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본 소설은 SM, 근친, 수간, 윤간, 덮밥, 반기독교, 기타등등을 포함하고 있으니 다 읽고나서 돌 던지지 않으실 분만 보시길 바랍니다 ^^;
노예상인 라미엔트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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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리카는 비틀거리는 걸음으로 집으로 돌아가고 있었다. 라미엔트의 허락이 떨어져 옷은 잘 차려 입은 상태였다. 하지만 그녀의 눈은 반쯤 넋이 나간 사람처럼 하늘을 주시하고 있었다. 내딛는 걸음걸음이 위태로워 보일 정도로 후들거렸다.
『우우...... 우웨엑!!!!!』
결국 에리카는 길가의 나무를 붙잡고 또 다시 구토를 했다. 집으로 돌아가는 도중에만 세번째였다. 몇시간전에 일어난 참혹한 현장을 떠올리면 여지없이 목구멍까지 구토물이 올라왔다.
- 제발!!! 제발!!! 자르지 말아줘...... 제발... 하아... 자르지 말아줘... 꺄아아아아!!!!
카린의 절규가 아직까지도 에리카의 머리 속에 메아리쳤다. 몸이 약해 금방 죽을거라는 라미엔트의 말과는 달리 카린의 생명력은 끈질겼다. 톱과 횃불, 바닥에 흐르는 피, 광기어린 라미엔트의 웃음...... 단편적인 이미지들이 계속해서 떠올랐다. 에리카는 몇걸음 더 옮기지 못하고 또 다시 주저앉았다.
『어쩔 수 없었어...... 어쩔 수 없이 한 거라고...』
자신의 손을 바라보며 그렇게 되뇌었지만, 손톱사이에 남아있는 핏자국은 모든 것이 현실임을 말해주고 있었다.
에리카는 부들부들 떨리는 몸을 다시 일으켜세워 다시 걸음을 옮겼다. 작은 오두막집이 보였다. 그토록 그리워했던 에리카의 집이었다.
『누나!』
입구에는 이제 아홉 살이 된 남동생이 마중을 나와있었다. 아마도 라미엔트가 미리 언질을 준 모양이었다. 동생의 반가운 얼굴을 보자 파리하게 질려있던 에리카의 얼굴에도 화색이 돌았다.
에리카는 애써 얼굴에 미소를 띄우며 오두막집을 향해 뛰어갔다. 동생을 부둥켜안자 눈물부터 와락 쏟아져 내렸다.
『잘 지냈니? 잘 지냈어?』
『응.』
동생은 천진난만한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고, 에리카는 그제서야 동생을 얼굴을 손으로 만지며 밝게 웃었다. 끔찍한 일들이 있었지만 시간이 지나면 다 잊혀질 것만 같았다. 두 남매가 감동의 상봉을 하고 있을 때 갑자기 낯선 남자의 목소리가 에리카의 귓전을 때렸다.
『네가 에리카인가?』
오두막의 문이 열리고 낯선 남자가 모습을 드러내자 에리카는 조금 당황했다. 오두막에서 나왔다면 에리카가 오기 전까지 동생과 있었다는 걸 뜻했다. 남자는 금속으로 된 반신 갑옷을 착용하고 있었다. 갑옷의 중앙에는 엘브레드의 문장이 선명하게 빛났다.
『누... 누구시죠?』
『이 아저씨, 기사라고 했어. 나도 크면 아저씨처럼 멋있는 기사가 될꺼야.』
철없는 동생이 끼어들어 말했다. 사내는 에리카의 품에 안긴 꼬마의 머리를 쓰다듬고는 차분한 목소리로 자기소개를 했다.
『네 동생은 사람을 잘 따르더군. 귀여운 녀석이야. 난 고트 벨스. 본국에서 온 수행기사지.』
고트는 이를 드러내며 씨익 웃었다. 그리고는 손을 검집으로 가져가 검을 반쯤 뽑아들며 말을 이었다.
『일단 들어와서 이야기하지. 밖에서 소란을 떠는 건 내 취향이 아니거든.』
반 협박조의 말투였다. 칼을 뽑아든 건 동생을 베어버릴 수도 있다는 것을 의미했다. 하지만 정작 인질이 된 남동생은 아무것도 모르는 듯, 그저 에리카의 품에 안겨서 활짝 웃고 있을 뿐이었다.
이제서야 기껏 악마의 손아귀를 빠져나왔나 싶었는데 집에 돌아와보니 또 다른 악한이 기다리고 있었다. 에리카는 자신의 베베꼬인 운명을 한탄할 수 밖에 없었다. 결국 세 사람은 오두막 안으로 들어왔다.
고트는 오두막 집이 마치 자신의 집인 양 탁자 위에 발을 올리고 편안한 자세로 앉았다. 무슨 수를 썼는 지 남동생은 그를 잘 따르고 있었다. 고트는 칼을 뽑아서 매만지며 공포분위기를 조성했다.
『에스칸테 저택에서 험한 일을 당한 모양이야?』
아마도 어느 정도 알고서 온 것 같았다. 에리카는 당장이라도 고해바치고 싶었지만, 라미엔트가 또 다시 해를 입힐까 두려워 차마 말을 못하고 머뭇거렸다. 고트는 여전히 웃는 얼굴로 말을 이었다.
『듣자하니 벌거벗고 라미엔트의 시종을 했다는데? 겁탈이라도 당한 모양이지?』
에리카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동생이 옆에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고트라는 작자는 아무렇지 않게 당혹스런 말을 내뱉었던 것이다. 남동생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에리카에게 물었다.
『누나, 겁탈이 뭐야?』
『자... 잠깐...... 어른들 이야기니까 나가서 놀고 있을래?』
『싫어! 누나랑 있을꺼야!』
에리카가 당황하며 말했지만 막무가내였다. 코트가 비웃음을 잔뜩 머금은 채로 중얼거렸다.
『이봐... 귀족이 물으면 재깍재깍 대답을 하는게 좋아. 미천한 계집같으니.』
『그... 그래도......』
『동생이 들어서 창피하다는건가? 그럼 깨끗히 해결해주지.』
고트가 오른손으로 검을 집어들고, 다른 손으로 꼬마의 뒷덜미를 잡아당겼다. 그때까지도 꼬마는 아무런 의심도 하지 않았다. 순진하게도 검날이 귓바퀴에 닿고나서야 갑작스러운 고트의 태도변화를 눈치챘다.
『아저씨! 놔줘요! 왜 이래요!』
『아... 한가지 말 안한게 있었는데...... 난 애들을 무지 싫어해. 딱 한 시간 같이 있었는데 난도질하고 싶은 걸 간신히 참았지.』
검날이 튀어올랐고 아이의 얼굴에서 무언가 뚝 떨어져내렸다. 그것이 귀라는 걸 알아챘을 때 에리카는 공황에 빠져버렸다.
『다...당신... 무슨 짓을.....』
『아파... 우와와앙!!!!! 우아앙!』
꼬마는 잘려진 귀를 보고 크게 울기 시작했다. 잘려진 통증보다 잘려진 신체부위를 직접 목격하는데서 오는 공포가 더 무서웠다. 엉엉 우는 꼬마의 반대쪽 귀를 잡아당긴 고트가 나즈막한 소리로 중얼거렸다.
『계속 울면 나머지 귀도 잘라버릴꺼야.』
하지만 아이는 울음을 멈추지않았다. 멈출 수 있을리 없었다. 고트가 검을 꼬마의 반대쪽 귀에다 가져가자 에리카가 기겁을 하며 소리쳤다.
『말할께요! 말할테니까!!!』
『네가 말한다고 하는 것과 애새끼가 질질 짜는건 전혀 별개의 문제야.』
고트의 검이 다시금 튀어올랐다. 경고도 없었고 기다림도 없었다. 마치 거짓말처럼 꼬마의 귀를 베어버렸다. 또다시 귀 하나가 바닥에 떨어졌고 아이는 더 크게 울었다. 고트는 아이의 머리채를 잡고 피가 흐르는 귓구멍에 입을 가져다대고 조용히 말했다.
『아가리 닥쳐, 꼬맹아. 혓바닥을 잘라버리기 전에.』
『다... 당신은 미쳤어......』
에리카는 파랗게 질린 얼굴로 중얼거렸다. 모든것이 비현실적이었다. 라미엔트에게 처녀를 잃었을때부터 긴 꿈을 꾸고 있는 것만 같았다.
『그래. 미치광이 살인기사가 내 별명이야. 지금까지 수 백명의 사람들을 내 손으로 직접죽여왔으니 새삼스러울 것도 없지. 희생자를 하나 늘리고 싶다면 멋대로 지껄여.』
고트는 꼬마의 목에 칼을 대고 씨익 웃었다. 에리카는 떨리는 목소리로 고트에게 애원했다.
『내가 아는건 뭐든지 다 대답해줄테니까...... 동생은 살려주세요.』
『좋아, 약속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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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 자식... 아흑... 죽어서도... 저주할테다......』
에리카의 동생은 검에 목이 꿰뚫린 채 벽에 박혀버렸다. 아직까지도 뜨거운 피가 뚝뚝 흘러내렸고, 주기적으로 몸을 꿈틀거렸다. 하지만 살아날 가능성은 거의 희박했다.
『아... 목격자가 남으면 나름대로 귀찮아져서 말이야.』
벌거벗은 에리카의 등 뒤에 올라탄 고트가 열심히 허리를 움직이며 중얼거렸다. 그의 페니스는 에리카의 보지에 꽂혀서 피스톤 운동을 하고 있었다.
『개 자식... 흐흑...』
『남 말할 처지는 아닐텐데? 귀족영애를 토막내놓고 내 욕을 할 자격이 있다고 보는가?』
『흐흐흑... 흐흑...』
에리카는 눈물을 흘렸다. 자신을 유린하고 있는 남자가 라미엔트와 같은 과의 녀석이란 건 미리 알아챘어야했다. 모든 것을 다 말해주었는데도 결국 동생의 목에 칼을 박아넣은 짐승같은 녀석이었다. 게다가 죽은 동생의 시체 앞에서 에리카를 겁탈하고 있었다.
『영 느낌이 오질 않는군.』
『빨리 끝내고 꺼져버려. 빌어먹을 자식...』
『그렇게 할까?』
고트는 여전히 에리카와 결합한 채로 바닥에 떨어진 검을 주워들었다. 그리고는 검을 꺼꾸로 쥐어 엎드려있는 에리카의 오른손에 힘껏 박아넣었다.
『아아아아앗!!!!』
『섹스를 할때는 여자의 비명소리가 들려야 제 맛이지.』
에리카가 몸을 뒤집으려 했지만 고트는 힘으로 눌러버렸다. 체구는 작지만 고트의 손아귀 힘은 에리카가 이겨낼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오히려 고트에게 머리채를 붙잡혀 고개가 뒤로 젖혀졌다. 피를 흘리고 있는 동생의 시신이 바로 눈 앞에 들어왔다.
『분하지 않나?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게. 울부짖어라. 날 위해서 울부짖어라, 미천한 계집.』
『놔줘... 이제 놔줘! 흐흑...』
검을 뽑자 관통된 오른손에서 피가 줄줄 흘러나와 바닥에 고였다. 에리카는 오른손을 부여잡고 계속 흐느꼈다. 도와줄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속절없이 악마에게 강간당하는 수 밖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절망이란 단어 만에 뇌리에 새겨질 뿐이다.
『꽉 조여라. 안그러면 이번엔 네 목덜미에 구멍을 내줄테니까.』
『우... 웃기지마......』
『두 번은 없다. 조여.』
검날이 에리카의 목에 닿았다. 약간의 생채기를 내며 피가 흘러나왔고, 순간 에리카는 죽음의 공포를 느꼈다. 죽음의 순간에 카린의 악에 받힌 절규가 다시금 떠올랐다.
- 저주할꺼야! 저주할꺼야! 지옥에서 기다려주마! 네 년놈들의 팔과 다리를 잡아 찢어줄테다!
에리카는 동생의 시체가 움직이는 것을 보았다. 목에 칼이 박혀 주기적으로 꿈틀거리는과는 달랐다. 분명 살아있는 사람처럼 자연스럽게 움직이고 있었다. 하지만 에리카는 이내 그것이 환상이라는 걸 깨달았다.
동생의 얼굴이 죽어가던 카린의 얼굴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벽에 박힌 카린은 뒤집힌 눈으로 에리카를 내려다보며 중얼거렸다.
- 기다리고 있어. 네 년의 숨이 끊어지기만을 기다리고 있어.
『제발... 용서해 줘요... 아가씨... 제발... 일부러 그런게......』
『완전히 맛이 갔군.』
고트가 차가운 얼굴로 칼을 스윽 당기자 피가 검날을 타고 주르륵 흘러내렸다. 그제서야 갑자기 페니스를 꽉 조이는게 느껴졌다. 에리카는 얼빠진 얼굴로 중얼거리기 시작했다.
『사...살려줘요... 죽고 싶지 않아...... 죽고 싶지 않아...』
- 어서 죽어. 이리 오란 말이다. 어서 죽어!
『싫어... 싫어... 제발 살려줘......』
벽에 매달린 카린은, 손톱을 세워 스스로의 가슴을 쥐어 뜯었다. 바늘이 박힌 유방이 찰흙처럼 떨어져 나가고 쿵덕쿵덕 뛰는 심장이 모습을 드러냈다. 카린은 심장을 뽑아들고 앞으로 내밀며 괴이한 웃음을 지었다.
- 넌 죽어서도 자유롭지 못해. 네 영혼은 내가 찢어버릴테니까. 무한의 시간동안 고통받게 해주마.
에리카는 살고 싶었다. 카린의 끔찍한 모습은 에리카의 마음을 투영하는 것이기도 했다. 남동생이 무참하게 죽긴했지만 자신의 목숨까지 내놓고 싶지는 않았다. 거의 본능적으로 회음에 힘을 주어 고트의 페니스를 조여댔다.
『아흑... 살려줘요... 죽기싫어요... 아흐흑!』
『좋아, 죽음은 잠깐 보류해두도록 하지.』
『죽기 싫어... 싫어...... 아흑! 그녀가... 날 부르고.... 아흐흑...』
비부로부터 서서히 쾌감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동생의 시체를 머리맡에 두고 쾌감을 느낀다는 죄책감보다는 빨리 이 공포스런 상황에서 벗어나고 싶다는 마음이 급했던 것이다. 어떻게든 고트가 가게 만들면 눈 앞의 카린의 환영도 사라질 것만 같았다.
『아흑! 더.... 더.... 아흐흑!!』
『좋아.... 좋은 조임이다...』
고트는 몸을 바짝 숙여 에리카를 완전히 껴안았다. 출렁출렁 움직이는 유방을 두 손으로 잡아 사정없이 비틀면서, 그녀의 귓바퀴를 잘근잘근 깨물었다. 몇 개월동안 배에서만 생활했기에 여자가 절실했던 고트였다. 게다가 어떻게 해도 상관없는 여자가 눈 앞에 있으니 그의 비틀어진 성욕을 충족시키기에는 너무나도 적합했다.
『아흑!! 안돼!! 가버려!!』
『이쪽도 한계다. 동시에 하도록 할까?』
고트의 허리가 거칠게 움직였다. 애액이 방울져 떨어지기 시작햇고, 고트의 페니스도 크게 부풀어 올랐다. 절정이 최고조로 다달았을 때, 그는 에리카의 귓가에 대고 작게 속삭였다.
『네 피의 맛을 보고싶군.』
『에? 아아...... 안돼... 안돼애애액!!!!!』
고트의 날카로운 이빨이 에리카의 갸냘픈 목줄기를 사정없이 깨물었다. 동맥과 정맥이 찢겨나가며 피가 분수처럼 솟구쳤다. 에리카의 동공이 크게 흔들리고, 입을 벌린채로 다물지 못했다. 목줄기에서 솟구친 피는 벽은 물론이고 천정까지 튀어올라 방안을 온통 붉은색으로 물들였다.
- 꿀럭꿀럭...
동시에 페니스에서 정액이 발사되어 에리카의 자궁 안을 채웠다. 에리카는 등에 올라탄 고트의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털썩 무너져내렸다.
『아아...... 아... 오지...마... 하아...... 』
동생의 시체, 아니, 카린이 움직이고 있었다. 목이 고무줄처럼 길게 늘어나더니 끔찍하게 웃는 얼굴이 에리카의 눈앞까지 다가왔다. 카린은 광기어린 웃음을 지으며 노래하듯 속삭였다.
- 기다리고 있어. 네 숨이 끊어지기만을. 어서 와. 지옥에 온 걸 환영해. 어서 와. 어서 와.
『죽... 기... 싫... 어...』
에리카의 눈이 서서히 감겼다. 그 순간 목덜미에 강한 타격을 받았다. 희미해지는 시야에 자신의 목을 꿰뚫고 튀어나온 칼날이 어렴풋이 보였다. 그것이 에리카가 생의 마지막으로 본 장면이었다. 공포에 질린 표정으로 에리카는 싸늘하게 굳어갔다.
바닥엔 에리카와 남동생의 피로 웅덩이가 만들어졌다. 고트는 페니스의 정액을 에리카의 엉덩이에 문질러 닦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미안하게 됐어. 너희가 입을 잘못놀리기라도 하면 내가 귀찮아지거든.』
고트는 천천히 옷을 걸치고 테이블 위의 종이를 집어들었다. 종이에는 목탄으로 글씨가 적혀져 있었는데. 고트는 그것을 작게 읊조리며 씨익 웃었다.
『그 돼지 녀석이 심복이란 말이지? 기롯이라...... 이 녀석부터 처리해야겠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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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롯은 라미엔트가 철거하라고 명령했던 폐가에 있었다. 빠른 시간내에 철거하려 했지만 건물 안에 생각보다 많은 고아들이 사는 걸 본 기롯은 결국 마음을 고쳐먹었다. 폐가를 철거하지 않고 자신의 명의로 사들였던 것이다. 그 후로도 기롯은 꼬박꼬박 그 곳에 들러 아이들에게 저택의 안쓰는 비품이나 옷가지등을 건네 주었다.
『매번 고마워요, 삼촌.』
고아들로부터 인정을 받은 기롯은 삼촌이라고 불리웠다. 물론 혈연관계가 있는 건 아니었다. 고아 출신이라는 점이 같았기 때문에 저절로 유대감이 생겨났던 것이다. 인상이 더러워 외면받던 그였지만 이 곳에서만은 존경받는 삼촌이었다.
기롯은 아이들에게 동전을 한개씩 나눠주었다. 비록 큰 돈은 아니었지만 며칠동안 허기를 달래기에는 충분한 돈이었다.
『그래, 지낼만은 하고?』
『날씨가 춥긴하지만 쫓겨나지 않은 것만해도 어디에요. 막내들이 고생이죠.』
고아들 중에 가장 큰 아이는 셸튼이라고 불리우는 열 여섯살의 소년이었다. 고아들의 실질적인 리더였는데 기롯이 건물을 임대한 사실은 안 후부터는 깍듯이 기롯을 대접했다. 그러다보니 셸튼보다 어린 꼬맹이들 역시 저절로 기롯을 따르게 되었다.
『내 돈을 더 줄테니 땔감이라도 사도록 해. 저녁도 한번 근사하게 먹고.』
기롯은 품속에서 은화 한 닢을 꺼내 셸튼에게 건네주었고, 셸튼은 크게 기뻐하며 돈을 받았다. 주위에 있던 아이들도 기롯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연발했다. 기롯은 괜시리 기분이 우쭐해졌다.
『하하하... 별거아니니까 크게 신경쓰지 말아. 난 바빠서 이만 가볼께. 감기걸리지 않도록 주의하고.』
기롯이 간다고 하자 아이들이 폐가 밖까지 마중나와 손을 흔들었다. 기롯 역시 손을 흔들어주며 발걸음을 옮겼다. 하지만 이내 길 앞을 막고있는 남자를 목격하고는 그 자리에서 굳어버릴 수 밖에 없었다.
기롯이 미행을 붙였던 똘마니의 목을 잘라 보냈던, 살인광 기사 고트 벨스였다.
『오랜만이군. 항구에서 보고 처음인가?』
고트의 목 언저리에는 마른 피가 덕지덕지 묻어있었다. 가까운 시간내에 누군가를 죽이거나 그에 상응하는 피해를 입혔다는 뜻이었다. 기롯은 두근거리는 심장을 간신히 진정시키며 특유의 비굴한 웃음을 지었다.
『그, 그렇군요, 나으리. 여긴 무슨 일로......』
『네 놈한테 시킬 일이 있어서.』
고트는 품속에서 책 한권을 꺼내 바닥 위로 던졌다. 표지에는 염소머리를 한 사람이 손가락을 세우고 잇는 모습이 그려져 있었다. 낯익은 흑마법 서적이었다.
『이게 뭔지 기억나나?』
『글쎄요...... 소인은 잘......』
『세라헨 오스왈드. 이 이름에서 뭔가 생각나는 건 없나?』
예의 흑마법 서적은 세라헨에게 누명을 씌우기 위해 세라헨의 침실에 숨겨놓았던 바로 그것이었다. 직접 그 일을 처리했던 기롯은 당연히 그 사실을 알고 있었다. 증거물로 병영에서 보관하고 있었는데 그것까지 빼돌린걸 보면 뭔가 알고 온게 분명했다. 기롯은 마른 침을 삼키며 마지막으로 능청을 떨었다.
『그... 글쎄요... 배교혐의로 잡혀있던 수녀 이름이 세라헨이었던 것 같은데...』
- 차앙!
고트의 검집에서 검이 뽑혀나와 기롯의 눈동자를 향했다. 칼끝이 눈 앞에서 흔들리자 딴청을 피우던 기롯도 겁을 먹을 수 밖에 없었다.
『누울 자리를 보고 다리를 펴라는 말이 있지.』
『무...무슨 뜻인지......』
『내가 본국에서 데려온 병사들만 있어도 총독대리의 목을 따기엔 충분해. 다만 명분이 없다는게 맘에 걸려서 말야. 자네가 다리를 펴야 할 곳이 어딘지 정확히 판단했으면 좋겠는데 말야.』
눈 앞에서 흔들리는 검에도 마른 피가 굳어있었고 기롯은 생명의 위협을 느꼈다. 라미엔트가 변태성욕자라면, 눈 앞에 있는 이 작자는 미친살인자였다. 누구를 따르든 기롯에게 특별히 이득될 것은 없었다. 하지만 목숨이 걸려있는 문제라 기롯은 심각하게 갈등하고 있었다. 여기서 고트가 원하는 걸 승낙하고서 라미엔트에게 조르르 달려가 일러바칠 수도 있었다.
『언제까지 똘마니로만 만족할건가? 내가 듣기론 자네도 꽤나 수완이 좋은 사람이라고 알고있는데. 큰장사를 하고 싶지않아? 본국과의 독점무역 같은 건 어때?』
『큰...장사... 본국... 무역......』
『그걸 위해서 자네는 딱 한가지만 해주면 돼. 세라헨 오스왈드에게 했던 그 짓을 라미엔트에게 하면 되는거야. 흑마법서적이 아닌 바로 이걸로 말이지.』
고트가 다시 품속에서 무언가를 꺼내 바닥에 집어던졌다. 주먹만한 쇳덩어리였는데 얼핏 보아선 무슨 인장처럼 보였다. 한참을 바라보던 기롯이 소스라치게 놀라며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옥... 옥새......』
엘브레드의 문장이 선명하게 새겨져있는 그것은 엘브레드의 국왕만이 사용할 수 있는 옥새였다. 기롯은 옥새와 고트를 번갈아보며 몹시 당황하는 표정을 지었다.
『가짜니까 너무 당황하지마. 단지 라미엔트를 옭아맬 함정일 뿐이니까.』
『설마... 에스칸테 가문을......』
『라미엔트는 반역자가 된다. 감찰관이랍시고 거만떨던 계집애도 라미엔트와 묶어서 처단해버릴 생각이다. 그리고 난 그의 재산을 발판으로 삼아 다시 본국으로 진출해야겠지. 전쟁광이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고 살았다간 출세하기가 힘들거든. 명예를 얻기위해선 돈을 뿌리는게 가장 빠르고 편한 일이야.』
고트는 기롯을 향해 이를 드러내고 웃으며 말을이었다.
『라미엔트를 처단한 후엔 기롯, 자네가 신대륙의 상권을 독점하게 될거야. 일정 소득을 내게 바쳐야 하겠지만 지금보다는 훨씬 낫잖아?』
기롯은 허리를 숙여 가짜옥새를 집어들었다. 그리고는 나즈막히 중얼거렸다.
『내가... 신대륙의... 절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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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입일 | 2016-08-11 | 접속일 | 2024-11-0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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