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2부-------------------------------
이놈들은 애초에 글러먹었다.
내가 생각하는 조직 장악은 우선 철저한 분석이 있어야 한다.
지금 내가 가지고 있는 힘이 얼마인지 알아야 하고 상대의 능력도 평가되어야 한다.
그런 뒤에 적절한 시기가 정해지고 그에 알맞은 사람을 뽑는다.
그리고 혹시나 있을 변수를 생각하며 작전을 지휘한다.
그런데 이놈들은 그런게 없었다.
물론 신생으로 생긴 상단이라고 파악은 했겠지.
그 상단이 얼마나 심혈을 기울여 조직됐는지 실체는 누구인지 알지도 못하고 그저 약한 상단이라 생각하고 자신의 권력과 병력을 믿고 일을 저질렀다.
그것도 엘프라는 먹음직스러운 먹이에 눈이 뒤집혀서 말이다.
조사에 따르면 아직 내 여자들은 무사하다.
잠에서 깨어나지 못하고 있으니 건드리진 않을 것이다.
다만 어떤 희롱은 당하고 있겠지.
잠들어 있는 애들의 몸을 만진다거나 자신들의 자지를 비벼본다거나 하는.
조금 만진다고 핥아 본다고 닳을게 아니니 상관은 없다.
자존심이 상하지만 그것은 내 책임이고 내 의도로 이루어졌으니 내가 그녀들을 모두 다독거려준다면 문제될 것은 없다.
뭐 팀웍을 더욱 든든히 한다고 생각하면 양심에 찔릴 것도 없다.
완전히 잠든 새벽에 도살은 시작된다.
모든 어둠이 내려앉고 새로운 해가 뜰 무렵.
사람이 가장 어둡다고 느낄 그 시간에 한놈씩 처형할 것이다.
건물은 총 3층이었다.
지하 1층 지상 2층.
내 여자들은 지하에 감금되어 있었다.
소란을 줄이려면 우선 여자들을 감쪽같이 구해야 한다.
아니 그녀들이 깨어날 수 있도록 해주고 지하를 소리 없이 점령한다면 작전은 성공한 축에 든다.
하지만 내가 원하는 것은 트루엔 백작가의 몰락이다.
이미 우리는 맡은 거래를 성사시켰다.
그 사실이 트루엔에게 보고가 되려면 적어도 3일은 있어야 할 것이다.
시간을 조절하고 있었으니 당연했다.
문제는 트루엔은 그 사실을 모르고 있지만 사람들이 아는 사실은 트루엔이 와이번상단을 습격해서 엘프를 납치했다는 것이다.
만약 우리가 거래에 실패했다면 엘프가 납치되거나 말았거나 신경을 쓰지 않겠지만 성사시킨 상태에서 그가 몰락한다면 내 힘은 세상에 드러나게 된다.
내가 노린 것은 바로 그점이다.
한방에 모든 것을 알리는 방법.
그리고 부하를 위해 백작가에 맞섰다는 사실.
그것은 상단의 충성심을 고취하는 것은 물론 타상단이 우리를 함부로 대할 수 없게 만드는데 탁월한 효과가 있을 것이다.
투입되는 인원이 몇 명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그것은 아무도 모를 테니까.
중요한 것은 트루엔 백작가가 하루아침에 몰락한다는 점이다.
난 일층에 있으면서 혜선을 지하로 보냈다.
요즘 느낀 것이지만 그녀를 착각하는 경우가 있었다.
내 옆에선 여자의 모습을 하고 있지만 그녀는 궁극적으로 검의 자아.
검이란 무엇인가?
온갖 미사여구를 붙인다고 해도 살인 도구일 뿐이다.
뭐 사람을 살리니 죽이니 해도 만들어진 동기는 살인이다.
난 그것을 망각하고 혜선을 항상 그런 자리에서 빼두었다.
건달들의 교육을 맡기면서 혜선은 상당히 즐거운 시간을 보낸 듯 했다.
마치 나와의 섹스와 맞먹는 기쁨을 느꼈다.
내 여자의 능력을 알고 있으면서도 제대로 활용하지 않은 내가 한심했다.
모두가 능히 남작가(남작이 데리고 있는 사병은 거의 천명이 넘는다) 이상의 힘을 가지고 있는데 그저 내 잠자리용으로만 사용하고 있었다니.
예전의 나라면 절대 그럴 리가 없었다.
섹스는 섹스고 그녀의 능력을 최대한 활용했을 것이다.
섹스는 거기에 대한 보상으로 했을 것이고.
역시 사람은 무엇이든 일을 해야했다.
내가 그저 내 자신에게 자만하고 노는데만 신경을 썼더니 감각이 둔해진 것이다.
난 혜선에게 그녀의 맘에 들 정도로 처리를 해도 된다고 했다.
다만 조용하고 은밀하게 움직여 소란이 일지 않도록 당부했다.
아마 그녀는 천하에 다시없는 암살자가 될 것이다.
레드문에게 어세신이 가져야할 모든 것을 가르치고 있지만 지금의 혜선을 본다고 꼭 붙어서 떨어지려 하지 않을 것이다.
혜선은 자신의 능력을 맘껏 활용했다.
동료로 변해서 죽이기도 하고 자신의 몸을 투명하게 만들어 죽이기도 했다.
벽에 숨어서 토막을 치는가 하면 동시에 둘을 흔적도 없이 갈아버리기도 했다.
모두가 내가 가진 기술이지만 난 그렇게 잔인하게 죽이지는 않는다.
단칼에 고통없이 보낼 뿐이지.
혜선은 마치 마녀와 같이 피를 뒤집어 쓰고 다녔다.
굳이 피를 묻히지 않아도 되건만 혈향에 중독된 것처럼 상대를 죽이면서 그 피를 자신의 몸에 묻혔다.
채 30분이되기도 전에 지하를 지키던 50명은 세상에서 존재하지 않았다.
방안에 갇혀 있는 엘프들은 아직 정신을 차리지 못했지만 마리만은 벌써 정신을 차리고 있었다.
아마도 혜선이 하나씩 죽이는 기운을 느꼈을 것이다.
아무리 드래곤이라 하더라도 마지막 놈을 죽일 때의 살기만은 못하다.
아무런 준비가 없었다면 누구라도 눈치챌 만큼 강한 살기가 느껴졌기 때문이다.
마리는 바짝 긴장을 했다.
그 정도의 힘을 가지 사람이 누구일까하고 생각해 봤지만 나 외에는 떠올릴 수가 없었다.
순간 두려움이 기쁨으로 바뀌었지만 혜선을 보는 순간 당혹감이 들었다.
“언니?”
“그래. 너희들을 구하러 왔어. 잠시만 기다리자구.”
“그런데 아까 언니가 풍긴 기운말야...”
“거기까지. 더 이상은 주인님이 말하기 전까진 입을 다무는게 좋아.”
혜선은 마리에게 다가가기 전에 자신의 몸에 묻은 피를 모두 제거했다.
살육을 할 때는 마녀가 좋지만 이렇게 자신의 주변 사람을 만날 때는 원래의 모습이 좋다.
“지금 주인님이 위쪽을 청소하고 있을 거야. 그러니 기다리고 있으면 돼.”
“네. 이 애들이 깨어나려면 조금 있어야 할거예요.”
“호호. 그럼 우리 재밌는 놀이를 할까?”
혜선은 자신의 옷을 벗어 버렸다.
마리는 얼굴을 붉혔지만 그게 무슨 뜻인지 아는 터라 스스로 알몸을 만들었다.
인질로 잡혀온 곳에서 이러고 있는게 어색했지만 이내 밀려오는 쾌락에 모든 생각을 접었다.
몇 번 혜선의 손길을 느껴본 터라 그녀가 주는 쾌락을 쫓아 몸을 맡겼다.
스산한 분위기의 지하실에서 갑자기 열락의 향기가 피어 올랐다.
난 일층에서 느긋하게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외곽에 경계를 하는 놈을 제외하면 1, 2층 통털어 30명이 되지 않았다.
물론 실력은 지하에 있는 놈들 보다 좋지만 내겐 그놈이 그놈이다.
혜선이 지하실 전체를 강기로 감싸 아무런 흔적을 남기지 않았다면 난 일이층을 모두 감싸 외부에서는 절대 내부의 일을 알지 못하도록 했다.
경계를 서는 놈들은 아직 두어시간이 지나야 내부로 들어올 테니 신경쓸 필요가 없었다.
난 청공검에 기를 불어 넣었다.
검에서 자아가 빠져나갔지만 내가 쓰는 이기어검술은 또 하나의 자아가 들어 있는 것처럼 내가 원하는데로 움직였다.
숙소에서 자고 있을 호위병들을 차례차례 목을 따버렸다.
굳이 문을 열고 들어가서 손수 찔러죽이기는 귀찮아서 내 감각에 걸리는 놈들에게 검을 날렸고 내가 보낸 검은 확실하게 놈들을 베어버렸다.
마치 원격 장난감으로 사람을 죽이는 기분이 들었다.
그래도 실력이 좀 되는 놈들어서인지 일층에 있던 놈들이 반쯤 죽자 하나 둘씩 밖으로 나왔다.
“웬놈이냐?”
“빨리도 물어보는군.”
주위를 둘러보던 놈들은 어이가 없는 표정이었다.
문에는 겨우 조그만 구멍만 뚫려 있었을 뿐이지만 그 안에 있는 놈은 죽었음을 알았다.
“어떤 수작을 부렸느냐?”
“뭐 별로. 어짜피 다 죽을 텐데 알아서 뭐하게?”
“이자식이. 쳐라.”
급하게 나온 모습이었지만 그래도 갑옷은 걸치고 있었다.
그런대로 훈련은 되어 있나 보다.
검을 뽑아들고 전투대형으로 날 둘러쌓다.
제법 그럴듯한 대형이지만 실력에서 나와 너무도 차이가 있었다.
적어도 익스퍼트최상급 몇은 있어야 할 텐데 이들은 중급도 안되어 보였다.
후작정도나 되어야 데리고 있을 테니 탓할 일도 없지만.
이왕 모두를 죽이기로 맘먹었으니 길게 생각하지 않았다.
공격해 들어오는 놈을 내버려두고 그 뒤의 놈에게 검을 찔렀다.
갑옷을 가볍게 뚫고 들어간 검은 그놈의 심장을 찔렀고 빼내는 동작으로 그은 검에 옆에 있던 놈의 목이 떠 올랐다.
한수에 둘을 처치하자 그놈들이 긴장하기 시작했다.
그것으로 자신들은 상대가 안된다고 판단한 모양이다.
난 거침없이 검을 휘둘렀고 그럴 때마다 한놈씩 쓰러졌다.
악몽이겠지.
아무리 전투라 해도 한명이 이렇게 쉽게 다수를 핍박할 수는 없었다.
소드마스터가 아니라면.
그들의 눈에 좌절의 빛이 스칠 때 난 검으로 기를 주입했다.
소문으로만 듣던 검강이 너무도 선명하게 보였다.
“소드 마스터?”
한 놈이 알아봤는지 벌벌 떨었다.
이제 마지막 희망도 없어졌다.
소드마스터를 상대로는 익스퍼트중급이 수백명이 달라붙어도 어쩌지 못한다.
하물며 이런 좁은 장소라면 도망갈 곳도 없다.
난 그들의 눈빛이 죽은자의 눈빛으로 바뀌는 것을 보고 바로 손을 썼다.
소위 기사라는 것들이 힘이 안된다고 바로 체념을 하다니.
그런 것들에게는 일말의 동정도 가질 필요가 없다.
단 두 번의 칼질로 끝났다.
이층에 있는 호위병력이라고 해봐야 두세놈이 전부일 것이다.
그나마도 아직 나오지 않은 것을 보면 쓰레기다.
난 실력도 안되는게 뺀질거리면 참지 못한다.
기를 개방해서 이층에 있는 놈들이 모두 튀어나오게 만들었다.
트루엔 백작은 느닷없는 살기에 놀라서 무장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튀어 나왔다.
“어떤 놈이냐.”
딴에는 위엄있게 말을 하지만 이미 그런 위엄은 없다.
목소리 부터가 떨리는데 어련할려고.
“네놈이 트루엔 백작 맞나?”
“네...네놈은 누구냐.”
“잘 알고 있을 텐데 그러나.”
“누구냐고 물었다.”
“와이번 상단의 주인이지.”
“그럼?”
“비겁한 자식. 겨우 그 따위 꽁수로 날 건드리려 하다니.”
“흐흐. 거래도 제대로 못한 놈이 어디서 행패냐. 이런다고 네놈의 상단이 다시 일어설 수 있다고 생각하나?”
“멍청한 자식. 이렇게 정보에 어두워서야. 난 이미 황실에 물건을 납품했다. 네 놈이 그것을 모를 뿐이지.”
“뭐라고? 어떻게...”
“해로로 물건을 들여온다는 소문은 일부러 크게 냈지. 그리고 그쪽으로 인원을 많이 배치하기도 했고. 하지만 난 육로로 벌써 물건을 보내고 있었다. 물론 우리 상단의 이름이 아닌 다른 상단의 이름으로. 장사꾼이야 돈이면 되는거 아닌가? 우리 일이지만 아무것도 모르는 놈들에겐 큰 이문이 남으니 아주 성실하게 일을 하더군.”
“이... 이...”
“아아. 너무 흥분하면 몸에 해로워.”
“크흐흐.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네 놈의 여자들은 내가 잡고 있다.”
“글세. 내가 이렇게 있다는게 이상하지 않나?”
만약에 인질을 구출하고자 했으면 조용히 처리했을 것이다.
일층 바닥에 널부러져 있는 시체를 봤을 때 충분히 실력이 되니까.
그럼에도 이렇게 기다리고 있다면?
“네놈의 목적이 뭐냐?”
“너의 몰락.”
“그깟 엘프 몇 때문에 이런 짓을 한단 말인가?”
“네놈에겐 그깟이겠지만 내겐 감히야. 무슨 말인지 알겠어?”
“내 모든 것을 주겠다. 살려만 다오.”
“뭔가 착각하는 모양인데 네놈은 조용히 죽어줘야겠어. 혼자서 제대로 된 계략이었다고 히히낙낙했겠지만 난 네놈 덕분에 일약 스타가 될 수도 있지. 내 일처리를 본다면 아마 고위 관료라고 해도 아무런 말을 못할 것이야. 전쟁의 시작은 네놈이 했으니까.”
상단간의 암투는 언제나 있어왔던 일이다.
그러면서 상단이 클수도 있고 사라지기도 했다.
이번 사건은 귀족에 대한 반기가 아니라 서로의 상권을 놓고 싸운 것이라 누구도 간섭을 하지 못한다.
내가 졌다면 트루엔이 백작의 권력으로 덮으려 하겠지만 내가 이기면 상황은 달라진다.
그런 난관에도 거래를 훌륭히 성사시킨 것에 감동을 할 것이고 용병단을 구하기 위해 벌인 일은 아마도 용병단에 귀감이 될 것이다.
이번 일 자체가 이미 상단의 전설속에 들정도로 철저하니까.
“난 네놈이 가진 모든 것을 착실히 내것으로 만들거야. 그러니 안심하고 죽어.”
그말을 끝으로 검을 휘둘렀다.
벌써 해가 떠오고 있었으니 더 이상 시간을 끌 필요는 없었다.
혜선은 지하에서 여자들을 데리고 올라왔고 내 지시에 따라 바깥에서 경계를 서는 놈들을 확실하게 암살했다.
이제 이곳에서 있었던 일은 누구도 알지 못한다.
단지 백작가가 몰락했다는 소문만 나돌게 될 것이다.
ps 음 제가 우는 소리를 했나봐요
조회수나 추천은 그리 많지 않네요
그래도 꾸준히 봐 주시는 분들이 있어서 참 좋아요
머리를 싸메서라도 열심히 올려볼께요
이놈들은 애초에 글러먹었다.
내가 생각하는 조직 장악은 우선 철저한 분석이 있어야 한다.
지금 내가 가지고 있는 힘이 얼마인지 알아야 하고 상대의 능력도 평가되어야 한다.
그런 뒤에 적절한 시기가 정해지고 그에 알맞은 사람을 뽑는다.
그리고 혹시나 있을 변수를 생각하며 작전을 지휘한다.
그런데 이놈들은 그런게 없었다.
물론 신생으로 생긴 상단이라고 파악은 했겠지.
그 상단이 얼마나 심혈을 기울여 조직됐는지 실체는 누구인지 알지도 못하고 그저 약한 상단이라 생각하고 자신의 권력과 병력을 믿고 일을 저질렀다.
그것도 엘프라는 먹음직스러운 먹이에 눈이 뒤집혀서 말이다.
조사에 따르면 아직 내 여자들은 무사하다.
잠에서 깨어나지 못하고 있으니 건드리진 않을 것이다.
다만 어떤 희롱은 당하고 있겠지.
잠들어 있는 애들의 몸을 만진다거나 자신들의 자지를 비벼본다거나 하는.
조금 만진다고 핥아 본다고 닳을게 아니니 상관은 없다.
자존심이 상하지만 그것은 내 책임이고 내 의도로 이루어졌으니 내가 그녀들을 모두 다독거려준다면 문제될 것은 없다.
뭐 팀웍을 더욱 든든히 한다고 생각하면 양심에 찔릴 것도 없다.
완전히 잠든 새벽에 도살은 시작된다.
모든 어둠이 내려앉고 새로운 해가 뜰 무렵.
사람이 가장 어둡다고 느낄 그 시간에 한놈씩 처형할 것이다.
건물은 총 3층이었다.
지하 1층 지상 2층.
내 여자들은 지하에 감금되어 있었다.
소란을 줄이려면 우선 여자들을 감쪽같이 구해야 한다.
아니 그녀들이 깨어날 수 있도록 해주고 지하를 소리 없이 점령한다면 작전은 성공한 축에 든다.
하지만 내가 원하는 것은 트루엔 백작가의 몰락이다.
이미 우리는 맡은 거래를 성사시켰다.
그 사실이 트루엔에게 보고가 되려면 적어도 3일은 있어야 할 것이다.
시간을 조절하고 있었으니 당연했다.
문제는 트루엔은 그 사실을 모르고 있지만 사람들이 아는 사실은 트루엔이 와이번상단을 습격해서 엘프를 납치했다는 것이다.
만약 우리가 거래에 실패했다면 엘프가 납치되거나 말았거나 신경을 쓰지 않겠지만 성사시킨 상태에서 그가 몰락한다면 내 힘은 세상에 드러나게 된다.
내가 노린 것은 바로 그점이다.
한방에 모든 것을 알리는 방법.
그리고 부하를 위해 백작가에 맞섰다는 사실.
그것은 상단의 충성심을 고취하는 것은 물론 타상단이 우리를 함부로 대할 수 없게 만드는데 탁월한 효과가 있을 것이다.
투입되는 인원이 몇 명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그것은 아무도 모를 테니까.
중요한 것은 트루엔 백작가가 하루아침에 몰락한다는 점이다.
난 일층에 있으면서 혜선을 지하로 보냈다.
요즘 느낀 것이지만 그녀를 착각하는 경우가 있었다.
내 옆에선 여자의 모습을 하고 있지만 그녀는 궁극적으로 검의 자아.
검이란 무엇인가?
온갖 미사여구를 붙인다고 해도 살인 도구일 뿐이다.
뭐 사람을 살리니 죽이니 해도 만들어진 동기는 살인이다.
난 그것을 망각하고 혜선을 항상 그런 자리에서 빼두었다.
건달들의 교육을 맡기면서 혜선은 상당히 즐거운 시간을 보낸 듯 했다.
마치 나와의 섹스와 맞먹는 기쁨을 느꼈다.
내 여자의 능력을 알고 있으면서도 제대로 활용하지 않은 내가 한심했다.
모두가 능히 남작가(남작이 데리고 있는 사병은 거의 천명이 넘는다) 이상의 힘을 가지고 있는데 그저 내 잠자리용으로만 사용하고 있었다니.
예전의 나라면 절대 그럴 리가 없었다.
섹스는 섹스고 그녀의 능력을 최대한 활용했을 것이다.
섹스는 거기에 대한 보상으로 했을 것이고.
역시 사람은 무엇이든 일을 해야했다.
내가 그저 내 자신에게 자만하고 노는데만 신경을 썼더니 감각이 둔해진 것이다.
난 혜선에게 그녀의 맘에 들 정도로 처리를 해도 된다고 했다.
다만 조용하고 은밀하게 움직여 소란이 일지 않도록 당부했다.
아마 그녀는 천하에 다시없는 암살자가 될 것이다.
레드문에게 어세신이 가져야할 모든 것을 가르치고 있지만 지금의 혜선을 본다고 꼭 붙어서 떨어지려 하지 않을 것이다.
혜선은 자신의 능력을 맘껏 활용했다.
동료로 변해서 죽이기도 하고 자신의 몸을 투명하게 만들어 죽이기도 했다.
벽에 숨어서 토막을 치는가 하면 동시에 둘을 흔적도 없이 갈아버리기도 했다.
모두가 내가 가진 기술이지만 난 그렇게 잔인하게 죽이지는 않는다.
단칼에 고통없이 보낼 뿐이지.
혜선은 마치 마녀와 같이 피를 뒤집어 쓰고 다녔다.
굳이 피를 묻히지 않아도 되건만 혈향에 중독된 것처럼 상대를 죽이면서 그 피를 자신의 몸에 묻혔다.
채 30분이되기도 전에 지하를 지키던 50명은 세상에서 존재하지 않았다.
방안에 갇혀 있는 엘프들은 아직 정신을 차리지 못했지만 마리만은 벌써 정신을 차리고 있었다.
아마도 혜선이 하나씩 죽이는 기운을 느꼈을 것이다.
아무리 드래곤이라 하더라도 마지막 놈을 죽일 때의 살기만은 못하다.
아무런 준비가 없었다면 누구라도 눈치챌 만큼 강한 살기가 느껴졌기 때문이다.
마리는 바짝 긴장을 했다.
그 정도의 힘을 가지 사람이 누구일까하고 생각해 봤지만 나 외에는 떠올릴 수가 없었다.
순간 두려움이 기쁨으로 바뀌었지만 혜선을 보는 순간 당혹감이 들었다.
“언니?”
“그래. 너희들을 구하러 왔어. 잠시만 기다리자구.”
“그런데 아까 언니가 풍긴 기운말야...”
“거기까지. 더 이상은 주인님이 말하기 전까진 입을 다무는게 좋아.”
혜선은 마리에게 다가가기 전에 자신의 몸에 묻은 피를 모두 제거했다.
살육을 할 때는 마녀가 좋지만 이렇게 자신의 주변 사람을 만날 때는 원래의 모습이 좋다.
“지금 주인님이 위쪽을 청소하고 있을 거야. 그러니 기다리고 있으면 돼.”
“네. 이 애들이 깨어나려면 조금 있어야 할거예요.”
“호호. 그럼 우리 재밌는 놀이를 할까?”
혜선은 자신의 옷을 벗어 버렸다.
마리는 얼굴을 붉혔지만 그게 무슨 뜻인지 아는 터라 스스로 알몸을 만들었다.
인질로 잡혀온 곳에서 이러고 있는게 어색했지만 이내 밀려오는 쾌락에 모든 생각을 접었다.
몇 번 혜선의 손길을 느껴본 터라 그녀가 주는 쾌락을 쫓아 몸을 맡겼다.
스산한 분위기의 지하실에서 갑자기 열락의 향기가 피어 올랐다.
난 일층에서 느긋하게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외곽에 경계를 하는 놈을 제외하면 1, 2층 통털어 30명이 되지 않았다.
물론 실력은 지하에 있는 놈들 보다 좋지만 내겐 그놈이 그놈이다.
혜선이 지하실 전체를 강기로 감싸 아무런 흔적을 남기지 않았다면 난 일이층을 모두 감싸 외부에서는 절대 내부의 일을 알지 못하도록 했다.
경계를 서는 놈들은 아직 두어시간이 지나야 내부로 들어올 테니 신경쓸 필요가 없었다.
난 청공검에 기를 불어 넣었다.
검에서 자아가 빠져나갔지만 내가 쓰는 이기어검술은 또 하나의 자아가 들어 있는 것처럼 내가 원하는데로 움직였다.
숙소에서 자고 있을 호위병들을 차례차례 목을 따버렸다.
굳이 문을 열고 들어가서 손수 찔러죽이기는 귀찮아서 내 감각에 걸리는 놈들에게 검을 날렸고 내가 보낸 검은 확실하게 놈들을 베어버렸다.
마치 원격 장난감으로 사람을 죽이는 기분이 들었다.
그래도 실력이 좀 되는 놈들어서인지 일층에 있던 놈들이 반쯤 죽자 하나 둘씩 밖으로 나왔다.
“웬놈이냐?”
“빨리도 물어보는군.”
주위를 둘러보던 놈들은 어이가 없는 표정이었다.
문에는 겨우 조그만 구멍만 뚫려 있었을 뿐이지만 그 안에 있는 놈은 죽었음을 알았다.
“어떤 수작을 부렸느냐?”
“뭐 별로. 어짜피 다 죽을 텐데 알아서 뭐하게?”
“이자식이. 쳐라.”
급하게 나온 모습이었지만 그래도 갑옷은 걸치고 있었다.
그런대로 훈련은 되어 있나 보다.
검을 뽑아들고 전투대형으로 날 둘러쌓다.
제법 그럴듯한 대형이지만 실력에서 나와 너무도 차이가 있었다.
적어도 익스퍼트최상급 몇은 있어야 할 텐데 이들은 중급도 안되어 보였다.
후작정도나 되어야 데리고 있을 테니 탓할 일도 없지만.
이왕 모두를 죽이기로 맘먹었으니 길게 생각하지 않았다.
공격해 들어오는 놈을 내버려두고 그 뒤의 놈에게 검을 찔렀다.
갑옷을 가볍게 뚫고 들어간 검은 그놈의 심장을 찔렀고 빼내는 동작으로 그은 검에 옆에 있던 놈의 목이 떠 올랐다.
한수에 둘을 처치하자 그놈들이 긴장하기 시작했다.
그것으로 자신들은 상대가 안된다고 판단한 모양이다.
난 거침없이 검을 휘둘렀고 그럴 때마다 한놈씩 쓰러졌다.
악몽이겠지.
아무리 전투라 해도 한명이 이렇게 쉽게 다수를 핍박할 수는 없었다.
소드마스터가 아니라면.
그들의 눈에 좌절의 빛이 스칠 때 난 검으로 기를 주입했다.
소문으로만 듣던 검강이 너무도 선명하게 보였다.
“소드 마스터?”
한 놈이 알아봤는지 벌벌 떨었다.
이제 마지막 희망도 없어졌다.
소드마스터를 상대로는 익스퍼트중급이 수백명이 달라붙어도 어쩌지 못한다.
하물며 이런 좁은 장소라면 도망갈 곳도 없다.
난 그들의 눈빛이 죽은자의 눈빛으로 바뀌는 것을 보고 바로 손을 썼다.
소위 기사라는 것들이 힘이 안된다고 바로 체념을 하다니.
그런 것들에게는 일말의 동정도 가질 필요가 없다.
단 두 번의 칼질로 끝났다.
이층에 있는 호위병력이라고 해봐야 두세놈이 전부일 것이다.
그나마도 아직 나오지 않은 것을 보면 쓰레기다.
난 실력도 안되는게 뺀질거리면 참지 못한다.
기를 개방해서 이층에 있는 놈들이 모두 튀어나오게 만들었다.
트루엔 백작은 느닷없는 살기에 놀라서 무장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튀어 나왔다.
“어떤 놈이냐.”
딴에는 위엄있게 말을 하지만 이미 그런 위엄은 없다.
목소리 부터가 떨리는데 어련할려고.
“네놈이 트루엔 백작 맞나?”
“네...네놈은 누구냐.”
“잘 알고 있을 텐데 그러나.”
“누구냐고 물었다.”
“와이번 상단의 주인이지.”
“그럼?”
“비겁한 자식. 겨우 그 따위 꽁수로 날 건드리려 하다니.”
“흐흐. 거래도 제대로 못한 놈이 어디서 행패냐. 이런다고 네놈의 상단이 다시 일어설 수 있다고 생각하나?”
“멍청한 자식. 이렇게 정보에 어두워서야. 난 이미 황실에 물건을 납품했다. 네 놈이 그것을 모를 뿐이지.”
“뭐라고? 어떻게...”
“해로로 물건을 들여온다는 소문은 일부러 크게 냈지. 그리고 그쪽으로 인원을 많이 배치하기도 했고. 하지만 난 육로로 벌써 물건을 보내고 있었다. 물론 우리 상단의 이름이 아닌 다른 상단의 이름으로. 장사꾼이야 돈이면 되는거 아닌가? 우리 일이지만 아무것도 모르는 놈들에겐 큰 이문이 남으니 아주 성실하게 일을 하더군.”
“이... 이...”
“아아. 너무 흥분하면 몸에 해로워.”
“크흐흐.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네 놈의 여자들은 내가 잡고 있다.”
“글세. 내가 이렇게 있다는게 이상하지 않나?”
만약에 인질을 구출하고자 했으면 조용히 처리했을 것이다.
일층 바닥에 널부러져 있는 시체를 봤을 때 충분히 실력이 되니까.
그럼에도 이렇게 기다리고 있다면?
“네놈의 목적이 뭐냐?”
“너의 몰락.”
“그깟 엘프 몇 때문에 이런 짓을 한단 말인가?”
“네놈에겐 그깟이겠지만 내겐 감히야. 무슨 말인지 알겠어?”
“내 모든 것을 주겠다. 살려만 다오.”
“뭔가 착각하는 모양인데 네놈은 조용히 죽어줘야겠어. 혼자서 제대로 된 계략이었다고 히히낙낙했겠지만 난 네놈 덕분에 일약 스타가 될 수도 있지. 내 일처리를 본다면 아마 고위 관료라고 해도 아무런 말을 못할 것이야. 전쟁의 시작은 네놈이 했으니까.”
상단간의 암투는 언제나 있어왔던 일이다.
그러면서 상단이 클수도 있고 사라지기도 했다.
이번 사건은 귀족에 대한 반기가 아니라 서로의 상권을 놓고 싸운 것이라 누구도 간섭을 하지 못한다.
내가 졌다면 트루엔이 백작의 권력으로 덮으려 하겠지만 내가 이기면 상황은 달라진다.
그런 난관에도 거래를 훌륭히 성사시킨 것에 감동을 할 것이고 용병단을 구하기 위해 벌인 일은 아마도 용병단에 귀감이 될 것이다.
이번 일 자체가 이미 상단의 전설속에 들정도로 철저하니까.
“난 네놈이 가진 모든 것을 착실히 내것으로 만들거야. 그러니 안심하고 죽어.”
그말을 끝으로 검을 휘둘렀다.
벌써 해가 떠오고 있었으니 더 이상 시간을 끌 필요는 없었다.
혜선은 지하에서 여자들을 데리고 올라왔고 내 지시에 따라 바깥에서 경계를 서는 놈들을 확실하게 암살했다.
이제 이곳에서 있었던 일은 누구도 알지 못한다.
단지 백작가가 몰락했다는 소문만 나돌게 될 것이다.
ps 음 제가 우는 소리를 했나봐요
조회수나 추천은 그리 많지 않네요
그래도 꾸준히 봐 주시는 분들이 있어서 참 좋아요
머리를 싸메서라도 열심히 올려볼께요
최고관리자
가입일 | 2016-08-11 | 접속일 | 2024-11-2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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