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제목 : 하세가와 아스카를 경멸하는 치아키
몇 일 후...
어제와 마찬가지로 만월의 달빛이 신비로운 분위기를 자아내며 밤하늘을 밝히고 있는 새벽 시간...
"으음..."
잠 결에 몸을 뒤척이던 아스카는 무의식적으로 몸을 왼쪽으로 기울이며 오른팔을 왼쪽으로 넘기고 있었고,
자신도 모르게 부드럽고 물컹한 느낌을 기대했던 아스카의 팔은 아무 것도 없는 침대 시트를 짓누르며
무언가를 찾는 듯 시트 주변을 더듬거리기 시작했다.
한참을 그렇게 더듬던 아스카는 뭔가 허전한 느낌에 잠에서 깨어나버렸다.
요 근래 눈만 뜨면 자신의 옆자리에 누워있던 치아키가 없다는 것을 깨달은 아스카는 실소를 머금더니
머리를 긁적이면서 중얼거렸다.
"..... 습관이 되어버렸나보네...."
그로부터 몇 시간 후...
날이 밝아왔다.
"아스카... 지각하겠다.. 어서 일어나렴..."
저 멀리서 쿠미코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녀의 목소리에 잠에서 깨어난 아스카는 재빨리 시계를 확인해보더니
방문을 열고나와 1층 부엌에서 아침 식사를 준비하고 있는 쿠미코에게 외쳤다.
"오늘은 개교기념일이라 학교수업이 없다구요..."
퉁명스럽게 울려퍼지는 아스카의 목소리를 들은 쿠미코는 짐짓 미안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아.. 미안..아스카.." 라며 사과했고, 이미 잠이 다 깨버린 아스카는 투덜거리며
계단을 내려와 부엌 식탁에 앉아 아침 식사를 기다렸다.
풀썩....
아스카의 옆자리로 언제 걸어왔는지 기척없이 나타나 의자에 앉는 치아키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잠시만 기다리렴...아침 식사 준비가 다 되어가니까.."
쿠미코는 평소와 같이 분주하게 요리를 준비하기 시작했고,
오래간만에 집에서 쉬게 된 아스카는 뭘 하며 시간을 보낼 지 생각하기 시작했다.
잠시 후, 요리가 나왔고 세 사람의 아침 식사가 시작되었다.
"맛 없다.."
여전히 밥을 먹지 않아도 배가 불러있는 상태라 쿠미코가 차려준 음식을 먹기는 먹었지만,
음식의 맛이 제대로 느껴지지 않았다.
그렇다고 그녀의 음식을 먹지 않는다면 괜스레 그녀가 쓸데없는 걱정하게 될 것 같아
마지 못해 음식을 먹고 있는 아스카였다.
그런 아스카의 모습을 살펴보던 쿠미코는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아스카에게 말했다.
"입맛이 없니?"
"........"
최근들어 식사를 맛있게 먹지 않는 아스카를 바라보며,(아스카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쿠미코는 아스카의 몸이 좋지 않은 것 같아 걱정되기 시작했다.
".. 쓸데없는 걱정이에요.. 엄마는 괜히 얘한테 신경쓰지 마시고 놔두세요.
배가 고프면 식욕이 돌아오겠죠..."
상당히 쌀쌀맞은 치아키의 목소리가 아스카와 쿠미코의 귀에 들려왔다.
"..치..치아키.. 말이..너무 심한 것 같아..."
그녀의 차가운 말투에 당황한 쿠미코가 치아키를 타일러보았지만 치아키는 무슨 일인지
아스카를 차갑게 쳐다보더니 한소리 더 내뱉기 시작했다.
"밥 맛이 없으면 괜히 옆에서 어물쩡어물쩡 거리지 말고 방에 올라가서 게임이나 하시지?
마지 못해 먹는 시늉을 하는 사람이 옆에 있으면 신경에 거슬리거든?"
휘이이이잉...
치아키의 쏘아붙이는 듯한 차가운 말투에 찬바람이 불어닥치며
두 사람을 얼어붙게 만들었다.
탁..
다 먹었는지 몸을 일으킨 치아키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자신의 방문을 걸어닫으며
그 모습을 감추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얼굴을 붉히며 아스카 옆에 다정하게 앉아있던 치아키였는데....
그녀의 갑작스런 변화에 당황한 쿠미코는 아스카에게 말을 걸었다.
"너희들...무슨 일 있었니?"
".............."
딱히 생각나는 사건이 없었기 때문에 아스카는 모르겠다는 제스처를 내보이며
침묵을 유지했고, 쿠미코는 그런 아스카에게 나지막하게 말을 내뱉었다.
"그러길래..누나에게 짖꿎은 장난은 하지 말라니깐....결국 누나가 화가나 버렸잖니?"
"........."
아스카가 치아키에게 "뭔가 짖꿎은 장난을 해서 그녀의 기분이 좋지 않은 건 아닐까"라고 생각한 쿠미코는
아스카를 살짝 꾸짖었고, 그녀의 기분을 풀어주기 위해
아스카를 데리고 그녀의 방문 앞에 다가간 쿠미코가 그녀의 방문을 두드렸다.
똑똑! 똑똑똑!
"치아키.. 오늘은 학교에 안나가니?"
노크와 함께 쿠미코가 말을 내뱉자, 잠시 후 치아키의 방문이 살짝 열리며
문틈 사이로 그녀의 모습이 드러났다.
치아키는 쿠미코의 모습을 확인하다가 그녀의 옆에 서 있는 아스카를 발견하더니
눈쌀을 찌푸리며 차갑게 말을 내뱉었다.
"시험 기간이라 강의는 모두 휴강으로 결정되었어요!"
다시 방문을 닫으려는 치아키는 그 순간에 말을 건 쿠미코에 의해 그 행동을 실행하지 못했다.
"저기...치아키.. 아스카와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모르지만....
아스카도 반성하고 있으니...이제 그만 누나답게 동생을 용서해주렴..."
그렇게 말하며 쿠미코가 아스카를 힐끗 쳐다보았고, 그녀의 시선을 느낀 아스카가
어깨를 으쓱거리며 마지 못해 말을 내뱉었다.
"...그래..치아키.. 내가 잘못했어... 이제 그만 화풀어!.."
그러자, 치아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난.. 너 같은 남자애를 동생이라고 생각해본 적이 없거든?
이제부터 시험 공부를 할테니까 방해하지 말고 조용히 있어주렴...누나가 부탁하는 거니까 들어줄꺼지?
휘이이이잉...
다시 한번 찬바람이 불어와 치아키와 아스카 사이를 스쳐 지나갔다.
뭔가 심상치 않는 분위기를 느낀 쿠미코는 오해가 풀릴 수 있도록 두 사람만의 자리를 마련해줘야겠다고
생각하고서는 잠시 외출하겠다는 말을 남기며 집밖으로 나가버렸다.
그리고... 남겨진 아스카는...
굳게 닫혀진 치아키의 방문을 바라보고 한숨을 내뱉으며
거실 소파로 몸을 옮겨 TV를 시청하기 시작했다.
아스카가 TV를 보고 있은지 얼마 지나지 않아 치아키의 방문이 열리며
아스카에게 치아키가 다가오기 시작했다.
그녀의 인기척을 알아차린 아스카는 살짝 고개를 돌려 뒤를 돌아보며
그녀에게 말을 걸어보려고 입을 열었다.
"저기..치아키...."
그 순간 주변의 공기를 싸늘하게 식혀버릴 정도로 차가운 눈빛을 머금은 그녀의 눈동자가
아스카의 눈에 들어왔다.
오늘의 치아키는 아스카의 기억 속에 인식되어있지 않은 미지의(?) 표정과 행동을 보이며
아스카의 말을 중간에 끊어버렸다.
"..누나한테 그게 무슨 말버릇이니?... 너 언제부터 누나 이름을 그렇게 함부러 부르기 시작한 거야?"
"..............."
그녀의 차가운 말투는 계속 이어졌다.
"...누나 공부하는데 방해하지 말라는 말 못 들었니? TV 소리가 시끄러워서 집중이 안되거든?.."
".............."
아스카는 눈앞의 치아키를 바라보며 "치아키의 가면을 쓰고 있는 다른 사람을 대하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의문을 품은 체 꿀먹은 벙어리가 되어버린 듯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한 체 입만 뻥긋거리고 있었다.
아스카를 대하는 치아키의 차가운 태도는 그 날 이후부터 지속적으로 아스카를 괴롭히기 시작했다.
"저기...치아키?"
아스카가 이렇게 말 걸면...
"..... 말 걸지마.. 방해가 돼! 그리고.. 누나 이름 함부로 부르지 말랬잖아!.."
라고 차갑게 쏘아대는 치아카...
"...저기..누나?"
"...너 정말 한가한가보구나.. 왜 그러는데?...무슨 일인데?.."
그녀의 살을 에리는 듯한 차가운 목소리를 견뎌내며 꾸준히 말을 건낸 결과
마침내 치아키와 대화하는 데 성공한 아스카.
"저기.. 무슨 일인지 말을 해줘야 사과를 하던가 말던가 할 거 아냐...
오늘..치아..아니..누나가...날 너무 살갑게 대하는 것...같아서..."
드디어 말을 건낸 아스카는 자신이 뭘 실수했는지 듣기 위해 귀를 쫑긋 세우고 그녀의 대답을 기다렸다.
"... 무슨 소리를 하는 건지 모르겠어...내가 왜 너 같은 동생에게 잘해줘야 하는건데...
지금에서야 말하는 거지만... 난 니가 우리 집에 처음 발을 들이댄 그 순간부터
니가 싫었었거든...?! 사람이 사람을 싫어하는데 딱히 이유가 필요한 거니?
자.. 대답이 되었으면 사람 귀찮게 하지 말고 네 할 일이나 하고 있으렴...
너 자꾸 누나를 신경쓰이게 하는데... 누나는 도서관에서 공부하고 올테니 그렇게 알고 있으렴!.."
평소에 치아키가 이런 말을 했었다면 농담하지 말라며 코웃음을 쳤을지도 모를만한 대사였지만..
정말.. 찬바람이라도 불어오는 듯 차갑게 느껴지는 치아키의 말투와 얼음처럼 차가운 치아키의 눈빛을
확인한 아스카는 얼어붙은 체 한동안 움직이지 못했다.
그렇게 며칠이 지났다.
"후~"
가방을 메고 등교길에 오른 아스카는 기분이 편치 않았다.
그날부터 치아키는 마치 다른 사람이라도 된 것마냥 자신을 멀리하고 있었다.
당연한 말이겠지만, 그날 이후로 치아키가 밤 중에 자신의 침실로 걸어들어오는 일도 없어졌다.
그녀가 밤마다 찾아오는 게 조금 불편하기는 했었지만... 막상 찾아오지 않게 되자
혹시나하는 생각에 밤 중에 그녀를 기다리는 자신의 모습을 확인하고는 실소를 금치 못했다.
"... 사실은.. 치아키가 다시 찾아왔으면...하는 생각을 하고 있는건가..."
문뜩 떠올린 생각이 아스카 자신을 깜짝 놀래키게 만들었다.
"설마...그럴리가..."
애써 부인하던 아스카는 ... 차가운 눈빛의 치아키를 떠올리며 몸을 한차례 부르르 떨기 시작했다.
[치아키를 책임져야해!] 문득... 어린 시절의 치아키가 떠오르기 시작했다.
[....안아줘...아스카...] 세삼스럽게 치아키에 의해 자신을 유혹했던 치아키의 모습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치아키의 이미지가 떠오르자 아스카 자신도 알 수 없는 뭉클한 감정이 아스카를 괴롭히기 시작했다.
"하아...." 한숨을 내쉬는 아스카...
그는 다시 한번 한숨을 내뱉으며...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내가.....치아키를 사랑하고 있었던 건가.."
아스카의 머릿속에 다정하게 미소짓고 있는 치아키의 모습이 떠오르자,
아스카의 눈가에 천천히 눈물이 고이기 시작했다.
교문 앞에 도착한 아스카는 서둘러 교실 안으로 걸어들어가 자신의 자리를 찾았다.
"어?"
아스카의 책상에 왠 쪽지가 놓여있었다.
[하세가와 아스카 선배에게
방과 후에 옥상에서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후지와라 나오코...]
후지와라...나오코?
낯선 이름이였다.
혹시나 하는 생각에 아는 얼굴들을 하나 둘씩 떠올려봤지만, 나오코라는 이름의 여학생에 대한 기억은
떠오르지 않았다.
"누구지?"
뜻하지 않게 자신의 책상에 놓여있는 쪽지 한장이 아스카의 호기심을 자극시키고 있었다.
소제목 : 운명의 시발점.(시발점 : 시작되는 부분, 어떤 사건이 일어나기 직전)
딩동뎅동...
수업 종료를 알리는 음악 소리와 동시에 교실 안에 학생들이 환호성을 지르며
교실 밖으로 나가기 시작했다.
한 사람 한 사람 빠져나가고 얼마 지나지 않아 교실 안에 남아있는 사람은 단 둘 뿐...
한 사람은 수업시간에 잠 들어 버린 아스카였고... 나머지 한 사람은...
미코였다.
오늘따라 유난히 잠들어있는 아스카가 신경쓰여서 그를 놔두고 집으로 돌아가지 못하는 미코.
잠 들어 있는 아스카를 깨우지도 못하겠고, 그렇다고 집에 가지도 못하겠고...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 한 체 영문모를 고민에 빠진 미코는 그렇게 아스카가 깨어나기만을 기다리며
그녀가 앉아있던 자리에서 잠들어있는 아스카를 쳐다만 보고 있었다.
"미코! 집에 가자~" 요코와 노조미가 찾아와 재촉했지만, "으응.. 먼저 가.. 난 조금 있다가.." 라고 말하며
두 소녀를 돌려보낸 그녀는 아스카가 좀처럼 깨어날 기색을 보이지 않자, 난처한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화장실에 잠깐 갔다와야겠는데...."
드르르륵...탁..
문이 열고 닫히는 소리가 들렸고, 교실 안에는 잠들어 있는 아스카 혼자만의 공간이 되어있었다.
"쿨~~" 콧소리가 들리며 아스카는 꿈을 꾸고 있었다.
[지금에서야 말하는 거지만... 난 니가 우리 집에 처음 발을 들이댄 그 순간부터
니가 싫었었거든...?! 사람이 사람을 싫어하는데 딱히 이유가 필요한 거니?]
13년의 시간동안 치아키의 곁에 머물러있으면서 치아키에 대해서는 모두 알고 있다고 생각했었는데...
그 동안 단 한번도 봐온 적 없던 차가운 눈빛의 치아키가 꿈 속에 나타나 자신을 경멸하고 있었다.
두근..두근... 아스카의 심장이 빠르게 요동치기 시작했다.
슈아아아악..
갑자기 화면이 새하얗게 물들으며 장면이 바뀌기 시작했다.
보름달이 떠오르던 밤...
아스카는 팬던트의 정령 [치아키]를 만나기 위해 팬던트를 만지작 거리며 그녀가 나타나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러나, 왠일인지 좀처럼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그녀...
고개를 들어 시간을 확인하는 그의 시야에 [오후 10:00] 를 알리고 있는 시계가 보였다.
고개를 돌려 창문 밖의 하늘을 쳐다보던 아스카는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오늘은... 안 나오려나..."
어두운 밤하늘을 밝게 비춰주는 만월의 밤이 되었지만, 비를 쏟아내려는 지
수 많은 비구름들이 나타나 만월의 달빛을 가리고 세상을 어둡게 만들고 있었다.
"아무래도 내일을 기약해야겠군..."
은빛을 뿜어내는 신비로운 팬던트를 바라보며,
아스카의 아쉬움 섞인 한숨이 그의 입을 통해 밖으로 세어나왔다.
자정 무렵..
조용히 방문이 열리며 아스카의 침실로 한 소녀가 모습을 드러내었다.
평소와 마찬가지로 속이 내비춰지는 투명한 원피스차림의 치아키가 몽롱한 눈빛으로 나타나
잠들어있는 아스카에게 다가와 그를 껴안고는 서서히 눈이 감기며 잠에 빠져들기 시작했다.
모르는 사람이 이 광경을 바라본다면 한 쌍의 부부가 함께 잠을 자고 있는 것이라 착각할 정도로
두 사람의 모습은 잘 어울렸다.
시간이 얼마나 지나갔을까..
문득, 비구름을 뚫고 만월의 달빛이 밤하늘을 밝혀주기 시작했다.
그와 동시에 아스카의 목에 걸려있는 팬던트에서 붉은 연기가 뿜어져나오는가 싶더니
그것은 말그대로 순식간에 치아키의 몸 안으로 흡수되듯 빨려들어가버렸다.
잠들어있던 치아키의 두 눈이 떠지고 치아키의 몸이 가볍게 일으켜졌다.
장난끼 가득한 어린아이처럼 두 눈을 반짝이며 아스카를 쳐다보던 치아키는
두 팔을 움직여 어깨에 걸려있는 잠옷의 끈을 흘려내리기 시작했다.
스르륵..
투명한 원피스 잠옷이 부드럽게 흘러내려가며 치아키의 알몸이 달빛을 받으며 아름답게 빛나고 있었다.
그녀의 옷이 그녀의 허리춤에 걸려, 매혹적인 그녀의 알몸을 더욱 돋보여주는 악세사리가 되어버렸다.
어린 아이가 된 것마냥 장난스러운 표정을 짓던 소녀는 곁에 누워있는 남자의 몸을 올라타며
재미있다는 듯이 "킥킥" 대며 웃기 시작했다.
뭉클...
"으음..."
잠들어있던 아스카는 자신의 가슴을 자극하는 낯익은 감촉을 느끼며 짧은 신음성을 터뜨렸다.
얼마 지나지 않아 아스카의 가슴에 부드러운 감촉이 느껴지기 시작했고,
그 감촉은 그의 가슴에서 배로.. 배에서 허벅지로 이동하며
아스카를 자극시키기 시작했다.
"으음..."
다시 한번 신음을 흘리는 아스카.
그의 몸을 자극하던 부드러운 그것(?)은 다시금 그의 가슴을 자극하기 시작했고,
계속되는 자극의 연속에 그의 자지가 천천히 일어서기 시작했다.
주물럭 주물럭...
갸냘픈 손이 나타나 그의 자지를 주물럭거리기 시작했다.
"우우웃.."
잠결에 희롱(?)당하는 아스카는.. 자신의 페니스를 자극시키는 그 어떤 손길을 느끼고는
신음소리를 흘리며 천천히 눈을 뜨기 시작했다.
"치아키?"
눈앞에 낯익은 여성이 보였다.
치아키였다.
아스카는 깜짝 놀라며 그의 몸에 올라탄 체 그녀의 부드러운 가슴을 이용해 그의 가슴을 문지르고 있는
치아키의 존재를 확인하며 신음과 함께 치아키의 이름을 불러보았다.
"우웃..치..치아키?"
그의 부름에 치아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잘 잤어? 아스카?.."
그렇게 말을 건낸 치아키는 요염한 눈빛을 띄우며 그의 몸에서 떨어져나와
두 손으로 아스카의 자지를 주물럭거리는 데 정성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우아앗... 치..치아키..무슨 짓을..."
자위를 해 본 적은 있었지만... 이렇게 타인에 의해.. 그것도 여성에 의해..
자신의 자지가 자극받아본 적은 없었기에...
자극은 아스카의 몸 전체에 황홀한 쾌감을 전해주고 있었다.
"그..그만..."
더이상 자극이 지속되면 치아키의 몸에 자신의 정액이 내뿜어질 거라 생각한 아스카는
떨리는 목소리로 그녀를 멈춰세웠고, 한 참 그의 자지를 주물럭거리던 치아키는
만면에 아쉬움을 가득 담은 표정으로 아스카에게 말을 건냈다.
"..기분 좋지 않아?.. 아스카가 원한다면... 지금 이대로 치아키를 범해도 상관없어..."
"상관없다구?"
치아키의 입에서 그런 말이 흘러나오자, 그제서야 아스카는 지금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 건지
깨달을 수 있었다.
"그..그만... 난.. 아직.. 치아키를 어떻게 할 생각 따윈 눈꼽만치도 없었다구..."
당혹감에 물든 아스카가 변명하듯 말을 내뱉었고, 그 말을 듣던 치아키가 눈을 반짝이며 대답했다.
"헤에~ 이렇게 아스카군의 자지는 흥분해 있는데?"
주물럭...주물럭..
그 말과 동시에 치아키의 두 손이 아스카의 자지를 다시한번 자극시키기 시작했다.
"우웃...그..그만둬..."
아스카는 짐짓 괴로워하는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난.. 그..그녀를 건들고 싶지 않아... 우..우린.. 남매사이라구..."
"에?... 하지만.. 아스카는 치아키를 원하고 있잖아?... 난 그렇게 알고 있는 걸?..."
흘러내리는 원피스가 투명했기에... 알몸이라 해도 손색이 없는 몸으로
이 다 큰 아가씨는 남자의 자지를 부여잡은 체 순진한 표정으로 아스카에게 되묻고 있었다.
"..그...그렇지 않아... 니가 잘못알고 있는 거야.. 나..난.. 단지 그녀를 괴롭히고 싶었을 뿐이야..."
"흐음...정말...그렇단 말이지?....한 번 시험해볼까?..."
그의 궁색한 변명에 눈빛을 반짝이던 치아키는 그 말을 끝으로 그의 몸에서 내려와
아스카의 방에서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그로부터 몇 시간 후...
아스카를 쳐다보던 치아키의 태도는 변해있었다.
"설마... 그 시험이라는 게..."
얼마동안이나 잠이 들어있었던 걸까...
문득 그런 생각을 떠올리던 아스카는 허리와 등에 느껴지는 통증을 참아내며
책상에서 몸을 일으켰다.
"아무도 없구나..."
주위를 둘러보던 아스카는 그렇게 중얼거리다가 책상 위에 놓여있는 쪽지를 바라보더니
천천히 교실 밖으로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드르르륵...
화장실에 갔던 미코가 교실에 돌아왔다.
그녀는 교실 문을 열자마자 아스카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고는
울상이 되어 소리쳤다.
"우아앙~ 얘는 또 어디로 간거야..."
소제목 : 아스카의 위기
끼이익...
문이 열리며 아스카의 시야에 낯이 익은 풍경이 비춰졌다.
학교 옥상은.... 평소 그가 혼자 점심을 먹던 장소였다.
문을 열고 옥상에 들어선 아스카는 살며시 출입문을 닫고 소리나지 않게 문을 잠가놓으며
주변을 살피기 시작했다.
아스카의 시선이 한 여성에게 고정되었다.
뒤를 돌아보고 있어 얼굴을 확인할 수는 없었으나, 왠지 낯익은 옷차림을 한 소녀였다.
"아.. 저 옷은..."
소녀에게 다가가던 아스카는 걸어가던 도중 그 옷차림이 상징하는 것이 무엇인지 깨닫고는
긴장을 감추기 위해 자신의 얼굴 표정을 점검하며 소녀와 두어걸음의 간격을 유지한 체 멈춰섰다.
"....후지와라......"
이름을 부르려던 아스카는 갑자기 그녀의 이름이 떠오르지 않아 잠시 머뭇거렸고,
뒤돌아서 있던 소녀가 그 말을 이어가며 말을 건냈다.
"..나오코에요.. 후지와라 나오코... 그쪽은 하세가와 아스카 선배시죠?"
이쪽은 상대를 전혀 모르고 있지만, 상대는 이쪽을 잘 알고 있는 것 같았다.
그렇게 생각한 아스카는 등에 식은 땀이 흘러내리는 것을 느끼며 말을 붙였다.
"그런데... 나오코...그 옷차림은..."
아스카의 질문을 들은 그녀는 잠시 머뭇거리다가 대답했다.
".....보시는대로 .. 전 대대로 전해져내려오는 무녀 집안의 후손이자 현재 무녀의 수업을 쌓고 있는
...견습 무녀에요.."
"..견습..무녀...?!"
무녀란 귀신이나 천사, 악마등 미지의 존재로부터 계시를 받아 그것을 실천하는 여성을 뜻한다.
(우리나라에서는 무당이라고 부르지만... 일본 애니메이션의 무녀 이미지에 길들여져있어..왠지 어색...)
문득, 아스카는 한번도 만나본 적 없는 무녀가 왜 자신을 불러들였는지에 대해 강한 의문을 품었고,
자신의 교복 안에 감춰져있는 팬던트의 존재감을 느끼게 되자,
이루 말할 수 없는 불안감에 휩싸이기 시작했다.
"제가..선배를 이 곳으로 불러들인 이유는...."
불안해하고 있는 아스카에게 소녀가 말을 건내기 시작했다.
"최근들어 선배에게서 불길한 기운이 흐르는 것을 느꼈기 때문이에요!"
"불길한...?"
짐짓 모르는 척 그녀의 말을 따라해보는 아스카였지만, 그의 등짝은 식은땀에 절어있는 상태였다.
"선배...혹시.. 최근에 무슨 물건을 얻지 않으셨나요?
부적이라던가... 특이한 모양의 장식이라던가..."
소녀의 말을 들으며 아스카는 살짝 안도의 한숨을 내뱉었다.
"아직.. 미숙하구나.."
하지만, 그녀가 어떤 실력을 가지고 있는 지 알수 없었기에 방심할 수 없는 아스카였다.
갑자기 그녀가 몸을 돌려 아스카에게 손을 내밀며 말했다.
"..주세요..."
"헤..귀여운데..."
예상외로 귀여운 모습의 소녀를 확인한 아스카는 긴장으로 굳어있던 몸이 풀리는 것을 느끼며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그녀의 말을 받아쳤다.
"....달라니 뭘?.."
그러자,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퉁명스럽게 쏘아붙이는 소녀.
"...지금은 괜찮을지 모르지만.. 선배가 가지고 있는 물건을 머지않아 크나큰 재앙을 일으킬지도 몰라요..
제가 정화시킬테니.. 선배가 가지고 있는 물건을 제게 주세요."
말을 내뱉은 소녀는 날카로운 눈매로 아스카의 일거투 일투족을 관찰하기 시작했다.
소녀의 갑작스런 변화에 섯불리 움직일 수 없게 된 아스카는 빠르게 머리를 굴리기 시작했다.
"어떻게 해야하지..."
소녀는 고민하는 아스카의 표정을 바라보더니 짐짓 위협적인 말투로 말을 내뱉었다.
"...지금.. 주시지 않으시면... 힘으로라도 빼앗을 거예요..
잘못하면 크게 다칠 수도 있으니 순순히 제 말을 들어주세요."
소녀의 기세가 심상치 않음을 느낀 아스카는 일단은 상황을 지켜보자는 생각에
천천히 손을 들어 교복 안쪽에 숨어있는 팬던트를 꺼내기 시작했다.
마음같아서는 눈앞의 소녀에게 그 기운을 쏟아내주고 싶었지만
소녀는 자신의 행동을 주도면밀하게 관찰하고 있었다.
소녀의 실력을 모르는 이상.. 괜히 기운을 뿜어내다가는
소녀를 제압하기는 커녕 자신이 제압당하는 게 더 빠를 거 같다는 생각에
순순히 팬던트는 건내주기로 마음 먹은 것이다.
아스카가 소녀의 눈앞으로 손을 내밀었다.
손을 반바퀴 돌린 아스카는 손바닥을 펴고 그 위에 놓여있는 팬던트를 소녀에게 보여주며 말을 건냈다.
"자... 이게 니가 말했던 그 물건일꺼야..."
"...순순히 내줘서 고마워요...."
아스카의 반응에 안심하게 된 듯 긴장을 풀며 소녀가 미소지었다.
"아직... 긴장을 풀지는 말라구... 내게는 아직 한 가지가 더 남아있단 말이야.."
아스카의 머릿속으로 치아키의 몸을 감싸던 검은 연기가 떠오르기 시작했다.
기운을 뿜어내면 소녀가 눈치챌지도 모르는 일이였지만,
팬던트라면 이야기가 달랐다.
비록 꿈이었지만, 치아키가 만지기 직전까지 아무런 변화도 없었던 팬던트는
치아키의 손이 닿자마자 검은 연기를 뿜어내며 치아키의 생명을 갉아먹었었다.
"눈 앞의 소녀에게는 미안한 일이지만...."
아스카는 등뒤로 흐르는 식은땀을 느끼면서도 담담한 표정을 유지한 체로 소녀에게 말했다.
"... 그렇지 않아도.. 이 팬던트가 이상하다고 생각하던 참이었어.. 자..얼른 받아..."
손을 위아래로 흔들며 소녀를 재촉하기 시작하는 아스카...
자신이 긴장하고 있음을 소녀가 눈치챌까봐... 혹은 소녀가 자신의 행동을 수상하게 여길까봐
불안한 아스카는 아무렇지도 않은 듯한 표정으로 소녀를 재촉하고 있었다.
"..그럼..."
아스카의 의도대로.. 별다른 의심없이 소녀의 손이 아스카의 팬던트를 향해 뻗어가기 시작했다.
"됐다!"
소녀의 손이 팬던트를 잡는 순간... 아스카는 쾌재를 부르며 소리쳤고,
갑작스런 그의 외침에 깜짝 놀라던 소녀는 자신의 손에서 이상한 기운을 뿜어내는
팬던트를 의식하며 비명을 내지르기 시작했다.
"꺄아악..."
아스카의 눈에 그것(?)이 보이기 시작했다.
치아키를 감싸안던 그 때의 꿈처럼...
팬던트에서 뿜어져나오는 검은 연기같은 그것은 빠른 속도로 소녀의 손을 통해
소녀의 몸 안으로 흘러들어가기 시작했다.
"으아아...으으..."
몸을 움직일 수 없는 듯.. 팬던트를 잡고 있던 그 자세 그대로 부들부들 떨던 소녀는
동공이 커지고 초점이 흐려지면서 신음소리를 내지르기 시작했다.
"으......
...................."
눈 깜짝할 사이에 검은 연기는 소녀의 몸을 완벽하게 감싸안아버렸고
어느 순간.. 소녀의 입에서는 더 이상 아무런 소리도 들려오지 않았다.
의식을 잃어버린 듯 눈이 뒤집히던 소녀는 천천히 땅바닥으로 몸이 무너져내리기 시작했고,
눈앞에서 쓰러지는 소녀의 모습을 지켜보고 있던 아스카는 반사적으로 쓰러지는 그녀의 몸을
부둥켜안으며 쓰러지지 않도록 고정시켜주었다.
역시나..그녀의 몸은 얼음덩어리마냥 차가웠다.
"죽은...건가..?"
차가운 소녀의 몸을 어루만지며 아스카는 그렇게 중얼거리며 소녀의 손에 잡혀있는 팬던트를
다시 자신의 품안에 갈무리하였다.
바로 그 때였다.
팬던트가 빛을 뿜어내는가 싶더니 곧이어 아스카의 눈에 소녀의 몸으로 흘러들어가는
파란 연기가 보였다.
소녀의 몸을 에워싸고 있던 검은 연기를 밀치며 파란 연기가 소녀의 몸을 감싸안기 시작했고
소녀의 몸안에서 충돌하던 두 연기 중 검은 연기가 팬던트 속으로 흘러들어오기 시작했다.
"이건... 어떻게 된 거지?"
요즘들어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늘어만 가는 짜증에 치아키는 혼란스러워하고 있었다.
"내가 왜이러지...."
언제부터인지... 눈 앞에 아스카가 보이기만 하면... 경멸어린 시선으로 그를 쳐다보게 되는 치아키.
이제는 눈 앞에 그가 없어도 자꾸만 떠오르는 아스카의 모습에 짜증이 나는 치아키였다.
"이러면 안되는데..."
아스카의 모습을 떠올릴 때마다 짜증도 함께 생겨났고, 정신을 차려보면 그를 욕하고 있는
자신의 모습이 느껴짐과 동시에 알 수 없는 괴로움이 그녀를 괴롭혔다.
"..아스카 따위..죽어버렸으면 좋겠어..."
"...아..내가 지금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죽어버리라니...말도 안돼..."
"... 나... 제정신이 아닌가봐...어떻게..."
치아키는 요 몇 일전부터 계속해서 이런 패턴으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아스카를 욕하고 그 욕에 자신이 상처받고...
방문을 살짝 열고 나와 아스카의 신발을 확인해보던 치아키는 아스카가 아직 돌아오지 않았다는 것을
확인하고는에 왠지 모르게 걱정되기 시작했다.
"..아스카... 오늘은 늦나보네..."
시계를 쳐다보니 시간은 벌써 [오후 07:00]...
아스카를 기다리던 치아키는 기다림에 지쳐 깜빡 잠이 들고 말았다.
1시간 후...
철컥...끼이이익...
현관문이 열리며 아스카가 나타났다.
"엄마...나왔어요!"
들려오는 대답이 없음을 깨달은 아스카는 쿠미코가 또 어디론가 외박을 나갔다고 생각하며
투덜거렸다. "...집에 있는 날보다 외박하는 날이 더 많은 것 같아..."
그런 아스카의 등 뒤로 무녀 복장을 한 소녀가 나타나 아스카를 앞질러 걸어가더니
소파 위에 잠들어있는 치아키를 보고는 손뼉을 치며 소리쳤다.
"아...치아키다.. 마침 배고팠는데... 살짝 맛 좀 봐볼까?.."
그 말에 깜짝놀란 아스카가 소리쳤다.
"나오코! 그..그게 무슨 소리야... 치..치아키를 어쩌려고..."
당황해하는 아스카를 바라보던 나오코는
맛있는 음식을 눈 앞에 두고 있는 사람처럼 흥분하며 입을 열었다.
"너무..걱정하지 말라구... 딱히 그녀의 몸에 무리를 주는 것도 아니고...
너를 위해..그녀의 순결은.. 건들지 않을테니까..."
"그..그런..."
귀여운 얼굴을 한 소녀가 얼굴색 하나 변하지 않고 말을 이어가자,
도리어 아스카쪽에서 얼굴이 붉게 물들어버렸다.
"...배가 고파서... 더 이상 참을 수가 없네... 그럼..."
스르륵..
"아..."
아스카의 눈 앞에서 나오코는 아무런 망설임없이 입고 있던 옷을 벗어던져버렸고,
그 모습에 깜짝 놀란 아스카를 무시한 체
치아키에게 다가가는 나오코.
"치아키!"
자신도 모르게 아스카는 치아키의 이름을 소리쳐 불렀다.
"아!"
그 소리를 들은 치아키는 깜짝 놀란 듯 잠에서 깨어나 눈을 떴고
눈 앞에 알몸으로 자신을 쳐다보는 나오코를 발견한 치아키가 깜짝 놀라 소리질렀다.
"꺄아아악.."
치아키의 비명소리에 나오코의 얼굴이 살짝 찌푸려졌다.
"시끄럽기는... 자..조용히 해..."
손가락을 쭉 뻗어 치아키를 가르키는 나오코.
그 순간 나오코의 손끝에서 푸른 빛이 뿜어져나와 치아키의 이미를 관통해버렸다.
"...아........"
"어엇?!......"
빛에 관통당한 치아키는 한차례 몸을 부르르 떨더니 침묵하기 시작했고,
나오코의 손끝에서 작살처럼 빠르게 뻗어나가는 푸른 빛을 발견한 아스카는 깜짝놀라
소리쳤다.
"치...치아키..괜찮아?"
"............."
아스카의 물음에도 치아키의 몸은 부르르 떨리고만 있을 뿐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았고,
치아키의 이마에 푸른 빛을 흘려보내고 있던 나오코가 아스카를 쳐다보며 입을 열었다.
"..별 일 아니니까..조용히 보고만 있으라구... 곧 재미있는 광경이 벌어질 테니까!!"
소제목 : 아스카의 가슴을 뒤흔드는 치아키
"나오코?"
푸른빛을 머금은 기운이 소녀의 몸을 감싸안으며 그녀의 심장에 스며들 듯 흡수되어버리자
소녀의 눈이 스르륵 감겨졌고, 그 모습을 지켜보던 아스카는 조심스럽게 품에 안겨있는 소녀의 이름을
불러보았다.
두근..두근...
방금 전까지 얼음덩어리마냥 차가웠던 소녀의 몸에서 따뜻한 체온이 느껴지기 시작하는 것을
느낀 아스카는 이 낯선 상황에서 뭘 어떻게 해야할지 갈피를 잡지 못한 체 혼란스러워하고 있었다.
"...배고파... 집에 돌아가자..."
아스카의 품에 안겨있던 나오코가 살며시 눈을 뜨며 소리쳤다.
"...집?..."
예상치 못한 그녀의 말에 당황한 아스카가 되물었고, 그녀가 고개를 들어 아스카를 쳐다보며 입을 열었다.
"치아키가 있는 아스카의 집!"
그녀의 말을 듣는 순간, 불현듯 뭔가를 떠올린 아스카가 조심스럽게 나오코에게 말을 걸었다.
"....치아키?..."
"....치아키로 보여?"
묻자마자 바로 대답이 들려왔다.
이 대화의 패턴... 아스카에게는 너무도 낯익은 광경이었다.
"아니... 치아키는 아닌 것 같은데... 그렇다고 나오코로 보이지는 않아..."
솔직하게 대답하는 아스카.
그의 모습에 나오코가 두 눈빛을 반짝이며 말을 건냈다.
"헤~ 과연 치아키가 맘에 들어할 정도로 특이한 인간이네...?!"
"........."
"과연..." 이라는 생각이 마음 속에서 생겨났다.
"...[정령] 치아키가 아닌.. 또 다른 존재도 있단말이야?...."
아스카의 가슴 속에 새로운 의문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배고프니까..가면서 얘기하는 건 어때?"
그녀의 제안에 아스카는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그래...그게 좋겠군...그런데.. 나오코는 어떻게 하지?"
자신의 품안에서 눈빛을 반짝이는 정체불명의 나오코가 아닌... 자신에게 쪽지를 건내주던
견습 무녀.. 나오코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는 아스카에게 나오코가 살짝 미소지으며 대답했다.
"집이 신사를 모시고 있는 절이네.. 할아버지와 엄마, 남동생이 있구...
이 애를 제외하고 아스카에게 위험이 될만한 인간들은 없어...
아스카가 걱정하는 바를 모르는 건 아니지만... 내가 알아서 할테니.. 일단 집으로 돌아가자.."
어딘지모르게 [정령] 치아키를 떠올리게 만드는 나오코를 바라보며
다시 한번 고개를 끄덕이며 품에 안겨있는 그녀를 바로세워 놓고 한걸음 뒤로 몸을 내빼며
뒤돌아서서 걸어가기 시작했다.
"...........저기... 아스카?..."
두어걸음을 옮기던 아스카는 등 뒤에서 들려오는 나오코의 목소리에 고개를 돌리며 외쳤다.
"....왜?.."
아스카의 말에 나오코가 수줍은 듯이 나지막하게 말했다.
"너무 오랫만에 인간의 몸에 들어왔더니... 기운이 하나도 없어..
업어주지 않겠어?.."
"........그...그래?..할 수 없지 뭐..."
잠시동안 그녀의 말을 이해할 수 없었던 아스카는 업어달라는 말을 듣고서야 그녀가 무엇을 원하는 지
이해하고는 선뜻 승낙해주었다.
물컹....
굉장히 오랫만에(?) 느끼는 낯익은 감촉에 어색한 웃음이 터져나오는 아스카...
"하...하....나오코...가...슴이..."
".... 이 곳의 전통 옷차림에는 가슴 가리개를 사용하지 않는 것 같은데?..."
아스카의 기분을 아는지 모르는지 무덤덤하게 대꾸하는 나오코.
그제서야 아스카는 등뒤에 업혀지는 나오코가 평범한 소녀가 아니라는 것을 실감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나오코도 치아키처럼 팬던트의 정령이라는 거야?.."
나오코를 업은 체로 집을 향해 걸음을 옮기던 아스카가 등뒤쪽을 바라보며 물어보았다.
"..........."
나오코는 잠들었는지 한동안 대답이 없었다.
"저기...나오코?.."
그녀가 잠들었는지 확인해볼겸 나지막하게 그녀의 이름을 불러보는 아스카.
".....등뒤쪽이지만.. 성숙한 여체를 느껴보니까 어때?...기분 좋아?..."
갑자기 엉뚱한 질문이 아스카의 귓가에 들려와 아스카를 당황하게 만들었다.
"그...그게 무슨 소리야..."
"몰라서 묻는 거야? 지금도 나오코의 가슴이 아스카의 등짝에 밀착해 있잖아...."
아스카가 걸음을 내딛을 때마다 업혀있는 나오코의 몸이 조금씩 움직였고,
그 때마다 그녀의 가슴이 아스카의 등짝을 자극하고 있었다.
"그...그런 질문이 왜 여기서 나오는 거야...."
얼굴을 붉히는 아스카를 향해 나오코가 나지막하게 말했다.
"헤..이미 여체를 품어본 경험이 있으면서도... 생각보다 순진한 반응이네?"
아스카는 업혀있는 나오코의 말을 들으며 "놀리는 건가.." 라는 생각을 하며 퉁명스럽게 대답했다.
"...그...그거랑 이거랑은 ... 다른 거야..."
"헤.. 아스카군.. 정말.. 특이해..
보통은 그런 일을 겪어본 남자들은 여자애의 몸만 만져봐도 섹스만 생각하던데..."
나오코의 몸으로 나오코를 품어보고 싶지 않느냐고 속삭이는 이 정체불명의 소녀를 보며
아스카는 혼자 중얼거렸다.
"[정령] 치아키나.. 나오코나.. 정말.. 비슷비슷한 성격이군..."
그렇게 말을 내뱉는 아스카의 등뒤로 나지막하게 나오코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건.. 팬던트와 계약을 맺은 아스카 때문인 걸..."
"...뭐?" 의외의 대답에 되물어보는 아스카.
"우리는 인간 계약자의 성격에 영향을 받게 되어있다구..
아스카가 좀 특이할 정도로 순진하니까 치아키나 나오코도 이런 성격이 되어버린 거야..."
"............."
그럼.. 이 전에는 어떤 성격이었길래....
문득... 리 라는 전대 계약자의 목소리가 떠올랐다.
[팬던트를... 경계하거라.. 팬던트는 쉬지 않고 사념을 탐할 거란다.
만약 네가 팬던트가 원하는 사념을 공급해주지 않는다면...
팬던트는 단호하게 너를 잡아먹고 새로운 인간을 찾아 떠돌아다니기 시작할거란다.]
"끊임없이 사념을 탐하고.. 이용 값어치가 없어지면 버린다" 인가...
아무래도.. 전대 계약자라던 "리"는 살아생전 그런 마음을 갖고 있었나보다.
문득, 팬던트에 관한 새로운 사실을 알아낸 아스카는 상상의 나래를 펼치기 시작했다.
"결국 사용하기에 따라 팬던트는 악마의 물건도..천사의 물건도...될 수 있는거네?"
"하지만..한번 타락하기 시작하는 인간들은... 파멸할 때까지 계속해서 탐욕을 일으키거든...
그래서.. 팬던트의 매력에 빠진 인간들 중에.. 그 힘을 적절히 이용하려는 인간들은 한 명도 없었지..
내가 기억하기로는...."
나오코의 말은 뭔가 많은 의미를 내포하고 있는 듯 했다.
자신을 보며 [신기한 물건]을 살펴보는 것 마냥 초롱초롱한 눈빛을 빛내며 바라보는 [정령]치아키와 나오코...
자신이 상상하기도 어려울 정도로 오랜 세월을 인간의 영혼과 함께 해왔을텐데...
이런 자신의 모습이 그렇게 특이하다고 느낄 정도인가...?!
{작가 주: 그 특이한 성격 때문에 야한 내용이 너무 없다고 괴로워하는 독자들이 안 느껴지느냐...}
"그런데... [정령] 치아키는 너에 대해 아무런 이야기도 하지 않던데..."
치아키는 팬던트 안에 자신이 갇혀있다고 했다.
그런데..그게 치아키만은 아닌 듯 싶어 넌지시 물어보는 아스카.
"제법 똑똑하네? 과연... 치아키가 반할만 하군.."
"........?!"
치아키가 반할만 하다니.. 치아키(누나)를 말하는 건지.. 치아키(정령)를 말하는 건지..
도무지 감을 잡을 수 없었지만..아무래도 후자쪽 이야기겠지...
"그래?.. 영광이라고 말해야 하나..."
일부러 퉁명스럽게 대답하는 아스카에게 나오코가 말했다.
"너무 좋아할 건 없어.. 치아키야 원래부터 장난끼도 많고 정도 많은 녀석이라 너에게 끌리는 것도
어찌보면 당연하다고 할 수 있는 일이니까...
물론.. 나도 니가 싫지는 않지만... 우리들에게 인정받는다는 건.. 앞으로 오랜 시간동안
우리와 함께 할 너에게는 좋은 일이지 않겠어?"
자꾸만 "우리들"을 주장하는 나오코....
"우리들이라니.. 너와 [정령]치아키 말고도 또 있어?"
둘을 제외하고는 그 모습도 본 적 없는 아스카는 궁금하다는 듯 나오코에게 물어보았다.
".. 그녀석도 봤었잖아... 흠.. 니가 알기 쉽게 말하자면...그 검은 기운을 뿜어내는 녀석 말이야.."
"아...."
그러고 보니...
생각해보니.. 치아키는 붉은색 연기...(적색 기운) 나오코는 푸른색 연기...(청색 기운)...
그리고.. 보라색 연기와 검정색 연기가....있었다.
"우리들은 모두 팬던트 안에 모여있는 강렬한 사기에 이끌려 모이게 된 정령들이다.
니가 생각하고 있는 악마라는 녀석의 꼬임에 빠져 팬던트에 갇혀있게 되었지..."
"저런...."
왠지 안됐다는 생각이 드는 아스카.
"너에 궁금증을 조금이라도 풀어주지...
우리들이 가진 능력은 대부분 비슷비슷해.. 하지만.. 각자 지닌 성격에 따라 특기가 나뉘어있지.."
"특기?"
"대충 생각해봐도 떠오르지 않아?
치아키는 사람의 감정을 조절하는 게 특기야."
"아..."
갑자기 아스카의 머릿속에 치아키의 모습이 떠올랐다.
부끄러움을 무릎쓰고 대담해진 치아키. 얼음덩어리마냥 차가운 표정의 치아키.
경멸어린 시선으로 화를 내는 치아키. 안아달라며 수줍게 애원하는 치아키.
그 모든 게 [정령] 치아키의 짓이였던가...
그런 생각이 들자 치아키가 자신을 좋아하고 있다고 말 해주던 [정령] 치아키의 말에 의문이 생겨났다.
치아키가 정말 자신을 좋아하고 있는 건지... [정령] 치아키에 의해 자신을 좋아하게 된 건지...
아스카의 마음은 전자를 원했지만.. 왠지 가슴이 턱 막힌 듯 답답해지는 아스카.
"니가 걱정하는 바를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 진실은.. 나도.. 글쓰는 작가도..모른다.
글을 읽어주는 독자들과 치아키 본인만이 진실을 알고 있겠지...."
"아...그래..?!."
"넌...재미있는 인간이야.. 나름대로 매력도 있고...
좀 더 자기 자신을 믿어보지 그래?
니가 원한다면 내가 직접 치아키를 "너만을 생각하고 움직이는 계집애"로 만들어 줄 수도 있는데... "
"그..그건..."
나오코의 말에 당황한 표정이 역력한 아스카.
"그렇게 걱정하지 말라구.. 일시적이긴 하지만.. 니가 가진 능력으로도 그 정도 일은 할 수 있잖아?"
"........ 난...아직..치아키를..."
나오코의 말에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는 아스카.
"이야기는 여기까지... 다 온 것 같은데!"
고개를 들어보니 과연... 어느 사이엔가 집 앞에 도착해있는 아스카였다.
"...언제 여기까지..."
"이야기에 정신이 팔려 시간 가는 줄도 몰랐구나?"
킥킥 거리며 웃던 나오코는 문을 열고 집 안으로 들어서는 아스카를 바라보더니 문 밖에서 잠시 주변을
두리번 거리며 관찰하기 시작했다.
"엄마...나 왔어요!!"
아스카의 목소리가 울려퍼졌지만, 집안 어디에서도 아스카의 목소리에 대한 대꾸가 없었다.
"...집에 있는 날보다 외박하는 날이 더 많은 것 같다니깐..."
투덜대는 아스카의 목소리를 듣던 나오코는 익숙한 기운이 느껴지자 신발을 벗고 있는
아스카를 앞질러 집안으로 들어갔다.
과연....
나오코의 시선은 한 소파에 고정되어 있었고, 소파 안에는 아스카를 기다리다 깜빡 잠이 들어버린
치아키가 중얼거리며 잠꼬대를 하고 있었다.
"으음...아스카...언제오는 거야.."
그녀를 지켜보던 나오코의 눈빛에 장난끼가 생겨나기 시작한 것은 그 때였다.
"과연... 어리숙한 아스카에게 장난쳐볼만 하겠는 걸..."
자꾸만 아스카를 곤혹스럽게 만드는 [정령]치아키가 이해되지 않았던 [정령]나오코였다.
둘을 맺어주지도.. 그렇다고 무관심하게 놔두지도 않고 계속해서 간섭을 하면서도
결정적인 부분에서 수수방관하던 치아키가 어떤 기분으로 장난을 치고 있는지..
지금의 [정령]나오코는 확실하게 느낄 수 있었다.
"어떻게 놀려줄까..." 생각하던 나오코가 뒤늦게 들어오는 아스카를 바라보며 소리쳤다.
"아...치아키다.. 마침 배고팠는데... 살짝 맛 좀 봐볼까?.."
"나오코! 그..그게 무슨 소리야... 치..치아키를 어쩌려고..."
역시나.. 반응 한 번 빠르군... 의심도 안해보나...
아스카의 반응에 만족한 나오코가 흥분한 것처럼 언성을 높이며 말했다.
"너무..걱정하지 말라구... 딱히 그녀의 몸에 무리를 주는 것도 아니고...
너를 위해..그녀의 순결은.. 건들지 않을테니까..."
소파에 앉아 TV를 보고 있는 아스카는 착찹한 심정으로 고개를 돌려
옆에 놓여있는 소파 위에 나란히 앉아 TV를 보고 있는 치아키와 나오코를 바라보고 있었다.
아스카의 시선을 느낀 치아키가 차가운 눈빛으로 아스카를 노려보며 말문을 열었다.
"...누나 TV 보는 거 안 보이니? 시험 공부를 방해하는 것도 모자라 TV 보는 것도 방해하는 거야?"
"........"
아스카의 몸을 얼어붙게 만드는 치아키의 차가운 목소리...
"으응.. 치아키..너무 화내지말아.. 예쁜 얼굴에 주름이라도 잡히면 어쩌려고 그래..."
치아키의 무릎에 머리를 베고 소파에 누워있는 나오코가 치아키에게 말을 걸었고 치아키의 대답이 들려왔다.
"그래?...역시.. 치아키를 생각해주는 사람은 나오코 뿐이야..."
".........."
금방이라도 치아키를 잡아먹을 것 같던 나오코는 아이처럼 치아키의 품안에 묻혀
그녀의 몸을 더듬고 있었다.
"으...."
자신도 모르게 나오코의 모습에 화가 나는 아스카.
나오코는 그런 아스카의 시선을 아는지 모르는지 들으라는 듯이 크게 속삭였다.
"치아키...가슴이 정말 예쁘다.. 뭉클거리는 촉감이 대단해.. "
"정말?... 고마워 나오코.. 나오코의 가슴도 조금만 기다리면 더 예뻐질꺼야.."
치아키가 입고 있는 셔츠의 단추를 풀어헤친 나오코는
아스카의 눈에 언뜻언뜻 비쳐보이는 젖가슴을 만지작 거리더니
아스카가 잘 볼 수 있도록 그녀의 몸을 어루만지고 있었다.
"치아키.. 좀 더 오른쪽으로 몸을 기울여봐... 아스카한테 예쁜 치아키의 젖가슴을 보여주는 거야.."
"...하지만.. 치아키는 아스카한테 젖가슴을 보여주기 싫은 걸..."
"............"
말문이 막혀 아무런 대답도 못하는 아스카...
저게... 다 큰 아가씨들의 대화란 말인가....
비록 [정령]나오코의 힘 때문에 발생되고 있는 상황이지만...
치아키의 입에서...(치아키의 성격을 잘 알고 있는 아스카인데...)
나오코의 입에서...(아무리.. [정령]나오코라는 건 알지만...)
두 여성의 대화는 왠지 모르게 아스카를 사이에 두고 이리저리 저울질을 하며 놀려대는 것 같았고
특히나 불과 5분 전과는 너무도 달라진 태도로 나오코를 대하는 치아키의 모습을 보니
왠지 모르게 화가 나는 아스카였다.
"..나오코를 위해서.. 치아키의 가슴을 아스카에게 보여줘.."
나오코의 입에서 그런 말이 나오자, 치아키는 할 수 없다는 듯이 말했다.
"그럼.. 나오코를 위해서..."
그렇게 말하던 치아키는 아스카에게 고개를 돌리더니 별달리 감정이 실려있지 않은 목소리로
"아스카.. 나오코를 위해서.. 누나의 젖가슴 좀 제대로 봐 줘!..."
"...쿨럭..."
"표정과 대사가 전혀 안 맞잖아..." 그렇게 생각하던 아스카는 갑작스럽게 막혀버린 기도를 뚫기 위해
쿨럭..쿨럭..소리를 내며 기침을 해대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나오코의 눈빛이 순간적으로 음란해지며 가늘어졌다.
주물럭 주물럭...
나오코의 손이 치아키의 젖가슴을 주무르기 시작했다.
"아아~"
치아키의 입에서 간지러지는 듯한 교태가 섞인 신음소리가 터져나왔다.
"으으읏..."
치아키의 젖가슴과 신음소리를 바로 옆에서 보고 듣고 있던 아스카는 벌떡 일어서는 자신의 페니스를 느끼며
얼굴을 붉히고 신음소리를 내질렀다.
"더 이상 보고 있다가는..." 이렇게 생각하고 고개를 돌리는 순간...
"헤~ 치아키.. 아스카 좀 봐봐... 치아키의 젖가슴을 쳐다보지 않는데?"
장난끼 가득한 나오코의 목소리가 들렸고 곧 이어서....
"...아스카.. 너 ... 정말.. 누나 말 안 들을래?..."
정말 화가 난 듯 분노를 머금은 눈빛으로 아스카에게 소리치는 치아키.
아스카는 진퇴양난에 빠져 고통 속에서 몸부림쳤다.
"....이 참에.. 치아키 몸매를 감상하는 것도 나쁘지는 않잖아?"
갑자기 아스카의 마음 속 깊은 곳에서... 욕망이라는 이름의 무엇이 생겨나와 아스카를 설득시켰다.
"으음..."
생각해보니 이런 상황은 아스카 자신에게 결코 손해되는 일은 아니었다.
비록 두 명 뿐이지만... 벌거벗은 여성과 셔츠가 다 풀어져 젖가슴이 그대로 드러나있는 여성이
자신의 시선 아래에 무방비(?) 상태로 앉아있지 않은가...
생각을 바꿔보니.. 별로 괴로운 일이 아닌 듯 싶었다.
"아스카~~"
분노를 머금은 치아키의 목소리가 다시 한번 아스카의 귓가에 멤돌았다.
아스카는 짐짓 못 이기는 척 살며시 고개를 되돌려 치아키의 몸매를 감상(?)하기 시작했고
그런 아스카의 마음을 눈치챈 나오코가 치아키의 몸에 안겨들며 씨익 미소지었다.
아스카의 시선에서 나오코의 얼굴은 보이지 않는 사각에 위치해 있었기 때문에
그녀가 웃고 있다는 것을 아스카는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
"치아키.. 일어나봐..."
무슨 생각이 들었는지 치아키의 무릎을 베고 있던 나오코가 몸을 일으키면서 대뜸 말했고,
치아키는 의아한 표정을 지으면서도 별다른 거부반응 없이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히힛...잘봐두라고 아스카...!!"
".......?"
뭔가 심상치 않게 들리는 나오코의 목소리에 아스카는 긴장되는 마음을 진정시키며
치아키에게서 시선을 떼놓지 않았다.
스르르륵...
그 순간이었다.
치아키에게 소파에서 한걸음 앞으로 걸어가서 서있으라고 지시하던 나오코가
재빨리 치아키의 뒤로 돌아가 소파에 앉더니
두 손으로 치아키의 몸을 감싸고 있던 스커트를 쭈~욱 잡아내리는 것이었다.
"허억..."
팬던트를 얻게 된 이 후, 여성의 알몸도 몇 번 봤었지만...
풀어헤쳐진 셔츠를 입고 있던 치아키에게서 스커트가 흘러내려가버리자
대단히 섹시해진 치아키의 모습이 눈에 들어온 아스카는
얼굴로 피가 모이는 것을 느끼며 코피가 터지는 것을 막기 위해 한 손으로 코를 부여잡기 시작했다.
"오... 이번엔 제법 반응이 있는데?..."
점점 재미있어하는 나오코는 천천히 손을 움직여 치아키의 팬티를 부여잡더니
아주 천천히 팬티를 잡아내리기 시작했다.
스륵..스륵...스륵...
천천히..치아키의 보지를 가리고 있던 팬티가 흘러내려가며
눈에 띄지 않았던 치아키의 음모(털)가 모습을 드러내었고
얼마 지나지 않아 그녀의 보지가 아스카의 두 눈에 아주 자세히(?) 들어오기 시작했다.
"헤에..어때?.. 치아키의 그곳을 보니까 흥분되지 않아?"
"....나...나오코... 이제 그만 치아키를 원래대로 돌려줘..."
아스카는 현기증이 감도는 몸을 간신히 추스리며 나오코에게 애원하기 시작했다.
"... 이렇게 두 사람 사이가 미적미적하니까 [정령]치아키가 그렇게 장난을 치는 거라구...
나오코가 오늘 두 사람 사이를 가로막고 있는 벽을 허물어줄테니까...
나중에 나오코에게 고맙다는 말이나 잊지말고 해줘~~!!"
이 말을 끝으로 본격적인 나오코의 장난이 시작되었다.
"으윽..더이상은.."
라고 생각하며 치아키를 쳐다보지 못하고 시선을 회피하려고 하면...
"...고개 돌리자마 아스카! 고개 돌리면... 누나가 용서하지 않을거야!!.."
아스카를 노려보고 있던 치아키가 바로바로 응수를 해왔다.
"자..치아키.. 소파끝에 엉덩이를 깔고 앉아서 다리를 활짝 벌려보는거야..."
"으응...알았어....나오코..."
나오코의 말이라면 뭐든지 거부하지 않고 바로 실행하는 치아키..
이번에도 치아키는 나오코의 말을 들으며 소파에 앉아 다리를 벌리기 시작했다.
"자...기대하시라... 사랑스러운 치아키의 그 곳입니다!! 짜잔~"
장난스러운 멘트와 함께 나오코의 두 손이 치아키의 보지를 부여잡고 좌우로 활짝 벌어 젖혔다.
"우우우웃..."
코피가 쏟아질 것 같은 아스카...
나오코는 치아키의 등뒤에 숨어서 치아키의 보지를 이리저리 벌려보며 이곳저곳(?)을 만져보기 시작했다.
"...어때 아스카?.."
".............."
나오코의 짖꿎은 질문에 침묵하는 아스카.
"감상 소감 말이야...소감.."
"................"
여전히 침묵으로 일관하는 아스카.
확실히... 치아키의 몸은... 아름다웠다.
나나미 선생이나 미코의 몸도 보기 좋기는 했지만... 왠지.. 치아키의 몸은...
말로는 설명할 수 없는 무언가가 있었다. 그녀들과는 뭔가 달라보였다.
꿀꺽...
풀어헤쳐진 셔츠를 입고 있는 치아키의 모습은 알몸 일 때보다 더욱 더 매혹적이라는 생각이 든 아스카는
자신도 모르게 침을 꿀꺽 삼키며 흥분하기 시작했다.
그 순간 나오코의 이마에서 푸른 빛이 뿜어져나와 치아키의 뒤통수를 직격했다.
이 모습을 볼 수 없었던 아스카는 터질듯이 팽창하는 자신의 페니스를 진정시키느라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자... 이제.. 한걸음씩 앞으로 걸어가는 거야, 치아키!
아스카가 가까워질 수록 치아키는 자신의 감정에 솔직해지는 거야!!"
이렇게 말을 한 나오코는 치아키의 몸에서 손을 떼고 그녀의 등뒤에 숨어서 조용히 그녀의 행동을
감상하는 것 같았다. {작가 주: 치아키의 등뒤에 있어서 아스카에게는 나오코가 보이지 않습니다.}
치아키와 아스카
몇 일 후...
어제와 마찬가지로 만월의 달빛이 신비로운 분위기를 자아내며 밤하늘을 밝히고 있는 새벽 시간...
"으음..."
잠 결에 몸을 뒤척이던 아스카는 무의식적으로 몸을 왼쪽으로 기울이며 오른팔을 왼쪽으로 넘기고 있었고,
자신도 모르게 부드럽고 물컹한 느낌을 기대했던 아스카의 팔은 아무 것도 없는 침대 시트를 짓누르며
무언가를 찾는 듯 시트 주변을 더듬거리기 시작했다.
한참을 그렇게 더듬던 아스카는 뭔가 허전한 느낌에 잠에서 깨어나버렸다.
요 근래 눈만 뜨면 자신의 옆자리에 누워있던 치아키가 없다는 것을 깨달은 아스카는 실소를 머금더니
머리를 긁적이면서 중얼거렸다.
"..... 습관이 되어버렸나보네...."
그로부터 몇 시간 후...
날이 밝아왔다.
"아스카... 지각하겠다.. 어서 일어나렴..."
저 멀리서 쿠미코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녀의 목소리에 잠에서 깨어난 아스카는 재빨리 시계를 확인해보더니
방문을 열고나와 1층 부엌에서 아침 식사를 준비하고 있는 쿠미코에게 외쳤다.
"오늘은 개교기념일이라 학교수업이 없다구요..."
퉁명스럽게 울려퍼지는 아스카의 목소리를 들은 쿠미코는 짐짓 미안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아.. 미안..아스카.." 라며 사과했고, 이미 잠이 다 깨버린 아스카는 투덜거리며
계단을 내려와 부엌 식탁에 앉아 아침 식사를 기다렸다.
풀썩....
아스카의 옆자리로 언제 걸어왔는지 기척없이 나타나 의자에 앉는 치아키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잠시만 기다리렴...아침 식사 준비가 다 되어가니까.."
쿠미코는 평소와 같이 분주하게 요리를 준비하기 시작했고,
오래간만에 집에서 쉬게 된 아스카는 뭘 하며 시간을 보낼 지 생각하기 시작했다.
잠시 후, 요리가 나왔고 세 사람의 아침 식사가 시작되었다.
"맛 없다.."
여전히 밥을 먹지 않아도 배가 불러있는 상태라 쿠미코가 차려준 음식을 먹기는 먹었지만,
음식의 맛이 제대로 느껴지지 않았다.
그렇다고 그녀의 음식을 먹지 않는다면 괜스레 그녀가 쓸데없는 걱정하게 될 것 같아
마지 못해 음식을 먹고 있는 아스카였다.
그런 아스카의 모습을 살펴보던 쿠미코는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아스카에게 말했다.
"입맛이 없니?"
"........"
최근들어 식사를 맛있게 먹지 않는 아스카를 바라보며,(아스카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쿠미코는 아스카의 몸이 좋지 않은 것 같아 걱정되기 시작했다.
".. 쓸데없는 걱정이에요.. 엄마는 괜히 얘한테 신경쓰지 마시고 놔두세요.
배가 고프면 식욕이 돌아오겠죠..."
상당히 쌀쌀맞은 치아키의 목소리가 아스카와 쿠미코의 귀에 들려왔다.
"..치..치아키.. 말이..너무 심한 것 같아..."
그녀의 차가운 말투에 당황한 쿠미코가 치아키를 타일러보았지만 치아키는 무슨 일인지
아스카를 차갑게 쳐다보더니 한소리 더 내뱉기 시작했다.
"밥 맛이 없으면 괜히 옆에서 어물쩡어물쩡 거리지 말고 방에 올라가서 게임이나 하시지?
마지 못해 먹는 시늉을 하는 사람이 옆에 있으면 신경에 거슬리거든?"
휘이이이잉...
치아키의 쏘아붙이는 듯한 차가운 말투에 찬바람이 불어닥치며
두 사람을 얼어붙게 만들었다.
탁..
다 먹었는지 몸을 일으킨 치아키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자신의 방문을 걸어닫으며
그 모습을 감추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얼굴을 붉히며 아스카 옆에 다정하게 앉아있던 치아키였는데....
그녀의 갑작스런 변화에 당황한 쿠미코는 아스카에게 말을 걸었다.
"너희들...무슨 일 있었니?"
".............."
딱히 생각나는 사건이 없었기 때문에 아스카는 모르겠다는 제스처를 내보이며
침묵을 유지했고, 쿠미코는 그런 아스카에게 나지막하게 말을 내뱉었다.
"그러길래..누나에게 짖꿎은 장난은 하지 말라니깐....결국 누나가 화가나 버렸잖니?"
"........."
아스카가 치아키에게 "뭔가 짖꿎은 장난을 해서 그녀의 기분이 좋지 않은 건 아닐까"라고 생각한 쿠미코는
아스카를 살짝 꾸짖었고, 그녀의 기분을 풀어주기 위해
아스카를 데리고 그녀의 방문 앞에 다가간 쿠미코가 그녀의 방문을 두드렸다.
똑똑! 똑똑똑!
"치아키.. 오늘은 학교에 안나가니?"
노크와 함께 쿠미코가 말을 내뱉자, 잠시 후 치아키의 방문이 살짝 열리며
문틈 사이로 그녀의 모습이 드러났다.
치아키는 쿠미코의 모습을 확인하다가 그녀의 옆에 서 있는 아스카를 발견하더니
눈쌀을 찌푸리며 차갑게 말을 내뱉었다.
"시험 기간이라 강의는 모두 휴강으로 결정되었어요!"
다시 방문을 닫으려는 치아키는 그 순간에 말을 건 쿠미코에 의해 그 행동을 실행하지 못했다.
"저기...치아키.. 아스카와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모르지만....
아스카도 반성하고 있으니...이제 그만 누나답게 동생을 용서해주렴..."
그렇게 말하며 쿠미코가 아스카를 힐끗 쳐다보았고, 그녀의 시선을 느낀 아스카가
어깨를 으쓱거리며 마지 못해 말을 내뱉었다.
"...그래..치아키.. 내가 잘못했어... 이제 그만 화풀어!.."
그러자, 치아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난.. 너 같은 남자애를 동생이라고 생각해본 적이 없거든?
이제부터 시험 공부를 할테니까 방해하지 말고 조용히 있어주렴...누나가 부탁하는 거니까 들어줄꺼지?
휘이이이잉...
다시 한번 찬바람이 불어와 치아키와 아스카 사이를 스쳐 지나갔다.
뭔가 심상치 않는 분위기를 느낀 쿠미코는 오해가 풀릴 수 있도록 두 사람만의 자리를 마련해줘야겠다고
생각하고서는 잠시 외출하겠다는 말을 남기며 집밖으로 나가버렸다.
그리고... 남겨진 아스카는...
굳게 닫혀진 치아키의 방문을 바라보고 한숨을 내뱉으며
거실 소파로 몸을 옮겨 TV를 시청하기 시작했다.
아스카가 TV를 보고 있은지 얼마 지나지 않아 치아키의 방문이 열리며
아스카에게 치아키가 다가오기 시작했다.
그녀의 인기척을 알아차린 아스카는 살짝 고개를 돌려 뒤를 돌아보며
그녀에게 말을 걸어보려고 입을 열었다.
"저기..치아키...."
그 순간 주변의 공기를 싸늘하게 식혀버릴 정도로 차가운 눈빛을 머금은 그녀의 눈동자가
아스카의 눈에 들어왔다.
오늘의 치아키는 아스카의 기억 속에 인식되어있지 않은 미지의(?) 표정과 행동을 보이며
아스카의 말을 중간에 끊어버렸다.
"..누나한테 그게 무슨 말버릇이니?... 너 언제부터 누나 이름을 그렇게 함부러 부르기 시작한 거야?"
"..............."
그녀의 차가운 말투는 계속 이어졌다.
"...누나 공부하는데 방해하지 말라는 말 못 들었니? TV 소리가 시끄러워서 집중이 안되거든?.."
".............."
아스카는 눈앞의 치아키를 바라보며 "치아키의 가면을 쓰고 있는 다른 사람을 대하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의문을 품은 체 꿀먹은 벙어리가 되어버린 듯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한 체 입만 뻥긋거리고 있었다.
아스카를 대하는 치아키의 차가운 태도는 그 날 이후부터 지속적으로 아스카를 괴롭히기 시작했다.
"저기...치아키?"
아스카가 이렇게 말 걸면...
"..... 말 걸지마.. 방해가 돼! 그리고.. 누나 이름 함부로 부르지 말랬잖아!.."
라고 차갑게 쏘아대는 치아카...
"...저기..누나?"
"...너 정말 한가한가보구나.. 왜 그러는데?...무슨 일인데?.."
그녀의 살을 에리는 듯한 차가운 목소리를 견뎌내며 꾸준히 말을 건낸 결과
마침내 치아키와 대화하는 데 성공한 아스카.
"저기.. 무슨 일인지 말을 해줘야 사과를 하던가 말던가 할 거 아냐...
오늘..치아..아니..누나가...날 너무 살갑게 대하는 것...같아서..."
드디어 말을 건낸 아스카는 자신이 뭘 실수했는지 듣기 위해 귀를 쫑긋 세우고 그녀의 대답을 기다렸다.
"... 무슨 소리를 하는 건지 모르겠어...내가 왜 너 같은 동생에게 잘해줘야 하는건데...
지금에서야 말하는 거지만... 난 니가 우리 집에 처음 발을 들이댄 그 순간부터
니가 싫었었거든...?! 사람이 사람을 싫어하는데 딱히 이유가 필요한 거니?
자.. 대답이 되었으면 사람 귀찮게 하지 말고 네 할 일이나 하고 있으렴...
너 자꾸 누나를 신경쓰이게 하는데... 누나는 도서관에서 공부하고 올테니 그렇게 알고 있으렴!.."
평소에 치아키가 이런 말을 했었다면 농담하지 말라며 코웃음을 쳤을지도 모를만한 대사였지만..
정말.. 찬바람이라도 불어오는 듯 차갑게 느껴지는 치아키의 말투와 얼음처럼 차가운 치아키의 눈빛을
확인한 아스카는 얼어붙은 체 한동안 움직이지 못했다.
그렇게 며칠이 지났다.
"후~"
가방을 메고 등교길에 오른 아스카는 기분이 편치 않았다.
그날부터 치아키는 마치 다른 사람이라도 된 것마냥 자신을 멀리하고 있었다.
당연한 말이겠지만, 그날 이후로 치아키가 밤 중에 자신의 침실로 걸어들어오는 일도 없어졌다.
그녀가 밤마다 찾아오는 게 조금 불편하기는 했었지만... 막상 찾아오지 않게 되자
혹시나하는 생각에 밤 중에 그녀를 기다리는 자신의 모습을 확인하고는 실소를 금치 못했다.
"... 사실은.. 치아키가 다시 찾아왔으면...하는 생각을 하고 있는건가..."
문뜩 떠올린 생각이 아스카 자신을 깜짝 놀래키게 만들었다.
"설마...그럴리가..."
애써 부인하던 아스카는 ... 차가운 눈빛의 치아키를 떠올리며 몸을 한차례 부르르 떨기 시작했다.
[치아키를 책임져야해!] 문득... 어린 시절의 치아키가 떠오르기 시작했다.
[....안아줘...아스카...] 세삼스럽게 치아키에 의해 자신을 유혹했던 치아키의 모습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치아키의 이미지가 떠오르자 아스카 자신도 알 수 없는 뭉클한 감정이 아스카를 괴롭히기 시작했다.
"하아...." 한숨을 내쉬는 아스카...
그는 다시 한번 한숨을 내뱉으며...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내가.....치아키를 사랑하고 있었던 건가.."
아스카의 머릿속에 다정하게 미소짓고 있는 치아키의 모습이 떠오르자,
아스카의 눈가에 천천히 눈물이 고이기 시작했다.
교문 앞에 도착한 아스카는 서둘러 교실 안으로 걸어들어가 자신의 자리를 찾았다.
"어?"
아스카의 책상에 왠 쪽지가 놓여있었다.
[하세가와 아스카 선배에게
방과 후에 옥상에서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후지와라 나오코...]
후지와라...나오코?
낯선 이름이였다.
혹시나 하는 생각에 아는 얼굴들을 하나 둘씩 떠올려봤지만, 나오코라는 이름의 여학생에 대한 기억은
떠오르지 않았다.
"누구지?"
뜻하지 않게 자신의 책상에 놓여있는 쪽지 한장이 아스카의 호기심을 자극시키고 있었다.
소제목 : 운명의 시발점.(시발점 : 시작되는 부분, 어떤 사건이 일어나기 직전)
딩동뎅동...
수업 종료를 알리는 음악 소리와 동시에 교실 안에 학생들이 환호성을 지르며
교실 밖으로 나가기 시작했다.
한 사람 한 사람 빠져나가고 얼마 지나지 않아 교실 안에 남아있는 사람은 단 둘 뿐...
한 사람은 수업시간에 잠 들어 버린 아스카였고... 나머지 한 사람은...
미코였다.
오늘따라 유난히 잠들어있는 아스카가 신경쓰여서 그를 놔두고 집으로 돌아가지 못하는 미코.
잠 들어 있는 아스카를 깨우지도 못하겠고, 그렇다고 집에 가지도 못하겠고...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 한 체 영문모를 고민에 빠진 미코는 그렇게 아스카가 깨어나기만을 기다리며
그녀가 앉아있던 자리에서 잠들어있는 아스카를 쳐다만 보고 있었다.
"미코! 집에 가자~" 요코와 노조미가 찾아와 재촉했지만, "으응.. 먼저 가.. 난 조금 있다가.." 라고 말하며
두 소녀를 돌려보낸 그녀는 아스카가 좀처럼 깨어날 기색을 보이지 않자, 난처한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화장실에 잠깐 갔다와야겠는데...."
드르르륵...탁..
문이 열고 닫히는 소리가 들렸고, 교실 안에는 잠들어 있는 아스카 혼자만의 공간이 되어있었다.
"쿨~~" 콧소리가 들리며 아스카는 꿈을 꾸고 있었다.
[지금에서야 말하는 거지만... 난 니가 우리 집에 처음 발을 들이댄 그 순간부터
니가 싫었었거든...?! 사람이 사람을 싫어하는데 딱히 이유가 필요한 거니?]
13년의 시간동안 치아키의 곁에 머물러있으면서 치아키에 대해서는 모두 알고 있다고 생각했었는데...
그 동안 단 한번도 봐온 적 없던 차가운 눈빛의 치아키가 꿈 속에 나타나 자신을 경멸하고 있었다.
두근..두근... 아스카의 심장이 빠르게 요동치기 시작했다.
슈아아아악..
갑자기 화면이 새하얗게 물들으며 장면이 바뀌기 시작했다.
보름달이 떠오르던 밤...
아스카는 팬던트의 정령 [치아키]를 만나기 위해 팬던트를 만지작 거리며 그녀가 나타나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러나, 왠일인지 좀처럼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그녀...
고개를 들어 시간을 확인하는 그의 시야에 [오후 10:00] 를 알리고 있는 시계가 보였다.
고개를 돌려 창문 밖의 하늘을 쳐다보던 아스카는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오늘은... 안 나오려나..."
어두운 밤하늘을 밝게 비춰주는 만월의 밤이 되었지만, 비를 쏟아내려는 지
수 많은 비구름들이 나타나 만월의 달빛을 가리고 세상을 어둡게 만들고 있었다.
"아무래도 내일을 기약해야겠군..."
은빛을 뿜어내는 신비로운 팬던트를 바라보며,
아스카의 아쉬움 섞인 한숨이 그의 입을 통해 밖으로 세어나왔다.
자정 무렵..
조용히 방문이 열리며 아스카의 침실로 한 소녀가 모습을 드러내었다.
평소와 마찬가지로 속이 내비춰지는 투명한 원피스차림의 치아키가 몽롱한 눈빛으로 나타나
잠들어있는 아스카에게 다가와 그를 껴안고는 서서히 눈이 감기며 잠에 빠져들기 시작했다.
모르는 사람이 이 광경을 바라본다면 한 쌍의 부부가 함께 잠을 자고 있는 것이라 착각할 정도로
두 사람의 모습은 잘 어울렸다.
시간이 얼마나 지나갔을까..
문득, 비구름을 뚫고 만월의 달빛이 밤하늘을 밝혀주기 시작했다.
그와 동시에 아스카의 목에 걸려있는 팬던트에서 붉은 연기가 뿜어져나오는가 싶더니
그것은 말그대로 순식간에 치아키의 몸 안으로 흡수되듯 빨려들어가버렸다.
잠들어있던 치아키의 두 눈이 떠지고 치아키의 몸이 가볍게 일으켜졌다.
장난끼 가득한 어린아이처럼 두 눈을 반짝이며 아스카를 쳐다보던 치아키는
두 팔을 움직여 어깨에 걸려있는 잠옷의 끈을 흘려내리기 시작했다.
스르륵..
투명한 원피스 잠옷이 부드럽게 흘러내려가며 치아키의 알몸이 달빛을 받으며 아름답게 빛나고 있었다.
그녀의 옷이 그녀의 허리춤에 걸려, 매혹적인 그녀의 알몸을 더욱 돋보여주는 악세사리가 되어버렸다.
어린 아이가 된 것마냥 장난스러운 표정을 짓던 소녀는 곁에 누워있는 남자의 몸을 올라타며
재미있다는 듯이 "킥킥" 대며 웃기 시작했다.
뭉클...
"으음..."
잠들어있던 아스카는 자신의 가슴을 자극하는 낯익은 감촉을 느끼며 짧은 신음성을 터뜨렸다.
얼마 지나지 않아 아스카의 가슴에 부드러운 감촉이 느껴지기 시작했고,
그 감촉은 그의 가슴에서 배로.. 배에서 허벅지로 이동하며
아스카를 자극시키기 시작했다.
"으음..."
다시 한번 신음을 흘리는 아스카.
그의 몸을 자극하던 부드러운 그것(?)은 다시금 그의 가슴을 자극하기 시작했고,
계속되는 자극의 연속에 그의 자지가 천천히 일어서기 시작했다.
주물럭 주물럭...
갸냘픈 손이 나타나 그의 자지를 주물럭거리기 시작했다.
"우우웃.."
잠결에 희롱(?)당하는 아스카는.. 자신의 페니스를 자극시키는 그 어떤 손길을 느끼고는
신음소리를 흘리며 천천히 눈을 뜨기 시작했다.
"치아키?"
눈앞에 낯익은 여성이 보였다.
치아키였다.
아스카는 깜짝 놀라며 그의 몸에 올라탄 체 그녀의 부드러운 가슴을 이용해 그의 가슴을 문지르고 있는
치아키의 존재를 확인하며 신음과 함께 치아키의 이름을 불러보았다.
"우웃..치..치아키?"
그의 부름에 치아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잘 잤어? 아스카?.."
그렇게 말을 건낸 치아키는 요염한 눈빛을 띄우며 그의 몸에서 떨어져나와
두 손으로 아스카의 자지를 주물럭거리는 데 정성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우아앗... 치..치아키..무슨 짓을..."
자위를 해 본 적은 있었지만... 이렇게 타인에 의해.. 그것도 여성에 의해..
자신의 자지가 자극받아본 적은 없었기에...
자극은 아스카의 몸 전체에 황홀한 쾌감을 전해주고 있었다.
"그..그만..."
더이상 자극이 지속되면 치아키의 몸에 자신의 정액이 내뿜어질 거라 생각한 아스카는
떨리는 목소리로 그녀를 멈춰세웠고, 한 참 그의 자지를 주물럭거리던 치아키는
만면에 아쉬움을 가득 담은 표정으로 아스카에게 말을 건냈다.
"..기분 좋지 않아?.. 아스카가 원한다면... 지금 이대로 치아키를 범해도 상관없어..."
"상관없다구?"
치아키의 입에서 그런 말이 흘러나오자, 그제서야 아스카는 지금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 건지
깨달을 수 있었다.
"그..그만... 난.. 아직.. 치아키를 어떻게 할 생각 따윈 눈꼽만치도 없었다구..."
당혹감에 물든 아스카가 변명하듯 말을 내뱉었고, 그 말을 듣던 치아키가 눈을 반짝이며 대답했다.
"헤에~ 이렇게 아스카군의 자지는 흥분해 있는데?"
주물럭...주물럭..
그 말과 동시에 치아키의 두 손이 아스카의 자지를 다시한번 자극시키기 시작했다.
"우웃...그..그만둬..."
아스카는 짐짓 괴로워하는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난.. 그..그녀를 건들고 싶지 않아... 우..우린.. 남매사이라구..."
"에?... 하지만.. 아스카는 치아키를 원하고 있잖아?... 난 그렇게 알고 있는 걸?..."
흘러내리는 원피스가 투명했기에... 알몸이라 해도 손색이 없는 몸으로
이 다 큰 아가씨는 남자의 자지를 부여잡은 체 순진한 표정으로 아스카에게 되묻고 있었다.
"..그...그렇지 않아... 니가 잘못알고 있는 거야.. 나..난.. 단지 그녀를 괴롭히고 싶었을 뿐이야..."
"흐음...정말...그렇단 말이지?....한 번 시험해볼까?..."
그의 궁색한 변명에 눈빛을 반짝이던 치아키는 그 말을 끝으로 그의 몸에서 내려와
아스카의 방에서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그로부터 몇 시간 후...
아스카를 쳐다보던 치아키의 태도는 변해있었다.
"설마... 그 시험이라는 게..."
얼마동안이나 잠이 들어있었던 걸까...
문득 그런 생각을 떠올리던 아스카는 허리와 등에 느껴지는 통증을 참아내며
책상에서 몸을 일으켰다.
"아무도 없구나..."
주위를 둘러보던 아스카는 그렇게 중얼거리다가 책상 위에 놓여있는 쪽지를 바라보더니
천천히 교실 밖으로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드르르륵...
화장실에 갔던 미코가 교실에 돌아왔다.
그녀는 교실 문을 열자마자 아스카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고는
울상이 되어 소리쳤다.
"우아앙~ 얘는 또 어디로 간거야..."
소제목 : 아스카의 위기
끼이익...
문이 열리며 아스카의 시야에 낯이 익은 풍경이 비춰졌다.
학교 옥상은.... 평소 그가 혼자 점심을 먹던 장소였다.
문을 열고 옥상에 들어선 아스카는 살며시 출입문을 닫고 소리나지 않게 문을 잠가놓으며
주변을 살피기 시작했다.
아스카의 시선이 한 여성에게 고정되었다.
뒤를 돌아보고 있어 얼굴을 확인할 수는 없었으나, 왠지 낯익은 옷차림을 한 소녀였다.
"아.. 저 옷은..."
소녀에게 다가가던 아스카는 걸어가던 도중 그 옷차림이 상징하는 것이 무엇인지 깨닫고는
긴장을 감추기 위해 자신의 얼굴 표정을 점검하며 소녀와 두어걸음의 간격을 유지한 체 멈춰섰다.
"....후지와라......"
이름을 부르려던 아스카는 갑자기 그녀의 이름이 떠오르지 않아 잠시 머뭇거렸고,
뒤돌아서 있던 소녀가 그 말을 이어가며 말을 건냈다.
"..나오코에요.. 후지와라 나오코... 그쪽은 하세가와 아스카 선배시죠?"
이쪽은 상대를 전혀 모르고 있지만, 상대는 이쪽을 잘 알고 있는 것 같았다.
그렇게 생각한 아스카는 등에 식은 땀이 흘러내리는 것을 느끼며 말을 붙였다.
"그런데... 나오코...그 옷차림은..."
아스카의 질문을 들은 그녀는 잠시 머뭇거리다가 대답했다.
".....보시는대로 .. 전 대대로 전해져내려오는 무녀 집안의 후손이자 현재 무녀의 수업을 쌓고 있는
...견습 무녀에요.."
"..견습..무녀...?!"
무녀란 귀신이나 천사, 악마등 미지의 존재로부터 계시를 받아 그것을 실천하는 여성을 뜻한다.
(우리나라에서는 무당이라고 부르지만... 일본 애니메이션의 무녀 이미지에 길들여져있어..왠지 어색...)
문득, 아스카는 한번도 만나본 적 없는 무녀가 왜 자신을 불러들였는지에 대해 강한 의문을 품었고,
자신의 교복 안에 감춰져있는 팬던트의 존재감을 느끼게 되자,
이루 말할 수 없는 불안감에 휩싸이기 시작했다.
"제가..선배를 이 곳으로 불러들인 이유는...."
불안해하고 있는 아스카에게 소녀가 말을 건내기 시작했다.
"최근들어 선배에게서 불길한 기운이 흐르는 것을 느꼈기 때문이에요!"
"불길한...?"
짐짓 모르는 척 그녀의 말을 따라해보는 아스카였지만, 그의 등짝은 식은땀에 절어있는 상태였다.
"선배...혹시.. 최근에 무슨 물건을 얻지 않으셨나요?
부적이라던가... 특이한 모양의 장식이라던가..."
소녀의 말을 들으며 아스카는 살짝 안도의 한숨을 내뱉었다.
"아직.. 미숙하구나.."
하지만, 그녀가 어떤 실력을 가지고 있는 지 알수 없었기에 방심할 수 없는 아스카였다.
갑자기 그녀가 몸을 돌려 아스카에게 손을 내밀며 말했다.
"..주세요..."
"헤..귀여운데..."
예상외로 귀여운 모습의 소녀를 확인한 아스카는 긴장으로 굳어있던 몸이 풀리는 것을 느끼며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그녀의 말을 받아쳤다.
"....달라니 뭘?.."
그러자,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퉁명스럽게 쏘아붙이는 소녀.
"...지금은 괜찮을지 모르지만.. 선배가 가지고 있는 물건을 머지않아 크나큰 재앙을 일으킬지도 몰라요..
제가 정화시킬테니.. 선배가 가지고 있는 물건을 제게 주세요."
말을 내뱉은 소녀는 날카로운 눈매로 아스카의 일거투 일투족을 관찰하기 시작했다.
소녀의 갑작스런 변화에 섯불리 움직일 수 없게 된 아스카는 빠르게 머리를 굴리기 시작했다.
"어떻게 해야하지..."
소녀는 고민하는 아스카의 표정을 바라보더니 짐짓 위협적인 말투로 말을 내뱉었다.
"...지금.. 주시지 않으시면... 힘으로라도 빼앗을 거예요..
잘못하면 크게 다칠 수도 있으니 순순히 제 말을 들어주세요."
소녀의 기세가 심상치 않음을 느낀 아스카는 일단은 상황을 지켜보자는 생각에
천천히 손을 들어 교복 안쪽에 숨어있는 팬던트를 꺼내기 시작했다.
마음같아서는 눈앞의 소녀에게 그 기운을 쏟아내주고 싶었지만
소녀는 자신의 행동을 주도면밀하게 관찰하고 있었다.
소녀의 실력을 모르는 이상.. 괜히 기운을 뿜어내다가는
소녀를 제압하기는 커녕 자신이 제압당하는 게 더 빠를 거 같다는 생각에
순순히 팬던트는 건내주기로 마음 먹은 것이다.
아스카가 소녀의 눈앞으로 손을 내밀었다.
손을 반바퀴 돌린 아스카는 손바닥을 펴고 그 위에 놓여있는 팬던트를 소녀에게 보여주며 말을 건냈다.
"자... 이게 니가 말했던 그 물건일꺼야..."
"...순순히 내줘서 고마워요...."
아스카의 반응에 안심하게 된 듯 긴장을 풀며 소녀가 미소지었다.
"아직... 긴장을 풀지는 말라구... 내게는 아직 한 가지가 더 남아있단 말이야.."
아스카의 머릿속으로 치아키의 몸을 감싸던 검은 연기가 떠오르기 시작했다.
기운을 뿜어내면 소녀가 눈치챌지도 모르는 일이였지만,
팬던트라면 이야기가 달랐다.
비록 꿈이었지만, 치아키가 만지기 직전까지 아무런 변화도 없었던 팬던트는
치아키의 손이 닿자마자 검은 연기를 뿜어내며 치아키의 생명을 갉아먹었었다.
"눈 앞의 소녀에게는 미안한 일이지만...."
아스카는 등뒤로 흐르는 식은땀을 느끼면서도 담담한 표정을 유지한 체로 소녀에게 말했다.
"... 그렇지 않아도.. 이 팬던트가 이상하다고 생각하던 참이었어.. 자..얼른 받아..."
손을 위아래로 흔들며 소녀를 재촉하기 시작하는 아스카...
자신이 긴장하고 있음을 소녀가 눈치챌까봐... 혹은 소녀가 자신의 행동을 수상하게 여길까봐
불안한 아스카는 아무렇지도 않은 듯한 표정으로 소녀를 재촉하고 있었다.
"..그럼..."
아스카의 의도대로.. 별다른 의심없이 소녀의 손이 아스카의 팬던트를 향해 뻗어가기 시작했다.
"됐다!"
소녀의 손이 팬던트를 잡는 순간... 아스카는 쾌재를 부르며 소리쳤고,
갑작스런 그의 외침에 깜짝 놀라던 소녀는 자신의 손에서 이상한 기운을 뿜어내는
팬던트를 의식하며 비명을 내지르기 시작했다.
"꺄아악..."
아스카의 눈에 그것(?)이 보이기 시작했다.
치아키를 감싸안던 그 때의 꿈처럼...
팬던트에서 뿜어져나오는 검은 연기같은 그것은 빠른 속도로 소녀의 손을 통해
소녀의 몸 안으로 흘러들어가기 시작했다.
"으아아...으으..."
몸을 움직일 수 없는 듯.. 팬던트를 잡고 있던 그 자세 그대로 부들부들 떨던 소녀는
동공이 커지고 초점이 흐려지면서 신음소리를 내지르기 시작했다.
"으......
...................."
눈 깜짝할 사이에 검은 연기는 소녀의 몸을 완벽하게 감싸안아버렸고
어느 순간.. 소녀의 입에서는 더 이상 아무런 소리도 들려오지 않았다.
의식을 잃어버린 듯 눈이 뒤집히던 소녀는 천천히 땅바닥으로 몸이 무너져내리기 시작했고,
눈앞에서 쓰러지는 소녀의 모습을 지켜보고 있던 아스카는 반사적으로 쓰러지는 그녀의 몸을
부둥켜안으며 쓰러지지 않도록 고정시켜주었다.
역시나..그녀의 몸은 얼음덩어리마냥 차가웠다.
"죽은...건가..?"
차가운 소녀의 몸을 어루만지며 아스카는 그렇게 중얼거리며 소녀의 손에 잡혀있는 팬던트를
다시 자신의 품안에 갈무리하였다.
바로 그 때였다.
팬던트가 빛을 뿜어내는가 싶더니 곧이어 아스카의 눈에 소녀의 몸으로 흘러들어가는
파란 연기가 보였다.
소녀의 몸을 에워싸고 있던 검은 연기를 밀치며 파란 연기가 소녀의 몸을 감싸안기 시작했고
소녀의 몸안에서 충돌하던 두 연기 중 검은 연기가 팬던트 속으로 흘러들어오기 시작했다.
"이건... 어떻게 된 거지?"
요즘들어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늘어만 가는 짜증에 치아키는 혼란스러워하고 있었다.
"내가 왜이러지...."
언제부터인지... 눈 앞에 아스카가 보이기만 하면... 경멸어린 시선으로 그를 쳐다보게 되는 치아키.
이제는 눈 앞에 그가 없어도 자꾸만 떠오르는 아스카의 모습에 짜증이 나는 치아키였다.
"이러면 안되는데..."
아스카의 모습을 떠올릴 때마다 짜증도 함께 생겨났고, 정신을 차려보면 그를 욕하고 있는
자신의 모습이 느껴짐과 동시에 알 수 없는 괴로움이 그녀를 괴롭혔다.
"..아스카 따위..죽어버렸으면 좋겠어..."
"...아..내가 지금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죽어버리라니...말도 안돼..."
"... 나... 제정신이 아닌가봐...어떻게..."
치아키는 요 몇 일전부터 계속해서 이런 패턴으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아스카를 욕하고 그 욕에 자신이 상처받고...
방문을 살짝 열고 나와 아스카의 신발을 확인해보던 치아키는 아스카가 아직 돌아오지 않았다는 것을
확인하고는에 왠지 모르게 걱정되기 시작했다.
"..아스카... 오늘은 늦나보네..."
시계를 쳐다보니 시간은 벌써 [오후 07:00]...
아스카를 기다리던 치아키는 기다림에 지쳐 깜빡 잠이 들고 말았다.
1시간 후...
철컥...끼이이익...
현관문이 열리며 아스카가 나타났다.
"엄마...나왔어요!"
들려오는 대답이 없음을 깨달은 아스카는 쿠미코가 또 어디론가 외박을 나갔다고 생각하며
투덜거렸다. "...집에 있는 날보다 외박하는 날이 더 많은 것 같아..."
그런 아스카의 등 뒤로 무녀 복장을 한 소녀가 나타나 아스카를 앞질러 걸어가더니
소파 위에 잠들어있는 치아키를 보고는 손뼉을 치며 소리쳤다.
"아...치아키다.. 마침 배고팠는데... 살짝 맛 좀 봐볼까?.."
그 말에 깜짝놀란 아스카가 소리쳤다.
"나오코! 그..그게 무슨 소리야... 치..치아키를 어쩌려고..."
당황해하는 아스카를 바라보던 나오코는
맛있는 음식을 눈 앞에 두고 있는 사람처럼 흥분하며 입을 열었다.
"너무..걱정하지 말라구... 딱히 그녀의 몸에 무리를 주는 것도 아니고...
너를 위해..그녀의 순결은.. 건들지 않을테니까..."
"그..그런..."
귀여운 얼굴을 한 소녀가 얼굴색 하나 변하지 않고 말을 이어가자,
도리어 아스카쪽에서 얼굴이 붉게 물들어버렸다.
"...배가 고파서... 더 이상 참을 수가 없네... 그럼..."
스르륵..
"아..."
아스카의 눈 앞에서 나오코는 아무런 망설임없이 입고 있던 옷을 벗어던져버렸고,
그 모습에 깜짝 놀란 아스카를 무시한 체
치아키에게 다가가는 나오코.
"치아키!"
자신도 모르게 아스카는 치아키의 이름을 소리쳐 불렀다.
"아!"
그 소리를 들은 치아키는 깜짝 놀란 듯 잠에서 깨어나 눈을 떴고
눈 앞에 알몸으로 자신을 쳐다보는 나오코를 발견한 치아키가 깜짝 놀라 소리질렀다.
"꺄아아악.."
치아키의 비명소리에 나오코의 얼굴이 살짝 찌푸려졌다.
"시끄럽기는... 자..조용히 해..."
손가락을 쭉 뻗어 치아키를 가르키는 나오코.
그 순간 나오코의 손끝에서 푸른 빛이 뿜어져나와 치아키의 이미를 관통해버렸다.
"...아........"
"어엇?!......"
빛에 관통당한 치아키는 한차례 몸을 부르르 떨더니 침묵하기 시작했고,
나오코의 손끝에서 작살처럼 빠르게 뻗어나가는 푸른 빛을 발견한 아스카는 깜짝놀라
소리쳤다.
"치...치아키..괜찮아?"
"............."
아스카의 물음에도 치아키의 몸은 부르르 떨리고만 있을 뿐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았고,
치아키의 이마에 푸른 빛을 흘려보내고 있던 나오코가 아스카를 쳐다보며 입을 열었다.
"..별 일 아니니까..조용히 보고만 있으라구... 곧 재미있는 광경이 벌어질 테니까!!"
소제목 : 아스카의 가슴을 뒤흔드는 치아키
"나오코?"
푸른빛을 머금은 기운이 소녀의 몸을 감싸안으며 그녀의 심장에 스며들 듯 흡수되어버리자
소녀의 눈이 스르륵 감겨졌고, 그 모습을 지켜보던 아스카는 조심스럽게 품에 안겨있는 소녀의 이름을
불러보았다.
두근..두근...
방금 전까지 얼음덩어리마냥 차가웠던 소녀의 몸에서 따뜻한 체온이 느껴지기 시작하는 것을
느낀 아스카는 이 낯선 상황에서 뭘 어떻게 해야할지 갈피를 잡지 못한 체 혼란스러워하고 있었다.
"...배고파... 집에 돌아가자..."
아스카의 품에 안겨있던 나오코가 살며시 눈을 뜨며 소리쳤다.
"...집?..."
예상치 못한 그녀의 말에 당황한 아스카가 되물었고, 그녀가 고개를 들어 아스카를 쳐다보며 입을 열었다.
"치아키가 있는 아스카의 집!"
그녀의 말을 듣는 순간, 불현듯 뭔가를 떠올린 아스카가 조심스럽게 나오코에게 말을 걸었다.
"....치아키?..."
"....치아키로 보여?"
묻자마자 바로 대답이 들려왔다.
이 대화의 패턴... 아스카에게는 너무도 낯익은 광경이었다.
"아니... 치아키는 아닌 것 같은데... 그렇다고 나오코로 보이지는 않아..."
솔직하게 대답하는 아스카.
그의 모습에 나오코가 두 눈빛을 반짝이며 말을 건냈다.
"헤~ 과연 치아키가 맘에 들어할 정도로 특이한 인간이네...?!"
"........."
"과연..." 이라는 생각이 마음 속에서 생겨났다.
"...[정령] 치아키가 아닌.. 또 다른 존재도 있단말이야?...."
아스카의 가슴 속에 새로운 의문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배고프니까..가면서 얘기하는 건 어때?"
그녀의 제안에 아스카는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그래...그게 좋겠군...그런데.. 나오코는 어떻게 하지?"
자신의 품안에서 눈빛을 반짝이는 정체불명의 나오코가 아닌... 자신에게 쪽지를 건내주던
견습 무녀.. 나오코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는 아스카에게 나오코가 살짝 미소지으며 대답했다.
"집이 신사를 모시고 있는 절이네.. 할아버지와 엄마, 남동생이 있구...
이 애를 제외하고 아스카에게 위험이 될만한 인간들은 없어...
아스카가 걱정하는 바를 모르는 건 아니지만... 내가 알아서 할테니.. 일단 집으로 돌아가자.."
어딘지모르게 [정령] 치아키를 떠올리게 만드는 나오코를 바라보며
다시 한번 고개를 끄덕이며 품에 안겨있는 그녀를 바로세워 놓고 한걸음 뒤로 몸을 내빼며
뒤돌아서서 걸어가기 시작했다.
"...........저기... 아스카?..."
두어걸음을 옮기던 아스카는 등 뒤에서 들려오는 나오코의 목소리에 고개를 돌리며 외쳤다.
"....왜?.."
아스카의 말에 나오코가 수줍은 듯이 나지막하게 말했다.
"너무 오랫만에 인간의 몸에 들어왔더니... 기운이 하나도 없어..
업어주지 않겠어?.."
"........그...그래?..할 수 없지 뭐..."
잠시동안 그녀의 말을 이해할 수 없었던 아스카는 업어달라는 말을 듣고서야 그녀가 무엇을 원하는 지
이해하고는 선뜻 승낙해주었다.
물컹....
굉장히 오랫만에(?) 느끼는 낯익은 감촉에 어색한 웃음이 터져나오는 아스카...
"하...하....나오코...가...슴이..."
".... 이 곳의 전통 옷차림에는 가슴 가리개를 사용하지 않는 것 같은데?..."
아스카의 기분을 아는지 모르는지 무덤덤하게 대꾸하는 나오코.
그제서야 아스카는 등뒤에 업혀지는 나오코가 평범한 소녀가 아니라는 것을 실감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나오코도 치아키처럼 팬던트의 정령이라는 거야?.."
나오코를 업은 체로 집을 향해 걸음을 옮기던 아스카가 등뒤쪽을 바라보며 물어보았다.
"..........."
나오코는 잠들었는지 한동안 대답이 없었다.
"저기...나오코?.."
그녀가 잠들었는지 확인해볼겸 나지막하게 그녀의 이름을 불러보는 아스카.
".....등뒤쪽이지만.. 성숙한 여체를 느껴보니까 어때?...기분 좋아?..."
갑자기 엉뚱한 질문이 아스카의 귓가에 들려와 아스카를 당황하게 만들었다.
"그...그게 무슨 소리야..."
"몰라서 묻는 거야? 지금도 나오코의 가슴이 아스카의 등짝에 밀착해 있잖아...."
아스카가 걸음을 내딛을 때마다 업혀있는 나오코의 몸이 조금씩 움직였고,
그 때마다 그녀의 가슴이 아스카의 등짝을 자극하고 있었다.
"그...그런 질문이 왜 여기서 나오는 거야...."
얼굴을 붉히는 아스카를 향해 나오코가 나지막하게 말했다.
"헤..이미 여체를 품어본 경험이 있으면서도... 생각보다 순진한 반응이네?"
아스카는 업혀있는 나오코의 말을 들으며 "놀리는 건가.." 라는 생각을 하며 퉁명스럽게 대답했다.
"...그...그거랑 이거랑은 ... 다른 거야..."
"헤.. 아스카군.. 정말.. 특이해..
보통은 그런 일을 겪어본 남자들은 여자애의 몸만 만져봐도 섹스만 생각하던데..."
나오코의 몸으로 나오코를 품어보고 싶지 않느냐고 속삭이는 이 정체불명의 소녀를 보며
아스카는 혼자 중얼거렸다.
"[정령] 치아키나.. 나오코나.. 정말.. 비슷비슷한 성격이군..."
그렇게 말을 내뱉는 아스카의 등뒤로 나지막하게 나오코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건.. 팬던트와 계약을 맺은 아스카 때문인 걸..."
"...뭐?" 의외의 대답에 되물어보는 아스카.
"우리는 인간 계약자의 성격에 영향을 받게 되어있다구..
아스카가 좀 특이할 정도로 순진하니까 치아키나 나오코도 이런 성격이 되어버린 거야..."
"............."
그럼.. 이 전에는 어떤 성격이었길래....
문득... 리 라는 전대 계약자의 목소리가 떠올랐다.
[팬던트를... 경계하거라.. 팬던트는 쉬지 않고 사념을 탐할 거란다.
만약 네가 팬던트가 원하는 사념을 공급해주지 않는다면...
팬던트는 단호하게 너를 잡아먹고 새로운 인간을 찾아 떠돌아다니기 시작할거란다.]
"끊임없이 사념을 탐하고.. 이용 값어치가 없어지면 버린다" 인가...
아무래도.. 전대 계약자라던 "리"는 살아생전 그런 마음을 갖고 있었나보다.
문득, 팬던트에 관한 새로운 사실을 알아낸 아스카는 상상의 나래를 펼치기 시작했다.
"결국 사용하기에 따라 팬던트는 악마의 물건도..천사의 물건도...될 수 있는거네?"
"하지만..한번 타락하기 시작하는 인간들은... 파멸할 때까지 계속해서 탐욕을 일으키거든...
그래서.. 팬던트의 매력에 빠진 인간들 중에.. 그 힘을 적절히 이용하려는 인간들은 한 명도 없었지..
내가 기억하기로는...."
나오코의 말은 뭔가 많은 의미를 내포하고 있는 듯 했다.
자신을 보며 [신기한 물건]을 살펴보는 것 마냥 초롱초롱한 눈빛을 빛내며 바라보는 [정령]치아키와 나오코...
자신이 상상하기도 어려울 정도로 오랜 세월을 인간의 영혼과 함께 해왔을텐데...
이런 자신의 모습이 그렇게 특이하다고 느낄 정도인가...?!
{작가 주: 그 특이한 성격 때문에 야한 내용이 너무 없다고 괴로워하는 독자들이 안 느껴지느냐...}
"그런데... [정령] 치아키는 너에 대해 아무런 이야기도 하지 않던데..."
치아키는 팬던트 안에 자신이 갇혀있다고 했다.
그런데..그게 치아키만은 아닌 듯 싶어 넌지시 물어보는 아스카.
"제법 똑똑하네? 과연... 치아키가 반할만 하군.."
"........?!"
치아키가 반할만 하다니.. 치아키(누나)를 말하는 건지.. 치아키(정령)를 말하는 건지..
도무지 감을 잡을 수 없었지만..아무래도 후자쪽 이야기겠지...
"그래?.. 영광이라고 말해야 하나..."
일부러 퉁명스럽게 대답하는 아스카에게 나오코가 말했다.
"너무 좋아할 건 없어.. 치아키야 원래부터 장난끼도 많고 정도 많은 녀석이라 너에게 끌리는 것도
어찌보면 당연하다고 할 수 있는 일이니까...
물론.. 나도 니가 싫지는 않지만... 우리들에게 인정받는다는 건.. 앞으로 오랜 시간동안
우리와 함께 할 너에게는 좋은 일이지 않겠어?"
자꾸만 "우리들"을 주장하는 나오코....
"우리들이라니.. 너와 [정령]치아키 말고도 또 있어?"
둘을 제외하고는 그 모습도 본 적 없는 아스카는 궁금하다는 듯 나오코에게 물어보았다.
".. 그녀석도 봤었잖아... 흠.. 니가 알기 쉽게 말하자면...그 검은 기운을 뿜어내는 녀석 말이야.."
"아...."
그러고 보니...
생각해보니.. 치아키는 붉은색 연기...(적색 기운) 나오코는 푸른색 연기...(청색 기운)...
그리고.. 보라색 연기와 검정색 연기가....있었다.
"우리들은 모두 팬던트 안에 모여있는 강렬한 사기에 이끌려 모이게 된 정령들이다.
니가 생각하고 있는 악마라는 녀석의 꼬임에 빠져 팬던트에 갇혀있게 되었지..."
"저런...."
왠지 안됐다는 생각이 드는 아스카.
"너에 궁금증을 조금이라도 풀어주지...
우리들이 가진 능력은 대부분 비슷비슷해.. 하지만.. 각자 지닌 성격에 따라 특기가 나뉘어있지.."
"특기?"
"대충 생각해봐도 떠오르지 않아?
치아키는 사람의 감정을 조절하는 게 특기야."
"아..."
갑자기 아스카의 머릿속에 치아키의 모습이 떠올랐다.
부끄러움을 무릎쓰고 대담해진 치아키. 얼음덩어리마냥 차가운 표정의 치아키.
경멸어린 시선으로 화를 내는 치아키. 안아달라며 수줍게 애원하는 치아키.
그 모든 게 [정령] 치아키의 짓이였던가...
그런 생각이 들자 치아키가 자신을 좋아하고 있다고 말 해주던 [정령] 치아키의 말에 의문이 생겨났다.
치아키가 정말 자신을 좋아하고 있는 건지... [정령] 치아키에 의해 자신을 좋아하게 된 건지...
아스카의 마음은 전자를 원했지만.. 왠지 가슴이 턱 막힌 듯 답답해지는 아스카.
"니가 걱정하는 바를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 진실은.. 나도.. 글쓰는 작가도..모른다.
글을 읽어주는 독자들과 치아키 본인만이 진실을 알고 있겠지...."
"아...그래..?!."
"넌...재미있는 인간이야.. 나름대로 매력도 있고...
좀 더 자기 자신을 믿어보지 그래?
니가 원한다면 내가 직접 치아키를 "너만을 생각하고 움직이는 계집애"로 만들어 줄 수도 있는데... "
"그..그건..."
나오코의 말에 당황한 표정이 역력한 아스카.
"그렇게 걱정하지 말라구.. 일시적이긴 하지만.. 니가 가진 능력으로도 그 정도 일은 할 수 있잖아?"
"........ 난...아직..치아키를..."
나오코의 말에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는 아스카.
"이야기는 여기까지... 다 온 것 같은데!"
고개를 들어보니 과연... 어느 사이엔가 집 앞에 도착해있는 아스카였다.
"...언제 여기까지..."
"이야기에 정신이 팔려 시간 가는 줄도 몰랐구나?"
킥킥 거리며 웃던 나오코는 문을 열고 집 안으로 들어서는 아스카를 바라보더니 문 밖에서 잠시 주변을
두리번 거리며 관찰하기 시작했다.
"엄마...나 왔어요!!"
아스카의 목소리가 울려퍼졌지만, 집안 어디에서도 아스카의 목소리에 대한 대꾸가 없었다.
"...집에 있는 날보다 외박하는 날이 더 많은 것 같다니깐..."
투덜대는 아스카의 목소리를 듣던 나오코는 익숙한 기운이 느껴지자 신발을 벗고 있는
아스카를 앞질러 집안으로 들어갔다.
과연....
나오코의 시선은 한 소파에 고정되어 있었고, 소파 안에는 아스카를 기다리다 깜빡 잠이 들어버린
치아키가 중얼거리며 잠꼬대를 하고 있었다.
"으음...아스카...언제오는 거야.."
그녀를 지켜보던 나오코의 눈빛에 장난끼가 생겨나기 시작한 것은 그 때였다.
"과연... 어리숙한 아스카에게 장난쳐볼만 하겠는 걸..."
자꾸만 아스카를 곤혹스럽게 만드는 [정령]치아키가 이해되지 않았던 [정령]나오코였다.
둘을 맺어주지도.. 그렇다고 무관심하게 놔두지도 않고 계속해서 간섭을 하면서도
결정적인 부분에서 수수방관하던 치아키가 어떤 기분으로 장난을 치고 있는지..
지금의 [정령]나오코는 확실하게 느낄 수 있었다.
"어떻게 놀려줄까..." 생각하던 나오코가 뒤늦게 들어오는 아스카를 바라보며 소리쳤다.
"아...치아키다.. 마침 배고팠는데... 살짝 맛 좀 봐볼까?.."
"나오코! 그..그게 무슨 소리야... 치..치아키를 어쩌려고..."
역시나.. 반응 한 번 빠르군... 의심도 안해보나...
아스카의 반응에 만족한 나오코가 흥분한 것처럼 언성을 높이며 말했다.
"너무..걱정하지 말라구... 딱히 그녀의 몸에 무리를 주는 것도 아니고...
너를 위해..그녀의 순결은.. 건들지 않을테니까..."
소파에 앉아 TV를 보고 있는 아스카는 착찹한 심정으로 고개를 돌려
옆에 놓여있는 소파 위에 나란히 앉아 TV를 보고 있는 치아키와 나오코를 바라보고 있었다.
아스카의 시선을 느낀 치아키가 차가운 눈빛으로 아스카를 노려보며 말문을 열었다.
"...누나 TV 보는 거 안 보이니? 시험 공부를 방해하는 것도 모자라 TV 보는 것도 방해하는 거야?"
"........"
아스카의 몸을 얼어붙게 만드는 치아키의 차가운 목소리...
"으응.. 치아키..너무 화내지말아.. 예쁜 얼굴에 주름이라도 잡히면 어쩌려고 그래..."
치아키의 무릎에 머리를 베고 소파에 누워있는 나오코가 치아키에게 말을 걸었고 치아키의 대답이 들려왔다.
"그래?...역시.. 치아키를 생각해주는 사람은 나오코 뿐이야..."
".........."
금방이라도 치아키를 잡아먹을 것 같던 나오코는 아이처럼 치아키의 품안에 묻혀
그녀의 몸을 더듬고 있었다.
"으...."
자신도 모르게 나오코의 모습에 화가 나는 아스카.
나오코는 그런 아스카의 시선을 아는지 모르는지 들으라는 듯이 크게 속삭였다.
"치아키...가슴이 정말 예쁘다.. 뭉클거리는 촉감이 대단해.. "
"정말?... 고마워 나오코.. 나오코의 가슴도 조금만 기다리면 더 예뻐질꺼야.."
치아키가 입고 있는 셔츠의 단추를 풀어헤친 나오코는
아스카의 눈에 언뜻언뜻 비쳐보이는 젖가슴을 만지작 거리더니
아스카가 잘 볼 수 있도록 그녀의 몸을 어루만지고 있었다.
"치아키.. 좀 더 오른쪽으로 몸을 기울여봐... 아스카한테 예쁜 치아키의 젖가슴을 보여주는 거야.."
"...하지만.. 치아키는 아스카한테 젖가슴을 보여주기 싫은 걸..."
"............"
말문이 막혀 아무런 대답도 못하는 아스카...
저게... 다 큰 아가씨들의 대화란 말인가....
비록 [정령]나오코의 힘 때문에 발생되고 있는 상황이지만...
치아키의 입에서...(치아키의 성격을 잘 알고 있는 아스카인데...)
나오코의 입에서...(아무리.. [정령]나오코라는 건 알지만...)
두 여성의 대화는 왠지 모르게 아스카를 사이에 두고 이리저리 저울질을 하며 놀려대는 것 같았고
특히나 불과 5분 전과는 너무도 달라진 태도로 나오코를 대하는 치아키의 모습을 보니
왠지 모르게 화가 나는 아스카였다.
"..나오코를 위해서.. 치아키의 가슴을 아스카에게 보여줘.."
나오코의 입에서 그런 말이 나오자, 치아키는 할 수 없다는 듯이 말했다.
"그럼.. 나오코를 위해서..."
그렇게 말하던 치아키는 아스카에게 고개를 돌리더니 별달리 감정이 실려있지 않은 목소리로
"아스카.. 나오코를 위해서.. 누나의 젖가슴 좀 제대로 봐 줘!..."
"...쿨럭..."
"표정과 대사가 전혀 안 맞잖아..." 그렇게 생각하던 아스카는 갑작스럽게 막혀버린 기도를 뚫기 위해
쿨럭..쿨럭..소리를 내며 기침을 해대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나오코의 눈빛이 순간적으로 음란해지며 가늘어졌다.
주물럭 주물럭...
나오코의 손이 치아키의 젖가슴을 주무르기 시작했다.
"아아~"
치아키의 입에서 간지러지는 듯한 교태가 섞인 신음소리가 터져나왔다.
"으으읏..."
치아키의 젖가슴과 신음소리를 바로 옆에서 보고 듣고 있던 아스카는 벌떡 일어서는 자신의 페니스를 느끼며
얼굴을 붉히고 신음소리를 내질렀다.
"더 이상 보고 있다가는..." 이렇게 생각하고 고개를 돌리는 순간...
"헤~ 치아키.. 아스카 좀 봐봐... 치아키의 젖가슴을 쳐다보지 않는데?"
장난끼 가득한 나오코의 목소리가 들렸고 곧 이어서....
"...아스카.. 너 ... 정말.. 누나 말 안 들을래?..."
정말 화가 난 듯 분노를 머금은 눈빛으로 아스카에게 소리치는 치아키.
아스카는 진퇴양난에 빠져 고통 속에서 몸부림쳤다.
"....이 참에.. 치아키 몸매를 감상하는 것도 나쁘지는 않잖아?"
갑자기 아스카의 마음 속 깊은 곳에서... 욕망이라는 이름의 무엇이 생겨나와 아스카를 설득시켰다.
"으음..."
생각해보니 이런 상황은 아스카 자신에게 결코 손해되는 일은 아니었다.
비록 두 명 뿐이지만... 벌거벗은 여성과 셔츠가 다 풀어져 젖가슴이 그대로 드러나있는 여성이
자신의 시선 아래에 무방비(?) 상태로 앉아있지 않은가...
생각을 바꿔보니.. 별로 괴로운 일이 아닌 듯 싶었다.
"아스카~~"
분노를 머금은 치아키의 목소리가 다시 한번 아스카의 귓가에 멤돌았다.
아스카는 짐짓 못 이기는 척 살며시 고개를 되돌려 치아키의 몸매를 감상(?)하기 시작했고
그런 아스카의 마음을 눈치챈 나오코가 치아키의 몸에 안겨들며 씨익 미소지었다.
아스카의 시선에서 나오코의 얼굴은 보이지 않는 사각에 위치해 있었기 때문에
그녀가 웃고 있다는 것을 아스카는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
"치아키.. 일어나봐..."
무슨 생각이 들었는지 치아키의 무릎을 베고 있던 나오코가 몸을 일으키면서 대뜸 말했고,
치아키는 의아한 표정을 지으면서도 별다른 거부반응 없이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히힛...잘봐두라고 아스카...!!"
".......?"
뭔가 심상치 않게 들리는 나오코의 목소리에 아스카는 긴장되는 마음을 진정시키며
치아키에게서 시선을 떼놓지 않았다.
스르르륵...
그 순간이었다.
치아키에게 소파에서 한걸음 앞으로 걸어가서 서있으라고 지시하던 나오코가
재빨리 치아키의 뒤로 돌아가 소파에 앉더니
두 손으로 치아키의 몸을 감싸고 있던 스커트를 쭈~욱 잡아내리는 것이었다.
"허억..."
팬던트를 얻게 된 이 후, 여성의 알몸도 몇 번 봤었지만...
풀어헤쳐진 셔츠를 입고 있던 치아키에게서 스커트가 흘러내려가버리자
대단히 섹시해진 치아키의 모습이 눈에 들어온 아스카는
얼굴로 피가 모이는 것을 느끼며 코피가 터지는 것을 막기 위해 한 손으로 코를 부여잡기 시작했다.
"오... 이번엔 제법 반응이 있는데?..."
점점 재미있어하는 나오코는 천천히 손을 움직여 치아키의 팬티를 부여잡더니
아주 천천히 팬티를 잡아내리기 시작했다.
스륵..스륵...스륵...
천천히..치아키의 보지를 가리고 있던 팬티가 흘러내려가며
눈에 띄지 않았던 치아키의 음모(털)가 모습을 드러내었고
얼마 지나지 않아 그녀의 보지가 아스카의 두 눈에 아주 자세히(?) 들어오기 시작했다.
"헤에..어때?.. 치아키의 그곳을 보니까 흥분되지 않아?"
"....나...나오코... 이제 그만 치아키를 원래대로 돌려줘..."
아스카는 현기증이 감도는 몸을 간신히 추스리며 나오코에게 애원하기 시작했다.
"... 이렇게 두 사람 사이가 미적미적하니까 [정령]치아키가 그렇게 장난을 치는 거라구...
나오코가 오늘 두 사람 사이를 가로막고 있는 벽을 허물어줄테니까...
나중에 나오코에게 고맙다는 말이나 잊지말고 해줘~~!!"
이 말을 끝으로 본격적인 나오코의 장난이 시작되었다.
"으윽..더이상은.."
라고 생각하며 치아키를 쳐다보지 못하고 시선을 회피하려고 하면...
"...고개 돌리자마 아스카! 고개 돌리면... 누나가 용서하지 않을거야!!.."
아스카를 노려보고 있던 치아키가 바로바로 응수를 해왔다.
"자..치아키.. 소파끝에 엉덩이를 깔고 앉아서 다리를 활짝 벌려보는거야..."
"으응...알았어....나오코..."
나오코의 말이라면 뭐든지 거부하지 않고 바로 실행하는 치아키..
이번에도 치아키는 나오코의 말을 들으며 소파에 앉아 다리를 벌리기 시작했다.
"자...기대하시라... 사랑스러운 치아키의 그 곳입니다!! 짜잔~"
장난스러운 멘트와 함께 나오코의 두 손이 치아키의 보지를 부여잡고 좌우로 활짝 벌어 젖혔다.
"우우우웃..."
코피가 쏟아질 것 같은 아스카...
나오코는 치아키의 등뒤에 숨어서 치아키의 보지를 이리저리 벌려보며 이곳저곳(?)을 만져보기 시작했다.
"...어때 아스카?.."
".............."
나오코의 짖꿎은 질문에 침묵하는 아스카.
"감상 소감 말이야...소감.."
"................"
여전히 침묵으로 일관하는 아스카.
확실히... 치아키의 몸은... 아름다웠다.
나나미 선생이나 미코의 몸도 보기 좋기는 했지만... 왠지.. 치아키의 몸은...
말로는 설명할 수 없는 무언가가 있었다. 그녀들과는 뭔가 달라보였다.
꿀꺽...
풀어헤쳐진 셔츠를 입고 있는 치아키의 모습은 알몸 일 때보다 더욱 더 매혹적이라는 생각이 든 아스카는
자신도 모르게 침을 꿀꺽 삼키며 흥분하기 시작했다.
그 순간 나오코의 이마에서 푸른 빛이 뿜어져나와 치아키의 뒤통수를 직격했다.
이 모습을 볼 수 없었던 아스카는 터질듯이 팽창하는 자신의 페니스를 진정시키느라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자... 이제.. 한걸음씩 앞으로 걸어가는 거야, 치아키!
아스카가 가까워질 수록 치아키는 자신의 감정에 솔직해지는 거야!!"
이렇게 말을 한 나오코는 치아키의 몸에서 손을 떼고 그녀의 등뒤에 숨어서 조용히 그녀의 행동을
감상하는 것 같았다. {작가 주: 치아키의 등뒤에 있어서 아스카에게는 나오코가 보이지 않습니다.}
치아키와 아스카
최고관리자
가입일 | 2016-08-11 | 접속일 | 2024-11-2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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