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5부--------------------------------
질리언이 이끄는 마차는 참으로 편했다.
흔들리지도 않았고 속도도 일정하게 움직였다.
마차를 묶을 때 모든 움직임이 질리언에게서 시작되도록 꽉 묵었기 때문에 전진과 좌우회전은 물론 후진까지 가능했다.
세상에 이런 마차가 또 있을까?
질리언이 말로 변신할 때 내가 조금 요구한게 있었다.
말 하면 떠오르는게 무엇인가?
난 여포의 적토마가 떠오른다.
온 몸을 감싸는 붉은 털은 섹시해 보이기까지 했다.
대충 설명을 하자 그가 알아서 변했는데 과연 말인지도 의심될 정도였다.
일단 온 몸은 붉은 색이 맞다.
문제는 몸통과 다리까지는 말이 맞는데 얼굴은 말도 아니고 용도 아닌 이상한 형태가 되어버렸다.
뭐라고 불러야 할지...
“야야. 이게 도데체 뭐야.”
“뭐 설명하신 대로 아닙니까?”
“이게 뭐야. 게다가 그 띠꺼운 말투는 반항이라고 봐야하나?”
“아닙니다. 절대로. 그럼 다시 바꿀까요?”
“아냐. 뭐 특이한게 좋구만. 이대로 하자고. 그나저나 이름을 뭘로 할까?”
“제 이름은 질리언인데요.”
“드래곤이란 놈이. 넌 말로 행세하면서 본명을 불리고 싶냐?”
“허엇. 그렇군요.”
“용마로 하자. 어때. 지금 니가 생긴게 딱 그런데.”
“괜찮은데요.”
졸지에 용마라 명명된 질리언은 그래도 이상한 이름이 아니어서인지 다행인 표정이었다.
보통 말이라면 벌써 지쳐서 쉬어야 하겠지만 아직도 끄덕 없어 보인다.
점심이 조금 늦어서야 마차를 멈추었다.
원래 마부가 필요없지만 그래도 남들의 이목을 생각해서 혜미를 마부로 세웠다.
서열상 마리가 마부를 해야하지만 엘프가 말을 몬다면 그것도 문제가 있었다.
뭔 놈의 행차에 걸리는게 이렇게 많은지.
“마리. 점심 준비 좀 하겠어?”
“네. 주인님.”
“아아. 지금부터는 백작님이라고 불러야지.”
“네 죄송합니다. 백작님.”
마리는 점심을 준비하러 마차에서 내렸다.
뭔가 대단히 아쉬워 하는 표정으로 내리는 것을 보니 안됐단 맘도 들었다.
사실 가는 길이 지겨워 침대를 펼쳐 떡을 치고 있었거든. 하하
옷을 입기도 그렇고 해서 벗은 채로 혜선을 내려다 봤다.
혜선은 이제야 정신이 좀 드는지 옷을 걸쳤다.
“저도 준비를 도울게요.”
여자둘이서 내 음식을 준비한다고 생각하니 웬지 기분이 좋아졌다.
게다가 날씨도 좋으니 완전 피크닉 분위기였다.
“혜미는 뭘할꺼야?”
“글세 저는 말을 돌봐야...”
“저놈은 혼자 둬도 알아서 먹을거 챙겨 먹을거야. 뭐 안먹여도 되겠지만. 그러지 말고 이리와. 보아하니 아까부터 몸이 근질거리는 것 같던데.”
“무슨...”
“하하하. 그렇게 튕기니까 더 섹시해 보이는걸.”
혜미는 못이기는 척하며 내게로 다가왔다.
오는 동안 어느새 옷은 벗고 있었다.
역시나 단련된 여자의 몸은 내 심장을 들뜨게 만든다.
가볍게 피스톤 운동을 하는 사이 음식 준비가 다되었다고 우리를 불렀다.
“이거 어쩌나. 아직 제대로 하지도 못했는데.”
“아앙. 계속 해줘요. 아직... 더...”
“그래도 우릴 기다리는데...”
“한끼 굶어도 되잖아요... 그러니까 어서...”
“안돼. 백작님은 잘 먹어야 한단 말야. 먹고나서 해도 늦지 않잖아.”
“언니. 그럴 수 있어요?”
“아무튼 식사시간은 지켜야지.”
“정말 너무해.”
혜미는 한껏 삐친 얼굴로 옷을 챙겨 입었다.
“너무 섭섭하게 생각하지마. 밥 먹고 가는 길엔 널 맘껏 안고 갈테니까.”
그 한마디에 혜미의 얼굴은 바로 풀려버렸다.
역시 말 잘 듣는 여자가 좋아.
음식은 거의 완제품으로 가방에 들어있었다.
아인이 대략 두달치의 식량을 가방에 넣었는데 바로 먹을 수 있도록 요리를 하고 보존 마법을 걸어 두었다.
꺼내서 바로 먹어도 되지만 이것저것 구색을 갖추다 보니 시간이 걸렸다.
“이거 맛있는걸. 아인이 요리 솜씨가 늘었어.”
“그러네요. 정말 맛있어요. 저도 배워야겠어요.”
“앞으로 내 여자의 소양에 요리도 넣어야 할까봐.”
“그런게 어딨어요.”
“아냐. 여자는 자고로 요리를 잘 해야지. 칼질이나 마법을 잘하는 것도 좋지만 그건 내가 더 잘하니까 요리를 잘하는 여자가 좋아.”
순간 혜미와 마리의 눈빛에서 어떤 결심이 보였다.
혜선이야 언제나 나와 함께하는 존재이니 요리에 욕심을 내지 않겠지만 자신들은 내가 원하는 것을 익혀야 내 옆에 있을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저기. 주인님. 저도 좀 먹으면 안될까요?”
“이 빌어먹을 말새끼가 사람이 먹는 식사에 껴들려고 하고 있어.”
이렇게 심하게 말할 필요는 없었지만 원래 짐승은 모질게 대할 필요가 있다.
그래야 주인 무서운줄 알지.
나에게 욕을 먹은 질리언은 침울한 표정으로 한쪽구석으로 찌그러졌다.
“힝. 나도 맛난거 먹고 싶은데...”
“말이면 말 답게 풀이나 뜯어. 넌 이것도 유희라는거 몰라?”
이녀석이 나오게된 결정적인 이유가 유희에 있었다.
그것도 내 전용말로.
다른건 몰라도 모든 사건의 중심엔 내가 있을테니 날 따라 다니면 재미난 일이 많을 테니까 순순히 수긍했다.
단 내가 가는 곳엔 항상 자기를 타고 가라는 조건이 붙었다.
그거야 내가 부탁하고 싶었던 것이니 더 말하면 입아프다.
식사를 마치고 최대 속도로 황성으로 달렸다.
아직도 길이 멀기에 식사 때를 제외하고는 무조건 황성으로 달렸다.
심지어 밤에도 질리언은 쉬지 못했다.
드래곤이 잠을 안자도 된다는 것은 누구나 아는 상식이라 그놈은 불평도 하지 못했다.
보통 말이라면 일주일은 걸려야 할 길을 단 3일에 추파하는 능력을 보여줬다.
“우와. 질리언 아니 용마 대단한데. 놀라운걸.”
‘제가 이정도입니다. 하하하.’
“자식이 조금 띄어주니 하늘 높은줄 모르는군.”
어쨌든 황성으로 들어왔다.
오만제국의 황성 메디나.
대륙내에서 황성의 규모나 화려함으로 따진다면 따라올 수 없다는 최고의 도시였다.
도시에 펼쳐진 기반시설은 모든 백성이 편리하게 살 수 있도록 마련되어 있었다.
반듯하게 닦여 있는 도로며 광장의 중앙에 있는 분수대는 듀란이나 라파스제국에선 황성에나 있을 법했다.
도시가 이정도로 화려하니 황성은 얼마나 화려함을 극을 달릴까?
성안에는 나중에 가보기로 하고 도시를 돌아다니기로 했다.
어짜피 용마의 도움으로 4일이나 일찍 와버렸으니 시간도 남았다.
내가 먼저 성에 들어가서 기다리고 있을 필요는 없으니까 이곳에서 시간을 보낸 뒤에 가기로 했다.
일단 숙소를 정하고 혜미만 데리고 밖으로 나왔다.
괜히 여자들을 남들에게 구경거리로 만들고 싶지 않았으니까.
“뭐예요. 우리도 데리고 가셔야죠.”
“흠. 치근덕대는 놈들이 많을 텐데.”
“괜찮아요. 그러니...”
“일단 오늘은 쉬고 있으라구. 내일 보기로 하고.”
그렇게 떼어놓고 혜미와 단둘이 거리를 걸었다.
주위에 시선이 따갑긴 했지만 뭐 어쩌겠어?
다 이 몸이 잘나신 탓인걸.
상업이 부강한 나라여서인지 시민들의 옷차림도 꽤나 화려했다.
그들이 그런 화려함이 있다고 하지만 나와 혜미의 수수한 옷차림에 압도되었다.
옷이란 것도 사람에 맞아야 빛이 난다.
그저 좋다는 것 비싸다는 것을 입는다고 사람이 튀어 보이진 않는다.
적어도 나처럼 얼굴과 몸매가 되어야 옷을 입어도 티가 나지.
게다가 혜미 역시 천사의 얼굴과 몸을 가졌으니 여행복 차림이라도 사람들이 눈을 돌리지 못할 정도로 아름다움을 발산하고 있었다.
우리 둘이 지나는 길엔 남자와 여자의 얼굴이 확 일그러졌다.
서로 자신의 상태는 모르고 상대를 무시하고 있다니 어처구니가 없다.
시장에 들러서 군것질도 하고 몇몇개의 장신구도 구입했다.
역시 여자들이 눈이 가는 것은 그런 쪽인가 보다.
혜미 같은 무골도 귀걸이나 목걸이를 보더니 정신을 못 차리고 있었다.
혜선과 마리에게 줄 것도 사고 도시를 한바퀴 돌아 여관으로 돌아왔다.
내겐 별 의미가 없지만 혜미가 너무 좋아하니 지칠 때까지 돌아다니는 바람에 상당히 피곤했다.
“아 피곤해. 내일부터는 너희끼리 다니라고.”
“정말 그래도 되요?”
“그래. 조심하는거 잊지 말고. 괜히 문제 생기면 곤란하니까.”
“알겠어요.”
당부를 하고 잠자리에 들었다.
요즘들어 내가 자주 잠을 자는게 이상했지만 이곳 생활에 익숙해지다 보니 어쩔 수가 없나하고 생각했다.
역시 사람은 습관이 무서운 거야.
여자들끼리 거리를 다니며 조금의 분란이 있기는 했지만 대형 사고로 이어지진 않았다.
다행히라고 생각할 수 밖에.
아침부터 황궁으로의 입성 때문에 분주하게 준비했다.
옷도 격식에 맞게 입어야 했고 데리고 갈 호위 무사도 정식 복장을 챙기게 해야했다.
같이 무도회에 들어가진 못하겠지만 품위가 떨어지면 나까지 바보가 된다.
괜히 긴장이 되기도 했다.
이곳의 황제라는 녀석의 얼굴도 궁금했고 도대체 얼마나 많은 인간들이 몰려오는지도.
무도회 입구에는 호명을 기다리는 귀족들로 북적거렸다.
낮은 직위에 있는 놈들을 먼저 불러들였다.
뭐 극적인 효과를 위해선 높은 놈들이 뒤에 들어와야 겠지.
기다린 끝에 내 차례가 왔다.
“제갈천 백작 드시오.”
보무도 당당히 무도회장에 들어갔다.
수많은 인간들의 시선이 내게로 집중되었다.
이미 그런 시선엔 익숙해 졌으니 얼굴색이 변하거나 하진 않았다.
가볍게 목례를 하며 그들 사이를 지나 한쪽에 배정된 자리로 가서 앉았다.
그러길 두시간.
드디어 올 놈들은 거의 들어왔다.
어디의 왕자니 공주니 하는 놈들까지 들어왔으니 이젠 황제만 남아 있었다.
“오만제국의 황제폐하 듭시오.”
자리에 앉아 있던 사람들이 일제히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래도 일국의 군주에 대한 예는 해야겠지?
나도 자리에서 일어서서 그 황제란 자식의 면상을 쳐다봤다.
제법 준수한 용모였고 쓰고 있는 왕관이나 복장이 대단히 화려했다.
황제라 불릴 정도로 호사스러워 보였다.
하지만 근엄함이랄까 그런 면은 솔직히 없어보였다.
“짐이 이렇게 자리를 만든 것은 우리 오만제국이 더욱 발전하기 위한 사교의 장으로 마련했소. 다들 그간의 노고에 치하하며 앞으로도 제국에 충성을 다할 것을 당부드리오.”
간단하지만 지가 원하는 말은 다했다.
충성을 다하라.
미안하지만 내가 충성할 자리가 없는데 어떡하냐.
이런 저런 생각을 하고 있는데 누가 나를 불렀다.
“제갈천 백작님이십니까?”
“그렇소만.”
“폐하께서 찾으십니다. 이쪽으로 오시지요.”
저놈이 왜 날 찾는 거지?
괜히 신경이 쓰이기 시작했다.
이딴 제국이야 한칼이면 쓸어버리지만 일단은 무슨 일인지 들어봐야지.
“그대가 제갈천인가?”
“예 폐하.”
“나와 비슷한 나이인듯 한데 놀라운 수완을 가지고 있더구려.”
“미천할 따름입니다.”
이게 아닌데 하면서도 나의 처세술은 알아서 날 방어하고 있었다.
“그대의 얼굴을 처음 보는듯 하니 이때까지 정계엔 맘이 없었던 모양이오.”
“조그만 상단하나 꾸리는 정도라 정계로 나올 생각은 하지도 못했습니다.”
“아니오. 듣자하니 그대는 자수성가의 대표적인 인물로 뽑히고 있더군. 지금도 무서운 속도로 상단을 일으키고 있고. 그렇지 않소?”
옆에 서 있던 자가 대신 대답을 받았다.
“그렇사옵니다 폐하. 지금 백작의 성장 속도라면 제국 내에서 백작 중엔 가장 많은 재산을 소유하게 될 것으로 보입니다.”
초를 치는 이놈은 제국의 하나뿐이라는 대공이었다.
거의 왕국과 맞먹는 크기의 땅덩이를 가지고 있으며 제국에서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고 있는 사람이었다.
루빈스키 그라나다.
검술은 익스퍼트상급에 랭크되어 있지만 상술엔 당할자가 없다고 소문이 나있다.
황제가 가장 신임하는 사람이며 현 황제에게 그가 없다면 종이 호랑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정계에서는 가장 확실한 힘을 발휘하고 있는 사람이다.
둘이서 이렇게 날 띄우고 있는 것을 보니 약간 걱정이 앞섰다.
장사하는 놈들이 자신이 손해보는 짓을 한다는 소리는 들어보지 못했으니까.
“내가 백작에게 한가지 부탁을 해도 되겠소?”
ps 저도 뭔가 사건을 만들어보려고 하는데 힘드네요
글쓰는데 집중을 해야하는데
제가 생각해도 건성으로 쓰는거 같아요
조금 더 재미가 있도록 노력해 볼게요
질리언이 이끄는 마차는 참으로 편했다.
흔들리지도 않았고 속도도 일정하게 움직였다.
마차를 묶을 때 모든 움직임이 질리언에게서 시작되도록 꽉 묵었기 때문에 전진과 좌우회전은 물론 후진까지 가능했다.
세상에 이런 마차가 또 있을까?
질리언이 말로 변신할 때 내가 조금 요구한게 있었다.
말 하면 떠오르는게 무엇인가?
난 여포의 적토마가 떠오른다.
온 몸을 감싸는 붉은 털은 섹시해 보이기까지 했다.
대충 설명을 하자 그가 알아서 변했는데 과연 말인지도 의심될 정도였다.
일단 온 몸은 붉은 색이 맞다.
문제는 몸통과 다리까지는 말이 맞는데 얼굴은 말도 아니고 용도 아닌 이상한 형태가 되어버렸다.
뭐라고 불러야 할지...
“야야. 이게 도데체 뭐야.”
“뭐 설명하신 대로 아닙니까?”
“이게 뭐야. 게다가 그 띠꺼운 말투는 반항이라고 봐야하나?”
“아닙니다. 절대로. 그럼 다시 바꿀까요?”
“아냐. 뭐 특이한게 좋구만. 이대로 하자고. 그나저나 이름을 뭘로 할까?”
“제 이름은 질리언인데요.”
“드래곤이란 놈이. 넌 말로 행세하면서 본명을 불리고 싶냐?”
“허엇. 그렇군요.”
“용마로 하자. 어때. 지금 니가 생긴게 딱 그런데.”
“괜찮은데요.”
졸지에 용마라 명명된 질리언은 그래도 이상한 이름이 아니어서인지 다행인 표정이었다.
보통 말이라면 벌써 지쳐서 쉬어야 하겠지만 아직도 끄덕 없어 보인다.
점심이 조금 늦어서야 마차를 멈추었다.
원래 마부가 필요없지만 그래도 남들의 이목을 생각해서 혜미를 마부로 세웠다.
서열상 마리가 마부를 해야하지만 엘프가 말을 몬다면 그것도 문제가 있었다.
뭔 놈의 행차에 걸리는게 이렇게 많은지.
“마리. 점심 준비 좀 하겠어?”
“네. 주인님.”
“아아. 지금부터는 백작님이라고 불러야지.”
“네 죄송합니다. 백작님.”
마리는 점심을 준비하러 마차에서 내렸다.
뭔가 대단히 아쉬워 하는 표정으로 내리는 것을 보니 안됐단 맘도 들었다.
사실 가는 길이 지겨워 침대를 펼쳐 떡을 치고 있었거든. 하하
옷을 입기도 그렇고 해서 벗은 채로 혜선을 내려다 봤다.
혜선은 이제야 정신이 좀 드는지 옷을 걸쳤다.
“저도 준비를 도울게요.”
여자둘이서 내 음식을 준비한다고 생각하니 웬지 기분이 좋아졌다.
게다가 날씨도 좋으니 완전 피크닉 분위기였다.
“혜미는 뭘할꺼야?”
“글세 저는 말을 돌봐야...”
“저놈은 혼자 둬도 알아서 먹을거 챙겨 먹을거야. 뭐 안먹여도 되겠지만. 그러지 말고 이리와. 보아하니 아까부터 몸이 근질거리는 것 같던데.”
“무슨...”
“하하하. 그렇게 튕기니까 더 섹시해 보이는걸.”
혜미는 못이기는 척하며 내게로 다가왔다.
오는 동안 어느새 옷은 벗고 있었다.
역시나 단련된 여자의 몸은 내 심장을 들뜨게 만든다.
가볍게 피스톤 운동을 하는 사이 음식 준비가 다되었다고 우리를 불렀다.
“이거 어쩌나. 아직 제대로 하지도 못했는데.”
“아앙. 계속 해줘요. 아직... 더...”
“그래도 우릴 기다리는데...”
“한끼 굶어도 되잖아요... 그러니까 어서...”
“안돼. 백작님은 잘 먹어야 한단 말야. 먹고나서 해도 늦지 않잖아.”
“언니. 그럴 수 있어요?”
“아무튼 식사시간은 지켜야지.”
“정말 너무해.”
혜미는 한껏 삐친 얼굴로 옷을 챙겨 입었다.
“너무 섭섭하게 생각하지마. 밥 먹고 가는 길엔 널 맘껏 안고 갈테니까.”
그 한마디에 혜미의 얼굴은 바로 풀려버렸다.
역시 말 잘 듣는 여자가 좋아.
음식은 거의 완제품으로 가방에 들어있었다.
아인이 대략 두달치의 식량을 가방에 넣었는데 바로 먹을 수 있도록 요리를 하고 보존 마법을 걸어 두었다.
꺼내서 바로 먹어도 되지만 이것저것 구색을 갖추다 보니 시간이 걸렸다.
“이거 맛있는걸. 아인이 요리 솜씨가 늘었어.”
“그러네요. 정말 맛있어요. 저도 배워야겠어요.”
“앞으로 내 여자의 소양에 요리도 넣어야 할까봐.”
“그런게 어딨어요.”
“아냐. 여자는 자고로 요리를 잘 해야지. 칼질이나 마법을 잘하는 것도 좋지만 그건 내가 더 잘하니까 요리를 잘하는 여자가 좋아.”
순간 혜미와 마리의 눈빛에서 어떤 결심이 보였다.
혜선이야 언제나 나와 함께하는 존재이니 요리에 욕심을 내지 않겠지만 자신들은 내가 원하는 것을 익혀야 내 옆에 있을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저기. 주인님. 저도 좀 먹으면 안될까요?”
“이 빌어먹을 말새끼가 사람이 먹는 식사에 껴들려고 하고 있어.”
이렇게 심하게 말할 필요는 없었지만 원래 짐승은 모질게 대할 필요가 있다.
그래야 주인 무서운줄 알지.
나에게 욕을 먹은 질리언은 침울한 표정으로 한쪽구석으로 찌그러졌다.
“힝. 나도 맛난거 먹고 싶은데...”
“말이면 말 답게 풀이나 뜯어. 넌 이것도 유희라는거 몰라?”
이녀석이 나오게된 결정적인 이유가 유희에 있었다.
그것도 내 전용말로.
다른건 몰라도 모든 사건의 중심엔 내가 있을테니 날 따라 다니면 재미난 일이 많을 테니까 순순히 수긍했다.
단 내가 가는 곳엔 항상 자기를 타고 가라는 조건이 붙었다.
그거야 내가 부탁하고 싶었던 것이니 더 말하면 입아프다.
식사를 마치고 최대 속도로 황성으로 달렸다.
아직도 길이 멀기에 식사 때를 제외하고는 무조건 황성으로 달렸다.
심지어 밤에도 질리언은 쉬지 못했다.
드래곤이 잠을 안자도 된다는 것은 누구나 아는 상식이라 그놈은 불평도 하지 못했다.
보통 말이라면 일주일은 걸려야 할 길을 단 3일에 추파하는 능력을 보여줬다.
“우와. 질리언 아니 용마 대단한데. 놀라운걸.”
‘제가 이정도입니다. 하하하.’
“자식이 조금 띄어주니 하늘 높은줄 모르는군.”
어쨌든 황성으로 들어왔다.
오만제국의 황성 메디나.
대륙내에서 황성의 규모나 화려함으로 따진다면 따라올 수 없다는 최고의 도시였다.
도시에 펼쳐진 기반시설은 모든 백성이 편리하게 살 수 있도록 마련되어 있었다.
반듯하게 닦여 있는 도로며 광장의 중앙에 있는 분수대는 듀란이나 라파스제국에선 황성에나 있을 법했다.
도시가 이정도로 화려하니 황성은 얼마나 화려함을 극을 달릴까?
성안에는 나중에 가보기로 하고 도시를 돌아다니기로 했다.
어짜피 용마의 도움으로 4일이나 일찍 와버렸으니 시간도 남았다.
내가 먼저 성에 들어가서 기다리고 있을 필요는 없으니까 이곳에서 시간을 보낸 뒤에 가기로 했다.
일단 숙소를 정하고 혜미만 데리고 밖으로 나왔다.
괜히 여자들을 남들에게 구경거리로 만들고 싶지 않았으니까.
“뭐예요. 우리도 데리고 가셔야죠.”
“흠. 치근덕대는 놈들이 많을 텐데.”
“괜찮아요. 그러니...”
“일단 오늘은 쉬고 있으라구. 내일 보기로 하고.”
그렇게 떼어놓고 혜미와 단둘이 거리를 걸었다.
주위에 시선이 따갑긴 했지만 뭐 어쩌겠어?
다 이 몸이 잘나신 탓인걸.
상업이 부강한 나라여서인지 시민들의 옷차림도 꽤나 화려했다.
그들이 그런 화려함이 있다고 하지만 나와 혜미의 수수한 옷차림에 압도되었다.
옷이란 것도 사람에 맞아야 빛이 난다.
그저 좋다는 것 비싸다는 것을 입는다고 사람이 튀어 보이진 않는다.
적어도 나처럼 얼굴과 몸매가 되어야 옷을 입어도 티가 나지.
게다가 혜미 역시 천사의 얼굴과 몸을 가졌으니 여행복 차림이라도 사람들이 눈을 돌리지 못할 정도로 아름다움을 발산하고 있었다.
우리 둘이 지나는 길엔 남자와 여자의 얼굴이 확 일그러졌다.
서로 자신의 상태는 모르고 상대를 무시하고 있다니 어처구니가 없다.
시장에 들러서 군것질도 하고 몇몇개의 장신구도 구입했다.
역시 여자들이 눈이 가는 것은 그런 쪽인가 보다.
혜미 같은 무골도 귀걸이나 목걸이를 보더니 정신을 못 차리고 있었다.
혜선과 마리에게 줄 것도 사고 도시를 한바퀴 돌아 여관으로 돌아왔다.
내겐 별 의미가 없지만 혜미가 너무 좋아하니 지칠 때까지 돌아다니는 바람에 상당히 피곤했다.
“아 피곤해. 내일부터는 너희끼리 다니라고.”
“정말 그래도 되요?”
“그래. 조심하는거 잊지 말고. 괜히 문제 생기면 곤란하니까.”
“알겠어요.”
당부를 하고 잠자리에 들었다.
요즘들어 내가 자주 잠을 자는게 이상했지만 이곳 생활에 익숙해지다 보니 어쩔 수가 없나하고 생각했다.
역시 사람은 습관이 무서운 거야.
여자들끼리 거리를 다니며 조금의 분란이 있기는 했지만 대형 사고로 이어지진 않았다.
다행히라고 생각할 수 밖에.
아침부터 황궁으로의 입성 때문에 분주하게 준비했다.
옷도 격식에 맞게 입어야 했고 데리고 갈 호위 무사도 정식 복장을 챙기게 해야했다.
같이 무도회에 들어가진 못하겠지만 품위가 떨어지면 나까지 바보가 된다.
괜히 긴장이 되기도 했다.
이곳의 황제라는 녀석의 얼굴도 궁금했고 도대체 얼마나 많은 인간들이 몰려오는지도.
무도회 입구에는 호명을 기다리는 귀족들로 북적거렸다.
낮은 직위에 있는 놈들을 먼저 불러들였다.
뭐 극적인 효과를 위해선 높은 놈들이 뒤에 들어와야 겠지.
기다린 끝에 내 차례가 왔다.
“제갈천 백작 드시오.”
보무도 당당히 무도회장에 들어갔다.
수많은 인간들의 시선이 내게로 집중되었다.
이미 그런 시선엔 익숙해 졌으니 얼굴색이 변하거나 하진 않았다.
가볍게 목례를 하며 그들 사이를 지나 한쪽에 배정된 자리로 가서 앉았다.
그러길 두시간.
드디어 올 놈들은 거의 들어왔다.
어디의 왕자니 공주니 하는 놈들까지 들어왔으니 이젠 황제만 남아 있었다.
“오만제국의 황제폐하 듭시오.”
자리에 앉아 있던 사람들이 일제히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래도 일국의 군주에 대한 예는 해야겠지?
나도 자리에서 일어서서 그 황제란 자식의 면상을 쳐다봤다.
제법 준수한 용모였고 쓰고 있는 왕관이나 복장이 대단히 화려했다.
황제라 불릴 정도로 호사스러워 보였다.
하지만 근엄함이랄까 그런 면은 솔직히 없어보였다.
“짐이 이렇게 자리를 만든 것은 우리 오만제국이 더욱 발전하기 위한 사교의 장으로 마련했소. 다들 그간의 노고에 치하하며 앞으로도 제국에 충성을 다할 것을 당부드리오.”
간단하지만 지가 원하는 말은 다했다.
충성을 다하라.
미안하지만 내가 충성할 자리가 없는데 어떡하냐.
이런 저런 생각을 하고 있는데 누가 나를 불렀다.
“제갈천 백작님이십니까?”
“그렇소만.”
“폐하께서 찾으십니다. 이쪽으로 오시지요.”
저놈이 왜 날 찾는 거지?
괜히 신경이 쓰이기 시작했다.
이딴 제국이야 한칼이면 쓸어버리지만 일단은 무슨 일인지 들어봐야지.
“그대가 제갈천인가?”
“예 폐하.”
“나와 비슷한 나이인듯 한데 놀라운 수완을 가지고 있더구려.”
“미천할 따름입니다.”
이게 아닌데 하면서도 나의 처세술은 알아서 날 방어하고 있었다.
“그대의 얼굴을 처음 보는듯 하니 이때까지 정계엔 맘이 없었던 모양이오.”
“조그만 상단하나 꾸리는 정도라 정계로 나올 생각은 하지도 못했습니다.”
“아니오. 듣자하니 그대는 자수성가의 대표적인 인물로 뽑히고 있더군. 지금도 무서운 속도로 상단을 일으키고 있고. 그렇지 않소?”
옆에 서 있던 자가 대신 대답을 받았다.
“그렇사옵니다 폐하. 지금 백작의 성장 속도라면 제국 내에서 백작 중엔 가장 많은 재산을 소유하게 될 것으로 보입니다.”
초를 치는 이놈은 제국의 하나뿐이라는 대공이었다.
거의 왕국과 맞먹는 크기의 땅덩이를 가지고 있으며 제국에서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고 있는 사람이었다.
루빈스키 그라나다.
검술은 익스퍼트상급에 랭크되어 있지만 상술엔 당할자가 없다고 소문이 나있다.
황제가 가장 신임하는 사람이며 현 황제에게 그가 없다면 종이 호랑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정계에서는 가장 확실한 힘을 발휘하고 있는 사람이다.
둘이서 이렇게 날 띄우고 있는 것을 보니 약간 걱정이 앞섰다.
장사하는 놈들이 자신이 손해보는 짓을 한다는 소리는 들어보지 못했으니까.
“내가 백작에게 한가지 부탁을 해도 되겠소?”
ps 저도 뭔가 사건을 만들어보려고 하는데 힘드네요
글쓰는데 집중을 해야하는데
제가 생각해도 건성으로 쓰는거 같아요
조금 더 재미가 있도록 노력해 볼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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