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 독립 만세"
거리에는 태극기가 휘날리면서 그 휘날리는 태극기와 더불어서 사람들로 인산 인해로 이루었다.
35년만의 해방. 분명히 경사스러운 일임에는 분명하다. 그리고 감동, 환희로 일렁이게 할수 있는 일이기도 하였다.
하지만은 그런 사람들의 환희와 감격으로 치닫는 분위기에 편승하지 않는 아니 편승할수 없는 사람도 있었다. 그리고 그들은 대한의 독립, 아니 일본의 패망을 보고 다른 불안감에 시달려야 할지도 몰랐다.
"잠시 머리좀 식히러 나갔다 오시죠"
한동안 밖에만 보다가 문득 또다른 목소리에 정신이 들었다. 돌아다 보았다.
사나에였다. 결혼한지 1년 반도 않된 자신의 아내.....
"그냥 방안에만 틀어밖혀 있으면은 건강에 않좋으세요. 산책이라도 하세요."
어설프긴 하지만은 그래도 의사소통하는데 지장이 없는 일본인 아내
그렇다. 자신이 뭣에 그렇게 불안해하고 걱정을 하는지를 알수가 있었다.
"아니 그냥 있을래. 저런 북새통에 끼어들기도 그렇고.... 의무적으로 참가할 일도 아닌데..."
"하지만은 그랬다가 주변에서 어떻게 생각을 할지 알수 없잖아요. 그리고...."
"싫다니까"
완강하게 싫다는 의사를 내비치며 다시 사나에랑 얼굴이 마주쳤다.
무안함과 막연한 두려움, 그리고 죄의식에 사로잡힌 모습이 뚜렷하였다. 내가 실수를 한 것이 아닌지........
"알았어. 내가 심했네. 잠깐 나갔다 올게. 어머님 잘 챙겨드리고..... 알았지."
"하이.... 걱정 마시고 기분 전환이라도 해보세요. 그리고 여기....."
잠시 돌아보면서 저고리 속에다가 손을 집어넣더니 뭔가를 꺼낸다.
돈이었다. 꼬깃꼬깃 접어둬서 납작하게 눌러진 지폐였다.
"간만에 친구분들 만나면은 술이라도 한잔 하세요."
"뭐 이런걸..... 어쨌든 고마워. 그럼 이만 가볼게"
"안녕히 다녀오세요. 남영상"
문밖을 나선다. 밖의 사람들 인파를 보고서는 더 이상 배웅을 하지 않는 아내.
그녀도 이런 분위기에 적지 않게 불안해 하는 것이 분명하다.
하지만은 아무런 눈치를 못챈 양 남영은 밖을 나선다.
그리고 사나에가 쥐어준 돈을 펴보고 세어본다. 5원이었다. 확실히 친구들이랑 술 몇잔은 나눠마실수 있는 돈이다. 돌아다 보았다. 문을 닫으려는 그녀의 모습이 보였다. 돈을 흔들어 보이며 고맙다는 만족하는 듯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고개를 숙이면서 잘다녀오라는 의사를 표하고 문을 닫는다. 문을 닫는 동안 남편이랑 시선을 떼지 않고 그대로 바라다 봤다.
다시 발걸음을 옮긴다. 거리에는 -대한 독립 만세-를 외치는 사람들로 붐빈다. 이러다가 사람들 깔려서 압사하는 자가 생기지나 않을 정도로 혼잡스러웠다.
사람들이 잘 지나지 않는 길목으로 걸음을 옮겼다. 인파는 대로에만 집중되었을뿐 이런 좁다란 외진 길목까지 만세 행렬이 미치진 않는다.
"해방이라"
분명이 조선사람 대한제국 사람이라면은 기뻐할 일일 것이다. 그건 나도 마찬가지일거다. 그런데 기뻐할 일만은 아닌게 지금의 현실이다. 불과 1년 반전까지만 하더라도 지금 저들 만세를 외치는 사람들이랑은 별반 다를봐 없는게 자신의 모습이었으니까.
2년전(1943년)
"이런 죽일놈들 첫째 둘째 보낸것으로도 모자라서 이제는 막내까지 보내라고.... 아이구 이놈들을 그냥......."
주먹을 줘가면서 땅을 치고 통곡을 하는 어머니.... 하지만은 힘없는 노인이 뭘 할수 있을까. 다만 누군지 모를 상대가 분명치 않는 그 뭔가를 한없이 원망을 하면서 욕을 해델뿐이었다.
"진정하세요. 어머니. 아직 결정난건 아니잖아요 신검 먼저 거쳐야 하잖아요. 잘 될거에요."
"그래도 만일에 않되면은 어째. 그리고 끌려가면은....... 이 늙은이는 어쩌라고..."
"너무 속단하지마세요. 몸 생각도 하셔야지요. 일어나세요."
하나밖에 없는 막내아들의 말에 마지못해서 일어나며 통곡하는 것은 진정하는 노모
하지만은 눈물은 멈추진 않는다.
걱정하지 않을래야 않을수 없고 그리고 그 걱정이 현실로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은 누구보다 잘 아니까 쉽게 진정이 될 수 없을 것이다.
오늘 아침에 박남영앞으로 징집 영장이 발송되었다. 그것을 보고 노모는 기절할뻔하였다. 아니 쓰러질뻔 하였다는 것이 옳을 것이다.
자신에게 아들 셋이 있는데 2년전에 큰아들 남준은 동경 의대를 유학을 중이었다.
한창 전쟁중인 시기에 징집되었다. 공부하는 중이고 징집 통보도 받지 않고 바로 군대에 끌려갔다.
이당시 일반 사병이라면은 모를까 특정 기술을 익힌 고급인력은 구하기가 상대적으로 쉽지 않아서 이런 납치에 가까운 징병과정을 거치는 것이 관례였다.
그리고 그런 고급인력들의 경우 상당부분 혹은 대부분 내노라 하는 지도층이나 고위 공직에 기거하는 영향력있는 사람들이랑 인맥을 형성하거나 연관이 있어서 정상적인 절차를 통해서 징집하는데 상당한 애로 사항이 있었다.
그래서 반 납치에 가까운 징병 절차를 거친뒤에 사후에 가족들이나 친지들에게 통보하는 것이다. 남준이 만주국의 주둔중인 14여단 소속의 군의관으로 복무중이라는 통보를 받고선 어노모는 경악을 하였다. 그리고 총독부 병사계에 가서 하소연을 하였지만은 통하지 않았다.
집안의대를 이을 장손이 알게모르게 끌려갔다는 것을 알고서는 기가막혔지만은 방법이 없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남준으로부터 편지가 자주 발송되었다는 것.
남준이 근무하는 곳은 만주국으로 일본에게 점령당한뒤에 청나라 마지막 황제 부의를 황제로 세우고 만주국이라는 간판을 내걸은 일본의 식민지나 다름없는 곳이다.
그리고 비교적 일본이 점령중인 중화민국 영토중에서 전쟁 위험도가 낮은 안정된 곳이기도 하였다. 전쟁의 위험이 없는 곳에 배치됐다는 것을 남준의 편지를 통해서 알게 되고 노모는 놀란 가슴을 일단 진정을 하였다.
그리고 하루가 다르게 신문이나 라디오 방송을 통해서 전황에 대한 부분을 유심히 관심을가지게 되었다. 행여라도 큰아들 남준이 있는 만주국쪽에 무슨 일이라도 생기지 않을까 하면서.....
그런 노모를 둘째 남식이랑 막내 남영은 극진히 달래면서 안심시켰다. 사실 신문이나 방송을 통해서 전해오는 이야기래봤자 그렇게 진실된 내용이 아니라는 것을 이 두아들들은 너무나도 잘 안다.
일본 군부에서 자신들이 연전 연패, 패망에 가까운 상황이라고 그렇게 홍보를 할까. 그렇게 되면은 큰 혼란이 일어나고 군대 않가겠다고 개나 소나 다 내뺄것이 분명할텐데.....
더나가서 국내 독립운동을 하는 인사들이 이틈을 타서 활발한 활동을 벌일 것이다. 대국민적인 선동을 해서 항일 세력들이 결집될것이고 내우외환으로 골머리를 앓게 될것이라는 것은 이들은 잘 알고있었다. 그러니 사실에 가까운 성의있게 자신들의 전황을 국민들에게 홍보할 리가 있을까.
그래도 큰형 남준이 걱정되는 것은 아니지만은 그래도 고령인 노모를 생각을 해서 이래저래 장단을 맞춰가면서 안심을 시켜주었다. 신문 방송에서 떠들어대는 대 일본제국의 승전 영광이라는 것에 본의아니게 부풀리면서 과장해가면서 어머니에게 광고를 하였다.
그런 두아들의 극진한 노력과 위로에 노모는 어느덧 안정을 되찾았고 하루라도 빨리 전쟁이 끝나길 바라는 마음에 하루하루 보내고 있었다.
"작은형"
학교에서 돌아오는 남식을 보고 남준은 새파래진 얼굴로 형을 맞이하였다. 학교 선생이 직업인 남식은 창백해진 얼굴로 자신을 맞이하는 동생을 보고 의아해하며 물었다.
"왜 그래 어디 아파"
대답 대신 막내 남영은 고개를 저었다.
그렇다면은 뭘까 혹시.......
"그럼 어머니께서......"
당혹해하는 형을 바라도 보면서 남영은 고개를 다시 저었다.
"그럼 뭔데.....?"
남영은 손에 쥐고 있는 종이를 남식에게 전해주었다. 이윽고 남식의 얼굴도 남영 못지 않게 새파래졌다.
"이럴수가..... 너까지 가다니...... 않된다. 그럴순 없다."
노모는 대성 통곡을 하며 울부짖지만은 아무도 말리지 않는다. 아니 말릴수 없다고 해야 하는 것이 옳을 것이다. 말린다고 해서 모친이 진정되는 것도 아니고 진정될 수도 없으니까.
남식에게 징집 영장이 발부된 것이다. 일주일뒤에 총독부 병사계로 와서 신검을 받으라는 것이다.
말이 신검이지 사실상 입대하라는 거랑 다를봐 없는 소리이다.
국가 총동원령이 내려진 이시점에서 신검이라는 것은 사실상 형식적인 절차에 불과하다.
과거에는 신검을 받으면은 입대할지 않할지 여부를 판단을하였지만은 이제는 아니다. 한사람이라도 더 보내라는 전선의 인력 독촉에 의해서 육안상 총쏘고 달리는데 문제없다고 여겨진다면은 바로 보내지는 것이다. 전선으로 말이다.
남영은 형 남식을 바라봤다. 육안상으로 면제받을 만한 기준에 못미치는 평범한 체격의 성인이다. 징집을 피할 가능성은 별로 없어 보인다 그말이다.
결과는 뻔할 것이다. 이래저래 남식과 남영은 한숨만 내쉬었다.
일주일뒤에 남식은 총독부 병사계로 출두하였다.
출두하는 둘째형의 모습을 남영은 착잡한 심정으로 바라봤다.
그날 저녁 집으로 돌아온 남식은 아무렇지 않는 듯이 노모랑 동생을 대하였다.
"뭐라고 말을 하던데...... 면제니 아니면은....."
"당장에 결정나는 것은 아니에요. 어머니. 기다리세요."
"왜 이렇게 가슴이 답답하고 내려앉는지......"
"자꾸 그렇시면은 제가 불안해져요"
"그렇지.... 이 늙은 것이 촐삭거려서.... 하지만은...."
몇 번이고 진정시키고 달래는 아들의 모습에 애써 마음을 가라앉히는 모친
하지만은 남영은 뭔가 결과가 않좋다는 것을 알수가 있었다. 아무렇지 않은 듯이 행동하지만은 저 눈빛은........
"아직 않자고 뭐해."
"나왔니."
화장실 가려고 마당에 나왔는데 남식이 있었다. 밤하늘을 바라다 보면서 뭘 생각을 하는지...
남영은 남식에게로 다가갔다.
"숨기는게 있지 형?"
".........."
"언제 가는 거야?"
"보름뒤에....."
역시나 눈치빠른 동생은 알고 있었다. 부인하지 않고 남식은 사실대로 털어놨다.
"그래도 큰형처럼 납치되는 식으로 끌려가진 않네"
"아는 사람이 거기에 있었거든"
"아는 사람.....?"
오늘 있었던 병사계에서의 일을 알려주었다.
남식이 병사계에서 처음 보았던 것은 징집 통보를 받은 사람들을 유심히 살펴보던 담당 군관이 눈짓을 하자마자 그 대열에 있던 사람들이 머리를 깍이는 장면이었다.
"천황폐하의 명예로운 황군으로 입대한 제군들에게 경의를 표한다."
이런 격려?사와 함께 말이다. 올것이 왔구나 하는 생각에 남식도 체념을 하였다.
형식적인 징집 절차라는 것을 잘알고는 있지만은 이렇게까지 막무가내식으로 사람들을 전선으로 보내다니..... 배운사람이라서 그런지 그런 모습이 너무나도 기가 막혔다.
남식이 포함된 대열을 그들 군관이 다가왔다.
그러다가 남식은 한사람이랑 눈이 마주쳤다.
"아니 선생님?"
"정수 아버님 아니세요"
자신이 가르치는 제자의 부친이다. 그렇다. 기억이 났다. 어딘지 모르지만은 관공서에 근무하는 하급 공무원이라는 것을 말이다. 그런데 이런곳에서 만나다니.
서로 알아보자 정수 아버지라는 사람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결국 이사람에게도 올것이 온거구나 하는 그런표정으로 말이다.
정수 아버지는 고개를 돌려 자신이랑 동행한 군관에게 다가간다. 그리고 몇마디 소곤소곤 거린다. 고개를 끄덕이는 군관.
"보름후에 제군은 대일본제국의 황군으로 입대할 것이다."
자신에게 다가온 군관이 남식에게 내뱉은 말이었다. 보름후에 오라는 것이다.
오자마자 머리깍이고 바로 끌려가는 이들을 직접 보고 있는 남식으로써는 예상치 못한 일이었다.
아리송하지만은 그래도 입대는 사실이라는 것을 알고 발걸음을 옮겼다.
"선생님"
"정수 아버님"
총독부를 나오는 남식을 향해서 누군가가 불렀다. 정수 아버지였다.
"정말로 면목이 없습니다. 제가 할수 있는 것이 이것밖에 없어서요."
"그럼...... 보름후에 오라는게 정수 아버님께서......"
고개를 끄덕인다. 이윽고 말을 이었다.
"예전이라면은 몰라도 지금은 병력 송출 독촉에 워낙 시달려서 예고없이 바로 보낼 수밖에 없어요. 그리고 요즘같은때에 정식 절차대로 모집을 하자면은 다들 잠적하거나 내빼고 해서.... 그래서... 그런데 선생님까지 그렇게 될걸 생각을하니 제가 윗분들에게 손을 ㎲? 저랑 친분이있는 분인데다가 학교 선생님이라고 보장을 한다고 하니까 예외를 허락해줬습니다."
"이런...... 뭐라고 감사해야 할지..... 저도 불안했는데 이렇게까지 신경을 써주시다니."
"뭘요. 아들놈 공부하게끔 신경써주시는 것에 비하면은 아무것도 아니죠. 그리고 제가 뭐 한게있다고...... 좀더 빽이 있다면은 어떻게......."
"그러지 않으셔도 되요. 요즘 시대가 어떤때인데요. 팔자려니 해야지요"
이렇게 해서 바로 끌려가는 신세를 면하였다고 한다.
"남영이 너도 언제가 될진 모르지만은 그때까지 어머니 부탁한다."
"형"
동생의 얼굴을 보지 않고 남식은 밤하늘만 바라다 보았다.
"그분에게 따로 예기해놨거든 너한테 그게 오면은 잘 봐달라고..... 봐달라는거 면제 해달라는 게 아니고 예고없이 끌려가는거 말고 여유를 두고 준비할수 있게끔 편의를 봐달라고 한거야."
"......."
형을 바라보는 남영역시 착잡해지긴 마찬가지였다. 남의 일 같진 않았으니까. 19살로 언제든지 군대에 끌려갈수 있는 연령이니 만큼 스스로도 불안해질 수밖에 없었다.
보름뒤에 남식은 입대를 하였다. 그 보름동안 어머니를 달래고 안심시켰기에 떠나는날 비통해하거나 통곡을 하는 일은 없었다.
그렇게 해서 위로 두 형들이 전선으로 끌려갔고 남영은 남아서 학업에 전념하며 어머니를 보필하고 있었다.
그렇게 해서 한해가 지났다. 전선에서 보내는 형들의 편지를 어머니에게 읽어주면서 안심하세요. 라는 말로 위로를 하는 것이 일상생활이 된 남영에게도 결국 올것이 왔다.
막내 아들마저 가버린다면은 그야말로 혼자가 되는 어머니는 이것만은 않된다면서 대성 통곡을 하였다.
하지만은 별다른 방법이 전혀없다. 착잡한 마음에 모친을 달래면서 스스로를 위로하면서 남영 역시 총독부 병사계로 향하였다.
둘째형 남식의 제자의 부친이 일한다는 병사계이니 만큼 그리고 따로 예기를 해뒀다니 만큼 예고없는 그런 불상사는 일어나지 않을거라는 것에 한가닥 기대를 걸었다.
빽이라고 하긴 그렇지만은 그래도 다른 사람들 보단 자신은 그래도 나을지도 모르겠다.
"악...."
"이런 실례...... 죄송합니다. 다치진 않았습니까?"
골목길로 들어서려는 순간 그곳에서 나오는 자전거를 보고 얼른 피하는 남영에게 뭔가가 부딧혔다. 다른 사람이랑 충돌을 한 것이다. 그것도 일본 사람이.........
"하이.... 괜찮습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이거....."
"저도 잘보지 못하였으니까 그런거니 그런 말씀마십시오."
보라색의 기모노를 입은 손에 뭔가 보자기로 싼 일본여자였다.
나이는 남영보다 몇 살 어려보였다.
다리를 다쳤는지 절룩거리는 것이었다.
"이런 다치신거 같은데...... 병원으로......"
"아니. 아닙니다. 전 원래 다리가 불편합니다. 그쪽이랑 부딧혀서 그런게 아니니까 오해는 마십시오."
서툴기는 하지만은 그래도 저나이의 일본인이 배운 조선말치곤 꽤 하는 편이었다.
일어나면서 자신이 떨어뜨린 보자기를 주으면서 걸음을 옮겼다.
그모습을 보고 남영은 그냥 지나치기 어려웠다.
"어디까지 가시는데요. 제가 들어드릴께요."
"아니 아니 그럴 것 없습니다. 괜찮다니까요"
"많이 불편해 보여서 그러니까 도와드릴려고요. 오해는 마세요."
아마도 이 여자 역시 조선사람을 경계하는거 같았다. 조선 사람이 일본 사람 곱게 보지 않는 것처럼 일본 사람 역시 조선사람에 대해서 경계하는 건 마찬가지이다.
경계하는 듯이 남영을 바라보던 일본 여인은 순간 고개를 돌렸다.
"가까운곳이라면은 제가 들어드릴께요. 이상하게 생각하지 마세요."
한동안 고개를 숙이던 여인은 이윽고 고개를 들면서 남영에게 말을 걸었다.
"총독부에 가는 중이었거든요."
"총독부요. 저도 거기가는 중이었어요"
"혹시 거기서 일하는 분인가요?"
"아니요. 오늘 신검받는 날이라서요. 병사계로 가던 중이었습니다."
"아! 그런가요. 그럼 부탁 드리겠습니다."
"예. 이리 주세요."
이렇게 해서 남영은 기모노를 입은 여인과 동행을 하게 되었다. 가는 거리야 얼마 되지 않지만은 이 여자가 다리가 불편해서 가는데 시간이 많이 걸렸다.
그리고 같이 동행을 하면서도 내심 남영쪽의 눈치를 자꾸 살피는 것이다. 잘알지도 못하는 외간남자랑 동행하는 것이 마음에 걸리는것처럼 말이다.
"저기 다와가네요."
"하이, 그렇습니다."
저 멀리 총독부 정문이 보였다. 그리고 자신처럼 신검 받으러 왔는지 많은 사람들이 줄을 서있었다.
"이제 이리 주십시오."
"예 그럼....."
"신세 많이졌습니다."
그리고 그녀는 정문을 향해서 들어갔다. 아마도 그녀는 높은 직에 있는 사람의 자녀가 아닐까 남영은 생각을 했다.
아무런 제제를 받지 않고 저렇게 들어가는 것을 보면은 말이다.
남영은 병사계로 향하였다. 그곳에서 둘째형 남식의 제자의 아버님이라는 분을 만났고 이래저래 편의를 받았다.
그리고 얼마후에 정수 아버지라는 분에게서 의외의 소리를 들었다
"신검 보류라고요?
"그렇다니까. 자네 어디 아픈가? 아프더라도 왠만해서는 다 가는데....."
"그럴리가요 저 그렇게 아프거나 병이 있진 않은데요."
"그럼 왜 그런거지?"
정수 아버지도 이 사태가 믿어지지 않은지 고개를 저었다. 사지육신 멀쩡하면은 바로 가는 것인데....
"그럼 저 면제인가요?
"꼭 그런건 아닐세.... 얼마동안 유보가 되면서 좀더 살펴본다 그렇게 봐야지. 팔 다리 없는 불구가 아닌 이상은 그런 일은 거의 없거든"
혹시나 하는 생각에서 면제 가능성을 물었지만은 그건 남영의 희망사랑이라는 예기다.
"어찌되었든 간에 가까운 시일내에 가는 건 아니라 그말인데... 알았어요. 그럼 이만 가볼께요."
"그렇게 하게...... 나도 따로 한번 알아볼테니까 기다리고 있게"
병사계를 나왔다. 해가 저물기 시작했다. 발걸음을 옮겼다. 오늘 바로 끌려가는 거 아니면은 몇일 후에 가는 것으로 알고 집을 나온 남영으로써는 의외의 결과로 인해서 상당히 발걸음이 가벼웠다.
갔던 일은 어떻게 되었느냐는 어머니의 물음에 좀더 있어야 알수 있다는 말로 안심을시켰다. 그래도 당장은 않간다는 말에 어머니는 적지 않게 안심을 하는 거 같았다.
"남영군 남영군"
학교를 나오는 남영을 누군가가 불렀다. 돌아다 보니까 병사계에서 일하는 정수 아버님이라는 분이다.
"여긴 어쩐일이세요"
"기다리고 있었네."
"저를요? 왜요. 혹시..."
징집 문제때문인가 하고 불안해하는 남영. 하지만은 정수 아버님이라는 분은 고개를 저었다.
"아닐세. 아니 그럴수도 있고 아닐수도 있는......"
"무슨 일이세요. 그럴수도 있고 아닐수도 있다니요"
"하여간에 잠시 나랑 한번 가보세"
"어디를 요?"
"가보면은 알게 되네."
마침 지나가던 인력거를 세우면서 남영을 태웠다.
"국일관에 가보게나. 그곳 지배인에게 자네 이름을 대면서 이마니시 라는 분을 찾으면은 되네."
"예?"
의아해하는 남영을 더는 시선을 주지 않고 인력거 꾼에게 돈을 주면서 눈치를 보냈다. 그리고는 인력거는 달렸다.
국일관이라? 그것에 왜 가야 하는 것인지...... 주로 고위 공직자나 재력가아니면은 가지 않는 고급 요정이 그곳인데...... 그리고 이마니시 라는 사람은 뭐하는 사람인지......
이런 저런 생각에 정신없는 동안 인력거는 국일관에 다달았다.
"어떻게 오셨는지요."
검은 옷을 입은 지배인인듯한 사람이 다가왔다. 행색을 보아하니 돈 많은거 같지 않는 이런데 올만한 사람이 아닌 자가 들어오니 뭔가 해서 다가오는 것이었다.
"저기...... 여기에 이마니시 라는 분이 계시진 않는지...."
"혹시 박남영씨되십니까."
자신의 이름이 이사람에게서 나오자 놀란 표정을 지으며 대답하였다.
"예?"
"이리오십시오.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자신이 누군지 알자 공손해진 지배인은 남영을 안내하였다.
지배인의 안내로 한 방으로 들어갔다.
"오셨습니다."
지배인은 남영을 안내하고는 방안을 나왔다. 방안에는 한 중년의 남자가 있었다.
머리는 백발이 듬성듬성 보이는 은테안경을 낀 척봐도 어디 좋은 배경이 있어보이는 배운축에 드는 엘리트의 인물로 말이다.
"자네가 박남영이라는 젊은이인가?
"예 그렇습니다만은........"
"서 있지만 말고 앉게나."
아직 어찌할봐를 몰라서 서있기만 하는 남영을 보자 그는 자리를 권하였다.
뭘 물어볼려는 순간 방문이 열리고 몇 명의 여자들이 들어왔다. 여기는 명월관 요정이니까 한복을 곱게 차려입은 것으로 봐서 기생일거라고 남영은 생각을 하였다.
그들은 술상을 들고 천천히 안으로 들어왔다.
상대와 남영의 사이에 술상이 내려지고 그녀들도 각자 이 두사람 옆에 착석을 하였다.
곱게 차려 입고 자태가 고운 요염한 미모를 가진 여자들이었다.
남영은 뭐가 뭔지 몰랐다. 갑자기 여기에 오지 않나. 그리고 기생을 둘이나 옆에 앉히고 있는 현실에 혼란스러웠다.
자신의 형편상 이런 것은 꿈도 꾸지 못하니까.
"자 한잔 하겠나?"
"아니 저 술못합니다."
상대가 건내주는 술잔을 정중히 거절을 하였다. 영문도 모르는 곳에 끌려와서 못하는 술에 취해서 정신 잃긴 싫으니까 말이다.
상대가 더 권하려는 태도를 보이자 남영은 자신앞에 놓은 술잔을 거꾸로 엎었다. 한번 이야기 한거 두 번 반복하기 싫다는 단호한 의사를 상대에게 전달하였다.
상대 역시 그것을 보고 미간을 찌뿌린다. 속으로는 아마 건방진 놈이라고 욕을 할 것이다.
"왜 저를 보자고 하신건지..... 전 귀하를 잘 알진 못하는데요. 거기다가 여기까지 올 이유는 더더욱 없고요."
"물론 그럴걸세. 며칠전까지만 해도 나 역시 자네 같은 생판 모르는 조선 사람이랑 마주할 생각 역시 없었으니까."
"그런데 왜?"
뭐 때문에 자신을 불러들인것일까. 더욱 아리송해지는 남영이다.
"자네 신검 보류된게 뭣때문이라고 생각되나?"
"그건 어떻게 아십니까?"
뜬금없이 자신의 신검 문제를 걸고 나오자 당황할수밖에없는 남영이었다.
"내가 자네를 그렇게 만들었네."
"예?"
상대는 옆의 기생들이 따라주는 술을 단숨에 들이켰다. 그리고 잠시 자신 주위에서 애교를 부리는 기생들에게 음큼한 시선을 번갈아 가면서 보내주었다.
남영의 눈에는 아마도 상대는 자신만 없었다면은 당장 저 기생들을 덮쳤을것으로 보일만큼 정신이 팔려있는거 같았다.
"으흠"
남영이 눈치를 주면서 본론으로 들어가자며 상대에게 신호를 보내자 그제서야 기생들에게서 눈을 떼며 남영을 바라본다.
"너희들은 잠시 나가 있거라."
"예"
상대 옆의 기생 둘이랑 남영 옆의 기생 둘도 같이 자리릴 비웠다.
남영의 옆에 앉았던 기생들은 아무런 미련없이 자리를 비웠고 상대 옆에 있던 기생들은 상대에게 시선을 보내면서 천천히 걸어나갔다.
나중에 다시 보자. 불러주세요. 하는 그런 시선을 보내면서 말이다.
"이제 본론으로 들어가죠. 절 부른 이유랑 신검 문제랑 뭔 상관이 있는지요."
"그렇게 하세나."
그리고는 상대는 자신을 소개를 한다. 자신은 총독부 병사계장을 지내는 이마니시 이쿠오라는 사람이라는 소개를 시작을 해서 왜 자신을 불렀는지 예기를 늘어놓았다.
"결혼이라니요?"
뜬금없이 상대의 결혼제의에 놀랄 수밖에 없었다. 생판 모르는 사람이 그것도 일본사람이 이런 소리를 한다니. 조선사람은 조선사람대로 일본 사람이라면은 치를 떨 듯이 그에 못지 않게 일본 사람 역시 조선사람 대하는 것은 그리 곱진 않다는 것은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인데 이런 낮도깨비같은 제의를 받는 것이 황당할 수밖에 없었다.
"내딸이 자네를 보고 마음이 있는거 같더군."
"따님이라니요? 전 일본 여자 아는 사람 하나도 없는데요?"
이마니시 라는 사람이 잘못 전해듣고 엉뚱한 사람 불러들인것이라는 확신이 든 남영은 다시금 강조하였다.
"아마도 사람을 잘못보고 절 데려오신거 아닌가 생각되는데....... 뭔가 착오가.."
"신검 받던날 자네 일본 여자랑 총독부로 동행한적이 없었나?"
동행이라고... 잠시 머리를 굴리던 중에 뭔가 떠올랐다. 물론 그런일은 있었다. 그런데 그여자가 이 일이랑 상관이 있단 말인가. 잠시 스친 사람인데 그리고 그런일이 있었다는 것은 알뿐 얼굴조차 가물가물할 정도로 신경쓴적이 없는 사람인데.......
"예 그렇습니다만은........"
"그애가 내딸이네. 올해로 16살인데 자네를 처음보고 마음에 들어하는거 같더군. 나에게 점심 가져다 주면서 오면서 있었던 일을 말했지. 대놓고 이야기는 않하지만은 자네를 깊히 생각을 하는거같더군. 그 이야기 듣고 그날 신검받는 사람중에서 찾아보게 했네. 그리고 자네를 찾게 되었고 그렇게 해서......."
세상에 잠시 부딧히고 미안한 마음에 짐 들어준거 가지고 결혼 운운하다니...... 황당하였지만은 그래도 상대에게 큰소리를 치지 못하였다.
"그래서 저에게 따님이랑 결혼해달라고 청하시는 겁니까?"
"그런 것은 아니고 생각해줄수는 없는가 하고 말이네."
"희한하네요. 다른 사람도 아니고 일본사람에게서 이런 제의를 받다니. 그리고 내노라하는 공직에 계신분께서 저희같은 별볼일 없는 쪽에 그러시니 더욱 황당하네요."
남영의 말에 이쿠오 역시 쓴웃음을 지으면서 다시 한잔 술을 들이켰다.
그 역시 별볼일 없는 조선인을 사위로 삼는 것이 별로 내키진 않는 모양이다.
"하지만은 그럴 수밖에 없거든. 사실 내딸아이는 결점이 있어서 말이네."
"결점이요."
뭔가 있긴 있는가 보다. 이런 식으로 파격적인 혼인 제의를해오는 것을 본다면은.......
흠이 있으니까 막무가내 식으로 가는 것이 아닐는지.....
"그때 보진 않았는가. 그애 다리가......."
다리라고..... 그렇다. 다리가 불편하다는 소리를 들은적이 있다.
"불편한 것 같던데....... 그럼......"
"바로 그거네. 선천적으로 태어날 때부터 다리를 절었다네. 의사 말로는 그리 심하지진 않지만은 치료 불가능하다네."
바로 그거였군. 다시 이쿠오의 이야기는 이어진다. 자신의 딸의 시집을 갈수 있을 정도로 나이는 찼는데 혼인할 상대 구하기가 쉽진 않다고 한다. 집안쪽에 이래저래 알아보았지만은 선천적인 불구인데다가 건강상태가 좋지 않아서 다들 기피하였다고 한다.
그러던중에 얼마전 딸아이는 아버지 도시락을 가져다 주러 총독부로 오다가 친절한 조선인 사내를 보았고 그를 상당히 마음에 두는거 같았다. 평소에 사람들이랑 교류가 없는데다가 말수가 적은 딸아이였기에 그런 행동에 이쿠오는 놀랐고 그 상대를 찾았다.
그리고 그날 병사계에 신검받으러 온 인물인 것을 알고 일단은 신검 보류 결정을 내리게 했다.
병사계의 최고 책임자이자 막강한 권한을 가진 몸이라서 그런 것은 어렵지 않았다.
전선에 보내는 병력을 선발하는데 있어서는 누구도 그에 대해서 왈가 왈부를 할수 없을 정도니까 말이다.
전시에 국가 총동원령이 내려진 시점에서 병사계장이라는 사람의 권력은 욱일승천하였다고나 할까.
"그래서 내가 자네에게 이런 제의를 하는 걸세. 한번 생각은 어떤가."
"글쎄요. 전 결혼 생각한적이 전혀 없거든요. 주변에서도 그렇게 권하는 사람도 없고...."
"그렇다면은 지금부터 생각해보는 건 어떻겠나."
자신의 어머니라면은 모를까 생판 본적이 없는 일본사람에게 이런 소리를 듣다니 남영으로써는 황당할 수밖에 없었다.
"그건 제 개인적으로 결정할수 있는 일이 아니거든요. 그리고 잠깐 길거리에서 스친 사람이랑은 더더욱 그렇고요."
"그럴테지. 그럼 집에 가서 부모님이랑 상의를 해보게. 한달안으로 좋은 소식이 있었으면은 하네."
더욱 기가막혔다. 한달 시간을 줄테니 선택을 하라니...
"한달안이라고요? 저기 너무 막무가내로 나오시는거 아닙니까?"
"내입장에서는 그럴만 하니까 그런거네. 그리고 자네가 아니다 싶거나 싫다면은 좀더 좋은 다른 누군가를 물색을해서 내자식이랑 맺어줘야 하는거거든. 부모 심정이야 다 같은거 아닌가."
"만일에 지금 제가 싫다고 한다면은요."
왠지 살기를 가득 담긴 남영의 말에 상대는 가소롭다는 식으로 대꾸하였다.
"그럼 없었던 예기로 하면은 그만이지. 그리고 그순간 자네를 대일본제국의 영광스런 황군이 되는 걸세."
그말에 남영은 현실을 직시하였다. 자신이 딸의 마음에 들어해서 일단은 입대를 보류해준 것이다.
만일에 남영 스스로가 싫다고 하거나 저쪽에서 않돼겠다고 여겨진다면은 혼담 없었던 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닌 그날부로 바로 전선으로 끌려간다 그말 아닌가.
스스로를 진정시키면서 다시 상대에게 말을 걸었다. 하지만은 이전과는 달라진 어느정도 공손함이 가득 배인 태도로 말이다.
"저기..... 결혼이라는 것이 인륜지 대사인데다가 어머님 놔두고 제 멋대로 결정하는 것은 있을수 없습니다. 게다가........ 상대가 일본사람이라면은 더더욱 그렇고요. 그러니...."
당신같은 시건방진 일본사람을 장인으로 두기 싫다와 일본여자랑 결혼하는 것은 더욱 싫다라는 말을 아주 우회해서 그리고 더욱 포장을 해서 상대에게 존칭을 해가면서 말을 이었다.
"그럴테지. 그래서 자네에게 한달동안 생각을 해보라는 걸세. 그정도 기간이면은 충분하지 않을까."
"그렇긴 합니다만은... 알겠습니다. 어머님에게 여쭈어보고 나서 신중히 상의해보겠습니다."
좀전보다 더욱 공손해지고 예를 갖춘 남영의 태도를 보고 피식 웃음이 나왔다.
역시 군대 예기를 꺼내니까 예상대로 잘 먹힌다라고 생각을 하면서.....
"잘 생각을 했네. 조선 사람 치곤 그런데로 말이 잘통하는군. 그건 그렇고 그 예긴 이쯤으로 해두고 우리 한잔 거하게 하는거 어떤가. 아! 술못한다고 했지. 그럼 그 애들 불러서 이부자리 펴라고 할까?"
그 말에 남영의 안색이 뻘개졌다. 지금 자신에게 딸 시집 보내니 않보내니 이야기 하다가 갑자기 기생들끼고 자지 않겠느냐니......
"저에게 시집 보낼려는 상대가 따님입니까. 아니면은 아까 그애들입니까?"
터지기 일보직전의 남영의 모습에 이쿠오는 놀란 표정을 짓더니 박수를 치면서 호탕하게 웃었다.
"하하하하. 미안미안하네. 잠깐 시험한거네. 이거 조선사람들 지조하면은 여자들한테만 있는건줄 알았는데 그거 아니군. 사내들 역시 그런 것이 있었어. 잠깐 스치긴 했을망정 그애 사람 한번 제대로 본 것은 확실하군."
자신을 실험을 한거라고... 더 뭐라고 하고 싶지만은 그러진 못하였다.
아쉬운 것은 자신인데다가 저쪽은 칼자루를 쥔 상대이니까.
그렇게 이쿠오랑 얼마동안 자리를 같이 한후 남영은 국일관을 나왔다.
그리고 그날 저녁 남영은 노모에게 그 일을 말해주었다.
"이런 빌어먹을 왜놈을 봤나. 그래 그놈이 그거 가지고 협박을 한다디."
"협박은 아니고요. 뭐랄까. 제안이라고 해야 하나..... 하여간에 한달 말미를 준다면서 생각을 해보래요."
"웃기네. 우리 집안이 어떤집안인데 왜녀를 며느리를 맞이 하라니.... 그것도 다리 병신을...."
다른 것은 몰라도 일본여자인것만은 용납못하는 모친이었다.
어머니의 태도를 보고 남영은 한숨을 쉬면서말을 이었다.
"그럼 못하는 것으로 결정난거네요. 그분에게 그렇게 전할까요."
"그렇게 해라. 어디 여자가 없다고 왜녀니"
자릴 일어나면서 자신의 방으로 들어가면서 남영은 한마디 던졌다.
"그럼 전 바로 입대에요."
그말에 모친의 안색이 파래진다. 그렇다. 일본여자 며느리 맞느냐 못맞느냐 하는 일에 이를 갈면서 중요한 것을 놓친 것이다.
하나밖에 않남은 막내아들의 입대를 말이다.
"그러니..... 어쩌면은 좋니."
남영으로써도 뭔 좋은 수가 있을까. 자신의 집안에 든든한 배경이 있다면은 모를까 전혀 그렇지 않는데 말이다.
"눈질긋 감고 저 장가가던가 아니면은 군대가던가. 그것밖에 없어요."
노모의 안색은 다시 창백해진다. 막내마저 군대가면은 자신은 어쩌라고....
어떻게 그런데로 지낸다고 하더라도 문제는 다른데 있지 않은가 살아서 돌아올수 있느냐 없느냐인데........
지금 전쟁중이라서 더더욱 그런 걱정은 커질 수밖에 없지 않은가.
그런 노모를 보며 말없이 남영은 자신의 방으로 향하였고 문을 닫았다.
어머니의 한숨소리가 왠지 귀에 거슬리는거 같아서 말이다.
"올해 16살이라"
남영은 몇일전에 보았던 그 일본 여인을 떠올렸다. 자세히 보진않았지만은 얼굴빛은 하얗던건 분명하다. 그리고 보랏빛의 기모노였다.
격이 있는 집안의 화초처럼 자란 여인은 분명하다고 확신을 하였다.
다시 자신을 돌아본다. 올해 남영의 나이는 19살로 경성제대 1학년 재학중이다.
19살과 16살이라..... 아직 이르다고할수 있지만은 그건 시대적인 상황에 따라서 차이가 난다.
남자의 경우 전쟁이 발발한 시점이라서 할수없이 징집되는 상황이다 생사를 기약할수 없는 군 입대 선택의 여지가 없다. 그렇게 해서 각 가정에서 등장하는 것이 미리 장가를 가서 자손을 얻는 것이 최선책이다.
전선에 가서 생이 마감하더라도 집안의 대를 이을 자식을 미리 보는 것 말이다. 그래서 손이 귀한 집안의 경우는 조기에 자식을 그것도 장손을 장가보낸다
그리고 여자들의 경우도 이랑 비슷하다. 국가 총동원령이 내려지고 군수물자 생산을 위한 인력을 동원하기 위해서 그들도 징집 대상이 된다.
물론 이건 어디까지나 표면적인 구실일뿐 그들이 가는 곳은 군수공장이 아닌 정신대라는 일본군 위안부 즉 성노리개 역할의 매춘부나 다름없는 일이다.
과거 단순한 공장 노무자 차출이라는 이유에 많은 사람들이 여기에 갔지만은 결국 그 실체가 사람들에게 알려져서 너나 할것없이 피하게 되었고 그에 의해서 교묘하게 빠져나가는 방법이 만들어지고 탄생한 것이 결혼이다.
위안부로 끌려가지 않는 대상은 미혼의 여성이어야 하고 기혼자는 여기에 해당않된다.
그래서 각 가정에서도 딸을 일찍 시집을 보낸다.
"그런데 그 여자 그 짧은 시간에 뭘 보고 내가 맘에 들어하는 건지....."
알수가 없었다. 부딧히고 짐들어주고 잠깐 동행해준거 말고는 없는데 말이다.
순간 반했다거나 뭔가 통하였다고 하기에는 그녀에게 시선을 준적이 없고 낮뜨거운 뭣도 있는 그런것도 없는데 말이다.
눈을 감았다. 일단은 내일일은 내일 생각을하는 것. 지금 이렇게 머리 싸매서 생각을 해봐야 뭐 답이 나오는 것도 아니고.....
"부르셨어요. 어머니"
학교 다녀오자 안방으로 자신을 부르는 어머니의 호출에 뭔가 결단을 내린 것이 아닌가 하고 긴장이 되기 시작을 하였다.
그런 자신의 짐작이 맞기나 한 듯이 어머니 얼굴은 뭔가 마음을 단단히 먹은 것처럼 굳어 있었다.
"요 몇일간 곰곰이 생각을 해봤는데......."
그렇다. 그 일 때문이다. 다음에 이어질 말에 남영은 귀를 귀울였다.
"확실히 군대 않가게 해준다면은 그렇게 하는 것이 좋겠다."
"예?"
일본여자 절대로 며느리로 들이는거 용납 못하는 모친이 이렇게 나오자 남영은 당황하였다.
"결혼 제의 받아들이시는 거예요."
고개를 끄덕이는 모친, 하지만은 다음으로 이어지는 말에 남영의 당혹함은 어느정도 사라졌다.
"할수 없잖니. 지금 전장에 나간 너의 형들도 오늘 내일 생사 기약하기 힘든데 이 애미는 힘이 없지. 그런데 너까지 보내라니. 나보고 죽으라는 소리랑 다를게 뭐가 있니."
"..........."
"마음에 들지 않는 왜녀 며느리 들이는거 집안에 먹칠하는 것이지만은 그래도 집안을 당장에 유지하는게 그 방법밖에 없다면은 어쩔수 없구나. 그렇게 하자꾸나."
가문의 대를 잇는 것이 최우선이다. 당장 굴욕적이더라도 집안이 끊기는 일보단 나은편이라는 현실적인 판단이 어머니의 마음을 움직인거였다.
"그쪽 집안에 전해라. 받아들인다고....... 한번 날잡아서 상견례라도 가지자고 하자꾸나."
"예. 그렇게 전할께요."
결정을 내렸지만은 그래도 울화가 치밀어오르는지 인상은 그리 곱지 않았다.
그런 어머니를 안쓰럽게 봐가면서 남영은 자리를 나왔다.
이런 결정을 내리기까지 얼마나 마음 고생이 심했을까.
문득 자신의 일로 어머니께 이런 속앓이를 시키는 남영 스스로가 원망스러웠다.
"내 일인데 내가 할수 있는일은 아무것도 없다니."
이런 저런 생각에 어느덧 목적지인 총독부에 도착을 하였다.
근처 다방에 자리를 잡은뒤에 전화를 걸었다.
"예 말씀하세요."
"접니다. 박남영이라고........"
"아! 자네로군. 웬 일인가 혹시......"
"근처 00다방에 있는데 으면은 합니다."
"알았네. 기다리게."
잠시후 다방문이 열리고 남영이 기다리던 사람이 나타났다.
"안녕하셨습니까"
"그래 자네도 잘지냈나."
이미 마음의 결정을 한만큼 상대에게 공손하게 대하였다. 싫든 좋든 장인 될 사람이니까 말이다.
"집안에서 결정을 내렸습니다. 그 제의 받아들이겠다고요."
"그런가 고맙군. 이렇게 좋은 소식을 전해주다니."
좋은 소식? 누구에게 좋은 소식일까.
"모친께서는 양가의 상견례가 가까운 시일내에 있었으면은 하십니다."
"그럴테지. 가까운 날짜에 자리를 마련해보지."
"감사합니다. 그런데 한가지 부탁이...."
부탁이라는 말에 이쿠오는 짐작이나 한 듯 호탕하게 웃으며 남영의 말을 중간에 끊었다.
"자네쪽에서 결정을 한 만큼 입대 문제는 내가 알아서 해주겠네. 설마 내딸 약혼자를 전선으로 보낼만큼 나 그렇게 몰인정한 사람은 아니니까."
"아니 그게 아니고....."
"아니면은 뭔가?"
"따님을 잠시 만났으면은 합니다. 오늘이나 내일 말입니다."
남영의 말에 그제서야 이해한다는 듯이 이쿠오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군. 그러고 보니까 그때 처음 본 이후에 서로 본일도 없지."
"예."
"알았네. 내일...... 아니 지금 나랑 같이 가지."
"감사합니다."
신부될 여자를 좀더 자세히 보고싶은 것도 있지만은 남영은 그녀에게 묻고 싶은 것이 많았다. 자신의 뭐가 마음에 들고 왜 자기를 찍었는가를 말이다. 그리고 그 외에도 물어보고 싶은것이랑 알고 싶은 것이 많았다.
다방을 나온 두사람은 각자 인력거를 잡아탔다.
얼마후 두사람은 한 저택에서 내렸다. 대리석으로 만들어지고 정원이 갖추어진 서양식의 신식 저택이었다.
이쿠오를 따라 남영은 안으로 들어갔다. 거실에는 바로크 양식의 골동품 목제 가구들이 즐비하였다.
"앉게나."
"예"
처음보는 화사한 저택에 남영은 이래저래 시선을 고정시키지 못하고 주변으로 분산시킨다.
"딸아이를 부르겠네. 자리를 비워줄테니까 서로 이야기나 나눠보게."
이쿠오의 말에 남영은 그제서야 정신을 차리고 그에게 시선을 돌렸다.
"예? 예"
자리를 일어서는 이쿠오. 그리고는 윗층으로 올라간다. 남영은 긴장하기 시작한다. 생전 처음본 자신에게 결혼 제의를 한 여자가 어떤 여자인지.... 그리고 이쿠오가 말한 결점외에 다른 것은 더 없는지를 말이다. 전번에 보긴 하였지만은 자세히 보진 않았기에 더욱 호기심은 더해갔다.
얼마간의 시간이 지났을까 인기척이 들려온다. 고개를 돌린다. 계단쪽이다. 누군가 온다.
순간 남영은 그녀일것이라고 확신하였다. 남자 발소리가 아닌 여자의 조심조심 걸어오는 소리이다. 그리고 아마도 기모노를 입었기에 저렇게 들려오는 것일것이라고..... 그리고 불규칙적인 걸음걸이...... 다리 불편한 그녀가 아닐까.
그리고 누군가가 나타났다. 그녀였다. 보라색의 기모노가 아닌 흰색의 기모노를 입고 있었다.
그녀는 남영을 알아보자 얼굴을 붉혔다. 그리고 잠시 멈칫거리더니 고개를 돌리면서 남영의 맞은편 의자에 앉았다.
"처음 뵙겠습니다. 박남영이라고 합니다."
잠시 적막이 흐르면서 둘은 서로 아무말도 없었다. 그러다가 먼저 남영이 말을 꺼냈다. 여기까지 온 이유가 있기 때문에....
"반갑습니다. 남영상. 저는 이마니시 사나에라고 합니다."
이마니시 사나에.... 그녀의 이름이구나. 자신은 여태껏 그녀의 이름도 알지 못하였다. 아니 물어보지도 못한거다. 다른일에 신경이 쓰여서.........
남영은 더욱 더 그녀를 유심히 바라다 봤다. 16살의 앳된 모습 백옥과 같은 피부 오늘에서야 구체적으로 보는 그녀의 모습이다.
"저기........"
자신을 유심히 뚫어져라 바라보는 남영의 모습에 얼굴을 붉히면서 먼저 말을 거는 사나에.
"예?"
자신이 너무 상대를 바라보기만 한 것 같고 그것 때문에 무안해하는 것을 알게 된 남영
"저기 물어보고 싶은 것이 있는데......"
"예? 예 말씀하세요. 남영상."
어떤 이야기가 나올까. 그녀로써도 궁금하고 왠지 가슴떨려 하는거 같았다.
"왜 저를 택하였는지 알고 싶어요."
그 말에 사나에의 얼굴은 더욱 붉어졌다. 이거 괜한 이야기를 한 것이 아닌지...... 남영 스스로 후회를 하였다.
"꼭 말을 해야 하는 건가요?"
"아니, 뭐....... 대답해달라는 것이 아니라...... 궁금해서... 곤란하다면은 이야기 않하셔도 됩니다."
상대가 아무래도 대답을 피하는거 같아서 남영은 이렇게 얼버무린다.
"대답 못하는 건 아닌데........."
"예?"
뭔가 결심을 한 듯이 그녀는 겨우 입을 열었다.
"알고 싶어하시는 것은 당연하겠지요. 하지만은 지금은 곤란합니다. 언제가 될진 모르지만은 제가 말을 할수 있게끔 준비가 될 때에 그때 해드리면은 않될까요?"
".........."
간절하면서도 그러면서도 애뜻한 얼굴로 부탁 아니 하소연을 한다.
"남영상이 알고 싶은 것 궁금한 것은 다음으로 연기해주셨으면은 합니다. 지금은 대답을 못합니다. 그러니......."
"그렇게 하세요. 어차피 서로 평생을 같이 할 사이인데...... 그정도야.."
평생을 같이 할 사이 라는 말에 사나에의 얼굴은 더욱 붉어진다.
"저를 그렇게 마음에 두고 계시는가요? 사나에 상"
"예? 예........."
대답이 더욱 궁해지는지 안절 부절 못하는 것이 하다 못해 안쓰럽기까지 하였다.
배운 여성이라거나 어느정도 학식을 갖춘 사회인같으면은 자신을 어느정도 당당하고 의기있게 표현을 할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은 그렇지 않는 배운 것이 없는 살림살이나 막일에만 매달린 여인네들의 경우는 그렇지 못하다. 권위적인 가장에 억눌려 살고 순종하는 식의 여필종부 의식이 뇌리속에 자리잡는 것이 현실이다.
사나에의 모습또한 외국인일망정 그런 면에서 볼 때 조선땅의 여인네들이랑 다를봐 없어 보인다.
"어쩌다가 이렇게까지 되었는지 몰라도 이왕 시작된거 잘해 나가 봅시다."
"감사드립니다. 남영상."
결국 이렇게 매듭지어진다. 남영은 다시 머릿속을 정리를 해본다. 그 다음은 어떻게 될까.
이것으로 해서 결혼은 사실상 이루어진거나 마찬가지이다. 그리고 입대 문제도 매듭지어진것이고.......
그 다음은 양가 상견례이다. 자신의 모친에게 며느리 감을 소개하는 것...
"그렇군."
"예? 중요한 일이라도........"
"아니 그게 아니라.... 사나에 상에게 일러둘 것을 깜빡 하였네요."
"말씀 낮추세요. 제가 더 나이가 어린데 그리고......."
말끝이 흐려졌지만은 뭔 이야기 할려고 하는지 짐작 못하는 것은 아니다.
남편될 분인데...... 이것이 아닐런지.......
"알았어요. 하지만은 만난지 얼마 않된데다가 그리고....... 차차 나아지겠지요."
"편할데로 하세요. 남영상."
다시 본론으로 돌아온다.
"사실 중요하지 않을수도 있지만은 가장 중요한 일이기도 해서 드리는 말씀인데...."
"어떤건가요? 남영상"
호기심에 가득한 얼굴로 사나에는 남영을 바라본다.
얼마 되지 않았지만은 그런 그녀의 모습이 왠지 귀여워보인다.
"얼마후면은 사나에 상 집안이랑 저의 집안 어른들이 상견례를 하게 될텐데요."
"예 그렇게 되겠지요."
"그때 설령 사나에 상이나 사나에 상 집안에 우를 범하는 일이 생기더라도 이해해주셨으면은 해서요."
"뭔소린가요?"
남영의 이해못할 말에 어리둥절하는 사나에
"저의 어머니 상대가 일본 여자라는 사실에 상당히 불만스러워 하세요. 저야 그렇지만은 다른 분들도 저와 같진 않을거라 그말입니다."
남영은 자신의 모친에 대해서 간략히 설명을 한다. 어쩔수 없이 받아들여도 내키거나 좋아서 하는 것이 절대 아니라는 사실이랑 그리고 현재 자신의 두분 형이 군대에 끌려간 사실또한 크게 한몫한다는 것을 말이다.
그리고 군대 면제 해준다는 조건으로 맺어진 결혼 어머니 입장에서는 억지에 가까운 이 결혼을 마지못해서 받아들여도 그 불쾌한 감정이나 불만이 단기간에 끝난다는 보장을 하기 힘든다는 것도 말이다.
남영의 설명을 들은 사나에는 그제서야 이해한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어머님 되실분께서 저를 용납못하시는거 어쩌면은 당연할지 모릅니다. 그 점 이해합니다."
"그리고 그 외에도 다른 문제가 상당히 있을텐데"
"말씀을 하세요. 남영상 다른 문제가 어떤게 있는지......"
이왕에 시작하는거 전부 시원하게 말해버리는 거 나쁠건 없을 것이다. 어차피 시작은 그럴싸해도 나중에 어떻게 될지 모르는 순탄치 않을지도 모르는데.......
"저의 집안 그렇게 넉넉한 집안이 아니라서요. 그리고 저는 지금 대학을 다닙니다. 제가 어느정도 따로 벌이를 해서 집안을 이끌어가고는 있지만은 아무래도 부족한점이 많습니다. 이점에 대해서도 알아주셨으면은 합니다."
시집 오면은 당신은 고생한다는 말을 상당히 우회해서 둘러댔다. 단도직입적으로 당신 고생밖에 않시킨다고 하기에는 상대는 순진해보이고 앳되보이니까 말이다.
잠깐 동안의 시간이 지나는 동안 남영은 이 사나에라는 여인에게 스스로 호감을 느끼는 것을 알수가 있었다. 알게모르게 상대를 배려하는 듯한 자신의 태도가 그렇다는 것을 뒷받침해주었으니까.
"그런 것은 걱정하지 않습니다. 저희 아버님께서 많은 도움을 주실것이라고 하셨으니까요. 그리고 호강하려고 결혼을 하려는 것은 절대 아닙니다. 그런 것은 생각해본적이 없습니다."
어느정도 마음의 준비가 갖추어진거 같았다. 일단은 다음번에 상견례에 대한 준비는 이것으로 된거 같았다.
잠시동안 두사람은 서로에 대해서 많은 이야기를 하였고 많은 것을 알수 있었다.
이야기가 오고가는 동안 두사람에게 일본이나 조선이라는 장벽은 사라져있었다.
얼마후 남영은 사나에의 집은 나섰다. 문밖까지 배웅하려는 사나에에게 몸도 불편하니 나오지 말라고 하면서 남영은 그날 자신의 신부될 여자와의 첫만남을 끝냈다.
골목길을 가는 도중에 문득 고개를 돌렸다. 먼 거리이지만은 누군가가 자신을 바라보는 것이 보인다. 아마도 사나에 아닐까.
"지금은 대답을 해주긴 힘들다? 그렇다면은 집안에서 억지로 떠미는 결혼은 아니라는 소리인데...... 그럼 오랫동안 나를 알고 있었고 마음에 뒀다는........"
이해하기 힘들었다. 하긴 시작부터가 알송달송하니까. 잘나가는 공직의 일본인이 왜 자신같은 보잘것없는 조선사람이랑 여식을 맺어줄까.
그렇다면은 여자쪽에서 강단을 부려서 그렇게됐다는 소리인데.......
오랫동안 자신을 알고 마음에 뒀다? 이건 말이 않된다. 그녀 나이가 올해 16살인데 짝사랑을 알고 시작을 하기에는 너무 이르다. 그리고 살아온 환경으로 봐서는 그렇게 까지 교육을 깊히 받은 것 같진 않다.
흠이 있는 상대라서 결혼 상대 고르기가 마땅치 않아서 결국 딸이 아무나 골라서 부모들이 막무가내로 추진을 하였다?
이것도 말이 않된다. 물론 한쪽 다리가 불편한 것은 사실이다. 그런데 그게 그렇게까지 큰 흠일까. 다리 불편한 것은 그렇다 쳐도 미모라던가 자태를 보았을 때 그런것쯤은 충분히 덮어둘수 있을거 같은데........ 그리고 잘나가는 집안은 아니더라도 평범한 집안으로 보내는 것쯤은 문제는 아닐텐데.
이래저래 생각을 해보았지만은 결국 결론은 나오지 않았다. 아까 그녀가 말을 한 때가 되면은 알게 해준다는 말을 떠올리며 그때가서 궁금증을 식히기로 하엿다.
"그렇게 흠만 있는 여자는 아니니까......"
"알았다. 알았어. 그만해라. 들을 만큼 들었으니까."
"예 그럼 내일 결례가 되지 않게끔 아시죠."
내일 이마니시 집안 분들이랑 남영 집안이랑 상견례를 하기로 하는 날이다.
혹시라도 있을지 모를 불상사를 대비해서 노모에게 주의를 당부하는 중이다.
일본인에 대한 뿌리깊은 피해의식이라고 해야하나......
무턱대고 색안경끼고 부정적으로 보는 시선.
한일 합방을 한지 수십년이 지났지만은 아직도 사람들 뇌리속에 이런 사고방식이 자리잡았다.
그리고 그런 것이 일본인에 대한 배타심을 낳았고 편견을 낳는다.
그리고 알게모르게 조선땅에서는 일본인들이랑 조선사람들이라 적지 않는 사고가 발생하곤 한다. 그리고 사람들은 일본사람들에 대한 격앙된 감정적인 대립과 갈등이 조장된다. 그런것에 대해서 조선사람들은 아무렇지 않아하고 아울러 작은 독립운동 혹은 민족의 얼을지키는 지조를 지키는 행동이라고 까지 극찬을 한다.
이런 지나친 극단적인 반일 감정이 옳고 그름을 구분못하는 모순점을 낳기까지 하였다.
남영의 어머니 역시 그런 면에서는 다를게 전혀 없는 분이다. 그래서 신신 당부를 하는 중이다. 내일 실수 없기를 당부하면서.....
"그런데 너 알아둬야 할것이 있는데 말이다."
"뭔데요. 어머니"
숨을 크게 들이키며 뜸을 들이더니 입을 연다. 긴장을 않할수 없다. 어머니께서 이런식으로 나올때는 뭔가 모종의 중대사를 발표하는 것이라서 말이다. 오랫동안 같이 생활을 하여서 남영은 어머니의 이런 점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다.
"너 우리집안이 어떤 집안인줄 알지."
"잘 알지요. 더 말해봤자 입만 아프게 뭘 그런 이야기를 다시 하세요."
또 다시 뼈대 있는 지조있는 청빈한 집안 이야기가 나올거 같아서 얼른 어머니의 말을 끊었다. 하지만은 어머니의 다음말은 남영의 생각과같은 집안 내력 암송은 아니었다.
"그래 그런 집안이지. 그런데 왜녀 며느리가 들어온대서야 말이 되니."
"어머니 그런 ........"
다시 일본 며느리 싫다는 소리인가. 뭐라고 더 설명을 해도 싫은 것은 싫다는 건 잘 알겠는데 짜증난다.
"이번에 어쩔수 없이 왜녀 며느리 들이긴 한다만은 한가지 분명히 알아둬라. 그애한테서 자식 보는 것 용납못한다."
"예?"
뭔가 하였더니 이번엔 다른 것을 들고 나온다. 예상치 못한 것으로 말이다. 바로 2세가 태어나는 것.
"아들이건 딸이건 간에 우리집안 일원으로 인정못한다. 왜놈 피가 섞이는 거 절대 용납할수 없어."
"하지만은....... 그러면은...... 저 자식도 보지 말라 그말이에요."
결혼하면은 당연히 살을 맞댈것이고 그와 더불어서 자식까지 생기게 되는데......
그것을 못하게 한다니. 남영으로써는 황당하다 못해서 어이없기까지 하였다.
"그런건 아니다. 다만...... 왜놈 피가 섞인 씨 우리집안 일원으로 인정않한다 그말이다."
"그래서 결혼하고 따로 자식따로? 지금 첩실이나 들이라 그말이에요?"
"그건...... 말하자면은 그렇다."
기가막힌다. 결혼을 앞두고 있는 이 시점에서 첩실 운운하다니.
그리고 스스로 생각을해도 말이 않돼었다.
더 뭐라고 말하고 싶지만은 그만두었다. 나이든 노친네를 앞에 두고 언성을 높이는 것도 그렇고 그렇게 아웅다웅하였다가 뭔 불상사가 생길지 알수 없기에......
"형님들만 있었어도......"
문제는 이거다. 현재 남아있는 것은 막내인 남영뿐이다.
두분 형들은 전장에 나가있고....... 오늘 내일 생사 기약을 할수 없는처지...
그래서 그나마 곁에있는 남아 있는 막내에 더욱 노친네의 정이 쏟아질 수밖에 없고 두분 형에게 쏟았던 사랑과 기대까지 자신에게 보내는 것이니까.
그런대로 이해를 하기로 하였다.
불을 껐다. 아니 꺼졌다고 해야 한다. 전기 공급이 끊길 시간이니까. 모든 연료나 생필품은 배급제로 하는 시기이다. 전기나 수도도 시간제로 한다. 전쟁 때문에 그렇다.
모든 것이 모자라는 때이니까.
눈을 부쳤다. 그러다가 고개를 돌렸다. 옆에는 아무것도 없는데.......
하지만은 옆에 뭐가 있어서 그런 것은 아니었다.
"이 옆에 곧 여자가 떠?되고 그리고......"
순간 다른 걱정 거리가 생겼다. 첫날 밤이라는 것을 치르게 되면은 어떻게 해야 하는지.....
골치가 아팠다. 하나부터 시작을 해서 열까지......... 얼떨결에 추진되고 성사되는 결혼이
거리에는 태극기가 휘날리면서 그 휘날리는 태극기와 더불어서 사람들로 인산 인해로 이루었다.
35년만의 해방. 분명히 경사스러운 일임에는 분명하다. 그리고 감동, 환희로 일렁이게 할수 있는 일이기도 하였다.
하지만은 그런 사람들의 환희와 감격으로 치닫는 분위기에 편승하지 않는 아니 편승할수 없는 사람도 있었다. 그리고 그들은 대한의 독립, 아니 일본의 패망을 보고 다른 불안감에 시달려야 할지도 몰랐다.
"잠시 머리좀 식히러 나갔다 오시죠"
한동안 밖에만 보다가 문득 또다른 목소리에 정신이 들었다. 돌아다 보았다.
사나에였다. 결혼한지 1년 반도 않된 자신의 아내.....
"그냥 방안에만 틀어밖혀 있으면은 건강에 않좋으세요. 산책이라도 하세요."
어설프긴 하지만은 그래도 의사소통하는데 지장이 없는 일본인 아내
그렇다. 자신이 뭣에 그렇게 불안해하고 걱정을 하는지를 알수가 있었다.
"아니 그냥 있을래. 저런 북새통에 끼어들기도 그렇고.... 의무적으로 참가할 일도 아닌데..."
"하지만은 그랬다가 주변에서 어떻게 생각을 할지 알수 없잖아요. 그리고...."
"싫다니까"
완강하게 싫다는 의사를 내비치며 다시 사나에랑 얼굴이 마주쳤다.
무안함과 막연한 두려움, 그리고 죄의식에 사로잡힌 모습이 뚜렷하였다. 내가 실수를 한 것이 아닌지........
"알았어. 내가 심했네. 잠깐 나갔다 올게. 어머님 잘 챙겨드리고..... 알았지."
"하이.... 걱정 마시고 기분 전환이라도 해보세요. 그리고 여기....."
잠시 돌아보면서 저고리 속에다가 손을 집어넣더니 뭔가를 꺼낸다.
돈이었다. 꼬깃꼬깃 접어둬서 납작하게 눌러진 지폐였다.
"간만에 친구분들 만나면은 술이라도 한잔 하세요."
"뭐 이런걸..... 어쨌든 고마워. 그럼 이만 가볼게"
"안녕히 다녀오세요. 남영상"
문밖을 나선다. 밖의 사람들 인파를 보고서는 더 이상 배웅을 하지 않는 아내.
그녀도 이런 분위기에 적지 않게 불안해 하는 것이 분명하다.
하지만은 아무런 눈치를 못챈 양 남영은 밖을 나선다.
그리고 사나에가 쥐어준 돈을 펴보고 세어본다. 5원이었다. 확실히 친구들이랑 술 몇잔은 나눠마실수 있는 돈이다. 돌아다 보았다. 문을 닫으려는 그녀의 모습이 보였다. 돈을 흔들어 보이며 고맙다는 만족하는 듯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고개를 숙이면서 잘다녀오라는 의사를 표하고 문을 닫는다. 문을 닫는 동안 남편이랑 시선을 떼지 않고 그대로 바라다 봤다.
다시 발걸음을 옮긴다. 거리에는 -대한 독립 만세-를 외치는 사람들로 붐빈다. 이러다가 사람들 깔려서 압사하는 자가 생기지나 않을 정도로 혼잡스러웠다.
사람들이 잘 지나지 않는 길목으로 걸음을 옮겼다. 인파는 대로에만 집중되었을뿐 이런 좁다란 외진 길목까지 만세 행렬이 미치진 않는다.
"해방이라"
분명이 조선사람 대한제국 사람이라면은 기뻐할 일일 것이다. 그건 나도 마찬가지일거다. 그런데 기뻐할 일만은 아닌게 지금의 현실이다. 불과 1년 반전까지만 하더라도 지금 저들 만세를 외치는 사람들이랑은 별반 다를봐 없는게 자신의 모습이었으니까.
2년전(1943년)
"이런 죽일놈들 첫째 둘째 보낸것으로도 모자라서 이제는 막내까지 보내라고.... 아이구 이놈들을 그냥......."
주먹을 줘가면서 땅을 치고 통곡을 하는 어머니.... 하지만은 힘없는 노인이 뭘 할수 있을까. 다만 누군지 모를 상대가 분명치 않는 그 뭔가를 한없이 원망을 하면서 욕을 해델뿐이었다.
"진정하세요. 어머니. 아직 결정난건 아니잖아요 신검 먼저 거쳐야 하잖아요. 잘 될거에요."
"그래도 만일에 않되면은 어째. 그리고 끌려가면은....... 이 늙은이는 어쩌라고..."
"너무 속단하지마세요. 몸 생각도 하셔야지요. 일어나세요."
하나밖에 없는 막내아들의 말에 마지못해서 일어나며 통곡하는 것은 진정하는 노모
하지만은 눈물은 멈추진 않는다.
걱정하지 않을래야 않을수 없고 그리고 그 걱정이 현실로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은 누구보다 잘 아니까 쉽게 진정이 될 수 없을 것이다.
오늘 아침에 박남영앞으로 징집 영장이 발송되었다. 그것을 보고 노모는 기절할뻔하였다. 아니 쓰러질뻔 하였다는 것이 옳을 것이다.
자신에게 아들 셋이 있는데 2년전에 큰아들 남준은 동경 의대를 유학을 중이었다.
한창 전쟁중인 시기에 징집되었다. 공부하는 중이고 징집 통보도 받지 않고 바로 군대에 끌려갔다.
이당시 일반 사병이라면은 모를까 특정 기술을 익힌 고급인력은 구하기가 상대적으로 쉽지 않아서 이런 납치에 가까운 징병과정을 거치는 것이 관례였다.
그리고 그런 고급인력들의 경우 상당부분 혹은 대부분 내노라 하는 지도층이나 고위 공직에 기거하는 영향력있는 사람들이랑 인맥을 형성하거나 연관이 있어서 정상적인 절차를 통해서 징집하는데 상당한 애로 사항이 있었다.
그래서 반 납치에 가까운 징병 절차를 거친뒤에 사후에 가족들이나 친지들에게 통보하는 것이다. 남준이 만주국의 주둔중인 14여단 소속의 군의관으로 복무중이라는 통보를 받고선 어노모는 경악을 하였다. 그리고 총독부 병사계에 가서 하소연을 하였지만은 통하지 않았다.
집안의대를 이을 장손이 알게모르게 끌려갔다는 것을 알고서는 기가막혔지만은 방법이 없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남준으로부터 편지가 자주 발송되었다는 것.
남준이 근무하는 곳은 만주국으로 일본에게 점령당한뒤에 청나라 마지막 황제 부의를 황제로 세우고 만주국이라는 간판을 내걸은 일본의 식민지나 다름없는 곳이다.
그리고 비교적 일본이 점령중인 중화민국 영토중에서 전쟁 위험도가 낮은 안정된 곳이기도 하였다. 전쟁의 위험이 없는 곳에 배치됐다는 것을 남준의 편지를 통해서 알게 되고 노모는 놀란 가슴을 일단 진정을 하였다.
그리고 하루가 다르게 신문이나 라디오 방송을 통해서 전황에 대한 부분을 유심히 관심을가지게 되었다. 행여라도 큰아들 남준이 있는 만주국쪽에 무슨 일이라도 생기지 않을까 하면서.....
그런 노모를 둘째 남식이랑 막내 남영은 극진히 달래면서 안심시켰다. 사실 신문이나 방송을 통해서 전해오는 이야기래봤자 그렇게 진실된 내용이 아니라는 것을 이 두아들들은 너무나도 잘 안다.
일본 군부에서 자신들이 연전 연패, 패망에 가까운 상황이라고 그렇게 홍보를 할까. 그렇게 되면은 큰 혼란이 일어나고 군대 않가겠다고 개나 소나 다 내뺄것이 분명할텐데.....
더나가서 국내 독립운동을 하는 인사들이 이틈을 타서 활발한 활동을 벌일 것이다. 대국민적인 선동을 해서 항일 세력들이 결집될것이고 내우외환으로 골머리를 앓게 될것이라는 것은 이들은 잘 알고있었다. 그러니 사실에 가까운 성의있게 자신들의 전황을 국민들에게 홍보할 리가 있을까.
그래도 큰형 남준이 걱정되는 것은 아니지만은 그래도 고령인 노모를 생각을 해서 이래저래 장단을 맞춰가면서 안심을 시켜주었다. 신문 방송에서 떠들어대는 대 일본제국의 승전 영광이라는 것에 본의아니게 부풀리면서 과장해가면서 어머니에게 광고를 하였다.
그런 두아들의 극진한 노력과 위로에 노모는 어느덧 안정을 되찾았고 하루라도 빨리 전쟁이 끝나길 바라는 마음에 하루하루 보내고 있었다.
"작은형"
학교에서 돌아오는 남식을 보고 남준은 새파래진 얼굴로 형을 맞이하였다. 학교 선생이 직업인 남식은 창백해진 얼굴로 자신을 맞이하는 동생을 보고 의아해하며 물었다.
"왜 그래 어디 아파"
대답 대신 막내 남영은 고개를 저었다.
그렇다면은 뭘까 혹시.......
"그럼 어머니께서......"
당혹해하는 형을 바라도 보면서 남영은 고개를 다시 저었다.
"그럼 뭔데.....?"
남영은 손에 쥐고 있는 종이를 남식에게 전해주었다. 이윽고 남식의 얼굴도 남영 못지 않게 새파래졌다.
"이럴수가..... 너까지 가다니...... 않된다. 그럴순 없다."
노모는 대성 통곡을 하며 울부짖지만은 아무도 말리지 않는다. 아니 말릴수 없다고 해야 하는 것이 옳을 것이다. 말린다고 해서 모친이 진정되는 것도 아니고 진정될 수도 없으니까.
남식에게 징집 영장이 발부된 것이다. 일주일뒤에 총독부 병사계로 와서 신검을 받으라는 것이다.
말이 신검이지 사실상 입대하라는 거랑 다를봐 없는 소리이다.
국가 총동원령이 내려진 이시점에서 신검이라는 것은 사실상 형식적인 절차에 불과하다.
과거에는 신검을 받으면은 입대할지 않할지 여부를 판단을하였지만은 이제는 아니다. 한사람이라도 더 보내라는 전선의 인력 독촉에 의해서 육안상 총쏘고 달리는데 문제없다고 여겨진다면은 바로 보내지는 것이다. 전선으로 말이다.
남영은 형 남식을 바라봤다. 육안상으로 면제받을 만한 기준에 못미치는 평범한 체격의 성인이다. 징집을 피할 가능성은 별로 없어 보인다 그말이다.
결과는 뻔할 것이다. 이래저래 남식과 남영은 한숨만 내쉬었다.
일주일뒤에 남식은 총독부 병사계로 출두하였다.
출두하는 둘째형의 모습을 남영은 착잡한 심정으로 바라봤다.
그날 저녁 집으로 돌아온 남식은 아무렇지 않는 듯이 노모랑 동생을 대하였다.
"뭐라고 말을 하던데...... 면제니 아니면은....."
"당장에 결정나는 것은 아니에요. 어머니. 기다리세요."
"왜 이렇게 가슴이 답답하고 내려앉는지......"
"자꾸 그렇시면은 제가 불안해져요"
"그렇지.... 이 늙은 것이 촐삭거려서.... 하지만은...."
몇 번이고 진정시키고 달래는 아들의 모습에 애써 마음을 가라앉히는 모친
하지만은 남영은 뭔가 결과가 않좋다는 것을 알수가 있었다. 아무렇지 않은 듯이 행동하지만은 저 눈빛은........
"아직 않자고 뭐해."
"나왔니."
화장실 가려고 마당에 나왔는데 남식이 있었다. 밤하늘을 바라다 보면서 뭘 생각을 하는지...
남영은 남식에게로 다가갔다.
"숨기는게 있지 형?"
".........."
"언제 가는 거야?"
"보름뒤에....."
역시나 눈치빠른 동생은 알고 있었다. 부인하지 않고 남식은 사실대로 털어놨다.
"그래도 큰형처럼 납치되는 식으로 끌려가진 않네"
"아는 사람이 거기에 있었거든"
"아는 사람.....?"
오늘 있었던 병사계에서의 일을 알려주었다.
남식이 병사계에서 처음 보았던 것은 징집 통보를 받은 사람들을 유심히 살펴보던 담당 군관이 눈짓을 하자마자 그 대열에 있던 사람들이 머리를 깍이는 장면이었다.
"천황폐하의 명예로운 황군으로 입대한 제군들에게 경의를 표한다."
이런 격려?사와 함께 말이다. 올것이 왔구나 하는 생각에 남식도 체념을 하였다.
형식적인 징집 절차라는 것을 잘알고는 있지만은 이렇게까지 막무가내식으로 사람들을 전선으로 보내다니..... 배운사람이라서 그런지 그런 모습이 너무나도 기가 막혔다.
남식이 포함된 대열을 그들 군관이 다가왔다.
그러다가 남식은 한사람이랑 눈이 마주쳤다.
"아니 선생님?"
"정수 아버님 아니세요"
자신이 가르치는 제자의 부친이다. 그렇다. 기억이 났다. 어딘지 모르지만은 관공서에 근무하는 하급 공무원이라는 것을 말이다. 그런데 이런곳에서 만나다니.
서로 알아보자 정수 아버지라는 사람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결국 이사람에게도 올것이 온거구나 하는 그런표정으로 말이다.
정수 아버지는 고개를 돌려 자신이랑 동행한 군관에게 다가간다. 그리고 몇마디 소곤소곤 거린다. 고개를 끄덕이는 군관.
"보름후에 제군은 대일본제국의 황군으로 입대할 것이다."
자신에게 다가온 군관이 남식에게 내뱉은 말이었다. 보름후에 오라는 것이다.
오자마자 머리깍이고 바로 끌려가는 이들을 직접 보고 있는 남식으로써는 예상치 못한 일이었다.
아리송하지만은 그래도 입대는 사실이라는 것을 알고 발걸음을 옮겼다.
"선생님"
"정수 아버님"
총독부를 나오는 남식을 향해서 누군가가 불렀다. 정수 아버지였다.
"정말로 면목이 없습니다. 제가 할수 있는 것이 이것밖에 없어서요."
"그럼...... 보름후에 오라는게 정수 아버님께서......"
고개를 끄덕인다. 이윽고 말을 이었다.
"예전이라면은 몰라도 지금은 병력 송출 독촉에 워낙 시달려서 예고없이 바로 보낼 수밖에 없어요. 그리고 요즘같은때에 정식 절차대로 모집을 하자면은 다들 잠적하거나 내빼고 해서.... 그래서... 그런데 선생님까지 그렇게 될걸 생각을하니 제가 윗분들에게 손을 ㎲? 저랑 친분이있는 분인데다가 학교 선생님이라고 보장을 한다고 하니까 예외를 허락해줬습니다."
"이런...... 뭐라고 감사해야 할지..... 저도 불안했는데 이렇게까지 신경을 써주시다니."
"뭘요. 아들놈 공부하게끔 신경써주시는 것에 비하면은 아무것도 아니죠. 그리고 제가 뭐 한게있다고...... 좀더 빽이 있다면은 어떻게......."
"그러지 않으셔도 되요. 요즘 시대가 어떤때인데요. 팔자려니 해야지요"
이렇게 해서 바로 끌려가는 신세를 면하였다고 한다.
"남영이 너도 언제가 될진 모르지만은 그때까지 어머니 부탁한다."
"형"
동생의 얼굴을 보지 않고 남식은 밤하늘만 바라다 보았다.
"그분에게 따로 예기해놨거든 너한테 그게 오면은 잘 봐달라고..... 봐달라는거 면제 해달라는 게 아니고 예고없이 끌려가는거 말고 여유를 두고 준비할수 있게끔 편의를 봐달라고 한거야."
"......."
형을 바라보는 남영역시 착잡해지긴 마찬가지였다. 남의 일 같진 않았으니까. 19살로 언제든지 군대에 끌려갈수 있는 연령이니 만큼 스스로도 불안해질 수밖에 없었다.
보름뒤에 남식은 입대를 하였다. 그 보름동안 어머니를 달래고 안심시켰기에 떠나는날 비통해하거나 통곡을 하는 일은 없었다.
그렇게 해서 위로 두 형들이 전선으로 끌려갔고 남영은 남아서 학업에 전념하며 어머니를 보필하고 있었다.
그렇게 해서 한해가 지났다. 전선에서 보내는 형들의 편지를 어머니에게 읽어주면서 안심하세요. 라는 말로 위로를 하는 것이 일상생활이 된 남영에게도 결국 올것이 왔다.
막내 아들마저 가버린다면은 그야말로 혼자가 되는 어머니는 이것만은 않된다면서 대성 통곡을 하였다.
하지만은 별다른 방법이 전혀없다. 착잡한 마음에 모친을 달래면서 스스로를 위로하면서 남영 역시 총독부 병사계로 향하였다.
둘째형 남식의 제자의 부친이 일한다는 병사계이니 만큼 그리고 따로 예기를 해뒀다니 만큼 예고없는 그런 불상사는 일어나지 않을거라는 것에 한가닥 기대를 걸었다.
빽이라고 하긴 그렇지만은 그래도 다른 사람들 보단 자신은 그래도 나을지도 모르겠다.
"악...."
"이런 실례...... 죄송합니다. 다치진 않았습니까?"
골목길로 들어서려는 순간 그곳에서 나오는 자전거를 보고 얼른 피하는 남영에게 뭔가가 부딧혔다. 다른 사람이랑 충돌을 한 것이다. 그것도 일본 사람이.........
"하이.... 괜찮습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이거....."
"저도 잘보지 못하였으니까 그런거니 그런 말씀마십시오."
보라색의 기모노를 입은 손에 뭔가 보자기로 싼 일본여자였다.
나이는 남영보다 몇 살 어려보였다.
다리를 다쳤는지 절룩거리는 것이었다.
"이런 다치신거 같은데...... 병원으로......"
"아니. 아닙니다. 전 원래 다리가 불편합니다. 그쪽이랑 부딧혀서 그런게 아니니까 오해는 마십시오."
서툴기는 하지만은 그래도 저나이의 일본인이 배운 조선말치곤 꽤 하는 편이었다.
일어나면서 자신이 떨어뜨린 보자기를 주으면서 걸음을 옮겼다.
그모습을 보고 남영은 그냥 지나치기 어려웠다.
"어디까지 가시는데요. 제가 들어드릴께요."
"아니 아니 그럴 것 없습니다. 괜찮다니까요"
"많이 불편해 보여서 그러니까 도와드릴려고요. 오해는 마세요."
아마도 이 여자 역시 조선사람을 경계하는거 같았다. 조선 사람이 일본 사람 곱게 보지 않는 것처럼 일본 사람 역시 조선사람에 대해서 경계하는 건 마찬가지이다.
경계하는 듯이 남영을 바라보던 일본 여인은 순간 고개를 돌렸다.
"가까운곳이라면은 제가 들어드릴께요. 이상하게 생각하지 마세요."
한동안 고개를 숙이던 여인은 이윽고 고개를 들면서 남영에게 말을 걸었다.
"총독부에 가는 중이었거든요."
"총독부요. 저도 거기가는 중이었어요"
"혹시 거기서 일하는 분인가요?"
"아니요. 오늘 신검받는 날이라서요. 병사계로 가던 중이었습니다."
"아! 그런가요. 그럼 부탁 드리겠습니다."
"예. 이리 주세요."
이렇게 해서 남영은 기모노를 입은 여인과 동행을 하게 되었다. 가는 거리야 얼마 되지 않지만은 이 여자가 다리가 불편해서 가는데 시간이 많이 걸렸다.
그리고 같이 동행을 하면서도 내심 남영쪽의 눈치를 자꾸 살피는 것이다. 잘알지도 못하는 외간남자랑 동행하는 것이 마음에 걸리는것처럼 말이다.
"저기 다와가네요."
"하이, 그렇습니다."
저 멀리 총독부 정문이 보였다. 그리고 자신처럼 신검 받으러 왔는지 많은 사람들이 줄을 서있었다.
"이제 이리 주십시오."
"예 그럼....."
"신세 많이졌습니다."
그리고 그녀는 정문을 향해서 들어갔다. 아마도 그녀는 높은 직에 있는 사람의 자녀가 아닐까 남영은 생각을 했다.
아무런 제제를 받지 않고 저렇게 들어가는 것을 보면은 말이다.
남영은 병사계로 향하였다. 그곳에서 둘째형 남식의 제자의 아버님이라는 분을 만났고 이래저래 편의를 받았다.
그리고 얼마후에 정수 아버지라는 분에게서 의외의 소리를 들었다
"신검 보류라고요?
"그렇다니까. 자네 어디 아픈가? 아프더라도 왠만해서는 다 가는데....."
"그럴리가요 저 그렇게 아프거나 병이 있진 않은데요."
"그럼 왜 그런거지?"
정수 아버지도 이 사태가 믿어지지 않은지 고개를 저었다. 사지육신 멀쩡하면은 바로 가는 것인데....
"그럼 저 면제인가요?
"꼭 그런건 아닐세.... 얼마동안 유보가 되면서 좀더 살펴본다 그렇게 봐야지. 팔 다리 없는 불구가 아닌 이상은 그런 일은 거의 없거든"
혹시나 하는 생각에서 면제 가능성을 물었지만은 그건 남영의 희망사랑이라는 예기다.
"어찌되었든 간에 가까운 시일내에 가는 건 아니라 그말인데... 알았어요. 그럼 이만 가볼께요."
"그렇게 하게...... 나도 따로 한번 알아볼테니까 기다리고 있게"
병사계를 나왔다. 해가 저물기 시작했다. 발걸음을 옮겼다. 오늘 바로 끌려가는 거 아니면은 몇일 후에 가는 것으로 알고 집을 나온 남영으로써는 의외의 결과로 인해서 상당히 발걸음이 가벼웠다.
갔던 일은 어떻게 되었느냐는 어머니의 물음에 좀더 있어야 알수 있다는 말로 안심을시켰다. 그래도 당장은 않간다는 말에 어머니는 적지 않게 안심을 하는 거 같았다.
"남영군 남영군"
학교를 나오는 남영을 누군가가 불렀다. 돌아다 보니까 병사계에서 일하는 정수 아버님이라는 분이다.
"여긴 어쩐일이세요"
"기다리고 있었네."
"저를요? 왜요. 혹시..."
징집 문제때문인가 하고 불안해하는 남영. 하지만은 정수 아버님이라는 분은 고개를 저었다.
"아닐세. 아니 그럴수도 있고 아닐수도 있는......"
"무슨 일이세요. 그럴수도 있고 아닐수도 있다니요"
"하여간에 잠시 나랑 한번 가보세"
"어디를 요?"
"가보면은 알게 되네."
마침 지나가던 인력거를 세우면서 남영을 태웠다.
"국일관에 가보게나. 그곳 지배인에게 자네 이름을 대면서 이마니시 라는 분을 찾으면은 되네."
"예?"
의아해하는 남영을 더는 시선을 주지 않고 인력거 꾼에게 돈을 주면서 눈치를 보냈다. 그리고는 인력거는 달렸다.
국일관이라? 그것에 왜 가야 하는 것인지...... 주로 고위 공직자나 재력가아니면은 가지 않는 고급 요정이 그곳인데...... 그리고 이마니시 라는 사람은 뭐하는 사람인지......
이런 저런 생각에 정신없는 동안 인력거는 국일관에 다달았다.
"어떻게 오셨는지요."
검은 옷을 입은 지배인인듯한 사람이 다가왔다. 행색을 보아하니 돈 많은거 같지 않는 이런데 올만한 사람이 아닌 자가 들어오니 뭔가 해서 다가오는 것이었다.
"저기...... 여기에 이마니시 라는 분이 계시진 않는지...."
"혹시 박남영씨되십니까."
자신의 이름이 이사람에게서 나오자 놀란 표정을 지으며 대답하였다.
"예?"
"이리오십시오.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자신이 누군지 알자 공손해진 지배인은 남영을 안내하였다.
지배인의 안내로 한 방으로 들어갔다.
"오셨습니다."
지배인은 남영을 안내하고는 방안을 나왔다. 방안에는 한 중년의 남자가 있었다.
머리는 백발이 듬성듬성 보이는 은테안경을 낀 척봐도 어디 좋은 배경이 있어보이는 배운축에 드는 엘리트의 인물로 말이다.
"자네가 박남영이라는 젊은이인가?
"예 그렇습니다만은........"
"서 있지만 말고 앉게나."
아직 어찌할봐를 몰라서 서있기만 하는 남영을 보자 그는 자리를 권하였다.
뭘 물어볼려는 순간 방문이 열리고 몇 명의 여자들이 들어왔다. 여기는 명월관 요정이니까 한복을 곱게 차려입은 것으로 봐서 기생일거라고 남영은 생각을 하였다.
그들은 술상을 들고 천천히 안으로 들어왔다.
상대와 남영의 사이에 술상이 내려지고 그녀들도 각자 이 두사람 옆에 착석을 하였다.
곱게 차려 입고 자태가 고운 요염한 미모를 가진 여자들이었다.
남영은 뭐가 뭔지 몰랐다. 갑자기 여기에 오지 않나. 그리고 기생을 둘이나 옆에 앉히고 있는 현실에 혼란스러웠다.
자신의 형편상 이런 것은 꿈도 꾸지 못하니까.
"자 한잔 하겠나?"
"아니 저 술못합니다."
상대가 건내주는 술잔을 정중히 거절을 하였다. 영문도 모르는 곳에 끌려와서 못하는 술에 취해서 정신 잃긴 싫으니까 말이다.
상대가 더 권하려는 태도를 보이자 남영은 자신앞에 놓은 술잔을 거꾸로 엎었다. 한번 이야기 한거 두 번 반복하기 싫다는 단호한 의사를 상대에게 전달하였다.
상대 역시 그것을 보고 미간을 찌뿌린다. 속으로는 아마 건방진 놈이라고 욕을 할 것이다.
"왜 저를 보자고 하신건지..... 전 귀하를 잘 알진 못하는데요. 거기다가 여기까지 올 이유는 더더욱 없고요."
"물론 그럴걸세. 며칠전까지만 해도 나 역시 자네 같은 생판 모르는 조선 사람이랑 마주할 생각 역시 없었으니까."
"그런데 왜?"
뭐 때문에 자신을 불러들인것일까. 더욱 아리송해지는 남영이다.
"자네 신검 보류된게 뭣때문이라고 생각되나?"
"그건 어떻게 아십니까?"
뜬금없이 자신의 신검 문제를 걸고 나오자 당황할수밖에없는 남영이었다.
"내가 자네를 그렇게 만들었네."
"예?"
상대는 옆의 기생들이 따라주는 술을 단숨에 들이켰다. 그리고 잠시 자신 주위에서 애교를 부리는 기생들에게 음큼한 시선을 번갈아 가면서 보내주었다.
남영의 눈에는 아마도 상대는 자신만 없었다면은 당장 저 기생들을 덮쳤을것으로 보일만큼 정신이 팔려있는거 같았다.
"으흠"
남영이 눈치를 주면서 본론으로 들어가자며 상대에게 신호를 보내자 그제서야 기생들에게서 눈을 떼며 남영을 바라본다.
"너희들은 잠시 나가 있거라."
"예"
상대 옆의 기생 둘이랑 남영 옆의 기생 둘도 같이 자리릴 비웠다.
남영의 옆에 앉았던 기생들은 아무런 미련없이 자리를 비웠고 상대 옆에 있던 기생들은 상대에게 시선을 보내면서 천천히 걸어나갔다.
나중에 다시 보자. 불러주세요. 하는 그런 시선을 보내면서 말이다.
"이제 본론으로 들어가죠. 절 부른 이유랑 신검 문제랑 뭔 상관이 있는지요."
"그렇게 하세나."
그리고는 상대는 자신을 소개를 한다. 자신은 총독부 병사계장을 지내는 이마니시 이쿠오라는 사람이라는 소개를 시작을 해서 왜 자신을 불렀는지 예기를 늘어놓았다.
"결혼이라니요?"
뜬금없이 상대의 결혼제의에 놀랄 수밖에 없었다. 생판 모르는 사람이 그것도 일본사람이 이런 소리를 한다니. 조선사람은 조선사람대로 일본 사람이라면은 치를 떨 듯이 그에 못지 않게 일본 사람 역시 조선사람 대하는 것은 그리 곱진 않다는 것은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인데 이런 낮도깨비같은 제의를 받는 것이 황당할 수밖에 없었다.
"내딸이 자네를 보고 마음이 있는거 같더군."
"따님이라니요? 전 일본 여자 아는 사람 하나도 없는데요?"
이마니시 라는 사람이 잘못 전해듣고 엉뚱한 사람 불러들인것이라는 확신이 든 남영은 다시금 강조하였다.
"아마도 사람을 잘못보고 절 데려오신거 아닌가 생각되는데....... 뭔가 착오가.."
"신검 받던날 자네 일본 여자랑 총독부로 동행한적이 없었나?"
동행이라고... 잠시 머리를 굴리던 중에 뭔가 떠올랐다. 물론 그런일은 있었다. 그런데 그여자가 이 일이랑 상관이 있단 말인가. 잠시 스친 사람인데 그리고 그런일이 있었다는 것은 알뿐 얼굴조차 가물가물할 정도로 신경쓴적이 없는 사람인데.......
"예 그렇습니다만은........"
"그애가 내딸이네. 올해로 16살인데 자네를 처음보고 마음에 들어하는거 같더군. 나에게 점심 가져다 주면서 오면서 있었던 일을 말했지. 대놓고 이야기는 않하지만은 자네를 깊히 생각을 하는거같더군. 그 이야기 듣고 그날 신검받는 사람중에서 찾아보게 했네. 그리고 자네를 찾게 되었고 그렇게 해서......."
세상에 잠시 부딧히고 미안한 마음에 짐 들어준거 가지고 결혼 운운하다니...... 황당하였지만은 그래도 상대에게 큰소리를 치지 못하였다.
"그래서 저에게 따님이랑 결혼해달라고 청하시는 겁니까?"
"그런 것은 아니고 생각해줄수는 없는가 하고 말이네."
"희한하네요. 다른 사람도 아니고 일본사람에게서 이런 제의를 받다니. 그리고 내노라하는 공직에 계신분께서 저희같은 별볼일 없는 쪽에 그러시니 더욱 황당하네요."
남영의 말에 이쿠오 역시 쓴웃음을 지으면서 다시 한잔 술을 들이켰다.
그 역시 별볼일 없는 조선인을 사위로 삼는 것이 별로 내키진 않는 모양이다.
"하지만은 그럴 수밖에 없거든. 사실 내딸아이는 결점이 있어서 말이네."
"결점이요."
뭔가 있긴 있는가 보다. 이런 식으로 파격적인 혼인 제의를해오는 것을 본다면은.......
흠이 있으니까 막무가내 식으로 가는 것이 아닐는지.....
"그때 보진 않았는가. 그애 다리가......."
다리라고..... 그렇다. 다리가 불편하다는 소리를 들은적이 있다.
"불편한 것 같던데....... 그럼......"
"바로 그거네. 선천적으로 태어날 때부터 다리를 절었다네. 의사 말로는 그리 심하지진 않지만은 치료 불가능하다네."
바로 그거였군. 다시 이쿠오의 이야기는 이어진다. 자신의 딸의 시집을 갈수 있을 정도로 나이는 찼는데 혼인할 상대 구하기가 쉽진 않다고 한다. 집안쪽에 이래저래 알아보았지만은 선천적인 불구인데다가 건강상태가 좋지 않아서 다들 기피하였다고 한다.
그러던중에 얼마전 딸아이는 아버지 도시락을 가져다 주러 총독부로 오다가 친절한 조선인 사내를 보았고 그를 상당히 마음에 두는거 같았다. 평소에 사람들이랑 교류가 없는데다가 말수가 적은 딸아이였기에 그런 행동에 이쿠오는 놀랐고 그 상대를 찾았다.
그리고 그날 병사계에 신검받으러 온 인물인 것을 알고 일단은 신검 보류 결정을 내리게 했다.
병사계의 최고 책임자이자 막강한 권한을 가진 몸이라서 그런 것은 어렵지 않았다.
전선에 보내는 병력을 선발하는데 있어서는 누구도 그에 대해서 왈가 왈부를 할수 없을 정도니까 말이다.
전시에 국가 총동원령이 내려진 시점에서 병사계장이라는 사람의 권력은 욱일승천하였다고나 할까.
"그래서 내가 자네에게 이런 제의를 하는 걸세. 한번 생각은 어떤가."
"글쎄요. 전 결혼 생각한적이 전혀 없거든요. 주변에서도 그렇게 권하는 사람도 없고...."
"그렇다면은 지금부터 생각해보는 건 어떻겠나."
자신의 어머니라면은 모를까 생판 본적이 없는 일본사람에게 이런 소리를 듣다니 남영으로써는 황당할 수밖에 없었다.
"그건 제 개인적으로 결정할수 있는 일이 아니거든요. 그리고 잠깐 길거리에서 스친 사람이랑은 더더욱 그렇고요."
"그럴테지. 그럼 집에 가서 부모님이랑 상의를 해보게. 한달안으로 좋은 소식이 있었으면은 하네."
더욱 기가막혔다. 한달 시간을 줄테니 선택을 하라니...
"한달안이라고요? 저기 너무 막무가내로 나오시는거 아닙니까?"
"내입장에서는 그럴만 하니까 그런거네. 그리고 자네가 아니다 싶거나 싫다면은 좀더 좋은 다른 누군가를 물색을해서 내자식이랑 맺어줘야 하는거거든. 부모 심정이야 다 같은거 아닌가."
"만일에 지금 제가 싫다고 한다면은요."
왠지 살기를 가득 담긴 남영의 말에 상대는 가소롭다는 식으로 대꾸하였다.
"그럼 없었던 예기로 하면은 그만이지. 그리고 그순간 자네를 대일본제국의 영광스런 황군이 되는 걸세."
그말에 남영은 현실을 직시하였다. 자신이 딸의 마음에 들어해서 일단은 입대를 보류해준 것이다.
만일에 남영 스스로가 싫다고 하거나 저쪽에서 않돼겠다고 여겨진다면은 혼담 없었던 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닌 그날부로 바로 전선으로 끌려간다 그말 아닌가.
스스로를 진정시키면서 다시 상대에게 말을 걸었다. 하지만은 이전과는 달라진 어느정도 공손함이 가득 배인 태도로 말이다.
"저기..... 결혼이라는 것이 인륜지 대사인데다가 어머님 놔두고 제 멋대로 결정하는 것은 있을수 없습니다. 게다가........ 상대가 일본사람이라면은 더더욱 그렇고요. 그러니...."
당신같은 시건방진 일본사람을 장인으로 두기 싫다와 일본여자랑 결혼하는 것은 더욱 싫다라는 말을 아주 우회해서 그리고 더욱 포장을 해서 상대에게 존칭을 해가면서 말을 이었다.
"그럴테지. 그래서 자네에게 한달동안 생각을 해보라는 걸세. 그정도 기간이면은 충분하지 않을까."
"그렇긴 합니다만은... 알겠습니다. 어머님에게 여쭈어보고 나서 신중히 상의해보겠습니다."
좀전보다 더욱 공손해지고 예를 갖춘 남영의 태도를 보고 피식 웃음이 나왔다.
역시 군대 예기를 꺼내니까 예상대로 잘 먹힌다라고 생각을 하면서.....
"잘 생각을 했네. 조선 사람 치곤 그런데로 말이 잘통하는군. 그건 그렇고 그 예긴 이쯤으로 해두고 우리 한잔 거하게 하는거 어떤가. 아! 술못한다고 했지. 그럼 그 애들 불러서 이부자리 펴라고 할까?"
그 말에 남영의 안색이 뻘개졌다. 지금 자신에게 딸 시집 보내니 않보내니 이야기 하다가 갑자기 기생들끼고 자지 않겠느냐니......
"저에게 시집 보낼려는 상대가 따님입니까. 아니면은 아까 그애들입니까?"
터지기 일보직전의 남영의 모습에 이쿠오는 놀란 표정을 짓더니 박수를 치면서 호탕하게 웃었다.
"하하하하. 미안미안하네. 잠깐 시험한거네. 이거 조선사람들 지조하면은 여자들한테만 있는건줄 알았는데 그거 아니군. 사내들 역시 그런 것이 있었어. 잠깐 스치긴 했을망정 그애 사람 한번 제대로 본 것은 확실하군."
자신을 실험을 한거라고... 더 뭐라고 하고 싶지만은 그러진 못하였다.
아쉬운 것은 자신인데다가 저쪽은 칼자루를 쥔 상대이니까.
그렇게 이쿠오랑 얼마동안 자리를 같이 한후 남영은 국일관을 나왔다.
그리고 그날 저녁 남영은 노모에게 그 일을 말해주었다.
"이런 빌어먹을 왜놈을 봤나. 그래 그놈이 그거 가지고 협박을 한다디."
"협박은 아니고요. 뭐랄까. 제안이라고 해야 하나..... 하여간에 한달 말미를 준다면서 생각을 해보래요."
"웃기네. 우리 집안이 어떤집안인데 왜녀를 며느리를 맞이 하라니.... 그것도 다리 병신을...."
다른 것은 몰라도 일본여자인것만은 용납못하는 모친이었다.
어머니의 태도를 보고 남영은 한숨을 쉬면서말을 이었다.
"그럼 못하는 것으로 결정난거네요. 그분에게 그렇게 전할까요."
"그렇게 해라. 어디 여자가 없다고 왜녀니"
자릴 일어나면서 자신의 방으로 들어가면서 남영은 한마디 던졌다.
"그럼 전 바로 입대에요."
그말에 모친의 안색이 파래진다. 그렇다. 일본여자 며느리 맞느냐 못맞느냐 하는 일에 이를 갈면서 중요한 것을 놓친 것이다.
하나밖에 않남은 막내아들의 입대를 말이다.
"그러니..... 어쩌면은 좋니."
남영으로써도 뭔 좋은 수가 있을까. 자신의 집안에 든든한 배경이 있다면은 모를까 전혀 그렇지 않는데 말이다.
"눈질긋 감고 저 장가가던가 아니면은 군대가던가. 그것밖에 없어요."
노모의 안색은 다시 창백해진다. 막내마저 군대가면은 자신은 어쩌라고....
어떻게 그런데로 지낸다고 하더라도 문제는 다른데 있지 않은가 살아서 돌아올수 있느냐 없느냐인데........
지금 전쟁중이라서 더더욱 그런 걱정은 커질 수밖에 없지 않은가.
그런 노모를 보며 말없이 남영은 자신의 방으로 향하였고 문을 닫았다.
어머니의 한숨소리가 왠지 귀에 거슬리는거 같아서 말이다.
"올해 16살이라"
남영은 몇일전에 보았던 그 일본 여인을 떠올렸다. 자세히 보진않았지만은 얼굴빛은 하얗던건 분명하다. 그리고 보랏빛의 기모노였다.
격이 있는 집안의 화초처럼 자란 여인은 분명하다고 확신을 하였다.
다시 자신을 돌아본다. 올해 남영의 나이는 19살로 경성제대 1학년 재학중이다.
19살과 16살이라..... 아직 이르다고할수 있지만은 그건 시대적인 상황에 따라서 차이가 난다.
남자의 경우 전쟁이 발발한 시점이라서 할수없이 징집되는 상황이다 생사를 기약할수 없는 군 입대 선택의 여지가 없다. 그렇게 해서 각 가정에서 등장하는 것이 미리 장가를 가서 자손을 얻는 것이 최선책이다.
전선에 가서 생이 마감하더라도 집안의 대를 이을 자식을 미리 보는 것 말이다. 그래서 손이 귀한 집안의 경우는 조기에 자식을 그것도 장손을 장가보낸다
그리고 여자들의 경우도 이랑 비슷하다. 국가 총동원령이 내려지고 군수물자 생산을 위한 인력을 동원하기 위해서 그들도 징집 대상이 된다.
물론 이건 어디까지나 표면적인 구실일뿐 그들이 가는 곳은 군수공장이 아닌 정신대라는 일본군 위안부 즉 성노리개 역할의 매춘부나 다름없는 일이다.
과거 단순한 공장 노무자 차출이라는 이유에 많은 사람들이 여기에 갔지만은 결국 그 실체가 사람들에게 알려져서 너나 할것없이 피하게 되었고 그에 의해서 교묘하게 빠져나가는 방법이 만들어지고 탄생한 것이 결혼이다.
위안부로 끌려가지 않는 대상은 미혼의 여성이어야 하고 기혼자는 여기에 해당않된다.
그래서 각 가정에서도 딸을 일찍 시집을 보낸다.
"그런데 그 여자 그 짧은 시간에 뭘 보고 내가 맘에 들어하는 건지....."
알수가 없었다. 부딧히고 짐들어주고 잠깐 동행해준거 말고는 없는데 말이다.
순간 반했다거나 뭔가 통하였다고 하기에는 그녀에게 시선을 준적이 없고 낮뜨거운 뭣도 있는 그런것도 없는데 말이다.
눈을 감았다. 일단은 내일일은 내일 생각을하는 것. 지금 이렇게 머리 싸매서 생각을 해봐야 뭐 답이 나오는 것도 아니고.....
"부르셨어요. 어머니"
학교 다녀오자 안방으로 자신을 부르는 어머니의 호출에 뭔가 결단을 내린 것이 아닌가 하고 긴장이 되기 시작을 하였다.
그런 자신의 짐작이 맞기나 한 듯이 어머니 얼굴은 뭔가 마음을 단단히 먹은 것처럼 굳어 있었다.
"요 몇일간 곰곰이 생각을 해봤는데......."
그렇다. 그 일 때문이다. 다음에 이어질 말에 남영은 귀를 귀울였다.
"확실히 군대 않가게 해준다면은 그렇게 하는 것이 좋겠다."
"예?"
일본여자 절대로 며느리로 들이는거 용납 못하는 모친이 이렇게 나오자 남영은 당황하였다.
"결혼 제의 받아들이시는 거예요."
고개를 끄덕이는 모친, 하지만은 다음으로 이어지는 말에 남영의 당혹함은 어느정도 사라졌다.
"할수 없잖니. 지금 전장에 나간 너의 형들도 오늘 내일 생사 기약하기 힘든데 이 애미는 힘이 없지. 그런데 너까지 보내라니. 나보고 죽으라는 소리랑 다를게 뭐가 있니."
"..........."
"마음에 들지 않는 왜녀 며느리 들이는거 집안에 먹칠하는 것이지만은 그래도 집안을 당장에 유지하는게 그 방법밖에 없다면은 어쩔수 없구나. 그렇게 하자꾸나."
가문의 대를 잇는 것이 최우선이다. 당장 굴욕적이더라도 집안이 끊기는 일보단 나은편이라는 현실적인 판단이 어머니의 마음을 움직인거였다.
"그쪽 집안에 전해라. 받아들인다고....... 한번 날잡아서 상견례라도 가지자고 하자꾸나."
"예. 그렇게 전할께요."
결정을 내렸지만은 그래도 울화가 치밀어오르는지 인상은 그리 곱지 않았다.
그런 어머니를 안쓰럽게 봐가면서 남영은 자리를 나왔다.
이런 결정을 내리기까지 얼마나 마음 고생이 심했을까.
문득 자신의 일로 어머니께 이런 속앓이를 시키는 남영 스스로가 원망스러웠다.
"내 일인데 내가 할수 있는일은 아무것도 없다니."
이런 저런 생각에 어느덧 목적지인 총독부에 도착을 하였다.
근처 다방에 자리를 잡은뒤에 전화를 걸었다.
"예 말씀하세요."
"접니다. 박남영이라고........"
"아! 자네로군. 웬 일인가 혹시......"
"근처 00다방에 있는데 으면은 합니다."
"알았네. 기다리게."
잠시후 다방문이 열리고 남영이 기다리던 사람이 나타났다.
"안녕하셨습니까"
"그래 자네도 잘지냈나."
이미 마음의 결정을 한만큼 상대에게 공손하게 대하였다. 싫든 좋든 장인 될 사람이니까 말이다.
"집안에서 결정을 내렸습니다. 그 제의 받아들이겠다고요."
"그런가 고맙군. 이렇게 좋은 소식을 전해주다니."
좋은 소식? 누구에게 좋은 소식일까.
"모친께서는 양가의 상견례가 가까운 시일내에 있었으면은 하십니다."
"그럴테지. 가까운 날짜에 자리를 마련해보지."
"감사합니다. 그런데 한가지 부탁이...."
부탁이라는 말에 이쿠오는 짐작이나 한 듯 호탕하게 웃으며 남영의 말을 중간에 끊었다.
"자네쪽에서 결정을 한 만큼 입대 문제는 내가 알아서 해주겠네. 설마 내딸 약혼자를 전선으로 보낼만큼 나 그렇게 몰인정한 사람은 아니니까."
"아니 그게 아니고....."
"아니면은 뭔가?"
"따님을 잠시 만났으면은 합니다. 오늘이나 내일 말입니다."
남영의 말에 그제서야 이해한다는 듯이 이쿠오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군. 그러고 보니까 그때 처음 본 이후에 서로 본일도 없지."
"예."
"알았네. 내일...... 아니 지금 나랑 같이 가지."
"감사합니다."
신부될 여자를 좀더 자세히 보고싶은 것도 있지만은 남영은 그녀에게 묻고 싶은 것이 많았다. 자신의 뭐가 마음에 들고 왜 자기를 찍었는가를 말이다. 그리고 그 외에도 물어보고 싶은것이랑 알고 싶은 것이 많았다.
다방을 나온 두사람은 각자 인력거를 잡아탔다.
얼마후 두사람은 한 저택에서 내렸다. 대리석으로 만들어지고 정원이 갖추어진 서양식의 신식 저택이었다.
이쿠오를 따라 남영은 안으로 들어갔다. 거실에는 바로크 양식의 골동품 목제 가구들이 즐비하였다.
"앉게나."
"예"
처음보는 화사한 저택에 남영은 이래저래 시선을 고정시키지 못하고 주변으로 분산시킨다.
"딸아이를 부르겠네. 자리를 비워줄테니까 서로 이야기나 나눠보게."
이쿠오의 말에 남영은 그제서야 정신을 차리고 그에게 시선을 돌렸다.
"예? 예"
자리를 일어서는 이쿠오. 그리고는 윗층으로 올라간다. 남영은 긴장하기 시작한다. 생전 처음본 자신에게 결혼 제의를 한 여자가 어떤 여자인지.... 그리고 이쿠오가 말한 결점외에 다른 것은 더 없는지를 말이다. 전번에 보긴 하였지만은 자세히 보진 않았기에 더욱 호기심은 더해갔다.
얼마간의 시간이 지났을까 인기척이 들려온다. 고개를 돌린다. 계단쪽이다. 누군가 온다.
순간 남영은 그녀일것이라고 확신하였다. 남자 발소리가 아닌 여자의 조심조심 걸어오는 소리이다. 그리고 아마도 기모노를 입었기에 저렇게 들려오는 것일것이라고..... 그리고 불규칙적인 걸음걸이...... 다리 불편한 그녀가 아닐까.
그리고 누군가가 나타났다. 그녀였다. 보라색의 기모노가 아닌 흰색의 기모노를 입고 있었다.
그녀는 남영을 알아보자 얼굴을 붉혔다. 그리고 잠시 멈칫거리더니 고개를 돌리면서 남영의 맞은편 의자에 앉았다.
"처음 뵙겠습니다. 박남영이라고 합니다."
잠시 적막이 흐르면서 둘은 서로 아무말도 없었다. 그러다가 먼저 남영이 말을 꺼냈다. 여기까지 온 이유가 있기 때문에....
"반갑습니다. 남영상. 저는 이마니시 사나에라고 합니다."
이마니시 사나에.... 그녀의 이름이구나. 자신은 여태껏 그녀의 이름도 알지 못하였다. 아니 물어보지도 못한거다. 다른일에 신경이 쓰여서.........
남영은 더욱 더 그녀를 유심히 바라다 봤다. 16살의 앳된 모습 백옥과 같은 피부 오늘에서야 구체적으로 보는 그녀의 모습이다.
"저기........"
자신을 유심히 뚫어져라 바라보는 남영의 모습에 얼굴을 붉히면서 먼저 말을 거는 사나에.
"예?"
자신이 너무 상대를 바라보기만 한 것 같고 그것 때문에 무안해하는 것을 알게 된 남영
"저기 물어보고 싶은 것이 있는데......"
"예? 예 말씀하세요. 남영상."
어떤 이야기가 나올까. 그녀로써도 궁금하고 왠지 가슴떨려 하는거 같았다.
"왜 저를 택하였는지 알고 싶어요."
그 말에 사나에의 얼굴은 더욱 붉어졌다. 이거 괜한 이야기를 한 것이 아닌지...... 남영 스스로 후회를 하였다.
"꼭 말을 해야 하는 건가요?"
"아니, 뭐....... 대답해달라는 것이 아니라...... 궁금해서... 곤란하다면은 이야기 않하셔도 됩니다."
상대가 아무래도 대답을 피하는거 같아서 남영은 이렇게 얼버무린다.
"대답 못하는 건 아닌데........."
"예?"
뭔가 결심을 한 듯이 그녀는 겨우 입을 열었다.
"알고 싶어하시는 것은 당연하겠지요. 하지만은 지금은 곤란합니다. 언제가 될진 모르지만은 제가 말을 할수 있게끔 준비가 될 때에 그때 해드리면은 않될까요?"
".........."
간절하면서도 그러면서도 애뜻한 얼굴로 부탁 아니 하소연을 한다.
"남영상이 알고 싶은 것 궁금한 것은 다음으로 연기해주셨으면은 합니다. 지금은 대답을 못합니다. 그러니......."
"그렇게 하세요. 어차피 서로 평생을 같이 할 사이인데...... 그정도야.."
평생을 같이 할 사이 라는 말에 사나에의 얼굴은 더욱 붉어진다.
"저를 그렇게 마음에 두고 계시는가요? 사나에 상"
"예? 예........."
대답이 더욱 궁해지는지 안절 부절 못하는 것이 하다 못해 안쓰럽기까지 하였다.
배운 여성이라거나 어느정도 학식을 갖춘 사회인같으면은 자신을 어느정도 당당하고 의기있게 표현을 할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은 그렇지 않는 배운 것이 없는 살림살이나 막일에만 매달린 여인네들의 경우는 그렇지 못하다. 권위적인 가장에 억눌려 살고 순종하는 식의 여필종부 의식이 뇌리속에 자리잡는 것이 현실이다.
사나에의 모습또한 외국인일망정 그런 면에서 볼 때 조선땅의 여인네들이랑 다를봐 없어 보인다.
"어쩌다가 이렇게까지 되었는지 몰라도 이왕 시작된거 잘해 나가 봅시다."
"감사드립니다. 남영상."
결국 이렇게 매듭지어진다. 남영은 다시 머릿속을 정리를 해본다. 그 다음은 어떻게 될까.
이것으로 해서 결혼은 사실상 이루어진거나 마찬가지이다. 그리고 입대 문제도 매듭지어진것이고.......
그 다음은 양가 상견례이다. 자신의 모친에게 며느리 감을 소개하는 것...
"그렇군."
"예? 중요한 일이라도........"
"아니 그게 아니라.... 사나에 상에게 일러둘 것을 깜빡 하였네요."
"말씀 낮추세요. 제가 더 나이가 어린데 그리고......."
말끝이 흐려졌지만은 뭔 이야기 할려고 하는지 짐작 못하는 것은 아니다.
남편될 분인데...... 이것이 아닐런지.......
"알았어요. 하지만은 만난지 얼마 않된데다가 그리고....... 차차 나아지겠지요."
"편할데로 하세요. 남영상."
다시 본론으로 돌아온다.
"사실 중요하지 않을수도 있지만은 가장 중요한 일이기도 해서 드리는 말씀인데...."
"어떤건가요? 남영상"
호기심에 가득한 얼굴로 사나에는 남영을 바라본다.
얼마 되지 않았지만은 그런 그녀의 모습이 왠지 귀여워보인다.
"얼마후면은 사나에 상 집안이랑 저의 집안 어른들이 상견례를 하게 될텐데요."
"예 그렇게 되겠지요."
"그때 설령 사나에 상이나 사나에 상 집안에 우를 범하는 일이 생기더라도 이해해주셨으면은 해서요."
"뭔소린가요?"
남영의 이해못할 말에 어리둥절하는 사나에
"저의 어머니 상대가 일본 여자라는 사실에 상당히 불만스러워 하세요. 저야 그렇지만은 다른 분들도 저와 같진 않을거라 그말입니다."
남영은 자신의 모친에 대해서 간략히 설명을 한다. 어쩔수 없이 받아들여도 내키거나 좋아서 하는 것이 절대 아니라는 사실이랑 그리고 현재 자신의 두분 형이 군대에 끌려간 사실또한 크게 한몫한다는 것을 말이다.
그리고 군대 면제 해준다는 조건으로 맺어진 결혼 어머니 입장에서는 억지에 가까운 이 결혼을 마지못해서 받아들여도 그 불쾌한 감정이나 불만이 단기간에 끝난다는 보장을 하기 힘든다는 것도 말이다.
남영의 설명을 들은 사나에는 그제서야 이해한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어머님 되실분께서 저를 용납못하시는거 어쩌면은 당연할지 모릅니다. 그 점 이해합니다."
"그리고 그 외에도 다른 문제가 상당히 있을텐데"
"말씀을 하세요. 남영상 다른 문제가 어떤게 있는지......"
이왕에 시작하는거 전부 시원하게 말해버리는 거 나쁠건 없을 것이다. 어차피 시작은 그럴싸해도 나중에 어떻게 될지 모르는 순탄치 않을지도 모르는데.......
"저의 집안 그렇게 넉넉한 집안이 아니라서요. 그리고 저는 지금 대학을 다닙니다. 제가 어느정도 따로 벌이를 해서 집안을 이끌어가고는 있지만은 아무래도 부족한점이 많습니다. 이점에 대해서도 알아주셨으면은 합니다."
시집 오면은 당신은 고생한다는 말을 상당히 우회해서 둘러댔다. 단도직입적으로 당신 고생밖에 않시킨다고 하기에는 상대는 순진해보이고 앳되보이니까 말이다.
잠깐 동안의 시간이 지나는 동안 남영은 이 사나에라는 여인에게 스스로 호감을 느끼는 것을 알수가 있었다. 알게모르게 상대를 배려하는 듯한 자신의 태도가 그렇다는 것을 뒷받침해주었으니까.
"그런 것은 걱정하지 않습니다. 저희 아버님께서 많은 도움을 주실것이라고 하셨으니까요. 그리고 호강하려고 결혼을 하려는 것은 절대 아닙니다. 그런 것은 생각해본적이 없습니다."
어느정도 마음의 준비가 갖추어진거 같았다. 일단은 다음번에 상견례에 대한 준비는 이것으로 된거 같았다.
잠시동안 두사람은 서로에 대해서 많은 이야기를 하였고 많은 것을 알수 있었다.
이야기가 오고가는 동안 두사람에게 일본이나 조선이라는 장벽은 사라져있었다.
얼마후 남영은 사나에의 집은 나섰다. 문밖까지 배웅하려는 사나에에게 몸도 불편하니 나오지 말라고 하면서 남영은 그날 자신의 신부될 여자와의 첫만남을 끝냈다.
골목길을 가는 도중에 문득 고개를 돌렸다. 먼 거리이지만은 누군가가 자신을 바라보는 것이 보인다. 아마도 사나에 아닐까.
"지금은 대답을 해주긴 힘들다? 그렇다면은 집안에서 억지로 떠미는 결혼은 아니라는 소리인데...... 그럼 오랫동안 나를 알고 있었고 마음에 뒀다는........"
이해하기 힘들었다. 하긴 시작부터가 알송달송하니까. 잘나가는 공직의 일본인이 왜 자신같은 보잘것없는 조선사람이랑 여식을 맺어줄까.
그렇다면은 여자쪽에서 강단을 부려서 그렇게됐다는 소리인데.......
오랫동안 자신을 알고 마음에 뒀다? 이건 말이 않된다. 그녀 나이가 올해 16살인데 짝사랑을 알고 시작을 하기에는 너무 이르다. 그리고 살아온 환경으로 봐서는 그렇게 까지 교육을 깊히 받은 것 같진 않다.
흠이 있는 상대라서 결혼 상대 고르기가 마땅치 않아서 결국 딸이 아무나 골라서 부모들이 막무가내로 추진을 하였다?
이것도 말이 않된다. 물론 한쪽 다리가 불편한 것은 사실이다. 그런데 그게 그렇게까지 큰 흠일까. 다리 불편한 것은 그렇다 쳐도 미모라던가 자태를 보았을 때 그런것쯤은 충분히 덮어둘수 있을거 같은데........ 그리고 잘나가는 집안은 아니더라도 평범한 집안으로 보내는 것쯤은 문제는 아닐텐데.
이래저래 생각을 해보았지만은 결국 결론은 나오지 않았다. 아까 그녀가 말을 한 때가 되면은 알게 해준다는 말을 떠올리며 그때가서 궁금증을 식히기로 하엿다.
"그렇게 흠만 있는 여자는 아니니까......"
"알았다. 알았어. 그만해라. 들을 만큼 들었으니까."
"예 그럼 내일 결례가 되지 않게끔 아시죠."
내일 이마니시 집안 분들이랑 남영 집안이랑 상견례를 하기로 하는 날이다.
혹시라도 있을지 모를 불상사를 대비해서 노모에게 주의를 당부하는 중이다.
일본인에 대한 뿌리깊은 피해의식이라고 해야하나......
무턱대고 색안경끼고 부정적으로 보는 시선.
한일 합방을 한지 수십년이 지났지만은 아직도 사람들 뇌리속에 이런 사고방식이 자리잡았다.
그리고 그런 것이 일본인에 대한 배타심을 낳았고 편견을 낳는다.
그리고 알게모르게 조선땅에서는 일본인들이랑 조선사람들이라 적지 않는 사고가 발생하곤 한다. 그리고 사람들은 일본사람들에 대한 격앙된 감정적인 대립과 갈등이 조장된다. 그런것에 대해서 조선사람들은 아무렇지 않아하고 아울러 작은 독립운동 혹은 민족의 얼을지키는 지조를 지키는 행동이라고 까지 극찬을 한다.
이런 지나친 극단적인 반일 감정이 옳고 그름을 구분못하는 모순점을 낳기까지 하였다.
남영의 어머니 역시 그런 면에서는 다를게 전혀 없는 분이다. 그래서 신신 당부를 하는 중이다. 내일 실수 없기를 당부하면서.....
"그런데 너 알아둬야 할것이 있는데 말이다."
"뭔데요. 어머니"
숨을 크게 들이키며 뜸을 들이더니 입을 연다. 긴장을 않할수 없다. 어머니께서 이런식으로 나올때는 뭔가 모종의 중대사를 발표하는 것이라서 말이다. 오랫동안 같이 생활을 하여서 남영은 어머니의 이런 점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다.
"너 우리집안이 어떤 집안인줄 알지."
"잘 알지요. 더 말해봤자 입만 아프게 뭘 그런 이야기를 다시 하세요."
또 다시 뼈대 있는 지조있는 청빈한 집안 이야기가 나올거 같아서 얼른 어머니의 말을 끊었다. 하지만은 어머니의 다음말은 남영의 생각과같은 집안 내력 암송은 아니었다.
"그래 그런 집안이지. 그런데 왜녀 며느리가 들어온대서야 말이 되니."
"어머니 그런 ........"
다시 일본 며느리 싫다는 소리인가. 뭐라고 더 설명을 해도 싫은 것은 싫다는 건 잘 알겠는데 짜증난다.
"이번에 어쩔수 없이 왜녀 며느리 들이긴 한다만은 한가지 분명히 알아둬라. 그애한테서 자식 보는 것 용납못한다."
"예?"
뭔가 하였더니 이번엔 다른 것을 들고 나온다. 예상치 못한 것으로 말이다. 바로 2세가 태어나는 것.
"아들이건 딸이건 간에 우리집안 일원으로 인정못한다. 왜놈 피가 섞이는 거 절대 용납할수 없어."
"하지만은....... 그러면은...... 저 자식도 보지 말라 그말이에요."
결혼하면은 당연히 살을 맞댈것이고 그와 더불어서 자식까지 생기게 되는데......
그것을 못하게 한다니. 남영으로써는 황당하다 못해서 어이없기까지 하였다.
"그런건 아니다. 다만...... 왜놈 피가 섞인 씨 우리집안 일원으로 인정않한다 그말이다."
"그래서 결혼하고 따로 자식따로? 지금 첩실이나 들이라 그말이에요?"
"그건...... 말하자면은 그렇다."
기가막힌다. 결혼을 앞두고 있는 이 시점에서 첩실 운운하다니.
그리고 스스로 생각을해도 말이 않돼었다.
더 뭐라고 말하고 싶지만은 그만두었다. 나이든 노친네를 앞에 두고 언성을 높이는 것도 그렇고 그렇게 아웅다웅하였다가 뭔 불상사가 생길지 알수 없기에......
"형님들만 있었어도......"
문제는 이거다. 현재 남아있는 것은 막내인 남영뿐이다.
두분 형들은 전장에 나가있고....... 오늘 내일 생사 기약을 할수 없는처지...
그래서 그나마 곁에있는 남아 있는 막내에 더욱 노친네의 정이 쏟아질 수밖에 없고 두분 형에게 쏟았던 사랑과 기대까지 자신에게 보내는 것이니까.
그런대로 이해를 하기로 하였다.
불을 껐다. 아니 꺼졌다고 해야 한다. 전기 공급이 끊길 시간이니까. 모든 연료나 생필품은 배급제로 하는 시기이다. 전기나 수도도 시간제로 한다. 전쟁 때문에 그렇다.
모든 것이 모자라는 때이니까.
눈을 부쳤다. 그러다가 고개를 돌렸다. 옆에는 아무것도 없는데.......
하지만은 옆에 뭐가 있어서 그런 것은 아니었다.
"이 옆에 곧 여자가 떠?되고 그리고......"
순간 다른 걱정 거리가 생겼다. 첫날 밤이라는 것을 치르게 되면은 어떻게 해야 하는지.....
골치가 아팠다. 하나부터 시작을 해서 열까지......... 얼떨결에 추진되고 성사되는 결혼이
최고관리자
가입일 | 2016-08-11 | 접속일 | 2024-11-0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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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입일 | 2016-08-11 | ||
접속일 | 2024-11-03 | ||
서명 | 황진이-19금 성인놀이터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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