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제목: 프롤로그 1. 팬던트의 유래
한 사내가 있었다.
금발에 준수한 외모를 지닌 사내는 그 순수해보이는 외모만큼이나 이해심많고 사교성이 좋아
그의 주변에는 그에게 호감을 느끼고 다가오는 여인들이 끊이지 않았다.
부유한 집안의 독자로 태어나 부모를 일찍 여위고 재산을 상속받은 남자.
성격 또한 특이해서 남의 부탁을 거절하지 못하는 바보스러운 남자.
그의 이러한 조건들은 주변 사람들이 친구라는 이름아래 그의 곁에 눌러앉아 그를 이용하는데
충분한 조건이었고, 몇몇 사람들은 그에게 주변 사람들을 조심하라고 충고해주기도 했었지만,
사내는 자신에게 다가오는 친구들을 믿어의심치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모함...
술에 취해 잠이 들었던 사내는 눈을 떠보니 이 곳이 낯선 곳임을 알고 당황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기다렸다는 듯 등장하는 이웃들...
한 여성이 입을 열었다. 사내가 자신의 몸을 강제로 범했다고..
그러자 주변 사람들도 그녀의 말에 한마디씩 보태며 사내에게 욕설을 내뱉기 시작했다.
파렴치한 놈...
본색을 드러낸 추악한 인간...
욕설은 점점 거세어져갔고, 사내를 둘러싼 무리 중 누군가가 외쳤다.
추악한 사내를 처벌하고, 그가 가진 재산을 몰수해서 나눠갔자고...
말도 안되는 이야기였지만, 주변 사람들은 짜맞춰놓은 각본이라도 있는 듯 순식간에 그 말에 동조하기
시작했고, 그제서야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 것인지 파악하게 된 사내가 무리들 밖으로 빠져나가려고
발악을 하기 시작했지만, 갑작스런 집단 구타로 그의 발악은 수포로 돌아가고 사내는 서서히
의식을 잃어갔다.
사내가 눈을 떴을 때, 사내는 자신의 몸이 십자가에 묶여있는 것을 깨달았다.
묶여있는 사내를 쳐다보던 사람들은 그가 깨어나자, 서둘러 십자가 아래에 뒤덮여있는
건초더미에 불을 붙여놓기 시작했다.
화형집행....
뜨거운 열기를 내뿜는 불길이 서서히 사내의 발밑을 옥죄어가기 시작했다.
사내는 절망과 공포에 빠져있는 눈빛으로 사람들에게 하소연을 했지만
사람들은 그가 죽고 난 후 얻게 될 엄청난 재산들을 생각하며
어서 그가 죽기만을 바라고 있는 듯 했다.
사내의 절망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불길은 더욱더 거세어져 건초더미를 모두 태우고
마침내 십자가에 불이 옮겨붙기 시작했다.
사내는 자신의 발이 익어감을 느끼며 고통에 울부짖었다.
꿈이라고..악몽이라고.. 이럴리가 없다며...
누군가가 곧 구해줄 거라고...
그렇게.. 절망속에서 조그마한 희망을 기대하던 사내는 자신의 몸에까지 번져오는
불길의 뜨거움을 체감하며 절망에서 증오로 마음이 변해가기 시작했다.
그는 죽어가면서 증오스러운 말을 내뱉었다.
그의 두 눈은 이제 증오로 가득차올라 독기를 내뿜었다.
아주 잠시동안...
사내의 죽음을 지켜보던 사람들은 그의 입술에서 내뱉어지는 증오가 담긴 욕설과 독기에 찬 두 눈빛을 보며
겁에 질려했지만, 얼마의 시간이 지난 후 사내의 입술이 굳게 닫히고, 두 눈에 초점이 사라지자
안도의 한숨을 쉬며 자기들끼리 수군거리기 시작했다.
사내는 그렇게 증오를 내뿜으며 죽었다.
같은 시간...
사내가 죽은 장소에서 멀지 않은 곳에서도 불길이 피어올랐다.
성인 여성 한 명과 소년 소녀 한명이 십자가에 묶여 화형을 당하고 있었다.
마녀사냥...
어떤 죄인지는 모른다.
어느 날 갑자기 자신의 집에 사람들이 몰려와 자신과 자신의 아이들을 포박하더니
마녀의 자식과 마녀라는 누명을 씌우고 자신들을 핍박하기 시작했다.
아이들은 겁에 질려 울음을 터뜨렸고, 여인은 억울함을 주장했지만
마을 사람들은 모두 한통속인 듯 여인의 말을 들어보지도 않고 화형을 집행하기 시작했다.
억울함.. 원통함..
그들은 절망에 빠져 최후의 발악을 하듯 목소리를 높여 살려달라는 말을 부르짖었다.
수 초의 시간이 지났다.
여성은 깨달았다. 그들의 눈빛과 오고가는 대화 속에서 자신과 아이들이 살아날 수 없다는 사실을...
여성은 그것을 깨닫는 순간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독한 증오심을 내뿜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사람들은 서둘러 그들에게 화형을 집행하기 시작했고,
머지 않아 불길이 그들의 몸을 감싸안으며 태우기 시작했다.
여인은 죽는 순간까지 저주스러운 말을 내뱉으며 죽어갔고,
아이들 역시 그런 여인과 함께 증오를 두 눈빛으로 내뿜고 죽어갔다.
마침내 여인과 아이들은 불길 속에서 목숨이 끊어졌고, 한 줌의 재가 되고 말았다.
사람들은 "저주받은 마녀와 마녀의 아이들"을 없앴으니 마을에 평화가 올 거라며 환호성을 지르기 시작했고
그 날 저녁... 성대한 마을 잔치를 열어 축배를 들었다.
그런 그들을 지켜보는 눈이 있었다.
악마...
한 악마가 하늘에서 그들을 노려보고 있었다.
같은 시간에 뿜어져나오는 강렬한 증오...
증오는 세상을 떠돌아다니던 한 악마를 불러들였고,
악마는 그 증오심의 근원지를 찾아 이 곳에 모습을 나타냈다.
악마의 등 뒤에는 한 사내와 한 여인과 소년 소녀가 있었다.
그들은 자신들에게 누명을 씌우며 자신들을 죽인 사람들에게 증오를 가득담은 눈빛으로 쏘아보고 있었다.
악마는 그 자리에서 그들과 계약을 맺었다.
그들의 영혼은 천국과 지옥에 가지 못한 체 악마의 노리개로 전락해버렸지만,
그들은 후회하지 않았다. 그 대가를 지켜보았기 때문이다.
하루가 지난 다음 날..
두 마을 사람들이 하루 아침에 정체를 알 수 없는 전염병에 감염되어 몰살되어버리는 해괴한 사건이
발생해있었다.
소제목: 1부 2장. 알 수 없는 힘
머릿속에서 알 수 없는 목소리가 울려퍼지는 것 같아...
서서히 잠에서 깨어나는 아스카는 그렇게 생각했다.
[팬던트는... 인간의 사념을 흡수한단다.
사념이란 쉽게 말해 기쁨 슬픔등의 욕망이라고 말할 수 있지..]
[팬던트에는... 악마의 결계가 쳐져있단다.
팬던트 안에 어떤 마법이 새겨져있는지는 팬던트에 갇혀있던 우리들도 자세히는 모른단다..]
[팬던트에는... 악마의 의지가 남아있단다. 오래 전 팬던트 속에 갇혀있던 수 많은 영혼들을
구원했다던 한 검사의 칼에 죽어가던 악마는 자신의 의지를 팬던트에 심었다더구나.]
[팬던트에는... 증오하는 자에게는 증오를 풀 수 있는 능력을 부여하는 신비한 힘이 있단다.
악마는 죽었지만, 팬던트는 악마의 마지막 의지에 따라 끝도없이 인간의 사념을 흡수하고
싶어하지... 팬던트는 너의 사념을 흡수하지는 않을거란다.. 너를 흡수하려한다면...
그것은 팬던트가 너에게 싫증을 느끼고 새로운 인간을 찾아나서려 할 때지...]
[팬던트는... 그 힘을 겉으로 드러내려 하지 않는단다. 천사들을 두려워하거든..]
[팬던트를... 경계하거라.. 팬던트는 쉬지 않고 사념을 탐할 거란다.
만약 네가 팬던트가 원하는 사념을 공급해주지 않는다면...
팬던트는 단호하게 너를 잡아먹고 새로운 인간을 찾아 떠돌아다니기 시작할거란다.]
"자..잠깐..."
머릿속에서 울려퍼지는 목소리를 들으며 아스카는 몽롱한 의식상태에서도
급하게 소리를 내지르며 말을 내뱉었다.
"선택받은 자라니.. 그건 도대체 무슨 말이죠?"
자신의 말뜻이 제대로 전해질 지 알수는 없었지만...
상대의 말뜻이 자신에게 이해되는 것을 생각해보면 충분히 가능한 일이리라...
그의 생각이 들어맞은 듯 목소리가 들려왔다.
[순수한 집착... 굳이 표현하자면 이렇게 말해주고 싶구나...]
"순수한 집착"
[순간적인 증오나 집착이 아닌 오래도록 지속되어온 증오나 집착을 가진 자.
또한 그것만을 가슴 속에 품어오며 다른 것에는 일체의 감정표현을 갖지 않은
순수한 인간이... 죽기 직전에 뿜어내는 막대한 양의 사념은
악마를 불러들이기에 최상의 조건이라고 할 수 있지...
팬던트는 그런 악마가 감당못할 사념을 모아놓기 위한 저장소였고
자신의 마력을 이용한 결계로 팬던트 자체가 마법의 매개체가 되어버렸지...
그리고.. 악마의 의지가 흡수되면서 팬던트는 악마 그 자체가 되어버렸다고 할 수도 있지...]
".........."
[나를 자유롭게 해준 너에게 감사한다. 이제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여기까지인 듯 싶구나...
이제 나는 이 세상과 작별을 해야할 것 같구나... 과연 나는 천국이나 지옥에 갈 수 있을런지...
너무도 오랜 시간을 팬던트 속에서 지내왔었다.
조금씩 빼앗기는 나의 영력을 느끼며.. 살아남기 위해 너를 후임자로 선택해버린
나를 용서하거라.
그리고.. 살아남거라.. 살고 싶다면.. 팬던트에게 잡아먹히지 않기 위해
내가 그랬듯, 내 전대 선임이 그랬듯.. 팬던트에 사념을 공급해주고
후임자를 찾거라.
선택받은 자를 보게 된다면... 팬던트가 네게 알려줄 것이다.
소년이여.. 너에게 이런 기구한 운명을 선사하게 한 나를 용서하거라.]
"....어차피... 당신이 없었다면.. 저는 이미 죽었을 몸...
저는 당신을 ... 용서합니다."
[고맙다...소년이여.. 살아남거라..
살고자 하는 의지가 약해진다면 팬던트는 단호하게 너의 영혼을 가두어 두고
조금씩 너의 영혼을 갈가먹기 시작할 것이다.
너는 그 전까지 팬던트에 사념을 공급해주며 후임자를 찾거라.
너의 영혼을 너 스스로 지키거라.]
".... 당신은... 팬던트의 힘을 얻어 하고 싶은 일을 모두 이루어냈을텐데..어째서..."
[처음 힘을 얻었을 때... 나는 행복했었다. 힘을 지닌 자만이 느낄 수 있는 쾌감이라고 할까..
하지만.. 힘을 사용하면 사용할 수록 언제 나타날지 모를 천사들의 존재가 두려웠었단다.
언제 팬던트를 찾으러 나타날 지 모르는 악마들의 존재가 두려웠었단다.
그리고.. 언제 내 영혼을 가둬두고 잡아먹을지 알 수 없을 팬던트가 두려웠었단다.
내 의지가 약해지고 내 육신이 사라지던 그 순간부터...
팬던트는 더 이상 내 욕망을 이루어주던 보물이 아니었고
내 영혼을 잡아먹는 악마의 물건..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게 되었었지...
이제 막 팬던트를 얻게 된 너에게는 세상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보물처럼 느껴질지 모르겠으나
시간이 지나 의지가 약해지고 지쳤을 때 그 물건을 다시한번 쳐다보거라..
그때야 비로서 그 물건이 왜 악마의 물건인지 깨닫게 될 게야..]
그 말을 끝으로.. 더 이상 중년 남성의 목소리는 들려오지 않았다.
{삐익.. 삐익... 삐익...}
규칙적인 기계음이 들려왔다.
스으윽..
아스카의 눈이 떨리더니 살며시 눈꺼풀이 올라가며 눈을 뜨기 시작했고, 그 모습을 지켜보던
한 사람이 귀를 울리는 고음소리를 내며 소리쳤다.
"의사 선생님! 간호사 언니! 아스카가 깨어났어요..깨어났다구요..."
"이 목소리는..."
점점 정신이 맑아짐을 느끼며 아스카는 목소리의 주인공이 누구인지 기억해내기 시작했다.
자신의 하나뿐인 누나인 치아키가 틀림없는 듯 했다.
곧이어 누군가가 몸을 일으키려는 자신을 제지하며 자신을 침대에 다시 눕히며
한 손으로 자신의 한 쪽 눈을 벌리며 자신을 관찰하기 시작했다.
아스카의 눈동자와 의사의 눈동자가 마주쳤다.
"정상입니다. 정말 놀랍군요.. 그 사고현장에서 살아있는 것도 놀라웠는데,
이렇게 내외상도 발견되지 않은 체 하루만에 정신을 차리다니...."
50대 중반으로 보이는 중년남자가 자신을 진찰하는 이 병원의 의사였나보다.
"..으..여..긴.."
멀쩡해보이는 몸과는 달리 어느 정도 타박상을 입은 듯 온 몸이 아파왔고
말이 제대로 내뱉어지지 않았다.
"으..."
신음소리가 점점 격해지자 의사는 간호사에게 뭔가를 지시하고는
병실 안에서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치아키를 데리고 문 밖으로 빠져나갔다.
병실안에는 아스카와 간호사 누나만 남게 되었고, 그 간호사는
예쁜 치아를 내비치며 미소를 지은 다음, 안정을 취하라며
자신의 팔 다리를 살짝 주무르기 시작했다.
갑작스런 마사지에 다소 부끄러움을 느끼는 아스카였지만, 그런 감정은 얼마 지나지 않아
사그라들었고, 맛사지 덕에 경련을 멈추는 근육들을 느끼며
편안한 마음으로 침대에 누워 잠을 청했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간호사는 체크차트에 뭔가를 기록하더니
편히 쉬라는 말을 남기고 병실 밖으로 빠져나갔다.
병실 안에 혼자 남게 된 아스카는 다시금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
새벽...
아스카가 다시 눈을 떳을 때는 새벽이었다.
몸을 움직여보니 낮에 눈을 떳을 때와는 다르게 별다른 아픔도 느껴지지 않았고
잠에 푹 빠져있었기 때문에 다소 머릿속이 울리기는 했지만,
정신은 맑은 상태였다.
"가스를 그렇게 마셔댔었는데..."
보통 가스를 들이마시면 하루정도 묘한 느낌을 가질 수 있었고, (술에 취한 기분?)
이틀 정도는 심한 두통을 느껴야만 했었는데...
신기하게도 몸은 지극히 멀쩡(?)한 상태였다.
침대에서 살짝 상체를 일으키며 몸을 일으켰다.
아스카는 그 순간 묵직한 느낌이 목 언저리에서 느껴지는 것을 깨닫고는
무의식적으로 고개를 아래로 내려 가슴 부위를 쳐다보았다.
"아...팬던트..."
그의 목에 감겨져 앞 가슴 부근에 대롱대롱 메달려 있는 팬던트가 눈에 띄었다.
갑작스럽게 자신의 몸을 이리저리 살펴보던 아스카는 자신이 입고 있던 옷이
모조리 벗겨진 체 병원 환자복을 입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고
침대에서 조금 떨어진 맞은편 침대에(병실이 2인실입니다.) 자신의 옷가지가 가지런히
정돈된 체 놓여있는 것을 발견할 수 있었다.
"이렇게 눈에 띄는 팬던트를 가만 놔둔 건가?
아니면.. 팬던트를 발견하지 못한 건가..."
환자의 안정을 위해 몸에 무리를 줄 수도 있는 팬던트를 가만놔뒀을리 없을텐데...
하지만, 창문 밖에서 들어오는 달빛을 받았는지 영롱한 은빛을 내뿜는 이 정체불명의 팬던트가
다른 사람들 눈에 보이지 않는 물건이라고는 조금도 생각되지 않았다.
"팬던트가 이렇게 눈에 띄면 관리하는데 거추장스러울 것 같은데..."
마치 아스카의 생각을 읽기라도 한 것처럼 아스카가 그런 생각을 하자마자
팬던트에 은빛 섬광이 뿜어져나오더니 곧이어서 팬던트는 보라색 연기로 산화되며
아스카의 몸 속으로 흘러들어왔다.
"이..이건.."
팬던트는 사라졌지만, 팬던트에 새겨진 정체불명의 묘한 형상이
아스카의 양쪽 손등에 새겨져 있는 것을 확인한 아스카는
역시나 팬던트가 범상치 않은 물건임을 깨닫고는 놀라움과 감탄이 뒤섞인 짧은 탄성을 내질렀다.
"사념을 흡수하고 주인에게 힘을 빌려주는 악마의 물건..."
그런 생각을 하며 아스카는 자신의 손등에 새겨진 문양을 천천히 감상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어떻게 힘을 사용하는 거지?"
무의식적으로 떠오르는 의문...
"으읍..."
아스카는 무슨 생각을 한 건지 짧은 기합과 함께 두 주먹을 불끈 쥐어보았다.
주먹을 불끈 쥐는 순간 무언가 알 수 없는 묘한 기운이 주먹에서 뻗어나오는 것을 느낀
아스카..
깜짝 놀란 아스카는 주먹을 펼쳐보았다.
뻗어나온 기운이 한데 뭉쳐 펼쳐진 손바닥 위에 올려지는 느낌...
아스카는 두 눈에 힘을 주며 꽉 감더니 몇 번 깜빡깜빡거린 후 크게 눈을 떠보았다.
"아..."
아스카의 입에서 탄성이 절로 나왔다.
방금 전까지 느껴지기만 한 체 보이지 않았던 기운이 아스카의 두 눈에 선명하게 보였던 것이다.
영롱한 보라빛이 그의 두 손에 모여있었다.
신기했다.
어린 아이가 신기한 물건을 발견한 후 호기심어린 눈빛으로 그 물건을 이리저리 살펴보는 것처럼
순진무구한 아이의 표정으로 그 빛을 바라보는 아스카...
보라색 빛은 각각의 손바닥 위에 뭉쳐지더니 공처럼 동그랗게 모양을 만들기 시작했다.
호기심에 두 손바닥을 맞부딪혀 손바닥을 떼어보니 두 개의 보랏빛 구슬모양의 안개가
하나로 합쳐져 좀 더 커다란 구슬모양의 안개로 합쳐져있었다.
[사념을 흡수하는...]
갑자기 아스카의 머릿속에 중년남자의 목소리가 떠올랐다.
"이게...그 사념이라는 건가..."
혼자 중얼거리며 그 빛을 갈무리하는 아스카.
보랏빛 연기는 아스카의 생각이라도 읽은 듯 자연스럽게 아스카의 생각에 따라
아스카의 몸안으로 흡수되었다.
아스카는 이제 스스로의 운명을 깨닫기 시작했다.
"사념을...흡수하지 못하면.. 주인의 영혼을 흡수하는 팬던트라는 건가?..."
손등의 문장이 사라지며 거짓말처럼 그의 앞 가슴에는 목에 걸려져 메달려있는
은빛의 아름다운 팬던트가 자리해 있었다.
"재미있군..."
미소짓는 아스카.
"어차피 지겨운 세상.. 내가 원하는대로 살다가 사라지면 그만아닌가..."
좋지 않았던 과거의 기억이 새록새록 떠오르기 시작했다.
자신을 핍박하는 이웃 사람들.. 자신을 배신하고 멀리하던 친구들과 누나들..
자신을 괴롭히던 학교 친구들.. 자신에게 전혀 관심을 갖지 않던 가족들..
그 모든 사람들의 얼굴이 마치 영화처럼 촤르륵 떠오르고 지나가면서
아스카는 자신도 모르게 주먹을 불끈 쥐었다.
그와 동시에 그의 주먹에서 보라빛 연기가 뿜어져나왔다.
"어떻게 복수해줄까...앙?"
분노를 머금은 아스카의 주먹이 부르르 떨려왔다.
아스카는 마음을 진정시키기 위해 두 눈을 감고 깊은 심호흡을 내뱉기 시작하느라 눈치채지
못했다.
그의 마음 속에서 분노가 솟아나오는 순간.. 뿜어져나왔던 보랏빛 연기가 잠시동안 칠흑빛으로
빛깔을 바꿨었다는 것을...
정체를 알 수 없는 연기.. 그것은 마치...
아스카의 마음을 읽고 있는 살아있는 생물 같았다.
그리고.. 이 순간에 유난히 반짝이는 아스카의 팬던트...
팬던트가 유난히 광택이 나는 것을 보며...
지은이는 자신도 모르게 "혹시.. 팬던트가 웃고 있는거 아냐?" 라고 생각하다가
실소를 내뱉었다. "설마... 그럴리가.."
글 쓰는 지은이도 알지 못하는 (아직 설정을 완성시키지 못했으니..흐흐..)
정체불명의 팬던트...
그리고.. 이 팬던트를 사용하고 관리해야할 사명을 지닌 팬던트의 가디언..
하세가와 아스카...
이제부터 어떤 일이 벌어질지는.... 작가도 아직 모른다...
1부 3장을 기대하시라...
소제목: 1부 3장. 아스카의 활홀한 첫키스
아스카의 침실.
병원에서 의식을 되찾은 아스카는 사고발생 이틀만에 집으로 돌아오게 되었다.
병원 관계자들은 아스카가 살아있는 것도 [기적]이라며 그의 거취에 많은 관심을 내비춰주었다.
아스카의 길지 않은 18년의 세월동안,
이렇게 타인에게 주목받아본 적은 한번도 없었으리라.
똑똑! 철컥..끼이익..
누군가 아스카의 방문을 두드리더니 곧바로 방문이 열리기 시작했다.
"아스카! 밥은 어떻게 할래?"
하세가와 쿠미코!
문을 열고 들어오는 사람이 어머니인 것을 확인한 아스카는 조금 퉁명스럽게 외쳤다.
"밥 생각 없어요..."
"그럼, 여기에 상을 놔둘테니 생각나면 먹으렴..."
아스카의 대답과는 상관없이 먹기 좋은 죽이 올려진 작은 상을 들고 온 쿠미코는 아스카의 침실 바닥에
상을 내려놓고는 살짝 미소지으며 침실 밖으로 빠져나갔다.
"쳇... 정말 식욕이 없다는데도..."
항상 이런 식이였다.
서먹서먹한 자신과의 관계를 개선해보기 위해 뭔가 말을 걸어본다는 것은 아스카 자신도 이해할 수 있었다.
하지만, 어차피 상을 드려놓을 생각이었다면, 배가 고픈지 안 고픈지 물어볼 필요가 없지 않은가...
가식...
쿠미코의 행동에는 아스카의 의사결정 따위는 전혀 관심이 없는 듯 했다.
자기 하고 싶은대로 행동하면서도 생각하는 척 말을 건내는 그녀...
오랜 세월 가족들에게 관심을 받지 못한 아스카는 이런 식으로 가족들의 행동 하나하나가
가식적으로 느껴졌고, 불만스러웠다.
"그러고보니... 밥을 안 먹어본 지 하루도 더 지났는데..."
신기하게도 사고가 발생한 그 날부터 식사를 해 본 적이 없는 아스카였다.
병원에서도 식욕이 없다는 말을 하며 밥을 먹지 않았던 아스카.
"혹시.. 몸은 배가 고픈데 식욕이 없다고 잘못 판단하고 있는 게 아닐까?"
가벼운 의문을 품으며 침대에서 내려와 바닥에 놓여있는 상에 다가가 음식을 먹어보았다.
"맛 없다..."
딱히 배가 부르지는 않았지만, 배 부른 사람 앞에서 산해진미가 무용지물이듯
맛있어보이는 죽도 그에게는 "밍숭맹숭" 그 자체였다.
(밍숭맹숭 :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중간쯤에서 평범하게 있는 상태..
본문에서는 "먹기는 싫고, 놔두기는 아까워 귀찮아하는 아스카의 심리상태를 표현)
상보를 뒤엎어놓은 상을 침실 한쪽에 몰아넣어두고 아스카는 책상 위에 컴퓨터를 켜기 시작했다.
- 가로세로 2.5m 넓이의 방에서 방문을 기준으로 왼쪽 벽 구석에 침대, 오른쪽 벽 구석에 책상&컴퓨터
침대와 책상 사이에는 TV와 플레이스테이션3가 놓여있다.-
검색어: 사고&기적
띠디딕.. 검색 결과가 모니터에 출력되었다.
"별로 읽어볼만한 내용은 없군..."
검색어: 팬던트
띠디딕.. 팬던트를 판매하는 온갖 판매점 사이트가 출력되었다.
그 중 몇몇 사이트에 접속해서 팬던트의 모양을 살펴보았지만
아스카 자신이 가지고 있는 이 팬던트와는 질적으로 뭔가가 달라보였다.
시중에 판매하는 팬던트의 경우 대부분 금색으로 색을 칠해놓는다.
딱히 문양이 새겨져있기 보다는 하트모양등 간단간단한 모양에 금색 도금이 입혀져있을 뿐이었다.
그에 반해 자신이 가지고 있는 팬던트는...
크기는 자신의 손바닥 안에서 가려질 정도인 가로 세로 5cm 정도였고
팬던트 전체가 은색으로 통일되어 있었다.
모양은 동그란 원형에 마징가Z나 태권브이 로봇처럼 V자 모양의 표시가 원형에 붙어있었다.
아... 자세히 보니.. 이건.. 날개형상인 듯 했다.
날개가 2개 달린 원형 팬던트... 팬던트의 중심에는 알 수 없는 이상한 문자가 원을 그리고 글이 적혀있었다.
아스카가 자세히 보니..
팬던트의 색은 은색이라기 보다는 무색이지만, 팬던트를 이루는 물질 자체가 은빛을 띄고 있는 것 같았다.
"은(銀)은 아닌 것 같은데..."
팬던트를 이리저리 만지작 거리며 관찰하고 있는 아스카의 귓가에 노크 소리가 들려왔다.
똑똑똑! "들어가도 돼?"
목소리를 들어보니 누나인 치아키였다.
"어.. 치아키..학교는?"
당황한 듯이 약간 더듬거리는 아스카의 질문에 방문을 열고 들어오던 치아키가 살짝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아스카.. 오늘은 토요일이야... 너 오늘이 몇 요일인지도 몰랐지?"
동경대를 재학 중인 치아키는 대학생이라 주말에는 수업이 없었다.
"흠흠..."
딱히 꺼낼 말이 없던 아스카는 잠시 헛기침을 몇 번 내뱉으며 치아키를 쳐다보았고,
치아키는 아스카가 앉아있는 침실 바닥에 다가와 앉아 아스카의 몸을 둘러보며 말했다.
"몸은 좀 어때?"
그러고보니 병원에서 정신을 차렸을 때도 치아키가 자신을 간호하고 있었던 것 같은데...
그녀의 말에 약간이지만 감동을 한 아스카는 "응... 이젠 괜찮아!" 라고 말하며
자신이 얼마나 건강한 지 증명해주겠다는 듯 한 쪽 팔을 구부리며 별로 나오지도 않는 근육을 뽐내며
치아키를 쳐다보았다.
"그래...다행이야.."
그녀는 그렇게 안심하며 계속 말을 건냈다.
"이제야 겨우 집안도 안정되어가는데, 아스카가 그런 사고로 크게 다쳤다면
우리 집안은 또 다시 어려운 형편이 되었을 거야.. 아스카의 몸이 멀쩡한 것은 정말 다행스러운 일이야.."
뭔가를 떠올리며 조그맣게 기뻐하는 치아키...
그러나 그 모습을 지켜보는 아스카의 눈매는 점점 차가워졌다.
"그런가.. 결국 내가 아니라 입원비가 걱정되었던 거군..."
두 사람은 잠시 동안 서로에게 아무런 말도 건내지 못한 체 침묵을 지키게 되었다.
먼저 말을 건낸 건 치아키였다.
"그러고 보니.. 정말 신기한 팬던트네?"
그녀의 말에 아스카는 매우 당혹스러워 하는 듯 했다.
"어엇... 아.. 이 팬던트?"
깜짝 놀라는 아스카의 반응을 보며 의아스러운 듯한 표정으로 치아키가 물었다.
"뭘 그렇게 깜짝 놀라는 거야? 그러고 보니.. 이렇게 눈에 띄는 팬던트를 왜 이제서야 눈치챘던 걸까?..."
그렇게 말하며 그녀는 무의식적으로 손을 내뻗어 팬던트를 만지려고 하는 듯 싶었다.
[팬던트가 타인의 손에 닿으면 안돼...]
갑작스럽게 전대 팬던트의 주인이었던 중년남자의 목소리가 떠올랐다.
"아차..."
깜짝 놀란 아스카가 그녀의 손을 제지하려 했지만, 그것은 한발 늦은 행동이였다.
"이 팬던트 정말 예쁘다.."
그렇게 말하며 그녀의 손이 팬던트를 잡는 순간...
슈아아아악...
팬던트가 은빛을 발하며 빛을 뿜어내더니 팬던트 속에서 검은 연기가 뿜어져나와
치아키의 손을 타고 그녀의 몸 속으로 흡수되어갔다.
"아....아아..."
점점 눈빛이 경악으로 물들며 목소리는 점점 커지며 신음소리가 천천히 비명소리로 바뀌어갔다.
"아아...아...아아아악..."
정체 불명의 기운이 그녀의 몸 속으로 점점 흡수되는 것을 느낀 아스카가 두 눈에 힘을 주고
크게 한번 눈을 감았다 떠보니 과연 검은 연기가 그녀의 몸 주변을 감싸안고 있었다.
팬던트에서 뿜어져나온 검은 연기같은 그것은 그녀의 팔을 타고 어깨를 지나 얼굴과 몸으로 나뉘어져
퍼져가더니 천천히.. 그렇지만 확실하게 그녀의 몸 구석구석에 퍼져가기 시작했고
검은 연기에 먹혀가는 그녀의 모습은 공포 영화의 한 장면을 보고 있는 것 같아
아스카에게 섬뜩한 공포심을 느끼도록 만들어주었다.
"아아악.."
그녀의 눈빛에 초점이 사라져갔고, 비명 소리는 점점 크게 울려퍼져갔다.
그녀의 몸을 완벽하게 감싸안은 검은 연기는 순식간에 그녀의 심장쪽으로 뭉쳐가더니
심장에만 검은 연기가 모여있는 형태를 만들어냈다.
그와 동시에 그녀의 비명소리가 멈췄다.
아스카가 봤을 때 여전히 치아키의 눈빛은 풀려있었다.
그것은 마치 아무런 생각이 없는 백치같아보이기도 했고, 기절한 사람같기도 했다.
"치아키...괜찮...."
아스카가 그녀의 몸에 손을 뻗으며 말을 건내는 순간...
그녀의 심장에 모여있던 검은 연기가 빠른 속도로 팬던트에 흡수되기 시작했다.
슈우우우우욱....
"차갑다...."
뒤늦게 그녀의 몸에 손이 닿은 아스카는 전율을 느꼈다.
인간의 몸이 이렇게 차가울 수 있는가...
살짝 그의 손길이 그녀의 몸에 닿자, 그녀의 몸뚱아리는 아무런 저항도 하지 못한 체
어이없을 정도로 가볍게 뒤로 넘어갔다.
털썩...
차가운 감촉...
풀려버린 눈빛...
인형처럼 힘 없이 쓰러지는 몸뚱아리...
이 3가지 느낌은 아스카로 하여금 한가지만을 떠올리게 만들었다.
"시체..."
순식간에 엄청난 공포가 아스카의 전신을 감싸안아왔다.
등골이 오싹해지며 전대 팬던트의 가디언(?)이 했었던 말이 떠올랐다.
[팬던트는...인간의 사념을 흡수...]
"설마... 말도 안돼..."
두려움에 떨며 혼잣말로 중얼거리던 아스카의 목소리가 점점 커지기 시작했다.
"말도 안돼...말도 안돼~~~~~"
"아스카? 왜 그래? 무슨 일이야?"
절규하던 아스카의 귓가에 낯익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허억...
깜짝 놀란 아스카가 무의식적으로 몸을 뒤로 내빼며 눈앞을 쳐다보았고
눈앞에는 멀쩡한 모습의 치아키가 자신을 걱정스럽게 쳐다보고 있었다.
"꿈?"
식은 땀을 흘리며 중얼거리는 아스카를 바라보며 치아키도 그를 따라 말을 내뱉었다.
"꿈?" 갑자기 무슨 생각을 그리 골똘이 하나 싶었더니.. 방금.. 앉은 체로 꿈을 꾼 거였어?
"에... 신기하네... 앉아서 잠이 들 수도 있는 거구나..."
19살이나 먹은 아가씨가 꼬마아이처럼 입가에 손가락을 가져가며
휘둥그래진 눈으로 중얼거리는 모습을 보자 아스카는 자신도 모르게 킥킥..거리며 웃음을 내뱉었다.
"에헤.. 아스카 오늘 이상해... "
자신의 모습을 자각하지 못한 건지.. 웃고 있는 아스카를 발견하며
약간 인상을 찌푸리며 퉁명스럽게 말을 내뱉는 치아키...
왠지.. 오늘따라 귀여워보이는 치아키라고 생각했다.
"그러고 보니.. 정말 신기한 팬던트네?"
역시나 어디선가 들어봤던 귀에 익은 치아키의 멘트...
"이 팬던트 정말 예쁘다.."
이렇게 말하며 그녀의 손이 팬던트를 향해 뻗어왔다.
[팬던트는...인간의 사념을 흡수...]
허억.. 방금 전까지 웃고 있던 아스카는 이마에 식은땀을 흘리며 등골이 오싹해짐을 느끼며...
반사적으로 팬던트를 향해 뻗어오는 그녀의 손을 자신의 손바닥으로 내리치며 외쳤다.
"안돼~~~" 짝...
경쾌한 타격음과 고함 소리가 울려퍼지고 그와 동시에 약간의 비명소리가 뒤를 이었다.
"아야..."
치아키는 손이 몹시도 아픈 듯 아파하는 표정을 지으며 겁 먹은 듯한 표정으로 아스카를 쳐다보며
입을 열었다.
"미...미안..나도 모르게..."
울쌍이 되어버린 치아키의 표정을 보며 아스카는 그제서야 방금 전 상황을 인식하며 입을 열었다.
"아.. 치아키..미안.. 이 팬던트를 남이 만지게 하고 싶지 않아..미안.."
치아키의 표정을 보며 저도 모르게 사과를 하는 아스카였다.
"아까 그 꿈은... 팬던트가 내게 준 경고였던 건가..."
기시감(데자뷰- 미래에 있을 일을 순간적으로 미리 볼 수 있는 초자연현상)이라고는 한번도 느껴본 적이
없었던 아스카였다.
그제서야 아스카는 악마의 팬던트라는 생각을 떠올리며 다시한번 팬던트의 주인인 자신의 처지에 대해
곱씹어보기 시작했다.
"나도..언젠가는 이 팬던트에게.. 그렇게 잡아먹히게 되는 건가..."
아스카의 이마에는 더이상 식은땀이 생겨나지 않았지만...
아직도 그의 등뒤에서는 식은땀이 흘러내리며 그가 입고 있던 옷을 축축하게 적셔가고 있었다.
한 사내가 있었다.
금발에 준수한 외모를 지닌 사내는 그 순수해보이는 외모만큼이나 이해심많고 사교성이 좋아
그의 주변에는 그에게 호감을 느끼고 다가오는 여인들이 끊이지 않았다.
부유한 집안의 독자로 태어나 부모를 일찍 여위고 재산을 상속받은 남자.
성격 또한 특이해서 남의 부탁을 거절하지 못하는 바보스러운 남자.
그의 이러한 조건들은 주변 사람들이 친구라는 이름아래 그의 곁에 눌러앉아 그를 이용하는데
충분한 조건이었고, 몇몇 사람들은 그에게 주변 사람들을 조심하라고 충고해주기도 했었지만,
사내는 자신에게 다가오는 친구들을 믿어의심치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모함...
술에 취해 잠이 들었던 사내는 눈을 떠보니 이 곳이 낯선 곳임을 알고 당황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기다렸다는 듯 등장하는 이웃들...
한 여성이 입을 열었다. 사내가 자신의 몸을 강제로 범했다고..
그러자 주변 사람들도 그녀의 말에 한마디씩 보태며 사내에게 욕설을 내뱉기 시작했다.
파렴치한 놈...
본색을 드러낸 추악한 인간...
욕설은 점점 거세어져갔고, 사내를 둘러싼 무리 중 누군가가 외쳤다.
추악한 사내를 처벌하고, 그가 가진 재산을 몰수해서 나눠갔자고...
말도 안되는 이야기였지만, 주변 사람들은 짜맞춰놓은 각본이라도 있는 듯 순식간에 그 말에 동조하기
시작했고, 그제서야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 것인지 파악하게 된 사내가 무리들 밖으로 빠져나가려고
발악을 하기 시작했지만, 갑작스런 집단 구타로 그의 발악은 수포로 돌아가고 사내는 서서히
의식을 잃어갔다.
사내가 눈을 떴을 때, 사내는 자신의 몸이 십자가에 묶여있는 것을 깨달았다.
묶여있는 사내를 쳐다보던 사람들은 그가 깨어나자, 서둘러 십자가 아래에 뒤덮여있는
건초더미에 불을 붙여놓기 시작했다.
화형집행....
뜨거운 열기를 내뿜는 불길이 서서히 사내의 발밑을 옥죄어가기 시작했다.
사내는 절망과 공포에 빠져있는 눈빛으로 사람들에게 하소연을 했지만
사람들은 그가 죽고 난 후 얻게 될 엄청난 재산들을 생각하며
어서 그가 죽기만을 바라고 있는 듯 했다.
사내의 절망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불길은 더욱더 거세어져 건초더미를 모두 태우고
마침내 십자가에 불이 옮겨붙기 시작했다.
사내는 자신의 발이 익어감을 느끼며 고통에 울부짖었다.
꿈이라고..악몽이라고.. 이럴리가 없다며...
누군가가 곧 구해줄 거라고...
그렇게.. 절망속에서 조그마한 희망을 기대하던 사내는 자신의 몸에까지 번져오는
불길의 뜨거움을 체감하며 절망에서 증오로 마음이 변해가기 시작했다.
그는 죽어가면서 증오스러운 말을 내뱉었다.
그의 두 눈은 이제 증오로 가득차올라 독기를 내뿜었다.
아주 잠시동안...
사내의 죽음을 지켜보던 사람들은 그의 입술에서 내뱉어지는 증오가 담긴 욕설과 독기에 찬 두 눈빛을 보며
겁에 질려했지만, 얼마의 시간이 지난 후 사내의 입술이 굳게 닫히고, 두 눈에 초점이 사라지자
안도의 한숨을 쉬며 자기들끼리 수군거리기 시작했다.
사내는 그렇게 증오를 내뿜으며 죽었다.
같은 시간...
사내가 죽은 장소에서 멀지 않은 곳에서도 불길이 피어올랐다.
성인 여성 한 명과 소년 소녀 한명이 십자가에 묶여 화형을 당하고 있었다.
마녀사냥...
어떤 죄인지는 모른다.
어느 날 갑자기 자신의 집에 사람들이 몰려와 자신과 자신의 아이들을 포박하더니
마녀의 자식과 마녀라는 누명을 씌우고 자신들을 핍박하기 시작했다.
아이들은 겁에 질려 울음을 터뜨렸고, 여인은 억울함을 주장했지만
마을 사람들은 모두 한통속인 듯 여인의 말을 들어보지도 않고 화형을 집행하기 시작했다.
억울함.. 원통함..
그들은 절망에 빠져 최후의 발악을 하듯 목소리를 높여 살려달라는 말을 부르짖었다.
수 초의 시간이 지났다.
여성은 깨달았다. 그들의 눈빛과 오고가는 대화 속에서 자신과 아이들이 살아날 수 없다는 사실을...
여성은 그것을 깨닫는 순간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독한 증오심을 내뿜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사람들은 서둘러 그들에게 화형을 집행하기 시작했고,
머지 않아 불길이 그들의 몸을 감싸안으며 태우기 시작했다.
여인은 죽는 순간까지 저주스러운 말을 내뱉으며 죽어갔고,
아이들 역시 그런 여인과 함께 증오를 두 눈빛으로 내뿜고 죽어갔다.
마침내 여인과 아이들은 불길 속에서 목숨이 끊어졌고, 한 줌의 재가 되고 말았다.
사람들은 "저주받은 마녀와 마녀의 아이들"을 없앴으니 마을에 평화가 올 거라며 환호성을 지르기 시작했고
그 날 저녁... 성대한 마을 잔치를 열어 축배를 들었다.
그런 그들을 지켜보는 눈이 있었다.
악마...
한 악마가 하늘에서 그들을 노려보고 있었다.
같은 시간에 뿜어져나오는 강렬한 증오...
증오는 세상을 떠돌아다니던 한 악마를 불러들였고,
악마는 그 증오심의 근원지를 찾아 이 곳에 모습을 나타냈다.
악마의 등 뒤에는 한 사내와 한 여인과 소년 소녀가 있었다.
그들은 자신들에게 누명을 씌우며 자신들을 죽인 사람들에게 증오를 가득담은 눈빛으로 쏘아보고 있었다.
악마는 그 자리에서 그들과 계약을 맺었다.
그들의 영혼은 천국과 지옥에 가지 못한 체 악마의 노리개로 전락해버렸지만,
그들은 후회하지 않았다. 그 대가를 지켜보았기 때문이다.
하루가 지난 다음 날..
두 마을 사람들이 하루 아침에 정체를 알 수 없는 전염병에 감염되어 몰살되어버리는 해괴한 사건이
발생해있었다.
소제목: 1부 2장. 알 수 없는 힘
머릿속에서 알 수 없는 목소리가 울려퍼지는 것 같아...
서서히 잠에서 깨어나는 아스카는 그렇게 생각했다.
[팬던트는... 인간의 사념을 흡수한단다.
사념이란 쉽게 말해 기쁨 슬픔등의 욕망이라고 말할 수 있지..]
[팬던트에는... 악마의 결계가 쳐져있단다.
팬던트 안에 어떤 마법이 새겨져있는지는 팬던트에 갇혀있던 우리들도 자세히는 모른단다..]
[팬던트에는... 악마의 의지가 남아있단다. 오래 전 팬던트 속에 갇혀있던 수 많은 영혼들을
구원했다던 한 검사의 칼에 죽어가던 악마는 자신의 의지를 팬던트에 심었다더구나.]
[팬던트에는... 증오하는 자에게는 증오를 풀 수 있는 능력을 부여하는 신비한 힘이 있단다.
악마는 죽었지만, 팬던트는 악마의 마지막 의지에 따라 끝도없이 인간의 사념을 흡수하고
싶어하지... 팬던트는 너의 사념을 흡수하지는 않을거란다.. 너를 흡수하려한다면...
그것은 팬던트가 너에게 싫증을 느끼고 새로운 인간을 찾아나서려 할 때지...]
[팬던트는... 그 힘을 겉으로 드러내려 하지 않는단다. 천사들을 두려워하거든..]
[팬던트를... 경계하거라.. 팬던트는 쉬지 않고 사념을 탐할 거란다.
만약 네가 팬던트가 원하는 사념을 공급해주지 않는다면...
팬던트는 단호하게 너를 잡아먹고 새로운 인간을 찾아 떠돌아다니기 시작할거란다.]
"자..잠깐..."
머릿속에서 울려퍼지는 목소리를 들으며 아스카는 몽롱한 의식상태에서도
급하게 소리를 내지르며 말을 내뱉었다.
"선택받은 자라니.. 그건 도대체 무슨 말이죠?"
자신의 말뜻이 제대로 전해질 지 알수는 없었지만...
상대의 말뜻이 자신에게 이해되는 것을 생각해보면 충분히 가능한 일이리라...
그의 생각이 들어맞은 듯 목소리가 들려왔다.
[순수한 집착... 굳이 표현하자면 이렇게 말해주고 싶구나...]
"순수한 집착"
[순간적인 증오나 집착이 아닌 오래도록 지속되어온 증오나 집착을 가진 자.
또한 그것만을 가슴 속에 품어오며 다른 것에는 일체의 감정표현을 갖지 않은
순수한 인간이... 죽기 직전에 뿜어내는 막대한 양의 사념은
악마를 불러들이기에 최상의 조건이라고 할 수 있지...
팬던트는 그런 악마가 감당못할 사념을 모아놓기 위한 저장소였고
자신의 마력을 이용한 결계로 팬던트 자체가 마법의 매개체가 되어버렸지...
그리고.. 악마의 의지가 흡수되면서 팬던트는 악마 그 자체가 되어버렸다고 할 수도 있지...]
".........."
[나를 자유롭게 해준 너에게 감사한다. 이제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여기까지인 듯 싶구나...
이제 나는 이 세상과 작별을 해야할 것 같구나... 과연 나는 천국이나 지옥에 갈 수 있을런지...
너무도 오랜 시간을 팬던트 속에서 지내왔었다.
조금씩 빼앗기는 나의 영력을 느끼며.. 살아남기 위해 너를 후임자로 선택해버린
나를 용서하거라.
그리고.. 살아남거라.. 살고 싶다면.. 팬던트에게 잡아먹히지 않기 위해
내가 그랬듯, 내 전대 선임이 그랬듯.. 팬던트에 사념을 공급해주고
후임자를 찾거라.
선택받은 자를 보게 된다면... 팬던트가 네게 알려줄 것이다.
소년이여.. 너에게 이런 기구한 운명을 선사하게 한 나를 용서하거라.]
"....어차피... 당신이 없었다면.. 저는 이미 죽었을 몸...
저는 당신을 ... 용서합니다."
[고맙다...소년이여.. 살아남거라..
살고자 하는 의지가 약해진다면 팬던트는 단호하게 너의 영혼을 가두어 두고
조금씩 너의 영혼을 갈가먹기 시작할 것이다.
너는 그 전까지 팬던트에 사념을 공급해주며 후임자를 찾거라.
너의 영혼을 너 스스로 지키거라.]
".... 당신은... 팬던트의 힘을 얻어 하고 싶은 일을 모두 이루어냈을텐데..어째서..."
[처음 힘을 얻었을 때... 나는 행복했었다. 힘을 지닌 자만이 느낄 수 있는 쾌감이라고 할까..
하지만.. 힘을 사용하면 사용할 수록 언제 나타날지 모를 천사들의 존재가 두려웠었단다.
언제 팬던트를 찾으러 나타날 지 모르는 악마들의 존재가 두려웠었단다.
그리고.. 언제 내 영혼을 가둬두고 잡아먹을지 알 수 없을 팬던트가 두려웠었단다.
내 의지가 약해지고 내 육신이 사라지던 그 순간부터...
팬던트는 더 이상 내 욕망을 이루어주던 보물이 아니었고
내 영혼을 잡아먹는 악마의 물건..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게 되었었지...
이제 막 팬던트를 얻게 된 너에게는 세상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보물처럼 느껴질지 모르겠으나
시간이 지나 의지가 약해지고 지쳤을 때 그 물건을 다시한번 쳐다보거라..
그때야 비로서 그 물건이 왜 악마의 물건인지 깨닫게 될 게야..]
그 말을 끝으로.. 더 이상 중년 남성의 목소리는 들려오지 않았다.
{삐익.. 삐익... 삐익...}
규칙적인 기계음이 들려왔다.
스으윽..
아스카의 눈이 떨리더니 살며시 눈꺼풀이 올라가며 눈을 뜨기 시작했고, 그 모습을 지켜보던
한 사람이 귀를 울리는 고음소리를 내며 소리쳤다.
"의사 선생님! 간호사 언니! 아스카가 깨어났어요..깨어났다구요..."
"이 목소리는..."
점점 정신이 맑아짐을 느끼며 아스카는 목소리의 주인공이 누구인지 기억해내기 시작했다.
자신의 하나뿐인 누나인 치아키가 틀림없는 듯 했다.
곧이어 누군가가 몸을 일으키려는 자신을 제지하며 자신을 침대에 다시 눕히며
한 손으로 자신의 한 쪽 눈을 벌리며 자신을 관찰하기 시작했다.
아스카의 눈동자와 의사의 눈동자가 마주쳤다.
"정상입니다. 정말 놀랍군요.. 그 사고현장에서 살아있는 것도 놀라웠는데,
이렇게 내외상도 발견되지 않은 체 하루만에 정신을 차리다니...."
50대 중반으로 보이는 중년남자가 자신을 진찰하는 이 병원의 의사였나보다.
"..으..여..긴.."
멀쩡해보이는 몸과는 달리 어느 정도 타박상을 입은 듯 온 몸이 아파왔고
말이 제대로 내뱉어지지 않았다.
"으..."
신음소리가 점점 격해지자 의사는 간호사에게 뭔가를 지시하고는
병실 안에서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치아키를 데리고 문 밖으로 빠져나갔다.
병실안에는 아스카와 간호사 누나만 남게 되었고, 그 간호사는
예쁜 치아를 내비치며 미소를 지은 다음, 안정을 취하라며
자신의 팔 다리를 살짝 주무르기 시작했다.
갑작스런 마사지에 다소 부끄러움을 느끼는 아스카였지만, 그런 감정은 얼마 지나지 않아
사그라들었고, 맛사지 덕에 경련을 멈추는 근육들을 느끼며
편안한 마음으로 침대에 누워 잠을 청했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간호사는 체크차트에 뭔가를 기록하더니
편히 쉬라는 말을 남기고 병실 밖으로 빠져나갔다.
병실 안에 혼자 남게 된 아스카는 다시금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
새벽...
아스카가 다시 눈을 떳을 때는 새벽이었다.
몸을 움직여보니 낮에 눈을 떳을 때와는 다르게 별다른 아픔도 느껴지지 않았고
잠에 푹 빠져있었기 때문에 다소 머릿속이 울리기는 했지만,
정신은 맑은 상태였다.
"가스를 그렇게 마셔댔었는데..."
보통 가스를 들이마시면 하루정도 묘한 느낌을 가질 수 있었고, (술에 취한 기분?)
이틀 정도는 심한 두통을 느껴야만 했었는데...
신기하게도 몸은 지극히 멀쩡(?)한 상태였다.
침대에서 살짝 상체를 일으키며 몸을 일으켰다.
아스카는 그 순간 묵직한 느낌이 목 언저리에서 느껴지는 것을 깨닫고는
무의식적으로 고개를 아래로 내려 가슴 부위를 쳐다보았다.
"아...팬던트..."
그의 목에 감겨져 앞 가슴 부근에 대롱대롱 메달려 있는 팬던트가 눈에 띄었다.
갑작스럽게 자신의 몸을 이리저리 살펴보던 아스카는 자신이 입고 있던 옷이
모조리 벗겨진 체 병원 환자복을 입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고
침대에서 조금 떨어진 맞은편 침대에(병실이 2인실입니다.) 자신의 옷가지가 가지런히
정돈된 체 놓여있는 것을 발견할 수 있었다.
"이렇게 눈에 띄는 팬던트를 가만 놔둔 건가?
아니면.. 팬던트를 발견하지 못한 건가..."
환자의 안정을 위해 몸에 무리를 줄 수도 있는 팬던트를 가만놔뒀을리 없을텐데...
하지만, 창문 밖에서 들어오는 달빛을 받았는지 영롱한 은빛을 내뿜는 이 정체불명의 팬던트가
다른 사람들 눈에 보이지 않는 물건이라고는 조금도 생각되지 않았다.
"팬던트가 이렇게 눈에 띄면 관리하는데 거추장스러울 것 같은데..."
마치 아스카의 생각을 읽기라도 한 것처럼 아스카가 그런 생각을 하자마자
팬던트에 은빛 섬광이 뿜어져나오더니 곧이어서 팬던트는 보라색 연기로 산화되며
아스카의 몸 속으로 흘러들어왔다.
"이..이건.."
팬던트는 사라졌지만, 팬던트에 새겨진 정체불명의 묘한 형상이
아스카의 양쪽 손등에 새겨져 있는 것을 확인한 아스카는
역시나 팬던트가 범상치 않은 물건임을 깨닫고는 놀라움과 감탄이 뒤섞인 짧은 탄성을 내질렀다.
"사념을 흡수하고 주인에게 힘을 빌려주는 악마의 물건..."
그런 생각을 하며 아스카는 자신의 손등에 새겨진 문양을 천천히 감상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어떻게 힘을 사용하는 거지?"
무의식적으로 떠오르는 의문...
"으읍..."
아스카는 무슨 생각을 한 건지 짧은 기합과 함께 두 주먹을 불끈 쥐어보았다.
주먹을 불끈 쥐는 순간 무언가 알 수 없는 묘한 기운이 주먹에서 뻗어나오는 것을 느낀
아스카..
깜짝 놀란 아스카는 주먹을 펼쳐보았다.
뻗어나온 기운이 한데 뭉쳐 펼쳐진 손바닥 위에 올려지는 느낌...
아스카는 두 눈에 힘을 주며 꽉 감더니 몇 번 깜빡깜빡거린 후 크게 눈을 떠보았다.
"아..."
아스카의 입에서 탄성이 절로 나왔다.
방금 전까지 느껴지기만 한 체 보이지 않았던 기운이 아스카의 두 눈에 선명하게 보였던 것이다.
영롱한 보라빛이 그의 두 손에 모여있었다.
신기했다.
어린 아이가 신기한 물건을 발견한 후 호기심어린 눈빛으로 그 물건을 이리저리 살펴보는 것처럼
순진무구한 아이의 표정으로 그 빛을 바라보는 아스카...
보라색 빛은 각각의 손바닥 위에 뭉쳐지더니 공처럼 동그랗게 모양을 만들기 시작했다.
호기심에 두 손바닥을 맞부딪혀 손바닥을 떼어보니 두 개의 보랏빛 구슬모양의 안개가
하나로 합쳐져 좀 더 커다란 구슬모양의 안개로 합쳐져있었다.
[사념을 흡수하는...]
갑자기 아스카의 머릿속에 중년남자의 목소리가 떠올랐다.
"이게...그 사념이라는 건가..."
혼자 중얼거리며 그 빛을 갈무리하는 아스카.
보랏빛 연기는 아스카의 생각이라도 읽은 듯 자연스럽게 아스카의 생각에 따라
아스카의 몸안으로 흡수되었다.
아스카는 이제 스스로의 운명을 깨닫기 시작했다.
"사념을...흡수하지 못하면.. 주인의 영혼을 흡수하는 팬던트라는 건가?..."
손등의 문장이 사라지며 거짓말처럼 그의 앞 가슴에는 목에 걸려져 메달려있는
은빛의 아름다운 팬던트가 자리해 있었다.
"재미있군..."
미소짓는 아스카.
"어차피 지겨운 세상.. 내가 원하는대로 살다가 사라지면 그만아닌가..."
좋지 않았던 과거의 기억이 새록새록 떠오르기 시작했다.
자신을 핍박하는 이웃 사람들.. 자신을 배신하고 멀리하던 친구들과 누나들..
자신을 괴롭히던 학교 친구들.. 자신에게 전혀 관심을 갖지 않던 가족들..
그 모든 사람들의 얼굴이 마치 영화처럼 촤르륵 떠오르고 지나가면서
아스카는 자신도 모르게 주먹을 불끈 쥐었다.
그와 동시에 그의 주먹에서 보라빛 연기가 뿜어져나왔다.
"어떻게 복수해줄까...앙?"
분노를 머금은 아스카의 주먹이 부르르 떨려왔다.
아스카는 마음을 진정시키기 위해 두 눈을 감고 깊은 심호흡을 내뱉기 시작하느라 눈치채지
못했다.
그의 마음 속에서 분노가 솟아나오는 순간.. 뿜어져나왔던 보랏빛 연기가 잠시동안 칠흑빛으로
빛깔을 바꿨었다는 것을...
정체를 알 수 없는 연기.. 그것은 마치...
아스카의 마음을 읽고 있는 살아있는 생물 같았다.
그리고.. 이 순간에 유난히 반짝이는 아스카의 팬던트...
팬던트가 유난히 광택이 나는 것을 보며...
지은이는 자신도 모르게 "혹시.. 팬던트가 웃고 있는거 아냐?" 라고 생각하다가
실소를 내뱉었다. "설마... 그럴리가.."
글 쓰는 지은이도 알지 못하는 (아직 설정을 완성시키지 못했으니..흐흐..)
정체불명의 팬던트...
그리고.. 이 팬던트를 사용하고 관리해야할 사명을 지닌 팬던트의 가디언..
하세가와 아스카...
이제부터 어떤 일이 벌어질지는.... 작가도 아직 모른다...
1부 3장을 기대하시라...
소제목: 1부 3장. 아스카의 활홀한 첫키스
아스카의 침실.
병원에서 의식을 되찾은 아스카는 사고발생 이틀만에 집으로 돌아오게 되었다.
병원 관계자들은 아스카가 살아있는 것도 [기적]이라며 그의 거취에 많은 관심을 내비춰주었다.
아스카의 길지 않은 18년의 세월동안,
이렇게 타인에게 주목받아본 적은 한번도 없었으리라.
똑똑! 철컥..끼이익..
누군가 아스카의 방문을 두드리더니 곧바로 방문이 열리기 시작했다.
"아스카! 밥은 어떻게 할래?"
하세가와 쿠미코!
문을 열고 들어오는 사람이 어머니인 것을 확인한 아스카는 조금 퉁명스럽게 외쳤다.
"밥 생각 없어요..."
"그럼, 여기에 상을 놔둘테니 생각나면 먹으렴..."
아스카의 대답과는 상관없이 먹기 좋은 죽이 올려진 작은 상을 들고 온 쿠미코는 아스카의 침실 바닥에
상을 내려놓고는 살짝 미소지으며 침실 밖으로 빠져나갔다.
"쳇... 정말 식욕이 없다는데도..."
항상 이런 식이였다.
서먹서먹한 자신과의 관계를 개선해보기 위해 뭔가 말을 걸어본다는 것은 아스카 자신도 이해할 수 있었다.
하지만, 어차피 상을 드려놓을 생각이었다면, 배가 고픈지 안 고픈지 물어볼 필요가 없지 않은가...
가식...
쿠미코의 행동에는 아스카의 의사결정 따위는 전혀 관심이 없는 듯 했다.
자기 하고 싶은대로 행동하면서도 생각하는 척 말을 건내는 그녀...
오랜 세월 가족들에게 관심을 받지 못한 아스카는 이런 식으로 가족들의 행동 하나하나가
가식적으로 느껴졌고, 불만스러웠다.
"그러고보니... 밥을 안 먹어본 지 하루도 더 지났는데..."
신기하게도 사고가 발생한 그 날부터 식사를 해 본 적이 없는 아스카였다.
병원에서도 식욕이 없다는 말을 하며 밥을 먹지 않았던 아스카.
"혹시.. 몸은 배가 고픈데 식욕이 없다고 잘못 판단하고 있는 게 아닐까?"
가벼운 의문을 품으며 침대에서 내려와 바닥에 놓여있는 상에 다가가 음식을 먹어보았다.
"맛 없다..."
딱히 배가 부르지는 않았지만, 배 부른 사람 앞에서 산해진미가 무용지물이듯
맛있어보이는 죽도 그에게는 "밍숭맹숭" 그 자체였다.
(밍숭맹숭 :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중간쯤에서 평범하게 있는 상태..
본문에서는 "먹기는 싫고, 놔두기는 아까워 귀찮아하는 아스카의 심리상태를 표현)
상보를 뒤엎어놓은 상을 침실 한쪽에 몰아넣어두고 아스카는 책상 위에 컴퓨터를 켜기 시작했다.
- 가로세로 2.5m 넓이의 방에서 방문을 기준으로 왼쪽 벽 구석에 침대, 오른쪽 벽 구석에 책상&컴퓨터
침대와 책상 사이에는 TV와 플레이스테이션3가 놓여있다.-
검색어: 사고&기적
띠디딕.. 검색 결과가 모니터에 출력되었다.
"별로 읽어볼만한 내용은 없군..."
검색어: 팬던트
띠디딕.. 팬던트를 판매하는 온갖 판매점 사이트가 출력되었다.
그 중 몇몇 사이트에 접속해서 팬던트의 모양을 살펴보았지만
아스카 자신이 가지고 있는 이 팬던트와는 질적으로 뭔가가 달라보였다.
시중에 판매하는 팬던트의 경우 대부분 금색으로 색을 칠해놓는다.
딱히 문양이 새겨져있기 보다는 하트모양등 간단간단한 모양에 금색 도금이 입혀져있을 뿐이었다.
그에 반해 자신이 가지고 있는 팬던트는...
크기는 자신의 손바닥 안에서 가려질 정도인 가로 세로 5cm 정도였고
팬던트 전체가 은색으로 통일되어 있었다.
모양은 동그란 원형에 마징가Z나 태권브이 로봇처럼 V자 모양의 표시가 원형에 붙어있었다.
아... 자세히 보니.. 이건.. 날개형상인 듯 했다.
날개가 2개 달린 원형 팬던트... 팬던트의 중심에는 알 수 없는 이상한 문자가 원을 그리고 글이 적혀있었다.
아스카가 자세히 보니..
팬던트의 색은 은색이라기 보다는 무색이지만, 팬던트를 이루는 물질 자체가 은빛을 띄고 있는 것 같았다.
"은(銀)은 아닌 것 같은데..."
팬던트를 이리저리 만지작 거리며 관찰하고 있는 아스카의 귓가에 노크 소리가 들려왔다.
똑똑똑! "들어가도 돼?"
목소리를 들어보니 누나인 치아키였다.
"어.. 치아키..학교는?"
당황한 듯이 약간 더듬거리는 아스카의 질문에 방문을 열고 들어오던 치아키가 살짝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아스카.. 오늘은 토요일이야... 너 오늘이 몇 요일인지도 몰랐지?"
동경대를 재학 중인 치아키는 대학생이라 주말에는 수업이 없었다.
"흠흠..."
딱히 꺼낼 말이 없던 아스카는 잠시 헛기침을 몇 번 내뱉으며 치아키를 쳐다보았고,
치아키는 아스카가 앉아있는 침실 바닥에 다가와 앉아 아스카의 몸을 둘러보며 말했다.
"몸은 좀 어때?"
그러고보니 병원에서 정신을 차렸을 때도 치아키가 자신을 간호하고 있었던 것 같은데...
그녀의 말에 약간이지만 감동을 한 아스카는 "응... 이젠 괜찮아!" 라고 말하며
자신이 얼마나 건강한 지 증명해주겠다는 듯 한 쪽 팔을 구부리며 별로 나오지도 않는 근육을 뽐내며
치아키를 쳐다보았다.
"그래...다행이야.."
그녀는 그렇게 안심하며 계속 말을 건냈다.
"이제야 겨우 집안도 안정되어가는데, 아스카가 그런 사고로 크게 다쳤다면
우리 집안은 또 다시 어려운 형편이 되었을 거야.. 아스카의 몸이 멀쩡한 것은 정말 다행스러운 일이야.."
뭔가를 떠올리며 조그맣게 기뻐하는 치아키...
그러나 그 모습을 지켜보는 아스카의 눈매는 점점 차가워졌다.
"그런가.. 결국 내가 아니라 입원비가 걱정되었던 거군..."
두 사람은 잠시 동안 서로에게 아무런 말도 건내지 못한 체 침묵을 지키게 되었다.
먼저 말을 건낸 건 치아키였다.
"그러고 보니.. 정말 신기한 팬던트네?"
그녀의 말에 아스카는 매우 당혹스러워 하는 듯 했다.
"어엇... 아.. 이 팬던트?"
깜짝 놀라는 아스카의 반응을 보며 의아스러운 듯한 표정으로 치아키가 물었다.
"뭘 그렇게 깜짝 놀라는 거야? 그러고 보니.. 이렇게 눈에 띄는 팬던트를 왜 이제서야 눈치챘던 걸까?..."
그렇게 말하며 그녀는 무의식적으로 손을 내뻗어 팬던트를 만지려고 하는 듯 싶었다.
[팬던트가 타인의 손에 닿으면 안돼...]
갑작스럽게 전대 팬던트의 주인이었던 중년남자의 목소리가 떠올랐다.
"아차..."
깜짝 놀란 아스카가 그녀의 손을 제지하려 했지만, 그것은 한발 늦은 행동이였다.
"이 팬던트 정말 예쁘다.."
그렇게 말하며 그녀의 손이 팬던트를 잡는 순간...
슈아아아악...
팬던트가 은빛을 발하며 빛을 뿜어내더니 팬던트 속에서 검은 연기가 뿜어져나와
치아키의 손을 타고 그녀의 몸 속으로 흡수되어갔다.
"아....아아..."
점점 눈빛이 경악으로 물들며 목소리는 점점 커지며 신음소리가 천천히 비명소리로 바뀌어갔다.
"아아...아...아아아악..."
정체 불명의 기운이 그녀의 몸 속으로 점점 흡수되는 것을 느낀 아스카가 두 눈에 힘을 주고
크게 한번 눈을 감았다 떠보니 과연 검은 연기가 그녀의 몸 주변을 감싸안고 있었다.
팬던트에서 뿜어져나온 검은 연기같은 그것은 그녀의 팔을 타고 어깨를 지나 얼굴과 몸으로 나뉘어져
퍼져가더니 천천히.. 그렇지만 확실하게 그녀의 몸 구석구석에 퍼져가기 시작했고
검은 연기에 먹혀가는 그녀의 모습은 공포 영화의 한 장면을 보고 있는 것 같아
아스카에게 섬뜩한 공포심을 느끼도록 만들어주었다.
"아아악.."
그녀의 눈빛에 초점이 사라져갔고, 비명 소리는 점점 크게 울려퍼져갔다.
그녀의 몸을 완벽하게 감싸안은 검은 연기는 순식간에 그녀의 심장쪽으로 뭉쳐가더니
심장에만 검은 연기가 모여있는 형태를 만들어냈다.
그와 동시에 그녀의 비명소리가 멈췄다.
아스카가 봤을 때 여전히 치아키의 눈빛은 풀려있었다.
그것은 마치 아무런 생각이 없는 백치같아보이기도 했고, 기절한 사람같기도 했다.
"치아키...괜찮...."
아스카가 그녀의 몸에 손을 뻗으며 말을 건내는 순간...
그녀의 심장에 모여있던 검은 연기가 빠른 속도로 팬던트에 흡수되기 시작했다.
슈우우우우욱....
"차갑다...."
뒤늦게 그녀의 몸에 손이 닿은 아스카는 전율을 느꼈다.
인간의 몸이 이렇게 차가울 수 있는가...
살짝 그의 손길이 그녀의 몸에 닿자, 그녀의 몸뚱아리는 아무런 저항도 하지 못한 체
어이없을 정도로 가볍게 뒤로 넘어갔다.
털썩...
차가운 감촉...
풀려버린 눈빛...
인형처럼 힘 없이 쓰러지는 몸뚱아리...
이 3가지 느낌은 아스카로 하여금 한가지만을 떠올리게 만들었다.
"시체..."
순식간에 엄청난 공포가 아스카의 전신을 감싸안아왔다.
등골이 오싹해지며 전대 팬던트의 가디언(?)이 했었던 말이 떠올랐다.
[팬던트는...인간의 사념을 흡수...]
"설마... 말도 안돼..."
두려움에 떨며 혼잣말로 중얼거리던 아스카의 목소리가 점점 커지기 시작했다.
"말도 안돼...말도 안돼~~~~~"
"아스카? 왜 그래? 무슨 일이야?"
절규하던 아스카의 귓가에 낯익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허억...
깜짝 놀란 아스카가 무의식적으로 몸을 뒤로 내빼며 눈앞을 쳐다보았고
눈앞에는 멀쩡한 모습의 치아키가 자신을 걱정스럽게 쳐다보고 있었다.
"꿈?"
식은 땀을 흘리며 중얼거리는 아스카를 바라보며 치아키도 그를 따라 말을 내뱉었다.
"꿈?" 갑자기 무슨 생각을 그리 골똘이 하나 싶었더니.. 방금.. 앉은 체로 꿈을 꾼 거였어?
"에... 신기하네... 앉아서 잠이 들 수도 있는 거구나..."
19살이나 먹은 아가씨가 꼬마아이처럼 입가에 손가락을 가져가며
휘둥그래진 눈으로 중얼거리는 모습을 보자 아스카는 자신도 모르게 킥킥..거리며 웃음을 내뱉었다.
"에헤.. 아스카 오늘 이상해... "
자신의 모습을 자각하지 못한 건지.. 웃고 있는 아스카를 발견하며
약간 인상을 찌푸리며 퉁명스럽게 말을 내뱉는 치아키...
왠지.. 오늘따라 귀여워보이는 치아키라고 생각했다.
"그러고 보니.. 정말 신기한 팬던트네?"
역시나 어디선가 들어봤던 귀에 익은 치아키의 멘트...
"이 팬던트 정말 예쁘다.."
이렇게 말하며 그녀의 손이 팬던트를 향해 뻗어왔다.
[팬던트는...인간의 사념을 흡수...]
허억.. 방금 전까지 웃고 있던 아스카는 이마에 식은땀을 흘리며 등골이 오싹해짐을 느끼며...
반사적으로 팬던트를 향해 뻗어오는 그녀의 손을 자신의 손바닥으로 내리치며 외쳤다.
"안돼~~~" 짝...
경쾌한 타격음과 고함 소리가 울려퍼지고 그와 동시에 약간의 비명소리가 뒤를 이었다.
"아야..."
치아키는 손이 몹시도 아픈 듯 아파하는 표정을 지으며 겁 먹은 듯한 표정으로 아스카를 쳐다보며
입을 열었다.
"미...미안..나도 모르게..."
울쌍이 되어버린 치아키의 표정을 보며 아스카는 그제서야 방금 전 상황을 인식하며 입을 열었다.
"아.. 치아키..미안.. 이 팬던트를 남이 만지게 하고 싶지 않아..미안.."
치아키의 표정을 보며 저도 모르게 사과를 하는 아스카였다.
"아까 그 꿈은... 팬던트가 내게 준 경고였던 건가..."
기시감(데자뷰- 미래에 있을 일을 순간적으로 미리 볼 수 있는 초자연현상)이라고는 한번도 느껴본 적이
없었던 아스카였다.
그제서야 아스카는 악마의 팬던트라는 생각을 떠올리며 다시한번 팬던트의 주인인 자신의 처지에 대해
곱씹어보기 시작했다.
"나도..언젠가는 이 팬던트에게.. 그렇게 잡아먹히게 되는 건가..."
아스카의 이마에는 더이상 식은땀이 생겨나지 않았지만...
아직도 그의 등뒤에서는 식은땀이 흘러내리며 그가 입고 있던 옷을 축축하게 적셔가고 있었다.
최고관리자
가입일 | 2016-08-11 | 접속일 | 2024-11-0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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