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7부-----------------------------
아니 이게 무슨 소린가?
이곳을 찾아 하루를 소비했건만...
어쩐지 일이 너무 쉽게 풀리나 했더니 이런 일이 생기는군.
“이곳이 문주님께서 절 보신다면 생각이 달라질 것입니다.”
“이보시오. 받지 않는다 하지 않았소.”
정중한 축객령이다.
보아하니 이 근처에는 쉬어 갈 때도 없던데 보통 사람이 걷는다면 반나절은 걸어야 겨우 인가가 보일 정도로 외진 곳인데 물러가라니.
“그러지 말고 문주님께....”
“좋은 말로 할 때 돌아가라 꼬마야.”
세상에 30이 다되어가는 꼬마가 있단 말인가.
하지만 이놈이 수련이 깊어갈수록 피부는 더 탱탱해지고 내력 역시 자연스럽게 안으로 갈무리 되니 같은 급의 경지가 아니면 못 알아보는 것을 어쩐단 말인가.
“나도 최대한 참으며 말하고 있는거야. 아.저.씨.”
“뭣이? 이...익...”
화가 났나?
약간 산도적 같이 생긴 놈이 인상을 쓰니까 좀 흉하게 보이긴 했다.
곧바로 날 공격하려 했지만 옆에 사람이 가볍게 말렸다.
“이보게. 참게. 그리고 자네도 이만하고 돌아가게. 지금은 문중에서 사람을 받지 않는다네. 다음에 찾아오면 받아줄게야.”
사람 좋아 보이는 인상이라 나도 그러고 싶지만 이대로 돌아가면 사문을 찾는 일은 요원하게 되어 버린다.
“저기. 그러지 마시고 장문인이나 조금 직책이 있으신분과 얘기를 하면 안될까요?”
“그건 우리도 어쩔 수 없네. 겨우 문을 지키고 있는 우리가 그분들을 모셔 올 수는 없지.”
조금 전부터 기척을 느끼고 있었지만 굳이 내색을 않길래 모른 척을 했더니 제발로 걸어나왔다.
“흠. 겨우 문이라 생각하다니. 너희들은 정신이 있는게냐.”
“헛. 총관나리.”
“정신이 그러니 이런 일을 당하지.”
“죄송합니다. 총관나리.”
“그런데 저 소협은 누군가?”
아마도 내 허리에 매달려 있는 검을 보곤 그래도 소협이라 칭했을 것이다.
“입관을 하러 왔다는데 안된다고 해도 저리 막무가내로 버팁니다요.”
“혹시 첩자가 아니냐? 네놈의 정체는 무엇이냐?”
졸지에 첩자가 되버린 나.
“저요? 전 제갈천인데요.”
엉뚱한 대답을 하자 그 총관이란 사람이 열을 받은 모양이다.
“뭣이? 저놈을 포박해서 끌고 오너라.”
순간 상황판단을 해야했다.
이대로 잡혀가느냐 아님 그냥 쳐들어가느냐.
아무래도 후자의 경우를 택하게 되면 이곳이 진짜 사문일 경우 낭패를 당한다.
그것도 사문을 공격한 어처구니없는 놈으로.
난 순순히 포승줄을 받았고 그들에게 끌려 연무장 같은 곳으로 이동했다.
마치 죽을죄를 지은 죄인 마냥 취급하는 그들이 괘씸했지만 현재론 이 방법이 아니면 문주를 볼 수 없을 테니 그냥 참기로 했다.
내가 그들에게 묶여 끌려간 연무장에 많은 수의 사람이 몰려있었다.
단체로 어딜 가려는 듯이.
하지만 그것은 나의 잘못된 생각이었고 그들은 문주의 훈시를 듣고 있는 중이었다.
무슨 사건이 있는 듯한데 전후 사정을 모르니 그냥 듣기만 했다.
문주로 보이는 자는 연설이 끝나자 나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그자는 누구냐?”
“문주님. 아마도 첩자가 아닌가 싶습니다.”
“생긴걸로 봐서는 전혀 그렇게 보이지 않는구나.”
“그래도 혹시라는게 있습니다.”
“그래. 소협은 어디의 누굽니까?”
일문의 문주다운 기개가 목소리에서 묻어나왔다.
“전 제갈천이라 합니다. 현재 제 사문을 찾고 있습니다. 혹시 여기가 아닌가 하고 찾아왔습니다만 첩자로 몰리고 있는 중입니다.”
나의 웃는 표정에 너스레 떠는 모습을 본 문주는 껄껄 거리며 웃었다.
아무래도 첩자보다는 그냥 장난끼 있는 소년으로 보였겠지.
“도대체 누구에게 배웠길래 사문의 이름도 모른단 말인가?”
“여기선 말씀 드릴 수 없습니다. 죄송합니다.”
“뭔가 사연이 있는 듯하군. 그럼 자리를 옮겨볼까?”
문주인 신정후는 아무리 살펴보아도 무공을 익힌 흔적이 없건만 분명히 무공을 익혔다고 하니 그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 감을 잡지 못했다.
태양혈이 솟아나 있지 않은 걸 보면 반박귀진의 경지에 들었단 소리지만 아직 나이가 20세도 안되어 보이니 그렇진 않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럼 그냥 조금 익히다 그만둔 상태란 뜻인데 현재 외부에서 활동하는 문중의 인물은 없었으니 더욱 아리송하게 느껴졌다.
일단 나를 자신의 집무실로 데리고 갔다.
“그래 이젠 얘기 해 보겠나?”
“제 얘기 보단 이 검을 보시면 잘 아시리라 믿습니다.”
사실 신정후도 검에 눈이 간 것은 사실이다.
무사인 이상 좋은 무기에 눈이 가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것이니까.
하지만 별 볼일 없는 사람이 가지고 있는 검이라 해봐야 역시 별것 아니라 생각했건만 탁자위에 놓인 검은 꿈에도 그리던 바로 그 검이다.
“아니... 이것은... 청공검. 어찌 자네가 이것을...”
“전 우연한 기회에 이곳 장백산에 놀러왔다가 현몽을 꾸고 한 동굴을 찾았습니다. 그리고 그 안에서 이 검을 만났구요. 그리고 약간의 무공도 얻었는데 마지막 글귀에 이것을 문중에 돌려주라는 글이 적혀있어 이렇게 찾아왔습니다.”
내 얘기를 다 들은 신정후는 감격이 눈물을 흘리려 하고 있었다.
천부문이 생긴지 언 700년.
한반도는 물론 중원에까지 그 힘을 떨치던 문중이었다.
하지만 5대 조사이신 무신이 실종으로 비급과 함께 문주의 상징인 청공검까지 유실되어 버린 것이다.
그후로 그를 찾아 사방을 수소문 해보아도 찾을 수가 없었다.
자신의 15대까지 거의 10대를 찾아도 포기한 물건이 제발로(?) 걸어서 들어오다니.
진정 문중의 영광이었다.
“고맙네. 이런 귀한 것을 찾아주다니. 정말 고맙네.”
끝내 신정후는 눈물을 떨구었다.
조상의 한을 자신이 겨우 풀었으니 어쩌면 당연한 일일지도.
신정후는 천부경의 책자를 살피다 검에 시선을 두었다.
문득 떠오른 한가지 기억 때문이다.
“자네 이 검을 써본적 있나?”
“네. 이 검으로 수련을 했습니다만.”
“그렇군. 이 문제는 좀 심각한데.”
청공검에 자아가 있다는 것은 선조부터 내려오던 사실이다.
맑은 여아의 목소리를 지닌 검.
자신이 주인으로 인정하지 않으면 사용할 수 없는 검이 청공검이다.
천부경의 원리에 따라 10성 이상을 연성한 후에나 검과의 교감을 통해 주인으로 인정을 받고 그 검을 사용하게 되었다.
물론 그냥 소지하는 문제는 상관이 없지만 검이란 무기이지 관상용이 아닌 관계로 검의 인정을 받지 못하고 휘두르면 심맥이 터져 죽음을 면치 못하였다.
“자넨 청공검에 대한 전설을 아는가?”
“대충은 책에서 봤습니다.”
“휴우. 문중의 보물이 돌아왔다고 좋아했더니 꼭 그렇지만은 않군. 이 일을 어찌 처리하면 좋겠는가.”
옆에서 석상처럼 앉아있던 총관이란 사람은 이젠 완전히 돌이 되어버린 듯 했다.
청공검이 주인.
이는 곧 천부문의 문주를 상징했다.
따라서 이 검의 주인인 나는 이곳이 문주가 되는 것이다.
그저 관례에 따라 신씨가 문주가 되는 것이 아니라 문주의 신분을 알리는 장문사령을 들고 나타난 내가 문주의 위를 물려받아야 한다는 소리다.
나도 바보가 아닌 이상 이들이 이런 표정을 짓는 이유를 모를 리 없다.
“문주께서는 걱정을 거두십시오. 전 아직 어린 나이라 문중을 책임지기엔 너무도 미흡합니다. 사정이 있어 제가 이 검을 거두었다고는 하나 문주의 위를 받기에는 많이 모자랍니다. 그러니 계속 문중을 보살펴 주시기 바랍니다.”
“정말 그래도 되겠소?”
“네. 문주님. 다만 절 문하로 받아 주시면 안되겠습니까?”
“하하하. 물론 우리의 문하지요.”
“그럼 하대를 하십시오. 그리고 제가 미천하여 보잘 것 없지만 천부경의 무공을 어느 정도 익혔으니 다른 분들에게 도움이 될 것입니다.”
신정후는 나의 마직막 말에 더욱 놀라운 표정을 지었다.
이미 청공검이 주인이란 말은 10성의 성취를 이루었단 소리고 내가 빈말을 할 사람이 아니라면 12성 대성을 했다는 소리다.
자신도 아직 9성의 경지에서 머물고 있는데 약관의 나이로 12성의 성취라니.
그는 믿지 못한다는 눈으로 날 바라봤다.
“제가 인연이 있었던지 동굴에서 무신님의 의발전인이 되어 가능했던 일입니다.”
말을 마치자 눈앞의 두 사람은 혈색까지 변해 버렸다.
무신의 의발 전인이라.
지금부터 500년 전의 사람과 사제의 연을 맺었다는건 현 무림에서도 배분을 따질 수 없는 위치인 것이다.
내가 말을 실수했음을 깨달은 것은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내게 무릎을 꿇으려는 그들을 기를 일으켜 다시 의자에 앉혔다.
“문주님. 그러시면 제가 대하기 어렵습니다. 그냥 편하게 대해 주십시오.”
“아닙니다. 이는 사문의 일. 아무리 문주라 하나 사조를 배알하는 태도가 아니지요.”
“문주님께서 이러시면 전 이곳을 떠날 수밖에 없습니다. 헤아려 주십시오.”
사실 이곳을 떠난다 해도 갈데도 없다.
최대한 눌러 붙어서 이곳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을 쌓아야 하고 중원에 대한 정보도 수집하여 그곳을 여행할 준비를 해야 한다.
시간도 단축시키고 편하기도 하기에 이곳을 고집할 수밖에 없다.
“사조께선 제가 어찌해 주기를 바라십니까?”
“일반 문하로 대해 주십시오. 아니면 제자로 받아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허허. 사조님을 제 제자로 받는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그건 무신 사조님을 능멸하는 일이기도 합니다.”
그때 돌 같이 굳어 있던 총관이 한마디를 꺼냈다.
“적당히 조절해서 두 분이 사형제를 맺는건 어떻습니까?”
띵 했지만 각자가 한발씩 물러난다면 충분히 가능한 얘기였다.
천부문도 법도가 강하긴 했지만 그래도 존장에 대한 예우가 으뜸이라 그런 면에선 중원보다 합리적이었다.
머리에 피도 안마른 놈에게 머리 허연 사람이 머리를 조아리는 것은 그리 보기 좋은 일이 아니니까.
물론 일국의 왕이라면 달라지지만 너무 격식에 얽매이지 않은 무림이라면 상황이 달라진다.
해서 나와 신정후는 사형제의 연을 맺었다.
“이 검을 제가 지니고 다니면 분명 오해를 살 것이니 따로 보관을 하도록 하겠습니다.”
난 청공검을 공간의 틈에 보내고 정식으로 신정후에게 인사를 올렸다.
“소제 제갈천이 사형께 인사올립니다.”
“허허. 이렇게 기분이 좋을 수가 있나.”
“축하드립니다. 문주님. 호법님.”
원래 천부문에는 호법이란 직책이 없다.
하지만 내 신분을 고려하여 그렇게 합의를 봤고 난 문도들에게 그렇게 소개가 되었다.
천부분에는 현재 15대의 문주를 중심으로 16대, 17대의 제자들이 있고 18대로 올라설 소년들이 수련을 하고 있었다.
16대 제자 중 대제자는 신지우로 신정후의 큰아들이었고 이제자는 신지화로 차녀였다.
그리고 삼제자 장기웅으로 각각 나이가 25, 23, 20살 이었다.
나보다 나이가 모두 적었으니 그나마 다행이랄까?
모두와 인사하며 내 실제 나이가 29세라 하자 모두 의아한 시선으로 바라보았다.
“제가 수련은 낮지만 어찌하다 보니 나이를 먹지 않게 되었습니다.”
좌중은 순간 놀라움으로 넘쳐흘렀다.
그 말이 무엇인지 그들은 알고 있었다.
반로환동.
비록 많은 나이는 아니지만 그래도 나이를 먹지 않는 다는 것은 그것 뿐이다.
신지우는 자신보다 어려보이는 놈이 사백이라고 할 때 욱하는 것이 올라왔지만 나의 경지를 알고는 존경이 눈빛을 보내왔다.
역시 사람은 잘나고 봐야하는가 보다.
게다가 신지화는 마치 예쁜 동생으로 생각하다 나이를 듣자 실망의 빛을 띄었다.
참 웃기는 남매가 아닐 수 없다.
이들과 적당히 담소를 나누며 하루해를 보내었다.
날이 밝자 모두들 수련하는 소리가 들려 나도 연무장으로 나가 보았다.
내가 살던 시대는 이런식으로 수련을 하는 곳이 없었다.
그건 내게 새로운 흥미를 유발했고 그들의 수련법을 자세히 살펴보았다.
오와 열을 맞추어 늘어선 상태에서 기본적인 권각술을 차례대로 펼치는 모습은 장관이었다.
일사 분란한 동작은 때로는 맹호같이 웅장하게 때로는 매같이 날렵하게 이루어졌다.
마치 무협 소설이 한 장면 같은 그들의 동작에 속으로 감탄을 보냈고 나도 모르게 한명 한명의 자세를 고쳐주고 있었다.
이미 나의 존재를 알고 있기에 이들의 교관도 그저 나의 행동을 지켜만 봤다.
난 그렇게 오전의 시간을 수련생들과 지내며 그들의 동작을 손봐주는 것으로 보냈다.
점심을 먹으며 어제의 어수선함과 현재 문주의 얼굴에 어린 그늘을 보고 문주에게 물었다.
“사형. 무슨 문제가 있습니까?”
“아닐세. 이건 사제가 끼어들 문제가 아니네.”
그렇게 말하는데 내가 다시 묻기가 뭣해서 신지우를 쳐다봤다.
나와 눈이 마주쳤지만 그 역시 고개를 숙이고 밥을 먹었다.
답답한 마음이 들었지만 굳이 말을 하려 하지 않기에 나도 밥 먹는데 열중했다.
식후에 차를 마시며 다시 한번 신정후에게 물었다.
“사형. 어려운 일이 있으면 서로 도와야지요. 어서 말씀해보십시오.”
신정후는 침중한 표정으로 날 보더니 다시 고개를 돌렸다.
그때 신지우가 내게 입을 열었다.
“사백님. 제가 말씀드리겠습니다.”
“지우야.”
“아닙니다. 사형. 그래 말해 보거라.”
신정후는 지우가 말하려는 것을 막으려 했지만 내가 재차 강요했다.
아무래도 뭔가 심각한 일이 있는 것 같아 그냥 흘릴 수가 없기 때문이다.
“이것은 얼마 전에 있었던 한 가지 사건으로 인해 일어난 일입니다.”
또 하루에 마구 올리기 시작합니다
결코 좋은 것은 아니지만 제가 미루는 성격은 아니라
시간 될때
생각이 날때
최대한 올리잔 생각입니다
재미 없더라도 용서를....
아니 이게 무슨 소린가?
이곳을 찾아 하루를 소비했건만...
어쩐지 일이 너무 쉽게 풀리나 했더니 이런 일이 생기는군.
“이곳이 문주님께서 절 보신다면 생각이 달라질 것입니다.”
“이보시오. 받지 않는다 하지 않았소.”
정중한 축객령이다.
보아하니 이 근처에는 쉬어 갈 때도 없던데 보통 사람이 걷는다면 반나절은 걸어야 겨우 인가가 보일 정도로 외진 곳인데 물러가라니.
“그러지 말고 문주님께....”
“좋은 말로 할 때 돌아가라 꼬마야.”
세상에 30이 다되어가는 꼬마가 있단 말인가.
하지만 이놈이 수련이 깊어갈수록 피부는 더 탱탱해지고 내력 역시 자연스럽게 안으로 갈무리 되니 같은 급의 경지가 아니면 못 알아보는 것을 어쩐단 말인가.
“나도 최대한 참으며 말하고 있는거야. 아.저.씨.”
“뭣이? 이...익...”
화가 났나?
약간 산도적 같이 생긴 놈이 인상을 쓰니까 좀 흉하게 보이긴 했다.
곧바로 날 공격하려 했지만 옆에 사람이 가볍게 말렸다.
“이보게. 참게. 그리고 자네도 이만하고 돌아가게. 지금은 문중에서 사람을 받지 않는다네. 다음에 찾아오면 받아줄게야.”
사람 좋아 보이는 인상이라 나도 그러고 싶지만 이대로 돌아가면 사문을 찾는 일은 요원하게 되어 버린다.
“저기. 그러지 마시고 장문인이나 조금 직책이 있으신분과 얘기를 하면 안될까요?”
“그건 우리도 어쩔 수 없네. 겨우 문을 지키고 있는 우리가 그분들을 모셔 올 수는 없지.”
조금 전부터 기척을 느끼고 있었지만 굳이 내색을 않길래 모른 척을 했더니 제발로 걸어나왔다.
“흠. 겨우 문이라 생각하다니. 너희들은 정신이 있는게냐.”
“헛. 총관나리.”
“정신이 그러니 이런 일을 당하지.”
“죄송합니다. 총관나리.”
“그런데 저 소협은 누군가?”
아마도 내 허리에 매달려 있는 검을 보곤 그래도 소협이라 칭했을 것이다.
“입관을 하러 왔다는데 안된다고 해도 저리 막무가내로 버팁니다요.”
“혹시 첩자가 아니냐? 네놈의 정체는 무엇이냐?”
졸지에 첩자가 되버린 나.
“저요? 전 제갈천인데요.”
엉뚱한 대답을 하자 그 총관이란 사람이 열을 받은 모양이다.
“뭣이? 저놈을 포박해서 끌고 오너라.”
순간 상황판단을 해야했다.
이대로 잡혀가느냐 아님 그냥 쳐들어가느냐.
아무래도 후자의 경우를 택하게 되면 이곳이 진짜 사문일 경우 낭패를 당한다.
그것도 사문을 공격한 어처구니없는 놈으로.
난 순순히 포승줄을 받았고 그들에게 끌려 연무장 같은 곳으로 이동했다.
마치 죽을죄를 지은 죄인 마냥 취급하는 그들이 괘씸했지만 현재론 이 방법이 아니면 문주를 볼 수 없을 테니 그냥 참기로 했다.
내가 그들에게 묶여 끌려간 연무장에 많은 수의 사람이 몰려있었다.
단체로 어딜 가려는 듯이.
하지만 그것은 나의 잘못된 생각이었고 그들은 문주의 훈시를 듣고 있는 중이었다.
무슨 사건이 있는 듯한데 전후 사정을 모르니 그냥 듣기만 했다.
문주로 보이는 자는 연설이 끝나자 나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그자는 누구냐?”
“문주님. 아마도 첩자가 아닌가 싶습니다.”
“생긴걸로 봐서는 전혀 그렇게 보이지 않는구나.”
“그래도 혹시라는게 있습니다.”
“그래. 소협은 어디의 누굽니까?”
일문의 문주다운 기개가 목소리에서 묻어나왔다.
“전 제갈천이라 합니다. 현재 제 사문을 찾고 있습니다. 혹시 여기가 아닌가 하고 찾아왔습니다만 첩자로 몰리고 있는 중입니다.”
나의 웃는 표정에 너스레 떠는 모습을 본 문주는 껄껄 거리며 웃었다.
아무래도 첩자보다는 그냥 장난끼 있는 소년으로 보였겠지.
“도대체 누구에게 배웠길래 사문의 이름도 모른단 말인가?”
“여기선 말씀 드릴 수 없습니다. 죄송합니다.”
“뭔가 사연이 있는 듯하군. 그럼 자리를 옮겨볼까?”
문주인 신정후는 아무리 살펴보아도 무공을 익힌 흔적이 없건만 분명히 무공을 익혔다고 하니 그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 감을 잡지 못했다.
태양혈이 솟아나 있지 않은 걸 보면 반박귀진의 경지에 들었단 소리지만 아직 나이가 20세도 안되어 보이니 그렇진 않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럼 그냥 조금 익히다 그만둔 상태란 뜻인데 현재 외부에서 활동하는 문중의 인물은 없었으니 더욱 아리송하게 느껴졌다.
일단 나를 자신의 집무실로 데리고 갔다.
“그래 이젠 얘기 해 보겠나?”
“제 얘기 보단 이 검을 보시면 잘 아시리라 믿습니다.”
사실 신정후도 검에 눈이 간 것은 사실이다.
무사인 이상 좋은 무기에 눈이 가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것이니까.
하지만 별 볼일 없는 사람이 가지고 있는 검이라 해봐야 역시 별것 아니라 생각했건만 탁자위에 놓인 검은 꿈에도 그리던 바로 그 검이다.
“아니... 이것은... 청공검. 어찌 자네가 이것을...”
“전 우연한 기회에 이곳 장백산에 놀러왔다가 현몽을 꾸고 한 동굴을 찾았습니다. 그리고 그 안에서 이 검을 만났구요. 그리고 약간의 무공도 얻었는데 마지막 글귀에 이것을 문중에 돌려주라는 글이 적혀있어 이렇게 찾아왔습니다.”
내 얘기를 다 들은 신정후는 감격이 눈물을 흘리려 하고 있었다.
천부문이 생긴지 언 700년.
한반도는 물론 중원에까지 그 힘을 떨치던 문중이었다.
하지만 5대 조사이신 무신이 실종으로 비급과 함께 문주의 상징인 청공검까지 유실되어 버린 것이다.
그후로 그를 찾아 사방을 수소문 해보아도 찾을 수가 없었다.
자신의 15대까지 거의 10대를 찾아도 포기한 물건이 제발로(?) 걸어서 들어오다니.
진정 문중의 영광이었다.
“고맙네. 이런 귀한 것을 찾아주다니. 정말 고맙네.”
끝내 신정후는 눈물을 떨구었다.
조상의 한을 자신이 겨우 풀었으니 어쩌면 당연한 일일지도.
신정후는 천부경의 책자를 살피다 검에 시선을 두었다.
문득 떠오른 한가지 기억 때문이다.
“자네 이 검을 써본적 있나?”
“네. 이 검으로 수련을 했습니다만.”
“그렇군. 이 문제는 좀 심각한데.”
청공검에 자아가 있다는 것은 선조부터 내려오던 사실이다.
맑은 여아의 목소리를 지닌 검.
자신이 주인으로 인정하지 않으면 사용할 수 없는 검이 청공검이다.
천부경의 원리에 따라 10성 이상을 연성한 후에나 검과의 교감을 통해 주인으로 인정을 받고 그 검을 사용하게 되었다.
물론 그냥 소지하는 문제는 상관이 없지만 검이란 무기이지 관상용이 아닌 관계로 검의 인정을 받지 못하고 휘두르면 심맥이 터져 죽음을 면치 못하였다.
“자넨 청공검에 대한 전설을 아는가?”
“대충은 책에서 봤습니다.”
“휴우. 문중의 보물이 돌아왔다고 좋아했더니 꼭 그렇지만은 않군. 이 일을 어찌 처리하면 좋겠는가.”
옆에서 석상처럼 앉아있던 총관이란 사람은 이젠 완전히 돌이 되어버린 듯 했다.
청공검이 주인.
이는 곧 천부문의 문주를 상징했다.
따라서 이 검의 주인인 나는 이곳이 문주가 되는 것이다.
그저 관례에 따라 신씨가 문주가 되는 것이 아니라 문주의 신분을 알리는 장문사령을 들고 나타난 내가 문주의 위를 물려받아야 한다는 소리다.
나도 바보가 아닌 이상 이들이 이런 표정을 짓는 이유를 모를 리 없다.
“문주께서는 걱정을 거두십시오. 전 아직 어린 나이라 문중을 책임지기엔 너무도 미흡합니다. 사정이 있어 제가 이 검을 거두었다고는 하나 문주의 위를 받기에는 많이 모자랍니다. 그러니 계속 문중을 보살펴 주시기 바랍니다.”
“정말 그래도 되겠소?”
“네. 문주님. 다만 절 문하로 받아 주시면 안되겠습니까?”
“하하하. 물론 우리의 문하지요.”
“그럼 하대를 하십시오. 그리고 제가 미천하여 보잘 것 없지만 천부경의 무공을 어느 정도 익혔으니 다른 분들에게 도움이 될 것입니다.”
신정후는 나의 마직막 말에 더욱 놀라운 표정을 지었다.
이미 청공검이 주인이란 말은 10성의 성취를 이루었단 소리고 내가 빈말을 할 사람이 아니라면 12성 대성을 했다는 소리다.
자신도 아직 9성의 경지에서 머물고 있는데 약관의 나이로 12성의 성취라니.
그는 믿지 못한다는 눈으로 날 바라봤다.
“제가 인연이 있었던지 동굴에서 무신님의 의발전인이 되어 가능했던 일입니다.”
말을 마치자 눈앞의 두 사람은 혈색까지 변해 버렸다.
무신의 의발 전인이라.
지금부터 500년 전의 사람과 사제의 연을 맺었다는건 현 무림에서도 배분을 따질 수 없는 위치인 것이다.
내가 말을 실수했음을 깨달은 것은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내게 무릎을 꿇으려는 그들을 기를 일으켜 다시 의자에 앉혔다.
“문주님. 그러시면 제가 대하기 어렵습니다. 그냥 편하게 대해 주십시오.”
“아닙니다. 이는 사문의 일. 아무리 문주라 하나 사조를 배알하는 태도가 아니지요.”
“문주님께서 이러시면 전 이곳을 떠날 수밖에 없습니다. 헤아려 주십시오.”
사실 이곳을 떠난다 해도 갈데도 없다.
최대한 눌러 붙어서 이곳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을 쌓아야 하고 중원에 대한 정보도 수집하여 그곳을 여행할 준비를 해야 한다.
시간도 단축시키고 편하기도 하기에 이곳을 고집할 수밖에 없다.
“사조께선 제가 어찌해 주기를 바라십니까?”
“일반 문하로 대해 주십시오. 아니면 제자로 받아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허허. 사조님을 제 제자로 받는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그건 무신 사조님을 능멸하는 일이기도 합니다.”
그때 돌 같이 굳어 있던 총관이 한마디를 꺼냈다.
“적당히 조절해서 두 분이 사형제를 맺는건 어떻습니까?”
띵 했지만 각자가 한발씩 물러난다면 충분히 가능한 얘기였다.
천부문도 법도가 강하긴 했지만 그래도 존장에 대한 예우가 으뜸이라 그런 면에선 중원보다 합리적이었다.
머리에 피도 안마른 놈에게 머리 허연 사람이 머리를 조아리는 것은 그리 보기 좋은 일이 아니니까.
물론 일국의 왕이라면 달라지지만 너무 격식에 얽매이지 않은 무림이라면 상황이 달라진다.
해서 나와 신정후는 사형제의 연을 맺었다.
“이 검을 제가 지니고 다니면 분명 오해를 살 것이니 따로 보관을 하도록 하겠습니다.”
난 청공검을 공간의 틈에 보내고 정식으로 신정후에게 인사를 올렸다.
“소제 제갈천이 사형께 인사올립니다.”
“허허. 이렇게 기분이 좋을 수가 있나.”
“축하드립니다. 문주님. 호법님.”
원래 천부문에는 호법이란 직책이 없다.
하지만 내 신분을 고려하여 그렇게 합의를 봤고 난 문도들에게 그렇게 소개가 되었다.
천부분에는 현재 15대의 문주를 중심으로 16대, 17대의 제자들이 있고 18대로 올라설 소년들이 수련을 하고 있었다.
16대 제자 중 대제자는 신지우로 신정후의 큰아들이었고 이제자는 신지화로 차녀였다.
그리고 삼제자 장기웅으로 각각 나이가 25, 23, 20살 이었다.
나보다 나이가 모두 적었으니 그나마 다행이랄까?
모두와 인사하며 내 실제 나이가 29세라 하자 모두 의아한 시선으로 바라보았다.
“제가 수련은 낮지만 어찌하다 보니 나이를 먹지 않게 되었습니다.”
좌중은 순간 놀라움으로 넘쳐흘렀다.
그 말이 무엇인지 그들은 알고 있었다.
반로환동.
비록 많은 나이는 아니지만 그래도 나이를 먹지 않는 다는 것은 그것 뿐이다.
신지우는 자신보다 어려보이는 놈이 사백이라고 할 때 욱하는 것이 올라왔지만 나의 경지를 알고는 존경이 눈빛을 보내왔다.
역시 사람은 잘나고 봐야하는가 보다.
게다가 신지화는 마치 예쁜 동생으로 생각하다 나이를 듣자 실망의 빛을 띄었다.
참 웃기는 남매가 아닐 수 없다.
이들과 적당히 담소를 나누며 하루해를 보내었다.
날이 밝자 모두들 수련하는 소리가 들려 나도 연무장으로 나가 보았다.
내가 살던 시대는 이런식으로 수련을 하는 곳이 없었다.
그건 내게 새로운 흥미를 유발했고 그들의 수련법을 자세히 살펴보았다.
오와 열을 맞추어 늘어선 상태에서 기본적인 권각술을 차례대로 펼치는 모습은 장관이었다.
일사 분란한 동작은 때로는 맹호같이 웅장하게 때로는 매같이 날렵하게 이루어졌다.
마치 무협 소설이 한 장면 같은 그들의 동작에 속으로 감탄을 보냈고 나도 모르게 한명 한명의 자세를 고쳐주고 있었다.
이미 나의 존재를 알고 있기에 이들의 교관도 그저 나의 행동을 지켜만 봤다.
난 그렇게 오전의 시간을 수련생들과 지내며 그들의 동작을 손봐주는 것으로 보냈다.
점심을 먹으며 어제의 어수선함과 현재 문주의 얼굴에 어린 그늘을 보고 문주에게 물었다.
“사형. 무슨 문제가 있습니까?”
“아닐세. 이건 사제가 끼어들 문제가 아니네.”
그렇게 말하는데 내가 다시 묻기가 뭣해서 신지우를 쳐다봤다.
나와 눈이 마주쳤지만 그 역시 고개를 숙이고 밥을 먹었다.
답답한 마음이 들었지만 굳이 말을 하려 하지 않기에 나도 밥 먹는데 열중했다.
식후에 차를 마시며 다시 한번 신정후에게 물었다.
“사형. 어려운 일이 있으면 서로 도와야지요. 어서 말씀해보십시오.”
신정후는 침중한 표정으로 날 보더니 다시 고개를 돌렸다.
그때 신지우가 내게 입을 열었다.
“사백님. 제가 말씀드리겠습니다.”
“지우야.”
“아닙니다. 사형. 그래 말해 보거라.”
신정후는 지우가 말하려는 것을 막으려 했지만 내가 재차 강요했다.
아무래도 뭔가 심각한 일이 있는 것 같아 그냥 흘릴 수가 없기 때문이다.
“이것은 얼마 전에 있었던 한 가지 사건으로 인해 일어난 일입니다.”
또 하루에 마구 올리기 시작합니다
결코 좋은 것은 아니지만 제가 미루는 성격은 아니라
시간 될때
생각이 날때
최대한 올리잔 생각입니다
재미 없더라도 용서를....
최고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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