봐주시는 분들 감사드립니다^^;;
새벽녘이 밝아오는 이른 아침, 여느때처럼 잠에서 깨어난 에닐리는 상체를 일으키려다말고 허리를 감고 있는 손의 느낌에 고개를 돌렸다.
가늘게 호흡을 이어가며 잠들어 있는 어린 소년 한명.
자신을 론이라고 소개한 이 소년의 모습을 보자 문득 어제의 일들이 주마등처럼 지나갔다.
현자의 탑에서 도망쳐 나와 갈 곳이 없다던 소년이 이렇게 작고 약해 보이는데 어떻게 자신을 구해준 것인지 놀랍기만 했다.
생각하면 할수록 마법이 얼마나 대단한 것인지 느껴지기도 한다.
자신의 품에 안기어 곤히 잠들어 있는 론의 얼굴을 내려다보던 에닐리가 헝클어져 있는 머릿결을 천천히 넘겨주었다.
그러니 뽀얀 피부와 작고 귀여운 얼굴이 눈에 들어온다.
‘자는 모습이 꼭 애기 같네.’
가만히 론의 얼굴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곤히 잠들어 있는 저 순수한 표정이 마치 간난 아기의 그것과도 비슷했다.
“으음......”
에닐리의 손길과 인기척을 느껴서 일까.
작은 숨소리를 몸을 뒤척이던 론이 손으로 눈을 비비며 잠에서 깨어났다.
“누나...일어났어요?”
“아직 이른 아침이니까 더 자도록 해. 아침 준비되면 깨워 줄게.”
따뜻한 미소를 지으며 바라보는 에닐리의 품에 론이 젖가슴에 얼굴을 묻으며 고개를 비벼댔다.
그 행동에 조금 당황스러운 에닐리였지만 자신에게 안기어 부비부비 하는 론이 그렇게 귀여울 수가 없었다.
“누나냄새 너무 좋아요.”
“론은 애기구나?”
“애기요?”
고개를 살짝 들어 바라보는 론의 머리를 쓸어주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렇게 품에 안기어 응석을 부리니 애기지~!”
“에닐리 누나라면 저 얘기가 되어도 좋아요. 누나는 저 싫어요?”
“아니, 누나도 론 같은 애기라면 언제든 환영인 걸?”
“헤헷...!”
귀엽게 웃음 지으며 바라보는 그 모습을 보자 절로 가슴이 뛰었다.
이렇게 귀여워도 되는 것일까.
강하게 품에 꼭 안의 에닐리의 행동에 론은 젖가슴이라는 늪에 파묻히는 꼴이 되었다.
“누, 누나... 나 숨 막혀요.”
“너무 세게 안았나보다. 미안해.”
“아니에요. 저 안고 싶으면 마음껏 안아도 좋아요. 에닐리 누나라면 허락해 줄게요.”
부끄러워하며 말하는 저 모습에 가슴에 뭉클해지는 에닐리다.
어쩜 말하는 것도 저렇게 귀엽게 할 수가 있을까.
귀엽다는 동물들도 론만큼은 아닐 것이란 생각이 강하게 든다.
“아침 다 차려지면 부를 테니까, 더 자고 있도록 해.”
“네.”
자리에서 일어난 에닐리가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가는 모습을 지켜본 론은 입맛을 다셨다.
“참 순수한 여자로구나.”
에닐리가 나간 문을 바라보며 작게 중얼거리는 론은 아까의 애교 떨던 모습과는 사뭇 달라 보였다.
사실 에닐리가 잠에서 깨어났을 때 론도 이미 깨어나 있었다.
자는 척을 하면서 에닐리가 어떻게 반응을 나오는지 지켜보았을 뿐이다.
지금까지 어떻게 살아왔는지 제대로 알 수는 없지만 티 없이 맑은 미소와 따뜻한 감성은 천성이 마음씨가 고운 여인이라는 것을 대번에 느낄 수가 있었다.
마음이 움직인 대로 에닐리가 눈에 들어와 이번 타깃으로 정하고 접근 했는데 참으로 잘 선택하였다는 생각이 들었다.
맛있게 먹어줄 론을 생각하며 아침 준비를 하며 콧소리를 흥얼거렸다.
간단히 먹을 수 있는 빵과 찍어 먹을 소스, 그리고 샐러드와 스프를 하나하나 준비하며 조금씩 찍어 먹어보기도 하면서 신중히 간도 봤다.
아침이 다 준비하고 식탁에 하나하나 차려놓고 있을 때 문을 열고 나오는 론을 볼 수가 있었다.
“잠이 안 오니?”
“네.”
“알았어, 아침밥 다 차렸으니까 이쪽으로 와.”
의자를 빼내고 앉아 마주보는 자리에 의자를 빼내고 앉는 론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잘 먹을게요, 누나.”
“응...”
론이 아침을 먹는 모습을 그렇게 에닐리는 잠시 동안 바라보다가 자신도 먹기 시작했다.
그렇게 아침을 다 먹고 간단히 설거지를 끝낸 후 씻은 후에 나갈 채비를 마친 에닐리가 론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그럼 누나 일 다녀올게.”
“아무리 대낮이라지만 조심해요, 누나.”
아버지가 세상을 떠나시고 혼자서 출근했던 에닐리 였지만 이렇게 론이 자신을 위하는 말을 해주니 가슴이 따뜻해져왔다.
집을 나서면서도 문 앞에 나와 있는 론에게 손을 흔들어주기도 하면서 기분 좋게 집을 나섰다.
“참으로 괜찮은 여자야.”
자신이 강간당하려던 것을 구해주었기 때문일까.
무엇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에닐리는 이렇게 자기의 집에 남이라 할 수 있는 자신을 혼자 놔두고 갈 정도로 믿고 있다는 것을 실감 하는 순간이다.
여관으로 출근한 에닐리는 여느 때와 다름없이 활기차게 일을 시작했다.
테이블을 닦고 정리하며 아침 식사를 하기위해 내려오는 손님들을 맞으면서 활기찬 하루를 시작하는 것이다.
주인아주머니는 그런 에닐리를 보면서 기분 좋은 웃음을 지었다.
아버지를 여의고도 저렇게 열심히 이겨내는 에닐리를 보고 있으면 대견스러웠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 편으론 흉흉한 이 세상을 혼자서 이겨내야 하는 에닐리가 가엾기도 했다.
떠날 채비를 하고 아침을 먹기 위해 내려온 손님들을 맞으며 여관은 다시 분주해져갔고, 어떻게 시간이 가는지 모를 정도로 바쁘게 돌아갔다.
주문을 받고 음식을 내오면서 미소를 잃지 않는 에닐리의 모습에 손님들도 그 모습이 보기 좋은 것인지 잔잔한 웃음을 짓는 사람도 없잖아 있었다.
“아가씨 뭐 좋은 일 있는 거요?”
“그렇게 보이세요?”
“입이 귀에 걸려 있어서 말이오.”
“사실 그런 일이 좀 있어요.”
밝은 목소리를 대답하는 그 모습에 그럴 줄 알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인 덥석부리 남자가 품에서 10브론즈를 꺼내어 에닐리에게 건네주었다.
“아침부터 기분 좋게 떠날 수 있을 것 같아 주는 팁이요.”
“이러지 않아도 되는데, 감사해요.”
“아가씨 같은 사람 좋은 미소는 주변 사람도 기쁘게 하는 법이지요.”
“좋게 봐주셔서 감사해요.”
고개를 숙여 인사를 올리는 에닐리는 론 덕분에 이런 일도 생긴 것 같아 참으로 기분이 좋았다.
어쩌면 론이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세상에 혼자 남게 된 자신을 위해 하늘이 내려준 행운의 소년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열심히 일을 하면서도 집에 혼자 있는 론은 잘 지내고 있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혹시나 점심은 굶고 있지 않은지, 여러 가지의 생각들이 겹쳐 걱정이 되기도 했다.
‘지금쯤 뭐하고 있을까?’
손님이 나가고 테이블을 정리하고 있던 에닐리가 잠시 론을 떠올리며 상념에 잠겼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자신을 부르는 손님에 정신을 차리고 그곳으로 다가가 주문을 받았다.
열심히 일하는 중간 중간에 그렇게 에닐리는 론을 떠올렸다.
상황이 그렇게 되니 어서 빨리 퇴근시간이 왔으면 좋겠다하는 생각이 강하게 든다.
그렇게 퇴근시간이 다가오고 마무리 정리를 끝낸 후 주인 아주머니에게 인사를 올린 에닐 리가 각종 채소와 향식료, 올리브를 이용해 볶아서 마지막에 치즈를 곁들이는 소고기 요리의 쁘리셀을 만들기 위해 재료를 싸가지고 나왔다.
다행이 손님들에게 만들어주다 남은재료들이 있어 많은 양은 아니지만 3인분을 만들기에 충분한 양을 얻을 수 있었다.
일을 끝내고 이렇게 종종 재료가 남거나 아니면 아버지 해드리라고 싸드리곤 했는데 오늘도 오늘 치 팔고 남은 재료가 남아 어렵지 않게 얻을 수 있었다.
여관을 나서 집으로 향하던 에닐리는 골목길 앞에서 멈추어 섰다.
이 길로 가려니 어제의 그 사건이 떠올라서였다.
조금 멀더라도 돌아서 갈까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집에서 기다리고 있을 론을 생각하며 마음을 다잡은 에닐리가 몇 걸음 옮기다 말고 뒤에서 불쑥 나타난 손에 깜짝 놀랐다.
“저예요, 누나.”
움찔 놀란 에닐리가 고개를 돌려 바라보았을 땐 거기엔 집에서 기다리고 있을 론이 서있었다.
“론이었구나.”
가슴을 쓸어내리며 안도하다 가슴츠레 눈을 떴다.
“갑자기 그렇게 나오구. 얼마나 놀랐는지 아니?”
“헤헤헤... 미안해요 누나. 하지만 또 무슨 일 당할까 걱정 되서 이렇게 마중 나왔어요.”
자신이 걱정이 되어 마중을 나왔다는 론의 말에 감동을 받은 것인지 에닐리의 눈가가 촉촉이 젖었다.
“누나 감동 받았어요?”
똥그랗게 눈을 크게 뜨며 놀라는 표정으로 바라보는 모습을 보며 천천히 고개를 끄덕인 에닐리의 입가에 작은 미소가 맺혔다.
“감동도 받고... 그러면 매일 마중 나와야겠다.”
장난스럽게 웃음 지으며 대답하는 론의 곁으로 다가가 천천히 머리를 감싸 끌어안았다.
“고마워...”
빗 말이 아니었다.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이렇게 가슴을 뭉클하게 하고 외로움을 잊게 해주는 사람은 론이 처음이다.
“여기 열쇠요.”
건네주는 열쇠를 받아든 에닐리가 손을 내밀었다.
“집에 가서 맛있는 거 해줄게.”
“네!”
내밀어준 손을 잡은 두 사람은 그렇게 집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
그렇게 론과 에닐리가 떠난 골목의 샛길엔 어두워서 잘 보이진 않지만 어제 에닐리를 덮쳤던 두 사람과 패거리로 보이는 사람들이 무엇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누군가에게 당하여 쌓아 놓듯 너부러져 있었다.
에닐리를 덮쳤던 두 사람을 본 건데 아무래도 보복을 하기 위해 나타난 것이고 그것을 론이 다시 처리했다고 하면 맞을지도 모를 일이다.
이 모습을 본 사람이 없으니 그렇게 짐작만 할 뿐이지만 말이다.
집으로 돌아온 에닐리는 론을 위해 주방으로 들어가 요리에 들어갔다.
쁘리셀이 향식료와 볶는 것에 따라 맛의 차이가 난다고하지만 그래도 그동안 요리를 만들어온 솜씨가 있어 몇 번 만들어 먹어 보지 못 했다고 해도 자신은 있었다.
마지막 치즈까지 갈아서 살살 뿌려 마무리를 한 후에 접시에 옮겨 담아 식탁에 내어놓았다.
다행이도 론은 쁘리셀을 아주 맛있게 먹었다.
마지막 채소 하나까지 먹을 정도로 맛나게 먹었는데 별로 많이 먹지 않고 론에게 양보를 많이 했지만 보는 것만으로도 배가 부른 에닐리였다.
설거지를 끝내고 나온 에닐리를 론이 의자에 앉혔다.
그리곤 천천히 어깨를 안마해주는데 그 손길이 좋아 절로 기분이 차분해졌다.
“어때요 누나?”
“뭉친 게 풀리는 거 같아.”
어깨를 주물러주는 작은 손길에 에닐리는 잔잔한 기쁨을 맛보았다.
밤은 깊었지만 이렇게 조용한 분위기에서 둘 만의 소소한 기분을 맛보는 게 참으로 기분이 좋았다.
마치 론과 오랫동안 한 가족처럼 지내온 것처럼 느껴질 정도로 편안했다.
“론이 정말로 내 동생이었으면 좋겠어.”
“왜요?”
“그러면 언제든 이렇게 함께 할 수 있잖아.”
“저도 누나가 내 친누나 였으면 좋겠어요.”
“오늘부터 그러면 내 동생 하면 되겠네?”
“그럴까요?”
소소한 농담을 주고받으며 시간을 보낸 에닐리는 잠자리에 들려고 방으로 향하는 론의 손을 잡았다.
“오늘도 누나하고 잘래?”
그 말이 나오기가 무섭게 론이 활짝 미소 지었다.
“네!”
보며 볼수록 귀엽다는 생각이 든다.
사이좋게 손잡고 방안으로 들어가 침대에 몸을 누운 에닐리는 자신의 품에 안기어 오는 론을 꼭 안아주었다.
자신의 젖가슴에 얼굴을 파묻은 채 부비부비 하는 그것을 사랑스럽다는 듯 바라보며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아무리 봐도 론은 애기 같아.”
“누나.”
“응?”
“누나는 엄마하고 뽀뽀해봤어요?”
“뽀뽀?”
“네... 친구들이 그랬어요. 자기들은 애기 였을 때 자기전에 엄마가 뽀뽀 해줬다고.”
고개를 들어 자신을 바라보며 던지는 질문에 조금 당황스러워했다.
“어렸을 때 일찍 떠나보내서 기억이 흐릿하지만 내 생각엔 해주었던 것 같아.”
“전 고아여서 그게 어떤 기분인지 모르겠어요.”
“고아라니?”
“전 버려진 자식이었거든요. 스승님이 그랬어요. 길에 다 죽어가던 갓난 아기가 불쌍해서 데려갔는데 그게 저였다고요.”
생각지도 못한 충격적인 말에 에닐리는 말을 잊지 못 했다.
“엄마의 품은 누나처럼 이렇게 따뜻할 까요?”
“그럼...”
“누나의 말이니까 믿을게요.”
이 어린 소년이 부모님에게 버림 받았다는 말을 꺼내면서도 해맑은 미소를 짓는 것이 너무나 가여웠다.
저런 얘기를 꺼내는 것도 쉽지 않을 텐데 어쩌면 자신보다 부모님에 대한 상처가 클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자신은 버림받은 것이 아닌 병으로 인해 세상을 떠나게 되었으니까.
“눈 감아볼래?”
“네?”
“감아봐.”
갑자기 눈을 감아보라는 소리에 고개를 갸웃거렸지만 론은 순순히 말에 따랐다.
그러자 얼마 지나지 않아 입술에서 뭉클한 감촉이 전해져 와서 눈을 떠보니 살며시 입을 맞추고 있는 에닐리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천천히 다시 눈을 감은 론은 천천히 입술이 떨어졌을 때에 다시 눈을 떴다.
“어땠어?”
“뭉클한 게 이상했지만 기분이 좋았어요.”
기분이 좋았다는 그 말이 묘한 여운을 가져다준다.
“누나는 참 좋은 사람 같아요.”
허리를 껴안으며 안겨오는 론을 에닐리가 감싸 안아주었다.
‘오히려 내가 더 고마운걸.’
품에 안기어 있는 론의 머리를 쓰다듬어주면서 사랑스럽다는 듯 바라보는 에닐리의 눈동자에 론이 가득 차있었다.
정말로 자신을 위해 하늘이 보내온 소년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더욱더 머릿속을 가득 채운다.
새벽녘이 밝아오는 이른 아침, 여느때처럼 잠에서 깨어난 에닐리는 상체를 일으키려다말고 허리를 감고 있는 손의 느낌에 고개를 돌렸다.
가늘게 호흡을 이어가며 잠들어 있는 어린 소년 한명.
자신을 론이라고 소개한 이 소년의 모습을 보자 문득 어제의 일들이 주마등처럼 지나갔다.
현자의 탑에서 도망쳐 나와 갈 곳이 없다던 소년이 이렇게 작고 약해 보이는데 어떻게 자신을 구해준 것인지 놀랍기만 했다.
생각하면 할수록 마법이 얼마나 대단한 것인지 느껴지기도 한다.
자신의 품에 안기어 곤히 잠들어 있는 론의 얼굴을 내려다보던 에닐리가 헝클어져 있는 머릿결을 천천히 넘겨주었다.
그러니 뽀얀 피부와 작고 귀여운 얼굴이 눈에 들어온다.
‘자는 모습이 꼭 애기 같네.’
가만히 론의 얼굴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곤히 잠들어 있는 저 순수한 표정이 마치 간난 아기의 그것과도 비슷했다.
“으음......”
에닐리의 손길과 인기척을 느껴서 일까.
작은 숨소리를 몸을 뒤척이던 론이 손으로 눈을 비비며 잠에서 깨어났다.
“누나...일어났어요?”
“아직 이른 아침이니까 더 자도록 해. 아침 준비되면 깨워 줄게.”
따뜻한 미소를 지으며 바라보는 에닐리의 품에 론이 젖가슴에 얼굴을 묻으며 고개를 비벼댔다.
그 행동에 조금 당황스러운 에닐리였지만 자신에게 안기어 부비부비 하는 론이 그렇게 귀여울 수가 없었다.
“누나냄새 너무 좋아요.”
“론은 애기구나?”
“애기요?”
고개를 살짝 들어 바라보는 론의 머리를 쓸어주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렇게 품에 안기어 응석을 부리니 애기지~!”
“에닐리 누나라면 저 얘기가 되어도 좋아요. 누나는 저 싫어요?”
“아니, 누나도 론 같은 애기라면 언제든 환영인 걸?”
“헤헷...!”
귀엽게 웃음 지으며 바라보는 그 모습을 보자 절로 가슴이 뛰었다.
이렇게 귀여워도 되는 것일까.
강하게 품에 꼭 안의 에닐리의 행동에 론은 젖가슴이라는 늪에 파묻히는 꼴이 되었다.
“누, 누나... 나 숨 막혀요.”
“너무 세게 안았나보다. 미안해.”
“아니에요. 저 안고 싶으면 마음껏 안아도 좋아요. 에닐리 누나라면 허락해 줄게요.”
부끄러워하며 말하는 저 모습에 가슴에 뭉클해지는 에닐리다.
어쩜 말하는 것도 저렇게 귀엽게 할 수가 있을까.
귀엽다는 동물들도 론만큼은 아닐 것이란 생각이 강하게 든다.
“아침 다 차려지면 부를 테니까, 더 자고 있도록 해.”
“네.”
자리에서 일어난 에닐리가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가는 모습을 지켜본 론은 입맛을 다셨다.
“참 순수한 여자로구나.”
에닐리가 나간 문을 바라보며 작게 중얼거리는 론은 아까의 애교 떨던 모습과는 사뭇 달라 보였다.
사실 에닐리가 잠에서 깨어났을 때 론도 이미 깨어나 있었다.
자는 척을 하면서 에닐리가 어떻게 반응을 나오는지 지켜보았을 뿐이다.
지금까지 어떻게 살아왔는지 제대로 알 수는 없지만 티 없이 맑은 미소와 따뜻한 감성은 천성이 마음씨가 고운 여인이라는 것을 대번에 느낄 수가 있었다.
마음이 움직인 대로 에닐리가 눈에 들어와 이번 타깃으로 정하고 접근 했는데 참으로 잘 선택하였다는 생각이 들었다.
맛있게 먹어줄 론을 생각하며 아침 준비를 하며 콧소리를 흥얼거렸다.
간단히 먹을 수 있는 빵과 찍어 먹을 소스, 그리고 샐러드와 스프를 하나하나 준비하며 조금씩 찍어 먹어보기도 하면서 신중히 간도 봤다.
아침이 다 준비하고 식탁에 하나하나 차려놓고 있을 때 문을 열고 나오는 론을 볼 수가 있었다.
“잠이 안 오니?”
“네.”
“알았어, 아침밥 다 차렸으니까 이쪽으로 와.”
의자를 빼내고 앉아 마주보는 자리에 의자를 빼내고 앉는 론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잘 먹을게요, 누나.”
“응...”
론이 아침을 먹는 모습을 그렇게 에닐리는 잠시 동안 바라보다가 자신도 먹기 시작했다.
그렇게 아침을 다 먹고 간단히 설거지를 끝낸 후 씻은 후에 나갈 채비를 마친 에닐리가 론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그럼 누나 일 다녀올게.”
“아무리 대낮이라지만 조심해요, 누나.”
아버지가 세상을 떠나시고 혼자서 출근했던 에닐리 였지만 이렇게 론이 자신을 위하는 말을 해주니 가슴이 따뜻해져왔다.
집을 나서면서도 문 앞에 나와 있는 론에게 손을 흔들어주기도 하면서 기분 좋게 집을 나섰다.
“참으로 괜찮은 여자야.”
자신이 강간당하려던 것을 구해주었기 때문일까.
무엇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에닐리는 이렇게 자기의 집에 남이라 할 수 있는 자신을 혼자 놔두고 갈 정도로 믿고 있다는 것을 실감 하는 순간이다.
여관으로 출근한 에닐리는 여느 때와 다름없이 활기차게 일을 시작했다.
테이블을 닦고 정리하며 아침 식사를 하기위해 내려오는 손님들을 맞으면서 활기찬 하루를 시작하는 것이다.
주인아주머니는 그런 에닐리를 보면서 기분 좋은 웃음을 지었다.
아버지를 여의고도 저렇게 열심히 이겨내는 에닐리를 보고 있으면 대견스러웠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 편으론 흉흉한 이 세상을 혼자서 이겨내야 하는 에닐리가 가엾기도 했다.
떠날 채비를 하고 아침을 먹기 위해 내려온 손님들을 맞으며 여관은 다시 분주해져갔고, 어떻게 시간이 가는지 모를 정도로 바쁘게 돌아갔다.
주문을 받고 음식을 내오면서 미소를 잃지 않는 에닐리의 모습에 손님들도 그 모습이 보기 좋은 것인지 잔잔한 웃음을 짓는 사람도 없잖아 있었다.
“아가씨 뭐 좋은 일 있는 거요?”
“그렇게 보이세요?”
“입이 귀에 걸려 있어서 말이오.”
“사실 그런 일이 좀 있어요.”
밝은 목소리를 대답하는 그 모습에 그럴 줄 알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인 덥석부리 남자가 품에서 10브론즈를 꺼내어 에닐리에게 건네주었다.
“아침부터 기분 좋게 떠날 수 있을 것 같아 주는 팁이요.”
“이러지 않아도 되는데, 감사해요.”
“아가씨 같은 사람 좋은 미소는 주변 사람도 기쁘게 하는 법이지요.”
“좋게 봐주셔서 감사해요.”
고개를 숙여 인사를 올리는 에닐리는 론 덕분에 이런 일도 생긴 것 같아 참으로 기분이 좋았다.
어쩌면 론이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세상에 혼자 남게 된 자신을 위해 하늘이 내려준 행운의 소년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열심히 일을 하면서도 집에 혼자 있는 론은 잘 지내고 있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혹시나 점심은 굶고 있지 않은지, 여러 가지의 생각들이 겹쳐 걱정이 되기도 했다.
‘지금쯤 뭐하고 있을까?’
손님이 나가고 테이블을 정리하고 있던 에닐리가 잠시 론을 떠올리며 상념에 잠겼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자신을 부르는 손님에 정신을 차리고 그곳으로 다가가 주문을 받았다.
열심히 일하는 중간 중간에 그렇게 에닐리는 론을 떠올렸다.
상황이 그렇게 되니 어서 빨리 퇴근시간이 왔으면 좋겠다하는 생각이 강하게 든다.
그렇게 퇴근시간이 다가오고 마무리 정리를 끝낸 후 주인 아주머니에게 인사를 올린 에닐 리가 각종 채소와 향식료, 올리브를 이용해 볶아서 마지막에 치즈를 곁들이는 소고기 요리의 쁘리셀을 만들기 위해 재료를 싸가지고 나왔다.
다행이 손님들에게 만들어주다 남은재료들이 있어 많은 양은 아니지만 3인분을 만들기에 충분한 양을 얻을 수 있었다.
일을 끝내고 이렇게 종종 재료가 남거나 아니면 아버지 해드리라고 싸드리곤 했는데 오늘도 오늘 치 팔고 남은 재료가 남아 어렵지 않게 얻을 수 있었다.
여관을 나서 집으로 향하던 에닐리는 골목길 앞에서 멈추어 섰다.
이 길로 가려니 어제의 그 사건이 떠올라서였다.
조금 멀더라도 돌아서 갈까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집에서 기다리고 있을 론을 생각하며 마음을 다잡은 에닐리가 몇 걸음 옮기다 말고 뒤에서 불쑥 나타난 손에 깜짝 놀랐다.
“저예요, 누나.”
움찔 놀란 에닐리가 고개를 돌려 바라보았을 땐 거기엔 집에서 기다리고 있을 론이 서있었다.
“론이었구나.”
가슴을 쓸어내리며 안도하다 가슴츠레 눈을 떴다.
“갑자기 그렇게 나오구. 얼마나 놀랐는지 아니?”
“헤헤헤... 미안해요 누나. 하지만 또 무슨 일 당할까 걱정 되서 이렇게 마중 나왔어요.”
자신이 걱정이 되어 마중을 나왔다는 론의 말에 감동을 받은 것인지 에닐리의 눈가가 촉촉이 젖었다.
“누나 감동 받았어요?”
똥그랗게 눈을 크게 뜨며 놀라는 표정으로 바라보는 모습을 보며 천천히 고개를 끄덕인 에닐리의 입가에 작은 미소가 맺혔다.
“감동도 받고... 그러면 매일 마중 나와야겠다.”
장난스럽게 웃음 지으며 대답하는 론의 곁으로 다가가 천천히 머리를 감싸 끌어안았다.
“고마워...”
빗 말이 아니었다.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이렇게 가슴을 뭉클하게 하고 외로움을 잊게 해주는 사람은 론이 처음이다.
“여기 열쇠요.”
건네주는 열쇠를 받아든 에닐리가 손을 내밀었다.
“집에 가서 맛있는 거 해줄게.”
“네!”
내밀어준 손을 잡은 두 사람은 그렇게 집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
그렇게 론과 에닐리가 떠난 골목의 샛길엔 어두워서 잘 보이진 않지만 어제 에닐리를 덮쳤던 두 사람과 패거리로 보이는 사람들이 무엇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누군가에게 당하여 쌓아 놓듯 너부러져 있었다.
에닐리를 덮쳤던 두 사람을 본 건데 아무래도 보복을 하기 위해 나타난 것이고 그것을 론이 다시 처리했다고 하면 맞을지도 모를 일이다.
이 모습을 본 사람이 없으니 그렇게 짐작만 할 뿐이지만 말이다.
집으로 돌아온 에닐리는 론을 위해 주방으로 들어가 요리에 들어갔다.
쁘리셀이 향식료와 볶는 것에 따라 맛의 차이가 난다고하지만 그래도 그동안 요리를 만들어온 솜씨가 있어 몇 번 만들어 먹어 보지 못 했다고 해도 자신은 있었다.
마지막 치즈까지 갈아서 살살 뿌려 마무리를 한 후에 접시에 옮겨 담아 식탁에 내어놓았다.
다행이도 론은 쁘리셀을 아주 맛있게 먹었다.
마지막 채소 하나까지 먹을 정도로 맛나게 먹었는데 별로 많이 먹지 않고 론에게 양보를 많이 했지만 보는 것만으로도 배가 부른 에닐리였다.
설거지를 끝내고 나온 에닐리를 론이 의자에 앉혔다.
그리곤 천천히 어깨를 안마해주는데 그 손길이 좋아 절로 기분이 차분해졌다.
“어때요 누나?”
“뭉친 게 풀리는 거 같아.”
어깨를 주물러주는 작은 손길에 에닐리는 잔잔한 기쁨을 맛보았다.
밤은 깊었지만 이렇게 조용한 분위기에서 둘 만의 소소한 기분을 맛보는 게 참으로 기분이 좋았다.
마치 론과 오랫동안 한 가족처럼 지내온 것처럼 느껴질 정도로 편안했다.
“론이 정말로 내 동생이었으면 좋겠어.”
“왜요?”
“그러면 언제든 이렇게 함께 할 수 있잖아.”
“저도 누나가 내 친누나 였으면 좋겠어요.”
“오늘부터 그러면 내 동생 하면 되겠네?”
“그럴까요?”
소소한 농담을 주고받으며 시간을 보낸 에닐리는 잠자리에 들려고 방으로 향하는 론의 손을 잡았다.
“오늘도 누나하고 잘래?”
그 말이 나오기가 무섭게 론이 활짝 미소 지었다.
“네!”
보며 볼수록 귀엽다는 생각이 든다.
사이좋게 손잡고 방안으로 들어가 침대에 몸을 누운 에닐리는 자신의 품에 안기어 오는 론을 꼭 안아주었다.
자신의 젖가슴에 얼굴을 파묻은 채 부비부비 하는 그것을 사랑스럽다는 듯 바라보며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아무리 봐도 론은 애기 같아.”
“누나.”
“응?”
“누나는 엄마하고 뽀뽀해봤어요?”
“뽀뽀?”
“네... 친구들이 그랬어요. 자기들은 애기 였을 때 자기전에 엄마가 뽀뽀 해줬다고.”
고개를 들어 자신을 바라보며 던지는 질문에 조금 당황스러워했다.
“어렸을 때 일찍 떠나보내서 기억이 흐릿하지만 내 생각엔 해주었던 것 같아.”
“전 고아여서 그게 어떤 기분인지 모르겠어요.”
“고아라니?”
“전 버려진 자식이었거든요. 스승님이 그랬어요. 길에 다 죽어가던 갓난 아기가 불쌍해서 데려갔는데 그게 저였다고요.”
생각지도 못한 충격적인 말에 에닐리는 말을 잊지 못 했다.
“엄마의 품은 누나처럼 이렇게 따뜻할 까요?”
“그럼...”
“누나의 말이니까 믿을게요.”
이 어린 소년이 부모님에게 버림 받았다는 말을 꺼내면서도 해맑은 미소를 짓는 것이 너무나 가여웠다.
저런 얘기를 꺼내는 것도 쉽지 않을 텐데 어쩌면 자신보다 부모님에 대한 상처가 클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자신은 버림받은 것이 아닌 병으로 인해 세상을 떠나게 되었으니까.
“눈 감아볼래?”
“네?”
“감아봐.”
갑자기 눈을 감아보라는 소리에 고개를 갸웃거렸지만 론은 순순히 말에 따랐다.
그러자 얼마 지나지 않아 입술에서 뭉클한 감촉이 전해져 와서 눈을 떠보니 살며시 입을 맞추고 있는 에닐리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천천히 다시 눈을 감은 론은 천천히 입술이 떨어졌을 때에 다시 눈을 떴다.
“어땠어?”
“뭉클한 게 이상했지만 기분이 좋았어요.”
기분이 좋았다는 그 말이 묘한 여운을 가져다준다.
“누나는 참 좋은 사람 같아요.”
허리를 껴안으며 안겨오는 론을 에닐리가 감싸 안아주었다.
‘오히려 내가 더 고마운걸.’
품에 안기어 있는 론의 머리를 쓰다듬어주면서 사랑스럽다는 듯 바라보는 에닐리의 눈동자에 론이 가득 차있었다.
정말로 자신을 위해 하늘이 보내온 소년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더욱더 머릿속을 가득 채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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