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제목 : 아스카의 황홀한 첫키스
치아키가 이렇게 귀여웠던가...
문득, 누나에게 이런 감정을 품고 있는 자신의 모습을 되새겨보며 부끄러움을 느꼈지만...
그러한 감정은 머지않아 사라졌고, 아스카는 치아키의 모습을 세밀하게 관찰하기 시작했다.
"뭐...뭘..그렇게 쳐다보는 거야..."
아스카의 시선에 부담을 느꼈는지 얼굴을 붉히며 당황해하는 치아키의 모습에서
아스카는 말로 설명하기 힘든 묘한 감정을 느끼고 있었다.
예의범절, 규칙/규범, 법의 테두리 안에 갇혀있을 때는 이런 무형의 힘을 이겨내지 못한 체
그 속에 적응하며 소극적으로 살아가게 되지만...
지금의 아스카에게는 기존의 관념들을 깨부술 미지의 힘이 있었다.
불끈 쥐어진 그의 주먹에서 보랏빛 기운이 뿜어져나옴을 느끼며 아스카는 그렇게
대범하게 치아키의 모습을 세밀하게 관찰하기 시작했다.
"... 이...이상해..오늘의 아스카는 정말...이상해..."
동생의 시선에 심한 부담감을 느낀 치아키는 결국 방문을 나가려고 몸을 일으키기 시작했다.
"아..잠깐!"
갑작스러운 그녀의 행동에 당황한 아스카는 무의식적으로 몸을 일으키는 그녀의 팔을 굳게 잡았고
그 순간 자신의 손에서 뻗어나온 그 기운이 그녀의 팔을 통해 그녀의 몸 안으로 흘러들어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깜짝 놀란 아스카가 잠시 눈을 감고 크게 떳다.
아스카의 눈에 정체불명의 보랏빛이 비춰졌다.
아스카의 몸에서 뻗어나온 보랏빛 연기같은 그 기운은 그가 잡았던 팔에 그대로 머물러있었고
흐름이 없는 맑은 물에 보라색 잉크 한방울을 떨어뜨려 보랏빛으로 물들이듯이
아주 천천히 그녀의 몸으로 퍼져나가기 시작했다.
"아..." 그녀의 입에서 약간의 탄성이 새어나왔다.
아스카도 이런 경험은 처음이라 그 상황을 지켜보고 있었다.
검은 연기가 그녀의 몸을 감싸안았을 때는 말로 형용할 수 없는 공포만을 느꼈었지만,
보랏빛 연기가 그녀의 팔에서 퍼져나가고 있는 지금은 전혀 그런 느낌은 느껴지지 않았고,
오히려 묘한 호기심이 그의 가슴을 두근거리게 만들고 있었다.
보랏빛 연기는 천천히 그녀의 왼쪽 팔 전체에 물들어버렸다.
그녀는 자신의 팔을 감싸고 있는 보랏빛 연기가 눈에 보이지 않은 듯 그 쪽으로는 전혀 신경을 쓰지 않고
아스카의 기운이 몸에 들어간 후부터 간간히 들릴 듯 말듯한 목소리로 탄성을 내지르며
천천히 다시 주저앉아있었다.
뒤로 돌아 나가려고 했던 그 모습 그대로 주저앉았기 때문에
아스카는 그녀의 표정을 확인할 수가 없었다.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거지?"
그녀의 묘한 태도에 강한 호기심을 느낀 아스카는 몸을 일으켜 그녀의 앞쪽으로 걸어가
그녀의 얼굴을 돌아보았다.
"아...이건 혹시..."
흐리멍텅한 표정으로 눈에 초점이 맞지 않은 모습의 치아키를 보자, 아스카는 본능적으로 그녀가
대단히 무방비 상태임을 직감할 수 있었다.
고개를 들고 있을 힘이 없는지 주저앉은 그녀는 두 팔을 기댄 체 완전히 주저앉았고
고개를 푹 숙이자 그녀의 긴 머리카락이 앞으로 흘러내려 그녀의 얼굴을 조금씩 가려갔다.
"치아키? 괜찮아 치아키?"
혹시나 하는 생각에 그녀의 눈 앞에 손바닥을 왔다갔다 휘둘러보던 아스카는
주저앉아있는 치아키에게 다가가 손을 내밀어 그녀의 턱을 잡고 그녀의 고개를 자신의 눈 앞으로
올려세웠다.
남은 한 손으로 그녀의 머리카락을 쓰윽 뒤로 빗겨낸 아스카는 그녀의 멍한 표정을 바라보며
천천히 자신의 얼굴을 그녀의 얼굴에 맞대어갔다.
쪽~
아스카가 살아온지 18년...
난생처음으로 이성과 첫 키스를 하는 순간이였다.
아스카의 입술과 치아키의 입술이 맞붙어서 잠시동안 하나가 되었다.
무의식적으로 아스카의 입술이 벌어졌고, 그에 반응하듯 멍한 표정의 치아키의 입술도 아스카를 따라
살짝 벌려졌다.
"치아키..미안.."
두근거리는 마음을 애써 진정시키며 아스카는 그렇게 치아키에게 사과하는 마음을 품은 뒤
눈을 감고 대담하게 혀를 내밀어 그녀의 입 안으로 파고들기 시작했다.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 수가 없는 치아키...
멍한 표정인 것 같으면서도 그녀의 입 안으로 아스카의 혀가 들어오자 자연스럽게 그녀의 혀도 입 밖으로
빠져나와 그의 혀를 받아들이며 혀와 혀가 만나 서로를 애무하기 시작했다.
아스카의 첫 키스는 허물없어진 오랜 연인들 사이에서나 종종 볼 수 있는 프렌치 키스로 장식되어갔다.
두 사람의 입맞춤은 오래도록 지속되어갔다.
"으음..."
아스카의 입에서 자신도 모르게 탄성이 흘러나왔다.
살짝 눈을 떠본 아스카는 치아키의 얼굴이 눈앞에 들어오는 것을 느끼고 부끄러움을 느끼며
자신도 모르게 뒤로 물러났다.
그러자, 아스카의 혀와 엉켜있던 치아키의 혀가 부드럽게 풀려났고,
아스카의 입술과 치아키의 입술 사이에 반짝이는 침의 그물망이 이어져나왔다.
"치아키...대담한데..."
그가 알고 있는 치아키는 이렇게 대담한 행동을 눈 하나 깜짝 안하고 행동할 정도로
대범한 성격이 아니었다.
실제로 치아키가 이런 키스를 했다면...
"아... 보지마.. 아스카..창피해...ㅜ.ㅜ"
라고 말하지 않았을까...
잠시 그런 상상을 해보던 아스카는 치아키의 표정을 다시 한번 살폈다.
방금 전까지 무표정이던 치아키가 조금이지만 요염한 표정으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주저앉은 자세는 아까 그대로였지만, 그녀의 얼굴 표정이 살짝 바뀌었다는 것 하나만으로도
아스카는 그녀가 무척 섹시하다는 생각을 갖게 되었다.
"치아키... 이제보니..정말 예쁘다.."
평소 가족들과 어울리질 못했던 아스카였기에 곁에 있으면서도 치아키의 외모를 눈여겨 본 적이 없었다.
아스카와 함께 어울려다니던 친구들이 종종 자신의 누나에 대해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해댄 적은 있었지만,
그 때는 치아키가 이렇게 예쁘다고 느끼지는 못했었는데...
그렇게 생각하던 아스카의 시야에 눈에 띄는 무엇이 있었다.
"아..저건...설마.."
방금 전까지 치아키의 왼쪽 팔에 퍼져있던 보랏빛 연기가 어느새 핑크빛 연기로 변색되어
그녀의 몸안으로 조금씩 흘러들어가고 있는 것이 아스카의 시야에 사로잡혔다.
이 변화가 무엇을 뜻하는지 아스카는 알 수 없었다.
하지만, 한 가지... 자신의 몸에서 뿜어진 알 수 없는 기운이 치아키를 변화시켰다는 것만은 확실했다.
아스카는 점점 더 대범해져가는 자신의 마음을 느끼며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하지만 호기심어린 눈동자로- 앉아있던 몸을 일으키며 치아키에게 다가갔다.
치아키에게 다가간 아스카는 여전히 주저앉아있는 그녀를 보며 씁쓸하게 생각했다.
"인형같군... 그렇게 앉아있으면 내가 불편하잖아... 치아키..일어나봐..."
그 순간 아스카는 깜짝 놀랐다.
자신의 속 마음을 읽은 듯이 그의 생각이 끝나자마자 치아키가 살짝 미소를 지으며 몸을 일으킨 것이다.
앉아있던 사람이 갑자기 몸을 일으켜 눈앞에 얼굴을 맞대었다.
아스카와 치아키 사이에 간격은 성인 남성의 주먹하나가 들어갈까 말까할 정도의 좁은 간격...
이제껏 이성에게 이토록 가까이 접근한 적도 없었던 아스카에게
미소를 지으며 살포시 일어난 치아키와의 거리는 그의 심장을 크게 울리게 만들었다.
쿵쾅쿵쾅... - ^^;; 후훗.. 순진하긴... -
"치아키... 괜찮아?"
뭐가 괜찮다는 걸까... 이런 질문을 내뱉는 아스카 자신이 우습게 느껴졌다.
듣는 입장에서는 [지금 몸은 괜찮아?]에서부터 [방금 전 키스 괜찮아?]까지..조금 더 생각해보면
지금 분위기를 감안해서 [또 한번 키스를 할 건데..괜찮아?]에 이르기까지
해석하기에 따라 무긍무진한 뜻이 담긴 아스카의 질문...
그런데... 뜻하지 않았던 대답이 들려왔다.
"응... 아스카니까..괜찮아.."
깜짝놀란 아스카가 한 걸음 뒤로 물러서며 치아키를 살펴보았다.
여전히 미소짓고 있는 치아키.
왠지 귀여워보이고, 오늘따라 섹시해보이는 - 작가 설정상..그녀는...한마디로 미녀다. -
치아키의 모습은 남자를 유혹하는 색녀의 이미지보다는 오랜 연인과의 재회 후 키스를 기다리는
수줍은 소녀처럼 [순수한] 여인의 이미지로 아스카를 자극(?)시켰다.
"아...이젠 나도 모르겠다."
순간적으로 그녀의 모습을 지켜보던 아스카는 이성의 끈을 잠시 놓아버리고 달려들다시피
격하게 그녀에게 다가가 양손으로 그녀를 끌어안기 시작했다.
매우 어설퍼보이는 동작이였지만, 그녀는 "괜찮아...아스카.." 라고 살짝 미소지으며 대답하더니
정말 오랜 연인을 대하듯 살포시 아스카의 몸을 껴안으며 그의 포옹에 자연스럽게 대처해왔다.
아스카의 왼팔이 그녀의 허리를 감싸안고
아스카의 오른팔이 그녀의 등뒤에서 그녀를 잡았다.
아스카의 오른쪽 발이 반걸음 앞으로 나가며 그녀가 중심을 잃고 뒤로 넘어지지 않게 무게중심을 바로잡았고
아스카의 입술이 그녀의 입술을 향해 천천히 다가갔다.
이번에는 눈을 감지 않은 아스카였다. - ^^;; 엉큼한 녀석.. -
그와 동시에 치아키의 양팔이 그의 허리로 뻗어가더니
자연스럽게 올라가 아스카의 등을 지나 어깨에 손을 얹지고 왼쪽 발을 뒤로 반걸음 빼어놓아
넘어지지 않게 중심을 잡으며 다가오는 그의 입술을 맞이할 준비를 하였다.
치아키는 이번에도 두 눈을 꼬옥 감았다.
두 번째 키스...
첫 번째 키스와는 달리 어색함이 덜했고, 안정적인 자세에서 이루어졌다.
아스카의 심장은 중학교 때 [체력장] 시험 이후 가장 격렬하게 두근거리기 시작했고,
그녀의 몸에서 느껴지는 자신의 기운을 느끼며.. 첫 키스의 감촉을 떠올리며
대담하게 그녀의 입술을 탐하기 시작했다.
이 전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대담해진 아스카의 입술과 혀를 맞이하며 그것과 비례해서 치아키의 입술과 혀도
대담하게 변해갔다.
두 사람은 처음부터 그랬던 것처럼.. 서로를 격렬하게 껴안은체.. 원래 하나였던 듯이 밀착해서
오랜 시간동안 키스를 나누었다.
소제목 : 뺨을 맞은 아스카
"으으음..."
아스카의 귓가에 치아키의 신음소리가 들려왔다.
귓가에 들려오는 치아키의 신음소리는 아스카의 불타오르는 가슴에 기름을 끼얹어버렸고
다시 한번 불타오른 아스카는 새로운 각오로 치아키의 입술을 탐닉하기 시작했다.
얼마나 오랜 시간이 지났을까...
두 눈을 감으며 아스카는 생각했다.
"역시.. 눈을 감으니 훨씬 낫군..."
사실 두 사람의 간격이 너무 가깝게 밀착되어 있어서 아스카가 눈을 뜨고 있어도
치아키의 모습이 제대로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이렇게 두 눈을 감고 키스를 이어가니 눈을 떳을 때보다 훨씬 더 흥분되고,
치아키의 입술과 혀의 부드러움이 잘 느껴졌다.
그렇게 얼마의 시간이 흘러가고...
"다리가..저려오는 걸..."
문득, 치아키와 키스를 하면서도 이런 생각이 떠오르기 시작한 아스카.
치아키와 두번째 입맞춤을 한 지 5분정도의 시간이 흘렀을까...
아스카가 알고 있는 치아키의 이미지는 어디로 사라져버렸는지
치아키는 여전히 아스카의 혀에 그녀의 혀를 엉켜놓은 체 서로의 타액을 서로에게 교환하고 있었다.
"아... 다리가 점점 저려온다.. 이대로 침대쪽으로 치아키를 밀어놓는게..."
다리는 아파오지만, 치아키와의 입맞춤은 그대로 이어가고 싶었던 아스카는 고민끝에
그녀의 등과 허리를 잡았던 두 팔을 거둬들이며 한걸음씩 천천히 그녀의 몸을 밀기 시작했다.
거둬들인 아스카의 두 팔은 잠시동안 방황(?)하다가 천천히 치아키의 팔에 다가갔고
아스카의 두 손이 각각 치아키의 손목을 부여잡은 체 한걸음씩 침대쪽으로 걸음을 옮겨갔다.
뒷걸음질에 넘어지지 않기 위해 치아키는 무의식적으로 팔을 들어올렸고
자연스럽게 들어올려진 두 팔과 함께 아스카의 두 손도 같이 들어올려졌다.
두 사람은 그 상태 그대로 입술을 밀착 시킨 체 침대를 향해 걸음을 옮겼고
침대에 도착한 아스카는 그대로 상반신을 앞으로 기울여 치아키를 침대위에 넘어뜨렸다.
물컹...
갑자기 남자로서는 생소한 느낌이 아스카의 가슴에 느껴졌다.
"우욱..."
짧은 신음성과 함께 아스카는 그것이 무엇인지 본능적으로 알아차리기 시작했다.
"아.. 치아키의 가슴이..."
아스카는 자기 자신이 한심스럽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치아키와의 키스에 정신이 팔려 이토록 부드럽고 뭉클한 - ㅡ.ㅜ 부럽다.. - 그녀의 가슴을 만져보지도
못하고 있었다니...
그런 생각이 떠오름과 동시에 그녀와 그의 가슴 사이에서 뭉클한 가슴의 느낌을 느끼는데 방해물이 되고 있는
악마의 팬던트가 귀찮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아..팬던트야.. 지금은 사라져다오.."
애절한(?) 아스카의 부탁을 알아차렸는지 팬던트는 보랏빛 연기로 산화되며
아스카의 손등에 문양으로 새겨졌다.
"우웅...우웅..."
뭔가 말을 하려는 건지.. 아니면 단순하게 기분이 좋아 외치는 신음성인지..
그것도 아니면 어딘가 불편해서 소리치는 신음성인지..
경험이 부족한 아스카는 치아키의 신음소리를 들으면서도 그 뜻을 알아차리지 못한 체
천천히 두 손을 놀리기 시작했다.
눕혀진 치아키의 몸을 짓누는 자세에서 입술은 계속해서 밀착해있었고,
그녀의 두 팔을 제압하던 아스카의 손이 그녀의 손목에서 떨어져나가 천천히
그녀의 몸을 훑어가기 시작했다.
치아키의 뺨에서 목선을 타고 그녀의 어깨를 지나 가슴으로...
여기까지 이동한 아스카의 두 손은 서둘러 그녀의 상의 속으로 파고들기 시작했다.
- 때는 조금 쌀쌀해진 늦가을이라 가벼운 셰터차림에 황토색 바지를 입고 있던 치아키 -
계속해서 입맞춤을 유지하고 싶었던 아스카는 급하게 치아키의 몸을 더듬기 시작하더니
그녀의 쉐터 안쪽으로 손을 들이밀기 위해 손을 그녀의 배 안쪽으로 집어넣기 시작했다.
아스카의 손길에 그녀의 쉐터 안에 숨어있는 부드러운 살결이 느껴졌다.
아스카에게는 그 나름대로 신선한 자극으로 다가왔다.
점점 대담해져가는 아스카는 뜨거운 콧김을 내뿜으며 그녀의 가슴쪽으로 손을 이동시켰으나
뭔가 거칠은 천조각이 그의 손길로부터 그녀의 가슴을 보호하고 있다는 것을 뒤늦게 알아차렸다.
"이런... 이건..."
갑자기 그녀의 브래지어가 걸치적 거리기 시작한 아스카.
"이거..어떻게 해야 풀어지는 거야?"
허둥대며 이리저리 손을 놀려 브래지어 앞부분을 풀어헤치기 위해 땀을 뻘뻘 흘리는 아스카였다.
투두둑..
"아차!"
급하게 손을 놀리던 아스카는 그만 치아키의 브래지어를 벗긴다는 것이 브래지어를 두 조각으로
뜯어버리는 사고를 일으키고 말았다.
당황한 아스카가 치아키의 입술에서 자신의 입술을 떼어내며
눈을 뜨고 그녀의 모습을 살펴보았다.
뭔가 꿈을 꾸고 있는건지.. 두 눈을 살포시 감고 있는 그녀는 행복하다는 듯한 표정을 지은 체
아주 살짝 입술이 벌어져 있었고 벌어진 입술 사이에서 아스카의 입술에까지
길다란 그믈이 반짝반짝 거리며 이어져있었다.
반짝이던 그물은 순식간에 중앙쪽이 끊어지며 양쪽으로 휘날려졌고
아스카와 치아키의 입술에 각각 침이 묻기 시작했다.
슥슥..
침을 꿀꺽 삼키고 옷으로 침을 닦은 아스카는 조심스럽게 치아키에게 다가가
그녀의 입가에 묻어있는 자신의 침을 닦아주었다.
이 순간 치아키의 감겨있던 두 눈이 살포기 열리며 그녀의 맑은 눈망울이 아스카의 눈에 들어왔다.
"아.. 치아키... 너무 사랑스러워..."
그 눈망울에 묘한 감각을 느끼며 그의 손이 뜯어진 브래지어를 흘려내리며 드러난 그녀의 가슴을
만지기 시작했다.
"아...."
움찔...
아주 약간이지만, 황홀한 표정으로 아스카의 손길을 받아들이던 치아키의 얼굴이 살짝 찌풀어지며
톡 쏘는 듯한 고음의 신음성이 그녀의 입술안에서 터져나왔다.
깜짝!
치아키의 반응에 깜짝 놀란 아스카는 하던 행동을 멈추고 잠시동안 그 자세 그대로
치아키의 얼굴을 바라보기 시작했다.
.......................
언제 그랬냐는 듯, 거짓말처럼 다시 평온한 표정으로 변해있는 치아키...
"휴..."
한숨을 토해내며 안심했다는 듯이 그녀의 가슴을 살짝 만져본 아스카는
두 팔로 다시 치아키의 두 손목을 잡은 상태로 무방비한 자세의 치아키를 내려다보았다.
"그럼...실례..."
장난스럽게 말을 내뱉은 아스카는 그대로 고개를 숙여
치아키의 쉐터 안으로 고개를 파묻었고
한참을 허우적 거린 끝에 아스카의 얼굴이 그녀의 쉐터 안으로 들어와 치아키의 가슴에 무사히 도착하는데
성공할 수 있었다.
쪼옥~
갓난 아기가 모체의 젖을 빨 듯, 본능적으로 치아키의 한쪽 가슴을 입술로 빨아당기기 시작하는 아스카.
고개를 이리저리 돌려도 보며, 혀를 이용해 치아키의 젖꼭지를 괴롭혀(?)보기도 하며
아스카의 학대(?)가 계속해서 자행되었다.
그러는 사이.. 잠이 든 듯 평온한 표정의 치아키의 미간이 서서히 찌푸려지기 시작했다.
"으음...아...그...그만.."
감겨있던 두 눈이 떠지며 방금 전까지의 황홀한 표정의 치아키는 온데간데 없어지고
치한에게 희롱당하는 여성의 표정을 짓고 있는 치아키가 나타나
아스카의 희롱에 반항하기 시작했다.
"어..어..."
치아키의 쉐터 안에서 그녀의 가슴을 애무하던 아스카는 갑작스럽게 몸을 움직이며
반항(?)하는 치아키의 행동 때문에 그녀의 쉐터안에 얼굴을 파묻은 체 잠시동안
괴로움 아닌 괴로움을 맛보아야 했다. - 그런 괴로움이라면 쌍수를 들고 환영하고 싶어요..ㅜ.ㅜ -
몸을 뒤척이던 치아키가 마침내 자신의 손을 제압하고 있는 아스카의 두 손을 뿌리치는데 성공을 거두었고
곧장 두 손으로 자신의 쉐터 안을 비집고 있는 괴한의 머리를 끄집어내기 시작했다.
"어...어...치아키?"
짜악~~~~
갑작스러운 그녀의 변화에 당황해하던 아스카는 영문도 모른 체 그녀의 쉐터 안에서 끌려(?) 나왔고
나온 즉시 경쾌한 타격음이 그의 방안에 울려퍼지기 시작했다.
"...아............."
상당히 쎄게 맞은 듯 어안이벙벙한 표정으로 자신의 뺨을 어루만지고 있는 아스카...
그녀의 몸 위에서 한걸음 뒤로 물러나 거리를 두고 그녀의 모습을 쳐다보기 시작했다.
그의 눈 앞에 눈물을 흘리고 있는 치아키의 모습이 보였다.
"흑..흑.. 아스카..니가..어떻게 이 누나한테...흑..흑.."
그 말을 듣는 순간 아스카는 직감적으로 한 가지 생각을 떠올렸다.
"제기랄... 힘이 풀렸나보다!"
과연... 눈을 감았다 다시 떠보니 그녀의 몸을 유린하던 핑크빛 기운은 모두 사라져있었고
보랏빛 기운 역시 아주 미약하게 남아있기는 했지만 그나마도 서서히 사라져가고 있었다.
"역시.. 이 기운이 치아키를 그렇게 만든 거였었군.."
그렇게 생각하며 계속해서 아픈 뺨을 어루만지는 아스카.
눈물을 흘리던 치아키의 몸이 가냘프게 떨리기 시작했다.
"아...저기...치아키.."
난처하다는 표정으로 말을 건내며 아스카가 한 쪽 팔을 뻗어 그녀를 위로해주기 위해 다가갔다.
"다가오지마!"
톡 쏘는 듯이 들려오는 그녀의 외침에 얼어붙은 듯 팔을 뻗은 그 자세로 멈춰서버린 아스카는
정말... 난감하다는 표정으로 고민하기 시작했다.
"이 일을 어떻게 해야할 지..."
고민하는 아스카의 마음을 아는 지 모르는 지 치아키가 표독스러운 - 그래봐야 예쁘다..ㅜ.ㅜ -
눈빛을 쏘아내며 아스카를 밀고 방문쪽으로 달려나갔다.
"나쁜 자식..."
덜컥.. 꽝...
이 한마디를 남기며 뛰쳐나가듯 방문을 열고 닫으며 사라진 치아키...
아스카의 방안에는 아직까지 치아키와의 입맞춤으로 인해 생겨났던 뜨거운 기운이 남아있었고...
킁킁... ( -_-;; )
그의 옷에는 아직도 치아키의 체향이 베어있어 그녀의 향기가 맡아졌다.
침대 반대편에 걸려있는 거울로 자신의 모습을 확인해본 아스카는 화상을 입은 듯
붉게 물들어있는 자신의 뺨에 손을 대어보고 그 얼얼한 느낌에 한차례 몸을 떨며 중얼거렸다.
"치아키에게 두번째로 뺨을 맞았어..."
그가 불량스러운 친구들과 본드나 가스를 흡입하는 것을 눈치챈 치아키가
어느 날.. 친구 집에 찾아와 현장을 목격하고 아스카의 뺨을 향해 날아오는 그녀의 손바닥은...
아스카의 기억 속에 잊혀지지 않는 아픔으로 자리잡았다.
그녀의 눈물과 뺨에서 느껴지는 고통...
그 때의 그 장면이 새롭게 재현된 것 같았다.
다른 점이 있다면.... 그 상황이 180도 달랐다는 것뿐...
아스카의 방은 2층에 위치하고 있었기에 방금 전 뛰쳐나간 치아키의 모습을 떠올리며
1층으로 내려가는 계단을 쳐다보던 아스카는 작게 중얼거렸다.
"정말...난처한 걸..."
소제목 : 하세가와 치아키의 건망증.
검색어: 미다스 왕
디디딕.. 수 많은 검색 내용들이 모니터 화면에 출력되었다.
미다스 왕... 그리스로마신화 이야기에 등장하는 왕이다.
무엇이든 그의 손길에 닿으면 황금이 되어버리는 저주...
잠시 동안 금덩어리 속에 파묻혀 행복을 느끼던 미다스 왕은
자신의 가족을 자신의 실수로 금덩어리 동상으로 만들어버린 후
방황을 하다가 목이 말라 샘물을 마시려는 순간
샘물마저 황금으로 변해버려 물을 마시지 못했다는 이야기...
여기까지 읽어보던 아스카는 한숨을 내뱉었다.
"축복과 저주는 동의어(같은 뜻을 내포하고 있는 단어)였던가..."
늦가을에야 비로서 사색에 잠시며 고독을 되씹어보는 로맨틱한 남자가 되었는지
컴퓨터 앞에서 사색에 잠긴 아스카였다.
검색어 : 초능력
디리릭.. 수 많은 자료가 모니터 화면에 출력되었다.
천천히 훑어보던 아스카는 "쓸모없어보이는" 자료들을 넘겨가며 계속해서 글의 제목을 읽어보았고
[초능력으로 여자애들을 조종하는 존의 이야기... 제목 : 에로스]라는 포스트 글이 눈에 들어오길래
무심코 클릭해봤더니 링크되어 있었는지 [야설의 문]이라는 사이트로 자동 이동...
[소설게시판] - [창작/번역]글로 자동 이동되어 글이 주루룩..나타나기 시작했다.
"누가 만들었는지..아이디어 하나는 기똥찬 녀석이군..." 라고 글 쓰고 있는 작가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한 아스카는 피식 웃으며 그 글을 읽어보기 시작했다.
".............."
적지 않은 시간이 흘러갔다.
단번에 완결까지 읽어본 아스카는 무덤덤한 표정으로 자리에서 일어나 침대위에 몸을 뉘이며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결국... 이런 능력을 가진 자의 최후는 un happy ending (좋지 못한 결말) 인가..."
무의식적으로 치아키에게 맞은 뺨을 문지르며 한숨을 푹푹 내쉬며 잠이 들었다.
얼마동안 잠이 들어있었을까?
문득 눈을 떠 주변을 둘러보던 아스카는 창문 밖으로 달빛이 비춰지는 것을 보고는
꽤나 오랜 시간을 잠들어 있었다고 생각하며 머리를 긁적거린 후 몸을 일으켜 1층으로 내려갔다.
"그러고 보니.. 하루 종일 아무 것도 안 먹었는데..."
여전히 배가 고프지 않은 아스카였다.
먹은 게 없어서 그런지.. 하루동안 화장실 한 번 가보지 않은 아스카...
계단을 내려오다가 문득 계단 벽에 걸려있는 시계를 쳐다보니 [오후 8시] 라는 글이 눈에 들어왔다.
"치아키에게 뺨 맞은지 대충 5시간정도 지났을까?"
그런 생각을 하면서 자신의 뺨을 어루만지던 아스카는 불현듯 무슨 생각을 떠올렸는지
빠르게 달려나가 1층 화장실로 걸음을 옮겼다. - 놀랍게도 집안 설정이 [에로스]와 똑같네요..-
"이런...."
안타까워하는.. 혹은 당황스러워 하는... 듯한 침울한 목소리가 화장실 안쪽에서 울려퍼졌다.
거울 속에는 아스카의 모습이 그대로 비춰져있었는데...
치아키가 얼마나 쎄게 때렸었는지.. 손바닥 자국이 그대로 박혀있는 것이었다.
"단지 쎄게 맞아서 설마 했었는데.... 이 정도의 손바닥자국이라면..."
아무래도 내일 오전까지는 사라지지 않고 계속 남아있을 것 같다고 생각하는 아스카였다.
다행히 내일이 일요일이라 딱히 외출할 필요는 없었지만...
그렇게 생각하며 화장실에서 나오던 아스카는 공교롭게도 그 때 마침 방문을 열며
문 밖으로 빼꼼하게 머리만 내밀며 집안을 살피던 치아키와 눈이 마주치게 되었다.
"아! 아스카?"
아스카의 얼굴을 확인한 치아키가 깜짝 놀라는 모습으로 자신에게 달려와
아스카의 뺨을 어루만지며 안타까워하며 말했다.
"왠 상처야? 밖에 나간 적도 없는 것 같더니... 이거 손바닥 자국 같은데?..."
걱정스러운 듯 아스카의 얼굴을 이리저리 둘러보는 치아키의 표정을 보며
아스카는 착찹한 심정으로 중얼거렸다.
"장난하는 건가?"
"응? 뭐라고 했어 아스카?"
정말... 아스카의 뺨을 때린 사람이 자신이라고는 생각해보지도 않은 듯
순진한 표정으로 자신을 올려다보는 치아키를 보고 있자니 문득 강한 의문이 생겨났다.
"정말..모르는 건가?..설마.."
순간적으로 눈물을 흘리며 자신의 방문 밖으로 뛰쳐나갈 때의 치아키와
뺨에 새겨진 손바닥 자국을 어루만지며 걱정스러워하는 치아키의 모습이 동시에 비교되기 시작했다.
지금 상황을 어떻게 결론지어야 할 지 딱히 정하지 못한 아스카는
"젠장... 이것도 팬던트가 지닌 힘인가보지..." 라고 생각하며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를 매듭지었다.
"안되겠다.. 가만히 놔두면 내일까지도 손자국이 남아있겠어... 따라와.."
"어..어.."
나이팅게일 효과라는 건지.. 눈 앞에 상처입은 동생을 보고 [모성본능]을 일으킨 것인지
평소의 치아키는 아스카가 자신의 방에 들어오는 것을 싫어했었는데,
소독약이 자신의 방에 있다는 것을 이야기하며 아스카의 손을 잡고
치아키 자신의 방으로 아스카를 데리고 들어가기 시작했다.
치아키의 방...
뭔가.. 들어올 때마다 아스카를 놀라게 하는 방이다.
아스카와 비슷한 크기의 방에 침대도.. 컴퓨터도..거울도.. 별로 달라보이는 게 없었다.
차이가 있다면.... 집안 곳곳에 장식되어 있는 인형과 거울 앞에 놓여있는 몇몇 화장품들?
그런데도.. 방안 향기부터가 아스카의 방과는 확연히 차이가 났다.
왠지 방안의 온도도 좀 더 시원한 것 같았고...
거울 아래 놓여있는 작은 화장대 안쪽 서랍에서 작은 구급상자가 모습을 드러냈다.
치아키는 침착하게 그것을 꺼내들고 침대에 등을 기대고 방바닥에 주저앉아 있는 아스카에게 다가가
구급상자를 열어 소독약을 꺼내바르기 시작했다.
"아야..아...아퍼..아..아.."
소독약이 아스카의 뺨에 문질러질 때마다 움찔움찔 거리며 고개를 피하는 아스카.
한동안 약을 바르려는 치아카와 약을 피하려는 아스카의 몸부림이 대치되었다.
"사내 녀석이 그렇게 엄살이 심해서 어쩌려고 그러니?"
아스카의 자존심을 긁어대는 치아키의 목소리에 승부가 결정지어지고 말았다.
아스카... LOSE(패배)....
손으로 문지르면 균이 옮아 흉터로 남을 지 모른다며 면봉에 소독약을 적시어 조금씩 조금씩
아스카의 뺨에 소독약을 묻히는 치아키...
면봉을 사용하고 있기 때문에 손으로 바르면 순식간에 끝날 치료가
굉장히 더디게 진행되고 있었다. (2초면 끝날 로션도 면봉으로 문지르면 5분은 걸릴 듯... -_-;;)
치아키의 방에도 만월의 달빛이 비춰지며 묘한 분위기가 연출되고 있었다.
갑작스러운 분위기 변화에 어색함을 느낀 아스카가 치아키에게 말을 걸었다.
"저기..치아키.." 치아키의 얼굴을 바라보며 얼굴을 붉히며 말을 건내는 아스카.
"응? 왜 그러는데?" 아스카의 뺨에 생겨난 손자국에 면봉을 갔다대며 별 생각없이 내뱉는 치아키의 목소리.
두 사람 사이에 거리는 20cm 정도였고 이 정도 거리에서는 치아키의 체향을 바로 맡을 수 있는 아스카였다.
치아키의 체향이 아스카의 코에 느껴지는 순간.. 자꾸만 그녀와의 키스가 떠오르는 아스카는
점점 얼굴을 붉히게 되었고, 치아키 입장에서는 그런 기억이 전혀 없는지 아무런 표정 변화도 일어나지 않았다.
"..정말 기억 안나는 모양이네..."
만약 그녀가 자신과의 키스를 기억하고 있다면... 일류 연극배우라 하더라도 약간의 표정변화까지 감추지는
못할 것이라는 생각을 떠올려 본 아스카는 조금 진지한 표정으로 그녀에게 말을 걸었다.
"흠.. 5시간...전쯤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기억 안나?"
진지한 표정이었지만, 말을 하면서 다시금 얼굴이 붉어지는 아스카.
"5시간 전?"
잠시 면봉으로 뺨을 문지르는 행동을 중단하고 고개를 들어 뭔가를 골똘히 생각해보는 듯한 치아키.
"글쎄... 자고 있었는지.. 기억이 안나는데..."
쿠아아앙...우르르릉...꽝..꽝...
서로의 혀를 엉키고 타액을 교환하기까지 했던 딥키스였는데...
왠지.. 첫키스의 추억이 무너져 내리는 듯한 아스카였다.
"그...그래?"
얼굴은 웃으려고 애를 쓰고 있었지만... 어딘지 모르게 울쌍이 되어버린 아스카의 얼굴 표정을 보며
치아키라 약간 인상을 쓰며 말했다.
"어이... 아스카.. 고개를 들어.. 약을 바를 수가 없잖아..."
치아키가 인상써봤자 하나도 안 무섭지만... 짐짓 무서워하는 척 하며 퉁명스럽게 대답했다.
"아..알았어.."
그런 아스카의 모습을 살짝 쳐다보던 치아키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에휴..착하네요..아스카군..."
마치 어린 아이를 돌보는 성숙한 여자아이의 장난끼 가득베인 말투같아
습관적으로 눈매를 가늘게 줄이며 치아키를 째려보는 아스카였고, 그런 그의 모습에
배시시 웃으며 소독약이 묻은 아스카의 뺨에 "호~ 호~" 하며 바람을 불어넣는 치아키였다.
소독약이 끝나자, 몸을 일으키려는 아스카를 치아키가 소리지르며 제지시켰다.
"안돼~ 아직 안 끝났어!"
갑자기 열성적인 간호사라도 된 듯 평소 안 하던 행동을 하는 치아키를 바라보며
"될대로 되라지..이것도 뭐...그리 나쁜 기분은 아니군..."라며 이 상황을 즐기기로 마음먹은 아스카.
"자칫 잘못하면 흉터로 남게 된다구... 소독은 소독이고.. 이제는 연고를 발라야지..."
라고 말하며 새 면봉을 꺼내 희뿌연 치료제를 묻혀 아스카의 뺨에 바르기 시작했다.
아스카는 이제 편안한 기분으로 맛사지 받는 손님처럼 느긋하게 눈을 감고 그녀가 하는 행동을
즐기기(?) 시작했다.
"햐~ 좋구나.. 냄새도 좋고.. 몸과 마음이 편안해지는 느낌이라고 할까..."
갑자기 그녀의 방안이 천국이 된 듯한 착각마저 느껴질 정도였다.
그 순간...
[두근...두근...]
"어?" 갑자기 아스카의 심장이 격하게 두근거리기 시작하며 아스카를 긴장시켰다.
[두근..두근...두근...]
그리고..무의식적으로 몸안에 잔재해있는 기운이 뻗어나가는 것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이..이건..."
한참 눈을 감고 상처를 치료받던 아스카의 두 눈이 번쩍이며 크게 떠졌고
아스카의 눈에 그것이 보이기 시작했다.
아스카의 몸에서 흘러나온 보라빛 기운이 상처를 치료하던 면봉을 타고 면봉을 잡고 있는
치아키의 손에 흡수되어 가는 모습을...
천천히...그렇지만 확실하게.. 보랏빛 기운은 계속해서 치아키의 몸 안으로 흘러들어가고 있었다.
"아..."
뭔가 이상함을 느꼈는지.. 상처에 약을 바르던 치아키가 약간의 신음을 내뱉었지만
별다른 의심없이 계속해서 자신에게 약을 바르기 시작했다.
[두근..두근...두근...]
"무슨 일이 벌어지려는 거지..."
아스카는 조금 긴장한 표정으로 눈 앞에 치아키를 쳐다보고 있었다.
여전히 상처를 치료하는데 집중하고 있는 치아키였지만, 간간히 신음을 내뱉었고
얼굴이 조금씩 붉게 물들고 있었다.
그리고.. 마침내..
상처를 문지르던 면봉이 치아키의 손에서 떨어져내리며 눈에 초점을 잃어가는 치아키의 모습이
아스카의 눈에 들어왔다.
[두근..두근...두근...두근...]
아스카의 심장은 계속해도 두근거리기 시작했다.
"이게..대체..."
소제목 : 하세가와 치아키?
슈아아아악..
아스카의 양쪽 손등에 새겨진 문양이 빛을 뿜어내며 그와 동시에 아스카의 몸에서
다량의 기운이 뿜어져나와 치아키의 몸 안으로 흘러들어가고 있었다.
"아...아..스...카..."
자신의 몸안으로 이질적인 기운이 쏟아져 들어오는 것을 느꼈는지 애절한 눈빛으로
아스카를 쳐다보며 애절하게 아스카를 부르짖던 치아키의 몸에 지금까지와는 다른
독특한 기운이 뿜어져나왔다.
그녀의 몸 전체에서 보랏빛 연기가 뿜어져나와 붉은빛의 연기로 변색되었고,
아스카가 "뭐지? 붉은색?" 이라고 생각하는 순간 눈깜짝할 사이에 그 기운은 그녀의 심장 속으로 스며들었다.
그녀를 감싸고 있던 기운이 거짓말처럼 자취를 감추었다.
그와 동시에 아스카의 두근거리던 심장이 거짓말처럼 평온해졌다.
"....치아키?...괜찮아 치아키?"
심상치 않은 현상을 목격한 아스카는 불안한 마음에 치아키를 불러보았다.
붉은 기운이 흡수된 후, 방바닥에 주저앉아 고개를 푹 숙인 체 움직이지 않던 치아키.
기절했는지.. 아스카의 부름에도 전혀 반응이 없었다.
"아..."
불안해진 아스카가 그녀에게 다가가려는 순간, 정신을 차렸는지 치아키가 작은 소리로 신음을 내뱉었고,
고개를 들어 다가오는 아스카를 바라보더니 깜짝 놀란 듯, 몸을 벌떡 일으켜서 뒤로 한걸음 물러섰다.
"아...괜찮아 치아키?"
자신을 경계하는 듯한 모습의 치아키를 보며, 무슨 일인지 짐작도 하지 못하는 아스카가
조심스럽게 치아키에게 물어보았고, 이번에는 대답이 들려왔다.
"으응...아스카구나... 누나는 괜찮아..."
"누나?" 어려서부터 자신에게 "아스카"라는 이름을 부르던 치아키의 입에서 "누나"라는 말이 들려왔다.
아스카의 머릿속에 가벼운 의문이 생겨났다.
그런 그의 속마음을 읽었는지, 치아키의 미간이 살짝 찌푸려졌으나
안타깝게도 아스카는 그 순간을 눈치채지 못했다.
그리고 잠시 후, 갑작스럽게 치아키의 몸에서 보랏빛 기운이 뿜어져나오기 시작했다.
"아..아..."
몸이 좋지 않은 듯, 자색의 기운을 내뿜던 치아키는 뒤로 두어걸음 물러서며
방문을 잡고 나가려는 듯 했다.
그 순간, 치아키의 몸에서 뿜어져나왔던 자색의 연기가 핑크빛으로 급격하게 물들더니
다시금 그녀의 몸 속으로 빠르게 흡수되기 시작했다.
"으아아..."
문고리를 잡고 있던 치아키는 방문을 부여잡은 체 고통스러워했고,
"아악!"
아스카의 귓가를 잠시나마 울리게 만들 정도의 고음의 비명이 치아키의 입술에서 터져나왔다.
그와 동시에 그녀의 몸이 잠시동안 활처럼 휘어졌고
짧은 비명소리가 사라지고 아스카의 귓속에 "윙윙"거리는 소리가 잦아드는 순간
그녀의 몸이 쓰러지듯 허물어지기 시작했다.
"아...치아키!"
치아키가 쓰러지는 모습을 네 걸음 정도 떨어진 위치에서 지켜보던 아스카는 깜짝놀라
반사적으로 쓰러지는 그녀의 몸을 붙잡으려 했지만, 워낙 거리가 멀었고 시간이 촉박했기에
아스카의 행동은 실패로 끝났고 그녀의 몸이 바닥에 허물어졌다.
다행히 방바닥에 머리를 부딪히거나 하는 불상사는 생기지 않았고
쓰러지면서도 용케 두 손을 바닥에 짚어 쓰러지는 치아키의 모습이 순간적으로
영화의 한장면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아스카의 눈에 비춰졌다.
"치아키..."
계속되는 치아키의 변화에 아스카는 그야말로 죽을 맛이었다.
팬던트를 얻은지 이제 겨우 이틀째이던가...
단 이틀만에 여태껏 살아오면서 느꼈을 긴장이라는 긴장은 모두 경험해본 것 같다고 생각할 정도였다.
치아키에게 다가간 아스카는 기절한 건지 축 늘어져있는 치아키를 살포시 감싸안아
그녀의 몸을 그녀의 침대 위에 눕혀놓았다.
의식을 잃어버린 그녀의 얼굴을 바라보던 아스카는 그녀의 이마에 송글송글 맺혀있는 땀방울을
손으로 닦아내고 땀에 젖어있는 머리카락을 걷어올리며 생각했다.
"붉은빛은 또 뭐고 아까 그 핑크빛은 또 뭐였지?"
모든 것이 의문투성이였다. 그러다 문득 핑크빛 기운에 대해 떠오르는 바가 있었다.
아스카의 얼굴이 붉게 물들며, 새삼스럽게 자신의 뺨을 어루만지기 시작했다.
"아..핑크빛 기운은 본 적이 있었..."
"아스카..."
혼자 생각을 정리하던 아스카는 기절한 줄 알았던 치아키가 초롱초롱 빛나는 눈빛으로 (-_-?)
침대에 누운 체 자신을 올려다보고 있는 것을 깨닫고는 당황하며 외쳤다.
"아.. 치아키..정신이 들어..?"
다량의 기운이 일순간에 뿜어져나오며 비명을 내질렀던 치아키의 모습을 떠올려보며
걱정스럽게 치아키에게 말을 걸었고, 곧바로 치아키의 대답이 들려왔다.
"걱정해주는거야..아스카?"
땀이 송글송글 맺혀진 체 기쁘다는 듯 미소짓는 치아키의 모습을 보니
갑작스럽게 "치아키.. 예쁘다.." 라는 생각을 해 버린 아스카였다.
아스카와 치아키의 눈이 서로 마주쳤다.
치아키는 아스카의 눈에 무방비 상태로 누워있었고, 마음만 먹는다면 언제든 그녀를 덥쳐버릴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더더욱이 만월의 신비로운 달빛이 창가를 통해 치아키의 방안을 환하게 밝혀놓으니
분위기 또한 상당히 로맨틱해진 상황이였다.
"마치...누군가가 준비해놓은 무대위에, 서 있는 기분이 드는 군..."
오늘따라 생각이 많아진 아스카가 이런저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치아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스카.. 나 오늘...그..키스.... 첫키스...였어..."
수줍은 소녀처럼 붉게 물든 얼굴을 이불로 가리며 속삭이듯 외쳤지만, 치아키의 목소리는
또렷하게 아스카의 귀로 전해져왔다.
"아..." 또 다시 그녀와의 키스를 떠올리며 얼굴이 붉게 물들어진 아스카.
"..아스카.. 난.. 어려서부터.. 너에게 관심이 많았었어..."
"..........?"
여전히 이불로 얼굴을 가린 체 속삭이는 듯한 치아키의 목소리가 이어져 나오기 시작했다.
"..... 내 관심은... 사랑스러운 남동생을 향한 그런 관심이 아니었어...."
"............"
"...나...난... 널...여지껏.. 남자로서...이성으로...생각하고 있었어...."
".....치아키..."
어두워진 방안에 만월의 달빛이 투여되고 있어 방안은 상당히 환한 편이였다.
달빛이 들어오는 방안은 그 자체만으로도 신비스러운 분위기를 자아내었고
치아키의 입술에서 흘러나온 고백은 아스카의 마음을 거칠게 뒤흔들어 놓기 시작했다.
더더욱이 아스카가 치아키와 키스를 한 지 아직 하루도 지나지 않은 상황...
이불 속에 숨어있던 치아키의 얼굴이 이불 밖으로 모습을 드러냈고 그 순간 두 사람의 눈이 마주쳤다.
마주치는 두 사람의 눈빛 속에서 무언의 대화가 오고갔다.
그리고 치아키가 나지막하게 입을 열었다.
"키스해줘.. 아스카..."
"아아..."
이런 상황에서 키스해달라는 말은 곧 자신을 안아달라는 말과 같은 의미였다.
그 말을 듣자 정신이 아찔해지는 아스카는 제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신음에 가까운 대답을 내뱉었다.
"정말...괜찮은 거야..치아키?"
최후에 최후까지 남아있는 아스카 자신의 "이성과 양심" 이라는 방어막을 허물어뜨리기 위해
아스카는 나지막하게 치아키에게 되물었다.
그리고.. 치아키의 대답이 들려왔다.
"사랑해...아스카.."
승락도 거절도 아닌 엉뚱한 대답이였지만, 그 말만으로도 아스카에게는 충분한 답이 되었다.
아스카의 몸이 천천히 치아키의 몸에 다가갔다.
그의 입술이 치아키의 입술과 가까워지자 치아키는 살며시 두 눈을 감고 그의 입술을 맞이할 준비를 끝냈다.
침대 위에 걸터앉아있던 아스카의 몸이 빠르게 움직이며 그녀의 몸 위에 눌러앉게 되었고
그의 두 손이 아래에 깔려있는 그녀의 두 손을 살며시 짓누른 체
아스카의 입술이 치아키의 입술과 맞닿기 시작했다.
세번째 키스...!
첫번째 키스는 우연이었고, 두번째 키스는 실험이었다.
그리고 세번째 키스는...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고, 그녀 스스로가 원했던 입맞춤이었기에...
두 사람은 천천히..그렇지만 대담하게 서로의 입술을 탐닉하기 시작했다.
그의 혀가 그녀의 혀와 엉켜지며 서로의 타액을 교환하기 시작했고
무방비 상태의 그녀를 제압하고 있다는 정복감은 아스카의 몸에 다량의 아드레날린을 분비시켜
그의 페니스는 순식간에 발기하기 시작했다.
아스카는 그녀의 입술을 탐닉하다가 얼마 전의 일이 떠올라 살며시 그녀의 입술에서 자신의 입술을 떼어낸 후
그녀의 몸을 가리고 있는 침대 이불을 두 손으로 거둬내고 그의 쉐터에 머리를 비집고 파고들어
치아키의 가슴에 다시 한번 아스카의 얼굴을 들이대기 시작했다.
"이번에야 말로..." 그렇게 생각하며 천천히 그녀의 젖가슴을 유린하기 시작하는 아스카.
"어? 젖꼭지가 서 있네?"
놀랍게도 치아키의 젖꼭지가 딱딱하게 굳은 체 곧은 모습으로 서 있는 것을 발견한 아스카였다.
놀라움과 호기심을 느낀 아스카는 자신의 혀를 이용하여 그녀의 유두를 이리저리 짓누르기도 하고
입술을 이용해 살며시 깨물어보기도 하며 그녀의 체향을 맡으며 그녀를 유린해갔다.
"으음... 아스카...
사랑해..아스카..
날 안아줘...."
어렴풋이 들려오는 치아키의 신음소리와 환호성을 들으며 더욱더 대담해진 아스카는
충동적으로 그녀의 쉐터를 벗겨내기 시작했다.
브래지어가 뜯겨져 나갔기 때문에 쉐터가 벗겨진 치아키는 순식간에 상반신이 전라의 몸이 되었고
달빛에 비춰진 치아키의 모습에 욕정을 느낀 아스카는 흥분하며
그녀의 바지를 벗겨내기 시작했다.
"아....이건..."
바지가 벗겨져 내려가고, 그녀의 분홍빛 팬티가 아스카의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아스카의 눈에 들어온 것은...
"물?"
그녀의 팬티 사이로 애액이 흘러넘쳐 그녀의 다리를 지나 침대를 적시고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아직까지 여체를 경험해보지 못한 아스카에게 치아키의 모습은 매혹.. 그 자체였다.
"치아키...!!"
그렇게 말하며 자신의 옷을 순식간에 벗어던진 아스카는 팬티만 입은 체로
역시나 팬티 하나만 걸친 체 침대 위에 누워있는 치아키에게 다가가 그녀를 꽈악 껴안기 시작했다.
그녀 역시 아스카의 몸을 거부하지 않고 기다렸다는 듯 그의 몸을 껴안아왔다.
두 사람은 짧게 여러번 입맞춤을 나누었고, 서로를 껴안은 체 서로의 체향을 느꼈다.
그렇게 부둥켜안으며 침대 위에 누워있은지 얼마 지나지 않았을 때,
문득 아스카는 생각했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오늘의 치아키는 이상해..."
다시 한번 떠오르기 시작한 의문은 꼬리에 꼬리를 물어 이어져 내려오기 시작했다.
"핑크빛 기운은...분명... 내가 그녀에게 키스를 할 수 있도록 그녀를 이상하게 만들었던 기운..."
의문은 많아졌고, 의문의 수가 많아질 수록 그녀의 몸을 껴안고 있는 아스카의 정신은 점점 맑아지고 있었다.
그는 방금 전 자신이 품었던 의문을 되새겨보았다.
"[마치...누군가가 준비해놓은 무대위에, 서 있는 기분이 드는 군...]"
그 생각이 다시 떠오르는 순간.. 쾌락을 추구하던 아스카의 정욕은 순식간에 사라졌고,
그의 머리는 차갑게 식어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의 등뒤에 땀이 베어나오며
등골이 오싹해지기 시작했다.
"과연...지금 내가 껴안고 있는 사람이 내가 알고 있는 ... 치아키인가.."
아스카의 의문이 가장 원초적이자 최종적인 질문을 내뱉었다.
그리고 13년간 그녀를 누구보다도 가깝게 지켜보았던 가족으로서...
엊그제 이상한 사고를 당해 팬던트를 얻게 된 남자로서...
그의 본능은 지금 이 상황을 냉정하게 분석하기 시작했고 마침내 본능이 그에게 대답을 주었다.
"아니야... 지금 나와함께 침대위에 누워있는 사람은 절대 치아키가 아니야..."
소제목 : 달의 요정 세일러문?
등골이 오싹해지고 흥분의 절정에 도달해있던 아스카의 뜨거운 정욕이 빠른 속도로 식어가기 시작했다.
이러한 아스카의 변화를 눈치챘는지, 치아키가 아스카의 귓가에 속삭이듯 말을 내뱉었다.
"..아스카.. 어서 날 안아줘..."
불과 1분여초 전까지만 해도 이 말에 더욱더 흥분했을 아스카였지만, 지금은 눈앞에 귀신이라도 본 사람처럼
흥분되기는 고사하고 섬뜩한 전율만이 아스카의 몸을 뒤흔들었다.
"..............."
"..............."
로맨틱한 만월의 달빛이 머무는 방안에 어색한 침묵이 감돌았다.
두 사람은 그렇게 한동안 오고가는 대화가 끊어지며 침묵 속에서 서로의 체향만을 맡고 있었다.
그리고 잠시 후, 아스카가 생각하기 싫었던... 우려했던 현실이 다가오는 듯 했다.
아스카의 귓가에 나지막하게 치아키의 목소리가 속삭여들어왔다.
"....눈치챈거야?....아스카?...."
심증만 있고, 물증이 없던 아스카의 의혹은 방금 전까지 수줍은 소녀마냥 얼굴을 붉히던 치아키의 목소리에서
감정이 느껴지지 않는 인형같은 목소리가 흘러나옴으로써 확증이 되어버렸다.
그와 동시에 섬뜩한 소름을 느끼며 재빨리 그녀에게서 몸을 빼내어 침대 밖으로 튕겨져 나가듯 움직이는
아스카...
"...넌 누구지?..."
침을 꿀꺽 삼키며 눈 앞의 치아키에게 질문을 내뱉었다.
"...치아키는 슬퍼... 아스카는 치아키를 모르는 거야?.."
어린 아이가 아양떠는 듯한 치아키의 목소리에 잔뜩 긴장해있던 아스카는 당혹스러움을 느꼈다.
"......넌... 치아키가 아니야..."
"...치아키는...치아키인 걸.....설마 내가 귀신같아보여?..."
너무도 쉽게 답하는 치아키의 모습에 아스카는 혼란스러움을 느꼈다.
분명 눈앞의 치아키에게서는 치아키의 목소리가 들리고, 치아키의 체향이 느껴지고, 치아키의 몸을
만지면 그녀의 촉감이 느껴졌었다.
"...역시.. 아스카를 눈여겨 본 보람이 있다니깐..."
".........?"
갑작스럽게 장난끼 어린 눈빛으로 빠르게 말을 내뱉는 치아키의 변화에 당황한 아스카는 아무런 말도 내뱉지
못한 체 그저 치아키가 하는 말을 듣고만 있었다.
"....내가 말실수를 조금 하기는 했었지만...
이렇게까지 무방비 상태로 유혹해오는 여자애를 품에 안지도 않다니... 정말...너란 인간은 정말 재미있어..."
"........"
"그렇게 긴장하지는 마.. 내가 널 어떻게 해하려는 것도 아니고..
내가 널 해하려고 마음먹는다면 지금 당장이라도 못할 건 없다구..."
"........."
그녀의 말을 차분히 들으면서도 아스카의 머릿속은 빠르게 회전하기 시작했다.
"역시.. 치아키가 아니야.. 그럼.. 팬던트인가?..."
"..아잉... 팬던트라니...내가 겨우 그따위 물건으로밖에 안 보이는 거야? ...정말 너무해..ㅜ.ㅜ "
어찌보면 어린 아이가 응석부리는 것 같기도 한 말투였지만, 듣고 있는 아스카로서는 정말
자극적이고, 아찔한 느낌을 받고 있었다.
성숙한 여인이 눈앞에서 전라에 가까운 모습으로 애교를 부리고 있는 모습이라니..
더더욱이 그 상대가 치아키라니...아니..치아키의 모습을 하고 있다니...
그리고.. 약간의 두려움이 그의 마음을 뒤흔들었다.
"설마.. 내 마음을 읽는 건가..."
"맞아...역시나 생긴 것도 그렇지만 머리 돌아가는 것도 정말 마음에 드는 인간이라니깐..."
그렇게 말하며 치아키는 침대에서 빠져나와 몸을 일으키더니 천천히
방문쪽으로 걸어가기 시작했다.
"잠깐만 기다려줘.. 아스카군!"
"....."
꿀먹은 벙어리마냥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체 그녀의 모습을 지켜보고만 있던 아스카를 뒤로한 체
치아키는 옆방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그곳은... 치아키 전용 옷방인데..."
평소 예쁜 옷을 사서 입는 것에 관심이 있던 치아키는 따로 방 하나를 자신의 전용 옷방으로 만들어
그곳에 모든 옷을 보관하고 있었는데...
자연스럽게 그곳으로 가는 것을 보니... 치아키가 맞는 것 같기도 하고..아닌 것 같기도 했다.
그때 멀리서 치아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렇게..긴장하지 말고 침대에 앉아서 쉬고 있으렴..!"
평상시와 다름없는 치아키의 말투다.
그 목소리에 조금은 안도를 느끼며 치아키의 침대에 걸터앉았다.
"치아키가 알면 화낼텐데..."
간혹 그녀의 침대에서 잠을 자는 그를 보면 무척 화를 내는 치아키였다.
그녀의 모습을 떠올려보니.. 자신도 모르게 씁쓸한 미소를 짓게 되는 아스카.
"...아직..여자애 마음을 모르는구나?"
"......?"
옷을 갈아입었는지 목소리는 점점 가까워지고 있었다.
그리고 곧 원피스 차림의 잠옷을 입고 있는 치아키가 나타났다.
"...그...옷은...?!"
"아..기억하고 있었네? 맞아.. 3년 전 치아키의 생일날에 아스카가 선물해줬던 옷이야..."
치아키에게 처음으로 뺨을 맞은 그 날로부터 몇 일 후, 치아키의 생일이 돌아왔고
그녀를 놀래켜 줄 생각으로 속이 다 내비춰지는 투명한 잠옷을 선물해줬던 아스카였다.
그는 자신이 선물해줬던 그 옷을 치아키가 버린 줄 알고 있었기에
투명한 원피스를 입고 있는 치아키를 보고 깜짝 놀라고 있었다.
"...치아키는 아스카가 자신의 침대 위에서 잠드는 것을 싫어하지 않아...
오히려 부끄러워서 아스카에게 화나는 척 연기를 하는 것 뿐이지..."
"...연기?..."
"바보... 이런 쪽으로는 둔하구나.. 하긴...날 안지 않은 것만 봐도 대충은 짐작이 가지만..."
혼잣말 치고는 대단히 큰 목소리였기에 그녀가 하는 말은 또렷하게 아스카의 머릿속에 들려왔다.
"아스카가 장난으로 사준 이 옷을 소중히 간직하고 있는 것만으로도
아스카를 향한 치아키의 애틋한 마음을 조금은 짐작할 수 있지 않아?"
"...... 치아키의 목소리를 내뱉으면서도 치아키가 아닌 것처럼 말하네?..."
점점 그녀에게 압도되고 있다는 것을 느끼며 분위기를 바꾸기 위해 질문을 내뱉는 아스카였다.
그런 그의 질문에 눈을 휘둥그레 뜨며 속삭이듯 말했다.
"...치아키가 아니라고 생각했으면서 이제와서 치아키라고 생각해주는 거야?.."
"..........."
아무래도...대화로 그녀를 이길 수는 없을 것 같다고 생각한 아스카는 곧바로 침묵을 유지하기 시작했다.
"뭐~굳이 할 말이 없다면...시간도 많으니 이제부터 오붓하게 앉아서 오누이끼리 대화를 나누기로 할까?.."
책상 아래에 있는 컴퓨터용 의자를 끌고와 침대에 걸터앉아있는 아스카로부터 두어걸음정도의 거리까지
다가온 치아키가 의자에 앉아 반짝이는 듯한 눈빛으로 이야기를 꺼내기 시작했다.
"..너 ..정말 특이한 인간이구나..?!.."
"...........??"
갑작스럽게 치아키의 입에서 내뱉어진 감탄사에 어리둥절해진 아스카는 말 뜻을 이해하기 위해
빠르게 머리를 굴리기 시작했다.
"..내가 수 백년동안 인간들의 영혼을 지켜보며 인간들을 관찰해봤지만... 너처럼 특이한 인간은 처음이야..."
"...수 백년.... 분명 작가는 팬던트가 생겨난 때로부터 그렇게 오랜 세월이 흘렀다는 내용은 없었던 것 같은..."
"..-_-;; 글쓴이야 자기가 아는 범위내에서 그렇게 글로 표현했을 뿐이지....
글쓴이가 더 잘알겠어? 당사자가 더 잘알겠어?"
"그거야...역시...글쓴이가..."라고 생각하다가 문득, 분노의 오로라를 내뿜는 치아키의 눈빛을 확인한
아스카는 얼른 말을 바꿔 대답하기 시작했다.
"물론... 당사자가 더 잘 알겠지..."
그 말에 만족한 듯 살포시 눈을 감고 미소짓는 치아키의 모습에 아스카는 알 수 없는 묘한 감정을
느끼고 있었다.
"헤에......내가 유혹할 때도 넘어가지 않더니만.. 치아키가 웃는 모습에는 너무도 쉽게 흔들리네?.."
마치 새로운 사실을 발견해낸 어린 아이마냥 기뻐하는 치아키.
"넌...팬던트....가 아닌가?"
아스카는 정색하며 조금 사무적인 톤으로 질문을 내뱉었고, 그의 말이 끝나자마자
별로 기분 좋지 않은 듯한 치아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팬던트는 무슨... 날 뭘로 보고 그런 쇠붙이따위라고 생각하는 거야..."
"....팬던트가 아니면....도대체..."
가볍게 의문을 품기 시작한 아스카에게 치아키가 대답했다.
"아스카가 알기 쉽게 설명하자면..나는 요정...혹은 정령이라는 존재야.."
치아키의 대답에 아스카는 그 말 뜻을 되새겨보기 시작했다.
"요정...정령..."
치아키가 이렇게 귀여웠던가...
문득, 누나에게 이런 감정을 품고 있는 자신의 모습을 되새겨보며 부끄러움을 느꼈지만...
그러한 감정은 머지않아 사라졌고, 아스카는 치아키의 모습을 세밀하게 관찰하기 시작했다.
"뭐...뭘..그렇게 쳐다보는 거야..."
아스카의 시선에 부담을 느꼈는지 얼굴을 붉히며 당황해하는 치아키의 모습에서
아스카는 말로 설명하기 힘든 묘한 감정을 느끼고 있었다.
예의범절, 규칙/규범, 법의 테두리 안에 갇혀있을 때는 이런 무형의 힘을 이겨내지 못한 체
그 속에 적응하며 소극적으로 살아가게 되지만...
지금의 아스카에게는 기존의 관념들을 깨부술 미지의 힘이 있었다.
불끈 쥐어진 그의 주먹에서 보랏빛 기운이 뿜어져나옴을 느끼며 아스카는 그렇게
대범하게 치아키의 모습을 세밀하게 관찰하기 시작했다.
"... 이...이상해..오늘의 아스카는 정말...이상해..."
동생의 시선에 심한 부담감을 느낀 치아키는 결국 방문을 나가려고 몸을 일으키기 시작했다.
"아..잠깐!"
갑작스러운 그녀의 행동에 당황한 아스카는 무의식적으로 몸을 일으키는 그녀의 팔을 굳게 잡았고
그 순간 자신의 손에서 뻗어나온 그 기운이 그녀의 팔을 통해 그녀의 몸 안으로 흘러들어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깜짝 놀란 아스카가 잠시 눈을 감고 크게 떳다.
아스카의 눈에 정체불명의 보랏빛이 비춰졌다.
아스카의 몸에서 뻗어나온 보랏빛 연기같은 그 기운은 그가 잡았던 팔에 그대로 머물러있었고
흐름이 없는 맑은 물에 보라색 잉크 한방울을 떨어뜨려 보랏빛으로 물들이듯이
아주 천천히 그녀의 몸으로 퍼져나가기 시작했다.
"아..." 그녀의 입에서 약간의 탄성이 새어나왔다.
아스카도 이런 경험은 처음이라 그 상황을 지켜보고 있었다.
검은 연기가 그녀의 몸을 감싸안았을 때는 말로 형용할 수 없는 공포만을 느꼈었지만,
보랏빛 연기가 그녀의 팔에서 퍼져나가고 있는 지금은 전혀 그런 느낌은 느껴지지 않았고,
오히려 묘한 호기심이 그의 가슴을 두근거리게 만들고 있었다.
보랏빛 연기는 천천히 그녀의 왼쪽 팔 전체에 물들어버렸다.
그녀는 자신의 팔을 감싸고 있는 보랏빛 연기가 눈에 보이지 않은 듯 그 쪽으로는 전혀 신경을 쓰지 않고
아스카의 기운이 몸에 들어간 후부터 간간히 들릴 듯 말듯한 목소리로 탄성을 내지르며
천천히 다시 주저앉아있었다.
뒤로 돌아 나가려고 했던 그 모습 그대로 주저앉았기 때문에
아스카는 그녀의 표정을 확인할 수가 없었다.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거지?"
그녀의 묘한 태도에 강한 호기심을 느낀 아스카는 몸을 일으켜 그녀의 앞쪽으로 걸어가
그녀의 얼굴을 돌아보았다.
"아...이건 혹시..."
흐리멍텅한 표정으로 눈에 초점이 맞지 않은 모습의 치아키를 보자, 아스카는 본능적으로 그녀가
대단히 무방비 상태임을 직감할 수 있었다.
고개를 들고 있을 힘이 없는지 주저앉은 그녀는 두 팔을 기댄 체 완전히 주저앉았고
고개를 푹 숙이자 그녀의 긴 머리카락이 앞으로 흘러내려 그녀의 얼굴을 조금씩 가려갔다.
"치아키? 괜찮아 치아키?"
혹시나 하는 생각에 그녀의 눈 앞에 손바닥을 왔다갔다 휘둘러보던 아스카는
주저앉아있는 치아키에게 다가가 손을 내밀어 그녀의 턱을 잡고 그녀의 고개를 자신의 눈 앞으로
올려세웠다.
남은 한 손으로 그녀의 머리카락을 쓰윽 뒤로 빗겨낸 아스카는 그녀의 멍한 표정을 바라보며
천천히 자신의 얼굴을 그녀의 얼굴에 맞대어갔다.
쪽~
아스카가 살아온지 18년...
난생처음으로 이성과 첫 키스를 하는 순간이였다.
아스카의 입술과 치아키의 입술이 맞붙어서 잠시동안 하나가 되었다.
무의식적으로 아스카의 입술이 벌어졌고, 그에 반응하듯 멍한 표정의 치아키의 입술도 아스카를 따라
살짝 벌려졌다.
"치아키..미안.."
두근거리는 마음을 애써 진정시키며 아스카는 그렇게 치아키에게 사과하는 마음을 품은 뒤
눈을 감고 대담하게 혀를 내밀어 그녀의 입 안으로 파고들기 시작했다.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 수가 없는 치아키...
멍한 표정인 것 같으면서도 그녀의 입 안으로 아스카의 혀가 들어오자 자연스럽게 그녀의 혀도 입 밖으로
빠져나와 그의 혀를 받아들이며 혀와 혀가 만나 서로를 애무하기 시작했다.
아스카의 첫 키스는 허물없어진 오랜 연인들 사이에서나 종종 볼 수 있는 프렌치 키스로 장식되어갔다.
두 사람의 입맞춤은 오래도록 지속되어갔다.
"으음..."
아스카의 입에서 자신도 모르게 탄성이 흘러나왔다.
살짝 눈을 떠본 아스카는 치아키의 얼굴이 눈앞에 들어오는 것을 느끼고 부끄러움을 느끼며
자신도 모르게 뒤로 물러났다.
그러자, 아스카의 혀와 엉켜있던 치아키의 혀가 부드럽게 풀려났고,
아스카의 입술과 치아키의 입술 사이에 반짝이는 침의 그물망이 이어져나왔다.
"치아키...대담한데..."
그가 알고 있는 치아키는 이렇게 대담한 행동을 눈 하나 깜짝 안하고 행동할 정도로
대범한 성격이 아니었다.
실제로 치아키가 이런 키스를 했다면...
"아... 보지마.. 아스카..창피해...ㅜ.ㅜ"
라고 말하지 않았을까...
잠시 그런 상상을 해보던 아스카는 치아키의 표정을 다시 한번 살폈다.
방금 전까지 무표정이던 치아키가 조금이지만 요염한 표정으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주저앉은 자세는 아까 그대로였지만, 그녀의 얼굴 표정이 살짝 바뀌었다는 것 하나만으로도
아스카는 그녀가 무척 섹시하다는 생각을 갖게 되었다.
"치아키... 이제보니..정말 예쁘다.."
평소 가족들과 어울리질 못했던 아스카였기에 곁에 있으면서도 치아키의 외모를 눈여겨 본 적이 없었다.
아스카와 함께 어울려다니던 친구들이 종종 자신의 누나에 대해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해댄 적은 있었지만,
그 때는 치아키가 이렇게 예쁘다고 느끼지는 못했었는데...
그렇게 생각하던 아스카의 시야에 눈에 띄는 무엇이 있었다.
"아..저건...설마.."
방금 전까지 치아키의 왼쪽 팔에 퍼져있던 보랏빛 연기가 어느새 핑크빛 연기로 변색되어
그녀의 몸안으로 조금씩 흘러들어가고 있는 것이 아스카의 시야에 사로잡혔다.
이 변화가 무엇을 뜻하는지 아스카는 알 수 없었다.
하지만, 한 가지... 자신의 몸에서 뿜어진 알 수 없는 기운이 치아키를 변화시켰다는 것만은 확실했다.
아스카는 점점 더 대범해져가는 자신의 마음을 느끼며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하지만 호기심어린 눈동자로- 앉아있던 몸을 일으키며 치아키에게 다가갔다.
치아키에게 다가간 아스카는 여전히 주저앉아있는 그녀를 보며 씁쓸하게 생각했다.
"인형같군... 그렇게 앉아있으면 내가 불편하잖아... 치아키..일어나봐..."
그 순간 아스카는 깜짝 놀랐다.
자신의 속 마음을 읽은 듯이 그의 생각이 끝나자마자 치아키가 살짝 미소를 지으며 몸을 일으킨 것이다.
앉아있던 사람이 갑자기 몸을 일으켜 눈앞에 얼굴을 맞대었다.
아스카와 치아키 사이에 간격은 성인 남성의 주먹하나가 들어갈까 말까할 정도의 좁은 간격...
이제껏 이성에게 이토록 가까이 접근한 적도 없었던 아스카에게
미소를 지으며 살포시 일어난 치아키와의 거리는 그의 심장을 크게 울리게 만들었다.
쿵쾅쿵쾅... - ^^;; 후훗.. 순진하긴... -
"치아키... 괜찮아?"
뭐가 괜찮다는 걸까... 이런 질문을 내뱉는 아스카 자신이 우습게 느껴졌다.
듣는 입장에서는 [지금 몸은 괜찮아?]에서부터 [방금 전 키스 괜찮아?]까지..조금 더 생각해보면
지금 분위기를 감안해서 [또 한번 키스를 할 건데..괜찮아?]에 이르기까지
해석하기에 따라 무긍무진한 뜻이 담긴 아스카의 질문...
그런데... 뜻하지 않았던 대답이 들려왔다.
"응... 아스카니까..괜찮아.."
깜짝놀란 아스카가 한 걸음 뒤로 물러서며 치아키를 살펴보았다.
여전히 미소짓고 있는 치아키.
왠지 귀여워보이고, 오늘따라 섹시해보이는 - 작가 설정상..그녀는...한마디로 미녀다. -
치아키의 모습은 남자를 유혹하는 색녀의 이미지보다는 오랜 연인과의 재회 후 키스를 기다리는
수줍은 소녀처럼 [순수한] 여인의 이미지로 아스카를 자극(?)시켰다.
"아...이젠 나도 모르겠다."
순간적으로 그녀의 모습을 지켜보던 아스카는 이성의 끈을 잠시 놓아버리고 달려들다시피
격하게 그녀에게 다가가 양손으로 그녀를 끌어안기 시작했다.
매우 어설퍼보이는 동작이였지만, 그녀는 "괜찮아...아스카.." 라고 살짝 미소지으며 대답하더니
정말 오랜 연인을 대하듯 살포시 아스카의 몸을 껴안으며 그의 포옹에 자연스럽게 대처해왔다.
아스카의 왼팔이 그녀의 허리를 감싸안고
아스카의 오른팔이 그녀의 등뒤에서 그녀를 잡았다.
아스카의 오른쪽 발이 반걸음 앞으로 나가며 그녀가 중심을 잃고 뒤로 넘어지지 않게 무게중심을 바로잡았고
아스카의 입술이 그녀의 입술을 향해 천천히 다가갔다.
이번에는 눈을 감지 않은 아스카였다. - ^^;; 엉큼한 녀석.. -
그와 동시에 치아키의 양팔이 그의 허리로 뻗어가더니
자연스럽게 올라가 아스카의 등을 지나 어깨에 손을 얹지고 왼쪽 발을 뒤로 반걸음 빼어놓아
넘어지지 않게 중심을 잡으며 다가오는 그의 입술을 맞이할 준비를 하였다.
치아키는 이번에도 두 눈을 꼬옥 감았다.
두 번째 키스...
첫 번째 키스와는 달리 어색함이 덜했고, 안정적인 자세에서 이루어졌다.
아스카의 심장은 중학교 때 [체력장] 시험 이후 가장 격렬하게 두근거리기 시작했고,
그녀의 몸에서 느껴지는 자신의 기운을 느끼며.. 첫 키스의 감촉을 떠올리며
대담하게 그녀의 입술을 탐하기 시작했다.
이 전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대담해진 아스카의 입술과 혀를 맞이하며 그것과 비례해서 치아키의 입술과 혀도
대담하게 변해갔다.
두 사람은 처음부터 그랬던 것처럼.. 서로를 격렬하게 껴안은체.. 원래 하나였던 듯이 밀착해서
오랜 시간동안 키스를 나누었다.
소제목 : 뺨을 맞은 아스카
"으으음..."
아스카의 귓가에 치아키의 신음소리가 들려왔다.
귓가에 들려오는 치아키의 신음소리는 아스카의 불타오르는 가슴에 기름을 끼얹어버렸고
다시 한번 불타오른 아스카는 새로운 각오로 치아키의 입술을 탐닉하기 시작했다.
얼마나 오랜 시간이 지났을까...
두 눈을 감으며 아스카는 생각했다.
"역시.. 눈을 감으니 훨씬 낫군..."
사실 두 사람의 간격이 너무 가깝게 밀착되어 있어서 아스카가 눈을 뜨고 있어도
치아키의 모습이 제대로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이렇게 두 눈을 감고 키스를 이어가니 눈을 떳을 때보다 훨씬 더 흥분되고,
치아키의 입술과 혀의 부드러움이 잘 느껴졌다.
그렇게 얼마의 시간이 흘러가고...
"다리가..저려오는 걸..."
문득, 치아키와 키스를 하면서도 이런 생각이 떠오르기 시작한 아스카.
치아키와 두번째 입맞춤을 한 지 5분정도의 시간이 흘렀을까...
아스카가 알고 있는 치아키의 이미지는 어디로 사라져버렸는지
치아키는 여전히 아스카의 혀에 그녀의 혀를 엉켜놓은 체 서로의 타액을 서로에게 교환하고 있었다.
"아... 다리가 점점 저려온다.. 이대로 침대쪽으로 치아키를 밀어놓는게..."
다리는 아파오지만, 치아키와의 입맞춤은 그대로 이어가고 싶었던 아스카는 고민끝에
그녀의 등과 허리를 잡았던 두 팔을 거둬들이며 한걸음씩 천천히 그녀의 몸을 밀기 시작했다.
거둬들인 아스카의 두 팔은 잠시동안 방황(?)하다가 천천히 치아키의 팔에 다가갔고
아스카의 두 손이 각각 치아키의 손목을 부여잡은 체 한걸음씩 침대쪽으로 걸음을 옮겨갔다.
뒷걸음질에 넘어지지 않기 위해 치아키는 무의식적으로 팔을 들어올렸고
자연스럽게 들어올려진 두 팔과 함께 아스카의 두 손도 같이 들어올려졌다.
두 사람은 그 상태 그대로 입술을 밀착 시킨 체 침대를 향해 걸음을 옮겼고
침대에 도착한 아스카는 그대로 상반신을 앞으로 기울여 치아키를 침대위에 넘어뜨렸다.
물컹...
갑자기 남자로서는 생소한 느낌이 아스카의 가슴에 느껴졌다.
"우욱..."
짧은 신음성과 함께 아스카는 그것이 무엇인지 본능적으로 알아차리기 시작했다.
"아.. 치아키의 가슴이..."
아스카는 자기 자신이 한심스럽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치아키와의 키스에 정신이 팔려 이토록 부드럽고 뭉클한 - ㅡ.ㅜ 부럽다.. - 그녀의 가슴을 만져보지도
못하고 있었다니...
그런 생각이 떠오름과 동시에 그녀와 그의 가슴 사이에서 뭉클한 가슴의 느낌을 느끼는데 방해물이 되고 있는
악마의 팬던트가 귀찮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아..팬던트야.. 지금은 사라져다오.."
애절한(?) 아스카의 부탁을 알아차렸는지 팬던트는 보랏빛 연기로 산화되며
아스카의 손등에 문양으로 새겨졌다.
"우웅...우웅..."
뭔가 말을 하려는 건지.. 아니면 단순하게 기분이 좋아 외치는 신음성인지..
그것도 아니면 어딘가 불편해서 소리치는 신음성인지..
경험이 부족한 아스카는 치아키의 신음소리를 들으면서도 그 뜻을 알아차리지 못한 체
천천히 두 손을 놀리기 시작했다.
눕혀진 치아키의 몸을 짓누는 자세에서 입술은 계속해서 밀착해있었고,
그녀의 두 팔을 제압하던 아스카의 손이 그녀의 손목에서 떨어져나가 천천히
그녀의 몸을 훑어가기 시작했다.
치아키의 뺨에서 목선을 타고 그녀의 어깨를 지나 가슴으로...
여기까지 이동한 아스카의 두 손은 서둘러 그녀의 상의 속으로 파고들기 시작했다.
- 때는 조금 쌀쌀해진 늦가을이라 가벼운 셰터차림에 황토색 바지를 입고 있던 치아키 -
계속해서 입맞춤을 유지하고 싶었던 아스카는 급하게 치아키의 몸을 더듬기 시작하더니
그녀의 쉐터 안쪽으로 손을 들이밀기 위해 손을 그녀의 배 안쪽으로 집어넣기 시작했다.
아스카의 손길에 그녀의 쉐터 안에 숨어있는 부드러운 살결이 느껴졌다.
아스카에게는 그 나름대로 신선한 자극으로 다가왔다.
점점 대담해져가는 아스카는 뜨거운 콧김을 내뿜으며 그녀의 가슴쪽으로 손을 이동시켰으나
뭔가 거칠은 천조각이 그의 손길로부터 그녀의 가슴을 보호하고 있다는 것을 뒤늦게 알아차렸다.
"이런... 이건..."
갑자기 그녀의 브래지어가 걸치적 거리기 시작한 아스카.
"이거..어떻게 해야 풀어지는 거야?"
허둥대며 이리저리 손을 놀려 브래지어 앞부분을 풀어헤치기 위해 땀을 뻘뻘 흘리는 아스카였다.
투두둑..
"아차!"
급하게 손을 놀리던 아스카는 그만 치아키의 브래지어를 벗긴다는 것이 브래지어를 두 조각으로
뜯어버리는 사고를 일으키고 말았다.
당황한 아스카가 치아키의 입술에서 자신의 입술을 떼어내며
눈을 뜨고 그녀의 모습을 살펴보았다.
뭔가 꿈을 꾸고 있는건지.. 두 눈을 살포시 감고 있는 그녀는 행복하다는 듯한 표정을 지은 체
아주 살짝 입술이 벌어져 있었고 벌어진 입술 사이에서 아스카의 입술에까지
길다란 그믈이 반짝반짝 거리며 이어져있었다.
반짝이던 그물은 순식간에 중앙쪽이 끊어지며 양쪽으로 휘날려졌고
아스카와 치아키의 입술에 각각 침이 묻기 시작했다.
슥슥..
침을 꿀꺽 삼키고 옷으로 침을 닦은 아스카는 조심스럽게 치아키에게 다가가
그녀의 입가에 묻어있는 자신의 침을 닦아주었다.
이 순간 치아키의 감겨있던 두 눈이 살포기 열리며 그녀의 맑은 눈망울이 아스카의 눈에 들어왔다.
"아.. 치아키... 너무 사랑스러워..."
그 눈망울에 묘한 감각을 느끼며 그의 손이 뜯어진 브래지어를 흘려내리며 드러난 그녀의 가슴을
만지기 시작했다.
"아...."
움찔...
아주 약간이지만, 황홀한 표정으로 아스카의 손길을 받아들이던 치아키의 얼굴이 살짝 찌풀어지며
톡 쏘는 듯한 고음의 신음성이 그녀의 입술안에서 터져나왔다.
깜짝!
치아키의 반응에 깜짝 놀란 아스카는 하던 행동을 멈추고 잠시동안 그 자세 그대로
치아키의 얼굴을 바라보기 시작했다.
.......................
언제 그랬냐는 듯, 거짓말처럼 다시 평온한 표정으로 변해있는 치아키...
"휴..."
한숨을 토해내며 안심했다는 듯이 그녀의 가슴을 살짝 만져본 아스카는
두 팔로 다시 치아키의 두 손목을 잡은 상태로 무방비한 자세의 치아키를 내려다보았다.
"그럼...실례..."
장난스럽게 말을 내뱉은 아스카는 그대로 고개를 숙여
치아키의 쉐터 안으로 고개를 파묻었고
한참을 허우적 거린 끝에 아스카의 얼굴이 그녀의 쉐터 안으로 들어와 치아키의 가슴에 무사히 도착하는데
성공할 수 있었다.
쪼옥~
갓난 아기가 모체의 젖을 빨 듯, 본능적으로 치아키의 한쪽 가슴을 입술로 빨아당기기 시작하는 아스카.
고개를 이리저리 돌려도 보며, 혀를 이용해 치아키의 젖꼭지를 괴롭혀(?)보기도 하며
아스카의 학대(?)가 계속해서 자행되었다.
그러는 사이.. 잠이 든 듯 평온한 표정의 치아키의 미간이 서서히 찌푸려지기 시작했다.
"으음...아...그...그만.."
감겨있던 두 눈이 떠지며 방금 전까지의 황홀한 표정의 치아키는 온데간데 없어지고
치한에게 희롱당하는 여성의 표정을 짓고 있는 치아키가 나타나
아스카의 희롱에 반항하기 시작했다.
"어..어..."
치아키의 쉐터 안에서 그녀의 가슴을 애무하던 아스카는 갑작스럽게 몸을 움직이며
반항(?)하는 치아키의 행동 때문에 그녀의 쉐터안에 얼굴을 파묻은 체 잠시동안
괴로움 아닌 괴로움을 맛보아야 했다. - 그런 괴로움이라면 쌍수를 들고 환영하고 싶어요..ㅜ.ㅜ -
몸을 뒤척이던 치아키가 마침내 자신의 손을 제압하고 있는 아스카의 두 손을 뿌리치는데 성공을 거두었고
곧장 두 손으로 자신의 쉐터 안을 비집고 있는 괴한의 머리를 끄집어내기 시작했다.
"어...어...치아키?"
짜악~~~~
갑작스러운 그녀의 변화에 당황해하던 아스카는 영문도 모른 체 그녀의 쉐터 안에서 끌려(?) 나왔고
나온 즉시 경쾌한 타격음이 그의 방안에 울려퍼지기 시작했다.
"...아............."
상당히 쎄게 맞은 듯 어안이벙벙한 표정으로 자신의 뺨을 어루만지고 있는 아스카...
그녀의 몸 위에서 한걸음 뒤로 물러나 거리를 두고 그녀의 모습을 쳐다보기 시작했다.
그의 눈 앞에 눈물을 흘리고 있는 치아키의 모습이 보였다.
"흑..흑.. 아스카..니가..어떻게 이 누나한테...흑..흑.."
그 말을 듣는 순간 아스카는 직감적으로 한 가지 생각을 떠올렸다.
"제기랄... 힘이 풀렸나보다!"
과연... 눈을 감았다 다시 떠보니 그녀의 몸을 유린하던 핑크빛 기운은 모두 사라져있었고
보랏빛 기운 역시 아주 미약하게 남아있기는 했지만 그나마도 서서히 사라져가고 있었다.
"역시.. 이 기운이 치아키를 그렇게 만든 거였었군.."
그렇게 생각하며 계속해서 아픈 뺨을 어루만지는 아스카.
눈물을 흘리던 치아키의 몸이 가냘프게 떨리기 시작했다.
"아...저기...치아키.."
난처하다는 표정으로 말을 건내며 아스카가 한 쪽 팔을 뻗어 그녀를 위로해주기 위해 다가갔다.
"다가오지마!"
톡 쏘는 듯이 들려오는 그녀의 외침에 얼어붙은 듯 팔을 뻗은 그 자세로 멈춰서버린 아스카는
정말... 난감하다는 표정으로 고민하기 시작했다.
"이 일을 어떻게 해야할 지..."
고민하는 아스카의 마음을 아는 지 모르는 지 치아키가 표독스러운 - 그래봐야 예쁘다..ㅜ.ㅜ -
눈빛을 쏘아내며 아스카를 밀고 방문쪽으로 달려나갔다.
"나쁜 자식..."
덜컥.. 꽝...
이 한마디를 남기며 뛰쳐나가듯 방문을 열고 닫으며 사라진 치아키...
아스카의 방안에는 아직까지 치아키와의 입맞춤으로 인해 생겨났던 뜨거운 기운이 남아있었고...
킁킁... ( -_-;; )
그의 옷에는 아직도 치아키의 체향이 베어있어 그녀의 향기가 맡아졌다.
침대 반대편에 걸려있는 거울로 자신의 모습을 확인해본 아스카는 화상을 입은 듯
붉게 물들어있는 자신의 뺨에 손을 대어보고 그 얼얼한 느낌에 한차례 몸을 떨며 중얼거렸다.
"치아키에게 두번째로 뺨을 맞았어..."
그가 불량스러운 친구들과 본드나 가스를 흡입하는 것을 눈치챈 치아키가
어느 날.. 친구 집에 찾아와 현장을 목격하고 아스카의 뺨을 향해 날아오는 그녀의 손바닥은...
아스카의 기억 속에 잊혀지지 않는 아픔으로 자리잡았다.
그녀의 눈물과 뺨에서 느껴지는 고통...
그 때의 그 장면이 새롭게 재현된 것 같았다.
다른 점이 있다면.... 그 상황이 180도 달랐다는 것뿐...
아스카의 방은 2층에 위치하고 있었기에 방금 전 뛰쳐나간 치아키의 모습을 떠올리며
1층으로 내려가는 계단을 쳐다보던 아스카는 작게 중얼거렸다.
"정말...난처한 걸..."
소제목 : 하세가와 치아키의 건망증.
검색어: 미다스 왕
디디딕.. 수 많은 검색 내용들이 모니터 화면에 출력되었다.
미다스 왕... 그리스로마신화 이야기에 등장하는 왕이다.
무엇이든 그의 손길에 닿으면 황금이 되어버리는 저주...
잠시 동안 금덩어리 속에 파묻혀 행복을 느끼던 미다스 왕은
자신의 가족을 자신의 실수로 금덩어리 동상으로 만들어버린 후
방황을 하다가 목이 말라 샘물을 마시려는 순간
샘물마저 황금으로 변해버려 물을 마시지 못했다는 이야기...
여기까지 읽어보던 아스카는 한숨을 내뱉었다.
"축복과 저주는 동의어(같은 뜻을 내포하고 있는 단어)였던가..."
늦가을에야 비로서 사색에 잠시며 고독을 되씹어보는 로맨틱한 남자가 되었는지
컴퓨터 앞에서 사색에 잠긴 아스카였다.
검색어 : 초능력
디리릭.. 수 많은 자료가 모니터 화면에 출력되었다.
천천히 훑어보던 아스카는 "쓸모없어보이는" 자료들을 넘겨가며 계속해서 글의 제목을 읽어보았고
[초능력으로 여자애들을 조종하는 존의 이야기... 제목 : 에로스]라는 포스트 글이 눈에 들어오길래
무심코 클릭해봤더니 링크되어 있었는지 [야설의 문]이라는 사이트로 자동 이동...
[소설게시판] - [창작/번역]글로 자동 이동되어 글이 주루룩..나타나기 시작했다.
"누가 만들었는지..아이디어 하나는 기똥찬 녀석이군..." 라고 글 쓰고 있는 작가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한 아스카는 피식 웃으며 그 글을 읽어보기 시작했다.
".............."
적지 않은 시간이 흘러갔다.
단번에 완결까지 읽어본 아스카는 무덤덤한 표정으로 자리에서 일어나 침대위에 몸을 뉘이며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결국... 이런 능력을 가진 자의 최후는 un happy ending (좋지 못한 결말) 인가..."
무의식적으로 치아키에게 맞은 뺨을 문지르며 한숨을 푹푹 내쉬며 잠이 들었다.
얼마동안 잠이 들어있었을까?
문득 눈을 떠 주변을 둘러보던 아스카는 창문 밖으로 달빛이 비춰지는 것을 보고는
꽤나 오랜 시간을 잠들어 있었다고 생각하며 머리를 긁적거린 후 몸을 일으켜 1층으로 내려갔다.
"그러고 보니.. 하루 종일 아무 것도 안 먹었는데..."
여전히 배가 고프지 않은 아스카였다.
먹은 게 없어서 그런지.. 하루동안 화장실 한 번 가보지 않은 아스카...
계단을 내려오다가 문득 계단 벽에 걸려있는 시계를 쳐다보니 [오후 8시] 라는 글이 눈에 들어왔다.
"치아키에게 뺨 맞은지 대충 5시간정도 지났을까?"
그런 생각을 하면서 자신의 뺨을 어루만지던 아스카는 불현듯 무슨 생각을 떠올렸는지
빠르게 달려나가 1층 화장실로 걸음을 옮겼다. - 놀랍게도 집안 설정이 [에로스]와 똑같네요..-
"이런...."
안타까워하는.. 혹은 당황스러워 하는... 듯한 침울한 목소리가 화장실 안쪽에서 울려퍼졌다.
거울 속에는 아스카의 모습이 그대로 비춰져있었는데...
치아키가 얼마나 쎄게 때렸었는지.. 손바닥 자국이 그대로 박혀있는 것이었다.
"단지 쎄게 맞아서 설마 했었는데.... 이 정도의 손바닥자국이라면..."
아무래도 내일 오전까지는 사라지지 않고 계속 남아있을 것 같다고 생각하는 아스카였다.
다행히 내일이 일요일이라 딱히 외출할 필요는 없었지만...
그렇게 생각하며 화장실에서 나오던 아스카는 공교롭게도 그 때 마침 방문을 열며
문 밖으로 빼꼼하게 머리만 내밀며 집안을 살피던 치아키와 눈이 마주치게 되었다.
"아! 아스카?"
아스카의 얼굴을 확인한 치아키가 깜짝 놀라는 모습으로 자신에게 달려와
아스카의 뺨을 어루만지며 안타까워하며 말했다.
"왠 상처야? 밖에 나간 적도 없는 것 같더니... 이거 손바닥 자국 같은데?..."
걱정스러운 듯 아스카의 얼굴을 이리저리 둘러보는 치아키의 표정을 보며
아스카는 착찹한 심정으로 중얼거렸다.
"장난하는 건가?"
"응? 뭐라고 했어 아스카?"
정말... 아스카의 뺨을 때린 사람이 자신이라고는 생각해보지도 않은 듯
순진한 표정으로 자신을 올려다보는 치아키를 보고 있자니 문득 강한 의문이 생겨났다.
"정말..모르는 건가?..설마.."
순간적으로 눈물을 흘리며 자신의 방문 밖으로 뛰쳐나갈 때의 치아키와
뺨에 새겨진 손바닥 자국을 어루만지며 걱정스러워하는 치아키의 모습이 동시에 비교되기 시작했다.
지금 상황을 어떻게 결론지어야 할 지 딱히 정하지 못한 아스카는
"젠장... 이것도 팬던트가 지닌 힘인가보지..." 라고 생각하며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를 매듭지었다.
"안되겠다.. 가만히 놔두면 내일까지도 손자국이 남아있겠어... 따라와.."
"어..어.."
나이팅게일 효과라는 건지.. 눈 앞에 상처입은 동생을 보고 [모성본능]을 일으킨 것인지
평소의 치아키는 아스카가 자신의 방에 들어오는 것을 싫어했었는데,
소독약이 자신의 방에 있다는 것을 이야기하며 아스카의 손을 잡고
치아키 자신의 방으로 아스카를 데리고 들어가기 시작했다.
치아키의 방...
뭔가.. 들어올 때마다 아스카를 놀라게 하는 방이다.
아스카와 비슷한 크기의 방에 침대도.. 컴퓨터도..거울도.. 별로 달라보이는 게 없었다.
차이가 있다면.... 집안 곳곳에 장식되어 있는 인형과 거울 앞에 놓여있는 몇몇 화장품들?
그런데도.. 방안 향기부터가 아스카의 방과는 확연히 차이가 났다.
왠지 방안의 온도도 좀 더 시원한 것 같았고...
거울 아래 놓여있는 작은 화장대 안쪽 서랍에서 작은 구급상자가 모습을 드러냈다.
치아키는 침착하게 그것을 꺼내들고 침대에 등을 기대고 방바닥에 주저앉아 있는 아스카에게 다가가
구급상자를 열어 소독약을 꺼내바르기 시작했다.
"아야..아...아퍼..아..아.."
소독약이 아스카의 뺨에 문질러질 때마다 움찔움찔 거리며 고개를 피하는 아스카.
한동안 약을 바르려는 치아카와 약을 피하려는 아스카의 몸부림이 대치되었다.
"사내 녀석이 그렇게 엄살이 심해서 어쩌려고 그러니?"
아스카의 자존심을 긁어대는 치아키의 목소리에 승부가 결정지어지고 말았다.
아스카... LOSE(패배)....
손으로 문지르면 균이 옮아 흉터로 남을 지 모른다며 면봉에 소독약을 적시어 조금씩 조금씩
아스카의 뺨에 소독약을 묻히는 치아키...
면봉을 사용하고 있기 때문에 손으로 바르면 순식간에 끝날 치료가
굉장히 더디게 진행되고 있었다. (2초면 끝날 로션도 면봉으로 문지르면 5분은 걸릴 듯... -_-;;)
치아키의 방에도 만월의 달빛이 비춰지며 묘한 분위기가 연출되고 있었다.
갑작스러운 분위기 변화에 어색함을 느낀 아스카가 치아키에게 말을 걸었다.
"저기..치아키.." 치아키의 얼굴을 바라보며 얼굴을 붉히며 말을 건내는 아스카.
"응? 왜 그러는데?" 아스카의 뺨에 생겨난 손자국에 면봉을 갔다대며 별 생각없이 내뱉는 치아키의 목소리.
두 사람 사이에 거리는 20cm 정도였고 이 정도 거리에서는 치아키의 체향을 바로 맡을 수 있는 아스카였다.
치아키의 체향이 아스카의 코에 느껴지는 순간.. 자꾸만 그녀와의 키스가 떠오르는 아스카는
점점 얼굴을 붉히게 되었고, 치아키 입장에서는 그런 기억이 전혀 없는지 아무런 표정 변화도 일어나지 않았다.
"..정말 기억 안나는 모양이네..."
만약 그녀가 자신과의 키스를 기억하고 있다면... 일류 연극배우라 하더라도 약간의 표정변화까지 감추지는
못할 것이라는 생각을 떠올려 본 아스카는 조금 진지한 표정으로 그녀에게 말을 걸었다.
"흠.. 5시간...전쯤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기억 안나?"
진지한 표정이었지만, 말을 하면서 다시금 얼굴이 붉어지는 아스카.
"5시간 전?"
잠시 면봉으로 뺨을 문지르는 행동을 중단하고 고개를 들어 뭔가를 골똘히 생각해보는 듯한 치아키.
"글쎄... 자고 있었는지.. 기억이 안나는데..."
쿠아아앙...우르르릉...꽝..꽝...
서로의 혀를 엉키고 타액을 교환하기까지 했던 딥키스였는데...
왠지.. 첫키스의 추억이 무너져 내리는 듯한 아스카였다.
"그...그래?"
얼굴은 웃으려고 애를 쓰고 있었지만... 어딘지 모르게 울쌍이 되어버린 아스카의 얼굴 표정을 보며
치아키라 약간 인상을 쓰며 말했다.
"어이... 아스카.. 고개를 들어.. 약을 바를 수가 없잖아..."
치아키가 인상써봤자 하나도 안 무섭지만... 짐짓 무서워하는 척 하며 퉁명스럽게 대답했다.
"아..알았어.."
그런 아스카의 모습을 살짝 쳐다보던 치아키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에휴..착하네요..아스카군..."
마치 어린 아이를 돌보는 성숙한 여자아이의 장난끼 가득베인 말투같아
습관적으로 눈매를 가늘게 줄이며 치아키를 째려보는 아스카였고, 그런 그의 모습에
배시시 웃으며 소독약이 묻은 아스카의 뺨에 "호~ 호~" 하며 바람을 불어넣는 치아키였다.
소독약이 끝나자, 몸을 일으키려는 아스카를 치아키가 소리지르며 제지시켰다.
"안돼~ 아직 안 끝났어!"
갑자기 열성적인 간호사라도 된 듯 평소 안 하던 행동을 하는 치아키를 바라보며
"될대로 되라지..이것도 뭐...그리 나쁜 기분은 아니군..."라며 이 상황을 즐기기로 마음먹은 아스카.
"자칫 잘못하면 흉터로 남게 된다구... 소독은 소독이고.. 이제는 연고를 발라야지..."
라고 말하며 새 면봉을 꺼내 희뿌연 치료제를 묻혀 아스카의 뺨에 바르기 시작했다.
아스카는 이제 편안한 기분으로 맛사지 받는 손님처럼 느긋하게 눈을 감고 그녀가 하는 행동을
즐기기(?) 시작했다.
"햐~ 좋구나.. 냄새도 좋고.. 몸과 마음이 편안해지는 느낌이라고 할까..."
갑자기 그녀의 방안이 천국이 된 듯한 착각마저 느껴질 정도였다.
그 순간...
[두근...두근...]
"어?" 갑자기 아스카의 심장이 격하게 두근거리기 시작하며 아스카를 긴장시켰다.
[두근..두근...두근...]
그리고..무의식적으로 몸안에 잔재해있는 기운이 뻗어나가는 것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이..이건..."
한참 눈을 감고 상처를 치료받던 아스카의 두 눈이 번쩍이며 크게 떠졌고
아스카의 눈에 그것이 보이기 시작했다.
아스카의 몸에서 흘러나온 보라빛 기운이 상처를 치료하던 면봉을 타고 면봉을 잡고 있는
치아키의 손에 흡수되어 가는 모습을...
천천히...그렇지만 확실하게.. 보랏빛 기운은 계속해서 치아키의 몸 안으로 흘러들어가고 있었다.
"아..."
뭔가 이상함을 느꼈는지.. 상처에 약을 바르던 치아키가 약간의 신음을 내뱉었지만
별다른 의심없이 계속해서 자신에게 약을 바르기 시작했다.
[두근..두근...두근...]
"무슨 일이 벌어지려는 거지..."
아스카는 조금 긴장한 표정으로 눈 앞에 치아키를 쳐다보고 있었다.
여전히 상처를 치료하는데 집중하고 있는 치아키였지만, 간간히 신음을 내뱉었고
얼굴이 조금씩 붉게 물들고 있었다.
그리고.. 마침내..
상처를 문지르던 면봉이 치아키의 손에서 떨어져내리며 눈에 초점을 잃어가는 치아키의 모습이
아스카의 눈에 들어왔다.
[두근..두근...두근...두근...]
아스카의 심장은 계속해도 두근거리기 시작했다.
"이게..대체..."
소제목 : 하세가와 치아키?
슈아아아악..
아스카의 양쪽 손등에 새겨진 문양이 빛을 뿜어내며 그와 동시에 아스카의 몸에서
다량의 기운이 뿜어져나와 치아키의 몸 안으로 흘러들어가고 있었다.
"아...아..스...카..."
자신의 몸안으로 이질적인 기운이 쏟아져 들어오는 것을 느꼈는지 애절한 눈빛으로
아스카를 쳐다보며 애절하게 아스카를 부르짖던 치아키의 몸에 지금까지와는 다른
독특한 기운이 뿜어져나왔다.
그녀의 몸 전체에서 보랏빛 연기가 뿜어져나와 붉은빛의 연기로 변색되었고,
아스카가 "뭐지? 붉은색?" 이라고 생각하는 순간 눈깜짝할 사이에 그 기운은 그녀의 심장 속으로 스며들었다.
그녀를 감싸고 있던 기운이 거짓말처럼 자취를 감추었다.
그와 동시에 아스카의 두근거리던 심장이 거짓말처럼 평온해졌다.
"....치아키?...괜찮아 치아키?"
심상치 않은 현상을 목격한 아스카는 불안한 마음에 치아키를 불러보았다.
붉은 기운이 흡수된 후, 방바닥에 주저앉아 고개를 푹 숙인 체 움직이지 않던 치아키.
기절했는지.. 아스카의 부름에도 전혀 반응이 없었다.
"아..."
불안해진 아스카가 그녀에게 다가가려는 순간, 정신을 차렸는지 치아키가 작은 소리로 신음을 내뱉었고,
고개를 들어 다가오는 아스카를 바라보더니 깜짝 놀란 듯, 몸을 벌떡 일으켜서 뒤로 한걸음 물러섰다.
"아...괜찮아 치아키?"
자신을 경계하는 듯한 모습의 치아키를 보며, 무슨 일인지 짐작도 하지 못하는 아스카가
조심스럽게 치아키에게 물어보았고, 이번에는 대답이 들려왔다.
"으응...아스카구나... 누나는 괜찮아..."
"누나?" 어려서부터 자신에게 "아스카"라는 이름을 부르던 치아키의 입에서 "누나"라는 말이 들려왔다.
아스카의 머릿속에 가벼운 의문이 생겨났다.
그런 그의 속마음을 읽었는지, 치아키의 미간이 살짝 찌푸려졌으나
안타깝게도 아스카는 그 순간을 눈치채지 못했다.
그리고 잠시 후, 갑작스럽게 치아키의 몸에서 보랏빛 기운이 뿜어져나오기 시작했다.
"아..아..."
몸이 좋지 않은 듯, 자색의 기운을 내뿜던 치아키는 뒤로 두어걸음 물러서며
방문을 잡고 나가려는 듯 했다.
그 순간, 치아키의 몸에서 뿜어져나왔던 자색의 연기가 핑크빛으로 급격하게 물들더니
다시금 그녀의 몸 속으로 빠르게 흡수되기 시작했다.
"으아아..."
문고리를 잡고 있던 치아키는 방문을 부여잡은 체 고통스러워했고,
"아악!"
아스카의 귓가를 잠시나마 울리게 만들 정도의 고음의 비명이 치아키의 입술에서 터져나왔다.
그와 동시에 그녀의 몸이 잠시동안 활처럼 휘어졌고
짧은 비명소리가 사라지고 아스카의 귓속에 "윙윙"거리는 소리가 잦아드는 순간
그녀의 몸이 쓰러지듯 허물어지기 시작했다.
"아...치아키!"
치아키가 쓰러지는 모습을 네 걸음 정도 떨어진 위치에서 지켜보던 아스카는 깜짝놀라
반사적으로 쓰러지는 그녀의 몸을 붙잡으려 했지만, 워낙 거리가 멀었고 시간이 촉박했기에
아스카의 행동은 실패로 끝났고 그녀의 몸이 바닥에 허물어졌다.
다행히 방바닥에 머리를 부딪히거나 하는 불상사는 생기지 않았고
쓰러지면서도 용케 두 손을 바닥에 짚어 쓰러지는 치아키의 모습이 순간적으로
영화의 한장면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아스카의 눈에 비춰졌다.
"치아키..."
계속되는 치아키의 변화에 아스카는 그야말로 죽을 맛이었다.
팬던트를 얻은지 이제 겨우 이틀째이던가...
단 이틀만에 여태껏 살아오면서 느꼈을 긴장이라는 긴장은 모두 경험해본 것 같다고 생각할 정도였다.
치아키에게 다가간 아스카는 기절한 건지 축 늘어져있는 치아키를 살포시 감싸안아
그녀의 몸을 그녀의 침대 위에 눕혀놓았다.
의식을 잃어버린 그녀의 얼굴을 바라보던 아스카는 그녀의 이마에 송글송글 맺혀있는 땀방울을
손으로 닦아내고 땀에 젖어있는 머리카락을 걷어올리며 생각했다.
"붉은빛은 또 뭐고 아까 그 핑크빛은 또 뭐였지?"
모든 것이 의문투성이였다. 그러다 문득 핑크빛 기운에 대해 떠오르는 바가 있었다.
아스카의 얼굴이 붉게 물들며, 새삼스럽게 자신의 뺨을 어루만지기 시작했다.
"아..핑크빛 기운은 본 적이 있었..."
"아스카..."
혼자 생각을 정리하던 아스카는 기절한 줄 알았던 치아키가 초롱초롱 빛나는 눈빛으로 (-_-?)
침대에 누운 체 자신을 올려다보고 있는 것을 깨닫고는 당황하며 외쳤다.
"아.. 치아키..정신이 들어..?"
다량의 기운이 일순간에 뿜어져나오며 비명을 내질렀던 치아키의 모습을 떠올려보며
걱정스럽게 치아키에게 말을 걸었고, 곧바로 치아키의 대답이 들려왔다.
"걱정해주는거야..아스카?"
땀이 송글송글 맺혀진 체 기쁘다는 듯 미소짓는 치아키의 모습을 보니
갑작스럽게 "치아키.. 예쁘다.." 라는 생각을 해 버린 아스카였다.
아스카와 치아키의 눈이 서로 마주쳤다.
치아키는 아스카의 눈에 무방비 상태로 누워있었고, 마음만 먹는다면 언제든 그녀를 덥쳐버릴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더더욱이 만월의 신비로운 달빛이 창가를 통해 치아키의 방안을 환하게 밝혀놓으니
분위기 또한 상당히 로맨틱해진 상황이였다.
"마치...누군가가 준비해놓은 무대위에, 서 있는 기분이 드는 군..."
오늘따라 생각이 많아진 아스카가 이런저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치아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스카.. 나 오늘...그..키스.... 첫키스...였어..."
수줍은 소녀처럼 붉게 물든 얼굴을 이불로 가리며 속삭이듯 외쳤지만, 치아키의 목소리는
또렷하게 아스카의 귀로 전해져왔다.
"아..." 또 다시 그녀와의 키스를 떠올리며 얼굴이 붉게 물들어진 아스카.
"..아스카.. 난.. 어려서부터.. 너에게 관심이 많았었어..."
"..........?"
여전히 이불로 얼굴을 가린 체 속삭이는 듯한 치아키의 목소리가 이어져 나오기 시작했다.
"..... 내 관심은... 사랑스러운 남동생을 향한 그런 관심이 아니었어...."
"............"
"...나...난... 널...여지껏.. 남자로서...이성으로...생각하고 있었어...."
".....치아키..."
어두워진 방안에 만월의 달빛이 투여되고 있어 방안은 상당히 환한 편이였다.
달빛이 들어오는 방안은 그 자체만으로도 신비스러운 분위기를 자아내었고
치아키의 입술에서 흘러나온 고백은 아스카의 마음을 거칠게 뒤흔들어 놓기 시작했다.
더더욱이 아스카가 치아키와 키스를 한 지 아직 하루도 지나지 않은 상황...
이불 속에 숨어있던 치아키의 얼굴이 이불 밖으로 모습을 드러냈고 그 순간 두 사람의 눈이 마주쳤다.
마주치는 두 사람의 눈빛 속에서 무언의 대화가 오고갔다.
그리고 치아키가 나지막하게 입을 열었다.
"키스해줘.. 아스카..."
"아아..."
이런 상황에서 키스해달라는 말은 곧 자신을 안아달라는 말과 같은 의미였다.
그 말을 듣자 정신이 아찔해지는 아스카는 제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신음에 가까운 대답을 내뱉었다.
"정말...괜찮은 거야..치아키?"
최후에 최후까지 남아있는 아스카 자신의 "이성과 양심" 이라는 방어막을 허물어뜨리기 위해
아스카는 나지막하게 치아키에게 되물었다.
그리고.. 치아키의 대답이 들려왔다.
"사랑해...아스카.."
승락도 거절도 아닌 엉뚱한 대답이였지만, 그 말만으로도 아스카에게는 충분한 답이 되었다.
아스카의 몸이 천천히 치아키의 몸에 다가갔다.
그의 입술이 치아키의 입술과 가까워지자 치아키는 살며시 두 눈을 감고 그의 입술을 맞이할 준비를 끝냈다.
침대 위에 걸터앉아있던 아스카의 몸이 빠르게 움직이며 그녀의 몸 위에 눌러앉게 되었고
그의 두 손이 아래에 깔려있는 그녀의 두 손을 살며시 짓누른 체
아스카의 입술이 치아키의 입술과 맞닿기 시작했다.
세번째 키스...!
첫번째 키스는 우연이었고, 두번째 키스는 실험이었다.
그리고 세번째 키스는...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고, 그녀 스스로가 원했던 입맞춤이었기에...
두 사람은 천천히..그렇지만 대담하게 서로의 입술을 탐닉하기 시작했다.
그의 혀가 그녀의 혀와 엉켜지며 서로의 타액을 교환하기 시작했고
무방비 상태의 그녀를 제압하고 있다는 정복감은 아스카의 몸에 다량의 아드레날린을 분비시켜
그의 페니스는 순식간에 발기하기 시작했다.
아스카는 그녀의 입술을 탐닉하다가 얼마 전의 일이 떠올라 살며시 그녀의 입술에서 자신의 입술을 떼어낸 후
그녀의 몸을 가리고 있는 침대 이불을 두 손으로 거둬내고 그의 쉐터에 머리를 비집고 파고들어
치아키의 가슴에 다시 한번 아스카의 얼굴을 들이대기 시작했다.
"이번에야 말로..." 그렇게 생각하며 천천히 그녀의 젖가슴을 유린하기 시작하는 아스카.
"어? 젖꼭지가 서 있네?"
놀랍게도 치아키의 젖꼭지가 딱딱하게 굳은 체 곧은 모습으로 서 있는 것을 발견한 아스카였다.
놀라움과 호기심을 느낀 아스카는 자신의 혀를 이용하여 그녀의 유두를 이리저리 짓누르기도 하고
입술을 이용해 살며시 깨물어보기도 하며 그녀의 체향을 맡으며 그녀를 유린해갔다.
"으음... 아스카...
사랑해..아스카..
날 안아줘...."
어렴풋이 들려오는 치아키의 신음소리와 환호성을 들으며 더욱더 대담해진 아스카는
충동적으로 그녀의 쉐터를 벗겨내기 시작했다.
브래지어가 뜯겨져 나갔기 때문에 쉐터가 벗겨진 치아키는 순식간에 상반신이 전라의 몸이 되었고
달빛에 비춰진 치아키의 모습에 욕정을 느낀 아스카는 흥분하며
그녀의 바지를 벗겨내기 시작했다.
"아....이건..."
바지가 벗겨져 내려가고, 그녀의 분홍빛 팬티가 아스카의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아스카의 눈에 들어온 것은...
"물?"
그녀의 팬티 사이로 애액이 흘러넘쳐 그녀의 다리를 지나 침대를 적시고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아직까지 여체를 경험해보지 못한 아스카에게 치아키의 모습은 매혹.. 그 자체였다.
"치아키...!!"
그렇게 말하며 자신의 옷을 순식간에 벗어던진 아스카는 팬티만 입은 체로
역시나 팬티 하나만 걸친 체 침대 위에 누워있는 치아키에게 다가가 그녀를 꽈악 껴안기 시작했다.
그녀 역시 아스카의 몸을 거부하지 않고 기다렸다는 듯 그의 몸을 껴안아왔다.
두 사람은 짧게 여러번 입맞춤을 나누었고, 서로를 껴안은 체 서로의 체향을 느꼈다.
그렇게 부둥켜안으며 침대 위에 누워있은지 얼마 지나지 않았을 때,
문득 아스카는 생각했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오늘의 치아키는 이상해..."
다시 한번 떠오르기 시작한 의문은 꼬리에 꼬리를 물어 이어져 내려오기 시작했다.
"핑크빛 기운은...분명... 내가 그녀에게 키스를 할 수 있도록 그녀를 이상하게 만들었던 기운..."
의문은 많아졌고, 의문의 수가 많아질 수록 그녀의 몸을 껴안고 있는 아스카의 정신은 점점 맑아지고 있었다.
그는 방금 전 자신이 품었던 의문을 되새겨보았다.
"[마치...누군가가 준비해놓은 무대위에, 서 있는 기분이 드는 군...]"
그 생각이 다시 떠오르는 순간.. 쾌락을 추구하던 아스카의 정욕은 순식간에 사라졌고,
그의 머리는 차갑게 식어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의 등뒤에 땀이 베어나오며
등골이 오싹해지기 시작했다.
"과연...지금 내가 껴안고 있는 사람이 내가 알고 있는 ... 치아키인가.."
아스카의 의문이 가장 원초적이자 최종적인 질문을 내뱉었다.
그리고 13년간 그녀를 누구보다도 가깝게 지켜보았던 가족으로서...
엊그제 이상한 사고를 당해 팬던트를 얻게 된 남자로서...
그의 본능은 지금 이 상황을 냉정하게 분석하기 시작했고 마침내 본능이 그에게 대답을 주었다.
"아니야... 지금 나와함께 침대위에 누워있는 사람은 절대 치아키가 아니야..."
소제목 : 달의 요정 세일러문?
등골이 오싹해지고 흥분의 절정에 도달해있던 아스카의 뜨거운 정욕이 빠른 속도로 식어가기 시작했다.
이러한 아스카의 변화를 눈치챘는지, 치아키가 아스카의 귓가에 속삭이듯 말을 내뱉었다.
"..아스카.. 어서 날 안아줘..."
불과 1분여초 전까지만 해도 이 말에 더욱더 흥분했을 아스카였지만, 지금은 눈앞에 귀신이라도 본 사람처럼
흥분되기는 고사하고 섬뜩한 전율만이 아스카의 몸을 뒤흔들었다.
"..............."
"..............."
로맨틱한 만월의 달빛이 머무는 방안에 어색한 침묵이 감돌았다.
두 사람은 그렇게 한동안 오고가는 대화가 끊어지며 침묵 속에서 서로의 체향만을 맡고 있었다.
그리고 잠시 후, 아스카가 생각하기 싫었던... 우려했던 현실이 다가오는 듯 했다.
아스카의 귓가에 나지막하게 치아키의 목소리가 속삭여들어왔다.
"....눈치챈거야?....아스카?...."
심증만 있고, 물증이 없던 아스카의 의혹은 방금 전까지 수줍은 소녀마냥 얼굴을 붉히던 치아키의 목소리에서
감정이 느껴지지 않는 인형같은 목소리가 흘러나옴으로써 확증이 되어버렸다.
그와 동시에 섬뜩한 소름을 느끼며 재빨리 그녀에게서 몸을 빼내어 침대 밖으로 튕겨져 나가듯 움직이는
아스카...
"...넌 누구지?..."
침을 꿀꺽 삼키며 눈 앞의 치아키에게 질문을 내뱉었다.
"...치아키는 슬퍼... 아스카는 치아키를 모르는 거야?.."
어린 아이가 아양떠는 듯한 치아키의 목소리에 잔뜩 긴장해있던 아스카는 당혹스러움을 느꼈다.
"......넌... 치아키가 아니야..."
"...치아키는...치아키인 걸.....설마 내가 귀신같아보여?..."
너무도 쉽게 답하는 치아키의 모습에 아스카는 혼란스러움을 느꼈다.
분명 눈앞의 치아키에게서는 치아키의 목소리가 들리고, 치아키의 체향이 느껴지고, 치아키의 몸을
만지면 그녀의 촉감이 느껴졌었다.
"...역시.. 아스카를 눈여겨 본 보람이 있다니깐..."
".........?"
갑작스럽게 장난끼 어린 눈빛으로 빠르게 말을 내뱉는 치아키의 변화에 당황한 아스카는 아무런 말도 내뱉지
못한 체 그저 치아키가 하는 말을 듣고만 있었다.
"....내가 말실수를 조금 하기는 했었지만...
이렇게까지 무방비 상태로 유혹해오는 여자애를 품에 안지도 않다니... 정말...너란 인간은 정말 재미있어..."
"........"
"그렇게 긴장하지는 마.. 내가 널 어떻게 해하려는 것도 아니고..
내가 널 해하려고 마음먹는다면 지금 당장이라도 못할 건 없다구..."
"........."
그녀의 말을 차분히 들으면서도 아스카의 머릿속은 빠르게 회전하기 시작했다.
"역시.. 치아키가 아니야.. 그럼.. 팬던트인가?..."
"..아잉... 팬던트라니...내가 겨우 그따위 물건으로밖에 안 보이는 거야? ...정말 너무해..ㅜ.ㅜ "
어찌보면 어린 아이가 응석부리는 것 같기도 한 말투였지만, 듣고 있는 아스카로서는 정말
자극적이고, 아찔한 느낌을 받고 있었다.
성숙한 여인이 눈앞에서 전라에 가까운 모습으로 애교를 부리고 있는 모습이라니..
더더욱이 그 상대가 치아키라니...아니..치아키의 모습을 하고 있다니...
그리고.. 약간의 두려움이 그의 마음을 뒤흔들었다.
"설마.. 내 마음을 읽는 건가..."
"맞아...역시나 생긴 것도 그렇지만 머리 돌아가는 것도 정말 마음에 드는 인간이라니깐..."
그렇게 말하며 치아키는 침대에서 빠져나와 몸을 일으키더니 천천히
방문쪽으로 걸어가기 시작했다.
"잠깐만 기다려줘.. 아스카군!"
"....."
꿀먹은 벙어리마냥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체 그녀의 모습을 지켜보고만 있던 아스카를 뒤로한 체
치아키는 옆방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그곳은... 치아키 전용 옷방인데..."
평소 예쁜 옷을 사서 입는 것에 관심이 있던 치아키는 따로 방 하나를 자신의 전용 옷방으로 만들어
그곳에 모든 옷을 보관하고 있었는데...
자연스럽게 그곳으로 가는 것을 보니... 치아키가 맞는 것 같기도 하고..아닌 것 같기도 했다.
그때 멀리서 치아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렇게..긴장하지 말고 침대에 앉아서 쉬고 있으렴..!"
평상시와 다름없는 치아키의 말투다.
그 목소리에 조금은 안도를 느끼며 치아키의 침대에 걸터앉았다.
"치아키가 알면 화낼텐데..."
간혹 그녀의 침대에서 잠을 자는 그를 보면 무척 화를 내는 치아키였다.
그녀의 모습을 떠올려보니.. 자신도 모르게 씁쓸한 미소를 짓게 되는 아스카.
"...아직..여자애 마음을 모르는구나?"
"......?"
옷을 갈아입었는지 목소리는 점점 가까워지고 있었다.
그리고 곧 원피스 차림의 잠옷을 입고 있는 치아키가 나타났다.
"...그...옷은...?!"
"아..기억하고 있었네? 맞아.. 3년 전 치아키의 생일날에 아스카가 선물해줬던 옷이야..."
치아키에게 처음으로 뺨을 맞은 그 날로부터 몇 일 후, 치아키의 생일이 돌아왔고
그녀를 놀래켜 줄 생각으로 속이 다 내비춰지는 투명한 잠옷을 선물해줬던 아스카였다.
그는 자신이 선물해줬던 그 옷을 치아키가 버린 줄 알고 있었기에
투명한 원피스를 입고 있는 치아키를 보고 깜짝 놀라고 있었다.
"...치아키는 아스카가 자신의 침대 위에서 잠드는 것을 싫어하지 않아...
오히려 부끄러워서 아스카에게 화나는 척 연기를 하는 것 뿐이지..."
"...연기?..."
"바보... 이런 쪽으로는 둔하구나.. 하긴...날 안지 않은 것만 봐도 대충은 짐작이 가지만..."
혼잣말 치고는 대단히 큰 목소리였기에 그녀가 하는 말은 또렷하게 아스카의 머릿속에 들려왔다.
"아스카가 장난으로 사준 이 옷을 소중히 간직하고 있는 것만으로도
아스카를 향한 치아키의 애틋한 마음을 조금은 짐작할 수 있지 않아?"
"...... 치아키의 목소리를 내뱉으면서도 치아키가 아닌 것처럼 말하네?..."
점점 그녀에게 압도되고 있다는 것을 느끼며 분위기를 바꾸기 위해 질문을 내뱉는 아스카였다.
그런 그의 질문에 눈을 휘둥그레 뜨며 속삭이듯 말했다.
"...치아키가 아니라고 생각했으면서 이제와서 치아키라고 생각해주는 거야?.."
"..........."
아무래도...대화로 그녀를 이길 수는 없을 것 같다고 생각한 아스카는 곧바로 침묵을 유지하기 시작했다.
"뭐~굳이 할 말이 없다면...시간도 많으니 이제부터 오붓하게 앉아서 오누이끼리 대화를 나누기로 할까?.."
책상 아래에 있는 컴퓨터용 의자를 끌고와 침대에 걸터앉아있는 아스카로부터 두어걸음정도의 거리까지
다가온 치아키가 의자에 앉아 반짝이는 듯한 눈빛으로 이야기를 꺼내기 시작했다.
"..너 ..정말 특이한 인간이구나..?!.."
"...........??"
갑작스럽게 치아키의 입에서 내뱉어진 감탄사에 어리둥절해진 아스카는 말 뜻을 이해하기 위해
빠르게 머리를 굴리기 시작했다.
"..내가 수 백년동안 인간들의 영혼을 지켜보며 인간들을 관찰해봤지만... 너처럼 특이한 인간은 처음이야..."
"...수 백년.... 분명 작가는 팬던트가 생겨난 때로부터 그렇게 오랜 세월이 흘렀다는 내용은 없었던 것 같은..."
"..-_-;; 글쓴이야 자기가 아는 범위내에서 그렇게 글로 표현했을 뿐이지....
글쓴이가 더 잘알겠어? 당사자가 더 잘알겠어?"
"그거야...역시...글쓴이가..."라고 생각하다가 문득, 분노의 오로라를 내뿜는 치아키의 눈빛을 확인한
아스카는 얼른 말을 바꿔 대답하기 시작했다.
"물론... 당사자가 더 잘 알겠지..."
그 말에 만족한 듯 살포시 눈을 감고 미소짓는 치아키의 모습에 아스카는 알 수 없는 묘한 감정을
느끼고 있었다.
"헤에......내가 유혹할 때도 넘어가지 않더니만.. 치아키가 웃는 모습에는 너무도 쉽게 흔들리네?.."
마치 새로운 사실을 발견해낸 어린 아이마냥 기뻐하는 치아키.
"넌...팬던트....가 아닌가?"
아스카는 정색하며 조금 사무적인 톤으로 질문을 내뱉었고, 그의 말이 끝나자마자
별로 기분 좋지 않은 듯한 치아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팬던트는 무슨... 날 뭘로 보고 그런 쇠붙이따위라고 생각하는 거야..."
"....팬던트가 아니면....도대체..."
가볍게 의문을 품기 시작한 아스카에게 치아키가 대답했다.
"아스카가 알기 쉽게 설명하자면..나는 요정...혹은 정령이라는 존재야.."
치아키의 대답에 아스카는 그 말 뜻을 되새겨보기 시작했다.
"요정...정령..."
최고관리자
가입일 | 2016-08-11 | 접속일 | 2024-11-0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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