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9부----------------------------
나를 둘러싸고 있는 놈들은 정말 많았다.
이건 아무리 휘둘러도 숫자가 줄어들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난 아직도 갈등을 하고 있다.
과연 죽여야 하나.
내 손에 들려있는 것이 봉이라곤 하나 조금의 힘만 더 가하면 모두 즉사다.
그리고 널려있는 칼 한자루면 더 없이 편하게 도살을 하겠지.
여기서 내가 이들을 죽이는 것이 과연 옳을까?
역사의 수레에 내가 훼방을 놓는건 아닐까?
근 백여명을 넘어뜨리고야 생각에서 벗어났고 싸움도 잠시 소강 상태로 변했다.
한줄기 귓속말이 나의 정신을 번쩍 들게 만들었다.
‘아이야. 네가 아무리 설쳐도 역사는 바뀌지 않는단다. 네가 미래에서 왔다고 하지만 명계의 왕인 내가 봤을 땐 아무것도 변하는 것이 없단다. 이것으로 네가 대살성이 되어 우리 명계가 바빠질지도 모르지만 난 네 심성을 믿고 싶구나. 그러니 너무 괴로워 말거라.’
그랬다.
간혹 과거로 여행을 하여 무엇을 건드리면 역사가 변하리라 사람들은 생각한다.
왜?
당위성을 부여해 가며 말을 하지만 이미 일어날 일들은 정해져 있다.
물론 약간의 변형은 가능하겠지.
지극히 개인적인 것들은 그중에서 돈 문제는 이득을 보겠지만 원래 부자가 되어야 할 사람들은 내가 약간 장난을 친다고 거지가 되는게 아니다.
그들은 그만한 노력을 더 할테고 그렇기에 부자가 되는 것이다.
물론 사람이 죽어서 후인이 사라지는 경우도 있겠지.
세상 사람이 그 하나 밖에 없느냐.
어쩌면 그보다 더 뛰어난 인물이 태어나 역사를 바로 잡을지도 모른다.
모든 것은 어찌될지 모르고 거기에 매여 있는 내가 한심했다.
인간이 기본적인 감정을 제대로 느끼고 실천해야 하는 수련을 하는 놈이 억지로 자제를 하며 피하려고만 했다니.
모든 것이 정리가 되자 마음이 편해졌다.
까짓거 죽이든 살리든 닥치는 대로 한판 붙어보는 거야.
원래 약자가 강자를 건드리는 것 자체가 웃긴 일이고 강자의 아량으로 용서를 할 수도 있지만 지금까지 받은 스트레스는 풀고 봐야했다.
“좋아. 다시 해 보자고.”
안그래도 나의 신위에 놀라 있던 놈들이 내가 눈을 반짝이며 봉을 버리고 칼을 집어들자 바짝 긴장하기 시작했다.
그런대로 아직까진 사망자는 없나보다.
재수 없게 머리를 맞아도 그거 피가 날뿐 즉사는 면했겠지.
하지만 칼을 들고 설치면 일단 중상이고 아님 사망이다.
이때까지 내게 봉으로 두들겨 맞은 놈들을 봤을 때 빗나간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고 그렇다면 모두 칼 맞고 죽어야 한다는 생각에 얼굴이 질리기 시작했다.
“자자. 이차전이다. 덤벼.”
누하르는 이런 날 보며 뭔가 잘못 됐다고 생각했다.
‘아무리 무림의 고수라하더라도 이정도의 인원이면 적당이 휘두르고 도망을 가는데 저놈은 아직도 쌩쌩하게 설치고 다니다니. 게다가 기운이 그렇게 강하게 느껴지지도 않는데 부하들은 이미 얼어붙었고. 전장을 누빈지가 얼마인데...’
아무리 생각해도 모르겠지.
자연체를 능가하는 날 일개 장군이 알 턱이 있나.
누하르의 생각은 길었지만 행동은 빨랐다.
“겁낼 것 없다. 상대는 혼자다. 궁수들 활을 일제히 저놈에게 날리고 창병들도 창을 저놈을 향해 던져라.”
장거리 무기가 있음을 이제야 생각하다니.
너무 놀라서 머리가 어떻게 되었던가?
수많은 화살과 창들이 내게 날아왔다.
이미 자신들의 동료에 대한 생각은 버렸나 보다.
내가 너무 강하게 보이자 무조건 죽여야 한다는 생각에 동료의 목숨은 안중에 두지도 않고 무조건 날려 보냈다.
500의 궁수가 쏘아 내는 화살은 그 수가 장난이 아니었다.
게다가 연사를 하고 있어 아마 일반 고수라 할지라도 호신강기로 막기엔 무리가 있어 보였다.
내가 아무리 능력이 좋다하더라도 그걸 일일이 다 막을 수는 없다.
뭐 약간 피해를 생각한다면 무리도 아니지만 굳이 힘을 빼고 싶지는 않다는 소리지.
난 신법을 최대한 활용하여 병사들의 틈으로 끼어들었다.
창으로 칼로 나를 저지해 보려하지만 내 모습조차 제대로 보이지 않을 테니 허공만 갈랐고 방금 내가 있던 자리엔 수많은 시체가 쌓여갔다.
자신들의 화살과 창에 동료만 죽어난 것이다.
난 칼을 휘두르며 길을 만들었다.
아마 저기 보이는 놈이 분명 누하르일 것이다.
어짜피 싸움이란 대장을 죽이면 거의 끝나는 시대라 일직선으로 달리며 주변의 병사들을 베어 넘겼다.
예전이 그 수법으로.
도가 버틸 수 있는 정도의 기를 불어 넣고 상대의 무기든 갑주든 상관하지 않고 베고 지나갔다.
가끔씩은 4등분까지 내면서 달리자 겨우 20M 진격에 50여명이 난도질당했다.
일대 다수로 싸움을 하면 아무리 달려들어도 8명이 한계다.
게다가 전방을 향해 달리다 보니 겨우 4명이 달려들었고 몇 번의 휘두름으로 죽어나자빠졌으니 상대가 안되었다.
앞으로 30M만 더 가면 누하르가 있는 곳이다.
그는 아직도 여유가 있는지 거만한 표정으로 자신들의 부하를 보았다.
일반 병사에 대한 믿음은 처음부터 없었는지 모른다.
단지 숫자로 밀어 보려했을 뿐.
하지만 자신의 주위를 감싸고 있는 20명의 부장들은 그 실력을 믿어 의심치 않았다.
개개인이 나보다 강하진 않겠지만 그래도 십수년을 함께 전장을 누비며 수많은 전투를 승리로 이끈 주역들이라 지금 일반 병사가 좀 죽었다고 기가 죽지 않는다.
난 전방을 주시하며 그래도 약간은 기가 느껴지는 인물들을 살폈다.
언제나 상대를 경시하지 않고 상대에 대해 파악을 해두어야 이길 수 있다.
내가 가장 강조하는 병법이다.
이미 나의 도에 토막 난 시체에 병사들의 사기는 최악으로 떨어졌다.
“인간이 아닐거야.”
“저 자식은 악마야.”
모두의 눈엔 경이로움을 넘어 극한의 공포가 떠올랐다.
아무리 자신들의 장군들이라 해도 사람을 통체로 베는 그것도 갑주와 함께 베어 넘기는 실력을 가진 사람은 없다.
무림의 고수라 하더라도 검기를 사용할 수 있는 사람이라야 가능한데 그들도 역시 한계는 있기에 이처럼 많은 수를 상대할 수는 없다.
게다가 검강의 단계에 있는 사람들은 한 방파의 수장으로 있지 이런 곳에서 자신들과 노닥거리고 있지 않을 테니 더더욱 의문이 생겼다.
누하르도 이런 생각을 하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분했기에 애써 외면 한 것이다.
그리고 자신의 부장들에 대한 믿음이 그에게 자만을 안겨줬다.
내가 한 발씩 옮길 때마다 병사들은 뒤로 물러섰다.
덤비면 죽는다란 공식이 성립되니 그들은 주춤거리며 물러날 수밖에 없다.
난 천천히 누하르에게 다가갔고 병사들은 누하르와 나를 중심으로 커다란 원을 그렸다.
싸움 후에 내가 패하게 되면 도망치지 못하게 하려는 의도 같았다.
“생각보다 강한 놈이군.”
“넌 생각보다 머리가 없는 놈이고.”
약간의 도발에도 누하르는 길길이 날뛰었다.
그래도 명색이 명장이라고 들었는데 이성을 잃어서 그런지 다루기 편했다.
“아직도 병사들을 후퇴시키지 않은건 저들을 믿는 것인가?”
“후후. 너도 저들의 능력을 눈치챘나 보군. 하지만 이미 늦었어.”
“이런 이런. 내가 저들을 두려워할 것 같나?”
“짐짓 태연한척 할 필요 없다. 저들의 능력은 누구보다 내가 잘 알고 있으니까.”
“정말 아둔하군. 그럼 일단 붙어보면 알겠지.”
20명의 부장들 중 10명은 말에서 내렸고 10명은 그대로 말을 타고 있었다.
아마도 마상전에 능한 사람들인가 보다.
말을 타고 사용하는 마상검은 일반적인 검보다 길이도 길고 면도 넓다.
말 위에서 휘둘러 상대의 목을 베는게 목적이라 일단은 길었고 베지 못할 경우엔 검면으로 후려쳐 상대를 넘어지게 만들고 말로 밟아 버린다.
거의 말과 일체가 되는 기마술이 있어야 가능한 기술이다.
여진족 역시 북방 민족이고 그들의 기마술은 정평이 나있다.
아마 말에서 내린 사람들도 뛰어난 기마술이 있지만 자신의 검술을 더 믿기에 말에서 내려 왔을 것이다.
선제공격은 말탄 놈들이 했다.
10기의 말이 사방에서 달려오자 나도 모르게 긴장이 되었다.
그 순간 20자루의 비도 역시 같이 날아왔고 시간이 교묘하게 맞아 말들도 비슷하게 따라왔다.
땅이든 공중이든 피할 길이 난감했다.
물론 아주 높이 떠오르면 되겠지만 그것은 궁수들의 먹기가 될 뿐이다.
한가지 꽁수(?)를 생각했다.
이것은 수련하면서 안 것인데 말이 꽁수지 신기에 가까운 능력이다.
내 몸의 투명화.
내 정신과 몸은 하나로 이어졌고 그것은 정신이 원하면 언제든지 변화가 가능하다는 소리다.
그래서 한가지 가정을 하고 실행해 보았는데 벽을 앞에 두고도 내 몸은 반대편으로 이동이 가능하였다.
완전 보이지 않게도 가능하지만 보이지 않는다고 피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이 기술을 쓰면 마치 이형환위의 잔상처럼 몸이 흐릿하게 보이지만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제자리에 서 있는 것이라 언제든지 반격도 가능했다.
모르는 놈들은 그저 이형환위로만 생각하겠지만.
난 몸을 투명하게 해서 비도를 통과시키고 몸을 회전 시키며 도를 휘둘러 말의 다리를 모두 잘라 버렸다.
말끼리 부딪히고 먼지가 일었지만 인명의 피해는 없었다.
아마도 나의 죽음을 확신했겠지.
비도는 어떻게 피한다고 해도 말의 다리를 자른다고 그 자리에 남았으니 분명 말에 깔려 죽거나 설혹 죽지 않더라도 내상을 입었을 것이라 생각했을 것이다.
하지만 위대한 내가 그따위 수작에 넘어갈 리가 없지.
먼지가 가라앉고 모습을 드러내자 헛바람을 삼키는 소리가 들렸다.
분명히 제자리에 있는데 어떻게 멀쩡하게 서 있는지.
“조금 놀랐나 보군. 하지만 이제부터 시작이야.”
난 지풍을 날려 우선 한 놈의 마혈을 기습했다.
동시에 죽이나 한 놈씩 죽이나 어짜피 죽여야 한다.
대신 다시는 다른 맘을 못 품게 하려면 철저하게 잔인해야 하고.
난 살기를 일으키며 그들을 주욱 둘러봤다.
나와 눈이 마주친 놈들은 몸이 떨릴 정도로 얼었고 난 그 순간을 노치지 않고 재차 공격을 시작했다.
순식간에 3명이 더 쓰러지자 정신을 차렸는지 제법 방어를 했지만 내가 노린 놈의 목은 어김없이 바닥을 뒹구르고 있었다.
난 말없이 계속 죽여나갔다.
약간의 미소를 머금고 착실하게 목을 잘랐다.
일체 다른 곳은 손대지 않고 목만은 확실하게 잘랐다.
바닥을 뒹구르는 목의 숫자가 15개를 넘기자 그 부장이란 놈들의 정신이 미쳐버렸다.
자신들 20명이라면 중원의 장문인 정도도 상대할 수 있다고 자부했다.
그런데 단 한명에게 몰살이라니.
그것도 상대는 상처하나 없고 자신들은 목만 잘리는 상황.
항거할 수 없는 공포가 극에 달하면 역시나 미치거나 스스로 죽어버린다.
이들은 그마나 수련이 된 몸이라 죽지는 않고 미친 것이다.
“우히히....히히...”
“케케케... 케케... 목...”
심마에 빠진 것도 아니고 단지 공포에 정신을 잃다니.
난 그들에게도 안식을 주었다.
저렇게 사느니 차라리 죽는 것이 좋으리라.
그리고 적에게 아니 동료에게도 놀림을 당하느니 여기서 죽어버리는 것이 그들의 명예에 흠집이 나지 않을 것이다.
이 시대의 인간들은 명예에 목숨을 거니까.
난 누하르에게 시선을 돌렸다.
아까부터 그는 제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었다.
아마 정신이 있었다면 이미 도망갔을 테지.
인간에게 삶의 본능이 있으니 퇴각을 명하고 후퇴했을 것이다.
하지만 내가 보여준 엄청난 장면은 그에게 다시없을 충격이었고 감당하기 힘들었을 것이다.
수많은 시체를 보고 자신이 직접 죽인 숫자도 적지 않을 것인데 이 정도에 놀라다니.
그건 그가 믿었던 사람의 전멸.
그것도 제대로 대항도 못해보고 죽었다는 것이 그에게 좌절을 준 때문이다.
“이봐. 이제 어쩔까?”
“난....나는...”
“이대로 돌아간다면 그냥 놔 주겠다.”
누하르는 반사적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대신 다시 들어온다면 너희 나라의 안위를 걱정해야 할 것이다.”
누하르는 퍼득 정신이 들었다.
자신의 나라에 협박을 하다니.
화가 치밀었지만 내말에 수긍하는 눈빛이다.
내가 직접 군대를 이끌고 여진을 친다면 그들은 막을 수 없을 것이다.
자신들의 장수중에는 내게 대응할만한 사람이 없을 테니까.
“그럼 이만 돌아가도록.”
병사들은 안도의 한숨을 쉬는 한편 누하르의 눈치를 살폈다.
정말 이대로 돌아가도 되느냐란 눈빛이다.
“모두 철수한다.”
누하르의 말에는 힘이 없었다.
하지만 병사들에겐 그 작은 소리가 들렸는지 알아서 열을 맞추고 퇴각을 시작했다.
내가 무의식중에 건드렸던 병사는 결코 작은 숫자가 아니었다.
군대가 빠져나간 자리엔 수백구의 시체가 널려있었다.
착찹하지만 이미 벌어진 일이니 맘에 두지 않기로 했다.
난 구덩이를 파고 시체를 한곳에 모아 불을 질렀다.
아마 이들의 몸으로 인해 이곳은 비옥한 토지가 될 것이다.
저녁 늦게 천부문의 장원으로 돌아왔다.
모두가 나의 무사 귀환을 축하했고 내 주위로 몰려들었다.
모두가 결과를 궁금하게 생각했기에 대답을 해주고 방으로 향했다.
오늘도 한편을 올리수 있군요
뭐 재미가 없으시더라도 좀 봐주세요...헤헤
지금부터가 원래 제가 생각하던 부분인데
이것도 정리가 잘 안되네요
어떤분이 글을 쓰는데 앞 줄거리는 어떻게 아냐고 하시던데요
그냥 쓰다보면 생각이 나게 되어 있어요
저 처럼 생각없는 작가(?)도 있는 걸요
그럼 응원 부탁드려요...
나를 둘러싸고 있는 놈들은 정말 많았다.
이건 아무리 휘둘러도 숫자가 줄어들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난 아직도 갈등을 하고 있다.
과연 죽여야 하나.
내 손에 들려있는 것이 봉이라곤 하나 조금의 힘만 더 가하면 모두 즉사다.
그리고 널려있는 칼 한자루면 더 없이 편하게 도살을 하겠지.
여기서 내가 이들을 죽이는 것이 과연 옳을까?
역사의 수레에 내가 훼방을 놓는건 아닐까?
근 백여명을 넘어뜨리고야 생각에서 벗어났고 싸움도 잠시 소강 상태로 변했다.
한줄기 귓속말이 나의 정신을 번쩍 들게 만들었다.
‘아이야. 네가 아무리 설쳐도 역사는 바뀌지 않는단다. 네가 미래에서 왔다고 하지만 명계의 왕인 내가 봤을 땐 아무것도 변하는 것이 없단다. 이것으로 네가 대살성이 되어 우리 명계가 바빠질지도 모르지만 난 네 심성을 믿고 싶구나. 그러니 너무 괴로워 말거라.’
그랬다.
간혹 과거로 여행을 하여 무엇을 건드리면 역사가 변하리라 사람들은 생각한다.
왜?
당위성을 부여해 가며 말을 하지만 이미 일어날 일들은 정해져 있다.
물론 약간의 변형은 가능하겠지.
지극히 개인적인 것들은 그중에서 돈 문제는 이득을 보겠지만 원래 부자가 되어야 할 사람들은 내가 약간 장난을 친다고 거지가 되는게 아니다.
그들은 그만한 노력을 더 할테고 그렇기에 부자가 되는 것이다.
물론 사람이 죽어서 후인이 사라지는 경우도 있겠지.
세상 사람이 그 하나 밖에 없느냐.
어쩌면 그보다 더 뛰어난 인물이 태어나 역사를 바로 잡을지도 모른다.
모든 것은 어찌될지 모르고 거기에 매여 있는 내가 한심했다.
인간이 기본적인 감정을 제대로 느끼고 실천해야 하는 수련을 하는 놈이 억지로 자제를 하며 피하려고만 했다니.
모든 것이 정리가 되자 마음이 편해졌다.
까짓거 죽이든 살리든 닥치는 대로 한판 붙어보는 거야.
원래 약자가 강자를 건드리는 것 자체가 웃긴 일이고 강자의 아량으로 용서를 할 수도 있지만 지금까지 받은 스트레스는 풀고 봐야했다.
“좋아. 다시 해 보자고.”
안그래도 나의 신위에 놀라 있던 놈들이 내가 눈을 반짝이며 봉을 버리고 칼을 집어들자 바짝 긴장하기 시작했다.
그런대로 아직까진 사망자는 없나보다.
재수 없게 머리를 맞아도 그거 피가 날뿐 즉사는 면했겠지.
하지만 칼을 들고 설치면 일단 중상이고 아님 사망이다.
이때까지 내게 봉으로 두들겨 맞은 놈들을 봤을 때 빗나간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고 그렇다면 모두 칼 맞고 죽어야 한다는 생각에 얼굴이 질리기 시작했다.
“자자. 이차전이다. 덤벼.”
누하르는 이런 날 보며 뭔가 잘못 됐다고 생각했다.
‘아무리 무림의 고수라하더라도 이정도의 인원이면 적당이 휘두르고 도망을 가는데 저놈은 아직도 쌩쌩하게 설치고 다니다니. 게다가 기운이 그렇게 강하게 느껴지지도 않는데 부하들은 이미 얼어붙었고. 전장을 누빈지가 얼마인데...’
아무리 생각해도 모르겠지.
자연체를 능가하는 날 일개 장군이 알 턱이 있나.
누하르의 생각은 길었지만 행동은 빨랐다.
“겁낼 것 없다. 상대는 혼자다. 궁수들 활을 일제히 저놈에게 날리고 창병들도 창을 저놈을 향해 던져라.”
장거리 무기가 있음을 이제야 생각하다니.
너무 놀라서 머리가 어떻게 되었던가?
수많은 화살과 창들이 내게 날아왔다.
이미 자신들의 동료에 대한 생각은 버렸나 보다.
내가 너무 강하게 보이자 무조건 죽여야 한다는 생각에 동료의 목숨은 안중에 두지도 않고 무조건 날려 보냈다.
500의 궁수가 쏘아 내는 화살은 그 수가 장난이 아니었다.
게다가 연사를 하고 있어 아마 일반 고수라 할지라도 호신강기로 막기엔 무리가 있어 보였다.
내가 아무리 능력이 좋다하더라도 그걸 일일이 다 막을 수는 없다.
뭐 약간 피해를 생각한다면 무리도 아니지만 굳이 힘을 빼고 싶지는 않다는 소리지.
난 신법을 최대한 활용하여 병사들의 틈으로 끼어들었다.
창으로 칼로 나를 저지해 보려하지만 내 모습조차 제대로 보이지 않을 테니 허공만 갈랐고 방금 내가 있던 자리엔 수많은 시체가 쌓여갔다.
자신들의 화살과 창에 동료만 죽어난 것이다.
난 칼을 휘두르며 길을 만들었다.
아마 저기 보이는 놈이 분명 누하르일 것이다.
어짜피 싸움이란 대장을 죽이면 거의 끝나는 시대라 일직선으로 달리며 주변의 병사들을 베어 넘겼다.
예전이 그 수법으로.
도가 버틸 수 있는 정도의 기를 불어 넣고 상대의 무기든 갑주든 상관하지 않고 베고 지나갔다.
가끔씩은 4등분까지 내면서 달리자 겨우 20M 진격에 50여명이 난도질당했다.
일대 다수로 싸움을 하면 아무리 달려들어도 8명이 한계다.
게다가 전방을 향해 달리다 보니 겨우 4명이 달려들었고 몇 번의 휘두름으로 죽어나자빠졌으니 상대가 안되었다.
앞으로 30M만 더 가면 누하르가 있는 곳이다.
그는 아직도 여유가 있는지 거만한 표정으로 자신들의 부하를 보았다.
일반 병사에 대한 믿음은 처음부터 없었는지 모른다.
단지 숫자로 밀어 보려했을 뿐.
하지만 자신의 주위를 감싸고 있는 20명의 부장들은 그 실력을 믿어 의심치 않았다.
개개인이 나보다 강하진 않겠지만 그래도 십수년을 함께 전장을 누비며 수많은 전투를 승리로 이끈 주역들이라 지금 일반 병사가 좀 죽었다고 기가 죽지 않는다.
난 전방을 주시하며 그래도 약간은 기가 느껴지는 인물들을 살폈다.
언제나 상대를 경시하지 않고 상대에 대해 파악을 해두어야 이길 수 있다.
내가 가장 강조하는 병법이다.
이미 나의 도에 토막 난 시체에 병사들의 사기는 최악으로 떨어졌다.
“인간이 아닐거야.”
“저 자식은 악마야.”
모두의 눈엔 경이로움을 넘어 극한의 공포가 떠올랐다.
아무리 자신들의 장군들이라 해도 사람을 통체로 베는 그것도 갑주와 함께 베어 넘기는 실력을 가진 사람은 없다.
무림의 고수라 하더라도 검기를 사용할 수 있는 사람이라야 가능한데 그들도 역시 한계는 있기에 이처럼 많은 수를 상대할 수는 없다.
게다가 검강의 단계에 있는 사람들은 한 방파의 수장으로 있지 이런 곳에서 자신들과 노닥거리고 있지 않을 테니 더더욱 의문이 생겼다.
누하르도 이런 생각을 하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분했기에 애써 외면 한 것이다.
그리고 자신의 부장들에 대한 믿음이 그에게 자만을 안겨줬다.
내가 한 발씩 옮길 때마다 병사들은 뒤로 물러섰다.
덤비면 죽는다란 공식이 성립되니 그들은 주춤거리며 물러날 수밖에 없다.
난 천천히 누하르에게 다가갔고 병사들은 누하르와 나를 중심으로 커다란 원을 그렸다.
싸움 후에 내가 패하게 되면 도망치지 못하게 하려는 의도 같았다.
“생각보다 강한 놈이군.”
“넌 생각보다 머리가 없는 놈이고.”
약간의 도발에도 누하르는 길길이 날뛰었다.
그래도 명색이 명장이라고 들었는데 이성을 잃어서 그런지 다루기 편했다.
“아직도 병사들을 후퇴시키지 않은건 저들을 믿는 것인가?”
“후후. 너도 저들의 능력을 눈치챘나 보군. 하지만 이미 늦었어.”
“이런 이런. 내가 저들을 두려워할 것 같나?”
“짐짓 태연한척 할 필요 없다. 저들의 능력은 누구보다 내가 잘 알고 있으니까.”
“정말 아둔하군. 그럼 일단 붙어보면 알겠지.”
20명의 부장들 중 10명은 말에서 내렸고 10명은 그대로 말을 타고 있었다.
아마도 마상전에 능한 사람들인가 보다.
말을 타고 사용하는 마상검은 일반적인 검보다 길이도 길고 면도 넓다.
말 위에서 휘둘러 상대의 목을 베는게 목적이라 일단은 길었고 베지 못할 경우엔 검면으로 후려쳐 상대를 넘어지게 만들고 말로 밟아 버린다.
거의 말과 일체가 되는 기마술이 있어야 가능한 기술이다.
여진족 역시 북방 민족이고 그들의 기마술은 정평이 나있다.
아마 말에서 내린 사람들도 뛰어난 기마술이 있지만 자신의 검술을 더 믿기에 말에서 내려 왔을 것이다.
선제공격은 말탄 놈들이 했다.
10기의 말이 사방에서 달려오자 나도 모르게 긴장이 되었다.
그 순간 20자루의 비도 역시 같이 날아왔고 시간이 교묘하게 맞아 말들도 비슷하게 따라왔다.
땅이든 공중이든 피할 길이 난감했다.
물론 아주 높이 떠오르면 되겠지만 그것은 궁수들의 먹기가 될 뿐이다.
한가지 꽁수(?)를 생각했다.
이것은 수련하면서 안 것인데 말이 꽁수지 신기에 가까운 능력이다.
내 몸의 투명화.
내 정신과 몸은 하나로 이어졌고 그것은 정신이 원하면 언제든지 변화가 가능하다는 소리다.
그래서 한가지 가정을 하고 실행해 보았는데 벽을 앞에 두고도 내 몸은 반대편으로 이동이 가능하였다.
완전 보이지 않게도 가능하지만 보이지 않는다고 피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이 기술을 쓰면 마치 이형환위의 잔상처럼 몸이 흐릿하게 보이지만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제자리에 서 있는 것이라 언제든지 반격도 가능했다.
모르는 놈들은 그저 이형환위로만 생각하겠지만.
난 몸을 투명하게 해서 비도를 통과시키고 몸을 회전 시키며 도를 휘둘러 말의 다리를 모두 잘라 버렸다.
말끼리 부딪히고 먼지가 일었지만 인명의 피해는 없었다.
아마도 나의 죽음을 확신했겠지.
비도는 어떻게 피한다고 해도 말의 다리를 자른다고 그 자리에 남았으니 분명 말에 깔려 죽거나 설혹 죽지 않더라도 내상을 입었을 것이라 생각했을 것이다.
하지만 위대한 내가 그따위 수작에 넘어갈 리가 없지.
먼지가 가라앉고 모습을 드러내자 헛바람을 삼키는 소리가 들렸다.
분명히 제자리에 있는데 어떻게 멀쩡하게 서 있는지.
“조금 놀랐나 보군. 하지만 이제부터 시작이야.”
난 지풍을 날려 우선 한 놈의 마혈을 기습했다.
동시에 죽이나 한 놈씩 죽이나 어짜피 죽여야 한다.
대신 다시는 다른 맘을 못 품게 하려면 철저하게 잔인해야 하고.
난 살기를 일으키며 그들을 주욱 둘러봤다.
나와 눈이 마주친 놈들은 몸이 떨릴 정도로 얼었고 난 그 순간을 노치지 않고 재차 공격을 시작했다.
순식간에 3명이 더 쓰러지자 정신을 차렸는지 제법 방어를 했지만 내가 노린 놈의 목은 어김없이 바닥을 뒹구르고 있었다.
난 말없이 계속 죽여나갔다.
약간의 미소를 머금고 착실하게 목을 잘랐다.
일체 다른 곳은 손대지 않고 목만은 확실하게 잘랐다.
바닥을 뒹구르는 목의 숫자가 15개를 넘기자 그 부장이란 놈들의 정신이 미쳐버렸다.
자신들 20명이라면 중원의 장문인 정도도 상대할 수 있다고 자부했다.
그런데 단 한명에게 몰살이라니.
그것도 상대는 상처하나 없고 자신들은 목만 잘리는 상황.
항거할 수 없는 공포가 극에 달하면 역시나 미치거나 스스로 죽어버린다.
이들은 그마나 수련이 된 몸이라 죽지는 않고 미친 것이다.
“우히히....히히...”
“케케케... 케케... 목...”
심마에 빠진 것도 아니고 단지 공포에 정신을 잃다니.
난 그들에게도 안식을 주었다.
저렇게 사느니 차라리 죽는 것이 좋으리라.
그리고 적에게 아니 동료에게도 놀림을 당하느니 여기서 죽어버리는 것이 그들의 명예에 흠집이 나지 않을 것이다.
이 시대의 인간들은 명예에 목숨을 거니까.
난 누하르에게 시선을 돌렸다.
아까부터 그는 제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었다.
아마 정신이 있었다면 이미 도망갔을 테지.
인간에게 삶의 본능이 있으니 퇴각을 명하고 후퇴했을 것이다.
하지만 내가 보여준 엄청난 장면은 그에게 다시없을 충격이었고 감당하기 힘들었을 것이다.
수많은 시체를 보고 자신이 직접 죽인 숫자도 적지 않을 것인데 이 정도에 놀라다니.
그건 그가 믿었던 사람의 전멸.
그것도 제대로 대항도 못해보고 죽었다는 것이 그에게 좌절을 준 때문이다.
“이봐. 이제 어쩔까?”
“난....나는...”
“이대로 돌아간다면 그냥 놔 주겠다.”
누하르는 반사적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대신 다시 들어온다면 너희 나라의 안위를 걱정해야 할 것이다.”
누하르는 퍼득 정신이 들었다.
자신의 나라에 협박을 하다니.
화가 치밀었지만 내말에 수긍하는 눈빛이다.
내가 직접 군대를 이끌고 여진을 친다면 그들은 막을 수 없을 것이다.
자신들의 장수중에는 내게 대응할만한 사람이 없을 테니까.
“그럼 이만 돌아가도록.”
병사들은 안도의 한숨을 쉬는 한편 누하르의 눈치를 살폈다.
정말 이대로 돌아가도 되느냐란 눈빛이다.
“모두 철수한다.”
누하르의 말에는 힘이 없었다.
하지만 병사들에겐 그 작은 소리가 들렸는지 알아서 열을 맞추고 퇴각을 시작했다.
내가 무의식중에 건드렸던 병사는 결코 작은 숫자가 아니었다.
군대가 빠져나간 자리엔 수백구의 시체가 널려있었다.
착찹하지만 이미 벌어진 일이니 맘에 두지 않기로 했다.
난 구덩이를 파고 시체를 한곳에 모아 불을 질렀다.
아마 이들의 몸으로 인해 이곳은 비옥한 토지가 될 것이다.
저녁 늦게 천부문의 장원으로 돌아왔다.
모두가 나의 무사 귀환을 축하했고 내 주위로 몰려들었다.
모두가 결과를 궁금하게 생각했기에 대답을 해주고 방으로 향했다.
오늘도 한편을 올리수 있군요
뭐 재미가 없으시더라도 좀 봐주세요...헤헤
지금부터가 원래 제가 생각하던 부분인데
이것도 정리가 잘 안되네요
어떤분이 글을 쓰는데 앞 줄거리는 어떻게 아냐고 하시던데요
그냥 쓰다보면 생각이 나게 되어 있어요
저 처럼 생각없는 작가(?)도 있는 걸요
그럼 응원 부탁드려요...
최고관리자
가입일 | 2016-08-11 | 접속일 | 2024-11-0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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