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8부-----------------------------
오랜만에 문을 떠나 마을로 물건을 사러 나가는 길이었다.
자주 나가는 것은 아니지만 그리 어려운 길도 아니어서 신지우의 인솔아래 20여명의 수련생들이 움직였다.
수레를 이용해서 물건을 옮길 수 있다면 이정도의 인원이 필요하지 않지만 길이 험하다 보니 자연 사람의 힘으로 옮겨야 하고 그렇다면 많은 인원이 동시에 움직이는게 빨랐다.
장날에 맞춰 나왔으니 필요한 물건을 사고 조금 구경하다가 되돌아오면 되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문제는 거기서 발생 되었다.
여진족이 사람으로 보이는 자들이 마을 사람을 붙잡고 행패를 부리고 있었고 불의를 참지 못하는 신지우는 간단하게 그들을 제압했다.
사람들은 역시 천부문의 무사라며 칭찬을 했지만 신지우에게 당한 놈들은 그곳을 떠나며 두고 보자는 말을 남겼다.
원래 그런 말을 하는 놈치고 제대로 된 놈이 없었건만 이번엔 된통 걸린 것이다.
하필 여진족의 장수인 누하르의 자식인건 신의 장난인가?
현재 누하르는 약해진 고구려를 비웃듯이 장백산 근처를 출몰하며 상당히 골머리를 앓게 만들고 있는 장수였다.
지닌바 실력도 실력이지만 잔인한데다 교활하기까지 해서 자신의 수하를 건드리면 꼭 복수를 하는 스타일이었다.
그것도 말도 안되는 이유를 붙여가며 군대를 움직인 복수를.
그러다 보니 그가 쳐들어간 작은 마을은 약탈은 물론 삶의 터전이 불타는 것을 목격해야 했다.
그런 누하르의 자식을 신진우가 두들겨 팼으니 어찌 편안하게 있겠는가?
현재 고구려가 막강한 힘을 유지하고 있었다면 일어나지도 않을 상황이지만 현실은 냉정했고 겨우 50여명의 제자들과 5천의 병사를 상대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신정후는 이제 삼일 후면 쳐들어올 그들을 대비해 일단 제자들의 대피를 지시하려 했다.
지금은 힘이 없으니 참아야 하고 그렇다면 전력의 손실이 없게 확실히 숨기는 것이 좋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자신의 명예보다 제자의 생명을 중히 여기는 대인의 풍모를 보였다.
이런 저런 얘기를 듣다보니 나도 모르게 살심이 일었다.
갑자기 서늘한 기운에 모두가 몸을 떨었다.
“아. 죄송합니다. 갑자기...”
별것 아닌 일로 군대까지 동원한다는 말에 노기가 솟았고 약탈에 방화란 소릴 들으니 참을 수가 없었다.
“그들이 머물고 있는 군막이 어딘지 알려주시겠습니까?”
“설마... 자네 혼자...”
“괜찮습니다. 그깟 야만인 상대하는데 저 혼자면 충분합니다.”
“아무리 그래도 5천이네. 5천. 혼자서 상대한다는 것은 무릴세.”
“제게 생각이 있습니다. 사람은 의외로 약한 동물이거든요.”
마치 난 사람이 아니란 식으로 말을 했지만 그들은 단지 미쳤다고만 생각하나 보다.
신정후는 여러번 말렸지만 내 고집을 꺾진 못했다.
난 길 안내를 맡은 16대 제자 2명과 함께 길을 떠났다.
그런데 문제는 이 말이란 놈이다.
내가 언제 말을 타봤어야 알지.
고구려에 속해 있는 천부문은 북방 민족답게 기마술도 익혔다.
거기에 마상술을 익혀 말을 타고도 전투가 가능했다.
하지만 난 처음 말을 타는지라 불안해서 가만히 있지를 못했다.
다행히 말은 길이 잘 들어있었고 난 그저 말의 등에서 흔들리는 리듬만 맞추면 되었다.
바쁘게 갈 필요가 없으므로 적당한 속도로 이동했다.
반나절이면 가능하단 말에 출발했지만 나의 기마술에 힘입어 저녁이나 돼서야 도착했다.
“사백님 괜찮으십니까?”
“괜찮아.”
속이 울렁거리고 머리가 어지러웠다.
오랜만에 느껴보는 육체의 혼란이다.
잠시 쉼호흡으로 정신은 물론 육체의 상태도 말끔히 정리했다.
“이제 너희들은 돌아가도록 해라. 가는 길은 잘 외우고 있으니 아무 걱정 말고. 사형껜 내일 저녁에 도착할 것이라 일러라.”
저들은 처리하는데 하루면 된다.
그런데 이놈들은 내 말이 믿기지 않는지 돌아갈 생각을 하지 않았다.
다시금 주의를 주고서야 그들은 문으로 돌아갔다.
싸움을 하는데 특히 난전의 경우 차라리 주위가 모두 적인 경우가 좋다.
무조건 베면 되니까.
닥치는 대로 베다 보면 언젠가는 다 죽겠지.
나의 단순한 생각이지만 지금으로선 최선의 방법이다.
일단 군세를 훑어 봤다.
내 머릿속엔 당연히 이 병법에 대해 들어있었다.
특히 손자병법은 상당한 비중을 차지했다.
변방의 이민족까지 이용할 정도니까.
어짜피 전쟁이란 목적이 있고 그 목적에 목숨을 거는 놈은 대장이다.
물론 부하들까지 목적에 목숨을 거는 경우도 있지만 그것은 극히 드물다.
자신의 대장이 원하는 것을 위해 목숨을 거는 것이 부하이므로.
한 몸이 되어 싸운다는 말은 그런 목적의식이 통일 되었을 경우에나 가능하다.
그런 목적의식을 명분이란 것이 뒷받침 해 준다.
명분은 내가 가진 목적에 당위성을 부여하는 것으로 현대전에선 일단 저질러 놓고 이기면 갖다 붙이지만 이 시대에선 그런 명분이 없으면 군의 통솔이 용이하지 않았다.
그만큼 순순한 사람들이 많기 때문이다.
마지못해서 대장의 명을 따르기는 하나 그 죄책감은 스스로가 지는 것이다.
따라서 명분이 부족한 싸움은 자칫하면 반란이 일어 전쟁도 제대로 못해보고 질 수도 있는 것이다.
지금 누하르의 방식은 그저 고구려는 우리의 적이다란 명분만을 내세우고 있을 것이다.
현재 쌍방이 전투중도 아니고 그저 국경이 맞닿아 있을 뿐이다.
그런 상황에서 자신들의 수하를 풀어 시비를 걸고 그에 응당한 대가를 지불 하겠다란 생각은 정말 야비하고도 치졸한 수법이다.
아마 부하들도 그런 자신의 상관을 그다지 달갑게 여기지 않을 것이다.
어떤 전투든 정보가 많은 쪽이 승리하게 된다.
난 최대한 기척을 죽이며 막사 안으로 스며들었다.
그곳에서 대충 옷 한 벌을 주워 입고 한놈을 납치했다.
아닌 밤중에 홍두께라고 잡혀 온 놈은 영문도 모르고 눈만 껌벅였다.
“내가 묻는 말에 대답해라.”
나도 모르게 이상한 말이 나왔다.
절대 언어가 실행된 것인가?
굳이 여진의 말을 배우지 않아도 내 입에선 술술 나왔다.
“지금 여기에 있는 군의 숫자는 5천 맞나?”
끄덕끄덕.
“너희의 임무는 국경의 경계 맞나?”
끄덕끄덕.
“근처 마을을 약탈하는 것은 누하르 개인의 행동 맞나?”
끄덕끄덕.
“그럼 그에 동조하기 싫어하는 놈들도 있겠지. 맞나?”
이번에도 끄덕인다.
아 놀라워라.
나의 추리는 확실하다 못해 절대적이기까지 하는구만.
스스로 도취되어 생각에 잠겨 있을 때 이놈이 행동이 수상했다.
뭔가 말을 하려고 했는데 소리를 지를것 같진 않았다.
“혹시 감찰사 이십니까?”
“응? 응.”
여진에 감찰사도 있었던가?
그냥 모른 척 넘어가기로 하자.
“안그래도 누하르장군의 횡포는 이제 극에 달했습니다.”
그 병사는 주절주절 잘도 떠들었다.
내가 감찰사라 철저히 믿었는지 있는 비리 없는 비리 다 까발렸다.
아마 내가 내일 이들과 싸우더라도 명분에서 질 이유는 없을 것 같다.
“이만 자러 가거라.”
그는 내게 경례까지 하며 물러갔다.
밤을 이용해 누하르만 암살하고 끝낼 수도 있지만 군대란 것이 그렇게 만만한 곳이 아니다.
대장이 암살을 당하면 수하들이 무슨 짓을 할지 모르기 때문이다.
차라리 밝은 곳에서 당당하게 자신의 대장을 죽이면 승복할 것이라 생각됐다.
내가 아무리 뛰어난 능력이 있더라도 5천의 병사를 모두 죽일 수는 없다.
그리고 내가 살인귀가 아닌 이상 마구잡이로 죽일 수도 없고.
잠시 생각을 해야 했다.
가장 간단한 싸움법은 예전에 써봤던 것이다.
일도양단(一刀兩斷).
아니 일도다단(一刀多斷)인가?
극도의 공포는 사람의 정신을 빼놓는다.
흔히들 혼을 뺀다고들 하지.
자신이 감당할 수 있을 정도면 도망을 가거나 현실에 대한 부정을 할 생각이라도 하지만 그것을 넘어서게 되면 사람은 바보가 되어 버린다.
미치거나 기절하거나 그대로 죽어버리거나.
그때 단 10여명을 베었을 뿐인데도 사람들은 얼어 버렸다.
이곳이 아무리 피가 난무하는 곳이라 해도 병사들의 싸움에서 온 몸이 토막나서 죽는 것을 본 경우는 극히 드물 것이다.
게다가 자신들이 그렇게 토막나는 것은 있을 수 없었겠지.
두터운 갑주로 쌓여 있으니 그저 갑주로 방어가 되지 않는 곳으로 찔러 들어온 칼에나 죽지 그 외에는 갑주의 보호로 살아남을 테니까.
고민 되었다.
본디 난 한번 결정을 하면 번복하지 않는데 요즘 들어서 살인에 대해선 갈등을 느낀다.
그놈이 수련은 생각으로 하는 것이라 늘상 품고 있었더니 어느덧 날 이상한 놈으로 만들기 시작하더니 마침내는 나의 성격에 변화를 주었다.
그중 한가지가 이것이다.
살인에 대한 거부감.
속으로 비웃었다.
눈 하나 깜박하지 않고 잘도 죽이다가 갑자기 성인이 된 것도 아닌데 이렇게나 망설이고 있는 내 자신이 우스웠다.
내게 동정심이 생겼나?
오욕에 대한 것은 별로 없었는데 칠정이 나의 발목을 잡았던가?
그래서 내가 한 단계 더 오를 수 없던 것인가?
확실히 나 보다 약한 상대이니 동정심이 생기는 것은 당연하겠지.
하지만 저들은 다수고 난 혼자다.
걱정은 저들이 해야 하는데 난 저들을 걱정하고 있다.
거꾸로 된 것도 우스운 지경인데 내가 동정심을 느꼈다 생각하니 기가 막혔다.
마음 내키는 대로 살아왔는데 그것이 저지된 것이다.
혼자서 이런 쓸데없는 생각을 하다 보니 어느새 날이 밝았다.
결론은 하나다.
일단 싸우고 보는 것.
기상나팔인지 호각소리가 들렸고 나의 정신도 돌아왔다.
“젠장. 날이 밝았네.”
난 그 복장 그대로 누하르의 진영으로 몸을 날렸다.
단 복면을 두른 채.
“누구냐. 신분을 밝혀라.”
“시끄러. 닥치고 있어.”
복잡한 심사가 그대로 노출되었고 그가 들고 있던 창은 어느새 내 손에 잡혀있었다.
순식간에 자신이 창을 뺏들고 무자비한 구타를 하자 그의 눈엔 억울함이 서렸다.
마치 왜 나만 때리나 라는 눈빛으로.
난 그의 눈빛을 알아채고 옆에 있던 놈도 같이 두들겼다.
한손에 한 자루씩의 창을 들고 신나게 두들겨 팼다.
어찌나 비명소리가 요란한지 귀가 얼얼할 정도였고 그 소리는 자신들의 동료를 불러 모으는데 막대한 공헌을 했다.
“아악... 악..(살려줘. 누가 이놈 좀 말려줘)”
“으헉. 헉. 악.(나도. 나도 살려줘)”
한 5분여를 두들기자 잘 다져진 고기처럼 그들의 몸을 흐물거렸다.
아마도 온몸의 뼈가 으스러졌을 것이다.
원래는 그럴 생각이 아니었는데 때리다 보니 재미가 들어서...(미안)
어느새 진영을 갖추고 날 포위한 여진군은 일각이 트이면서 한명의 장수가 나왔다.
“네놈은 누구길래 나의 부하를 구타하느냐.”
“알것 없어.”
“뭐라? 이런 쳐 죽일 놈을 봤나.”
“보고 있잖아.”
“이..이..”
“말을 해. 그러다 숨 넘어갈라.”
그의 모습을 보니 그냥 둬도 죽을 것 같았다.
얼굴은 시뻘개지고 눈은 뒤집혔다.
심장 소리를 들어보니 곧 이승을 하직할 듯이 뛰고 있었다.
다행히도 강심장인지 위험을 모면하고 날 다시 노려봤다.
“우리 군의 복장을 했지만 여진족은 아니군. 말하라. 누군가?”
“이름은 알 것 없고 고구려의 백성이라 하지.”
“너 정도의 인물이 일반 백성일리는 없고 어디 소속이냐?”
“거참 말 많은 놈이네. 그냥 덤벼. 기분도 꿀꿀하니까.”
“이런 썩을 놈. 저놈을 쳐라.”
내가 혼자란걸 의식했는지 고작 5명이 내게 덤벼들었다.
모두가 덤벼도 될까 말까 한데 5명이라니.
난 씨익 웃으며 이미 봉으로 변한 창을 휘둘렀다.
굳이 죽이고 싶지 않다는 생각에 창날을 없앤 것이다.
전방에서 달려오던 5명은 내가 봉을 휘두르자 둘은 멈추고 세명은 뛰어올라 도를 내리쳤다.
전쟁터에선 도를 쓰지 검을 쓰진 않는다.
급하게 배워 요긴하게 써먹을 수 있는 도가 검보다는 유리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갑주라는 방어구는 검으로 베기엔 너무 두꺼워 강력한 도를 이용한 베기는 굳이 갑주를 베지 않아도 충분히 상대에게 타격을 준다.
난 반대 손의 봉을 휘둘러 공중에 떠 있는 놈들을 한방에 날려버렸다.
그리고 몸을 회전 시키며 달려오다 멈춤 놈들에게 봉으로 찌르기를 시전했다.
순식간에 5명의 부하들이 당하자 누하르의 얼굴은 더욱 거칠어 졌다.
그에 따라 그의 목청도 더욱 높아졌고.
“야이 멍청이들아. 동시에 덤비란 말이다. 동시에 덮쳐서라도 저 자식을 잡아.”
그 말이 기폭제가 되었겠지?
그 많은 놈들이 일제히 내가 있는 곳으로 몰려들었다.
오늘은 탄력을 받았나 보네요
되지도 않는 글을 마구잡이로 올리고 있습니다.
하하 제가 정신이 어떻게 된것인지
그냥 그러려니 하고 봐주세요
그럼 이만....
오랜만에 문을 떠나 마을로 물건을 사러 나가는 길이었다.
자주 나가는 것은 아니지만 그리 어려운 길도 아니어서 신지우의 인솔아래 20여명의 수련생들이 움직였다.
수레를 이용해서 물건을 옮길 수 있다면 이정도의 인원이 필요하지 않지만 길이 험하다 보니 자연 사람의 힘으로 옮겨야 하고 그렇다면 많은 인원이 동시에 움직이는게 빨랐다.
장날에 맞춰 나왔으니 필요한 물건을 사고 조금 구경하다가 되돌아오면 되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문제는 거기서 발생 되었다.
여진족이 사람으로 보이는 자들이 마을 사람을 붙잡고 행패를 부리고 있었고 불의를 참지 못하는 신지우는 간단하게 그들을 제압했다.
사람들은 역시 천부문의 무사라며 칭찬을 했지만 신지우에게 당한 놈들은 그곳을 떠나며 두고 보자는 말을 남겼다.
원래 그런 말을 하는 놈치고 제대로 된 놈이 없었건만 이번엔 된통 걸린 것이다.
하필 여진족의 장수인 누하르의 자식인건 신의 장난인가?
현재 누하르는 약해진 고구려를 비웃듯이 장백산 근처를 출몰하며 상당히 골머리를 앓게 만들고 있는 장수였다.
지닌바 실력도 실력이지만 잔인한데다 교활하기까지 해서 자신의 수하를 건드리면 꼭 복수를 하는 스타일이었다.
그것도 말도 안되는 이유를 붙여가며 군대를 움직인 복수를.
그러다 보니 그가 쳐들어간 작은 마을은 약탈은 물론 삶의 터전이 불타는 것을 목격해야 했다.
그런 누하르의 자식을 신진우가 두들겨 팼으니 어찌 편안하게 있겠는가?
현재 고구려가 막강한 힘을 유지하고 있었다면 일어나지도 않을 상황이지만 현실은 냉정했고 겨우 50여명의 제자들과 5천의 병사를 상대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신정후는 이제 삼일 후면 쳐들어올 그들을 대비해 일단 제자들의 대피를 지시하려 했다.
지금은 힘이 없으니 참아야 하고 그렇다면 전력의 손실이 없게 확실히 숨기는 것이 좋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자신의 명예보다 제자의 생명을 중히 여기는 대인의 풍모를 보였다.
이런 저런 얘기를 듣다보니 나도 모르게 살심이 일었다.
갑자기 서늘한 기운에 모두가 몸을 떨었다.
“아. 죄송합니다. 갑자기...”
별것 아닌 일로 군대까지 동원한다는 말에 노기가 솟았고 약탈에 방화란 소릴 들으니 참을 수가 없었다.
“그들이 머물고 있는 군막이 어딘지 알려주시겠습니까?”
“설마... 자네 혼자...”
“괜찮습니다. 그깟 야만인 상대하는데 저 혼자면 충분합니다.”
“아무리 그래도 5천이네. 5천. 혼자서 상대한다는 것은 무릴세.”
“제게 생각이 있습니다. 사람은 의외로 약한 동물이거든요.”
마치 난 사람이 아니란 식으로 말을 했지만 그들은 단지 미쳤다고만 생각하나 보다.
신정후는 여러번 말렸지만 내 고집을 꺾진 못했다.
난 길 안내를 맡은 16대 제자 2명과 함께 길을 떠났다.
그런데 문제는 이 말이란 놈이다.
내가 언제 말을 타봤어야 알지.
고구려에 속해 있는 천부문은 북방 민족답게 기마술도 익혔다.
거기에 마상술을 익혀 말을 타고도 전투가 가능했다.
하지만 난 처음 말을 타는지라 불안해서 가만히 있지를 못했다.
다행히 말은 길이 잘 들어있었고 난 그저 말의 등에서 흔들리는 리듬만 맞추면 되었다.
바쁘게 갈 필요가 없으므로 적당한 속도로 이동했다.
반나절이면 가능하단 말에 출발했지만 나의 기마술에 힘입어 저녁이나 돼서야 도착했다.
“사백님 괜찮으십니까?”
“괜찮아.”
속이 울렁거리고 머리가 어지러웠다.
오랜만에 느껴보는 육체의 혼란이다.
잠시 쉼호흡으로 정신은 물론 육체의 상태도 말끔히 정리했다.
“이제 너희들은 돌아가도록 해라. 가는 길은 잘 외우고 있으니 아무 걱정 말고. 사형껜 내일 저녁에 도착할 것이라 일러라.”
저들은 처리하는데 하루면 된다.
그런데 이놈들은 내 말이 믿기지 않는지 돌아갈 생각을 하지 않았다.
다시금 주의를 주고서야 그들은 문으로 돌아갔다.
싸움을 하는데 특히 난전의 경우 차라리 주위가 모두 적인 경우가 좋다.
무조건 베면 되니까.
닥치는 대로 베다 보면 언젠가는 다 죽겠지.
나의 단순한 생각이지만 지금으로선 최선의 방법이다.
일단 군세를 훑어 봤다.
내 머릿속엔 당연히 이 병법에 대해 들어있었다.
특히 손자병법은 상당한 비중을 차지했다.
변방의 이민족까지 이용할 정도니까.
어짜피 전쟁이란 목적이 있고 그 목적에 목숨을 거는 놈은 대장이다.
물론 부하들까지 목적에 목숨을 거는 경우도 있지만 그것은 극히 드물다.
자신의 대장이 원하는 것을 위해 목숨을 거는 것이 부하이므로.
한 몸이 되어 싸운다는 말은 그런 목적의식이 통일 되었을 경우에나 가능하다.
그런 목적의식을 명분이란 것이 뒷받침 해 준다.
명분은 내가 가진 목적에 당위성을 부여하는 것으로 현대전에선 일단 저질러 놓고 이기면 갖다 붙이지만 이 시대에선 그런 명분이 없으면 군의 통솔이 용이하지 않았다.
그만큼 순순한 사람들이 많기 때문이다.
마지못해서 대장의 명을 따르기는 하나 그 죄책감은 스스로가 지는 것이다.
따라서 명분이 부족한 싸움은 자칫하면 반란이 일어 전쟁도 제대로 못해보고 질 수도 있는 것이다.
지금 누하르의 방식은 그저 고구려는 우리의 적이다란 명분만을 내세우고 있을 것이다.
현재 쌍방이 전투중도 아니고 그저 국경이 맞닿아 있을 뿐이다.
그런 상황에서 자신들의 수하를 풀어 시비를 걸고 그에 응당한 대가를 지불 하겠다란 생각은 정말 야비하고도 치졸한 수법이다.
아마 부하들도 그런 자신의 상관을 그다지 달갑게 여기지 않을 것이다.
어떤 전투든 정보가 많은 쪽이 승리하게 된다.
난 최대한 기척을 죽이며 막사 안으로 스며들었다.
그곳에서 대충 옷 한 벌을 주워 입고 한놈을 납치했다.
아닌 밤중에 홍두께라고 잡혀 온 놈은 영문도 모르고 눈만 껌벅였다.
“내가 묻는 말에 대답해라.”
나도 모르게 이상한 말이 나왔다.
절대 언어가 실행된 것인가?
굳이 여진의 말을 배우지 않아도 내 입에선 술술 나왔다.
“지금 여기에 있는 군의 숫자는 5천 맞나?”
끄덕끄덕.
“너희의 임무는 국경의 경계 맞나?”
끄덕끄덕.
“근처 마을을 약탈하는 것은 누하르 개인의 행동 맞나?”
끄덕끄덕.
“그럼 그에 동조하기 싫어하는 놈들도 있겠지. 맞나?”
이번에도 끄덕인다.
아 놀라워라.
나의 추리는 확실하다 못해 절대적이기까지 하는구만.
스스로 도취되어 생각에 잠겨 있을 때 이놈이 행동이 수상했다.
뭔가 말을 하려고 했는데 소리를 지를것 같진 않았다.
“혹시 감찰사 이십니까?”
“응? 응.”
여진에 감찰사도 있었던가?
그냥 모른 척 넘어가기로 하자.
“안그래도 누하르장군의 횡포는 이제 극에 달했습니다.”
그 병사는 주절주절 잘도 떠들었다.
내가 감찰사라 철저히 믿었는지 있는 비리 없는 비리 다 까발렸다.
아마 내가 내일 이들과 싸우더라도 명분에서 질 이유는 없을 것 같다.
“이만 자러 가거라.”
그는 내게 경례까지 하며 물러갔다.
밤을 이용해 누하르만 암살하고 끝낼 수도 있지만 군대란 것이 그렇게 만만한 곳이 아니다.
대장이 암살을 당하면 수하들이 무슨 짓을 할지 모르기 때문이다.
차라리 밝은 곳에서 당당하게 자신의 대장을 죽이면 승복할 것이라 생각됐다.
내가 아무리 뛰어난 능력이 있더라도 5천의 병사를 모두 죽일 수는 없다.
그리고 내가 살인귀가 아닌 이상 마구잡이로 죽일 수도 없고.
잠시 생각을 해야 했다.
가장 간단한 싸움법은 예전에 써봤던 것이다.
일도양단(一刀兩斷).
아니 일도다단(一刀多斷)인가?
극도의 공포는 사람의 정신을 빼놓는다.
흔히들 혼을 뺀다고들 하지.
자신이 감당할 수 있을 정도면 도망을 가거나 현실에 대한 부정을 할 생각이라도 하지만 그것을 넘어서게 되면 사람은 바보가 되어 버린다.
미치거나 기절하거나 그대로 죽어버리거나.
그때 단 10여명을 베었을 뿐인데도 사람들은 얼어 버렸다.
이곳이 아무리 피가 난무하는 곳이라 해도 병사들의 싸움에서 온 몸이 토막나서 죽는 것을 본 경우는 극히 드물 것이다.
게다가 자신들이 그렇게 토막나는 것은 있을 수 없었겠지.
두터운 갑주로 쌓여 있으니 그저 갑주로 방어가 되지 않는 곳으로 찔러 들어온 칼에나 죽지 그 외에는 갑주의 보호로 살아남을 테니까.
고민 되었다.
본디 난 한번 결정을 하면 번복하지 않는데 요즘 들어서 살인에 대해선 갈등을 느낀다.
그놈이 수련은 생각으로 하는 것이라 늘상 품고 있었더니 어느덧 날 이상한 놈으로 만들기 시작하더니 마침내는 나의 성격에 변화를 주었다.
그중 한가지가 이것이다.
살인에 대한 거부감.
속으로 비웃었다.
눈 하나 깜박하지 않고 잘도 죽이다가 갑자기 성인이 된 것도 아닌데 이렇게나 망설이고 있는 내 자신이 우스웠다.
내게 동정심이 생겼나?
오욕에 대한 것은 별로 없었는데 칠정이 나의 발목을 잡았던가?
그래서 내가 한 단계 더 오를 수 없던 것인가?
확실히 나 보다 약한 상대이니 동정심이 생기는 것은 당연하겠지.
하지만 저들은 다수고 난 혼자다.
걱정은 저들이 해야 하는데 난 저들을 걱정하고 있다.
거꾸로 된 것도 우스운 지경인데 내가 동정심을 느꼈다 생각하니 기가 막혔다.
마음 내키는 대로 살아왔는데 그것이 저지된 것이다.
혼자서 이런 쓸데없는 생각을 하다 보니 어느새 날이 밝았다.
결론은 하나다.
일단 싸우고 보는 것.
기상나팔인지 호각소리가 들렸고 나의 정신도 돌아왔다.
“젠장. 날이 밝았네.”
난 그 복장 그대로 누하르의 진영으로 몸을 날렸다.
단 복면을 두른 채.
“누구냐. 신분을 밝혀라.”
“시끄러. 닥치고 있어.”
복잡한 심사가 그대로 노출되었고 그가 들고 있던 창은 어느새 내 손에 잡혀있었다.
순식간에 자신이 창을 뺏들고 무자비한 구타를 하자 그의 눈엔 억울함이 서렸다.
마치 왜 나만 때리나 라는 눈빛으로.
난 그의 눈빛을 알아채고 옆에 있던 놈도 같이 두들겼다.
한손에 한 자루씩의 창을 들고 신나게 두들겨 팼다.
어찌나 비명소리가 요란한지 귀가 얼얼할 정도였고 그 소리는 자신들의 동료를 불러 모으는데 막대한 공헌을 했다.
“아악... 악..(살려줘. 누가 이놈 좀 말려줘)”
“으헉. 헉. 악.(나도. 나도 살려줘)”
한 5분여를 두들기자 잘 다져진 고기처럼 그들의 몸을 흐물거렸다.
아마도 온몸의 뼈가 으스러졌을 것이다.
원래는 그럴 생각이 아니었는데 때리다 보니 재미가 들어서...(미안)
어느새 진영을 갖추고 날 포위한 여진군은 일각이 트이면서 한명의 장수가 나왔다.
“네놈은 누구길래 나의 부하를 구타하느냐.”
“알것 없어.”
“뭐라? 이런 쳐 죽일 놈을 봤나.”
“보고 있잖아.”
“이..이..”
“말을 해. 그러다 숨 넘어갈라.”
그의 모습을 보니 그냥 둬도 죽을 것 같았다.
얼굴은 시뻘개지고 눈은 뒤집혔다.
심장 소리를 들어보니 곧 이승을 하직할 듯이 뛰고 있었다.
다행히도 강심장인지 위험을 모면하고 날 다시 노려봤다.
“우리 군의 복장을 했지만 여진족은 아니군. 말하라. 누군가?”
“이름은 알 것 없고 고구려의 백성이라 하지.”
“너 정도의 인물이 일반 백성일리는 없고 어디 소속이냐?”
“거참 말 많은 놈이네. 그냥 덤벼. 기분도 꿀꿀하니까.”
“이런 썩을 놈. 저놈을 쳐라.”
내가 혼자란걸 의식했는지 고작 5명이 내게 덤벼들었다.
모두가 덤벼도 될까 말까 한데 5명이라니.
난 씨익 웃으며 이미 봉으로 변한 창을 휘둘렀다.
굳이 죽이고 싶지 않다는 생각에 창날을 없앤 것이다.
전방에서 달려오던 5명은 내가 봉을 휘두르자 둘은 멈추고 세명은 뛰어올라 도를 내리쳤다.
전쟁터에선 도를 쓰지 검을 쓰진 않는다.
급하게 배워 요긴하게 써먹을 수 있는 도가 검보다는 유리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갑주라는 방어구는 검으로 베기엔 너무 두꺼워 강력한 도를 이용한 베기는 굳이 갑주를 베지 않아도 충분히 상대에게 타격을 준다.
난 반대 손의 봉을 휘둘러 공중에 떠 있는 놈들을 한방에 날려버렸다.
그리고 몸을 회전 시키며 달려오다 멈춤 놈들에게 봉으로 찌르기를 시전했다.
순식간에 5명의 부하들이 당하자 누하르의 얼굴은 더욱 거칠어 졌다.
그에 따라 그의 목청도 더욱 높아졌고.
“야이 멍청이들아. 동시에 덤비란 말이다. 동시에 덮쳐서라도 저 자식을 잡아.”
그 말이 기폭제가 되었겠지?
그 많은 놈들이 일제히 내가 있는 곳으로 몰려들었다.
오늘은 탄력을 받았나 보네요
되지도 않는 글을 마구잡이로 올리고 있습니다.
하하 제가 정신이 어떻게 된것인지
그냥 그러려니 하고 봐주세요
그럼 이만....
최고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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