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7부----------------------------------
진여여는 분위기를 무겁게 끌고 갔다.
난 굳이 그렇게 만들고 싶지 않은데.
여자들만 있는 곳에서 내가 싸움을 하겠어?
그냥 전번 일도 있고 하니 적당히 좋게 지내자는 구실을 만들고 선물로 그들의 무공이나 손 봐줄려고 했는데.
지금처럼 이런 분위기로 가면 괴로운데.
“아마도 힘으로 한다면 저희가 녹림을 이기지 못하겠죠? 다른 정파의 인물들이야 그때 참석을 하지 않았으니 녹림을 모르겠지만 제가 들은 바로는 신도문 정도는 하루만에 없앨 수 있을 정도의 전력이 있다고 하더군요. 사실인가요?”
“뭐 대충은 맞소.”
“그래서 힘으로 우리를 누르겠다는 생각으로 오신건가요?”
“뭔가 오해를...”
“정말 그런 생각으로 오셨다면 여기서 살아나가실 수 없을 거예요.”
“그건 또 무슨 소리요.”
“이 방에는 독향이 뿌려져 있죠. 당신 같은 사람에겐 이런 방법 밖에 없을 것 같아서...”
아까부터 조금 구린내가 나는게 독향이라니.
그런데 내게 독이란 물건이 통하는가?
“문주. 내겐 독이 통하지 않는데.”
“걱정 마세요. 그건 만독불침이라도 걸릴 수밖에 없으니까.”
“내게 어떤 독을 썼는지 모르겠지만 부질 없는 짓이오.”
“호호호. 독성지체가 아니면 피해갈 수 없는 독이지요.”
“웃음소리가 좋군요. 역시 여자는 웃어야 좋네요.”
“대담하시군요. 독에 걸리고도 그런 여유를 가지고 계시다니.”
“아아. 다시 말씀 드리지만 독으론 절 어쩔 수 없어요. 그런데 해독약을 먹었다고 하지만 당신도 독에 중독되었을 텐데 빨리 치료를 하시지요.”
순간 진여여의 안색이 변해 버렸다.
사실 자신은 이곳에 들어오면서 죽음을 각오했을 것이다.
대마두 하나 죽인다 치고 스스로 걸어왔는데 그자는 멀쩡하다고 한다.
게다가 옆의 여인도 별 지장이 없어 보인다.
“나와 운지는 이런 독 따위에 걸리지 않습니다. 그만한 능력이 된다고 보시면 맞구요. 게다가 전 여기에 싸우자고 온 것이 아닙니다. 저번 일도 있고 해서 서로 잘 지내보자는 뜻으로 이렇게 왔는데 너무 박대를 하시는군요.”
“옛부터 정과 마는 한 무리가 될 수 없습니다. 독에 걸리지 않으셨다니 저의 이런 수법도 소용이 없군요. 돌아가세요.”
완벽한 축객령이다.
하지만 내가 살펴본 그녀의 몸 상태는 지금 당장 해독을 하지 않으면 정말 저세상으로 갈지 모르는 상황이다.
말을 하면서도 독을 한쪽으로 몰고 있는지 그녀의 진기가 원활하게 소통되지 못하고 있었다.
“운지. 다른 사람들을 제압해.”
말을 마침과 동시에 운지와 난 몸을 날렸다.
운지는 특유의 화려한 움직임으로 호위를 서던 여자들을 점혈 했고 난 곧바로 진여여에게 달려들어 그녀를 점혈 했다.
“용서 하시오. 일단 해독부터 하고 봅시다.”
방안에 퍼져있는 독은 운지가 흡수해서 정화를 하면 된다.
그보다 진여여를 비롯한 호위들이 문제다.
난 그녀들을 서로의 손을 등에 댄 채로 나란히 앉혀 놓고 맨 앞에 앉은 진여여의 손을 마주 잡았다.
“조금 고통스럽더라도 참길 바라겠소. 운지는 내 뒤에서 독을 정화해줘.”
나의 내력을 이용하여 맨 뒤의 여인부터 독을 끌어와 내 몸속으로 집어 넣는 작업을 했다.
나도 사람인 이상 독이 몸속으로 들어오면 괴롭긴 마찬가지다.
다만 만독불침이라 걸리지 않을 뿐 스스로 받아들인다면 나도 독에 걸린다.
그렇게 몰려드는 독을 운지가 내 몸에서 뽑아내어 정화를 하는 수법을 썼다.
나만 조금 괴로우면 아주 쉽게 독을 정제할 수 있는 것이다.
30분 정도에 걸쳐 모든 독을 정화하고 그녀들의 점혈을 풀어주었다.
“아무튼 이것으로 서로 오해는 없었으면 합니다. 그리고 최소한 신도문에 무슨 일이 생기면 녹림은 신도문을 도울 것을 약속합니다.”
진여여는 멍한 눈으로 아무런 대답을 하지 못했다.
도대체 무림에 퍼진 소문에서 무엇이 진실이란 말인가?
분명 인면수심의 악적이라고 했는데.
지금 그의 행동을 봐서는 자신이 아는 정파의 수장들이라 해도 쉽게 보일 수 없는 모습이다.
진정한 살신성인의 자세를 악당에게서 봤으니 정신적 공황이 오래가나 보다.
“녹림에 일러둘 테니 버림받은 여인 중 기녀들은 녹림에서 책임지고 편하게 지낼 수 있도록 해주겠소. 지금 녹림의 큰 사업 중 하나니까 신도문에서 감당이 안되는 여인들은 그리로 보내도록 하시오. 굳이 몸을 파는 창기가 아니어도 그곳에선 할 일이 많을 것이오.”
난 말을 마치고 밖으로 나왔다.
역시나 모두가 전투준비를 단단히 하고 기다리고 있었다.
자신들의 문주가 어떤 각오를 했는지 미리 알고 있었단 소리지.
‘훗. 생각보다 단결력이 좋군. 서로의 아픔을 보다듬다 보니 생긴 결속력인가?’
“왜 당신만 나오는 거지? 문주님은?”
진여희가 내게 사납게 물었다.
게다가 정천은 거의 포로로 잡힌 듯이 한쪽에 찌그러져 있었다.
“어. 넌 거기서 뭐해. 그리고 문주님은 안전하니까 걱정들 말라고.”
나와 같은 급이면 몰라도 직위도 안되는 것들에게까지 존칭을 하고 싶진 않다.
천마교주의 배분만 해도 난 이미 무림에선 최고 어른의 대접을 받을 수 있는 입장이다.
내 말에 놀랐는지 이들의 수근거림은 쉽사리 수그러들지 않았다.
“야. 정천. 가자고.”
“네? 네 주군.”
“근데 넌 왜 잡힌거야? 아직도 수련이 모자란 모양이군.”
“그게...”
“잉? 중독됐냐? 신도문이 언제부터 사천당가보다 독을 잘 쓰게 된 문파지?”
나의 비아냥거림에 수치를 느끼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발끈하는 여자도 있었다.
원래 신도문의 사람들은 자신들의 무공이 아닌 독을 쓴 것에 수치를 느꼈다면 새로 편입된 여인들은 자신들에겐 전부라 할 수 있는 신도문을 욕하니 화가난 것이다.
“문주도 이상한 독을 쓰고 죽으려고 하더니 여기 있는 사람들도 그런건가?”
이때까지의 어리숙한 웃음과 행동을 버리고 원래의 모습으로 말을 뱉었다.
나의 기도는 보통 사람이 감당할 수준이 아니다.
“난 녹림의 제갈천이다.”
이 한마디면 된다.
내게 거역한다는 것은 죽음을 의미한다.
문주에겐 부드럽게 대하는 것이 좋다면 일반 문도들에겐 약간의 공포심을 주는 것도 좋다.
혹시라도 문주가 내게 좋은 말을 하려는데 반박할지도 모르니까.
나의 중압감으로 모두가 고개를 숙였다.
감히 나의 모습을 제대로 쳐다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난 기세등등했다.
이 정도면 되겠지 싶어서 운지와 정천을 데리고 신도문에서 벗어났다.
마차에서 운지가 의아한 시선으로 날 보았다.
“왜그래?”
“주인님 생각보다 자제력이 좋으시네요.”
“무슨 소리야?”
“처음 진여여를 봤을 때만 해도 실실 거리시더니 일쪽으로 돌아서니까 냉정하게 그것만 처리 하셨잖아요. 쉽지 않았을 텐데...”
“무슨 소리야. 내가 무슨 발정난 개야?”
“차라리 그 정도면 다행이게요. 진여여나 진여희를 보니 아까운 생각이 들던데. 안그래요? 그 탱탱한 가슴하며 굴곡이 확실한 허리. 빵빵한 엉덩이. 딱 주인님이 원하는 모습이잖아요. 아까워서 어떻해요?”
이런.
나의 표정이 나의 의사와는 무관하게 웃었다 실망했다 마구 변하고 있었다.
거기에 재미가 든 운지는 계속 날 놀리는 말만 끄집어 냈다.
“주인님. 다시 마차를 돌릴까요?”
순간 나의 고개는 끄덕이고 있었다.
“아... 아냐. 일단 목적지까지 가야지.”
“호호호. 역시 주인님은 순진한건지 단순한건지.”
더 이상의 말을 듣지 않으려 귀를 닫았다.
같은 말도 오래들으면 짜증이 나니까.
이번에 가는 곳은 운남이다.
무엇이 날 기다리고 있을지 모르지만 여행도 하고 개인적인 일도 보고.
가는 길에 제발 정천이 일급의 고수로 탈바꿈되기를 바란다.
어설프게 포로나 되는 놈이 수하라는건 있을 수 없다.
“야. 지금 어느 정도나 되는지 한번 보자.”
“조금 살살 하시면 안됩니까?”
한 일주일간을 무자비하게 구타를 했다.
실력이 너무 안오르는 그놈의 자질도 문제지만 날이 더워지면서 몰려드는 짜증을 풀데가 없어서 그놈을 구타하는 방법으로 푼 것이다.
뭐 운지의 몸을 탐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지만 더운데서 그것도 마차 안에서 어찌 한단 말인가?
어디 마을에 들어가면 당연히 하는 거지만 이렇게 노상에서 수하도 있는데 내가 그럴 수는 없는 노릇이지.
“자식이 개기는 거야?”
“개기는게 아니라 아무튼 너무 하십니다.”
“너무 하고 말고는 내가 정하는거야. 막아봐.”
“큭.”
“이것도 못 막아?”
“꾸엑. 컥.”
사람을 때려보면 그 재미가 점점 붙기 마련이다.
한 대를 때렸을 때 그 촉감이 좋으면 이어서 계속 날아간다.
그리고 그 재미가 세상 어떤 것보다 즐겁게 느껴지면 새디스트가 된다.
아마 내게 그런 기질이 있나보다.
때리면 때릴수록 속도가 빨라지면서 들려오는 비명을 즐기고 있다.
정천은 그런 나의 행동에 점점 걸레로 변해가고 있었고 한참을 즐기는데 누가 말리기에 정신을 차렸다.
“주인님. 사람을 죽일 생각이세요?”
“엉엉. 운지님 살려주세요. 엉엉.”
‘내가 너무 심했나? 그나저나 이놈을 때리는데 왜 이렇게 재밌지?’
“흠흠. 오늘 수련은 여기까지.”
난 멋쩍어서 마차 안으로 들어갔다.
운지가 밖에 있으니 알아서 수습을 하겠지.
정천은 운지의 부축을 받으며 나무 그늘로 들어갔다.
곁눈으로 보니 내가 만들어 놓고도 심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얼굴색은 그야말로 화려했고 옷은 거의 누더기 수준이었다.
그래도 그 정도에 견디면 앞으로 접전이 벌어지더라도 지 한몸은 지키것지.
스스로 자조를 하며 눈을 감았다.
운지의 날카로운 시선이 느껴져서 도저히 눈을 뜰 수 없었다.
한가론운 점심 나절을 보내고 다시 운남을 향해 출발했다.
운지의 극성에 내가 마차를 운전하는...
저 멀리 숨어서 따라오는 천마대의 웃음소리가 나의 기분을 자극했다.
‘웃는 놈은 죽는다.’
아마도 이들은 이런 나의 모습에 익숙한지 조금은 편해진 모습으로 날 대했다.
처음에는 내가 하는 말을 딱딱하게 듣고 사무적인 태도를 보이던 놈들이 요즘 들어서 나의 다른 모습에 적응이 되어가는지 조금 유들해 졌다.
내가 원래 세계에 있을 때도 부하들에겐 딱딱하게 굴진 않았다.
여긴 무림이라고 하지만 내가 보기엔 똑같아 보였다.
싸움 잘하는 놈이 대장인 것은 불변이니까.
나의 이런 저런 모습에 천마대도 순응했는지 가끔은 농을 던지기도 했다.
운남까지는 아직 멀었지만 특별한 기운은 느껴지지 않았다.
아마도 운남의 밀림지에서 독을 연구하는 그런 놈들이 있을 텐데.
당가의 독과는 또 다른 독을 가지고 자신들 만의 세력을 구축한 문파가 있다.
만독문.
이름은 거창한데 아직 한번도 당가에게 독으로 이겨본 적이 없는 어쩌면 덜떨어진 그런 놈들이 모여 있는 곳이다.
자신들이 말하는 독성지체는 단 한번도 완성하지 못하고 무림이 어수선 할 때만 나와서 자신들의 독을 실험해 보고는 사라지곤 했다.
녹림삼군 중에서 독군이 조금 안면이 있어 내가 가면 아마도 버선발로 튀어나올 것이다.
아무리 밀림에서 독자적으로 논다고 하지만 무림의 정세를 모르면 하루아침에 멸망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는 놈들이니 당연하겠지.
아직 하루거리가 남았으니 이들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 궁금했다.
저번에 정천을 구타한 이후로 정천의 수련을 오로지 말로만 하는 지경이라 온몸이 근질 거렸다.
혹시라도 만독문의 놈들이 훽가닥해서 날 건드리면 아주 좋겠는데 말야.
그전에 천마대가 정리를 하겠지만 건드려 주기만 기대하면 혼자 킥킥거렸다.
나의 이런 행동은 정천에게 심적인 타격을 주었는지 갑자기 덜덜 떨더니 입에 거품을 물었다.
내가 이상한 행동을 할 때면 자신이 고생할 건수가 생긴다는 것을 안 것이다.
운지에게 한바탕 잔소리를 듣고 원래의 근엄한 표정으로 돌아왔다.
그제야 안정이 되는지 정천은 자신이 할 수 있는 최대의 능력으로 마차를 몰았다.
어서 마을로 들어가야 지금의 불안감을 떨쳐버릴 수 있다는 듯이.
운남엔 항구도 있어서 꽤나 번화한 곳이다.
과거엔 일양지로 이름을 떨친 곳이기도 한 천룡사가 있고 사람들도 기후의 덕분인지 모두가 선한 인상을 하고 있었다.
역시나 구미호의 기운이 느껴졌지만 실체가 있는 곳은 아니었다.
꼬리가 내는 기운은 뭔가가 하나 빠진 느낌이라 어렵지 않게 알 수 있었다.
처음엔 꼬리라도 짜를까 생각했지만 굳이 구미호를 자극하여 더 깊은 곳으로 숨게할 필요는 없기에 두고 보는 것이다.
9개가 있으니까 앞으로 5개 정도만 확인하면 실체의 위치도 대충 나오겠지.
마차를 맞기고 객점으로 들어갔다.
만독문에 갈 생각도 없었고 그저 이곳에서 느껴지는 기운만 확인하면 되기에 간단한 요기를 하고 다시 사천으로 향할까 생각을 했다.
하지만 어디를 가도 과잉 충성을 하는 놈들이 있다.
내가 객점에서 열심히 음식을 먹는 사이 만독문의 인물로 보이는 것들이 들어왔다.
밥 먹는데 독향을 뿌리는 놈들이라니...
ps 흠...
리플을 이제야 봐서리
주인공이 신도문을 꿀꺽하는 것에 많은 관심을 보이셨네요
그런 의도가 아니었는데
아무튼 한바퀴를 돌아야 이야기가 진행되기에
조금 건성으로 적어도 이해해 주세요
오늘도 즐거운 하루 보내세요
진여여는 분위기를 무겁게 끌고 갔다.
난 굳이 그렇게 만들고 싶지 않은데.
여자들만 있는 곳에서 내가 싸움을 하겠어?
그냥 전번 일도 있고 하니 적당히 좋게 지내자는 구실을 만들고 선물로 그들의 무공이나 손 봐줄려고 했는데.
지금처럼 이런 분위기로 가면 괴로운데.
“아마도 힘으로 한다면 저희가 녹림을 이기지 못하겠죠? 다른 정파의 인물들이야 그때 참석을 하지 않았으니 녹림을 모르겠지만 제가 들은 바로는 신도문 정도는 하루만에 없앨 수 있을 정도의 전력이 있다고 하더군요. 사실인가요?”
“뭐 대충은 맞소.”
“그래서 힘으로 우리를 누르겠다는 생각으로 오신건가요?”
“뭔가 오해를...”
“정말 그런 생각으로 오셨다면 여기서 살아나가실 수 없을 거예요.”
“그건 또 무슨 소리요.”
“이 방에는 독향이 뿌려져 있죠. 당신 같은 사람에겐 이런 방법 밖에 없을 것 같아서...”
아까부터 조금 구린내가 나는게 독향이라니.
그런데 내게 독이란 물건이 통하는가?
“문주. 내겐 독이 통하지 않는데.”
“걱정 마세요. 그건 만독불침이라도 걸릴 수밖에 없으니까.”
“내게 어떤 독을 썼는지 모르겠지만 부질 없는 짓이오.”
“호호호. 독성지체가 아니면 피해갈 수 없는 독이지요.”
“웃음소리가 좋군요. 역시 여자는 웃어야 좋네요.”
“대담하시군요. 독에 걸리고도 그런 여유를 가지고 계시다니.”
“아아. 다시 말씀 드리지만 독으론 절 어쩔 수 없어요. 그런데 해독약을 먹었다고 하지만 당신도 독에 중독되었을 텐데 빨리 치료를 하시지요.”
순간 진여여의 안색이 변해 버렸다.
사실 자신은 이곳에 들어오면서 죽음을 각오했을 것이다.
대마두 하나 죽인다 치고 스스로 걸어왔는데 그자는 멀쩡하다고 한다.
게다가 옆의 여인도 별 지장이 없어 보인다.
“나와 운지는 이런 독 따위에 걸리지 않습니다. 그만한 능력이 된다고 보시면 맞구요. 게다가 전 여기에 싸우자고 온 것이 아닙니다. 저번 일도 있고 해서 서로 잘 지내보자는 뜻으로 이렇게 왔는데 너무 박대를 하시는군요.”
“옛부터 정과 마는 한 무리가 될 수 없습니다. 독에 걸리지 않으셨다니 저의 이런 수법도 소용이 없군요. 돌아가세요.”
완벽한 축객령이다.
하지만 내가 살펴본 그녀의 몸 상태는 지금 당장 해독을 하지 않으면 정말 저세상으로 갈지 모르는 상황이다.
말을 하면서도 독을 한쪽으로 몰고 있는지 그녀의 진기가 원활하게 소통되지 못하고 있었다.
“운지. 다른 사람들을 제압해.”
말을 마침과 동시에 운지와 난 몸을 날렸다.
운지는 특유의 화려한 움직임으로 호위를 서던 여자들을 점혈 했고 난 곧바로 진여여에게 달려들어 그녀를 점혈 했다.
“용서 하시오. 일단 해독부터 하고 봅시다.”
방안에 퍼져있는 독은 운지가 흡수해서 정화를 하면 된다.
그보다 진여여를 비롯한 호위들이 문제다.
난 그녀들을 서로의 손을 등에 댄 채로 나란히 앉혀 놓고 맨 앞에 앉은 진여여의 손을 마주 잡았다.
“조금 고통스럽더라도 참길 바라겠소. 운지는 내 뒤에서 독을 정화해줘.”
나의 내력을 이용하여 맨 뒤의 여인부터 독을 끌어와 내 몸속으로 집어 넣는 작업을 했다.
나도 사람인 이상 독이 몸속으로 들어오면 괴롭긴 마찬가지다.
다만 만독불침이라 걸리지 않을 뿐 스스로 받아들인다면 나도 독에 걸린다.
그렇게 몰려드는 독을 운지가 내 몸에서 뽑아내어 정화를 하는 수법을 썼다.
나만 조금 괴로우면 아주 쉽게 독을 정제할 수 있는 것이다.
30분 정도에 걸쳐 모든 독을 정화하고 그녀들의 점혈을 풀어주었다.
“아무튼 이것으로 서로 오해는 없었으면 합니다. 그리고 최소한 신도문에 무슨 일이 생기면 녹림은 신도문을 도울 것을 약속합니다.”
진여여는 멍한 눈으로 아무런 대답을 하지 못했다.
도대체 무림에 퍼진 소문에서 무엇이 진실이란 말인가?
분명 인면수심의 악적이라고 했는데.
지금 그의 행동을 봐서는 자신이 아는 정파의 수장들이라 해도 쉽게 보일 수 없는 모습이다.
진정한 살신성인의 자세를 악당에게서 봤으니 정신적 공황이 오래가나 보다.
“녹림에 일러둘 테니 버림받은 여인 중 기녀들은 녹림에서 책임지고 편하게 지낼 수 있도록 해주겠소. 지금 녹림의 큰 사업 중 하나니까 신도문에서 감당이 안되는 여인들은 그리로 보내도록 하시오. 굳이 몸을 파는 창기가 아니어도 그곳에선 할 일이 많을 것이오.”
난 말을 마치고 밖으로 나왔다.
역시나 모두가 전투준비를 단단히 하고 기다리고 있었다.
자신들의 문주가 어떤 각오를 했는지 미리 알고 있었단 소리지.
‘훗. 생각보다 단결력이 좋군. 서로의 아픔을 보다듬다 보니 생긴 결속력인가?’
“왜 당신만 나오는 거지? 문주님은?”
진여희가 내게 사납게 물었다.
게다가 정천은 거의 포로로 잡힌 듯이 한쪽에 찌그러져 있었다.
“어. 넌 거기서 뭐해. 그리고 문주님은 안전하니까 걱정들 말라고.”
나와 같은 급이면 몰라도 직위도 안되는 것들에게까지 존칭을 하고 싶진 않다.
천마교주의 배분만 해도 난 이미 무림에선 최고 어른의 대접을 받을 수 있는 입장이다.
내 말에 놀랐는지 이들의 수근거림은 쉽사리 수그러들지 않았다.
“야. 정천. 가자고.”
“네? 네 주군.”
“근데 넌 왜 잡힌거야? 아직도 수련이 모자란 모양이군.”
“그게...”
“잉? 중독됐냐? 신도문이 언제부터 사천당가보다 독을 잘 쓰게 된 문파지?”
나의 비아냥거림에 수치를 느끼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발끈하는 여자도 있었다.
원래 신도문의 사람들은 자신들의 무공이 아닌 독을 쓴 것에 수치를 느꼈다면 새로 편입된 여인들은 자신들에겐 전부라 할 수 있는 신도문을 욕하니 화가난 것이다.
“문주도 이상한 독을 쓰고 죽으려고 하더니 여기 있는 사람들도 그런건가?”
이때까지의 어리숙한 웃음과 행동을 버리고 원래의 모습으로 말을 뱉었다.
나의 기도는 보통 사람이 감당할 수준이 아니다.
“난 녹림의 제갈천이다.”
이 한마디면 된다.
내게 거역한다는 것은 죽음을 의미한다.
문주에겐 부드럽게 대하는 것이 좋다면 일반 문도들에겐 약간의 공포심을 주는 것도 좋다.
혹시라도 문주가 내게 좋은 말을 하려는데 반박할지도 모르니까.
나의 중압감으로 모두가 고개를 숙였다.
감히 나의 모습을 제대로 쳐다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난 기세등등했다.
이 정도면 되겠지 싶어서 운지와 정천을 데리고 신도문에서 벗어났다.
마차에서 운지가 의아한 시선으로 날 보았다.
“왜그래?”
“주인님 생각보다 자제력이 좋으시네요.”
“무슨 소리야?”
“처음 진여여를 봤을 때만 해도 실실 거리시더니 일쪽으로 돌아서니까 냉정하게 그것만 처리 하셨잖아요. 쉽지 않았을 텐데...”
“무슨 소리야. 내가 무슨 발정난 개야?”
“차라리 그 정도면 다행이게요. 진여여나 진여희를 보니 아까운 생각이 들던데. 안그래요? 그 탱탱한 가슴하며 굴곡이 확실한 허리. 빵빵한 엉덩이. 딱 주인님이 원하는 모습이잖아요. 아까워서 어떻해요?”
이런.
나의 표정이 나의 의사와는 무관하게 웃었다 실망했다 마구 변하고 있었다.
거기에 재미가 든 운지는 계속 날 놀리는 말만 끄집어 냈다.
“주인님. 다시 마차를 돌릴까요?”
순간 나의 고개는 끄덕이고 있었다.
“아... 아냐. 일단 목적지까지 가야지.”
“호호호. 역시 주인님은 순진한건지 단순한건지.”
더 이상의 말을 듣지 않으려 귀를 닫았다.
같은 말도 오래들으면 짜증이 나니까.
이번에 가는 곳은 운남이다.
무엇이 날 기다리고 있을지 모르지만 여행도 하고 개인적인 일도 보고.
가는 길에 제발 정천이 일급의 고수로 탈바꿈되기를 바란다.
어설프게 포로나 되는 놈이 수하라는건 있을 수 없다.
“야. 지금 어느 정도나 되는지 한번 보자.”
“조금 살살 하시면 안됩니까?”
한 일주일간을 무자비하게 구타를 했다.
실력이 너무 안오르는 그놈의 자질도 문제지만 날이 더워지면서 몰려드는 짜증을 풀데가 없어서 그놈을 구타하는 방법으로 푼 것이다.
뭐 운지의 몸을 탐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지만 더운데서 그것도 마차 안에서 어찌 한단 말인가?
어디 마을에 들어가면 당연히 하는 거지만 이렇게 노상에서 수하도 있는데 내가 그럴 수는 없는 노릇이지.
“자식이 개기는 거야?”
“개기는게 아니라 아무튼 너무 하십니다.”
“너무 하고 말고는 내가 정하는거야. 막아봐.”
“큭.”
“이것도 못 막아?”
“꾸엑. 컥.”
사람을 때려보면 그 재미가 점점 붙기 마련이다.
한 대를 때렸을 때 그 촉감이 좋으면 이어서 계속 날아간다.
그리고 그 재미가 세상 어떤 것보다 즐겁게 느껴지면 새디스트가 된다.
아마 내게 그런 기질이 있나보다.
때리면 때릴수록 속도가 빨라지면서 들려오는 비명을 즐기고 있다.
정천은 그런 나의 행동에 점점 걸레로 변해가고 있었고 한참을 즐기는데 누가 말리기에 정신을 차렸다.
“주인님. 사람을 죽일 생각이세요?”
“엉엉. 운지님 살려주세요. 엉엉.”
‘내가 너무 심했나? 그나저나 이놈을 때리는데 왜 이렇게 재밌지?’
“흠흠. 오늘 수련은 여기까지.”
난 멋쩍어서 마차 안으로 들어갔다.
운지가 밖에 있으니 알아서 수습을 하겠지.
정천은 운지의 부축을 받으며 나무 그늘로 들어갔다.
곁눈으로 보니 내가 만들어 놓고도 심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얼굴색은 그야말로 화려했고 옷은 거의 누더기 수준이었다.
그래도 그 정도에 견디면 앞으로 접전이 벌어지더라도 지 한몸은 지키것지.
스스로 자조를 하며 눈을 감았다.
운지의 날카로운 시선이 느껴져서 도저히 눈을 뜰 수 없었다.
한가론운 점심 나절을 보내고 다시 운남을 향해 출발했다.
운지의 극성에 내가 마차를 운전하는...
저 멀리 숨어서 따라오는 천마대의 웃음소리가 나의 기분을 자극했다.
‘웃는 놈은 죽는다.’
아마도 이들은 이런 나의 모습에 익숙한지 조금은 편해진 모습으로 날 대했다.
처음에는 내가 하는 말을 딱딱하게 듣고 사무적인 태도를 보이던 놈들이 요즘 들어서 나의 다른 모습에 적응이 되어가는지 조금 유들해 졌다.
내가 원래 세계에 있을 때도 부하들에겐 딱딱하게 굴진 않았다.
여긴 무림이라고 하지만 내가 보기엔 똑같아 보였다.
싸움 잘하는 놈이 대장인 것은 불변이니까.
나의 이런 저런 모습에 천마대도 순응했는지 가끔은 농을 던지기도 했다.
운남까지는 아직 멀었지만 특별한 기운은 느껴지지 않았다.
아마도 운남의 밀림지에서 독을 연구하는 그런 놈들이 있을 텐데.
당가의 독과는 또 다른 독을 가지고 자신들 만의 세력을 구축한 문파가 있다.
만독문.
이름은 거창한데 아직 한번도 당가에게 독으로 이겨본 적이 없는 어쩌면 덜떨어진 그런 놈들이 모여 있는 곳이다.
자신들이 말하는 독성지체는 단 한번도 완성하지 못하고 무림이 어수선 할 때만 나와서 자신들의 독을 실험해 보고는 사라지곤 했다.
녹림삼군 중에서 독군이 조금 안면이 있어 내가 가면 아마도 버선발로 튀어나올 것이다.
아무리 밀림에서 독자적으로 논다고 하지만 무림의 정세를 모르면 하루아침에 멸망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는 놈들이니 당연하겠지.
아직 하루거리가 남았으니 이들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 궁금했다.
저번에 정천을 구타한 이후로 정천의 수련을 오로지 말로만 하는 지경이라 온몸이 근질 거렸다.
혹시라도 만독문의 놈들이 훽가닥해서 날 건드리면 아주 좋겠는데 말야.
그전에 천마대가 정리를 하겠지만 건드려 주기만 기대하면 혼자 킥킥거렸다.
나의 이런 행동은 정천에게 심적인 타격을 주었는지 갑자기 덜덜 떨더니 입에 거품을 물었다.
내가 이상한 행동을 할 때면 자신이 고생할 건수가 생긴다는 것을 안 것이다.
운지에게 한바탕 잔소리를 듣고 원래의 근엄한 표정으로 돌아왔다.
그제야 안정이 되는지 정천은 자신이 할 수 있는 최대의 능력으로 마차를 몰았다.
어서 마을로 들어가야 지금의 불안감을 떨쳐버릴 수 있다는 듯이.
운남엔 항구도 있어서 꽤나 번화한 곳이다.
과거엔 일양지로 이름을 떨친 곳이기도 한 천룡사가 있고 사람들도 기후의 덕분인지 모두가 선한 인상을 하고 있었다.
역시나 구미호의 기운이 느껴졌지만 실체가 있는 곳은 아니었다.
꼬리가 내는 기운은 뭔가가 하나 빠진 느낌이라 어렵지 않게 알 수 있었다.
처음엔 꼬리라도 짜를까 생각했지만 굳이 구미호를 자극하여 더 깊은 곳으로 숨게할 필요는 없기에 두고 보는 것이다.
9개가 있으니까 앞으로 5개 정도만 확인하면 실체의 위치도 대충 나오겠지.
마차를 맞기고 객점으로 들어갔다.
만독문에 갈 생각도 없었고 그저 이곳에서 느껴지는 기운만 확인하면 되기에 간단한 요기를 하고 다시 사천으로 향할까 생각을 했다.
하지만 어디를 가도 과잉 충성을 하는 놈들이 있다.
내가 객점에서 열심히 음식을 먹는 사이 만독문의 인물로 보이는 것들이 들어왔다.
밥 먹는데 독향을 뿌리는 놈들이라니...
ps 흠...
리플을 이제야 봐서리
주인공이 신도문을 꿀꺽하는 것에 많은 관심을 보이셨네요
그런 의도가 아니었는데
아무튼 한바퀴를 돌아야 이야기가 진행되기에
조금 건성으로 적어도 이해해 주세요
오늘도 즐거운 하루 보내세요
최고관리자
가입일 | 2016-08-11 | 접속일 | 2024-11-0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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