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9부-------------------------------------
천사교는 구미호의 수중에서 어떻게 될지 아직은 알 수 없다.
다만 내겐 적이라는 생각만 들뿐이지.
그러한 적중에 무림맹이 있다.
금천단이란 조직을 은폐하면서 세상을 활보하는 놈들.
역시난 체질적으로 숨어서 뭔가를 노리는 놈들이 제일 싫다.
당당하게 앞에 나와서 깨부수던지 깨지던지 해야지 쥐새끼도 아니고.
금천단의 그런 은밀한 활동도 내가 망친 혈강인 때문에 주춤하고 있다.
“아니 도대체 어떤 놈이 혈강인을 상대한단 말이냐.”
“그게 제갈천이란 놈이 왔다는 소린 들었지만 정말 그자가 혈강인을 파괴했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제대로 제어가 되지 않아 혈강인이 영원히 잠들었을 수도 있습니다.”
“말이 안되지 않느냐. 혈강인과 싸움이 났는데 그자가 안죽었다는건 능히 이겼을 수도 있다는 말이지 않느냐.”
“단주. 아무리 제갈천의 무공이 강하다 하더라도 혈강인은 인력으로는 어떻게 감당할 수 없는 괴물입니다. 저는 절대로 그자가 혈강인을 이겼다고 생각지 않습니다.”
한참 열띤 공방을 펼치면서도 나에 대한 경계를 늦추지는 않는다.
다만 내 무공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회의가 드는가 보다.
현재 무림 최고수란 소리를 듣고 있으니 이들의 생각도 흔들리겠지.
현존하는 고수들은 모두 내가 무서워 피한다는 소문이 나고 있었다.
특히 정파의 고수는 내가 움직이면 반대로 달아난다는 소문 때문에 무림맹의 위신은 저기 바닥으로 추락하고 있었다.
“지금은 이럴게 아니라 분실한 혈강인을 찾는다고 시간 낭비하기보다 새로 한구를 더 만드는게 어떻겠습니까?”
“그 하나에 얼마의 비용이 들었는지 잊었는가?”
“지금은 혼란기입니다. 이럴 때를 잘 이용해야지요.”
역시 잔대가리는 쥐새끼처럼 생긴 것들이 잘 굴린다.
무림의 일대 혼란기.
정사마의 구분이 명확하지 않고 서로 마음이 맞는 자들끼리 새로운 세력으로 뭉치고 있는 시점이라 끊이지 않고 크고작은 문제들이 발생하고 있다.
그중에는 문파간의 싸움도 적지 않았는데 하루에도 몇십개의 작은 문파들은 문을 열고 닫았다.
조금 큰 문파에서 지원을 하면 그 문파는 살아남는 것이고 반대로 지원을 받지 못하면 흡수 되거나 그곳을 떠나야 했다.
이건 작은 문파에 국한 된 것만은 아니다.
세력이 큰 문파도 서로의 이권을 지키기 위해 소소한 국지전을 계속 벌이고 있었다.
“단주 지금이라면 신도문을 건드려도 누가 뭐라하지 않을 것입니다. 감히 정파 무림의 하늘인 무림맹에서 행하고자 하는 일을 신도문이 거부할 수는 없는 노릇이지요. 적당한 핑계거리를 만들어 그들에게 뒤집어 씌운다면 마음대로 요리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게다가 모두 여인으로 구성되어 그들의 순음지기라면 혈강인의 제조도 더욱 빠르게 이루어질 것입니다.”
“흠. 확실히 뒷탈만 없다면 그 방법이 최고겠군. 군사는 최대한 빠르게 그 일을 추진할 수 있도록 하고 혹시 모르니 금천단의 힘도 사용하도록.”
군사의 얼굴이 확 밝아졌다.
자신이 생각한 일을 하려면 적어도 신도문의 문주를 꺾을 정도의 실력자는 있어야 하는데 무림맹에 기거하고 있는 고수들은 왠지 여인에게는 검을 들려고 하지 않는다.
꼴에 정파라고 말이다.
물론 실력도 신도문주를 이길 수 있을지 미지수라 자신의 머리가 더 복잡해질뻔 했는데 단주가 자신에게 준 힘은 그런 문제는 가볍게 해결할 수준이었다.
금천단에도 크게 세 개의 세력이 있다.
단주를 보호하는 호위단.
그리고 금천단의 전체를 감시하고 대내외의 정보를 관리하는 감찰단.
마지막으로 모든 잡일은 물론 전투에서 빠지지 않는 무력단이 있다.
무력단은 다시 5개의 대로 나뉘는데 각 대의 대주는 가히 일파의 장문인과 맞먹을 실력을 가지고 있다.
모든 세력은 단주의 직속 명령만을 들을 뿐이지만 이번에 자신에게 부여한 힘은 자신이 단독으로 사용할 수 있으니 얼마나 좋겠는가?
그동안 떨거지들을 데리고 훈련해가며 일을 처리했는데 이번엔 진정한 고수를 데리고 정말 화끈하게 일을 처리할 생각을 하니 가슴이 벅찬 듯 했다.
‘신도문의 계집들은 어떤 맛을 가지고 있을까?’
혼자서 그런 생각을 하며 밤새 계략을 세웠다.
금천단의 군사란 놈은 과연 만만한 놈이 아니었다.
현사에 비할바는 아니지만 그래도 지모가 제법 출중한지 직접적인 힘은 쓸 생각이 없는지 소문과 작은 사건으로 신도문을 밀어 붙이고 있었다.
‘신도문의 여자들은 모두가 색녀다. 여자들만 있으니 얼마나 남자를 그리워하겠는가?’
‘신도문주는 이미 녹림에 몸을 팔았다.’
이런 황당한 소문을 퍼뜨리며 정파에서 신도문을 분리해 내려고 했다.
명분이 없는 싸움은 하지 않는 정파의 관례상 당연한 수순이라고 봐야겠지.
현사는 그런 수를 읽고 사람을 보내어 신도문을 돕게 하였다.
우선 신도문을 기준으로 방원 100리를 철저히 경계하고 누구도 신도문으로 쳐들어가지 못하도록 했다.
그리고 무림맹을 비웃는 글을 만들어 모든 무림인에게 배포했다.
‘소위 정파의 하늘이라는 무림맹의 작태를 보니 정말 한심하구나. 내 비록 마도의 인물이지만 서로 뭉쳐서 싸워도 모자랄 판국에 이렇게 자중지란을 일으키는 너희 정파를 보니 불쌍해서 한마디 적는다. 마도의 하늘이신 나의 주군께서는 신도문을 취하려 하셨으나 신도문주의 고결함에 한발 물러나셨다. 내가 너희 정파라면 차라리 신도문을 기준으로 다시 일어나 우리 마도와 한판 전쟁을 일으켜 보겠다.’
현사가 뿌린 이글의 파장은 어디까지 갈지 모르겠지만 무림맹의 입장에서는 자신들의 계획에 큰 차질이 벌어지고 있음을 알았겠지.
이런 서로의 머리싸움에도 조금씩의 변화가 생기기 시작하면서 조금씩 충돌이 벌어지기 시작했다.
싸움의 시작은 분명 무림맹에서 일어났다.
신도문의 제자들은 평소처럼 식량을 구하기 위해 마을에 들렀다.
아직 마을에서는 신도문의 위상이 그대로 살아 있기 때문에 모든 마을의 처자들은 신도문의 제자들을 부러운 눈으로 바라보았다.
자신들도 저렇게 제자로 선발이 되면 새로운 삶을 살 수 있을 테니까.
그저 그림의 떡인 줄은 알지만 그래도 부러운 마음에 이렇게 장을 보러 내려오면 잘 대해주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
거의 지정되다 싶이 한 점포들을 돌면서 물건들을 구입하고 잠시 요기할 생각에 들른 객점에서 문제가 발생 되었다.
현사가 파견한 수하들은 이 마을의 뒷 골목으로 스며들어 무림인이 아닌 깡패의 삶을 살고 있었다.
덕분에 적당히 치안도 안정되고 마을 안의 소식을 제일 먼저 접할 수 있었다.
하지만 어디에도 그런 조직도 없고 족보도 없는 뜨내기 양아치는 있기 마련이다.
게다가 그 양아치들이 실력을 갖추고 있다면 골치가 여간 아니지.
지금 신도문의 여제자들을 향해 음흉한 웃음을 날리는 이놈도 제법 강단이 있는 놈이다.
단지 하는 행동이나 말투가 삼류 양아치 같을 뿐.
“켈켈켈. 이렇게 미인들이 단체로 어디서 왔나?”
“크흐흐. 형님 이년들은 날로 먹어도 비리지 않겠는데요?”
“막내는 숙녀들 앞에서... 그래도 역시 맛있겠어. 크크크.”
뭐 적당히 어디서나 들을 수 있는 대사가 쏟아져 나왔다.
신도문의 제자들도 강호를 다니다 보면 가끔 이런 일이 있기에 별로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그자들을 물리치려고 했다.
일일이 싸움을 일으키고 다니기엔 세상 살기가 정말 피곤할 테니까.
“방금 그 말은 못 들은 걸로 하겠소. 더 이상 지분거리지 말고 물러가시오.”
일행의 수장이 말을 했다.
하지만 그들은 웃음을 날리며 오히려 제자들의 머릿결을 만지려 손을 내밀었다.
이쯤되면 막가자는 분위기지.
검을 뽑음과 동시에 그자의 손목을 그었다.
“챙.”
당연히 그 검에 손목이 잘리고 피가 튈 것으로 예상했는데 엉뚱한 일이 벌어졌다.
그의 손목에는 강철로 만들어진 팔찌가 숨겨져 있었고 그것으로 검을 튕겨낸 것이다.
“흐흐흐. 앙탈을 부리시겠다?”
“이 더러운 것들.”
객점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으로 변해버렸다.
무림인이 싸움을 벌이면 보통의 사람들은 모두 도망가는게 상책이다.
괜히 주변에 있다가 한 대라도 맞는 날에는 이승과 저승을 오가게 되니까.
숫적으로는 신도문의 제자들이 많았지만 실력은 파락호들이 더욱 뛰어났다.
싸우는 내내 이놈들은 여자들을 희롱하고 있었다.
틈만 나면 가슴을 만지는가 하면 치마의 단을 조금씩 줄이거나 소매를 뜯어내거나 했다.
수치심을 유발 시키겠다는 짓이지.
아무리 싸움을 하는 여자라 하더라도 자신의 치부가 드러나면 움직임이 소극적으로 변하기 마련이다.
이미 옷이랄 수 없을 정도로 나체로 변한 그녀들은 싸울 의지가 급격히 떨어지고 있었다.
“이제야 얌전해 지는군. 그래 누구부터 시작을 할까나...”
마치 진수성찬을 차려두고 무엇을 먼저 먹어야 하나란 식으로 고민을 하고 있었다.
아무래도 일반 여인들 보다야 무림의 여자들이 맛이 좋지.
내가 먹어봐도 그건 확실하니까.
여자들은 수치심에 몸을 떨면서도 어찌할 방도가 없었다.
다만 자신들의 실력이 부족함을 탓할 수 밖에.
그때 그녀들에게 지원군이 나타났다.
신도문이 무림맹에서 괄시를 받고 있다는 소문을 들은 당가에서 신도문을 돕기 위해 사람을 파견한 것이다.
그 선임에 당가희가 서서 당가의 핵심이랄 수 있는 흑우림을 데리고 나왔다.
마을에 들어와 객점을 찾던 중 여인들이 공격당하는 소리를 듣고 이쪽으로 날아온 것이다.
“파락호 같은 놈들.”
그 한마디가 끝이었다.
당가희의 손짓에 흑우림이 일제히 그들에게 암기를 날렸고 불시에 당한 공격이라 이들은 팔목에 차고 있는 팔찌로 얼굴만을 방어했다.
당가에서 만든 암기가 과연 얼굴만 막는다고 죽지 않을까?
이들은 완전 고슴도치가 되어 선 자세 그대로 즉사해 버렸다.
“버러지 같은 놈들. 소저들 괜찮나요? 전 당가의 당가희라고 해요.”
“고맙습니다. 소저. 저희는 신도문의 제자예요.”
“어머. 잘 됐네요. 저도 신도문으로 가는 길이었어요. 아버님이 신도문이 이번에 험한 일을 겪을지 모른다고 저보고 도우라고 해서요.”
“당가의 호의에 감사드립니다.”
서로 통성명을 하고 새로 구해온 옷을 그녀들에게 주어 갈아 입게 하였다.
흑우림은 자신들의 암기를 회수하며 동패를 하나 발견해서 당가희에게 전해주었다.
“이게 무슨 영패지?”
뭔가 신분을 나타내는 영패임에는 틀림없지만 현재 무림에서 이런 영패를 쓰는 방파는 없다.
뭔가 은밀한 조직이 아니면 잘 사용하지도 않는 것이 명패다.
대부분 장문인 정도가 가지고 다니는 것이지 보통의 인물들이 가지고 있다면 그건 뭔가 신분을 숨기고 활동을 많이 한다는 소리다.
그렇다는건 이들은 누구의 사주를 받고 이곳에 와서 난동을 부린 것이고 그 결과는 조금 지켜보면 답이 나오겠지.
당가희와 신도문의 제자들은 간단하게 요기를 마치고 서둘러 문으로 복귀했다.
더 지체해 봐야 좋을게 없을 테니까.
이들이 사라지고 녹림에서 파견된 인물들이 나타났다.
“시체를 조사해서 그들이 누구인지 파악하라.”
대장으로 보이는 놈이 지시를 내리고 다시 사라졌다.
만약 저 시신의 정체가 무림맹의 인물 아니 금천단의 인물로 확인이 된다면 당장이라도 신도문 전체에 대한 경비를 강화해야 한다.
그저 찔러보기 식으로 보낸 인물들이 저 정도라면 본대의 힘은 엄청날 것이니까.
신도문 자체의 힘으로는 절대 막을 수 없을지도 모른다.
그는 현사에게 따로 보고서를 만들어 전서구를 날리고 초조하게 결과를 기다렸다.
시체의 정체도 현사에게 받을 지시도 너무도 더디게 느껴졌다.
진여여는 당가희를 반갑게 맞이했다.
내게 들어서 알겠지만 당가희가 내 여자란 사실을 아는 이상 그녀를 언니로 받들어야 한다.
“호호. 언니 어서와요.”
“네? 문주님 제가 왜?”
“저도 제갈천님을 모시는 여자랍니다. 그러니 제게는 언니가 되겠지요.”
“역시 그는 끝없이 여자를 새로 만드는군요.”
“영웅본색이겠죠. 어디 열 여자 마다하는 남자 보셨나요? 호호.”
서로 알고 지낸 사이도 아닌데 금세 친해지는가 싶더니 이젠 자연스럽게 언니 동생을 한다.
그런 일상적이 얘기는 나중에 하고 우선은 앞으로의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무림맹에서 따로 연락 온 것은 없니?”
“없어요. 그들이 무슨 생각으로 우리를 핍박하는지 모르겠지만 이 원수는 꼭 갚아주겠어요. 감히 신도문을 뭘로 보고.”
“지금은 그보다도 신도문을 잘 지켜야지.”
“사실 언니가 와서 좋기도 하지만 낭군이 남겨주신 힘이 있어서 든든해요.”
“뭐? 그럼 이미 그의 수하들이 지키고 있단 말야?”
“네. 가시기 전에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른다고...”
“역시 여자들에겐 한 없이 다정하시구나. 하긴 당가도 지금 그분의 수하들이 지켜주고 있지. 마치 무림의 주인처럼.”
둘은 황홀한 눈빛으로 날 생각하나 보다.
옆에 있었으면 품어줬을 텐데.
둘은 그다지 걱정하는 기색 없이 담소만 나누었다.
내가 개입했다면 더 이상 걱정할 필요가 없으니까.
현사는 신도문에서 보고된 내용을 살펴보고 지금 즉시 방어진을 가동할 것을 명했다.
현사는 아직 보고 받지는 않았지만 죽은 놈들이 금천단 소속이라고 직감했다.
명패를 가지고 다니는 문파는 자신의 머릿속에 몇 개 안되니까.
게다가 다 없어지고 현존하는 문파만 따져보면 금천단 밖에 없다.
이미 선발대가 아무 소식이 없으므로 바로 공격해 들어갈 것이다.
그 공격의 타이밍을 흐트린다면 손쉽게 승리할 수 있다.
신도문을 중심으로한 전운은 그렇게 감돌고 있었다.
다만 여자들의 수다 소리만 그런 전운을 누그러뜨리고 있었지만 그녀들도 지금이 매우 긴박한 시점이란 것은 알고 있다.
긴장을 푸는 방법으로 수다를 택할 정도로...
ps 다시 쓰기 시작은 했는데요 뭔가가 이상하네요
아무튼 지금의 진행은 되도록 빠른게 좋을 것 같아서요
건성으로 올린 것 같아도 이해해 주세요...
천사교는 구미호의 수중에서 어떻게 될지 아직은 알 수 없다.
다만 내겐 적이라는 생각만 들뿐이지.
그러한 적중에 무림맹이 있다.
금천단이란 조직을 은폐하면서 세상을 활보하는 놈들.
역시난 체질적으로 숨어서 뭔가를 노리는 놈들이 제일 싫다.
당당하게 앞에 나와서 깨부수던지 깨지던지 해야지 쥐새끼도 아니고.
금천단의 그런 은밀한 활동도 내가 망친 혈강인 때문에 주춤하고 있다.
“아니 도대체 어떤 놈이 혈강인을 상대한단 말이냐.”
“그게 제갈천이란 놈이 왔다는 소린 들었지만 정말 그자가 혈강인을 파괴했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제대로 제어가 되지 않아 혈강인이 영원히 잠들었을 수도 있습니다.”
“말이 안되지 않느냐. 혈강인과 싸움이 났는데 그자가 안죽었다는건 능히 이겼을 수도 있다는 말이지 않느냐.”
“단주. 아무리 제갈천의 무공이 강하다 하더라도 혈강인은 인력으로는 어떻게 감당할 수 없는 괴물입니다. 저는 절대로 그자가 혈강인을 이겼다고 생각지 않습니다.”
한참 열띤 공방을 펼치면서도 나에 대한 경계를 늦추지는 않는다.
다만 내 무공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회의가 드는가 보다.
현재 무림 최고수란 소리를 듣고 있으니 이들의 생각도 흔들리겠지.
현존하는 고수들은 모두 내가 무서워 피한다는 소문이 나고 있었다.
특히 정파의 고수는 내가 움직이면 반대로 달아난다는 소문 때문에 무림맹의 위신은 저기 바닥으로 추락하고 있었다.
“지금은 이럴게 아니라 분실한 혈강인을 찾는다고 시간 낭비하기보다 새로 한구를 더 만드는게 어떻겠습니까?”
“그 하나에 얼마의 비용이 들었는지 잊었는가?”
“지금은 혼란기입니다. 이럴 때를 잘 이용해야지요.”
역시 잔대가리는 쥐새끼처럼 생긴 것들이 잘 굴린다.
무림의 일대 혼란기.
정사마의 구분이 명확하지 않고 서로 마음이 맞는 자들끼리 새로운 세력으로 뭉치고 있는 시점이라 끊이지 않고 크고작은 문제들이 발생하고 있다.
그중에는 문파간의 싸움도 적지 않았는데 하루에도 몇십개의 작은 문파들은 문을 열고 닫았다.
조금 큰 문파에서 지원을 하면 그 문파는 살아남는 것이고 반대로 지원을 받지 못하면 흡수 되거나 그곳을 떠나야 했다.
이건 작은 문파에 국한 된 것만은 아니다.
세력이 큰 문파도 서로의 이권을 지키기 위해 소소한 국지전을 계속 벌이고 있었다.
“단주 지금이라면 신도문을 건드려도 누가 뭐라하지 않을 것입니다. 감히 정파 무림의 하늘인 무림맹에서 행하고자 하는 일을 신도문이 거부할 수는 없는 노릇이지요. 적당한 핑계거리를 만들어 그들에게 뒤집어 씌운다면 마음대로 요리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게다가 모두 여인으로 구성되어 그들의 순음지기라면 혈강인의 제조도 더욱 빠르게 이루어질 것입니다.”
“흠. 확실히 뒷탈만 없다면 그 방법이 최고겠군. 군사는 최대한 빠르게 그 일을 추진할 수 있도록 하고 혹시 모르니 금천단의 힘도 사용하도록.”
군사의 얼굴이 확 밝아졌다.
자신이 생각한 일을 하려면 적어도 신도문의 문주를 꺾을 정도의 실력자는 있어야 하는데 무림맹에 기거하고 있는 고수들은 왠지 여인에게는 검을 들려고 하지 않는다.
꼴에 정파라고 말이다.
물론 실력도 신도문주를 이길 수 있을지 미지수라 자신의 머리가 더 복잡해질뻔 했는데 단주가 자신에게 준 힘은 그런 문제는 가볍게 해결할 수준이었다.
금천단에도 크게 세 개의 세력이 있다.
단주를 보호하는 호위단.
그리고 금천단의 전체를 감시하고 대내외의 정보를 관리하는 감찰단.
마지막으로 모든 잡일은 물론 전투에서 빠지지 않는 무력단이 있다.
무력단은 다시 5개의 대로 나뉘는데 각 대의 대주는 가히 일파의 장문인과 맞먹을 실력을 가지고 있다.
모든 세력은 단주의 직속 명령만을 들을 뿐이지만 이번에 자신에게 부여한 힘은 자신이 단독으로 사용할 수 있으니 얼마나 좋겠는가?
그동안 떨거지들을 데리고 훈련해가며 일을 처리했는데 이번엔 진정한 고수를 데리고 정말 화끈하게 일을 처리할 생각을 하니 가슴이 벅찬 듯 했다.
‘신도문의 계집들은 어떤 맛을 가지고 있을까?’
혼자서 그런 생각을 하며 밤새 계략을 세웠다.
금천단의 군사란 놈은 과연 만만한 놈이 아니었다.
현사에 비할바는 아니지만 그래도 지모가 제법 출중한지 직접적인 힘은 쓸 생각이 없는지 소문과 작은 사건으로 신도문을 밀어 붙이고 있었다.
‘신도문의 여자들은 모두가 색녀다. 여자들만 있으니 얼마나 남자를 그리워하겠는가?’
‘신도문주는 이미 녹림에 몸을 팔았다.’
이런 황당한 소문을 퍼뜨리며 정파에서 신도문을 분리해 내려고 했다.
명분이 없는 싸움은 하지 않는 정파의 관례상 당연한 수순이라고 봐야겠지.
현사는 그런 수를 읽고 사람을 보내어 신도문을 돕게 하였다.
우선 신도문을 기준으로 방원 100리를 철저히 경계하고 누구도 신도문으로 쳐들어가지 못하도록 했다.
그리고 무림맹을 비웃는 글을 만들어 모든 무림인에게 배포했다.
‘소위 정파의 하늘이라는 무림맹의 작태를 보니 정말 한심하구나. 내 비록 마도의 인물이지만 서로 뭉쳐서 싸워도 모자랄 판국에 이렇게 자중지란을 일으키는 너희 정파를 보니 불쌍해서 한마디 적는다. 마도의 하늘이신 나의 주군께서는 신도문을 취하려 하셨으나 신도문주의 고결함에 한발 물러나셨다. 내가 너희 정파라면 차라리 신도문을 기준으로 다시 일어나 우리 마도와 한판 전쟁을 일으켜 보겠다.’
현사가 뿌린 이글의 파장은 어디까지 갈지 모르겠지만 무림맹의 입장에서는 자신들의 계획에 큰 차질이 벌어지고 있음을 알았겠지.
이런 서로의 머리싸움에도 조금씩의 변화가 생기기 시작하면서 조금씩 충돌이 벌어지기 시작했다.
싸움의 시작은 분명 무림맹에서 일어났다.
신도문의 제자들은 평소처럼 식량을 구하기 위해 마을에 들렀다.
아직 마을에서는 신도문의 위상이 그대로 살아 있기 때문에 모든 마을의 처자들은 신도문의 제자들을 부러운 눈으로 바라보았다.
자신들도 저렇게 제자로 선발이 되면 새로운 삶을 살 수 있을 테니까.
그저 그림의 떡인 줄은 알지만 그래도 부러운 마음에 이렇게 장을 보러 내려오면 잘 대해주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
거의 지정되다 싶이 한 점포들을 돌면서 물건들을 구입하고 잠시 요기할 생각에 들른 객점에서 문제가 발생 되었다.
현사가 파견한 수하들은 이 마을의 뒷 골목으로 스며들어 무림인이 아닌 깡패의 삶을 살고 있었다.
덕분에 적당히 치안도 안정되고 마을 안의 소식을 제일 먼저 접할 수 있었다.
하지만 어디에도 그런 조직도 없고 족보도 없는 뜨내기 양아치는 있기 마련이다.
게다가 그 양아치들이 실력을 갖추고 있다면 골치가 여간 아니지.
지금 신도문의 여제자들을 향해 음흉한 웃음을 날리는 이놈도 제법 강단이 있는 놈이다.
단지 하는 행동이나 말투가 삼류 양아치 같을 뿐.
“켈켈켈. 이렇게 미인들이 단체로 어디서 왔나?”
“크흐흐. 형님 이년들은 날로 먹어도 비리지 않겠는데요?”
“막내는 숙녀들 앞에서... 그래도 역시 맛있겠어. 크크크.”
뭐 적당히 어디서나 들을 수 있는 대사가 쏟아져 나왔다.
신도문의 제자들도 강호를 다니다 보면 가끔 이런 일이 있기에 별로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그자들을 물리치려고 했다.
일일이 싸움을 일으키고 다니기엔 세상 살기가 정말 피곤할 테니까.
“방금 그 말은 못 들은 걸로 하겠소. 더 이상 지분거리지 말고 물러가시오.”
일행의 수장이 말을 했다.
하지만 그들은 웃음을 날리며 오히려 제자들의 머릿결을 만지려 손을 내밀었다.
이쯤되면 막가자는 분위기지.
검을 뽑음과 동시에 그자의 손목을 그었다.
“챙.”
당연히 그 검에 손목이 잘리고 피가 튈 것으로 예상했는데 엉뚱한 일이 벌어졌다.
그의 손목에는 강철로 만들어진 팔찌가 숨겨져 있었고 그것으로 검을 튕겨낸 것이다.
“흐흐흐. 앙탈을 부리시겠다?”
“이 더러운 것들.”
객점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으로 변해버렸다.
무림인이 싸움을 벌이면 보통의 사람들은 모두 도망가는게 상책이다.
괜히 주변에 있다가 한 대라도 맞는 날에는 이승과 저승을 오가게 되니까.
숫적으로는 신도문의 제자들이 많았지만 실력은 파락호들이 더욱 뛰어났다.
싸우는 내내 이놈들은 여자들을 희롱하고 있었다.
틈만 나면 가슴을 만지는가 하면 치마의 단을 조금씩 줄이거나 소매를 뜯어내거나 했다.
수치심을 유발 시키겠다는 짓이지.
아무리 싸움을 하는 여자라 하더라도 자신의 치부가 드러나면 움직임이 소극적으로 변하기 마련이다.
이미 옷이랄 수 없을 정도로 나체로 변한 그녀들은 싸울 의지가 급격히 떨어지고 있었다.
“이제야 얌전해 지는군. 그래 누구부터 시작을 할까나...”
마치 진수성찬을 차려두고 무엇을 먼저 먹어야 하나란 식으로 고민을 하고 있었다.
아무래도 일반 여인들 보다야 무림의 여자들이 맛이 좋지.
내가 먹어봐도 그건 확실하니까.
여자들은 수치심에 몸을 떨면서도 어찌할 방도가 없었다.
다만 자신들의 실력이 부족함을 탓할 수 밖에.
그때 그녀들에게 지원군이 나타났다.
신도문이 무림맹에서 괄시를 받고 있다는 소문을 들은 당가에서 신도문을 돕기 위해 사람을 파견한 것이다.
그 선임에 당가희가 서서 당가의 핵심이랄 수 있는 흑우림을 데리고 나왔다.
마을에 들어와 객점을 찾던 중 여인들이 공격당하는 소리를 듣고 이쪽으로 날아온 것이다.
“파락호 같은 놈들.”
그 한마디가 끝이었다.
당가희의 손짓에 흑우림이 일제히 그들에게 암기를 날렸고 불시에 당한 공격이라 이들은 팔목에 차고 있는 팔찌로 얼굴만을 방어했다.
당가에서 만든 암기가 과연 얼굴만 막는다고 죽지 않을까?
이들은 완전 고슴도치가 되어 선 자세 그대로 즉사해 버렸다.
“버러지 같은 놈들. 소저들 괜찮나요? 전 당가의 당가희라고 해요.”
“고맙습니다. 소저. 저희는 신도문의 제자예요.”
“어머. 잘 됐네요. 저도 신도문으로 가는 길이었어요. 아버님이 신도문이 이번에 험한 일을 겪을지 모른다고 저보고 도우라고 해서요.”
“당가의 호의에 감사드립니다.”
서로 통성명을 하고 새로 구해온 옷을 그녀들에게 주어 갈아 입게 하였다.
흑우림은 자신들의 암기를 회수하며 동패를 하나 발견해서 당가희에게 전해주었다.
“이게 무슨 영패지?”
뭔가 신분을 나타내는 영패임에는 틀림없지만 현재 무림에서 이런 영패를 쓰는 방파는 없다.
뭔가 은밀한 조직이 아니면 잘 사용하지도 않는 것이 명패다.
대부분 장문인 정도가 가지고 다니는 것이지 보통의 인물들이 가지고 있다면 그건 뭔가 신분을 숨기고 활동을 많이 한다는 소리다.
그렇다는건 이들은 누구의 사주를 받고 이곳에 와서 난동을 부린 것이고 그 결과는 조금 지켜보면 답이 나오겠지.
당가희와 신도문의 제자들은 간단하게 요기를 마치고 서둘러 문으로 복귀했다.
더 지체해 봐야 좋을게 없을 테니까.
이들이 사라지고 녹림에서 파견된 인물들이 나타났다.
“시체를 조사해서 그들이 누구인지 파악하라.”
대장으로 보이는 놈이 지시를 내리고 다시 사라졌다.
만약 저 시신의 정체가 무림맹의 인물 아니 금천단의 인물로 확인이 된다면 당장이라도 신도문 전체에 대한 경비를 강화해야 한다.
그저 찔러보기 식으로 보낸 인물들이 저 정도라면 본대의 힘은 엄청날 것이니까.
신도문 자체의 힘으로는 절대 막을 수 없을지도 모른다.
그는 현사에게 따로 보고서를 만들어 전서구를 날리고 초조하게 결과를 기다렸다.
시체의 정체도 현사에게 받을 지시도 너무도 더디게 느껴졌다.
진여여는 당가희를 반갑게 맞이했다.
내게 들어서 알겠지만 당가희가 내 여자란 사실을 아는 이상 그녀를 언니로 받들어야 한다.
“호호. 언니 어서와요.”
“네? 문주님 제가 왜?”
“저도 제갈천님을 모시는 여자랍니다. 그러니 제게는 언니가 되겠지요.”
“역시 그는 끝없이 여자를 새로 만드는군요.”
“영웅본색이겠죠. 어디 열 여자 마다하는 남자 보셨나요? 호호.”
서로 알고 지낸 사이도 아닌데 금세 친해지는가 싶더니 이젠 자연스럽게 언니 동생을 한다.
그런 일상적이 얘기는 나중에 하고 우선은 앞으로의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무림맹에서 따로 연락 온 것은 없니?”
“없어요. 그들이 무슨 생각으로 우리를 핍박하는지 모르겠지만 이 원수는 꼭 갚아주겠어요. 감히 신도문을 뭘로 보고.”
“지금은 그보다도 신도문을 잘 지켜야지.”
“사실 언니가 와서 좋기도 하지만 낭군이 남겨주신 힘이 있어서 든든해요.”
“뭐? 그럼 이미 그의 수하들이 지키고 있단 말야?”
“네. 가시기 전에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른다고...”
“역시 여자들에겐 한 없이 다정하시구나. 하긴 당가도 지금 그분의 수하들이 지켜주고 있지. 마치 무림의 주인처럼.”
둘은 황홀한 눈빛으로 날 생각하나 보다.
옆에 있었으면 품어줬을 텐데.
둘은 그다지 걱정하는 기색 없이 담소만 나누었다.
내가 개입했다면 더 이상 걱정할 필요가 없으니까.
현사는 신도문에서 보고된 내용을 살펴보고 지금 즉시 방어진을 가동할 것을 명했다.
현사는 아직 보고 받지는 않았지만 죽은 놈들이 금천단 소속이라고 직감했다.
명패를 가지고 다니는 문파는 자신의 머릿속에 몇 개 안되니까.
게다가 다 없어지고 현존하는 문파만 따져보면 금천단 밖에 없다.
이미 선발대가 아무 소식이 없으므로 바로 공격해 들어갈 것이다.
그 공격의 타이밍을 흐트린다면 손쉽게 승리할 수 있다.
신도문을 중심으로한 전운은 그렇게 감돌고 있었다.
다만 여자들의 수다 소리만 그런 전운을 누그러뜨리고 있었지만 그녀들도 지금이 매우 긴박한 시점이란 것은 알고 있다.
긴장을 푸는 방법으로 수다를 택할 정도로...
ps 다시 쓰기 시작은 했는데요 뭔가가 이상하네요
아무튼 지금의 진행은 되도록 빠른게 좋을 것 같아서요
건성으로 올린 것 같아도 이해해 주세요...
최고관리자
가입일 | 2016-08-11 | 접속일 | 2024-11-0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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