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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8-25 01:05 506회 0건
-------------------------84부---------------------------------
원래 목적인 구미호 잡기는 이상하게 흘러 무림을 쥐고 흔드는 입장이 되고 있다.
내가 전 세계에서 지존이었듯이 여기서도 지존의 자리를 오르려고 하는 것인가?
솔직히 운지조차도 자신의 본분을 잊고 나와 노는 것을 즐기고 있다.
구미호의 위치도 어느 정도 알고 있는 상황에서 바로 잡으러 가는 것이 정상인데도 내가 왜 밍그적 대고 있는지 알 수가 없다.
뭔가 알 수 없는 불안감이라고 할까?
지금 쳐들어가면 다른 문제가 생길 것 같은 느낌이 들어 바로 그곳으로 향하지 못하고 있다.
천마교, 천사교, 무림맹, 금천단, 녹림이 지금의 무림을 움켜쥐고 있다.
그리고 신비한 하나의 방파.
아직은 고요한 무림이지만 언제 어떻게 터질지 모르니 각파의 수장들만 머리를 앓고 있는 것이다.
천마교나 녹림은 나의 지휘아래 그저 평화를 원하고 있다.
건드리지 않으면 사고를 치지 않는 상태.
천사교나 금천단의 발호만 아니면 이대로 구미호나 잡고 돌아가면 좋으련만.
뭐 내가 다시 원래 세계로 갈 수 없다는 것 정도는 알고 있지만 희망이랄까?
아님 여기서 내 명대로 살다가 가는 방법뿐이지.
다시 무림을 주유하는 것으로 생각을 접고 길을 떠나기로 했다.
당가의 병력도 보충시켜 혹시 있을 침입에 대비할 수 있도록 했다.
녹림을 모으고 당가의 경비무사들도 조금 다듬었다.
아마 2급까지만 가더라도 버티기는 될 것이다.
버티기만 하면 천마교든 녹림이든 병력을 보낼 수 있으니까.
최소 3일만 버티면 된다.
그 정도면 지원 병력은 어디서건 차출하여 보낼 수 있다.
당가주에게 신신당부를 하고 위급할땐 언제든지 구원요청을 하라고 했다.
이미 무림맹에서 떨어져 나온 이상 그들과 적대관계라고 볼 수 밖에 없다.
이놈의 무림의 논리는 우리편 아니면 나쁜놈이니까.
중간은 없다.
한편으로 들어가서 행세를 해야만 살아남으니까.
녹림을 중간으로 만들려고 했지만 내가 맺은 천마교가 너무 마도에 치우쳐 중립을 지키기도 힘들고 비록 당가를 끌어들였다고 하지만 그건 당가의 변질로 보는 것이지 녹림이 중도를 지킨다는 뜻으로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아무튼 이놈의 세상을 바꾸지 않으면 그냥 이대로 긴장하며 사는 수 밖에.
내가 변혁을 하려고 해도 주위의 사람이 변하지 않으면 독재로 변할 것이고 그건 또 다른 폐해를 낳게 된다.
그냥 여행이 좋다.
관여하지 않고 세상을 관망하는 시선으로 남들의 생각을 들어보고 그들의 원하는 것은 무엇인지 알아보는 여행.
구미호도 지금 생에서 활동을 할지 아님 다음 생에 나설지 모른다.
꼬리가 활동을 한다고 본체가 움직인다고 보기는 어려우니까.
미랑의 말도 애매모해서 일단 구미호는 접고 놀러 가는 것으로 결정했다.
나의 여인들을 모두 데리고 가고 싶지만 역시 운지만 데리고 가는 것으로 하고 정천과 미랑이 시종으로 붙었다.
무작정 가다보면 또 다른 대륙의 끝에 다다르겠지.
가면서 보고 들은 것을 토대로 세상을 바꿀까 생각도 해봐야지.
내가 가진 힘이 어느 정도인지 세상에 자랑하고 싶기도 하다.
어디까지나 나의 자만일지 몰라도 나 혼자서도 대륙의 1/4은 초토화가 가능하니까.
여행 날짜를 잡고 결혼식의 마지만 축제의 밤을 깊어만 갔다.

출발하려는 마차 앞에는 많은 사람이 도열했다.
당가의 인물들은 물론 하객으로 참석한 많은 사람도 나의 여행에 축복을 빌었다.
그리고 지화 등 나의 여인들도 나의 안녕을 빌었다.
마차가 건물을 빠져나와 관도에 다다를 무렵 전서구가 날아들었다.
보통 녹림에서 일급 처리사항이 있을 때 보내는 것인데 지금 시점에서 이런 것이 날아오다니 현사가 꽤나 급한 볼일이 있나보다.
‘주군. 결혼식은 잘 마치셨는지요. 아직 피로하실 텐데 이런 글을 올려 죄송합니다. 다름 아니라 지금 소림에서 약간의 문제가 일어나고 있다는 첩보입니다. 중들만 사는 곳에서 여인의 사향이 나고 향화객도 거의 여인들로 구성되어 있다고 합니다. 소림이 이런 행동을 하는 것은 아주 은밀하여 현재 알고 있는 곳은 천사교 정도로 파악됩니다. 만약 무림맹의 지시로 이런 일을 한다고 해도 소림의 방장이 그 정도로 허약한 사람이 아닌데 제살을 깎아 먹는 짓을 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현재 정보대에서 계속 탐색을 하고 있지만 특이한 사항이라 주군께 알립니다. 시간이 되시면 한번 들리시는 것도 좋을 듯 싶습니다. 그럼 즐거운 시간 보내십시오. 답변은 보내드린 새의 다리에 묶어주시면 고맙겠습니다.’
이런 젠장 할 노인네를 봤나.
뭔가 장황한 설명을 해 놓고는 결국 나보고 조사를 하라는 소리 아닌가?
신혼인데 그런 일을 하려고?
하마터면 손에 쥐고 있던 새가 저세상으로 갈뻔했다.
일단 답을 적었다.
‘잘 읽었다. 정보대 더 파견하고 살영대에게 일러 살수 두명 지원해 달라고 해. 그리고 내가 조만간 소림사를 방문하도록 하지. 아니 지금 바로 소림으로 간다.’
간단하게 답을 쓰고 마차를 숭산으로 돌렸다.
뭐 적어도 보름은 걸리겠지만 시간이 중요한게 아니니까.
가는 길에 재미난 일이 있었으면 좋겠는데 꼭 그런 일이 벌어질 것 같다.

운지는 마차에 갇혀 지낸지 삼일이 지나자 좀이 쑤시는지 나의 눈치를 봤다.
“안돼. 그냥 가만히 마차에 있어.”
“주인님은 제가 뭐하고 했어요?”
“그럴거 같아서 미리 말하는 거야. 조금만 더 참아.”
“피이. 알았어요. 대신 노래 하나 해 주세요.”
결혼식 때 내가 너무 흥이 나서 그랬는지 지화와 소소를 달랜다고 노래를 한적이 있었다.
그때 모두가 앵콜을 부를 정도로 대단한 박수를 받았지만 맨 정신에 노래를 한다는 것은 어째 느낌이 안 산다.
“그냥 가자. 나중에 해 줄게.”
“주인니~~~임. 그러지 마~~~알~~~고.”
이렇게 칭얼대기 시작하면 한도 끝도 없다.
내가 미치기 일보직전이 되어야 그만 둔다.
그것도 상당히 기분이 나빠져서 내가 주체할 수 없을 정도가 되어서야.
그럴 때는 적당한 희생양이 필요한데 없으면 정천이 거의 내 손에 죽어난다.
난 머리를 짚었다.
칭얼대는 것에 약한 모습을 보인 것이 최대의 실수다.
나의 삭막한 분위기에 누구도 그런 적이 없는데 지화가 살살 눈웃음을 치며 날 달래는 것을 보더니 응용하다가 안되니까 이런 방법을 쓴 것이다.
거기에 걸린 내가 미쳤지.
“알았어.”
운지는 즉각 자세를 바로 하고 경청의 자세를 취했다.
마땅히 생각나는 노래가 없어 그때 부른 노래를 다시 했다.

아침이 오는 소리에 문득 잠에서 깨어
내 품 안에 잠든 너에게 워~~~
너를 사랑해
내가 힘겨울 때마다 너는 항상 내곁에
따스하게 어깰 감싸며 워~~~
너를 사랑해

한소절 한소절이 자신에게 해주는 소리로 듣고 있는지 아주 좋아했다.
특히 너를 사랑해 란 구절에선 눈빛이 변하기도 했다.
어쨌든 부르는 노래에 취하는 관객이 있으며 부르는 사람도 빠져들기 마련.
난 듬뿍 감정을 실어서 불렀다.
노래가 끝난 뒤에도 운지는 노래에 취해 있었다.
그럴 땐 가만히 두는게 상책이다.
난 눈을 감고 잠을 청했다.
물론 자는게 아니라 자는 척을 하는 것이지.
또 해달라고 하면 난감하기에 피하는 것이다.
운지는 조용히 내 옆으로 오더니 내 품에 안겨 왔다.
아직 해가 있으니 덤벼들진 않겠지만 적당히 분위기는 맞춰야지.
난 고개를 숙여 입맞춤을 해주고 꼭 껴안아 주었다.

마차 안의 감미로운 분위기와는 달리 마차 밖은 소란 했다.
미랑이 정천에게 노래를 해 달라고 했지만 그가 아는 노래가 있어야지.
그 때문에 삐친 미랑을 달래느라 정천이 진땀을 빼고 있었다.
그런 난감한 지경에서 정천을 도운 자들이 있으니...
“크하하하. 멈춰라 이놈. 마차를 두고 간다면 목숨만은 살려주마.”
많이 들어보던 대사인데.
아직도 녹림의 눈을 피해 이런 도적질을 하는 놈들이 있던가?
정천은 이때다 싶었는지 다짜고짜 그들을 두들겨 패기 시작했다.
무공은 일취월장해서 웬만한 고수도 정천에겐 상대가 되지 않을 것이다.
그런 그에게 범부나 다름없는 자들이 시비를 걸었으니 어쨌겠는가?
안그래도 짜증이 쌓이고 쌓였을 텐데.
“으악... 살려...”
“아악... 컥... 살...컥...”
살려달라는 말을 하는 놈 위주로 두들겨 패다니.
정말 잔인한 놈이 아닐 수 없다.
말을 못하도록 막아두고 사정없이 패는 것을 보자니 그들이 안되어 보였다.
“그만.”
정천은 내 목소리를 들었을 텐데도 마지막 놈까지 패고서야 멈추었다.
“어쭈. 너 지금 개기는 거냐?”
“아닙니다.”
“그런데 왜 내가 말할 때 안멈추냐.”
“못 들었습니다.”
“지금 나랑 농담 따먹기 하고 싶냐?”
정천의 굳어지는 얼굴을 보며 씨익 웃었다.
이런 식의 협박에 이놈은 아주 약한 모습을 보여 상당히 재밌다.
뭐 말을 잘못 꺼낸 놈들이라 아작을 냈지만 불쌍한 맘에 약간의 적선을 해 주었다.
그리고 다시는 이런 짓을 하지 말라는 훈계도 하고.
이들이 존재하는 한 녹림은 욕을 먹을 수 밖에 없다.

숭산에 오르기 전 객잔에 들렀다.
그간의 노숙과 씻지 못한 것을 한번에 해결하려면 이것보다 좋은게 없다.
주인장은 우리의 모습에서 의구심을 가졌지만 타고 온 마차만 해도 꽤나 비싼 것이라 방과 물을 준비하기 바빴다.
일단 씻고 음식을 먹기로 하고 각자 방으로 들어갔다.
운지는 내가 탕에서 몸을 씻는 것을 확인하고는 자신도 옷을 벗고 들어왔다.
나도 운지가 해 주는 목욕 수발이 좋아서 언제나 바라는 것이고.
주인이 갈아 쓸 물을 나르면서 나와 운지가 나란히 탕에 있는 것을 부러운 눈빛으로 바라보곤 했지만 별 신경은 쓰지 않았다.
어짜피 운지의 몸을 볼 수 없으니까.
그놈도 자신의 일 때문에 왔다갔다하는 것이라 잘못이라 말 할 수도 없다.
다만 이방에 들어오기 위해 물을 나르는 놈들이 가위바위보까지 한다는 것은 나중에야 알게 되었다.
말끔히 씻고 식당으로 내려오자 식당의 사람들은 일제히 우리를 쳐다 봤다.
천상의 선남선녀가 하강한 것인가?
도무지 조금 전 들어간 거지같은 사람이 아니니 놀랄 수 밖에.
게다가 운지와 미랑의 미모는 남자라면 한번은 사귀고 싶은 마음이 생기게 한다.
모두가 침을 질질 흘리며 우리의 자리를 노려봤지만 쉽게 다가오지는 못했다.
이유는 정천이 입고 있는 옷 때문이다.
조금씩이지만 무림에서는 나에 대한 소문이 돌고 있었다.

‘녹림 지존은 지금 여행중이다.’
‘그를 수행하는 자는 녹림의 문양이 새겨진 푸른 무복을 입고 있다.’
‘녹림 지존의 무공은 측정할 수 없을 정도이고 그를 수행하는 자의 무공 역시 깊이를 알 수 없을 지경이다.’
‘그들이 데리고 다니는 두명의 미인은 인세에 찾아보기 힘든 여인들이다.’

이 네가지에 다 걸리는 상황이다보니 이들은 나의 정체를 알고 있고 따라서 쉽게 접근하지도 못하고 있다.
주인장은 아까의 무례함이 맘에 걸리는지 계속해서 나의 눈치를 보고 있었다.
내가 녹림의 지족이기 전에 녹림이 운영하는 객잔과 기루만 해도 무림에 몇 개이던가?
아마 여기도 그런 영향을 받고 있을 것이다.
괜찮다는 표시를 하고 음식을 준비 시켰다.
뭐 시키지도 않은 것이 나오긴 했어도 주인의 정성(?)으로 알고 열심히 먹었다.
음식을 먹으면서 음식점의 한쪽 구석에서 들려오는 얘기가 나의 청력을 자극했다.

“지금 소림으로 향하는 자들이 몇 명인가?”
“현재 5명입니다. 그리고 추가로 10명이 더 올 것입니다.”
“물건은 모두 확보했겠지?”
“네. 총 15명 이상 없이 보낼 것입니다.”
“항상 신중하도록.”

짧은 대화였지만 나의 호기심을 극에 달했다.
뭔가를 소림으로 옮기는데 이렇게 은밀하다는 것인가?
보통의 사람이라면 소란스런 말소리 때문에 못 들었겠지만 내 귀에는 똑똑히 들렸다.
‘물건이라. 그게 뭘까? 현사가 말한 이상한 문제가 있긴 있나 보군.’
난 방으로 올라가기 전에 표시를 해두고 방에서 정보대가 오기를 기다렸다.
“부르셨습니까?”
“어? 대주가 직접 온거야?”
“어느 분의 부름인데 제가 수하를 보내겠습니까?”
“큰일도 아닌데 직접 몸을 빼는 것은 삼가도록.”
“네. 죄송합니다.”
“됐어. 그보다 소림의 문제에 대해서 더 조사한 것 있어? 니가 직접 이 근처를 돌고 있는 것을 보면 생각보다 심각한 문제 인가 보네?”
“현재 소림을 분석해 보며 과거와는 많은 차이가 있습니다. 대표적인 문제가 바로 전에 보고 드린 여자 문제입니다. 절간에 여자가 필요할 일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여자들이 소림으로 들어오고 있습니다. 그것도 아주 은밀하게. 제가 알아낸 정보는 이 밀지를 보시면 알 수 있을 것입니다.”


ps 늦었습니다
계속 왔다갔다 해서요
조금 띄엄띄엄 올라갈 것 같습니다
계속 응원해 주시는 분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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