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멘트가 많이 달렸네요~! 론에 대해선 앞으로 차차 알게 되실겁니다. 재미나게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하루하루가 즐겁고 설렌다는 말은 이럴 때 사용하는 걸까.
지금 에닐리의 기분이 바로 그러한 상황이었다.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혼자 세상에 남게 된 순간 조용한 집안에서 느끼는 공허함과 외로움에 울적 할 때가 한 두 번이 아니었다.
물론 에닐리가 일을 하고 있는 여관의 아주머니, 아저씨가 잘 도와주고 같이 일하는 주변 사람들도 잘 대해준다고 하지만, 집에만 가면 혼자가 되니 빈 속마음을 다 채워 줄 수 있는 건 아니었다.
좋은 분들이 있다고 하지만 언제나 옆에서 함께 했던 가족만은 못 하다는 게 맞는 말일지 모른다.
그 때문에 더욱 아무런 생각도 하지 않으려고 일하는 것에만 집중하고 열심히 했다.
다른 생각을 하지 않기 위해, 우울함이나 공허한 마음을 느끼지 않게 말이다.
하지만 지금은 그렇지가 않았다.
집으로 돌아가는 발걸음이 쓸쓸하지도 않고, 그렇다고 공허한 마음이 드는 것도 아니었다.
이제 집에 가도 혼자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위험한 순간에 자신을 구해주었던 소년, 갈 곳이 없어 하룻밤만 재워달라고 부탁을 해왔던 소년, 같이 지낸지 이젠 한 달이 다되어 가는 상황에서 그 소년은 에닐리의 허전한 마음을 채워주는 소중한 존재가 되어 있었다.
일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에닐리의 발걸음은 가벼웠다.
입가에 잔잔한 미소를 머금고 걸어가는 에닐리의 발걸음이 조금씩 빨라졌다.
그도 그럴 것이 자신이 늦어질수록 기다리는 시간이 길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누나!”
골목 입구에서 기다리고 있던 금발 머리의 소년이 에닐리에게 달려가 안기었다.
“많이 기다렸니?”
“별로 많이 안 기다렸어요. 누나 이 시간에 오는 거 알고 있는걸요.”
배시시 웃음 지으며 말하는 소년, 론을 바라보는 에닐리의 얼굴은 사랑스럽다는 표정이 가득했다.
“집에 가자, 맛있는 거 해줄게.”
“네!”
론의 손을 잡고 집으로 향하는 두 사람의 발걸음은 상당히 가벼웠다.
집에 도착해 옷을 갈아입고 손을 씻은 후, 에닐리는 론의 저녁을 해주기 위해 주방으로 향했다.
앞치마를 두르고 치즈크림 파스타를 요리하는 에닐리는 맛있게 먹어 줄 론을 생각하며 코를 흥얼거렸다.
파스타 면이 가격이 싼 편이 아니어 많이 만들어 줄 수는 없지만 자신이 먹을 양을 줄인다면 론이 배부르게 먹을 수 있을 터였다.
에닐리는 어떤 맛있는 요리라도 자신이 먹는 것 보다 론이 맛있게 먹어주는 게 더 기분이 좋았다.
보는 것만으로도 배가 부르다는 것이 어떤 기분인지 제대로 만끽하고 있기도 했다.
먹기 좋게 면을 삶아내는 것 보다 치즈크림소스를 만드는 게 시간이 좀 걸리면서도 어려웠지만 조심조심 배운 대로 소스를 만들었다.
여관에서 일하고 있는 요리사아저씨에게 어렵게 부탁해서 배운 것이어서 잘 기억하고 있었다.
“괜찮은 거 같아.”
소스를 조금 찍어서 맛을 본 에닐리가 미소를 지으며 활짝 웃었다.
요리사 아저씨가 만든 것과 똑같다고 할 수는 없지만 치즈의 고소하면서도 부드러운 맛이 나름대로 잘 맞춘 것 같았다.
면을 접시에 덜어내고 그 위에 소스를 조심이 뿌리고 마지막으로 치즈가루까지 뿌려서 마무리한 후에 두 개의 접시를 들고 주방을 나섰다.
“와~! 맛있겠다.”
고소한 향기와 맛있어 보이는 치즈크림 파스타의 모습에 론이 입맛을 다셨다.
“누나는 왜 그것밖에 안 먹어요?”
하지만 그것도 잠시 자신의 접시에 담겨있는 양과는 비교되게 적게 담겨 있는 에닐리의 접시를 보고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누나는 가게에서 이미 많이 먹어서 그래.”
“하지만 나한테 많이 준거 같은데...”
“괜찮아. 론이 맛있게 먹어준다면 그걸로 됐으니까.”
천천히 면을 소스와 잘 비벼서 한 입 맛을 본 론이 우물거리며 삼킨 후 활짝 웃었다.
“맛있어요!”
“정말?”
“네!”
다행이 나쁘지 않은 모양이다.
입에 맞는 것인지 입가에 묻히면서도 허겁지겁 먹는 론의 그 모습을 에닐리는 행복한 표정으로 가만히 바라보기만 했다.
식사를 끝내고 씻고 옷을 갈아입은 후 잠자리에 드는 론은 자연스럽게 에닐리와 함께 방으로 들어섰다.
이젠 물어보지 않아도 둘은 같은 방에서 함께 잔다.
침대에 누워 에닐리는 론에게 오늘 여관에서 있었던 소소한 일상을 얘기해 주었다.
어떤 여행객의 손님이 자신이 경험 해주었던 얘기를 들려준 것에서부터 시작해서 술자리를 벌이며 얘기를 나누는 대화에서 주서 들었던 흥미로운 얘기까지 에닐리는 론에게 흥미 있었거나 재미났던 얘기를 일러주었다.
한 참을 얘기를 하던 에닐리는 어느새 곤히 잠이 든 론을 보며 웃음 지었다.
“나도 모르게 이렇게 잠 들 때도 있단 말이야.”
론이 깨지 않게 작게 중얼거린 에닐리가 이불을 끌어서 어깨까지 덮어주었다.
내일은 쉬는 날이니 여관에 출근하지 않아도 되어서 늦게까지 많은 얘기를 나누고 싶었는데 조금 아쉽게 됐다는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새근새근 잠이 든 론의 얼굴을 바라보며 천천히 앞머리를 손가락으로 넘겨주었다.
“론은 자는 모습도 어쩜 이렇게 귀여울까.”
하나부터 열까지 너무나 사랑스럽다는 생각이 든다.
에닐리는 론이 자신을 위해 하늘이 내려준 선물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어쩌면 론과 자신이 만난 게 운명일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한다.
천천히 조심스럽게 론의 뺨을 어루만져 본다.
그러면서 내려다보던 에닐리가 조심스럽게 고개를 숙여 론의 입술에 살며시 입을 맞추었다.
“잘 자... 론.”
호롱불의 불을 끈 에닐리도 몸을 누어 잠을 청했다.
쏴아아-! 우르르 콰쾅!
“으음...”
강하게 천둥이 내리치는 소리에 눈살을 찌푸리며 잠에서 깨어난 에닐리가 천천히 상체를 일으켰다.
“비가 내리나보네......”
닫혀 있는 창문 밖에서 들려오는 비가 내리는 소리에 작게 중얼거리며 고개를 돌려 자고 있는 론을 바라보았다.
“얘가 아딜 간거지?”
옆에서 곤히 자고 있어야 할 론이 보이지가 않자 잠결이 달아난 에닐리가 자리에서 일어나 문을 열고 거실로 나갔다.
“론?”
현관문 옆의 창가에 서서 문을 조금 열어 비 내리는 하늘을 올려다보는 론의 모습을 보고 작게 중얼거렸다.
“누나도 일어났네요?”
“너도 비 소리에 깼니?”
천천히 걸음을 옮겨 겉으로 다가가 살며시 뒤에서 론의 목을 감싸 안으며 중얼거렸다.
“네...누나.”
“많이 내리네...”
새벽녘이 밝아오는 밤하늘에 쏟아져 내리는 빗줄기를 바라보며 중얼거리는 에닐리의 귀에 론의 목소리가 작게 들려왔다.
“누나는 비가 내리면 어떤 생각이 들어요?”
“음... 모르겠어. 그런데 갑자기 왜 그런 말을 하는 거니?”
“저는 비가 좋아서요. 이렇게 세상의 모든 것을 새롭게 씻어주는 것처럼 쏟아져 내리는 비를 보고 있으면 저 까지 깨끗해지는 거 같은 느낌이 들어요. 비가 내리는 모습을 보면 슬퍼지는 사람도 있다고 하지만 전 그 슬픔과 상처까지 씻어내는 것 같은 느낌도 받아요.”
“세상을 정화시킨다... 그런 말이니?”
“그냥 제 생각이에요. 오랫동안 가지고 있는 슬픔과 상처를 치유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에서 떠오른 거예요.”
“애기인줄 알았는데 어른스러운 면도 있네?”
대견하다는 듯 바라보는 에닐리의 시선에 론이 배시시 웃음 지었다.
“누나.”
“응?”
“나는 부모님이 어떻게 생겼는지도 몰라요. 그래서 고아라는 말에 조금 놀라긴 했지만 스승님이 잘 대해주어서 슬프진 않았어요. 하지만 누나는 아버지가 세상을 떠나는 모습을 직접 보았을 테니까 많이 슬플 거 같아요. 가슴에 가지고 있는 그 상처를 이겨냈으면 좋겠어요. 이 비가 세상의 슬픔을 씻어내는 것처럼 누나도 상처를 이겨냈으면 좋겠어요.”
“론...”
설마하니 론에게서 이런 말을 들을 줄 몰랐던 에닐리의 눈동자가 가늘게 떨렸다.
마음씨가 이렇게 고운 소년이 또 있을까.
자신을 이렇게나 위하고 있을 줄은 몰랐던 에닐리는 진심으로 감동을 받았는지 눈가에 눈물이 맺혀있었다.
“괜한 말을 해서 죄송해요, 누나.”
“아니야.”
고개를 가로저으며 뒤에서 감고 있던 손을 풀어 론의 어깨를 잡아 똑바로 마주보곤 생긋 웃음지었다.
“론은 누나에게 있어 어떤 존재인지 알고 있니?”
“아니요.”
“하나의 빛이란다. 누나의 어두운 마음을 밝혀주는 빛이자 치유의 존재. 론이 말한 세상을 씻겨주는 비 같은 존재가 바로 너야.”
“제가요?”
“응...”
“누나에게 그런 말 들으니까 기분 좋다. 헤헤헷...”
귀엽게 웃음 지는 그 모습이 깨물어 주고 싶을 만큼 앙증맞다.
가만히 그 모습을 바라보던 에닐리가 자신도 모르게 살며시 입술에 입을 맞추었다.
“누나?”
갑작스러운 뽀뽀에 조금 놀랐는지 질문을 던지는 론의 말에 에닐리가 뺨을 붉히며 미소 지었다.
“론이 귀여워서 나도 모르게 뽀뽀했네.”
“괜찮아요. 누나니까 허락해 줄게요.”
“누나라서 허락해 준다는 말이 나만 허락해 준다는 말이니?”
“네.”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하는 그 모습을 바라보면서 에닐리는 알 수 없는 묘한 두근거림을 느꼈다.
가만히 론의 얼굴을 바라보다 다시금 천천히 다가가 입술에 입을 맞추었다.
“론은 누나하고 뽀뽀하는 게 기분 나쁘지 않니?”
“나쁘지 않아요. 좋아요.”
이렇게 사랑스러운 아이가 또 있을까.
뺨을 어루만지며 멍하니 눈빛을 교환하던 에닐리가 천천히 론을 어깨를 잡아 품에 안았다.
‘나의 론...’
하루하루가 즐겁고 설렌다는 말은 이럴 때 사용하는 걸까.
지금 에닐리의 기분이 바로 그러한 상황이었다.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혼자 세상에 남게 된 순간 조용한 집안에서 느끼는 공허함과 외로움에 울적 할 때가 한 두 번이 아니었다.
물론 에닐리가 일을 하고 있는 여관의 아주머니, 아저씨가 잘 도와주고 같이 일하는 주변 사람들도 잘 대해준다고 하지만, 집에만 가면 혼자가 되니 빈 속마음을 다 채워 줄 수 있는 건 아니었다.
좋은 분들이 있다고 하지만 언제나 옆에서 함께 했던 가족만은 못 하다는 게 맞는 말일지 모른다.
그 때문에 더욱 아무런 생각도 하지 않으려고 일하는 것에만 집중하고 열심히 했다.
다른 생각을 하지 않기 위해, 우울함이나 공허한 마음을 느끼지 않게 말이다.
하지만 지금은 그렇지가 않았다.
집으로 돌아가는 발걸음이 쓸쓸하지도 않고, 그렇다고 공허한 마음이 드는 것도 아니었다.
이제 집에 가도 혼자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위험한 순간에 자신을 구해주었던 소년, 갈 곳이 없어 하룻밤만 재워달라고 부탁을 해왔던 소년, 같이 지낸지 이젠 한 달이 다되어 가는 상황에서 그 소년은 에닐리의 허전한 마음을 채워주는 소중한 존재가 되어 있었다.
일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에닐리의 발걸음은 가벼웠다.
입가에 잔잔한 미소를 머금고 걸어가는 에닐리의 발걸음이 조금씩 빨라졌다.
그도 그럴 것이 자신이 늦어질수록 기다리는 시간이 길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누나!”
골목 입구에서 기다리고 있던 금발 머리의 소년이 에닐리에게 달려가 안기었다.
“많이 기다렸니?”
“별로 많이 안 기다렸어요. 누나 이 시간에 오는 거 알고 있는걸요.”
배시시 웃음 지으며 말하는 소년, 론을 바라보는 에닐리의 얼굴은 사랑스럽다는 표정이 가득했다.
“집에 가자, 맛있는 거 해줄게.”
“네!”
론의 손을 잡고 집으로 향하는 두 사람의 발걸음은 상당히 가벼웠다.
집에 도착해 옷을 갈아입고 손을 씻은 후, 에닐리는 론의 저녁을 해주기 위해 주방으로 향했다.
앞치마를 두르고 치즈크림 파스타를 요리하는 에닐리는 맛있게 먹어 줄 론을 생각하며 코를 흥얼거렸다.
파스타 면이 가격이 싼 편이 아니어 많이 만들어 줄 수는 없지만 자신이 먹을 양을 줄인다면 론이 배부르게 먹을 수 있을 터였다.
에닐리는 어떤 맛있는 요리라도 자신이 먹는 것 보다 론이 맛있게 먹어주는 게 더 기분이 좋았다.
보는 것만으로도 배가 부르다는 것이 어떤 기분인지 제대로 만끽하고 있기도 했다.
먹기 좋게 면을 삶아내는 것 보다 치즈크림소스를 만드는 게 시간이 좀 걸리면서도 어려웠지만 조심조심 배운 대로 소스를 만들었다.
여관에서 일하고 있는 요리사아저씨에게 어렵게 부탁해서 배운 것이어서 잘 기억하고 있었다.
“괜찮은 거 같아.”
소스를 조금 찍어서 맛을 본 에닐리가 미소를 지으며 활짝 웃었다.
요리사 아저씨가 만든 것과 똑같다고 할 수는 없지만 치즈의 고소하면서도 부드러운 맛이 나름대로 잘 맞춘 것 같았다.
면을 접시에 덜어내고 그 위에 소스를 조심이 뿌리고 마지막으로 치즈가루까지 뿌려서 마무리한 후에 두 개의 접시를 들고 주방을 나섰다.
“와~! 맛있겠다.”
고소한 향기와 맛있어 보이는 치즈크림 파스타의 모습에 론이 입맛을 다셨다.
“누나는 왜 그것밖에 안 먹어요?”
하지만 그것도 잠시 자신의 접시에 담겨있는 양과는 비교되게 적게 담겨 있는 에닐리의 접시를 보고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누나는 가게에서 이미 많이 먹어서 그래.”
“하지만 나한테 많이 준거 같은데...”
“괜찮아. 론이 맛있게 먹어준다면 그걸로 됐으니까.”
천천히 면을 소스와 잘 비벼서 한 입 맛을 본 론이 우물거리며 삼킨 후 활짝 웃었다.
“맛있어요!”
“정말?”
“네!”
다행이 나쁘지 않은 모양이다.
입에 맞는 것인지 입가에 묻히면서도 허겁지겁 먹는 론의 그 모습을 에닐리는 행복한 표정으로 가만히 바라보기만 했다.
식사를 끝내고 씻고 옷을 갈아입은 후 잠자리에 드는 론은 자연스럽게 에닐리와 함께 방으로 들어섰다.
이젠 물어보지 않아도 둘은 같은 방에서 함께 잔다.
침대에 누워 에닐리는 론에게 오늘 여관에서 있었던 소소한 일상을 얘기해 주었다.
어떤 여행객의 손님이 자신이 경험 해주었던 얘기를 들려준 것에서부터 시작해서 술자리를 벌이며 얘기를 나누는 대화에서 주서 들었던 흥미로운 얘기까지 에닐리는 론에게 흥미 있었거나 재미났던 얘기를 일러주었다.
한 참을 얘기를 하던 에닐리는 어느새 곤히 잠이 든 론을 보며 웃음 지었다.
“나도 모르게 이렇게 잠 들 때도 있단 말이야.”
론이 깨지 않게 작게 중얼거린 에닐리가 이불을 끌어서 어깨까지 덮어주었다.
내일은 쉬는 날이니 여관에 출근하지 않아도 되어서 늦게까지 많은 얘기를 나누고 싶었는데 조금 아쉽게 됐다는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새근새근 잠이 든 론의 얼굴을 바라보며 천천히 앞머리를 손가락으로 넘겨주었다.
“론은 자는 모습도 어쩜 이렇게 귀여울까.”
하나부터 열까지 너무나 사랑스럽다는 생각이 든다.
에닐리는 론이 자신을 위해 하늘이 내려준 선물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어쩌면 론과 자신이 만난 게 운명일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한다.
천천히 조심스럽게 론의 뺨을 어루만져 본다.
그러면서 내려다보던 에닐리가 조심스럽게 고개를 숙여 론의 입술에 살며시 입을 맞추었다.
“잘 자... 론.”
호롱불의 불을 끈 에닐리도 몸을 누어 잠을 청했다.
쏴아아-! 우르르 콰쾅!
“으음...”
강하게 천둥이 내리치는 소리에 눈살을 찌푸리며 잠에서 깨어난 에닐리가 천천히 상체를 일으켰다.
“비가 내리나보네......”
닫혀 있는 창문 밖에서 들려오는 비가 내리는 소리에 작게 중얼거리며 고개를 돌려 자고 있는 론을 바라보았다.
“얘가 아딜 간거지?”
옆에서 곤히 자고 있어야 할 론이 보이지가 않자 잠결이 달아난 에닐리가 자리에서 일어나 문을 열고 거실로 나갔다.
“론?”
현관문 옆의 창가에 서서 문을 조금 열어 비 내리는 하늘을 올려다보는 론의 모습을 보고 작게 중얼거렸다.
“누나도 일어났네요?”
“너도 비 소리에 깼니?”
천천히 걸음을 옮겨 겉으로 다가가 살며시 뒤에서 론의 목을 감싸 안으며 중얼거렸다.
“네...누나.”
“많이 내리네...”
새벽녘이 밝아오는 밤하늘에 쏟아져 내리는 빗줄기를 바라보며 중얼거리는 에닐리의 귀에 론의 목소리가 작게 들려왔다.
“누나는 비가 내리면 어떤 생각이 들어요?”
“음... 모르겠어. 그런데 갑자기 왜 그런 말을 하는 거니?”
“저는 비가 좋아서요. 이렇게 세상의 모든 것을 새롭게 씻어주는 것처럼 쏟아져 내리는 비를 보고 있으면 저 까지 깨끗해지는 거 같은 느낌이 들어요. 비가 내리는 모습을 보면 슬퍼지는 사람도 있다고 하지만 전 그 슬픔과 상처까지 씻어내는 것 같은 느낌도 받아요.”
“세상을 정화시킨다... 그런 말이니?”
“그냥 제 생각이에요. 오랫동안 가지고 있는 슬픔과 상처를 치유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에서 떠오른 거예요.”
“애기인줄 알았는데 어른스러운 면도 있네?”
대견하다는 듯 바라보는 에닐리의 시선에 론이 배시시 웃음 지었다.
“누나.”
“응?”
“나는 부모님이 어떻게 생겼는지도 몰라요. 그래서 고아라는 말에 조금 놀라긴 했지만 스승님이 잘 대해주어서 슬프진 않았어요. 하지만 누나는 아버지가 세상을 떠나는 모습을 직접 보았을 테니까 많이 슬플 거 같아요. 가슴에 가지고 있는 그 상처를 이겨냈으면 좋겠어요. 이 비가 세상의 슬픔을 씻어내는 것처럼 누나도 상처를 이겨냈으면 좋겠어요.”
“론...”
설마하니 론에게서 이런 말을 들을 줄 몰랐던 에닐리의 눈동자가 가늘게 떨렸다.
마음씨가 이렇게 고운 소년이 또 있을까.
자신을 이렇게나 위하고 있을 줄은 몰랐던 에닐리는 진심으로 감동을 받았는지 눈가에 눈물이 맺혀있었다.
“괜한 말을 해서 죄송해요, 누나.”
“아니야.”
고개를 가로저으며 뒤에서 감고 있던 손을 풀어 론의 어깨를 잡아 똑바로 마주보곤 생긋 웃음지었다.
“론은 누나에게 있어 어떤 존재인지 알고 있니?”
“아니요.”
“하나의 빛이란다. 누나의 어두운 마음을 밝혀주는 빛이자 치유의 존재. 론이 말한 세상을 씻겨주는 비 같은 존재가 바로 너야.”
“제가요?”
“응...”
“누나에게 그런 말 들으니까 기분 좋다. 헤헤헷...”
귀엽게 웃음 지는 그 모습이 깨물어 주고 싶을 만큼 앙증맞다.
가만히 그 모습을 바라보던 에닐리가 자신도 모르게 살며시 입술에 입을 맞추었다.
“누나?”
갑작스러운 뽀뽀에 조금 놀랐는지 질문을 던지는 론의 말에 에닐리가 뺨을 붉히며 미소 지었다.
“론이 귀여워서 나도 모르게 뽀뽀했네.”
“괜찮아요. 누나니까 허락해 줄게요.”
“누나라서 허락해 준다는 말이 나만 허락해 준다는 말이니?”
“네.”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하는 그 모습을 바라보면서 에닐리는 알 수 없는 묘한 두근거림을 느꼈다.
가만히 론의 얼굴을 바라보다 다시금 천천히 다가가 입술에 입을 맞추었다.
“론은 누나하고 뽀뽀하는 게 기분 나쁘지 않니?”
“나쁘지 않아요. 좋아요.”
이렇게 사랑스러운 아이가 또 있을까.
뺨을 어루만지며 멍하니 눈빛을 교환하던 에닐리가 천천히 론을 어깨를 잡아 품에 안았다.
‘나의 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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