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부------------------------------
어쩔 수 없이 이놈을 데리고 다녀야 한단 말인가?
“너 변신 되지?”
“당연하죠.”
“그럼 사람으로 변해라.”
“주인님의 상태를 보니 여자가 좋겠군요.”
약간 빛이 나는 듯하더니 정말 아름다운 여인으로 변했다.
“생각보다 미적 감각이 있네?”
“저희 환수는 인간계로 올 땐 항시 최고의 아름다움을 과시하죠.”
“아마 구미호도 저 못지않는 여인으로 변했을 걸요?”
“근데 그렇게 다니면 불편하지 않을까?”
난 인간의 심리를 안다.
예쁘면 일단 꺾고 보려는 심보.
물론 나도 그렇지만 내 주위엔 예쁜 여인이 많아서 자중하는 편이긴 하지만.
“상관있나요? 주인님이 지켜 주시겠죠.”
이 썩을 년(?)은 뭘 바라는 건지...
“그럼 이름이라도 정하지 그래.”
“전 원래 봉황이란 이름이 있어요.”
“그건 니가 환수 일때 말이고 지금은 인간이잖아.”
“그럼 주인님이 정해줘요. 원래 그런건 주인이 하는 거잖아요.”
원래 이런건가?
봉황에 대한 환상이 깨지려고 하고 있다.
지화는 갑자기 자신보다 아름답게 변해서 내게 농을 걸고 있는 년(?)을 보고 위기감을 느꼈는지 내게 바짝 다가왔다.
아마도 자신이 나의 연인임을 주지시키기 위한 노력일 테지?
“그럼 운지 어때?”
“그런대로 괜찮네요.”
그런대로라.
이 년(?)이 나의 작명 센스를 무시하는 것인가?
아무래도 여기서 이러고 있어봐야 좋을 것 없으니 일단은 해가 떨어지기를 기다렸다.
산세가 좋긴 했지만 어딘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함부로 돌아다닐 수도 없고 머릿속에 떠오른 동정호란 단어가 계속 맴돌았기 때문이기도 하다.
중국에 다녀온 사람은 동정호에 대해 침이 튀도록 칭찬을 했기에 이참에 한번 가보고 싶은 곳이기도 했다.
환수라 그래도 수기(水氣)를 느낄 수 있을 테니 밤이 되면 그곳까지 단숨에 날아가 사람을 만나면서 지리도 익힐 작정이다.
해가 기웃기웃 거리고 있으니 두시간이면 어두워 질 것이다.
운지는 다시 변신을 풀고 나와 지화를 태운 채 어디론가 날아올랐다.
중국이 아무리 넓다고 해도 운지가 세시간을 전력으로 날면 끝에서 끝까지 가고도 남을 만큼이니 동정호까진 그리 오래 걸리지 않을 것이다.
주워들은 풍월에 동정호엔 장강수로십팔채가 있고 사도무림의 으뜸으로 친다고 했다.
나완 상관이 없겠지만 그래도 미리 정보를 안다는 것은 피하든지 상대하든지 빨리 결정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있다는 말이다.
그곳의 채주가 아무리 뛰어나도 지화에겐 안될 것이고 떼거지로 덤빈다면 지화의 패배는 당연할 것이다.
하지만 거기에 운지나 내가 가세를 한다면.
아니 나 혼자만 해도 그곳은 초토화가 되고도 남는다.
이런 저런 생각을 하는데 또 아래로 떨어진다.
날 골탕 먹이기 위한 운지의 전략이겠지.
하지만 내가 누구인가?
인간이 이룰 수 있는 최고의 경지에 올랐는데 등평도수 정도도 못할까?
난 지화를 안고 사뿐히 물 위로 내려섰다.
“운지야. 넌 가끔 네 신세를 잊어버리는 경향이 있는거 같다.”
“호호 설마요. 제가 주인님에게 그럴리가요.”
이상하게도 날 주인으로 모시는 여자는 왜 이런가?
혜선의 경우도 가끔 날 놀리는 말투를 쓰더니 운지까지 이럴줄이야.
내겐 주인으로써의 자질이 없는 것일까?
내 표정이 사뭇 진진해 지자 운지의 얼굴이 찡그려진다.
“주인님. 죄송해요... 제가 그럴려고 한게 아닌데... 흑흑.”
결국 울음을 터뜨린다.
내가 뭘 잘못했냐고.
그냥 내 자신에 대해 생각을 했을 뿐인데 그걸 혼자 오해하고 울다니.
내가 가장 싫어하는 눈물을...
“아냐. 그냥 생각을 좀 하느라. 괜찮아.”
운지는 내 품에 안겨 작게 흐느꼈다.
순간 살기가 느껴졌지만 이내 사그라 들었다.
난 뒷통수에 물방울이 맺히는 것을 느끼며 지화를 돌아보았다.
그녀의 눈에는 당장이라도 떨어질것 같은 물방울이 맺혀있었다.
‘이거 여난이라 해야하나 여복이라 해야하나.’
자신을 두고 다른 여인을 안아주었으니 열이 받아도 단단히 받았겠지.
하지만 상황이 이런데 어쩌겠냐고.
난 운지를 다독여주고 지화를 내 옆으로 끌었다.
지화는 순순히 내게 기대어 왔고 운지는 진정이 되었는지 길을 잡고 걸었다.
‘이게 무슨 고생인지. 앞으로 같이 다니려면 뭔가 방법을 생각해야겠어.’
두 여인의 사이에서 내 행동 하나하나가 불화를 일으킨다면 동행의 의미가 없어진다.
예전의 여인들은 같이 침대에서 뒹굴기까지 했기에 문제가 없었지만 여긴 시대도 다르고 가치관도 다르다.
이런 곳에서 그런 생각을 했다간 어떤 대접을 받을런지...
난 한숨을 쉬며 운지가 발견한 객점으로 발길을 돌렸다.
테이블에 앉아 음식을 주문하고 있는 사이 운지는 주인으로 보이는 사내와 실랑이를 벌이고 있었다.
난 관심이 없어 객점 안의 분위기를 살폈다.
늦은 시간인데도 꽤나 많은 사람이 있었고 분위기가 너무 가라 앉아 있어 불편했다.
물론 처음 객잔으로 들어왔을 때는 분위기가 좋았다.
천상의 미남미녀가 나란히 객점으로 들어왔으니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신비감을 주었겠지.
하지만 어느 곳에서건 건달은 있기 마련이고 그런 그들은 약해보이는 나와 여인들에게 겁을 주며 추태를 보이려 했다.
안그래도 기분이 나빠 있었던 지화는 다짜고짜 그들에게 주먹을 날렸고 5명이나 되던 건달들은 무공은 익히지 않았었는지 거의 걸레가 되다 시피해서 객점을 빠져나갔다.
운지를 한번 안았을 뿐인데 이 정도의 반응을 보인다면 키스라도 했으면...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오기조원의 경지라는게 고스톱쳐서 따듯이 쉬운거면 말도 안한다.
지금 무림에도 각파의 수장 정도 되야 이룰까 말까한 경지인데 그런 실력으로 시정잡배를 두들기다니 평소라면 절대 일어나지 않을 일이다.
그저 조금 겁을 주어 쫓았겠지.
그렇게 푸닥거리를 하고 자리에 앉자 좌중의 인물들은 모두 표정이 어두워졌다.
뭔가를 두려워하듯이 말이다.
곧이어 음식이 나왔고 음식을 먹는둥 마는둥 하더니 운지가 자리에서 일어나 저렇게 주인장과 설전을 벌이는 것이다.
듣고 싶지 않다고 들리는 것을 안 들을 수는 없다.
“이봐. 무조건 방은 하나뿐이야 알겠어?”
“손님. 저희는 방이 많은뎁쇼.”
“귓구멍에 뭐가 박혀서 잘 안들리나 본데 내가 한말이 무슨 뜻인지 몰라?”
아마도 주인장도 뒷통수에 물방울이 맺혔을 것이다.
남자도 아니고 여자가 이런 말을 서슴없이 하다니.
지화도 음식을 먹으며 표정이 조금씩 변해갔다.
운지의 말인 즉슨 우리와 함께 자겠다는 소린데 부부가 자는 방에 객이 침범을 하겠다는데 좋아할 여인이 있을까?
그것도 자신보다 예쁜 여자가 그런 말을 한다면 말야.
지화의 젓가락질은 점점 거칠어지더니 결국 접시를 깨고야 말았다.
그와 동시에 일련의 무리들이 객점의 문을 열고 들어왔고.
사람들의 표정이 어두워진 것은 아마도 저들의 등장을 두려워 했던가 보다.
그들의 문을 열고 들어오자 음식을 먹던 사람들이 하나둘 밖으로 사라져 갔다.
“이봐 그만하고 이리와.”
“아이. 주인님도 허락하시는 거예요?”
철이 없는 것인지 아님 생각이 없는 것인지 상황이 이렇게 파악이 안되나?
“분위기가 안좋으니까 그냥 얌전히 있어.”
“저놈들 때문인가요? 별로 강해 보이지 않는데.”
이 말을 들은 그들은 움찔하며 나와 여자들을 둘러 보았다.
그들도 나름대로 판단을 하고 있겠지.
전혀 무공을 익힌것 같지 않은 세명.
거의 20명에 다다르는 그들의 인원.
그들의 단순한 머리는 너무도 단순한 결론을 내렸다.
3:20
숫자로 보나 풍기는 느낌으로 보나 자신들의 승리로 단정을 한 것이다.
너무 삼류 소설적인 분위기.
“네 놈이 우리 애들을 괴롭혔냐?”
딱 맞는 대사도 흘러나온다.
“내가 아니고 내 부인이 그랬다만.”
“사내 자식이 부끄러운지 알아야지. 여자에게 전가하다니...”
“사실대로 말했을 뿐이야. 그런데 무슨 일이지?”
“보아하니 아직 상황 판단을 못한 모양인데 우린 이곳을 관할하는 장강수로십팔채의 사람들이다. 우리를 건들였으니 응당한 댓가를 치러야지.”
“건들인 것은 그쪽이 먼저였는데?”
“이곳의 법은 우리야. 생긴게 반반한 것을 보니 여자 꽤나 울렸겠어. 뭐 살고 싶다면 이대로 물러가도 별 말은 안겠다.”
목적은 단순히 여자들 때문이라.
정말 단순하게 사는 놈들 같다.
“그래? 그럼 난 가도 된단 말이지?”
“주인님. 연약한 여인을 두고 어딜 간단 말이예요.”
운지의 장난스런 말에 지화도 눈웃음을 치며 댓구했다.
“맞아도. 서방님. 어찌 연약한 여인만 두고 가신단 말이예요.”
이런 경우엔 여자들도 잘 뭉치나 보다.
한명을 데리고 놀 수 있는 상황이 오면 말이다.
“상황이 이런데 내가 그냥 갈 수는 없겠는데?”
“미친놈. 그냥 갔으면 곱게 보내 줄 수도 있는데 말야. 매를 맞겠다는데 무시할 순 없지.”
사내의 말이 끝나자 세명이 칼을 뽑아들고 달려들었다.
난 순간이동술을 발휘하여 그들의 칼을 회수하고 다시 자리에 앉았다.
자신들의 칼이 없어진 것도 모르고 끝까지 휘두르는 자세를 유지했다.
“어?”
“언제...”
잠시 보여준 신위에 놀라는 놈이 있는가 하면 사술이라 우기는 놈들도 있었다.
어딜가나 실력이 딸리는 놈들은 자신의 실력만 믿지 남을 알아주지 않기 마련이다.
“이봐. 그만하지. 이정도면 내 실력을 알았을 테니까.”
“거...건방진 자식... 얘들아 모조리 덤벼.”
자신도 칼을 뽑아 들고 내게 달려들었다.
아무리 많은 수가 덤벼도 한번에 공격해 오는 인원은 한계가 있는 법이다.
난 제자리에서 회전을 하며 그들의 칼을 튕겨내고 손목을 부러뜨렸다.
회전하며 이동했기에 쉽게 접근하지 못했고 내게 접근했던 놈들은 손목이 부러지니 당황했는지 더 이상 공격을 하진 않았다.
다만 그중에 몇놈이 재빨리 여자들을 공격했지만 말안해도 알겠지만 내게 당한거 보다 더욱 처참하게 바닥에 널부러져 있었다.
“어머. 어딜. 연약한 여자에게 칼을 들이대다니...”
“그러게. 지저분하게 생겨가지고... 저리가...”
말과는 다르게 그녀들에게 당한 사람은 형체를 알아보기도 힘들었다.
특히 얼굴은 얼마나 맞았는지 모양이 바뀐듯한 착각이 들 정도였다.
“이익... 두고보자.”
그 말을 끝으로 그들은 돌아갔다.
뭐 두고보잔 놈들이 겁나는건 아니지만 오자마자 사고를 쳤으니 여기서 오래 머무는 것은 생각해 볼 일이다.
우리의 싸움이 끝나고 방으로 가려하자 주인은 최대한 공손하게 안내를 자청했다.
백면서생의 모습을 보이는 내가 그런 고수였을 줄 몰랐던게지.
하지만 주인은 그 와중에도 운지의 말이 생각났는지 제일 큰 방으로 세명을 밀어넣었다.
“어이 주인장. 방하나 더 없어?”
“없는뎁쇼.”
“맞을래?”
“진자 없습니다요.”
주인장의 눈빛이 비굴해 졌다.
아마 내 뒤에서 눈을 부라리는 운지 때문이리라.
주인장의 눈에서 운지의 얼굴이 비쳐졌으니 말야.
조금 전의 싸움에서 내 성격을 파악했을 테니 자신이 살려면 운지의 말을 들어야 한다는 직감이 오랜 경험으로 느껴졌겠지.
난 지화의 얼굴을 한번 보고 방으로 들어갔다.
의외로 지화가 화를 내지 않고 웃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 여자들이 무슨 꿍꿍인지...’
난 먼저 들어가서 의자에 앉아 차를 한잔 마셨다.
목욕물을 준비한다고 내려간 주인이 올라올 때까지 딱히 할 일도 없기 때문이다.
지화는 운지와 갑자기 친해진 것 같더니 이젠 저들끼리 맞장구까지 치며 대화를 나누었다.
좋은 현상이긴 하지만 뭔가 찝찝함이 느껴졌다.
아무렴 내가 수간을 할까?
주인은 굉장한 속도로 물을 날랐고 이내 욕조엔 물이 가득히 찼다.
“서방님 먼저 씻으세요. 저흰 나중에 씻을께요.”
“그래? 그러지.”
난 옷을 벗고 탕안으로 들어갔다.
역시 따뜻한 물에 몸을 담구는 시간이 가장 좋다.
피로가 쌓이진 않지만 그저 느낌이 마음을 편하게 했다.
내가 탕에서 잠시 편안함을 느끼는 사이 지화가 옷을 벗고 탕으로 들어왔다.
나완 부부니까 스스럼 없는건 당연하지만 이렇게 하기가 쉽지는 않았을 텐데.
난 지화를 끌어당겨 그녀의 유방을 만지며 부드러움을 만끽했다.
하지만 다시 한번 커튼이 열리며 운지의 벗은 몸이 보이자 얼른 손을 떼었다.
“어머. 주인님 부끄러워 하시는 거예요?”
이 황당한 환수를 누가 어떻게 좀 해줘요...
아웅... 오래 걸렸네요.
일이 갑자기 많아져서...
게다가 낼 부터는 또 현장을 나가야 하네요
가끔이지만 올리고 싶었는데...
다들 건강하시구요 하시는 모든 일에 축복이 있기를...
어쩔 수 없이 이놈을 데리고 다녀야 한단 말인가?
“너 변신 되지?”
“당연하죠.”
“그럼 사람으로 변해라.”
“주인님의 상태를 보니 여자가 좋겠군요.”
약간 빛이 나는 듯하더니 정말 아름다운 여인으로 변했다.
“생각보다 미적 감각이 있네?”
“저희 환수는 인간계로 올 땐 항시 최고의 아름다움을 과시하죠.”
“아마 구미호도 저 못지않는 여인으로 변했을 걸요?”
“근데 그렇게 다니면 불편하지 않을까?”
난 인간의 심리를 안다.
예쁘면 일단 꺾고 보려는 심보.
물론 나도 그렇지만 내 주위엔 예쁜 여인이 많아서 자중하는 편이긴 하지만.
“상관있나요? 주인님이 지켜 주시겠죠.”
이 썩을 년(?)은 뭘 바라는 건지...
“그럼 이름이라도 정하지 그래.”
“전 원래 봉황이란 이름이 있어요.”
“그건 니가 환수 일때 말이고 지금은 인간이잖아.”
“그럼 주인님이 정해줘요. 원래 그런건 주인이 하는 거잖아요.”
원래 이런건가?
봉황에 대한 환상이 깨지려고 하고 있다.
지화는 갑자기 자신보다 아름답게 변해서 내게 농을 걸고 있는 년(?)을 보고 위기감을 느꼈는지 내게 바짝 다가왔다.
아마도 자신이 나의 연인임을 주지시키기 위한 노력일 테지?
“그럼 운지 어때?”
“그런대로 괜찮네요.”
그런대로라.
이 년(?)이 나의 작명 센스를 무시하는 것인가?
아무래도 여기서 이러고 있어봐야 좋을 것 없으니 일단은 해가 떨어지기를 기다렸다.
산세가 좋긴 했지만 어딘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함부로 돌아다닐 수도 없고 머릿속에 떠오른 동정호란 단어가 계속 맴돌았기 때문이기도 하다.
중국에 다녀온 사람은 동정호에 대해 침이 튀도록 칭찬을 했기에 이참에 한번 가보고 싶은 곳이기도 했다.
환수라 그래도 수기(水氣)를 느낄 수 있을 테니 밤이 되면 그곳까지 단숨에 날아가 사람을 만나면서 지리도 익힐 작정이다.
해가 기웃기웃 거리고 있으니 두시간이면 어두워 질 것이다.
운지는 다시 변신을 풀고 나와 지화를 태운 채 어디론가 날아올랐다.
중국이 아무리 넓다고 해도 운지가 세시간을 전력으로 날면 끝에서 끝까지 가고도 남을 만큼이니 동정호까진 그리 오래 걸리지 않을 것이다.
주워들은 풍월에 동정호엔 장강수로십팔채가 있고 사도무림의 으뜸으로 친다고 했다.
나완 상관이 없겠지만 그래도 미리 정보를 안다는 것은 피하든지 상대하든지 빨리 결정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있다는 말이다.
그곳의 채주가 아무리 뛰어나도 지화에겐 안될 것이고 떼거지로 덤빈다면 지화의 패배는 당연할 것이다.
하지만 거기에 운지나 내가 가세를 한다면.
아니 나 혼자만 해도 그곳은 초토화가 되고도 남는다.
이런 저런 생각을 하는데 또 아래로 떨어진다.
날 골탕 먹이기 위한 운지의 전략이겠지.
하지만 내가 누구인가?
인간이 이룰 수 있는 최고의 경지에 올랐는데 등평도수 정도도 못할까?
난 지화를 안고 사뿐히 물 위로 내려섰다.
“운지야. 넌 가끔 네 신세를 잊어버리는 경향이 있는거 같다.”
“호호 설마요. 제가 주인님에게 그럴리가요.”
이상하게도 날 주인으로 모시는 여자는 왜 이런가?
혜선의 경우도 가끔 날 놀리는 말투를 쓰더니 운지까지 이럴줄이야.
내겐 주인으로써의 자질이 없는 것일까?
내 표정이 사뭇 진진해 지자 운지의 얼굴이 찡그려진다.
“주인님. 죄송해요... 제가 그럴려고 한게 아닌데... 흑흑.”
결국 울음을 터뜨린다.
내가 뭘 잘못했냐고.
그냥 내 자신에 대해 생각을 했을 뿐인데 그걸 혼자 오해하고 울다니.
내가 가장 싫어하는 눈물을...
“아냐. 그냥 생각을 좀 하느라. 괜찮아.”
운지는 내 품에 안겨 작게 흐느꼈다.
순간 살기가 느껴졌지만 이내 사그라 들었다.
난 뒷통수에 물방울이 맺히는 것을 느끼며 지화를 돌아보았다.
그녀의 눈에는 당장이라도 떨어질것 같은 물방울이 맺혀있었다.
‘이거 여난이라 해야하나 여복이라 해야하나.’
자신을 두고 다른 여인을 안아주었으니 열이 받아도 단단히 받았겠지.
하지만 상황이 이런데 어쩌겠냐고.
난 운지를 다독여주고 지화를 내 옆으로 끌었다.
지화는 순순히 내게 기대어 왔고 운지는 진정이 되었는지 길을 잡고 걸었다.
‘이게 무슨 고생인지. 앞으로 같이 다니려면 뭔가 방법을 생각해야겠어.’
두 여인의 사이에서 내 행동 하나하나가 불화를 일으킨다면 동행의 의미가 없어진다.
예전의 여인들은 같이 침대에서 뒹굴기까지 했기에 문제가 없었지만 여긴 시대도 다르고 가치관도 다르다.
이런 곳에서 그런 생각을 했다간 어떤 대접을 받을런지...
난 한숨을 쉬며 운지가 발견한 객점으로 발길을 돌렸다.
테이블에 앉아 음식을 주문하고 있는 사이 운지는 주인으로 보이는 사내와 실랑이를 벌이고 있었다.
난 관심이 없어 객점 안의 분위기를 살폈다.
늦은 시간인데도 꽤나 많은 사람이 있었고 분위기가 너무 가라 앉아 있어 불편했다.
물론 처음 객잔으로 들어왔을 때는 분위기가 좋았다.
천상의 미남미녀가 나란히 객점으로 들어왔으니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신비감을 주었겠지.
하지만 어느 곳에서건 건달은 있기 마련이고 그런 그들은 약해보이는 나와 여인들에게 겁을 주며 추태를 보이려 했다.
안그래도 기분이 나빠 있었던 지화는 다짜고짜 그들에게 주먹을 날렸고 5명이나 되던 건달들은 무공은 익히지 않았었는지 거의 걸레가 되다 시피해서 객점을 빠져나갔다.
운지를 한번 안았을 뿐인데 이 정도의 반응을 보인다면 키스라도 했으면...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오기조원의 경지라는게 고스톱쳐서 따듯이 쉬운거면 말도 안한다.
지금 무림에도 각파의 수장 정도 되야 이룰까 말까한 경지인데 그런 실력으로 시정잡배를 두들기다니 평소라면 절대 일어나지 않을 일이다.
그저 조금 겁을 주어 쫓았겠지.
그렇게 푸닥거리를 하고 자리에 앉자 좌중의 인물들은 모두 표정이 어두워졌다.
뭔가를 두려워하듯이 말이다.
곧이어 음식이 나왔고 음식을 먹는둥 마는둥 하더니 운지가 자리에서 일어나 저렇게 주인장과 설전을 벌이는 것이다.
듣고 싶지 않다고 들리는 것을 안 들을 수는 없다.
“이봐. 무조건 방은 하나뿐이야 알겠어?”
“손님. 저희는 방이 많은뎁쇼.”
“귓구멍에 뭐가 박혀서 잘 안들리나 본데 내가 한말이 무슨 뜻인지 몰라?”
아마도 주인장도 뒷통수에 물방울이 맺혔을 것이다.
남자도 아니고 여자가 이런 말을 서슴없이 하다니.
지화도 음식을 먹으며 표정이 조금씩 변해갔다.
운지의 말인 즉슨 우리와 함께 자겠다는 소린데 부부가 자는 방에 객이 침범을 하겠다는데 좋아할 여인이 있을까?
그것도 자신보다 예쁜 여자가 그런 말을 한다면 말야.
지화의 젓가락질은 점점 거칠어지더니 결국 접시를 깨고야 말았다.
그와 동시에 일련의 무리들이 객점의 문을 열고 들어왔고.
사람들의 표정이 어두워진 것은 아마도 저들의 등장을 두려워 했던가 보다.
그들의 문을 열고 들어오자 음식을 먹던 사람들이 하나둘 밖으로 사라져 갔다.
“이봐 그만하고 이리와.”
“아이. 주인님도 허락하시는 거예요?”
철이 없는 것인지 아님 생각이 없는 것인지 상황이 이렇게 파악이 안되나?
“분위기가 안좋으니까 그냥 얌전히 있어.”
“저놈들 때문인가요? 별로 강해 보이지 않는데.”
이 말을 들은 그들은 움찔하며 나와 여자들을 둘러 보았다.
그들도 나름대로 판단을 하고 있겠지.
전혀 무공을 익힌것 같지 않은 세명.
거의 20명에 다다르는 그들의 인원.
그들의 단순한 머리는 너무도 단순한 결론을 내렸다.
3:20
숫자로 보나 풍기는 느낌으로 보나 자신들의 승리로 단정을 한 것이다.
너무 삼류 소설적인 분위기.
“네 놈이 우리 애들을 괴롭혔냐?”
딱 맞는 대사도 흘러나온다.
“내가 아니고 내 부인이 그랬다만.”
“사내 자식이 부끄러운지 알아야지. 여자에게 전가하다니...”
“사실대로 말했을 뿐이야. 그런데 무슨 일이지?”
“보아하니 아직 상황 판단을 못한 모양인데 우린 이곳을 관할하는 장강수로십팔채의 사람들이다. 우리를 건들였으니 응당한 댓가를 치러야지.”
“건들인 것은 그쪽이 먼저였는데?”
“이곳의 법은 우리야. 생긴게 반반한 것을 보니 여자 꽤나 울렸겠어. 뭐 살고 싶다면 이대로 물러가도 별 말은 안겠다.”
목적은 단순히 여자들 때문이라.
정말 단순하게 사는 놈들 같다.
“그래? 그럼 난 가도 된단 말이지?”
“주인님. 연약한 여인을 두고 어딜 간단 말이예요.”
운지의 장난스런 말에 지화도 눈웃음을 치며 댓구했다.
“맞아도. 서방님. 어찌 연약한 여인만 두고 가신단 말이예요.”
이런 경우엔 여자들도 잘 뭉치나 보다.
한명을 데리고 놀 수 있는 상황이 오면 말이다.
“상황이 이런데 내가 그냥 갈 수는 없겠는데?”
“미친놈. 그냥 갔으면 곱게 보내 줄 수도 있는데 말야. 매를 맞겠다는데 무시할 순 없지.”
사내의 말이 끝나자 세명이 칼을 뽑아들고 달려들었다.
난 순간이동술을 발휘하여 그들의 칼을 회수하고 다시 자리에 앉았다.
자신들의 칼이 없어진 것도 모르고 끝까지 휘두르는 자세를 유지했다.
“어?”
“언제...”
잠시 보여준 신위에 놀라는 놈이 있는가 하면 사술이라 우기는 놈들도 있었다.
어딜가나 실력이 딸리는 놈들은 자신의 실력만 믿지 남을 알아주지 않기 마련이다.
“이봐. 그만하지. 이정도면 내 실력을 알았을 테니까.”
“거...건방진 자식... 얘들아 모조리 덤벼.”
자신도 칼을 뽑아 들고 내게 달려들었다.
아무리 많은 수가 덤벼도 한번에 공격해 오는 인원은 한계가 있는 법이다.
난 제자리에서 회전을 하며 그들의 칼을 튕겨내고 손목을 부러뜨렸다.
회전하며 이동했기에 쉽게 접근하지 못했고 내게 접근했던 놈들은 손목이 부러지니 당황했는지 더 이상 공격을 하진 않았다.
다만 그중에 몇놈이 재빨리 여자들을 공격했지만 말안해도 알겠지만 내게 당한거 보다 더욱 처참하게 바닥에 널부러져 있었다.
“어머. 어딜. 연약한 여자에게 칼을 들이대다니...”
“그러게. 지저분하게 생겨가지고... 저리가...”
말과는 다르게 그녀들에게 당한 사람은 형체를 알아보기도 힘들었다.
특히 얼굴은 얼마나 맞았는지 모양이 바뀐듯한 착각이 들 정도였다.
“이익... 두고보자.”
그 말을 끝으로 그들은 돌아갔다.
뭐 두고보잔 놈들이 겁나는건 아니지만 오자마자 사고를 쳤으니 여기서 오래 머무는 것은 생각해 볼 일이다.
우리의 싸움이 끝나고 방으로 가려하자 주인은 최대한 공손하게 안내를 자청했다.
백면서생의 모습을 보이는 내가 그런 고수였을 줄 몰랐던게지.
하지만 주인은 그 와중에도 운지의 말이 생각났는지 제일 큰 방으로 세명을 밀어넣었다.
“어이 주인장. 방하나 더 없어?”
“없는뎁쇼.”
“맞을래?”
“진자 없습니다요.”
주인장의 눈빛이 비굴해 졌다.
아마 내 뒤에서 눈을 부라리는 운지 때문이리라.
주인장의 눈에서 운지의 얼굴이 비쳐졌으니 말야.
조금 전의 싸움에서 내 성격을 파악했을 테니 자신이 살려면 운지의 말을 들어야 한다는 직감이 오랜 경험으로 느껴졌겠지.
난 지화의 얼굴을 한번 보고 방으로 들어갔다.
의외로 지화가 화를 내지 않고 웃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 여자들이 무슨 꿍꿍인지...’
난 먼저 들어가서 의자에 앉아 차를 한잔 마셨다.
목욕물을 준비한다고 내려간 주인이 올라올 때까지 딱히 할 일도 없기 때문이다.
지화는 운지와 갑자기 친해진 것 같더니 이젠 저들끼리 맞장구까지 치며 대화를 나누었다.
좋은 현상이긴 하지만 뭔가 찝찝함이 느껴졌다.
아무렴 내가 수간을 할까?
주인은 굉장한 속도로 물을 날랐고 이내 욕조엔 물이 가득히 찼다.
“서방님 먼저 씻으세요. 저흰 나중에 씻을께요.”
“그래? 그러지.”
난 옷을 벗고 탕안으로 들어갔다.
역시 따뜻한 물에 몸을 담구는 시간이 가장 좋다.
피로가 쌓이진 않지만 그저 느낌이 마음을 편하게 했다.
내가 탕에서 잠시 편안함을 느끼는 사이 지화가 옷을 벗고 탕으로 들어왔다.
나완 부부니까 스스럼 없는건 당연하지만 이렇게 하기가 쉽지는 않았을 텐데.
난 지화를 끌어당겨 그녀의 유방을 만지며 부드러움을 만끽했다.
하지만 다시 한번 커튼이 열리며 운지의 벗은 몸이 보이자 얼른 손을 떼었다.
“어머. 주인님 부끄러워 하시는 거예요?”
이 황당한 환수를 누가 어떻게 좀 해줘요...
아웅... 오래 걸렸네요.
일이 갑자기 많아져서...
게다가 낼 부터는 또 현장을 나가야 하네요
가끔이지만 올리고 싶었는데...
다들 건강하시구요 하시는 모든 일에 축복이 있기를...
최고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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