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때문이야…….”
“뭐?”
트란실바니아의 주둔 진영 안 나무로 만든 목책 안에는 앤더슨과 맥키언을 위시한 달란트 군의 포로들이 갇혀있었다. 밤은 이미 깊었지만 앤더슨과 맥키언은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 그러던 중 앤더슨이 툭 내뱉은 한마디에 쥐죽은 듯 고요했던 둘만의 정적이 깨어졌다.
“뭐, 뭐가?”
“패터슨이 죽은 것도…….이렇게…….잡힌 것도…….다 내 탓이야…….”
앤더슨은 괴로운 듯 두 손으로 자신의 머리를 감싸 안으며 말했다.
“미친놈…….지랄하지 마! 우리가 이렇게 된 건 누구의 탓도 아니야…….운이 나빴을 뿐이야.운이…….”
“하지만. 하지만 어젯밤…….패터슨의 말대로 탈영을 시도 했었더라면…….이 빌어먹을 전투도 없었을 테고…….패터슨도…….”
“닥쳐…….그런 식으로 따진다면 나도…….나도 잘못은 있어…….패터슨이 화살을 맞았을 때.전장을 이탈하려 했을 때…….패터슨 옆에 붙어있었으면서도 그 상태를 눈치 채지도 못한 나도 책임이 있어…….”
앤더슨의 말에 맥키언이 낮게 으르렁 거리며 말을 이었다. 앤더슨은 그런 맥키언의 모습이 마치 상처 입은 맹수의 신음소리와 같이 느껴졌다.
“하지만…….”
“그만해! 되돌릴 수도 없잖아…….어쩔 수 없는 일이야…….지금 우리가 죄책감에 괴로워한다고 해서 패터슨이 살아 돌아오지도 우리의 실수가 덮어지지도 않아. 그냥. 그냥 가슴에 묻어. 그리고 두고두고 속죄하면서 살면 돼…….대신 죽어줄게 아니라면…….보란 듯이 살아나가 행복하게 살면 돼..그게 패터슨한테 속죄하는 방법이야…….”
맥키언의 말이 옳았다. 대신 죽어주지 못할 바엔 그 죄책감에 괴로워 하는 건 어리석은 일이다. 앤더슨도 머리로는 맥키언의 말에 동감했지만, 가슴을 짓누르는 아픔만은 사라지지 않았다. 아마 맥키언도 나와 똑같이 이 아픔을 느끼고 있겠지.그러면서도 꾹 참고 있는데…….라고 앤더슨은 생각했다. 마치 자신이 동갑내기 친구인 맥키언에게 어리광을 부리고 있는 듯 했다. 불현듯 아젠티가 보고 싶었다. 미치도록 보고 싶었다. 당장이라도 달려가 그녀의 품에 안겨 한껏 어리광을 부리고 싶었다.
‘아젠티…….당신이라면…….이 아픔을 치유해 줄 수 있겠죠…….당신만이 그럴 수 있겠죠…….기다려요…….꼭 기다려요…….죽는다 하더라도. 영혼만이 남았다 할지라도…….그대에게 갈 테니…….이 상처를 이 죄악을 치유받기 위해서라도…….기다려요 아젠티…….’
다음날 아침.
제피로드 백작은 포획한 포로들을 심문하기 위해 자신의 부관인 브래스 가드너 자작과 함께 포로들을 가두어 둔 임시 목책감옥으로 향했다.
“명령하신 대로 징집 병들과 기사들을 다른 목책에 가두어뒀습니다…….어느 곳부터 심문하실 것입니까?”
가드너 자작이 제피로드 백작과 함께 걸으며 물었다.
“당연히 징집 병들부터 심문할 작정이네…….”
“예? 기사들부터가 아닙니까? 징집 병들한테선 알아낼 것이 없을 것 같습니다만…….”
자신의 예상과는 다른 상관의 대답에 가드너 자작은 놀라했다.
“후후…….그렇기 때문에 그쪽부터야…….자넨 전쟁에서 가장 중요한 게 무엇인지 아나? 압도적인 군세나 뛰어난 무장, 그리고 훌륭한 계책…….물론 이런 것들도 중요하지. 하지만 그것만으론 전투에선 이길 수 있지만 전쟁에서 승리할 수 없지. 중요한 것은 민심일세. 민심 없이는 우리가 달란트 왕국을 무너뜨린다 하더라도 그 후 일어날 민란 등을 막을 수 없을 것이야.”
“아…….그렇군요…….”
가드너 자작은 그제야 제피로드 백작의 말에 수긍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우린 지금 달란트왕국과 전쟁을 하는 것이 아닐세. 달란트 왕국과 헤르메스 교 그리고 더 나아가서는 이스니안 제국과의 전쟁이 남아있네. 여기서 지체할 순 없어. 최소한의 손실로 최대한의 효과를 내어야 하지. 그리고 그것은 저 징집병들이 해줄 걸세…….”
“그럼. 저 포로들을 모두 풀어줘야 하는 것 입니까?”
“그래. 포로로 잡힌 지 이제 겨우 하룻밤…….지금이 딱 좋아. 자신들을 버리고 간 라파엘 왕자에 대한 분노가 식지도 않았고 오랜 포로생활로 이난 트란실바니아에 대한 반감 또한 생기지 않았을 시기지…….우리가 할 일은 그들에게 라파엘 왕자와 헤르메스 교에 대한 반감을 부추긴 후 안전하게 풀어 주는 거지…….”
제피로드 백작은 자신의 부관인 이 젊은 무장이 꽤 마음에 드는 듯 자신이 생각하는 전쟁 관에 대해 친정하게 설명해 주었다.
“그렇습니까…….쩝…….”
제피로드 백작의 설명에도 가드너 자작이 뭔가가 조금 아쉬운 듯 입맛을 다셨다.
“하하. 기껏 생포한 포로를 바로 놓아줘야 한다니 좀 아쉽겠지만 모든 일에는 계획과 순서가 있는 법이지…….자네에게 거는 기대가 크네. 무조건 힘만 앞세우는 근육덩어리들과는 달리 말이야.후후후…….”
“핫…….감사합니다!”
“후후.그리고 징집 병들을 놓아주더라도 기사들은 풀어주지 않을 생각이니 그들로 아쉬움을 달랠 수 있을 것이야…….”
제피로드 백작은 눈에 띄게 기뻐하는 가드너를 향해 은근한 어조로 말했다.
“하지만.기사들은 나중에 포로교환을 생각해서라도 심하게 다룰 수가 없어서…….”
가드너 자작이 약간 풀이 죽은 듯 말했다.
“포로 교환은 없을 거네…….빼낼 정보를 모두 빼낸 후 모조리 처형시킬 생각이니 그런 것은 걱정할 필요 없어.”
“예? 그게 무슨…….?”
“하하…….말 그대로지.자 어서 가지. 대업을 이루어줄 일등 공신들을 기다리게 할 순 없지 않은가? 하하, 하하하하”
제피로드 백작은 소리 내어 웃으며 황당해 하는 가드너 자작을 두고 목책감옥을 향해 성큼성큼 걸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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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탁! 탁! 탁!
“모두 기상~!”
목책을 지키는 병사가 감옥 밖에서 막대기로 벽을 두드리며 외치는 소리에 앤더슨과 맥키언을 비롯한 포로들은 부스스한 얼굴로 잠에서 깨어났다.
“자, 모두 일어나서 두 손을 머리위로 올린 후 일렬로 이 문 앞으로 천천히 걸어와라. 두 손을 머리위에 올리지 않거나 대열을 이탈하는 자는 즉각 처형이니 명심하라!”
트란실바니아 병사의 살벌한 말에 포로들은 잠시 술렁거렸지만 아스라이 풍겨오는 구수한 냄새에 이내 병사의 말에 따라 대열을 정리하고 일렬로 감옥 문을 향해 늘어섰다.
“좋다! 이제 문을 열 것이니 모두 그 대열 그대로 한 사람씩 전방의 배식장으로 가서 배식을 받아 오도록 한다. 곳곳에 너흴 감시하는 군사들이 있으니 혹여라도 허튼 짓을 할 생각은 하지 않길 바란다! 그리고! 배식이 끝난 후에는 총 사령관님께서 너희를 직접 신문하실 예정이니 서둘러 배식을 마치도록!”
병사는 그렇게 말하며 긴장된 표정으로 감옥 문을 열었다.
“모두 풀어주실 요량이라면 굳이 식량까지 축낼 필요는 없지 않습니까?”
감옥에서 멀찌감치 떨어져 그 모습을 바라보던 가드너 자작이 말했다.
“후후. 이것도 다 계획에 있는 것이다. 저들은 징집병이란 점을 잊지 말게. 저들을 모두 죽일 것이 아니라면 최대한 호감을 가지도록 만들어야 하네. 저들은 조만간 트란실바니아 제국과 맞서는 달란트 왕국군이 아니라 헤르메스 교를 토벌하는 대 트란실바니아 제국군이 될 테니까 말이야. 하하하.”
최고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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