이 사람은 번거롭게 다가와 자기를 밖으로 유인할 필요 없이 그 자리에서 손을 썼을 거라는 생각에 따라 가게 된다. 납치의 걱정이 들긴 했지만 창고로 안내하는 이 사람의 행동은 납치보다는 대화를 원하는 듯 보였다.
창고에 들어선 두 남자는 조용히 대화를 시작한다.
"한혁씨 단도직입적으로 말씀드리겠습니다. 전 USSC 소속의 오만해 입니다."
"예? USSC요?.."
"짐작하셨겠지만 바이오라인과는 일종의 경쟁국인 셈이죠."
"그런데 저한테 무슨 볼 일이시죠?"
"저희한테 오십시오. 확실한 대우를 약속드리겠습니다."
".........."
"지금처럼 꼭두각시 노릇도 없을 거라는 거 약속드리겠습니다. 물론 이 추적 장치 같은 부산물도 존재 하지 않을 겁니다."
"그다지 불편함을 못 느끼겠는데요. 그리고 실험체는 저 말고도 많은 걸로 알고 있는데..."
"당장 결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그리고 지금 바이오에서 제공하는 생활에 100배를 약속합니다. 한혁씨도 자신이 어떤 존재라는 걸 아시겠지만 다른 실험체라면 이런 위험한 거래를 할 정도로 저희 기관이 어수룩하지 않습니다. 내일 다시 오겠습니다. 생각해보시고 답해주십쇼. 4분이 지났네요. 그럼 전 이만 돌아가 보겠습니다."
USSC소속의 요원이라고 밝힌 남자가 창고에서 나갔고 몇 초가 지나지 않아 다시 정상 작동하는 시계를 발견하게 된다.
"삐~~~"
<한혁씨??>
"예??"
<무슨 일이시죠? 4분 19초 동안 통신이 단절 되었는데요..>
"아무 것도 아닙니다.냉동차에 들어가서 물건 정리하느라 그랬나봐요.."
<.........................>
"삐~~잉~~"
혁이는 머리가 복잡해졌다. 바이오와 대립할 존재가 있을 거라는 생각은 하고 있었지만 이렇게 빨리 자신과 접촉을 가질지는 예상하지 못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물론 이런 상황을 짐작은 하고 있었다. 이 실험이 언제부터 시행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자신과 같은 타입03이 실패작 빼곤 처음이라는 회사의 반응에 자신의 존재가치가 중요하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었던 훈이다. 만약 어느 정도의 데이터를 확보하고 있는 회사라면 전담 감시관까지 노출시켜 붙이며 자신에게 이렇게 공을 들일 필요가 없었을 것이기에 회사에서도 새로운 데이터에 집중하고 있었을 것이며, 만약 이 연구가 몇 년 동안 진행된 상태라면 다른 나라나 다른 회사에서도 동종의 연구를 진행했을 것이고 이미 어느 정도의 견제를 하고 있었을 것이다.
그런 상황에서 자신의 존재는 타기관에서도 눈독을 들일 거라는 예상을 하고 있었다.
물론 당장 저울질 할 필요성은 느끼지 못하고 있었지만, 걱정되는건 자신이 타기관의 높은 위치에서 지시하는 입장이라면 가지지 못할 말이라면 망가트릴 충분한 이유가 있었기에 제거라는 단어를 떠올렸을 것이라는 생각에 이제는 신변에 대한 걱정까지 하게 될 판 이였기 때문이다.
창고에서 나온 혁이를 여대생이 빤히 쳐다본다. 심상치 않은 분위기에 더 이상 혁이의 아는 형에 대해서 묻지 못하고 눈치만 살피게 된다.
쳐다보고 있을 뿐 혁이의 안중에도 여대생은 보이질 않았다. 혁이는 편의점에서 나와 곧바로 원룸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그리곤 자신이 기거하고 있는 방의 옆방의 벨을 누른다. 잠시 기다리고 있을 때 방금 샤워를 맞췄는지 긴 타월로 몸을 가린 숙희가 젖은 머리를 말리지도 못하고 문을 열어준다.
"혁이씨....??"
혁이는 손가락으로 입에 ‘쉿’이라는 시늉을 하곤 문도 닫지 않고 방으로 들어간다. 숙희의 방안 풍경에 황당해하는 혁이였다.
정말 아무것도 없는... 달랑 평상복 몇 가지와 검은색 정장 두벌만이 눈에 들어온 너무도 횅한 풍경에 입을 벌린 채 말을 잇지 못하고 있던 혁이는 다시 숙희의 손목을 잡고는 자신의 방으로 이동했다.
"왜 그러세요?"
"저기 고민이 있어서요."
"예?"
"누나는 혹시 한눈에 반했다는 느낌 받아본 적 있으세요?"
"예????"
"아.. 편의점 알바랑 오늘 처음으로 대화를 나눴는데.. 목소리를 듣는 순간 너무 황홀함을 느꼈어요... 약 먹고 작업하면 쉽겠지만... 그러고 싶지 않아서요.."
"그..그게 무슨.."
"그러니까요.. 혹시 누나 연예경험 없으세요??"
"..........."
말을 하면서도 숙희의 얼굴을 쳐다보지도 않고 방안을 두리번 거리는 혁이의 태도에 이상한 낌새를 느낀 숙희다.
"아!.. 누나는 그냥 회사에 들어오고 나서 남자들 좃물받이 역할만 한 건가?"
"예?!!..."
"음.. 그럼 연예 감정 같은 건 애당초 느껴본적이 없겠구나....."
혁이가 비닐 랩을 챙겨든다. 그리곤 종이에 필기를 하기 시작했다.
"누나는 남자 몸만 느낀거내요..그 뭐냐.. 자지 맛에 길들여 졌다는 게 이런 말인가?"
"그만하시죠.."
"혹시 그거 빌미로 욕구 풀고 그런 거 아니에요? 하긴 실험자들하고 섹스를 하면 엄청난 오르가즘을 느끼는 거 같던데. 일부러 억제재인가 그거 안 맞고 찾아가서 엉덩이 흔들고 그런 거 아닌가?"
"혁이씨.. 말이 심하시네요."
"누나.. 솔직히 궁금해서 그런데요. 그런 적 몇 번 있죠? 약 안 먹고 가서 변신한 사람들하고 음탕하게 막 즐기고.."
"짝!~~~~~~~~~~~~~"
혁이의 뺨을 사정없이 후려친 숙희였다. 혁이는 뺨을 만지며 예상했다는 듯 숙희를 쳐다본다. 하지만 숙희는 달랐다. 한번도 보인 적 없는 원망서린 눈빛으로 눈에서 눈물이 고이기 시작했고 혁이를 노려보고 있다.
"볼..볼일 없으시면 전 제 방으로 갈게요.."
숙희가 몸을 돌려 발걸음을 옮기려 할 때 혁이가 먼저 까치발을 해서 발소리를 죽이며 신속히 문 쪽으로 이동하더니 문을 열고 다시 소리 나게 닫아버렸다. 아까 적은 쪽지를 숙희에게 전하며 다가가 손으로 입을 가린 채 혼잣말을 하기 시작한다.
쪽지에는 "조용"이라는 말이 적혀있었다.
"참나.. 비싸게 굴긴.. 어차피 지도 좋아했으면서... 아 몰라...."
말을 끝낸 혁이는 렙으로 손목을 빙빙 돌려 시계를 감싸기 시작한다. 두껍게 비닐로 덮인 손목을 확인한 혁이는 텔레비전을 틀곤 침대에 숨을 고르며 앉는다.
"도대체 무슨 일이에요?"
"쉿...목소리가 너무 커요."
"........."
"누나 USSC라고 알아요?"
"예?? 거긴 왜요?"
"오늘 퇴근할때에 접촉이 있었어요. 제가 일하는 편의점으로에서."
"그..그런 일이라면 상부에 보고부터..."
"확인 먼저 하고요.. 누나가 좀 도와주세요.."
".........."
가만히 혁이를 내려 보던 숙희가 컴퓨터 앞에 있는 의자에 앉는다.
"그래서 뭘 어쩌려고 그러시는데요?"
"USSC가 뭐에요?"
""United States Stem cell"의 약자에요. 보통 USSC라고 하면 미국 국방부 산하의 우주사령부나 전략산업 부라고 알고들 있지만.. 오늘 혁이씨를 만난 사람들은 아마 제가 알고 있는 USSC일거에요. 말이 "미 줄기세포연구회"지 저희와 같은 인체실험을 주로 하는 비밀 조직 중 하나죠.."
"그럼 역시 바이오라인과는 경쟁업체인 샘이네요.."
"꼭 그렇지만은 않아요. 어차피 저희가 자문을 받고 있는 것도 USSC이고, 저희 회사에 체류중인 연구진 중 상당수가 거기 소속으로 저희에게 파견 나와 있는 거니까요."
"그래요? 그럼 혹시 노우돌 박사도 그쪽 라인인가요?"
"...혁이씨가 그건 어떻게..............................."
"대충 예상은 하고 있었어요. 방금 누나가 말한 USSC의 정체를 듣고 더 확실해졌죠.. 줄기세포 쪽이라면 우리 나라에서 유전자 조작에 가장 권위 있는 박사로 알고 있는데..상관이 없다면 그게 이상한 거죠.."
잠시 머리를 정리한 혁이는 숙희를 바라보며 다시 말을 이어갔다.
"어차피 지금 저희 대화는 저랑 누나만 입 다물면 아무도 모를거에요. 여기에 도청장치가 있을 거라는 생각에 집 구경하는 척하면서 꼼꼼히 살펴봤지만 찾을 수 없었고요. 누나.. 도와주세요.."
간절한 혁이의 눈에 마음이 흔들리는 숙희였다. 어차피 언젠가는 알게 될 일이라는 생각에 자신이 알고 있는 소문들과 정보를 얘기 하기 시작한다.
"확실한건 모르겠지만...제가 알기론 노우돌 박사는 USSC의 핵심 멤버가 아닐까 생각한 적 있어요.."
"예?"
"그당시엔 제가 근무하기 전이라 자세히는 몰르겠지만 저희 소속으로 지금 야누스프로젝트를 하기 전에..그러니까 지금 02xx타입이 나오게 된 destruction of human body pt(인체파괴프로젝트)라고 줄여서 DOHB...일명 "돕"이라는 프로젝트에서 책임자급으로 바이오라인에서 근무 하셨었죠. 여러 가지 줄기세포 연구 중 대표적인 배아줄기세포를...유전자조작에 필요한 실험물을 합법이라는 이름하에 동의를 얻어 직접 난자에게서 추출해 사용한 실험 연구였다는 정도 만 알고 있어요.."
"배아줄기세포는 저도 들어서 알고 있어요.. 근데 그게 전부 연극이였단 말인가요?"
"연극이라기 보단... 정부에 의한 위장실험이었죠.."
"말이 안되요..처음 시작할때부터 얼마나 많은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는데..."
"그게 처음이라고 누가 그러던가요? 뉴스요? 아님 의료매거진이요?"
"...................."
"저도 자세히는 모르겠지만.. 언론에 배아줄기세포실험이 처음 공개된 단계에서 이미 02XX타입의 실험이 시작된 걸로 알고 있어요."
"그럼 그 이후는 제가 알고 있는 것처럼 연구는 실패로 끝났고, 조작된 사진들만 가지고 사람들을 절망에 빠지게 만들어 결국 해외로 도피한 게 사실이군요."
"언론상으로는요.. 노우돌 박사는 원래 USSC 소속 이였어요. 그리고 말씀드린대로 줄기세포 분열 연구 중 우연히 02xx타입의 시약을 발견하게 되었고, 그 성공물을 가지고 돌아가신 거죠.."
"예? 그럼 그게 실패가 아니었단 말이에요?"
"......................생물학적 병기를 만들기 위한 연구로선 최대의 성과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그럼...지그도 그 노우돌 박사와 협력하에 진행대고 있는건가요?"
"거기까지는....한가지.. 02에서 01타입으로 신약 DNA나열 실험에는 참가하신걸로.... 그 이후의 박사에 대한 얘기는 상부에서만 처리하는거 같던데요.. 저같은 행동대원들 에게까진.."
USSC나 바이오라인이나 언론까지 마음대로 할 정도의 힘을 가지고 있다는 것에 다시 한 번 놀라게 되는 혁이였다. 지금 숙희에게서 들은 정보를 100% 신뢰할 수는 없겠지만. 자신의 추리에 상당한 도움이 되었다. 만약 바이오보다 훨씬 진보된 기술을 가졌을 USSC에 자신과 같은 실험체가 없다면 그들의 집요한 추적이 더 확실할 것 이라는 생각을 한다.
역시 처음부터 다시 공부를 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되며 숙희에게 질문을 한다.
"그럼 지금 제 존재를 당연히 USSC에서 알고 있겠네요..."
"아마도요.. "
"근데요.. 왜 전파방해장치까지 써가면서 저한테 접근을 했을까요?"
"예?? 그건 무슨 말이에요?"
"오늘 다음 아르바이트생하고 교대시간에 4분정도 시계가 꺼졌어요. 이상하게 생각하고 있을 때 그 요원이라는 사람이 제가 접근했고요."
"그럴 리가 없어요. TNT 2kg분량에도 끄떡없을 시계인데..거기다가 독자적인 주파수를 사용하기 때문에... 그리고 만약 5분 이상 연락이 안 된다면 현장 직원이 당장 투입 댔을 텐데.."
"그래서인지 그 남자는 4분이라는 시간을 정확히 맞춰서 돌아 갔어요.. 분명히 이 시계를 교란시키는 무언인가를 사용한 게 분명해요.. 혹시 이 시계를 개발한 사람도 USSC소속인가요?"
"그..그건.............."
"이제 좀 어떻게 돌아가는 상황인지 알겠네요..."
혁이는 숙희를 쳐다보며 머릿속을 정리하기 시작한다. USSC가 협력을 요구한 것이 바이오라인을 견제하기 위한 수단이라는 것이라면 자칫 더 위험한 상황에 빠질 수 있다는 생각을 하며 뚫어져라 숙희를 쳐다보게 된다.
"혁이씨.. 낮에 그 요원이 뭐라고 하던가요?"
"............."
"알려주세요.. 상부에 보고 안할게요.."
"저한테 USSC로 넘어오라고 하던데요.."
"예?? 그럴 리가..."
"지금 제 주위에 누나 포함 두 명 말고 몇 명이 더 있어요?"
"없어요.."
"전부 여자밖에는 없는거내요.."
"............."
"음........ 혹시 누나.. 누나를 강간한 괴물로 변한 제가요... 전투력 면에서도 월등했나요?"
"예??"
"약을 먹고 얼마나 걸린 후에 완전히 괴물로 변했죠?"
"그..그건 왜요?"
"필요해서요. 만약 거절한다면 분명히 그냥 놔둘 거 같지는 않던데.. 앉아서 당할 순 없잖아요."
"너무 위험해요..아직 검증도 안됐고.."
"어차피 죽게 된다면... 발악이라도 해야죠."
"근데.. 그쪽에서 훨씬 좋은 조건으로 혁이씰 꼬드기지 않던가요?"
"예... 그런데 그쪽엔 누나가 없잖아요..."
"예??"
혁이의 말에 놀라며 자신도 모르게 얼굴이 달아오른 숙희였다. 혁이 입장에서는 굳이 모험을 할 필요가 없다는 생각에 변명을 한 것이었지만, 숙희는 자신 때문이라는 혁이의 말에 가슴이 심하게 뛰기 시작한다. 분명 회사의 도구일 뿐인 자신의 입장을 누구보다도 잘 숙지하고 행동한 숙희였기에 이런 관심과 애정자체를 그리워하며 열망하고 있었기 때문에 너무도 쉽게 혁이의 한마디를 듣고 그대로 믿게 된다. 그리고 부끄러운 듯 눈을 마주치지 못하게 된다.
"............"
"아.. 못들은 걸로 하세요..제가 말 실수 했어요.."
"예..........."
"누나는 제가 어떻게 했으면 좋겠어요?"
"그래도 상부에 보고하는 게...증설 요원도 배치하고 좀더 안전한 곳으로 옮기는 게 좋을 거 같은데..."
"알았어요.. 그럼 상부에 보고하세요.. 대신 몇 가지 조건이 있어요.. 통화하시면서 절 바꿔주세요.."
"........."
혁이는 말을 끝내고 손목에 감겨있는 렙을 풀기 시작한다. 그리곤 침대에서 일어나 문을 열고 혼자 나가더니 숙희의 방 앞에서 숙희를 부르는 척 연극한 후 다시 자신의 방안으로 들어온다. 방금 숙희에게 얘기한 대충의 내용을 시계에 들려주려는 듯 다시 설명을 하기 시작한다. 역시 혁이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숙희의 핸드폰이 울린다.
"여보세요..예.. 예....................요원 증강은 저도 같은 생각입니다. 아뇨... 저한테 별도의 접촉은 없었습니다.....예.. 거처는 상의 후에.."
"누나.. 저 좀 바꿔주세요."
".......예....혁이씨 바꿔드리겠습니다.."
숙희의 핸드폰이 혁이에게 건네졌다.
[얘기 들었습니다.]
"예 그럼 본론으로..USSC라는 곳이 어떤 곳인가요?"
[그것까진 아실 필요 없으십니다. 다만 그쪽에서 혁이씨를 원하는 만큼 혁이씨의 안전에 위협이 될 수 있으니 저희가 조치하겠습니다.]
"조치라면..전 거처 옮기기 싫은데요. 그리고 담당자인 누나랑 헤어지기도 싫고요."
[................]
"최대한 바이오라인에 협력할 생각이 있습니다. 다만.. 제 부탁도 몇 가지 들어주시기 바랍니다."
[부탁이요? 말씀하세요.]
"2차 변신에 대해서 좀더 제대로 알고 싶습니다. 물론 바이오라인에서도 데이터수집차원에서 환영할거라고 생각하는데요."
[예. 그건 준비하겠습니다.]
"내일 당장이요. 이왕이면 오전에 해주셨으면 합니다..그리고 누나는 빼주세요. 실험대상자에 분명히 요원을 투입할 텐데.. 누나가 투입되는 건 싫습니다."
[참고하겠습니다.]
옆에 앉아 있는 숙희가 가슴에 손을 얹고 주먹을 쥔다. 그런 행동을 모른 척 통화에 집중하는 혁이였다.
"그리고 분명 그쪽에서도 절 모니터링 하고 있는 거 같습니다. 사실 몇 일전부터 계속 이상한 시선을 느꼈으니까요. 만약 내부에도 침투해 있을 스파이를 제외시켜 주세요. 제 목숨이 걸린 일이니 그 정도 요구는 당연하다고 생각합니다."
[그것도 참고 하겠습니다.]
"마지막으로..제가 협력하는 이유 중 하나는 누나 때문이란 걸 짐작하고 계실 겁니다... 그러니 누나와의 감정 교류에 대해 간섭하지 말아주시기 바랍니다. 아무리 누나가 회사의 도구 중 하나라고 해도 말입니다."
[............그건 상부와 상의 후에 결정 짓고 말씀 드리겠습니다. 또 다른 요구사항은 없으신가요?]
"아뇨.. 우선 이정도면 충분 할 거 같습니다."
[예.. 김숙희씨를 다시 바꿔주시겠습니까.]
숙희에게로 돌아간 핸드폰은 몇 마디의 통화를 끝으로 끊어졌다.
이런 상황에 가장 많이 당황한 것은 물론 숙희였다. 침대에 앉아있는 그리 잘나지 않은 외모와 왜소한 몸의 스무 살짜리 청년은 첫 만남 때와 너무도 달라져 있었다.
생각에 잠겨 허공을 응시하고 있는 모습이..쪼~~끔 멋져 보인다는 생각까지 하게 된다.
자신이 달랑 수건 한 장만을 걸치고 어느새 말라버린 머리를 빗지도 않았다는 것을 잊은 채 혁이 앞에서 다리를 가지런히 모아 맨바닥에 앉아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다는 것도 모르고 있다. 혁이가 말을 걸기 전까진..
"누..누나.. 근데 정신없이 끌고 오기 했는데..옷이 좀.."
"예??..앗!...."
그제야 알몸에 수건 차림이라는 것을 깨닫곤 성급히 일어나 자신의 방으로 돌아간다. 창피하다는 감정도.. 현장에 투입대고 나서 처음으로 느껴보는 숙희였다. 어느새 숙희는 혁이 앞에서 한명의 여자로 돌아가고 있었다. 철저히 훈련받아 몸을 도구로 이용하던 그녀였지만 어수룩해 보이던 혁이가 남자로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숙희는 옷을 입는 것도 잊은 채 자신을 추스르려는 듯 다시 화장실로 들어가 샤워기를 틀곤 쪼그려 앉아 그대로 물로 몸을 적시고 있다. 수건을 두른 상태로 물줄기에 의해 젖어든 수건의 무게를 느끼며 욕조 안에서 찬물 그대로를 받아낸다.
자신이 왜 이러는지 이해하지 못하며 업무를 끝까지 이어나갈 자신까지도 흔들리기 시작한다면.. 담당자를 바꿔달라는 마지막 요구를 해야 할지에 대해 걱정과 망설임을 동시에 느끼며 고뇌하고 있는 것이다.
"누나~.. 배고픈데 밥 먹으로 나가요.."
화장실 문 바로 앞에서 혁이의 목소리가 들린다. 언제 들어온 것인지.. 사건이 발생하면 당장 달려 나가기 위해 문을 잠그지 않도록 훈련받은 것을 원망하며 급히 일어나 욕실 문이라도 잠그려고 이동한다. 물에 젖어 무거워진 수건이 스르륵 소리를 내며 욕실 바닥에 떨어졌다.
떨어진 수건을 내려 봤을 때 문이 열린다. 혁이가 문을 열고 안을 들여다 본다.
"꺅!~~~~~~"
비명을 지르며 그대로 넘어지는.... 숙희는 자신이 왜 비명을 질렀는지.. 그리고 어이없게 왜 중심을 잃었는지도 생각하지 못한 채 얼른 상채를 세우며 혁이를 바라보게 된다.
손으로 출렁이는 가슴을 애써 숨기며 다리를 모으는... 혁이가 전혀 예상하지 못하는 행동을 하며 욕실 바닥에 구부정하게 눕게 되었다.
"누나??"
"어..얼른 나가..."
"예??"
"나..나가라고!!!"
혁이가 문을 닫고 나가려다가 다시 문을 연다.
혁이의 등을 보며 그나마 안도하던 마음에 수건을 집어 들려던 손이 급히 다시 가슴을 가리며 혁이의 시선을 외면하기에 급급해진 숙희는 앙탈을 부리기 시작한다.
"뭐..뭐해!...얼른 나가라고.."
"누나.. 근데 갑자기 왜 반말이에요?"
"으..응?? 내..내가 언제..................요.."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맞기 전에.. 얼른 나가요.."
"만날 폭력은...누나랑 결혼하는 남자는 샌드백처럼 맷집이 무지 세야 갯내요.."
"................"
혁이가 서서히 다가온다. 물줄기의 시원한 소리는 이미 숙희의 심하게 고동치고 있는 심장소리로 인해 숙희의 귀에 들리지 않게 되었다.
심각한 표정으로 다가오는 혁이의 시선을 끝내 마주보게 된 숙희의 눈망울이 촉촉해진다. 사람냄새를 그리워 했기에 인간적으로 다가오는 혁이에게 무너질 것만 같다는 생각으로 더 공적인 관계라고 머릿속에 세뇌시키려는 듯 반복해보지만 혁이가 다가올수록 머릿속에 걸던 주문이 뒤죽박죽이 되어 혼란스러워 진다.
혁이가 무릎을 꿇으며 숙희의 옆에 앉게 되었다. 그리곤 손을 뻗어 샤워기 꼭지를 잠가 물을 그치게 한다. 온몸이 젖어 물방울이 맺혀있는 숙희의 눈부신 나신에 혁이는 어느 곳에 눈을 둬야 할지 고민하게 된다.
가녀린 손으로 가린 풍만한 가슴은 손에 짓눌려 더 크게 보였고, 소중한 보물을 지키듯 꼬은 다리는 완벽한 콜라병처럼 각선미를 자랑하고 있었다. 젖어 있는 생머리도 그런 자태를 더 자극시켜 보이기에 충분했다. 혁이가 샤워기 꼭지를 잡고 있던 손을 옮겨 숙희의 얼굴을 살며시 만진다. 혁이의 손이 닿자 눈을 지끈 감아 버린 숙희는 차가운 물로 인한 것인지 아니면 혁이의 손길에 의해서인지 모를 작은 떨림을 몸으로 보여주고 있다.
얼굴을 만지던 혁이의 손은 얼굴을 지나 가슴으로 내려간다. 쇄골을 지나 내려가자 숙희는 자신도 모르게 신음을 뱉어내게 되었다.
"?........"
숙희의 신음에 혁이의 손이 멈췄고, 놀란 숙희도 가슴을 숨기고 있던 손을 올려 입을 틀어막는다. 덜렁거리며 튕겨져 나온 가슴.. 봉긋한 가슴은 충분히 남자의 시선에 익숙했겠지만 혁이의 시선만은 달랐다. 큰 가슴과 달리 수많은 남자에게 빨렸을 거라는 걸 도저히 상상 못할 정도로 작은 분홍색 유두는 너무도 앙증맞고 귀엽게 보인다. 혁이의 시선에 다시 입을 막았던 숙희의 손이 급히 내려와 가슴을 가린다.
지금 자신이 무슨 행동을 하는지도 모르는 듯 감은 눈을 더 꽉 감고는 숨을 몰아쉬기 시작한다.
혁이의 손은 가슴에 닿지 않고 그대로 내려 숙희의 등 아래로 넣는다. 그리곤 허벅지 밑으로 다른 손을 넣고는 단번에 숙희를 들어 올려 침대로 옮기려 한다.
"뿌드득!~~"
"읔!!..."
다시 주저앉는다.....당연히 왜소한 변신전의 혁이였기에.. 그대로 엉덩방아를 찧게 된 숙희였다.
"쿵~"
"읔!...."
어쩔 줄 몰라 하며 혁이의 얼굴이 빨개졌다. 그런 혁이의 얼굴을 본 숙희가 크게 웃는다. 실험체, 남자. 이런 모든 것을 떠나서 지금 상황이 너무 웃겼고, 혁이가 귀엽게 느껴졌다.
"?....크?하하하하하하하.. 뭐야....너.."
"아씨.. 쪽팔리게..."
늦어서 죄송합니다. 아이디어는 있는데 그걸 표현하는게 힘드내요. 이번편부터는 전문용어가 좀 나옵니다.
당연히 엉터리입니다. 급하게 인터넷을 뒤져서 소설에 짜 맞춘 내용이니 이해하려 하지 마시고 용어의 정의가 틀려도 "ㅋㅋㅋㅋ"라고 넘겨주세요^^:
삼십중반에 적성에도 안맞고 해본적도 없는 무기학,생물학,격투술까지 벼락치기로 공부 하면서 써봤습니다 ㅡㅡ;
근데 장르에 SF가 있는줄 오늘 댓글을 보고 처음 알았습니다ㅜㅜ. 왜 계속 SM으로 본건지..바꿔야 하는건지..
하옇튼 역사소설을 쓰시는분들은 정말 대단하신거 같습니다. 끝으로 해품달이 끝나서 아쉬워하며..
6.
식사를 하는 동안 자신도 모르게 혁이의 눈치를 살피던 숙희는 초조해지기 시작했다. 생각보단 몸을 움직이는 스타일이긴 했지만 사태의 심각성을 모를 만큼 바보는 아니었다.
지금까지 회사로부터 전화가 없다는 것은 혁이의 말에 동조하는 것이라는 것을 깨달게 되었고, 그렇다면 혁이와 자신에 대한 감정에 대한 교류까지도 어느정도 회사가 묵인하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숙희 본인의 의사는 회사에게 중요하지 않았다. 그저 혁이의 감정을 받아줄지 아니면 지금처럼 계속 행동하며 감시자 역을 이행해 갈지에 대해서는 숙희가 결정 할 일이 아니었다.
문득 이번 진급도 그것에 대한 회사의 예비책 일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혁이의 전담 감시자로서 회사와의 중간 역할을 해야 하는 입장에서 레벨2로의 승격은 그만큼의 자유 행동을 허락하는 것이니... 앞으로의 벌어질 일에 대한 결정사항을 보다 빠르게 처리하라는 지시로 받아들이게 된다.
"무슨 생각해요?"
"응??..아..아니.."
앞서 말했지만 머리보단 몸이 먼저인 숙희였기에 복잡한 생각을 하던 중 혁이의 물음에 자신도 모르게 반말로 대화를 하게 된다.
"혹시 회사 때문에 걱정돼서 그런 거예요?"
"아냐.. 밥 먹어...."
"근데.. 좋네요.."
"뭐가?"
"누나가 반말해주니까요.."
"응??.."
문득 혁이의 말에 자신도 놀란다. 실험체에 한번도 해본 적 없는..아니 회사 내에서도 한번도 반말로 상대를 응대한적 없었는데.. 이것도 일종의 혁이에 의한 영향처럼 느껴진다.
"반말로 대해주세요.. 그게 훨씬 편해요."
"죄송합니다...."
"?.."
밥을 다 먹은 혁이는 화장실로 가서 세수를 하기 시작한다. 싱크대 쪽에서 들려오는 설거지 소리를 들으며 마음의 평온을 자신도 모르게 느끼며 콧노래를 하기 시작했다.
그와 반대로 숙희는 마음을 진정시키기 위해 설거지에 몰두했다. 혁이의 변신전 외모는 옛날과 전혀 변하지 않은 상태다. 그러나 처음 만났을 때보다 훨씬 날카로운 눈빛으로 인해 카리스마가 느껴졌고, 정확히 요점만을 말하는 차분한 말투에 자신이 당황했다는 것을 본인도 너무도 잘 알고 있었기에 전혀 변한 것 없는 외모인데도 사람이 달라보였기 때문이다.
설거지를 하는 숙희의 뒷모습을 감상하듯 지나간 혁이는 수건으로 얼굴과 손을 닦으며 다시 숙희의 뒷모습에 빠진다. 설거지를 하며 약간씩 움직여지는 어깨로 인해 나풀거리는 꽃무늬 원피스가 꼭 춤을 추는 것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가녀린 어깨와 잘록한 허리라인이 너무도 보기 좋다.
천천히 숙희의 뒤태를 감상하던 혁이는 숙희의 팔과 다리 여기저기에 흐릿한 상처를 발견하게 된다.
성형수술을 했는지 자세히 보지 않았다면 그냥 지났첬을 정도로 흐려진 상처들은 팔과 다리 뿐만이 아니라 파인 원피스로 인해 등에도 숨어 있었다.
어느새 혁이는 설거지에 정신을 쏟고 있는 숙희의 뒤에 다가와 민소매 원피스의 어깨끈 쪽을 벌려 내리게 되었다. 등이 훤히 보이게 되어 브래지어의 끈이 몸에 딱 붙어있는 모습도 보여지게 되었다.
"?!~"
당황하며 몸을 돌리려던 숙희는 자신의 어깨를 잡고 있는 혁이로 인해 고개만을 돌리게 된다.
"무.뭐 하는거에요?"
"누나..."
"예???"
"이거 왠 상처에요?"
숙희의 노출된 등에는 팔과 다리에 난 상처보다 더 깊고 선명하게 보이는 여러 상처들이 보였다. 수은문신이나 혈액문신처럼 평소에는 잘 안보이다가 흥분하거나 술을 먹었을 때만 보이는 비밀스러운 문신처럼 평소에는 잘 보이지 않을 상처들이 머리를 쓰는 동안 열심히 설거지에 몰두하자 격렬한 운동을 한 후처럼 숙희 자신도 모르게 흐릿하게 비춰진 것이다.
"보..보여요?"
"예...처리반은 원래 다 이런거에요?"
"훈련.. 때문에 그래요..현장에서는 다친 적 한번도 없어요..혁이씨가 상관 안하셔도 되요."
"누나... 도대체 몇 살 때 S구릅에 들어온거에요? 아니... 처리반에 몇 살 때 동원 된 거예요?"
"................."
"아무리 그래도.. 여자 몸에 이렇게 상처를...도대체 무슨 훈련을 시켰길래..."
"저...... 설거지 다했어요.. 저 얼른 회사에.. 회사에 가봐야 되요.."
"누나....."
숙희는 자신을 걱정해주는 혁이가 껄끄러웠다. 고아원에서 자라 상고를 다니며 놀던 친구들과의 껍데기뿐인 우정을 쌓았고, 모자란 학력에도 남들보다 월등한 미모로 뽑힌 S구릅은 숙희가 기대했던 사회의 첫발이라고 하기엔 너무 가혹한 현실로 숙희를 단련시켰기에.. 이런 익숙지 않은 관심에 서툰 그녀였다.
자신은 그저 바이오에 속해있는 도구였다. 그걸 받아들이고 행동했을 때엔 머리가 아픈 적이 한번도 없었다. 그저 시키는 대로 몸을 움직이는 것에 어느새 익숙진 숙희였다.
실험을 빙자해 남자와 관계를 하며 욕구를 풀기도 했고, 여러 실험체들을 자신의 손으로 생을 마감하게 했던 그런 그녀였기에 감정이 점점 차가워져 갔다.감정이 차가워졌다기 보단 인간적인 교류에 단절 되었기에 숙희를 회사의 부품으로 만들어 간 것이다.
이런 미묘한 변화로 혼란스러워 지면 일해 방해가 될 거라는 생각에 숙희는 서둘러 어깨끈을 여미며 혁이의 손으로부터 도망치듯 방을 나오게 되었다.
바로 옆 원룸으로 들어가 잠시 현관문에 기대어 떨리는 가슴을 진정시키고 옷을 갈아입기 위해 원피스를 벗는다.
혁이의 방과는 대조적인.. 가구라고는 달랑 침대가 유일한 자신의 방안에 서있게 된 숙희는 자신의 마음도 이 방처럼 썰렁하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유리창에 반사된 자신의 몸매는 남자들이 원하는..육감적이며 섹시한 몸매인 것만은 확실했다. 그러나 흥분이 가라 앉어 상처도 보이질 않을 텐데... 왠지 모르게 자신의 몸에 무수히 많이 나 있는 상처가 보이는 듯 유리를 뚫어져라 쳐다본다.
자신의 가슴에 손을 얹어본다. 자신도 인간이라는 생각을 해보며 분명히 뛰고 있는 심장을 느껴본다.
숙희는 자신의 양 뺨을 있는 힘껏 손바닥으로 때린다. 이런 일시적인 감정으로 인해 흔들려서는 안 될 숙희였기에 11명의 동생을 생각하며 찬물로 샤워를 한다.
그리곤 전투복과도 같은 검은색 정장을 차려 입고 머리를 틀어올린 후 차로 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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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새 시간이 흘러 편의점에 다음 교대자인 여대생이 들어왔다.
역시 혁이를 무시하고 그대로 창고로 들어가 옷을 갈아입는다. 은근히 기대를 하고 있던 혁이는 여대생의 태도에 조금 실망을 하며 핸드폰을 만지작거리기를 계속 한다.
창고 문이 열리고 나온 여대생이 카운터 앞에서 혁이가 나오길 기다린다.
혁이도 내색하지 않으려 노력하며 카운터의 빗장 문을 열고 밖으로 나온다. 카운터 안쪽으로 들어간 여대생이 창고로 들어가던 혁이를 불러 세운다.
"저...저기요.."
"........"
혁이가 몸을 돌려 여대생을 쳐다본다.
"친구 분 만나셨었죠?"
"예?? 예."
"그분 이름이 어떻게 되요?"
"왜요?"
"그..그냥요.."
"참나..."
혁이는 대답할 가치도 없다는 듯 창고로 몸을 향해 여대생의 말을 무시하고 들어가 버렸다.
앞치마를 벗고 잠바를 입고 있는 혁이는 문을 열고 들어오는 여대생을 볼 수 있었다. 많이 창피한지 얼굴이 빨갛게 변한 여대생은 고개를 숙인 채 혁이에게 다시 질문을 한다.
"그..그분 이름이 뭐에요?"
"왜 그러세요?"
"..................."
"혹시 그 형한테 관심 있어요?"
"아..아니에요.. 그냥 궁금해서..."
"몰라요."
"예??"
"그냥 궁금해서 물어보는 사람한테 형 이름 알려줄 필요 없을 거 같은데요. 그리고 저희가 말 섞던 사인가요?"
"........................."
양손을 잡고 꼼지락대던 여대생의 손이 앞치마를 움켜잡는다. 자신이 먼저 혁이에게 말을 건넸다는 것이 자존심에 큰 상처를 냈는지.. 고개를 숙인 채 손에 힘을 더 준다.
"관심 있는 거라면 모르겠지만... 그 형 모델일 해서 얼굴 팔리는 거 싫어해요."
"모델이요?"
"예."
"아~~"
혁이가 잠바를 입고 여대생의 옆을 스쳐지나가 창고에서 나온다. 손님 한분이 카운터에서 커피를 들고 기다리고 있었다.
혁이는 서둘러 카운터로 들어가 계산을 해주곤 창고에서 나오는 여대생을 노려본다. 물론 큰 잘못은 아니었지만 나오던 여대생은 카운터 안에서 계산을 하는 혁이를 보곤 몸이 굳어진다.
"공과 사를 구분하시죠."
"............."
"그럼 전 퇴근할게요."
카운터에서 나오며 일침을 던진 훈이가 문을 향해 걸어갈 때 이미 애절함이 섞인 여대생의 목소리를 듣게 되었다.
"저..저기 그분 연락처 좀 알 수 없을까요?"
"예??"
"연락처.....좀....."
혁이는 이미 함락된 여대생의 얼굴을 승자처럼 의기양양한 표정으로 쳐다보게 된다. 그리고 다시 돌아 여대생에게 다가간다.
그때 시계에서 경적음이 들려온다.
"삑!~~~!!~~~"
날카로운..지금까지 전혀 들어본 적 없는 알람음에 시계화면을 본 혁이는 전부 먹통이 됐다는 것을 확인 할 수 있었다. 그저 액정 화면만이 남은 시계를 손가락으로 툭툭 치며 확인하고 있는데 편의점 문이 열린다. 검은색 양보에 왁스로 떡을 칠한 머리는 흡사 맨인블랙의 요원들과 같은 모습으로 들어온 남자가 범상치 않은 인물임을 알 수 있었다.
"어서 오세요.."
여대생이 당황하며 인사를 건네곤 카운터로 들어간다. 남자는 인사를 받을 생각은 애초에 없었다는 듯 혁이에게 곧장 다가와선 근엄하게 말을 시작했다.
"한혁씨."
"예?? 무슨 일이시죠?"
"잠깐 창고로 가시죠."
"예."
혁이는 순순히 따라 나선다. 분명 바이오쪽 사람이 아닌 것을 알 수 있었지만 그렇다고 지금 공들여 작업하고 있는 여대생 앞에서 혹시 모를 비밀을 까발릴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자길 해칠 목적 이였다면 이 사람은 번거롭게 다가와 자기를 밖으로 유인할 필요 없이 그 자리에서 손을 썼을 거라는 생각에 따라 가게 된다. 납치의 걱정이 들긴 했지만 창고로 안내하는 이 사람의 행동은 납치보다는 대화를 원하는 듯 보였다.
창고에 들어선 두 남자는 조용히 대화를 시작한다.
"한혁씨 단도직입적으로 말씀드리겠습니다. 전 USSC 소속의 오만해 입니다."
"예? USSC요?.."
"짐작하셨겠지만 바이오라인과는 일종의 경쟁국인 셈이죠."
"그런데 저한테 무슨 볼 일이시죠?"
"저희한테 오십시오. 확실한 대우를 약속드리겠습니다."
".........."
"지금처럼 꼭두각시 노릇도 없을 거라는 거 약속드리겠습니다. 물론 이 추적 장치 같은 부산물도 존재 하지 않을 겁니다."
"그다지 불편함을 못 느끼겠는데요. 그리고 실험체는 저 말고도 많은 걸로 알고 있는데..."
"당장 결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그리고 지금 바이오에서 제공하는 생활에 100배를 약속합니다. 한혁씨도 자신이 어떤 존재라는 걸 아시겠지만 다른 실험체라면 이런 위험한 거래를 할 정도로 저희 기관이 어수룩하지 않습니다. 내일 다시 오겠습니다. 생각해보시고 답해주십쇼. 4분이 지났네요. 그럼 전 이만 돌아가 보겠습니다."
USSC소속의 요원이라고 밝힌 남자가 창고에서 나갔고 몇 초가 지나지 않아 다시 정상 작동하는 시계를 발견하게 된다.
"삐~~~"
<한혁씨??>
"예??"
<무슨 일이시죠? 4분 19초 동안 통신이 단절 되었는데요..>
"아무 것도 아닙니다.냉동차에 들어가서 물건 정리하느라 그랬나봐요.."
<.........................>
"삐~~잉~~"
혁이는 머리가 복잡해졌다. 바이오와 대립할 존재가 있을 거라는 생각은 하고 있었지만 이렇게 빨리 자신과 접촉을 가질지는 예상하지 못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물론 이런 상황을 짐작은 하고 있었다. 이 실험이 언제부터 시행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자신과 같은 타입03이 실패작 빼곤 처음이라는 회사의 반응에 자신의 존재가치가 중요하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었던 훈이다. 만약 어느 정도의 데이터를 확보하고 있는 회사라면 전담 감시관까지 노출시켜 붙이며 자신에게 이렇게 공을 들일 필요가 없었을 것이기에 회사에서도 새로운 데이터에 집중하고 있었을 것이며, 만약 이 연구가 몇 년 동안 진행된 상태라면 다른 나라나 다른 회사에서도 동종의 연구를 진행했을 것이고 이미 어느 정도의 견제를 하고 있었을 것이다.
그런 상황에서 자신의 존재는 타기관에서도 눈독을 들일 거라는 예상을 하고 있었다.
물론 당장 저울질 할 필요성은 느끼지 못하고 있었지만, 걱정되는건 자신이 타기관의 높은 위치에서 지시하는 입장이라면 가지지 못할 말이라면 망가트릴 충분한 이유가 있었기에 제거라는 단어를 떠올렸을 것이라는 생각에 이제는 신변에 대한 걱정까지 하게 될 판 이였기 때문이다.
창고에서 나온 혁이를 여대생이 빤히 쳐다본다. 심상치 않은 분위기에 더 이상 혁이의 아는 형에 대해서 묻지 못하고 눈치만 살피게 된다.
쳐다보고 있을 뿐 혁이의 안중에도 여대생은 보이질 않았다. 혁이는 편의점에서 나와 곧바로 원룸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그리곤 자신이 기거하고 있는 방의 옆방의 벨을 누른다. 잠시 기다리고 있을 때 방금 샤워를 맞췄는지 긴 타월로 몸을 가린 숙희가 젖은 머리를 말리지도 못하고 문을 열어준다.
"혁이씨....??"
혁이는 손가락으로 입에 ‘쉿’이라는 시늉을 하곤 문도 닫지 않고 방으로 들어간다. 숙희의 방안 풍경에 황당해하는 혁이였다.
정말 아무것도 없는... 달랑 평상복 몇 가지와 검은색 정장 두벌만이 눈에 들어온 너무도 횅한 풍경에 입을 벌린 채 말을 잇지 못하고 있던 혁이는 다시 숙희의 손목을 잡고는 자신의 방으로 이동했다.
"왜 그러세요?"
"저기 고민이 있어서요."
"예?"
"누나는 혹시 한눈에 반했다는 느낌 받아본 적 있으세요?"
"예????"
"아.. 편의점 알바랑 오늘 처음으로 대화를 나눴는데.. 목소리를 듣는 순간 너무 황홀함을 느꼈어요... 약 먹고 작업하면 쉽겠지만... 그러고 싶지 않아서요.."
"그..그게 무슨.."
"그러니까요.. 혹시 누나 연예경험 없으세요??"
"..........."
말을 하면서도 숙희의 얼굴을 쳐다보지도 않고 방안을 두리번 거리는 혁이의 태도에 이상한 낌새를 느낀 숙희다.
"아!.. 누나는 그냥 회사에 들어오고 나서 남자들 좃물받이 역할만 한 건가?"
"예?!!..."
"음.. 그럼 연예 감정 같은 건 애당초 느껴본적이 없겠구나....."
혁이가 비닐 랩을 챙겨든다. 그리곤 종이에 필기를 하기 시작했다.
"누나는 남자 몸만 느낀거내요..그 뭐냐.. 자지 맛에 길들여 졌다는 게 이런 말인가?"
"그만하시죠.."
"혹시 그거 빌미로 욕구 풀고 그런 거 아니에요? 하긴 실험자들하고 섹스를 하면 엄청난 오르가즘을 느끼는 거 같던데. 일부러 억제재인가 그거 안 맞고 찾아가서 엉덩이 흔들고 그런 거 아닌가?"
"혁이씨.. 말이 심하시네요."
"누나.. 솔직히 궁금해서 그런데요. 그런 적 몇 번 있죠? 약 안 먹고 가서 변신한 사람들하고 음탕하게 막 즐기고.."
"짝!~~~~~~~~~~~~~"
혁이의 뺨을 사정없이 후려친 숙희였다. 혁이는 뺨을 만지며 예상했다는 듯 숙희를 쳐다본다. 하지만 숙희는 달랐다. 한번도 보인 적 없는 원망서린 눈빛으로 눈에서 눈물이 고이기 시작했고 혁이를 노려보고 있다.
"볼..볼일 없으시면 전 제 방으로 갈게요.."
숙희가 몸을 돌려 발걸음을 옮기려 할 때 혁이가 먼저 까치발을 해서 발소리를 죽이며 신속히 문 쪽으로 이동하더니 문을 열고 다시 소리 나게 닫아버렸다. 아까 적은 쪽지를 숙희에게 전하며 다가가 손으로 입을 가린 채 혼잣말을 하기 시작한다.
쪽지에는 "조용"이라는 말이 적혀있었다.
"참나.. 비싸게 굴긴.. 어차피 지도 좋아했으면서... 아 몰라...."
말을 끝낸 혁이는 렙으로 손목을 빙빙 돌려 시계를 감싸기 시작한다. 두껍게 비닐로 덮인 손목을 확인한 혁이는 텔레비전을 틀곤 침대에 숨을 고르며 앉는다.
"도대체 무슨 일이에요?"
"쉿...목소리가 너무 커요."
"........."
"누나 USSC라고 알아요?"
"예?? 거긴 왜요?"
"오늘 퇴근할때에 접촉이 있었어요. 제가 일하는 편의점으로에서."
"그..그런 일이라면 상부에 보고부터..."
"확인 먼저 하고요.. 누나가 좀 도와주세요.."
".........."
가만히 혁이를 내려 보던 숙희가 컴퓨터 앞에 있는 의자에 앉는다.
"그래서 뭘 어쩌려고 그러시는데요?"
"USSC가 뭐에요?"
""United States Stem cell"의 약자에요. 보통 USSC라고 하면 미국 국방부 산하의 우주사령부나 전략산업 부라고 알고들 있지만.. 오늘 혁이씨를 만난 사람들은 아마 제가 알고 있는 USSC일거에요. 말이 "미 줄기세포연구회"지 저희와 같은 인체실험을 주로 하는 비밀 조직 중 하나죠.."
"그럼 역시 바이오라인과는 경쟁업체인 샘이네요.."
"꼭 그렇지만은 않아요. 어차피 저희가 자문을 받고 있는 것도 USSC이고, 저희 회사에 체류중인 연구진 중 상당수가 거기 소속으로 저희에게 파견 나와 있는 거니까요."
"그래요? 그럼 혹시 노우돌 박사도 그쪽 라인인가요?"
"...혁이씨가 그건 어떻게..............................."
"대충 예상은 하고 있었어요. 방금 누나가 말한 USSC의 정체를 듣고 더 확실해졌죠.. 줄기세포 쪽이라면 우리 나라에서 유전자 조작에 가장 권위 있는 박사로 알고 있는데..상관이 없다면 그게 이상한 거죠.."
잠시 머리를 정리한 혁이는 숙희를 바라보며 다시 말을 이어갔다.
"어차피 지금 저희 대화는 저랑 누나만 입 다물면 아무도 모를거에요. 여기에 도청장치가 있을 거라는 생각에 집 구경하는 척하면서 꼼꼼히 살펴봤지만 찾을 수 없었고요. 누나.. 도와주세요.."
간절한 혁이의 눈에 마음이 흔들리는 숙희였다. 어차피 언젠가는 알게 될 일이라는 생각에 자신이 알고 있는 소문들과 정보를 얘기 하기 시작한다.
"확실한건 모르겠지만...제가 알기론 노우돌 박사는 USSC의 핵심 멤버가 아닐까 생각한 적 있어요.."
"예?"
"그당시엔 제가 근무하기 전이라 자세히는 몰르겠지만 저희 소속으로 지금 야누스프로젝트를 하기 전에..그러니까 지금 02xx타입이 나오게 된 destruction of human body pt(인체파괴프로젝트)라고 줄여서 DOHB...일명 "돕"이라는 프로젝트에서 책임자급으로 바이오라인에서 근무 하셨었죠. 여러 가지 줄기세포 연구 중 대표적인 배아줄기세포를...유전자조작에 필요한 실험물을 합법이라는 이름하에 동의를 얻어 직접 난자에게서 추출해 사용한 실험 연구였다는 정도 만 알고 있어요.."
"배아줄기세포는 저도 들어서 알고 있어요.. 근데 그게 전부 연극이였단 말인가요?"
"연극이라기 보단... 정부에 의한 위장실험이었죠.."
"말이 안되요..처음 시작할때부터 얼마나 많은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는데..."
"그게 처음이라고 누가 그러던가요? 뉴스요? 아님 의료매거진이요?"
"...................."
"저도 자세히는 모르겠지만.. 언론에 배아줄기세포실험이 처음 공개된 단계에서 이미 02XX타입의 실험이 시작된 걸로 알고 있어요."
"그럼 그 이후는 제가 알고 있는 것처럼 연구는 실패로 끝났고, 조작된 사진들만 가지고 사람들을 절망에 빠지게 만들어 결국 해외로 도피한 게 사실이군요."
"언론상으로는요.. 노우돌 박사는 원래 USSC 소속 이였어요. 그리고 말씀드린대로 줄기세포 분열 연구 중 우연히 02xx타입의 시약을 발견하게 되었고, 그 성공물을 가지고 돌아가신 거죠.."
"예? 그럼 그게 실패가 아니었단 말이에요?"
"......................생물학적 병기를 만들기 위한 연구로선 최대의 성과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그럼...지그도 그 노우돌 박사와 협력하에 진행대고 있는건가요?"
"거기까지는....한가지.. 02에서 01타입으로 신약 DNA나열 실험에는 참가하신걸로.... 그 이후의 박사에 대한 얘기는 상부에서만 처리하는거 같던데요.. 저같은 행동대원들 에게까진.."
USSC나 바이오라인이나 언론까지 마음대로 할 정도의 힘을 가지고 있다는 것에 다시 한 번 놀라게 되는 혁이였다. 지금 숙희에게서 들은 정보를 100% 신뢰할 수는 없겠지만. 자신의 추리에 상당한 도움이 되었다. 만약 바이오보다 훨씬 진보된 기술을 가졌을 USSC에 자신과 같은 실험체가 없다면 그들의 집요한 추적이 더 확실할 것 이라는 생각을 한다.
역시 처음부터 다시 공부를 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되며 숙희에게 질문을 한다.
"그럼 지금 제 존재를 당연히 USSC에서 알고 있겠네요..."
"아마도요.. "
"근데요.. 왜 전파방해장치까지 써가면서 저한테 접근을 했을까요?"
"예?? 그건 무슨 말이에요?"
"오늘 다음 아르바이트생하고 교대시간에 4분정도 시계가 꺼졌어요. 이상하게 생각하고 있을 때 그 요원이라는 사람이 제가 접근했고요."
"그럴 리가 없어요. TNT 2kg분량에도 끄떡없을 시계인데..거기다가 독자적인 주파수를 사용하기 때문에... 그리고 만약 5분 이상 연락이 안 된다면 현장 직원이 당장 투입 댔을 텐데.."
"그래서인지 그 남자는 4분이라는 시간을 정확히 맞춰서 돌아 갔어요.. 분명히 이 시계를 교란시키는 무언인가를 사용한 게 분명해요.. 혹시 이 시계를 개발한 사람도 USSC소속인가요?"
"그..그건.............."
"이제 좀 어떻게 돌아가는 상황인지 알겠네요..."
혁이는 숙희를 쳐다보며 머릿속을 정리하기 시작한다. USSC가 협력을 요구한 것이 바이오라인을 견제하기 위한 수단이라는 것이라면 자칫 더 위험한 상황에 빠질 수 있다는 생각을 하며 뚫어져라 숙희를 쳐다보게 된다.
"혁이씨.. 낮에 그 요원이 뭐라고 하던가요?"
"............."
"알려주세요.. 상부에 보고 안할게요.."
"저한테 USSC로 넘어오라고 하던데요.."
"예?? 그럴 리가..."
"지금 제 주위에 누나 포함 두 명 말고 몇 명이 더 있어요?"
"없어요.."
"전부 여자밖에는 없는거내요.."
"............."
"음........ 혹시 누나.. 누나를 강간한 괴물로 변한 제가요... 전투력 면에서도 월등했나요?"
"예??"
"약을 먹고 얼마나 걸린 후에 완전히 괴물로 변했죠?"
"그..그건 왜요?"
"필요해서요. 만약 거절한다면 분명히 그냥 놔둘 거 같지는 않던데.. 앉아서 당할 순 없잖아요."
"너무 위험해요..아직 검증도 안됐고.."
"어차피 죽게 된다면... 발악이라도 해야죠."
"근데.. 그쪽에서 훨씬 좋은 조건으로 혁이씰 꼬드기지 않던가요?"
"예... 그런데 그쪽엔 누나가 없잖아요..."
"예??"
혁이의 말에 놀라며 자신도 모르게 얼굴이 달아오른 숙희였다. 혁이 입장에서는 굳이 모험을 할 필요가 없다는 생각에 변명을 한 것이었지만, 숙희는 자신 때문이라는 혁이의 말에 가슴이 심하게 뛰기 시작한다. 분명 회사의 도구일 뿐인 자신의 입장을 누구보다도 잘 숙지하고 행동한 숙희였기에 이런 관심과 애정자체를 그리워하며 열망하고 있었기 때문에 너무도 쉽게 혁이의 한마디를 듣고 그대로 믿게 된다. 그리고 부끄러운 듯 눈을 마주치지 못하게 된다.
"............"
"아.. 못들은 걸로 하세요..제가 말 실수 했어요.."
"예..........."
"누나는 제가 어떻게 했으면 좋겠어요?"
"그래도 상부에 보고하는 게...증설 요원도 배치하고 좀더 안전한 곳으로 옮기는 게 좋을 거 같은데..."
"알았어요.. 그럼 상부에 보고하세요.. 대신 몇 가지 조건이 있어요.. 통화하시면서 절 바꿔주세요.."
"........."
혁이는 말을 끝내고 손목에 감겨있는 렙을 풀기 시작한다. 그리곤 침대에서 일어나 문을 열고 혼자 나가더니 숙희의 방 앞에서 숙희를 부르는 척 연극한 후 다시 자신의 방안으로 들어온다. 방금 숙희에게 얘기한 대충의 내용을 시계에 들려주려는 듯 다시 설명을 하기 시작한다. 역시 혁이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숙희의 핸드폰이 울린다.
"여보세요..예.. 예....................요원 증강은 저도 같은 생각입니다. 아뇨... 저한테 별도의 접촉은 없었습니다.....예.. 거처는 상의 후에.."
"누나.. 저 좀 바꿔주세요."
".......예....혁이씨 바꿔드리겠습니다.."
숙희의 핸드폰이 혁이에게 건네졌다.
[얘기 들었습니다.]
"예 그럼 본론으로..USSC라는 곳이 어떤 곳인가요?"
[그것까진 아실 필요 없으십니다. 다만 그쪽에서 혁이씨를 원하는 만큼 혁이씨의 안전에 위협이 될 수 있으니 저희가 조치하겠습니다.]
"조치라면..전 거처 옮기기 싫은데요. 그리고 담당자인 누나랑 헤어지기도 싫고요."
[................]
"최대한 바이오라인에 협력할 생각이 있습니다. 다만.. 제 부탁도 몇 가지 들어주시기 바랍니다."
[부탁이요? 말씀하세요.]
"2차 변신에 대해서 좀더 제대로 알고 싶습니다. 물론 바이오라인에서도 데이터수집차원에서 환영할거라고 생각하는데요."
[예. 그건 준비하겠습니다.]
"내일 당장이요. 이왕이면 오전에 해주셨으면 합니다..그리고 누나는 빼주세요. 실험대상자에 분명히 요원을 투입할 텐데.. 누나가 투입되는 건 싫습니다."
[참고하겠습니다.]
옆에 앉아 있는 숙희가 가슴에 손을 얹고 주먹을 쥔다. 그런 행동을 모른 척 통화에 집중하는 혁이였다.
"그리고 분명 그쪽에서도 절 모니터링 하고 있는 거 같습니다. 사실 몇 일전부터 계속 이상한 시선을 느꼈으니까요. 만약 내부에도 침투해 있을 스파이를 제외시켜 주세요. 제 목숨이 걸린 일이니 그 정도 요구는 당연하다고 생각합니다."
[그것도 참고 하겠습니다.]
"마지막으로..제가 협력하는 이유 중 하나는 누나 때문이란 걸 짐작하고 계실 겁니다... 그러니 누나와의 감정 교류에 대해 간섭하지 말아주시기 바랍니다. 아무리 누나가 회사의 도구 중 하나라고 해도 말입니다."
[............그건 상부와 상의 후에 결정 짓고 말씀 드리겠습니다. 또 다른 요구사항은 없으신가요?]
"아뇨.. 우선 이정도면 충분 할 거 같습니다."
[예.. 김숙희씨를 다시 바꿔주시겠습니까.]
숙희에게로 돌아간 핸드폰은 몇 마디의 통화를 끝으로 끊어졌다.
이런 상황에 가장 많이 당황한 것은 물론 숙희였다. 침대에 앉아있는 그리 잘나지 않은 외모와 왜소한 몸의 스무 살짜리 청년은 첫 만남 때와 너무도 달라져 있었다.
생각에 잠겨 허공을 응시하고 있는 모습이..쪼~~끔 멋져 보인다는 생각까지 하게 된다.
자신이 달랑 수건 한 장만을 걸치고 어느새 말라버린 머리를 빗지도 않았다는 것을 잊은 채 혁이 앞에서 다리를 가지런히 모아 맨바닥에 앉아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다는 것도 모르고 있다. 혁이가 말을 걸기 전까진..
"누..누나.. 근데 정신없이 끌고 오기 했는데..옷이 좀.."
"예??..앗!...."
그제야 알몸에 수건 차림이라는 것을 깨닫곤 성급히 일어나 자신의 방으로 돌아간다. 창피하다는 감정도.. 현장에 투입대고 나서 처음으로 느껴보는 숙희였다. 어느새 숙희는 혁이 앞에서 한명의 여자로 돌아가고 있었다. 철저히 훈련받아 몸을 도구로 이용하던 그녀였지만 어수룩해 보이던 혁이가 남자로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숙희는 옷을 입는 것도 잊은 채 자신을 추스르려는 듯 다시 화장실로 들어가 샤워기를 틀곤 쪼그려 앉아 그대로 물로 몸을 적시고 있다. 수건을 두른 상태로 물줄기에 의해 젖어든 수건의 무게를 느끼며 욕조 안에서 찬물 그대로를 받아낸다.
자신이 왜 이러는지 이해하지 못하며 업무를 끝까지 이어나갈 자신까지도 흔들리기 시작한다면.. 담당자를 바꿔달라는 마지막 요구를 해야 할지에 대해 걱정과 망설임을 동시에 느끼며 고뇌하고 있는 것이다.
"누나~.. 배고픈데 밥 먹으로 나가요.."
화장실 문 바로 앞에서 혁이의 목소리가 들린다. 언제 들어온 것인지.. 사건이 발생하면 당장 달려 나가기 위해 문을 잠그지 않도록 훈련받은 것을 원망하며 급히 일어나 욕실 문이라도 잠그려고 이동한다. 물에 젖어 무거워진 수건이 스르륵 소리를 내며 욕실 바닥에 떨어졌다.
떨어진 수건을 내려 봤을 때 문이 열린다. 혁이가 문을 열고 안을 들여다 본다.
"꺅!~~~~~~"
비명을 지르며 그대로 넘어지는.... 숙희는 자신이 왜 비명을 질렀는지.. 그리고 어이없게 왜 중심을 잃었는지도 생각하지 못한 채 얼른 상채를 세우며 혁이를 바라보게 된다.
손으로 출렁이는 가슴을 애써 숨기며 다리를 모으는... 혁이가 전혀 예상하지 못하는 행동을 하며 욕실 바닥에 구부정하게 눕게 되었다.
"누나??"
"어..얼른 나가..."
"예??"
"나..나가라고!!!"
혁이가 문을 닫고 나가려다가 다시 문을 연다.
혁이의 등을 보며 그나마 안도하던 마음에 수건을 집어 들려던 손이 급히 다시 가슴을 가리며 혁이의 시선을 외면하기에 급급해진 숙희는 앙탈을 부리기 시작한다.
"뭐..뭐해!...얼른 나가라고.."
"누나.. 근데 갑자기 왜 반말이에요?"
"으..응?? 내..내가 언제..................요.."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맞기 전에.. 얼른 나가요.."
"만날 폭력은...누나랑 결혼하는 남자는 샌드백처럼 맷집이 무지 세야 갯내요.."
"................"
혁이가 서서히 다가온다. 물줄기의 시원한 소리는 이미 숙희의 심하게 고동치고 있는 심장소리로 인해 숙희의 귀에 들리지 않게 되었다.
심각한 표정으로 다가오는 혁이의 시선을 끝내 마주보게 된 숙희의 눈망울이 촉촉해진다. 사람냄새를 그리워 했기에 인간적으로 다가오는 혁이에게 무너질 것만 같다는 생각으로 더 공적인 관계라고 머릿속에 세뇌시키려는 듯 반복해보지만 혁이가 다가올수록 머릿속에 걸던 주문이 뒤죽박죽이 되어 혼란스러워 진다.
혁이가 무릎을 꿇으며 숙희의 옆에 앉게 되었다. 그리곤 손을 뻗어 샤워기 꼭지를 잠가 물을 그치게 한다. 온몸이 젖어 물방울이 맺혀있는 숙희의 눈부신 나신에 혁이는 어느 곳에 눈을 둬야 할지 고민하게 된다.
가녀린 손으로 가린 풍만한 가슴은 손에 짓눌려 더 크게 보였고, 소중한 보물을 지키듯 꼬은 다리는 완벽한 콜라병처럼 각선미를 자랑하고 있었다. 젖어 있는 생머리도 그런 자태를 더 자극시켜 보이기에 충분했다. 혁이가 샤워기 꼭지를 잡고 있던 손을 옮겨 숙희의 얼굴을 살며시 만진다. 혁이의 손이 닿자 눈을 지끈 감아 버린 숙희는 차가운 물로 인한 것인지 아니면 혁이의 손길에 의해서인지 모를 작은 떨림을 몸으로 보여주고 있다.
얼굴을 만지던 혁이의 손은 얼굴을 지나 가슴으로 내려간다. 쇄골을 지나 내려가자 숙희는 자신도 모르게 신음을 뱉어내게 되었다.
"?........"
숙희의 신음에 혁이의 손이 멈췄고, 놀란 숙희도 가슴을 숨기고 있던 손을 올려 입을 틀어막는다. 덜렁거리며 튕겨져 나온 가슴.. 봉긋한 가슴은 충분히 남자의 시선에 익숙했겠지만 혁이의 시선만은 달랐다. 큰 가슴과 달리 수많은 남자에게 빨렸을 거라는 걸 도저히 상상 못할 정도로 작은 분홍색 유두는 너무도 앙증맞고 귀엽게 보인다. 혁이의 시선에 다시 입을 막았던 숙희의 손이 급히 내려와 가슴을 가린다.
지금 자신이 무슨 행동을 하는지도 모르는 듯 감은 눈을 더 꽉 감고는 숨을 몰아쉬기 시작한다.
혁이의 손은 가슴에 닿지 않고 그대로 내려 숙희의 등 아래로 넣는다. 그리곤 허벅지 밑으로 다른 손을 넣고는 단번에 숙희를 들어 올려 침대로 옮기려 한다.
"뿌드득!~~"
"읔!!..."
다시 주저앉는다.....당연히 왜소한 변신전의 혁이였기에.. 그대로 엉덩방아를 찧게 된 숙희였다.
"쿵~"
"읔!...."
어쩔 줄 몰라 하며 혁이의 얼굴이 빨개졌다. 그런 혁이의 얼굴을 본 숙희가 크게 웃는다. 실험체, 남자. 이런 모든 것을 떠나서 지금 상황이 너무 웃겼고, 혁이가 귀엽게 느껴졌다.
"?....크?하하하하하하하.. 뭐야....너.."
"아씨.. 쪽팔리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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