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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8-25 01:05 603회 0건
---------------------------------65부-------------------------------
그들의 시선에선 이미 내가 사라졌고 기척도 느껴지지 않았으니 맘 놓고 말을 했겠지.
하지만 난 그들이 생각하는 오기조원조차도 넘어선 경지라 바로 옆에서 듣는 것처럼 또렷하게 듣고 있었다.
“일단 무림에 소문을 내는 거지. 뭐 잘못되면 우리도 가질 수 없겠지만 대신 큰 적을 하나 없앨 수는 있지. 게다가 현재 너무도 조용한 무림을 한번에 뒤집을 수 있을 정도의 매력이 있잖는가? 청공검이란 신물말야.”
“클클클. 그렇지. 청공검만으로도 웬만한 경지의 인물과는 상대가 가능하지. 검기를 익히지 못해도 검강의 경지에 이른 고수와 겨룰 수 있으니 말야.”
“아무리 고수들의 싸움에서 무기의 우세가 없다고는 하지만 그것을 유일하게 뒤집는 신기가 청공검 아닌가? 그것을 무림에 퍼뜨린다면 아마 꽤나 고생할 걸세. 크큭.”
세 놈이 돌아가며 한마디씩 하는데 골이 지끈 거렸다.
조용히 넘어가려는 사람에게 딴지를 걸어도 분수가 있지.
아예 날 죽이기 위한 공모를 하고 있지 않는가?
듣지 못했다면 몰라도 들은 이상 그대로 둘 수는 없다.
뭐 혼자라면 걱정할 꺼리도 안되지만 내겐 여인들이 둘이나 있기에 그녀들의 안위를 생각해서라도 이번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막아야 한다.
난 은잠술을 펼쳐 그들의 주위로 하나의 진을 만들었다.
특별한 진은 아니지만 순수하게 내 기운으로 이룬것이라 딱히 파훼할 수 없는 것이 특징이다.
매개체가 나의 내력이니 날 쓰러뜨리지 않으면 빠져 나갈 수 없단 말이지.
강기막의 확대판이라 생각하면 이해가 빠르겠다.
“그런데 가다 보니 이상한 소리가 들리더군. 청공검의 존재를 알다니 대단하군 그래.”
“어떻게... 네놈이 사라지는 것을 확인했는데.”
“뭐 별건 아니고 네놈들 이목 속이는거야 쉽지. 그보다 그 계획 말야. 실천이 되면 내가 조금 곤란해 지지 않겠어?”
“크크크. 미친놈. 네놈이 대단하다고 기고만장이군. 우리가 널 상대하지 못해서 그런 꽁수를 생각한 줄 아나보지?”
“글세. 니들이 다 덤벼도 내 상대는 아니니까 별 신경은 안쓰지만 귀찮은건 질색이거든.”
내가 말을 마치자 독군의 육장이 내게로 밀려왔다.
보아하니 자신의 최대 공력으로 장을 발출하나 보다.
그저 조금 검게 보이던 손이 아주 검어져 빛이 반사될 지경이었다.
독마지경에 들기 전이라 빛이 반사되는 모양이다.
순수한 독마의 경지에 들면 손은 다시금 하얘진다.
마치 백옥수를 익힌 듯이 말야.
다만 백옥수가 극성에 다다르면 투명해지지만 독마의 경지는 그저 하얀 손이 상징이다.
일반인이 본다면 알아보지 못하겠지만.
난 양손에 양강지기를 끌어올려 마주쳐 갔다.
내 손은 붉은 색에서 점차 파란색으로 변해갔고 적양의 목소리가 들림과 동시에 독군은 튕겨 나갔다.
“안돼. 그놈은 화령장을 극성으로 익혔어.”
“크악...”
“빌어먹을... 어떻게 저런 무공을...”
“화령장이 뭔지는 모르겠지만 일단은 쓸만하군.”
난 이미 무공의 경계가 없다.
단지 생각이 불을 연상하면 그대로 온 몸의 기운이 불에 가까운 형태로 변하고 그것을 의지로 움직이면 가장 강력한 힘을 내게 되어 있다.
적양이 익힌 적양신공 역시 불의 기운을 가지고 있어 지금 내가 펼친 경지가 모든 양강지기를 이용한 무공의 극이란 사실을 알아챈 것이다.
“오기조원이라니... 그것을 뛰어 넘었잖아.”
“내 평생에 저런 고수를 보게 되다니. 당금 무림에서 상대할 수 있는 사람은 이성(二聖)이나 되야 가능하겠어.”
“뭐 그렇게 넋 놓고 있을 상황이 아닐 텐데?”
난 그들의 잡담 아닌 잡담을 들으며 몸을 움직였다.
독의 극성은 불이지만 불의 극성은 물이다.
빙공의 위력은 아직 실험해 보지 않아 어떤지 모르지만 지금 적양을 상대로 실험해 보려한다.
내 손에는 차가운 기운이 맴돌며 점차 투명하게 변해갔다.
“설마... 빙옥수까지...”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하지? 한 사람이 두가지의 절기를 익히다니...”
적양과 현사는 침음성을 흘리며 분분히 뒤로 물러났다.
둘다 최대의 공력을 운용하며 방어에만 신경쓸 뿐 공격은 생각도 못하고 있었다.
내 손이 스쳐 지나가는 곳은 모두 얼음으로 화하고 있으니 손을 마주 대는 것조차 극도로 피하고 있었다.
난 공격을 하면서도 비아냥 거렸다.
“이봐들. 그렇게 도망만 가면 어쩔 것인가?”
분명 뭔가 말을 하고 싶어 하는 표정인데 나의 공세가 워낙 대단하다 보니 묵묵히 방어만 할 뿐이었다.
아직 내가 검을 뽑아 들지 않았으니 그들에겐 마지막 기회가 남은 셈이다.
찰나의 시간이지만 난 그들에게 틈을 보여 줬고 오랜 무림 생활의 감각인지 그들은 수세에 몰리다가 이젠 공세로 돌아섰다.
날 당황하게 만들 정도는 아니지만 그런대로 재미는 있었다.
그렇게 지루한 육박전이 계속되나 싶었지만 순간 현사가 내 시야에서 사라졌고 적양의 최대절기가 펼쳐졌다.
“적양신수.”
“얍.”
난 양손을 모아 냉기로 온 몸으로 보호하며 적양의 공격보다 현사의 공격을 대비했다.
순간이지만 내 시야에서 벗어났다는 것은 약간의 위험이 있다는 소리다.
적양의 공격은 내가 만든 냉기의 막을 뚫지 못하고 오히려 방탄되어 날아가 버렸지만 여전히 현사는 굉장한 살기만을 뿜으며 내 전신을 노리고 있었다.
“호오. 머리를 잘 쓰는 줄 알았더니 은잠술도 대단하군.”
난 정확히 그가 숨어 있는 곳을 향해 지풍을 날렸고 그와 동시에 그는 검과 하나가 되어 내게 날아왔다.
“죽어랏..”
“일격필살치곤 느리군.”
난 그의 검을 손등으로 쳐내고 멱살을 거머쥐었다.
“자신만만하던 표정으로 다시 한번 시작해 보지.”
그를 바닥으로 팽개치며 비웃음을 날렸다.
“너희들은 정말 너희들의 실력이 대단하다고 생각했나 보지? 그럼에도 독공을 익힌 놈이나 적양신공을 익힌 놈이나 내 진실 된 무공을 알지 못하고 진법에 관심이 있다는 놈은 지금 주위에 무슨 진이 펼쳐져 있는지 파악도 못하잖아. 무림이란 곳이 원래 이렇게 약은 놈들만 있는 것인가?”
내가 내뱉는 말 한마디 한마디에 모두가 놀란 표정이다.
이미 손을 섞어 봤으니 대단하단 생각은 하겠지만 진정한 경지는 알지 못했고 다음에 다시 겨루면 가능성이 있지 않을까란 망상을 품고 있었다.
내가 말을 꺼내자 가장 얼굴이 붉어진 현사는 어벙한 표정으로 날 보고 있었다.
“어떻게... 어떻게 이런...”
“현사. 왜 그래?”
“이건 진이지만 진이 아냐. 전설상의 진도 이런 것은 없어.”
제갈공명의 팔괘진도 돌무덤이 있다.
그 외의 나머지 진들도 뭔가 매개체는 존재하기 마련이다.
따라서 그 매개체를 없애 버린다면 진은 그 존재감을 상실한다.
하지만 내가 펼친 진은 완전 기의 덩어리다.
“기로 진을 펼치다니. 이건 신의 경지야...”
현사는 감탄에서 존경의 눈빛으로 바뀌었다.
그건 적양이나 독군도 마찬가지다.
사실 난 이들을 섭혼술로 묶어 두려고 했지만 그럴 필요를 느끼지 못했다.
이미 마음으로 감읍하며 다가오는 상대에게 굳이 사술이 필요할까?
“이제 나에 대해 잘 알았을 테니 서로간에 불상사는 없었으면 한다.”
그들은 아무런 말도 없이 뚫어지게 나만 쳐다봤다. - 나만 봐~~~ 앙~~~(이런건 싫지만...)
난 진을 거두고 다시 객점으로 발길을 옮겼다.
내가 거의 객점에 다다랐을 무렵 그들도 객점으로 향하고 있었다.
뭐 더 이상 싸울 일은 없을 테니 그냥 무시하고 들어갔다.
새벽이지만 이미 잠이 올 상황도 아니라 간단한 술을 부탁했다.
주인은 잠이 없는지 그 시간에도 눈을 뜨고 있었고 내 부탁을 신속하게 이루어 줬다.
뻘쭘하게 문 앞에 서 있는 그들에게 손짓으로 앉으라 했다.
“이 시간에 달리 할 일은 없으니 같이 한잔 합시다.”
주인은 얼른 잔을 더 들고 왔고 눈앞의 인물이 누군지 잘 알고 있기에 최대한 사근사근한 표정으로 음식을 날랐다.
내가 주는 잔에 술이 채워지자 그들은 단숨에 마셨고 그것은 한병을 다 마시는 동안 계속 되었다.
“그동안 술을 굶었나 보군. 뭘 그렇게 급하게 마시나?”
“혹시 나이가 어떻게 되십니까?”
갑자기 존칭을 써서 이상하긴 했지만 내 주위엔 항상 존칭만 쓰던 놈들 뿐이라 거부감은 없었다.
그것도 나이가 많은 사람이 더 많았으니 당연하게 받아 들였고.
“얼마 안돼. 30정도?”
순간 그들의 인상을 놀람과 괴로움이 동시에 피어 올랐다.
혹시나 내가 반로환동한 고수인줄 안 모양이다.
너무도 자연스런 하대에 그럴 수도 있겠단 생각이 들었지만 내 잘못이 아니니 무시한다.
“왜? 불만이야?”
“그게 아니라. 생각보다 어려서...”
“그러는 니네들은 몇 살인데?”
“60은 다들 넘었습니다만.”
“그래서 불만이야? 엉? 한판 더 하까? 적당히 봐줬으면 그쪽도 그냥 그러려니 하라고.”
자신의 아들뻘인 놈이 너무도 당당하게 하대를 하니 기가 막히겠지만 녹림의 무리들은 실력을 우선으로 생각하다 보니 어느 정도 수긍을 하는 모양이다.
“자자 술이나 마셔. 이렇게 먹는 것은 나도 오랜만이니까.”
“그러지요.”
우린 주거니 받거니 하면서 날이 샐 때까지 열심히 마셨다.
잠이 들었던 지화와 운지는 눈을 뜨자 내가 침상에 없자 날 찾는답시고 내려와서 술에 취해 해롱거리는 날 보곤 어이가 없는지 피식 웃었다.
“천랑. 지금 이게 무슨... 그리고 이분들은 누구예요?”
“주인님. 술 마실거면 저도 부르시지.”
천상의 선녀가 하강했나란 생각이 들 정도로 아름답게 보였다.
아마도 술기운이 너무 강했나 보다.
내가 녹림삼군을 간단히 소개하자 그녀들도 인사를 했다.
나는 물론이고 그녀들조차 자신들의 명호에 별로 놀라지 않는 것을 보고 녹림삼군이 더욱 놀랐지만 사실 알지 못하는 존재를 어려워 한다는게 말이 안되지.
강호는 초출이라 아는게 없는 지화나 인간계로 온 것이 처음인 운지는 그저 그런 사람이구나 할 뿐이었다.
“자자 너희도 한잔 할래?”
“아침부터 무슨 술이예요. 속 버려요.”
“주인님. 전 한잔 할래요.”
운지는 쪼로록 달려와 내 옆에 착 붙어 앉았다.
지화도 이내 내 옆으로 다가와 앉았고 6명은 아침부터 거하게 술판을 벌였다.
“크윽... 이 노인네들 대단한데?”
“그러게요. 아직도 마시고 있네요.”
“내가 한 술 하지. 하하하. 이 정도는 녹림인이면 기본입니다.”
“야. 근데 왜 자꾸 존칭이야. 그냥 말 놔. 안그래도 나이도 많으며서 말야.”
“저 그게...”
이상하게 긴장하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하긴 그렇게 많은 술을 먹었는데도 이들은 전혀 취기가 보이지 않았다.
혹시나 내게 딴 맘을 품었나란 생각이 들어 약간 기를 모아뒀다.
“저희를 받아 주십시오.”
으잉?
이게 무슨 소리야?
다 늙은 사람들이 수하로 들어오다니.
“너희들 미쳤어? 그래도 녹림의 지존이란 작자들이 내 수하가 되겠다고?”
“이미 모두의 의견을 모았습니다. 저희가 가지고 있는 모든 권한을 드리겠습니다. 녹림을 이끌어 주십시오.”
무슨 이런 황당한 일이 있단 말인가?
지금 내게 어디를 감당할 여유가 있어야 말이지.
그놈의 구미호를 찾기도 바쁜데 지저분한 놈들과 어울려야 한다니.
생각만으로도 끔찍하다.
“안돼. 난 지금 바빠.”
“그러지 마시고 다시 한번 생각해 보십시오.”
“바쁘다니까?”
“사람이 한손 보단 두손이 낫다고 했습니다. 녹림의 인원이 얼만지나 아십니까?”
흠 듣고 보니 그렇다.
지금 중국 전토를 돌아 다녀야 할 정도로 바쁘지만 혼자가 아니라 수십명이 동원 된다면 그만큼 시간이 단축 되는 것이다.
“흠흠. 그래 몇 명이나 되는데?”
“십만입니다. 십만이면 관군과 싸워도 대등할 정도입니다.”
허억.
십만이라.
일개 방파가 이 정도로 클 수가 있단 말인가?
난 다시 생각해 봤다.
십만의 인원을 잘만 활용하면 몇 년이 걸릴 일을 일년 만에 해 낼 수도 있다.
귀찮은 것은 질색이지만 몇가지 다짐만 받는다면 구미호를 찾는 일보다 귀찮진 않겠지.
“그런데 말야. 조건이 있어.”
아마 이들은 욕이 목구멍까지 올라올 것이다.
남들은 달라고 지랄인데 이놈은 조건까지 달면서 받겠다니.
“다른건 아니고 내가 귀찮은건 싫어하거든. 그러니까 운영은 니네들이 알아서 하라고.”
말 그대로 얼굴 마담만 하겠단 소리다.
내가 한국에서 조직은 이끌듯이 전체적인 것은 맡겨두고 큰 일만 직접처리 하겠단 소리다.
“그런거라면 문제없습니다. 녹림의 지존만 맡아주신다면 나머진 저희가 알아서 하겠습니다. 다만 대외적으로 밝히는 것만 허용해 주십시오.”
아마도 나의 필요조건과 그들의 필요조건이 지금의 거래를 성사시킬 것이다.
난 세력을 이용한 내 일의 편리함을 그들은 내 실력으로 인한 녹림의 부흥을.
그들은 내게 절을 하며 주군으로 모실 것을 약속했고 난 그들에게 달리 보답할 것이 없어 한단계 높은 무공을 선사했다.
각각이 한계에 부딪혀 풀지 못하고 있을 뿐 충분히 조건은 되기 때문이다.
녹림을 이용한 수색 작전을 구상하며 마지만 한잔을 들이켰다.
오월동주(吳越同舟)지만 이보다 좋은 관계가 있을까?


역시 현장이란 맹점은 컴을 못만지는군요
바로 퇴근하려다 시간이 남아 이렇게 적어봅니다
점점 재미가 사그라 들고 있어 죄송할 따름입니다
그래도 읽어주시는 분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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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v : 10   Point : 9300

가입일 2016-08-11
접속일 2024-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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