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3부--------------------------------
일단 말을 뱉었지만 어떤 여자를 골라야 할지 걱정되었다.
자격 요건도 정해야하고 내가 좋아하는 스타일이어야 했다.
뭐 나름대로 검술이나 마법이 되는 여자들이 있겠지만 나와의 잠자리를 거부하는 여자라면 사양하고 싶은 기분이다.
뭐 좀 약하면 어때?
내가 가르치면 되는 걸.
그렇다고 어린 것들을 데려다 키워서 잡아먹기는 내 성질에 차지 않는다.
지금 듀란이란 대륙에서 여자의 위치는 그리 높은게 아니다.
평민의 여자는 노예보다야 자유롭겠지만 그저 자신의 남편에게 봉사하는 정도?
귀족 정도나 되야 약간의 학문은 물론 검술이나 마법을 지도 받았다.
그것도 전문적인 교육이 아닌 몸매를 관리하는 정도였다.
이런 악조건에서 내 입에 맞는 여자를 고른다는건 정말이지 하늘의 별따기였다.
좋은 수가 없을까 생각하다가 내 얼굴은 점차 미소를 머금었다.
‘개정대법.’
으하하.
나는 정말 엄청난 놈이다.
왜 그 생각을 하지 못했을까?
마법이라면 기본적인 소양이 있어야 하겠지만 검술은 다르다.
일단 신체가 검술을 익히기 적당하다면 내 능력으로 그들의 실력을 향상 시키는 것은 너무나도 간단했다.
우선 검술을 익히려면 신경이 예민해야 했다.
신경이 예민하다는 것은 다른 말로 성감이 풍부하단 말과 상통한다.
사람의 몸에 수많이 널려있는 신경들이 예민하다고 생각해 보라.
그 중에서 성감을 건드린다면?
그야말로 내가 원하는 그런 여자인 것이다.
물론 약간의 검술을 배웠다면 더할나위 없겠지만 설혹 그렇지 못하다고 해도 내게 검술을 사사 받고 개정대법으로 신체를 재구성해준다면 단숨에 소드익스퍼트초급까진 오를 수 있다.
나의 음흉한 생각을 아는지 모르는지 혜선 등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되도록 처음에 고르는 여자는 용병에서 고르는 것이 좋겠다는 결론을 내렸고 만다왕국의 수도에 도착하자마자 용병길드를 찾았다.
일감을 찾는 동시에 조금 힘들어 보이는 용병들을 받아들이기 위해서였다.
그나마 지식이 풍부한 아인이 일을 알아보려고 사무관과 대화를 했고 나와 혜선, 혜미는 테이블에 앉아 술을 주문했다.
이쪽에서는 제법 비싸다고 할 수 있는 듀란와인을 주문했다.
보통의 와인이 5실버 정도 한다면 듀란와인은 최고급으로 취급되어 한병에 20실버의 돈을 치러야 마실 수 있었다.
용병들 치고 이런 술을 시키는 사람이 드물지만 일단 구비해 놓은 것인데 어수룩하게 보이는 용병단이 시키자 주인은 함박웃음을 지으며 서비스로 안주를 듬뿍내어 놓았다.
주문을 마치고 따분하게 기다리는데 주위의 시선이 그리 곱지 않았다.
자신들이 열심히 일을 한다고 해도 이런 고급와인을 마신다는 것은 꿈도 못 꾸는데 어디서 이름도 없는 용병들이 보란 듯이 시키고 있으니 눈꼴시럽겠지.
이미 남들의 시선엔 달관한 나인지라 신경쓰지 않았다.
다만 우리가 들어올 때부터 느껴지는 시선엔 신경이 쓰였다.
뭐 당연히 여자의 시선이었다.
뭐랄까 사람치고는 좀 더 특별한 아름다움이 있다고 해야하나?
혜선과 아인은 사람이 아니니 둘째치고라도 혜미의 아름다움도 장난이 아닌데 그 여인의 모습은 그런 혜미조차도 한수 접을 정도로 아름다웠다.
바람둥이의 본능이랄까?
난 천천히 고개를 돌려 그녀와 눈을 마주치고 살짝 윙크를 날렸다.
내 얼굴에 체격이면 어떤 여인이라도 넘어오지 않을 수 없다.
이쪽 세계에선 덩치만 큰 놈들이 많아서 내 몸매가 호리호리하게 보이지만 그렇다고 절대 작은 덩치는 아니다.
역시 그녀도 내 윙크에 얼굴을 살짝 붉혔지만 그렇다고 넘어온 것은 아니었다.
‘오. 제법 버티는데. 약간의 마안공도 섞었는데...’
내 외모에도 자신이 있었지만 이 몸이 섭득한 무공이 어디 한두가지 인가?
정통 무공은 물론이고 방중술에 사술까지 익힌 몸이 아닌가?
강한 마안공이면 쉽게 그녀를 제압하겠지만 정신을 제압한 여자는 인형에 불과하기에 섹스시에 재미가 반감하기 마련이다.
그래서 약간의 마안공만 섞은 것인데 흔들리지 않고 버티다니.
제법 검술을 익혔다는 말과 같은 소리다.
난 혜선에게 눈짖을 주고 그녀를 데리고 오게 했다.
원래 용병들이 모이는 사무실에선 모자란 용병을 보충하기도 하고 서로 다른 용병단이 합치기도 해서 이런 일은 아무렇지 않게 여겼다.
“저기. 실례가 안된다면 저희랑 합석하시겠어요?”
“네?”
“저희 대장님이 당신을 초대 하셔서요.”
혜선이 자리에서 일어서는 것을 보고 시선을 돌리던 그녀는 자신의 앞에서 초대하는 모습에 약간 당황한 듯 했다.
하지만 이런 일이 자주 있었던 듯 그녀는 거절하지 않고 우리 자리로 왔다.
“반갑습니다. 제갈천입니다.”
“안녕하세요. 마리예요.”
“안녕하세요. 혜선이예요.”
“용병단에 소속되지 않았나 봅니다.”
“네. 얼마 전까지 있었는데 해체되어서 이렇게...”
마리는 이곳에서 그래도 이름을 떨치던 용병단 소속이었다.
주로 상단의 호위를 받아서 했는데 이번엔 운이 좋지 않았던지 몬스터와 산적의 습격으로 대장이 죽고 단원들도 부상을 입어 어쩔 수 없이 용병단이 해체되었다고 했다.
“저런. 힘들었겠네요. 우리 용병단이라면 그런 일이 없을 텐데.”
“그런데 몇 명이세요? 제가 보기엔 4명 같던데요.”
“맞아요. 4명. 대장님과 저와 언니. 그리고 저기 있는 언니요.”
“4명이서 어떻게 용병단을 꾸리시는지...”
“실력엔 자신이 있으니까요.”
“그러시군요. 헌데 저를 부르신 것은...”
자신을 부른 목적이 궁금한가 보다.
사람이 아무런 이유 없이 상대에게 호감을 보이진 않을 것이고 이렇게 비싼 와인을 함께 마시며 얘기를 하는 데는 목적이 있을 테니까.
“제가 말씀 드리죠. 저희 용병단에 들어오시겠습니까?”
“네? 아무리 그래도 오늘 처음 봤는데...”
“실력이나 자금은 신경 쓰지 않으셔도 됩니다. 그리고 일에 대해서도요.”
“뭐가 뭔지. 용병이 실력과 돈을 신경 쓰지 않으면 뭘 신경 쓰죠?”
“하나씩 설명 드리죠. 소드익스퍼트초급이신거 같은데 맞죠?”
“네. 그걸 어떻게...”
자신의 진실된 실력을 한번도 드러낸 적이 없는 마리였다.
보통 자신을 소드엑스피어런스상급 정도로 알고 있는데 정확하게 자신의 실력을 짚어냈다.
“그럼 일단 합격입니다. 뭐 그 이상의 실력은 제게서 훈련을 받으면 되구요.”
“네? 그럼 대장님의 실력은...”
“대충 소드익스퍼트최상급이라고 합시다.”
“엑? 그 정도의 실력이시면 기사단에 들어가셔도 충분한 대우를...”
“아아. 귀찮은걸 싫어하는 성격이라서요.”
“그럼 용병을 하시는 이유가?”
“자유롭다는 것. 그리고 충분한 돈은 이미 있으니 그저 여행하는 기분으로 용병단을 이끌겠다는게 제 생각입니다만.”
“그래서 실력도 돈이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는 말이군요.”
“그렇습니다. 돈은 한달에 5골드로 하죠. 이건 일이 있건 없건 같고 다만 일이 있다면 성과급을 지불하도록 하겠습니다. 어떻습니까?”
“5골드? 정말 입니까?”
마리는 정신이 아찔했다.
5골드를 받으려면 상위 100위에 드는 용병단에서 중간 간부 정도나 되야 만져볼 수 있는 돈이었다.
그것도 매달 지불하겠다니.
일반적으로 용병들은 일이 있을 때 뭉치는 습성이 있고 일을 해야만 2~3골드 정도의 보수를 받았다.
그런데 일이 있건 없건 5골드에 일을 하면 성과급까지 준다니.
자신이 해온 용병 생활에서 이런 파격적인 제안은 처음이었다.
이 정도면 어디에서도 받을 수 없는 대우였다.
“그 외에 다른 조건은 없나요?”
“흠. 있기는 한데 말씀 드리기가 곤란하군요.”
처음 만나서 용병단에 들어오라고 하기도 쑥스러웠는데 내 여자가 되라고 하기엔 정말 너무 심한 것 같아서 참았다.
“궁금한데요?”
“일단 가입을 하시면 천천히 알게 될 겁니다.”
뭐 인연을 만들어놔야 일이 생겨도 생길 테니 뒤로 미루기로 했다.
마리의 표정을 보니 이미 승낙의 빛이 보였다.
게다가 주위의 시선이 은연중에 그녀에게 압박한 몫도 있었다.
듣고 있던 다른 용병들도 모두 내게 간절한 눈빛을 보냈다.
대장의 모양을 보아하니 일은 별로 없을 것 같고 그런데도 다른 곳보다 많은 보수를 준다고 하지 않은가?
그보다도 여자만 있는 용병단이라니...
남자들은 눈을 번들거리며 나를 쳐다봤다.
미안하지만 남자 취향이 아니라 싸그리 무시해버렸다.
마리의 입단을 축하해주며 몇잔의 와인을 마시자 아인이 돌아왔다.
“어머. 누구예요?”
“어. 아인. 이쪽은 마리야. 방금 가입했어.”
“아. 안녕하세요. 아인이예요.”
“안녕하세요. 마리예요. 저기...”
“아인 앉아. 그리고 마리도 궁금한게 있겠지만 잠시 기다리도록 해.”
아인이 다가올 때부터 마리의 몸이 조금 떨리는 것을 봤다.
왜 그런지 잠시 생각해 보니 이해가 되었다.
현재 이곳에 많은 사람이 있지만 아인의 진실 된 모습을 아는 사람은 없었다.
마리의 미모나 행동을 봤을 때 인간 같지 않다는 생각을 했지만 아인을 보며 몸을 떠는 것을 보니 확신하게 되었다.
인간처럼 보이되 인간의 능력을 뛰어 넘는 존재.
그것은 엘프 밖에 없다.
엘프들은 보통 숲에서 자신들의 숲을 지키며 평생을 살아간다.
하지만 엘프 중에서도 하이엘프들은 일정한 나이가 되면 그 숲을 떠나 세상을 돌아다니며 여행을 하게 된다.
좀 더 넓은 세상에서 공부를 하고 오라는 차원이지만 보통을 자신의 기술을 더욱 정진하기 위한 실기테스트 같은 것이다.
마리도 드래곤산맥의 남쪽에 위치한 엘프 마을의 하이엘프였다.
그녀는 장로들의 선택을 받고 인간 세상에서 실전을 겸한 훈련을 하고 오라는 명을 받았다.
대신 엘프가 노예상이나 귀족들의 노리개로 많이 사용되는 것을 알고 있는지라 인간으로 분장을 하고 다녔는데 그것을 눈치챈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여기서 아인을 보고 자신의 본능이 두려움을 느끼지 않았다면 나도 모를뻔 했다.
“마리. 자세한 얘기는 자리를 옮겨서 하자고. 남들이 들어서 좋을게 없을 듯 하니까.”
“네. 그렇게 해요.”
와인을 5병이나 비우고서야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게다가 식사까지 겸했으니 포만감과 기분 좋은 취기가 맘을 편하게 했다.
여관을 찾아 방을 잡고 내가 있는 곳으로 모두를 불러들였다.
“마리. 네 정체에 대해서 자세히 알려주겠어?”
“제갈천님이 짐작하시는 데로 전 하이엘프입니다.”
“흠. 역시. 그럼 수련을 하는 중인가?”
“네. 아직 30년의 시간이 남았어요. 제가 이룬 경지가 고작 이정도라...”
“내가 알기론 엘프의 검술도 뛰어난 것으로 아는데 진전이 없어?”
“사실 저희 마을에서 내려오던 검술은 사라진지 오래됐어요. 그저 찌르고 방어하는 것을 계속 연습하다 보니 하나의 검술처럼 보이는 것이죠.”
“그렇다면 정말 대단한데. 검술을 스스로 창조한 것이잖아?”
“엘프들이 전통적으로 하는 검술이라 높은 경지에 오르진 못해요. 그보다 아인님은...”
“아. 역시 엘프라 틀리네. 맞아 난 드래곤이야. 주인님과 유희중이지. 아니 주인님과 여행중이야.”
유희란 말이 나오길래 약간 인상을 썼더니 바로 말을 바꾸었다.
“주인님?”
“어. 우리는 주인님의 종이야. 외형상은 용병단이지만.”
“그렇다는건...”
“뭐 강요는 하지 않아. 네가 내 여자가 되고 안되고는 차후 문제니까. 일단 용병으로 받아들였으니 넌 그것에 충실하면 돼.”
“네? 네...”
어느새 반말로 하고 있지만 마리에겐 어색하지 않은가 보다.
하긴 용병대장인데 반말한다고 뭐라고 반박하겠어?
그보다 드래곤을 자신의 노예로 부린다니 상식적으로 이해가 되지 않았다.
게다가 자신의 여인이 되라는 말을 하다니.
엘프들은 자신의 짝을 일생에 한번 받아들이며 그 짝이 죽을 때까지 함께하는 것을 관례로 여긴다.
그것을 알고 있을 텐데도 태연히 그런 소리를 하다니.
아마 아인이 드래곤이 아니었으면 뭔 소리라도 질렀겠지만 일단 자신의 의사에 맡긴다고 하니 안심이 되었다.
당장 그만 두고 싶은 생각도 들었으나 돈도 돈이지만 실력을 확실히 키울 수 있겠다는 확신이 들어서 같이 생활하며 지켜보기로 했다.
드래곤이 섞여 있는 파티는 어디에서도 경험할 수 없는 좋은 기회였다.
“이왕 말이 나왔으니 다시 소개를 하지. 혜선은 소드마스터를 넘어섰고 혜미는 이제 소드마스터에 진입했어. 아인은 드래곤이니까 더 이상 소개가 필요 없을거야.”
내 말에 마리의 눈은 한껏 커지더니 이내 아인의 말에 숨을 멈추는 듯 했다.
“주인님은 우리가 다 덤벼도 못 이겨.”
“설마...”
믿고 안믿고는 자유겠지만 마리가 받은 충격은 꽤 오래 갔다.
아무리 주인님이라고 불리지만 이런 실력을 가지고 있다니.
그저 드래곤의 유희라 보고 같이 다니는 재미로 아인이 주인님이라 부른다고 생각했는데 그런 그녀의 생각이 통째로 날아가 버렸다.
“용병단 맞나요?”
마리가 겨우 진정하고 뱉은 한마디였다.
그럼 용병단이 아니면 뭐라고 생각하는 거야?
ps 일이 없다보니 글은 자주 쓸 수가 있네요
일이 생겨야 할텐데 걱정이예요
놀면서 월급은 꼬박꼬박 받으려니 얼마나 미안한지..ㅎㅎ
낼은 주말이네요
어디 나들이 계획이라도 잡으셨나요?
일단 말을 뱉었지만 어떤 여자를 골라야 할지 걱정되었다.
자격 요건도 정해야하고 내가 좋아하는 스타일이어야 했다.
뭐 나름대로 검술이나 마법이 되는 여자들이 있겠지만 나와의 잠자리를 거부하는 여자라면 사양하고 싶은 기분이다.
뭐 좀 약하면 어때?
내가 가르치면 되는 걸.
그렇다고 어린 것들을 데려다 키워서 잡아먹기는 내 성질에 차지 않는다.
지금 듀란이란 대륙에서 여자의 위치는 그리 높은게 아니다.
평민의 여자는 노예보다야 자유롭겠지만 그저 자신의 남편에게 봉사하는 정도?
귀족 정도나 되야 약간의 학문은 물론 검술이나 마법을 지도 받았다.
그것도 전문적인 교육이 아닌 몸매를 관리하는 정도였다.
이런 악조건에서 내 입에 맞는 여자를 고른다는건 정말이지 하늘의 별따기였다.
좋은 수가 없을까 생각하다가 내 얼굴은 점차 미소를 머금었다.
‘개정대법.’
으하하.
나는 정말 엄청난 놈이다.
왜 그 생각을 하지 못했을까?
마법이라면 기본적인 소양이 있어야 하겠지만 검술은 다르다.
일단 신체가 검술을 익히기 적당하다면 내 능력으로 그들의 실력을 향상 시키는 것은 너무나도 간단했다.
우선 검술을 익히려면 신경이 예민해야 했다.
신경이 예민하다는 것은 다른 말로 성감이 풍부하단 말과 상통한다.
사람의 몸에 수많이 널려있는 신경들이 예민하다고 생각해 보라.
그 중에서 성감을 건드린다면?
그야말로 내가 원하는 그런 여자인 것이다.
물론 약간의 검술을 배웠다면 더할나위 없겠지만 설혹 그렇지 못하다고 해도 내게 검술을 사사 받고 개정대법으로 신체를 재구성해준다면 단숨에 소드익스퍼트초급까진 오를 수 있다.
나의 음흉한 생각을 아는지 모르는지 혜선 등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되도록 처음에 고르는 여자는 용병에서 고르는 것이 좋겠다는 결론을 내렸고 만다왕국의 수도에 도착하자마자 용병길드를 찾았다.
일감을 찾는 동시에 조금 힘들어 보이는 용병들을 받아들이기 위해서였다.
그나마 지식이 풍부한 아인이 일을 알아보려고 사무관과 대화를 했고 나와 혜선, 혜미는 테이블에 앉아 술을 주문했다.
이쪽에서는 제법 비싸다고 할 수 있는 듀란와인을 주문했다.
보통의 와인이 5실버 정도 한다면 듀란와인은 최고급으로 취급되어 한병에 20실버의 돈을 치러야 마실 수 있었다.
용병들 치고 이런 술을 시키는 사람이 드물지만 일단 구비해 놓은 것인데 어수룩하게 보이는 용병단이 시키자 주인은 함박웃음을 지으며 서비스로 안주를 듬뿍내어 놓았다.
주문을 마치고 따분하게 기다리는데 주위의 시선이 그리 곱지 않았다.
자신들이 열심히 일을 한다고 해도 이런 고급와인을 마신다는 것은 꿈도 못 꾸는데 어디서 이름도 없는 용병들이 보란 듯이 시키고 있으니 눈꼴시럽겠지.
이미 남들의 시선엔 달관한 나인지라 신경쓰지 않았다.
다만 우리가 들어올 때부터 느껴지는 시선엔 신경이 쓰였다.
뭐 당연히 여자의 시선이었다.
뭐랄까 사람치고는 좀 더 특별한 아름다움이 있다고 해야하나?
혜선과 아인은 사람이 아니니 둘째치고라도 혜미의 아름다움도 장난이 아닌데 그 여인의 모습은 그런 혜미조차도 한수 접을 정도로 아름다웠다.
바람둥이의 본능이랄까?
난 천천히 고개를 돌려 그녀와 눈을 마주치고 살짝 윙크를 날렸다.
내 얼굴에 체격이면 어떤 여인이라도 넘어오지 않을 수 없다.
이쪽 세계에선 덩치만 큰 놈들이 많아서 내 몸매가 호리호리하게 보이지만 그렇다고 절대 작은 덩치는 아니다.
역시 그녀도 내 윙크에 얼굴을 살짝 붉혔지만 그렇다고 넘어온 것은 아니었다.
‘오. 제법 버티는데. 약간의 마안공도 섞었는데...’
내 외모에도 자신이 있었지만 이 몸이 섭득한 무공이 어디 한두가지 인가?
정통 무공은 물론이고 방중술에 사술까지 익힌 몸이 아닌가?
강한 마안공이면 쉽게 그녀를 제압하겠지만 정신을 제압한 여자는 인형에 불과하기에 섹스시에 재미가 반감하기 마련이다.
그래서 약간의 마안공만 섞은 것인데 흔들리지 않고 버티다니.
제법 검술을 익혔다는 말과 같은 소리다.
난 혜선에게 눈짖을 주고 그녀를 데리고 오게 했다.
원래 용병들이 모이는 사무실에선 모자란 용병을 보충하기도 하고 서로 다른 용병단이 합치기도 해서 이런 일은 아무렇지 않게 여겼다.
“저기. 실례가 안된다면 저희랑 합석하시겠어요?”
“네?”
“저희 대장님이 당신을 초대 하셔서요.”
혜선이 자리에서 일어서는 것을 보고 시선을 돌리던 그녀는 자신의 앞에서 초대하는 모습에 약간 당황한 듯 했다.
하지만 이런 일이 자주 있었던 듯 그녀는 거절하지 않고 우리 자리로 왔다.
“반갑습니다. 제갈천입니다.”
“안녕하세요. 마리예요.”
“안녕하세요. 혜선이예요.”
“용병단에 소속되지 않았나 봅니다.”
“네. 얼마 전까지 있었는데 해체되어서 이렇게...”
마리는 이곳에서 그래도 이름을 떨치던 용병단 소속이었다.
주로 상단의 호위를 받아서 했는데 이번엔 운이 좋지 않았던지 몬스터와 산적의 습격으로 대장이 죽고 단원들도 부상을 입어 어쩔 수 없이 용병단이 해체되었다고 했다.
“저런. 힘들었겠네요. 우리 용병단이라면 그런 일이 없을 텐데.”
“그런데 몇 명이세요? 제가 보기엔 4명 같던데요.”
“맞아요. 4명. 대장님과 저와 언니. 그리고 저기 있는 언니요.”
“4명이서 어떻게 용병단을 꾸리시는지...”
“실력엔 자신이 있으니까요.”
“그러시군요. 헌데 저를 부르신 것은...”
자신을 부른 목적이 궁금한가 보다.
사람이 아무런 이유 없이 상대에게 호감을 보이진 않을 것이고 이렇게 비싼 와인을 함께 마시며 얘기를 하는 데는 목적이 있을 테니까.
“제가 말씀 드리죠. 저희 용병단에 들어오시겠습니까?”
“네? 아무리 그래도 오늘 처음 봤는데...”
“실력이나 자금은 신경 쓰지 않으셔도 됩니다. 그리고 일에 대해서도요.”
“뭐가 뭔지. 용병이 실력과 돈을 신경 쓰지 않으면 뭘 신경 쓰죠?”
“하나씩 설명 드리죠. 소드익스퍼트초급이신거 같은데 맞죠?”
“네. 그걸 어떻게...”
자신의 진실된 실력을 한번도 드러낸 적이 없는 마리였다.
보통 자신을 소드엑스피어런스상급 정도로 알고 있는데 정확하게 자신의 실력을 짚어냈다.
“그럼 일단 합격입니다. 뭐 그 이상의 실력은 제게서 훈련을 받으면 되구요.”
“네? 그럼 대장님의 실력은...”
“대충 소드익스퍼트최상급이라고 합시다.”
“엑? 그 정도의 실력이시면 기사단에 들어가셔도 충분한 대우를...”
“아아. 귀찮은걸 싫어하는 성격이라서요.”
“그럼 용병을 하시는 이유가?”
“자유롭다는 것. 그리고 충분한 돈은 이미 있으니 그저 여행하는 기분으로 용병단을 이끌겠다는게 제 생각입니다만.”
“그래서 실력도 돈이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는 말이군요.”
“그렇습니다. 돈은 한달에 5골드로 하죠. 이건 일이 있건 없건 같고 다만 일이 있다면 성과급을 지불하도록 하겠습니다. 어떻습니까?”
“5골드? 정말 입니까?”
마리는 정신이 아찔했다.
5골드를 받으려면 상위 100위에 드는 용병단에서 중간 간부 정도나 되야 만져볼 수 있는 돈이었다.
그것도 매달 지불하겠다니.
일반적으로 용병들은 일이 있을 때 뭉치는 습성이 있고 일을 해야만 2~3골드 정도의 보수를 받았다.
그런데 일이 있건 없건 5골드에 일을 하면 성과급까지 준다니.
자신이 해온 용병 생활에서 이런 파격적인 제안은 처음이었다.
이 정도면 어디에서도 받을 수 없는 대우였다.
“그 외에 다른 조건은 없나요?”
“흠. 있기는 한데 말씀 드리기가 곤란하군요.”
처음 만나서 용병단에 들어오라고 하기도 쑥스러웠는데 내 여자가 되라고 하기엔 정말 너무 심한 것 같아서 참았다.
“궁금한데요?”
“일단 가입을 하시면 천천히 알게 될 겁니다.”
뭐 인연을 만들어놔야 일이 생겨도 생길 테니 뒤로 미루기로 했다.
마리의 표정을 보니 이미 승낙의 빛이 보였다.
게다가 주위의 시선이 은연중에 그녀에게 압박한 몫도 있었다.
듣고 있던 다른 용병들도 모두 내게 간절한 눈빛을 보냈다.
대장의 모양을 보아하니 일은 별로 없을 것 같고 그런데도 다른 곳보다 많은 보수를 준다고 하지 않은가?
그보다도 여자만 있는 용병단이라니...
남자들은 눈을 번들거리며 나를 쳐다봤다.
미안하지만 남자 취향이 아니라 싸그리 무시해버렸다.
마리의 입단을 축하해주며 몇잔의 와인을 마시자 아인이 돌아왔다.
“어머. 누구예요?”
“어. 아인. 이쪽은 마리야. 방금 가입했어.”
“아. 안녕하세요. 아인이예요.”
“안녕하세요. 마리예요. 저기...”
“아인 앉아. 그리고 마리도 궁금한게 있겠지만 잠시 기다리도록 해.”
아인이 다가올 때부터 마리의 몸이 조금 떨리는 것을 봤다.
왜 그런지 잠시 생각해 보니 이해가 되었다.
현재 이곳에 많은 사람이 있지만 아인의 진실 된 모습을 아는 사람은 없었다.
마리의 미모나 행동을 봤을 때 인간 같지 않다는 생각을 했지만 아인을 보며 몸을 떠는 것을 보니 확신하게 되었다.
인간처럼 보이되 인간의 능력을 뛰어 넘는 존재.
그것은 엘프 밖에 없다.
엘프들은 보통 숲에서 자신들의 숲을 지키며 평생을 살아간다.
하지만 엘프 중에서도 하이엘프들은 일정한 나이가 되면 그 숲을 떠나 세상을 돌아다니며 여행을 하게 된다.
좀 더 넓은 세상에서 공부를 하고 오라는 차원이지만 보통을 자신의 기술을 더욱 정진하기 위한 실기테스트 같은 것이다.
마리도 드래곤산맥의 남쪽에 위치한 엘프 마을의 하이엘프였다.
그녀는 장로들의 선택을 받고 인간 세상에서 실전을 겸한 훈련을 하고 오라는 명을 받았다.
대신 엘프가 노예상이나 귀족들의 노리개로 많이 사용되는 것을 알고 있는지라 인간으로 분장을 하고 다녔는데 그것을 눈치챈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여기서 아인을 보고 자신의 본능이 두려움을 느끼지 않았다면 나도 모를뻔 했다.
“마리. 자세한 얘기는 자리를 옮겨서 하자고. 남들이 들어서 좋을게 없을 듯 하니까.”
“네. 그렇게 해요.”
와인을 5병이나 비우고서야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게다가 식사까지 겸했으니 포만감과 기분 좋은 취기가 맘을 편하게 했다.
여관을 찾아 방을 잡고 내가 있는 곳으로 모두를 불러들였다.
“마리. 네 정체에 대해서 자세히 알려주겠어?”
“제갈천님이 짐작하시는 데로 전 하이엘프입니다.”
“흠. 역시. 그럼 수련을 하는 중인가?”
“네. 아직 30년의 시간이 남았어요. 제가 이룬 경지가 고작 이정도라...”
“내가 알기론 엘프의 검술도 뛰어난 것으로 아는데 진전이 없어?”
“사실 저희 마을에서 내려오던 검술은 사라진지 오래됐어요. 그저 찌르고 방어하는 것을 계속 연습하다 보니 하나의 검술처럼 보이는 것이죠.”
“그렇다면 정말 대단한데. 검술을 스스로 창조한 것이잖아?”
“엘프들이 전통적으로 하는 검술이라 높은 경지에 오르진 못해요. 그보다 아인님은...”
“아. 역시 엘프라 틀리네. 맞아 난 드래곤이야. 주인님과 유희중이지. 아니 주인님과 여행중이야.”
유희란 말이 나오길래 약간 인상을 썼더니 바로 말을 바꾸었다.
“주인님?”
“어. 우리는 주인님의 종이야. 외형상은 용병단이지만.”
“그렇다는건...”
“뭐 강요는 하지 않아. 네가 내 여자가 되고 안되고는 차후 문제니까. 일단 용병으로 받아들였으니 넌 그것에 충실하면 돼.”
“네? 네...”
어느새 반말로 하고 있지만 마리에겐 어색하지 않은가 보다.
하긴 용병대장인데 반말한다고 뭐라고 반박하겠어?
그보다 드래곤을 자신의 노예로 부린다니 상식적으로 이해가 되지 않았다.
게다가 자신의 여인이 되라는 말을 하다니.
엘프들은 자신의 짝을 일생에 한번 받아들이며 그 짝이 죽을 때까지 함께하는 것을 관례로 여긴다.
그것을 알고 있을 텐데도 태연히 그런 소리를 하다니.
아마 아인이 드래곤이 아니었으면 뭔 소리라도 질렀겠지만 일단 자신의 의사에 맡긴다고 하니 안심이 되었다.
당장 그만 두고 싶은 생각도 들었으나 돈도 돈이지만 실력을 확실히 키울 수 있겠다는 확신이 들어서 같이 생활하며 지켜보기로 했다.
드래곤이 섞여 있는 파티는 어디에서도 경험할 수 없는 좋은 기회였다.
“이왕 말이 나왔으니 다시 소개를 하지. 혜선은 소드마스터를 넘어섰고 혜미는 이제 소드마스터에 진입했어. 아인은 드래곤이니까 더 이상 소개가 필요 없을거야.”
내 말에 마리의 눈은 한껏 커지더니 이내 아인의 말에 숨을 멈추는 듯 했다.
“주인님은 우리가 다 덤벼도 못 이겨.”
“설마...”
믿고 안믿고는 자유겠지만 마리가 받은 충격은 꽤 오래 갔다.
아무리 주인님이라고 불리지만 이런 실력을 가지고 있다니.
그저 드래곤의 유희라 보고 같이 다니는 재미로 아인이 주인님이라 부른다고 생각했는데 그런 그녀의 생각이 통째로 날아가 버렸다.
“용병단 맞나요?”
마리가 겨우 진정하고 뱉은 한마디였다.
그럼 용병단이 아니면 뭐라고 생각하는 거야?
ps 일이 없다보니 글은 자주 쓸 수가 있네요
일이 생겨야 할텐데 걱정이예요
놀면서 월급은 꼬박꼬박 받으려니 얼마나 미안한지..ㅎㅎ
낼은 주말이네요
어디 나들이 계획이라도 잡으셨나요?
최고관리자
가입일 | 2016-08-11 | 접속일 | 2024-11-2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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