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글은 비윤리적인 내용과 묘사를 담고 있습니다.현실에서 이런 행위는 범죄행위입니다.현실과 환상을 구분해주시기 바랍니다.내용에는 SM,강간,고문등이 있을수 있습니다.]
또 앳찌씬 전무의 사악한 편입니다.^^;;지루하겠지만 스토리상 필요하니 나중에 뒤처리라도 읽어주세요.^^;;
50.에르곤 전투
에르곤 평야의 아침이 밝아오기 시작했을때 유리아 3군병력 20만,드워프1만,엘프1만,경기병 1만으로 구성된 지그프리트가 이끄는 유리아군 23만과 플로린군 15만,메디아군 10만으로 구성된 대유리아동맹군이 결전을 준비하고 있었다.서쪽에서는 멕시밀리엄이 이끄는 5군이 경기병 1만이 함께 편성된 나머지 절반의 병력을 이끌고 메디아의 로레시안과 아그도스가 이끄는 23만명과 대치하고 있었다.
비록 2만명정도 숫적으로 열세했으나 지그프리트는 자신이 있었다."유리아병사한명은 동쪽병사세명을 능히 상대한다"라는 선제인 얀의 동방원정이래 언제나 정예함을 자랑해온 유리아군인만큼 그정도 숫적열세는 아무것도 아니라는 생각에 지그프리트는 능히 상대방을 쉽게 격파할수 있다고 생각했다.
"엘프들의 부대들을 일단 합류시키는게 어떻습니까?"
근위기사단인 블랙드래곤의 단장이지만 이번에 아크가 지그프리트를 돕기 위해서 파견한 요델이 지그프리트에게 권했다.유리아군이 포진할 곳 우측의 니에라숲에서 적병이 매복해있는 듯 하다는 정찰병의 보고에 지그프리트는 숲에 익숙한 엘프들을 보내 그들을 상대하게 했다.그런데 적이 승부를 걸어오자 곧바로 거기에 응하느라고 결국 양측합쳐 40만이 넘는 대군의 승부에 엘프부대는 사용할수 없게 되었다.
"너무 걱정 말게,엘프들은 숲속의 싸움에 능하지 않나?"
엘프들은 숲속에서 인간들이 평지에서 싸우는 것보다 더 능숙하게 움직이고 귀신같은 화살솜씨때문에 숲에서는 엘프전사 한명이 인간전사 백명을 상대한다고까지 한다.작년말에 숲에 숨어 있던 적의 복병에 길모어의 군대가 낭패를 본것을 기억한 지그프리트는 전투장에서 다른 요소가 끼어드는 것을 막기 위해서 엘프들을 파견한 것이었다.
"하지만 저들은 유리아의 엘프사단과는 다릅니다.차라리 돌격시의 지원에 참여하는 것이 더 낫다고 생각합니다."
엘프들은 체력등의 모든 면에서 인간들보다 우수하지만 성격이 평화적이라 공격적인 싸움에서는 위력이 떨어진다."숲에서는 엘프한명이 인간백명을 상대한다"라는 평은 방어전의 경우이지 지금처럼 준비하고 있는 인간들에 대한 공격에도 효과를 발휘할지는 미지수였다.유리아에 충성을 맹세한 엘프사단에 배속된 엘프들의 경우 동쪽의 인간들에 대한 복수심과 유리아군에게 직접 받은 고련으로 전투력을 극도로 발휘하는 전투기계들이었지만 동맹군엘프들은 이런 전투보다는 차라리 우수한 엘프궁사들의 위력을 발휘해서 돌격시의 지원에 나서주는 것이 더 낫다는게 용병경험으로 여러종족과 여러부류의 싸움을 많이 겪어본 요델의 생각이었다.
"하하,너무 걱정말게 나도 전쟁터에서 잔뼈가 굵은 사람인데 생각이 없겠나?"
"내가 있지 않나?엘프들의 몫까지 충분히 지원해줄테니 걱정말게."
9써클의 대마법사 시라니안이 가슴을 치면서 장담하자 요델은 더이상 나설수 없었다.두사람은 제국의 최고작위인 공작의 작위를 받은 사람들인데다 한명은 황제의 무술사부,또한명은 제1황후의 할아버지라 비록 자신의 동생들역시 황제의 측실이긴 하지만 겨우 백작의 작위에다 유리아군에서의 경력도 짧은 요델과는 격이 틀렸다.거기다 시라니안은 자신의 아버지와의 모험동료아니었던가?사석에서는 요델을 조카라고 부르는 사람이었다.
양군이 포진한 형태를 살펴보던 지그프리트가 웃음을 터뜨렸다.
"하하!파렌하잇이 지혜로운 장수라더니 육지에서의 싸움은 익숙하지 않은가보군."
"좀 이상한 포진이군요."
요델역시 파렌하잇의 포진에 고개를 갸우뚱했다.
파렌하잇은 20만의 병력을 길게 가로로 포진해있었다.중앙에는 소드마스터 헥토르의 깃발을 휘날리고 있는 기사와 기병들이 준비되어 있고 좌익과 우익에는 잘 훈련되어 있는 듯한 중장보병들이 배치되어 있었다.
"저런식으로 부대를 넓게 벌렸다는건 양익포위전술을 시도해보겠다는 건데 그러려면 극좌익과 우익에 기병을 배치해서 기동력을 최대한 빠르게 해야하는 법이야.저건 너무 멍청한 짓일세."
상대방의 중앙공격을 정예한 병력으로 막으면서 양익,또는 한쪽 측면으로 기동력이 빠른 기병으로 우회공격해서 결정타를 가해 포위섬멸전을 벌이는 것은 유리아가 선황제 얀이 정립한 이래 계속 발휘해온 장기다.하지만 양익 포위의 경우 저렇게 의도를 쉽게 노출해버리면 작전이 탄로나 상대방의 역공을 허용할수도 있는 것이다.가령 포위망을 형성하려면 포진이 얇아진다는 단점이 있으므로 거꾸로 상대방이 중앙을 빨리 돌파해서 자군의 포진을 뭉개버릴수도 있는 것이다.
"기사단이 선두에 나서서 중앙돌파를 시도한다."
얇은 형태로 횡대로 늘어서있는 대유리아동맹군의 포진을 뚫고 돌파에 성공하는 것이 느린 중장보병으로 구성된 상대방의 양익이 자군을 포위하는 것보다 헐씬 빠를것이라는게 지그프리트의 생각이었다.아그네스가 지그프리트에게 충고했다.
"상대방에겐 소드마스터 헥토르가 있습니다.주의를 기울이셔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원래 엘프동맹군을 지휘해야 하는 아그네스지만 소드마스터 헥토르가 있다는 점때문에 지그프리트를 돕기위해서 아그네스는 지휘를 부장에게 맡기고 이쪽에 와 있었다.그러나 지그프리트가 호기로운 표정으로 대답했다.
"하하,너무 걱정 마시지요.그쪽이 저보다 소드마스터의 실력에서는 우위일지 모르지만 마법전력에서는 저희들이 한수 위입니다.중앙돌파에는 큰 어려움이 없을 겁니다."
비록 무골인 지그프리트지만 그래도 지휘능력이 떨어져서 얀이 자신의 호위만을 맡겼던 오스타프와 달리 지그프리트는 그래도 꾸준하게 대군을 지휘해왔다.자신의 무력만을 과신할 생각은 없었고 설사 자신이 헥토르보다 약하다고 해도 아그네스도 있는데다 6서클마법사밖에 없는 상대방에 비해서 이쪽은 대마법사 시라니안이 있었다.7써클 정도의 대마법사급이라도 있다면 어느정도 상대방의 마법에 대응마법을 펼쳐 피해를 줄일수도 있지만 이정도 써클 차이라면 대응마법(상대방이 화염계를 사용하면 이쪽에서는 빙계를 사용하는 식으로 상대방의 마법과 반대속성을 펼쳐 피해를 줄이는 것)도 펼치기 힘들다.
자신있는 표정으로 선두에 나선 지그프리트가 병사들앞에 나섰다.
아크는 이번휴전기간동안 소드마스터이면서 유일하게 드래곤본갑옷이 아니라 예전부터 가지고 있던 드래곤본이 코팅된 갑옷을 갖고 있는 것을 안타깝게 여겨 루시에게 부탁해서 이빨하나를 사용해서 새로 드래곤본갑옷을 2월에 생일을 맞이한 지그프리트에게 선물로 주었다.타는듯한 은색의 드래곤본제 갑옷을 걸친 늠름한 모습의 사령관에게 병사들은 환호성을 질렀다.3군병력 20만은 오랬동안 지그프리트와 생사고락을 함께 해온 병력이고 병사들은 소드마스터에 이른 지그프리트에 대한 신뢰감이 깊었다.
"유리아의 용사들이여!겨우 2만명정도의 수적열세가 겁나더냐?우리는 과거부터 더한 열세에서도 적들을 수차례 격파해왔다.수적우세하나만을 믿고 덤비는 겁장이들에게 쓴맛을 보여주자!"
병사들 역시 지그프리트의 외침에 큰소리를 지르며 호응하고 드디어 지그프리트와 기사들이 선두에 선 유리아군 기병들이 공격해 들어가면서 전투가 시작되었다.지그프리트는 1만명의 병력을 좌익과 우익에 배치해서 혹시라도 포위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 상대방을 견제하게 했다.
유리아군이 돌격해 들어가자 상대방의 화살공격이 시작되었다.일반병들이 사용하는 석궁은 기사들과 기병이 사용하는 갑옷을 뚫으려면 가까운 사거리가 아니면 힘들다.삽시간에 유리아군과 플로린군 기병이 중앙에서 격돌했다.
"오오,당신이 헥토르?"
지그프리트는 바로 얼마전에 잡았던 블랙드래곤의 드래곤본으로 만들어진 검은 갑옷을 걸친 헥토르를 보자 마치 죽었다 살아난 친구를 만난것처럼 반가워했다.무골인 지그프리트로서는 적아를 떠나서 자신이 태어나기도 전에 소드마스터를 이루었다는 검객 헥토르와의 만남은 기쁜 것이었다.
"하하,유리아의 오호장군과 만나게 되어 영광이외다."
헥토르가 여유로운 웃음을 지으면서 맞받았다.검을 사랑하는 헥토르 역시 소드마스터와 만나게 되는 것은 반가운 일이었던 것이었다.
"여유롭게 가르침을 받아보고도 싶지만 지금은 전장,자 검으로 인사를 대신하겠소!"
지그프리트가 오라블레이드를 일으키면서 덤벼들었다.헥토르역시 오라블레이드를 일으키면서 지그프리트와 검을 마주쳤다.
"아깝다.이런 전투가 아니었다면......"
기사간의 일대일대결은 말에서 내려서 실력을 발휘하는 것이 검술의 전부를 내보일수 있다.이런 마상에서의 싸움은 검술의 전부를 보기는 힘들기 때문에 지그프리트로서는 아쉬운감이 없지 않았지만 금새 그런것은 느낄수도 없게 되었다.
- 카아앙
헥토르의 오라블레이드에 스친 지그프리트의 갑옷어깨장식이 떨어져나갔다.지그프리트는 자신이 헥토르와 실력의 차이가 있다는 것을 절감했다.
"죄송합니다!"
둘의 싸움을 멀리에서 확인한 아그네스가 끼어들었다.아그네스의 공격을 막아내느라 헥토르의 기세가 잠시 꺾였다.아그네스가 약한 미안한 표정으로 말했다.
"검사로서의 일대일 승부에 뛰어드는 것은 비겁하지만 이것은 전쟁,부디 이해하시길......."
헥토르는 빙그레 미소를 지었다.전투에 앞서서 벌이는 일대일승부라면 서로 일체의 다른 수작을 벌이지 않고 싸우지만 이런 대규모전투에서 그런예의까지 따질수는 없는 법이었다.오히려 공격하면서 소리를 지른 아그네스는 아주 순진한 행동을 한 것이었다.
"염려마시길,자,마음껏 공격해보시오."
두사람의 소드마스터를 상대하자 헥토르의 진가가 발휘되었다.소드마스터 두사람을 상대하면서 헥토르의 검은 때로는 빠르게,때로는 무겁게 전개되면서 능숙하게 두사람의 소드마스터를 상대했다.최소한 2대1이라면 우위를 보일것으로 생각했던 지그프리트는 헥토르의 실력에 깜짝 놀랐다.
- 콰아앙
- 쿠오오오
양측의 기병들이 서로 한치의 양보도 없이 맞서는 가운데 유리아의 마법사들의 화력지원이 이어졌다.9써클의 대마법사 시라니안은 상급마법을 연발하면서 상대방을 압도해서 마나를 사용할줄 아는 기사들이 부족한 플로린군 기병들은 차츰 밀리고 있었던 것이다.
상대방이 밀려나는 것을 확인한 아그네스가 지그프리트에게 눈짓을 했다.그뜻을 짐작한 지그프리트는 하기 싫은 짓을 해야 한다는 표정으로 한숨을 내쉬면서 말했다.
"확실히 그대는 강하오.그러나 이것은 전쟁이니 이길수있는 모든 수단을 동원하지 않을 수 없구료.이야압!"
지그프리트의 마법검 파이어블레이드가 화염마법을 발하기 시작했다.그리고 아그네스역시 자신의 마법검 플레어소드의 화염마법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소드마스터간의 오라블레이드싸움에서는 마법검을 가지고 있더라도 함부로 사용하지 않는다.마법검의 마법이 발동하면 자신의 오라블레이드가 꺼지는데 상대방의 오라블레이드는 자신의 마법을 파괴할수 있기 때문에 오히려 오라블레이드보다 효용성이 떨어지는 것이다.이탓에 소드마스터는 오라블레이드를 사용할수 없게 될만큼 지치지 않은 이상 마법검이 있더라도 잘 사용하지 않는 것이다.
하지만 지그프리트와 아그네스의 공격은 좀 달랐다.한사람이 오라블레이드로 공격할때는 다른 사람은 마법검의 힘을 이용하니 전혀 다른 성질의 공격이 번갈아 닥치자 헥토르도 점점 열세를 보이기 시작했다.헥토르가 밀리는 모습을 보이자 플로린군이 차츰 뒤로 밀려나기 시작한 것이다.지그프리트의 신호와 함께 강력한 드워프보병들이 밀어닥치기 시작하고 그들을 따라 유리아의 중장보병대가 투입되자 견디지 못한 플로린군이 물러나기 시작하고 헥토르도 물러나 버렸다.
"보병의 투입속도를 늦춰야 합니다.아직 돌파는 성공하지 못했습니다."
"승기를 잡았을때 몰아붙여야 하네.어차피 이렇게 물러나는 적군이라면 곧 돌파구는 뚫릴거야."
요델이 달려와 보병의 투입을 천천히 할것을 주장했짐나 승기를 잡았다고 생각한 지그프리트는 개의치 않았다.지그프리트가 선두에 나선 유리아군이 느린 속도지만 천천히 플로린군을 몰아붙이기 시작했다.그런 요인에는 9써클 마법사인 시라니안의 강력한 마법의 지원탓도 컸다.
이제 조금만 공격을 가하면 플로린군의 중앙을 돌파할수 있다고 생각하며 자신이 선두에 나서 병사들을 다그치며 돌격하고 있는 지그프리트에게 기사들과 함께 싸우고 있던 요델이 달려왔다.
"공작각하!뭔가 이상합니다."
"뭐가 말인가?한참 승기를 잡을 판인데."
조금만 더 밀어붙이면 승기를 잡을 수 있다고 생각해 마음이 바쁜데 딴지를 거는 요델이 귀찮은듯한 지그프리트의 반응에 개의치않고 요델이 서둘러 말했다.
"적병은 밀려나는 듯하지만 진형이 무너지지 않고 있습니다.거기다 좌익과 우익은 그대로 자리를 지키고 있어 이대로 중앙돌파에 전력하면 오히려 우리가 포위망에 스스로 뛰어드는 형국입니다."
요델의 지적에 주변을 황급히 돌아본 지그프리트는 깜짝 놀랐다.상대방의 중앙은 밀려나는듯하면서도 일직선의 횡대진형이 초승달모양으로 휘어지고는 있어도 진형이 유지되고 있고 요델의 지적대로 플로린군의 양익은 제자리를 제대로 지키고 있었다.양익포위대형에서 기병이 확실한 역활을 해줘야 하는 것은 상대방을 포위하는 진형으로 둘러싸기 위해 잽싸게 상대방을 둘러싸기 위해서다.그런데 현재의 형국을 보면 상대방은 기동력을 크게 발휘하지 않고서도 자신들을 포위망으로 유인한것과 비슷한 모양이 된것이다.거기다 자신들은 좁은 중앙에 모든 전력을 차례로 밀어넣다보니 좁은 공간에서 기동력이 크게 둔화되어 있었다.
지그프리트도 수십년을 전장에서 잔뼈가 굵은 사람이다.위험을 직감하고 일단 병사들의 진격속도를 둔화시키려고 하는 참이었다.
- 퍼어엉
약한 폭렬마법의 폭발소리가 들리고 이것은 공격이 아니라 신호용인듯 병사들의 머리위에서 폭발했다.그것과 동시에 동맹군의 포진이 갑자기 바뀌었다.
"앗!"
먼저 동맹군의 가장 왼쪽과 오른쪽의 가장 끝에 있던 병력들이 떨어져 나와 지그프리트가 상대방의 좌익과 우익을 상대하기 위해 남겨둔 병력과 달라 붙었다.비교적 병사들의 숫자가 비슷한 터라 승부는 호각지세였지만 진짜 변화는 중앙에서부터였다.유리아군에 밀리고 있던 플로린군 기병들이 먼저 좌우로 나뉘면서 양쪽으로 물러나고 그 뒤에서 용병들로 구성된 메디아의 보병들이 나타나 유리아군에 달라붙었다.
유리아군은 좁은 공간에서 기병과 보병이 한꺼번에 묶여서 제대로 전투력을 발휘할수 없는 상황에서 사나운 용병들이 달라붙자 당황했다.
"이,이럴수가.용병들이 이렇게 능숙한 전술을....."
원래 메디아는 용병들로 국방력을 유지하는 나라고 용병들은 대륙각지를 떠도는 메디아의 상인들의 호위임무를 자주 맡으면서 강력한 몬스터들과의 실전경험도 많아 전투력은 일반병사들보다 헐씬 뛰어났다.하지만 용병들은 막상 대규모전쟁에서는 제대로 통제가 안 되어서 전력의 강력함을 제대로 살리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점을 개선하기 위해 파렌하잇은 용병들의 직접 지휘를 용병대장들에게 직접 맡기는 방식을 택했다.
메디아는 돈으로 용병을 고용하고 그 병력의 고위지휘관급은 자국의 장수가 맡았는데 보통 이런 장수들의 지위는 상인들의 나라인 메디아답게 재산으로 결정되는 경우가 많았고 이런 장수들이 거친 용병들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 전투력을 제대로 살리지 못하는 것이라고 본 파렌하잇의 설득에 메디아의 장수인 로레시안과 아그도스는 "시험적"이라는 단서를 붙여 메디아군중 용병10만을 파렌하잇에게 맡기고 직접적인 지휘는 용병대장들에게 맡겼다.대신 메디아의 직속병력은 여전히 자신들이 통솔했다.결국 이런 기묘함을 해소하기 위해서 파렌하잇은 이들에게 플로린군을 나눠주었고 플로린군과 메디아군이 반반씩 섞인 기묘한 병력배치는 이런 이유로 정해졌다.
전투가 찰싹 달라붙은 난전형태로 벌어지자 거친용병들의 진가가 발휘되었다.유리아군도 뒤지지 않게 용맹하게 싸웠지만 용병들과 자리를 교체한 플로린기병들이 잽싸게 양익으로 나서 포위망을 완성하려들자 지그프리트는 다급해졌다.
"시라니안님!빨리 대형 마법으로 적을 혼란시켜주십시오.그리고....."
"하하,다시 한번 겨뤄볼까?"
기병들을 수하장수들에게 맡기고 다시 돌아온 헥토르의 모습에 지그프리트는 다급해병?어서 병사들의 지휘통제를 완성하지 못하면 아무리 대마법사가 있더라도 군대는 위험에 처하지 않을수 없었다.다시 아그네스와 함께 헥토르에게 덤벼들려고 했지만 헥토르가 먼저 미소를 지으면서 갑자기 왼손에 검한자루를 더 들었다.
"자네들의 실력은 아주 훌륭했다.그러니 나도 거기에 걸맞게 상대해주지."
순간 지그프리트와 아그네스는 놀라서 입이 벌어지지 않을수 없었다.헥토르는 왼손과 오른손에서 동시에 오라블레이드를 일으키고 있는 것이었다.
"이,이럴수가....."
"말도 안돼!"
오라블레이드는 강력한 마나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검과 일체화한 정신이 담겨야 사용할수 있다는 기술이다.어떻게 한꺼번에 두개의 오라블레이드를 사용한단 말인가,마음이 두개라도 된단 말인가?
"하하,놀랄거 없다.인간의 뇌는 하나가 아니라 양쪽으로 나뉘어 있어서 각각 다른 용도로 쓰이지,양손을 다른 방향으로 사용할수 있는 고련을 하면 이런 기술도 가능하다네."
설명과 함께 시작된 헥토르의 맹공에 지그프리트와 아그네스는 쩔쩔맸다.마법검을 사용하기는 고사하고 양손으로 각각 따로 놀듯이 오라블레이드를 사용하는 헥토르의 기술에 막아내기도 급급했다.
"제기랄!좋았어.내 마법을 한번 받아봐라!"
시라니안은 보통 최전선에 나서지 않고 마법으로 뒤쪽에서 화력지원에 나서는 다른 마법사들과 달리 근력강화마법을 걸고 때로는 백병전에까지 참여하면서 전장가까이에서 마법을 난사해대고는 한다.급한 성격탓에 자기눈으로 제대로 확인을 해야 직성이 풀리는 탓이다.갑자기 아군이 몰리는 듯 하자 시라니안은 최강의 화염계마법인 헬파이어를 한방 적들에게 먹이려고 했다.이렇게 찰싹 달라붙어 있는 상태에서는 아군도 피해를 입겠지만 동시에 적도 밀집해 있기에 몇만명정도를 한꺼번에 없앨수 있었다.
"공작각하,조심하십시오!"
시라니안의 호위기사인 산마노가 황급히 외쳤다.난전이 되어버려서 시라니안을 제대로 못 챙기는 사이 어디서 끌고 왔는지의 다섯대의 대형마차가 시라니안에게 육탄돌격을 해왔다.
"젠장!이따위로 이 시라니안님을....."
순간 시라니안은 발동하려던 헬파이어를 마차들에 날려버렸다.대마법사급인 사리니안의 헬파이어는 이정도 마차쯤은 박살내면서도 위력을 더해 적군에게 작렬할 것이다.그러나.....
- 쿠아아아아
시라니안의 헬파이어가 마차에 명중한 격렬한 지옥의 불꽃을 내뿜으면서 타올라 주변을 덮어 버렸다.불꽃은 삽시간에 주변의 유리아군과 메디아용병을 합쳐 총 4만5천의 병력을 휩쓸어버렸다.
"이,이 빌어먹을 놈들.......마차에 기름을 ........"
시라니안은 9써클 대마법사답게 절대절명의 위기순간에 실드마법을 펼쳐 자신의 마법에 대한 충격을 막아 살아났지만 졸지에 아군병사들도 죽인 꼴이 되어버린 시라니안은 이를 북북 갈았다.사방에 적군과 아군을 가릴것없이 숯덩이가 되어버린 시체뿐이었다.
헬파이어같은 마법을 사용할때는 신중해야한다.마법을 사용할때 화염마법이 작렬해서 최고의 위력을 발하는 위치를 제대로 계산하지 않으면 자칫 화염마법이 작렬한 순간 아군병사들까지 피해를 준다.그래서 마법사들은 대규모전쟁에서 마법을 사용할때 중간에 다른 장애물에 방해를 받지 않게 계산을 잘해야 한다.하지만 시라니안정도의 대마법사쯤되면 얘기가 달라진다.가령 시라니안이 A,B,C의 순서로 놓인 적을 해치우려고 한다고 치자.그런데 이 때 자신과 가장 가까운 A부대에 마법을 사용하면 적들과 달라붙은 아군에도 피해를 준다.이경우 보통 마법사들은 전면에 있는 병사들보다 약간 후방에 있는 B를 타원궤도로 해서 노려야 한다.하지만 시라니안같은 대마법사의 마법은 그런것과는 차원이 다르다.시라니안은 그냥 B의 위치로 마법을 직선궤도로 진행시켜도 마법이 중간에 걸리는 것은 다 파괴하면서 진행해버린다.거기다 시라니안은 마법사로서는 상당히 최전선위치에서 마법을 사용하는 사람이다.
시라니안이 다혈질에다 최전선근처까지 나와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고 있던 파렌하잇은 시라니안의 마법공격을 막아낼 비책으로 대량의 기름마차들을 준비했다.여기에는 여태 시라니안이 대규모전쟁에서 사용해온 마법의 90%이상이 화염계마법이었다는 계산이 바탕이 되었다.
위기에 몰린 유리아군의 활로를 찾으려고 시라니안이 사용한 헬파이어가 기름차에 작렬하는 순간 엄청난 양의 기름이 폭발하고 거기에 놀라 시라니안이 마법의 통제를 놓치는 순간 화염마법은 양군이 대치한 사이에서 작렬해버렸고 결과적으로 양군모두를 불꽃에 휩싸이게 한 것이었다.
"제,제기랄......"
전장에 있는 어떤 마법사도 시라니안을 마법으로 다치게 할수는 없겠지만 우습게도 자신의 마법을 막아내느라고 막대한 힘을 소모해버렸다.원래대로라면 9써클인만큼 맘만 먹으면 헬파이어도 연발이 가능했지만 이제는 최고수준의 마법은 사용하기 버거웠다.
"우와아아!"
엄청난 시라니안의 마법때문에 헝클어진 구멍으로 용병들이 쉴새없이 밀어닥쳤다.시라니안은 이제 대형마법은 사용할수 없어서 중급마법정도로 대처하면서 투덜거렸다.
"젠장!이놈들은 동료들이 잔뜩 죽었는데 겁도 안 나나?"
메디아의 용병들은 목숨을 돈에 거는 것에 별로 두려움을 느끼지 않는 거친자들이 많았다.파렌하잇은 로레시안과 아그도스를 설득해 용병들에게 이번싸움에서 승리하면 계약된 금액 전부를 일시불로 지불하고 사망할 경우에는 그만큼을 다시 유족들에게 지불하게 했다.파렌하잇에게 격전중 한번 대형마법이 작렬하면 그다음부터는 그런 마법이 사용되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해주었기 때문에 용병들은 겁먹지 않고 계속 덤벼들었다.
"에라,받아랏!"
시라니안이 마력을 타격력으로 바꾸어주는 힘의 지팡이를 휘둘러 다가오는 용병한명의 머리를 박살내버렸다.공작이고 대마법사인 시라니안이 직접 지팜이를 휘둘러야 할만큼 유리아군에 대한 포위망이 좁혀들고 있었다.그때 시라니안에게 덤벼드는 또한명의 용병을 베어버린 요델이 시라니안의 앞을 막아서면서 말했다.
"공작각하,이제 틀렸습니다.일단 탈출해야 합니다."
"젠장,이 괘씸한 놈들을 놔두고는......"
"백부님!마법사란 냉정해야 하지 않습니까!"
이미 힘이 빠졌으면서도 고집을 피우려던 시라니안은 요델의 지적에 뜨끔했다.과거 얀과의 모험여행중에도 자주 듣던 소리였다.
<이 자식아!명색이 마법사면 주변상황을 냉정히 파악해야지,성깔만 부리면 어쩌자는거야!>
더욱더 상황을 꼬이게 한 것이 자신의 성급함때문이었다는 자책감때문에 시라니안은 풀이 죽어 요델의 말을 따르지 않을 수 없었다.시라니안은 먼저 블링크(가까운 거리에서 사용하는 순간이동)주문으로 잽싸게 세명의 소드마스터가 격돌하고 있는 근처로 다가가 피닉스윙을 날렸다.일단 헥토르는 몸을 날려 주문을 피했다.
"유리아의 대마법사신가?"
"젠장,오늘은 창피하지만 물러가마!"
아그네스와 지그프리트의 사이로 다가간 시라니안은 다시 블링크주문을 사용해서 잽싸게 피했다.검기를 날려보냈지만 세사람을 잡는데 실패한 헥토르는 빙그레 웃었다.
"역시 대마법사로군......"
간신히 헥토르에게서 달아난 지그프리트는 몹시 부끄러워했지만 이제는 망설일 틈이 없었다.이미 포위망이 닫히기 일보직전이었다.지그프리트와 아그네스라는 소드마스터가 앞장서 돌진해오자 전투의 전체적인 상황을 옆에 마법사를 두고 마법으로 계속 지켜보던 파렌하잇은 포위망이 닫히는 속도를 늦추어 일부러 지그프리트와 아그네스가 선두에선 유리아군이 어느정도 빠져나올때까지 기다리다가 포위망을 닫아버렸다.외곽에 빠져나온 지그프리트는 다시 공격을 가해 포위망을 뚫고 아군을 구하려고 했지만 헥토르가 이끄는 일부병력이 다시 지그프리트를 견제하자 지그프리트는 할수없이 돌아설수밖에 없었다.그래도 후방에 빼둔 경기병들이 달려와 화살 공격을 가해 상대방의 추격은 결국 뿌리칠수 있었다.
달아나던 지그프리트는 니에라숲을 공격하러 보낸 엘프들이 겨우 몇백명정도 기진맥진한 표정으로 돌아오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어떻게 된 일인가요?"
아그네스는 전투결과를 확인한 결과 기가 막혔다.
니에라숲에 다가선 엘프들은 인간들이 숲의 중간쯤에서 매복해있는 것을 알아차렸다.엘프들이 숲에서 강한 것은 단순히 숲에서 빨리 움직이기 때문이 아니라 숲의 변화에 민감하기 때문이기도 하다.거기다 엘프들이 숲에서 움직일때는 어쌔신이 은밀하게 움직이는 것과 맞먹을 정도다.아마 인간들은 알람마법같은 것을 준비해 놓았겠지만 알람마법이 걸려 있다고 해도 엘프들은 뻑뻑한 숲속에서도 상당히 정확한 사격을 하는 것이 가능할 정도로 활솜씨가 뛰어나기때문에 자신이 있었다.예상대로 엘프들이 숲속에서도 화살을 맞출수 있는 거리쯤에 도착했을 때 인간들의 알람마법을 발견한 엘프들은 화살을 날리기 시작했다.바로 그순간이었다.
-구오오오
"끼아악!"
"윽!"
갑자기 강력한 바람이 불면서 엘프들은 사방에서 쓰러지기 시작하는 나무들에 여기저기서 깔려서 움직이지 못하게 되었다.원래 파렌하잇은 니에라숲에 심복 스랏슈가 이끄는 매복병을 보내면서 숲의 나무들을 절반쯤 잘라내게 하고 그곳에 마법사들을 보내 간단한 접착마법을 걸어 잘라낸 나무들을 멀쩡한 것처럼 보이게 했다.엘프들이 숲에 들어오는 것을 확인한 동맹군은 접착마법을 풀리게 한다음 고급의 풍계마법인 윈드캐논을 넓게 확산시켜 발동했고(5써클마법사) 잘려나간 나무들이 일제히 넘어지자 엘프들은 꼼짝없이 거기에 깔려 버린 것이었다.엘프들은 접근하기 시작할때 웬지 숲이 평소와는 다르게 생기가 부족한 것을 느꼈지만 인간들의 살기때문이려니 생각하고 조심스럽게 진군하다가 재앙을 당한 것이었다.아무리 숲에 강한 엘프들이라도 나무에 깔려서는 싸울수가 없다.결국 간신히 나무들을 피한 몇백명만이 빠져나오고 나머지는 전사하거나 포로가 되었다.
완벽하게 패배한 지그프리트는 겨우 살아남은 병력을 수습해서 로레시안-아그도스가 이끄는 동맹군병력과 맞서던 맥시밀리엄이 이끄는 5군병력과 합류한 다음 안전지대까지 물러났지만 처참한 참패였다.동맹군에 소속한 이종족들은 드워프들은 끝까지 싸우다가 대부분 전사하고 백명정도가 포로가 되었으며 엘프들은 나무에 까려 저항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8천명이 포로로 잡혔다.유리아 제 3군은 20만의 병력중 14만명이 전사하고 3만명이 포로로 잡혔다.포위망에서 탈출한 병력은 극히 적었고 그나마 포위망바깥에서 싸운 좌우익의 병력이 생존자의 대부분인 3만의 병력이 유일한 생존자였고 후미에 빼둔 경기병들은 거의 피해가 없었다.
여태 유리아가 동방국가들과 싸운이래,이런 대패를 당한 경험은 아크의 아버지 얀의 시대를 합쳐도 전무했다.지그프리트의 패전소식을 전해들은 유리아군은 서둘러 모든 전선에서의 공격을 중단하고 방어태세로 돌아섰다.
"나를 묶어라."
담담하게 말하는 지그프리트의 말에 장수들과 병사들은 깜짝 놀랐다.제국내에서 4명밖에 없다는 공작중 한명인 지그프리트가 자신을 스스로 낮추려고 드는 것이었다.
"선황제를 모실때부터 전장을 수십년을 누벼왔지만 유리아군이 이런 참패를 당한 것은 내가 처음이다.이런 대죄를 저지르고 무슨 낯으로 폐하를 떳떳이 뵙는단 말인가?"
요델과 아그네스,시라니안이 만류했지만 지그프리트의 고집은 꺾이지 않았다.결국 형틀과 포승으로 구속된채 막사안으로 들어서는 지그프리트의 모습에 가운데에 앉은 아크부터 시작해서 모든 유리아장수들의 얼굴이 흙빛으로 변했다.
"신이 어리석어 유리아군의 명예를 더럽혔습니다.부디 엄벌에 처해주옵소서."
사부의 비참한 모습을 바라보던 아크가 말했다.
"상벌은 상황을 정확히 파악하고 내려야하는 법,전황에 대한 보고를 듣는 것이 먼저요."
기병에 의한 중앙 돌파의 경우 기병에 의해서 돌파구가 생기기 않은 상황에서 보병을 무작정 추가 투입하는 것은 위험한 일이다.그런데 지그프리트는 상대방의 진형이 뒤로 조금씩 밀려나는 것을 돌파구가 생기기 직전으로 착각하고 보병을 좁은 중앙에 추가투입해서 병사들이 밀집하는 것을 자초했다.거기다 사거리가 길고 위력이 강한 활을 가진 우수한 전력인 힛타이트의 경기병을 활용해서 본격적인 전투이전에 활용할수 있었음에도 경기병을 후방에 따로 빼두어 유명무실하게 만들어버렸다.
"요델이 모든 점을 지적해주었습니다만 신이 어리석어서 충고를 듣지 않았습니다."
요델은 본격적인 돌격에 들어가기 전에 경기병들을 이용해서 화살공격으로 동맹군의 진형을 헝클어놓자고 주장했다.또한 지그프리트가 보병의 추가투입을 지시할때 조금 늦추자는 의사를 표시했지만 그것도 지그프리트는 무시했디.형틀을 매단채 고개를 푹 숙이고 있는 지그프리트에게 아크가 다가가 직접 포승과 형틀을 풀어주었다.
"비록 실수가 있었다 하나 여태 지그프리트경이 국가에 봉사한 노고만 해도 그것을 능히 상쇄할만하오.거기다 단순히 패한 것만으로 장수들을 일일히 처벌하면 어떤 장수들이 제대로 살아남겠소?"
좌중에 장수들을 돌아보면서 황제가 하는 말에 그제서야 지그프리트의 오랜 전우였던 다른 장수들이 황제의 조치에 감사를 표했다.아크는 지그프리트의 귀에 대고 살짝 속삭였다.
"제자를 더이상 곤란하게 하지 마십시오.사부님."
지그프리트는 아크가 어렸을때부터 검을 가르친 사람이다.결국 지그프리트는 아크에게 눈물을 흘리면서 감사한뒤 다시 일어서 복장을 바로잡았다.그러나 패전의 책임을 지고 군사령관직을 내놓겠다는 뜻만은 굽히지 않아 결국 공작의 작위는 놔두고 군사령관직은 거둔채 임시로 본진에 있게 했다.일단 소드마스터의 전력을 놀려둘수는 없는 법이니 말이다.
"근위기사단인 레드드래곤과 블랙드래곤을 헨더슨을 근위기사단장으로 삼아 두 기사단을 동시에 지휘하게 한다.요델은 작위를 후작으로 높이고 새로 3군 사령관으로 임명해서 3군을 개편하게 한다."
아크의 인사조치에 신하들은 깜짝 놀랐다.헨더슨은 용병으로는 꽤 이름이 높았지만 유리아의 작위를 받은지도 몇년안되고 대병력을 지휘해본 경험도 부족했다.거기다 아무리 유리아가 이종족들에 관대하지만 하프엘프이기도 했다.
"폐하,요델경은 아직 대병력을 통솔하기엔 부족하지 않을까 합니다."
제국원수인 구스타프의 의견에 아크가 고개를 저었다.
"현재 3군은 정규병력으로 재편성하기에는 무리고 최근에 점령한 지역에서 자원한 병사들이나 용병들을 동원해서 보충해야 하는데 그런 잡다한 병사들을 다루는 것은 과거 용병으로 여러가지 종류의 부대가 섞인 병력들을 많이 지휘해본 요델이 제격이오."
확실히 정규병모집체계가 잘되어 있는 유리아에서는 용병으로 병력을 보충하는 전통이 없어 그런 잡다한 병력들을 제대로 통솔할지는 의문이었다.하지만 올해 처음으로 로키안전선에 배치된 8군사령관 네르츠 후작이 다른 의견을 내놓았다.
"차라리 중앙군에서 내년에 로키안 방면으로 교대배치하게 되어 있는 10군을 미리 교대시키는게 어떻습니까?"
"후방의 안정도 중요하오.이미 작년에 교대시켜 중앙군에 배치한 6군도 가장 피해가 커서 재편성을 하고 있는 마당에 현재 생존자가 3만명도 되지 않는 3군이 10군을 대신할수 있겠나?"
유리아가 지난 2년동안 늘어난 영토는 거의 엄청나고 불어난 인구만 수천만이었다.후방의 안정을 위한 병력또한 매우 중요했고 만신창이가 되어버린 3군으로서는 이 임무를 해내기도 버거웠다.
"일단 서둘러 숫자만 채운다음 전투력이 수준미달로 판단되면 3군과 10군을 교대배치하도록 하겠소."
지그프리트에게 기회를 주자고 주장한 것이 다른 장수들이었기에 끝까지 아크의 의견을 반박할 입장은 되지 못했다.결국 아크의 주장대로 요델은 겨우 한달만에 3군을 기존병력과 다키아,하리만출신의 투항병들과 용병들이 섞인 병력들로 채워 재건시킨다.여러종류의 병사들이 섞여 이후 <키메라군단>이라는 별명을 얻게 되는 3군은 의외로 용병출신인 요델의 세심한 지휘덕에 기존의 부대들에 뒤지지 않는 전력을 보여 로키안전선에 잔류하게 된다.
그리고 차후의 작전에 대해서 아크와 장수들이 의견을 나누고 있을 때 일단 완전히 전멸하다시피한 엘프부대를 위로하고 있던 아그네스가 어두운 얼굴로 막사로 들어와 안 좋은 소식을 전했다.그것은......
"안 됩니다!"
"그랬다간 이종족들과는 완전히 원수가 되어버린단 말이오!"
여태 경험해보지 못한 승전에 완전히 축제분위기였던 대유리아동맹군 막사는 삽시간에 살벌한 분위기로 변했다.원인은 포로들에 대한 처리문제였다.
"우리 메디아군은 전투에 결정적인 역활을 했소!포로들중 절반만 우리에게 달라는데 그게 안된다는 거요?"
메디아장수 로레시안의 어거지에 파렌하잇은 기가 막혔다.엘프포로 8천명중 3분의 1정도인 2천 6백명이 여자들이라는 것이 문제의 발단이었다.엘프들은 원래 전사들에 남자여자를 구분하지 않는다.그래서 병사들의 절반정도는 여자들이었고 이런 아름다운 여인들을 수천명이나 한꺼번에 본 메디아장수 로레시안과 아그도스는 완전히 눈이 뒤집혔다.
동방에서 유통(?)되고 있는 이종족 노예가 20만이라지만 실제로 이십만은 되지 않는다.먼저 이중에 절반정도는 순수 이종족들이 아니라 혼혈인 하프엘프들이 절반정도를 차지했다.하프엘프도 정식국민으로 인정하는 유리아와 달리 동방국가들은 이종족으로 분류하기 때문이다.(하프엘프라고 합법적으로 노예로 삼을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하프엘프역시 인간보다 미모가 뛰어난 경우가 대부분이었고 여건만 되면 동방에서는 노예로 잡아가는 것을 서슴치 않았다)그리고 나머지 10만중 절반정도는 드워프들이다.그러면 나머지 5만은 전부다 엘프냐,그것도 아니다.이중 1만은 바로 <노예농장>이라는 괴상한 사육시설이 시작된 몇년사이에 노예들사이에서 억지로 태어나게 한 아이들이다.엘프들의 성장속도는 느리다.기껏 새로 엘프노예가 태어나 봐야 제대로 된 노예구실을 하려면 100년은 넘게 걸린다.장래성(?)을 봐서 인간노예보다 비싼 가격에 팔리지만 역시 이런 어린것들을 제대로 노예로 부리기는 곤란하다.나머지 4만정도가 대륙동방에서 유통(?)되는 엘프노예로 이들은 남/여가 1:3정도의 비율로 한명이 최소한 인간노예 500명이상의 가격으로 팔린다.
그런 귀한 엘프들을 수천명이나 손에 넣었으니 장수이기 이전에 상인이라고 볼수있는 로레시안과 아그도스의 눈이 뒤집힌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다.
"지금 외교관들은 어떻게든 이종족들을 이번전쟁에서 물러나게 해서 유리아의 전쟁명분을 없애려고 노력중이오!그런데 이종족 포로라고 무조건 노예로 삼아버리면 이종족들이 이제 우리와 대화하려고 할것 같소?"
"누가 이종족만 노예로 삼자고 했소?이번에 잡은 포로들을 전부다 노예로 삼자는 얘기요."
"무슨 말이오!"
로레시안의 말에 발렌타인이 터무니없다는 듯이 고함을 질렀다.
전쟁포로가 노예가 되는 경우가 없는 것은 아니다.실제로 유리아도 합법적인 노예의 한가지 경우를 전쟁포로로 규정하고 있다.그러나 이것은 전쟁도중이 아니라 전쟁이 승패가 갈렸을 때의 경우다.일단 한국가가 다른국가를 병합했을 경우에 이것은 승전국의 아량에 달려있다.그러나 이런 경우는 패전국을 제대로 병합하려는 이상은 어느정도 패전국의 민심도 달래주어야 하기 때문에 병사들을 풀어주어 백성으로 삼는 것이 대부분이었다.그리고 전쟁이 외교적으로 마무리될경우는 서로 포로의 교환이 이루어진다.이때 포로가 부족한 국가는 모자란만큼 돈을 주고 포로를 되돌려받는데 설사 국가가 내지 않더라도 포로가 된사람의 집안에서 돈을 내서라도 되돌려받는다.따라서 전쟁이 진행중인 국가의 경우 일단 승부가 나기전까지는 포로를 함부로 노예로 삼지 않는다.귀족 포로의 경우 전향을 유도하기 위해 좋게 대접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병사들의 경우 국내노역에 동원된다.전쟁의 승패가 나기전에 상대방의 병사들을 노예로 삼아버리면 "이제 너희와는 예의를 갖추고 싸우지 않겠다"라는 의사표시를 하는것과 다름이 없어 상대방의 보복행위를 불러올수 있었다.
"어허,작년에 우리동맹군의 포로들이 모욕을 당했다면서요?거기에 대한 보복으로 본때를 보여주는 거요."
아그도스의 말에 발렌타인은 기가 막혀서 말이 나오지 않았다.작년에 엘리자베스와 레나를 카르넨이 포로로 잡아 다키아에 노예로 팔아넘긴 이후 유리아에서는 그 보복으로 로키안 귀족포로들에게 무거운 형틀을 채우고 강제노역에 동원시켰다.귀족들에 대한 예우로는 상당히 어긋난 일이었다.그러나 먼저 시작한 것이 로키안이라 외교적으로 항의해보지도 못하고 작년에 휴전을 맺을 때 이미 엘리자베스와 레나가 구출된 점을 들어 휴전의 조건으로 귀족포로들에 대한 예우를 전과 같이 돌리는데 동맹은 성공했다.이미 끝난일인만큼 그것을 핑계로 삼는 것은 억지고 사실은 이종족포로들을 노예로 삼기위해 억지를 부리는 거라는 건 어린아이도 사정만 알면 짐작이 가능할 정도였다.
거기다 작년초엔 메디아는 군자금만 지원하고 병사는 보내지 않아 현재 일반병사 15만,귀족6백명에 달하는 동맹군포로들중에 메디아군은 한명도 없었다.동맹이 또 예의에 어긋나는 짓을 할경우 틀림없이 가해질 보복에 대해 메디아에선 피해자가 없는 셈이었다.
그러나 메디아의 장수인 로레시안과 아그도스의 청을 거절하기도 힘들었다.상업국가로 많은 부를 쌓은 메디아는 병력외에 로키안과 플로린에 막대한 재정지원을 하고 있었지만 대륙을 휩쓰는 전쟁으로 수입이 줄어들자 재정지원을 줄이고 싶어하는 눈치였다.메디아의 재정지원이 줄어들면 당장 대유리아동맹군은 막대한 병력유지에 애를 먹을수밖에 없었다.
하프엘프인 헥토르는 기가 막히다는 듯 로레시안과 아그도스의 억지에 말도 나오지 않아 대화에 끼지 않았다.대화에 끼어들면 그들을 베어버리고 싶어질것 같아서였다.
"지금 우리는 목숨을 건 전쟁중이오.그런데 사사로운 욕망으로 대세를 그르치겠다는 것이오?"
분노가 폭발한 파렌하잇이 노골적으로 로레시안을 책망했다.이번에 이종족들을 노예로 팔아버리면 파렌하잇이 바라는 이종족들의 전쟁에서의 이탈은 완전히 물건너가버린다.그러나 물욕에 눈이 뒤집힌 로레시안은 계속 뻔뻔하게 나왔다.
"우리의 용맹한 메디아군이 아니었으면 장군이 에르곤에서 승리했을 것 같소?장군은 정말 은혜도 모르는군."
말도 안되는 억지였다.메디아용병들은 로레시안과 아그도스의 멍청한 지휘가 아니라 자율적으로 능력을 발휘한 덕에 마음껏 전투력을 발휘할수 있었다.거기다 원래 에르곤전투를 결판지은다음 파렌하잇은 로레시안과 아그도스와 맞서고 있던 맥시밀리엄도 이어서 격파하려는 것이 본래의 작전의도였다.그러나 로레시안과 아그도스는 애초에 파렌하잇쪽이 승부를 결판낼때까지 전투를 자제하고 방어에 주력하라는 지시를 무시하고 맞서다가 패해서 3만이상의 손실을 보았다.그나마 지그프리트의 참패에 놀라 맥시밀리엄이 군을 거두어서 피해가 확대되지 않았을 뿐이었다.물에서 건져주니 보따리내놓으라는 것도 아니라 아예 자기가 은인행세를 하려는데 파렌하잇도 기가 막혀서 말이 나오지 않았다.
"이번 전투에 대한 포상은 1등 헥토르,2등 파렌하잇,3등 스랏슈로 하겠소.그러니 포로의 절반을 메디아에 양보하도록 하시오."
"폐하!"
"포상따윈 필요없습니다!이건 절대 해서는 안되는 일입니다!"
이자리에서 가장 높은 위치인 로키안황제 로푸스 5세가 나서서 내린 결론에 발렌타인과 파렌하잇이 펄쩍 뛰었다.그러나 로푸스5세는 요지부동이었다.순간 헥토르가 벌떡 일어나서 인사도 없이 막사를 나서며 뒤도 돌아보지 않고 말했다.
"포상도 필요없고 포로들은 당신들이 다 가지던 말던 알아서 하시오.앞으로 이런 회의에는 참석하지 않겠소."
아무리 헥토르가 플로린의 공작이라지만 로키안황제앞에서 이것은 대단한 무례였다.로푸스5세는 분노해서 얼굴이 으락푸르락해졌지만 헥토르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막사를 나서버렸다.파렌하잇이 당황해서 대신 사과한다음 막사를 나섰다.
"공작각하,화가 나신 것은 이해하지만 차라리 우리가 절반의 이종족포로라도 해방시켜주어야 그나마 이종족들의 분노를 약화시킬수 있습니다.이대로는...."
순간 파렌하잇은 헥토르가 뿜어내는 소드마스터의 살기에 위축되어 옴짝달싹할수 없었다.잠시후 한숨을 쉬며 헥토르가 말했다.
"미안하군.자네는 저런 놈들과 다르다는 것을 아는데 순간적으로 감정을 조절하지 못했네.하지만 저런자들과 협상한다는 것 자체가 나한테는 굴욕일세.앞으로 로키안황제가 나오는 회의에는 일체 참석하지 않겠네."
파렌하잇도 더이상 헥토르를 만류하지 못하고 우두커니 서있을때 발렌타인은 황제인 로푸스5세와 독대한뒤 매달리고 있었다.
"폐하!지금이라도 명을 철회해주십시오.이렇게 하면 이제 이종족들과는 서로간에 멸망하기 직전까지 싸워야 합니다."
"특별히 이종족들때문이 아니라 유리아에 본때를 보이기 위함이야."
발렌타인은 속으로 한숨을 내쉬었다.황제의 본심이 그것이 아니란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원래 계산이 밝은 로푸스5세는 이종족들에 대해서 동쪽에서 흔히 가지는 천대시하는 감정이 있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무조건 적대시하는 사람은 아니었다.그러나 평생의 숙적으로 여기는 얀에게 크게 패한 후 얀이 이종족들에게 평등한 정책을 취하고 그가 가상 사랑했던 부인이 하프엘프라는 것때문에 그는 이종족들에 대해서 강한 적대감을 갖게 되었다.하프엘프에게서 태어난 마린을 자신의 딸로 인정하지 않으려고 했던데는 얀을 의식한 탓이 컸다.
발렌타인의 충고에도 로푸스5세는 요지부동이었다.결국 황제의 고집을 꺾지 못한 발렌타인은 막사를 나오면서 미칠지경이었다.겨우 승리의 기세를 탔건만 귀중한 소드마스터인 헥토르의 감정을 크게 상하게 해버리고 동맹간에는 감정을 노출했다.승리를 거둬도 문제가 생기는 현실에 발렌타인의 머리는 더 아파오기 시작했다.
"이봐,저놈들 며칠전에 새로 들어온 놈들이지?"
"용병길드소개로 합류했다는데 정말 무서운 놈들이었어.저놈들 손에 죽은 유리아군만 수백명이 넘을거야."
승전의 포상으로 술을 나누던 메디아용병들은 검은 갑옷을 걸친 두명의 용병들을 돌아보며 몸서리를 쳤다.저둘의 무서운 기세로 적을 쓰러뜨려 마치 몬스터같은 공포들을 동료들에게까지 주었다.조용히 술을 마시던 두 용병중 한쪽이 히죽 웃으면서 작은 목소리로 동료에게 말했다.
"큭큭,정말 오랜만에 인간들을 실컷 베어댔더니 정말 상쾌하군,난 이래서 인간들이 좋단 말야.엘프들이나 드워프들처럼 고지식하게 자기 영역만 지키고 있지 않고 꾸준하게 이런 재미를 선사해주니까 말야."
"형님,하지만 실력을 다 발휘할수 없으니 너무 아깝소,그 헥토르라는 놈 정말 대단하더군요.그놈처럼 우리도 소드마스터급으로 실력을 발휘하면 헐씬 즐겁게 즐길수 있었을텐데......"
"형님이 말씀하시지 않았느냐?너무 티를 내면 사전에 의심을 받을 수 있다.일단 형님이 유리아군에서 자리를 잡은 다음에 계획을 짜는 거다."
이들은 아크를 노리고 있는 드래곤 3형제중 둘째와 셋째인 아이가스,가르테온이었다.형 슈마리온은 유리아군에 들어가 자리를 잡고 동생들은 대유리아동맹군에서 자리를 잡아 아크가 죽게 만들 기회를 잡기로 한 둘은 형이 잠시 휴식하고 있는 사이에 먼저 대유리아동맹의 메디아군용병에 들어간 다음 이번전투에서도 한껏 인간들의 피를 즐겼다.그들은 앞으로의 싸움에서도 실컷 피맛을 볼것을 기대하면서 술을 즐겼다.
"이자식들이!"
"우리도 적의 포로들을 모조리 노예로 삼아야 합니다!"
상황을 보고받은 유리아의 장수들이 격노해서 분노를 감추지 않았다.원래 유리아의 방식은 철저히 "한대의 따귀는 두대의 발길질로 되돌려준다"였다.유리아는 모독을 당했다고 판단하면 그이상의 보복을 절대 서슴치 않았다.아크가 조용히 생각에 잠기더니 블랙팬텀단장 론에게 물었다.
"저들은 포로들을 어떻게 처리하려고 하나?"
"현재 군영에서 루포넨강변의 도시인 레미르텐까지 끌고 가고 있습니다.그곳에서 배에 실어 후방까지 실어나를것 같습니다."
로레시안과 아그도스는 단순히 아크의 아버지 얀에 대한 반발심때문에 이종족들을 노예로 삼으라는 결정에 찬성한 로푸스 5세가 포로들을 전부 가져도 좋다고 하자 신이나서 군대지휘는 부장들에게 맡기고 직접 2만의 병력을 이끌고 포로들을 이끌고 레미르텐으로 가고 있었다.레미르텐에 도착하면 마음에 드는 엘프노예들은 자기들이 골라서 본국으로 보낼 생각이었다.너무 포로들의 숫자가 많아 이 행군은 금새 유리아의 첩보원들에게 발견되었다.
잠시 지도를 살펴보던 아크가 골뜰히 생각에 잠겼다가 놀라운 말을 했다.
"이들을 짐이 직접 구출한다."
"네?"
"폐하!"
"안 됩니다!"
황제가 직접 나서서 적들의 후방에 침투해서 포로들을 구출해오다니?말도 안 된다며 장군들이 펄펄 뛰었다.그러나 아크의 태도는 단호했다.
작전계획은 이러했다.작전에 참가하는 것은 아크와 자신의 부인들만 간다.마침 레미르텐근처까지는 숲이 이어져있어 비밀리에 적군후방으로 파고드는 것이 가능했다.숲에서 익숙한 엘프들이 이숲을 통해서 교대로 아크와 부인들을 업고 레미르텐근처까지 침투한다.엘프들은 숲에서 말보다 빠른 속력으로 움직인다는 종족이고 아크들을 업는다고 해도 속력을 내는 것은 일도 아니었다.물론 자국의 숲인만큼 로키안의 경비들과 알람마법들이 설치되어 있겠지만 대마법사인 사라와 앤,대정령사인 이리나의 도움이라면 그정도 소수의 인원들을 침투시키는 것은 일도 아니었다.후방인만큼 경비는 허술한 것이고 아크가 포로들을 구출한다음 다시 숲을 통해서 되돌아온다.
너무 황당무계하다시피한 작전에 장군들은 기가 막혔다.수만대군에 필적한 위력을 가진 아크와 부인들이라면 후방에 침투해서 적을 무찌르고 병사들을 구한다는 황당한 작전이 가능할수도 있을 것이었다.그러나 인간과 엘프들을 포함해서 4만의 포로들을 데리고 어떻게 다시 돌아온단 말인가?적에게 포위되면 아크도 위험에 빠질수도 있다.뭣보다 대제국의 군주가 이런작전에 나선다는 것 자체가 황당한 일이었다.
"폐하.이건 너무 무모합니다."
"여기를 보시오."
지도상에 표시된 레미르텐옆의 한곳을 짚으면서 아크가 설명하는 말에 장군들의 안색이 변했다.이 방법은 거의 흑마법에 준하게 사람들에게 안 좋은 인식을 줄수도 있는 방법이었다.
"폐,폐하.이것은....."
"직접적으로 사람들을 해치지 않고 겁만 주겠소.나머지는 약간 외교적 손해를 감수하도록 하지."
막무가내인 아크의 태도에 지그프리트가 다시 나섰다.차라리 자신과 시라니안에게 이번작전을 맡겨달라는 것이었다.후방에 침투한 것이 황제라고 적에게 알려지면 큰일이라는 것이었다.
"절반쯤 탈출했을때 일부러 적에게 내가 침투했다는 것을 알게 할거요."
"폐하!"
"안됩니다!"
다시 구스타프와 로폴트등이 나서면서 반대했지만 아크가 단호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내가 직접 침투했다는 것을 알면 동맹군은 나한테 관심이 집중될거요.그때 약점을 보이는 곳에 집중공격을 퍼붓도록 하시오."
"폐하,그러나....."
"어떻게든 본격적인 승부전에 상대방이 숨겨놓은 카드를 알아내야 하오.만약 그들이 숨겨놓은 것이 뭔지 알아내게 되면 그때는 공격을 중지하시오."
작년에 유리아의 정보조직은 대유리아동맹군이 꽤 나이가 먹은 드래곤을 잡았다는 정보를 획득했다.천오백살이상의 드래곤에게서 얻어낸 드래곤본의 양은 장난이 아닐것이다.비록 드워프들의 기술을 지원받지 못해 제대로 사용할수 있는 양은 적겠지만 드래곤하트만해도 엄청난 보물이었다.
전쟁중에 소드마스터까지 보내서 드래곤을 잡았으니 필시 무언가를 위한 것일텐데 도대체 상대방이 준비하는 것이 무엇인지 감을 잡을수 없었다.확인한것은 소드마스터 네명에게 드래곤본갑옷이 주어졌다는 것 뿐이었다.
원래 아크는 본격적인 싸움이전에 지그프리트와의 싸움에서 상대방이 준비한 것에 대해 알아보려고 했다.최소한 상대방이 준비한 것이 무엇인지 알면 아크는 얼마든지 대처할 자신이 있었다.그런데 파렌하잇은 예상외로 숨겨둔 패를 쓰지도 않고 유리아군에게 승리를 거두었고 아크는 이번기회에 상대방을 몰아붙여 그쪽의 패를 알아보려고 했다.
결국 장군들은 아크의 고집을 꺾지 못했다.애초에 지그프리트대신 로폴트에게 지휘를 맡기려던 아크의 생각을 장군들이 반대했던 것도 패배의 한 원인이었으므로 황제에게 반대의견을 계속하기가 불편했던 것이었다.아크는 근위기사단장인 헨터슨에게 자신의 경호가 철저하게 이뤄지는 것처럼 위장해서 적군이 이쪽의 동태를 짐작할수 없게 하라고 지시한 후 부인들이 대부분인 병력을 이끌고 출발했다.
한편 할렘군단(?)의 출발을 바라보면서 한숨을 내쉬고 있는 사람들이 있었다.
"후유,큰일이군."
"걱정해서 뭐하나,비록 함부로 나서면 안되지만 만약의 경우 우리도 폐하를 도와야 하네,서두르게."
블팩팬텀 0부서의 핸슨과 윌리엄은 아크를 따라가기 위해 서두르기 시작했다.드러나지 않게 아크에게 밀착해서 아크에게 생기는 여자문제의 뒷처리를 하는게 이들의 주임무라지만 위험한 후방침투인만큼 만약의 경우 자신들도 도와야 할지 몰랐다.그러나 핸슨의 대답에 윌리엄은 고개를 저으면서 말했다.
"아니,폐하와 마마들이라면 이런 작전 정도는 성공할거야.내가 걱정하는건 작전의 실패가 아니야."
"그럼?"
웬지 불안함을 느끼며 되묻는 핸슨의 말에 윌리엄이 심각한 표정으올 대답했다.
"이봐,엘프들중에 여자가 2600명이라잖아!도대체 2600명분 뒷처리를 어떻게 하냐고.....틀림없이 황궁은 개축해야 될 거야......"
잠시 얼굴이 굳어졌던 핸슨이 조용히 윌리엄에게 물었다.
"자네 블랙팬텀 들어올때 혹시 빽으로 들어왔나?"
블랙팬텀은 정보조직,철저하게 실력위주로 선발된다.터무니없다는 듯이 손을 흔들면서 윌리엄이 대답했다.
"이사람아 동향에다가 같이 동기로 들어와놓고 웬......"
윌리엄은 웬지 핸슨의 표정이 섬뜩해지자 약간 무서워져서 말을 멈추고 물끄러미 쳐다보았다.그런 윌리엄에게 핸슨이 히죽 웃어보이면서 말했다.
"자네,아들 이제 나이가 여살인데 아주 귀엽더구만......"
"해,핸슨?"
옆에 굴러다니던 몽둥이를 쥐어든 핸슨이 천천히 다가오자 윌리엄은 천천히 뒷걸음질을 쳤다.
"자네가 황실모독으로 잡혀가면 가엾은 가족들에게까지 피해가 갈지 모르지?내 동기로서 우정을 발휘해서 오늘 명줄을 끊어서 그런 액운을 미연에 방지해주겠네."
"이,이봐!"
윌리엄은 일단 도망부터 치고 봐야 했다.핸슨이 인정사정없이 몽둥이를 휘두르기 시작한 것이었다.
"핸슨!진정해!"
"임마!너하고 더 일하다간 네목걱정부터 해야겠다!명색이 첩보원계열이라는 블랙팬텀대원이라는 자식이 입을 그렇게 함부로 놀리니 정말 장래가 걱정이다!네놈 입버릇을 고
또 앳찌씬 전무의 사악한 편입니다.^^;;지루하겠지만 스토리상 필요하니 나중에 뒤처리라도 읽어주세요.^^;;
50.에르곤 전투
에르곤 평야의 아침이 밝아오기 시작했을때 유리아 3군병력 20만,드워프1만,엘프1만,경기병 1만으로 구성된 지그프리트가 이끄는 유리아군 23만과 플로린군 15만,메디아군 10만으로 구성된 대유리아동맹군이 결전을 준비하고 있었다.서쪽에서는 멕시밀리엄이 이끄는 5군이 경기병 1만이 함께 편성된 나머지 절반의 병력을 이끌고 메디아의 로레시안과 아그도스가 이끄는 23만명과 대치하고 있었다.
비록 2만명정도 숫적으로 열세했으나 지그프리트는 자신이 있었다."유리아병사한명은 동쪽병사세명을 능히 상대한다"라는 선제인 얀의 동방원정이래 언제나 정예함을 자랑해온 유리아군인만큼 그정도 숫적열세는 아무것도 아니라는 생각에 지그프리트는 능히 상대방을 쉽게 격파할수 있다고 생각했다.
"엘프들의 부대들을 일단 합류시키는게 어떻습니까?"
근위기사단인 블랙드래곤의 단장이지만 이번에 아크가 지그프리트를 돕기 위해서 파견한 요델이 지그프리트에게 권했다.유리아군이 포진할 곳 우측의 니에라숲에서 적병이 매복해있는 듯 하다는 정찰병의 보고에 지그프리트는 숲에 익숙한 엘프들을 보내 그들을 상대하게 했다.그런데 적이 승부를 걸어오자 곧바로 거기에 응하느라고 결국 양측합쳐 40만이 넘는 대군의 승부에 엘프부대는 사용할수 없게 되었다.
"너무 걱정 말게,엘프들은 숲속의 싸움에 능하지 않나?"
엘프들은 숲속에서 인간들이 평지에서 싸우는 것보다 더 능숙하게 움직이고 귀신같은 화살솜씨때문에 숲에서는 엘프전사 한명이 인간전사 백명을 상대한다고까지 한다.작년말에 숲에 숨어 있던 적의 복병에 길모어의 군대가 낭패를 본것을 기억한 지그프리트는 전투장에서 다른 요소가 끼어드는 것을 막기 위해서 엘프들을 파견한 것이었다.
"하지만 저들은 유리아의 엘프사단과는 다릅니다.차라리 돌격시의 지원에 참여하는 것이 더 낫다고 생각합니다."
엘프들은 체력등의 모든 면에서 인간들보다 우수하지만 성격이 평화적이라 공격적인 싸움에서는 위력이 떨어진다."숲에서는 엘프한명이 인간백명을 상대한다"라는 평은 방어전의 경우이지 지금처럼 준비하고 있는 인간들에 대한 공격에도 효과를 발휘할지는 미지수였다.유리아에 충성을 맹세한 엘프사단에 배속된 엘프들의 경우 동쪽의 인간들에 대한 복수심과 유리아군에게 직접 받은 고련으로 전투력을 극도로 발휘하는 전투기계들이었지만 동맹군엘프들은 이런 전투보다는 차라리 우수한 엘프궁사들의 위력을 발휘해서 돌격시의 지원에 나서주는 것이 더 낫다는게 용병경험으로 여러종족과 여러부류의 싸움을 많이 겪어본 요델의 생각이었다.
"하하,너무 걱정말게 나도 전쟁터에서 잔뼈가 굵은 사람인데 생각이 없겠나?"
"내가 있지 않나?엘프들의 몫까지 충분히 지원해줄테니 걱정말게."
9써클의 대마법사 시라니안이 가슴을 치면서 장담하자 요델은 더이상 나설수 없었다.두사람은 제국의 최고작위인 공작의 작위를 받은 사람들인데다 한명은 황제의 무술사부,또한명은 제1황후의 할아버지라 비록 자신의 동생들역시 황제의 측실이긴 하지만 겨우 백작의 작위에다 유리아군에서의 경력도 짧은 요델과는 격이 틀렸다.거기다 시라니안은 자신의 아버지와의 모험동료아니었던가?사석에서는 요델을 조카라고 부르는 사람이었다.
양군이 포진한 형태를 살펴보던 지그프리트가 웃음을 터뜨렸다.
"하하!파렌하잇이 지혜로운 장수라더니 육지에서의 싸움은 익숙하지 않은가보군."
"좀 이상한 포진이군요."
요델역시 파렌하잇의 포진에 고개를 갸우뚱했다.
파렌하잇은 20만의 병력을 길게 가로로 포진해있었다.중앙에는 소드마스터 헥토르의 깃발을 휘날리고 있는 기사와 기병들이 준비되어 있고 좌익과 우익에는 잘 훈련되어 있는 듯한 중장보병들이 배치되어 있었다.
"저런식으로 부대를 넓게 벌렸다는건 양익포위전술을 시도해보겠다는 건데 그러려면 극좌익과 우익에 기병을 배치해서 기동력을 최대한 빠르게 해야하는 법이야.저건 너무 멍청한 짓일세."
상대방의 중앙공격을 정예한 병력으로 막으면서 양익,또는 한쪽 측면으로 기동력이 빠른 기병으로 우회공격해서 결정타를 가해 포위섬멸전을 벌이는 것은 유리아가 선황제 얀이 정립한 이래 계속 발휘해온 장기다.하지만 양익 포위의 경우 저렇게 의도를 쉽게 노출해버리면 작전이 탄로나 상대방의 역공을 허용할수도 있는 것이다.가령 포위망을 형성하려면 포진이 얇아진다는 단점이 있으므로 거꾸로 상대방이 중앙을 빨리 돌파해서 자군의 포진을 뭉개버릴수도 있는 것이다.
"기사단이 선두에 나서서 중앙돌파를 시도한다."
얇은 형태로 횡대로 늘어서있는 대유리아동맹군의 포진을 뚫고 돌파에 성공하는 것이 느린 중장보병으로 구성된 상대방의 양익이 자군을 포위하는 것보다 헐씬 빠를것이라는게 지그프리트의 생각이었다.아그네스가 지그프리트에게 충고했다.
"상대방에겐 소드마스터 헥토르가 있습니다.주의를 기울이셔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원래 엘프동맹군을 지휘해야 하는 아그네스지만 소드마스터 헥토르가 있다는 점때문에 지그프리트를 돕기위해서 아그네스는 지휘를 부장에게 맡기고 이쪽에 와 있었다.그러나 지그프리트가 호기로운 표정으로 대답했다.
"하하,너무 걱정 마시지요.그쪽이 저보다 소드마스터의 실력에서는 우위일지 모르지만 마법전력에서는 저희들이 한수 위입니다.중앙돌파에는 큰 어려움이 없을 겁니다."
비록 무골인 지그프리트지만 그래도 지휘능력이 떨어져서 얀이 자신의 호위만을 맡겼던 오스타프와 달리 지그프리트는 그래도 꾸준하게 대군을 지휘해왔다.자신의 무력만을 과신할 생각은 없었고 설사 자신이 헥토르보다 약하다고 해도 아그네스도 있는데다 6서클마법사밖에 없는 상대방에 비해서 이쪽은 대마법사 시라니안이 있었다.7써클 정도의 대마법사급이라도 있다면 어느정도 상대방의 마법에 대응마법을 펼쳐 피해를 줄일수도 있지만 이정도 써클 차이라면 대응마법(상대방이 화염계를 사용하면 이쪽에서는 빙계를 사용하는 식으로 상대방의 마법과 반대속성을 펼쳐 피해를 줄이는 것)도 펼치기 힘들다.
자신있는 표정으로 선두에 나선 지그프리트가 병사들앞에 나섰다.
아크는 이번휴전기간동안 소드마스터이면서 유일하게 드래곤본갑옷이 아니라 예전부터 가지고 있던 드래곤본이 코팅된 갑옷을 갖고 있는 것을 안타깝게 여겨 루시에게 부탁해서 이빨하나를 사용해서 새로 드래곤본갑옷을 2월에 생일을 맞이한 지그프리트에게 선물로 주었다.타는듯한 은색의 드래곤본제 갑옷을 걸친 늠름한 모습의 사령관에게 병사들은 환호성을 질렀다.3군병력 20만은 오랬동안 지그프리트와 생사고락을 함께 해온 병력이고 병사들은 소드마스터에 이른 지그프리트에 대한 신뢰감이 깊었다.
"유리아의 용사들이여!겨우 2만명정도의 수적열세가 겁나더냐?우리는 과거부터 더한 열세에서도 적들을 수차례 격파해왔다.수적우세하나만을 믿고 덤비는 겁장이들에게 쓴맛을 보여주자!"
병사들 역시 지그프리트의 외침에 큰소리를 지르며 호응하고 드디어 지그프리트와 기사들이 선두에 선 유리아군 기병들이 공격해 들어가면서 전투가 시작되었다.지그프리트는 1만명의 병력을 좌익과 우익에 배치해서 혹시라도 포위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 상대방을 견제하게 했다.
유리아군이 돌격해 들어가자 상대방의 화살공격이 시작되었다.일반병들이 사용하는 석궁은 기사들과 기병이 사용하는 갑옷을 뚫으려면 가까운 사거리가 아니면 힘들다.삽시간에 유리아군과 플로린군 기병이 중앙에서 격돌했다.
"오오,당신이 헥토르?"
지그프리트는 바로 얼마전에 잡았던 블랙드래곤의 드래곤본으로 만들어진 검은 갑옷을 걸친 헥토르를 보자 마치 죽었다 살아난 친구를 만난것처럼 반가워했다.무골인 지그프리트로서는 적아를 떠나서 자신이 태어나기도 전에 소드마스터를 이루었다는 검객 헥토르와의 만남은 기쁜 것이었다.
"하하,유리아의 오호장군과 만나게 되어 영광이외다."
헥토르가 여유로운 웃음을 지으면서 맞받았다.검을 사랑하는 헥토르 역시 소드마스터와 만나게 되는 것은 반가운 일이었던 것이었다.
"여유롭게 가르침을 받아보고도 싶지만 지금은 전장,자 검으로 인사를 대신하겠소!"
지그프리트가 오라블레이드를 일으키면서 덤벼들었다.헥토르역시 오라블레이드를 일으키면서 지그프리트와 검을 마주쳤다.
"아깝다.이런 전투가 아니었다면......"
기사간의 일대일대결은 말에서 내려서 실력을 발휘하는 것이 검술의 전부를 내보일수 있다.이런 마상에서의 싸움은 검술의 전부를 보기는 힘들기 때문에 지그프리트로서는 아쉬운감이 없지 않았지만 금새 그런것은 느낄수도 없게 되었다.
- 카아앙
헥토르의 오라블레이드에 스친 지그프리트의 갑옷어깨장식이 떨어져나갔다.지그프리트는 자신이 헥토르와 실력의 차이가 있다는 것을 절감했다.
"죄송합니다!"
둘의 싸움을 멀리에서 확인한 아그네스가 끼어들었다.아그네스의 공격을 막아내느라 헥토르의 기세가 잠시 꺾였다.아그네스가 약한 미안한 표정으로 말했다.
"검사로서의 일대일 승부에 뛰어드는 것은 비겁하지만 이것은 전쟁,부디 이해하시길......."
헥토르는 빙그레 미소를 지었다.전투에 앞서서 벌이는 일대일승부라면 서로 일체의 다른 수작을 벌이지 않고 싸우지만 이런 대규모전투에서 그런예의까지 따질수는 없는 법이었다.오히려 공격하면서 소리를 지른 아그네스는 아주 순진한 행동을 한 것이었다.
"염려마시길,자,마음껏 공격해보시오."
두사람의 소드마스터를 상대하자 헥토르의 진가가 발휘되었다.소드마스터 두사람을 상대하면서 헥토르의 검은 때로는 빠르게,때로는 무겁게 전개되면서 능숙하게 두사람의 소드마스터를 상대했다.최소한 2대1이라면 우위를 보일것으로 생각했던 지그프리트는 헥토르의 실력에 깜짝 놀랐다.
- 콰아앙
- 쿠오오오
양측의 기병들이 서로 한치의 양보도 없이 맞서는 가운데 유리아의 마법사들의 화력지원이 이어졌다.9써클의 대마법사 시라니안은 상급마법을 연발하면서 상대방을 압도해서 마나를 사용할줄 아는 기사들이 부족한 플로린군 기병들은 차츰 밀리고 있었던 것이다.
상대방이 밀려나는 것을 확인한 아그네스가 지그프리트에게 눈짓을 했다.그뜻을 짐작한 지그프리트는 하기 싫은 짓을 해야 한다는 표정으로 한숨을 내쉬면서 말했다.
"확실히 그대는 강하오.그러나 이것은 전쟁이니 이길수있는 모든 수단을 동원하지 않을 수 없구료.이야압!"
지그프리트의 마법검 파이어블레이드가 화염마법을 발하기 시작했다.그리고 아그네스역시 자신의 마법검 플레어소드의 화염마법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소드마스터간의 오라블레이드싸움에서는 마법검을 가지고 있더라도 함부로 사용하지 않는다.마법검의 마법이 발동하면 자신의 오라블레이드가 꺼지는데 상대방의 오라블레이드는 자신의 마법을 파괴할수 있기 때문에 오히려 오라블레이드보다 효용성이 떨어지는 것이다.이탓에 소드마스터는 오라블레이드를 사용할수 없게 될만큼 지치지 않은 이상 마법검이 있더라도 잘 사용하지 않는 것이다.
하지만 지그프리트와 아그네스의 공격은 좀 달랐다.한사람이 오라블레이드로 공격할때는 다른 사람은 마법검의 힘을 이용하니 전혀 다른 성질의 공격이 번갈아 닥치자 헥토르도 점점 열세를 보이기 시작했다.헥토르가 밀리는 모습을 보이자 플로린군이 차츰 뒤로 밀려나기 시작한 것이다.지그프리트의 신호와 함께 강력한 드워프보병들이 밀어닥치기 시작하고 그들을 따라 유리아의 중장보병대가 투입되자 견디지 못한 플로린군이 물러나기 시작하고 헥토르도 물러나 버렸다.
"보병의 투입속도를 늦춰야 합니다.아직 돌파는 성공하지 못했습니다."
"승기를 잡았을때 몰아붙여야 하네.어차피 이렇게 물러나는 적군이라면 곧 돌파구는 뚫릴거야."
요델이 달려와 보병의 투입을 천천히 할것을 주장했짐나 승기를 잡았다고 생각한 지그프리트는 개의치 않았다.지그프리트가 선두에 나선 유리아군이 느린 속도지만 천천히 플로린군을 몰아붙이기 시작했다.그런 요인에는 9써클 마법사인 시라니안의 강력한 마법의 지원탓도 컸다.
이제 조금만 공격을 가하면 플로린군의 중앙을 돌파할수 있다고 생각하며 자신이 선두에 나서 병사들을 다그치며 돌격하고 있는 지그프리트에게 기사들과 함께 싸우고 있던 요델이 달려왔다.
"공작각하!뭔가 이상합니다."
"뭐가 말인가?한참 승기를 잡을 판인데."
조금만 더 밀어붙이면 승기를 잡을 수 있다고 생각해 마음이 바쁜데 딴지를 거는 요델이 귀찮은듯한 지그프리트의 반응에 개의치않고 요델이 서둘러 말했다.
"적병은 밀려나는 듯하지만 진형이 무너지지 않고 있습니다.거기다 좌익과 우익은 그대로 자리를 지키고 있어 이대로 중앙돌파에 전력하면 오히려 우리가 포위망에 스스로 뛰어드는 형국입니다."
요델의 지적에 주변을 황급히 돌아본 지그프리트는 깜짝 놀랐다.상대방의 중앙은 밀려나는듯하면서도 일직선의 횡대진형이 초승달모양으로 휘어지고는 있어도 진형이 유지되고 있고 요델의 지적대로 플로린군의 양익은 제자리를 제대로 지키고 있었다.양익포위대형에서 기병이 확실한 역활을 해줘야 하는 것은 상대방을 포위하는 진형으로 둘러싸기 위해 잽싸게 상대방을 둘러싸기 위해서다.그런데 현재의 형국을 보면 상대방은 기동력을 크게 발휘하지 않고서도 자신들을 포위망으로 유인한것과 비슷한 모양이 된것이다.거기다 자신들은 좁은 중앙에 모든 전력을 차례로 밀어넣다보니 좁은 공간에서 기동력이 크게 둔화되어 있었다.
지그프리트도 수십년을 전장에서 잔뼈가 굵은 사람이다.위험을 직감하고 일단 병사들의 진격속도를 둔화시키려고 하는 참이었다.
- 퍼어엉
약한 폭렬마법의 폭발소리가 들리고 이것은 공격이 아니라 신호용인듯 병사들의 머리위에서 폭발했다.그것과 동시에 동맹군의 포진이 갑자기 바뀌었다.
"앗!"
먼저 동맹군의 가장 왼쪽과 오른쪽의 가장 끝에 있던 병력들이 떨어져 나와 지그프리트가 상대방의 좌익과 우익을 상대하기 위해 남겨둔 병력과 달라 붙었다.비교적 병사들의 숫자가 비슷한 터라 승부는 호각지세였지만 진짜 변화는 중앙에서부터였다.유리아군에 밀리고 있던 플로린군 기병들이 먼저 좌우로 나뉘면서 양쪽으로 물러나고 그 뒤에서 용병들로 구성된 메디아의 보병들이 나타나 유리아군에 달라붙었다.
유리아군은 좁은 공간에서 기병과 보병이 한꺼번에 묶여서 제대로 전투력을 발휘할수 없는 상황에서 사나운 용병들이 달라붙자 당황했다.
"이,이럴수가.용병들이 이렇게 능숙한 전술을....."
원래 메디아는 용병들로 국방력을 유지하는 나라고 용병들은 대륙각지를 떠도는 메디아의 상인들의 호위임무를 자주 맡으면서 강력한 몬스터들과의 실전경험도 많아 전투력은 일반병사들보다 헐씬 뛰어났다.하지만 용병들은 막상 대규모전쟁에서는 제대로 통제가 안 되어서 전력의 강력함을 제대로 살리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점을 개선하기 위해 파렌하잇은 용병들의 직접 지휘를 용병대장들에게 직접 맡기는 방식을 택했다.
메디아는 돈으로 용병을 고용하고 그 병력의 고위지휘관급은 자국의 장수가 맡았는데 보통 이런 장수들의 지위는 상인들의 나라인 메디아답게 재산으로 결정되는 경우가 많았고 이런 장수들이 거친 용병들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 전투력을 제대로 살리지 못하는 것이라고 본 파렌하잇의 설득에 메디아의 장수인 로레시안과 아그도스는 "시험적"이라는 단서를 붙여 메디아군중 용병10만을 파렌하잇에게 맡기고 직접적인 지휘는 용병대장들에게 맡겼다.대신 메디아의 직속병력은 여전히 자신들이 통솔했다.결국 이런 기묘함을 해소하기 위해서 파렌하잇은 이들에게 플로린군을 나눠주었고 플로린군과 메디아군이 반반씩 섞인 기묘한 병력배치는 이런 이유로 정해졌다.
전투가 찰싹 달라붙은 난전형태로 벌어지자 거친용병들의 진가가 발휘되었다.유리아군도 뒤지지 않게 용맹하게 싸웠지만 용병들과 자리를 교체한 플로린기병들이 잽싸게 양익으로 나서 포위망을 완성하려들자 지그프리트는 다급해졌다.
"시라니안님!빨리 대형 마법으로 적을 혼란시켜주십시오.그리고....."
"하하,다시 한번 겨뤄볼까?"
기병들을 수하장수들에게 맡기고 다시 돌아온 헥토르의 모습에 지그프리트는 다급해병?어서 병사들의 지휘통제를 완성하지 못하면 아무리 대마법사가 있더라도 군대는 위험에 처하지 않을수 없었다.다시 아그네스와 함께 헥토르에게 덤벼들려고 했지만 헥토르가 먼저 미소를 지으면서 갑자기 왼손에 검한자루를 더 들었다.
"자네들의 실력은 아주 훌륭했다.그러니 나도 거기에 걸맞게 상대해주지."
순간 지그프리트와 아그네스는 놀라서 입이 벌어지지 않을수 없었다.헥토르는 왼손과 오른손에서 동시에 오라블레이드를 일으키고 있는 것이었다.
"이,이럴수가....."
"말도 안돼!"
오라블레이드는 강력한 마나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검과 일체화한 정신이 담겨야 사용할수 있다는 기술이다.어떻게 한꺼번에 두개의 오라블레이드를 사용한단 말인가,마음이 두개라도 된단 말인가?
"하하,놀랄거 없다.인간의 뇌는 하나가 아니라 양쪽으로 나뉘어 있어서 각각 다른 용도로 쓰이지,양손을 다른 방향으로 사용할수 있는 고련을 하면 이런 기술도 가능하다네."
설명과 함께 시작된 헥토르의 맹공에 지그프리트와 아그네스는 쩔쩔맸다.마법검을 사용하기는 고사하고 양손으로 각각 따로 놀듯이 오라블레이드를 사용하는 헥토르의 기술에 막아내기도 급급했다.
"제기랄!좋았어.내 마법을 한번 받아봐라!"
시라니안은 보통 최전선에 나서지 않고 마법으로 뒤쪽에서 화력지원에 나서는 다른 마법사들과 달리 근력강화마법을 걸고 때로는 백병전에까지 참여하면서 전장가까이에서 마법을 난사해대고는 한다.급한 성격탓에 자기눈으로 제대로 확인을 해야 직성이 풀리는 탓이다.갑자기 아군이 몰리는 듯 하자 시라니안은 최강의 화염계마법인 헬파이어를 한방 적들에게 먹이려고 했다.이렇게 찰싹 달라붙어 있는 상태에서는 아군도 피해를 입겠지만 동시에 적도 밀집해 있기에 몇만명정도를 한꺼번에 없앨수 있었다.
"공작각하,조심하십시오!"
시라니안의 호위기사인 산마노가 황급히 외쳤다.난전이 되어버려서 시라니안을 제대로 못 챙기는 사이 어디서 끌고 왔는지의 다섯대의 대형마차가 시라니안에게 육탄돌격을 해왔다.
"젠장!이따위로 이 시라니안님을....."
순간 시라니안은 발동하려던 헬파이어를 마차들에 날려버렸다.대마법사급인 사리니안의 헬파이어는 이정도 마차쯤은 박살내면서도 위력을 더해 적군에게 작렬할 것이다.그러나.....
- 쿠아아아아
시라니안의 헬파이어가 마차에 명중한 격렬한 지옥의 불꽃을 내뿜으면서 타올라 주변을 덮어 버렸다.불꽃은 삽시간에 주변의 유리아군과 메디아용병을 합쳐 총 4만5천의 병력을 휩쓸어버렸다.
"이,이 빌어먹을 놈들.......마차에 기름을 ........"
시라니안은 9써클 대마법사답게 절대절명의 위기순간에 실드마법을 펼쳐 자신의 마법에 대한 충격을 막아 살아났지만 졸지에 아군병사들도 죽인 꼴이 되어버린 시라니안은 이를 북북 갈았다.사방에 적군과 아군을 가릴것없이 숯덩이가 되어버린 시체뿐이었다.
헬파이어같은 마법을 사용할때는 신중해야한다.마법을 사용할때 화염마법이 작렬해서 최고의 위력을 발하는 위치를 제대로 계산하지 않으면 자칫 화염마법이 작렬한 순간 아군병사들까지 피해를 준다.그래서 마법사들은 대규모전쟁에서 마법을 사용할때 중간에 다른 장애물에 방해를 받지 않게 계산을 잘해야 한다.하지만 시라니안정도의 대마법사쯤되면 얘기가 달라진다.가령 시라니안이 A,B,C의 순서로 놓인 적을 해치우려고 한다고 치자.그런데 이 때 자신과 가장 가까운 A부대에 마법을 사용하면 적들과 달라붙은 아군에도 피해를 준다.이경우 보통 마법사들은 전면에 있는 병사들보다 약간 후방에 있는 B를 타원궤도로 해서 노려야 한다.하지만 시라니안같은 대마법사의 마법은 그런것과는 차원이 다르다.시라니안은 그냥 B의 위치로 마법을 직선궤도로 진행시켜도 마법이 중간에 걸리는 것은 다 파괴하면서 진행해버린다.거기다 시라니안은 마법사로서는 상당히 최전선위치에서 마법을 사용하는 사람이다.
시라니안이 다혈질에다 최전선근처까지 나와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고 있던 파렌하잇은 시라니안의 마법공격을 막아낼 비책으로 대량의 기름마차들을 준비했다.여기에는 여태 시라니안이 대규모전쟁에서 사용해온 마법의 90%이상이 화염계마법이었다는 계산이 바탕이 되었다.
위기에 몰린 유리아군의 활로를 찾으려고 시라니안이 사용한 헬파이어가 기름차에 작렬하는 순간 엄청난 양의 기름이 폭발하고 거기에 놀라 시라니안이 마법의 통제를 놓치는 순간 화염마법은 양군이 대치한 사이에서 작렬해버렸고 결과적으로 양군모두를 불꽃에 휩싸이게 한 것이었다.
"제,제기랄......"
전장에 있는 어떤 마법사도 시라니안을 마법으로 다치게 할수는 없겠지만 우습게도 자신의 마법을 막아내느라고 막대한 힘을 소모해버렸다.원래대로라면 9써클인만큼 맘만 먹으면 헬파이어도 연발이 가능했지만 이제는 최고수준의 마법은 사용하기 버거웠다.
"우와아아!"
엄청난 시라니안의 마법때문에 헝클어진 구멍으로 용병들이 쉴새없이 밀어닥쳤다.시라니안은 이제 대형마법은 사용할수 없어서 중급마법정도로 대처하면서 투덜거렸다.
"젠장!이놈들은 동료들이 잔뜩 죽었는데 겁도 안 나나?"
메디아의 용병들은 목숨을 돈에 거는 것에 별로 두려움을 느끼지 않는 거친자들이 많았다.파렌하잇은 로레시안과 아그도스를 설득해 용병들에게 이번싸움에서 승리하면 계약된 금액 전부를 일시불로 지불하고 사망할 경우에는 그만큼을 다시 유족들에게 지불하게 했다.파렌하잇에게 격전중 한번 대형마법이 작렬하면 그다음부터는 그런 마법이 사용되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해주었기 때문에 용병들은 겁먹지 않고 계속 덤벼들었다.
"에라,받아랏!"
시라니안이 마력을 타격력으로 바꾸어주는 힘의 지팡이를 휘둘러 다가오는 용병한명의 머리를 박살내버렸다.공작이고 대마법사인 시라니안이 직접 지팜이를 휘둘러야 할만큼 유리아군에 대한 포위망이 좁혀들고 있었다.그때 시라니안에게 덤벼드는 또한명의 용병을 베어버린 요델이 시라니안의 앞을 막아서면서 말했다.
"공작각하,이제 틀렸습니다.일단 탈출해야 합니다."
"젠장,이 괘씸한 놈들을 놔두고는......"
"백부님!마법사란 냉정해야 하지 않습니까!"
이미 힘이 빠졌으면서도 고집을 피우려던 시라니안은 요델의 지적에 뜨끔했다.과거 얀과의 모험여행중에도 자주 듣던 소리였다.
<이 자식아!명색이 마법사면 주변상황을 냉정히 파악해야지,성깔만 부리면 어쩌자는거야!>
더욱더 상황을 꼬이게 한 것이 자신의 성급함때문이었다는 자책감때문에 시라니안은 풀이 죽어 요델의 말을 따르지 않을 수 없었다.시라니안은 먼저 블링크(가까운 거리에서 사용하는 순간이동)주문으로 잽싸게 세명의 소드마스터가 격돌하고 있는 근처로 다가가 피닉스윙을 날렸다.일단 헥토르는 몸을 날려 주문을 피했다.
"유리아의 대마법사신가?"
"젠장,오늘은 창피하지만 물러가마!"
아그네스와 지그프리트의 사이로 다가간 시라니안은 다시 블링크주문을 사용해서 잽싸게 피했다.검기를 날려보냈지만 세사람을 잡는데 실패한 헥토르는 빙그레 웃었다.
"역시 대마법사로군......"
간신히 헥토르에게서 달아난 지그프리트는 몹시 부끄러워했지만 이제는 망설일 틈이 없었다.이미 포위망이 닫히기 일보직전이었다.지그프리트와 아그네스라는 소드마스터가 앞장서 돌진해오자 전투의 전체적인 상황을 옆에 마법사를 두고 마법으로 계속 지켜보던 파렌하잇은 포위망이 닫히는 속도를 늦추어 일부러 지그프리트와 아그네스가 선두에선 유리아군이 어느정도 빠져나올때까지 기다리다가 포위망을 닫아버렸다.외곽에 빠져나온 지그프리트는 다시 공격을 가해 포위망을 뚫고 아군을 구하려고 했지만 헥토르가 이끄는 일부병력이 다시 지그프리트를 견제하자 지그프리트는 할수없이 돌아설수밖에 없었다.그래도 후방에 빼둔 경기병들이 달려와 화살 공격을 가해 상대방의 추격은 결국 뿌리칠수 있었다.
달아나던 지그프리트는 니에라숲을 공격하러 보낸 엘프들이 겨우 몇백명정도 기진맥진한 표정으로 돌아오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어떻게 된 일인가요?"
아그네스는 전투결과를 확인한 결과 기가 막혔다.
니에라숲에 다가선 엘프들은 인간들이 숲의 중간쯤에서 매복해있는 것을 알아차렸다.엘프들이 숲에서 강한 것은 단순히 숲에서 빨리 움직이기 때문이 아니라 숲의 변화에 민감하기 때문이기도 하다.거기다 엘프들이 숲에서 움직일때는 어쌔신이 은밀하게 움직이는 것과 맞먹을 정도다.아마 인간들은 알람마법같은 것을 준비해 놓았겠지만 알람마법이 걸려 있다고 해도 엘프들은 뻑뻑한 숲속에서도 상당히 정확한 사격을 하는 것이 가능할 정도로 활솜씨가 뛰어나기때문에 자신이 있었다.예상대로 엘프들이 숲속에서도 화살을 맞출수 있는 거리쯤에 도착했을 때 인간들의 알람마법을 발견한 엘프들은 화살을 날리기 시작했다.바로 그순간이었다.
-구오오오
"끼아악!"
"윽!"
갑자기 강력한 바람이 불면서 엘프들은 사방에서 쓰러지기 시작하는 나무들에 여기저기서 깔려서 움직이지 못하게 되었다.원래 파렌하잇은 니에라숲에 심복 스랏슈가 이끄는 매복병을 보내면서 숲의 나무들을 절반쯤 잘라내게 하고 그곳에 마법사들을 보내 간단한 접착마법을 걸어 잘라낸 나무들을 멀쩡한 것처럼 보이게 했다.엘프들이 숲에 들어오는 것을 확인한 동맹군은 접착마법을 풀리게 한다음 고급의 풍계마법인 윈드캐논을 넓게 확산시켜 발동했고(5써클마법사) 잘려나간 나무들이 일제히 넘어지자 엘프들은 꼼짝없이 거기에 깔려 버린 것이었다.엘프들은 접근하기 시작할때 웬지 숲이 평소와는 다르게 생기가 부족한 것을 느꼈지만 인간들의 살기때문이려니 생각하고 조심스럽게 진군하다가 재앙을 당한 것이었다.아무리 숲에 강한 엘프들이라도 나무에 깔려서는 싸울수가 없다.결국 간신히 나무들을 피한 몇백명만이 빠져나오고 나머지는 전사하거나 포로가 되었다.
완벽하게 패배한 지그프리트는 겨우 살아남은 병력을 수습해서 로레시안-아그도스가 이끄는 동맹군병력과 맞서던 맥시밀리엄이 이끄는 5군병력과 합류한 다음 안전지대까지 물러났지만 처참한 참패였다.동맹군에 소속한 이종족들은 드워프들은 끝까지 싸우다가 대부분 전사하고 백명정도가 포로가 되었으며 엘프들은 나무에 까려 저항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8천명이 포로로 잡혔다.유리아 제 3군은 20만의 병력중 14만명이 전사하고 3만명이 포로로 잡혔다.포위망에서 탈출한 병력은 극히 적었고 그나마 포위망바깥에서 싸운 좌우익의 병력이 생존자의 대부분인 3만의 병력이 유일한 생존자였고 후미에 빼둔 경기병들은 거의 피해가 없었다.
여태 유리아가 동방국가들과 싸운이래,이런 대패를 당한 경험은 아크의 아버지 얀의 시대를 합쳐도 전무했다.지그프리트의 패전소식을 전해들은 유리아군은 서둘러 모든 전선에서의 공격을 중단하고 방어태세로 돌아섰다.
"나를 묶어라."
담담하게 말하는 지그프리트의 말에 장수들과 병사들은 깜짝 놀랐다.제국내에서 4명밖에 없다는 공작중 한명인 지그프리트가 자신을 스스로 낮추려고 드는 것이었다.
"선황제를 모실때부터 전장을 수십년을 누벼왔지만 유리아군이 이런 참패를 당한 것은 내가 처음이다.이런 대죄를 저지르고 무슨 낯으로 폐하를 떳떳이 뵙는단 말인가?"
요델과 아그네스,시라니안이 만류했지만 지그프리트의 고집은 꺾이지 않았다.결국 형틀과 포승으로 구속된채 막사안으로 들어서는 지그프리트의 모습에 가운데에 앉은 아크부터 시작해서 모든 유리아장수들의 얼굴이 흙빛으로 변했다.
"신이 어리석어 유리아군의 명예를 더럽혔습니다.부디 엄벌에 처해주옵소서."
사부의 비참한 모습을 바라보던 아크가 말했다.
"상벌은 상황을 정확히 파악하고 내려야하는 법,전황에 대한 보고를 듣는 것이 먼저요."
기병에 의한 중앙 돌파의 경우 기병에 의해서 돌파구가 생기기 않은 상황에서 보병을 무작정 추가 투입하는 것은 위험한 일이다.그런데 지그프리트는 상대방의 진형이 뒤로 조금씩 밀려나는 것을 돌파구가 생기기 직전으로 착각하고 보병을 좁은 중앙에 추가투입해서 병사들이 밀집하는 것을 자초했다.거기다 사거리가 길고 위력이 강한 활을 가진 우수한 전력인 힛타이트의 경기병을 활용해서 본격적인 전투이전에 활용할수 있었음에도 경기병을 후방에 따로 빼두어 유명무실하게 만들어버렸다.
"요델이 모든 점을 지적해주었습니다만 신이 어리석어서 충고를 듣지 않았습니다."
요델은 본격적인 돌격에 들어가기 전에 경기병들을 이용해서 화살공격으로 동맹군의 진형을 헝클어놓자고 주장했다.또한 지그프리트가 보병의 추가투입을 지시할때 조금 늦추자는 의사를 표시했지만 그것도 지그프리트는 무시했디.형틀을 매단채 고개를 푹 숙이고 있는 지그프리트에게 아크가 다가가 직접 포승과 형틀을 풀어주었다.
"비록 실수가 있었다 하나 여태 지그프리트경이 국가에 봉사한 노고만 해도 그것을 능히 상쇄할만하오.거기다 단순히 패한 것만으로 장수들을 일일히 처벌하면 어떤 장수들이 제대로 살아남겠소?"
좌중에 장수들을 돌아보면서 황제가 하는 말에 그제서야 지그프리트의 오랜 전우였던 다른 장수들이 황제의 조치에 감사를 표했다.아크는 지그프리트의 귀에 대고 살짝 속삭였다.
"제자를 더이상 곤란하게 하지 마십시오.사부님."
지그프리트는 아크가 어렸을때부터 검을 가르친 사람이다.결국 지그프리트는 아크에게 눈물을 흘리면서 감사한뒤 다시 일어서 복장을 바로잡았다.그러나 패전의 책임을 지고 군사령관직을 내놓겠다는 뜻만은 굽히지 않아 결국 공작의 작위는 놔두고 군사령관직은 거둔채 임시로 본진에 있게 했다.일단 소드마스터의 전력을 놀려둘수는 없는 법이니 말이다.
"근위기사단인 레드드래곤과 블랙드래곤을 헨더슨을 근위기사단장으로 삼아 두 기사단을 동시에 지휘하게 한다.요델은 작위를 후작으로 높이고 새로 3군 사령관으로 임명해서 3군을 개편하게 한다."
아크의 인사조치에 신하들은 깜짝 놀랐다.헨더슨은 용병으로는 꽤 이름이 높았지만 유리아의 작위를 받은지도 몇년안되고 대병력을 지휘해본 경험도 부족했다.거기다 아무리 유리아가 이종족들에 관대하지만 하프엘프이기도 했다.
"폐하,요델경은 아직 대병력을 통솔하기엔 부족하지 않을까 합니다."
제국원수인 구스타프의 의견에 아크가 고개를 저었다.
"현재 3군은 정규병력으로 재편성하기에는 무리고 최근에 점령한 지역에서 자원한 병사들이나 용병들을 동원해서 보충해야 하는데 그런 잡다한 병사들을 다루는 것은 과거 용병으로 여러가지 종류의 부대가 섞인 병력들을 많이 지휘해본 요델이 제격이오."
확실히 정규병모집체계가 잘되어 있는 유리아에서는 용병으로 병력을 보충하는 전통이 없어 그런 잡다한 병력들을 제대로 통솔할지는 의문이었다.하지만 올해 처음으로 로키안전선에 배치된 8군사령관 네르츠 후작이 다른 의견을 내놓았다.
"차라리 중앙군에서 내년에 로키안 방면으로 교대배치하게 되어 있는 10군을 미리 교대시키는게 어떻습니까?"
"후방의 안정도 중요하오.이미 작년에 교대시켜 중앙군에 배치한 6군도 가장 피해가 커서 재편성을 하고 있는 마당에 현재 생존자가 3만명도 되지 않는 3군이 10군을 대신할수 있겠나?"
유리아가 지난 2년동안 늘어난 영토는 거의 엄청나고 불어난 인구만 수천만이었다.후방의 안정을 위한 병력또한 매우 중요했고 만신창이가 되어버린 3군으로서는 이 임무를 해내기도 버거웠다.
"일단 서둘러 숫자만 채운다음 전투력이 수준미달로 판단되면 3군과 10군을 교대배치하도록 하겠소."
지그프리트에게 기회를 주자고 주장한 것이 다른 장수들이었기에 끝까지 아크의 의견을 반박할 입장은 되지 못했다.결국 아크의 주장대로 요델은 겨우 한달만에 3군을 기존병력과 다키아,하리만출신의 투항병들과 용병들이 섞인 병력들로 채워 재건시킨다.여러종류의 병사들이 섞여 이후 <키메라군단>이라는 별명을 얻게 되는 3군은 의외로 용병출신인 요델의 세심한 지휘덕에 기존의 부대들에 뒤지지 않는 전력을 보여 로키안전선에 잔류하게 된다.
그리고 차후의 작전에 대해서 아크와 장수들이 의견을 나누고 있을 때 일단 완전히 전멸하다시피한 엘프부대를 위로하고 있던 아그네스가 어두운 얼굴로 막사로 들어와 안 좋은 소식을 전했다.그것은......
"안 됩니다!"
"그랬다간 이종족들과는 완전히 원수가 되어버린단 말이오!"
여태 경험해보지 못한 승전에 완전히 축제분위기였던 대유리아동맹군 막사는 삽시간에 살벌한 분위기로 변했다.원인은 포로들에 대한 처리문제였다.
"우리 메디아군은 전투에 결정적인 역활을 했소!포로들중 절반만 우리에게 달라는데 그게 안된다는 거요?"
메디아장수 로레시안의 어거지에 파렌하잇은 기가 막혔다.엘프포로 8천명중 3분의 1정도인 2천 6백명이 여자들이라는 것이 문제의 발단이었다.엘프들은 원래 전사들에 남자여자를 구분하지 않는다.그래서 병사들의 절반정도는 여자들이었고 이런 아름다운 여인들을 수천명이나 한꺼번에 본 메디아장수 로레시안과 아그도스는 완전히 눈이 뒤집혔다.
동방에서 유통(?)되고 있는 이종족 노예가 20만이라지만 실제로 이십만은 되지 않는다.먼저 이중에 절반정도는 순수 이종족들이 아니라 혼혈인 하프엘프들이 절반정도를 차지했다.하프엘프도 정식국민으로 인정하는 유리아와 달리 동방국가들은 이종족으로 분류하기 때문이다.(하프엘프라고 합법적으로 노예로 삼을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하프엘프역시 인간보다 미모가 뛰어난 경우가 대부분이었고 여건만 되면 동방에서는 노예로 잡아가는 것을 서슴치 않았다)그리고 나머지 10만중 절반정도는 드워프들이다.그러면 나머지 5만은 전부다 엘프냐,그것도 아니다.이중 1만은 바로 <노예농장>이라는 괴상한 사육시설이 시작된 몇년사이에 노예들사이에서 억지로 태어나게 한 아이들이다.엘프들의 성장속도는 느리다.기껏 새로 엘프노예가 태어나 봐야 제대로 된 노예구실을 하려면 100년은 넘게 걸린다.장래성(?)을 봐서 인간노예보다 비싼 가격에 팔리지만 역시 이런 어린것들을 제대로 노예로 부리기는 곤란하다.나머지 4만정도가 대륙동방에서 유통(?)되는 엘프노예로 이들은 남/여가 1:3정도의 비율로 한명이 최소한 인간노예 500명이상의 가격으로 팔린다.
그런 귀한 엘프들을 수천명이나 손에 넣었으니 장수이기 이전에 상인이라고 볼수있는 로레시안과 아그도스의 눈이 뒤집힌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다.
"지금 외교관들은 어떻게든 이종족들을 이번전쟁에서 물러나게 해서 유리아의 전쟁명분을 없애려고 노력중이오!그런데 이종족 포로라고 무조건 노예로 삼아버리면 이종족들이 이제 우리와 대화하려고 할것 같소?"
"누가 이종족만 노예로 삼자고 했소?이번에 잡은 포로들을 전부다 노예로 삼자는 얘기요."
"무슨 말이오!"
로레시안의 말에 발렌타인이 터무니없다는 듯이 고함을 질렀다.
전쟁포로가 노예가 되는 경우가 없는 것은 아니다.실제로 유리아도 합법적인 노예의 한가지 경우를 전쟁포로로 규정하고 있다.그러나 이것은 전쟁도중이 아니라 전쟁이 승패가 갈렸을 때의 경우다.일단 한국가가 다른국가를 병합했을 경우에 이것은 승전국의 아량에 달려있다.그러나 이런 경우는 패전국을 제대로 병합하려는 이상은 어느정도 패전국의 민심도 달래주어야 하기 때문에 병사들을 풀어주어 백성으로 삼는 것이 대부분이었다.그리고 전쟁이 외교적으로 마무리될경우는 서로 포로의 교환이 이루어진다.이때 포로가 부족한 국가는 모자란만큼 돈을 주고 포로를 되돌려받는데 설사 국가가 내지 않더라도 포로가 된사람의 집안에서 돈을 내서라도 되돌려받는다.따라서 전쟁이 진행중인 국가의 경우 일단 승부가 나기전까지는 포로를 함부로 노예로 삼지 않는다.귀족 포로의 경우 전향을 유도하기 위해 좋게 대접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병사들의 경우 국내노역에 동원된다.전쟁의 승패가 나기전에 상대방의 병사들을 노예로 삼아버리면 "이제 너희와는 예의를 갖추고 싸우지 않겠다"라는 의사표시를 하는것과 다름이 없어 상대방의 보복행위를 불러올수 있었다.
"어허,작년에 우리동맹군의 포로들이 모욕을 당했다면서요?거기에 대한 보복으로 본때를 보여주는 거요."
아그도스의 말에 발렌타인은 기가 막혀서 말이 나오지 않았다.작년에 엘리자베스와 레나를 카르넨이 포로로 잡아 다키아에 노예로 팔아넘긴 이후 유리아에서는 그 보복으로 로키안 귀족포로들에게 무거운 형틀을 채우고 강제노역에 동원시켰다.귀족들에 대한 예우로는 상당히 어긋난 일이었다.그러나 먼저 시작한 것이 로키안이라 외교적으로 항의해보지도 못하고 작년에 휴전을 맺을 때 이미 엘리자베스와 레나가 구출된 점을 들어 휴전의 조건으로 귀족포로들에 대한 예우를 전과 같이 돌리는데 동맹은 성공했다.이미 끝난일인만큼 그것을 핑계로 삼는 것은 억지고 사실은 이종족포로들을 노예로 삼기위해 억지를 부리는 거라는 건 어린아이도 사정만 알면 짐작이 가능할 정도였다.
거기다 작년초엔 메디아는 군자금만 지원하고 병사는 보내지 않아 현재 일반병사 15만,귀족6백명에 달하는 동맹군포로들중에 메디아군은 한명도 없었다.동맹이 또 예의에 어긋나는 짓을 할경우 틀림없이 가해질 보복에 대해 메디아에선 피해자가 없는 셈이었다.
그러나 메디아의 장수인 로레시안과 아그도스의 청을 거절하기도 힘들었다.상업국가로 많은 부를 쌓은 메디아는 병력외에 로키안과 플로린에 막대한 재정지원을 하고 있었지만 대륙을 휩쓰는 전쟁으로 수입이 줄어들자 재정지원을 줄이고 싶어하는 눈치였다.메디아의 재정지원이 줄어들면 당장 대유리아동맹군은 막대한 병력유지에 애를 먹을수밖에 없었다.
하프엘프인 헥토르는 기가 막히다는 듯 로레시안과 아그도스의 억지에 말도 나오지 않아 대화에 끼지 않았다.대화에 끼어들면 그들을 베어버리고 싶어질것 같아서였다.
"지금 우리는 목숨을 건 전쟁중이오.그런데 사사로운 욕망으로 대세를 그르치겠다는 것이오?"
분노가 폭발한 파렌하잇이 노골적으로 로레시안을 책망했다.이번에 이종족들을 노예로 팔아버리면 파렌하잇이 바라는 이종족들의 전쟁에서의 이탈은 완전히 물건너가버린다.그러나 물욕에 눈이 뒤집힌 로레시안은 계속 뻔뻔하게 나왔다.
"우리의 용맹한 메디아군이 아니었으면 장군이 에르곤에서 승리했을 것 같소?장군은 정말 은혜도 모르는군."
말도 안되는 억지였다.메디아용병들은 로레시안과 아그도스의 멍청한 지휘가 아니라 자율적으로 능력을 발휘한 덕에 마음껏 전투력을 발휘할수 있었다.거기다 원래 에르곤전투를 결판지은다음 파렌하잇은 로레시안과 아그도스와 맞서고 있던 맥시밀리엄도 이어서 격파하려는 것이 본래의 작전의도였다.그러나 로레시안과 아그도스는 애초에 파렌하잇쪽이 승부를 결판낼때까지 전투를 자제하고 방어에 주력하라는 지시를 무시하고 맞서다가 패해서 3만이상의 손실을 보았다.그나마 지그프리트의 참패에 놀라 맥시밀리엄이 군을 거두어서 피해가 확대되지 않았을 뿐이었다.물에서 건져주니 보따리내놓으라는 것도 아니라 아예 자기가 은인행세를 하려는데 파렌하잇도 기가 막혀서 말이 나오지 않았다.
"이번 전투에 대한 포상은 1등 헥토르,2등 파렌하잇,3등 스랏슈로 하겠소.그러니 포로의 절반을 메디아에 양보하도록 하시오."
"폐하!"
"포상따윈 필요없습니다!이건 절대 해서는 안되는 일입니다!"
이자리에서 가장 높은 위치인 로키안황제 로푸스 5세가 나서서 내린 결론에 발렌타인과 파렌하잇이 펄쩍 뛰었다.그러나 로푸스5세는 요지부동이었다.순간 헥토르가 벌떡 일어나서 인사도 없이 막사를 나서며 뒤도 돌아보지 않고 말했다.
"포상도 필요없고 포로들은 당신들이 다 가지던 말던 알아서 하시오.앞으로 이런 회의에는 참석하지 않겠소."
아무리 헥토르가 플로린의 공작이라지만 로키안황제앞에서 이것은 대단한 무례였다.로푸스5세는 분노해서 얼굴이 으락푸르락해졌지만 헥토르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막사를 나서버렸다.파렌하잇이 당황해서 대신 사과한다음 막사를 나섰다.
"공작각하,화가 나신 것은 이해하지만 차라리 우리가 절반의 이종족포로라도 해방시켜주어야 그나마 이종족들의 분노를 약화시킬수 있습니다.이대로는...."
순간 파렌하잇은 헥토르가 뿜어내는 소드마스터의 살기에 위축되어 옴짝달싹할수 없었다.잠시후 한숨을 쉬며 헥토르가 말했다.
"미안하군.자네는 저런 놈들과 다르다는 것을 아는데 순간적으로 감정을 조절하지 못했네.하지만 저런자들과 협상한다는 것 자체가 나한테는 굴욕일세.앞으로 로키안황제가 나오는 회의에는 일체 참석하지 않겠네."
파렌하잇도 더이상 헥토르를 만류하지 못하고 우두커니 서있을때 발렌타인은 황제인 로푸스5세와 독대한뒤 매달리고 있었다.
"폐하!지금이라도 명을 철회해주십시오.이렇게 하면 이제 이종족들과는 서로간에 멸망하기 직전까지 싸워야 합니다."
"특별히 이종족들때문이 아니라 유리아에 본때를 보이기 위함이야."
발렌타인은 속으로 한숨을 내쉬었다.황제의 본심이 그것이 아니란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원래 계산이 밝은 로푸스5세는 이종족들에 대해서 동쪽에서 흔히 가지는 천대시하는 감정이 있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무조건 적대시하는 사람은 아니었다.그러나 평생의 숙적으로 여기는 얀에게 크게 패한 후 얀이 이종족들에게 평등한 정책을 취하고 그가 가상 사랑했던 부인이 하프엘프라는 것때문에 그는 이종족들에 대해서 강한 적대감을 갖게 되었다.하프엘프에게서 태어난 마린을 자신의 딸로 인정하지 않으려고 했던데는 얀을 의식한 탓이 컸다.
발렌타인의 충고에도 로푸스5세는 요지부동이었다.결국 황제의 고집을 꺾지 못한 발렌타인은 막사를 나오면서 미칠지경이었다.겨우 승리의 기세를 탔건만 귀중한 소드마스터인 헥토르의 감정을 크게 상하게 해버리고 동맹간에는 감정을 노출했다.승리를 거둬도 문제가 생기는 현실에 발렌타인의 머리는 더 아파오기 시작했다.
"이봐,저놈들 며칠전에 새로 들어온 놈들이지?"
"용병길드소개로 합류했다는데 정말 무서운 놈들이었어.저놈들 손에 죽은 유리아군만 수백명이 넘을거야."
승전의 포상으로 술을 나누던 메디아용병들은 검은 갑옷을 걸친 두명의 용병들을 돌아보며 몸서리를 쳤다.저둘의 무서운 기세로 적을 쓰러뜨려 마치 몬스터같은 공포들을 동료들에게까지 주었다.조용히 술을 마시던 두 용병중 한쪽이 히죽 웃으면서 작은 목소리로 동료에게 말했다.
"큭큭,정말 오랜만에 인간들을 실컷 베어댔더니 정말 상쾌하군,난 이래서 인간들이 좋단 말야.엘프들이나 드워프들처럼 고지식하게 자기 영역만 지키고 있지 않고 꾸준하게 이런 재미를 선사해주니까 말야."
"형님,하지만 실력을 다 발휘할수 없으니 너무 아깝소,그 헥토르라는 놈 정말 대단하더군요.그놈처럼 우리도 소드마스터급으로 실력을 발휘하면 헐씬 즐겁게 즐길수 있었을텐데......"
"형님이 말씀하시지 않았느냐?너무 티를 내면 사전에 의심을 받을 수 있다.일단 형님이 유리아군에서 자리를 잡은 다음에 계획을 짜는 거다."
이들은 아크를 노리고 있는 드래곤 3형제중 둘째와 셋째인 아이가스,가르테온이었다.형 슈마리온은 유리아군에 들어가 자리를 잡고 동생들은 대유리아동맹군에서 자리를 잡아 아크가 죽게 만들 기회를 잡기로 한 둘은 형이 잠시 휴식하고 있는 사이에 먼저 대유리아동맹의 메디아군용병에 들어간 다음 이번전투에서도 한껏 인간들의 피를 즐겼다.그들은 앞으로의 싸움에서도 실컷 피맛을 볼것을 기대하면서 술을 즐겼다.
"이자식들이!"
"우리도 적의 포로들을 모조리 노예로 삼아야 합니다!"
상황을 보고받은 유리아의 장수들이 격노해서 분노를 감추지 않았다.원래 유리아의 방식은 철저히 "한대의 따귀는 두대의 발길질로 되돌려준다"였다.유리아는 모독을 당했다고 판단하면 그이상의 보복을 절대 서슴치 않았다.아크가 조용히 생각에 잠기더니 블랙팬텀단장 론에게 물었다.
"저들은 포로들을 어떻게 처리하려고 하나?"
"현재 군영에서 루포넨강변의 도시인 레미르텐까지 끌고 가고 있습니다.그곳에서 배에 실어 후방까지 실어나를것 같습니다."
로레시안과 아그도스는 단순히 아크의 아버지 얀에 대한 반발심때문에 이종족들을 노예로 삼으라는 결정에 찬성한 로푸스 5세가 포로들을 전부 가져도 좋다고 하자 신이나서 군대지휘는 부장들에게 맡기고 직접 2만의 병력을 이끌고 포로들을 이끌고 레미르텐으로 가고 있었다.레미르텐에 도착하면 마음에 드는 엘프노예들은 자기들이 골라서 본국으로 보낼 생각이었다.너무 포로들의 숫자가 많아 이 행군은 금새 유리아의 첩보원들에게 발견되었다.
잠시 지도를 살펴보던 아크가 골뜰히 생각에 잠겼다가 놀라운 말을 했다.
"이들을 짐이 직접 구출한다."
"네?"
"폐하!"
"안 됩니다!"
황제가 직접 나서서 적들의 후방에 침투해서 포로들을 구출해오다니?말도 안 된다며 장군들이 펄펄 뛰었다.그러나 아크의 태도는 단호했다.
작전계획은 이러했다.작전에 참가하는 것은 아크와 자신의 부인들만 간다.마침 레미르텐근처까지는 숲이 이어져있어 비밀리에 적군후방으로 파고드는 것이 가능했다.숲에서 익숙한 엘프들이 이숲을 통해서 교대로 아크와 부인들을 업고 레미르텐근처까지 침투한다.엘프들은 숲에서 말보다 빠른 속력으로 움직인다는 종족이고 아크들을 업는다고 해도 속력을 내는 것은 일도 아니었다.물론 자국의 숲인만큼 로키안의 경비들과 알람마법들이 설치되어 있겠지만 대마법사인 사라와 앤,대정령사인 이리나의 도움이라면 그정도 소수의 인원들을 침투시키는 것은 일도 아니었다.후방인만큼 경비는 허술한 것이고 아크가 포로들을 구출한다음 다시 숲을 통해서 되돌아온다.
너무 황당무계하다시피한 작전에 장군들은 기가 막혔다.수만대군에 필적한 위력을 가진 아크와 부인들이라면 후방에 침투해서 적을 무찌르고 병사들을 구한다는 황당한 작전이 가능할수도 있을 것이었다.그러나 인간과 엘프들을 포함해서 4만의 포로들을 데리고 어떻게 다시 돌아온단 말인가?적에게 포위되면 아크도 위험에 빠질수도 있다.뭣보다 대제국의 군주가 이런작전에 나선다는 것 자체가 황당한 일이었다.
"폐하.이건 너무 무모합니다."
"여기를 보시오."
지도상에 표시된 레미르텐옆의 한곳을 짚으면서 아크가 설명하는 말에 장군들의 안색이 변했다.이 방법은 거의 흑마법에 준하게 사람들에게 안 좋은 인식을 줄수도 있는 방법이었다.
"폐,폐하.이것은....."
"직접적으로 사람들을 해치지 않고 겁만 주겠소.나머지는 약간 외교적 손해를 감수하도록 하지."
막무가내인 아크의 태도에 지그프리트가 다시 나섰다.차라리 자신과 시라니안에게 이번작전을 맡겨달라는 것이었다.후방에 침투한 것이 황제라고 적에게 알려지면 큰일이라는 것이었다.
"절반쯤 탈출했을때 일부러 적에게 내가 침투했다는 것을 알게 할거요."
"폐하!"
"안됩니다!"
다시 구스타프와 로폴트등이 나서면서 반대했지만 아크가 단호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내가 직접 침투했다는 것을 알면 동맹군은 나한테 관심이 집중될거요.그때 약점을 보이는 곳에 집중공격을 퍼붓도록 하시오."
"폐하,그러나....."
"어떻게든 본격적인 승부전에 상대방이 숨겨놓은 카드를 알아내야 하오.만약 그들이 숨겨놓은 것이 뭔지 알아내게 되면 그때는 공격을 중지하시오."
작년에 유리아의 정보조직은 대유리아동맹군이 꽤 나이가 먹은 드래곤을 잡았다는 정보를 획득했다.천오백살이상의 드래곤에게서 얻어낸 드래곤본의 양은 장난이 아닐것이다.비록 드워프들의 기술을 지원받지 못해 제대로 사용할수 있는 양은 적겠지만 드래곤하트만해도 엄청난 보물이었다.
전쟁중에 소드마스터까지 보내서 드래곤을 잡았으니 필시 무언가를 위한 것일텐데 도대체 상대방이 준비하는 것이 무엇인지 감을 잡을수 없었다.확인한것은 소드마스터 네명에게 드래곤본갑옷이 주어졌다는 것 뿐이었다.
원래 아크는 본격적인 싸움이전에 지그프리트와의 싸움에서 상대방이 준비한 것에 대해 알아보려고 했다.최소한 상대방이 준비한 것이 무엇인지 알면 아크는 얼마든지 대처할 자신이 있었다.그런데 파렌하잇은 예상외로 숨겨둔 패를 쓰지도 않고 유리아군에게 승리를 거두었고 아크는 이번기회에 상대방을 몰아붙여 그쪽의 패를 알아보려고 했다.
결국 장군들은 아크의 고집을 꺾지 못했다.애초에 지그프리트대신 로폴트에게 지휘를 맡기려던 아크의 생각을 장군들이 반대했던 것도 패배의 한 원인이었으므로 황제에게 반대의견을 계속하기가 불편했던 것이었다.아크는 근위기사단장인 헨터슨에게 자신의 경호가 철저하게 이뤄지는 것처럼 위장해서 적군이 이쪽의 동태를 짐작할수 없게 하라고 지시한 후 부인들이 대부분인 병력을 이끌고 출발했다.
한편 할렘군단(?)의 출발을 바라보면서 한숨을 내쉬고 있는 사람들이 있었다.
"후유,큰일이군."
"걱정해서 뭐하나,비록 함부로 나서면 안되지만 만약의 경우 우리도 폐하를 도와야 하네,서두르게."
블팩팬텀 0부서의 핸슨과 윌리엄은 아크를 따라가기 위해 서두르기 시작했다.드러나지 않게 아크에게 밀착해서 아크에게 생기는 여자문제의 뒷처리를 하는게 이들의 주임무라지만 위험한 후방침투인만큼 만약의 경우 자신들도 도와야 할지 몰랐다.그러나 핸슨의 대답에 윌리엄은 고개를 저으면서 말했다.
"아니,폐하와 마마들이라면 이런 작전 정도는 성공할거야.내가 걱정하는건 작전의 실패가 아니야."
"그럼?"
웬지 불안함을 느끼며 되묻는 핸슨의 말에 윌리엄이 심각한 표정으올 대답했다.
"이봐,엘프들중에 여자가 2600명이라잖아!도대체 2600명분 뒷처리를 어떻게 하냐고.....틀림없이 황궁은 개축해야 될 거야......"
잠시 얼굴이 굳어졌던 핸슨이 조용히 윌리엄에게 물었다.
"자네 블랙팬텀 들어올때 혹시 빽으로 들어왔나?"
블랙팬텀은 정보조직,철저하게 실력위주로 선발된다.터무니없다는 듯이 손을 흔들면서 윌리엄이 대답했다.
"이사람아 동향에다가 같이 동기로 들어와놓고 웬......"
윌리엄은 웬지 핸슨의 표정이 섬뜩해지자 약간 무서워져서 말을 멈추고 물끄러미 쳐다보았다.그런 윌리엄에게 핸슨이 히죽 웃어보이면서 말했다.
"자네,아들 이제 나이가 여살인데 아주 귀엽더구만......"
"해,핸슨?"
옆에 굴러다니던 몽둥이를 쥐어든 핸슨이 천천히 다가오자 윌리엄은 천천히 뒷걸음질을 쳤다.
"자네가 황실모독으로 잡혀가면 가엾은 가족들에게까지 피해가 갈지 모르지?내 동기로서 우정을 발휘해서 오늘 명줄을 끊어서 그런 액운을 미연에 방지해주겠네."
"이,이봐!"
윌리엄은 일단 도망부터 치고 봐야 했다.핸슨이 인정사정없이 몽둥이를 휘두르기 시작한 것이었다.
"핸슨!진정해!"
"임마!너하고 더 일하다간 네목걱정부터 해야겠다!명색이 첩보원계열이라는 블랙팬텀대원이라는 자식이 입을 그렇게 함부로 놀리니 정말 장래가 걱정이다!네놈 입버릇을 고
최고관리자
가입일 | 2016-08-11 | 접속일 | 2024-11-2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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