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장 - 퇴원
어렸을 적 나는 달려오는 오토바이에 부딪혀 몇 년 간 병원에 입원했었다. 보통 사람이라면 그저 가벼운 경상에 그쳤겠지만 그때의 난 5살이라는 나이를 가지고 있었고, 어린 나이인 만큼이나 뼈가 단단하지 않았다.
그래서일까?
어린 나이에 교통사고라는 것을 당한 나의 몸은 완전 치료가 불가능할 정도로 많이 망가졌다. 전신의 뼈에 금이 없는 곳이 없었고, 내가 낼 수 있는 힘도 고작 10kg의 무게를 들 수 있을 정도였다.
보통이라면 아직 어리니까, 그리고 성장할 시기가 있으니까 뼈에 금이 나는 상처는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레 아문다고 하지만 희한하게도 난 마치 무슨 병에 걸린 것처럼 아직 치료 진도가 나아지고 있지 않았다.
만약 퇴원을 한다 해도 세상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그다지 없을 거다. 사회는 끔찍할 정도로 강인한 지구력을 중점으로 두기 때문이다. 대기업의 사원이나 미래가 빛으로 보이는 회사의 사원이 아니라면 성심성의껏 일해야 겨우 살림을 유지할 수 있을 정도로 벅찰 것이다.
솔직히 난 인내심 하나만큼은 타고났다고 할 수 있다. 그도 그럴 것이 10년 이상 동안 한 병실에 있었던 탓인지 인내심이 대폭 늘어난 것이다.
하지만 그에 비해 내 육체는 약했고, 성격 또한 느긋한 편이다. 웬만한 일이 아니라면 그다지 놀라지 않는 심성을 소유한 것이다.
“…해서 자네는 앞으로 2, 3년 안팎밖에 못 사네.”
“그렇군요.”
오늘은 나의 퇴원식이 있는 날이다. 병원에 계속 있어봤자 진도도 없거니와 더 이상 치료비를 낼 돈이 떨어지자 결국 어쩔 수 없이 퇴원을 하게 된 것이었다.
현재 나의 나이는 17세. 5살 때 이 병원에 왔으니 12년이나 머문 셈이다.
“그나저나 자네는 어떻게 할 셈인가? 내 자네를 특별히 봐서 어디 일자리 하나를 소개시켜주고 싶다만…?”
현재 나의 앞에 있는 사람은 내가 12년 동안 머물렀던 병원의 원장. 그리고 아까 전, 나의 수명이 20세 안팎까지라고 말씀하신 분이시다.
그런 분이 지금 나에게 일자리 하나를 소개시켜준다고 말씀하고 계신다.
이거…, 분명히 동정이겠지?
“괜찮습니다. 지금까지 신세진 걸로 부담스러운데요, 뭘….”
말은 그렇게 했지만 전혀 부담스럽지 않았다. 그따위 수준 낮은 의료 기술로 내 몸을 이리 뒤지듯 저리 뒤지듯 마구 수술 했으면서도 전혀 성과가 없을뿐더러, 내가 가진 전 재산 중 거의 대부분을 수술비라는 명목으로 뺏어먹은 인간 따위에게 부담이 느껴진다면 내가 병신이다.
“하하, 그런가? 하지만 자네의 신체에 딱 어울리는 직업이 있어서 그러네. 내가 소개장을 써 줄 테니, 한 번 가 보세나.”
친절한 미소를 띄며 나에게 말하는 원장. 애초 수명이 정해져 있는 사람에게 일 따위를 소개시키는 것은 아예 나가 죽으라는 것과 마찬가지다.
난 이 원장의 대머리를 팍 후려치고 싶다는 생각에 주먹을 살짝 쥐었다. 나의 깊은 인내심으로도 이 대머리 원장은 절대 용서가 안 되는 쓰레기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런 나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원장은 편지지에다가 무언가를 쓰더니 그것을 봉투에 넣어서 나에게 주었다.
“이건…?”
내가 천연스럽게 묻자 원장이 말했다.
“소개장이라네. 자네에게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네. 아니, 딱 맞는다고 할까나?”
전신의 뼈에 금이 가 있고, 힘줄이 가늘어서 힘이 약한 남자에게 딱 맞는 일이라…. 일단 호기심 정도는 생겼다.
“고맙습니다.”
“후후, 그다지 고마워 할 일이 아니네.”
그렇겠지. 내 전 재산 중 많은 돈을 빼어먹었으니까 고마워 할 일은 아니겠지. 쳇.
“그럼 전 이만 가보도록 하겠습니다.”
난 고개를 숙여 원장에게 인사한 다음, 원장실을 빠져나왔다. 그러자 기다렸다는 듯이 나의 앞에 등장하는 하나의 여자가 있었다.
외관은 웨이브 형태의 머리 스타일을 가진 미녀였는데, 몸매는 운동으로 다져져서 그런지 들어갈 곳은 들어가고, 나올 곳은 나온 전형적인 건강형 미인이었다.
“어라? 이제 다 나은 거야?”
나에게 말을 거는 여자는 나와 동갑인 고혜란. 이 병원원장의 금지옥엽이며, 현재 의대생을 목표로 잡고 있는 꿈이 많은 여자다. 허약 체질인 나와 다르게….
“아아, 내 몸 상태를 알잖아.”
나의 말에 고혜란이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얼굴을 딱 보니 날 동정하는 듯한 표정이다.
“그렇구나. 그럼 퇴원하는 거야?”
“그렇지. 아아, 이 병원 정말 지루했어.”
“훗, 그래도 많이 즐거웠지?”
즐거웠지라…, 즐겁긴 개뿔.
제대로 된 걸음도 못 걸은 내 심정을 네가 이해할 수 있겠냐? 망할 원장의 딸아!
“뭐, 그럭저럭….”
하지만 내 본심과 다르게 튀어나오는 말투는 긍정적이다.
이러다가 나, 이중인격자가 되는 거 아냐? 아니, 이미 벌써 되었겠군.
“그럼 난 이만 가보지. 그 동안 고마웠다.”
난 그녀에게 이별 인사를 한 다음, 몸을 돌렸다. 그러자 그녀가 나의 옷깃을 잡으면서 말했다.
“저기 잠깐만 기다려! 이왕 가더라도 나랑 같이 나가자. 그러니 혼자서 가지마.”
“…….”
빌어먹을! 끝까지 날 붙잡아 늘어놓고 하는 소리가 고작 동정이냐?
역겹다.
재수 없었다.
이 년은 겉만 보면 꽤 청순하고, 어여쁜 여자애지만 나의 눈에는 한 없이 위선자로 보였다. 더욱이 화가 나는 것은 내가 이 위선자 따위에게 동정을 받아야 한다는 사실이다.
그녀가 뭣하고 나랑 같이 나간다고 말했을까? 말 안 해도 뻔하다. 그 같잖다는 나의 시중을 들기 위해서, 그리고 나의 소지품에 들어있는 은행통장을 노리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나의 몸은 나보다 어린 여자애와 힘겨루기를 하면 내가 질 정도로 매우 약하다. 그리고 이 년은 그런 나의 취약한 점을 노려 내 수중에 있는 전 재산을 뺏으려고 하는 것이다.
난 이 망할 년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 이 년은 어떻게 보면 매우 착하게 보일지라도 지 아비랑 닮아서 돈에 환장한 여자다.
돈을 위해서라면 무슨 수단이나 목적 등을 가리지 않는 년이라는 것이다.
그걸 이 병원에서 12년 동안이나 살아온 나는 잘 알고 있었다.
“됐어. 넌 마저 하던 일이나 해.”
이대로 그녀랑 같이 나가면 그녀에게 당할 확률이 90%다. 힘도 써보지도 못한 채 수중에 있는 은행통장을 빼앗길 것이다. 그러기 위해선 그녀와 같이 있어선 안 된다. 비록 억울하고 분개한 마음이 안 드는 것은 아니지만 앞으로 2, 3년이나 남은 나의 수명을 위해, 그리고 보다 나은 삶을 위해서라도 꼭 이 여자랑 같이 있어선 안 되었다.
“어머? 그게 무슨 소리니? 설마 내가 싫어진 거야?”
고혜란이 장난으로 울상을 지으며 나에게 묻는다. 솔직한 심정으로는 역겹다고, 그리고 싫다고 말하고 싶지만 일단 주변에 보는 눈이 많다. 그리고 내 본심을 알아차렸을 때, 이 년이 앞으로 취할 행동은 아마 강제적인 수단일 것이 뻔했다.
그래서 난 그녀의 물음에 웃음을 띄며 대답했다.
“물론 그럴 리가 있나?”
“그럼 여기서 잠시만 기다려. 나 금방 옷 갈아입고 올께!”
그녀의 현재 나이는 나랑 동갑인 17살. 보통 때라면 고등학교에 가서 공부할 나이이지만 이 병원원장의 권력이 한국의 의원계에서 조금 막강하기 때문에 그녀는 학교에서 수업을 받는 대신, 이 병원에서 견습 간호사를 하고 있다.
그래서 난 고혜란을 이렇게 부른다. 골빈 년이라고….
물론 마음속으로만 말이다.
‘아무튼 이대로 있을 순 없겠군.’
그 골빈 년이 무슨 수단을 쓰기 전에 가만히 있을 순 없었다. 그래서 난 그녀가 있는 탈의실로 걸어갔다.
이 병원의 탈의실은 3층과 5층, 그리고 7층에 있는데 대개 간호사나 의사들은 3층과 5층에 탈의실을 두고, 그 외에 원장이나 고급 인력 같은 자칭 ‘높으신 분’들은 7층의 탈의실을 사용한다.
뭐, 각 층마다 권력의 높이를 따져 만든 것이다.
‘정말 역겹군.’
고혜란은 이 병원 원장의 금지옥엽, 당연히 7층 탈의실을 사용한다. 의대생을 목표로 하는 주제에 높으신 분들이 사용하는 탈의실을 이용하다니…, 정말인지 말 그대로 역겹다는 말밖에 안 나온다.
‘하지만 오늘로서 너의 인생은 망가지게 될 거다.’
사람들의 시선을 애써 모른 척한 나는 고혜란이 갔을 법한 여자탈의실 앞으로 걸어갔다. 그런 다음, 잠시 멈추어 서서 주변을 둘러보고 어느 누구도 날 눈여겨보지 않자 재빨리 탈의실 안으로 들어섰다.
탈의실 문은 기름칠을 매우 잘 해서 그런지 아무런 소음도 없이 날 반겨주었다.
스르르륵
마침 안쪽에서 누군가가 옷 벗고 있는 소리가 들려왔다. 슬쩍 탈의실 문을 잠근 다음에, 안쪽으로 고개를 빼꼼 내밀자 고혜란이 마침 옷을 벗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그녀의 나신을 보고 난 감탄하기는 커녕 욕설이 절로 튀어나왔다.
‘젠장 할!’
고혜란의 몸은 그야말로 물이 오른 몸이었다. 엄청난 탄력으로 인해 그 무거운 가슴 지방덩어리를 하늘로 세웠고, 뒤로 내밀어진 엉덩이는 살짝만 건드려도 크게 흔들릴 것처럼 매우 탱글탱글 하게 보였다. 그리고 날씬한 허리와 하얀 살결, 쭉쭉 빠진 다리는 미스코리아 대회에 나가도 쉽사리 떨어지지 않을 만큼 완벽함을 자랑했다.
‘규칙된 생활을 해서 그런가? 그에 비하면 나는….’
그녀의 몸과 내 몸을 두리번거리며 비교하자 나는 자연스레 한숨을 쉬었다. 운동 부족으로 인해 내 몸은 겉가죽을 해골에 뒤집어 쓴 거나 다름이 없었기 때문이다.
근육도 하나도 없지, 몸매는 빼빼 마른 빼빼로지. 정말인지 너무 불공평하다.
‘쳇, 누가 오기 전에 빨리 해치워야지.’
스스로 자신감을 불어넣은 나는 한 손가락을 들어 오망성을 그렸다. 그러자 나의 손가락이 지나간 곳에 분홍빛 빛들이 한 줄기의 선을 이루며 오망성을 그리기 시작했고, 그것을 난 마치 배드민턴처럼 치듯 손바닥으로 그 오망성을 밀쳤다.
스르륵
내 손가락에 의해 생성된 오망성은 아무 소리도 없이 옷을 갈아입는 고혜란의 뒤로 다가갔다. 그것을 난 긴장감 어린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그리고 얼마 후, 어느 시간이 지나자 그 분홍빛 오망성이 고혜란의 등과 부딪혔다. 그러자 그 오망성은 ‘스스스’하는 소리와 함께 마치 인장처럼 그녀의 등에 찰싹 달라붙었다.
동시에 고혜란의 당황하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에에?”
옷을 갈아있는 와중에 딱딱하게 굳어진 그녀의 몸, 그리고 연신 터트리는 그녀의 경악어린 목소리.
그녀의 모습에 난 재빨리 그녀의 뒤로 다가서서 그녀의 입을 손바닥을 막았다. 다행이라면 이 탈의실 안에는 현재 그녀와 나밖에 없다는 사실이다.
“으읍!!”
내 손바닥을 비집고 그녀의 비명이 흘러나왔다. 하지만 현재의 나는 필사적이다. 나는 다른 한 손을 써서 그녀의 입을 더 막아버렸다.
“음음음!!”
둔한 음향이 흘러나온다. 하지만 이 정도의 목소리론 바깥에 자신의 존재를 알릴 수 없을 정도로 매우 작다.
그래서 난 안심했다.
‘자, 그럼 시작해볼까?’
이미 그녀는 움직이지 못할 것이다. 왜냐하면 그녀의 등에 찍힌 오망성은 사람의 몸을 속박하는 일명 사슬 묶기의 마법이었기 때문이었다.
‘우선 입을 다물게 하고….’
그녀의 입을 막던 두 손 중 재빨리 다른 한 손을 띄며 오망성을 그린 나는 그것을 그녀의 머리에 찍히게 하였다. 그리고는 천천히 다른 나머지 한 손을 띄며 그대로 섰다.
“…….”
“…….”
나와 그녀는 아무런 말을 하지도 못한 채 가만히 있었다. 아까 전이라면 그녀는 소리를 질러 누군가에게 도움을 요청하겠지만 지금 아무런 말을 하지도 못하는 것을 보니 나의 마법이 그녀의 입까지 묶은 것 같았다.
‘성공했다!’
그녀의 몸과 입까지 모두 마법으로 묶어버린 나는 환호하는 심정을 억지로 누르며 천천히 그녀의 가슴을 향해 손을 내밀었다.
움찔
그녀의 몸이 순간이지만 떨렸다. 하지만 난 그것을 무시하며 그녀의 젖가슴을 만지기 시작했다.
주물럭주물럭
‘으음, 정말 부드러운데?’
그녀의 가슴은 매우 말랑했다. 그리고 부드럽고, 따뜻했다.
이제 거칠 것이 없어진 나는 그녀의 가슴을 만지며 그 느낌을 음미했다. 그리고는 느 느낌이 질릴 정도가 되자 이번엔 유두를 쥐고는 그대로 비틀어버리기도 하고, 잡아 당겨버리기도 하였다.
“…….”
“하아, 하아.”
탈의실 안에는 나의 흥분되는 소리만이 들렸다. 하지만 그와 반대로 고혜란은 움직이지 않는 몸을 있는 힘껏 움직이려는 듯 몸을 부들부들 떨기 시작했다.
그 모습에 통쾌한 기분을 맛 본 나는 어느 정도 가슴의 감촉을 맛보다가 이내 다른 한 손을 밑으로 내리며 그녀의 음부를 만졌다.
스으으
음부털이 기분 좋은 음향을 내며 나의 손짓이 좌우로 갈라졌다. 그리고 그 털들을 지나친 내 손은 그녀의 음부를 만지작거리며 내면 속의 욕망을 더욱 부채질 하였다.
‘바로 이 느낌이야!’
뭐라고 딱히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느낌이 내 손을 타고 뇌를 뒤흔들었다.
어렸을 적 나는 달려오는 오토바이에 부딪혀 몇 년 간 병원에 입원했었다. 보통 사람이라면 그저 가벼운 경상에 그쳤겠지만 그때의 난 5살이라는 나이를 가지고 있었고, 어린 나이인 만큼이나 뼈가 단단하지 않았다.
그래서일까?
어린 나이에 교통사고라는 것을 당한 나의 몸은 완전 치료가 불가능할 정도로 많이 망가졌다. 전신의 뼈에 금이 없는 곳이 없었고, 내가 낼 수 있는 힘도 고작 10kg의 무게를 들 수 있을 정도였다.
보통이라면 아직 어리니까, 그리고 성장할 시기가 있으니까 뼈에 금이 나는 상처는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레 아문다고 하지만 희한하게도 난 마치 무슨 병에 걸린 것처럼 아직 치료 진도가 나아지고 있지 않았다.
만약 퇴원을 한다 해도 세상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그다지 없을 거다. 사회는 끔찍할 정도로 강인한 지구력을 중점으로 두기 때문이다. 대기업의 사원이나 미래가 빛으로 보이는 회사의 사원이 아니라면 성심성의껏 일해야 겨우 살림을 유지할 수 있을 정도로 벅찰 것이다.
솔직히 난 인내심 하나만큼은 타고났다고 할 수 있다. 그도 그럴 것이 10년 이상 동안 한 병실에 있었던 탓인지 인내심이 대폭 늘어난 것이다.
하지만 그에 비해 내 육체는 약했고, 성격 또한 느긋한 편이다. 웬만한 일이 아니라면 그다지 놀라지 않는 심성을 소유한 것이다.
“…해서 자네는 앞으로 2, 3년 안팎밖에 못 사네.”
“그렇군요.”
오늘은 나의 퇴원식이 있는 날이다. 병원에 계속 있어봤자 진도도 없거니와 더 이상 치료비를 낼 돈이 떨어지자 결국 어쩔 수 없이 퇴원을 하게 된 것이었다.
현재 나의 나이는 17세. 5살 때 이 병원에 왔으니 12년이나 머문 셈이다.
“그나저나 자네는 어떻게 할 셈인가? 내 자네를 특별히 봐서 어디 일자리 하나를 소개시켜주고 싶다만…?”
현재 나의 앞에 있는 사람은 내가 12년 동안 머물렀던 병원의 원장. 그리고 아까 전, 나의 수명이 20세 안팎까지라고 말씀하신 분이시다.
그런 분이 지금 나에게 일자리 하나를 소개시켜준다고 말씀하고 계신다.
이거…, 분명히 동정이겠지?
“괜찮습니다. 지금까지 신세진 걸로 부담스러운데요, 뭘….”
말은 그렇게 했지만 전혀 부담스럽지 않았다. 그따위 수준 낮은 의료 기술로 내 몸을 이리 뒤지듯 저리 뒤지듯 마구 수술 했으면서도 전혀 성과가 없을뿐더러, 내가 가진 전 재산 중 거의 대부분을 수술비라는 명목으로 뺏어먹은 인간 따위에게 부담이 느껴진다면 내가 병신이다.
“하하, 그런가? 하지만 자네의 신체에 딱 어울리는 직업이 있어서 그러네. 내가 소개장을 써 줄 테니, 한 번 가 보세나.”
친절한 미소를 띄며 나에게 말하는 원장. 애초 수명이 정해져 있는 사람에게 일 따위를 소개시키는 것은 아예 나가 죽으라는 것과 마찬가지다.
난 이 원장의 대머리를 팍 후려치고 싶다는 생각에 주먹을 살짝 쥐었다. 나의 깊은 인내심으로도 이 대머리 원장은 절대 용서가 안 되는 쓰레기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런 나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원장은 편지지에다가 무언가를 쓰더니 그것을 봉투에 넣어서 나에게 주었다.
“이건…?”
내가 천연스럽게 묻자 원장이 말했다.
“소개장이라네. 자네에게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네. 아니, 딱 맞는다고 할까나?”
전신의 뼈에 금이 가 있고, 힘줄이 가늘어서 힘이 약한 남자에게 딱 맞는 일이라…. 일단 호기심 정도는 생겼다.
“고맙습니다.”
“후후, 그다지 고마워 할 일이 아니네.”
그렇겠지. 내 전 재산 중 많은 돈을 빼어먹었으니까 고마워 할 일은 아니겠지. 쳇.
“그럼 전 이만 가보도록 하겠습니다.”
난 고개를 숙여 원장에게 인사한 다음, 원장실을 빠져나왔다. 그러자 기다렸다는 듯이 나의 앞에 등장하는 하나의 여자가 있었다.
외관은 웨이브 형태의 머리 스타일을 가진 미녀였는데, 몸매는 운동으로 다져져서 그런지 들어갈 곳은 들어가고, 나올 곳은 나온 전형적인 건강형 미인이었다.
“어라? 이제 다 나은 거야?”
나에게 말을 거는 여자는 나와 동갑인 고혜란. 이 병원원장의 금지옥엽이며, 현재 의대생을 목표로 잡고 있는 꿈이 많은 여자다. 허약 체질인 나와 다르게….
“아아, 내 몸 상태를 알잖아.”
나의 말에 고혜란이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얼굴을 딱 보니 날 동정하는 듯한 표정이다.
“그렇구나. 그럼 퇴원하는 거야?”
“그렇지. 아아, 이 병원 정말 지루했어.”
“훗, 그래도 많이 즐거웠지?”
즐거웠지라…, 즐겁긴 개뿔.
제대로 된 걸음도 못 걸은 내 심정을 네가 이해할 수 있겠냐? 망할 원장의 딸아!
“뭐, 그럭저럭….”
하지만 내 본심과 다르게 튀어나오는 말투는 긍정적이다.
이러다가 나, 이중인격자가 되는 거 아냐? 아니, 이미 벌써 되었겠군.
“그럼 난 이만 가보지. 그 동안 고마웠다.”
난 그녀에게 이별 인사를 한 다음, 몸을 돌렸다. 그러자 그녀가 나의 옷깃을 잡으면서 말했다.
“저기 잠깐만 기다려! 이왕 가더라도 나랑 같이 나가자. 그러니 혼자서 가지마.”
“…….”
빌어먹을! 끝까지 날 붙잡아 늘어놓고 하는 소리가 고작 동정이냐?
역겹다.
재수 없었다.
이 년은 겉만 보면 꽤 청순하고, 어여쁜 여자애지만 나의 눈에는 한 없이 위선자로 보였다. 더욱이 화가 나는 것은 내가 이 위선자 따위에게 동정을 받아야 한다는 사실이다.
그녀가 뭣하고 나랑 같이 나간다고 말했을까? 말 안 해도 뻔하다. 그 같잖다는 나의 시중을 들기 위해서, 그리고 나의 소지품에 들어있는 은행통장을 노리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나의 몸은 나보다 어린 여자애와 힘겨루기를 하면 내가 질 정도로 매우 약하다. 그리고 이 년은 그런 나의 취약한 점을 노려 내 수중에 있는 전 재산을 뺏으려고 하는 것이다.
난 이 망할 년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 이 년은 어떻게 보면 매우 착하게 보일지라도 지 아비랑 닮아서 돈에 환장한 여자다.
돈을 위해서라면 무슨 수단이나 목적 등을 가리지 않는 년이라는 것이다.
그걸 이 병원에서 12년 동안이나 살아온 나는 잘 알고 있었다.
“됐어. 넌 마저 하던 일이나 해.”
이대로 그녀랑 같이 나가면 그녀에게 당할 확률이 90%다. 힘도 써보지도 못한 채 수중에 있는 은행통장을 빼앗길 것이다. 그러기 위해선 그녀와 같이 있어선 안 된다. 비록 억울하고 분개한 마음이 안 드는 것은 아니지만 앞으로 2, 3년이나 남은 나의 수명을 위해, 그리고 보다 나은 삶을 위해서라도 꼭 이 여자랑 같이 있어선 안 되었다.
“어머? 그게 무슨 소리니? 설마 내가 싫어진 거야?”
고혜란이 장난으로 울상을 지으며 나에게 묻는다. 솔직한 심정으로는 역겹다고, 그리고 싫다고 말하고 싶지만 일단 주변에 보는 눈이 많다. 그리고 내 본심을 알아차렸을 때, 이 년이 앞으로 취할 행동은 아마 강제적인 수단일 것이 뻔했다.
그래서 난 그녀의 물음에 웃음을 띄며 대답했다.
“물론 그럴 리가 있나?”
“그럼 여기서 잠시만 기다려. 나 금방 옷 갈아입고 올께!”
그녀의 현재 나이는 나랑 동갑인 17살. 보통 때라면 고등학교에 가서 공부할 나이이지만 이 병원원장의 권력이 한국의 의원계에서 조금 막강하기 때문에 그녀는 학교에서 수업을 받는 대신, 이 병원에서 견습 간호사를 하고 있다.
그래서 난 고혜란을 이렇게 부른다. 골빈 년이라고….
물론 마음속으로만 말이다.
‘아무튼 이대로 있을 순 없겠군.’
그 골빈 년이 무슨 수단을 쓰기 전에 가만히 있을 순 없었다. 그래서 난 그녀가 있는 탈의실로 걸어갔다.
이 병원의 탈의실은 3층과 5층, 그리고 7층에 있는데 대개 간호사나 의사들은 3층과 5층에 탈의실을 두고, 그 외에 원장이나 고급 인력 같은 자칭 ‘높으신 분’들은 7층의 탈의실을 사용한다.
뭐, 각 층마다 권력의 높이를 따져 만든 것이다.
‘정말 역겹군.’
고혜란은 이 병원 원장의 금지옥엽, 당연히 7층 탈의실을 사용한다. 의대생을 목표로 하는 주제에 높으신 분들이 사용하는 탈의실을 이용하다니…, 정말인지 말 그대로 역겹다는 말밖에 안 나온다.
‘하지만 오늘로서 너의 인생은 망가지게 될 거다.’
사람들의 시선을 애써 모른 척한 나는 고혜란이 갔을 법한 여자탈의실 앞으로 걸어갔다. 그런 다음, 잠시 멈추어 서서 주변을 둘러보고 어느 누구도 날 눈여겨보지 않자 재빨리 탈의실 안으로 들어섰다.
탈의실 문은 기름칠을 매우 잘 해서 그런지 아무런 소음도 없이 날 반겨주었다.
스르르륵
마침 안쪽에서 누군가가 옷 벗고 있는 소리가 들려왔다. 슬쩍 탈의실 문을 잠근 다음에, 안쪽으로 고개를 빼꼼 내밀자 고혜란이 마침 옷을 벗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그녀의 나신을 보고 난 감탄하기는 커녕 욕설이 절로 튀어나왔다.
‘젠장 할!’
고혜란의 몸은 그야말로 물이 오른 몸이었다. 엄청난 탄력으로 인해 그 무거운 가슴 지방덩어리를 하늘로 세웠고, 뒤로 내밀어진 엉덩이는 살짝만 건드려도 크게 흔들릴 것처럼 매우 탱글탱글 하게 보였다. 그리고 날씬한 허리와 하얀 살결, 쭉쭉 빠진 다리는 미스코리아 대회에 나가도 쉽사리 떨어지지 않을 만큼 완벽함을 자랑했다.
‘규칙된 생활을 해서 그런가? 그에 비하면 나는….’
그녀의 몸과 내 몸을 두리번거리며 비교하자 나는 자연스레 한숨을 쉬었다. 운동 부족으로 인해 내 몸은 겉가죽을 해골에 뒤집어 쓴 거나 다름이 없었기 때문이다.
근육도 하나도 없지, 몸매는 빼빼 마른 빼빼로지. 정말인지 너무 불공평하다.
‘쳇, 누가 오기 전에 빨리 해치워야지.’
스스로 자신감을 불어넣은 나는 한 손가락을 들어 오망성을 그렸다. 그러자 나의 손가락이 지나간 곳에 분홍빛 빛들이 한 줄기의 선을 이루며 오망성을 그리기 시작했고, 그것을 난 마치 배드민턴처럼 치듯 손바닥으로 그 오망성을 밀쳤다.
스르륵
내 손가락에 의해 생성된 오망성은 아무 소리도 없이 옷을 갈아입는 고혜란의 뒤로 다가갔다. 그것을 난 긴장감 어린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그리고 얼마 후, 어느 시간이 지나자 그 분홍빛 오망성이 고혜란의 등과 부딪혔다. 그러자 그 오망성은 ‘스스스’하는 소리와 함께 마치 인장처럼 그녀의 등에 찰싹 달라붙었다.
동시에 고혜란의 당황하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에에?”
옷을 갈아있는 와중에 딱딱하게 굳어진 그녀의 몸, 그리고 연신 터트리는 그녀의 경악어린 목소리.
그녀의 모습에 난 재빨리 그녀의 뒤로 다가서서 그녀의 입을 손바닥을 막았다. 다행이라면 이 탈의실 안에는 현재 그녀와 나밖에 없다는 사실이다.
“으읍!!”
내 손바닥을 비집고 그녀의 비명이 흘러나왔다. 하지만 현재의 나는 필사적이다. 나는 다른 한 손을 써서 그녀의 입을 더 막아버렸다.
“음음음!!”
둔한 음향이 흘러나온다. 하지만 이 정도의 목소리론 바깥에 자신의 존재를 알릴 수 없을 정도로 매우 작다.
그래서 난 안심했다.
‘자, 그럼 시작해볼까?’
이미 그녀는 움직이지 못할 것이다. 왜냐하면 그녀의 등에 찍힌 오망성은 사람의 몸을 속박하는 일명 사슬 묶기의 마법이었기 때문이었다.
‘우선 입을 다물게 하고….’
그녀의 입을 막던 두 손 중 재빨리 다른 한 손을 띄며 오망성을 그린 나는 그것을 그녀의 머리에 찍히게 하였다. 그리고는 천천히 다른 나머지 한 손을 띄며 그대로 섰다.
“…….”
“…….”
나와 그녀는 아무런 말을 하지도 못한 채 가만히 있었다. 아까 전이라면 그녀는 소리를 질러 누군가에게 도움을 요청하겠지만 지금 아무런 말을 하지도 못하는 것을 보니 나의 마법이 그녀의 입까지 묶은 것 같았다.
‘성공했다!’
그녀의 몸과 입까지 모두 마법으로 묶어버린 나는 환호하는 심정을 억지로 누르며 천천히 그녀의 가슴을 향해 손을 내밀었다.
움찔
그녀의 몸이 순간이지만 떨렸다. 하지만 난 그것을 무시하며 그녀의 젖가슴을 만지기 시작했다.
주물럭주물럭
‘으음, 정말 부드러운데?’
그녀의 가슴은 매우 말랑했다. 그리고 부드럽고, 따뜻했다.
이제 거칠 것이 없어진 나는 그녀의 가슴을 만지며 그 느낌을 음미했다. 그리고는 느 느낌이 질릴 정도가 되자 이번엔 유두를 쥐고는 그대로 비틀어버리기도 하고, 잡아 당겨버리기도 하였다.
“…….”
“하아, 하아.”
탈의실 안에는 나의 흥분되는 소리만이 들렸다. 하지만 그와 반대로 고혜란은 움직이지 않는 몸을 있는 힘껏 움직이려는 듯 몸을 부들부들 떨기 시작했다.
그 모습에 통쾌한 기분을 맛 본 나는 어느 정도 가슴의 감촉을 맛보다가 이내 다른 한 손을 밑으로 내리며 그녀의 음부를 만졌다.
스으으
음부털이 기분 좋은 음향을 내며 나의 손짓이 좌우로 갈라졌다. 그리고 그 털들을 지나친 내 손은 그녀의 음부를 만지작거리며 내면 속의 욕망을 더욱 부채질 하였다.
‘바로 이 느낌이야!’
뭐라고 딱히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느낌이 내 손을 타고 뇌를 뒤흔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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