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꾸세 히로시(岳瀨 浩司)
이글의 저작권은 저적으로 이 작가분에게 있습니다.
전 이 글을 번역기로 돌려 올리는 것이니 틀린 부분이 있어도 오해마시길..
주의: 이글은 sm물입니다. 이런 부류에 혐오감을 느끼시거나, 부담을 느끼시는 분들은 읽지 마시길.
그리고 글은 단지 글입니다. 현실과 허구를 구분하시는 독자님 들이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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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장 악몽의 프롤로그
(위----잉, 위-----잉, 위 ---)
멀리서 바람이 부는 듯한 소리가 들려온다...
어디로부터 흘러오는 것일까. 흐릿하게 떠오는 따뜻한 공기는 곧 맨살에서 쏘옥하고
땀이 날 정도다.
(너무 숨막혀... 게다가 왠지 몸이 지독히 무거워...)
그러나 이것뿐 오감이 확실히 느끼는데 손끝조차 움직일 수 없다. 눈을 뜨는 것조차
불가능한 것이다.
오렌지색으로 흔들리는 등불이 흐릿하게 비쳐 멀리만 느껴진다...
(여기는 대체 어디지? 왜 몸이 말을 안 듣지...?)
마음 속으로 자문해 봐도 제대로 생각이 안 난다. 이 곳의 열기 탓이다. 의식과 감각
이 소생한 지금도 머리 일부가 하얀 안개 같은 것에 덮여 있는 느낌이다.
그러나 자기 몸이 놓여 있는 상황은, 너무나도 상식적으로는 생각할 수 없다. 의복을
전혀 몸에 걸치고 있지 않은 것이다. 그것도 끈 같은 것으로 수족이 묶여 신체를 대자
로 하여 누워 있다. 짚 위에 직접 몸을 놓고 있는 것이 확실히 등을 통해 전해온다.
(이건 대체 어찌 된 거야? 왜 내가 이런 모양이 되어 있어야 하니?)
정신이 든 소녀의 의식에 오감에서 전해지는 정보가 엇갈려 공포를 일으킨다---. 그
러나 외치고 싶어도 목소리가 나오지 않는다...
그 때였다. 짚을 밟는 소리가 있어 "뭔가"가 다가오는 낌새가 있었다...
마침내 목에 일순 바늘 같은 것이 찔러졌다. 하지만 그다지 아픔은 느껴지지 않는다.
잠시 후 그렇게도 무거웠던 눈꺼풀이 열리게 되었다. 열려진 가련한 커다란 눈동자가
한순간 눈부신 빛에 마주쳤다. 그래도 필사적으로 눈을 모아 주위 상황을 살피려 하자
마침내 광원의 정체가 확실해졌다. 촛불의 불꽃이었던 것이다!
마침내 신체에도 힘이 들어가게 되었다. 그러나 역시 팔다리는 꽉 구속되어 있다. 움
직일 수 있는 것은 얼굴 얼굴뿐이다.
두리번거리며 주위를 살필수록 자신에게 익숙하지 않은 장소인 것에 불안해질 뿐이다.
---목조의 낡은 방... 게다가 좁고 천장도 낮다. 창도 보이지 않는다... 마치 물건 놓
는 작은 방이나 동물 우리에라도 있는 것 같은 착각조차 든다...
대체 왜 자기가 이런 장소에 감금되어 있는 걸까, 머리속 일부가 멍해서 아무래도 전
후 기억이 나지 않는다. 결국 그녀는 비통해졌다....
"어째서지... 누구... 누가 좀 살려줘..."
마침내 움직이게 된 입으로 그렇게 웅얼거리는 소녀의 목소리에 쉰 남자의 낮은 목소
리가 대답했다.
"정신드신 것 같군요, 사라공주님, 훗훗훗---"
그렇다. 이 감금된 소녀야말로 로이타 왕국의 공주, 고쟌 사라왕녀였던 것이다.
아무 예고도 낌새도 없이, 갑자기 가까이에서 울린 목소리를 듣고 사라공주의 눈동자
에는 공포가 깃들었다. 곧바로 소리가 들린 자기 발쪽으로 얼굴을 향한다---.
촛불이 닿지 않는 어둠침침한 방구석에 뭔가 꿈틀대는 물체가 존재하는 것을 알아챘다
. 아니, 그것은 인간이다! 나체가 되어 초로의 남성이 책상다리를 하고 앉아 있었던
것이다!
"힉---!"
사라공주는 날카로운 비명을 올렸다. 남성이 느릿느릿 일어난 것이다. 그 모습을 본
사라공주는 경악하지 않을 수 없었다. 상반신일 뿐인가, 하반신도 나체였던 것이다.
그런 노인이 돌연 가랑이 사이에 검은 빛을 띤 축 늘어진 것을 덜렁거리며 소녀 곁에
다가온 것이다.
"시,싫엇!"
공포에 질려 짧은 비명을 지르는 사라공주는 자기도 모르게 얼굴을 돌려 눈을 꽉 감았
다. 전라의 소녀 전신은 덜덜 떨고있다. 그런 겁에 질린 소녀에게 기분 나쁜 노인은
비열한 느낌이 도는 쉰 목소리로 말을 건다---.
"사라공주님, 오랜만이옵니다. 그럭저럭 4년만인가요. 벌써 저를 잊어버리셨나이까,
훗훗훗---"
그 목소리에 사라공주는 놀랐다. 남자 얼굴을 확인하려고 조심조심 얼굴을 정면으로
향한다.
"그,그레이르 아닙니까!... 이건 대체 어찌 된 겁니까! 게다가 그런 나체로 내 앞에
나타나다니 무례하오! 이 끈을 당장 풀고 나를 풀어요!"
사라공주는 어쩐지 이 노인을 알고 있는 듯 하다. 전라인 채 누워 게다가 대자가 되어
바닥에 깔려있는 짚 위에 고정되어 정신을 잃을 정도로 부끄러운 모습을 하고 있으면
서도 그녀는 당당한 태도를 보이려 날카로운 시선으로 노인의 얼굴을 노려보며 강한
어조로 그렇게 쏘아붙였다.
신하 앞에서는 언제나 의연하게 행동하는 성격은, 아마도 국왕인 아버지에게 물려받은
것이리라. 아직 어쩐지 어린 티가 남은 얼굴과 닮은, 어색함이 떠도는 귀여운 목소리
였지만 한 점의 흐림도 없는 투명한 눈동자로 쏘아보면서 이렇게 엄하게 질책 당해서
는 어지간한 이 그레이르라는 노인도 다소 당혹해 버린 것 같다.
"으-음, 매섭게도 말씀하시는군요..."
백발이 섞인 반대머리를 긁적긁적하면서 전라의 노인은 머리를 숙였다. 뭔가 혼잣말을
지껄이는 모양이지만 사라공주에게는 전혀 들리지 않았다. 방 밖에서 들려오는 심한
바람소리에 노인의 낮은 소리가 간단히 지워져 버리기 때문이다. 그것이 한층 소녀의
마음을 불안하게 한다. 뭐라 말을 할 수도 없고 그레이르의 모습을 다만 바라볼 뿐이
다.
눈앞에 앉아 있는 노인은 이미 70에 가깝다. 엷은 머리털에다 백발이 많이 섞여 있다.
전신에 기미나 주름이 잔뜩 있어 이제 수명도 다해 가는 용모다. 거무스름하게 건강
하지 못한 듯한 황토색 피부에 얼굴만이 이상하게 기름기가 흐른다. 마치 무엇부터 무
엇까지 모두가 젊고 피어나기 시작하는 16세의 사라공주와는 완전히 대비되고 있다.
실은 이 그레이르란 노인, 머나먼 왕가의 친척이다---요컨대 귀족이다. 그러나 귀족이
라고는 해도 그의 경우, 현 국왕과의 혈연관계가 7등급 이하로 가장 낮은 작위이기 때
문에 귀족특권은 거의 없고 근로에 의해 출세하지 않으면 안 되는 입장이다. 그러나
그는 의학 분야에서 그 이름을 떨쳐 그 의술 솜씨는 로이타에서 제일이라 인정받을 정
도로 우수해서 나의 최고의료기관인 "왕립병원"원장으로 일할 정도였다. 게다가 오랜
세월 왕궁 의무국장으로 근무하고 있다. 요컨대 제이바하 왕가의 주치의인 것이다. 그
리고 그의 외아들인 케베르는 국왕친위대 대장으로 근무하여 많은 병사들을 지휘하는
입장에 있다. 어느 쪽이나 사라공주의 아버지인 고쟌8세에 의해 등용되었던 것이다.
요컨대 제이바하 왕가에 있어서는 아비 자식 모두 가장 중요한 존재이며 그 신뢰도 높
은 것은 다른 작위 높은 귀족들과 비교해 결코 뒤지지 않을 만큼 두터웠던 것이다.
실은 사라 자신도 어릴 적부터 이 그레이르의 진찰을 받으며 자랐던 것이다. 어릴 적
사라는 매일 행해지는 건강진단 후 자주 이 의사가 놀아주었다. 그러나 이윽고 나이가
찬 그녀는 정기적으로 행해지는 그레이르의 진찰을 거부하게 되어 갔다. 가끔 느끼는
그레이르가 자기 나체를 핥는 듯한 시선에 저항을 느끼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마침
그 무렵 그녀는 첫 월경을 하기도 해서, 진찰은 왕비 전속 여의사가 하게 되었다. 그
이후 사라는 왕궁에서 그레이르와 얼굴을 한번도 마주치지 않았다. 그레이르가 말한
대로 그때부터 4년 가까운 세월이 지난 것이다.
"왜 내가 이렇게...? 여기는 대체 어딥니까!"
가슴에 치밀어 오르는 불안이 둑이 터지듯 폭발해 달달 떨면서 사라공주는 머리를 숙
인 채인 그레이르에게 금방이라도 울 듯한 목소리로 다그쳤다.
"여기는 위성 코브라에 있는 제 비밀 연구시설입니다. 환영합니다 사라공주님, 큭큭큭
---"그렇게 말하며 노의사가 얼굴을 천천히 들었다.
"코브라라고요? 말도 안 돼..."
소녀는 말을 잃어 버렸다. 아마 자기가 정신을 잃은 사이에 행성 로이타로부터 위성
코브라에 끌려온 듯 하다.
(대체 어째서, 이런 변두리별에...?)
사라공주는 복잡한 표정을 지었다.
"코브라"는 행성 로이타의 유일한 위성으로, 지구로 치면 "달"같은 것이다. 그렇지만
이 코브라라고 하는 우성에는 로이타와 마찬가지로 대기와 물이 존재한다. 그러나 화
산이 많아 기온과 습도가 높아서 후끈후끈 무덥고 그다지 인류가 옮겨 살기에는 알맞
지 않다. 물론 그런 환경 하에 다른 생명체도 번성하고 있지는 않다. 요컨대 이 코브
라는 무인 위성인 것이다. 그레이르가 이런 변두리별에 비밀 연구기관을 가지고 있으
리라고는 누구도 알지 못하리라. 게다가 로이타로부터 코브라까지는 행성과 위성이 가
장 근접한 경우에도 광속정(스타쉽)을 사용해도 이틀 꼬박 걸리는 것이다. 게다가 크
기는 로이타의 약 4분의 1에 지나지 않는 위성이지만 중력은 로이타의 약 2배에 달한
다. 당연히 화사하고 자그마한 사라공주가 신체를 무겁게 느낄 터였다. 사라공주는
위성코브라의 환경에 대해 그 과중력상태의 사실만은 전혀 몰랐던 것이다.
"어째서 코브라 같은 데..."
그렇게 중얼거리는 사라공주는 의식을 잃어버리기 이전의 일을 생각해 내려고 먼 곳을
바라보며 열심히 기억의 끝을 더듬기 시작했다. 그러나 역시 이런 상황에 빠지기 전
의 중요한 기억이 아무래도 생각나지 않는다... 한 그 순간 예고도 없이 돌연 방심한
사라공주의 몸을 향해 그레이르의 주름투성이 손이 뻗쳐 그녀의 맨살을 징그럽게 문지
르기 시작했다!
"시,싫엇! 하지마욧, 그레이르! 무례하게, 안 되요, 웃, 싫어어엇----"
불의의 침입에 소녀의 신체가 물러서려 한다. 그러나 손발을 대자로 고정 당해 버려서
는 도저히 저항할 수 없다. 모든 것은 노인의 손바닥 맘대로 이다.
"우웃, 싫어엇!"
사라공주의 풋풋한 지체가 휘어져 물결친다. 노인의 손바닥이 전신을 더듬는 너무나
징그러운 감각에 소녀의 섬세하고 비치는 듯 하얀 맨살에 소름이 끼친다. 그래도 그레
이르의 손바닥은 쉬지 않고 사라공주의 풋풋한 신체를 계속하여 맛본다.
"4년전까지는 아직 어린아이였는데, 잠시 뵙지 못한 사이 이렇게 부풀어... 사라공주
의 신체도 상당히 어른스러워졌습니다요. 역시 이렇게 크기까지 성장과정을 이 눈으로
계속 관찰하고 싶었습니다. 아니, 그건 이제부터라도 늦니 않았습니다, 힛힛힛---"
그레이르는 핥는 것 같은 음란한 눈초리로 사라공주의 풋풋한 육체를 구석구석 관찰하
면서 중얼거렸다. 그런 말을 듣고 즉시 소녀가 이전부터 품어온 "어떤 의심"이"확신"
으로 변화한다.
《---역시 전부터 이 의사는 나를 진찰하고 있을 때 음란한 눈초리로 내 몸을 보고 있
었어!》
"그러나 15세로 이렇게 요염해지시리라고는, 이제부터 기대됩니다... 역시 왕비님처럼
그렇게 요염하게 성장하시는 걸까요, 힛힛힛---"
몸의 털도 곤두서는 그레이르의 손바닥 감촉에 필사적으로 저항하는 사라공주였지만,
왠지 그런 그레이르의 말에 뭔가 걸리는 것이 있었다. 아무 의미도 없다고는 알지만,
이 비겁한 노인에 대한 반항심이 그녀의 입을 자연스럽게 열게 한 것이다.
"웃, 나는 이제 15살입니다! 이미 16살이 되었습니다. 쿠우웃---!...!?"
자기 입에서 튀어나온 그 말에 사라공주의 뇌리에서 뭔가가 퉁기듯 떠올랐다.
(그래! 나는 16살의 생일을 맞았어, 그래서 미쉘님과...!)
지금까지 머리 한구석을 덮고 있던 하얀 안개 같은 것이 일순간에 사라져간다---. 그
리고 마침내 사라공주는 생각이 났다. 이 변두리 위성에 끌려오기까지의 기억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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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날은 소녀에게 있어 최고의 행복과 기쁨으로 가득한 날이었다---.
16살의 생일을 맞은 그 날 저녁, 사라는 어릴 적부터의 약혼자였던 미쉘과 실로 7년만
의 재회를 했던 것이다. 마침내 소녀는 어릴 적부터 꿈꾸어 온 사랑하는 젊은이와의
결혼을 하게 된 것이다.
7년 만에 대면한 미쉘은 사라가 생각하며 그린대로, 아니 그 이상으로 늠름하고도 당
당한 젊은이로 성장하여, 그녀의 마음을 격하게 감동시켰다. 키는 그녀보다 훨씬 크고
, 체격도 왕궁경호를 하는 병사들을 누를 정도로 훌륭했다. 무엇보다 그녀에게 있어
추억 깊었던 그 빛나는 듯한 시원스런 웃는 얼굴은 예전과 조금도 변함 없었던 것이다
.
"...미쉘님... 사라는 이날이 오기를, 내내 꿈꾸며 지내왔습니다...."
커다란 눈동자를 적시면서 만감에 차서 입을 연 그녀의 목소리는 어디까지나 얌전했다
.
"저도 그래요, 사라공주... 하지마 이렇게까지 아름답게 되셨으리라고는... 마치 어릴
적의 말괄량이가 거짓말 같아요"
미쉘 역시 사라공주의 성장한 모습에 기쁨과 감동을 감출 수 없다. 둘은 국왕과 왕비
앞임에도 불구하고 오랜만의 재회에 감격해 버려 뜨겁게 바라볼 뿐 아니라 마침내는
꽉 껴안아 버렸다. 젊은 두 사람에게 7년의 세월은 그렇게나 긴 시간이었고 상대를 생
각하는 기분을 더욱 크게 했던 것이다.
오늘 밤부터 둘은 떳떳하게 부부가 되는 것이다. 사라공주는 얼마나 이 날을 맘에 품
었으며, 그리고 얼마나 신체의 준비를 해 온 것이랴.
실은 로이타에서는 옛부터의 관습에 따라, 친족을 모은 결혼식 같은 것은 일체 행해지
지 않는 것이 보통이다. 남녀의 살섞기(맺어짐) 자체가 결혼의 서약이라 간주되는 것
이다. 왕가도 그것은 예외가 아니다. 따라서 둘의 결혼 사실은 초야를 무사히 끝낸 다
음날, 널리 국민에게 발표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 요컨대 둘이 함께 살기 시작해 침실
을 함께 하고부터 부부로 인정받게 되어 있는 것이다.
사라공주와 미쉘이 부부가 된 것을 주위 사람들이 인정해 주기 위해서는, 사라공주의
처녀가 미쉘에 의해 뚫렸다는 것을 보이는, 파과의 선혈이 스며든 하얀 시트를 국왕인
아버지에게 보일 뿐인가, 널리 국민 앞에 보이지 않으면 안 된다. 그리고 그 시트를
미쉘과 함께 들고 사라공주는 태어나 처음으로 많은 민중 앞에 그 아름답고 가련한 모
습을 보이는 것으로 되어 있다.
"서방님"을 받아들인 증거가 스며든 시트를 가지고 많은 국민 앞에 서다니, 사라공주
에게는 정신을 잃을 정도로 부끄러운 일이기는 하다. 그러나 그것이 왕가에 전해오는
전통인 것이다. 그리 하지 않으면 젊은 두 사람의 결혼은 주위의 어른들에게 인정받지
못할 뿐 아니라 마침내는 미쉘의 왕위계승권 문제에까지 미치게 되는 것이다. 사라공
주로 보자면 역시 주위의 축복을 받아 두사람의 끝을 단단히 하고 싶었다. 그래서 사
라공주는 오늘이라는 날을 맞기 상당히 이전부터 그런 풍습의 존재를 확실하게 받아들
일 마음의 준비를 끝내놓고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또 하나 중요한 문제가 있었다. 사라공주 신체의 발육상황이다. 비록 사라공주
의 나이가 16세에 달했다지만 신체가 어린이인 채라면 미쉘과 육체적으로 묶여지는 것
은 우선 불가능해진다. 다만 몸집이 작고, 아직 그 신체가 발육도중에 있는 사라공주
에 있어서는 그것이 첫째가는 걱정거리였던 것 같다.
그러나 사라공주는 어여쁜 노력을 주위에 보여주었다---.
학교에 다니지 않는 사라공주가 자기 몸의 성장이 다른 소녀들에 배해 늦은 것을 알아
챈 것은 12살이 되고부터였다. 어머니 티세라도 작은 몸집에 성장이 늦었던 것에 비하
면 그녀는 훨씬 발육이 좋은 쪽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소녀는 비교할 상대를 잘못 고
른 것이다. 왕궁에서 일하는 20세 전후의 요염함을 띤 여성들과 자기 몸을 비교한 것
이니 아무래도 자기 몸이 유치하게 비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래서 소녀는 아직 첫 월
경도 하지 않았는데도, 열심히"다 큰 여자"로서의 육체미를 얻으려 했던 것이다. 그렇
게나 싫어하던 우유를, 신장도 늘리고 가슴도 키우게 된다고 알게 되자, 하루에 세 번
이나 마시려고 했다. 수면시간을 오래 가지는 것이 성장을 빠르게 하는 비결이라 듣자
어쨌든 많이 자려고 작정했다. 그 처녀의 마음씨라니 정말이지 어여쁠 뿐이다.
그런 노력의 보람이 있어 사라공주의 육체는 16살로서는 어지간하다고 할 정도로 발육
되어, 오늘이라는 어릴 적부터 오래오래 기다려온 중요한 날을 맞을 수 있게 된 것이
다. 아름다운 공주에게 이렇게까지 사랑 받을 뿐 아니라, 차기국왕의 자리가 약속되어
있는 미쉘에게는 이제 와서 "행운아"따위의 말로 치울 수 없는 주위 귀족들로부터의
격렬한 질투조차 불러일으키고 있을 정도다. 그러나 서로 사랑하는 젊은 두사람에 있
어 국왕의 자리도 공주의 입장도, 상대를 생각하는 뜨거운 정열 앞에는 몸을 꾸미는
도구조차도 되지 않았다. 어쨌든 이렇게 재회할 수 있는 것. 그리고 무엇보다 이제부
터는 내내 함께 있을 수 있다는 기쁨 외에 뜨겁게 껴안은 젊은 두 사람의 마음속에는
아무 것도 없었던 것이다.
그리고 마침내 그런 사라공주가 16년 간 소중히 길러온 모든 것을 미쉘에게 맡길 때가
찾아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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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공주의 16세 생일과 미쉘의 성인을 축하여 집행된 만찬은 이제 곧 끝나려 하고 있
었다. 이것은 사라공주에 있어 국왕과 왕비의 "딸"로서의 마지막 저녁식사이기도 하다
.
은은한 분위기에 싸여진 만찬이었지만, 끝이 가까와짐에 따라 점점 사라공주의 아버지
인 고쟌8세의 표정은 어둡게 가라앉아 갔다. 게다가 그다지 식욕도 없는 듯 나오는 요
리 대부분이 손도 닿지 않은 채 남아 있다. 실은 그는 가급적 즐거운 척하려고 거의
식사도 하지 않은 채 발포주(샴페인)만 마시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처음에는 밝은 척 한 그였지만 취하면 취할수록 마음 속에 감춘 감정이 흘러
넘쳐 버린다... 딸을 다른 남성에게 빼앗긴다니, 말할 수 없이 분한 것이다.
무리도 아니다. 이렇게나 아름다운 공주로 성장한 단 하나의 딸이 오늘 밤 다른 남성
의 아내가 되는 것이다. 뭐라 할 수 없는 애절함이 가슴속에 끓어 넘친다... 그렇다고
해서 고쟌8세는 결코 미쉘을 인정할 수 없다는 것은 아니다.
(이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외동딸 사라의 남편으로서 또 차기 로이타 국왕으로서 눈
앞의 미쉘이란 젊은이는 아마 달리 찾아도 없을 늠름하고도 호쾌한 청년이다--- 아니
어릴 적부터 이 젊은이는 뭔가 사람을 끌어당기는 매력이 있어 로이타의 차기를 짊어
질 인물로 성장하리라는 편린을 어쩐지 띠고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그의 부친인
비슈타르크 후작의 제안에 찬동해 그와 아직 어린 익애하는 외동딸의 약혼을 인정한
것이다.--- 역시 내 선견지명은 틀리지 않았다...)
그건 그렇다 해도 그에게는 기쁜 일이다. 그것도 오랜 세월 젊은 두 사람이 서로 그리
워하고 있던 것도 그는 충분히 이해하고 있었다. 그러나 자기 맞은 편에 앉아 있는 딸
의 빛나는 듯한 눈부신 웃는 얼굴은 참으로 행복의 절정에 있는 것같은 부친인 자기에
게도 지금까지 보인 적이 없을 정도로 대단한 것이며 곁에 앉은 미쉘을 바라볼 때의
딸의 촉촉하게 젖어 빛나는 눈동자를 보고 있자니 부친인 고쟌8세는 딸의 마음 속에는
이미 자기 자리가 없음을 싫을 정도로 깨달아 버리는 것이다.
말할 수 없는 상실감이 그의 마음에 왕래하여, 마침내 말도 없이 어떻게 해서든 그런
딸의 얼굴을 쓸쓸히 계속 바라보아 버린다...
"어머, 아버님. 왜 그러세요?"
문득 테이블을 끼고 앉은 부친의 쓸쓸해 보이는 시선을 알아채고 사라공주는 이상하다
는 듯 부친에게 묻는다. 하지만 정신을 차린 그는 딸의 부름에 놀란 듯이 당황하여 자
기도 모르게 시선을 숙여버렸다.
"아,아니, 아무것도 아니다. 단지..."
언제나 늠름한 아버지답지 않게 기운 없는 태도에 딸은 걱정스러운 듯 아버지 쪽을 바
라보며 묻는다.
"어쩐 일이세요?... 설마 몸이라도 편찮으세요, 아,아버님!"
그렇게 말한 사라공주는 곧 울 것같은 표정을 보였다.
"아, 아니아니, 그렇지는 않다"
딸의 너무나 터무니없는 물음에 부친은 놀라 허둥대듯이 부정하지만 이미 딸의 눈에는
눈물이 고여버렸다.
(역시 이런 기분은 감출 수 없는 모양이군...)
쓸데없는 걱정을 시킬 정도라면, 하고 고쟌8세는 부끄러운 듯 얼굴에 손을 대면서, 후
웃 가슴속을 털어놓기 시작했다.
"사라도 오늘부터 한 사람의 여성이 된다 생각하니, 기쁘기도 하고 쓸쓸하기도 하고..
. 음, 이건 아빠의 제멋 대로인 생각인가..."
"아버님..."
거기 있는 것은 언제나 의연한 아버지가 아닌 것을, 딸은 확실히 깨달았다. 그리고 그
원인이 자기에게 있음도...
심약한 아버지를 보자, 사라공주는 오늘밤이 자기나 미쉘뿐만 아니라 아버지나 어머니
에게도 인생에 있어 특별한 날인 것을 새삼 실감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제부터 함께
살게 되었다고 해서 다만 아버지와 어머니의 아이로서가 아니라 차기국왕인 미쉘의 처
로서 대하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다.
"아버님, 비록 미쉘님의 아내가 되어도, 사라는 언제까지나 아버님의 딸입니다. 사는
곳은 변해도 꼭 매일 아버님께 인사드리러 오겠어요"
부친의 기분을 마침내 살핀 걸까, 딸의 예쁜 눈동자에는 더 많은 눈물이 고이고 있었
다.
"사,사라... 우웃---"
그리 되어 버려서는 부친으로 평온할 수 없다. 딸의 간절한 말을 듣고 마침내 감정이
북받쳐 버렸다.
"어머나 폐하도 참, 그렇게 눈물을 보이시면 안 된다고, 나에게 말씀하셔 놓고선...
설마 자기가 우시리라고는..."
고쟌8세의 옆에 앉은 사라의 어머니인 왕비 티세라는 상냥하게 타이르듯이 국왕을 위
로하며, 슬쩍 하얀 손수건을 건넸다.
아직 젊은 왕비 티세라의 그 아름답고도 가련한 모습은, 역시 사라공주를 낳은 부모만
의 것이었다. 미쉘도 일순 정신을 잃고 보아버렸을 정도로, 나라안에서도 평판 있는
미모인 것이다. 평판 있는 것은 왕비 티세라의 미모만이 아니었다---.
"폐하 곁에는 제가 있는데, 그렇게 슬퍼하시다니... 뭐예요, 싫사옵니다. 이렇게 되면
저도 어디 있을 서방님께 가버릴까나...?"
"이,이봐, 무슨 당치 않은 소리!"
젊고 아름다운 왕비 티세라의 대담한 발언에 고쟌8세는 놀란 모습을 보인다.
그러나 젊은 왕비의 대담한 발언은 그치지 않는다.
"그래요 미쉘! 사라와의 결혼은 그만두고 저랑 결혼해요!"
"뭐, 뭐라고?!"
너무나 갑작스런 왕비의 폭탄발언에 국왕이 놀라 질려버린 표정을 지었다.
"어머, 무슨 말씀하세요, 어머님도 참!"
눈물짓고 있던 사라조차 안색이 바뀌어 티세라의 발언에 항의한다. 농담이라 알고 있
어도 미쉘에 관한 것이라면 사라는 그만 진담으로 받아들여 버린다.
"정말, 심술쟁이. 농담인 줄 뻔히 알잖습니까. 어머머, 두사람다 눈물이 멎었어요. 역
시 이럴 때는 잘 듣는 농담이 제일이에요. 홋홋홋---"
마침내 왕비 티세라가 축축한 공기를 내쫓으려 말한 건가, 진짜로 말한 건가, 남편에
게도 딸에게도 판단되지 않는다. 왕비 티세라는 언제나 이렇다. 이런 순진한 어린애
같은 왕비의 성격이야말로 나라안에서 그 미모를 더 빛나게 하는 것이었다.
사라공주의 친엄마인 티세라는 실은 국왕의 후처로 국왕과는 19살이나 나이 차가 난다
. 게다가 그녀는 소녀시대부터 고쟌8세와 화목하게 살아 이미 어른의 매력을 풍기고
있던 그의 넓고 강한 포용력에 깊은 애정으로 길러져 지내왔던 것이다. 그녀의 어린애
같은 감성이나 순진한 짓거리는 분명 그의 따뜻한 비호가 없었다면 먼 옛날에 사라져
버렸을 성질의 것이었음에 틀림없다. 그리고 젊어서 국왕의 외동딸 사라를 낳고 30살
을 넘긴 지금도 그 마음에는 어린애와 같은 장난기와 감성이 넘쳐흐르고 있었던 것이
다.
실은 사라공주의 순진함이나 활발함이라는 점도 그런 그녀의 영향에 의한 것이 크다.
게다가 그런 모친에게 딸이 사라는 얼마 나이 차가 없는 언니처럼 대하고 있었던 것이
다. 마찬가지로 티세라는 티세라대로 사라공주가 나이가 차감에 따라 딸이라기보다 오
히려 귀여운 동생으로 대하는 것 같은 기분으로 자연스럽게 되어버렸던 것이다.
그런 두 사람의 자매 같은 사이는 겉으로 보기에도 잘 나타난다. 궁궐 살림을 하는 시
종들의 눈으로 보아도 나이보다 훨씬 젊게 보이는 티세라와 젊디젊어 요염한 처녀로
성장한 사라공주가 함께 서면 알고 있으면서도 일순 자매로 착각해버릴 정도였던 것이
다.
"이런, 미안하구나 사라. 기쁜 날에 눈물은 금물인 것을..."
이윽고 감정을 가라앉힌 국왕은 젊은 두사람의 결혼을 축하하는 잔치가 눈물로 젖어버
린 것을 진정으로 사과했다. 여기 로이타에서는 특히 경축할 자리에서 눈물을 보이는
것은 불길한 것으로 되어 있었던 것이다.
"자, 기념해야 할 두 사람의 결혼 날이다. 두사람의 시간을 소중히 하라"
(이대로 딸의 얼굴을 보고 있으면 또 감정을 누를 수 없게 되어 버린다....)
---그렇게 느낀 고쟌8세는 잔치 끝을 고하고 두사람이 물러가도록 재촉했다.
국왕의 권유에 따르려 젊은 두 사람은 얼굴을 마주하고 고개를 조금 끄덕이자 곧 조용
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럼 국왕폐하, 왕비마마, 실례하옵니다"
넓고 큰 테이블 저편에 앉은 고쟌8세와 왕비 티세라에게 미쉘은 예의바르게 인사를 올
리며 머리를 깊이 숙였다. 그런 미쉘에 따르듯이 사라공주도 조용히 머리를 숙였다.
남자가 딸을 잃는 애절함에 가슴이 찢어질 듯한 고쟌8세였지만 열심히 웃는 얼굴을 지
어 아무 말 없이 끄덕였다. 정말은 자리에서 일어나 마지막으로 다시 한번만 딸을 꼭
안고 싶었지만 미쉘의 바로 앞에서 그다지 격식에 맞는 일이 아니다. 게다가 그렇게
되면 기껏 억누를 수 있었던 감정이 순식간에 치솟아 올라 또 훌쩍이게 될 것은 명백
했다.
젊은 두사람이 등을 보이고 홀을 뒤로 한다---. 국왕은 침묵한 채 쓸쓸한 듯 사랑스러
운 딸 사라의 뒷모습을 언제까지나 지켜보고 있었다.
"또 딸이 갖고 싶어요? 하나 더 만들까요?"
왕비 티세라는 그렇게 말해 순진한 것처럼 미소지으면서 그런 쓸쓸한 듯한 그의 얼굴
을 아래에서 바라본다.
"무,무슨 멍청한 소리인고! 나도 이제 나이 들었도다. 그리고 이제 딸은 지긋지긋하다
!"
---이런 슬픈 생각을 할 정도라면 딸을 가지지 말았어야 했다---.
이 나이가 되어서야 그는 딸을 가진 남자의 기분을 싫을 정도로 느끼게 되어버렸다.
허탈하게 그렇게 실감하는 국왕 뇌리에 문득 티세라와 만났을 적이 떠오른다...
"그러나 생각도 안 해본 것이지만, 그대의 부친도 그대를 나에게 맡길 때는 분명 괴로
웠을 게야... 지금 곧이라도 만나 나에 대한 마음씀씀이에 감사를 표하고 싶도다..."
그렇게 중얼거리는 그의 말에 티세라는 놀란 척 둥을 동그랗게 떴다.
"어머나...! 아버지는 이미 돌아가셨어요. 설마... 당신 나를 두고 돌아가시겠다고 말
씀하시는 거예요!"
티세라는 울 것 같은 얼굴을 하면서 국왕에게 되물었다.
"푸-훗, 부탁이요 티세라, 좀더 어른이 되구려.. 살아 계신다면 하는 얘기지 않겠고.
허허허..."
국왕은 머리를 쥐고 테이블에 엎드려 버린다. 그러나 그의 말에 티세라는 감정을 흔들
려 버린 것 같다.
"어쩜 너무해요! 저와의 결혼을 원하셨을 때 티세라는 지금인 채가 제일이다, 무리해
서 어른이 될 필요는 없다, 폐하는 그리 말씀하시지 않았습니까! 흑흑흑---"
감수성이 강한 티세라는 방울방울 눈물을 흘리며 국왕의 말에 귀엽게도 필사적으로 항
의한다.
"아,아- 그래그래, 내가 잘못했다, 이제 울지 말라"
훌쩍대는 티세라를 상냥한 목소리로 달래면서도 고쟌8세는 티세라가 오랜만에 자기를
"폐하"라 부른 것에, 티세라와 만났을 때의 그리운 기억이 가슴속에서 떠오르는 것이
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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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음,,,아지까지는 엣찌한 부분이 별로 나오지 않습니다.
야한 부분은 거의 3편 부터 나온답니다.
이글의 저작권은 저적으로 이 작가분에게 있습니다.
전 이 글을 번역기로 돌려 올리는 것이니 틀린 부분이 있어도 오해마시길..
주의: 이글은 sm물입니다. 이런 부류에 혐오감을 느끼시거나, 부담을 느끼시는 분들은 읽지 마시길.
그리고 글은 단지 글입니다. 현실과 허구를 구분하시는 독자님 들이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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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장 악몽의 프롤로그
(위----잉, 위-----잉, 위 ---)
멀리서 바람이 부는 듯한 소리가 들려온다...
어디로부터 흘러오는 것일까. 흐릿하게 떠오는 따뜻한 공기는 곧 맨살에서 쏘옥하고
땀이 날 정도다.
(너무 숨막혀... 게다가 왠지 몸이 지독히 무거워...)
그러나 이것뿐 오감이 확실히 느끼는데 손끝조차 움직일 수 없다. 눈을 뜨는 것조차
불가능한 것이다.
오렌지색으로 흔들리는 등불이 흐릿하게 비쳐 멀리만 느껴진다...
(여기는 대체 어디지? 왜 몸이 말을 안 듣지...?)
마음 속으로 자문해 봐도 제대로 생각이 안 난다. 이 곳의 열기 탓이다. 의식과 감각
이 소생한 지금도 머리 일부가 하얀 안개 같은 것에 덮여 있는 느낌이다.
그러나 자기 몸이 놓여 있는 상황은, 너무나도 상식적으로는 생각할 수 없다. 의복을
전혀 몸에 걸치고 있지 않은 것이다. 그것도 끈 같은 것으로 수족이 묶여 신체를 대자
로 하여 누워 있다. 짚 위에 직접 몸을 놓고 있는 것이 확실히 등을 통해 전해온다.
(이건 대체 어찌 된 거야? 왜 내가 이런 모양이 되어 있어야 하니?)
정신이 든 소녀의 의식에 오감에서 전해지는 정보가 엇갈려 공포를 일으킨다---. 그
러나 외치고 싶어도 목소리가 나오지 않는다...
그 때였다. 짚을 밟는 소리가 있어 "뭔가"가 다가오는 낌새가 있었다...
마침내 목에 일순 바늘 같은 것이 찔러졌다. 하지만 그다지 아픔은 느껴지지 않는다.
잠시 후 그렇게도 무거웠던 눈꺼풀이 열리게 되었다. 열려진 가련한 커다란 눈동자가
한순간 눈부신 빛에 마주쳤다. 그래도 필사적으로 눈을 모아 주위 상황을 살피려 하자
마침내 광원의 정체가 확실해졌다. 촛불의 불꽃이었던 것이다!
마침내 신체에도 힘이 들어가게 되었다. 그러나 역시 팔다리는 꽉 구속되어 있다. 움
직일 수 있는 것은 얼굴 얼굴뿐이다.
두리번거리며 주위를 살필수록 자신에게 익숙하지 않은 장소인 것에 불안해질 뿐이다.
---목조의 낡은 방... 게다가 좁고 천장도 낮다. 창도 보이지 않는다... 마치 물건 놓
는 작은 방이나 동물 우리에라도 있는 것 같은 착각조차 든다...
대체 왜 자기가 이런 장소에 감금되어 있는 걸까, 머리속 일부가 멍해서 아무래도 전
후 기억이 나지 않는다. 결국 그녀는 비통해졌다....
"어째서지... 누구... 누가 좀 살려줘..."
마침내 움직이게 된 입으로 그렇게 웅얼거리는 소녀의 목소리에 쉰 남자의 낮은 목소
리가 대답했다.
"정신드신 것 같군요, 사라공주님, 훗훗훗---"
그렇다. 이 감금된 소녀야말로 로이타 왕국의 공주, 고쟌 사라왕녀였던 것이다.
아무 예고도 낌새도 없이, 갑자기 가까이에서 울린 목소리를 듣고 사라공주의 눈동자
에는 공포가 깃들었다. 곧바로 소리가 들린 자기 발쪽으로 얼굴을 향한다---.
촛불이 닿지 않는 어둠침침한 방구석에 뭔가 꿈틀대는 물체가 존재하는 것을 알아챘다
. 아니, 그것은 인간이다! 나체가 되어 초로의 남성이 책상다리를 하고 앉아 있었던
것이다!
"힉---!"
사라공주는 날카로운 비명을 올렸다. 남성이 느릿느릿 일어난 것이다. 그 모습을 본
사라공주는 경악하지 않을 수 없었다. 상반신일 뿐인가, 하반신도 나체였던 것이다.
그런 노인이 돌연 가랑이 사이에 검은 빛을 띤 축 늘어진 것을 덜렁거리며 소녀 곁에
다가온 것이다.
"시,싫엇!"
공포에 질려 짧은 비명을 지르는 사라공주는 자기도 모르게 얼굴을 돌려 눈을 꽉 감았
다. 전라의 소녀 전신은 덜덜 떨고있다. 그런 겁에 질린 소녀에게 기분 나쁜 노인은
비열한 느낌이 도는 쉰 목소리로 말을 건다---.
"사라공주님, 오랜만이옵니다. 그럭저럭 4년만인가요. 벌써 저를 잊어버리셨나이까,
훗훗훗---"
그 목소리에 사라공주는 놀랐다. 남자 얼굴을 확인하려고 조심조심 얼굴을 정면으로
향한다.
"그,그레이르 아닙니까!... 이건 대체 어찌 된 겁니까! 게다가 그런 나체로 내 앞에
나타나다니 무례하오! 이 끈을 당장 풀고 나를 풀어요!"
사라공주는 어쩐지 이 노인을 알고 있는 듯 하다. 전라인 채 누워 게다가 대자가 되어
바닥에 깔려있는 짚 위에 고정되어 정신을 잃을 정도로 부끄러운 모습을 하고 있으면
서도 그녀는 당당한 태도를 보이려 날카로운 시선으로 노인의 얼굴을 노려보며 강한
어조로 그렇게 쏘아붙였다.
신하 앞에서는 언제나 의연하게 행동하는 성격은, 아마도 국왕인 아버지에게 물려받은
것이리라. 아직 어쩐지 어린 티가 남은 얼굴과 닮은, 어색함이 떠도는 귀여운 목소리
였지만 한 점의 흐림도 없는 투명한 눈동자로 쏘아보면서 이렇게 엄하게 질책 당해서
는 어지간한 이 그레이르라는 노인도 다소 당혹해 버린 것 같다.
"으-음, 매섭게도 말씀하시는군요..."
백발이 섞인 반대머리를 긁적긁적하면서 전라의 노인은 머리를 숙였다. 뭔가 혼잣말을
지껄이는 모양이지만 사라공주에게는 전혀 들리지 않았다. 방 밖에서 들려오는 심한
바람소리에 노인의 낮은 소리가 간단히 지워져 버리기 때문이다. 그것이 한층 소녀의
마음을 불안하게 한다. 뭐라 말을 할 수도 없고 그레이르의 모습을 다만 바라볼 뿐이
다.
눈앞에 앉아 있는 노인은 이미 70에 가깝다. 엷은 머리털에다 백발이 많이 섞여 있다.
전신에 기미나 주름이 잔뜩 있어 이제 수명도 다해 가는 용모다. 거무스름하게 건강
하지 못한 듯한 황토색 피부에 얼굴만이 이상하게 기름기가 흐른다. 마치 무엇부터 무
엇까지 모두가 젊고 피어나기 시작하는 16세의 사라공주와는 완전히 대비되고 있다.
실은 이 그레이르란 노인, 머나먼 왕가의 친척이다---요컨대 귀족이다. 그러나 귀족이
라고는 해도 그의 경우, 현 국왕과의 혈연관계가 7등급 이하로 가장 낮은 작위이기 때
문에 귀족특권은 거의 없고 근로에 의해 출세하지 않으면 안 되는 입장이다. 그러나
그는 의학 분야에서 그 이름을 떨쳐 그 의술 솜씨는 로이타에서 제일이라 인정받을 정
도로 우수해서 나의 최고의료기관인 "왕립병원"원장으로 일할 정도였다. 게다가 오랜
세월 왕궁 의무국장으로 근무하고 있다. 요컨대 제이바하 왕가의 주치의인 것이다. 그
리고 그의 외아들인 케베르는 국왕친위대 대장으로 근무하여 많은 병사들을 지휘하는
입장에 있다. 어느 쪽이나 사라공주의 아버지인 고쟌8세에 의해 등용되었던 것이다.
요컨대 제이바하 왕가에 있어서는 아비 자식 모두 가장 중요한 존재이며 그 신뢰도 높
은 것은 다른 작위 높은 귀족들과 비교해 결코 뒤지지 않을 만큼 두터웠던 것이다.
실은 사라 자신도 어릴 적부터 이 그레이르의 진찰을 받으며 자랐던 것이다. 어릴 적
사라는 매일 행해지는 건강진단 후 자주 이 의사가 놀아주었다. 그러나 이윽고 나이가
찬 그녀는 정기적으로 행해지는 그레이르의 진찰을 거부하게 되어 갔다. 가끔 느끼는
그레이르가 자기 나체를 핥는 듯한 시선에 저항을 느끼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마침
그 무렵 그녀는 첫 월경을 하기도 해서, 진찰은 왕비 전속 여의사가 하게 되었다. 그
이후 사라는 왕궁에서 그레이르와 얼굴을 한번도 마주치지 않았다. 그레이르가 말한
대로 그때부터 4년 가까운 세월이 지난 것이다.
"왜 내가 이렇게...? 여기는 대체 어딥니까!"
가슴에 치밀어 오르는 불안이 둑이 터지듯 폭발해 달달 떨면서 사라공주는 머리를 숙
인 채인 그레이르에게 금방이라도 울 듯한 목소리로 다그쳤다.
"여기는 위성 코브라에 있는 제 비밀 연구시설입니다. 환영합니다 사라공주님, 큭큭큭
---"그렇게 말하며 노의사가 얼굴을 천천히 들었다.
"코브라라고요? 말도 안 돼..."
소녀는 말을 잃어 버렸다. 아마 자기가 정신을 잃은 사이에 행성 로이타로부터 위성
코브라에 끌려온 듯 하다.
(대체 어째서, 이런 변두리별에...?)
사라공주는 복잡한 표정을 지었다.
"코브라"는 행성 로이타의 유일한 위성으로, 지구로 치면 "달"같은 것이다. 그렇지만
이 코브라라고 하는 우성에는 로이타와 마찬가지로 대기와 물이 존재한다. 그러나 화
산이 많아 기온과 습도가 높아서 후끈후끈 무덥고 그다지 인류가 옮겨 살기에는 알맞
지 않다. 물론 그런 환경 하에 다른 생명체도 번성하고 있지는 않다. 요컨대 이 코브
라는 무인 위성인 것이다. 그레이르가 이런 변두리별에 비밀 연구기관을 가지고 있으
리라고는 누구도 알지 못하리라. 게다가 로이타로부터 코브라까지는 행성과 위성이 가
장 근접한 경우에도 광속정(스타쉽)을 사용해도 이틀 꼬박 걸리는 것이다. 게다가 크
기는 로이타의 약 4분의 1에 지나지 않는 위성이지만 중력은 로이타의 약 2배에 달한
다. 당연히 화사하고 자그마한 사라공주가 신체를 무겁게 느낄 터였다. 사라공주는
위성코브라의 환경에 대해 그 과중력상태의 사실만은 전혀 몰랐던 것이다.
"어째서 코브라 같은 데..."
그렇게 중얼거리는 사라공주는 의식을 잃어버리기 이전의 일을 생각해 내려고 먼 곳을
바라보며 열심히 기억의 끝을 더듬기 시작했다. 그러나 역시 이런 상황에 빠지기 전
의 중요한 기억이 아무래도 생각나지 않는다... 한 그 순간 예고도 없이 돌연 방심한
사라공주의 몸을 향해 그레이르의 주름투성이 손이 뻗쳐 그녀의 맨살을 징그럽게 문지
르기 시작했다!
"시,싫엇! 하지마욧, 그레이르! 무례하게, 안 되요, 웃, 싫어어엇----"
불의의 침입에 소녀의 신체가 물러서려 한다. 그러나 손발을 대자로 고정 당해 버려서
는 도저히 저항할 수 없다. 모든 것은 노인의 손바닥 맘대로 이다.
"우웃, 싫어엇!"
사라공주의 풋풋한 지체가 휘어져 물결친다. 노인의 손바닥이 전신을 더듬는 너무나
징그러운 감각에 소녀의 섬세하고 비치는 듯 하얀 맨살에 소름이 끼친다. 그래도 그레
이르의 손바닥은 쉬지 않고 사라공주의 풋풋한 신체를 계속하여 맛본다.
"4년전까지는 아직 어린아이였는데, 잠시 뵙지 못한 사이 이렇게 부풀어... 사라공주
의 신체도 상당히 어른스러워졌습니다요. 역시 이렇게 크기까지 성장과정을 이 눈으로
계속 관찰하고 싶었습니다. 아니, 그건 이제부터라도 늦니 않았습니다, 힛힛힛---"
그레이르는 핥는 것 같은 음란한 눈초리로 사라공주의 풋풋한 육체를 구석구석 관찰하
면서 중얼거렸다. 그런 말을 듣고 즉시 소녀가 이전부터 품어온 "어떤 의심"이"확신"
으로 변화한다.
《---역시 전부터 이 의사는 나를 진찰하고 있을 때 음란한 눈초리로 내 몸을 보고 있
었어!》
"그러나 15세로 이렇게 요염해지시리라고는, 이제부터 기대됩니다... 역시 왕비님처럼
그렇게 요염하게 성장하시는 걸까요, 힛힛힛---"
몸의 털도 곤두서는 그레이르의 손바닥 감촉에 필사적으로 저항하는 사라공주였지만,
왠지 그런 그레이르의 말에 뭔가 걸리는 것이 있었다. 아무 의미도 없다고는 알지만,
이 비겁한 노인에 대한 반항심이 그녀의 입을 자연스럽게 열게 한 것이다.
"웃, 나는 이제 15살입니다! 이미 16살이 되었습니다. 쿠우웃---!...!?"
자기 입에서 튀어나온 그 말에 사라공주의 뇌리에서 뭔가가 퉁기듯 떠올랐다.
(그래! 나는 16살의 생일을 맞았어, 그래서 미쉘님과...!)
지금까지 머리 한구석을 덮고 있던 하얀 안개 같은 것이 일순간에 사라져간다---. 그
리고 마침내 사라공주는 생각이 났다. 이 변두리 위성에 끌려오기까지의 기억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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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날은 소녀에게 있어 최고의 행복과 기쁨으로 가득한 날이었다---.
16살의 생일을 맞은 그 날 저녁, 사라는 어릴 적부터의 약혼자였던 미쉘과 실로 7년만
의 재회를 했던 것이다. 마침내 소녀는 어릴 적부터 꿈꾸어 온 사랑하는 젊은이와의
결혼을 하게 된 것이다.
7년 만에 대면한 미쉘은 사라가 생각하며 그린대로, 아니 그 이상으로 늠름하고도 당
당한 젊은이로 성장하여, 그녀의 마음을 격하게 감동시켰다. 키는 그녀보다 훨씬 크고
, 체격도 왕궁경호를 하는 병사들을 누를 정도로 훌륭했다. 무엇보다 그녀에게 있어
추억 깊었던 그 빛나는 듯한 시원스런 웃는 얼굴은 예전과 조금도 변함 없었던 것이다
.
"...미쉘님... 사라는 이날이 오기를, 내내 꿈꾸며 지내왔습니다...."
커다란 눈동자를 적시면서 만감에 차서 입을 연 그녀의 목소리는 어디까지나 얌전했다
.
"저도 그래요, 사라공주... 하지마 이렇게까지 아름답게 되셨으리라고는... 마치 어릴
적의 말괄량이가 거짓말 같아요"
미쉘 역시 사라공주의 성장한 모습에 기쁨과 감동을 감출 수 없다. 둘은 국왕과 왕비
앞임에도 불구하고 오랜만의 재회에 감격해 버려 뜨겁게 바라볼 뿐 아니라 마침내는
꽉 껴안아 버렸다. 젊은 두 사람에게 7년의 세월은 그렇게나 긴 시간이었고 상대를 생
각하는 기분을 더욱 크게 했던 것이다.
오늘 밤부터 둘은 떳떳하게 부부가 되는 것이다. 사라공주는 얼마나 이 날을 맘에 품
었으며, 그리고 얼마나 신체의 준비를 해 온 것이랴.
실은 로이타에서는 옛부터의 관습에 따라, 친족을 모은 결혼식 같은 것은 일체 행해지
지 않는 것이 보통이다. 남녀의 살섞기(맺어짐) 자체가 결혼의 서약이라 간주되는 것
이다. 왕가도 그것은 예외가 아니다. 따라서 둘의 결혼 사실은 초야를 무사히 끝낸 다
음날, 널리 국민에게 발표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 요컨대 둘이 함께 살기 시작해 침실
을 함께 하고부터 부부로 인정받게 되어 있는 것이다.
사라공주와 미쉘이 부부가 된 것을 주위 사람들이 인정해 주기 위해서는, 사라공주의
처녀가 미쉘에 의해 뚫렸다는 것을 보이는, 파과의 선혈이 스며든 하얀 시트를 국왕인
아버지에게 보일 뿐인가, 널리 국민 앞에 보이지 않으면 안 된다. 그리고 그 시트를
미쉘과 함께 들고 사라공주는 태어나 처음으로 많은 민중 앞에 그 아름답고 가련한 모
습을 보이는 것으로 되어 있다.
"서방님"을 받아들인 증거가 스며든 시트를 가지고 많은 국민 앞에 서다니, 사라공주
에게는 정신을 잃을 정도로 부끄러운 일이기는 하다. 그러나 그것이 왕가에 전해오는
전통인 것이다. 그리 하지 않으면 젊은 두 사람의 결혼은 주위의 어른들에게 인정받지
못할 뿐 아니라 마침내는 미쉘의 왕위계승권 문제에까지 미치게 되는 것이다. 사라공
주로 보자면 역시 주위의 축복을 받아 두사람의 끝을 단단히 하고 싶었다. 그래서 사
라공주는 오늘이라는 날을 맞기 상당히 이전부터 그런 풍습의 존재를 확실하게 받아들
일 마음의 준비를 끝내놓고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또 하나 중요한 문제가 있었다. 사라공주 신체의 발육상황이다. 비록 사라공주
의 나이가 16세에 달했다지만 신체가 어린이인 채라면 미쉘과 육체적으로 묶여지는 것
은 우선 불가능해진다. 다만 몸집이 작고, 아직 그 신체가 발육도중에 있는 사라공주
에 있어서는 그것이 첫째가는 걱정거리였던 것 같다.
그러나 사라공주는 어여쁜 노력을 주위에 보여주었다---.
학교에 다니지 않는 사라공주가 자기 몸의 성장이 다른 소녀들에 배해 늦은 것을 알아
챈 것은 12살이 되고부터였다. 어머니 티세라도 작은 몸집에 성장이 늦었던 것에 비하
면 그녀는 훨씬 발육이 좋은 쪽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소녀는 비교할 상대를 잘못 고
른 것이다. 왕궁에서 일하는 20세 전후의 요염함을 띤 여성들과 자기 몸을 비교한 것
이니 아무래도 자기 몸이 유치하게 비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래서 소녀는 아직 첫 월
경도 하지 않았는데도, 열심히"다 큰 여자"로서의 육체미를 얻으려 했던 것이다. 그렇
게나 싫어하던 우유를, 신장도 늘리고 가슴도 키우게 된다고 알게 되자, 하루에 세 번
이나 마시려고 했다. 수면시간을 오래 가지는 것이 성장을 빠르게 하는 비결이라 듣자
어쨌든 많이 자려고 작정했다. 그 처녀의 마음씨라니 정말이지 어여쁠 뿐이다.
그런 노력의 보람이 있어 사라공주의 육체는 16살로서는 어지간하다고 할 정도로 발육
되어, 오늘이라는 어릴 적부터 오래오래 기다려온 중요한 날을 맞을 수 있게 된 것이
다. 아름다운 공주에게 이렇게까지 사랑 받을 뿐 아니라, 차기국왕의 자리가 약속되어
있는 미쉘에게는 이제 와서 "행운아"따위의 말로 치울 수 없는 주위 귀족들로부터의
격렬한 질투조차 불러일으키고 있을 정도다. 그러나 서로 사랑하는 젊은 두사람에 있
어 국왕의 자리도 공주의 입장도, 상대를 생각하는 뜨거운 정열 앞에는 몸을 꾸미는
도구조차도 되지 않았다. 어쨌든 이렇게 재회할 수 있는 것. 그리고 무엇보다 이제부
터는 내내 함께 있을 수 있다는 기쁨 외에 뜨겁게 껴안은 젊은 두 사람의 마음속에는
아무 것도 없었던 것이다.
그리고 마침내 그런 사라공주가 16년 간 소중히 길러온 모든 것을 미쉘에게 맡길 때가
찾아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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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공주의 16세 생일과 미쉘의 성인을 축하여 집행된 만찬은 이제 곧 끝나려 하고 있
었다. 이것은 사라공주에 있어 국왕과 왕비의 "딸"로서의 마지막 저녁식사이기도 하다
.
은은한 분위기에 싸여진 만찬이었지만, 끝이 가까와짐에 따라 점점 사라공주의 아버지
인 고쟌8세의 표정은 어둡게 가라앉아 갔다. 게다가 그다지 식욕도 없는 듯 나오는 요
리 대부분이 손도 닿지 않은 채 남아 있다. 실은 그는 가급적 즐거운 척하려고 거의
식사도 하지 않은 채 발포주(샴페인)만 마시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처음에는 밝은 척 한 그였지만 취하면 취할수록 마음 속에 감춘 감정이 흘러
넘쳐 버린다... 딸을 다른 남성에게 빼앗긴다니, 말할 수 없이 분한 것이다.
무리도 아니다. 이렇게나 아름다운 공주로 성장한 단 하나의 딸이 오늘 밤 다른 남성
의 아내가 되는 것이다. 뭐라 할 수 없는 애절함이 가슴속에 끓어 넘친다... 그렇다고
해서 고쟌8세는 결코 미쉘을 인정할 수 없다는 것은 아니다.
(이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외동딸 사라의 남편으로서 또 차기 로이타 국왕으로서 눈
앞의 미쉘이란 젊은이는 아마 달리 찾아도 없을 늠름하고도 호쾌한 청년이다--- 아니
어릴 적부터 이 젊은이는 뭔가 사람을 끌어당기는 매력이 있어 로이타의 차기를 짊어
질 인물로 성장하리라는 편린을 어쩐지 띠고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그의 부친인
비슈타르크 후작의 제안에 찬동해 그와 아직 어린 익애하는 외동딸의 약혼을 인정한
것이다.--- 역시 내 선견지명은 틀리지 않았다...)
그건 그렇다 해도 그에게는 기쁜 일이다. 그것도 오랜 세월 젊은 두 사람이 서로 그리
워하고 있던 것도 그는 충분히 이해하고 있었다. 그러나 자기 맞은 편에 앉아 있는 딸
의 빛나는 듯한 눈부신 웃는 얼굴은 참으로 행복의 절정에 있는 것같은 부친인 자기에
게도 지금까지 보인 적이 없을 정도로 대단한 것이며 곁에 앉은 미쉘을 바라볼 때의
딸의 촉촉하게 젖어 빛나는 눈동자를 보고 있자니 부친인 고쟌8세는 딸의 마음 속에는
이미 자기 자리가 없음을 싫을 정도로 깨달아 버리는 것이다.
말할 수 없는 상실감이 그의 마음에 왕래하여, 마침내 말도 없이 어떻게 해서든 그런
딸의 얼굴을 쓸쓸히 계속 바라보아 버린다...
"어머, 아버님. 왜 그러세요?"
문득 테이블을 끼고 앉은 부친의 쓸쓸해 보이는 시선을 알아채고 사라공주는 이상하다
는 듯 부친에게 묻는다. 하지만 정신을 차린 그는 딸의 부름에 놀란 듯이 당황하여 자
기도 모르게 시선을 숙여버렸다.
"아,아니, 아무것도 아니다. 단지..."
언제나 늠름한 아버지답지 않게 기운 없는 태도에 딸은 걱정스러운 듯 아버지 쪽을 바
라보며 묻는다.
"어쩐 일이세요?... 설마 몸이라도 편찮으세요, 아,아버님!"
그렇게 말한 사라공주는 곧 울 것같은 표정을 보였다.
"아, 아니아니, 그렇지는 않다"
딸의 너무나 터무니없는 물음에 부친은 놀라 허둥대듯이 부정하지만 이미 딸의 눈에는
눈물이 고여버렸다.
(역시 이런 기분은 감출 수 없는 모양이군...)
쓸데없는 걱정을 시킬 정도라면, 하고 고쟌8세는 부끄러운 듯 얼굴에 손을 대면서, 후
웃 가슴속을 털어놓기 시작했다.
"사라도 오늘부터 한 사람의 여성이 된다 생각하니, 기쁘기도 하고 쓸쓸하기도 하고..
. 음, 이건 아빠의 제멋 대로인 생각인가..."
"아버님..."
거기 있는 것은 언제나 의연한 아버지가 아닌 것을, 딸은 확실히 깨달았다. 그리고 그
원인이 자기에게 있음도...
심약한 아버지를 보자, 사라공주는 오늘밤이 자기나 미쉘뿐만 아니라 아버지나 어머니
에게도 인생에 있어 특별한 날인 것을 새삼 실감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제부터 함께
살게 되었다고 해서 다만 아버지와 어머니의 아이로서가 아니라 차기국왕인 미쉘의 처
로서 대하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다.
"아버님, 비록 미쉘님의 아내가 되어도, 사라는 언제까지나 아버님의 딸입니다. 사는
곳은 변해도 꼭 매일 아버님께 인사드리러 오겠어요"
부친의 기분을 마침내 살핀 걸까, 딸의 예쁜 눈동자에는 더 많은 눈물이 고이고 있었
다.
"사,사라... 우웃---"
그리 되어 버려서는 부친으로 평온할 수 없다. 딸의 간절한 말을 듣고 마침내 감정이
북받쳐 버렸다.
"어머나 폐하도 참, 그렇게 눈물을 보이시면 안 된다고, 나에게 말씀하셔 놓고선...
설마 자기가 우시리라고는..."
고쟌8세의 옆에 앉은 사라의 어머니인 왕비 티세라는 상냥하게 타이르듯이 국왕을 위
로하며, 슬쩍 하얀 손수건을 건넸다.
아직 젊은 왕비 티세라의 그 아름답고도 가련한 모습은, 역시 사라공주를 낳은 부모만
의 것이었다. 미쉘도 일순 정신을 잃고 보아버렸을 정도로, 나라안에서도 평판 있는
미모인 것이다. 평판 있는 것은 왕비 티세라의 미모만이 아니었다---.
"폐하 곁에는 제가 있는데, 그렇게 슬퍼하시다니... 뭐예요, 싫사옵니다. 이렇게 되면
저도 어디 있을 서방님께 가버릴까나...?"
"이,이봐, 무슨 당치 않은 소리!"
젊고 아름다운 왕비 티세라의 대담한 발언에 고쟌8세는 놀란 모습을 보인다.
그러나 젊은 왕비의 대담한 발언은 그치지 않는다.
"그래요 미쉘! 사라와의 결혼은 그만두고 저랑 결혼해요!"
"뭐, 뭐라고?!"
너무나 갑작스런 왕비의 폭탄발언에 국왕이 놀라 질려버린 표정을 지었다.
"어머, 무슨 말씀하세요, 어머님도 참!"
눈물짓고 있던 사라조차 안색이 바뀌어 티세라의 발언에 항의한다. 농담이라 알고 있
어도 미쉘에 관한 것이라면 사라는 그만 진담으로 받아들여 버린다.
"정말, 심술쟁이. 농담인 줄 뻔히 알잖습니까. 어머머, 두사람다 눈물이 멎었어요. 역
시 이럴 때는 잘 듣는 농담이 제일이에요. 홋홋홋---"
마침내 왕비 티세라가 축축한 공기를 내쫓으려 말한 건가, 진짜로 말한 건가, 남편에
게도 딸에게도 판단되지 않는다. 왕비 티세라는 언제나 이렇다. 이런 순진한 어린애
같은 왕비의 성격이야말로 나라안에서 그 미모를 더 빛나게 하는 것이었다.
사라공주의 친엄마인 티세라는 실은 국왕의 후처로 국왕과는 19살이나 나이 차가 난다
. 게다가 그녀는 소녀시대부터 고쟌8세와 화목하게 살아 이미 어른의 매력을 풍기고
있던 그의 넓고 강한 포용력에 깊은 애정으로 길러져 지내왔던 것이다. 그녀의 어린애
같은 감성이나 순진한 짓거리는 분명 그의 따뜻한 비호가 없었다면 먼 옛날에 사라져
버렸을 성질의 것이었음에 틀림없다. 그리고 젊어서 국왕의 외동딸 사라를 낳고 30살
을 넘긴 지금도 그 마음에는 어린애와 같은 장난기와 감성이 넘쳐흐르고 있었던 것이
다.
실은 사라공주의 순진함이나 활발함이라는 점도 그런 그녀의 영향에 의한 것이 크다.
게다가 그런 모친에게 딸이 사라는 얼마 나이 차가 없는 언니처럼 대하고 있었던 것이
다. 마찬가지로 티세라는 티세라대로 사라공주가 나이가 차감에 따라 딸이라기보다 오
히려 귀여운 동생으로 대하는 것 같은 기분으로 자연스럽게 되어버렸던 것이다.
그런 두 사람의 자매 같은 사이는 겉으로 보기에도 잘 나타난다. 궁궐 살림을 하는 시
종들의 눈으로 보아도 나이보다 훨씬 젊게 보이는 티세라와 젊디젊어 요염한 처녀로
성장한 사라공주가 함께 서면 알고 있으면서도 일순 자매로 착각해버릴 정도였던 것이
다.
"이런, 미안하구나 사라. 기쁜 날에 눈물은 금물인 것을..."
이윽고 감정을 가라앉힌 국왕은 젊은 두사람의 결혼을 축하하는 잔치가 눈물로 젖어버
린 것을 진정으로 사과했다. 여기 로이타에서는 특히 경축할 자리에서 눈물을 보이는
것은 불길한 것으로 되어 있었던 것이다.
"자, 기념해야 할 두 사람의 결혼 날이다. 두사람의 시간을 소중히 하라"
(이대로 딸의 얼굴을 보고 있으면 또 감정을 누를 수 없게 되어 버린다....)
---그렇게 느낀 고쟌8세는 잔치 끝을 고하고 두사람이 물러가도록 재촉했다.
국왕의 권유에 따르려 젊은 두 사람은 얼굴을 마주하고 고개를 조금 끄덕이자 곧 조용
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럼 국왕폐하, 왕비마마, 실례하옵니다"
넓고 큰 테이블 저편에 앉은 고쟌8세와 왕비 티세라에게 미쉘은 예의바르게 인사를 올
리며 머리를 깊이 숙였다. 그런 미쉘에 따르듯이 사라공주도 조용히 머리를 숙였다.
남자가 딸을 잃는 애절함에 가슴이 찢어질 듯한 고쟌8세였지만 열심히 웃는 얼굴을 지
어 아무 말 없이 끄덕였다. 정말은 자리에서 일어나 마지막으로 다시 한번만 딸을 꼭
안고 싶었지만 미쉘의 바로 앞에서 그다지 격식에 맞는 일이 아니다. 게다가 그렇게
되면 기껏 억누를 수 있었던 감정이 순식간에 치솟아 올라 또 훌쩍이게 될 것은 명백
했다.
젊은 두사람이 등을 보이고 홀을 뒤로 한다---. 국왕은 침묵한 채 쓸쓸한 듯 사랑스러
운 딸 사라의 뒷모습을 언제까지나 지켜보고 있었다.
"또 딸이 갖고 싶어요? 하나 더 만들까요?"
왕비 티세라는 그렇게 말해 순진한 것처럼 미소지으면서 그런 쓸쓸한 듯한 그의 얼굴
을 아래에서 바라본다.
"무,무슨 멍청한 소리인고! 나도 이제 나이 들었도다. 그리고 이제 딸은 지긋지긋하다
!"
---이런 슬픈 생각을 할 정도라면 딸을 가지지 말았어야 했다---.
이 나이가 되어서야 그는 딸을 가진 남자의 기분을 싫을 정도로 느끼게 되어버렸다.
허탈하게 그렇게 실감하는 국왕 뇌리에 문득 티세라와 만났을 적이 떠오른다...
"그러나 생각도 안 해본 것이지만, 그대의 부친도 그대를 나에게 맡길 때는 분명 괴로
웠을 게야... 지금 곧이라도 만나 나에 대한 마음씀씀이에 감사를 표하고 싶도다..."
그렇게 중얼거리는 그의 말에 티세라는 놀란 척 둥을 동그랗게 떴다.
"어머나...! 아버지는 이미 돌아가셨어요. 설마... 당신 나를 두고 돌아가시겠다고 말
씀하시는 거예요!"
티세라는 울 것 같은 얼굴을 하면서 국왕에게 되물었다.
"푸-훗, 부탁이요 티세라, 좀더 어른이 되구려.. 살아 계신다면 하는 얘기지 않겠고.
허허허..."
국왕은 머리를 쥐고 테이블에 엎드려 버린다. 그러나 그의 말에 티세라는 감정을 흔들
려 버린 것 같다.
"어쩜 너무해요! 저와의 결혼을 원하셨을 때 티세라는 지금인 채가 제일이다, 무리해
서 어른이 될 필요는 없다, 폐하는 그리 말씀하시지 않았습니까! 흑흑흑---"
감수성이 강한 티세라는 방울방울 눈물을 흘리며 국왕의 말에 귀엽게도 필사적으로 항
의한다.
"아,아- 그래그래, 내가 잘못했다, 이제 울지 말라"
훌쩍대는 티세라를 상냥한 목소리로 달래면서도 고쟌8세는 티세라가 오랜만에 자기를
"폐하"라 부른 것에, 티세라와 만났을 때의 그리운 기억이 가슴속에서 떠오르는 것이
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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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음,,,아지까지는 엣찌한 부분이 별로 나오지 않습니다.
야한 부분은 거의 3편 부터 나온답니다.
최고관리자
가입일 | 2016-08-11 | 접속일 | 2024-11-0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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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입일 | 2016-08-11 | ||
접속일 | 2024-11-03 | ||
서명 | 황진이-19금 성인놀이터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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