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4부-----------------------------------
페스타는 점점 조급해졌다.
이제 고지가 눈 앞인데 이놈의 인간이 움직일 생각을 하지 않는 것이다.
이때까지 아무렇지도 않게 군대를 움직이고 듀란제국군을 무차별하게 학살하던 놈이 감상에라도 빠진걸까?
자신이 해도 그렇게 못할 엄청난 짓을 저지른 놈이라 생각되지 않았다.
페스타는 하루만 더 기다려주기로 했다.
이미 이주나 군을 움직이지 않아 여기저기서 불평의 소리가 들렸다.
게다가 듀란제국에선 망향에 관계된 노래를 부르기 시작해서 군의 사기도 조금씩 흔들리고 있었다.
늦은 밤 페스타가 카르의 막사로 찾아왔다.
“자네 요즘 왜 그런가?”
“글쎄. 과연 지금 내가 하는 일이 옳은지에 의문이 생겨서 말야.”
“제국을 세우면서 가장 먼저 왜 친 것은 듀란의 멸망이었어. 그런데 지금 그걸 주저하고 있다는게 말이 되나?”
“물론 나도 그렇게 생각했어. 하지만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죽어가는 걸 보고 있자니 이건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 그냥 둬도 잘 살아가는 인간을 내가 무슨 권리로 새 세상을 열어주겠다고 설친건지. 아 차라리 다시 돌아가고 싶어.”
카르의 말에 페스타는 갑자기 살기를 품어냈다.
이제 한발만 뻗으면 끝날 것을 이 망할 인간이...
“잘들어라 인간. 난 내일 직접 군대를 이끌고 전투를 벌일 것이다. 넌 이제 빠져.”
“다시 생각해봐. 지금 이 일은 너무 커졌네. 그리고 그들도 움직이기 시작했을거야.”
“그들?”
“아무튼 라파스 제국으로 만족하세. 회군해서 국가를 안정 시켜보자고.”
“망할. 닥쳐. 가려면 혼자가. 이젠 진군뿐이야. 돌아간다고? 그럼 이때까지 싸운 댓가는 뭐야? 아무것도 얻은것 없이 이대로 물러간단 말야?”
“제국을 얻었지 않는가? 그걸로 만족하면 될 것을...”
“아무튼 자네는 빠져. 더 이상 지체할 수 없어.”
페스타는 카르에게 실망을 느끼고 자신의 막사로 돌아갔다.
하지만 문제는 그게 아니다.
군대를 움직이는 권한이 자신에게 없다는 것이다.
드래곤은 인간의 유희 중에 무슨 짓을 해도 되지만 인간들의 삶에 위협을 줄 정도는 아니어야 한다.
지금 그가 라파스제국을 움직인다면 황제의 자리에 오르겠다는 소리고 이 정도의 병력이면 듀란제국을 완전 초토화 할 수 있을 정도였다.
아마 카르가 말한 그들이 누군진 몰라도 드래곤로드의 개입이 있을게 분명했다.
“어떻한다. 결국 한 놈을 대리인으로 세워야 하나?”
지금 자신의 휘하에 있는 검사 중 그나마 뛰어난 놈들이 몇 있다.
자신이 가르쳤지만 제법 실력도 되고 지휘력도 떨지지 않았다.
다만 사람을 끌어들이는 힘이 약해 그들은 천상 기사일 뿐이었다.
다음 날의 총 공세를 생각하면서 안하던 야간 순찰을 돌았다.
혹시나 자신의 맘에 드는 놈이 있을까 하는 기대감으로.
마침 그가 목책으로 발걸음을 옮겼을 때 조금은 앳되 보이지만 눈빛이 맑은 놈을 봤다.
겨우 20살이 지났을까?
하지만 그가 펼치는 검술은 자신이 알려준 그대로였고 게다가 후광이 보였다.
왠지 모르게 귀티가 나는 것이 자신이 찾고 있던 인물이었다.
“거기. 이리와봐.”
“네? 넵.”
페스타는 청년의 이름을 물었다.
“이름이 뭔가?”
“라파즈입니다.”
“뭐? 이거 참. 우연도 이런 우연이 있군.”
“무슨 말씀이신지...”
“잠시 따라와.”
전면에서 카르가 앞장서서 군대를 움직인다면 페스타는 후방을 담당했다.
하지만 그의 위치는 카르와 동등했다.
굳이 황제라 칭하지 않는 카르와 후방 총사령관의 페스타는 군 내에서도 신기한 존재였지만 그들의 막강한 힘에는 그 어떤 의문도 품지 못했다.
그런 그가 자신을 따라오라고 하니 무슨 영문인지 몰랐다.
“앉게. 지금부터 내가 하는 소리를 잘 듣게.”
페스타는 라파즈라는 청년에게 라파즈제국을 주려고 했다.
카르 대신 라파즈의 황제로 즉위를 하고 그 기세를 몰아 듀란을 치자는 제안이었다.
라파즈는 지금 이 상황이 이해가 가지 않았지만 페스타의 눈빛에 두려움을 느끼고 그냥 승낙하고 말았다.
페스타는 여러 가지 사항을 일러주고 아침에 자신을 찾아오라 하고 라파즈를 돌려보냈다.
기어이 대치 상태를 이주를 끈 라파즈제국은 돌연 황제 즉위식을 가졌다.
이는 듀란제국에서도 예상치 못한 일이었다.
첩보를 통해 카르가 거의 황제의 역할을 한다고 알고 있었는데 즉위식이라니.
군 내부에 무슨 변괴라도 있었단 말인가?
듀란제국 측이 이렇게 고심을 하고 있을 때 페스타는 라파즈에게 황제를 예를 하며 그의 즉위에 대한 당위성을 주장했다.
카르는 이미 마음이 떠나 있었고 상황이 악화되길 바라진 않았지만 그 역시 자신이 관여할 일이 아니라 보고 잠자코 있었다.
“황제폐하 만세.”
“황제폐하 만세.”
“황제폐하 만세.”
모든 병사가 그를 칭송하자 그간의 떨어졌던 사기가 다시 충전되는 듯 했다.
“크크. 이제 된거야. 카르가 없더라도 이 머저리들은 자신들이 죽을지 살지 모르는 전쟁을 계속하게 되는거야.”
페스타가 혼자서 그런 공상을 하고 있을 때 뜻밖의 사고가 벌어졌다.
일단은 군의 기세를 어쩌지 못해 라파즈는 전군에 돌격 명령을 내렸다.
이미 자신이 알고 있는 사람들의 능력은 가히 하늘을 뒤덮고도 남을 힘이었다.
듀란평야의 넓은 땅은 양군이 숨길 수 있는 전법도 없었고 오로지 정면 대결뿐이었다.
라파즈의 선봉대가 지축을 뒤흔들 듯이 전면으로 밀고 나갔다.
하지만 듀란은 놀고만 있은게 아니었다.
이종족의 힘을 철저히 이용하여 필승의 계책을 꾸며둔 것이다.
우선 드워프의 손재주와 그들의 토굴 능력으로 평야의 곳곳에 함정을 만들었다.
일반적으로 팠다면 들켰겠지만 땅굴을 파고 들어가서 일정 지역을 함몰할 수 있도록 만들고 그 속에다 각종 암기를 설치하여 기마의 충격에 무너지도록 했다.
세밀한 손놀림이 가능한 드워프만 할 수 있는 작업이었다.
거기다 엘프의 화살은 무엇이든 맞추지 못할 것이 없었다.
하물며 이렇게 전면에 대치된 상태에서 쏜다면 눈을 감고 쏴도 맞을 지경이다.
물론 소드익스퍼트의 기사들이야 간단히 화살을 쳐내겠지만 전쟁은 기사들만 가지고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엘프의 연사는 가히 살인적이라 드워프의 함정과 함께 라파즈제국의 선봉대를 거의 괴멸 시키고 있었다.
라파즈는 이런 지경에도 페스타의 강압에 못이겨 중갑 보병과 함께 기사단을 섞어서 전장으로 보냈다.
조를 이루어 싸우게 했으니 더 이상의 피해는 없을 것이다.
게다가 후방에서 마법사들의 뒤늦게라도 지원을 하고 있으니 승리는 바로 눈앞이라 생각하고 정면에 보이는 적들에게 한걸음씩 다가갔다.
듀란은 이미 드워프의 함정과 엘프의 화살이 통하지 않음을 보고 두 번째 계책을 준비했다.
현재의 파쇠기와 비슷한 모양의 수레를 전면에 배치했다.
그리고 마법사의 마법으로 수레에 불길을 올리고 라파즈 진영으로 돌진시켰다.
처음보는 신무기에 잠시 어리둥절한 사이 수레의 위력이 강했음인가?
수레가 지나간 자리는 한줄로 길이 생길정도였다.
밀려오는 병력의 저항이 없는 수레일수록 라파즈의 진영으로 더 가까이 갔고 목책이나 군호에 부H히자 크게 폭발했다.
사람이 다치지 않은 것에 코웃음을 치던 페스타는 자신의 실수를 통탄했다.
이는 병력의 우위에 서는 것이 아니라 사기에 문제가 있었다.
서로가 대치하고 있다지만 아무래도 듀란쪽이 좀 더 고지였고 후방을 교란하려고 병사를 투입했다면 자신이 일찍 눈치를 챘겠지만 이런 식의 공격은 생각도 못했다.
한순간의 방심으로 자신들의 숙소였던 군호에 불이나고 언제 식량창고로 불이 옮길지 모르는 상황이었다.
전쟁은 하루만에 끝나는게 아니다.
밀고 밀리는 과정에서 약간의 승기를 잡고 최대한 울궈내야 승리를 하는 것이다.
그 과정을 잘 이겨내는 데는 먹는것 이상으로 좋은게 없다.
밥, 술, 여자.(군바리는 이것만 있으면 무적의 용사가 되지 않을까?)
그 정도로 중요한 군량이 언제탈지 몰라 조마조마 하다니.
한순간 진영이 혼란스러워졌고 진격하고 있던 중갑보병과 기사단의 발을 잠시 묶었다.
이렇게 되면 굳이 오늘은 결전을 치를 필요가 없다.
그들의 사기를 조금씩 떨어뜨려 군기를 약하게 하는 것이 피해를 줄이는 길이었다.
듀란에서 군사를 약간 물리자 라파즈도 퇴각을 명했다.
우선 혼란을 가라앉히고 볼 일이다.
싸움다운 싸움도 못하고 선봉 기병대만 날린데다 진영까지 흐트러지다니.
페스타는 상대가 어떤 놈인지 몰라도 약이 빠짝올랐다.
카르가 미적거리지만 않았어도 이런 일은 없었을 것을.
다음날 개전과 동시에 듀란은 어제와 같은 수레를 보냈다.
사람은 바로 전에 겪은 일은 절대 잊어먹지 않는다.
“막아라. 몸으로라도 막아.”
중갑보병의 갑옷과 기사단의 검기를 믿고 수레를 부수려고 들었다.
하지만 그건 한가지를 간과한 행동이다.
수레가 부딪히면 폭발한다는 것.
겨우 갑옷 정도로 막을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었다.
여기저기서 수레가 터지기 시작했고 몸이 날랜 기사들이야 폭발 속에서도 자신의 몸을 보호했지만 중갑보병들은 그 열기에 수많은 사상자가 나왔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뜨거운 감자가 점점 겁나기 시작했다.
몸으로 막으라는 지휘관의 말이 있지만 막는 즉시 죽는다는 생각은 머리를 떠나지 않았다.
기사라고 별 수 없었다.
완벽한 오러블레이드를 쓰는 소드마스터라면 어떻게 다가오기전에 검기를 날려 막아도 보겠지만 자신들은 검기를 쓸 뿐 날리진 못한다.(물론 이것도 엄청나지만.)
그렇게 혼란한 진영으로 듀란군의 기사들이 투입되었다.
정상적으로라면 라파즈의 기사들이 우세에 있겠지만 지금처럼 흐트러진데다 도망자가 발생하고 있는 곳에서 제 실력을 발휘할 수 없었다.
듀란의 기사들은 중갑보병을 노리고 검을 놀렸다.
짧은 시간에 최대한의 효과를 보려면 상대 기사와 1:1을 할게 아니라 비교적 간단한(?) 중갑보병을 죽이는 것이 유리했다.
혼전이 거듭되면서 수레가 없음에도 그들은 도망가기에 바빴다.
페스타는 미치기 일보직전이었다.
무적의 군단을 이끌고도 이렇게 뒤로 밀리다니.
마법사들을 전장에 투입하면 좀 더 쉽게 끝나겠지만 카르를 따르는 마법사는 자신의 지시를 들으려 하지 않고 있다.
다만 몇몇만 듀란 마법사의 마법을 막고 있을 뿐이었다.
페스타는 점점 이 모든 것을 카르의 탓으로 돌렸다.
‘그래 저놈이 안움직여서 일이 이렇게 된거야. 저놈만 죽으면.’
페스타는 자신과 비슷한 실력의 인간을 증오하기 시작했고 그 다음날도 전쟁에서 크게 이득을 보지 못하자 증오심이 폭발해 버렸다.
“크아악. 카르... 죽인다...”
이성적이라는 드래곤은 순식간에 죽어버렸다.
다만 야성과 광폭함만이 지배하는 드래곤이 서 있을 뿐이다.
카르는 자신을 향해 다가오는 살기의 주인을 알고 있다.
같이 유희를 위해 이런 일을 벌였지만 이제 적당히 하고 물러설 생각이었는데 상대는 그렇지가 못했다.
결국 이렇게 귀결될 것을 예상했는지 담담하게 페스타를 바라봤다.
“크크큭. 내가 너 따위 하등한 인간에게...”
“그러게 진작에 그만 뒀어야지.”
“시작을 했으면 끝을 봐야지. 네녀석도 원했던거 아닌가?”
“아니. 이젠 아니야.”
“그래. 하지만 난 끝을 봐야겠어. 우선 네놈부터 처리하고 이 땅을 쓸어버릴거야.”
페스타는 그동안 숨겨두었던 청공검을 꺼냈다.
자신이 수련할 때만 잠시 꺼내 쓸 정도로 아끼던 검을.
“혹시... 그 검...”
“크크. 알고 있었나? 그래 이 검이야 말로 이 세상을 정화할 수 있는 검이지.”
카르는 당혹스러웠다.
전신 아레스의 검.
세상에 그 무엇도 자를 수 있다는 검을 페스타가 가지고 있었을 줄이야.
잠시 소강상태에 있던 양쪽 진영은 갑자기 피어오른 불길에 모두 시선이 몰렸다.
정확히 라파즈군의 군막 정 중앙에서 피어오른 불길은 인간이 만들었다고 믿기 어려울 정도로 빛이 났다.
카르는 자신이 알고 있는 모든 마법을 동원하여 페스타에게 대항했다.
원래 마법사는 검사에게 근접전에서 이길 수 없지만 그건 보통의 인간들 얘기고 신인에 가까운 카르는 근접전에서도 능히 마법을 사용할 수 있었다.
“인간치곤 역시 강하군.”
“젠장. 아레스의 검이라니.”
서로를 노려보며 빈틈을 찾는 사이 이들의 주위엔 자연스럽게 강기막이 형성되었다.
서로의 마나가 부딪히며 주변의 지형을 바꿀 정도였다.
“헬파이어.”
“어딜.”
불의 정령왕의 힘을 빌린 헬파이어는 설사 드래곤이라도 태워버릴 정도로 강한 마법이다.
그런 마법이 아레스의 검에 의해 힘없이 갈라져 버렸다.
페스타는 흉폭한 웃음을 날리며 오러블레이드를 10미터나 뽑아 올렸다.
“마스터의 경지를 넘어섰던가?”
“그런건 예전에 버렸지. 각오해라 인간.”
저런 검기라면 아마 생각도하기 전에 카르의 목은 떨어질 것이다.
ps 오랜만에 올리게 되네요
그간 또 다른 아픔이 있었거든요
좋아하던 여인을 잊어야하는 아픔
참 많이도 절 괴롭히더라구요
지금이야 좋아졌지만 어찌될런지
따뜻한 봄이예요
다들 따뜻한 사랑하세요
이봄에 쓸쓸한 것은 황조가로 달래야 할까봐요
페스타는 점점 조급해졌다.
이제 고지가 눈 앞인데 이놈의 인간이 움직일 생각을 하지 않는 것이다.
이때까지 아무렇지도 않게 군대를 움직이고 듀란제국군을 무차별하게 학살하던 놈이 감상에라도 빠진걸까?
자신이 해도 그렇게 못할 엄청난 짓을 저지른 놈이라 생각되지 않았다.
페스타는 하루만 더 기다려주기로 했다.
이미 이주나 군을 움직이지 않아 여기저기서 불평의 소리가 들렸다.
게다가 듀란제국에선 망향에 관계된 노래를 부르기 시작해서 군의 사기도 조금씩 흔들리고 있었다.
늦은 밤 페스타가 카르의 막사로 찾아왔다.
“자네 요즘 왜 그런가?”
“글쎄. 과연 지금 내가 하는 일이 옳은지에 의문이 생겨서 말야.”
“제국을 세우면서 가장 먼저 왜 친 것은 듀란의 멸망이었어. 그런데 지금 그걸 주저하고 있다는게 말이 되나?”
“물론 나도 그렇게 생각했어. 하지만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죽어가는 걸 보고 있자니 이건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 그냥 둬도 잘 살아가는 인간을 내가 무슨 권리로 새 세상을 열어주겠다고 설친건지. 아 차라리 다시 돌아가고 싶어.”
카르의 말에 페스타는 갑자기 살기를 품어냈다.
이제 한발만 뻗으면 끝날 것을 이 망할 인간이...
“잘들어라 인간. 난 내일 직접 군대를 이끌고 전투를 벌일 것이다. 넌 이제 빠져.”
“다시 생각해봐. 지금 이 일은 너무 커졌네. 그리고 그들도 움직이기 시작했을거야.”
“그들?”
“아무튼 라파스 제국으로 만족하세. 회군해서 국가를 안정 시켜보자고.”
“망할. 닥쳐. 가려면 혼자가. 이젠 진군뿐이야. 돌아간다고? 그럼 이때까지 싸운 댓가는 뭐야? 아무것도 얻은것 없이 이대로 물러간단 말야?”
“제국을 얻었지 않는가? 그걸로 만족하면 될 것을...”
“아무튼 자네는 빠져. 더 이상 지체할 수 없어.”
페스타는 카르에게 실망을 느끼고 자신의 막사로 돌아갔다.
하지만 문제는 그게 아니다.
군대를 움직이는 권한이 자신에게 없다는 것이다.
드래곤은 인간의 유희 중에 무슨 짓을 해도 되지만 인간들의 삶에 위협을 줄 정도는 아니어야 한다.
지금 그가 라파스제국을 움직인다면 황제의 자리에 오르겠다는 소리고 이 정도의 병력이면 듀란제국을 완전 초토화 할 수 있을 정도였다.
아마 카르가 말한 그들이 누군진 몰라도 드래곤로드의 개입이 있을게 분명했다.
“어떻한다. 결국 한 놈을 대리인으로 세워야 하나?”
지금 자신의 휘하에 있는 검사 중 그나마 뛰어난 놈들이 몇 있다.
자신이 가르쳤지만 제법 실력도 되고 지휘력도 떨지지 않았다.
다만 사람을 끌어들이는 힘이 약해 그들은 천상 기사일 뿐이었다.
다음 날의 총 공세를 생각하면서 안하던 야간 순찰을 돌았다.
혹시나 자신의 맘에 드는 놈이 있을까 하는 기대감으로.
마침 그가 목책으로 발걸음을 옮겼을 때 조금은 앳되 보이지만 눈빛이 맑은 놈을 봤다.
겨우 20살이 지났을까?
하지만 그가 펼치는 검술은 자신이 알려준 그대로였고 게다가 후광이 보였다.
왠지 모르게 귀티가 나는 것이 자신이 찾고 있던 인물이었다.
“거기. 이리와봐.”
“네? 넵.”
페스타는 청년의 이름을 물었다.
“이름이 뭔가?”
“라파즈입니다.”
“뭐? 이거 참. 우연도 이런 우연이 있군.”
“무슨 말씀이신지...”
“잠시 따라와.”
전면에서 카르가 앞장서서 군대를 움직인다면 페스타는 후방을 담당했다.
하지만 그의 위치는 카르와 동등했다.
굳이 황제라 칭하지 않는 카르와 후방 총사령관의 페스타는 군 내에서도 신기한 존재였지만 그들의 막강한 힘에는 그 어떤 의문도 품지 못했다.
그런 그가 자신을 따라오라고 하니 무슨 영문인지 몰랐다.
“앉게. 지금부터 내가 하는 소리를 잘 듣게.”
페스타는 라파즈라는 청년에게 라파즈제국을 주려고 했다.
카르 대신 라파즈의 황제로 즉위를 하고 그 기세를 몰아 듀란을 치자는 제안이었다.
라파즈는 지금 이 상황이 이해가 가지 않았지만 페스타의 눈빛에 두려움을 느끼고 그냥 승낙하고 말았다.
페스타는 여러 가지 사항을 일러주고 아침에 자신을 찾아오라 하고 라파즈를 돌려보냈다.
기어이 대치 상태를 이주를 끈 라파즈제국은 돌연 황제 즉위식을 가졌다.
이는 듀란제국에서도 예상치 못한 일이었다.
첩보를 통해 카르가 거의 황제의 역할을 한다고 알고 있었는데 즉위식이라니.
군 내부에 무슨 변괴라도 있었단 말인가?
듀란제국 측이 이렇게 고심을 하고 있을 때 페스타는 라파즈에게 황제를 예를 하며 그의 즉위에 대한 당위성을 주장했다.
카르는 이미 마음이 떠나 있었고 상황이 악화되길 바라진 않았지만 그 역시 자신이 관여할 일이 아니라 보고 잠자코 있었다.
“황제폐하 만세.”
“황제폐하 만세.”
“황제폐하 만세.”
모든 병사가 그를 칭송하자 그간의 떨어졌던 사기가 다시 충전되는 듯 했다.
“크크. 이제 된거야. 카르가 없더라도 이 머저리들은 자신들이 죽을지 살지 모르는 전쟁을 계속하게 되는거야.”
페스타가 혼자서 그런 공상을 하고 있을 때 뜻밖의 사고가 벌어졌다.
일단은 군의 기세를 어쩌지 못해 라파즈는 전군에 돌격 명령을 내렸다.
이미 자신이 알고 있는 사람들의 능력은 가히 하늘을 뒤덮고도 남을 힘이었다.
듀란평야의 넓은 땅은 양군이 숨길 수 있는 전법도 없었고 오로지 정면 대결뿐이었다.
라파즈의 선봉대가 지축을 뒤흔들 듯이 전면으로 밀고 나갔다.
하지만 듀란은 놀고만 있은게 아니었다.
이종족의 힘을 철저히 이용하여 필승의 계책을 꾸며둔 것이다.
우선 드워프의 손재주와 그들의 토굴 능력으로 평야의 곳곳에 함정을 만들었다.
일반적으로 팠다면 들켰겠지만 땅굴을 파고 들어가서 일정 지역을 함몰할 수 있도록 만들고 그 속에다 각종 암기를 설치하여 기마의 충격에 무너지도록 했다.
세밀한 손놀림이 가능한 드워프만 할 수 있는 작업이었다.
거기다 엘프의 화살은 무엇이든 맞추지 못할 것이 없었다.
하물며 이렇게 전면에 대치된 상태에서 쏜다면 눈을 감고 쏴도 맞을 지경이다.
물론 소드익스퍼트의 기사들이야 간단히 화살을 쳐내겠지만 전쟁은 기사들만 가지고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엘프의 연사는 가히 살인적이라 드워프의 함정과 함께 라파즈제국의 선봉대를 거의 괴멸 시키고 있었다.
라파즈는 이런 지경에도 페스타의 강압에 못이겨 중갑 보병과 함께 기사단을 섞어서 전장으로 보냈다.
조를 이루어 싸우게 했으니 더 이상의 피해는 없을 것이다.
게다가 후방에서 마법사들의 뒤늦게라도 지원을 하고 있으니 승리는 바로 눈앞이라 생각하고 정면에 보이는 적들에게 한걸음씩 다가갔다.
듀란은 이미 드워프의 함정과 엘프의 화살이 통하지 않음을 보고 두 번째 계책을 준비했다.
현재의 파쇠기와 비슷한 모양의 수레를 전면에 배치했다.
그리고 마법사의 마법으로 수레에 불길을 올리고 라파즈 진영으로 돌진시켰다.
처음보는 신무기에 잠시 어리둥절한 사이 수레의 위력이 강했음인가?
수레가 지나간 자리는 한줄로 길이 생길정도였다.
밀려오는 병력의 저항이 없는 수레일수록 라파즈의 진영으로 더 가까이 갔고 목책이나 군호에 부H히자 크게 폭발했다.
사람이 다치지 않은 것에 코웃음을 치던 페스타는 자신의 실수를 통탄했다.
이는 병력의 우위에 서는 것이 아니라 사기에 문제가 있었다.
서로가 대치하고 있다지만 아무래도 듀란쪽이 좀 더 고지였고 후방을 교란하려고 병사를 투입했다면 자신이 일찍 눈치를 챘겠지만 이런 식의 공격은 생각도 못했다.
한순간의 방심으로 자신들의 숙소였던 군호에 불이나고 언제 식량창고로 불이 옮길지 모르는 상황이었다.
전쟁은 하루만에 끝나는게 아니다.
밀고 밀리는 과정에서 약간의 승기를 잡고 최대한 울궈내야 승리를 하는 것이다.
그 과정을 잘 이겨내는 데는 먹는것 이상으로 좋은게 없다.
밥, 술, 여자.(군바리는 이것만 있으면 무적의 용사가 되지 않을까?)
그 정도로 중요한 군량이 언제탈지 몰라 조마조마 하다니.
한순간 진영이 혼란스러워졌고 진격하고 있던 중갑보병과 기사단의 발을 잠시 묶었다.
이렇게 되면 굳이 오늘은 결전을 치를 필요가 없다.
그들의 사기를 조금씩 떨어뜨려 군기를 약하게 하는 것이 피해를 줄이는 길이었다.
듀란에서 군사를 약간 물리자 라파즈도 퇴각을 명했다.
우선 혼란을 가라앉히고 볼 일이다.
싸움다운 싸움도 못하고 선봉 기병대만 날린데다 진영까지 흐트러지다니.
페스타는 상대가 어떤 놈인지 몰라도 약이 빠짝올랐다.
카르가 미적거리지만 않았어도 이런 일은 없었을 것을.
다음날 개전과 동시에 듀란은 어제와 같은 수레를 보냈다.
사람은 바로 전에 겪은 일은 절대 잊어먹지 않는다.
“막아라. 몸으로라도 막아.”
중갑보병의 갑옷과 기사단의 검기를 믿고 수레를 부수려고 들었다.
하지만 그건 한가지를 간과한 행동이다.
수레가 부딪히면 폭발한다는 것.
겨우 갑옷 정도로 막을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었다.
여기저기서 수레가 터지기 시작했고 몸이 날랜 기사들이야 폭발 속에서도 자신의 몸을 보호했지만 중갑보병들은 그 열기에 수많은 사상자가 나왔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뜨거운 감자가 점점 겁나기 시작했다.
몸으로 막으라는 지휘관의 말이 있지만 막는 즉시 죽는다는 생각은 머리를 떠나지 않았다.
기사라고 별 수 없었다.
완벽한 오러블레이드를 쓰는 소드마스터라면 어떻게 다가오기전에 검기를 날려 막아도 보겠지만 자신들은 검기를 쓸 뿐 날리진 못한다.(물론 이것도 엄청나지만.)
그렇게 혼란한 진영으로 듀란군의 기사들이 투입되었다.
정상적으로라면 라파즈의 기사들이 우세에 있겠지만 지금처럼 흐트러진데다 도망자가 발생하고 있는 곳에서 제 실력을 발휘할 수 없었다.
듀란의 기사들은 중갑보병을 노리고 검을 놀렸다.
짧은 시간에 최대한의 효과를 보려면 상대 기사와 1:1을 할게 아니라 비교적 간단한(?) 중갑보병을 죽이는 것이 유리했다.
혼전이 거듭되면서 수레가 없음에도 그들은 도망가기에 바빴다.
페스타는 미치기 일보직전이었다.
무적의 군단을 이끌고도 이렇게 뒤로 밀리다니.
마법사들을 전장에 투입하면 좀 더 쉽게 끝나겠지만 카르를 따르는 마법사는 자신의 지시를 들으려 하지 않고 있다.
다만 몇몇만 듀란 마법사의 마법을 막고 있을 뿐이었다.
페스타는 점점 이 모든 것을 카르의 탓으로 돌렸다.
‘그래 저놈이 안움직여서 일이 이렇게 된거야. 저놈만 죽으면.’
페스타는 자신과 비슷한 실력의 인간을 증오하기 시작했고 그 다음날도 전쟁에서 크게 이득을 보지 못하자 증오심이 폭발해 버렸다.
“크아악. 카르... 죽인다...”
이성적이라는 드래곤은 순식간에 죽어버렸다.
다만 야성과 광폭함만이 지배하는 드래곤이 서 있을 뿐이다.
카르는 자신을 향해 다가오는 살기의 주인을 알고 있다.
같이 유희를 위해 이런 일을 벌였지만 이제 적당히 하고 물러설 생각이었는데 상대는 그렇지가 못했다.
결국 이렇게 귀결될 것을 예상했는지 담담하게 페스타를 바라봤다.
“크크큭. 내가 너 따위 하등한 인간에게...”
“그러게 진작에 그만 뒀어야지.”
“시작을 했으면 끝을 봐야지. 네녀석도 원했던거 아닌가?”
“아니. 이젠 아니야.”
“그래. 하지만 난 끝을 봐야겠어. 우선 네놈부터 처리하고 이 땅을 쓸어버릴거야.”
페스타는 그동안 숨겨두었던 청공검을 꺼냈다.
자신이 수련할 때만 잠시 꺼내 쓸 정도로 아끼던 검을.
“혹시... 그 검...”
“크크. 알고 있었나? 그래 이 검이야 말로 이 세상을 정화할 수 있는 검이지.”
카르는 당혹스러웠다.
전신 아레스의 검.
세상에 그 무엇도 자를 수 있다는 검을 페스타가 가지고 있었을 줄이야.
잠시 소강상태에 있던 양쪽 진영은 갑자기 피어오른 불길에 모두 시선이 몰렸다.
정확히 라파즈군의 군막 정 중앙에서 피어오른 불길은 인간이 만들었다고 믿기 어려울 정도로 빛이 났다.
카르는 자신이 알고 있는 모든 마법을 동원하여 페스타에게 대항했다.
원래 마법사는 검사에게 근접전에서 이길 수 없지만 그건 보통의 인간들 얘기고 신인에 가까운 카르는 근접전에서도 능히 마법을 사용할 수 있었다.
“인간치곤 역시 강하군.”
“젠장. 아레스의 검이라니.”
서로를 노려보며 빈틈을 찾는 사이 이들의 주위엔 자연스럽게 강기막이 형성되었다.
서로의 마나가 부딪히며 주변의 지형을 바꿀 정도였다.
“헬파이어.”
“어딜.”
불의 정령왕의 힘을 빌린 헬파이어는 설사 드래곤이라도 태워버릴 정도로 강한 마법이다.
그런 마법이 아레스의 검에 의해 힘없이 갈라져 버렸다.
페스타는 흉폭한 웃음을 날리며 오러블레이드를 10미터나 뽑아 올렸다.
“마스터의 경지를 넘어섰던가?”
“그런건 예전에 버렸지. 각오해라 인간.”
저런 검기라면 아마 생각도하기 전에 카르의 목은 떨어질 것이다.
ps 오랜만에 올리게 되네요
그간 또 다른 아픔이 있었거든요
좋아하던 여인을 잊어야하는 아픔
참 많이도 절 괴롭히더라구요
지금이야 좋아졌지만 어찌될런지
따뜻한 봄이예요
다들 따뜻한 사랑하세요
이봄에 쓸쓸한 것은 황조가로 달래야 할까봐요
최고관리자
가입일 | 2016-08-11 | 접속일 | 2024-11-0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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