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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8-25 01:06 573회 0건
PART TWO - the beginning

오후 내내 대지에 생명력을 불어넣던 태양빛이 마지막으로 만들어 내는 붉은 그림자가 정적에 휩싸인 방을 희미하게 비추고 있었다. 방 주인의 취향을 보여주는 듯 방안에는 그리 많은 가구나 장식은 보이지 않았다. 방 한쪽에 놓여 있는 제법 커다란 의자에는 한 사람이 깊숙이 몸을 파묻고 앉아 있음을 알게 해 주는 윤곽이 보이고 있었다. 팔꿈치를 팔걸이에 대고 양손을 깍지 끼어 자신의 얼굴 앞쪽에 모은 채 눈을 감고 생각에 잠긴 모습이었다. 붉은 빛에 드러난 그 사람의 얼굴은 그가 남성임을 보여주고 있었다.

[ 똑-똑- ]

의자에 앉아있는 남자는 노크소리를 듣고 감고 있던 눈을 떠 강렬한 눈빛을 뿜어내는 눈동자를 아직 채 지지 못한 태양을 향해 고정시켰다. 붉은 빛과 어우러져 신비한 느낌을 주는 그의 파란 눈에는 무엇인가를 향한 강한 의지가 담겨 있다는 듯한 느낌을 주고 있었다.

[ 똑-똑- ]

그가 아무런 반응도 보이질 않아서 인지 조금 시간 간격을 두고 다시 노크소리가 들려왔다.

" 들어오라. "

그의 입에서 아직 젊은 사람이라는 것을 알게 해 주는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잠시 후 가벼운 마찰음을 내며 문이 열리고 전신을 은빛 갑옷으로 무장한 기사 한 명이 들어왔다.

" 헤르난 왕자님. "

" 무슨 일인가? "

" 국왕폐하께서 찾아 계시옵니다. "

" 아버님께서? 무슨 일로? "

" 그... 그것이... "

방금 전까지 고요한 어둠 속에서 강한 의지를 보여주던 라이오트라 왕국의 차기 왕위 계승자인 헤르난 왕자의 눈빛이 눈에 보일 정도로 흔들리기 시작했다. 다음 순간 헤르난은 양 손으로 의자의 팔걸이를 짚고 벌떡 일어나며 몸을 돌려 대답을 망설이고 있는 기사를 바라보았다.

" 어차피 예상했던 일이다. "

" 세실리안은? "

" 이미 한 시간 전에 국왕폐하의 부름을 받았습니다. "

몇 마디 되지 않는 짧은 대화였지만 헤르난은 상황이 어떻게 된 것인지 충분히 짐작할 수 있었다. 처음 이 일을 시작할 때부터 이미 이런 날이 오리라는 것을 예상했기 때문이었다.

" 오히려 예상보다 늦었군. 정보부를 한번 뒤집어 놓을 필요가 있겠는걸. "

기사는 혼자서 고개를 끄덕이고 있는 헤르난 왕자를 걱정이 가득한 표정으로 의아하다는 듯 바라보고 있었다.

" 걱정할 필요 없다. 예상했던 일 아닌가? "

헤르난은 기사를 지나쳐 방을 나서면서 아무렇지도 않다는 목소리로 말했다.

- RoL -


어른 네 명 이상이 한꺼번에 팔을 벌려야만 겨우 감싸 안을 수 있을 만큼 굵은 기둥들이 까마득히 높은 천정을 떠받치고 있는 모습은 이곳에 들어서는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압도되어 버릴 만큼의 웅장함을 보여주고 있었다. 그러나 지금 이곳에 모여있는 사람들은 늘 보아오던 모습이라 그런지 거대한 기둥에도 벽과 천정을 온통 뒤덮고 있는 화려한 장식에도 눈길 한번 주지 않고 있었다. 오히려 몇 명 되지 않는 사람들의 목소리가 작은 메아리를 만들어 내며 공허한 분위기를 만들어내었다.

" 어쩌자고 이런 일을 벌인 것이냐! "

라이오트라 왕국의 국왕, 라이오네5세의 화난 목소리가 그 넓은 공간에 쩌렁쩌렁 울리기 시작했다. 헤르난은 자신을 보자마자 호통을 치는 아버지의 얼굴을 바라보며 천천히 그의 앞에 걸어가서 섰다.

" 소자, 아버님을 뵈옵니다. "

헤르난은 대전을 가득 채우고 있는 무거운 분위기에 아랑곳 하지 않고 자신의 아버지인 라이오네5세를 향해 예를 갖췄다.

" 헤르난 왕자님... 면목이 없습니다. "

바로 옆에 서 있던 세실리안이 마치 이 상황이 모두 자신 때문이라는 듯한 표정으로 나직하게 속삭였다. 헤르난은 고개를 돌려 세실리안을 바라보았다. 홍염의 세실리안, 여자의 몸으로 왕국 제3기사단장의 자리에 오른 그녀를 가리켜 사람들이 부르는 이름이었다. 헤르난이 가장 믿고 의지할 수 있는 친구인 동시에 심복인 세실리안은 걱정이 가득한 눈빛으로 헤르난을 마주보고 있었다. 헤르난은 걱정할 것 없다는 마음을 담아 그녀를 보며 손바닥으로 그녀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려 주었다.

" 아직까지도 한낱 계집애 하나를 못 잊고 있는 것이더냐? "

" 아버님! "

헤르난은 라이오네5세의 말이 너무했다는 생각에 원망의 뜻을 담아 조금 큰 소리로 그를 불렀다.

" 내가 너무하다고 생각하느냐? "

" 제가 장래를 약속한 여인입니다. 아버님의 며느리이며 크게는 장차 라이오트라 왕국의 왕비가 될 사람입니다. "

" 난 그 계집과의 관계를 허락한 적이 없다! "

라이오네5세의 얼굴에는 하찮은 문제로 자신에게 대들고 있는 아들이 못마땅하다는 기색이 역력했다. 비록 제국 공작가의 여식이라고는 하나 지금은 몰락해버린 그리고 어디에서 어떤 모습으로 목숨을 부지하고 있는지도 모를 여자에게 온통 정신을 빼앗기고 있는 헤르난이 그의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일이었다.

" 하지만 누구보다 기뻐하셨던 분은 바로 아버님이십니다. "

" 그건... "

라이오네5세는 헤르난 왕자의 말에 일순 말문이 막혔다. 분명 그도 두 사람이 가까워 지는 것을 라이오트라 왕국의 축복이라고 까지 생각했던 적이 있었다. 제국 제일 가문의 영애를 며느리로 맞아들이고 나아가서는 제국과의 관계를 더욱 공고히 할 수 있다는 이점은 끊임없이 주변 왕국의 견제를 받고 있었던 라이오트라 왕국에게는 분명히 축복이라고 할만한 기회였던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그 당시의 상황일 뿐이었다.

" 이 일을 제국에서 알게 되는 것은 시간 문제일 뿐이다. 제국에서 이걸 빌미로 압력을 가해오면 어쩔 생각이냐! "

라이오네5세는 자신의 잘못을 무마하려는 듯 더 목소리를 높여 헤르난을 책망하고 들었다.

" 백 번 양보해서 그 아이를 찾았다고 치자. 이제 어느 귀족의 노리개가 되어 있을지도 모르는 여자가 이 라이오트라 왕국의 며느리가 된다는 것이 가당키나 한 일이더냐! "

" 그래서 찾으려는 것입니다. 라이오트라 왕국의 왕자인 저, 헤르난이 사랑하는 여인이 어디에서 어떤 일을 당하고 있는지도 모르기 때문에 찾아내려는 것입니다. 아버님께서는 소자가 사랑하는 여인조차도 지켜주지 못한 못난 사람이 되길 원하십니까? "

헤르난의 두 눈은 어떤 장애물이라도 극복하고 자신이 사랑하는 여인을 찾아내겠다는 의지로 불타오르기 시작했다.

" 절대 용납할 수 없다! 무슨 일이 있어도 라이오트라가 제국과 다른 왕국들의 웃음거리가 되는 걸 그냥 두고 보지만은 않을 것이다. 이 시간 이후로 네가 시작한 모든 조사 활동을 금지하도록 하겠다! "

" 아버님! "

" 듣기 싫다! 오늘부터 헤르난 왕자에게 주어진 모든 활동 권한을 박탈하고 근신을 명하노라! "

- RoL -


" 벌받을 준비는 다 되어 있겠지? "

" 네... "

페릴은 베스의 물음에 용서 받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한 가닥 희망을 버리고 체념한 말투로 대답했다. 베스는 페릴의 대답을 듣는 둥 마는 둥 하며 방 한쪽에 놓여 있는 항아리로 다가갔다. 그 항아리에는 페릴이 준비해 놓은 버치(註. Birch Rod-가느다란 회초리들의 한쪽을 묶어 만든 것으로 체벌을 할 때 사용하는 도구)가 손잡이 부분만 남긴 채 물에 담겨져 있었다.

" 흐음~ "

베스는 수분을 한껏 머금은 버치를 들어올려 사용하기에 적당하게 준비가 되었는지 확인 하려는 듯 몇 차례 좌우로 휘둘러 보았다. 베스의 손에 들린 버치는 "휙~"하는 소리를 내며 가느다란 나뭇가지에 매달린 물방울들을 떨쳐내었다. 페릴은 공기를 가르는 가볍지만 날카로운 소리가 들릴 때마다 흠칫거리며 놀라고 있었다.

" 엎드려! "

베스는 오른손에 버치를 들고 페릴을 향해 다가가며 명령했다. 페릴은 드디어 올 것이 왔다는 생각을 하며 떨리는 다리를 겨우 움직여 방 가운데 놓여 있는 형틀을 향해 걸어갔다. 그녀에게는 벌을 받는 동안 자신을 움직이지 못하게 잡고 있게 될 저 이상한 모양의 가구가 오히려 자신을 괴롭힐 베스보다 더 싫게 느껴지고 있었다.

" 빨리빨리 움직이지 못해! "

페릴의 머뭇거리는 태도가 맘에 들지 않았는지 베스는 버치의 손잡이로 그녀의 등을 찌르며 소리쳤다. 페릴은 베스에게 떠밀려 쓰러지듯이 허리를 굽혀 형틀의 가죽으로 씌워진 푹신한 부분에 배를 대고 엎드렸다. 베스는 페릴의 다리를 양쪽으로 벌리게 한 다음 형틀의 양쪽 다리에 묶고 마찬가지 방법으로 그녀의 양 손목을 형틀에 고정시켰다. 반항을 해봐야 돌아오는 것은 더 혹독한 매질 뿐이라는 것을 알고 있는 페릴은 베스가 하는 대로 자신의 몸을 내맡기고 있는 수 밖에는 없었다.

" 하루 종일 일만해도 부족한 시간에 한가하게 딴 생각이나 하고 있었던 결과가 어떤건지 느껴봐. "

페릴의 손목과 발목을 형틀에 고정시킨 베스는 발목 부근까지 내려오는 그녀의 치마를 허리 위쪽까지 끌어올려 하반신이 그대로 드러나게 하고 속옷을 고정시키고 있는 끈을 풀어 그녀의 속옷이 종아리 부근까지 흘러내리게 만들었다. 얇은 속옷 한 장에 가려져 있던 페릴의 맨 엉덩이가 적나라하게 드러나고 한걸음 물러서 때리기 좋은 위치를 잡은 베스의 팔이 어깨위로 들어올려지는 순간 페릴은 묶여 있는 몸에 잔뜩 힘을 주어 첫 번째 매질을 견뎌낼 준비를 했다. 곧이어 베스의 손에 들린 버치가 날카로운 소리를 내며 페릴의 엉덩이를 향해 떨어져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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